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에 해당되는 글 174건

  1.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검은 모래에 하늘이 수채화를 그려
  2.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비온 후 사막에서 깜작 놀란 사실 하나 1
  3.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면인 사람 대접에 연금 많이 절약했다니
  4.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사하라의 환영인 듯한 모래언덕
  5.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방파제 밑 길고양이들의 식사, 사람 덕분에
  6.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등 딸, 해수욕장 보더니 아빠 눈 가려 2
  7.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등 딸의 여행 필수품 목록에 든 화투 2
  8.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유명 관광지, 흥정 가격보다 덜 받겠다는 택시
  9.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아름다워 눈물 나, 가족여행은 자녀 위해 6
  10.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알뜰 가족여행 위한 아내의 고군분투 결실 3
  11. 2024.02.13 중국 공항에서 인터넷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VPN 앱을 설치해야
  12. 2022.09.26 그리스 여행 - 크레타, 무화과를 사니 수박은 그냥 가져가라고 해 1
  13. 2022.09.26 그리스 여행 - 크레타, 식당에서는 양이 많아 본식만 시켜도 흔쾌히 1
  14. 2022.09.25 그리스 여행 - 크레타, 해수욕에 물신을 신어야 하는 이유는 성게 때문 1
  15. 2022.09.24 그리스 여행 - 크레타,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호수의 주인장은 오리?! 1
  16. 2022.09.24 그리스 여행 - 크레타, 자생 야자나무 숲을 자랑하는 바이 해수욕장 1
  17. 2022.09.24 그리스 여행 - 크레타, 헤라클리온으로 버스 이동시 유의해야 2
  18. 2022.09.11 그리스 여행 - 크레타, 고우베스 해변 따라 동쪽으로 쭉 7km 걸어본다 1
  19. 2022.09.11 그리스 여행 - 크레타, 고우베스 해변 따라 서쪽으로 쭉 5km 걸어본다 2
  20. 2022.09.09 그리스 여행 - 크레타, 호텔 일반실이 아니라 특실을 횡재하다니 2
  21. 2022.09.09 그리스 여행 - 크레타행 여행사 국적란에 대한민국이 없다니?!
  22. 2021.11.25 이집트 여행 - 복잡한 출국 절차에 비행기를 놓칠 뻔
  23. 2021.11.24 이집트 여행 - 관리가 없으면 말라 죽게 된다
  24. 2021.11.23 이집트 여행 - 레스토랑 특식에서 뷔페 음식이 그리워
  25. 2021.11.22 이집트 여행 - 종업원 매일 수건장식으로 감탄하게 해
  26. 2021.11.19 이집트 여행 - 여기는 1 유로가 1 달러다
  27. 2021.11.17 이집트 여행 - 홍해에서 일출과 일몰을 조망하다
  28. 2021.11.16 이집트 여행 - 홍해에서 카이트서핑과 스노클링을 해보다
  29. 2021.11.15 이집트 여행 - 리조트 호텔은 감옥 속 낙원이다 1
  30. 2021.11.13 이집트 여행 - 현지에서 인터넷 유심칩 구입시 주의사항

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0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의 라스팔마스에 있는 라스깐떼라스 해변은 섬 남쪽에 플라야델잉글레스 해변이 등장한 후로 그 명성이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바로 도심과 항구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북서쪽으로 약 3킬로미터로 뻗어져 있는 이 해변은 서쪽과 북쪽의 모래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쪽 해변은 일반적인 모래 해수욕장이 이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해변은 모래가 검은색이다. 이는 화산의 용암이 모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미세한 검은 모래 위에 밀려온 바닷물이 아직 남아있다. 여기에 비치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는 듯하다. 검은 모래 해변을 처음 본 신기함에다가 이런 자연의 수채화를 보게 되다니 기분은 최고였다. 이런 여행지를 가족에게 선물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0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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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 여행을 다녀온 지 곧 한 달이 된다. 여기 살지 않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겠지만, 그동안 해가 쨍쨍 뜬 날이 없었다. 온통 구름낀 하늘, 우중충 내리는 비, 오후 4시에 찾아오는 밤...... 겨울철 이런 날씨 속에 살다보니 더 더욱 쾌청한 남쪽 나라로 여행하고 싶어한다. 여름철이 되면 홀라당 옷을 벗고 일광욕에 빠지는 유럽 사람들이 쉽게 이해된다.
그란카나리아를 가족여행지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거의 1년 내내 맑은 날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고 8일 동안 비가 3일 왔다. 미국 동부가 샌디로 피해를 보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대서양 반대편인 그란카나리아에도 보기 드물게 태풍과 폭우가 쏟아졌다. 현지 지인은 "1년에 있을 비 내리는 날이 이번에 다 왔다."라고 말했다.


먼 나라에 짧은 기간 동안 여행와서 하루 종일 비 때문에 숙소에 머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현지인에게는 비를 몰아온 사람으로 환영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숙소에서 머무는데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잠깐 비가 그치는 동안 관리인이 지붕으로 올라가 수리를 하는 듯했다.


폭우와 폭풍은 오후 늦게 잠잠해졌다. 비온 후의 해변과 사막 산책도 좋을 것 같아 딸 둘은 숙소에서 카드 놀이를 하고, 우리 부부는 해변으로 갔다. 산책만 하고자 했는데 해수욕까지 하게 되었다. 텅텅 빈 해변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비에 굳은 모래가 바람에 날리지 않아 좋았다.


사막 모래를 밟고 숙소로 돌아오는 데 언덕에서 뜻밖의 일을 알게 되었다. 위로 올라가던 아내가 힘겨워 했다. 굳은 모래라면 흙을 밟고 올라가는 듯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굳은 모래가 와르르 조각나버렸다.


일반적으로 모래는 흙보다 비가 잘 스며들고 빠진다. 그런데 이날 그렇게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도 모래에 스며든 비의 양이 이 정도뿐이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서너 센티미터의 굳어진 모래 밑에는 언제 비가 왔느냐라고 모래가 오히려 묻고 있는 듯했다. 땅에 닿은 비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 위에서 밑으로 쑥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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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로 여행을 떠나기 전 현지에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언어 사용자)가 있을까하고 세계에스페란토협회가 매년 발간하는 <연감>(Jarlibro)을 찾아보았다. 한 사람이 있었다. 현지 여행 중 만나고 싶다라는 편지를 보냈다. 기다리겠다라는 답장이 왔다.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휴대용 모뎀으로 접속하는 인터넷 속도가 썩 좋지 않았다.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정도였다. 낮에 라스팔마스 깐떼라스 해변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해변에서 녹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 한 분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나도 녹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발코니에 있는 낯선 사람을 향해서도 손을 흔들어 인사할 정도로 밝은 것일까? 아니면 벌써 나에게 작업을 거는 것일까? 난 그런 매력이 하나도 없는 데 말이다.'  
녹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금방 기억 속에 잊혀져 갔다. 이틀이 지난 후 저녁에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를 만나게 되었다. 첫 인사가 이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구면이야." "이잉~~~ 서로 초면이잖아." '이틀 전 발코니에 당신 딸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손을 흔들었지." "바로 그 녹색 모자를 쓴 사람이 당신?!"  "괜히 오해할 뻔 했네. ㅎㅎㅎ"

* 라스 깐떼라스 해변 야경을 보면서 저녁 식사
초면이지만 그는 스페인 사람답게 서스럼없이 나오는 대로 말을 아주 잘 했다. 그때까지 대화를 나눈 현지인은 택시기사뿐이었다. 많은 주제로 대화했다. 몇 가지를 아래 소개한다.  

- 여긴 화산섬인데 물은? - 빗물이고, 부족하면 염분을 제거한 바닷물을 이용한다.
- 아무리 관광도시라 하지만 스페인 반도 대도시에 비해 소득이 낮을텐데 인구 유출은? - 거의 없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 주변 친구나 지인들 중 섬을 떠난 사람은 없나? - 친구를 비롯해 아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내 동생 부부가 섬을 떠났다. 그런데 잠시 동안만. - 어디로 왜? - 마드리드에 대학 다니는 조카를 감시(?)하기 위해. 지금은 돌아왔다. - 이곳의 한달 최저 임금은? - 800유로. - 하는 일은? - 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 스페인이 위기인데 연금은? - 한달에 1800유로. - 그 정도면 생활에 지장없나? -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고, 혼자 사니 충분하다. - 한달 아파트 기본생활비는? - 물세 60유로, 아파트 관리비 60유로, 인터넷을 포함한 전기세 60유로 등이다. - 여기는 난방이 필요없어 기본생활비가 리투아니아보다는 훨씬 적겠다.. - 맞다. 난방이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아파트는 에어콘도 선풍기도 필요없다. - 1년 내내 쾌적한 날씨라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어 보인다. 건강은? - 기본 질병은 어디나 다 있다. 심작박동수가 불규칙적이라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외엔 건강하다.  - 비결은? - 20년 째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 해변을 따라 4킬로미터 걷는다. 해변에서 몸을 풀고 해수욕을 한다. - 특별한 생활은? - 보통의 연금 생활자와 다르지 않다. 연금에서 절약해 거의 매년 여름에 섬을 나간다. - 어디로? -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리는 나라로 여행을 다닌다.

이렇게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하다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다 되었다. 7시 30분에 식당에 들어왔을 때에는 우리와 바로 옆 손님뿐이었다. 10시경이 되자 갑자기 식당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 역시 스페인이구나를 느꼈다. 우리 가족은 다음날 일정을 위해 헤어지고 싶지 않은 생전 처음 만난 사람과 이별을 고해야 했다.


"여보, 이런 좋은 사람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 빨리 지갑 열어 계산해." "무슨 소리! 여긴 내가 주인이다. 당신을 식사에 초대하기 위해 연금을 많이 절약해놓았다."
그는 한사코 만류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만나면 우리가 내겠다."

숙소까지 왔다. 딸아이를 숙소로 먼저 보내고, 해변가 식당에서 우리는 또 다시 포도주 한 병을 비웠다.  

"여긴 우리 숙소이니 내가 주인 ㅎㅎㅎ"

* 초면이지만 옛 친구를 만난 듯한 안토니오
12시가 넘어 헤어졌다. 그는 그란카나리아와 떼네리페 소개 DVD 등을 선물로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내와 둘이서 에스페란티스토임에 대해 아주 만족해 했다. 에스페란토 덕분에 스페인 그란카나리아에서 처음 본 현지인과 함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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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7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신기한 체험을 꼽으라면 단연 모래언덕이다. 라스팔마스에서 플라야델잉글레스까지 펼쳐진 거대한 모래언덕이다. 마치 사하라 사막에 직접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리투아니아에도 이런 모래언덕이 발트해 해변 니다(Nida)에 있다. 여기를 보니 그 모래언덕이 얼마나 초라한 지를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물론 여기도 진짜 사막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왼쪽으로 보면 종려나무에 숙박시설이 길게 펼쳐 있는데 오른쪽으로 보면 모래언덕이다.    
 
모래언덕을 지나지 않고도 해변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이 모래언덕 길을 택했다. 불어오는 바람으로 모래가 날리는 모습은 참 장관이었다. 따끔따끔 통증을 느낄 정도로 모래알이 톡톡 다리를 때렸다. 이런 이색적인 자연 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마음이 들떴다. 
 
 
딸아이는 결국 수건으로 윗몸을 가렸다. 한편 카메라가 걱정되었다. 미세한 모래알이 카메라를 손상시킬 수 있을 같아서 수건으로 단단히 덮고 찍었다. 
 

이런 환경에 거대한 휴양지를 개발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광객을 오게 한 사람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7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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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이날 우리 가족이 걸은 길
라스팔마스 구시가지( Vegueta) 거리를 둘러본 후 숙소가 있는 라스깐떼라스 해변까지 걸어가보자고 가족 모두 동의했다. 지도를 보니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 같았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목적지는 아직 눈에서 멀었다.  

비도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에 해변 방파제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점점 피곤하고 따분해져 갔다. 이날 우리 가족이 걸은 총거리는 약 9km였다.
"이제 그만 차를 타고 가자." "고지가 저긴데 그냥 걸어 가자. 여행은 걷는 것이야."
이럴 때는 뭔가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저 앞에서 노인 서너 분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 빨리 가보자. 뭔가 있을 거야."
가까이에 가보니 방파제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푸짐한 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었다. 할머니 두 분은 열심히 깡통에서 먹이를 꺼내 방파제 아래로 던지고 있었다.

"아빠, 저기 봐! 고양이들이 많이 있어."  "어디?"  "저기 돌 사이에." 

방파제 높이가 고양이가 오르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한 두 마리 버려진 고양이로 시작해 이렇게 많은 길고양이들의 서식처가 된 것 같았다.

먹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들 덕분에 라스팔마스 방파제 고양이들은 이렇게 새끼를 낳고 자신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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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이번 여행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해수욕장 두 곳을 다녀왔다. 하나는 라스팔마스에 있는 라스깐떼라스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섬의 최남단에 위치한 플라야델잉글레스이다.
라스팔마스 숙소는 해변 산책로에 접해 있었다. 산책로 앞에는 바로 바다다. 3층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보이는 이국적인 비취색 바다가 우리 가족의 마음을 들떠게 했다. 리투아니아 영토 동쪽 끝자락 내륙에 살고 있는 우리의 귀에 찰싹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는 정말 우리가 집을 떠나온 것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북서쪽으로 약 3킬로미터 뻗어져 있는 라스깐떼라스 해변은 특히 바다 가운데 암초가 일렬로 펼쳐져 있어 썰물 시에는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낸다. 이 자연 암초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 썰물 시 바닷물은 마치 호숫물처럼 잔잔하다. 밀물 시에도 파도의 위력이 약화되어 해수욕을 도와준다. 

