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7. 3. 22. 08:07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맞는다. 첫 번째는 여권상 생일이고 두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음력일이고 세 번째는 여권상 생일의 양력일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는 살아온 세월의 첫 번째 숫자와 두 번째 숫자가 같다. 유럽인들이 크게 생일을 챙기는 기념일이다. 1월부터 아내는 종종 어떻게 생일을 보낼 것인지 물었다. 생일 챙기기에 무관심하자 무조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1. 일가 친척을 초대해서 식사 하기
2. 가족 해외여행 하기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첫 번째 생일에는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두 번째 생일에는 또 다음 생일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했고, 세 번째 생일에는 내년 생일도 있으니 넘어가자라고 했다. 생일을 거의 챙기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은 가장의 생일인지라 뭔가로 기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개 중 하나인 아주 오래 된 17인치 모니터가 지난 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로 번역 작업을 하는 데 세로로 돌리기(비봇 pivot) 기능이 있는 24인치 모니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기념으로 이것을 사고 싶었다. 새로운 전자제품 구입에 인색한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바로 어제 인터넷으로 주문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현관문에서 불렸다.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서 와. 왜?"
"빨리 여기 와봐."
딸아이는 노란 꽃 세 송이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 주말에 올 새 모니터(화면 속 사진)와 딸아의 노란 색 꽃선물


어제 화요일 저녁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앞 강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서로 대화하더니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생신이 언제예요?"
"생일?! 난 생일이 없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생일을 물었다.   
 
1시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가는데 어제는 달랐다. 모두가 자리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더니 한 학생이 또 물었다.

"선생님, 오늘이 생신이시죠?"
"아니, 어떻게 내 생일을 다 알았지?"라는 되물음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겼다. 페이스북에 적힌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알았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구들에게 깜짝 기쁨을 알렸다.

"학생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고 생일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주었어."
"아빠, 사실은..."
"뭔데? 말해봐."
"아빠 학생들 중 하나가 우리 반 친구의 친구인데 내가 우리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자기 친구에게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인데 학생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했어."
"뭐라고? 네가 다 연출한 거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2. 21. 08:11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은 만 13살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다. 그는 늘 손목에 다양한 무늬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수업 내용이 취미였다.

"취미가 뭐예요?"
"그리기이에요."
"받침이 없을 때에는 '-이에요'가 아니라 '-예요'입니다."
"아~~~"
"취미가 그리기라서 손에 그림이?!"
"아, 이거요... 수업이 지루해 할 일이 없을 때 이렇게 그려요."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하지 않아요?"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
"한국어에서는 이럴 때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가 아니라 '예, 뭐라고 하지 않아요'입니다."


학창시절 지루할 때 책에 참 낙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학년을 마치면 책을 돌려주어야 하기 책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수업에 흥미가 없을 때 손이나 손목, 팔 등에 낙서를 한다.

며칠 전 비슷한 또래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손뿐만 아니라 양팔에도 그려져 있었다.


"오늘 수업 정말 재미 없는가봐?"
"맞아."

그리고 보니 다행히 1시간 반이나 지속되는 한국어 수업에 아직 이렇게 그리는 이를 본 적이 없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17. 07:42

유럽 리투아니아에 요즘 날씨가 맑아 기분마저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하늘이 잿빛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도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왜 기분이 좋니?"
"오늘 수학 시험 아주 잘 봤어. 만점 받을 거야."
"지난주에 보고 또 수학 시험이 있었어?"
"여러 명이 다시 시험 봤어."

사연인즉 이렇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수학을 아주 힘들어했지만 지난해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도 거의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쉽게 잘했다. 이 덕분에 반에서 성적도 상위권이다. 

3월 초순까지 1등 하던 딸아이는 중순이 되자 20등으로 내려앉았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1등이 20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3월 전체 과목 평균 성적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9명중 무려 22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험 번수가 학생마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5번이고, 어떤 학생은 13번이다. 어떤 학생은 5번 시험 쳐서 평균 점수 9.8을 받았고, 어떤 학생은 13번 시험 쳐서 9.5를 받았다. 등위는 전자 학생이 더 위에 있다. 

지난주 백분율를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전날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공부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반에서 등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부모 입장에선 쭉 최상위권으로 그대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적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한마디 살짝 했다. 

"네가 반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가 마음이 좀 아프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텔레비젼도 덜 보고, 인터넷도 덜 하고, 취미생활도 덜 하고..."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
"그거야, 아빠 딸로서 사랑하지."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하면 더 이상 점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 내가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 지금 점수가 중요하지 않아."
"그래, 점수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게. 하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지..."

