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에 해당되는 글 174건

  1. 2021.02.17 크로아티아 - 크르카 국립공원 여행의 백미는 폭포욕
  2. 2020.04.02 란사로테 일주 - 요리연료 0원, 화산재 포도밭, 비취색 용암동굴
  3. 2020.04.02 바르셀로나 도심을 걸어서 12 km 둘러보다
  4. 2020.03.25 란사로테 푸에르토델카르멘에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다 4
  5. 2020.03.23 걸어서 푸에르테벤투라의 코랄레호를 일주하다
  6. 2020.03.21 코랄레호 고운 모래 해변은 한가롭고 평화롭다
  7. 2020.03.18 라콘차 해변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장이다
  8. 2020.03.17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신기한 집에 심취하다
  9. 2020.03.15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를 일주하다
  10. 2020.03.13 중절모 닮은 로보스 섬을 도보로 일주하다
  11. 2019.12.01 몰타 여행 - 몰타에도 한국 당근 샐러드가 있다니
  12. 2019.11.28 몰타 여행 - 세인트폴만 해변 산책로에 국기 벤치들
  13. 2019.11.26 몰타 여행 - 므디나 해돋이 투어는 황홀함 그 자체다 2
  14. 2019.11.26 몰타 여행 - 말라버린 꽃줄기도 운치로운 블루라군 코미노
  15. 2019.11.25 몰타 여행 - LOVE 조각상이 거꾸로 세워진 이유는? 2
  16. 2019.11.22 몰타 여행 - 사진 촬영에 까다로운 딸에게 제발 영상 찍자 9
  17. 2019.11.20 몰타 모스타 원형 성당에 왜 거대한 폭탄이 있을까
  18. 2019.11.19 몰타 골든만 일대는 3욕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
  19. 2019.11.18 몰타 해변 벽에는 배들이 촘촘히 매달려 있다
  20. 2019.11.15 몰타 뽀빠이 마을에서 뽀빠이 흉내를 내보니
  21. 2019.11.14 몰타 거리 산책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다 2
  22. 2019.11.11 몰타 고기잡이 배에 그려진 눈 한 쌍의 의미는...
  23. 2019.11.08 몰타 여행에서 버스 이용시 알아두면 좋은 거
  24. 2019.11.06 몰타 호텔에 큐알코드로 입실하다
  25. 2019.11.04 몰타에서 만난 달팽이 나무에 나를 반조해 본다
  26. 2019.10.23 모스크바 붉은 광장 주변에서 한나절 보내기 2
  27. 2019.10.21 모스크바 베데엔하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을 듣게 되다니
  28. 2019.10.14 모스크바 승리공원에서 외무성까지 걸어보기
  29. 2019.10.14 모스크바 지하철 순환선 타고 한 바퀴 돌아보기
  30. 2019.10.14 모스크바 인간층으로 공사 자재 운반에 드는 생각
가족여행2021. 2. 17. 05:19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고대로마의 유적 등으로 유명한 발칸반도 크로아티아는 누구나 한번쯤 여행하고 싶은 유럽 나라다. 특히 들쭉날쭉 길게 뻗어있는 비취색 아드리아해 해안선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휴양지들이 즐비하다.

 

또한 내륙에 있는 플리트비체(Plitvička jezera)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1979년에 지정되었다. 연이어진 청록색 호수 16개가 폭포를 이루면서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호수와 폭포를 지닌 국립공원이 또 하나 크로아티아에 있다. 바로 크르카(Krka)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기는 쉽지가 않다.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인근 주요 휴양도시(시베니크, 자다르, 스플리트 등)에서 현지 여행사의 하루 종일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다. 크르카 국립공원의 핵심은 바로 총 길이 800미터에 17개 계단식으로 이뤄진 스크라딘스키 부크(Skradinski Buk) 폭포다. 먼저 로조바쯔(Lozvac 위치)로 가야 한다.  

 

만약 렌트카를 이용할 경우 이곳에서 렌트카를 주차하고 입장권을 구입한 후 입구에서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6월에서 8월까지 성수기 성인 1인당 개인 입장료는 200쿠나(약 3만5천원)다. 우리 가족은 이날 현지여행사의 관광 상품을 이용해 단체 입장료 150쿠나를 내었다.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한 숲길을 공원 전용버스가 데려다 준다.

 

저 아래 보이는 잔잔한 호수는 북유럽 피오르드를 연상시킨다. 여기가 치콜라(Čikola)이 크르카 강에 합류하는 곳이다. 바로 이 아래 스트라딘스키 부크 폭포가 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 매미소리와 경쟁하듯이 폭포소리가 울려퍼진다. 여기가 바로 스크라딘스키 폭포다. 들어가기만 하면 온몸이 청녹색으로 물들어질 듯하다.    

 

가까이 갈수록 매미소리(참고로 크로아티아 매미 울음소리는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크다)는 폭포소리에 파묻히고 만다. 부서지는 하얀 물과 흘러내리는 녹색 물이 자연의 색바림(그러데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크르카 국립공원 여행의 백미는 노천 자연수영장에서 폭포의 웅장한 소리를 들으면서 하는 수영이다. 수온이 따뜻한 6월에서 9월까지 허용되지만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얀 폭포수를 쉬임없이 토해내는 장엄한 폭포의 광경을 물보라를 맞으면서 보고 있으니 시원한 청량감이 뼈속까지 스며든다.   

 

 

폭포 바로 밑까지는 위험하기 때문에 접근을 막는 안전줄을 쳐놓았다. 

 

돌바닥이 미끄러울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긁히기 쉽다. 수영용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물이 참으로 맑고맑다.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물흐름의 강약이 빗어낸 돌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곳곳의 물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한 돌 사이에 발이 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물이 말라서 돌바닥 모습이 밖으로 훤히 드러난다면 기암괴석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폭포 가까이 여객선 선착장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하루 종일 관광 상품은 여객선을 타고 크르카 강을 유람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석회암 지대로 인해 생긴 비취색 강물이 참으로 이국적이다. 거주하고 있는 북유럽 리투아니아의 강은 대체로 갈색에 가깝다. 여기가 강이 아니라 잔잔한 아드리아해로 착각할 정도이다.  

 

어찌 이런 풍광에 들고간 카메라를 놀릴 수가 있겠는가...

 

스크라딘(Skradin)에서 폭포로 향하는 여객선이다.

 

크르카 강변에 자리잡은 소도시 스크라딘(Skradin)이다. 자연수영장이 있는 스크라딘스키 폭포 이름은 바로 이 도시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여객선에서 내려서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악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1990년대 초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남다른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산정상이나 언덕 등에서 펄럭이는 크로아티아 국기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루페(Rupe 위치)다. 이곳에서 버스를 세워 놓고 우리 일행은 소형차들만이 다니는 다리를 건너 로슈키 슬라프(Roški slap) 가까이 있는 식당(위치)에서 오후 두 시에 늦은 점심을 먹는다.  

 

거대한 무화과나무 밑에서 일행과 함께 크르카 강과 호수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택한다. 어릴 때 한국에서는 드물게 본 무화과나무가 크로아티아에는 지천에 널려 있다. 

   

점심 식사 후 인근에 있는 크리스티얀(Kristijan 위치) 둘러본다. 물속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점심에 먹은 생선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녔을텐데 말이다. 애궁~~~

 

크르카 강물이 폭포에서 떨어져 비소바츠(Visovac) 호수로 유입되고 있다.

 

 

나무나 수풀 사이에 크고 작은 폭포가 산재해 있다. 거대한 사슴 조각상도 시선을 끈다. 

  

 

맑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다금니 온몸이 시원하다.

 

이곳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하다 만난 직원의 키가 하도 크기에... 

 

돌로 이어진 지붕이다.

 

방 중앙에 불을 피워 난방과 요리를 했다.

 

물레방아로 맷돌을 돌려 옥수수를 빻고 있다.

 

강력한 물의 낙차를 이용해 세탁을 하기도 했다. 

 

시원한 노천탕에 앉아 더위를 잊는 아이의 미소를 보고 있노라니 숲속의 요정이 쉬고 있는 듯하다.  

 

자다르(Zadar) 인근에서 체류하면서 이날 구입한 하루 종일 관광 덕분에 장엄한 폭포, 청녹색 강 유람 그리고 로스키 슬라프 인근에 있는 박물관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기회 닿을 때마다 가고 싶은 여행지다. 아래는 스트라딘스키 부크 폭포에서 자연수영장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의 크로아티아 가족 여행기 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크로아티아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주요 섬 7개(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먼저 란사로테(Lanzarote)를 방문했다. 푸에르토델카르멘(Puerto del Carmen, 푸에르토 델 카르멘)에서 묵으면서 해변산책, 해수욕 그리고 일광욕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아내에게 관광회사를 통해 전일관광(

Grand Tour

)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일광욕을 좋아하는 아내는 마지 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우리 숙소 바로 앞까지 관광버스가 온다. 먼저 몇몇 도시를 들러서 예약한 손님들을 태운다. 해변도시를 벗어나 내륙 산악지대로 들어갈 수록 땅은 더욱 척박하다.

종종 이렇게 가꾸어진 푸른 식물들을 만나면 웬지 기분이 상큼해지고 눈이 즐거워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저 화산재 밑에 숨어 있을까...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구경한 첫 번째 장소가 엘골포(El Golfo)다. 작은 어촌이다. 이름 그대로 조그마한 만이 형성되어 있다. 좀 더 왼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녹색 석호가 있다. 단체관광이라 그기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반대쪽 산기슭을 자세히 보면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18세기 화산 분화로 뜨거운 용암이 바다로 흘려들어갈 때 차가운 조류가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작품이다.

 

다음 행선지는 1895년 시작된 염전(Salinas de Janubio)이다. 석호의 바닷물을 초기엔 풍차, 지금은 전기펌프로 끌어올려 자연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연 2,000-15,000 소금을 생산한다. 검은색 화산석 둘레에 쌓여 있는 소금의 하얀색이 더욱 하얗게 보인다. 여기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염전이다.

오늘 투어의 최고 명소 중 하나인 티만파야(Timanfaya)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여러 색깔의 토양, 크고 작은 분화구, 기암괴석, 완만하게 경사진 산 그리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지형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행성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는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달이나 화성이 아니라 국립공원 박물관 주차장이다. 여기서는 낙타타기 선택관광을 할 수 있다. 두 줄로 쭉 앉아 있는 낙탁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옛날 낙타는 란사로테에서 농사와 운송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가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관광객들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현장에서 지불하면 된다. 낙타타기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마치 산을 넘어가는 대상의 행렬을 보는 듯하다. 우리 가족은 천성적으로 동물을 이용해 하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찾아간 곳은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카나리아 제도의 주민들이 어떻게 낙타를 활용했는 지를 잘 전시하고 있다. 단봉낙타등에 여러 도구를 얹어서 때론 교통 수단으로 때론 운송 수단으로 활용했다. 아래 사진 속 초록색 물건은 낙타안장이다. 낙타등 위에 얹어서 양쪽으로 각각 한 명이 탄다.      

다시 관광버스는 꾸불꾸불한 아스파트길을 따라 이동한다. 특히 아스팔트 길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은 금지다. 용암 위 걷기는 화산 물질에 해를 끼치거나 지의류(화산석에 자라는 유기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밑에 동굴이 있을 수 있는 얇은 용암 표면을 걷는 것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이다. 

전일관광의 최고 백미는 티만파야 국립공원 안에 있는 불의 산(Montañas del Fuego)이다. 공원 입장료는 성인 12유로다. 사람들이 빙 둘러 모여 무엇인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무슨 일일까? 

공원 직원이 긴 철봉 끝에 나뭇가지 뭉치를 매달아 바위 틈 사이로 밀어넣자 곧 불이 활활 타오른다. 그냥 구덩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불구덩이다. 

 

이제는 직원이 물 한 동이를 쇠구멍에 부어 넣자 조금 후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수증기가 치솟는다. 화산 지열이 아직도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하 13미터 깊이에 온도가 섭시 100-600도이다. 티만파야에서 마지막 화산 분화는 1824년에 일어났다. 

이곳에 자리잡은 엘디아블로(El Diablo) 레스토랑의 화덕은 정말 환상적이다. 요리 연료비가 0원이다. 지하 10미터에서 올라는 약 300도의 지열로 음식을 요리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다. 이 또한 란사로테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스페인 예술가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의 작품이다.     

개별여행이라면 이 레스토랑에서 꼭 식사를 해보고 싶은데 단체여행이라 미리 정해진 식당이 다른 곳에 있다. 아쉽고 아쉽다. 저 화산지열로 구운 요리를 맛보는 기회가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길 바란다. 

동정녀의 망토(Manto de la Virgen)로 불린다. 붉은색이 금방이라도 이글거리는 용암을 뿜어낼 기세다. 이런 신기하고 기이한 형상을 지닌 바위를 여기저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스팔트 길 옆 용암벽이 버스보다 더 높다. 휴, 다행히 식은 용암이다. 그래도 두려움이 검은 용암벽을 따라 눈 안으로 들어온다.  

내려다 보이는 것이 엘디아블로 식당이 있는 불의 산 시설물이다.     

단체로 먹는 점심식사다. 푸짐하고 맛있다.

만차블랑카(Mancha Blanca)에 있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1730-1736년 화산 분화로 용암이 마을을 향해 흘러내려 왔다. 이때 주민들이 고통의 성모 마리아 상을 이웃 마을 티나조(Tinajo)의 산 로케(San Roque) 성당에서 빌려서 기도 행진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용암이 식어서 멈췄다. 이 자리에 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기적을 일으킨 성모 마리에 감사하기 위해 성당을 건립했다.    

이어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란사로테의 주요 포도주 산지인 라게리아(La Geria)다. 란사로테는 아주 특이하게 포도농사를 짓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화산으로 황폐화된 극한 토양에서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회색빛의 산정상 가까이까지 반원형 돌벽이 빼곡히 쌓여 있다. 1730년대 화산 분화가 있기 전까지 란사로테는 농업이 번성한 섬이었다. 연속으로 일어난 화산 분화로 인해 땅 위에는 재와 자갈의 두꺼운 층이 형성되었다. 
처음에 농민들은 이것을 재앙으로 봤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화산 토양이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스펀지같은 성질이 있어 물을 빨리 흡수하고 오랫동안 수분을 보존한다. 재는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해서 비록 공기 온도가 오르내리더라도 토양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화산 분화 후의 란사로테는 포토재배에 아주 적합하게 되었다. 포도는 화산재 토양에서 잘 자라고 완만하게 높아지는 경사면은 포도나무에 이상적이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포도가 필요한 반복적인 냉온 변화를 준다. 낮에는 따뜻하고 거의 늘 맑고, 밤에는 춥다. 온도 차이는 포도가 산도(추운 밤)와 단맛(따뜻하고 맑은 낮) 둘 다 발전시키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주된 문제 하나가 있다. 바로 바람이다. 한결같이 대서양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는 윈드서핑이나 카이트서핑에는 최고다. 하지만 어린 포도나무를 흔들어 넘어뜨리거나 뿌리채 뽑아 버릴 수 있다. 농민들은 그 해결책으로 화산 토양에 넓고 얕은 구멍을 파서 어린 포도나무를 심고 그 주변에 돌을 쌓아 반원형 바람막이 벽을 만들었다. 
벽의 높이와 구멍의 깊이가 매우 중요하다. 어린 포도나무가 그림자에 방해받지 않고 그대로 햇빛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한 화산 토양으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얕아야 한다. 포도농장마다 이런 구멍과 벽이 수천 개나 된다. 한 그루마다 바람막이 벽이 필요하니 얼마나 많은 노고와 정성이 깃들어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도주 시음을 한다. 포도주 전문가 아니라 그 맛을 묘시하기가 힘든다. 황폐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특이한 포도재배법을 찾아낸 란사로테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뜻으로 우리도 포도주 2병을 구입한다. 다시 버스는 북쪽을 향해 달린다. 절벽 위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여러 시간 동안 사람을 제외한 움직이는 생물체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땅에 떨어진 마른 나무줄기와 비슷하게 생긴 도마뱀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한다.   

싱싱한 초록색 잎과 분홍색 꽃이 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그동안 재빛색 화산석에 찌들어 있는 내 눈을 잠시나마 정화시켜 준다.

저 아래 계곡에 있는 하얀색 도시가 아리아(Haría)다. 발 밑은 급강하 천길 낭떠러지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예민한 사람은 전일관광을 떠나기 전 멀미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는 완전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화산 사막을 벗어나 마치 비옥한 옥토를 지나는 것 같다. 아리아는 "야자수 천 그루 계곡"라 불린다. 이곳에는 카나리아 제도 자생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전일관광의 또 다른 백미다. 세사르 만리케가 심혈을 쏟아 조성한 자메오스델아구아(Jameos del Agua) 화산 동굴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크라운 화산 분화에 의해 생성된 용암 동굴에 있다. 동굴의 총길이는 6킬로미터이고 이중 1.5킬로미터 정도가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다. 지하소금호수, 레스토랑, 정원, 비취색 연못, 박물관, 관람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1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바닷가재(squat lobster)들의 서식지다.

용암 동굴의 지붕이 무너진 자리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놓았다. 시커먼 용암으로 둘러싸인 하얀색 연못가와 비취색 연못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우리 숙소 앞까지 관광버스가 태워 준다. 돌아오니 아름다운 노을이 반긴다.

 

포도농장에서 구입해온 포도주를 마시면서 란사로테 일주관광을 되돌아본다."오늘 관광 만족해?"라고 아내에게 묻는다."오늘 당신 말 듣기를 정말 잘 했다. 자, 위하여!"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Lanzarote)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직항이 없어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경유지로 선택한 도시가 바르셀로나다.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볼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일 비행기가 없어 바르셀로나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밤 비행기로 떠나는 일정이다. 저가항공의 대명사 라이언에어(Ryanair)를 이용한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늦은 밤에 도착한다. 다음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있어서 에어비엔비(Airbnb)로 바르셀로나 중심가에 있는 아파트를 숙소로 정한다. 칠이 벗겨진 현관문이 우릴 기다린다. 도심속 오래된 아파트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습관적으로 혹시 누군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지는 않았을까라는 장난 섞인 의심으로 먼저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숙소 침실이다. 커튼 뒤가 창문이다. 나무덮개를 열면 유리창문이 나온다. 나무덮개가 차양막 역할도 한다. 유리를 통해 밖을 보기 위해서는 나무덮개를 열어야 한다. 마치 창문 없는 곳에 갇혀 있는 듯해서 무척 답답함을 느낀다. 1박이기 다행이다.    

아침이다. 하지만 중심가 좁은 골목길 동네라 건물 사이로 트인 틈을 통해서만 창공을 바라볼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시내구경에 나선다. 무거운 짐가방은 가까운 곳에서 있는 짐보관소에 맡긴다.   