단지 서쪽으로 갈수록 암초가 낮아진다. 그래서 이곳에는 파도에 밀려오는 용암 모래가 해수욕장을 덮고 있고, 또한 파도가 강해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관련글: 검은 모래에 하늘이 수채화를 그린다

]. 
아침 일찍부터 라스깐테라스 해변에는 산책이나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코니에서 해변을 함께 내려다보던 딸아이가 갑자기 내 눈을 가렸다.

„아빠 눈을 왜 가리는데?“ „아빠가 보면 안 돼.“ „왜?“ „여자들이 옷이 없어 가슴이 다 보여.“ „뭐라고?“ „이제 됐어.“

도심에 있는 해변임에도 비키니 상의를 벗고 해변을 산책하고 해수욕하는 여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그래서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초딩 딸이 아빠의 눈을 가렸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빠를 경계하더니 차츰차츰 딸아이도 여기는 이런갑다하고 말았는지 더 이상 아빠 눈을 가리지 않았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으로 남아있던 이곳은 1960년대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상주인구 1만8천명에 호텔 등 숙박 시설이 600여개가 된다니 과히 유럽에서 가장 큰 휴양지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이곳은 라스깐떼라스와 비슷한 해수욕장 길이인데 모래해변 폭이 훨씬 더 넓다. 마치 사하라 사막을 연상시키는 모래언덕으로 유명하다. 이 모래언덕의 이국적인 정취에 매료되어 맨발로 앞으로 걸어가다보면 길쭉한 해변과 끝없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라스깐떼라스보다 파도로 인해 바닷물에 잔잔한 모래가 훨씬 더 많이 섞어져 있다. 모래언덕 쪽에서 바람이 불 때 바람막이 없이 누워서 오랫동안 일광욕을 하면 몸이 새까맣게 된다고 한다. 타서가 아니라 모래에 섞여 있는 용암 가루 때문이다. 

해수욕장은 가족구역, 누드구역, 동성구역으로 나눠져 있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그 경계선이 모호했다. 혹시나 라스깐떼라스보다 더 야하게 한 채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아내와 큰딸에게 부탁했다. 초행길이라 모래언덕의 능선을 따라 무턱대고 가다보면 어느 구역이 먼저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 작은딸(동생)에게 그런 장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줘.“ „가족이 가는데 벌써 면역이 되었을 거야.“ 

가급적 바람을 피해 우리 집 여자 세 식구가 의견을 모아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가족지역인데도 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키니 상의를 벗은 여성들이 이쪽저쪽에 있었다. 리투아니아 같았으면 기겁을 해서 자리를 이동하자고 했을 법한데 우리 가족은 이제 여기는 확실히 이런갑다식으로 받아들였다. 

일광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의를 벗은 채 해변따라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여성들도 흔했다. 분위기을 파악했는지 아내도 농담인 듯 한 마디했다.

„우리도 비키니 상의를 벗을까?“ „엄마, 우리는 안 돼!“

라고 작은딸이 즉각 반대했다.

„아빠, 한국 여성들은 긴팔이나 그냥 옷을 입고 수영하잖아. 그 사진을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모두 깜짝 놀랐어. 어떻게 비키니를 안 입고 수영할 수가 있어?“ „한국은 그렇게 하는 데 익숙하고, 여기는 이렇게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지.“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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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해외 가족여행을 가려면 가장 많은 부담이 항공료이다. 우리는 식구가 넷이다. 해결책은 저가항공 이용이다. 항공권이 싼 반면에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짐이다. 특히 환승시간이 짧을 경우 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이 경우 수화물로 보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라스팔마스(Las Palmas)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여정은 아일랜드 코르크(Cork) 공항에서 환승하는 것이었다. 환승시간은 1시간 5분이다. 약간의 위험은 있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라스팔마스 공항에서부터 항공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비행기 출발이 예정보다 35분이 지연되었다. 저가항공은 이런 지연으로 다음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때 어떤 보상이나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 이는 승객 책임이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짐을 수하물로 보내지 않고 모두 기내로 가져가기로 했다.
기내 휴대가방 통제가 엄격하다. 유럽 저가항공의 기내 휴대가방은 보통 길이 55cm x 폭 40cm x 높이 20cm이다. 무게는 10kg이다. 탑승 전 탑승권을 확인하면서 직원이 임의로 가방 크기를 확인한다. 코르크 공항에서 우리도 확인 요청을 받았다. 규격대에 가방을 아무리 넣으려해도 들어가지 않았다. 

„60유로!“

라고 직원은 외쳤다. 
좀 봐달라고 하면서 가방을 거꾸로 해서 넣자, 간신히 윗부분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세게 규격대 밑으로 밀어넣었다가는 플라스틱 여행가방이 깨어질 것 같았다. 다행히 직원은 그만 되었다고 했다.

* 초딩 딸 여행가방엔 화투가 필수품   예상된 코르크 공항 환승시간으로 인해 여행 출발 전 기내로 휴대할 가방을 세 개 준비했다. 크기도 중요하지만 무게가 10kg을 넘지 않아야 했다. 식구 모두는 각자 여행 필수품 목록을 작성해 이것을 보면서 가져갈 여행물품을 챙겼다. 
옷 2벌, 양말 2걸레, 속옷 2벌, 여행 중 읽을 책 한 권, 비행 중 먹을 음식...... 
기내 휴대가방은 오직 하나다. 카메라도, 휴대컴퓨터도, 손가방도 모두 이 휴대가방 하나에 넣어야 한다. 결국 무게와 공간 부족으로  바나나 등 과일, 실내화 등을 넣을 수가 없었다. 

„무거우니 이것은 빼자!“ „아빠, 안 돼. 꼭 필요해.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놀아야 돼. 비가 오면 호텔에서 심심할 때 놀아야 돼.“

이것은 바로 화투다. 4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가족이 한 번 놀아보더니 재미있다고 해서 사온 화투였다.  
이번 여행에서 딱 한 번 화투를 가지고 놀았다. 날씨가 조금 흐린 때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호텔 발코니에서 딸과 함께 민화투를 쳤다. 

„아빠, 우리 화투 놀자.“ „그냥 저 바다 보고 책 읽자.“ „안 돼. 화투도 비행기 타고 왔는데 한 번 같이 놀아줘야 돼.“

딸아이의 표현이 재미있어 마지 못해 응해주었다. 이제 긴긴 겨울밤이 점점 다가온다. 종종 화투가 초딩 딸의 주도로 우리 가족의 오락기구로 빛을 발할 듯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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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으니 많이 보고 가자 라스팔마스(Las Palmas)는 인구가 38만여명이고, 떼네리페 섬에 있는 산따 끄루즈(Santa Cruz)와 함께 주도(州都)이다. 1478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도시이다. 연평균 낮 기온이 23-25, 밤  기온이 17도로 세계에서 가장 기후가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스페인의 5대 항구로 한국의 대서양 원양어업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기 위해 대서양을 가로지를 때 머문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도시에 처음으로 왔으니 가능한 많은 곳을 보고 가자. 그냥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자는 아내를 설득해 먼저 먼 곳부터 보자고 제안했다. 바로 그란카나리아 식물원(Jardín Botánico Canario)이다. 그란카니라아 군도에서 서식하는 종려나무, 선인장 등 북동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을 보고 싶었다. 지도를 보니 그렇게 멀지 않았다. 남서쪽으로 7km 떨어진 곳이다.  

* 카나리아 식물원
초행길이라 어떻게 갈까? 버스로 가자는 데 가족 셋이 동의하고, 버스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세 명이니 정말 가까운 거리라면 택시를 타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택시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식물원까지 몇 유로?“ „20유로.“

비싸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그래도 한번 더 다른 택시에게 물었다.

„식물원까지 몇 유로?“ „15유로.“

가격 흥정 땐 우리 부부는 남남 미터기가 있는데도 택시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통 가격 흥정을 할 때는 아내는 내가 가급적이면 이방인이 되어 멀리 있길 권한다. 서양인 여자와 사는 동양인 남자는 현지인들에게 부자이거나 봉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전혀 아닌 데 말이다.
딸아이와 나는 도로에 약간 벗어난 거리에 머물러 있었고, 아내는 혼자 건너편 택시 정거장으로 갔다. 흥정이 성공했는지 아내는 손짓으로 올라고 했다.

„12유로에 합의봤어.“ „20유로가 12유로되었네. 축하해.“

택시 운전기사는 출발하기 전 미터기를 작동시켰다. 흥정으로 가격을 정했는데 왜 미터기를 작동시키지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기사는 스페인어와 손짓으로 미터기는 중요하지 않으니 걱정마라고 의사표현을 하는 듯했다. 그는 지나가면서 스페인어로 여기는 뭐고 저기는 뭐고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영어로는 거의 할 수 없지만, 에스페란토 덕분에 우리는 그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안긴 택시 운전기사
택시는 지도에서 본 것과는 달리 자꾸 먼길로 우회하는 느낌이 들었다. 미터기 숫자는 자꾸만 올라갔다. 흥정한 12유로를 벌써 넘었다. 특히 스페인에서도 유명 관광지인 라스팔마스에서 처음 타보는 택시라 비록 흥정으로 정했지만 걱정이 자꾸 머리 속에 쿰틀거렸다. 지도상 언덕 꼭대기에도 식물원 입구가 있는데 택시는 이곳을 그냥 지나쳐갔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언덕 아래 식물원 입구에 도착했다. 미터기를 보니 18유로였다.

„여보, 얼마를 주어야지? 흥정은 12유로인데.“

라고 아내가 물었다.

„우회한 것은 우리가 더 많이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18유로 나왔으니 15유로 주면 어떨까?“ 

이렇게 해서 15유로를 주었다. 그런데 운전수의 반응이 정말 의외였다.

„10유로!!!“

그는 5유로를 돌려주었다. 팁이라고 생각하고 받으라고 해도 극구 사양했다. 
덜 받겠다는 이상한(?) 택시 기사 세상에 이런 유명 관광지에서 택시운전수가 흥정한 가격보다 덜 받겠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고 이상했다. 우리가 복이 있어 이런 착한 운전기사를 만나게 되었구나라고 감사했다. 순발력이 뛰어난 아내는 그에게 물었다.

„라스팔마스에서 공항을 거쳐 (다음 행선지) 플라야델잉글레스까지 택시로 얼마?“ „보통 60유로하는 데 나는 50유로에 갈 수 있다.“

우리 가족은 3일 후 같은 택시를 타고 60km 떨어진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 관광지 택시 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와 운전기사들
며칠 후 현지인 지인에게 물으니 스페인 경기가 좋지 않다.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택시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그런 흥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 손님을 맞았는데 흥정된 가격을 그대로 받아야지 그보다 덜 받겠다라는 택시 운전기사가 있다니...... 
아무튼 우리는 이로 인해 이 운전기사와 그가 사는 그란카나리아에 대해 더 호감을 갖게 되었다. 행여 다음 기회를 위해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놓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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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행은 빌뉴스 공항에서 라이언에어 비행기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수속을 밟아서 탑승권(보딩패스)을 집에서 인쇄했다. 하지만 비유럽연합회원국 여권 소지자로 먼전 수속 접수대에 가야 했다. 여권과 탑승권을 서로 대조한 후 확인 직인을 받았다. 다문화 가족으로 살면서 보통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이 경우에 „아빠는 외국인이네“, „당신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네,“ 등등 말이 오고간다. 


알다시피 라이언에어 비행기는 지정된 좌석번호가 없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탑승객들은 미리 들어가려고 일찍 집을 나서기도 하고, 때론 줄이 허술한 틈을 타서 끼어들기도 한다. 보통 앞쪽과 뒷쪽 문이 열리는 데 앞쪽보다는 뒷쪽에 서있는 줄이 길더라도 떠 빨리 들아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표 구입시 추가요금을 내면 지정 좌석을 구입할 수 있다. 표 검사는 탑승을 대기하면서 받았다. 


빌뉴스에서 3시간 30분 걸려서 바르셀로나 공항 터미날 2에 도착했다. 여권과 세관 검사가 전혀 없었다. 2청사에서 밖으로 나와 왼쪽으로 약 100미터 정도로 가서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1청사로 이동했다. 의자와 의자 사이에 팔 지지대가 있어 눕기는 아주 불편했다. 무선인터넷은 24시간 동안 15분만 이용할 수 있었다. 공항은 그야말로 정적만 감돌았다. 새벽 5시경이 되자 어디서 그렇게 빨리 왔는지 갑자기 사람들로 붐볐다.

*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탑승하기 직전

 

7시 15분 부엘링(Vueling) 비행기로 그란카나리아로 출발했다. 같은 저가항공이지만 부엘링은 탑승권에 좌석번호가 적혀있었다. 좌석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니 참 편했다. 물론 부엘링도 추가요금을 내고 원하는 좋은 좌석을 살 수 있다. 3시간 30분이 소요되어 그란카나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참고로 여기는 스페인 본토와 시차가 있는데 한 시간이다.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하강할 때 밑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쾌적한 날씨로 산은 녹음으로 우거질 것 같은 데 그저 삭막한 황무지였다.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지금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우리를 매혹할 경관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입국했다. 입고 있던 겨울옷을 여름옷으로 바꿔입었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란카나리아 공항 일대

 

공항 입국장은 1층, 출국장은 2층이다. 2층으로 올라가 밖으로 나와 오른쪽 끝에서 첫 번째 행선지인 라스팔마스로 향하는 직행 버스를 탔다. 60번 버스인데 항상 종착역을 물어봐야 한다. 하나는 산 텔모(San Telmo, 시내 중심가)고, 다른 하나는 산따 까딸리나(Santa Catalina)이다. 버스비는 2.95유로이다.  

