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8. 28. 07:21

또 다시 주말이 왔다. 어느 부부는 주중에 헤어져 주말에 만날 것이고, 어느 부부는 혹은 가족과 함께 혹은 단 둘이어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것이다.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카누타기 야영을 다녀왔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에스페란토인 친구들과 마지막 여름보내기 모임이라 날씨와는 상관없이 참가하기로 했다. 빌뉴스 집에서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비사(Dubysa) 강에서 카누타기였다.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흐름이라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카누타기를 할 수 있었다. 아래는 가장 전복이 될 위험성이 있는 곳이다.  
 

행사장까지 가는 동안 날씨는 괜찮았다. 그런데 카누타기 행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할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한 친구가 좋은 생각을 해내었다. 바로 긴 비닐봉지를 이용해 즉석 치마를 만들었다. 비가 올 경우도 좋고, 노을 저을 때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 옷을 보호할 수 있어 좋았다. 



20km를 강따라 카누를 타면서 천둥, 번개, 폭우, 햇살 등을 두루 만났다. 다행히 점심식사를 할 때에는 비교적 맑은 날씨였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할 즈음에는 폭우가 쏟아져 비옷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야영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무지개로 우리를 반겼다. 특히 이날은 1989년 8월 23일 발트 3국이 인간띠를 이룬 25주년 기념일이었다. 우리도 세 나라 국기를 들고 이날을 기념했다. 


저녁식사는 예외없이 꼬치구이다. 이 음식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담당한다. 이어지는 시간은 놀이와 노래(기타반주에 맞춰 다 함께)였다. 먼 거리를 카누에 앉아서 노를 저어서 피곤이 빨리 몰려왔다. 


일부는 텐트를 쳤고, 일부는 허름한 빈 목조가옥 방을 이용했다. 텐트를 가져갔지만, 아내는 밤새 비가 오거나 아침에 텐트를 정리할 생각을 하니 방에서 자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마침 2인이 잘 수 있는 침대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같이 자기로 하고 침낭을 가져와 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일행은 아내를 놓아주지 않았다. 기타반주와 노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경에 깨어났다. 그런데 옆 자리에 누워있어야 할 아내가 없었다. 일보러 밖으로 나가니 깊은 정적만 감돌았다. 

'이 밤중에 아내가 어딜 갔을까? 
누군가의 텐트에 자고 있겠지... 
그런데 텐트를 치지 말고 방에서 자자고 우긴 사람이 바로 아내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밤온도가 영상 5도인 추운 날씨에 어떻게 텐트에서 잘 생각을 했을까?'

의문이 의문을 낳았지만, 일행밖에 없는 독채 시골이라 다시 잠을 청했다. 같이 자려고 한 한 명도 방에 없다는 사실이 다소 안심시켰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텐트를 하나하나 열고 깊은 잠에 든 일행을 깨우면서 확인하기란 썩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아침 6시였다. 여전히 아내는 옆에 없었다. 케케한 냄새가 나는 방 안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침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뜰 안에 있는 텐트를 바라면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어느 텐트에가 아내가 있을까?
있다면 왜 비교적 따뜻한 방을 놓아두고 텐트를 택했을까?'

아침 9시경이 되자 여기저기 텐트에서 인기척이 새어나왔다. 먼저 일어난 일행에게 물으니 아내는 제일 큰 텐트에서 자고 있다고 답했다.

잠시 후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가 아내가 그 텐트에서 나왔다. 밤새 걱정을 끼친 것이 얄미워 야단치는 소리로 물어보려고 했지만, 혹시나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봐 웃으면서 말했다.

"텐트가 안 추웠어?"
"봐, 있는 옷 다 입고 잤는데도 추워서 잠을 뒤척였어."
"왜 방에서 안 자고 텐트에서 잤어?"
"당신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 난 당신이 자고있었지만 다 알아차린 줄 알았지."
"무슨 일이었는데?"
"글쎄, 자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 안에 엄청난 크기의 말벌이 네 마리가 날고 있었어. 아무리 내쫓으려고 했지만 내쫓을 수가 없었어. 말벌뿐만 아니라 흑벌도 여기저기 있었어. 방에 자기가 너무 무서웠어."
"그럼, 나는?"
"당신은 침낭을 머리 위까지 덥고 자고 있으니 안전할 것 같았어."

