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 12. 19. 07:50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인 딸 요가일래는 일반학교외에도 음악학교를 다닌다. 17일 수요일 한 해를 마감하는 공연회가 열렸다. 음악학교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많은 학생수로 공연에 출연하기가 쉽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도록 노래 부문에서는 주로 합창단이 출연했다. 독창을 전공하는 딸아이는 학생들이 자원해서 들어가는 합창단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 음악학교 연말 연주회

지금껏 매년 이 공연회에 출연했는데 올해는 독창으로 뽑히지 않았다. 변성기 나이로 애매했다. 그냥 합창 한 곡에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아주 좋아라 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다. 아내는 교사 뒷풀이로 학교에 남고, 요가일래와 둘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길을 걸으면서 요가일래와 한 대화가 마음에 와 닿아 남기고자 한다.

"아빠, 내가 정말 아빠를 사랑해."
"거짓말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오늘 음악학교로 오면서 아빠에 많이 불평했잖아."
"아빠, 내가 엄마하고 얼마나 싸우는지 알잖아. 그래도 난 엄마를 사랑해."
"그래? 싸우지만 그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는 말이네."
"맞아. 아빠가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아파.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조차 하지 마."
"그래 알았다."

상대방에게 일시적으로 불평하더라도 그 바탕에 서로의 근본적인 사랑이 있다면 그 불평은 햇살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한 두 가지 더 아버지와 딸 사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내 시간이 필요하잖아!
일전에 지인이 요가일래에게 실팔찌를 서너 개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짬짬이 손목띠를 만들고 있었다.
"이거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해?"
"한 3시간이면 돼."
"그러면 쉬지 않고 꼭박하면 하루만에 다 할 수 있겠네."
"없지. 내가 그렇게 안 하지."
"왜?"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하잖아! 아빠도 일만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해."

일이 있으면 꼭 빨리 끝내려고 그 일에만 완전히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도 관심 좀 가져라는 말이다. 

* 요가일래의 취미 - 실팔찌 만들기

아빠도 먹고 싶잖아
어느 날 밤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양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와~ 샌드위치 맛있겠다."
"내가 했으니 맛있지. 아빠도 먹을래?"
"내가 먹으면 너한테 양이 부족하잖아. 네가 다 먹어."
"아니야. 내 배에 있을 것이 아빠 배에 있어도 내가 배부르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세상에 내 배만을 채유려는 사람이 세상이 비일비재한데 이날 우리집 부엌에는 달랐다. 요가일래가 커더라도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꼭 이런 생각을 간직하길 바란다. 

아빠만큼 키 클래
딸아이는 또래에서 키가 작은 편에 속한다. 
"네가 아빠를 닮아서 키가 작나? 아빠를 닮지 마."
"괜찮아. 내가 책에서 읽었는데 딸은 아빠 키만큼 자라."
"정말 그럴까? 그래도 예외가 있잖아"
"그냥 아빠만큼 키 클래."  

작은 키를 크게 하기 위해 수술까지 하는 세상인데 그냥 아빠처럼 작아도 좋다라는 딸아이...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종종 딸의 귀엽고 기특한 순간을 보면 묻곤 한다.  
"아이구, 네가 어떻게 아빠한테 태어났니?"
"세상에는 더 좋은 사람도 많고, 더 넉넉한 사람도 많고..." 
"그래도 난 아빠가 좋아."
"왜?"
"아빠는 내 아빠니까."

빈부귀천의 척도로 아빠를 보지 않고 '아빠는 내 아빠니까'라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좋아하는 딸아이...