 

한나절만에 바르셀로나 명소를 다 구경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핵심적인 것만 도보여행으로 둘러보기로 한다. 햇빛이 내리쬐는 골목길이다. 걸어오는 사람이 마치 공연을 하기 위해 조명이 훤하게 켜진 무대로 나오는 배우처럼 보인다.    

 

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깃발이 건물 도처에 걸려 있다. 독립을 향한 카탈루냐 사람들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 선이 4개 있고 파란색 삼각형 안에 하얀색 별이 있는 깃발이다.

이동하다가 가로수에 묶여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띈다. 앞바퀴만 빠져 있다. 누군가가 앞바퀴만 훔쳐 갔을까? 아니면 설치예술가가 의도적으로 전시해 놓은 작품일까?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예술가 피카소와 가우디 등을 배출한 예술의 도시이기 때문에 후자를 생각나게 한다.     

자물쇠 줄을 보니 그 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자전거라면 뒷바퀴 바람이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뒷바퀴가 멀쩡하다. 간밤에 도둑을 맞은 쪽으로 살짝 생각이 기울기 시작한다. ㅎㅎㅎ

첫 번째 명소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 로마 가톨릭 성가족성당)이다. 가우디 건축의 최고로 꼽힌다. 입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성당 건축이 완전히 완공된 후에 내부입장을 해보자. 언제쯤일까?

1882년 비야르(Villar)가 건립을 시작해서 이듬해 가우디가 이어 받아 고딕과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시켜 설계를 변경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4분의 1만 완공한 채 생을 마감했다. 개인적인 기부금에 의존하므로 건설작업이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이디 사망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성가족 성당 둘레를 빙 둘러보고 연못이 있는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제 개선문(Arc de Triomf)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보통 개선문은 의미있는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우는데 이 개선문은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Expo)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텔레비전 촬영 중이다. 우리도 슬쩍 지나왔는데 어디 좀 나왔을까.... 

양옆의 야자수가 이국에 와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 시우타데야(Ciutadella) 공원으로 향한다. 세계박람회를 위해 사용되었던 공간에 조성된 공원이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진다. 그 순간 멀리 특이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토레 아그바르(Torre Agbar) 건물이다. 35층 142미터 높이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했다. 
콘크리트 심지, 철골, 유리틀 그리고 불규칙하게 배치된 창문 4000개로 이루어져 있다. 40가지 색조로 칠한 표면은 일조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자아낸다. 바르셀로나 건축의 또 하나의 명물이다.   

바르셀로나 해변으로 가기 위해 철길을 넘어서 만난 조형물이다. 이를 보자마자 뭐라고 자세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역시 바르셀로나스러운 작품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지중해 바르셀로네타 해변(Playa de la Barceloneta)이다. 해수욕과 일광욕 그리고 산책욕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2킬로미터에 이르는 해변산책로나 모래해변을 따라 걷기만 해도 바르셀로나에 온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돛을 단 배 모양을 띤 바르셀로나 W호텔이 저기 보인다. 마치 바람이 불면 지중해 동쪽으로 금방이라도 두둥실 항해할 듯하다.    

이제 해변에서 도심으로 회항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Mirador de Colom)의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기 하기 위해 1888년 세계박람회 때 세운 기념비다. 높이가 60미터다.

꼭대기엔 콜럼버스 동상이 있다. 오른손은 항해 출발 방향인 마요르카를 가르키고 왼손은 항해지도를 들고 있다.
기사와 제독 작위, 발견한 땅의 총독 지위, 얻은 총수익의 1/10의 조건을 내건 콜럼버스의 무모한 도전 정신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받아들인 이사벨 1세 여왕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되새겨본다. 

 

한편

콜럼버스의 아버지는 리투아니아 대공작이자 폴란드 왕인 요가일라(Jogaila, 야기에워)의 손자

라는 포르투갈 역사학자의 주장이 머리 속에 맴돈다.

콜럼버스 기념비 뒤 대로 건너편에 해군본부(Comandància Naval de Barcelona)가 있다. 탑 위에 휘날리는 깃발이 스페인 국기다.

저 자리에 카탈루냐 국기가 펄럭이는 날이 언젠가 올까

...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도심 속 산책거리 람블라(Rambla 또는 람블라스 Ramblas)로 접어든다. 1.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과 콜럼버스 기념비를 연결하고 있다. 선물가게, 커피가게,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관광객들이 신나게 구경하고 소매치기들이 그 방심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노리는 거리다.       

 

여기저기 재미난 무언극 배우들을 만난다. 세계 최고의 거리 무연극 배우들이 이곳에 모여 마치 경연제를 벌이는 듯하다.

이제는 하루 종일 도보에 시달리던 다리를 넉넉하게 쉬게 하면서 출출한 배를 달래야 할 시간이다. 하몽(돼지 뒷다리를 넓게 짤라서 소금에 절인 후 건조시킨 고기)을 얇게 썰은 타파스다.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인 파에야(paella)다. 해물 파에야를 시켰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걸어서 바르셀로나를 둘러보았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카탈루냐 광장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날 이동경로다. 이렇게 걸어서 돌고나니 바르셀로나가 눈에 더 생생하게 각인된다. 이제 조금 맛보기를 했으니 다음 기회에는 여러 날 동안 머물면서 찬찬히 구경해야겠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2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주요 섬 7개(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먼저 란사로테를 방문한다. 푸에르토델카르멘(푸에르토 델 카르멘 Puerto del Carmen)의 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란사로테는 화산섬이다. 길이는 남북으로 60킬로미터, 동서로 25킬로미터고 면적은 845제곱킬로미터다. 인구는 15만명이고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167명이다. 전체 해안선이 213킬로미터인데 모래가 10킬로미터, 해수욕장이 16.5킬로미터고 나머지는 모두 다 바위다. 기후는 아열대 사막 기후로 강우량이 적고 연중 온도는 섭씨 18-25도다.     

란사로테 섬 전체가 화산 전경이다. 현재의 지형은 1730년에서 1736년까지 그리고 1824년에 발생한 티만파야(Timanfaya) 화산 폭발로 이루어졌다. 이런 척박하고 황량한 곳에 사람들은 지형적 조건과 기후적 조건에 맞춰서 주거지, 농경지 그리고 휴양지 등을 일궈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란사로테의 주요 관광도시인 푸에르토델카르멘(Puerto del Carmen)이다. 처음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은 1970년대에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해마다 란사로테를 방문하는 백만명 이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곳을 숙박지로 선택한다. 
주로 영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란사로테 공항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길쭉한 황금빛 모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중심 거리가 7킬로미터 뻗어 있고 차도, 인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를 갖추고 있다. 길옆에는 식당, 술집, 선물가게 등이 즐비하다. 우리는 연립주택단지 로카스블랑카스(Roccas Blankas)에서 묵고 있다.

연립주택단지는 자체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숙소가 1층이고 바로 앞이 수영장이다. 언제든지 편하게 수영장으로 첨벙 뛰어들 수 있다. 높이 솟은 야자수가 이국적인 곳에 와 있음을 더욱 실감시켜 주고 있다. 

연립주택은 거실, 방 2개, 욕실로 되어 있다. 

대서양 일출을 보기 위해 산책에 나선다. 대체로 북유럽 사람들은 일출에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철에는 일출이 늦고 또한 구름낀 날이 태반이다. 여름철에는 일출이 빠르고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각이다. 대서양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 툇마루에 앉아 자주 보았던 동해의 검붉은 일출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살아 있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휴양객들이지만 건강생활을 꾸준히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푸에르토델카르멘과 이어져 있는 이웃 도시 로스포킬로스(Los Pocillos)의 해수욕장까지 산책을 계속한다. 일광욕 산책을 하는 부부를 보자 나도 윗옷을 벗어 아침 햇살을 맞는다.        

때론 잘 정리된 거리를 따라 때론 모래해변을 따라 이날 아침 산책한 거리가 왕복 6킬로미터이다. 우리 식구들은 얼굴 공개를 꺼려 한다. 종종 즐겨 찍는 단체사진 촬영법이 있다. 바로 같이 그림자를 찍는 것이다.    

해수욕장대로(Av. de las Playas) 산책로에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가 빽빽히 채워져 있는 쇠줄을 만난다. 역시 스페인의 정열을 느낀다. 자물쇠가 형형색색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북유럽에서 본 이런 자물쇠는 그저 자물쇠색인데 여긴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휴양지에서 대체로 오전은 이렇게 수영장에서 일광욕으로 시작한다.  

몸이 뜨거워지면 수영장에 물놀이...그런데 물 속으로 들어갈 때는 코를 막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야자수 사이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끝없는 바다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바로 우리 숙소 앞에서 황금빛 모래 해수욕장이 시작된다. 이곳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잔잔한 바다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람에 부딛히지 않고 편하게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긴다.

화산석이 좋은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 

파파가요 (Papagayo) 산맥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라서 일몰 광경을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흑백 사진으로도 찍어 본다. 저 산 너머에는 또 다른 휴양도시 플라야블랑카(Playa Blanca)가 자리잡고 있다. 

저녁 시간이다. 낮에 해수욕과 일광욕 또는 섬관광을 즐긴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해수욕장대로(Av. de las Playas)에 이어져 있는 식당, 술집, 가게 등으로 모여든다. 우리 가족은 일명 밤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대로를 따라 가로등이 밝혀 켜져 있어 밤에도 해변 산책이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10월 하순임에도 일광욕과 해수욕을 마음껏 즐기고 다음 행선지인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린다. 

 

푸에르토델카르멘에서 머물면서 만난 란사로테 일출과 일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왜 조각상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을까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북쪽에 위치한 란사로테(Lanzarote) 섬에서 보내다가 푸에르테벤투라 섬으로 옮겼다. 한 번 여행으로 두 섬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다. 
플라야블랑카(Playa Blanca)에서 여객선을 타야 한다. 란사로테 섬에서 가장 남쪽 해변에 위치한 이 일대 또한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도시 이름 그대로 해변을 따라 형성된 이 도시는 그야말로 하얀색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배가 출발할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서 해변 산책로를 따라 구경에 나섰다. 선물가게, 식당, 술집, 커피숍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청동상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이다. 카나리아 제도의 기성세대들에게 헌정하는 스페인 조각가 나바로 베탄코르 차노(Navarro Betancor Chano)의 작품이다.    

다가가서 보니 얼굴가리개를 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부모, 조부모, 증조모 세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동기부여 덕분에 자녀들이 교육을 받고 나아가 도시가 개발되어 오늘날 발전과 복지를 현재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기 위해서다.  

천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기성세대를 구성하는 익명의 누구나를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나 단체에 조그마한 업적이라도 있으면 자의든 타의든 특정 개인의 송덕비나 공덕비나 기념비를 세우려는 세태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플라야블랑카 여객선 선착장이다.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코랄레호 선착장은 여기에서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하루에 합쳐서 총 20회 여객선이 운영되고 있다[

관련 주소

]. 

여객선 회사는 모두 세 개다. Fred.Olsen Express (7회 운행, 25분 소요), Naviera Armas(7회 운행, 35분 소요) 그리고 Lineas Maritimas Romero(6회 운행, 45분 소요)다.

휘날리는 국기가 스페인 땅에 와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플라야블랑카와 란사로테가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갑판 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우리 가족.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북단에 위치한 코랄레호가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코랄레호에서 우리가 묵을 숙박지는 휴양객들을 위한 연립주택단지다. 깨끗하게 잘 가꾸어진 건물들이 야외수영장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첫 번째 현관문이 있는 집이 우리 숙소다. 복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거실, 부엌, 욕실 그리고 테라스가 있다. 2층에는 침실 2 개와 욕실 그리고 발코니가 있다.    

거실 소파는 침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유럽 사람들은 휴양지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호텔방보다 부엌을 갖춘 숙박시설을 선택한다. 하루에 한 두 끼 정도는 직접 해서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인 1실 방이다. 

욕실이다.

해수욕장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보통 이런 숙박단지는 자체 야외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수온 조절도 가능하다. 날씨가 해수욕하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혹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수영장은 아주 유용하다.       

늦은 오후 무렵이라 수영장은 한산하다.

낮에는 수영장 주변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붐빈다. 

햇볕이 내리쬐는 수영장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다. 

수영을 할 수 없어도 살 수 있는 수영법이다. 일명 생존 수영법이다. 1. 물에 가라앉아서 죽을 수 있다라는 두려움을 먼저 버린다.2. 가슴과 허리를 펴고 다리를 살짝 뻗어서 몸을 뜨게 한다.3. 팔은 옆으로 혹은 머리 위로 혹은 다리 쪽으로 향하게 한다.  4. 눈은 감거나 하늘을 응시하면서 편하게 호흡한다. 한참 수영을 하다가 지치면 이렇게 해서 쉬는 유럽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걸어서 푸에르테벤투라의 코랄레호를 둘러보다
하루는 머무르고 있는 코랄레호를 도보로 일주해봤다. 이날 걸은 총 거리는 약 7킬로미터였다. 

일출 무렵에 숙소를 나선다.

코랄레호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기초가 돌덩이라 바닥은 견고하지만 집짓기는 어렵겠다.

이런 돌뿐인 불모지에 사람들은 집을 짓고 식물을 심어 적합한 주거환경을 만든다.

키다리 홀쭉이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싱싱하게 자라는 푸른 선인장을 보니 '역시 만물은 자기가 살만한 자리에 살아야 잘 살게 되는 구나!'를 새삼 느껴본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는 식물은 절대적으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건조에 강하도록 진화된 다육식물일지라도 관수용 호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보살핌 덕분에 통통하게 잘 자라는 식물의 모습을 보니 괜히 내 산책 걸음이 가뿐해지는 듯하다. 

 

이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해변을 따라 산책로와 운동로가 아주 잘 마련되어 있다.   

아침 바다 건너 중절모를 닮은 로보스 섬이 보인다[

로보스 섬 일주 이야기는 여기로

].

아침이라 요트 선착장에는 요트가 가득 차 있다. 각자의 용도에 따라 곧 여기저기로 흩어질 것이다.  

하나 둘씩 해변 나들이를 하러 사람들이 나온다. 2시간에 걸쳐 7킬로미터를 산책했더니 허기가 급속도로 밀려온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어디를 가든 머무는 곳의 주변을 일주하려는 습관이 있다. 가급적이면 걸어서 일주하길 좋아한다. 그래야 비로써 여행지 세상을 구경한 듯하고 기억에 더욱 더 생생하게 남는다. 이날도 이렇게 여행과제를 하나 달성하게 되었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섬북단에 위치한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렀다.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먼저 둘러본 란사로테(Lanzarote)에서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하다. 둘째로 주변에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많이 있다. 세째로 출국시 이용할 공항까지 40킬로미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코랄레호는 1950년대부터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의 관광회사가 투자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휴양관광지로 활발하게 개발되었다. 척박한 모래사장에 솟아 자라고 있는 야자수가 말없이 개발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기서는 사람의 수고가 없으면 이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다. 모래 밑에는 관수용 호스가 심어져 있다. 연평균 강우량이 160mm로 극히 적다. 이런 환경에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겠다. 도심에 있는 식물은 대부분 이렇게 관수용 호스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뭐니해도 코랄레호의 가장 큰 명소는 동쪽에 있는 광활한 모래사막과 길쭉한 모래해변이다. 이곳은 1982년 자연공원(Parque natural)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공원면적은 2700헥타르이고 모래해변은 11킬로미터다. 공원명 안내상 위에 있는 새는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자연을 상징하는 후바라(hubara, houbara)다.

 

코랄레호 주택지와 맞닿아 있는 공원 입구에서 해변을 향해 조금 걸어가니 눈앞에 대해수욕장(Grandes playas)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송 한 그루도 없고 풀 한 포기도 없는 모래사장에 저 시커먼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까이 가보니 돌로 벽을 쌓아 놓았다. 이유는 이 섬의 이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푸에르테벤투라는 강풍이라는 뜻이다. 특히 강풍이 불 때 모래가 날아다니는 모래사장에서도 편하게 일광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오는 사람이 비어 있는 일광욕 돌벽집의 주인이 된다. 

 

바람이 없음에도 모든 돌벽집은 이미 주인들이 지키고 있다. 우리 일행은 모래해변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들이 북적되지 않아서 좋다. 해변의 모래는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을 거쳐 된 모래라서 정말 곱디곱다.

 

황금빛 모래색이 그라데이션으로 검푸른 바닷색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해수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하얀 물체가 눈에 확 띈다. 유럽인 식구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갑오징어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집에 비상약으로 갑오징어뼈가 있었다. 상처가 나면 이 갑오징어뼈를 갈아서 그 분말을 상처에 발랐다. 지혈이 쉽게 되고 상처가 빨리 아물었다.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 이 갑오징어뼈를 빌뉴스 집으로 가져왔다.   

썰물 때다.

왼쪽에 바다 건너 보이는 중절모처럼 생긴 섬이 로보스다

.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갯벌이 아니고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바닥을 이루고 있다.   

 

어느 구간 돌바닥은 예리한 칼날처럼 쭈빗쭈빗 솟아 있다. 물이 차 있을 때 이곳에서의 해수욕은 조심히 해야겠다. 

유럽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광욕이나 해수욕도 즐겨 하고 해변을 따라 걷는 것도 즐겨 한다. 후자일 경우는 대체로 맨발이다. 소금기 있는 젖은 해변의 모래를 밟으면서 걷는 것은 각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코랄레호의 조개껍질 모래는 각질 제거에 탁월하다고 한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들은 모래해변에 세워진 대규모 호텔단지다.

호텔단지를 넘어가니 남쪽 해수욕장과 사막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 해변을 따라 걸어온 거리가 솔찬히 되어서 저 해수욕장은 다음날로 아껴둔다.   

 

코랄레호 자연공원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넓은 사막지대다. 황량한 돌산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사막의 모래빛이 더욱 돋보인다. 

 

다음날에 이 사막을 방문한다. 높은 사구도 물결처럼 반복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모래썰매 놀이에도 제격이다.

 

 

사구에서 바라보는 경관이다. 대해수욕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나게 큰 모래벌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와 구름 너머로 보이는 산이 란사로테 섬이다. 이 경관만 보더라도 여기가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 중 하나이다는 말에 쉽게 수긍이 간다.         

 
대해수욕장 중간쯤 있는 호텔단지다. 왜 이런 모래 허허벌판에 호텔이 지어졌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다.

 
주차장에서 내린 사람들이 연이어서 해변으로 향한다. 일광욕할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코랄레호 대해수욕장 안내판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워낙 해변이 넓고 길쭉하니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와도 그저 한산하다. 선 자리에서 바라보는 북쪽 해변 모습이다.

 

동쪽 모습이다. 저 바다 건너로 가면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가 나온다.

남쪽 모습이다. 깨끗한 바다, 얕은 수심, 고운 모래를 가진 해수욕장이라서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도 아주 훌룡한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온 이 한 쌍은 일광욕을 겸한 낮잠에 푹 빠져 있다.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롭다.      

