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에 해당되는 글 78건

  1.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검은 모래에 하늘이 수채화를 그려
  2.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비온 후 사막에서 깜작 놀란 사실 하나 1
  3.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면인 사람 대접에 연금 많이 절약했다니
  4.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등 딸, 해수욕장 보더니 아빠 눈 가려 2
  5.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등 딸의 여행 필수품 목록에 든 화투 2
  6.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아름다워 눈물 나, 가족여행은 자녀 위해 6
  7.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알뜰 가족여행 위한 아내의 고군분투 결실 3
  8. 2022.09.11 그리스 여행 - 크레타, 고우베스 해변 따라 동쪽으로 쭉 7km 걸어본다 1
  9. 2022.09.11 그리스 여행 - 크레타, 고우베스 해변 따라 서쪽으로 쭉 5km 걸어본다 2
  10. 2021.11.15 이집트 여행 - 리조트 호텔은 감옥 속 낙원이다 1
  11. 2021.11.08 이집트 여행 - 대타 해외여행 출국 1일 전에 가능하다니!!! 2
  12. 2021.09.24 그리스 여행 - 로도스 황금빛 모래 참비카와 조약돌 콜림비아 해수욕장
  13. 2021.09.23 그리스 여행 - 로도스의 고대도시 린도스는 동화 같은 마을
  14. 2021.09.22 그리스 여행 - 로도스 프라소니시는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의 천국
  15. 2021.09.22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카미로스 햇살에 드러난 3000년의 흔적들
  16. 2021.09.21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에게해 카이트서핑 - 일출일까 일몰일까
  17. 2021.09.18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일곱 샘은 숲속의 오아시스다
  18. 2021.09.17 그리스 여행 - 로도스 안소니 퀸 해수욕장보다 대추가 더 추억꺼리 2
  19. 2021.09.14 그리스 여행 - 로도스의 거상 자리에서 일출을 조망하다 2
  20. 2021.09.11 그리스 여행 - 로도스 도심 엘리 해수욕장은 두 얼굴을 가져
  21.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름답고 향기로운 협죽도에 독성이 있다니 2
  22.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케리 해수욕장은 몽돌로 가득 차 있어
  23.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의 고즈넉한 풍경에 반하다
  24. 2021.09.07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크씨기아 해수욕장은 천연 유황 SPA
  25.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은 가족 휴가에 좋아
  26. 2021.09.06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칠리비 해수욕장은 넓고 얕고 길쭉하다
  27. 2021.09.05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은 바위섬이 절경
  28. 2021.09.02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라가나스만 해수욕장을 쭉 다 걸어보다
  29. 2021.09.01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에서 그리스 애국가의 작사자를 알게 되다
  30. 2021.08.10 그리스 여행 - 자킨토스, 석양 조망을 그만 레스토랑에서

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0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의 라스팔마스에 있는 라스깐떼라스 해변은 섬 남쪽에 플라야델잉글레스 해변이 등장한 후로 그 명성이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바로 도심과 항구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북서쪽으로 약 3킬로미터로 뻗어져 있는 이 해변은 서쪽과 북쪽의 모래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쪽 해변은 일반적인 모래 해수욕장이 이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해변은 모래가 검은색이다. 이는 화산의 용암이 모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미세한 검은 모래 위에 밀려온 바닷물이 아직 남아있다. 여기에 비치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는 듯하다. 검은 모래 해변을 처음 본 신기함에다가 이런 자연의 수채화를 보게 되다니 기분은 최고였다. 이런 여행지를 가족에게 선물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0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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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 여행을 다녀온 지 곧 한 달이 된다. 여기 살지 않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겠지만, 그동안 해가 쨍쨍 뜬 날이 없었다. 온통 구름낀 하늘, 우중충 내리는 비, 오후 4시에 찾아오는 밤...... 겨울철 이런 날씨 속에 살다보니 더 더욱 쾌청한 남쪽 나라로 여행하고 싶어한다. 여름철이 되면 홀라당 옷을 벗고 일광욕에 빠지는 유럽 사람들이 쉽게 이해된다.
그란카나리아를 가족여행지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거의 1년 내내 맑은 날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고 8일 동안 비가 3일 왔다. 미국 동부가 샌디로 피해를 보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대서양 반대편인 그란카나리아에도 보기 드물게 태풍과 폭우가 쏟아졌다. 현지 지인은 "1년에 있을 비 내리는 날이 이번에 다 왔다."라고 말했다.