재시험을 보다
지난주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은 학생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는 목적이 성적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 습득을 점검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지난번 나쁜 점수는 기록에서 삭제된다.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오래도록 내 귀에 남을 것이다. 이날 점수가 낮다고 크게 야단치지 않기를 참 잘했다. 그렇다가는 딸에게 깊은 상처만 줄었을 법하다. 

* 요즘 실팔찌 만들기에 푹 빠진 딸아이 요가일래


공부가 전부인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옛 버릇이 나도 모르게 그날 튀어나와버렸다.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공부보다 실팔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20. 06:14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평소와 같이 수업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다. 열쇠로 강의실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일을 잘못 알고 강의하러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강의실 열린 문 뒤에서 낯익은 한국어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내 생일을 알았을까?
물어보니 페이스북에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하얀색 풍선에 한국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심지어 에스페란토 등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초콜릿, 빵과자, 축하엽서도 받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일은 '생일'이 아니라 '생신'이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으니 참았다. ㅎㅎㅎ

무엇보다도 풍선에 그려진 케익이 보기에도 맛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학생들의 선물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짜 내 생일에 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

1년에 맞는 생일은 세 번이다. 
1. 여권에 기재된 음력 생일
2.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
3. 해마다 변하는 음력 생일

가족도 헷갈려 여러 해 전에 2번 생일을 진짜 생일로 정했다.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생일 축하 쪽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Kun unua naskiĝtago, paĉiuka!!! Multege da sano, mono (por ke mi estu feliĉa ankaŭ), kaj sukceson en iu ajn ŝtupo en vivo! P.S. Mi gratulos vin en Marto denove.

아빠,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아주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고(나 또한 행복하도록),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성공하세요. 추신: 3월에 또 축하할 거예요.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7. 19. 06:27

리투아니아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 성적이 최근 발표되었다. 이는 대학 입학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이다. 성적에 따라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지난 월요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시장은 빌뉴스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생들 중 성적이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을 초청해 시상했다.

학생들의 우수한 성적보다는 상을 받으러 단상에 오른 한 여고생의 패션이 더 관심을 끌었다. 이런 시상식에는 정장이 통례이다. 

그런데 이 여고생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최단 바지를 입고 나왔다. 


이에 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부정적이다. 리투아니아 인터넷사이트 balsas.lt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이렇다[출처 source link].

- 엄숙한 공공행사에 이런 옷차림을 하는 것에 동의하나?
1. 동의한다. 옷차림은 이런 행사에 어울린다. 어떤 나쁜점도 여기서 찾아볼 수없다. 12%
2. 동의하지 않는다. 이 여고생은 한계를 넘었고, 이런 행사에 어울리지 않은 옷을 선택했다. 50%
3. 리투아니아는 자유롭다. 어디에서든 어떠한 옷이라도 입을 수 있다. 30%

최고의 성적을 거둔 리투아니아 여고생의 돌출적인 옷차림은 리투아니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그가 왜 이런 옷차림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달성한 최고의 성적이 옷차림으로 뉴스의 촛점에서 벗어나버린 듯하다. 한편 행사장에서 강제 퇴출되지 않는 것을 통해 리투아니아 사회의 수용성을 엿볼 수도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23. 08:31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수학 문제를 소개한다. 먼저 컴퓨터 계산기와 답이 다른 수학 문제이다. 암산하기 싫어 계산기로 두드린다. 정확한 기계가 정확하게 계산한 것이라고 우겨지만 실상은 아니다. 곱하기와 나누기가 더하기와 빼기보다 먼저 계산해야 한다.


이 보다 훨씬 더 난해한 문제이다. 6÷2(1+2)이다.   


괄호 안의 수식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우선순위가 제일 높다.

6÷2(3)이다. 

곱하기와 나누기가 있으면 순서대로 하면 된다. 
이 경우 답은 9이다.
그런데 2(3)을 먼저 계산하면 답은 1이다.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수학 문제가 아니라 바로 채점이다. 
질문: 곱하기로 각 종류의 꽃이 송이인 지를 계산하십시오


답은 맞지만 방법이 틀린다고 선생님이 줄을 긋고 학생의 답을 고쳤다.

5 X 3 = 15
3 X 5 = 15과 다르다고 정말 줄을 긋어 고쳐야 할 문제일까...... 수학에 대한 학생의 의욕을 잃게 하기에 딱 좋은 채점이다. 

물론 해석 방법이 다르지만 답은 똑 같다.
세 묶음에 각각 꽃 다섯 송이가 있다.
꽃 다섯 송이가 있는 묶음이 세 개 있다.  

