'해외생활'에 해당되는 글 590건

  1. 2020.03.17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신기한 집에 심취하다
  2. 2020.03.13 중절모 닮은 로보스 섬을 도보로 일주하다
  3. 2020.03.12 활짝 핀 꽃보다 막 피려는 꽃이 더 좋아...
  4. 2020.03.09 이제야 소면 대체품을 찾아서 비빔국수를 해먹다
  5. 2020.03.08 아스테릭스 만화에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6. 2020.03.07 실과 바늘로 자녀 수와 성별을 맞혀보자
  7. 2020.03.06 유럽 호텔방에는 왜 베개가 많을까
  8. 2020.03.02 유럽 호텔 더블룸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2
  9. 2020.02.29 웃돈 받고 마스크 3장을 방 3개 아파트와 맞교환합니다
  10. 2020.02.28 코로나19 - 전쟁에 대비하듯이 사 가네 1
  11. 2020.02.25 유럽에서 가장 긴 얼음 도로는 에스토니아에 1
  12. 2020.02.25 유럽인 장모가 김치를 손수 담가서 내놓다니 4
  13. 2020.02.24 플라스틱 대체품 밀기울 식기 30일 안에 생분해
  14. 2020.02.24 유럽 여행 전 로마 숫자를 미리 익혀 두자 5
  15. 2020.02.23 태국 제조 한국산 해조류를 유럽 거실에서 먹다니...
  16. 2020.02.18 프라하 블타바 강 돌다리 카를교는 어떻게 지어졌을까 4
  17. 2020.02.11 영하의 날씨에도 밖에서 아기를 재운다 1
  18. 2020.02.08 눈 없는 한겨울에 이끼가 생기있게 초록빛 발산 1
  19. 2020.02.04 유럽인 아내가 마늘 가득한 대야에 화들짝 놀라
  20. 2020.02.03 히스꽃 한겨울에도 생기 가득
  21. 2020.01.10 쉥겐조약 무비자 체류가능 일수를 쉽게 계산해보자
  22. 2020.01.07 유럽 대형 슈퍼마켓에 수북이 쌓인 한국산 김 4
  23. 2019.12.31 중국 관광객들이 홍콩인의 십자가를 뽑아버리는 만행
  24. 2019.12.21 리가 성당과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는 왜 수탉일까?
  25. 2019.12.18 1인분 숯불갈비로 세 사람이 넉넉하게
  26. 2019.12.17 카우나스 크리마스 트리는 동심과 환상 불러일으켜
  27. 2019.12.16 빌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는 체스의 퀸이다!
  28. 2019.12.14 싸라기눈 맞은 투라이다는 겨울에도 가볼만한 곳 2
  29. 2019.12.11 탈린에 1441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처음 세워져 8
  30. 2019.12.10 요가일래 국제자선바자회에 초대돼 노래하다 10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구 1만7천여명의 도시이지만 인근에 광활한 모래사막과 길쭉한 모래해변이 있어서 많은 휴양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숙소에서 해수욕장까지는 3-5km 거리다. 늘 걸어다녔다. 길 옆에는 담장도 모래색이고 주택도 모래색인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부터 관광개발이 활발해져 지금은 푸에르테벤투라의 최고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휴양도시답게 자전거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가정용 계량기가 집안이나 집벽이 아니라 담장 외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해놓으면 검침원 사칭 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겠다.

 
큰 거리는 차도, 자전거도로, 인도가 잘 구별되어 있다.

 

아열대 지대라 가로수가 야자나무다.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비키려다가 찢어진 야자나무 잎사귀에 종종 찔린 뻔한 적도 있다. 조심해야...  

 

키가 큰 야자나무와 밖으로 튀어 나온 발코니가 공존하고 있다. 심술궂은 건축가를 만났더라면 저 야자나무는 분명히 천수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숙소로 향하는 거리를 따라 가는데 열린 문으로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는 꽃들이 보인다.  

 

꽃의 환영을 받으면서 마치 투숙객인냥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덩굴식물인 부겐빌레아(bougainvillea)다. 원산지가 브라질이고 꽃말은 정열이다. 꽃말답게 정말 화려한 정열로 유혹하는 듯하다.   

 

그런데 화려한 색은 부겐빌레아꽃이 아니다. 초록색은 나뭇잎이고 빨강색이나 노란색이나 분홍색은 잎이 변해서 된 포엽(苞葉)이다. 진짜 꽃은 하얀색이다. 포엽이 이렇게 선명하고 다채로운 것은 나비나 벌을 진짜 꽃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자연은 참 신비롭구나! 

 

어느 집 담장에 핀 무궁화속의 부상화다. 밝고 산뜻한 붉은색이 강한 인상을 준다.

 

남쪽에서 FV-1 도로를 따라 길쭉한 단색의 사막언덕과 모래해변 사이로 달리다가 코랄레요로 진입하는 바로 입구에 시선을 강타하는 집을 만날 수 있다. 각양각색의 식물과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정문 왼쪽에 "

Villa Tabaiba

"(

구글 위치

)라 쓰여 있다. 타바이바(tabaiba)는 선인장 종의 하나로 푸에르테벤투라의 토착 식물이다. 이 집에 누가 살기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꾸며 놓았을까? 필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역시 집주인은 전문가다. 스페인 남서부 도시 세비야(Seville)에서 태어난 건축가, 화가, 사진가, 조각가, 작가, 한마디로 예술가 카를로스 칼데론 이루에가스(Carlos Calderon Yruegas)다.

 

 
위에 사진에서 보여준 코랄레요의 일반적인 담장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쪽문이다. 동화 속 마법의 집으로 그냥 빨려 들어가고 싶다. 아쉽게도 닫혀 있다.

 

 

 

수중 물고기궁전에서 나온 인어가 평소 수영으로 야무지게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담장예술과 정원식물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담장 넘어 있는 정원의 경관이 궁금하지만 쉽게 어떤할지가 눈에 그려진다. 

 

구멍 난 철판을 사이에 두고 여인 둘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까?

 
두상이라 해야 할지 흉상이라 해야 할지... 
하나로 봐야 할지 둘로 봐야 할지...
잠시 생각에 빠져 본다.  

 
몰래 마시는 술일까...
술 마실 시간을 알려주는 종일까...
술 마셨다고 동네방네 고자질하는 종일까...
흥나게 술 마시자는 종일까... 

 

언제 조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짝짝이 스타킹의 유행을 예지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365일 늘어지게 일광욕을 하는 여인이다. 
 

 

조각 하나하나에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멍하니 서서 예술가의 의도를 한번 추측하려고 하니 식구들이 바보 같다면서 나에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집주인은 30년 동안 이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면 개조하거나 새롭게 만든다. 유지하고 보수하고 창작하는 데에 적지 않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간다.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공개해서 우리 같은 행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5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7개 주요 섬으로 이루어진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는 1479년부터 스페인에 속해 있다. 아프리카 모르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약 100 km 떨어져 있다. 인구가 215만명인데 해마다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주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영국, 독일 등 북쪽에 위치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카나리아 제도를 이루는 7개 주요 섬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이 섬의 최북단에 위치한 휴양도시가 코랄레호(Corralejo)에서 묵었다. 동쪽 근교에 광활한 사막과 11 km의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있어 많은 휴양객들이 찾아온다. 또한 란사로테(Lanzarote) 섬으로 가는 항구다.           

일광욕과 해수욕에 푹 빠진 식구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코랄레호 해변에서 바라보이는 작은 섬이 늘 궁금하다. 머무는 동안 혼자라도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호수 같이 잔잔한 아침 바다에서 낚시하는 배 넘어 보이는 섬이 바로 로보스(isla de lobos) 섬이다. 6000-8000년 전에 형성된 화산섬이다. 코랄레호에서 2 km 거리에 있다. 섬 이름은 Lobos는 늑대라는 뜻이다. 여기서 늑대는 바다늑대 즉 지중해에 서식하고 있는 몽크물범, 수도사물범을 말한다.

로보스 섬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칼데라(Caldera) 산이다. 해발 127 m다.  얼핏 보니 그 형상이 중절모를 닮은 듯하다. 저 꼭대기에 빨리 올라가 사방을 두루 구경하고 싶다.

코랄레호 선착장에서 낮 시간에만 관광객을 위해서 

여객선

이 운영되고 있다. 하루 4-5편이 있다. 섬에서의 야영은 금지되어 있다. 코랄레호 출발 시각은 10:00, 11:00, 13:00, 14:00, 15:30이고 로보스에서 돌아오는 시각은 11:15, 14:15, 16:00, 17:00이다. 소요시간은 15분이고 왕복운임은 성인 16유로, 어린이(4-11) 8.50유로다. 선착장에서 로보스로 향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로보스 선착장에서 내리니 주변에는 많은 요트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바닷속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섬으로 들어가자 흉상 하나가 나를 맞이한다. 호세피나 플라(Josefina Pla, 1903-1999)다. 1903년 로보스에서 태어난 파라과이 여류작가다. 인권과 남녀평등을 옹호하는 작품 활동으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2003년 탄생 백주년을 맞아 이곳에 흉상이 세워졌다.      

방문객 안내소 앞에 몽크물범 두 마리가 누워서 쉬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만 서식하고 있는 이 물범은 모피 빛깔이 목 부위에서 달라지는 것이 마치 중세시대 유럽 수도사가 쓰는 고깔을 닮아서 몽크물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때 이 섬에서 대량으로 서식하던 몽크물범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라졌다. 요즘은 이따금 보인다. 사진 속 두 마리는 조각상이다.    

면적이 약 5 평방킬로미터인 로보스 섬 전체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식물군과 동물군(특히 조류)을 보호하기 위해 표시된 길로만 사람들이 다닐 수 있다. 칼데라 산정상까지 도보 소요시간은 49분이다.    

평평한 산정상으로 그 형상이 확연히 모자를 닮아 보인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자 비취색 석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백사장이 있는 콘차 해수욕장(Playa de la Concha)이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같이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솔찬히 많았다. 그런데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자취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무인도에서 혼자된 느낌이다. 멀리 한 가족을 발견하자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듯하다. 혹시 목적지가 같을까...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바람 한점 없다.  

드디어 산어귀에 도착했다. 해발 127 m 높이다. 등선미가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올라가보니 가파른 구간도 여러 곳에 있다. 뭐니해도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장난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숲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색색의 야생화가 향기를 뿜어내는 산에서의 등산보다는 훨씬 힘든다.