먼 나라에 짧은 기간 동안 여행와서 하루 종일 비 때문에 숙소에 머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현지인에게는 비를 몰아온 사람으로 환영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숙소에서 머무는데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잠깐 비가 그치는 동안 관리인이 지붕으로 올라가 수리를 하는 듯했다.


폭우와 폭풍은 오후 늦게 잠잠해졌다. 비온 후의 해변과 사막 산책도 좋을 것 같아 딸 둘은 숙소에서 카드 놀이를 하고, 우리 부부는 해변으로 갔다. 산책만 하고자 했는데 해수욕까지 하게 되었다. 텅텅 빈 해변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비에 굳은 모래가 바람에 날리지 않아 좋았다.


사막 모래를 밟고 숙소로 돌아오는 데 언덕에서 뜻밖의 일을 알게 되었다. 위로 올라가던 아내가 힘겨워 했다. 굳은 모래라면 흙을 밟고 올라가는 듯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굳은 모래가 와르르 조각나버렸다.


일반적으로 모래는 흙보다 비가 잘 스며들고 빠진다. 그런데 이날 그렇게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도 모래에 스며든 비의 양이 이 정도뿐이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서너 센티미터의 굳어진 모래 밑에는 언제 비가 왔느냐라고 모래가 오히려 묻고 있는 듯했다. 땅에 닿은 비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 위에서 밑으로 쑥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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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로 여행을 떠나기 전 현지에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언어 사용자)가 있을까하고 세계에스페란토협회가 매년 발간하는 <연감>(Jarlibro)을 찾아보았다. 한 사람이 있었다. 현지 여행 중 만나고 싶다라는 편지를 보냈다. 기다리겠다라는 답장이 왔다.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휴대용 모뎀으로 접속하는 인터넷 속도가 썩 좋지 않았다.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정도였다. 낮에 라스팔마스 깐떼라스 해변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해변에서 녹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 한 분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나도 녹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발코니에 있는 낯선 사람을 향해서도 손을 흔들어 인사할 정도로 밝은 것일까? 아니면 벌써 나에게 작업을 거는 것일까? 난 그런 매력이 하나도 없는 데 말이다.'  
녹색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금방 기억 속에 잊혀져 갔다. 이틀이 지난 후 저녁에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를 만나게 되었다. 첫 인사가 이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구면이야." "이잉~~~ 서로 초면이잖아." '이틀 전 발코니에 당신 딸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손을 흔들었지." "바로 그 녹색 모자를 쓴 사람이 당신?!"  "괜히 오해할 뻔 했네. ㅎㅎㅎ"

* 라스 깐떼라스 해변 야경을 보면서 저녁 식사
초면이지만 그는 스페인 사람답게 서스럼없이 나오는 대로 말을 아주 잘 했다. 그때까지 대화를 나눈 현지인은 택시기사뿐이었다. 많은 주제로 대화했다. 몇 가지를 아래 소개한다.  

- 여긴 화산섬인데 물은? - 빗물이고, 부족하면 염분을 제거한 바닷물을 이용한다.
- 아무리 관광도시라 하지만 스페인 반도 대도시에 비해 소득이 낮을텐데 인구 유출은? - 거의 없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 주변 친구나 지인들 중 섬을 떠난 사람은 없나? - 친구를 비롯해 아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내 동생 부부가 섬을 떠났다. 그런데 잠시 동안만. - 어디로 왜? - 마드리드에 대학 다니는 조카를 감시(?)하기 위해. 지금은 돌아왔다. - 이곳의 한달 최저 임금은? - 800유로. - 하는 일은? - 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 스페인이 위기인데 연금은? - 한달에 1800유로. - 그 정도면 생활에 지장없나? -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고, 혼자 사니 충분하다. - 한달 아파트 기본생활비는? - 물세 60유로, 아파트 관리비 60유로, 인터넷을 포함한 전기세 60유로 등이다. - 여기는 난방이 필요없어 기본생활비가 리투아니아보다는 훨씬 적겠다.. - 맞다. 난방이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아파트는 에어콘도 선풍기도 필요없다. - 1년 내내 쾌적한 날씨라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어 보인다. 건강은? - 기본 질병은 어디나 다 있다. 심작박동수가 불규칙적이라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외엔 건강하다.  - 비결은? - 20년 째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 해변을 따라 4킬로미터 걷는다. 해변에서 몸을 풀고 해수욕을 한다. - 특별한 생활은? - 보통의 연금 생활자와 다르지 않다. 연금에서 절약해 거의 매년 여름에 섬을 나간다. - 어디로? -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리는 나라로 여행을 다닌다.