내가 수학 선생님이라면 줄을 긋는 대신 동그라미를 쳤을 것이다. 모든 학생이 수학 선생님 방식대로 답을 했고, 이 아이만 이렇게 했다면 새로운 접근으로 인해 오히려 가산점까지 주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6. 1. 06:20

드디어 어제 빌뉴스대학교 동양학 센타가 개최한 48시간 한국어 초급 강좌가 종강을 맞았다. 수업이 오후 다섯 시에 열렸다.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제일 먼저 강의실에 도착한 적이 없었다. 학과실에 가서 열쇠를 가지고 오면 수업 시간 5-10분 전이다. 

그런데 어제는 강의실 앞에 기다리는 학생이 없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내가 요일이나 시간을 잘못 알고 온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열심히 나오다가 종강 시간에 의기투합에서 땡땡이 치는 것은 아닐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혼란스러웠다.


기우였다. 세 명의 여학생들이 조금 후에 들어왔다. 그런데 손에 케익을 들고 있었다. 책거리를 위해 준비하느라 조금 늦어진 것이었다. 일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들 세 명이 모여 직접 케익을 만들었다고 한다. 케익 위에는 "감사합니다"라는 글자까지 넣었다. 마음 속에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나도 작은 선물을 준비해갔다. 한국에서 사온 냉장고 자석 장식품과 한국어와 리투아니아어로 된 서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뽑을 최우수 학생에게 줄 한국 제품 송염 치약이었다. 케익의 정성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뭔가 기념 답례를 하고 싶었다.

모두 오는 9월에 강좌가 이어진다면 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어보다 한국어가 더 쉬우니 방학 때 1주에 1과씩 다시 복습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강의를 끝맺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9. 20. 06:04

오는 10월 8일 아내는 3주간 인도로 해외연수를 간다. 인도 정부가 외국인들을 위해 마련한 정부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인도는 다양한 기간 동안 연수를 시킨다. 항공료, 체재비, 교육비 등 일체 경비를 인도 정부가 부담을 한다. 아내가 참가할 프로그램은 "리더쉽 훈련 프로그램"이다.

아내가 없는 동안 딸아이 학교 보내기 등 모든 일은 고스란히 떠맡겨되었다. 딸아이는 9월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이다. 만으로 아직 9살이다. 여전히 아내가 학교 가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아내와 나는 생활패턴이 달라 늘 늦게 일어난다. 식구들이 다 잠든 늦은 시간에 일에 집중하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에 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대부분 딸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보지 못하다.  

"이제 일찍 자고 같이 일어나 어떻게 요가일래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지 배워야지."라고 아내가 말했다. 어제 일어나 아내로부터 하나하나 배우기를 시작했다.

먼저 7시 일어난다.
부엌 창문밖에 있는 바깥온도계를 확인한다.
그날 온도에 따라 입고갈 옷을 고른다.
체육 수업이 있는 날에는 체육에 적합한 옷을 입힌다. 

딸아이 방에 가서 딸을 깨운다.
옷을 주고 부엌으로 간다.

코코아 차를 만든다.
두 찻숟가락 코코아, 한 찻숟가락 설탕을 넣는다.
뜨거운 물을 컵 1/2이 조금 안 되도록 붓는다.
우유를 붓는데 컵 위까지 찰랑찰랑 차지 않도록 한다.


"코코아가 너무 차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뜨겁지도 않아아 한다." 
"왜 이렇게 어려워!"

그리고 하얀 빵 한 조각에 잼을 바른다.
빵을 먹는 동안 도시락을 준비한다.
과자 몇 개와 사과, 그리고 잼을 바른 빵 한 조각이다.

다음은 머리를 손질한다.
머리 손질하기에 적당한 빗과 머리끈을 준비한다.
머리 손질과 머리 묶기를 돕는다.

이어서 딸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학교로 향한다.
이때 침실 창문가로 얼른 가서 딸이 뜰을 지나고 신호등을 건너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렇게 학교 보내기가 끝난다. 이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일과를 생각해본다.


일어나 대충 준비하고 빵 먹고 등교할 것 같았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학교보내기를 따라해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였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대로 척척 준비해나가는 아내의 능숙함이 경이롭게 보였다.

▲ 요가일래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이 머리를 묶어서 오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풀어진 머리는 글쓰기 등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선택한 옷이나 아침밥 등으로 딸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생길 법하다. 분명히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아내의 빈자리, 엄마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2주 넘게 남았으니 배우고 익숙해지는 데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14. 07:37

지난 금요일 저녁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아내를 위해 모처럼 고기를 굽을 생각을 했다. 고기를 썰기가 힘들어 좀 듬성듬성 썰었다. 구우면서 더 짤게 짜를 생각이었다. 아내가 돌아오는 시간인 7시에 맞추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배고픈 아내로부터 들을 칭찬의 말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재촉하는 딸에게 "엄마 오면 고기를 구워 맛있게 줄께!"라고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당신, 고기를 이렇게 큼직하게 짜르면 어떻게 해? 속이 안 익을 거야! 한번 먹어봐!"라고 조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는 기대한 칭찬이 아니라 핀잔이었다.
"역시 나는 요리 체질이 아니야."라고 중얼거려보았다.