멀리서 보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산으로 보이지만 직접 와서 보니 돌조각으로 뒤덮인 산에 여러 다육 식물(건조 기후나 모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잎이나 줄기 또는 뿌리에 물을 저장해 자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작은 섬에 130개 이상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마침내 산정상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나를 반기는 듯하다.

이내 갈매기는 "나를 따라 내려와!"를 외치듯 산비탈 아래로 날아간다.  

칼데라 산의 서쪽 가파른 비탈이다. 그 아래에 아주 작은 만이 형성되어 있다. 근접성이 쉽지가 않다. 검은 자갈 대신에 하얀 모래가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면 누군가 저기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 법하다.  

이 비탈은 다양한 종류의 갈매기들의 집단 서식지이다. 

칼데라 산정상으로 올가가는 장면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127 m 산정상 표지석이다. 

밭처럼 가꾸어진 곳이 로보스 섬의 염전이다.

로보스 섬의 콘차 해수욕장이다.

바다 건너 보이는 광활한 사막과 기다란 해수욕장이 푸에르테벤투라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바다와 하늘의 다양한 파란색이 홀로 뙤약볕에 힘겹게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관에 산상소원을 빌지 않을 수 없다.

바다 건너편이 묵고 있는 코랄레호다.

이 순간 요트를 타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산정상에서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를 천천히 가로지른 요트를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 강하다. 나무가 없으니 사진으로 이 강풍을 찍을 수가 없다. 하지만 돌벽이 이를 차단해 주고 있다.

돌틈 사이로 바다 건너 란사로테 섬이 보인다. 

란사로테는 카네리아 제도를 이루는 또 하나의 주요한 섬다.

로보스 북동 극점에 여전히 활동중인 등대가 있다. 1865년 세워졌다. 1960년대 자동화가 된 후 마지막 등대지기와 그의 가족이 이 섬을 떠났다. 현재 이 섬에는 상주하는 사람은 없다. 

내친 김에 푼토 마르티노(Punto Martino) 등대까지 가본다. 로보스 선착장에서 여기까지는 3.5 km 거리다.

로보스의 동쪽 부분은 식물이 비교적 많이 자라고 있다. 마치 습지에 온 듯하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사하라와 카나리아 제도까지 분포되어 있는 관목인 유포르비아(euphorbia balsamifera)다. 이 관목은 이웃 섬 란사로테의 식물 상징물이다. 2 m에서 5 m까지 자란다.

테트라에나 포타네시이(tetraena fontanesii)다. 마크로네시아와 북서 아프리카에 분포되어 있다. 팔마 섬을 제외한 모든 카나리아 제도에서 서식하고 있다. 생김새와 색깔이 특이하다. 햇볕에 노출되는 것에 따라 녹색에서부터 황색까지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잎은 만지면 톡 터질 듯한 원통형이다.    

여기저기 낮은 오름이 즐비하다. 푸른 잔디 옷을 입고 있었더라면 경주의 신라 고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  

바위 덩어리의 형상이 코알라나 아기곰을 떠올리게 한다.

한없이 아늑하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금빛 모래사장에서 독서하면서 일광욕하다가 이따금 연한 비취색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다보면 세상사 모든 근심이 저절로 사라지겠다. 아쉽게도 코랄레호로 돌아갈 배을 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로보스 섬이 속해 있는 행정구역이 강풍을 뜻하는 푸에르테벤추라다. 그래서 그런지 낮은 건물 모습이 쉽게 이해가 된다.   

4시간 동안 약 15 km를 거의 쉴 틈 없이 로보스 섬을 둘러본 후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몸은 몹시 지쳤지만 섬 전체를 도보로 일주하니 마음이 아주 뿌듯하다. 황량한 돌산, 모래색 산책로, 땅색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 식물을 보고온 후라서 그런지 비취색 바다와 파란색 하늘이 더욱 돋보인다.    

코랄레호나 인근에서 여러 날 휴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로보스를 한번 방문하길 권한다. 가급적 첫 배를 타고 와서 섬 도보 일주를 한 후 석호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물과 간식거리를 든든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12. 05:02

꽃선물을 하거나 해야 할 때가 이따금 있다. 꽃을 살 때마다 머뭇거린다. 꽃집 앞에 서면 "꽃선물을 반드시 해야 하나?"와 "꽃선물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두 마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꽃은 곧 시들고 마지막으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꽃병 속 꽃보다 자연 속 꽃을 선호하다.

혹시 아래와 같이 꽃을 선물하려는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최근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사진이다. 러시아어다. 내용인즉 "오랫동안 당신에게 꽃을 선물하지 않았어요. 마음껏 가져 가세요"다. 꽃 살 여유가 없거나 꺾인 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의 재치있는 해결책으로 보인다. 물론 꽃가게나 꽃농가도 살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올해는 일요일이었다. 3월 6일 금요일 일이 있어 밖을 나갔는데 마주 오는 여성들 대부분이 손에는 튤립을 들고 있었다. 직장 동료 남성들이 여성 동료들에게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미리 꽃선물을 한 것이다.  

우리 집에도 여성이 둘 이도 필요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꽃선물을 기대할 것이다. 그래서 밖에 나온 김에 꽃을 듈립을 사기로 했다. 활짝 핀 꽃도 있고 막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하는 꽃도 있다. 어느 꽃을 살까 고민스러웠다. 활짝 핀 꽃은 받을 때는 좋지만 더 빨리 시들어버린다. 덜 핀 꽃은 줄 때는 좀 주저되지만 더 오래 꽃병에 머물러 있다.   


날이 지나감에 따라 꽃이 자쿠 크져 가고 있다. 아내에게 선물한 노란색 튤립이다. 


딸에게 선물한 빨간색 튤립이 창틀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구입한 지 3일이 지난 후 튤립꽃 모습이다.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 튤립은 보통 4월 중순에 꽃이 핀다. 창틀 위 꽃병 속 튤립꽃이 봄을 앞당겨 느끼게 해주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꽃을 짝수로 선물하지 않는다. 튤립꽃을 살 때 여러 번 몇 송이인지를 세고 또 세었다. 한 묶음에 11송이가 들어 있었다. 홀수 송이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짝수 송이는 돌아간 사람에게 선물한다.


구입한 지 6일째 되는 날 진한 노랑색과 진한 빨강색을 띠고 있는 싱싱한 튤립꽃을 보더니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가 막 피려는 꽃을 정말 잘 선물했다. 
받을 때 말은 안 했지만 약간 아쉬웠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꽃이 더 오래 가서 좋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고 꽃을 샀다. 앞으로 꽃선물을 할 때 어떤 꽃을 사서 한다?"
"막 피려는 꽃!"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9. 05:54

유럽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아내가 유럽 리투아니아인이다. 여기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서만 밥을 준비해 다른 식구들을 위해 차려주는 일이 많지 않다. 서로 다른 직장출근이나 생활양식으로 인해서 보통 각자가 알아서 자기 음식을 해먹는다. 누가 나를 위해 밥을 차려줄 때까지 특별한 일 없이 가만히 기다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족이 집에 다 있는 주말에는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거들어서 함께 밥을 해먹는다. 우리 집 경우에는 밥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사람은 설거지에서 열외가 된다. 식사 준비 기여도가 제일 낮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솔선수범해서 설거지한다. 하지만 자기가 먹은 식기류 등은 대체로 자기가 씻는다. 

며칠 전 아내와 딸이 정말 모처럼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그런데 면이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처음 먹어본 것이라 참으로 신기했다. 집에서 만두류의 음식은 자주 먹지만 스파게티류의 면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이번 스파게티 면은 굵기가 잔치국수의 소면 같았고, 맛이 한국 분식점의 쫄면 같았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했다.

"이제야 면을 제대로 찾았네!"라는 탄성마저 절로 나왔다.
"아직 면 남아 있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찬장에 있어."
"봉지와 같이 있지?"
"그래. 왜?"
"상품 이름을 기억해 놓았다가 다 먹으면 또 사 놓으려고."

이탈리아에서 만든 스파게티 면이다. 
듀럼밀(durum wheat)을 부순 밀가루인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들었다. 듀럼밀의 듀럼은 라틴어로 durum인데 이는 딱딱하다라는 뜻이다. 듀럼밀은 밀 종류 중 가장 딱딱하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유량이 다른 종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파스타와 스파게티 면 종류 제조회사 그라노로(granoro)가 생산한 "카펠리니(Capellini) 16번"이다. 제품명도 재미있다. 이탈리아어로 "capellini"는 "가는 머리카락"을 뜻한다. 주말 혼자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생각난 김에 이 면으로 비빔국수를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면은 끓이기도 쉬웠다. 끓는 물에 넣고 약 3분 정도 끓이면 된다.



카펠리니 면 색깔이나 굵기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잔치국수나 비빔국수의 소면을 그대로 닮았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자투리 보라색양배추와 쪽파를 활용했다. 마침 지난해 한국 사람이 선물로 준 고추장양념장이 맛을 더해주었다. 


그동안 혼자 해먹을 때에는 거의 대부분이 비빔밥 등과 같은 아주 단순한 일품요리였다. 소면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핑계로 좋아하는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는 아예 내 요리목록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아내가 요리에 사용한 카펠리니 면을 알게 된 덕분에 이제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이 요리 실력을 키워 언젠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대접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8. 05:05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지구촌을 극성스럽게 걱정하게 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3월이 다가옴과 더불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하길 그렇게 바랐지만 중국을 넘어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으로 지속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코로나바이러스 이름이 몇 년 전에 이미 만화책에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아스테릭스(Asterix) 만화다. 로마군과 싸우는 켈트족 전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스테릭스는 프랑스의 르네 고시니가 쓰고 알베르 우데르조가 그린 만화다. 

1959년 처음 발간된 후 꾸준히 이어서 나오고 있다. 고시니가 1977년 사망한 이후 다른 작가들이 계속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2019년 발간된 제 38권이 마지막이다. 


최근 세계 에스페란토 친구들 사이에 전해지고 소식에 따르면 2017년 발간된 제 37권(프랑스명 Astérix et la Transitalique; 영어명 Asterix and the Chariot Race)에 코로나바이러스(Cornavirus) 이름이 나온다. 