* 공항 종려나무

 

공항에서 바라보이는 황량한 풍경은 종려나무를 제외하고는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푸른 초원과 숲으로 이루어진 리투아니아 자연이 순간 눈 앞에 아른거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조금씩 이국적인 풍경에 눈이 매료되기 시작했다. 해변도로에 잘 가꾸어진 종려나무와 꽃이 핀 식물들은 내 카메라와 딸아이의 카메라 셔터를 연속적으로 자극했다. 마치 딸아이와 둘이서 버스 안으로 출사를 온 듯했다. 딸아이는 연신 말을 되풀이했다.

* 라스팔마스로 향하는 도로


„아빠, 눈이 엄청 즐거워“

낯선 지역에서는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해변 고속도로를 따라 버스는 라스팔마스로 진입했다. 첫 번째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렸다. 아내도 여기가 종착역인 줄 알고 덩달아 따라내렸다. 그래도 운전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산따 카딸리나는 여기가 아니고 다음.“

그리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Sometimes your dady also is smart.“ „No. You are smart for ever in my heart.“

라고 기분이 좋은 딸아이는 맛깔스럽게 응답했다. 

* 라스팔마스 식물원에서 딸아이
산타 까딸리나 버스역에서 걸어서 깐떼라스 산책로에 위치한 아파트로 향했다. 해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딸아이는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빠, 울고 싶어“  „왜?“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라스팔마스 항구

* 대서양 해변에서 즐겨워하는 딸아이
* 아파트 발코니에서 차를 마시는 딸아이
* 종려나무 밑에서 딸아이
* 깐떼라스 해수욕장에서 딸아이
 
가족여행은 부모보다 아이가 더 좋아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갑 무게보다 아이가 가족여행에서 얻을 추억 무게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가능한 앞으로 가족과 함께 많이 다녀야겠다고 다짐해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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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여름 내내 집을 비웠다. 해마다 빈번했던 맑은 트라카이 호숫가에서 수영도 딱 한 번밖에 못했다. 가장이 일한다고 나머지 식구들도 여름방학임도 불구하고 특별히 어디론가 여행을 가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여름은 가족여행없이 지나가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여름이 끝날 무렵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 별다른 성과도 없이 한 달 동안을 거의 하루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여행지와 알뜰 여행을 위한 정보를 탐색했다. 유럽인 아내와 살다보면 가끔 불만스러운 일은 즉흥적인 삶의 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결과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아서 가지 않을 것이니 그만 찾고 일상으로 돌아오지 그래?"라고 아내에게 한 소리를 하자 며칠은 조용한 듯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는 아내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여행지 하나를 결정하는데 한달이 소요되었다. 여러 차례 여행지가 바꿨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항공편이다. 저렴한 가격대의 항공권을 구하는 것이 알뜰 여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면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지만 네 식구가 움직이므로 여행 경비의 큰 부분이 항공료이다. 


일단 여행지는 남쪽이다. 여행일자는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11월 1일 "영혼의 날" 국경일을 맞아 1주일 동안 방학이 있다. 또한 이 시기는 겨울철이 시작하는 때이다. 아직도 따뜻한 여름철 기억이 남아있는 때라 영상 5도의 날씨에도 쉽게 추위를 느낀다. 중앙난방이 들어오지만, 실내는 아직도 그렇게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다. 잠시만이라도 따뜻한 나라에서 머물다오면 심리적으로 추운 겨울 지내기에 도움이 된다.  

 

여행지로 처음에 꼽은 나라는 터키, 이집트, 그리스, 사이프루스 등이었다. 나중에 이보다 더 남쪽에 있는 스페인의 그란카나리아가 등장했다. 특히 10월 하순부터 이곳은 유럽 사람들이 즐겨찾는 휴양지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여행지를 나도 한 번 가보자"라는 의욕이 바탕에 깔렸다. 

 

* 이번 가족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는 다름 아닌 요가일래

그란카나리아는 북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섬이다. 화산섬으로 인구가 80만명, 면적은 1560평방킬로미터,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가장 높은 산(Pico de las Nieves, 설봉이라는 뜻) 높이가 1949미터, 해수온도는 18-22도이다. 


화산섬인 한국의 제주도를와 비교해보자 제주도는 면적이 1848평방킬로미터, 인구가  58만명, 제일 높은 한라산이 1950미터이다. 이 정도 수치로 보면 그란카나리아와 제주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제주도는 섬이 타원형, 그란카나리아는 원형이다. 마치 유럽의 제주도를 가는 듯해서 아내의 결정에 더 호응이 갔다.  

 

일단 여행지는 정해졌다. 다음은 항공노선을 잡는 일인데 아내는 약 한 달 동안 여행지와 동시에 항공노선을 잡는데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했다. 유럽은 저가항공이 대세이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외국 유학생들에게 저가항공은 단연 인기이다. 유럽의 저가 항공노선을 찾는 데 유익한 프로그램은 azuon(http://azuon.com/) 이다. 연회비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아내가 찾은 저렴한 노선은 다음과 같다.

빌뉴스 공항 (Ryanair) – 바르셀로나 공항 경유(Vueling) – 그란카나리아 공항:                   

1인당 항공료 300리타스(약 14만원) 그란카나리아 공항(Aerlingus) – 코르크 공항(Wizzair) – 빌뉴스 공항:                   

1인당 항공료 700리타스(31만원)  모두 합해서 1인당 항공료는 한국돈으로 45만원이다.

 

그렇다면 숙박 예약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두 웹사이트를 이용했다. Airbub.com을 통해 그란카나리아 수도인 라스팔마스의 아파트 원룸(주방도구 다 포함, 4인)를 예약했고, booking.com을 통해 남쪽의 유명 휴양지인 플라야델잉글레스 에  방 두개 방갈로를 예약했다.     

 

이렇게 그란카나리아 여행을 위한 항공권 구입과 숙박 예약이 완료되었다. 10월 24일 밤 9시 30분 라이언에어 비행기를 타고 그란카나리아로 향했다. 초유스 가족의 그란카나리아 여행이야기는 이 블로그를 통해 이어진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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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4. 2. 13. 18:56

유럽에서 호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는 쉽지가 않다. 가장 큰 부담은 뭐니 해도 바로 항공료다. 가족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가격이 저렴한 비행노선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찾은 노선이 이탈리아 로마 공항에서 출발해  중국 광저우 공항을 거쳐 호주 시드니 공에 도착하는 것이다.

 

시드니로 갈 때 광저우 환승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환승 심사와 휴대수하물 검사를 하는데 다 보냈다. 즉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로마로 돌아올 때 광저우 환승시간이 무려 7시간이라 인터넷이 절실히 필요했다.

 

 

광저우 공항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와이파이 비번을 받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절차에 따라 여권을 밀어 넣고 비번에 적힌 쪽지를 출력받으면 되다. 이렇게 여러 번 받아서 시도해도 접속이 원활하지가 않다. 주변 사람들도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주 이용하는 다음이나 네이버에 연결할 수도 없고 페이스북, 유튜브 심지어 카카오톡도 사용할 수가 없다.

 

 

 

식구 셋이가 모두 "여기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었네!!!"라에 공감한다. 순간적으로 아내가 VPN 앱을 통해 해보자고 한다. 나는 유럽에 살면서 VPN을 사용본 적이 없지만 아내는 직장 웹사이트 관리자로 해외여행 시 VPN을 사용해야 한다. 아내가 추천한 2 기가 무료 VPN 앱은 TunnelBear다. 

 

 

 

인터넷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앱을 내려받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여행 전에 미리 앱을 설치하고 또한 인증을 받아놓아야 한다. 인증은 이메일을 이용하는데 광저우 공항에서는 gmail 접속이 되지 않아서 인증을 받을 수가 없었다. 아내는 이미 호주에서 전화기에 VPN 앱을 설치해놓아서 아무런 문제 없이 페이스북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 접속이 되고 TunnelBear 앱을 열어 지도상 나타나는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해 연결하면 된다.

 

 

언제 다시 중국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으로 돌아오자마자 VPN 앱을 설치해 인증을 받아 놓았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6. 02:50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9편에 이은 글이다.

무화과가 자라지 않는 북유럽 리투아니아에 태어난 아내는 무슨 연고인지 지중해나 중동에서 나는 무화과를 좋아한다. 막 익는 무화과는 비싸서 사 먹기가 주저되지만 건조된 무화과는 부엌 한 칸에 늘 자리 잡고 있다. 

 

8월 중하순 그리스에 오자마자 아내는 슈퍼마켓에서 무화과 열매를 찾는다. 아쉽게도 없다. 아직 무화과 수확철이 아니라고 믿으면서 단념한다. 하지만 고지대에서 자라는 조생종 무화과는 벌써 열매를 맺을만한데 말이다. 

 

야자나무 수천 그루가 자생해서 자라고 있는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에서 고우베스(Gouves)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다.

 

삼거리에 허름한 노점(위치)이 하나 있다. 우회전을 해서 속도를 늦추고 노점을 보자 판매대에 무화과가 눈에 띈다.

 

"와, 저기 무화과다!"

"멈춰! 사야지!"

 

플라스틱 상자에 제법 되는 무화과가 담겨 있다. 한 상자에 4유로다. 

계산을 하려고 들어가니 상점을 지키는 할아버지가 환대를 하면서 싱싱한 오이를 소금에 찍어 주면서 먹으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싱싱한 오이를 설탕이나 꿀에 찍어서 먹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소금에 찍어서 먹는구나...

 

오이를 먹으면서 살펴보니 여러 제품을 팔고 있다.

무화과 잼

수박

꿀라크

라크

올리브유 등등

 

"라크는 직접 제조한 것인가?"

"포도로 직접 만든 것이다."

 

 

그는 어느새 잔 두 개와 라크 병을 가져와 묻지도 않고 잔을 채운다.

한 손에는 오이를 들고 다른 손에는 라크 잔을 들고 "야마스"(건배)를 외친다.

 

건배까지 했으니 면세점에서 살 라크를 비롯해 올리브유를 이곳에서 산다.  

 

오이가 특이하다.

세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수박은 몇 유로?"

"수박은 그냥 가져가!"

"정말?"

"좋은 수박을 골라. 봉지에 넣어줄게."

 

물건값이 12유로다.

대부분 카드결제를 하므로 현금이 딱 맞게 있을지 지갑을 뒤져본다.

 

"현금이 11유로밖에 없네."

"괜찮아. 있는 것만 줘."

 

이렇게 흔쾌히 11유로만 받고 봉지 세 개에 우리가 구입한 물건을 넣어 건네준다.

우리는 차창밖으로 "감사하다"하고 그는 "그리스에서 좋은 여행 해"라고 답한다.

 

덤으로 받은 수박은 숙소에 와서 잘라보니 속이 잘 익고 맛있었다.  

노점상 그리스 할아버지가 이날 우리를 맞이하는 법이 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울림으로 남아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6. 02:49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8편에 이은 글이다.

지중해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우선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이와는 달리 아내는 일광욕하고 수영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나는 가급적 많이 걷고 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가족여행 중 음식기행은 늘 뒷전이다. 그러니 평이 좋은 맛집을 굳이 일부러 찾아가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일은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배가 많이 고플 때 주변에 있는 깔끔한 식당에 들어가 자기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조식을 넉넉하게 호텔 식당에서 먹으니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조금씩 허기를 느낀다. 늦은 오후에 점저(점심 겸 저녁)를 먹으니 굳이 저녁 식사가 필요하지 않다.

 

7박 여행 중 유일하게 두 번 가서 식사를 한 식당(2 FRiends)이다. 

 

그리스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다. 짜지도 않다. 난 해물스파케티를 좋아한다. 음식값은 세지 않다. 지역과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크레타에서 본식이 대체로 8-15유로 정도다. 

500cc 생맥주 가격은 3-6유로다. 북유럽에서는 맥주만 달랑 가져다 주는데 그리스는 감자과자 등을 덤으로 가져다준다. 그리스 여행 중 알코올 함유량이 4.7%인 미토스 맥주를 즐겨 마신다.

 

여러 번 그리스 여행을 해서 얻은 경험은 음식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큼직하고 맛있는 감자튀김이 남기 일쑤다.

 

그리스를 처음 여행했을 때는 예의와 호기심으로 전식, 본식, 후식을 다 시켜서 먹었다.

몸집이 크고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즐겨 보내는 유럽인들에게는 적합하겠지만 

몸집이 작고 식당 한 곳에 정적으로 지긋이 앉아 있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그 음식량이 과할 정도로 많았다.

 

 

돈도 돈이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며는 소화제를 먹곤 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한 후부터는 음료와 더불어 적당한 본식 하나만 주문한다.

식당 종업원들은 이를 전혀 괘념치 않는 듯 흔쾌히 주문을 받고 봉사를 해준다.

 

거의 대부분 식당에서는 본식만 시켰는데도

종업원들은 본식을 기다리는 동안 전식 같은 음식을 무료로 가져다준다.

구운 빵이나 마늘빵에 올리브유나 식당에서 직접 만든 양념 버터가 딸려 온다.

 

본식을 먹고 나면 후식 같은 과일(포도나 수박 등) 한 종류나 튀김과자를 가져다주는 식당도 있다.

 

흔히 계산서와 함께 라크를 유리병이나 잔으로 준다.

라크(라키 raki - 튀르키예, 그리스, 발칸반도에서 널리 마시는 과일 증류주)는 보통 알코올 함유량이 45도인데 서너 잔 마셔도 취하지 않는 듯하고 다음날 일어나도 그 전날 마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ㅎㅎㅎ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이다.

양파, 토마토, 상추, 올리브 열매 등 엉성하게 보이는 샐러드이지만 참으로 맛있었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도 맛있고 감자도 맛있었다. ㅎㅎㅎ

 

해물 스파게티다. 보기에는 양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먹어도 먹어도 접시 밑이 보이지 않는다.

 

생선모둠이다.

생선이 작고 잔가시들이 많아서 먹기에 불편했다.  

 

쌀밥 생각이 나서 주문한 해산물 리소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주문 실패한 음식이다.

특히 밥이 설익었다.

 

닭고기다.

날개와 다리 8조각이다.

