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방문 때 몇 차례 서울역을 다녀왔다. 역사 주변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많은 노숙자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경제적으로 살기가 좋아졌다고 하는 한국에 왜 이렇게 노숙자가 많을까라고 방문객들은 의문을 던질 법하다.
"아빠, 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참 많다"라고 함께 간 딸아이가 말을 건넸다.
"우리 빌뉴스에서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있잖아."라고 답했다.
▲ 우리 집 부근 거리에 있는 겨울철 쓰레기통 모습이다.
리투아니아에는 도심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을 것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을 찾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아직 없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한 지역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리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쓰레기통에 있던 일부 음식물이 거리에 버려져 공공 보건을 침해하기 때문이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 아파트에 노숙자와 관련된 일이 하나 생겼다. 우리 아파트는 아직도 각층으로 연결되어 있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린다. 쓰레기는 1층에 마련된 쓰레기장 컨테이너에 모인다. 쓰레기장은 나무문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물쇠가 부셔져 있었다. 알고보니 이곳에 노숙자가 기거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난방이 되는 지라 비록 냄새가 나지만 노숙자가 추위를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쓰레기장에 노숙자를 살게 할 수 없으니 주민들이 해결책을 논의했다. 먼저 나가줄 것을 권유하자 노숙자는 순순히 응했다. 주민들은 이제 나무문 대신 철문을 달았고, 견고한 자물쇠로 채웠다. 철문의 비용은 약 60만원이었다. 한 노숙자 문제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한편 최근 헝가리 정부의 노숙자 문제 해결책이 큰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에 벌금을 물겠다고 하는 파리의 결정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현재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노숙자는 만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숫자는 소도시의 주민수에 버금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 보수당은 11월에 법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에 따르면 먼저 노숙자에게 경고를 하고, 나중에는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가둘 수가 있다. 벌금은 약 70만원이다. 일반적으로 노숙자는 돈이 없는데 이들에게 벌금을 물게 하는 발상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권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이 수정안을 비난하고 반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특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노숙자의 빈곤 문제를 벌금이나 신체적 구금으로 척결하고자 하는 해결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 지 강한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