푸에르테벤투라 코랄레호와 대해수욕장을 아래 영상으로도 담아봤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0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었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조금 떨어져 있는 엘코틸로(El Cotillo)를 다녀왔다. 
코랄레호에서 FV-1, FV-109, FV-10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엘코틸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창호지 문창살을 떠올리게 하는 로케 풍차(Molino del Roque)가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 푸에르테벤투라의 뜻이 강풍이듯이 여기는 연중 내내 무역풍이 분다. 특히 수확 직후인 7-8월에는 자주 강풍이 분다. 그러니 곡물 빻기에는 풍차가 제일 안성맞춤이다. 풍차는 18세기에 이 섬에 도입되었다. 섬 일주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솟아 있는 다양한 풍자를 만나게 된다.   

엘코틸로는 서쪽 해변에 자리잡고 있다. 17세기 어촌 항구로 시작했지만 1980년대에 휴양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수정 같이 맑은 물과 고운 모래를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해수욕장이 석호따라 이어져 있다. 이날 정한 욕수욕장은 라콘차(La Concha) 해수욕장이다.

여기에서

차를 세워놓고 모래사장을 따라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왼쪽 하늘 먹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하지만 오른쪽 하늘에 희망을 걸어보면서 해수욕장에 다다른다. 

파아란 하늘 하아얀 구름 황금빛 모래 비취빛 석호잔잔한 물결검푸른 바위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바라보고 있으니 왜 이 라콘차(La Concha)를 

럽과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다.

서 있는 바위에서 고개를 고요한 석호에서 왼쪽으로 돌리니 저 멀리서 파도가 철썩철썩 암초에 부딪치면서 흰 거품을 뿜어내고 있다.

쭉 뻗어 있는 바닷속 암초가 파고에 따라 드러났다 숨었다를 반복하면서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이 암초 덕분에 석호 안 바닷물은 잔잔하기 그지 없다.

마치 노천에서 온천욕을 하는 듯하다.

아니면 사해에서 둥둥 떠있으면서 일광욕을 즐기는 듯하다.

라콘차 해수욕장 바로 남쪽 있는 로스라고스(Los Lagos) 해수욕장이다.

다시 라콘차 해수욕장 전경이다. 소금냄새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 다채로운 색의 향연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물의 투명함으로 인해 바다와 모래의 경계가 애매하다.  

저 시커먼 해변 바위 뒤로 숨어서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서 이렇게 해수욕 바다를 잠잠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암초의 수고를 나부터라도 기억해야겠다.  

바닷속에 불순물 하나 없는 맑고 맑은 물이다. 

엄마가 손바닥 위 뭔가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있다. 화평스러운 장면이다.

 

인산인해, 파라솔천국, 잡상인,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등 해수욕장을 통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 여기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엘코틸로 일대 해수욕장에서는 파도를 타는 재미는 없지만 바닷속 고요함과 해변의 한적함을 두루 만끽할 수 있다. 라콘차 해수욕장 전경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2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구 1만7천여명의 도시이지만 인근에 광활한 모래사막과 길쭉한 모래해변이 있어서 많은 휴양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숙소에서 해수욕장까지는 3-5km 거리다. 늘 걸어다녔다. 길 옆에는 담장도 모래색이고 주택도 모래색인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부터 관광개발이 활발해져 지금은 푸에르테벤투라의 최고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휴양도시답게 자전거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가정용 계량기가 집안이나 집벽이 아니라 담장 외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해놓으면 검침원 사칭 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겠다.

 
큰 거리는 차도, 자전거도로, 인도가 잘 구별되어 있다.

 

아열대 지대라 가로수가 야자나무다.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비키려다가 찢어진 야자나무 잎사귀에 종종 찔린 뻔한 적도 있다. 조심해야...  

 

키가 큰 야자나무와 밖으로 튀어 나온 발코니가 공존하고 있다. 심술궂은 건축가를 만났더라면 저 야자나무는 분명히 천수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숙소로 향하는 거리를 따라 가는데 열린 문으로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는 꽃들이 보인다.  

 

꽃의 환영을 받으면서 마치 투숙객인냥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덩굴식물인 부겐빌레아(bougainvillea)다. 원산지가 브라질이고 꽃말은 정열이다. 꽃말답게 정말 화려한 정열로 유혹하는 듯하다.   

 

그런데 화려한 색은 부겐빌레아꽃이 아니다. 초록색은 나뭇잎이고 빨강색이나 노란색이나 분홍색은 잎이 변해서 된 포엽(苞葉)이다. 진짜 꽃은 하얀색이다. 포엽이 이렇게 선명하고 다채로운 것은 나비나 벌을 진짜 꽃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자연은 참 신비롭구나! 

 

어느 집 담장에 핀 무궁화속의 부상화다. 밝고 산뜻한 붉은색이 강한 인상을 준다.

 

남쪽에서 FV-1 도로를 따라 길쭉한 단색의 사막언덕과 모래해변 사이로 달리다가 코랄레요로 진입하는 바로 입구에 시선을 강타하는 집을 만날 수 있다. 각양각색의 식물과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정문 왼쪽에 "

Villa Tabaiba

"(

구글 위치

)라 쓰여 있다. 타바이바(tabaiba)는 선인장 종의 하나로 푸에르테벤투라의 토착 식물이다. 이 집에 누가 살기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꾸며 놓았을까? 필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역시 집주인은 전문가다. 스페인 남서부 도시 세비야(Seville)에서 태어난 건축가, 화가, 사진가, 조각가, 작가, 한마디로 예술가 카를로스 칼데론 이루에가스(Carlos Calderon Yruegas)다.

 

 
위에 사진에서 보여준 코랄레요의 일반적인 담장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쪽문이다. 동화 속 마법의 집으로 그냥 빨려 들어가고 싶다. 아쉽게도 닫혀 있다.

 

 

 

수중 물고기궁전에서 나온 인어가 평소 수영으로 야무지게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담장예술과 정원식물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담장 넘어 있는 정원의 경관이 궁금하지만 쉽게 어떤할지가 눈에 그려진다. 

 

구멍 난 철판을 사이에 두고 여인 둘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까?

 
두상이라 해야 할지 흉상이라 해야 할지... 
하나로 봐야 할지 둘로 봐야 할지...
잠시 생각에 빠져 본다.  

 
몰래 마시는 술일까...
술 마실 시간을 알려주는 종일까...
술 마셨다고 동네방네 고자질하는 종일까...
흥나게 술 마시자는 종일까... 

 

언제 조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짝짝이 스타킹의 유행을 예지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365일 늘어지게 일광욕을 하는 여인이다. 
 

 

조각 하나하나에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멍하니 서서 예술가의 의도를 한번 추측하려고 하니 식구들이 바보 같다면서 나에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집주인은 30년 동안 이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면 개조하거나 새롭게 만든다. 유지하고 보수하고 창작하는 데에 적지 않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간다.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공개해서 우리 같은 행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5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다. 이맘때인데도 여기는 북유럽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여전히 해수욕을 할 수 정도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래 지도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잠수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25개 장소이다.

 

 

하루는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일주해보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에 걸려 있는 카나리아 제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다. 여러 해를 거쳐 이 일곱 개 섬을 다 다녀오려고 한다. 지금껏 세 개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해마다 1천만명 이상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렌트카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임박해서 하거나 당일에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 여행을 결정함과 동시에 렌트카 예약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자, 코랄레호를 떠나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라올리바(La Oliva)를 지나서 가다보면 오른쪽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나 있다. 틴다야(Tindaya) 산이다. 해발 401미터이고 평원에서는 225미터다. 이 산은 300여개의 발모양 고대 암석조각이 있어서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원주민들은 이 산을 신성시했다. 

 

틴디야를 막 벗어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기슭 외딴 곳에 금색 동상이 보인다. 산색깔과 흡사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동상의 주인공은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1864-1936)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20세기 스페인 문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작품들(사랑과 교육, 안개, 아벨 산체스 등)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 1870-1930) 독재에 항거하다가 1924년 살라망카대학교(Salmanca Univ.) 총장직에서 해임되고 푸에르테벤투라로 추방되어 1930년까지 거주했다.  

 
이제 차는 서서히 완만한 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한 전망대는 테구(Tegu) 산 정상에 있는 모로벨로사(Mirador Morro Velosa)다. 란사로테 출신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 1919-1992)가 설계한 이 전망대는 주차장, 정원, 커피숍, 전시관을 두루 갖추고 있다. 휴관일에는 진입로가 막힌다. 휴관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경우 FV-30 도로 거인상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약 1.3km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작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올 때 받은 긴장감을 통유리벽 넘어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서 한순간에 떨쳐 버린다. 확 트인 이국적인 전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해발 650미터에 잡리잡고 있는 모로벨로사 전망대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로 여겨진다. 맑은 날에는 엘코틸로(El Cotillo), 틴다야 산, 코랄레호 사막 그리고 란사로테 섬까지 훤하게 다 보인다.  
 

 
테구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또 다른 전망대(Mirador Corrales de Guize)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는 베탄쿠리아(Betancuria)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코랄레호 사막과 엘코틸로가 보인다. 
 

 

이 전망대의 압권은 높이가 4.5미터인 두 거인상이다. 기세(Guize)와 아요세(Ayoze)다. 1402년 노르만인들(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된 민족)이 이 섬을 침략했을 때 기세는 섬 북부를 다스리는 왕이고 아요세는 섬 남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침략자들의 우세한 무력에 얼마 안 가서 이들은 항복하고 각각 루이스(Luis)와 알폰소(Alfonso)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가 당시 남북 왕국의 경계선으로 주장되고 있다.   

 

청동상의 손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일까 땅을 향한 오른손 중지가 벌써 황금색으로 변해 있다. 활짝 편 손으로 행운을 수직으로 곧장 내려주소서...

 

이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남쪽으로 3킬로미터로 가면 베탄쿠리아가 나온다. 1404년 노르만 원정대의 장 베텐코트(Jean de Béthencourt, 1362–1425)가 이 도시를 세웠다. 현재 인구가 약 800명밖에 안 되지만 한때 카나리아 제도 왕국(1404-1448)의 최초 수도(1404-1425)였고 1863년까지 푸에르테벤투라의 수도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 분지에 위치해 있는 모습에서 왜 여기가 수도로 정해졌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자연적 방어를 갖춘 내륙과 비옥한 계곡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1410년 세워진 푸에르테벤투라 최초의 성당이다. 프랑스 고딕식이다. 1593년 해적의 공격으로 파괴된 후 복원되었다. 종탑은 원형 그대로다.     

 
조그만 시골 동네 같은 역사적 도시 베탄쿠리아를 뒤로 하고 이제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간간히 바람개비 같은 풍차가 눈에 띈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 역할을 한다.

 
산 중턱에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338미터에 있는 라스페니타스(Las Peñitas) 전망대다. 우뚝 솟은 봉우리는 해발 526미터인 라무다(La Muda)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이 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다. 초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막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다. 지하로 흐르는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19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댐이 만들어졌다. 이날은 황토물이 고여 있다.

저수지를 보고 있는데 전망대 난간 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만 시야에 들어오더니 차츰차츰 바위와 움직이는 것의 색깔이 구별되자 엄청난 숫자로 여기저기에서 몰려온다. 

 

사하라, 모르코, 카나리아 제도 등에 분포되어 있는 바르바리땅다람쥐(Barbary ground squirrel)다. 아열대 또는 열대 지역의 건조 관목, 온대 초원 혹은 암반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몸은 회갈색이나 적갈색을 띠고 꼬리는 검은색과 회색이다. 등에는 흰색 줄무늬가 있다. 굴 속에서 집단으로 모여 산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먹이를 준다. 이에 익숙해진 다람쥐들이 우리가 나타나자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안내문에 충실한 우리가 너무 야속하겠지...

고개를 향해 올라가니 정상에 또 다른 전망대가 우릴 맞이한다. 해발 426미터에 있는 리스코델라스페냐스(Mirador del Risco de las Peñas) 전망대다. 여기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이룬다.  

 

산중턱 흰색 점선이 우리가 조금 전 올라온 도로다. 이 전망대 주위에도 엄청난 수의 다람쥐가 노닐고 있다.  

 
벼랑길 같은 가파란 산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 멀리 높이 솟아 있는 세 봉우리 산이 보인다. 해발 690미터인 카르돈(Cardón) 산이다.

 
저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고 싶다. 행여나 저기를 등산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여기 카르돈 등산 관련 안내 사이트를 알린다.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부 지방의 휴양지 코스타칼마(Costa Calma)다. 이름 그대로 "고요한 해변"이다. 한디아(Jandía) 반도의 시작점이다. 1970년대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해수욕장 중 하나인 소타벤토(Sotavento) 해수욕장이 코스타칼마 바로 옆에 있다. 특히 썰물 때 드러나는 황금빛 폭넓은 모래사장과 얕고 큼직한 석호가 소타벤토의 명성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 해수욕장은 남북으로 9킬로미터 뻗어 있고 해변 언덕은 주로 모래사막이다. 우리는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이 해수욕장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로 서핑이다.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하는 데에도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서핑은 하지 못하니 대서양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겨본다. 10월 하순 늦은 오후라 바닷물이 다소 차다.    

 

저녁 노을이 서서히 북동쪽 하늘을 장식하려고 할 때 즈음 우리는 코랄레호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FV-2 도로를 탄다.   

 

이날 일정에는 돌아오는 길에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에 제일 가까운 곳인

엔탈라다 등대

(Faro de la Entallada) 구경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섬의 북부 끝에서 남부까지 두루 둘러보았다. "좀 더 아침 일찍 출발했더라면 돌아오는 길에도 여러 명소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식구 모두 무척 아쉬워했다. 푸에르테벤투라 일주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7개 주요 섬으로 이루어진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는 1479년부터 스페인에 속해 있다. 아프리카 모르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약 100 km 떨어져 있다. 인구가 215만명인데 해마다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주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영국, 독일 등 북쪽에 위치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카나리아 제도를 이루는 7개 주요 섬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이 섬의 최북단에 위치한 휴양도시가 코랄레호(Corralejo)에서 묵었다. 동쪽 근교에 광활한 사막과 11 km의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있어 많은 휴양객들이 찾아온다. 또한 란사로테(Lanzarote) 섬으로 가는 항구다.           

일광욕과 해수욕에 푹 빠진 식구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코랄레호 해변에서 바라보이는 작은 섬이 늘 궁금하다. 머무는 동안 혼자라도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호수 같이 잔잔한 아침 바다에서 낚시하는 배 넘어 보이는 섬이 바로 로보스(isla de lobos) 섬이다. 6000-8000년 전에 형성된 화산섬이다. 코랄레호에서 2 km 거리에 있다. 섬 이름은 Lobos는 늑대라는 뜻이다. 여기서 늑대는 바다늑대 즉 지중해에 서식하고 있는 몽크물범, 수도사물범을 말한다.

로보스 섬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칼데라(Caldera) 산이다. 해발 127 m다.  얼핏 보니 그 형상이 중절모를 닮은 듯하다. 저 꼭대기에 빨리 올라가 사방을 두루 구경하고 싶다.

코랄레호 선착장에서 낮 시간에만 관광객을 위해서 

여객선

이 운영되고 있다. 하루 4-5편이 있다. 섬에서의 야영은 금지되어 있다. 코랄레호 출발 시각은 10:00, 11:00, 13:00, 14:00, 15:30이고 로보스에서 돌아오는 시각은 11:15, 14:15, 16:00, 17:00이다. 소요시간은 15분이고 왕복운임은 성인 16유로, 어린이(4-11) 8.50유로다. 선착장에서 로보스로 향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로보스 선착장에서 내리니 주변에는 많은 요트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바닷속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섬으로 들어가자 흉상 하나가 나를 맞이한다. 호세피나 플라(Josefina Pla, 1903-1999)다. 1903년 로보스에서 태어난 파라과이 여류작가다. 인권과 남녀평등을 옹호하는 작품 활동으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2003년 탄생 백주년을 맞아 이곳에 흉상이 세워졌다.      

방문객 안내소 앞에 몽크물범 두 마리가 누워서 쉬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만 서식하고 있는 이 물범은 모피 빛깔이 목 부위에서 달라지는 것이 마치 중세시대 유럽 수도사가 쓰는 고깔을 닮아서 몽크물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때 이 섬에서 대량으로 서식하던 몽크물범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라졌다. 요즘은 이따금 보인다. 사진 속 두 마리는 조각상이다.    

면적이 약 5 평방킬로미터인 로보스 섬 전체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식물군과 동물군(특히 조류)을 보호하기 위해 표시된 길로만 사람들이 다닐 수 있다. 칼데라 산정상까지 도보 소요시간은 49분이다.    

평평한 산정상으로 그 형상이 확연히 모자를 닮아 보인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자 비취색 석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백사장이 있는 콘차 해수욕장(Playa de la Concha)이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같이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솔찬히 많았다. 그런데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자취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무인도에서 혼자된 느낌이다. 멀리 한 가족을 발견하자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듯하다. 혹시 목적지가 같을까...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바람 한점 없다.  

드디어 산어귀에 도착했다. 해발 127 m 높이다. 등선미가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올라가보니 가파른 구간도 여러 곳에 있다. 뭐니해도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장난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숲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색색의 야생화가 향기를 뿜어내는 산에서의 등산보다는 훨씬 힘든다.

멀리서 보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산으로 보이지만 직접 와서 보니 돌조각으로 뒤덮인 산에 여러 다육 식물(건조 기후나 모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잎이나 줄기 또는 뿌리에 물을 저장해 자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작은 섬에 130개 이상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마침내 산정상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나를 반기는 듯하다.

이내 갈매기는 "나를 따라 내려와!"를 외치듯 산비탈 아래로 날아간다.  

칼데라 산의 서쪽 가파른 비탈이다. 그 아래에 아주 작은 만이 형성되어 있다. 근접성이 쉽지가 않다. 검은 자갈 대신에 하얀 모래가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면 누군가 저기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 법하다.  

이 비탈은 다양한 종류의 갈매기들의 집단 서식지이다. 

칼데라 산정상으로 올가가는 장면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127 m 산정상 표지석이다. 

밭처럼 가꾸어진 곳이 로보스 섬의 염전이다.

로보스 섬의 콘차 해수욕장이다.

바다 건너 보이는 광활한 사막과 기다란 해수욕장이 푸에르테벤투라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바다와 하늘의 다양한 파란색이 홀로 뙤약볕에 힘겹게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관에 산상소원을 빌지 않을 수 없다.

바다 건너편이 묵고 있는 코랄레호다.

이 순간 요트를 타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산정상에서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를 천천히 가로지른 요트를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 강하다. 나무가 없으니 사진으로 이 강풍을 찍을 수가 없다. 하지만 돌벽이 이를 차단해 주고 있다.

돌틈 사이로 바다 건너 란사로테 섬이 보인다. 

란사로테는 카네리아 제도를 이루는 또 하나의 주요한 섬다.

로보스 북동 극점에 여전히 활동중인 등대가 있다. 1865년 세워졌다. 1960년대 자동화가 된 후 마지막 등대지기와 그의 가족이 이 섬을 떠났다. 현재 이 섬에는 상주하는 사람은 없다. 