눈은 다 먹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위는 다 받아주지 않는다. ㅎㅎㅎ

 

아내가 아이스크림도 나오는 본식을 주문했다. 

아내에게만 혼자 유리잔 아이스크림을 먹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종업원이 유리잔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가져와 내 앞에 놓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만 주문했는데..."

"같이 먹으라고 덤으로 주는 거."

"에프하리스토(Efharisto 감사합니다), 에프하리스토!"

"파라칼로 (Parakalo 천만에, 제발)"

 

나이 든 종업원이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다.

우린 "아, 이것이 그리스구나!"라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5. 18:07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7편에 이은 글이다.

여행 여섯째 날이다. 전날은 대여차로 크레타 섬 동쪽 바이 해수욕장(Vai Beach)까지 여행했고 오늘은 서쪽으로 가본다. 크레타의 옛 수도인 하니아(Chania)까지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그래서 역시 고대도시인 레팀노(Rethymno, 레팀노, 레팀논, 리팀노스)를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정한다.

 

고우베스(Gouves)에서 4차선 고속도로를 타고 헤라클리온을 거쳐 산악도로로 접어들자 절벽 위 전망대(Zen House Crete 근처)가 나온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달려온 뒤쪽이 한눈에 보인다.

 

첫 번째 휴식지는 아기아 펠라기아(Agia Pelagia)다. E75 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간다. 벌써 언덕 도로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해변 가까이에 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본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비취색 바다와 좁은 해변이 함께 어울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변을 따라 좁은 길 옆에는 음식점과 카페로 연이어져 있다.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면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조그만 들어가도 수심이 깊고 또 바닥이 대부분 돌로 되어 있다.

아내는 벌써 휴대품을 나에게 맡기고 해수욕에 나선다. 

 

휴대가방을 양어깨에 걸치고 난 습관대로 해변 모습을 4K 영상에 담는다.

 

 

해변 끝자락에 정교회의 작은 성당이 나온다. 

그리스 해변에는 흔히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선원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그리스가 섬나라임을 쉽게 알려준다.

돌 두 개에 구멍을 내어 깃발대를 꽂아놓은 것이 눈에 띈다.

 

성당 앞 맑은 바닷속 바위에는 성게들이 무리 지어 서식하고 있다.

며칠 전 아내가 바다에서 나오더니 무엇인가에 찔렸다고 한다.

그날 저녁 내내 발가락 두 개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가시를 파내려 씨름해야 했다. 

 

 

그리스에서 바닷속 성게를 이렇게 선명하게 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물신을 신고 해수욕을 하는 이유가 특히 이 성게 때문일 것이다. 

 

다시 차로 서쪽에 있는 레팀노를 향한다.

도로 노면 상태는 대체로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북유럽 거주자에게는 참으로 낯설다.

 

레팀노 요새 근처에 주차를 하고 구시가지 나들이에 나선다. 레팀노는 미노스 문영에 건설된 오래된 도시다. 고대 때는 자체 동전을 주조할 정도로 번창한 도시였다. 베네치아 시대를 물씬 풍기는 항구는 요트와 어선이 정박해 있고 해변 따라 카페와 음식점이 이어져 있다. 

 

지나가는 식당마다 종업원들이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저 등대는 1830년대 이집트인들이 잠시 크레타를 점령했을 때 지은 등대다. 높이가 9미터로 크레타 섬에 남아 있는 두 번째로 큰 이집트 등대다.

 

구시가지의 꽃인 요새를 향해 가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레팀노 요새는 고대 아크로폴리스 자리에 베네치아가 16세기에 석회석으로 지었다.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이다.

 

레팀노 베네치아 항구를 조금 벗어나 모래사장으로 접어들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너머 우뚝 솟아 있는 곳이 바로 레팀노 요새다.

 

해변침대와 큰양산은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휴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린 하루 종일 해수욕장에 머물지 않아서 굳이 해변침대나 큰양산을 빌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런 텅빈 공간을 찾는다.

다행히 레팀노 해수욕장은 군데군데 영리 사업자가 없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유럽에서 수십년을 살다 보니

이렇게 해변에 누워 일광욕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이날 파도가 심한 레팀노 해수욕장에서는 가져온 간식만 먹고 이동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로 32km 떨어져 있는 발리에 있는 리바디 해수욕장(Bali Livadi Beach)에 도착한다.

분위기부터 확연히 다르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이지만 휴양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인형처럼 아름다운 종업원이 쉴 새 없이 이리저리 손님들을 대하고 있다.

흔히 발트 3국 사람들이 멋지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리스 남녀도 이에 못지가 않다.

 

바다에 완전히 노출된 레팀노와는 달리 발리 해수욕장은 작지만 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로 해변이 붐비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이곳 리바디 해수욕장에서 나도 수영을 즐긴다.

발리에는 리바디 외에도 해변을 따라  작은 해수욕장이 여러 개 있다.

 

리바디 해수욕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21:23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6편에 이은 글이다.

고우베스(Goves)에서 동쪽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으로 가는 길에도 관광명소들이 여러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이를 둘러본다. 돌아오는 길에는 토플로우 수도원(Toplou Monastery)이 있는 도로를 택한다. 이 수도원이 직접 생산하는 포도주와 올리브유가 유명하다.

산에는 여기저기 염소들이 눈에 띈다. 좋아하는 그리스 샐러드에 들어가는 페타치즈가 떠오른다. 페타치즈는 원래 양유를 사용하지만 염소유를 최대 30%까지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언덕에 자리 잡은 시티아(Sitia)를 지나면 굽이굽이 산악도로가 지루할 정도로 끝없이 이어진다.

참고로 시티아 도심 거리(Therisou)를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에 리들(Lidl) 슈퍼마켓이 나온다. 

 

유럽의 다른 지중해 나라와는 달리 이날 이용한 크레타 산악도로는 굽은 부분을 돌 때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폭이 비교적 넓다. 인상적인 것은 우천시 속도 제한(시속 30km) 안내표시판이 심심찮게 보인다.    

 

한참을 가다가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진다. 내려서 잠시 안구를 호강시킬 수밖에 없다. 절벽 아래 비취색 바다와 올리브나무 밭이 다시 한번 해외여행의 당위성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듯하다. 

 

이 지역은 바위, 협곡, 계곡, 동굴, 고대 유적 등이 풍부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Sitia UNESCO Global Geopark)로 지정되어 있다. 

 

멋진 광경을 음미하는 동안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매미는 어디에 있을까?

눈앞 나무 기둥에 붙어 있다.

가까이 가니 소리를 내지 더 이상 내지 않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 숙제로 받은 곤충채집 중

매미 채집하기는 이곳 크레타에서는 누워서 떡먹기이겠구나! ㅎㅎㅎ

 

언덕 전망대 위에서 저 멀리 바라보이는 비취색 바다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파도 없는 잔잔한 파다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곳이 보울리스마 해수욕장(Voulisma Beach)이다. 중심 도시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에서 동쪽으로 12km 떨어진 이스트론(Istron) 마을에 위치해 있다.

인기 있는 곳이라 늘 붐빈다고 한다. 해변침대와 큰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물론 사용시 유료다.

 

절벽 아래 위치해 있어 해변 폭이 좁다.

동쪽으로 가면 해변이 모래가 아니라 자갈로 되어 있다.

주차장이나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든지 돌아서 가야 한다.  

잔잔하고 수정같이 깨끗한 바이 해수욕장(Vai Beach)에 길들은 몸을

파도가 넘실거리는 여기에 첨벙하기는 주저 된다.

 

아내는 그래도 몸을 담그더니 곧 바로 밖으로 나온다.

"왜 그렇게 빨리 나오니?"

"파도에 밀려 오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 수가 엄청나다."

"노안이네!!! 파도 거품이겠지."

"당신이 안경 벗고 한번 자세히 봐봐!"

 

 

정말이다.

하얀 거품 조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파도 따라 출렁출렁거린다.

 

보울리스마 해수욕장은 여러 개의 해변으로 나눠져 있다.

동쪽보다 서쪽 해변이 파도에 덜 영향을 받는다. 

보기에 따라 코끼리 코의 형상을 띤 바위가 보인다.  

 

보울리스마 해수욕장을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제 다섯째 날의 마지막 명소다. 

고대 유적지가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다. 

그리스 지명에 아기오스 니콜라오스가 유독히 많은 이유는

성 니콜라스가 선원과 그리스의 수호성인이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도심의 풍경이 으뜸이다.

지금은 바다와 연결된 호수다. 

호수 이름은 보울리스메니(Voulismeni)다.

수심이 64m, 지름이 137m로 원형을 띠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테나와 아르테미스(Artemis, Diana)가 이 호수에서 목욕했다.  

 

보행자 거리인 10월 28일 거리는 선물가게들이 연이어져 있다.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언덕 석회암 바위는 청년시절 한 번 가본 부여 낙화암을 연상시킨다.

바닷물이 맑아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호수변에는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정교회 성당이 있다. 25미터 동굴로 되어 있다.

 

호수변을 따라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일몰 직전나 직후에 딱 좋을 듯하다.  

 

가까이 가도 꼼짝 않지 않고 앉아서 쉬고 있다.

몸집이 엄청난 이 날짐승의 정체는?

거위, 기러기, 칠면조, 오리?

바로 머스코비오리(muscovy duck, Cairina moschata)다.

산책 나온 사람들을 전혀 피하지 않는다.

아, 이 호수의 주인장이 너로구나!!!

 

언덕 위 호수 전망대에서 호수변을 따라 걸으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05:05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5편에 이은 글이다.

크레타 여행 다섯째 날이다. 전날 밤 대여차 업체로 가서 서류 작성을 다 마쳤다. 성수기라 종합보험이 된 자동 소형차 1일 비용이 65유로다. 차는 다음날 호텔 숙소 주차장에서 받았다. 습관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 차량의 모든 면을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어디로 먼저 갈까?

첫날 목적지는 크레타 동쪽 끝에 위치한 바이 해수욕장(Vai Beach)다. 구글 지도상 걸는 139km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1시간 10분 걸리는 거리다. 산악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있음이 쉽게 짐작된다. 이날 이동 거리의 딱 반인 곳(Pachia Ammos Beach Παραλία Παχιά Άμμος)에서 오전 커피를 마신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산들을 넘고 넘고 또 넘어야 시티아(Sitia) 도시가 나온다. 산은 민둥민둥하지도 않고 울창하지도 않지만 소나무 등으로 푸르거나 올리브나무 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쉬는 곳의 해변은 조약돌 해변이다. 파도가 심하게 일어 해수욕하고자 하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마침내 이색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도로를 따라 왼쪽에 야자나무 군락지가 천수(千手)를 쫙 벌려 환영하는 듯하다. 

 

"여기가 자생 야자나무로 유명한 바이 해수욕장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낮 12시 전에 도착하는데도 주차장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다.

승용차 하루 주차비는 3유로다. 사유지라면 참 돈벌기 쉽겠구나!!!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큰양산이 아니라 야자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주차장에서 바이 해수욕장 반대쪽 끝까지 걸어가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번 크레타 여행에서 가장 잔잔한 해수욕장이 바로 이 바이 해수욕장이다.

잔잔하고 깨끗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수영을 잘하면 할수록 더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대체로 바닥이 돌로 되어 있다.

 

수심이 좀 더 얕은 입구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다. 

물놀이 기구도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오리배를 타고 눈앞에 보이는 돌섬으로 가서 물고기 구경도 할 수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반복한다.

 

발트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맑은 비취색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즐겁다.

  

이제 야자나무 숲으로 들어가본다. 야자나무(Phoenix theophrasti) 수천 그루가 계곡에서 해변까지 뻗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야자나무 숲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아랍 해적들이 이곳에 와서 가져온 대추야자 열매를 먹고 땅에 던진 것에서부터 야자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큰양산을 대여하는 대신 여기저기 야자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다.

 

 

비취색 바다,

황금색 모래,

푸른 야자나무 숲이

한 곳에 모인 해수욕장이  바로 바이 해수욕장이다.  

 

이제 언덕으로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라본다.

오른쪽에 있는 해수욕장은 옷을 다 벗고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바위 구멍으로 바라본 바이 해수욕장이다.

 

이런 바다 풍경을 볼 때마다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가도 가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이 해수욕장이다.

실제로 왕복 여섯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 부부는 바이 해수욕장에 대만족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바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01:36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4편에 이은 글이다.

숙소가 크레타 주도 헤라클리온(이라클리온)에서 동쪽으로 2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고우베스(Gouves)라 여행 셋째 날에 비로소 주도로 가보기로 한다. 아직 대여차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숙소가 해변 가까이 있으면 대중교통이 다니는 대로까지 걸어서 나와야 한다.

 

그리스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을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분 후 안내판에 지정된 시간에 와야 할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8월 하순 햇볕도 따갑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올리브나무밭 그늘에서 이를 피한다.  30분을 더 기다려서 다음 지정된 시간에 오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도 10분 늦어서 도착한다. 

 

우연히  정류장 버스간표 위에 적혀 있는 숫자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안내판 위에 적힌 13이라는 숫자가 정류장 이름보다 더 중요함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버스 안내원이 일하고 있다.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13이라는 숫자가 건너편에서도 뛴다.

 

헤라클리온 중앙 버스역에서 내려 손쉽게 구시가지로 향한다. 굳이 구글 지도를 보지 않더라도 함께 타고 사람들 대부분이 향하는 곳이 바로 구시가지라 따라가면 된다.

 

구시가지 성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 근처 동쪽 구시가지 건물에서는 도저히 예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여기도 2차 세계대전 때 대규모 포격을 받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좁은 거리와 골목을 따라 서쪽으로 갈수록 이제야 구시가지에 와 있음을 실감시키는 베네치아 시대(13-17세기) 건물 등이 보인다.