* Foto: Didier Izacard

가면을 쓴 로마 기사 이름이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다. 


모든 경기에 시작과 끝이 있듯이 하루속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어 평상의 세계가 봄꽃 피듯이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7. 16:00

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다면 재미난 놀이를 알게 된다. 오늘 그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자녀가 몇 명이고 이들의 성별이 어떻게 되는 지를 맞혀보는 것이다.

먼저 준비물은 약 30 cm 정도의 실을 꿴 바늘이 전부다.


알아맞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대상자는 왼손 바닥을 하늘을 향해 펼친다. 
2. 엄지와 검지는 서로 떨어지게 하고 검지를 비롯한 나머지 손가락은 서로 붙인다. 
3. 주관자는 실끝을 잡고 바늘을 대상자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내리고 올리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4. 손바닥에 닫지 않도록 하면서 바늘을 손바닥 위에 놓는다. 실끝은 잡고 있는 손가락은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


손바닥 위에서 바늘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나온다.  
1. 바늘이 직선으로 움직이면 자녀가 남자다. 
2. 바늘이 둥글게 움직이면 자녀가 여자다. 
3. 바늘이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더 이상 자녀가 없거나 태어나지 않는다.


이날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번 이 방법으로 맞히는 것을 영상에 담았다. 

1. 첫째도 딸 둘째도 딸 그리고셋째는 없다


2. 첫째도 아들 둘째도 아들 그리고 셋째는 없다


3. 첫째도 아들 둘째도 아들 셋째는 딸 그리고 없다  


위 동영상에서 보듯이 세 사람이 실제 자녀수와 완전히 일치해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두 번째 영상의 부부는 셋째로 딸을 낳고 싶어했다. 그런데 부인한테 해보니 자녀는 둘밖에 없었다. 남편이 "이걸 어떻게 믿어!"라면서 이 방법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그의 손바닥으로 해보니 셋째가 태어날 것이고 딸로 나왔다. 정말이지 몇 년 후에 이 부부는 셋째로 딸을 낳았다. 와!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나! 

기회에 있을 때 재미 삼아 이 방법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6. 14:37

"유럽 호텔 더블룸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글에 "왜 베개를 많이 제공할까요? 더블룸인 경우에도 두 개가 아니고 보통 네 개씩 놓여있던데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름철 발트 3국으로 여행온 한국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어온다.
"(우리가 묵은) 호텔 방에 왜 베개가 많나?" 

베개는 사람들의 아주 오래된 잠자리 필수품이다. 초기 이집트인들은 벌레가 코 등 얼굴의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돌 위에 머리를 얹고 잤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천이나 깃털로 베개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여름철 출장이 잦아서 호텔에 들어가면 보통 1인당 베개가 2개 놓여있다. 크기가 각각 다른 베개 4개가 있는 호텔도 있다. 유럽 호텔방 모습을 한번 보자.  

* 리가 그랜드포잇 호텔 Grand poet hotel

* 리가 풀만 호텔 Pullman hotel

* 빌얀디 파크 호텔 Park hotell


* 탈린 스위소텔 호텔 Swissotel hotel

* 리가 도무스 호텔 Domus hotel

하나로 충분할텐데 베개가 왜 두서너 개나 있을까? 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한다)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유럽 호텔방 베개 갯수가 낯설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베개 하나만 베고 나머지는 옆으로 치워놓을 것이다. 

호텔방은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용한다. 사람마다 습관도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높은 베개를 선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낮은 베개를 선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전혀 베개를 베지 않는다. 모두 다 숙면이나 건강을 위해서 각자의 선호가 있다. 베개 갯수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여러 가지 수면 습관을 배려한 것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다.   
  
보통 베개는 푹신하다. 베개가 여러 개 있는 것은 높게 해서 자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주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들 중 어깨가 넓은 사람들이 낮은 베개를 사용할 시 목을 잘 지지해 주지 못함으로써 경추에 부담을 준다. 유럽의 중장년층은 일반적으로 아시아인들보다 체격이 큼직하다. 또한 높은 베개는 위산역류(속쓰림) 증상을 줄어준다. 우리 집 식구와 주변 유럽 사람들은 거의 다 반듯이 누워 자지 않고 옆으로 누워서 잔다.  

베개 하나로 충분한 사람은 다른 베개를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무릎 사이에 다른 베개를 끼고 잘 수 있다. 이는 척추의 비틀림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눈가리개나 귀마개처럼 사용해 빛과 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할 때 여러 개의 베개는 등받이용으로도 좋다. 

유럽 호텔에 베개가 여러 개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각자가 편하게 이용해 숙면을 취하면 된다. 호텔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도 보통 베개 두 개를 배치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2. 05:04

유럽의 호텔방은 침대방이다. 보통 싱글룸, 더블룸, 트윈룸으로 나눠진다. 싱글룸은 침대가 하나이거나 2개로 혼자 사용하는 방이다. 더블룸은 2명이 킹이나 퀸 사이즈 침대 1개에 자는 방이다. 트윈룸은 각자 사용하는 침대가 2개 있는 방이다. 

유럽에서 출장을 다니다보면 호텔방에 들어가면 싱글룸인데도 더블침대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큰 이불 한 개 대신 이불 2개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때부터 혼자 이불을 덮고 자는 것에 익숙해진 유럽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경험상 이불이 하나인 더블룸 침대에서는 자다가 자주 깬다. 큰 이불에 혼자 자다보니 이불 무게에 짓눌려서 그런 듯하다. 1인용 이불이 더 편하다.


그래서 이불이 두 개인 더블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더블침대에 깔아놓은 이불과 베개를 걷어서 한 곳에 가지런히 놓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위에는 쪽지 하나를 써놓는다.


"이것은 전혀 손대지 않아 깨끗해요."


물론 내가 이렇게 해놓는다고 해서 호텔 객실 직원이 다음 손님을 위해 이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이불 천과 베개 천을 다시 세탁하도록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낭비다. 또한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도 호텔 객실 직원에게는 일이다. 그래서 유럽 호텔 더블룸에 들어가면 일단 내 마음이 불편해서 내가 사용하지 않을 이불과 베개를 걷어 놓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9. 04:19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유럽은 더욱 긴장과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동안 청정국가였던 리투아니아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북부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가족 한 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고 12명이 추가로 관찰되고 있다.

이번 겨울은 그 어느 겨울보다도 더 따뜻했고 나뭇가지들은 요즘 새싹을 틔워 봄을 준비하고 있다. 환희의 봄날을 곧 맞을 유럽은 이제 공포영화를 현실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만 해도 약국 등에서 마스크 50장이 든 상자를 20유로에 구할 수 있었지만 이번 주에는 40유로 두 배가 올랐지만 아예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한 페이스북 친구가 이런 현상을 풍자하는 아랫글을 올려서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 마스크 3장을)
팔거나
또는 웃돈을 받고 빌뉴스 구시가지에 있는 방 3개 아파트와 교환을 합니다.


참고로 유럽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의 구시가지에 있는 방 3개 아파트 가격은 보통 4-5억원 정도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사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국가적 또는 세계적 위난 속에서 모두의 공평한 분배 대신에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꾀하는 것은 사라져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8. 08:05

아직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청정국가인 유럽 리투아니아 언론도 이에 대해 많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바이러스 대처법에 충실히 하면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특히 쉥겐조약(국경통과간소화 조약) 회원국인 이탈리아에서 많은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사망자가 이어지자 이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막 확산되기 시작할 때 언젠가 여기도 올 수 있으니 마스크라도 미리 구입해놓자고 유럽인 아내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아내는 거의 무반응이었다. 왜 일까?

일반적으로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여기는 미세먼지란 단어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공기가 청정하다. 또한 마스크의 목적이 공기 중 병균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침으로부터 타인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니 아내의 무심한 반응이 쉽게 이해가 된다.

요즘 일주일에 네 번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다. 감기에 걸린 한 학생은 거침을 할 때마다 팔을 당겨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이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 코로나19 소식이 연일 보도되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지난 화요일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구해보려고 했으나 쇼핑몰마다 마스크가 이미 매진되어 버렸다. 거우 특수 마스크를 파는 곳에서 마스크 한 장에 10유로를 주고 여섯 장을 주문했다. 배송일이 2일에서 7일인데 금요일 현재 배송회사로부터 아직 연락이 없다.

27일 목요일 코로나19 청정지역이던 발트 3국에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 라트비아 리가에서 국제선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 버스역에서 내린 사람 중 한 명이 몸상태가 좋지 않아 구급차를 불렀다. 진단해보니 코로나19 확진자로 드러났다. 

[추후 추가 글: 28일 새벽 리투아니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24일 돌아온 리투아니아 샤울레이 시민이다. 중국, 북부 이탈리아, 홍콩, 이란,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서 온 사람 중 코로나19 증상을 느끼는 사람은 긴급구조전화 112 또는 +37061879984, +37061694562, +37062077547로 전화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웃 나라 벨라루스에도 28일 확진자가 나왔다. 이란에서 돌아온 유학생이다.]  
 
이번 주말에 대형 슈퍼마켓에서 가서 한동안 버틸 수 있는 식료품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에스토니아 확진자 보도를 접하자 곧장 슈퍼마켓으로 갔다. 보통 한산한 낮 시간인데 도로에는 차량이 많고 슈퍼마켓 주차장에는 평소와는 달리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한참 기다린 후에야 주차할 수 있었다.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붐볐다. 특히 스파게티 등 면류 판매대와 죽을 만들어 먹는 곡류 판매대에는 거의 물건이 남아 있지 않았다[위에 사진]. 우리 집 비상식량 중 으뜸은 쌀이다. 다행히 쌀 판대에는 쌀이 충분히 쌓여 있었다. 포르투갈 쌀 한 포대와 스페인 쌀 세 포대를 담았다. 그리고 견과류 중 이것저것을 담았다. 김치용 배추 구입도 잊지 않았다.


판매대 사이로 돌아다니는데 종업원끼리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사람들이 마치 전쟁에 대비하듯이 사 가네!"
딱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꼭 집어 표현한 듯하다. 


한편 24일 이탈리아에서는 충격적 사건이 베네토주(州) 카솔라(Cassola) 주유소에서 벌어졌다. 중국인 이탈리아 교민 장(Zhang)이 지폐 교환을 위해 주유소내 바(bar)로 들어가자 직원이 "당신은 들어올 수 없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야!"라고 하면서 그를 제지했다. 이때 옆에 있던 이탈리아인이 맥주병으로 장의 머리를 때렸다. 그는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었다.