내친 김에 푼토 마르티노(Punto Martino) 등대까지 가본다. 로보스 선착장에서 여기까지는 3.5 km 거리다.

로보스의 동쪽 부분은 식물이 비교적 많이 자라고 있다. 마치 습지에 온 듯하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사하라와 카나리아 제도까지 분포되어 있는 관목인 유포르비아(euphorbia balsamifera)다. 이 관목은 이웃 섬 란사로테의 식물 상징물이다. 2 m에서 5 m까지 자란다.

테트라에나 포타네시이(tetraena fontanesii)다. 마크로네시아와 북서 아프리카에 분포되어 있다. 팔마 섬을 제외한 모든 카나리아 제도에서 서식하고 있다. 생김새와 색깔이 특이하다. 햇볕에 노출되는 것에 따라 녹색에서부터 황색까지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잎은 만지면 톡 터질 듯한 원통형이다.    

여기저기 낮은 오름이 즐비하다. 푸른 잔디 옷을 입고 있었더라면 경주의 신라 고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  

바위 덩어리의 형상이 코알라나 아기곰을 떠올리게 한다.

한없이 아늑하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금빛 모래사장에서 독서하면서 일광욕하다가 이따금 연한 비취색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다보면 세상사 모든 근심이 저절로 사라지겠다. 아쉽게도 코랄레호로 돌아갈 배을 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로보스 섬이 속해 있는 행정구역이 강풍을 뜻하는 푸에르테벤추라다. 그래서 그런지 낮은 건물 모습이 쉽게 이해가 된다.   

4시간 동안 약 15 km를 거의 쉴 틈 없이 로보스 섬을 둘러본 후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몸은 몹시 지쳤지만 섬 전체를 도보로 일주하니 마음이 아주 뿌듯하다. 황량한 돌산, 모래색 산책로, 땅색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 식물을 보고온 후라서 그런지 비취색 바다와 파란색 하늘이 더욱 돋보인다.    

코랄레호나 인근에서 여러 날 휴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로보스를 한번 방문하길 권한다. 가급적 첫 배를 타고 와서 섬 도보 일주를 한 후 석호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물과 간식거리를 든든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16편 | 17편 | 18편 | 19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2. 1. 03:44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몰타 여행 마지막 날 일출을 맞으면서 므디나를 둘려본 멋진 경험을 간직한 채 우리 가족은 202번 버스를 타고 우선 짐을 보관할 수 세인트줄리언스(Saint Julian's)으로 이동한다.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우선 세인트줄리언스 밸유 슈파마켓(Valyou 위치는 여기)으로 들어간다. 이쪽저쪽 판매대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샐러드가 눈에 들어온다. 당근을 얇게 채을 썰어 만든 샐러드다.   


이 샐러드의 이름이 "한국 당근"이다. 이 음식은 소련 시대 고려인들이 한국 김치 맛을 내기 위해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소련의 한 구성원이었던 발트 3국 슈파마켓에서는 지금도 "한국 당근"을 쉽게 볼 수 있다. 싱싱한 샐러드로 팔기도 하고 유리병에 보존해 팔기도 한다.   

보통 당근을 채썰어 후 카르다몸(cardamom), 설탕, 마늘, 식용육, 식초 등으로 버무려서 만든다. 이미 숙소를 떠난 여행 마지막 날이라 아쉽다. 몰타에서 파는 "한국 당근" 샐러드를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가격은 얼마일까? 350그램에 3.67유로로 약 4700원이다.


깨끗한 넓은 세인트줄리언스 해변 산책로를 따라 짐보관소로 향한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저녁 7시이라 우리는 짐을 보관하고 슬리마(슬리에마 Sliema)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짐보관소의 위치(구글 지도)는 세인트줄리언스만 호텔 1층에 있다.  


51 Censu Tabone Street라고 표기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무인 짐보관소다.


짐을 보관 후 홀가분한 우리는 이미 둘러본 해변 산책로 대신 골목길을 선택해 슬리마 쇼핑 지역 쪽으로 이동한다. 건축자재는 보통 누런빛 석회석이라 거리 분위기가 아주 단조롭다. 하지만 발코니와 현관문의 색깔은 집집마다 개성적인 색깔로 칠해져 있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인데 악기 상점이 하나 있다. 해외여행지에서 향토색이 짙은 악기를 사는 것이 아내의 취미다. 점원이 첫눈에 우리가 리투아니아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아보고 리투아니아어로 말을 건다. 아니, 어떻게 이를 수가!!!
"어떻게 리투아니아 사람이 이곳 몰타에서 악기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이 몰타 사람이라서요."
"여기 여름철에 살기는 어때요?"
"너무 더워요."
"그러면 겨울철에는요?"
"중앙난방시설이 없어서 추워요."
"제일 여행하기 좋은 때는요?"
"9월에서 10월 중순까지가 좋은 듯해요."   


이번 몰타 여행에서 내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전선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전선이나 통신선 등이 지하에 묻혀 있다. 그래서 도심에 전봇대가 없다. 몰타는 전선 등이 창문 위나 발코니 밑에 있는 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걸어서 거리 구경을 하면서 쇼핑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Tower Road 위구글 지도)에 이른다.


아내와 딸이 쇼핑을 하는 동안 늘 그렇듯이 밖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곧 엄청난 비가 쏟아질 듯하다.  


다행히 쇼핑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 식당이 있을 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식당 출입문에 떨어진 빗물이 유리를 바깥 풍경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살짝 열린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거리는 그야말로 급류가 흐르는 개울로 변해 있다. 우산도 없는데 저 비를 맞았더라면 한순간에 흠뻑 젖었을 것이다.    



폭우는 차츰 그친다. 우리는 슬리마에서 세인트줄리언스로 가서 짐을 찾아 인근에서 공항행 TD2 버스를 타고 몰타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라이언에어 비행기로 3시간 20분만에 빌뉴스에 도착한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 여행을 다녀왔다. 몰타에서 9일을 머무는 동안 많은 곳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여러 곳이 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해본다. 몰타 가족여행기(15편)를 쓰면서 자꾸만 비취색 아름다운 지중해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 동안 읽으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5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8. 18:35

10월 하순 9일 동안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자유여행인지라 숙소를 어디로 할 것인지 고민이다. 몰타는 관광업이 2018년 국민총생산에서 차치하는 비중이 27.1%이다. 2018년 섬나라 몰타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260만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다섯 배가 넘는 수이다. 몰타 전체를 통해 곳곳에 숙박시설이 갖쳐져 있다. 

7명이 8박을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첫날 숙박지는 쉽게 정했다. 다음날 호주에서 오는 큰딸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항 인근 키로코프(Kirkop)에서 묵었다[관련글: 몰타 호텔에 큐알코드로 입실하다]. 그 다음날부터는 가족여행을 마칠 때까지 한 곳에 있는다.

우리가 숙소를 선택할 때 고려한 사항이다.
1.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
2. 바다가 보일 것
3. 해수욕장 및 관광명소가 곳에 가까울 것
4. 7명이 지낼 수 있도록 방이 3개 이상일 것  
5. 가격이 좋은 곳

이렇게 해서 구한 숙소는 에어비앤비 아파트다. 위치는 세인트폴만(Saint Paul's Bay) 해변에 위치해 있다. 세인트폴만은 몰타에서 기독교가 시작된 곳이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사도 바울(폴 Paul) 일행이 이스라엘 카이사리아(Caesarea)에서 로마로 향하다가 난파를 당해 도착한 세인트폴섬이 바로 이 만에 있다. 

이런 이유로 몰타에서는 매년 2월 10일 성바울 난파축제가 열린다. 세이트폴만 해안선을 따라 부지바(Buġibba) 등 여러 마을이 한 도시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 하얀 혹은 누런 건물, 하얀 구름, 비취색 바다가 한 편의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이룬다.


우리는 세인트폴만에 속해 있는 셈시야만(Xemxija Bay) 남쪽 해안에 묵는다.  


해안 아파트라 길이 가파르다. 


우리가 묵은 숙소를 참고 삼아 소개한다.
침실 1


침실 2


침실 3


욕실이 두 개이고 욕조와 더불어 샤워실도 마련되어 있다. 


거실


부엌


몰타는 전원 꽂개집(콘센트) 형대가 다르다. 미처 변환 꽂개집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숙소에 하나가 준비되어 있다.


발코니 두 개가 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세인트폴만이다. 청록색이 군데군데 바다에 수놓여 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야경이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해안이다. 돌로 가득 차 있다. 숙소 지하주차장에서 나가 쉽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관리인이 쓰레기 버리기에 주의를 준다. 플라스틱, 종이, 깡통 등 재활용 쓰레기는 회색 봉투(가게에서 구입)에 넣어야 하고 유리는 따로 버려야 한다. 쓰레기 수거 시간은 혼합쓰레기는 월요일-토요일 7시부터, 회색 봉투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만 10시부터, 유리 수거는 매달 첫 째주 금요일 7시부터다. 수거 시작 1시간 전에 주차장 문 앞에 내놓는다.  


쓰레기 봉투들이 문 앞에서 청소차를 기다리고 있다.   


셈시야만(Xemxija Bay) 해변도로에서 바로보는 세인트폴만이다.


셈시야만 해변 산책로 야자수 사이에 놓여 있는 벤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벤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국기로 칠해져 있다.


붉은색 바탕에 파란색 십자가 그리고 흰색선 - 노르웨이 국기다.


파랑색 노랑색 빨강색 루마니아 국기가 보인다.


노랑색 초록색 빨강색 리투아니아 국기다.


국적이 리투아니아라 리투아니아 국기 벤치에 앉아본다. 대한민국 국기를 찾아보았으나 아쉽게도 없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4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6. 18:05

10월 하순 9일 동안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마지막 날 호주에서 온 큰딸은 비행기 출발시간이 아침 9시고 우리는 저녁 7시이다. 숙소 체크아웃 마감시간이 오전 10시다. 그래서 일단 큰딸이 공항 가는 택시를 같이 타고 나온다. 

공항까지 가서 큰딸을 배웅한 후 여행가방을 짐보관서에 맡기고 도시을 구경하러 나올지 아니면 중간에 먼저 내려서 므디나(Mdina)를 구경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몰타는 일광절약시간제(10월 마지막 일요일 1시간이 앞으로 당겨진다)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 6시 택시 안에서 여명을 만난다.   


달리는 택시 앞유리를 통해 여명이 점점 더 강렬한 색채로 유혹한다. 급기야 택시가 언덕 위 므디나 옆을 지나갈 때 운전사에게 내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택시에서 큰딸과 급하게 작별한 후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일출광경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걷는다. 언제 이런 황홀한 일출광경을 보았던가?         


새들도 일어나 해맞이 축가를 부르는 듯하다. 신기하게도 지평선 바로 위 짙은 먹구름 사이에 해가 나올 정도로 작은 구멍 하나가 뻥 뚫여 있다.   


그리고 찰나 후 그 구멍 사이로 빨갛게 익은 동그란 홍시 같은 해가 쏙 얼굴을 내민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눈에서 온몸으로 퍼진다.


이른 아침이라 므디나 도심으로 가는 거리에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 므디나는 몰타섬 내륙 중앙에 위치해 있다. 면적이 0.9평방킬로미터고 인구가 200여명이지만 한때 몰타의 수도였다. 해발 185미터로 몰타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점에 있어서 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청동기 시대에 형성된 이 도시는 고대 로마를 거쳐 870년부터 아랍이 지배한다. 이때 지금의 이름 므디나(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는 뜻)를 받는다. 그 이후 1091년 노르만 왕조, 1282년 스페인 아라곤 왕조, 1530년 요한 기사단, 1798년 프랑스, 1800년 영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게 된다. 수도가 발레타로 옮겨진 후 므디나는 "조용한 도시"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노르만과 바로크 건축이 잘 혼합되어 있고 또한 여러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므디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므디나로 들어가는 입구다. 방어용 해자 위에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여행가방 끌고 고대와 중세 도시 므디나 안으로 들어간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 형벌도구가 보인다. 지하감옥으로 안내한다.    

좁은 골목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므디나가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설계된 도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뒤에서 밀고 오는 관광객들이 없으니 우리는 수백년 된 건물들을 만지면서까지 찬찬히 살펴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현관문 앞 화분들은 누런색 석회석 벽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잠시 잊게 해준다.   


현관문 앞 화초 정원이다.


성문 입구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출입문 그리스인 문(Greeks Gate)을 통해 밖으로 나가본다. 석벽에 막혀 더 이상 뻗을 수 없게 되자 나뭇가지가 자신을 굽혀 위로 올라간다. 순수추단 (順水推丹)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물은 뭔가에 부딪히면 돌아서 흐르는 속성이 있다. 순수추단 (順水推丹)은 물길에 따라 노를 저어라라는 뜻이다.


벤치, 창문 그리고 부겐빌레아 두 그루가 사진을 찍어라고 마치 설정을 해놓은 듯하다.



쇠창살 너머에 보이는 창문보(커튼)의 십자가에서 요한 기사단 시대가 엿보인다.
 

성벽 건물을 따라 만난 작은 광장(위치는 여기)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광장에서 건물 벽을 가득 메워 담쟁이처럼 벽에 붙어서 올라가는 부겐빌레아가 감탄을 자아낸다.


아침이라 아직 식당 문이 닫혀 있다. 배달된 빵이 문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설마 배고픈 우리를 위해 내놓은 것은 아니겠지... ㅎㅎㅎ 아침커피 마시면 딱 좋을 시간인데 아쉽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니 아침안개가 걷히는 저 멀리 발레타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관광객이 전혀 없는 고요한 거리를 따라 발걸음을 유명하다는 바울 대성당 쪽으로 향한다. 


바울 대성당은 12세기에 세워졌고 1693년 시칠리아 지진으로 심하게 손상되었다. 몰타의 바로크 건축가 로렌조 가파(Lorenzo Gafà 1639–1703)의 설계에 의해 1696-1705년 다시 지어졌다. 이 대성당은 가파의 대걸작으로 손꼽힌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채소상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바울 대성당 정문 위에 있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문장은 지금껏 몰타에 있는 여러 성당에서 보았다. 붉은 색은 그리스도의 열정, 백마는 사도 요한의 백마 탄 그리스도, 달은 어둠 속 빛, 노란 장미는 동정녀 마리아를 뜻한다. 라틴어 좌우명 Fidelix Et Verax는 충실하고 진실함을 뜻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는 몰타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의 문장이다.


이른 시간이라 대성당 입장이 불가하다. 그런데 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출입을 위해 문이 살짝 열려 있기에 들어가 본다. 북유럽 바로크 성당에 익숙해진 내 눈은 이 대성당의 화려함과 장엄함에 놀라 그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바닥 대리석에도 각양각색의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 아직 성당 개방시간이 아니라서 찬찬히 둘러볼 수 없음이 못내 아쉽다.  



광장을 벗어나자 수녀들이 나오는 성당이 눈에 띈다. 사방이 석회석 건물뿐이다.  


가톨릭 가르멜회 성모영보 성당이다. 이 성당 또한 화려한 바르크 조각상과 그림으로 장식 되어 있다. 1695년 완공되었다. 1693년 지진으로 바울 대성당이 크게 파괴되자 대성당 기능을 잠시 하기도 했다.


성모영보(동정녀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을 뜻함)을 묘사하는 천장 그림이 압권이다.


므디나의 중심거리엔 여전히 행인들이 안 보인다. 


이제 2시간(6시 20분 - 8시 20분) 동안 므디나 산책을 마치고 모녀가 성문 밖으로 나가고 있다.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까지 망설이던 므디나 투어를 이렇게 마친다. 정말 오랜만에 맞이하는 일출광경은 황활함 그 자체다. 특히 높은 언덕이 거의 없고 보통 구름에 가려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북유럽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환성적이고 신비로운 광경을 느끼게 한다.

이른 아침 시간대라 관광객이나 행인이 전무한 고대와 중세 도시 므디나 골목길을 우리가 통째로 전세를 얻어서 산책을 한 듯하다. 앞으로 낯선 관광지에 가면 이렇게 일출과 더불어 아침 일찍 둘러볼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에 우리 가족은 서로 공감을 한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6. 00:53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종여행을 다녀왔다. 숙소가 몰타섬 세인트폴만에 있다. 하루 시간을 내어서 고조(Gozo)섬과 코미노(Comino)섬을 다녀오려고 했다. 그런덴 몰타섬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여행기간 10일도 부족하다. 

가족여행을 마치기 하루 전에야 블루라군으로 아주 유명하다는 코미노섬을 택한다. 다행히 이날은 아침부터 아주 쾌청하다. 여기서 내려서 오른쪽으로 쭉 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고조섬행 선착장에서도 배가 운행되고 있다. 비취색이 얼룩져 있는 저 푸른색 바다 너머가 바로 코미노섬이다. 사람이 물 위로 걸어갈 수 있다면 저 산책하는 한 쌍처럼 걸어가고 싶다.       


왕복 승선권이 1인당 13유로다. 약 5km 거리를 왕복 이동하는 비용으로는 너무 과하다. 식구가 네 명이니 더 더욱 비싸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ㅎㅎㅎ  


20-30명이 탈 수 있는 배는 만석이 되어 엄청난 속도로 물살을 거세게 가르면서 코미노섬을 향한다. 섬 주변 절벽에 이르자 배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높은 절벽은 몰아치는 파도에 못 이겨 제 살을 내어주어 뻥 뚫린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바닷물은 검푸른 옷을 벗고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비취색 옷을 입고 있다. 


사람들은 이 절경에 감탄하면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 순간 왕복 승선권 13유로가 비싸다는 생각이 싹 가버린다. 와, 승선권이 아깝지가 않구나!!!    


절벽 절경 여러 곳을 안내한 후 배는 다시 속력을 낸다. 마지막 절벽을 돌아서 선착장으로 향하자 바닷물 색깔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다르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시선을 사로잡는 안내판이 있다. 바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리기 위한 해변양산과 해변의자를 임대하는 안내판이다. 공식 최대 가격이 각각 5유로다.   

  
안내편을 지나면서 해변의자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좌우를 둘러봐도 해변은 모래가 아니라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해변수건을 깔 수 있는 공간을 찾기도 힘들다. 약간 평평한 바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변의자는 참 요긴하겠다. 아, 그래서 장사가 되는구나!   


선착장 좁은 모래해변에는 벌써 앉을 자리가 없다. 수정처럼 저 맑은 물에 나도 몸을 담그면 수정처럼 깨끗해질 듯한 기분이 든다. 


밝은 비취색빛을 발하면서 찰랑거리는 코미노섬 블루라군의 진면목이 바로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낀다. 아직 주인을 못 만난 해변의자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이날은 10월 마지막일이다. 여전히 블루라군에는 수상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훌러덩 옷 벗고 물감 풀어놓은 듯한 저 잔잔한 바닷물로 첨벙 뛰어들고 싶다. 꿈 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얕아 보이지만 나중에 수영하러 들어가니 해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바닥에 내 발이 닿지 않는다. 