이렇게 딸아이는 어린 내 딸이 아니라 나를 인간적으로 더 성숙시키는 존재로 다가온다. 어른이 아이에게 배운다라는 말은 이제 우리 집의 일상사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12. 07:33

어제 보건소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동행할 계획이었다. 어제는 아내가 쉬는 날이라 보건소 예약을 세 군데나 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도 아주 편해졌다. 인터넷으로 담당의사 진료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인터넷 예약이 없었을 때는 의사 근무시간에 맞추어 복도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요가일래 진료, 아내 진료, 나 진료 셋 모두 장소가 각각 다른 보건소였다. 3시, 4시, 5시였다. 내 진료예약 시간이 다가오자 아내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아직 아내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으니 혼자 담당의사에게 가라고 했다. 아내가 없으니 의사소통에 좀 문제가 있을 듯 했다. 하지만 다시 또 예약하려면 시간이 마냥 지체될 것 같았다. 진료 도중 아내가 도착한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라는 심정으로 보건소로 달려갔다.

리투아니아는 1차적으로 가정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필요한 검사와 해당 전문의를 결정한다. 이날 처음 대면한 가정의사는 참 친절했다. 편하게 대화했다. 낯선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리투아니아어 잘 하시네."
"정말 어려워요."

문법과 강조음이 형편 없다고 늘 생각하는 데 리투아니아인들은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외국인이니까 문법 등은 서툴지만 일단 리투아니아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칭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는 이렇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그렇게 먼 나라에서?! 온지 얼마나 되었어요?"
"10년."

"리투아니아에 50년 이상을 산 외국인들 중 아직 리투아니아어를 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라는 말이 첨가된다. 그리고 이들은 새내기 동양인이 말하는 것에 아주 만족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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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봄 함께 리투아니아어 강좌에 참가했던 리투아니아 거주 외국인들

보건소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모임을 나가려고 했다. 아내는 아직 아파트 내에 있었다. 먼저 현관문을 나오려는 참이었다. 그때 10미터 전방에서 할머니 두 분이 오고 계셨다. 현관문을 잡고 두 분을 기다렸다. 잠긴 문을 열려면 코드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따른다.

"안녕하세요. 들어가세요."라고 열린 문을 잡은 채 말했다.
"역시 외국인은 달라!!!"라고 답했다.

잠시 후 내려온 아내가 말했다.
"방금 할머니들이 당신을 존경한다고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리투아니아 사람 같으면 인사도 없이 그냥 모르는 척 문을 확 닫고 가버렸을 거야."
"인사 한 마디 하고 현관문 잡고 잠시 기다렸을 뿐이데 존경이라는 단어까지 듣다니......"


그렇다. 단기든 장기든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의 인삿말을 익혀 적어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꼬박꼬박 인사하고 현관문 잡는 것 같은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만 '존경'이라는 영광스러운 단어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3층에 사는 한국사람 정말 존경스럽다라는 소문을 할머니들이 쫙 퍼트리면 앞으로 더욱 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니 부담스러워서 어쩌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11. 5. 15:44

augink.lt에 의하면 리투아니아에서는 두 가정 중 한 가정의 아이들이 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어린이 보호단체 "Gelbėkit vaikus"(어린이들을 돕자)와 통신회사 "옴니텔"이 공동으로 "책임 있게 길러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혁대로 상징되는 매질를 통한 강압적 교육방법보다는 부모와 자녀간, 선생과 학생간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한 창조적인 교육방법에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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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교육부 장관 긴타라스 스테포나비츄스 (사진: augink.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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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을 돕자" 단체 대표 라우라 나르부타이테 (사진: augink.lt)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11월 3일 "혁대가 필요없다" 행사를 시작했다. 이 행사는 더 이상 매질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더 이상 매 맞을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혁대를 기증하는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간 이동버스가 리투아니아 10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이 혁대를 수거한다. 수거된 혁대들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만들어 매질 교육을 지양하고 대화와 이해, 관용을 통한 교육을 널리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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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모은 혁대들은 한 달 후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 (사진: augink.lt)
 

한 달 후 과연 수거된 혁대로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궁금하다. 참고로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손이나 발로 자녀를 때리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 대신 혁대로 자녀의 엉덩이를 때린다. 매질 교육 대신 대화 교육을 촉구하는 이들의 캠페인이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 관련글: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은 딸에게 아빠 조언
               윽박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더 좋아!
* 최근글: 유럽 학교에서 더 이상 걸 수 없게 된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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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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