조금 전 지인의 유럽인 친구 한 명이 인터넷에 아래 글을 올렸다. 
"가족과 함께 북부 이탈리아에서 스키 타고 온 학생은 이번주에 돌아왔는데 2주 동안 자가격리되어 있다. 교실에는 기침하거나 콧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다. 학부모들,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 모두 불안해 하고 있다. 나는 그저 교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 정도로 안심시킬 수밖에 없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슈퍼마켓에 갔다. 중국인 두 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내 옆에 서있다. 왜 하필 나야?!"   

이처럼 유럽 곳곳에서 동양인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과 증오가 심해지고 있다. 한 예로 그 동안 수많은 동양인들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유럽에 유익을 준 것을 한순간에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나라 어디 도시에서 시작되었는지간에 어느 특정 국민이나 지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시대정신과 인류애에 전혀 적합하지가 않다.

당분간 목도리로 턱과 코까지 가리고 모자로 귀까지 가리면서 대학교를 오가야겠다.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어 평소의 세상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바다 얼음 위에 펼쳐진 도로가 유럽에 있다. 바로 북위 57.3-59.5분과 동경 21.5-28.1에 위치해 있는 에스토니아다. 발트 3국 중 유일하게 에스토니아만 바다 섬이 있다. 발트해에 있는 섬은 1500여개로 에스토니아 전국토 면적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발트해는 염분이 적을 뿐만 아니라 수심(평균 수심 55 m)이 그렇게 깊지가 않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에 연안이 얼어버린다. 

현재까지 알려진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된 가장 긴 얼음 도로는 1323년 사레마(Saaremaa)에서 북부 독일 뤼베크(Lübeck)까지 연결된 도로다. 지금껏 얼음 도로에서 침몰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얼음 도로가 없을 때는 연락선(페리)이 다닌다. 아래는 몇 해 전에 직접 찍은 3월 초순 발트해 연안 모습이다. 얼음 도로가 가능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1월 하순에 얼음 도로가 개통되어 3월 하순까지 운영된다. 도로가 개통되려면 얼음 두께가 적어도 22 cm는 되어야 한다. 에스토니아 전역에 운영되는 얼음 도로는 날씨 상황에 따라서 6-7개가 된다. 


1. 무후-본토 Muhu-mainland: 7 km
2. 히우마-본토 Hiiuma-mainland: 25 km 
3. 보름시-본토 Vormsi-mainland: 12 km
4. 히우마-사레마 Hiiuma-Saaremaa: 15 km
5. 합살루-노아로치 Haapsalu-Noarootsi: 3 km
6. 키흐니-본토 Kihnu-mainland: 15 km
7. 락사르-피리스사르 Laaksaar-Piirissaar: 8 km    

* 사진: 에스토니아 김수환

이중 가장 긴 얼음 도로는 2번 도로다. 길이가 25 km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긴 얼음 도로이기도 한다. 본토 로후퀼라(Rohuküla)와 무후섬 헬테르마(Heltermaa)을 이어주고 있다. 아래 동영상은 바로 이 얼음 도로를 담은 것이다. 



얼음 도로 주행시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1.
차량 무게는 2.5톤 이하여야 한다. 앞뒤 차량과의 간격은 적어도 250 m여야 한다. 

* 사진: 에스토니아 김수환

2.
권장 시속은 시간당 25 km 혹은 40-70 km다. 25-40 km일 경우 자동차가 공명을 일으켜 얼음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3.
안전띠를 착용하면 안 된다. 그래야 유사시 차에서 빠르게 빠져 나올 수 있다. 차량문 잠금장치는 해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사시에 문을 쉽게 열 수 있다. 

4.
얼음 위에 달릴 때는 멈춰서는 안 된다.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일몰 후 운행은 안 된다.

 
얼음 도로 개통은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 있다. 더불어 겨울철 이맘 때 에스토니아 방문객들은 이 얼음 도로 주행으로 색다른 여행을 체험해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5. 07:24

일년에 네다섯 번 정도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유럽 리투아니아인 장모를 방문한다. 부활절, 성탄절, 여름 방학 그리고 가을이다.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40km 떨여져 있다. 차로 3시간 걸린다. 옛날에는 라면, 다시다, 미역, 김 등을 챙겨가서 음식을 직접 해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음식을 가져가지 않는다. 유럽인 장모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온다. 

유럽인 장모를 방문할 때 어떤 음식을 얻어 먹고 올까... 
먼저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감자 요리다. 오븐에 구은 감자와 붉은 사탕무(비트)다. 감자 위에 붙어 있는 검은 것은 캐리웨이(caraway) 열매다. 캐리웨이는 미나리과의 초본 식물이다. 호밀빵, 신양배추(자우어크라우트, sauerkraut,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 등을 만들 때 널리 사용하는 향신료다. 닭고기를 양념하는데에도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먹는다. 빻은 돼지고기 위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웠다. 노란색 치즈가 군침을 삼키게 한다.  


붉은 사탕무와 작두콩을 삶아서 만든 요리다. 


고기 먹을 때 빠지지 않는 오이피클이다. 장모가 직접 만들었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 이 오이피클 유리병이 늘 차 짐칸에 실려 있다.  


주섬주섬 주어 담은 이날 점심 접시다.


다음 번 식사의 주식은 푹 삶은 돼지고기였다. 신양배추와 함께 먹은 포슬포슬 분이 난 감자가 제일 맛있었다.


장모가 냉장고에서 예전에 우리가 준 고추장통을 꺼냈다.
"사위, 맛 좀 봐. 내가 직접 담근 김치야!"
"뭐라고요?! 장모님이 직접 김치를 담갔어요! 믿기 어려워..."
"맛 봐!"
"우와 먹을만해요."
"어떻게 알고 이렇게 김치까지?"
"딸이 전화로 가르쳐준 대로 해봤어."
"우리 장모 최고!"라고 하면서 엄지척했다.  


양념재료들이 많이 부족했지만 김치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이 장모표 김치를 고추장과 함께 쌀밥에 비벼 먹으면 참 맛있겠다.  


아래는 유럽인 아내가 직접 담근 김치다. 장모에게 갈 때마다 집에 김치가 있으면 이렇게 유리병에 담아서 선물로 가져간다. 


김치 빛깔부터 다르다... ㅎㅎㅎ


한국인 사위에게 한국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김치를 손수 담가서 맛을 보게 한 유럽인 장모의 정성이 김치의 부실과 맛을 평할 수 없게 만든다. 그냥 최고요!!!

* 몇 분이 댓글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 글에서 "장모"를 어떻게 표현할까 저도 고민했습니다. 호칭이나 지칭으로 사용할 때는 "장모님"이라고 해야 예의에 맞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아내의 어머니"라는 명사로서 "장모"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2. 24. 20:08

야외 소풍을 갈 때 거의 필수품처럼 챙겨 가는 것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다. 플라스틱 접시, 플라스틱 숟가락, 플라스틱 포크 등이다. 플라스틱은 편리함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환경오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쉽게 분해할 수 없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연분해 기간이 수백년이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생수통이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이다. 이에 반해 종이류는 1개월에서 6개월이다.   

버려지고 방치된 플라스틱은 대부분이 땅 속에 묻히지만 일부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이루어 떠다니고 있다. 어류 뱃속에 가득 들어 있는 플라스틱에 관한 소식은 환경오염에 큰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생물에 분해되는 대체재가 시급하다. 폴란드의 한 회사(Biotrem)가 플라스틱 대체품을 만들고 있어 화제다. 이 회사는 밀기울(wheat bran, 밀을 빻아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를 사용해 접시, 숟가락 등 식기를 만든다. 밀기울 식기 생산공정은 폴란드인 예지 비소쯔키(Jerzy Wysocki)가 2000년대 초에 발명했다. 

자연적이고 식용 가능한 밀기울로 만든 식기는 생분해가 된다. 생분해(biodegradation)는 박테리아 등 생물에 의해 화합물이 무기물로 분해되는 것을 말한다. 


밀 - 제분 - 기울 - 생산 공정 - 접시 - 생분해
이 밀기울 식기는 밀기울과 소량의 물과 같은 천연 원료를 가지고 고압과 고온으로 제작된다. 밀기울 1톤으로 최대 접시 1000개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식기는 30일 이내에 퇴비화를 통해 완전히 생분해된다. 


생분해되는 이 밀기울 식기는 환경에 부담이 되는 일회용 종이나 플라스틱 식기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2. 24. 05:15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건물에 써진 혹은 새겨진 로마 숫자를 흔히 만난다. 대체로 이는 건물이 완공된 혹은 개축된 연도를 나타낸다. 로마 숫자를 읽을 수 있다면 '아 저 건물이 언제 지어졌구나!'를 스스로 쉽게 알 수 있다.  

종종 아래 건물에서 보듯이 아라비아 숫자로 되어 있는 건물도 있다. 보자마자 완공이나 개축 연도를 알 수 있다.  


로마 숫자 1에서 10까지(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는 많이들 알고 있다. 이외도 기본 기호 7개만 알면 비교적 쉽다. 로마 숫자는 바로 이 7개의 기호로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I

V

X

L

C

D

M

1

5

10

50 

100 

500 

1000 


1. 같은 숫자는 더해 준다
II = 1+1 = 2; XX = 10+10 = 20; MM = 1000+1000 = 2000

2. 큰 숫자 다음에 작은 숫자가 있으면 더해 준다
VI = 5+1 = 6; XXI = 10+10+1 = 21; LXVII = 50+10+7 = 67

3. 큰 숫자 앞에 작은 숫자가 있으면 빼준다
IV = 5-1 =4; IX = 10-1 = 9; XL = 50-10 = 40; XC = 100-10 = 90; CD = 500-100 = 400; CM = 1000-100 = 900

4. V, L, D는 중복으로 쓸 수 업지만 X, C, M는 중복으로 쓸 수 있다
VV가 아니라 X이고, LL가 아니고 C이고, DD가 아니고 M이다.

5. 같은 숫자를 네 번 이상 쓸 수 없다
IIII로 쓰지 않고 IV로 쓰고, XXXX로 쓰지 않고 XL로 쓴다. 