하얀 구름 밑에 있는 곳이 고조섬이다. 같은 바닷물인데도 물 깊이와 바닥 내용물에 따라 어떻게 저렇게 신비롭게 색이 달라질 수 있는 지에 새삼스럽게 놀란다.  


우리는 수영 대신 먼저 언덕 산책을 하기로 한다. 


해안을 따라 산책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절경에 눈이 팔려 자칫 실족하면 큰 일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해안 절벽 바위 위로 함부로 올라가는 가서도 안 된다. 오랜 풍화 작용으로 어떤 바위는 약해서 쉽게 부서지거나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안 절벽을 벗어나 언덕 위로 향한다. 사방천지에 돌덩이뿐이라 교목들이 자랄 수가 없겠다. 덤불 식물들이 돌덩이를 덮고 있다.   


돌덩이 사이로 야생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가냘픈 꽃의 강인한 생명력이 경이롭구나!


풍화로 흙이 된 자리에 여기저기 또 다른 생명이 돋아나고 있다. 새싹을 밟지 않도록 발밑을 살피면서 조심조심 걷는다.


다 말라버린 꽃줄기가 아직 남아 있다. 어떤 아름다운 꽃이 저 말라버린 꽃잎에 피어 있었을까...


말라버린 꽃줄기를 비집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짙은 녹색 잎이 벌써 제법 솟아나 있다. 


말라버린 꽃줄기도 파란 하늘과 어울려 운치롭구나!   



바위 위에 낀 오렌지색 둥근 이끼도 신기하다.    


드디어 높지 않는 언덕 정상에 올랐다.  


주위에 부탁할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가족 사진을 찍어본다. 


이제 저 아래 블루라군으로 향한다.


비취색 블루라군에 들어가 우리 가족도 잊지 못 할 추억거리를 만든다.


선착장에 탑승객을 기다리는 배에도 "호루스의 눈"이 장식되어 있다[관련글: 몰타 고기잡이 배에 그려진 눈 한 쌍의 의미는].


오후 골든만 여정으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블루라군을 이제 뒤로 하고 떠난다.


다시 검푸른 파도를 타고 몰타섬으로 돌아온다.


2시간 머문 코미노섬이지만 블루라군의 비취색 아름다움과 척박함 속에서 솟아나는 초록색 새싹의 생명력은 오래오래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시 간다면 하루 종일 저 섬에서 놀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2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5. 15:56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드디어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로 가는 날이 왔다. 이날은 처조카 가족이 영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식사 후 공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우리 가족은 버스를 타고 발레타로 향한다. 비가 그치자 하늘에 뜬 무지개가 우릴 전송한다. 


발레타는 1565년 오스만 제국 군대와 몰타 기사단 사이에 벌어진 공방전에서 승리한 몰타 기사단 총단장(Grand Master) 장 파리조 드 라 발레트(Jean Parisot de La Valette)의 명령에 의해 1566년 세워진 도시다. 도시명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면적이 0.8평방킬로미터이고 인구가 6천여명으로 발레타는 유럽연합에서 가장 작은 수도다.

세계 2차 대전 때 독일과 이탈리아의 공습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지만 도심에는 몰타 기사단(성 요한 기사단)과 관련된 건축물,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등 건축 양식이 즐비하다. 발레타는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 사리야(Sarrija)에서 내려 사자 분수를 지나 크루즈 정박항이 있는 워터프론트(Valletta Waterfront) 쪽으로 이동한다. 파란 하늘에 파란색을 칠한 발코니와 창문덮개가 시선을 끈다.  


평온하기 그지 없는 바다에 엄청난 규모의 크루즈 여러 대가 여기저기 정박되어 있다. 역시 몰타는 관광이다. 몰타 전체 인구가 50만명인데 2018년 이 섬나라 몰타를 방문한 관광객수는 260만명이다. 2018년 국민총생산에서 관광이 27.1%를 차지했다. 2028년에는 33%를 계획하고 있다니 한마디로 몰타는 정말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정원을 지나 이제 발레타 도심으로 향한다. 오전인데도 관광객을 실은 마차들이 연이어서 달린다. 
"우리도 저거 타고 둘러볼까?"
"아니." 가족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반대한다.
"왜? 타고 구경하면 편하잖아?"
"땀 흘리는 말을 좀 봐! 사람이 편하기 위해 말을 고생시키는 것은 우리 가족한테는 안 맞아."
"그래. 우리는 발로 걸으면서 찬찬히 둘러보자."  


발레타 도성 입구 광장에 1959년 세워진 청동 분수가 있다. 고려청자의 비취색을 떠올리게 한다. 이 트리톤 분수(Tritons' fountain)는 몰타에서 근대주의 양식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다. 트리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그의 아내 암피트리테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이다.     




발레타 도심 입구다. 거대한 성벽 두께뿐만 아니라 바둑판처럼 곧게 뻗어 있는 거리를 통해 발레타가 침략에 대비해 만든 계획도시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왕립 오페라 극장의 흔적이 보인다. 1866년 완공된 이 극장은 1942년 공습을 받아 훼손되어 철거되었다. 현재는 오페라 극장의 기둥 및 테라스 등 일부만 남아 있고 이 자리에 퍄짜 테아트루 랼(Pjazza Teatru Rjal) 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극장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쭉 가면 어퍼바라카(Upper Barrakka) 정원이 나온다. 


관광객들이 오전인데도 입구 반대편에서 마치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우릴 유혹한다. 


성 요한 대성당에 도달한다. 입장료가 10유로인데도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다. 16세기 지어진 이 성당은 17세기 바로크 양식 내부 장식으로 유명하다. 성당 앞 오른쪽에 있는 흉상이 눈길을 끈다. 

발레타의 수호성인인 비오 5세 로마 가톨릭 교황(Pope Pius V, 1504-1572 재위 1566-1572)이다. 그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교회 박사로 선포하고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반종교개혁과 라틴식 로마 전례를 표준화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또한 오스만 제국의 위협에 맞서 가톨릭 국가들이 신성 동맹을 맺도록 했다. 특히 몰타의 요새 성벽을 건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발레타의 중심에 있는 성 조지 광장이다. 그 많던 관광객들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텅빈 광장만이 우릴 맞이한다.   


우리도 중앙 거리인 리퍼블릭(Republic) 거리를 벗어나 오른쪽 좁은 골목을 따라 로어바라카(Lower Barrakka) 쪽으로 향한다. 여기도 누런색 석회석 건물들이 보는 사람들이 숨 막힐 정도로 따닥따닥 붙어 있다. 하지만 이 좁은 골목에 집집마다 주황빛 현관등이나 가로등 조명이 비치는 밤 풍경도 참으로 볼만 하겠다. 숙소가 세인트폴만에 있어서 야경을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건물과는 달리 발코니와 현관문은 개성이 넘친다. 비취색 치마를 입은 요가일래가 같은 색의 건물벽을 보고 좋아한다. 나도 내 옷과 같은 색의 현관문 앞에서 자세를 취해 본다. 


순간포착이다.
할머니 한 분이 3층 창문에서 줄을 이용해 쓰레기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바닥에 내려진 쓰레기 봉투에서 줄이 빠지지 않는다. 이를 보자마자 요가일래가 얼른 달려가 줄을 빼내 준다. 몰타는 현관문마다 쓰레기가 놓여 있다. 요일따라 버리는 쓰레기 내용물이 다르다. 거동이 불편한 연세 드신 분들이 이렇게 줄을 이용해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추모의 종이다. 세인트크리스토퍼 보루(바스티온 Bastion)에 세워져 있다. 세계 2차 대전 몰타 공반전(1940-1943) 중 희생당한 몰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몰타는 지중해 군사 요충지다. 추축국(독일과 이탈리아)의 포위, 공격 및 폭격에도 연합국이 승리한 전투다. 당시 군인과 시민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건물 수만 채가 파괴되었다. 


이 종은 1992년 몰타의 조지 십자장 수상 50주년을 맞아 엘리자베스 2세가 제막했다. 추모의 종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와상은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졌다. 청동 기념물 하단 동판에는 영국 시인 로렌스 비니언(Laurence Binyon 1869-1943)의 "추락한 자를 위하여"(For the Fallen)의 싯구가 적혀 있다. "At the going down of the sun and in the morning we will remember them"(해가 질 때 그리고 아침에 우리는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조석으로 누구를 기억하는가를 잠시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곳은 지중해와 세인트엘모 요새, 리카솔리 요새, 세인트안젤로 요새 등을 두루 구경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다. 도로 너머에 로어바라카(Lower Barrakka) 정원이 보인다.


이 정원은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여러 화초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가운데 신고전주의 양식의 기념물이 솟아 있다. 1810년 지어진 알렉산더 볼(Alexander Ball 1757-1809) 기념물이다. 그는 몰타가 영국 지배를 받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군인이자 외교관이고 초대 몰타 지도자이다.



이탈리아 화가이자 조각가인 우고 아타르디(Ugo Attardi 1923-2006)의 조각품 에네아(Enea)가 세워져 있다. 마치 자기 나신이 부끄러워 얼굴을 나뭇가지로 가린 듯하다... ㅎㅎㅎ  


정원 테라스다. 벽에는 기념판 두 개가 붙어 있다. 하나는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영웅들과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68년 프라하의 봄 4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통일을 기념하는 판이 언젠가 저 벽에 걸릴 날이 온다면 참으로 좋으리라...    


올리브 나무다. 우리가 지금 지중해에 있음을 가장 확연히 느끼게 해 준다.


로어바라카 정원에서도 여기저기 좋은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크루즈 오른쪽에 어퍼바라카 정원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저기까지 되돌아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우리는 세인트엘모만(St. Elmo Bay) 쪽 성벽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바다 건너 슬리에마(슬리마 Sliema)가 보인다. 발레타와 가까워 호텔,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가게 그리고 쇼핑몰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우리 집 여자 세 명은 이구동성으로 저기가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아주 좋아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안 갈 수가 없다고 한다. 발레타에서 배로 이동한다. 배타는 곳의 위치는 여기다. 7일짜리 교통카드가 통하지 않아서 따로 1.5유로 승차권을 구입한다. 


발레타가 시야에서 점점 넓어진다. 저 솟아 있는 탑 두 개가 들어간 모습이 발레타의 대표적인 지표(랜드마크 landmark 地標)다. 뽀족한 탑은 영국 애들레이드(Adelaide) 왕비가 1839년 세운 영국 성공회 바울 성당이고 둥근 탑은 1570년 지어진 가톨릭 가르멜 산의 성모 성당이다.



슬리에마로 넘어오자 우리는 꼬르륵 소리가 진동하는 배를 달래기 위해 식당부터 찾아 나선다. 음식 하나와 음료수 혹은 맥주나 포도주 한 잔을 1인당 10유로로 점심을 제곻하는 트라토리아 카르디니(Trattoria Cardini) 식당을 선택한다. 식당 위치는 여기다. 식구 모두 각자 다르게 시킨 음식에 대만족이다. 음식 맛만큼이나 남자 종업원이 잘 생기고 친절하다고 두 딸이 설렌다.


이 주변에는 모래사장 해변이 없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 평평하게 다듬어진 석회석 위에서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일광욕이나 해수욕 뒤 모래알을 털어낼 필요가 없어서 좋겠다. 


슬리에마에서 세인트줄리언스(산질리안 St. Juliana's)까지 해변따라 산책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넓직하고 깨끗하다. 의자에 앉아 쉬거나 일광욕을 하거나 아침 저녁에 달리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지붕 위 고양이 한 마리가 세인트줄리언스만(St. Julian's Bay)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엑사일스만(엑사일스 베이 Exiles Bay)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세인트율리언스다. 발루타만(발루타 베이 Balluta Bay)은 비취색 바다가 유난히 돋보인다.   


대문자 러브(LOVE) 조각상으로 유명한 스피놀라만(스피놀라 베이 Spinola Bay)이다. 그런데 글자가 거꾸로 세워져 있다. 여기도 사랑은 자물쇠다. 아기자기한 스피놀라만 등을 가진 세인트율리언스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임을 쉽게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저 거꾸로 된 글자가 맑고 잔잔한 비취색 바닷물에 반사된다면 똑바로 보이겠다.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 뒤엉키고 본말전도된 마음이 아니라 깨끗하고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을 봐야만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는 것일까...       


그렇게 화창한 날씨였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와 여전히 햇빛이 비추고 요트와 배가 둥둥 떠있는 스피놀라만에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바로 옆에 피자가게가 있다. 점심으로 배가 부르지 않았더러면 한 조각 먹고 싶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골든만 일몰 구경을 위해 다시 나간다. 그런데 골든만 쪽 하늘은 짙은 비구름이 보루(바스티온 bastion)를 형성해 진을 치고 있다.  


결국 숙소 바로 앞 바다에서 부모는 수영놀이를 하고 작은딸은 모델놀이를 한다.


이날은 식구들이 식탁에 모여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하루 여행을 각각 정리해 본다. 
큰딸: 발레타 거리의 인도가 너무 좁았다. 점심 식당 종업원이 참 친절했다. 중심가를 벗어나면 폐가가 수두룩했다. 중심가를 제외하곤 건물들이 웬지 빈약해 보였다.
작은딸: 사람들의 표정과 주변의 경관을 볼 수 있는 버스 이동이 좋았다. 추모의 종에서 내려다 보이는 잔잔한 바다가 참 좋았다. 
아버지: 관광객으로 넘치는 발레타에 가니 정말 우리가 여행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3층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배 타고 슬리에마로 이동해 해변로를 산책한 것이 좋았다.
어머니: 발레타에 가본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2. 14:35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가족여행 찍사는 나였다. 그때는 무게가 좀 나가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자랐고 식구 모두가 카메라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찍어 주거나 찍히는 횟수보다 찍는 횟수가 훨씬 더 많다. 가족이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식구 각자가 출사하러 온 듯하다. 그래도 기념으로 사진 한 두 장을 남겨야 하기에 종종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아래 사진과 영상은 삼성 갤럭시 7으로 촬영].

할 키르코프(Hal Kirkop) 공원에서


발레타(Valletta) 버스 정거장에서


발레타 중심가 거리에서 우연히 벽과 치마가 같은 연두색이다.


발레타 2차 대전 포위 기념물에서


세인트 폴스 베이 숙소 바로 앞 바다 


몰타 여행의 백미 중 하나인 코미노 섬에 있는 블루 라군이다.


요가일래는 사진 찍는 각도까지 알려 주고 자기가 찍힌 사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한다. 자기 취향이 있어서 이제는 사진으로 만족시켜 주기가 힘들다. 그래서 부탁하면 요즈음은 연사로 찍어 준다. 한 번은 한 장소에서 수 백 장을 찍어 주기도 했다. 필름 카메라 시대였다면 인화 비용도 상당했으리라... 디지털 카메라 시대라서 다행이다.

"연사 찍기 힘드니 제발 이젠 영상으로 찍자."
"그래 알았어. 한번 해봐."



"어떻게 너는 자세도 그렇게 다양하나?"
"내가 어렸을 때 아빠가 사진을 많이 많이 찍어 줘서 그렇게 됐지."



"아빠를 그렇게 기억해 줘서 고마워"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0. 06:08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에서 비를 맞은 후 점심 무렵에 숙소로 돌아온다. 비 덕분에 숙소에서 점심을 해먹게 된다. 오후가 되자 조금씩 날씨가 맑아진다.   

아직 빗물이 남아 있는 발코니에 날아든 개미가 허위적거린다. 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저 개미들을 어찌할꼬? 부엌으로 가서 라면 젓가락을 가져와 건져 주니 날아간다.



점심 후 원형 성당으로 유명한 인근 모스타(Mosta)로 향한다. 몰타섬 북서부 내륙에 위치한 모스타는 인구 2만명 도시다. 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중심가에서 벗어난 버스 정류장에서 미리 내린다. 도로도 좁고 인도도 좁다. 가로수도 없는 거리에서 더욱 돋보이는 건물 한 채가 눈에 확 띈다. 2층 창문과 지붕에 화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


도심에 있는 원형 성당 앞 작은 공원이다. 몇 해 전 영국 런던에서 본 것과 같은 붉은색 공중전화 부스는 몰타와 영국과의 관계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몰타는 1800년에서 1964년까지 영국 지배를 받았고 지금도 영연방에 속해 있다.  


그 유명하다는 로마 가톨릭교 원형 성당이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욱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정식 이름은 성모 승천 성당(Basilica of the Assumption of Our Lady)이다. 모스타 로툰다(Rotunda of Mosta) 혹은 모스타 돔(Mosta Dome)이라고도 불린다. 이 성당은 유럽에서 로마 베드로 성당과 런던 바울 성당에 이어서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둥근 천장(돔)을 가지고 있다. 성당 규모를 살펴보면 외부 지름이 54.86미터, 정면에서 후면까지 길이가 74.37미터, 벽두께가 8.28미터, 바닥에서 천장 전등까지 높이가 56.38미터다. 


모스타 인구가 늘자 1833년부터 새로운 성당을 짓게 되었다. 기존 성당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 둘레에 이 원형 성당을 지은 것이 참으로 특이하다. 28년에 걸쳐 새로운 성당이 완공될 무렵 1860년 기존 성당을 철거했다. 로마 가톨릭교에서 아주 중요한 세계성체대회가 1913년 이곳에서 열렸다.       


성당 앞에는 낯익은 동상이 보인다. 천국의 열쇠를 잡고 있는 베드로(왼쪽)와 책과 (부서져 일부만 남은) 검을 잡고 있는 바울(오른쪽)이다. 


성당 정면 벽에는 사도 네 명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설명하자면 가죽을 벗기는 칼을 잡고 있는 바르톨로메오, 긴 곤봉을 잡고 있는 야고보(소야고보, 알패오의 아들), 라틴 십자가(아래쪽이 위쪽에 비해 길쭉한 장축형 십자가)을 잡고 있는 필립보 그리고 어린 천사를 옆에 두고 있는 마태오다. 


성당 앞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 작은딸이 자기 용돈으로 가족 네 명 입장권(1인당 2유로)을 구입해 들어오라고 한다. 아주 넓은 성당 안에 때마침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도 조용히 앉아 기도에 동참한다. 장례식 끝무렵 팝송 "You raise me up"이 울려펴진다. 



첫째는 넓은 공간에 감탄한다. 둘째는 하늘색 벽과 벽화에 감탄한다. 그리고 셋째는 금색 무늬를 한 둥근 천장에 감탄한다. 성당 내부에 지붕을 받쳐 주는 기둥이 전무하다. 천장 내부 지름이 35.97미터다. 외부 높이는 59.74미터이고 내부 높이는 성당 외부 지름과 같은 54.86미터다.


1유로를 넣고 촛불을 켜고 기도한다.


의자 여섯 개를 일렬로 함께 묶여 놓았다. 미사 중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막을 수 있어서 좋을 듯하다.