새벽에 이마에 무엇인가 기어다니는 것 같아서 잠결에 손으로 이를 잡아서 버린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이것이 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아내가 자기 전 말과는 다르게 텐트에 가서 잔 이유가 드러났다. 바로 꿀벌보다 수십 배나 더 많은 독성을 지닌 말벌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 명이 나와 함께 같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벌은 사람이 먼저 헤코지를 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난 우리 아파트에서 말벌과 잔 적이 많다."

말벌이 무서워 이를 피해 텐트에 잔 사람도 무사했고, 말벌과 함께 방 공간을 나눈 사람도 무사했다. 그런데 왜 방안에 벌이 나타났을까? 사연은 이렇다. 주인인 할머니가 손님들이 온다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부엌난로에 불을 피웠다. 굴뚝에 벌집이 있어 벌들이 틈새로 방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모르고 태평스럽게 잠들었을 망정이지 미리 알았다면 나도 텐트를 쳤을 것이다. 상상만해도 그날 밤은 정말 큼찍, 오싹...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7. 30. 06:25

발코니에서 창문을 활짝 열러놓고 커피를 마시던 아내가 황급하게 불렀다. 

"여보, 빨리 와!"
"왜?"
"말벌이 출현했어."

이 말을 듣고 발코니 대신 먼저 부엌으로 향했다.
이런 경우 난 대체로 안절부절하는 다른 가족들의 속을 좀 태운다.
느릿느릿 걸음으로 부엌에서 가서 나무젓가락으로 가져와 발코니로 갔다.

"그냥 놓아두면 꽃이 없으니 금방 나갈 거야."
"그래도 빨리 해결해줘."
"당신이 꽃이 아니길 다행이다. ㅎㅎㅎ"


젓가락으로 말벌을 잡아 밖으로 내보냈다. 


말벌아, 살려주었으니 더 이상 우리집 발코니에 들어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6. 5. 17:00

지난해 이맘때 리투아니아 북서부도시 마제이케이에 아주 보기 드문 황당한 일어 벌어졌다. 한 시민이 출근하려고 집을 나와 주차된 자동차에 와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엄청난 수의 벌떼들가 자동차 뒷바퀴에 붙어있었다(관련글: 출근길 차 바퀴 점령한 벌떼, 현명한 대처법).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에 이와 비슷한 황단한 사진이 관심을 끌었다. 세워놓은 자전거에 벌떼들이 붙어있다. 더우기 앉는 의자 바로 밑에 벌떼들이 자리잡고 있다. 양봉인에 따르면 벌떼의 출몰 이유는 벌통 하나에 두 가정이 형성되어 한 가정이 그 벌통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image source link]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벌떼가 행복을 가져다 둔다고 믿는다. 이 자전거 주인은 어떻게 벌떼들을 처리했을까 궁금하다......

* 최근글: 사우나에서 수영복 벗자라는 뜻밖의 남자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6. 5. 08:54

어느 겨울날 아침 일을 보러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통 걸리지 않았다. 순간 기름 계기판이 0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황당하여 할 말을 잊었다. 전날 기름을 가득 넣었어 밤새 고갈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니 기름통 마개가 망가져 있었다. 밤새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기름을 가져가버렸다. 결국 전기버스를 타고 가야했다. 이렇게 차고없이 아파트나 도로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들에게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5월 28일 아침 리투아니아 북서부도시 마제이케이에 보기 드문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리투아니아 인터넷 뉴스 사이트 delfi.lt에 따르면 마제이케이 시민 로마스는 출근하려고 집을 나와 주차된 자동차에 와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엄청난 수의 벌떼가 자동차 바퀴에 붙어있었다. 마치 자동차의 이동을 막는 듯했다.

Foto: Romas,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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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곳하지 않고 차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차를 굴리면 자연스럽게 벌떼들이 흩어지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손님을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해결방법을 찾아나섰다. 수소문해서 벌 전문가인 양봉인을 찾았다.

이런 경우 양봉인은 물을 뿌리거나 연기를 뿜어 벌떼를 무기력하게 한 후 벌통에 담는다. 침대포 등으로 벌떼를 쫓아낼 수도 있지만, 이때 벌떼에 쏘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양봉인에 따르면 벌떼의 출몰 이유는 벌통 하나에 두 가정이 형성되어 한 가정이 그 벌통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로마스는 벌떼로 인해 2시간이나 늦게 직장에 도착했다. 그의 신중한 해결책 덕분에 벌떼로 인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고, 양봉 전문가가 벌떼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옛날부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벌떼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벌떼를 구해준 그에게 정말 행운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한편 최근 리투아니아의 한 학교 내 나무에 있는 벌집을 옮기려다 벌떼에 쏘여 직원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마제이케이 시민 로마스의 현명한 대처법이 더욱 돋보인다.