이제 아래 건물의 완공 연도를 알아보자


MDCCCXLIV = 1000+500+100+100+100+40(50-10)+4(5-1) = 1844년 완공 
MCMXXIV = 1000+900(1000-100)+10+10+4(5-1) = 1924년 개축

아래 건물의 완공 연도는 좀 더 쉽게 알 수 있겠다.


MDCCLX = 1000+500+100+100+50+10 = 1760년 완공

만약 유럽의 중세 도시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미리 로마 숫자를 익혀 가는 것도 좋겠다. 구시가지의 건물에 새겨진 로마 숫자를 해독해 보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3. 04:19

우리 집엔 세 식구가 살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각자가 스스로 식사를 해서 먹는다. 무엇을 해먹을까 생각하면서 찬장 속 식품통을 뒤져 본다. 

그런데 알지 못하는 글자도 섞여 있는 과자봉지가 눈에 뛴다. 오른쪽 상단에 "맛있다"가 보인다. 내가 산 적이 없는데 누가 이걸 샀을까... 
  

"맛있다"를 로마자로 표기한 듯한 "Masita"가 보인다. "맛있다"가 없다면 "Masita"를 "마시타 혹은 마시따"로 읽어 한글을 쉽게 떠올릴 수 없겠다. 내가 알고 있는 "맛있다"의 로마자 표기는 "masitda" 또는 "masitta"다. 한글 서체도 좀 세련되지 않아 보인다. 영어로 한국산 해조류(Korean seaweed)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적어도 한국하고 관련이 있는 듯하다.  

궁금증이 일어났다. 뒷봉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태국-한국 회사가 한국산 해조류로 태국에서 제조해 유럽으로 수출한 제품이다. 자세한 식품 내용물은 핀란드어, 스웨덴어, 에스토니아어, 라트비아어 그리고 리투아니아어로 설명되어 있다. 
 

거실에 있는 유럽인 아내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내가 이걸 안 샀는데 누가 샀지?"
"내가 슈퍼마겟에서 샀지."
"어떤 것이지 알고 이걸 샀나?"
"한국어 단어가 눈에 들어와서 샀지."
"뭐지 알아?"
"알지. 한국에서 먹어본 맥주 안주잖아."
"우와, 이제 여기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바삭바삭 구운 해조류 안주를 살 수 있다니 놀랍다!!!"


내친 김에 아내와 함께 맥주 한 잔을 마셔본다. 
 

태국에서 제조된 한국산 안주로 리투아니아산 맥주를 마시니 둘 다 평소보다 맛이 더 좋은 듯했다. 이날 집에 있는 캔맥주도 한 개뿐이고 안주도 한 봉지뿐이었다. 아내도 아쉬워하고 나도 아쉬워 했다. 그렇다고 가게에 갈 수도 없었다. 리투아니아는 오후 8시부터는 상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한 봉지만 사지 말고 여러 봉지를 사오지 않고서 말이야."
"내가 이렇게 바삭바삭하고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안주인 줄을 어떻게 알 수 없잖아."
"다음에 슈퍼마겟에 가면 여러 봉지를 사오자. 유럽 현지인 손님들한테도 한번 맛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2. 18. 18:13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다. 한 번 가보면 또 가고 싶은 곳이 프라하이기도 하다. 유럽에 30년 살면서 여러 번 프라하를 다녀왔다. 프라하에 갈 때마다 들러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카를교다. 
카를교는 프라하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는 블타바(Vltava) 강에 세워져 서쪽 언덕 위 성과 동쪽 평지 위 구시가지를 서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기존 유디타(Judita) 다리가 1342년 봄 얼음홍수로 파괴되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보헤미아의 왕 카를 4세가 새 다리를 짓도록 명했다. 가장 좋은 착공일에 대해 점성가들에게 의견을 물어 얻은 숫자가 135797531다. 이에 1357년 7월 9일 5시 31분 그가 직접 기초석을 놓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1402년 완공되어 1841년까지 프라하의 유일한 다리였다. 석재가 사암, 길이가 516미터, 폭이 9.5미터인 카를교는 16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18세기 만들어진 바르코 양식 조각상 30개가 다리를 장식하고 있다. 
6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 다리 앞에서 강 건너편 프라하 성을 바라보면서 즐기는 여행의 묘미는 글로 표현하기가 힘든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잠시 고개를 들어 거대한 성을 쳐다본다.   

언덕 위 웅장한 프라하 성은 길이가 570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긴 성으로 알려져 있다. 프라하와 체코의 상징물로 역대 통치자들이 기거한 곳이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으로 870년에 짓기 시작해 1929년에 완공되었다. 고딕 건축의 걸작품으로 꼽히는 비투스 대성당이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이 카를교가 어떻게 건설되었는지를 쉽게 [관련글]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을 최근 접하게 되어 아래 소개한다. 카를 4세 탄생 700주년을 맞아 3D 그래픽으로 제작된 것이다. 카를교 산책 중 이 영상을 보면 14세기 다리의 기둥과 아치 구조물 건설방법을 보다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11. 06:59

유럽에는 영하의 날씨인데도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부모들을 도심이나 공원에서 자주 만난다. 소련 시대를 추억케 하는 사진 한 장이 관심을 끈다. 유아원 정원에 간이침대을 놓고 낮잠을 재우는 모습이다. 1958년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신선한 공기가 충만한 밖에서 아기들은 잘 자고 이는 아기의 면역성을 강화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현재 고3 딸의 아기 시절이 떠오른다. 11월에 태어났다. 태어난 지 3주째부터 매일 낮에 아파트 발코니나 공원에서 잠을 재웠다.  


체온을 보호하기 따뜻한 옷을 입히고 아기 침낭 속에 재웠다. 얼굴만 밖으로 노출시켰다. 


공원으로 아기와 함께 산책하는 날 가끔 집에 남을 듯한 빵을 가져가 새들을 위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아기를 재우는 것이 한동안 중요한 일과였다.  


영하의 날씨라 걱정 되기도 했지만 딸아이는 새록새록 참 잘 잤다. 아기시절 그 흔한 감기도 한번 걸리지 않았다. 옷을 따뜻하게 입히고 규치적으로 야외에서 아기를 재워보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8. 23:21

유럽에서 30년 사는 동안 이렇게 따뜻하고 눈이 없는 겨울은 올해가 처음으로 기억된다. 지난 1월 리투아니아 평균 온도는 2.8도였다. 이는 평년보다 6도나 높은 온도이자 기온을 최초로 측정한 1778년 이후 가장 따뜻한 온도다. 역대 1월 평균 온도가 가장 낮은 해는 1987년으로 당시 영하 15.1도였다. 지난 1월 눈이 쌓인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최근 발트 3국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뉴스 집 근처에 있는 빙기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평년 같으면 눈으로 뒤덮혀 있어야 할 숲이다. 


하지만 눈 대신 여기저기 이끼들이 시선을 끈다. 초록색 천을 두르고 있는 듯하다. 


살아있는 나무 밑둥에도 이끼가 자라고 있다.   


썩어가고 있는 그루터기에도 이끼가 자라고 있다. 이끼로 푹신하게 한 그루터기가 마치 앉으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뽑힌 나무 뿌리도 이끼 옷을 입고 있다.  


하트 모양을 일부러 남겨놓았을 것이라 착각도 해본다. 


한겨울에 이렇게 초록빛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이끼가 어여쁘게 보이기는 처음이다. 봄날의 신선한 생명빛이 곧 오고 있음을 미리 알려는 전령사가 따로 없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4. 21:30

아내가 얼마 전 친정을 다녀온 후부터 부엌 라디에이터 밑에 마늘이 담긴 비닐봉투가 놓여 있다. 장모님께서 텃밭에서 재배하신 마늘을 건조시키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변국 사람들에 비해 마늘 소비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예를 들면 연 1인당 마늘 소비량은 독일 300그램, 폴란드 200그램, 라트비아 300그램, 에스토니아 400그램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들보다 월등히 많은 1.3킬로그램이다[출처]. 참고로 한국은 7킬로그램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여러 음식을 만들 때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맥주 안주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 것이 바로 마늘 튀김빵이다. 빵을 기름에 살짝 튀겨서 생마늘을 그 위에 바른다. 혹은 치즈와 마늘을 위에 얹어서 빵을 튀긴다.
 

우리 집 찬장에는 상비약처럼 마늘주가 있다. 장모님이 마늘을 수확한 후 늘 만드는 술이다. 방법은 간단한다. 생마늘을 병에 넣고 보드카를 부으면 끝이다. 아내가 감기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때 한 잔씩 마신다.   


마늘의 효능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마늘은 최고의 천연 면역력 강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비타민 B, 알리신, 셀레늄, 마크네숨, 칼슘 등이 들어 있어 세균을 격퇴하고 심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 

새해 들어서 가급적 하루에 마늘 한 통(6-7쪽) 그리고 양파 한 개를 먹고 있다. 부엌 라디에디터 밑에서 건조시키는 마늘을 어떻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이번 주말에 들었다. 매번 매운 냄새를 맡으면서 마늘 한 통씩 까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서 한꺼번에 어떻게 해볼까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딱 나왔다. 



따라해보기로 한다. 비닐봉투 안에 들어있는 마늘을 우선 한 쪽씩 쪼갠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담은 큰 대야에 두 시간 담겨 놓는다. 


나보다 늦게 잠에서 깨어난 유럽인 아내가 큰 대야에 가득 감긴 마늘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거실에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바가지 긁듯이 물었다.


"저 많은 마늘을 어떻게 하려고!?"
(순간 아내는 내가 한번에 모든 마늘을 요리해서 먹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마늘을 쉽게 까서 오래 보관하려고 하는 거야."
"당신이 어떻게 알아?"
"요리를 못하지만 내가 그래도 마늘 민족 출신이잖아!"
"그 동안 한 번도 이렇게 하지 않았잖아."
"어떻게 하는지를 유튜브로 벌써 다 알아놓았다."

두 시간이 지난 후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껍질이 너무 쉽게 벗겨졌다. 마늘 한 쟁반 까는 데 50분이 걸렸다. 손 조금 부어오르기도 했다. 