이렇게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하다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다 되었다. 7시 30분에 식당에 들어왔을 때에는 우리와 바로 옆 손님뿐이었다. 10시경이 되자 갑자기 식당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 역시 스페인이구나를 느꼈다. 우리 가족은 다음날 일정을 위해 헤어지고 싶지 않은 생전 처음 만난 사람과 이별을 고해야 했다.


"여보, 이런 좋은 사람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 빨리 지갑 열어 계산해." "무슨 소리! 여긴 내가 주인이다. 당신을 식사에 초대하기 위해 연금을 많이 절약해놓았다."
그는 한사코 만류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만나면 우리가 내겠다."

숙소까지 왔다. 딸아이를 숙소로 먼저 보내고, 해변가 식당에서 우리는 또 다시 포도주 한 병을 비웠다.  

"여긴 우리 숙소이니 내가 주인 ㅎㅎㅎ"

* 초면이지만 옛 친구를 만난 듯한 안토니오
12시가 넘어 헤어졌다. 그는 그란카나리아와 떼네리페 소개 DVD 등을 선물로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내와 둘이서 에스페란티스토임에 대해 아주 만족해 했다. 에스페란토 덕분에 스페인 그란카나리아에서 처음 본 현지인과 함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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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해수욕장 두 곳을 다녀왔다. 하나는 라스팔마스에 있는 라스깐떼라스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섬의 최남단에 위치한 플라야델잉글레스이다.
라스팔마스 숙소는 해변 산책로에 접해 있었다. 산책로 앞에는 바로 바다다. 3층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보이는 이국적인 비취색 바다가 우리 가족의 마음을 들떠게 했다. 리투아니아 영토 동쪽 끝자락 내륙에 살고 있는 우리의 귀에 찰싹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는 정말 우리가 집을 떠나온 것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북서쪽으로 약 3킬로미터 뻗어져 있는 라스깐떼라스 해변은 특히 바다 가운데 암초가 일렬로 펼쳐져 있어 썰물 시에는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낸다. 이 자연 암초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 썰물 시 바닷물은 마치 호숫물처럼 잔잔하다. 밀물 시에도 파도의 위력이 약화되어 해수욕을 도와준다. 

단지 서쪽으로 갈수록 암초가 낮아진다. 그래서 이곳에는 파도에 밀려오는 용암 모래가 해수욕장을 덮고 있고, 또한 파도가 강해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관련글: 검은 모래에 하늘이 수채화를 그린다

]. 
아침 일찍부터 라스깐테라스 해변에는 산책이나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코니에서 해변을 함께 내려다보던 딸아이가 갑자기 내 눈을 가렸다.

„아빠 눈을 왜 가리는데?“ „아빠가 보면 안 돼.“ „왜?“ „여자들이 옷이 없어 가슴이 다 보여.“ „뭐라고?“ „이제 됐어.“

도심에 있는 해변임에도 비키니 상의를 벗고 해변을 산책하고 해수욕하는 여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그래서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초딩 딸이 아빠의 눈을 가렸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빠를 경계하더니 차츰차츰 딸아이도 여기는 이런갑다하고 말았는지 더 이상 아빠 눈을 가리지 않았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으로 남아있던 이곳은 1960년대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상주인구 1만8천명에 호텔 등 숙박 시설이 600여개가 된다니 과히 유럽에서 가장 큰 휴양지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이곳은 라스깐떼라스와 비슷한 해수욕장 길이인데 모래해변 폭이 훨씬 더 넓다. 마치 사하라 사막을 연상시키는 모래언덕으로 유명하다. 이 모래언덕의 이국적인 정취에 매료되어 맨발로 앞으로 걸어가다보면 길쭉한 해변과 끝없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라스깐떼라스보다 파도로 인해 바닷물에 잔잔한 모래가 훨씬 더 많이 섞어져 있다. 모래언덕 쪽에서 바람이 불 때 바람막이 없이 누워서 오랫동안 일광욕을 하면 몸이 새까맣게 된다고 한다. 타서가 아니라 모래에 섞여 있는 용암 가루 때문이다. 

해수욕장은 가족구역, 누드구역, 동성구역으로 나눠져 있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그 경계선이 모호했다. 혹시나 라스깐떼라스보다 더 야하게 한 채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아내와 큰딸에게 부탁했다. 초행길이라 모래언덕의 능선을 따라 무턱대고 가다보면 어느 구역이 먼저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 작은딸(동생)에게 그런 장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줘.“ „가족이 가는데 벌써 면역이 되었을 거야.“ 

가급적 바람을 피해 우리 집 여자 세 식구가 의견을 모아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가족지역인데도 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키니 상의를 벗은 여성들이 이쪽저쪽에 있었다. 리투아니아 같았으면 기겁을 해서 자리를 이동하자고 했을 법한데 우리 가족은 이제 여기는 확실히 이런갑다식으로 받아들였다. 