 

성(聖) 티투스(Titus 티토, 디도) 대성당이다. 성 티투스는 크레타의 수호성인이다.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여러 차례 파괴되어 베네치아 시대였던 16세기에 복원되어 가톨릭교 성당으로 그리고 오스만 시대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다가 20세 초반 그리스 정교회로 축성되었다.

   

관광객들로 가장 많이 붐비는 거리는 8월 25일이다. 1898년 8월 25일은 1669년부터 시작된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크레타가 독립한 날이다. 이 거리는 사자 분수대에서 베네치아 항구까지 이어진다. 사자 네 마리가 돌그릇을 이고 있는 모리시니 분수대를 사자 분수대로 부른다. 근처에는 성 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1205년부터 시작된 베네치아 시대에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성 마르코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이 보행자 거리 주변에는 식당과 가게가 즐비하다.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와 마늘이 식탐을 불러일으킨다.

 

 

8월 25일 거리를 따라 쭉 밑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서서히 보인다. 

 

옛 유적에 둘러싸인 비취색 베네치아 항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저 멀리 삼각형을 지닌 산은 이번 여행 내내 이정표 역할을 한다.  

 

베네치아 바다 요새로 오가는 동안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체구가 작은 나는 상체를 심하게 앞으로 기울게 해서 걷는다. 전화기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꼭 잡는다. 이런 바람을 맞은 기억은 어린 시절 어느 겨울날 한국의 고향 논길을 걸을 때였다.

 

이제 8월 25일 거리 도보여행을 영상에 다 담았으니 잠시 쉴 때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자마자 종업원이 제일 먼저 얼음이 담긴 잔과 물이 가득 가득 찬 병을 가져 준다.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료 제공이다. 폭염과 갈증으로 지친 몸이 정말 고마워한다.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노아 문명의 크노소스 궁전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제 숙소가 있는 고우베스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중앙 버스역으로 향한다.

 

3시 15분에 떠나는 버스 표를 구입했는데 버스가 역에 나타나지 않는다. 안내원에게 물으니 기다리라고만 답한다. 안내판에 버스 번호 143호를 이리저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같은 표로 3시 30분에 떠나는 다른 버스를 타게 된다.

 

그리스 버스 여행시 주요할 점은 1) 버스는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확정된 버스도 오지 않을 수 있다. 2) 안내원에 물어볼 준비를 하고 대기하는 것이 좋다. 3) 내리는 곳의 지명뿐만 아니라 정류장 번호를 기억해 놓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안내원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어느 곳에 내릴 것인지 묻는다. 이때 내리는 곳의 지명보다는 정류장 안내판 표시판 숫자를 묻는다. 다행히 아침에 출발한 정류장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헤라클리온 구시가지 거리 모습을 4K 도보 영상에 담고 있는 내 모습을 몰래찍사 아내가 기록으로 남긴다.

 

이날 찍은 헤라클리온 도보여행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3:21

그리스 크레타 여행 3편에 이은 글이다.

넷째 날은 숙소인 하라 일리오스 호텔에서 동쪽으로 세리타 비치 호텔까 도보로 걷는다. 해변 따라 왕복 14킬로미터를 걸었다. 

 

7박을 하는 동안 거의 매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다. 호텔 정원에는 분홍색 부겐빌레아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런데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종려나무 가지에 하얀색 실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이다.

 

고우베스 서쪽보다는 동쪽이 해수욕장과 숙박시설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

아내는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다.

걷다가 수영하기 좋은 곳이 있으면 그대로 바닷속으로 풍덩~~~

 

아래 걷기 영상은 아포셀레미(Aposelemi) 해수욕장을 담고 있다. 

숙소가 있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와 아날립시(Analipsi) 사이에 있는 해변이다.

아포셀레미 강이 에게해와 만나는 장소이다.

아직은 휴양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다. 

 

 

 

천연 수영장이다.

바닷속 뻗어있는 바위가 파도 더미를 막아주고 있다.

그냥 지날칠 수 없어 저 탕에 한번 몸을 담가본다.

 

건기에는 모래가 바다를 막아버려 아포셀레미 강은 길쭉한 저수지가 된 듯하다.

이 강을 조금만 지나면 소형 성당이 나온다.

아기오스 디미트리오스 그리스 정교 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어떨까?

사면은 선명한 색채로 성화가 그려져 있다. 

 

아날립시 해수욕장 입구에 또 하나의 작은 성당을 만난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이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 타마리스크(에셀 tamarisk, eshel, athl)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지친 발과 다리를 잠시 쉬게 한다.

그 사이 아내는 해수욕 욕구를 참지 못하고 저 바닷속 어딘가에 머리를 내밀고 수영을 하고 있다. ㅎㅎㅎ 

 

쉬면서 어디까지 해변을 따라 가볼까를 궁리한다.

내친김에 제일 끝에 점처럼 보이는 타마리스크 나무까지 가기로 한다. 

가면서 아날립시 해수욕장 전체를 영상에 담는다.

 

 

파도에 밀려와 해변에 자리 잡은 종려나무 가지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 타마리스크 나무 그늘에서 걸어서 35분만에 닿은 곳이다.
이곳에 타마리스크 세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그늘에서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렇게 앉아 에게해를 바라보면서 일체 생각을 놓아보기도 한다.
이번 여행 중 이날이 가장 많이 걸은 날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0:11

그리스 크레타 여행 2편에 이은 글이다.

대체로 가족여행은 7-10일이다. 어느 때는 전일정 동안 대여차(렌크카)로 여행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서너 날 대여차로 여행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초반에는 걷거나 해수욕을 즐기면서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고 중반 이틀 동안만 대여차로 동서 쪽으로 가보기로 하고 마지막 날은 주변에 쉬는 날로 정한다.

 

이렇게 여행 둘째 날 일정은 호텔에서 서쪽 해변을 따라 걷기로 한다. 호텔(Hara Ilios Village)이 있는 고우베스(Gouves)는 크레타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동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지진 곳이다. 휴양시설이 즐비하고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아래 구글 지도는 이날 해변을 따라 걸은 거리를 보여준다. 왕복 12킬로미터를 걸었다. 

 

반도처럼 삐져나온 곳에는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그리스 정교 성당이 있다. 50명을 수용하는 작고 아담한 성당이다. 대형 종교건물과 비교하면 마치 모형 장난감을 전시해놓은 듯하다. 이 성당을 둘러보면서 종교건물이 굳이 웅장하고 거대할 필요는 없겠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오는 세상에는 깨달음에 이르거나 영성을 일깨우는 데에는 외형이 아니라 내실이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일몰 직전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 여러 쌍들이 눈에 띈다.

이 성당은 일몰 광경 즐기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성당 바로 앞 가게다. 그리스 국기색 창문 사이 메뉴판이 퍽 인상적이다. 그리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리스 문자를 익혀 가는 것이 좋다. 도로나 지명 표시판 등에 로마자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알고 있는 키릴 문자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ΤΟ ΜΑΓΑΖΙ ΤΣΗ ΚΡΗΤΗΣ to magazi tsi kritis: Tsi 크레타 가게

  

부두로 일부 막혀 있는 곳에는 파도가 잔잔해 아침나절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이번 크레타 여행에서 가장 싼 큰양산과 해변침대 이용료다. 모두 6유로다. 이 일대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은 다 고우베스 해수욕장(Gouves Beach)으로 통한다.

 

마리타 항구 부두에 접해 있는 해수욕장은 인산인해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한 가족들이다. 수심이 얕고 해변에는 진흙모래가 있어 아이들이 모래성 쌓기에 딱 좋은 곳이다.   

 

마리나 부두 해수욕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 해수욕을 좋아하는 아내... 둘의 합의점이 바로 이 해수욕장이다. 크레타 캠핑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다. 다른 곳에 비해 아직 바로 해변에 숙박시설이 없어서 그런지 상업적이지 않다. 즉 해변침대나 큰양산은 본인들이 가져와서 사용한다. 

 

한참을 파도타기를 하면서 해수욕을 즐긴다.

 

바로 이 대형 도넛 한 개로 쉽게 출출한 배를 달랠 수 있다. 어린 시절 해수욕장 인파 사이로 "얼음과자!"가 들리듯이 이곳에서는 "도넛!"가 나지막이 들린다.

   

이제 다시 걷을 시간이다.

저 멀리 부두를 향해 걷는다.

시원한 바닷바람, 철썩 하얀 거품을 내뱉는 파도소리, 원시적인 해변 모습에  

짐벌을 들고 가는 내 오른손은 무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날의 마지막 걷기 종착점에서 바라본 고우베스(Gouves) 모습이다.

 

그리스 어디를 가든 도처에 그리스 국기가 펄럭인다.

지금 어느 나라에 와 있는지를 잠시 잊었다가

하늘과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

동방 정교회를 상징하는 하얀색 십자가 깃발을 보면

그리스에 와 있음이 저절로 상기된다.   

 

돌아오는 길에 그리스판 해녀(해남)을 만난다.

부표, 작살, 망사리가 작업도구다.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성당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다.

8월 중순 이전에 왔더라면 에게해로 풍덩 빠지는 붉은 해를 볼 수 있었을텐데...  

 

일몰을 구경한 사람들이 짝을 이루거나

삼삼오오 모여 그 여운마저 즐기고 있다. 

 

이날은 걷느라 지친 육신을 편안한 의자에 앉히고 저녁식사를 즐겨본다.

크레타에서 먹은 음식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숙소로 들어가기 전 다시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둘째 날 일정을 마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20:56

그리스 크레타 여행 1편에 이은 글이다.

다행히 우리 호텔은 공항에서 세 번째로 서는 곳이다. 이런 여행사 관광상품을 이용할 때는 가급적 공항에 가까운 호텔을 선호한다. 전세버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호텔로 여행객들을 내려주고 태우기 때문이다. 거리상 20분이면 충분할 듯한데 전세버스로는 1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7시 40분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공항에 착륙해서 호텔에 도착하니 9시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올리브 밭 오케스타라가 환영 공연을 펼친다. 연주자들은 다름 아닌 지중해 매미다. 여름밤 사랑방에서 듣는 개골개골 개구리 울음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해가 진 이후에도 매매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좀 귀에 거슬렸지만 금방 매미소리가 세상 소리 중 하나로 익숙해지고 친숙해진다.

 

 

아직 정해진 입실시간(보통 오후 2시부터)은 아니지만 입실절차를 친절하게 밟아준다. 짐가방은 맞이실(호텔 로비) 아무 데나 놓고 12시에 오라고 한다. 도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혹시 있을 급한 일을 위해 가져 간 노트북은 맡기고 나머지 짐가방들은 맞이실 의자 뒤에 놓는다. 귀중품 보관실이나 보관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안내원 의자 뒤편 선반이다. 

 

세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곧장 인근 해변으로 간다. 비취색 바다는 보기만 해도 이국적이다. 해수욕을 즐기는 아내는 바다로 첨벙~~~ 나는 가방지킴이 ㅎㅎㅎ 사실 지킬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자킨토스 여행에서는대체로 음료수를 시키면 큰양산(파라솔)과 해변침대(비치침대)를 그냥 사용할 수 있는데 이곳 크레타 고우베스(Gouves) 해수욕장은 해변침대 한 개당 3유로, 큰양산 1개당 3유로 가격이다. 아침나절인데도 해변에 쫙 깔린 해변침대는 거의 다 사람들로 차 있다.      

 

12시에  호텔로 돌아와 방배정과 입실 안내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경험상 안내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너무 흘려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아본다

 

"12시에 오라고 해서 왔는데 아직 입실 준비가 되지 않았나?" 
"12시 이후에 오라고 했지 12시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관광상품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온 두 쌍이 아침 9시 입실절차를 밟을 때 동시에 12시라고 들었는데..."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다리는 장소를 맞이실에서 호텔 식당으로 옮긴다. 음식 메뉴를 살펴보니 그렇게 비싸지가 않다. 주음식이 10유로 내외다. 
 
이에 반해 미토스(Mythos) 맥주 500cc가 6유로다!
크레타 다른 곳에서는 보통 3.5-4.5 유로다. 지난 4월에 여행한 스페인령 테네리페의 맥주값 1.5유로를 생각하니 엄청 비싸다. 2시경 맞이대로 가니 나이 든 안내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띄우면서 우릴 반긴다.
 
"웬일?!"
"비싼 맥주를 마셔 호텔 매상을 올려주었더니... ㅋㅋㅋ"
"아니면 얌전히 기다려 주었을까..."
 
 
안내원이 직접 호텔방으로 안내해주면서 말한다. 
"일반실로 예약됐는데 일반실이 다 차서 특실을 주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특실 손님이 있고 일반실이 비워 있으면 그 전날 미리 방을 옮겨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조금 전 미소가 이런 횡재를 암시한 것일까?
1층에 있는 특실은 개인 수영장이 딸린 방이고 2층 특실은 넓은 발코니가 있는 방이다. 
 
부킹닷컴으로 특실 가격을 알아보니 전일정 호텔 숙박비가 선택한 관광상품 가격의 두 배다. 다른 일행 한 쌍은 예정대로 일반실을 배정 받았다. 안내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얌전히 호텔 매상을 약간이나마 올려준 덕분일까... ㅋㅋㅋ 여러 생각이 든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 간이식탁용 탁자와 하나가 된 세면대가 확 열려 있다.

  

커튼 두 개의 위치가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밝은 색 커튼이 창문 쪽에 있고 어두운 색 커튼이 방 쪽으로 있는데 이 방은 반대로 되어 있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서 어둡고 두꺼운 커튼을 창문 쪽으로 놓았을 것이다.

이를 본 아내는 우리집 커튼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밝은 색 커튼을 방 쪽으로!

  

일반실이 있는 건물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 하얀 건물, 파란 현관문, 분홍 꽃, 푸른 정원!!!
그리스의 멋!!!
 
해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호텔 내 수영장이 있다.  
 