종이수건을 쟁반에 깔고 깐 마늘을 말린다. 
마른 마늘을 종이수건을 깐 통에 층을 이루면서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제는 먹을 때마다 마늘을 까지 않고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인 아내가 마늘냄새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 퍽 다행스럽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3. 05:17

유럽에서 30년 사는 동안 이번 겨울처럼 따뜻한 겨울은 없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낮은 온도는 1956년 2월 1일 우태나(Utena)에서 기록된 영하 42.9도다. 가장 낮은 월평균 온도는 1987년 1월 영하 16.4도다. 2020년 2월 2일 빌뉴스 낮 온도는 영상 8도다. 

보통 리투아니아는 1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눈이 쌓여 있다. 남서부 지방은 연중 약 65일정도, 동부 지방은 연중 약 100일 이상 눈으로 덮혀 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지금껏 제대로 내린 눈이 한 번도 없었다. 거의 대부분 낮 온도는 영상이고 자주 봄비 같은 비가 내렸다.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에 비친 앙상한 나무가 이번 겨울의 날씨를 말해주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그야말로 실제다.


겨울철에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도심 인근에 있는 묘지를 흔히 방문한다. 생화가 가득한 여름철 묘지는 꽃공원을 연상시킨다. 겨울철에는 조화가 생화를 대신하고 있다.   


시들어버린 생화 둘레에 깔린 하얀색 돌이 마치 꽃잎처럼 보인다.    


생화는 모두 다 시들어버렸는데 유독 생기 가득하게 피어있는 꽃이 있다. 바로 히스꽃이다. 히스(heath)는 진달랫과 에리가속에 속하는 소관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곳에 자라는 히스꽃은 주로 칼루나 불가리스(calluna vulgaris)다.    


분홍색, 하얀색, 노란색 등 여러 색깔의 꽃을 피운다. 소코트랜드 사람들은 하얀색 히스꽃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양지 바른 곳이나 약간 그늘진 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곳에서는 건조한 소나무나 자작나무 숲, 습지 등에서 많이 자란다.   


특히 어두운 색과 쓴 맛을 가지고 있는 히스꿀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 신장, 방광 및 전립선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근래부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묘에 이 히스꽃을 많이 심고 있다. 특히 눈이 없는 겨울철에 싱싱하게 꽃을 피워 묘를 지키고 있는 히스꽃이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20. 1. 10. 14:22

유럽에서 장기나 복수 여행을 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체류일수다. 유럽 여행에서 꼭 알아둬야 할 국제조약이 쉥겐조약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쉥겐조약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쉥겐조약은 무엇인가?
쉥겐조약(Schengen agreement, 솅겐협정)은 유럽 각국이 국가간 이동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즉 국경을 철폐해서 육상, 해상, 항공 이동시 입국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인적 및 물적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현재 가입한 국가는 26개국(회원국 명단)이다.
 

쉥겐 조약국가 많지 않았을 때는 무비자로 유럽 여러 나라에 장기 체류하는 것이 아주 쉬웠다. 양자 무비자 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무비자 체류일수가 끝날 무렵 인근 나라로 잠시 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새로운 무비자 체류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국경을 통과할 때 출입국 도장을 꼭 받아 놓아야 했다.  

하지면 쉥겐조약 회원국수가 늘어나면서 이것이 어렵게 되었다. 쉥겐조약 가입국 전체 지역에서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입국일부터 시작해 180일 동안 합쳐서 90일까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쉥겐조약을 우선시하는 국가도 있고 국가와 국가간 서로 맺은 양자사증면제협정을 우선시하는 국가도 있다. 

쉥겐조약 회원국 최초입국지가 입국 도장을 찍어주고 최후출국지가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국경이 철폐되었기 때문에 쉥겐조약 회원국들 안에서 이동할 때는 도장을 안 찍어준다. 국경 지점이나 근처에서 개인 신분 확인차 여권을 검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아래 영상은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국경을 통과하는 장면이다. 출입국 심사나 검사가 전혀 없다. 그냥 같은 국가 내에 있는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유럽을 무비자로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출입국시 웬지 불안하다. 혹시 지난 180일 동안 최대 90일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위반해 예기치 않게 심문, 벌금, 추방, 입국금지 등을 당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쉥겐조약 지역 무비자 체류가능 일수을 계산해주는 사이트가 있어 소개한다. 최종 출국일 기준으로 180일 이내에 90일 체류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지난 180일 동안 쉥겐조약 가입국에서 체류한 날짜를 기입하면 앞으로 체류할 수 있는 날수가 나온다.


입국날짜 (Date of entry) 
출국날짜 (Date of exit)
체류일수 (Days of stay)
지난 180일 이내 체류일수  
체류 최종일  

2019년 11월 05일 입국
2020년 01월 09일 출국

계산(calculate) 단추를 누른다
2020년 2월 2일까지 앞으로 36일을 더 체류할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 7. 08:05

크리스마스 전후로 유럽 리투아니아 학교는 2주간 방학이다. 이 방학을 맞아 고3 요가일래는 교과서들을 정리했다. 더 이상 필요없는 고1 교과서를 버리기가 아까워 우편 송료만 받고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자 나눔장터에 안매문을 올렸다. 금방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우리 집 근처에 있던 우체국이 조금 멀리 떨어진 대형 슈퍼마켓으로 이전을 했다. 산책 겸 딸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우리 부부가 우체국을 향했다. 혹시 분실이 될까봐 등기우편으로 교과서를 보냈다.  

기왕 간 김에 눈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로 했다. 우리 식구들이 먹는 과일은 주로 내가 고른다. 과일 판매대로 가니 낯익은 포장물건이 눈에 확 뛴다. 바로 "세계의 맛"(Pasaulio skoniai)으로 안내된 상품이다.  


수북이 쌓여있는 상품은 다름 아닌 바로 김이다.


바다 건강스낵 바다나물 간식(seaweed snack)... 


"Product of Korea"(한국산)이 무척 반갑다.



가격은 얼마일까?
4그램짜리 세 상자에 1.53유로(약 2000원)다.
한국에서는 얼마할지 궁금하다.


김과 나란히 판매되는 상품은 유럽 사람들이 맥주 안주로 즐겨 먹는 옥수수칩(옥수수를 튀긴 조각)이다. 이것은 475그램에 4.15유로(약 5400원)다. 


1킬로그램당 가격을 비교하면 
한국산 김은 127.50유로(약 16만 5천원), 
옥수수칩은 8.74유로(약 1만 2천원)이다. 
김이 14배나 더 비싸다.  


한국에서는 김을 주로 밥반찬이나 김밥으로 널리 먹지만 이곳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해초 전채(jūržolės užkandis, 유르졸레스 우즈칸디스)로 소개되고 있다. 우즈칸디스는 주된 식사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해 나오는 요리나 맥주를 마실 때 먹는 안주를 말한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본 수북이 쌓인 김을 보면서 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이곳 친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부피가 큰 김을 더 이상 사올 필요가 없겠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곳 유럽 사람들도 옥수수칩 대신에 건강식품 김을 안주 삼아 맥주을 마시는 일이 흔할 수도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9. 12. 31. 07:16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발트 3국을 여행하는 관광객 단체들을 도심에서 심심치 않게 만난다. 어제 저녁 뉴스에 빌뉴스 대성당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는 대만 단체 관광객들의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리투아니아 관광명소 중 하나가 샤울레이 근처에 있는 십자가 언덕이다.


 이곳에는 수세기 동안 십자가 수십만 개가 빽빽히 세워져 있다. 십자가의 재료, 모양 그리고 크기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종교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소련은 여러 차례 불도저로 이곳의 십자가를 쓸어버렸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십자가를 세워 왔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세계와 인류를 위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회와 단체를 위해, 가정과 개인을 위해 혹은 구입한 혹은 직접 만든 혹은 주문 제작한 십자가를 기도와 염원과 함께 세운다. 


이곳을 찾은 홍콩 사람들이 홍콩의 자유를 염원하면서 세운 십자가들도 쉽게 눈에 띄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곳을 찾은 중국 사람들이 홍콩 사람들이 세운 십자가를 뽑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던져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소식이 이번 주말 트위터 등으로 알려져 리투아니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탄받고 있다.      



"우리가 뭐하러는지를 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보여줘."
"누가 이거 썼어?"
"홍콩 사람들."
"광복홍콩 시대혁명."
"썩 던져버려!"
"어디로 던지지?"
"좋았어!"
"우리 중국은 위대한 나라!"


현재 리투아니아 관할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자기와는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이미 세워진 타인의 기물을 함부로 파손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겠다. 특히 종교적이고 민족적인 성지로 여겨지는 리투아니아 십자가 언덕에서 히히닥거리면서 만행을 저지르는 태도는 어느 나라 사람을 막론하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12월 초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다녀왔다. 라트비아는 발트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중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 영화 "베를린"(2013년 류승완 감독)과 "영웅"(2020년 개봉 예정, 윤제균 감독)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흔히 러시아 민요로 알려져 있는 "백만 송이 장미"의 원곡(마리냐가 소녀에게 삶을 주었다 Dāvāja Māriņa meitenei mūžiņu)이 바로 라트비아 가요(작곡 Raimonds Pauls 라이몬드스 파울스)다. 발트 3국 중 유일하게 양국이 대사관 공관을 둘 정도로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1201년 세워진 리가(Riga)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겨울철이라 낮이 짧아서 첫날은 야경을 즐겨본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자유상과 운하 다리를 지나면 왼쪽에 공원이 있다. 여름철 이 시각에는 푸른 잔디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을 이 공원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을 장식한 나무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구시가지 중심 거리(Kaļķu iela)를 쭉 걸어가면 시청광장(Rātslaukums)이 나온다. 발트 3국 수도의 시청 중 유일하게 옛날 시청사가 현재의 시청사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도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리가의 상징 건물 중 하나인 "검은머리 전당"(흑두당, 보는 쪽에서 오른쪽 건물)이다. 


"검은머리"는 14세기 중엽부터 1940년까지 오늘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에서 상업활동을 활발히 펼친 길드(상인조합)의 이름이다. 이 건물이 바로 이 조합의 회관이다. 현관문 좌우에는 이 길드의 수호성인인 모리셔스와 성모 마리아가 모셔져 있다. 


검은머리 전당 앞 광장에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 기념비 하나가 세워져 있다.


검은머리 길드에 의해 1510년 여기에 첫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라트비아는 이곳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탄생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에스토니아는 1441년이라고 주장한다[관련글은 여기에서].