굽고 있는 고기를 먹어보니 고무처럼 질겼다. 배고픈 아내는 우유와 빵으로 일단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굽고 있는 고기를 꺼내 삶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남편 요리에 대한 불만감이 사라지자 학교에 있었던 일을 하나 꺼냈다.

피아노를 배우는 한 학생은 8살이다. 그는 순박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즉 생각하는 대로 서스러움없이 말한다. 고학년을 가르칠 때는 좀 떨어져서 가르치고, 저학년을 가르칠 때는 바로 옆에 앉아서 자세하게 가르친다. 이날 이 학생 바로 옆에 앉아서 가르치는 데 그가 갑자기 말했다.

"선생님, 마늘 먹었죠?"

순간 아내는 당황해 할 말을 잊었다. 이날 아내는 학교 가기 전에 멸치볶음을 먹었다. 마늘과 고추장으로 아내가 직접 만든 반찬이었다. 마늘을 먹었으니 식사 후  이를 깨끗이 닦았다. 그런데 8살 학생이 선생님한테 마늘 냄새가 난다고 직언을 해버렸다. 아내는 이 소리를 듣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 동안 동료 교사나 고학년생들도 나로부터 마늘 냄새를 느꼈지만 말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마늘 냄새를 역겨워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을까......"라고 소심한 아내는 고민에 빠졌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마늘을 양념이나 날 것으로 먹는다. 특히 겨울철에 감기예방 등으로 마늘을 애용한다. 하지만 대개 직장에서 돌아온 저녁에 마늘 한 두 쪽을 먹는다.

한국인 남편과 같이 살다보니 아내는 다른 리투아니아 사람들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마늘을 먹는 편이다. 미역국을 끓일 때도 마늘 양념이 안 들어가면 맛이 없다 할 정도로 아내는 마늘에 익숙해져 있다. 집에서는 누가 마늘 냄새난다고 지적할 사람이 없다.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간다. 그러므로 아무런 생각 없이 먹고 싶을 때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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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제 돼지고기와 마늘 혹은 양파를 보드카 술안주로 종종 먹는다.

이날 8살 학생의 말을 처음 들은 후 "이제는 마늘을 제대로 먹지 못 하겠구먼!"라고 아내는 아쉬워했다. "그 학생이 역겨워서 한 말이 아니고 그냥 사실을 얘기한 것일 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편하게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되지 뭐."라고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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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0. 1. 07:11

최근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시정부의 공중보건국은 어린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재는 행사를 개최했다. 목적은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책가방의 과대한 무게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지나치게 무거운 책가방은 자라나는 학생들의 등을 구부리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책가방 무게가 학생 몸무게의 10%가 넘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 학생은 몸무게 25kg인데, 책가방이 5kg에 달했다. 이는 권장 무게보다 2배나 더 무겁다. 보통 아이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넣어서 더 무겁게 하고 있다. 부모들의 관심과 주의심이 필요하다.

언젠가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딸아이와 책가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그때 딸아이는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라고 실랑이를 종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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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학년이 된 딸아이 요가일래는 무겁든 안무겁든 책가방을 자신이 들고 간다. 어제 학교에서 다녀온 요가일래의 책가방 무게를 한 번 확인해보았다. 현재 요가일래 키는 122cm, 몸무게는 22kg이다. 요가일래 책가방의 무게는 2.2kg으로 나타났다. 딱 몸무게의 10%에 해당하는 무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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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한 번 이들의 책가방 무게를 달아보심이 어떨까요?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6. 11. 06:21

일전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살고 있는 친구집을 다녀왔다. 이날 하늘은 검은색과 엷은 파란색으로 완전히 양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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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전통음식 쩨펠리나이를 두 시간에 걸쳐 요리하면서 어느 때는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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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쩨펠리나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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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딸인 인드레는 현재 대학교 3학년생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너무 재미 있게 해서 식탁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학교를 너무나 안 가고 싶었다.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몸에 열이 나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 꾀병을 생각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 연필심인 흑연을 먹으면 발열이 나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이 널리 펴져 있었다.

그래서 인드레는 전날 밤에 연필심을 먹었다. 하지만 생겨야 할 열을 전혀 나지 않았다. 그때서야 이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드레 아버지는 늘 포도주를 따면서 나오는 코르크 마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코르크를 삶아 차를 만들어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인드레와 언니는 부모님이 집을 비운 동안 코르케를 끓어 정말 차를 만들어 마셨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방귀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서야 아버지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순진하면서 엉뚱한 면이 있음을 느끼게 한 저녁이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