출국을 하는 날은 새벽 6시에 떠나야 한다. 전날 아침 도시락 준비를 부탁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1박당 3유로 세금을 전날 미리 내고 호텔 식당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7박을 하는 동안 객실을 옮겨달라는 안내가 없었다.
지금껏 가족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호텔방에 잔 여행이 이번이다. 
호텔 뜰에는 석류가 익어가고 있다.
언젠가 9월이나 10월에 크레타로 다시 오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05:02

여름철 한 번이라도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올해는 여러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아내는 수시로 여행상품을 검색해본다. 불가리아 흑해로 갈까, 튀르키예로 국명을 바꾼 터키로 갈까,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갈까... 
 
그러다가 주말에 일이 있는 나를 제외한 식구들은 목요일에 훌쩍 발트해 해변으로 떠나버렸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아내는 자꾸 여행상품을 알려준다. 여름철은 북위 55도 이상에 위치해 있는 발트 3국이 무더운 남유럽보다는 훨씬 좋다. 남유럽 사람들이 피서하기 위해 오는 발트 3국을 버리고 이글거리는 남쪽의 폭염 속으로 들어가기가 주저된다. 
 
하지만 지중해 비취색 바다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8월 16일 새벽 4시 20분에 출국하는 전세기 여행상품을 인 터넷으로 8월 13일 예약했다. 4성급 호텔 7박 상품이 650유로다. 이 가격은 비행기 왕복 비용, 조식 제공 호텔 숙박비, 공항-호텔-공항 교통편 제공  일체를 포함한다.
노바투라스(Novaturas)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인적 사항을 순서대로 기재하면서 관광상품을 구입한다. 이때 화면에 뜨는 KN (여행자번호)를 적거나 기억해 두어야 한다. 결제를 마치고 여행자 여권 정보를 입력할 때 이 번호가 필요하다.
 
여행서류(여권) 발행 국가란에 Korėja(Korea의 리투아니아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Korea 두 개(즉 북한, 남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데 Korea 하나만 있으니 순간적으로 기분이 엄청 좋다. 마치 한국이 통일이 된 듯해서다. 그런데 국적란에는 아무리 찾아도 대한민국도 없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없다. 난감하다. 이 국적란을 채울 수가 없으니 상품 구입을 완료할 수가 없다. Korėja 국명을 찾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Kongo가 눌러지게 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렸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를 어쩐담! 토요일이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는다. 담당자 편지주소가 있다. 여행서류 발행국가란에는 한국이 있지만 국적란에는 한국이 없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우연찮게 Kongo를 선택 정보입력을 마쳤으나 꼭 국적을 수정하길 부탁했다.  
 
답이 없다. 다음날 14일 저녁에 되어서야 답이 왔다. 분명 편지에 대한민국이라고 했지만 Korea 둘 중 어느 것이냐고 묻는다. 빨리 Corea 하나로 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출국 하기 하루 전날인 8월 15일 오전 국적을 변경했다라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비로소 안심을 다음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사 홈페이지 국적란에도 Korėja가 들어간 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여행사 관광상품을 앞으로 한번 더 이용해야 할 듯하다. 주말이라 소통이 어려웠지만 여행사 전세기로 여행을 떠나는 장점 중 하나가 이럴 것이 아닐까...
 
 
리투아니아 국영 항공사가 여러 해 전에 파산이 되어 지금은 주로 여행사의 전세기를 이용하는 회사로 변했다. 새벽 4시 10분 출발하는 전세기 비행기다. 인터넷으로 전날 탑승수속(체크인)을 마친다. 집에서 새벽 3시에 볼트앱(Bolt App)을 이용해 택시를 탄다. 새벽인데도 빌뉴스공항은 출국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쉥겐조약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내 수하물 검사만 하고 곧장 탑승장으로 향한다.
 
거의 잠을 자지 않아서 비행기 안에서 잠이 올 것이라 여겼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시상(詩想)을 떠올려 본다. 동쪽 하늘에는 계명성이 반짝거리면서 안전한 비행을 수호하는 듯하다.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게해가 눈 아래 펼쳐지고 이어서 올리브밭으로 짜집기 된 크레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3시간 비행 후 크레타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쉥겐조약국이라 입국심사가 없으니 만사가 일사천리다. 짐을 찾고 나가서 여행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아래는 크레타 섬 상공에서 착륙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5. 04:44

이집트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서 6박 7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다. 여행사는 버스를 마련해 여기저기 호텔 흩어져 있는 손님을 모아 공항으로 태워준다. 곧 바로 택시로 가면 30분 정도 걸릴 거리인데 버스는 2 시간이 소요된다. 버스 대신 우버 택시로 가기로 한다. 비행기 출발이 12시 정각이라 10시경 공항에 도착하고자 한다.
 
6박 7일 관광상품으로 머문 이집트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
수영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투숙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멀리까지 바다가 깊지 않아 카이트서핑 초보자들에게 좋다.
편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시간이 남아 해변을 둘러본다. 예정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하고자 8시 45분에 우버 택시를 부른다. 후르가드엔 우버 택시가 잘 운영되고 있다. 운전사가 묻는다.

“터미널 1 아니면 터미널 2?”
“공항 웹사이트에 아무리 찾아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아마 전세기라서 그럴 수도... 여행사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겠다.”
 

현지 가이드 자신있게 터미널 2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철통같은 공항 입구 문을 통과하고 운전사는 주차표를 건네준다. 20 이집트 파운드다. 아뿔싸, 이집트 파운드가 없다. 여기저기 뒤저서 2 유로를 낸다. 터미널 2에 도착하니 입구에 경찰이 서 있어 한 사람씩 여권과 항공권을 확인한다.

후르가다 공항 입국심사에 앞서 도착비자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12시에 빌뉴스로 떠나는 비행기편이 터미널 2에 없다는 것이다. 아주 당황스럽다. 여행사 가이드는 메신저로 자기가 알고 있기로는 분명히 계속 터미널 2라고 한다. 우리가 입구에서 버티고 있자 다른 경찰관이 와서 도움을 준다. 전화로 연락하더니 터미널 1이 맞다고 한다. 빨리 택시 타고 가라고 한다. 호텔에서 예상보다 일찍 공항으로 출발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택시를 타려고 나오니 눈 앞에 복마전을 보는 듯하다. 한 뚱뚱한 사람이 튀어나오더니 무조건 자기 택시를 타라고 한다. 우리는 현금이 없어서 카드결제밖에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자기 택시로 가자고 한다. 재차 카드결제밖에 할 수 없다고 하니 다른 운전사를 지목한다. 이것이 화근이다. 승차장 자기 택시 안에 있던 칠팔 명의 운전사가 우러러 몰려나오자마자 그 뚱뚱한 운전사에게 삿대질을 해대면 소리 지른다. 전혀 뜻밖의 상황이다. 멱살까지 잡고 육탄전 일보 직전이다.

홍해를 바라보면서 그네타기... 타지는 못하고 사진만...
우리는 뒤로 물러서 떨어진 곳에 우버 택시를 부른다. 다행히 공항으로 손님을 태우고 들어온 우버 택시가 곧 바로 도착한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터미널 1을 향해 가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1층에 도착하니 사람들 사이에 리투아니아어가 들린다. 전세기 일행을 태우고 온 버스가 막 도착한다. 동시에 리투아니아로 전세기 두 대가 출발한다.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여러 비행기로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후르가다 공항은 엄청 붐빈다. 비행기 출발 예정이 두 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면 여유롭게 출국절차를 다 마치고 여유롭게 커피도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후르가다 공항은 이제껏 다녀본 세계 각국의 공항 중 출국절차가 가장 복잡한 공항이다. 절차는 아래와 같다.
1. 공항 현관 입구에서 경찰이 여권과 비행기표를 확인한다.
2. 신발과 허리띠까지 다 벗고 검색대를 통과한다.
3. 탑승수속을 밟는다.
4. 종이 출국신고서를 작성해 출국심사를 받는다.
(입국 때는 종이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5. 경찰이 앉아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다.
6. 기내수하물 검색대를 통과한다.

종이 입국신고서와 출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QR코드로 작성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2번에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는데 다시 5번에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 검색대는 남성과 여성 검색대가 따로 있다. 유럽에서처럼 남녀 구별 없이 줄을 섰다가는 나중에 시간을 낭비한 것에 크게 후회한다. 안내판도 없고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수시로 안내해주지 않는다. 남녀가 뒤섞여 있는데 조금 앞에 있던 남성은 통과했지만 내 차례가 되자 여기는 여성만의 검색대라면서 남성 검색대로 가라고 한다. 상황을 보니 여성 검색원이 여성만 검색하고 남성 검색원은 남서만 검색한다. 남성 검색원이 자리를 비우자 남성 검색대로 가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남성 검색대 긴 줄의 끝에 서게 된다. 검색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검색원이 자리를 비운다. 즉각 대체자가 나와야 검색을 진행해야 하는데 경찰이나 직원들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하염없이 시간만 간다. 벌써 탑승 마감 시간이 다가온다. 함께 줄을 서있는 건장한 여행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비행기를 정말 놓칠 듯하다. 비록 줄의 마지막이지만 진행되고 있는 검색대로 자리를 옮긴다. 다행스러운 일은 내 주변에 함께 탑승수속을 마친 사람들이 여럿이 있다는 것이다.

아, 다행히 비행기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간다.
탑승구도 검색대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죽어라 뛰어가니 사람들이 이미 탑승하러 나가는 중이다. 커피 마실 여유까지 예상하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하다니! 예정보다 20년 늦게 출발한 비행기 안에서 기내 맥주를 마시면서 “앞으론 손가방 하나 들고 공항 수속 없이 여행다닐 수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가 내에서 해야겠다”라고 다짐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마지막편 10편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4. 06:54

사막이 대다수 지형을 차지한 나라를 보면 그 열악한 환경에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한편 이 척박한 불모지에 화초와 수목을 심어 만들어 놓은 지상낙원 풍경에 역시 사람도 대자연만큼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확신한다.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는 아래와 같은 꽃들이 10월 하순 피어나 있다.

 


보통 새벽 일찍 일어나 관광지 거리를 산책하다가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 중 하나가 거리 청소부다. 간밤에 사람들이 어지럽혀 놓은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이곳 리조트에서 새벽 산책에 제일 먼저 주는 사람은 바로 수목과 잔디에 물을 주는 사람들이다.
 

홍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조망한 후에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물을 주고 있다. 다행히 자동화되어 있어 큰 수고로움은 들지 않을 듯하다.

이런 사람의 관리 덕분에 사막 땅 위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곤충이 자라고 새가 먹이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 대추야자수 껍질 속을 처음 본다. 대추야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듯이 껍질이 한 꺼풀 벗겨진 속에는 촘촘히 돌기된 것들로 꽉 차 있다. 마치 얽히고 뒤섞인 투명한 화분 속 서양란의 뿌리를 연상시킨다.
 
아침 햇살에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는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물방울을 한참 동안 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에 한 구절이 자리잡는다.

“무엇이든지 관리가 없으면 말라 죽게 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3. 21:16

이집트 홍해 후르가다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막을 관광단지로 개발해놓았다. 대부분 개별여행보다는 항공편, 숙박 그리고 음식비가 포함된 관광상품을 이용한다. 하루 세 끼가 다 비용에 포함이 되어 있다. 오늘은 음식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은 객실이 약 1000개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인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다. 물론 백신접종을 2차까지 다 마쳤거나 완쾌된 사람들만이 투숙할 수 있다. 그래도 첫날은 걱정스러워 대중이 모이는 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차츰 감각이 무뎌진다. 주위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데 혼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호텔 직원들은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답답해서 그런지 코를 내놓고 있는 직원도 더러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세 기가 포함된 관광상품이다.
리조트 음식에 대한 다녀간 사람들의 평은 극과 극이다. 좋았다와 나빴다 둘 중 하나다. 이는 음식 맛 자체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주변 환경이나 본인의 입맛에 기인하기도 하겠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뷔페식이다. 식사 때가 되면 특히 식사시작 시간에 배고픈 수 백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눈에 맛있게 보이는 음식은 한순간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으니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다시 오면 음식 쟁반이 비어 있거나 찌꺼기만 남아있다. 물론 잠시 후 다시 채워진다. 음식은 부족함이 없다.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으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크게 감탄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 - 석류, 대추야자, 멜론
마르티나는 이틀까지 음식에 그렇게 만족 못하더니 그 후부터는 아주 잘 먹는다.
“왜 그렇게 변했니?”
“처음에는 여행피로도 있고 맛이 낯설어서.”
 
후식용 제과류 - 제과점에 온 듯하다
오렌지와 멜론 늘 나온다.&amp;nbsp;

고기, 밀가루 음식, 야채, 과일(대추야자, 감, 석류, 멜론, 오렌지 등), 빵, 제과류 등 다양한 음식이 풍부하다. 야외에서는 닭고기나 생선 등 꼬치구이 음식도 있다. 음료수, 칵테일, 포도주(식당에서 식사 중에만), 맥주 등도 무한으로 마실 수 있다. 특히 이집트는 쌀이 생산되는 곳이라 흰쌀밥부터 여러 양념 첨가물이 들어간 쌀밥까지 다양하다. 알랑미가 아니고 한국에서 보던 쌀 모양과 똑 같다(빌뉴스 집에서 한번 해먹을 생각으로 이집트 쌀 한 봉지를 구입했다). 

 

닭 꼬치구이와 양파 - 자주색 양파를 원없이 먹는다.
평소에 먹지 않는 소혀 요리도 과감하게 먹어본다.
스파게티와 양념밥 - 이집트 쌀밥이 참 맛있다.