이제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기에 위해 발길을 돔성당 쪽으로 돌린다. 이번 크리스마스 마켓은 리가 돔성당(루터교 대성당) 광장에서 12월 1일부터 1월 8일까지 열린다. 전구와 생나뭇가지로 만든 마켓 입구 장식물이 돋보인다. 


살짝 내린 눈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 고조시켜 준다.


탈린과 마찬가지로 리가도 전나무 한 그루를 통채로 잘라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주중이고 이른 저녁 시간이라 아직 마켓은 한산하다.


날씨가 추운 곳이라 온포도주를 파는 곳이 여기저기에 있다. 온포도주(독일어 glühwein 글뤼바인, 프랑스어 vin chaud 뱅 쇼, 영어 mulled wine 멀드 와인)는 적포도주에 향신료를 넣어 따뜻하게 데운 술이다. 추위를 이기기에 딱 좋다. 가격은 0.2리터에 3유로다.


이날 구경한 리가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영상에 담아본다.


다음날 일출 후(9시)에 크리스마스 마켓의 아침 풍경을 구경한다. 겨울철 날씨답지 않게 일출부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밤사이 내린 눈이 대성당 지붕과 광장 바닥을 하얗게 덮고 있다. 


부지런한 상인들이 남들보다 일찍 판매대를 열고 있다.  


이 일대 어느 나라든 크리스마스 마켓의 판매품들 대부분은 방한제품이다. 양털로 만든 모자, 장갑, 목도리, 실내화 등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 장식물로는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라트비아 리가의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와 교회나 성당 첨탑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아니라 흔히 수탉이 장식되어 있다. 


왜 꼭대기에 수탉일까?
고대 로마 시대 사원 지붕은 바다의 신(넵투누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삼지창 형태의 풍향계가 장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가 공인된 후 삼지창 풍향계는 수탉 풍향계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수탉이 상징하는 바는 여러 가지다. 먼저 수탉은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초대 로마 교황 베드로를 떠올리게 한다. 자기를 부인하지만 나중에 용서를 구하는 사람을 예수는 기꺼이 환영하고 용서해 준다. 로마 교황 니콜라오 1세(재위 858-867)는 모든 성당의 첨탑이나 반구형 지붕에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베드로의 배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수탉 조형물을 설치할 것을 명하는 칙령을 내렸다.      

수탉은 새벽 일찍 일어나 운다. 즉 수탉은 예수가 어둠을 쫓아내는 빛임을 상기시켜 준다. 이곳 사람들은 옛부터 수탉은 자지 않고 악으로부터 지켜 주는 수호자고 아침 울음으로 모든 나쁜 것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어 왔다. 리가 종교 건물 첨탑에 있는 거의 대부분 수탉은 풍향계 역할도 하고 있다.    


산타가 타고 다니는 수레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온포도주를 파는 매점이다. 루돌프 사슴(순록)은 나무판자로 만들어졌다.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이 산타 복장을 했더라면 더 운치로웠을 텐데 말이다.   


리가 돔광장뿐만 아니라 크론발다 공원(Kronvalda parks 구글 위치 정보) 등에서도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행사 등을 즐길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12. 18. 04:01

일전에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를 다녀왔다. 이틀에 걸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카우나스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빌뉴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동 거리는 100킬로미터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려고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채 출발했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따로 없다. 간혹 주유소나 식당이 도로변에 있을 뿐이다. 하나를 놓치면 수십킬로미터는 족히 더 가야 다음이 나온다.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 첫 번째 식당은 그냥 지나쳤고 다음은 속도를 제 때 늦추지 못 해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중간쯤 지나자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빌뉴스 집에서 밥해먹자는 아내의 제안을 뿌리치고 들어간다.  


숯불요리를 하는 식당이다. 식당명은 Grilio kepsniai - Šaltinėlis(옹달샘)다.


실내는 평범하고 깔끔하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장식되어 있다.


뒷마당은 바로 숲과 연결되어 있다. 여름철엔 식사 후 산책하기에 좋겠다.  


음식메뉴판이다. 음식값은 티본 스테이크(안심과 등심 사이에 T자 모양의 뼈 부위를 이용하여 구운 소고기 요리)를 제외하고는 5유로에서 10유로 사이다. 도심에 있는 식당의 음식값은 여기보다 1.5-2배 정도 더 비싸다.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를 주문한다. 메뉴에 고기량이 적혀 있지 않다.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다. 얼마 후 종업원이 가져와서 놓는 돼지갈비 크기에 깜짝 놀란다. 


"이걸 (내가) 다 먹으라고? 여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걸 다 먹어?"
"다 먹어."
"와 믿을 수가 없어."


아무리 여기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정말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아침 식사를 건너 뛴 점심 식사다. 한번 시작해본다.


참 맛있다. 하지만 벌써 위가 그만 넣어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내가 두 조각을 도와주고 남은 것이다. 싸서 집으로 가져간다. 이날 저녁 아내와 딸이 이것을 반반으로 나눠 넉넉하게 저녁 식사까지 마칠 정도의 양이다.     


아내는 유럽 사람들이 아침 식사용으로 자주 먹는 부침개를 주문한다. 
이 또한 양도 많고 맛도 좋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가서 먹고 싶은 식당이다. 
위치를 알 수 있는 구글 지도를 올려본다. 

Posted by 초유스

일전에 잿빛 하늘에 돋보이는 다래롭고 화령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소개했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시청광장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또 다시 카우나스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협회가 주최한 "자멘호포(에스페란토 창안자) 생일 축제"가 14일과 15일 카우나스에서 열렸다. 14일 행사를 마치고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함께 야간에 시청광장을 들렀다. 


지난번 일몰 전 오후에 본 크리스마스 트리와는 또 다른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광장 주심에는 시청사가 있다. 1542년 고딕 양식으로 짓기 시작해 18세기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일명 백조의 건물로 불리어지는 이 건물은 현재 결혼, 외빈환영, 협정조인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평소 가장 돋보이는 건물이다.     


이 시청광장에 매년 크리스마스 축제를 맞아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롭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각양각색의 저 열기구 풍선을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두둥실 하늘 위로 날아가고 싶어진다. 


비반눈반이 내린다.


이내 광장 곳곳에는 고이거나 녹은 물로 인해 수채화가 그려진다.


시청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칼레도스(Kalėdos)라 부른다.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동지(일년 중 제일 긴 밤) 축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지에 어둠의 감옥에서 태양이 돌아와 서서히 날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Kaune는 "카우나스(Kaunas)에"라는 뜻이다. 사진 촬영용 액자도 마련되어 있다.


이날 야간에 본 크리스마스 트리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북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살고 있다. 리투아니아 도시들은 도심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나 겨울철 거리 조명물을 설치하는 데 많은 정성을 쏟는다.

빌뉴스대학교에 강의를 하러 가는 날 지나가는 곳 중 하나가 대통령궁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해 건물 외벽이 조명전구로 장식되어 있다. 대통령궁 앞 광장에는 "linkėjimai" 글자가 밝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축일에 남에게 보내는) 소원, 축원, 염원, 기원 등을 뜻한다. "누구든지 원하는 바 다 이루소서!!!"라고 나도 마음 속으로 기원해 본다.  


강의 후 발길을 빌뉴스 대성당 광장 쪽으로 돌린다. 11월 30일 점등식을 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아기 예수 탄생 조형물 사이로 대성당 종탑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넓은 광장에서 환하게 은색과 파란색 빛을 발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제작자 도미니카스 콘쩨비츄스)는 참으로 거대하다. 탈린 크리스마스 트리리가 크리스마스 트리는 자라고 있는 나무 한 그루를 통채로 베어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빌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데에는 살아 있는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았다. 27미터 높이의 철구조물에 6000개의 나뭇가지와 7킬로미터 이상의 전구줄, 10만개의 전구로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직경은 50미터에 이르고 제작에는 장장 8개월이 걸렸다. 

올해 빌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는 서양장기 체스의 퀸(여왕) 형상을 띠고 있다. 퀸 주변에는 체스의 기물인 폰(장기의 병), 나이트(장기의 마), 비숍(장기의 상), 룩(성채의 탑 모야, 장기의 차)이 이 자리하고 있다. 빌뉴스 대성당 옆 통치자 궁전에서 발굴된 오래된 화려한 목조 체스 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에는 폰(장기의 병)이 마치 보초를 서있는 듯하다.


몸체는 체스보드를 연상시키는 네모가 반짝거린다. 퀸 주위는 나이트(장기의 마), 비숍(장기의 상), 룩(성채의 탑 모야, 장기의 차)이 퀸을 둘러싸고 지키고 있다.    



깜깜한 밤하늘에서 마치 눈송이가 내려오는 듯하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빙 둘러 다양한 마켓 판매대가 자리잡고 있다. 빌뉴스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30일에서 1월 7일까지 열린다.


이 마켓에서 생강빵, 꿀케이크, 차, 수제치즈, 크리스마스 과자, 온포도주, 각종 크리스마스 선물용품 등을 살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 퀸의 겉치마 아래에서 온포도주(적포도주에 여러 향신료를 넣어 따뜻하게 데운 술) 등을 마시면서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이렇게 즐거운 크리스마스 명절을 맞이하거나 보낼 수 있다.   


올해 빌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는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영국방송공사 BBC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 중 하나라고 평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기반을 두고 유럽의 문화와 관광을 증진시키기 위해 개발된 유럽 기구 "유럽 최고 행선지"(European Best Destinations)는 빌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를 "올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로 선정했다.


빌뉴스 크리스마스 마켓을 영상으로도 담아본다.
 
Posted by 초유스

라트비아 투라이다성(Turaidas pils, Turaida castle)을 12월 초순 다녀왔다. 대부분 숲으로 되어 있는 가우야(Gauja) 국립공원 내에 있다. 투라이다성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주로 찾는 라트비아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투라이다(Turaida)는 고대부터 이곳에 살고 있던 리브족 언어 혹은 리보니아어로 "토르(Thor)의 정원"을 뜻한다. 토르는 망치를 든 신으로 북유럽 게르만 민족들이 가장 숭배하는 신이었다. 토르는 천둥과 번개의 신이기도 하다. 또한 폭풍, 참나무, 수확, 보호, 전투, 힘 등과도 관련이 깊다.