* 최근글: 공간 활용에 기발한 다용도 가구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22. 06:21

일주일 전 "용도폐기된 숫벌의 최후에 가슴이 섬뜩" 글에서 우리 집 발코니에 나타난 말벌 이야기를 했다. 발코니는 창문으로 닫혀 있다. 해가 쨍쨍하던 어느 날 창문에는 10여 마리의 말벌이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서 얼굴에는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말벌 한 마리 한 마리를 살아 있는 채로 밖으로 내보냈다. (사진: 발코니 벽면을 기어오르는 말벌) 

그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한 두 마리씩을 그렇게 내보내고 있다. 발코니는 침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말벌에 대한 딸과 아내의 두려움 때문에 요즘 거실을 임시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바깥 날씨가 추워지면 말벌도 자연히 사라지겠지라고 기대했다.

어제 새벽 욕실로 들어가려고 불을 켜는 데 바닥에 말벌 한 마리가 힘없이 기어가고 있었다. 비록 나약해 보였지만, 이것을 아내와 딸이 보았다면 얼마나 놀랬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이제 발코니에서 욕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말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창문을 닫아놓으면 발코니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인데 말이다.

최근 중국에는 약초를 캐던 어머니를 따라 두 자녀가 산으로 갔다. 말벌떼의 습격을 받자 어머니는 두 아이들을 품에 안고 말벌의 공격에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딸은 끝내 말벌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으로 우리 집 발코니 말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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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는 이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를 모르고, 이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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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능숙한 젓가락질이 말벌을 강제퇴거시키는 데에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발코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드러내고 벽면 틈새를 살펴봐야겠다. 물론 응급처치용으로 식초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심의 아파트 발코니에 말벌이 공존하니 갑자기 첩첩산중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추운 날씨에 미안하지만, 강제퇴거시키기 전에 말벌이 자진퇴거해주면 제일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 모르고,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10. 1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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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일제히 중앙난방이 가동되었다. 이는 겨울철로 완연히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이렇게 겨울철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사람들은 보통 따뜻한 우유에 꿀을 즐겨먹는다. 이는 환절기에 흔히 겪는 감기의 치료와 예방에도 좋다. (오른쪽 사진: 리투아니아에 자라는 보리수 열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꿀은 보리수꿀이다. 리투아니아에는 보리수가 많이 자란다. 보리수꿀은 특히 감기, 인후염, 기관지염, 신경병, 두통 등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밀꿀은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량을 증가시킨다. 나무딸기꿀은 감기에 효과적이고, 기침을 억제시킨다. 유채꿀은 장과 위에 좋다.

예전에 양봉을 하는 리투아니아 사람을 방문했다. 그 식구들이 그릇 채 놓고 먹는 꿀이 정말 꿀맛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꿀을 평소 알고 지내는 양봉인으로 직접 구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리투아니아 양봉인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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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보양에도 좋은 꿀을 되도록이면 자주 먹어야 겠다.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꿀 1kg당 한국돈으로 약 7천원-1만2천원 한다.

* 관련글: 꿀과 우유를 즐겨 마시는 7살 딸아이
               조각품 같은 리투아니아 벌통들
* 최근글: 윽박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훨썬 더 좋아!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10. 13. 06:27

최근 우리 집에는 난데 없이 벌 때문에 소란스럽다. 아파트 3층에 살고 있는 우리 집 발코니에는 문을 닫아놓아도 벌이 나타난다. 어느 빈틈으로 들어왔는 지 도무히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발코니에 있는 짐 모두를 일일히 들어내고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식구들은 벌을 비롯한 거미 등 벌레를 아주 무서워한다. 그래서 이 벌을 보는 즉시 "아빠" 혹은 "여보" 소리가 온 집안을 진동시킨다. 아내는 말벌이라면서 더욱 겁을 먹는다. 하지만 제철이 지나서 그런지 벌은 힘이 없다. 날개짓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벌을 발견하면 죽이지 않고, 창문을 열고 스스로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혼자 나갈 힘이 없는 벌은 젓가락으로 집어 밖으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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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바깥 날씨를 피해 침실로 들어온 벌. 하지만 닫힌 문인데 어디로 들어왔는 지가 오리무중.

어젯밤 발코니에서 물건을 찾던 딸아이가 벌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아빠, 벌을 빨리 내보내!"
"지금 밤이고, 더군다나 밖에 비가 내리잖아. 오늘은 여기서 쉬라하고 내일 아침에 내보낼께."
그렇게 했다.