 

아내 대신 이번에 장모님과 큰딸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데 모든 정보는 아내가 알고 있다. 수시로 “뭐 해라”, “쇼핑센터로 가라”, “빨리 특식 예약을 하라” 등등 지시를 내린다.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는지 오후 3시 후에는 바다에서 수영하지 말라고 한다. 아마 한 때 이집트 홍해에 청상아리가 출몰해 관광객들을 공격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관광상품 안에 체류하는 동안 세 차례 호텔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우리 세 사람은 호텔 대형식당의 뷔페식 음식이 좋아서 레스토랑 특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별로 못한다. 그런데 북쪽에서 지시가 내려온다. “왜 관광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특식을 하나도 하지 않았나?”라는 다가올 핀잔을 떠올리면서 수요일에 예약을 해본다. 그런데 떠날 때까지 벌써 특식 예약이 다 꽉 차 있다고 한다. 상황을 이야기 하니 호텔을 떠나기 전 저녁 식사 자리를 예약해준다. 만약 이런 관광상품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호텔 투숙 첫날 예약창구에 가서 특식예약을 하길 바란다.

드레스코드까지 명시된 레스토랑이라 큰 기대를 하고 가본다. 해변 모래사장이 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칠흑 같은 밤이라 바다 야경을 볼 수가 없다. 한 가지 유럽과 큰 차이점은 호텔 로비 바나 레스토랑 내에서도 흡연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투숙객들에게 특식을 제공하는 호텔 내 한 레스토랑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면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음식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해당되는 음식은 튀긴 오징어, 모둠생선 등이다.

 

 
붉은 색 음식은 무료 특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식으로 두 가지 그리고 주된 음식으로 소고기, 닭고기, 오늘의 생선을 선택한다. 이날 나온 음식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해물 샐러드

해물 스프 - 모처럼 아주 뜨거운 국물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좋다.
주된 음식 - 닭가슴살
주된 음식 - 이날의 생선&amp;nbsp;
후식 - 과일아스크림

한마디로 특식을 평하자면 음식이 다 짜고 뷔페에서 여러 음식 중 선택해서 먹는 것이 이 특식보다 더 좋다. 특식 세 개가 다 예약이 안 된 것이 참 다행이다는 것에 세 사람의 의견이 같다. 레스토랑 특식 음식 앞에서 뷔페 음식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2. 14:14

일주일 이집트 후르가다 롱비치리조트 호텔에 머물면서 많은 종업원을 만난다. 해변이든 수영장이든 식당이든 종업원들이 투숙객들의 편의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유럽 관광지와는 사뭇 다르다. 종업원 전부가 남성이다.
 

호텔 내 식당

식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아랍권도 이제는 전통적 관습이나 사고를 과감히 척결하고 특히 3차산업 부문에서 여성의 고용증대를 꾀하고 사막 녹화 및 농장화 등 국가 기간산업 부문에 남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홍해 해변 해수욕 및 일광욕장
보통 종업원들은 친절하다. 해변에는 종업원들이 자주 돌아다닌다. 투숙객들이 다 마시고 놓은 플라스틱 컵을 수거하기 위해서다. 이 컵은 씻어서 다시 활용한다. 정해진 종업원이 아니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명의 종업원이 번갈아 다닌다. 보통 첫 컵은 해변으로 나오면서 간이술집에서 받아온다. 긴수건을 받아서 일광욕할 자리를 잡아서 휴식을 취한다. 컵을 수거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종업원들이 미소를 지우면서 말을 걸어온다. 대체로 종업원들은 현란한 말솜씨를 지니고 있다.
 
맥주 한 잔을 시켜도 두 잔이 오는 경우도 있다.
“안녕.”
“안녕.”
“어디서 왔나?”
“한번 알아맞혀봐.”
“...” (여기까지가 종업원들에게 정형화된 듯한 대화다)
“한 컵 더 원해?”
“좋아.”(종업원이 직접 가져다준다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겠지...)
 

종업원이 금세 오는 경우도 있고 좀 시간이 지난 후에 오는 경우도 있다. 쟁반에 한 컵만이 아니고 한 두 컵이 더 놓여 있다. 기분 좋으면 시키지 않은 칵테일도 따라온다. 이 모든 음료는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마음껏 시켜도 된다.
 
마음에 들면 덤으로 칵테일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 경우 동전 1 유로나 1 달러로 답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1 유로를 주고 나면 직접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난다. 통성명도 하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찾아온다. 그런데 매번마다 1유로를 줄 동전이 없다. ㅎㅎㅎ

식당 종업원은 좋은 자리로 안내하고 포크 등 식기를 챙겨주거나 음료수를 본인이 받아서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도 1 유로로 답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번 답례하고 나면 자꾸 종업원이 찾아오기도 한다.

친절한 봉사 뒤에는 늘 1 유로가 나간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 친구가 “이집트 여행을 간다”고 하니 조언을 한 말이 떠오른다. “1 유로짜리 동전을 많이 챙겨가라. 답례하면 잘 대해줄 것이다.”
 
호텔내 수영장이다.
호텔 종업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호텔방을 청소해주는 사람이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지만 늘 미소로 대하고 정성껏 꼼꼼하게 호텔방을 청소한다. 더운 날 호텔방을 청소하는 그를 위해 “오늘은 청소를 안 해도 된다”라는 안내문을 걸어놓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해변으로 나갈 때 호텔방에 놓고 가는 1 유로가 모이고 모여서 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늦은 오후나 저녁에 호텔방으로 들어올 때 늘 궁금하다. 오늘은 그 종업원이 어떤 모양의 수건장식으로 우리를 감탄하게 할까?

주인 없는 호텗방을 지켜주는 듯하다.
숙소 앞에 피어있는 꽃잎들로 장식했다. 그 정성에 감탄하다.
수건 백조 한 쌍이다.
코끼리 한 마리가 다음날 마실 커피를 들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친절한 미소와 현란한 말솜씨에 늘 1 유로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서서히 둥지를 틀려고 할 때쯤 우리 일행 모두의 주머니든 지갑이든 어디에도 동전이 더 이상 없다. 이러다보니 친절을 피해 다니는 경우도 생긴다. 종업원은 답례를 받아내는 솜씨가 있어야 하듯이 투숙객은 답례를 주는 솜씨가 있어야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9. 15:47

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에 살다보니 환율에 둔감하고 또한 카드결제에 익숙해져 있으니 현금사용이 낯설다. 지금껏 대부분 해외여행에서는 따로 크게 현금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숙박이나 렌트 비용을 미리 카드로 선지급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집트 여행은 항공료, 숙박료 그리고 식사비 일체가 포함된 여행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더욱 현금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인 친구는 출국일 저녁에 찾아와 1유로짜리 동전을 여러 개 가져가면 좋을 것이다라고 한다. 이유는 호의를 베푸는 종업원들에게 답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요즘 환율에 따르면 1 유로가 1.14 미국 달러다. 그런데 이집트 후르가다에서는 1 유로와 1 미국달러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워낙 유로권 유럽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또한 환율계산하기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정찰제가 아니고 점원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얼마나 흥정을 잘하는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내는 값이 달라진다.


글씨그림으로 이름을 써주는 곳의 가격표다.
작은 이름 10$€ 9새로운 화폐기호 등장)
큰 이름 15$ 15€

새로운 화폐기호 등장 10$€

하루는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데 종업원이 반갑게 다가온다. 몇 차례 좋은 식당 자리로 우리를 안내주고 음료수를 직접 받아서 가져다주는 등 편리를 제공해주던 사람이다. 이런 경우 매번 1 유로로 답례를 한다. 안면이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5 유로를 동전으로 줄 테니 5 유로짜리 지폐를 줄 수 있니?”
“마침 유로 동전이 바닥이 났는데 잘 되었다. 그렇게 하자.”
“이것은 안 될까?”라며 그는 말을 이어간다.
“뭔데?”
“10 유로짜리 지폐를 주면 동전 5 유로와 5 달러짜리 지폐를 줄 수 있다.”
“엄연히 유로와 달러는 가치가 서로 다르다. 그건 안 되겠다.”
“그러면 동전 5 유로와 5 유로짜리 지폐를 교환하자.”
“좋다.”
 


그는 1 유로짜리 동전 두 개와 50 센트짜리 4개를 탁자 위에 놓는다.
“동전 5유로가 아니라 합쳐서 4 유로밖에 안 된다.”
“나에게 팁으로 1 유로 주지 않을 것인가!? 그러니 4 유로다.”

주고받으면 되지 주지도 않고 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고 처음부터 4 유로를 주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듯하다. 더욱이 이날은 우리에게 아무런 봉사도 하지 않았다. 따지려고 하다가 우리는 웃으면서 “아, 여기는 이렇구나! 벌써 많이 써먹은 솜씨구나!“라고 우리끼리 말하면서 5 유로짜리 지폐를 건네주고 동전 4 유로를 챙긴다.

말 한마디에 65 유로 신발이 30 유로로
큰딸 마르티나가 호텔 내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간다.
“이 신발 얼마?”
“65 달러나 65 유로!”
“우리 친척 중 이집트 사람이 있는데 이집트 가격에 빠삭하다.”
“아, 그렇다면 30 달러나 30 유로만 줘.”
“이렇게 신발까지 사니 우리 할머니이게 냉장고 자석장식물 하나 주라.”
“그냥 가져가라.”

호텔 내 가게 진열장 모습
과자 한 봉지를 사는데 점원이 마르티나 옆에 바삭 붙어있다. 그 옆에는 할머니가 냉장고 자석장식물을 보고 있다.
“당신이 마음에 드니 할머니에게 자석장식물 하나 골라서 무료로 가져가라고 해라”라고 한다.
자석장식물은 1-2 유로라고 부른다. 2 유로에 그냥 가져갈 수도 있고 흥정하면 1 유로에 가져갈 수도 있고 손녀와 같이 가면 그냥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정찰 가격에 없다. 점원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다른 날 호텔 내에 들어간다.
“이 치마와 가방이 얼마?“
“120 달러나 120 유로다.”
“둘 다 합쳐서 20 유로에 안 팔면 그냥 나갈게.”
“그러면 30 유로에 가져가라.”

다시 가고 싶은 남쪽이다!
120 유로는 요즘 환율에 따르면 137 달러다. 차이가 무려 17 달러다. 그런데 이집트 후르가다에서는 120 유로가 120 달러와 동일하다.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순진한 사람들로부터 폭리를 쉽게 얻을 낼 듯하다. 바깥세상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1 유로와 1 달러는 동일한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우리가 이들에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듯하다. 아무튼 이집트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유로보다는 미국달러를 가져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 참고로 1 유로 동전이나 1 달러짜리 지폐를 여유 있게 가져가길 바란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7. 06:38

어디를 여행하든 일출과 일몰 광경을 지켜보는 것이 하나의 과제다. 이번 이집트 여행에서도 이 즐거운 과제를 해본다. 새벽 5시에 일어나니 여전히 어둠이 깔려 있다. 가로등 불빛을 아래 동쪽 하늘로 나아가면 어느 한순간에 여명이 확 밝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새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곧 있을 일출 소식을 전하고 세상의 또 하루를 깨우고 있다.


7일 머무는 동안 세 차례 홍해 일출을 본다. 호텔 구역 내에서 일출 조망이 좋은 곳에 가서 호텔방까지 돌아오는 거리가 3.3km나 된다. 새벽부터 발품을 팔아본다.
 

 

갈 때마다 일출 광경은 다르다. 한 번은 바로 바다에 짙은 구름층이 길쭉하게 끼어있다. 이 구름층을 한낮의 강렬한 태양도 뚫지 못하고 10분 넘게 지각을 하고서야 얼굴을 내민다.
 

홍해에서 떠오르는 해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오후 5시경에 이곳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해는 벌거숭이 산 너머로 가 다른 곳에서 일출 광경을 선사한다.
 

홍해 방파제에서 바라본 이집트 후르가다의 일몰 광경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나에게 뜨는 해는 네게서 지는 해고
내게서 지는 해는 너에게 뜨는 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6. 05:46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수영장보다는 주로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은 모래해변이 1000터에 이른다. 이 해변을 따라 대추야자 가지로 지붕을 이은 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해변따라 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amp;nbsp;
하나 좋은 점은 수건을 방에서 따로 챙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투숙을 할 때 방문카드와 수건카드를 받는다. 수영장이나 해변 어디에서든지 이 수건카드를 주면 수건을 받든다. 그리고 사용한 후 반드시 수건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때 카드를 돌려받는다. 이 수건카드를 분실할 경우에는 200 이집트 파운드(약 10유로)를 내야 한다.
 
수건을 무료로 제공한다.
양산 아래서 햇볕을 맞으면서 일광욕이나 그늘에서 독서를 즐긴다. 간간이 바다로 들어가 해수욕을 한다. 후르가다 관광안내를 보면 해변에 자리잡은 호텔마다 바다 안쪽으로까지 산책용 다리가 놓여 있다. 왜 그럴까? 바다 전경을 보니 금방 이해가 된다. 바로 해변 바닷물이 너무 얕기 때문이다.

수영을 하려면 한참 동안 바다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오후 3시 전후로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더 멀리 걸어가야 하고 모래섬도 생겨 난다. 뭍보다 물에 걷기가 더 힘이 든다. 바다 밑은 모래가 얇은 층을 이루고 그 밑에는 거대한 평평한 바위로 놓여져 있다. 이따금 바위층을 만나게 되는데 날카로운 부분에 부딪혀 발바닥이나 발가락에 쉽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물신이 필요하다.

바닷물이 얕다.
첫날과 이튿날은 바람이 좀 있어 마르티나는 카이트서핑을 시도한다. 그런데 바람이 약하니 카이트 지름이 더 길어야 한다. 가져온 카이트 지름이 9미터다. 한번 카이트서핑을 시작하면 기다림에 지칠 정도인데 카이트서핑을 좌우로 한 두 차례 타보더니 뭍으로 나온다.

바다가 얕아서 초보자들이 카이트서핑하기에 딱 좋다.
 