이 일대는 라트비아의 스위스라고 불릴 정도로 숲과 초지 그리고 강과 산이 잘 어우러져 있다. 여기를 방문하면 고대 원시인들이 왜 여기를 "신의 정원"이라고 불렀는지 누구라도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먼저 산 아래에 볼거리가 하나 있다. 발트 3국에서 가장 깊고 넓고 높은 동굴이다. 이 동굴 이름은 구트마니스(Gūtmaņa ala, Gūtmaņis' cave)다. 구트마니스는 선남자(착은 남자)를 뜻한다. 아래는 구트마니스 동굴에 가기 위한 입구이자 주차장이다. 여름철에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가득 차 있다. 주차료는 있지만 동굴 입장료는 없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연못을 이루고 밤사이 내린 눈이 백설 천지를 만들어 놓았다.


산 밑에 동굴이 보인다. 발트 3국에서 제일 크다는 동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약 1만년 전 사암층에 형성된 이 동굴은 깊이가 18.8미터, 넓이가 12미터, 높이가 10미터다. 이런 규모의 동굴이 발트 3국에서 제일 크다니... 바로 "호랑이 없는 산에 토끼가 왕 노릇한다"는 속담이 딱 맞는 곳이 바로 여기다.     


이 동굴은 "투라이다 장미"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여기에서 1620년 "투라이다의 장미"라는 별명을 얻은 아리따운 19살 약혼녀 마이야(Maija)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이 동굴의 명물은 사암에 새겨진 글씨다.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68년과 1677년에 새겨졌다("GEORG CONRAD Von VNGER STERNBERG 1668"과 "ANNA MAGDALENA Von TIESENHAVSEN ANNO 1677"). 내가 이날 찾은 가장 오래된 것은 1822년이다. 200여년 전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 기념으로 표시해 놓았다.  


동굴에서 나오는 샘물이 연못으로 졸졸 흐르고 있다. 옹달샘의 맑은 물줄기가 따로 없다. 회색빛 토끼가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듯하다.



여름철 저 간이매점에서 열정적으로 크랜베리와 아몬드 과자를 파는 라트비아 사람이 떠오른다. 지금은 비수기라 텅 비어 있다. 


올겨울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처음 본다. 날씨가 포근해서 언제 눈이 올까 몹시 기다렸는데 이렇게 라트비아 투라이다에서 보게 되다니...   


이제 발길을 투라이다성으로 돌린다. 


아래는 10월 가을에 찍은 모습이다.



투라이다성은 알베르트(Albert) 리가 대주교가 1214년 기존 부족장의 목조성을 철거하고 붉은 벽돌로 짓기 시작했다. 이후 증축을 거듭하다가 1776년 대화재로 대부분 소실된 후 방치되었다. 1970년에 와서야 일부가 복원되어 현재 박물관(입장료 6유로)으로 운영되고 있다. 배의 돛대처럼 우뚝 솟은 주탑으로 올라가본다. 


아래는 8월 여름에 찍은 모습이다.


주탑은 5층이고 밑에서 첨탑까지 높이가 38.25미터다. 외벽 직경이 13.40미터고 벽 두께가 2.90미터에서 3.70미터다. 나선형으로 되어 있는 계단 139개를 밟고 올라가면 전망대(해발 약 120미터 높이)가 나온다. 여기서 내려다 보는 주변 경관은 사시사철 다 아름답고 멋지다. 굽이굽이 흐르는 가우야강이 거대한 숲을 갈라 놓는다. 그야말로 산태극 수태극이다.  


투라이다성은 가우야강 강변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강 너머 언덕 위가 시굴다(Sigulda)다. 백설 대지 위로 다시 눈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아래는 10월 초순 가을에 찍은 모습이다.


싸라기눈이다. 소리가 두 번 난다. 첫 번째는 옷에 떨어지는 소리고 두 번째는 땅에 떨어지는 소리다. 이렇게 소리가 나는 눈을 맞아본 지가 언제였던가? 기억조차 없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햇빛이 1750년에 지어진 목조 교회의 붉은 외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래는 5월 봄에 찍은 모습이다.


"투라이다의 장미" 마이야(1601-1620)의 무덤에 다다르자 싸라기눈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폭설로 변한다. 


이날 투라이다성의 백설 경관과 싸라기눈 내리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다. 투라이다성은 여름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도 와볼만한 곳임을 다시 한번 확신해 본다.

Posted by 초유스

12월 4일과 5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Tallinn)을 다녀왔다. 탈린은 북위 59도 26분 13초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겨울철은 낮이 짧고 밤이 길다. 일출이 아침 9시이고 일몰이 오후 3시 반이다. 

이날 다행히 낮에는 날씨가 영상 6도고 엷은 구름 사이로 종종 해가 얼굴을 내민다. 먼저 톰페아 언덕부터 구경을 시작한다. 전날밤 내린 비가 마르지 않아 돌바닥은 촉촉하다. 에스토니아 국회 바로 앞에 있는 알렉산드르 넵스키 러시아 정교 성당은 언제 봐도 위엄스럽다. 초승달을 한 8단(꼭지점 8개) 십자가가 보인다.    


넵스키 성당에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공원이 나온다. 석회석으로 지은 높은 탑이 눈에 들어온다. 키다리 헤르만 탑이다. 꼭대기에는 파란색 검은색 하얀색 에스토니아 국기가 펄럭인다. 14세기에서 16세기초에 지어진 탑으로 높이가 45.6미터다.  


기존 톰페아성에 추가된 18세기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현재 에스토니아 국회(의원수 101명)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발트해 탈린만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올레비스테 교회(123.8미터) 첨탑과 여러 개의 망루(방어탑)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돌바닥에 고여 있는 빗물에 수백년 된 건물이 투영되어 있다.  


이맘때 탈린 여행의 백미는 바로 시청광장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이다. 이번 마켓은 11월 16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열린다.    


크리스마스 마켓 가운데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다. 11월 9일 점등식을 가진 크리스마스 트리는 내년 1월 28일까지 시청광장을 빛낼 것이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구 줄 50개, 작은 전구 5,000개, 큰 전구 2,500개, 붉은색 그리고 황금색 유리공 240개, 하트 모양 조명도구 50개로 장식되어 있다. 탈린 시청광장 크리스마스 트리는 에스토니아에서 자라고 있는 15-18미터 높이의 나무 중에서 경선으로 선택된다.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작업 장면은 여기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에스토니아 탈린과 라트비아 리가 중 어디가 먼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늘날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지역에서 상업 활동을 활발히 펼친 "검은머리 길드" 회원들이 1441년 탈린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져왔다. 에스토니아 역사학자 위리 쿠스케마(Jüri Kuuskemaa)는 1441년 12월 25일 탈린 시청광장 크리마스 트리에서 공연한 연주가들에게 탈린 시의회가 돈을 지불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1711년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탈린 크리스마스 트리 축제에 참가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리가 사람들은 최초로 1510년 크리스마스 트리가 리가 시청광장에 세워졌다고 주장한다.
 

이날은 평일이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회전목마는 쉬고 있다. 


마켓은 주로 어떤 물건들을 팔까? 추운 곳이라 양털로 만든 의류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양털로 만든 모자와 목도리가 손님을 기다린다. 목도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길쭉한 양털 모자가 인기 있다.   


빼곡히 걸려 있는 모피 제품이다. 모자를 거의 안 쓸 뿐만 아니라 모피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무용지물...


에스토니아는 전국토의 반이 숲이다. 목재 생활용품과 장난감을 파는 상점이다. 판매대가 손님들이 쉽게 만져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좋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 중 하나가 글뢰그(glögi)다. 글뢰그는 정향, 계피, 생강, 오렌지껍질, 카다멈 등을 넣고 끓인 따뜻한 술이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신다.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도 인기다. 사람들은 한 모금씩 마시면서 마켓 구경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알콜 없는 포도주가 2유로, 따뜻한 포도주가 3.5유로, 바나 탈린(에스토니아 전통 리큐어)을 섞은 포도주가 4유로다.       


조금 더 어두워지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벗어나 골목길 산책에 나서본다. 날씬한 첨답이 돋보이는 고딕 양식의 탈린 구시청사가 아치 속으로 들어온다.


탈린 구시가지에서 있는 가장 작은 건물이다. 성령 교회 건물에 붙어 있다. 일명 "작은 붉은 집"이다. 4층으로 되어 있는 55평방미터의 크기다.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탈린 시청사와 크리스마스 트리다.


다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온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쉽게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구시가지를 벗어나야 한다. 비루 쌍탑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가 없다. 저 뽀족한 시청 첨탑 너머로 보이는 분홍빛 노을이 그야말로 환성적이고 신비롭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겨울왕국 2"의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일행 중 한 사람이 "겨울왕국은 여기 이 순간에 다 보고 있다!"라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휴대폰이 삼성 갤럭시7이라 내 눈으로 보고 있는 하늘 색감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탈린 시청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을 영상으로도 담아본다.


* 초유스의 또 다른 탈린 이야기:  사진찍기 좋은 장소 | 각양각색 현관문들 | 탈린 밤거리 |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9. 12. 10. 05:46

11월 하순부터 1월 초순까지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크리스마스 명절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11월 30일 토요일 저녁 도심 광장에서 성대하게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가졌다. 

이날 오후 내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청사에서는 제 17회 국제 크리스마스 자선바자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매년 빌뉴스국제여성협회와 주리투아니아 외교커뮤니티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아래 사진은 국제자선바자회 개장 테이프를 자르는 장면이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영부인, 빌뉴스 시장, 여러 외국 대사들이 참가했다.

* 사진출처 image source: https://www.kaledossostineje.lt/ 

이 국제자선바자회에는 40개 이상의 주리투아니아 외국 대사관, 국제학교 그리고 국제기구 등이 참가해 자신들이 준비한 책, 그림, 예술작품, 크리스마스 기념물 등을 판매했다. 이날 판매대금은 고아원, 양로원 등 리투아니아 10개 사회복지단체에 기증된다.    

* 요가일래와 리투아니아 대통령 영부인 디아나 나우세디애네(Diana Nausėdienė)

이 국제자선바자회에 요가일래가 초대를 받아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유럽의 중앙에서"라는 리투아니아 가요를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요가일래는 노래를 끝낸 후 리투아니아 대통령 영부인과 인사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위 영상은 바자회가 열리는 소란한 실내 장소에서 촬영된 것이다. 가사를 선명하게 듣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아래 영상을 올린다. 이 영상은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국이 촬영한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