벌이 나온 김에 벌 이야기를 하나 더 하고자 한다. 리투아니아어 단어 '비츌리스'는 '아주 친한 친구'을 뜻한다. 한국말의 '소꼽친구', '불알친구'에 해당된다. '비츌리스'는 꿀벌을 뜻하는 '비테'에서 나왔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에서 꿀벌은 우정을 상징한다. 하지만 꿀벌 사회엔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닌 듯하다.

여름철이 지나고 겨울철이 다가오면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암벌(일벌)들이 모아오는 꿀로 살아가던 숫벌들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암벌들은 먹이를 얻어 먹지 못해 비실거리는 숫벌들을 매몰차게 벌통 밖으로 쫓아내버린다. (아래 영상을 참조하세요)


암벌들이 합심해 덩치가 더 큰 숫벌을 내몰아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가슴이 섬뜩했다. 아무리 용도폐기된 숫벌이라고 하지만 쫓아내는 암벌들이 살짝 얄밉기도 하다. 한편 어떤 면에서는 남자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아 숫벌이 남처럼 보이지 않는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9. 14. 07:04

지난 9월 12일 또 한 명의 리투아니아인이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었다. 이날 같은 동네 아저씨 4명이 숲 속으로 버섯을 따로 갔다. 눈앞에 보이는 송이버섯을 따려고 접근하는 찰나에 말벌들이 나타나 쏘았다. 두 명이 쏘였는데 한 명은 살아남았고, 다른 한 명은 사망했다. 이는 올 들어서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은 세 번째 경우이다.

6월 초 한 시골 마을에서 말벌에 쏘여 어린 아들이 보는 가운데 아버지가 사망했다. 아버지는 집안에 들어와 있는 말벌을 때려잡았다. 말벌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는 밖에 버릴 생각으로 손가락으로 말벌을 잡았다. 그 순간 죽은 줄로 믿었던 말벌이 쏘았다. 7월엔 말벌 네 마리가 마당에 대학생 딸과 함께 있던 어머니의 머리를 쏘았다. 쏘인 지 45분이 지난 후 어머니는 사망했다.

이처럼 요즘 리투아니아는 말벌에 대한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지금은 숲 속으로 버섯을 따러 가는 철이라 말벌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이외에도 야외에서 사과나 당분이 있는 음료수를 마실 때에는 그곳에 벌이 앉아있는 지 없는 지를 확인하고 먹거나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데없이 벌의 공격을 당해 큰 상처를 입는 수가 생긴다.  유럽여행 때 특히 도심의 노천카페에서도 벌을 조심해야 한다. 

언젠가 야외에서 친구가 사과를 먹다가 무심히 벌이 앉아 있는 부분을 깨물었다. 그 벌은 입술 아래까지 진입하여 일격을 가함으로써 자기방어에 성공했고, 친구가 통증으로 입을 벌리는 순간에 줄행랑을 쳤다. 당시 당분이 아직 남아있는 손가락조차 달라붙어 빨아먹기 위해 손 주위를 윙윙 날고 있는 벌들을 보니 두려움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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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민들레꽃의 아름다움에 홀려 벌에 쏘이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5. 12. 04:56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는 어딜 가나 풀밭에 가득 찬 민들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원 풀밭, 거리 풀밭, 들판 풀밭 어디를 가나 푸른색과 노란색의 아름다운 조화를 볼 수 있다.
 
민들레를 꺾으면 우유 같은 흰 즙액이 나온다. 리투아니아어로 우유는 "pienas: 피어나스"이고, 민들레는 "piene: 피에네"이다. 아마 이 우윳빛 액체 때문에 그렇게 불리어질 것 같다.

누구나 이 민들레꽃 만발한 풀밭에 앉아 봄날 기념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충동을 쉽게 받는다. 일전에 아내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찰깍" 소리와 "따끔" 느낌이 동시에 있었다.
 
벌이 앉아 있던 민들레꽃을 그만 손으로 덮는 순간 벌이 한 방 쏘고 달아나버렸다. 처음엔 쏘인 자리가 약간 부어오르더니 시간이 갈수록 손전체가 크게 부어올랐다. 집에 와서 얼음으로 부은 자리를 문질러주자 점점 부기는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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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딸아이는 노란 민들레꽃보다는 하얀 민들레꽃씨를 불어 날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뭏든 아름다운 장미엔 가시가 있고, 아름다운 민들레엔 벌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 관련글: 말벌 공포에 휩싸인 리투아니아
               용도폐기된 숫벌의 최후에 가슴이 섬뜩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