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낮 내 방 소파에 2012년 달력이 놓여있었다. 하루 종일 아내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집안 곳곳을 쓸고 닦고 있었다.
[유럽인들은 이렇게 새해를 맞는다]
"이 달력이 왜 여기 있지?"라고 아내가 물었다.
"내가 안그랬는데. 요가일래가 했는 것 같은데."
며칠 전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2012년 한국 달력은 없어?"
"아직 아무한테서 받지 못했는데."
딸아이는 이렇게 한 해 마감으로 집안에 걸려있는 2011년 달력을 떼어냈다.
"이 달력 버릴까?"라고 아내가 물었다.
"아까운데."
"그러면 뭐하는 데 사용하지?"
"포장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말했지만 포장지 용도로는 좀 궁색하다. 그 옛날 특별한 포장지가 없었을 때 달력은 유용했겠지만 이 달력 포장지를 요즈음 전용 포장지에 견줄 수는 없다. 어린 시절 지난해 달력을 딱지나 책보호지로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가일래, 지난해 달력을 쓰레기통에 버릴까? 아니면 네가 무엇으로 사용할래?"
"버리지 말고 그냥 놓둬. 내게 생각이 있어."
조금 후 딸아이는 물감으로 그림그리기 완벽한 준비를 하고 나타냈다. 달력의 마지막장인 12월을 뜯어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림그리기 놀이를 했다.
버릴 달력 이면지에 딸아이는 그림을 그렸다. 딸아이가 잠시나마 정성을 쏟아 그림을 그렸으니 이젠 이 이면지를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딸아이는 지난해 달력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셈이다.
지난해 "초유스의 동유럽"을 방문하시고 성원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용의 해 2012년을 맞아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한 한 해로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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