“왜 카이트서핑을 더 오래 하지 않고서?”
“바람이 너무 약하다. 지름이 더 큰 카이트가 필요하다.”
“그러면 빌려야 하잖아.”
“한번 빌리는데 50유로인데 빌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봐. 일부러 비행기로 가져온 카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카이트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좀 그렇다.”
“그래도 홍해에서 카이트서핑해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데 카이트 지름이 작아서 못 하는 것도 이상하다.” “일광욕하면서 조금 더 쉬어봐. 혹시 하늘이 도울지 모르잖아.”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잠시 후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쏜살같이 마르티나는 카이트로 향한다. 이후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즐긴다. 바람따라 이리저리 물결을 헤치며 돌아다니는 마르티나를 보니 나도 도전해볼까라는 마음마저 일어난다. 마침 나보고 시샘이라도 하라는 듯이 내 눈앞에서 백발남이 흥겹게 카이트서핑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해수욕보다 주로 일광욕을 즐겨한다. 주위를 살펴보니 바닷물은 그저 몸을 축이는 정도로 이용한다. 바닷물에 걸어가고 있는데 작은 복어가 눈에 띈다. 복어집에서나 볼 수 있는 복어를 해변 바닷물에서 보게 되다니... 난생 처음 살아있는 복어를 본다.

해수욕보다 일광욕이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인 친구는 출국 바로 전날 우리 집을 방문해 스노클(수중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도구 – 잠수경) 2개를 주면서 후르가다에서 꼭 스노클링(스노클을 사용해 수면 아래로 잠수해 수중 생물을 관찰하는 것 - 잠수구경)을 해보라고 한다. 여행 가방의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라서 성의는 고맙지만 집에 그냥 두고 가려고 하다가 난생 처음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가지고 왔다.
 
난생 처음 잠수경을 착용하고 열대어 구경을 해본다.
리조트 남쪽 끝자락에 방파제가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 있다. 마르티나와 함께 잠수경을 가지고 그쪽으로 향한다. 방파제는 아래는 해양기록물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산호초가 형성되어 있다. 잠수경은 착용하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바다 속 호수와 같은 지형으로 산호절벽을 따라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 검정색, 파란색 등 수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수족관 열대어를 이렇게 내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바다 물깊이가 6미터라 공포감이 일어날 듯도 한데 형형색색 열대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이를 쉽게 덮어버린다. 수영하기도 힘들 것이라 여겼는데 그냥 몸을 쭉 뻗고 팔만 살랑살랑 흔들어도 가라앉지 않는다.

열대어와 산호초 잠수구경
 
그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촘촘히 돌아다녀도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번 접촉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내 손가락을 살짝 내밀어본다. 내 쪽으로 오고 있던 물고기는 한순간 180도를 쉽게 꺾어 달아나버린다. 교감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나도 열대어가 되어 함께 돌아다녀보자는 생각으로 바다 속 절벽을 따라 가본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방파제가 저 멀리 있고 나 홀로다. 갑자기 왠지 모를 공포심이 다가온다. 그냥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 열대어와 산호초가 전시하고 있는 색미술관에서 놀아보자. 방수카메라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열대어 양쥐돔과(arabian surgeonfish)&amp;nbsp;
이번에 만난 열대어 중 하나가 쏠베감펭(라이언피쉬 lionfish)다. 마치 가시가 달린 해초가 다니는 듯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신기하게 생긴 이 물고기의 지느러미 쪽 가시엔 독이 있어 맞으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과 메스커움을 유발한다. 열대어가 나를 피한 것이 오히려 나를 보호해준 것이라 여겨진다.


또 다른 열대어는 양쥐돔과(arabian surgeonfish) 물고기다. 몸통 무늬가 얼룩말과 유사하다. 방파제 위에서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데 이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방파제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잠수구경을 30분 넘게 했다. 생애 대기록이다. 이런 멋진 구경에 그동안 왜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까... 오후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수시로 모집원이 찾아와 배를 타고 나가 잠수구경하는 상품을 열심히 판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거기에서 보나 돈 안 들이고 여기에서 보나 열대어는 그대로다. 머무는 동안 세 번이나 잠수구경을 해본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기억물을 꼽으라면 단연 열대어 잠수구경이다. 잠수경을 챙겨준 이집트인 친구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5. 23:20

나난 나난 어디를 여행할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만큼 선택한 여행지에서 어디에서 묵을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가족여행은 음식을 사 먹거나 해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 끼가 포함된 휴양관광지 호텔이다. 여러 호텔 중 해변에서 카이트서핑과 스노클링을 쉽게 할 수 있는 호텔을 선택한다. 취미라는 것이 참 무섭다. 카이트서핑은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주일 여행 기간 중 운 없으면 한 두 차례 혹은 운 좋으면 서너 차례를 할 수 있는데 가볍지 않은 장비를 챙겨가야 하니 말이다.

이번에 일주일 체류한 롱비치 리조트 호텔
숙소는 과거 힐튼 호텔에 속했던 롱비치 리조트(Long Beach Resort)다. 후르가다는 1980년대부터 이집트, 미국, 유럽 및 아랍에 의해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어 지금은 홍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다.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고 정문은 쇠막대기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마치 군사보호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호텔 경계 너머에 사막이 펼쳐져 있다. 
우버 택시 운전사도 정문 경비실에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맡긴 후에야 손님을 태우러 현관문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이는 2016과 2017년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어난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휴양지 호텔에서 유럽 관광객들이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하게 되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 기관총을 잡고 있는 군인에게서도 이 지역이 여전히 불안함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호텔 담장 해변 울타리에는 경비원이 늘 있어서 해변을 따라서 호텔 영내를 벗어나지 못 하도록 경계를 서고 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는 군인이 기관총을 잡고 근무하고 있다.

롱비치 호텔은 객실이 1000여개 육박한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데 한 객실에 2명으로 계산하더라도 동시에 투숙객 2천 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넓은 대지에 객실뿐만 아니라 호텔 내에는 수영장 7개, 공연장, 식당, 상점, 약국, 병원, 테니스장, 헬스클럽, 스파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볼거리 공연과 함께 놀이하기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마치 여행이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잠시 생활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텔은 작은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 영내를 쭉 둘러보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10월 하순 호텔은 투숙객으로 몹시 붐벼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다.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다. 아프리카 이집트가 아니라 전통적인 유럽인들만 사는 곳에 와 있는 듯하다. 머무는 동안 동양인의 모습을 띤 사람은 딱 나 한 사람뿐이다.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러시아어다. 현지 종업원들도 곧잘 제일 먼저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온다. 호텔 종업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고자 한다.

 

일몰 후 수영장 안 은 텅 비어 있다,

 

호텔 객실 요금에는 하루 세 끼 식사비뿐만 아니라 맥주나 커피, 아이스크림, 주스 등 영업시간 내에 무한으로 제공받는 음료비가 포함되어 있다. 식사 때에는 포도주까지 제공받는다.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뷔페로 이뤄져 있다. 대형 식당 두 개가 식사를 제공해 문이 열릴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붐비지가 않는다. 따뜻한 음식부터 후식까지 아주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흔한 고기 중 단지 돼지고기는 없다.
 
평소에 전혀 먹지 않는 소혀 요리를 먹어본다. 
무한으로 제공되는 탄산수 같은 맥주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 맛이 별로라고 하는 딸에게 한마디 해본다. “음식 맛을 논하기 전에 먼저 식자재를 생산한 사람과 그 식자재로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요리한 사람을 생각해봐라. 그리고 무슨 음식이든지 천천히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좋은 맛이 나온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먹기 힘든 싱싱한 석류와 감을 즐겨 먹는다. 난생 처음 싱싱한 대추야자를 먹어본다. 달콤한 대추와 떫은 감의 중간 정도 맛이다. 떫은맛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석류와 감이다.
싱싱한 대추야자 열매다. 대추와 감의 중간 맛이다.
낙타관광, 잠수관광, 유적관광 등 여러 상품이 있지만 이번은 그냥 휴양지 호텔 내에서만 지내기로 한다. 아침 먹고 해변, 점심 먹고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한다. 마른 대추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이은 양산(파라솔 – 파라솔의 파라는 가리다 막다 방어하다를 뜻하고 솔은 태양을 뜻한다. 그러니 양산이 딱 맞는 말이다) 아래 긴 침대의자에 누워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추야자수 녹색 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여기가 낙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황량한 사막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참으로 대단하다.
 

 

지붕은 마른 대추야자 잎이다.
해가 일찍 진다. 일몰이 오후 5시다. 저녁식사가 6시 반부터라 마치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는데에도 어둠이라는 존재가 그냥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몰 전에 하나 둘씩 해변을 훌쩍 다 떠나버린다. 어느 한 순간 눈을 좌우로 돌려보면 갑자기 텅 비어있다. 해변 선물집도 일물과 더불어 문을 닫는다. 일몰이 되면 클럽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죽은 도시와 같다. 해변에 가로등이 쭉 세워져 있다면 해변을 따라서 식사 후 산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 일몰 후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도 없다.
 
아, 여기는 이런 곳이구나.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옥 속에서 낙원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3. 06:43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 늘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가 인터넷이다. 숙소에 무선인터넷이 되느냐? 된다면 속도가 어느 정도가 될까 등등이다. 특히 여행 중이지만 일을 해야 할 경우가 있 머물 호텔은 무료 무선인터넷이 된다고 나와 있다. [호텔에 가서 보니 무선인터넷 사용료는 하루 4달러이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딱 한 군데다. 여기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속도가 매우 느리다. 호텔 내에서는 4G 서비스가 대체로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다.]
 

이집트를 다녀온 주변 사람들은 유심칩(심카드 USIM, SIM Card)을 구입해 사용하길 권한다. 빌뉴스에 거주하는 이집트 출신 친구는 에티살라트(Etisalat)나 보다폰(Vodafone) 유심칩을 추천한다. 후르가다(Hurghada) 공항 내에서 수하물을 찾아 나오자 또 한 번 더 수하물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입국심사대 전까지는 그 많던 인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유심칩을 파는 통신회사 엘리살라트와 보다폰 창구 앞에는 사람이 없다.

혹시 뒤에서 몰려오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가까운 쪽에 있는 에티살라트로 내가 향하고 큰딸 마르티나는 보다폰 창구로 향한다. 보다폰 창구에서 금새 정보를 얻은 딸이 곧장 에티살라타 창구로 와서 나를 대신한다. 영어가 직장어라서... 데이터 20기가에 15달러, 데이터 50기가에 25달러라고 한다. 어느 통신사 창구에도 가격안내표가 없다. 직원의 입이 곧 가격이다.

둘 다 여행 중 일을 해야 한다. 특히 마르티나는 여러 차례 직장회의 등 하루 데이터 4-6기가를 사용한다. 그래서 최대 용량인 50기가 하나, 20기가 하나를 구입하기고 결정한다. 올해 그리스 여행 두 차례를 통해 경험했다. 막상 여행 중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인터넷이 2G나 3G 신호만 떴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결국 강의를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직원에게 여기 이집트 통신사는 4G 이상 서비스를 하나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한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니 서류작성과 구입처리를 다 마친 딸이 부족한 돈을 달라고 급하게 재촉한다.
“다 합쳐서 얼마?”
“40유로!”
“40달러라고 하더니 왜 40유로? 카드결제가 안 되나?”
(1달러 1유로 이집트 현지 환율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무조건 현금이래.”
“이런 국제공항에서 통신사 판매점이 카드결제가 안 되다니!”

비행에도 지치고 입국심사에도 지쳐 있다, 우리 뒤에는 유심칩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계속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밖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빨리 유심칩 활성화를 부탁한다. 카드사용에만 익숙해져 있어서 현금을 따로 챙기지 않았는데 혹시나 해서 아내가 빌뉴스 공항에서 전송할 때 건네준 20유로가 떠오른다. 이렇게 40유로를 만들어 지불한다.
 

“지불영수증은?”
“없다.”
“없다니?!”
“자연을 보호한다.”(종이서류를 이용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제 인터넷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너무 순진하게 유심칩을 구입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 유심칩별 안내 가격표가 없고 2) 현금결제만 가능하고 3) 종이영수증이 발행되지 않고... 결정적인 의심을 갖게 된 것은 화웨이 무선 라우터의 표시판이다. 빌뉴스에 사는 이집트인 친구가 유용할 수 있으니 가져가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분명히 20기가 유심칩을 구입했는데 표시는 9.7기가로 되어 있다. 라우터의 표시 한계가 9.7기가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사용해보기로 한다.

20기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50기가는? 온라인으로 일을 하다가 부족해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면 낭패다. 그래서 호텔 직원에게 유심칩 관련 사정을 이야기하니 호텔 내 전자기구 판매원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한다. 가서 도움을 청해본다.
 
“이런 일로 여기 온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다. 아주 흔하다.”

그는 관련 앱을 직접 설치해서 확인을 해준다.

“축하한다.”
“왜?”
“데이터가 50기가로 되어 있다.”
“축하라니?”
“판매할 때 말한 데이터 양과 실제 데이터 양이 다른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아, 50기가 유심칩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20기가 유심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구나.”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가격에서 좀 더 지불했을지라도 일단 데이터 용량이 제대로 된 것임에 만족한다. 그렇다면 20기가짜리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용하다보니 9.7기가 넘는다. 그래도 더 사용할 수가 있다. 이제 안심이다. 그런데 11기가 사용을 넘어서자 메신저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판매원 말로는 데이터 양을 다 사용한 후라도 30일 동안에는 왓츠앱(WhatsApp)은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국제공항 내에는 가격안내표가 있고 카드결제가 되고 영수증이 발행되면 좋겠다.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1) 통신사 몇 군데를 다 둘러보고 가격을 잘 비교한다.
2) 카드결제 가능한 지 물어본다. 현금결제라면 이집트 화폐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3) 직원이 말하는 유심칩 데이터 양이 실제 유심칩 데이터 양과 일치하는 지 확인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