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8. 16. 06:28

일전에 여러 민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러시아인, 한국인, 리투아니아인, 우크라이나인 등이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행사였다. 한 참석자가 생일을 맞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갑자기 들은 생일 소식인지라 즉석에서 선물을 찾아야 했다. 나는 마침 소주가 있어서 "여기 한국에서 온 만병통치약 소주!"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그에게 선물했다.


한 우크라이나인의 선물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민족음식"이라고 소개하면서 서랍에서 하얀 물건을 꺼냈다. 여기에 외국 세관원과 우크라이나 여행객의 대화를 덧붙였다.


세관원: "마약이 있나?"
우크라이나인: "당연히 있지."
세관원: "꺼내봐."
우크라이나인: "여기!"
세관원: "이건 돼지비계잖아!"
우크라이나인: "우리에겐 이것이 마약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인에게는 돼지비계가 마약으로 통한다. 그만큼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외국에 여행갈 때 한국인이 김치나 깻잎 등을 가져가듯이 우크라이나인은 돼지비계를 가져간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돼지비계를 살로로 부른다. 살로는 돼지비계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한 것으로 얇게 썰어 먹는다. 이날 아래와 같이 빵조각에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를 얹어서 먹어보았다. 평소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는 입안에 살살 녹는 듯 정말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아~~~ 그래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마약이라고 부르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래는 이날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를 선물하는 장면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언젠가 우크라이나에 가서 이 살로로 불리는 돼지비계 요리를 직접 먹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18. 07:33

한국 방문 시 친지들이 흔히 물어보는 것이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였다.

"모처럼 한국에 왔는데 뭐 먹고싶은 것이 없어? 사줄게."
"오늘은 감자탕 먹으러 가자."

20-30년 전 감자가 많이 들어가 있는 감자탕 안에 있는 뼈 속까지 파먹던 시절이 떠올랐다. 감자탕이 입에 맞을 지는 의문이었지만, 헝가리에서 온 에스페란토 친구 가보르(Gabor)에게 동행을 권했다. 


이날 묵은지감자탕을 주문했다. 먹을 음식에 대해 헝가리 친구에게 설명했다.
"오래된 김치, 감자, 돼지살이 붙은 뼈를 푹 고은 음식이다. 아마 감자가 들어가서 감자탕이라고 부른다."
"삼촌, 그게 아니고 돼지뼈에 있는 척수나 돼지등뼈 부위를 감자라는 설이 있어."라고 조카가 정정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 옛날 즐겨먹던 감자탕과는 달리 이번에는 감자가 거의 없었다. 


걱정했지만, 헝가리인 친구는 정말 많이 맛있게 먹었다. 이날 그는 감자탕을 극찬했다.
"지금껏 한국에서 먹어본 음식 중 이 감자탕이 최고다!" 

마지막으로 밥을 비비기 위해 남은 감자탕을 국물을 들어내었다.

"저 국물은 어떻게 하나?"라고 가보르가 물었다.  
"그냥 놓고 간다."
"따로 포장해달고 하면 안 되나?"
"남은 국물을 포장해달라고 하기가 좀 어색해. 더군다나 지금 우리 숙소엔 데워먹기가 불편하잖아."


며칠이 지난 후 가보르는 그 감자탕 국물을 잊지 못했는 지 말했다.
"그때 그 남은 국물을 가져왔더라면 한 두 번 더 맛있게 먹었을 텐데. 그냥 버리게 놓아두어서 참 아까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