성당 가운데 제단이 보인다. 


이 제단 그림은 성모가 승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1678년 몰타의 바로크 화가 스테파노 에라르디(Stefano Erardi 1630-1716)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가 인상적이다. 강대 혹은 설교단은 설교 등을 위해 만들어진 단이다. 보통 성당 중앙칸 벽면에 붙어 있거나 가까이에 있다. 그런데 여기는 원형 성당이라서 그런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조개 껍질에 물을 담아 세례하는 모습이다. 이 조각상을 보고 있으니 기독교에서 조개 껍질이 세례를 상징한다는 말이 쉽게 기억된다.  


성당 안에 왜 머리에 뿔이 두 개 달린 조각상이 있을까?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품이 떠오른다. 뿔 달린 모세다. 미켈란제로는 성경에 근거해 뿔을 넣어 조각했는데 이는 히브리어의 '빛을 뿜다, 광채가 나다'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성모승천상은 1868년 처음 조각되었고 1947년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성당 내부 관람 중 안내표시판은 자꾸 폭탄 박물관을 가르킨다. 성당에 웬 폭탄 박물관이 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내용인즉 이렇다. 몰타는 군사적 요충지다. 제2차 대전에서 몰타 공방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이 포함된 연합국 군대와 독일과 이탈리아가 포함된 추축국 군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1942년 4월 9일 16시 40분 독일 전투기들이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 3개가 성당으로 떨어졌다. 이 중 500kg 폭탄 한 개가 천장을 뚫고 성당 가운데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성당 안에서는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저녁 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폭탄은 폭발하지 않았다. 성당 옆에 떨어진 폭탄 두 개도 불발탄으로 남았다. "1942년 4월 9일 폭탄 기적"이 일어났다. 성당에 있던 사람들 중 사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 불발탄은 해체되고 몰타섬 서해안 바다에 버려졌다. 현재 전시되어 있는 폭탄은 복제품이다. 


아직 날이 밝기에 모스타 도심 거리를 돌아다녀 본다. 역시 여기도 누런색 석회석 건물이 대부분이다. 


건물벽 주로 현관문 옆에 붙어 있는 성물(聖物)은 경건함을 자아낸다[관련글:  몰타 거리 산책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다].


왕복 각각 1차선이다. 도로변 인도에 자리잡은 주유소 풍경이 몹시 낯설다. 어느 나라에서는 안전상 이유로 허가를 받을 수 없을 텐데 말이다. 도시공간 구조상 어쩔 수 없을 수도 있겠다.


시간이 지나니 배가 출출하다. 아내는 몰타에 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를 먹어보자고 한다. 바로 파스티찌(pastizzi)다. 


모스타 제과점에서 1개당 50센트다. 치즈나 으깬 고기나 완두콩 등이 안에 들어 있다. 나는 완두콩 파스티찌를 고른다. 바삭바삭하고 아주 고소하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식구당 하나씩만 사 준 아내가 약간 원망스러워진다. 이거 먹으러 다시 몰타에 가보고 싶은 충동심이 일어난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0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19. 15:45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몰타에서 10일 동안 체류하면서 세 번 다녀온 곳이 있다. 바로 황금빛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골든만(골든베이 Golden Bay) 일대다. 이곳에 처음으로 간 날은 여행 5일째다. 그런데 아침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 여행 중 그것도 해외여행 중 만나는 폭우는 늘 반갑지가 않다.


첫 번째 방문 - 황금색 모래사장 골든만 Golden Bay
다행히 11시경 우리 숙소가 있는 세인트폴만 쪽은 날씨가 개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골든만 쪽은 여전히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해가 반짝이는 쪽이 뒤로 점점 멀어지니 앞에는 푸른 채소밭 시골 모습이 나타난다. 곧 이어 골든만에 도착한다. 눈앞에 펼쳐친 해변은 밝은 진흙색 멜리하 해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몰타에서는 아주 폭이 넓은 황금빛 모래사장이다. 아, 왜 여기를 골든만이라고 부르는 지를 단번에 알게 된다.   


이렇게 흐린 날에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햇빛이 비치는 저 모래사장과 바닷물은 얼마나 아름다울 지 머리 속에 쉽게 그려진다. 


해수욕을 하고자 하는 일행을 모래사장에 남겨 두고 작은딸 요가일래와 둘이서 절벽 너머의 풍경이 궁굼해서 올라가보기로 한다. 도중에 서로 사진을 찍어 준다.


이 척박한 절벽에 향신료로 사용되는 고수를 만나니 신기하다.


골든만 왼쪽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망루다. 1637년 세워진 아인투피하(아이 투피에하 Għajn Tuffieħa Tower 발음 ayn too-fee-ha)이다. 아인투피하는 몰타어로 '사과눈'이라는 뜻이다. 망루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골든만(골든 베이)이고 왼쪽은 아인투피하만(아이 투피에하 베이 Għajn Tuffieħa Bay)이다. 


이 망루에서 왼쪽으로 내려다 보면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아인투피하만이다. 물이 얕은 해변이 길쭉하게 쭉 뻗어 있다.


뻥 뚫린 바위 사이로 파도 한 줄 없는 바다가 보인다.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바닷물의 색깔이 매혹적이다. 당장이라도 내려가 유유자적(悠悠自適 ) 수영하고 싶다.    



그런데 우려했듯이 비가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행이 있는 골든만 해수욕장으로 돌아온다. 저쪽에서 먹구름이 다가오는 속도처럼 해수욕장에 모인 사람들도 돌아간다. 우리 가족은 골든만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식당에서 자리를 잡는다.     


식구가 여럿이니 뭘 먹을 지를 놓고 늘 신경전이다. 두 명이 피자 하나를 시킨다. 종업원이 가져 오는 피자를 보니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막상 둘이서 먹어도 남는다.


술은 그다지 먹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번 몰타 여행에서 맛본 몰타 맥주 시스크(Cisk)는 내 입맛에 딱 맞다. 알콜이 4.2%인 시스크 큰 잔 하나가 2.5유로다.  


다른 식구들은 몰타산 포도주를 주문한다. 포도 품종 쉬라즈(shiraz, 프랑스에서는 시라)로 만든 포도주다. Pjazza Regina Valletta 750ml 한 병이 11유로다. 쉬라즈 포도주는 단내가 나면서 색깔과 향이 진하다.


점심 식사 중 비가 그친다. 망루 너머에 또 다른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고 말하자 아내와 큰딸이 꼭 가보자고 한다. 저만치 있는 먹구름이 곧 닥쳐올 비를 예보하는데도 말이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풍화되고 있는 황토색 바위 위에 앉아서 사진 놀이를 한다. 뒷배경이 어떠하기에....


뒷배경은 아인투피하만(Għajn Tuffieħa Bay) 해수욕장이다. 리비라 해수욕장(리비에라 Riviera Beach)이라 불리기도 한다. 접근성으로 인해 골든만 해수욕장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하다. 아래 사진 오른쪽 산등성이 너머에 살짝 보이는 바다도 궁금하다.    


예상은 했지만 한순간에 바다 쪽에서 강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걸음아 나 살려라 식으로 골든만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린다. 굵은 비가 주럭주럭 쏟아지는 정류장에서 30여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관련글: 몰타에서 버스타기 이야기]. 공유택시를 부르려고 하는 찰나에 버스가 온다. 숙소까지 오는 데 20여분이 걸린다. 그 사이에 구름이 걷히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이다. 저 노을을 골든만 황금색 모래사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아쉽고 아쉽다. 날씨가 얄밉고 얄밉구나... ㅎㅎㅎ


두 번째 방문 - 비취색 아인투피하만과 즈네이나만 Għajn Tuffieħa Bay & Ġnejna Bay
다음날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다. 골든만 맞은편에 있는 아인투피하만 해수욕장에 가보고자 9시에 숙소를 나선다. 버스에서 내려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오른쪽은 햇빛이 쨍쨍 비추고 왼쪽 하늘 저쪽은 먹구름이 진을 치고 있다. 아쉽게도 반짝이는 해는 곧 먹구름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에 닿기 위해서는 계단 200개를 밟고 내려가야 한다. 초록색 산 경사, 평평한 바윗덩어리, 황금색 모래사장과 비취색 바다가 신비감을 자아내는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저쪽 바위산 끝자락은 호랑이띠 내 눈에는 호랑이로 보인다. 고개를 들고 누워 있는 호랑이 형상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 ㅎㅎㅎ 


해수욕장 옆에 있는 커피숍 싱기타(Singita)의 환영안내판 문구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당신은 지금 손대지 않은 자연이 있는 순수하고 천연적인 땅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바다가 당신을 자유롭게 하게 하세요.
행복을 호흡하세요. 
자유를 호흡하세요.
당신 마음 외에 아무것도 여기에 남겨 두지 마세요. 


아직 비가 오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다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10월 하순 하늘이 흐려도 수영하기엔 바닷물이 차지가 않다. 바닷물은 짜다. 하지만 해수욕 후 수건으로 몸만 닦고 옷을 입어도 짠내를 느끼지 못 한다.


비가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커피숍으로 이동해 비를 피해 본다. 히지만 지붕은 대나무로 차양막은 줄로 듬성듬성 엮어져 있다. 빗방울이 틈새로 떨어지고 바람에 날려 들어온다. 

     
비가 조금 그치자 나는 홀로 저 언덕 너머에 있는 세 번째 만인 즈네이나만(Ġnejna [dʒˈnɛjna] Bay)을 구경하기 위해 해변을 따라간다. 그런데 여긴 점토가 해변 절벽을 이룬다. 마른 날이면 기어 올라가 지름길로 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해변따라 이어지는 점토 절벽이다.  


찰흙이 달라붙은 신발이 무거워 힘겹게 언덕 위로 올라간다. 왼쪽에 골든만 호텔과 아인투피하만이 보인다. 


아래가 바로 즈네이나만을 이루는 점토 절벽이다. 이 만은 온통 점토로 둘러싸여 있다.


바취색 바다에 조금씩 퍼져가는 하얀색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비가 골을 만들어 점토를 쓸고 가서 만들어내는 색깔이다. 얼핏보면 하얀 구름이 바닷물에 투영된 듯하다. 바람이 억세게 분다. 사방천지에 혼자다. 저 가파른 찰흙 미끄럼틀로 발을 헛딛을까해서 공포감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제 신발은 천근만근이 되어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힘들다. 미끄러져 손을 땅바닥에 대자 마치 페이트통 안으로 손을 닿은 듯하다. 손에도 찰흙이 듬뿍 묻는다.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으로 내려오니 굵은 비가 쏟아진다. 모래사장에 놀던 아이들도 비를 피해 어디론가 벌써 떠났다.


굵은 비에 커피숍 지붕은 속수무책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이날 변화무쌍하는 날씨의 피해자가 된다. 숙소로 돌아오는 공유택시에서 덜덜 떨면서 그래도 아름다운 아인투피하만에서 해수욕을 한 것에 모두들 즐겨워한다. 200계단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계단 전체를 볼 필요가 없다. 그냥 첫 발을 내딛어라."  


세 번째 방문 - 황금빛 일몰 골든만 / 골든 베이 
몰타섬에 와서 골든만 일몰을 보지 않으면 참으로 아쉬울 듯하다. 기회가 왔다. 몰타 여행 마지막 전날 하루 종일 맑은 날이다. 오전에는 코미노섬을 다녀오고 해질 무렵 골든만을 다시 찾는다. 조금 쌀쌀한 날씨인데도 일광욕과 해수욕을 번갈아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일몰 직전이다. 황금빛 모래사장이 일몰 햇빛을 받아 더 진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다.


골든만 저쪽으로 해가 떨어진다. 황금빛 모래사장에서 바라본 일몰은 다음날 므디나에서 맞이한 일출과 더불어 몰타 가족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일몰과 작별하자 하늘에는 어느새 달이 밤길을 밝혀 준다. 달 아래 있는 작은 별이 궁금하다. 페이스북 친구이자 천문학자에 의하면 이 별은 이날 달에 아주 가까이에 위치한 목성이다.


이렇게 세 번 방문을 통해 몰타에서 경관이 아주 빼어난 곳을 둘러 보았다. 골든만, 아인투피하만 그리고 즈네이나만은 한 묶음이다. 3욕 즉 해수욕과 일광욕 그리고 도보욕(하이킹 또는 트레킹)을 한꺼번에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볼만한 곳이다. 



먼저 도보욕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리비라 버스정류장(Riviera Stop 구글지도 위치)에서 내린다. 앞으로 쭉 가서 계단으로 내려가지 말고 먼저 산길을 따라 즈네이나만으로 간다. 이곳에서 점토 절벽과 해변을 구경한 후 아인투피하 해수욕장으로 온다. 이어서 절벽 위 길을 따라 골드만 해수욕장을 구경한다. 가기 전에 꼭 담력을 키우기 바란다. 절벽이 그야말로 아찔하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18. 22:41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 가족여행 넷째날이다. 이번 가족여행지로 몰타를 선택한 이유는 그래도 여전히 햇빛이 강하고 해수욕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몰타에 와 보니 하루에도 날씨 변화가 심하다. 아침부터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 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날 해수욕은 힘들겠다.  


가족은 첫날 저녁 잠간 일부만 산책한 부지바(Buġibba)를 다녀오기로 한다. 그날 달이 휘영찬란한 밤이었다. 그런데 하늘 저쪽 먹구름 사이로 소리 없는 번개가 연신 번쩍거렸다. 마치 하늘이 불꽃놀이를 하는 듯했다.      



그래서 이날 다시 부지바를 아래 동선으로 돌아본다. 부지바는 몰타섬 북쪽 세인트폴만(세인트 폴 베이, Saint Paul's Bay)에 자리잡고 있는 유명한 관광휴양지다. 호텔, 레스토랑, 술집, 나이트클럽 등이 즐비하다. 



우선 우리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인도를 따라 간다. 몰타는 이런 인도가 흔하다. 보행할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비가 온 후 물웅덩이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차가 튀기는 물벼락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런 단색 건물들이 주를 이루는 몰타의 거리를 산책하다보면 현관문 옆에 장식된 타일 문패와 도자기 작품이 이색적이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관련글: 몰타 거리 산책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다]. 부지바를 향해 걸어가는 데 한 건물의 자투리땅 장식이 내 시선을 잡아당긴다. 


바로 이 자루리땅에 고인이 된 지 벌써 50년이 넘게 지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를 추모하는 제단이 꾸며져 있다.


해변도로 옆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저 앞에는 비를 뿌릴 듯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반대편 하늘은 정반대다. 화창하다. 금방이라도 바닷물로 풍덩 뛰어들어 수영하고 싶어진다.


왼쪽 하얀색 건물들이 있는 곳이 바로 부지바다.


해변이라면 흔히 모래사장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평평해진 석회석 해변이다.  


새로운 곳에 왔으니 새로운 인물도 알고 가야겠다. 산책로에서 만난 조각상의 인물은 마르키자 안나 부게야(Markiza Anna Bugeja, 1830-1916)다. 그녀는 이 지역과 가톨릭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을 기부했다.    


위그나코트탑(Wignacourt tower)이다. 이 탑은 1610년 몰타섬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망루다. 1715년 포대(砲臺)가 추가로 설치되었고 지금은 박물관이다. 이 탑은 몰타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망루다. 왜냐하면 이 탑보다 5년 전에 세워진 고조섬 가르제스탑(Garzes tower)이 1848년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가운데 보이는 섬이 바로 세인트폴섬(산파울섬 Saint Paul's Island)이다. 사도 바울(파울로스) 일행이 로마로 향하다가 난파를 당해 도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만을 세인트폴만이라 부른다.


산책로에 비가 온 흔적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요트들이 훨씬 더 많이 정박되어 있겠지...


이날 만난 풍경 중 압권은 바로 벽에 매달려 있는 어선이다. 



바다에는 요트가 정박해 있고 해변 벽에는 작은 배들이 수직으로 촘촘히 매달려 쉬고 있다. 마치 긴 끈에 매달아 놓은 물고기들을 연상시킨다[관련글: 몰타 고기잡이 배에 그려진 눈 한 쌍의 의미는].


돌을 파서 만든 염전이다.   


부지바 중심가 거리다. 쭉 위로 뻗어 있는 야자수가 일품이다.


부지마 중심 광장이다. 10월 하순이라 한산하다.


부지마 끝자락에 자리잡은 몰타국립수족관이다.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몰타에서 유일한 수족관이다. 
"수족관에 갇혀 버린 물고기를 구경할래 아니면 바다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를 상상할래?"
가족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상상하자"로 답한다.    


카페 델마르다. 야외 수영장이 바다와 이어져 있는 듯하다.


우리의 도보 산책은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진다.


큰 규모의 살리나(Salina) 염전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해변을 따라 부지바를 쭉 도보로 둘러 보았다. 저 멀리 언덕 위에 점처럼 므디나의 구시가지가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저기를 또 가봐야지...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15. 05:53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3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부터 화창하고 영상 23도 날씨다. 식구 모두가 일광욕과 해수욕을 좋아해서 몰타 가족여행의 첫 행선지로 멜리하만(멜리에하만 Mellieha Bay, 아디라만 Għadira Bay) 해변(구글 위치)으로 정한다. 



몰타의 해안은 주로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멜리에하만에는 넓은 모래해변이 있다. 


이 해변은 몰타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기 있는 해변 중 하나다. 10월 하순인데도 모래해변에는 여전히 양산(파라솔)이 펼쳐져 있다.  


멀리까지 바닷물이 얕고 잔잔하다. 


바닷물이 수정처럼 깨끗하다.


가족이 함께 하기에 정말 좋은 해변이다. 10월 하순이라 사람이 많지 않다. 여름철 성수기에 얼마나 사람들이 많을 지 쉽게 상상이 된다.



구름선을 따라가면 저 언덕에 멜리에하 성당이 우뚝 솟아 있다. 바위 사이에 자란 식물 줄기에는 달팽이 천지다[관련글: 몰타에서 만난 달팽이 나무에 나를 반조해 본다]. 낮은 바위로 모래해변이 세 군데로 나눠져 있다. 


멜리하만 해변을 따라 산책하면서 마음에 드는 모래사장 하나를 골라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번갈아 두 세 시간을 하자 배가 고프다. 수영복 차림이라 해변 음식점으로 향한다. 차림표 속 음식 사진은 군침을 자아낸다. 생각만큼 비싸지가 않다. 4-8유로다. 생선감자튀김을 주문한다.


생선 한 마리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아뿔싸 생선살을 으깨서 기름에 잔뜩 튀긴 음식이 나온다. 한편 아래는 딸아이가 주문한 새우튀김이다.    


해수욕을 한 후 우리는 하나를 더 방문하기로 한다. 마침 인근에 뽀바이 마을이 있다. 거리는 약 2킬로미터다. 도보로는 약 25분이 걸린다. 101번 버스가 간다. 버스를 타고 갈까 아니면 걸어서 갈까? 식구마다 의견이 다르다. 버스가 자주 없을 뿐만 아니라 버스가 제시각에 오는 경우가 우리에게 한 번도 없었다.    



걸어 가자는 두 딸의 주장에 따라 인도가 따로 없는 좁은 도로를 따라 뽀빠이 마을로 향한다. 돌담이 정겹다. 돌담 주위에 선인장, 포도나무, 석류나무, 호두나무 등이 자란다. 선인장을 제외하고는 어릴 때 한국 시골 우리 집 뒷밭에 자라는 나무들이다.   


밭 전체가 채소로 푸르다. 무슨 채소인지 단번에 알아보니 식구들이 놀란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채소 가지다.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우리만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듯하다. 뽀빠이 마을 입장권을 파는 건물이다. 입장권 성인 11-17유로, 어린이와 연금수령자는 9-12유로다.   


이 뽀빠이 마을은 1980년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 <뽀빠이>의 촬영 세트장이다. 시금치를 먹으면 강해지는 뽀빠이... 바로 만화 캐릭터 뽀빠이를 주제로 조성된 놀이공원이다.    


보는 이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비취색 만(灣)과 누런 절벽 아래 자리 잡은 뽀빠이 마을은 그 풍경만으로도 동화 속 마을임을 쉽게 느끼게 한다.  


나도 뽀빠이 흉내를 내본다. 이 기념 사진을 본 페이스북 친구들이 도대체 시금치 몇 단을 먹었는 지를 묻는다. ㅎㅎㅎ  



절벽을 따라 조심조심 걸으면서 반대편에서 뽀빠이 마을을 즐겨 본다.   


늦은 오후이고 이제 졸라대는 어린이가 식구 중에 없어서 우리 가족은 이렇게 몰타의 유명한 관광명소 뽀빠이 마을을 눈에 새겨 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7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14. 18:10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는 가능한이면 걸어다닌다. 특히 숙소가 있는 동네 한 바퀴 돌기를 아주 좋아한다. 

몰타 도심의 거리는 대체로 차도도 인도도 폭이 좁다. 거리 쪽으로 정원이 먼저 나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건물들이 일렬로 따닥따닥 붙어 있다. 건축 재료는 모래빛 석회암이 주를 이룬다. 반복되는 누런색 건물들이 단조롭다. 집집마다 현관문 옆에는 쓰레기 봉투가 청소차를 기다리고 있다.


몰타 기사단(성 요한 기사단)의 깃발이 타일로 건물 벽에 붙어 있다. 바로 밑에는 우편함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도자기 성물이 붙어 있다 - 성심(sacred heart 성스러운 마음)


현관등 밑에 건물 번호와 성가정(holy family) 도자기 성물이 붙어 있다. 현관등이 성스러운 가정을 더욱 포근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듯하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도자기 성물이 붙어 있다 - 아베 마리아(Ave Maria). 라틴어 아베는 문안드리다, 인사하다, 공경하다, 찬미하다, 성스럽다, 고귀하다 등의 뜻이다.


건물 번호 밑에 거주자의 이름이 예쁜 타일에 쓰여 있다.


조그마한 성물 밑에 거주자의 이름이 쓰여 있는 타일이다. "성모님, 저희 로우르데스 가정을 보살펴 주소서"라고 기도하는 듯하다. 


파란색 도자기 성물이 붙어 있다.


슬리에마(Sliema)에 있는 거리다. 대체로 누런 석회석 건물 일색이다.


하지만 발코니와 현관문 그리고 창문 덮개는 초록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다양하다. 


모스타(Mosta)의 한 거리다. 좁은 인도에 자라는 지중해꽃 부겐빌레아다. 분홍색 꽃이 단색 석회석 건물들 사이에 더욱 돋보인다.


몰타 섬 중앙에 위치한 므디나(Mdina)의 구시가지에 있는 작은 광장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광장에서 건물 벽을 가득 메워 담쟁이처럼 벽에 붙어서 올라가는 부겐빌레아가 감탄을 자아낸다.  



석조 건물의 초록색 문이 인상적이다. 마치 몰타에 부족한 녹색 정원을 대신하는 듯하다.  


현관문 옆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성물이 그리고 그 밑에는 문패가 붙어 있다.


현관등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이를 밝혀 주고 있다.


화환으로 장식된 예수 도자기 성물이 벽에 붙어 있다.


가브리엘 대천사와 성모 마리아 도자기 성물이 붙어 있다. 가브리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성령(비둘기 등으로 상징)에 의해 처녀의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 준다. 이것(라틴어 Annunciatio)을 성모영보, 성모희보, 수태고지라고 한다. 그 밑에는 안눈치아타(Annunziata)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이름은 딸만 있는 가정에 다음 태어날 아기가 사내이길 바라면서 종종 아기에게 주는 이름이다.  


므디나 구시가지 작은 광장에서 만난 집의 현관 앞이다. 양쪽 벽을 따라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짙은 녹색 현관문 오른쪽에 작은 현관등이 보인다. 그 밑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 성물이 있다. 등불이 이들을 비추는 듯하기도 하고 이들의 사랑과 자애로움이 등불을 밝히는 듯하기도 하다.


누런 석회색 건물 일색인 몰타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쉽게 지루할 수 있겠다. 다행히 현관문에 붙어 있는 종교적 성물(聖物)과 다양한 문패 등을 살펴 보면서 산책하니 몰타의 색다른 맛을 체험할 수 있었다. 교황이 거주하는 바티칸을 제외하고 가장 가톨릭적인 나라로 흔히 몰타를 꼽는다. 몰타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 말이 그저 나온 말이 아님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11. 04:24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세인트 폴 베이(Saint Paul's Bay)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특히 알록다록 여러 색으로 칠해진 배들이 눈길을 끈다. 이는 몰타의 전통 고기잡이 배인 루쭈(luzzu)다.


이 어선들은 보통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으로 밝게 칠해져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눈에 띈다. 하나 같이 뱃머리에 눈 한 쌍이 그려져 있다. 무슨 의미일까?


사람 눈으로도 보이고 물고기로도 보인다. 보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겠다.


몰타 가족여행 전에 미리 몰타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아내가 루쭈 앞에 장식되어 있는 눈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이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사람들의 풍습에서 유래된다. 이 눈은 '호루스의 눈'(고대 이집트의 신격화된 파라오의 왕권을 보호하는 상징) 혹은 '오시리스의 눈'(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서 풍요를 상징 또는 부활과 재생을 의미)와 관련이 있다. 이 눈은 바다에 있는 동안 어부들을 보호해 준다. 


루쭈는 흔히 몰타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진다. 루쭈가 많이 정박해 있는 어항은 마르사실로크(Marsaxlokk)다. 몰타 섬 남동부에 위치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혹시 비닷솟 물고기들이 이 눈 한 쌍을 가진 배를 물고기로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배가 앞으로 나아가면 동료 물고기가 오는 줄 알고 바닷속 물고기들이 이를 환영하러 다가오다가 그만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 아닐까... ㅎㅎㅎ


고기잡이를 나가는 몰타의 어부들이 호루스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고 오시리스의 도움을 받아 만선을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이런 장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저 폴 베이를 지나 고기잡기 나간 어부들이 다 이 눈의 위력을 얻기를 바라본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8. 06:18

몰타 가족여행 이틀째다. 첫 날 숙소가 있는 할 키르코프(Hal Kirkop)에서 여행 마지막까지 7일 동안 머무를 세인트 폴스 베이(Saint Paul's Bay) 숙소까지 가야 한다. 이번 여행계획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교통수단이다. 차량을 임대할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7명이고 이 중 한 명이 아기다. 돌아가는 날짜가 조금씩 다르다. 운전대 위치도 다르다. 몰타는 영국처럼 주행방향이 좌측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니 대중교통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7일 동안 무제한으로 버스를 탈 수 있는 교통카드(Tallinja Card Explore)를 1인당 21유로에 구입했다. 이 카드는 몰타와 고조 섬 둘 다 유효하다. 처음 승차해 유효화시킨 날부터 7일 동안이다. 우리는 동네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운전사한테 현금으로 승차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겨울철 1.5유로, 여름철(6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2유로, 야간 3유로다. 이 현금 승차권으로 2시간 이내에 무제한으로 환승도 할 수 있다.     


첫 번째 버스로 몰타 수도인 발레타의 봄비(Bombi) 버스 정거장에 도달해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대기소 옆에 일련로 늘어선 광고대가 눈길을 끈다. 단순한 광고용일까...


접이식 의자다. 좌판 양쪽에 광고가 붙어 있다. 광고 없는 플라스틱 접이식 의자를 버스 정거장에서 지금껏 종종 보았지만 이렇게 광고까지 붙어 있는 정거장 접이식 의자는 처음 보는 듯하다.



정거장간 거리가 짧고 급브레이크 잦아
목적지까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거장간 거리가 짧아서 버스가 자주 선다. 좋은 점도 있다. 어쩌다 시차 부적응으로 졸다가 한 두 정거장을 더 지나서 내려도 걸어서 되돌오는 데 크게 불편하지가 않다. 도로 폭이 대체로 좁다. 또한 보도 폭이 아주 좁은 곳이 많다. 어떤 곳은 지나가는 차에 부딛힐까봐 겁이 날 정도다. 운전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잦다(멀미를 쉽게 하는 사람은 미리 이를 숙지하는 것이 좋겠다).


버스 시간표는 무시가 상책
이런 이유로 버스 정거장에 붙여져 있는 버스 시간표는 무용지물로 보인다. 7일 동안 버스를 타면서 제시각에 도착한 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처음에는 시간표를 믿어보려고 했지만 시간표가 소용없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버스 시간표를 아예 안 믿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워야 
다가오는 버스가 정거장에 서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정거장에서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뻔히 있는데도 그냥 지나가 버린다. 왜 이러지? 우리가 사는 빌뉴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통문화다. 반대편 쪽 정거장에도 사람들이 기다린다.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세우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이 버스는 서지 않고 그냥 휙 지나가 버린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버스가 만석이고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서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사람이 많이 타고 있고 내릴 사람이 없고 또한 바로 뒤에 따라오는 버스에 사람이 적은 경우도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합당한 이유가 없는 듯한데도 지나가 버리는 버스를 여러 번 만났다.    



공유택시 앱도 준비해야 
길이 굽이굽이 돌거나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연이어져 있어서 뒤에 버스가 오는지를 쉽게 볼 수가 없다. 버스를 하도 기다리다가 지쳐서 공유택시를 부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몰타에서는 에스토니아에 기반을 둔 공유택시 볼트(Bolt)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한편 비상시 버스 유리창 깨는 방법이 특이하다. 보통 유리창 옆에 조그마한 망치가 붙어 있다. 그런데 이번 몰타에서 본 것은 망치가 아니라 붉은 단추다. 비상시 노란색 봉인을 틀어서 깨고 붉은 단추를 치면 유리창이 깨진다.    


정차 단추를 눌러야
모든 정거장에 버스가 서지 않는다. 내릴 정거장 직전에 버스 안에 여기저기 붙어 있는 붉은 단추를 눌러 운전사에게 정차 신호를 반드시 보내야 한다. 내 정거장에 서 주겠지 하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공항이동시 시간 주의해야
출국시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머문 곳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에 한 대였다. 버스를 놓치거나 만석이라 버스가 정거장에 서지 않으면 1시간을 더 초초하게 기다려야 한다. 

몰타는 차량 주행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조심해야 한다. 도로를 건널 때 항상 오른쪽을 먼저 살펴 봐야 한다. 참고로 이번 몰타 여행에서 이동노선이나 버스정보를 유익하게 준 앱이 바로 Moovit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6. 17:16

유럽 리투아니아는 국경일(영혼의 날 - 돌아간 조상을 숭배하는 날)인 11월 1일을 기점으로 학교가 일주일 방학에 들어간다. 보통 이맘 때부터 흐리고 추운 날씨가 대세다.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은 lapkritis다. 이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뜻한다. 

우리 가족은 거의 매년 햇볕이 부족한 긴긴 겨울철을 잘 견디기 위해 이맘 때 따뜻한 나라로 가족여행을 간다. 행선지 결정은 아내 몫이다. 봄부터 아내는 여행지와 더불어 저가 항공권과 괜찮은 숙박 시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지중해 키프로스와 몰타 중 고민하다가 몰타를 여행지로 정했다. 이유를 물으니 첫째 해수욕도 여전히 가능하고, 둘째 호주 큰 딸과 영국 조카 가족이 더 싼 비행기표로 올 수 있고, 셋째 공용어 중 하나가 영어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막상 가족여행을 떠날 때쯤 리투아니아는 기록적인 날씨로 여름날 같은 10월 날씨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여행 안 가도 될 텐데... 10월 24일 오후 라이언에어 비행기를 탔다. 직항이다. 왕복 비행기표가 1인당 180유로다. 빌뉴스 공항에서 몰타 공항까지 소요 시간은 3시간 20분이다.

지중해 몰타로 접어들자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금방이라고 폭우가 쏟아질 듯하다.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찰나인데 참으로 아쉽다. 저런 먹구름은 우리가 머무는 8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10월 중하순 몰타 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몰타는 쉥겐조약(국경통과 간소화 조약) 가입국으로 비행기에 내려서 버스로 이동한 후 출입국 심사없이 우리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첫날 숙소는 공항 출입국장 반대편 쪽에 있는 할 키르코프(Hal Kirkop)에 위치해 있다. 다음날 아침 호주에서 큰 딸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항 인근으로 정했다. 도보로 20분 걸리는 거리다. 성 레오나르두스(Leonardus) 성당 바로 옆이다. 리투아니아 성당들은 대부분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이곳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하루만 묵을 숙소다. 석회석으로 지어진 호텔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호텔이 전자우편으로 호텔 출입을 할 수 있는 큐알코드를 보내왔다. 늦은 밤도 아닌데 설마 호텔 접수대에 종업원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 8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초인종도 없다. 어떻게 들어가지... 출입문 옆에 전자 기기 하나가 붙어 있다. 방법을 숙지하고 있던 아내는 전자편지에서 내려 받은 큐알코드를 찍는다. 그러자 전자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큐알코드로 호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도 접수대도 정말 없다. 방문 옆에도 큐알코드를 읽는 기기가 붙어 있다.   


깔끔하다. 그런데 방바닥이 낯설다. 리투아니아는 목재 바닥이 대부분인데 몰타는 타일이다. 여기가 더운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인용 침대가 둘이다.


침대 너머 오른쪽에 옷장이 보인다. 다른 침대 옆에도 넉넉한 옷장이 있는데 저기 텔레비전 옆에 굳이 옷장이 또 필요할까...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옷장으로 위장된 부엌이다!!! 간단하게 요기할 거리를 만들 수도 있겠다.


몰타의 전원 꽂개집(콘센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미처 변환 꽂개집을 준비하지 못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동그란 구멍이 두 개가 있는데 여기는 네모난 구멍이 세 개가 있다. 


서로 다른 꽂개(플러그)다. 


다행이 약간 변형된 꽂개집 덕분에 걱정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규모의 호텔이다. 방이 총 6개다. 우리 가족만 투숙한 듯하다. 어떻게 유지가 될까... 그런데 나중에 아침 식사하는 것을 보니 방이 모두 다 손님으로 채워져 있다.


준비된 아침 식사 양과 종류를 보니 참으로 소박하다.


빵을 구우려고 전원을 넣어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주인인지 직원인지 현지인 한 사람이 식당으로 와서 벽에 붙어 있는 꽂개집 왼쪽에 있는 개폐기(스위치)를 작동시켜 준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 굳이 꽂개를 뽑을 필요가 없이 그저 전원 개폐기만 닫으면 된다. 


아침 식사 후 찍은 호텔 정면이다. 모래색 석회석 건물과 남색 나무 창문이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호텔 바로 옆 성당이다. 하나면 충분할 텐데 왜 벽시계가 두 개나 있을까? 옆에 있던 요가일래가 답을 준다. 이것이 바로 몰타 특징들 중 하나다. 두 개의 종탑 아래 각각 시계를 걸어 놓는다. 오른쪽 시계만이 정확한 시간을 주민들에게 표시한다. 틀린 시간을 표시하는 다른 시계는 악령을 혼동시켜서 미사를 방해하지 못하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와~~~ 고마워~~~   


모처럼 다 함께 모였으니 가족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다른 숙소 입실 시간이 오후 1시라 아침에 마실 구경에 나선다. 온통 누렇고 누렇다.


공사현장이다. 벽이나 바닥이 다 누런 흙으로 보이지만 다 밝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감자가 자라고 있다. 흙 반 돌 반이다.


올리브가 익어 가고 있다. 


"와, 아몬드다!" 
식구들은 믿지를 않았다. 요가일래는 열매 하나를 집으로 가져 와서 깨서 먹어 보더니 그제서야 식구들은 내 말을 믿게 되었다. 30여년 전 헝가리 유학 시절 현지인 포도밭에 내가 심어 놓은 아몬드 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무궁화속의 꽃인 부상화다.


장미꽃도 여전히 피어 있다.


동네 작은 공원이다. 깨끗한 무료 화장실이 신기하다. 채소와 과일도 자라고 있다. 


수박이다. 이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로 접어드는데 저 수박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중해 몰타에서 첫날을 보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최첨단 큐알코드 입실이다. 아침 식사를 도와주던 친절한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이 방법이 몰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나?"
"다른 호텔들이 사용하는 지는 모르겠다."
"어떤 좋은 점이 있나?"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된다. 상주할 필요도 없다. 아침 준비와 청소 정리만 하면 자유롭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4. 06:50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말타, Malta)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기억에 남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달팽이다. 모래빛 석회석의 담벼락으로 올라가 아직 자신의 점액으로 붙여 있는 달팽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또 달팽이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마치 담벼락 색으로 변신을 한 듯하다. 느림의 미학 상징 중 하나인 달팽이는 말라 죽을 수도 있는데도 왜 이렇게 담벼락 위로 올라가는 것일까...


어느 날 몰타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멜리하만(멜리에하 베이 Mellieha Bay)을 다녀왔다. 가족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동안 나는 해변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말라 버린 식물 줄기에 달팽이가 떼를 지어 붙어 있다. 혹시 저 달팽이들의 습격으로 꽃과 줄기가 시든 것이 아닐까...   


연두색 새잎이 자라고 있다. 저 잎은 무사할까....


바로 옆에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달팽이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 달팽이 나무로 이름 지어도 될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기 몸에 지닌 점액질만 믿고 위로 위로 느리게 올라가다가 영양분이나 수분이 부족해 말라 죽은 달팽이들이다. 저 달팽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나에게도 있지 않을까...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다. 사실은 뜨거운 지열을 피해 달팽이들이 위로 올라간 것이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23. 06:56

모스크바 여행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붉은 광장이다. 이 광장 주변으로 반드시 봐야 할 명소들이 여러 개 있다. 9월 초순 한나절 붉은 광장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지인 친구 알로나는 우리를 먼저 루뱐카 광장에 있는 중앙어린이백화점으로 안내한다.   


이 백화점 꼭대기층 난간에 붉은 광장 쪽으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입장권은 1인당 50루블이다. 난간으로 나가지 직전 "어린 시절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추억을 되살려 주는 소련 시대의 인형과 장난감들로 가득 차 있다.



백화점 난간에서 바라본 붉은 광장 쪽이다. 첨탑들이 우뚝 솟아나 있다. 



전체 전망을 본 후 우리는 우리는 니콜스카야 거리를 통해 붉은 광장으로 이동한다. 보행자 전용 거리다. 거리는 온통 예쁜 전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밤에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니콜스카야 거리 입구에 있는 작고 아늑한 성당를 만난다. 1625년 세워진 카잔 성모 성당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숭배하는 성화 중 하나가 바로 카잔 성모다. 이 성당은 스탈린의 모스크바 도심 재건 계획에 따라 1936년 철거되었으나 1990년대 초에 복원되었다.  



카잔 성당 길 건너 우뚝 솟은 붉은 벽돌 건물이 예사롭지가 않다. 1872년 알렉산드르 2세 황제의 명령으로 세워진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이다. 선사시대부터 로마로프 왕조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붉은 광장이다. 크렘린 궁을 도시와 분리시키는 경계에 있다. 옛날에는 중요한 시장터였고 지금은 러시아 공공 행사가 주로 열리는 장소이다. 성벽 안으로 대통령 관저, 밖으로 레닌 묘 그리고 저 멀리 바실리 성당이 보인다. 



레닌 묘 맞은 편에 굼 백화점[관련글은 여기로]이다.  



레닌 묘다. 영구 보존 처리된 레닌 시신이 안치 되어 있다. 내부는 섭씨 16도 습도 80-90%를 유지하고 있다.    



레닌 묘는 월요일과 금요일를 제외하고 아침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 되어 있다. 이날 우리 일행은 줄을 서서 기다린 지 40분만에 레닌 묘에 들어갔다. 



레닌 묘 뒤로 성벽을 따라 스탈린을 비롯한 소련 지도자들이 묻혀 있다.



바실리 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스파스카야(구세주) 탑이다. 크렘린 동쪽 성벽의 주된 출입구로 1491년 세워졌다. 과거 이 문은 황제가 출입했고 지금은 대통령 및 국빈, 고위공무원 등 주요인사가 이용한다.  



러시아와 모스크바의 상징 중 하나인 바실리 성당이다. 이반 4세(뇌제)의 명에 따라 카잔 칸국에 대한 승리를 기념해 16세기 중반에 세워졌다. 각양각색의 양파 지붕이 인상적이다. 



바실리 성당만큼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성당 앞에 있는 미닌과 포자르스키 청동 기념상이다. 이 두 사람은 1612년 모스크바 전투에서 리투아니아-폴란드 연방에 승리하는 데 큰 업적을 이루었다. 승리 200주년을 맞아 1818년 세워졌다. 알렉산드르 1세 황제의 명에 따라 붉은 광장 가운데에 위치했으나 1936년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바실리 성당을 뒤로 하고 왼쪽으로 도로를 건너 모스크바 강변 쪽으로 이동한다. 공연장, 지하주차장,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자라디예 공원이 나온다.    



공원에 있는 야외공연장 돔 유리천장에서 안개처럼 뿜어나오는 물은 시원하게 해준다.     



이 공원의 압권은 바로 강까지 쭉 뻗어 있는 도보 다리다. 다리 너머에 스탈린 7자매 건물 중 하나인 코텔니체스카야 제방 빌딩이 보인다.



아래 동영상은 돌출 다리에서 본 주변 경관이다. 



공원 너머에 크렘린 첨탑들이 보인다. 강변을 따라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으로 이동한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1812년 나폴레옹에 대한 승리로 신에게 감사하기 위해 1883년 세워졌다. 높이가 105미터고 동시에 만명이 미사를 볼 수 있다. 1931년 철거되었고 이 자리에 야외 수영장이 건설되었다. 2000년에 복원되었다.        



철문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4대 복음서를 쓴 마태(천사), 마가(사자), 누가(소), 요한(독수리)다.



크렘린 쪽으로 걸어가면 거대한 조각상을 만난다. 2016년 세워진 17.5미터의 블라디미르 대공이다. 그는 989년 그리스 정교를 키예프 대공국의 국교로 정했다.  



크렘린 서쪽 벽을 따라서 있는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이다.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지은 정원이다. 길이가 865미터에 이른다. 여러 기념물들이다. 크렘린 궁 입장권도 이 공원에 있는 매표소에서 산다. 표를 사고 입장하는 줄이 워넉 길어서 우리 일행은 궁 입장은 하지 않았다. 



1612년 리투아니아-폴란드 연방, 1812년 나폴레옹 프랑스, 1945년 독일을 물리친 것은 러시아 역사에서 아주 중요하다.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 정면이다. 



나도 황금색 원 안으로 들어가 본다. 여기가 모든 길이 시작되는 점이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국가두마(국가회의) 건물이다. 러시아 연방 의회의 하원이다.   



볼쇼이 극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이다. 언젠가 한번 더 안에서 관람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 



러시아와 모스크바가 엄청나게 거대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 보는 하루였다. 아래는 이날 한나절 둘러본 동선이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1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21. 04:30

시간 여유가 많은 여행자에게 모스크바 볼 거리 하나를 소개한다. 베데엔하((VDNH, VDNKh 위치))이다. 지하철 베데엔하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엄청난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조형물을 만난다. 이는 1964년 세워진 우주정복자 기념비로 모스크바 우주박물관의 상징물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사람은 러시아인 유리 가가린이다. 그는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반 동안 지구 상공을 한 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우주박물관은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비행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1년 4월 10일 일반에 공개되었다. 소련과 러시아의 우주 관련 즉 비행역사, 천문학, 우주탐험, 우주기술 등 8만5천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우주박물관을 왼쪽 옆에 두고 인파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베를린 브란데부르크 문이나 파리 카루젤 개선문을 떠올리게 하는 정문이 나온다. 베데엔하는 1939년 전러시아 농업 박람회로 세워졌다. 초기 이름에 딱 맞게 콜호즈 집단농장의 남녀 한 쌍이 곡식단을 높이 들고 있다. 


1959년 국민경제달성박람회(ВДНХ, VDNH)로 명칭이 변경되고 농업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문화 등 여러 산업 분야로 확대되었다.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전시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이 박람회장의 전체 면적은 237헥타르고 이중 실내 전시관들이 27헥타르를 차지하고 있다. 모나코 공국보다 더 넓다. 어머어마한 크기다. 


정문을 지나 약 300미터 앞으로 가면 레닌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기념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레닌 뒤에는 중앙전시관이 위치하고 있다. 


건물 정면 윗부분에는 소련의 15개국 공화국의 황금색 문장이 일렬로 붙여져 있다. 


9월 초순에도 장미꽃이 여전히 피어 있다. 


8각형 연못 안에 분수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1954년 세워진 민족우호 분수(Druzhba Narodov)이다. 


황금빛 소녀상이 16개이다. 숫자는 소련과 소련에 속한 15개 공화국을 뜻한다. 소련 15개 공화국에 살고 있는 민족들의 우호가 마치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 당시 누구도 훗날 소련이 붕괴될 몰랐을 것이다.  


아르메니아 공화국 전시장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선물가게와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카자흐스탄 공화국 전시장이다.


벽면에 말과 양을 기르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생활상이 조각되어 있다. 양치기 머리에 올라간 검은 색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까이에 가보니 비둘기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귀에 익은 노래가 전시장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바로 조용필이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이다. 우와~~~ 여기에서 한국 노래를 듣게 되다니!!!   



산업광장에 있는 돌꽃(석화) 분수대다. 이 분수대의 이름은 우랄 지역의 민화를 담고 있는 책 이름 "돌꽃"에서 나왔다. 


베데엔하가 모스크바 시민들의 좋은 휴식지 역할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화국 전시관이다.


벨라루스 공화국의 전시관이다. 


여기 안에는 무엇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해 들어가니 다름 아닌 쇼핑센터다. 벨라루스에서 생산된 의류, 신발 등을 팔고 있다. 


보스토크(Vostok) 로켓이다. 1959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에서 우주선을 발사할 때 사용한 로켓이다. 세계 최초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한 로켓이 이 로켓(Vostok-K 8K72K)이다. 보스토크는 동양이라는 뜻이다. 아, 로켓아! 동양인 나를 고향으로 태워다오... ㅎㅎㅎ  


저 붉은 구멍을 통해 시뻘건 화염을 뿜었으리...


수호이 Su-27이다. 소련과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다.


Su-27은 쌍발 엔진을 사용한다.


우주전시관 뒷쪽으로 가면 사과나무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사과꽃이 한창일 때 오면 참 좋겠다.  


광대한 전시장 안에서 5km이상을 걸었더니 허기가 느껴진다. 현지인 갈리나의 안내를 받아 간 레스토랑 Вареничная №1이다. 레스토랑 위치


항아리에 담겨진 따근한 필라프 


동행한 친구는 찐 만두를 먹는다. 


정문을 통해 나왔다. 무려 3시간 30분을 이 박람회장에서 보냈다.  


사회주의 체제와 계획경제의 흔적을 찾볼 수 있는 이 박람회장에는 전시관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수족관, 쇼핑센터 등도 마련되어 있다. 모스크바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거대한 녹지공간이 여기다.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곳에 한번 가볼 것을 권한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0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14. 21:43

특히 낯선 여행지에서 내 취미는 걷는 것이다. 걷고 걷다보면 낯선 곳이 마치 내 곳이 되어 가는 듯하다. 지난 9월 모스크바를 여행하면서도 가급적이면 걸어서 다녔다. 오늘은 승리공원에서 러시아 외무성까지 걸어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모스크바 지하철 3호선 파르크 포베디(Park Pobedy 승리공원) 역에서 내린다. 이 역은 탑승장이 지하 84미터에 위치해 있어서 모스크바에 가장 깊은 지하철 역이다. 이 역은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 두 개로 장식되어 있다. 하나는 1812년 프랑스 나폴레옹 침공 승리 벽화이고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승리 벽화이다. 러시아는 이 두 전쟁의 승리를 아주 크게 부각시킨다. 

아래 벽화는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을 막아내고 승리한 러시아 지휘관들을 보여 주고 있다. 내가 발트 3국 한국 관광객들에게 자주 언급 하는 미하일 쿠투조프와 미하일 바클라이를 비롯한 표트르 바그라티온, 레온티 베니헤센 등이 보인다.   


먼저 쿠투조프스키 대로 가운데에 위치한 개선문에 가 본다. 이 대로 이름은 쿠투조프에서 유래된다. 그는 리투아니아 군정관으로 있다가 나폴레옹 침공 때 러시아 총사령관으로 승리로 이끈다. 샹트페테르부르크 카잔 성당에 묻혀 있고 그의 유산은 톨스토이 가문에게 넘어갔다. 쿠투조프는 러시아에서 높이 평가 받은 장군 중 하나다. 


여기도 중국 단체 여행객들로 붐빈다. 중국인들이 관광으로 유럽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실감케 한다.


모스크바 개선문은 1812년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에 대한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1834년 모스크바 도심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세워진 개선문은 1936년 스탈린의 모스크바 도심 재건 사업에 따라 철거되었다. 측정, 스케치, 사진 자료 및 조각상 등이 박물관에 보관되어 오다가 1968년 현재 위치에 복원되었다. 이 개선문 주위를 승리광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승리공원은 1960년데 지어진 야외 박물관이다. 이 공원 가운데 141.7미터의 오벨리스크가 있다.승리 여신과 성인 게오르기우스(조지)가 조각되어 있다. 공원 보수 작업 중이라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없어 아쉽다. 전승박물관, 분수대, 꽃정원, 조각상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성인 게오르기우스 러시아 정교 성당이다. 용을 죽이는 것으로 상징되는 4세기 기독교 성인인 게오르기우스는 모스크바의 수호성인이다. 


함께 동행한 폴란드 친구와 걸어서 쿠투조프스카야 대로를 따라 도심까지 간다. 대로 양옆에는 대로에 걸맞게 길쭉하고 거대한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대로에 가로수가 없다니... 거대한 아파트 건물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본다. 수목이 우거진 넓은 정원이 나온다. 아, 가로수가 여기 다 숨어 있네!!! 


쿠투조프스키 대로 26 건물이다. 이 건물 아파트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 두 명이 살았다. 


1964년부터 1982년까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역임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여기 살았다.  


그리고 1982년에서 1984년까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역임한 유리 안드로포트도 여기 살았다. 


이 건물을 지나면 말을 타고 칼을 번쩍 들고 있는 조각상이 나온다. 주인공은 표트로 바그라티온이다.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 때 러시아 장군이다. 그는 조지아 왕가 출신이다.  


이 조각상이 있는 공원을 따라 모스크바 강쪽으로 가면 소련식 고층건물이 아니라 현대식 마천루가 우뚝 솟아나 있다. 마천루가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이 바로 국제 비즈니스 센터 모스크바시티(Moscow-City)다.   


여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101층 373미터를 가진 페더레이션 타워다. 


드릴로 허공을 뚫고 천정으로 올라가는 듯하다.  


쿠투조프스키 대로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볼샤야 도로고밀로브스카야 거리 따라 1912년 세워진 보로딘스키 다리까지 걸어 왔다. 여기서도 나폴레옹을 이긴 러시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보로딘스키는 보로디노(Borodino)에서 나왔다. 모스크바 근교 마을로 1812년 프랑스 군대와 러시아 군대가 격렬하게 전투를 벌인 곳이다.


스탈린 시대 지어진 고층건물 7자매 중 하나인 러시아 외부성이다. 단속에 걸린 차 주위에 경찰관 다섯 명이 보인다. 아, 러시아엔 여전히 소련 냄새가 나는구나...


이날 우리가 이동한 거리는 총 8킬로미터다. 모스크바 여행에서 "세월아 네월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14. 21:12

모스크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하철 타보기다. 1200만명이 살고 있는 모스크바는 지하철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1935년 개통된 모스크바 지하철은 현재 노선이 15개고 역이 265개다. 

표 구입하기가 쉽다. 목적지를 선택할 필요없이 표발매기에서 1회권을 구입해 개찰구에 대면 문이 열린다. 나올 때는 표를 돌려주거나 대지도 않고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 막 떠나려고 하는 열차를 잡아 타기 위해 뛸 필요가 없다. 열차 배차간격이 보통 1-2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모스크바 여행에서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했다. 집 앞 지하철 역사다.


답승장은 가운데가 뻥 뚫어 있다. 마치 자연채광을 받고 있는 여객선 격납고처럼 보인다. 


도심 지하철 역 승강장은 지하 깊숙히 건설되어 있다. 냉전 체제 시대에 적의 공습과 핵전쟁으로부터 방공호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승강기가 있어 오르내리기가 수월하다. 특히 내려갈 때 오른쪽 줄에 서 있으니 비워 있는 왼쪽 줄로 수시로 사람들이 성큼성큽 내려간다.   


승객과 환승객들이 많기로 이름 난 키옙스카야 역(아르바츠코 포크롭스카야 선)이다. 1953년에 개통된 3호선에서 내려 만난 이 역은 "모스크바 지하철역은 그야말로 지하궁전이다"라는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게 해준다.


하얀색 우랄 대리석과 도자기 타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해 우크라이나 역사와 삶 등을 엿볼 수 있다.


연단 끝 벽에는 대형 모자이크 작품이 있다. 1654년 페레야슬라프 조약(러시아-우크라이나 통합)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1954년 만들어졌다. 지금은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팽배하고 있다.     


5호선 콜체바야 선의 키옙스카야 역이다. 벽은 우크라이나 전통 양식으로 고풍스럽게 장식 되어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1호선 소콜니체스카야 선의 콤소몰스카야 역이다. 거대하고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돋보인다.  


3호선 플로샤디 레볼류치(혁명 광장) 역이다. 1938년에 개통된 역이다. 이 역은 온통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다.  


단체 관광객들을 지하철 역 안에서 자주 만난다. 


요즘은 지하철 열차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책을 읽고 있는 소녀다. 


여기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구나... 특히 수탉이 반질반질 빛나고 있다.  


어느 날 모스크바국립대학교가 위치한 참새의 언덕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강을 건넜다. 우릴 안내한 알로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2018년 월드컵 축구 경기장 인근 공원을 산책할 것인지 아니면 순환선을 타볼 것인지였다.


여행 중 내가 좋아하는 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처없이 거리를 걷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염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린 주저없이 순환선을 타고 모스크바를 둘러 보는 것을 택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14호선인 중앙 순환선은 원래는 화물용 철도 노선이었는데 2016년 여객용으로 개통되었다. 총 31개역으로 거리가 54km다.       


우리는 루즈니키 역에서 오후 3시에 탑승한다. 탑승장으로 다가오는 열차를 보니 깔끔한 최신형으로 보인다. 


맞다. 완전 최신형이다. 좌우로 좌석이 각각 한 줄에 두 자리다. 넓고 쾌적하고 조용하다. 몇몇 역을 제외하곤 빈자리가 자주 생긴다.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소련 시대 때 지어진 낡은 건물이 군데군데 시야에 들어온다. 


러시아 경제 발전을 잘 보여주는 모스크바 국제비즈니스센터도 차창 밖으로 보인다.


탑승한 루즈니키 역 한 정거장 앞인 쿠투조프스카야 역에서 오후 4시 35분에 내렸다. 꼭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이 순환선은 지하가 아니고 지상이다. 타고 내리는 모스크바 시민들을 만나고 차창 밖으로는 모스크바의 여러 지역을 두루 둘러 볼 수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일일 평균 승객이 7백만여명이다. 도심 지하철역들은 소련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거대한 역사박물관이자 미술박물관이자 조각박물관이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역동적인 삶과 함께 지하 예술세계를 감상하고 싶은 사람은 몇몇 도심 지하철역을 꼭 가보길 권한다. 한편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멍하니 모스크바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순환선을 타보길 권한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14. 18:46

지난 9월 모스크바 여행 중 곳곳에서 건축 현장을 만났다. 도심에 있는 쿠투조프스키 대로에서 만난 재건축 현장이다. 안전망도 없고 안전모도 없이 사람들이 여러 층을 이루어서 공사 자재를 높은 곳으로 운반하고 있다. 크레인이나 줄을 이용하면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을텐데...


모스크바 붉은 광장이다. 높은 무대 시설을 해체하고 있다. 여기도 사람들이 여러 층을 이루어서 작업을 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다행히 여긴 안전모와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다. 



이 아찔한 인간층 자재 운반을 지켜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모스크바에는 공중 묘기에 능한 곡예사들이 많을 듯하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에 의존하는 작업이다보니 실업률은 떨어지겠지만 효율성은 낮을 것이다"이다. 함께 동행한 친구는 내 말을 듣고 "러시아는 여전히 소련이다"라고 답했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2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