일광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의를 벗은 채 해변따라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여성들도 흔했다. 분위기을 파악했는지 아내도 농담인 듯 한 마디했다.

„우리도 비키니 상의를 벗을까?“ „엄마, 우리는 안 돼!“

라고 작은딸이 즉각 반대했다.

„아빠, 한국 여성들은 긴팔이나 그냥 옷을 입고 수영하잖아. 그 사진을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모두 깜짝 놀랐어. 어떻게 비키니를 안 입고 수영할 수가 있어?“ „한국은 그렇게 하는 데 익숙하고, 여기는 이렇게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지.“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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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해외 가족여행을 가려면 가장 많은 부담이 항공료이다. 우리는 식구가 넷이다. 해결책은 저가항공 이용이다. 항공권이 싼 반면에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짐이다. 특히 환승시간이 짧을 경우 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이 경우 수화물로 보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라스팔마스(Las Palmas)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여정은 아일랜드 코르크(Cork) 공항에서 환승하는 것이었다. 환승시간은 1시간 5분이다. 약간의 위험은 있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라스팔마스 공항에서부터 항공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비행기 출발이 예정보다 35분이 지연되었다. 저가항공은 이런 지연으로 다음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때 어떤 보상이나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 이는 승객 책임이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짐을 수하물로 보내지 않고 모두 기내로 가져가기로 했다.
기내 휴대가방 통제가 엄격하다. 유럽 저가항공의 기내 휴대가방은 보통 길이 55cm x 폭 40cm x 높이 20cm이다. 무게는 10kg이다. 탑승 전 탑승권을 확인하면서 직원이 임의로 가방 크기를 확인한다. 코르크 공항에서 우리도 확인 요청을 받았다. 규격대에 가방을 아무리 넣으려해도 들어가지 않았다. 

„60유로!“

라고 직원은 외쳤다. 
좀 봐달라고 하면서 가방을 거꾸로 해서 넣자, 간신히 윗부분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세게 규격대 밑으로 밀어넣었다가는 플라스틱 여행가방이 깨어질 것 같았다. 다행히 직원은 그만 되었다고 했다.

* 초딩 딸 여행가방엔 화투가 필수품   예상된 코르크 공항 환승시간으로 인해 여행 출발 전 기내로 휴대할 가방을 세 개 준비했다. 크기도 중요하지만 무게가 10kg을 넘지 않아야 했다. 식구 모두는 각자 여행 필수품 목록을 작성해 이것을 보면서 가져갈 여행물품을 챙겼다. 
옷 2벌, 양말 2걸레, 속옷 2벌, 여행 중 읽을 책 한 권, 비행 중 먹을 음식...... 
기내 휴대가방은 오직 하나다. 카메라도, 휴대컴퓨터도, 손가방도 모두 이 휴대가방 하나에 넣어야 한다. 결국 무게와 공간 부족으로  바나나 등 과일, 실내화 등을 넣을 수가 없었다. 

„무거우니 이것은 빼자!“ „아빠, 안 돼. 꼭 필요해.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놀아야 돼. 비가 오면 호텔에서 심심할 때 놀아야 돼.“

이것은 바로 화투다. 4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가족이 한 번 놀아보더니 재미있다고 해서 사온 화투였다.  
이번 여행에서 딱 한 번 화투를 가지고 놀았다. 날씨가 조금 흐린 때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호텔 발코니에서 딸과 함께 민화투를 쳤다. 

„아빠, 우리 화투 놀자.“ „그냥 저 바다 보고 책 읽자.“ „안 돼. 화투도 비행기 타고 왔는데 한 번 같이 놀아줘야 돼.“

딸아이의 표현이 재미있어 마지 못해 응해주었다. 이제 긴긴 겨울밤이 점점 다가온다. 종종 화투가 초딩 딸의 주도로 우리 가족의 오락기구로 빛을 발할 듯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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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첫 비행은 빌뉴스 공항에서 라이언에어 비행기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수속을 밟아서 탑승권(보딩패스)을 집에서 인쇄했다. 하지만 비유럽연합회원국 여권 소지자로 먼전 수속 접수대에 가야 했다. 여권과 탑승권을 서로 대조한 후 확인 직인을 받았다. 다문화 가족으로 살면서 보통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이 경우에 „아빠는 외국인이네“, „당신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네,“ 등등 말이 오고간다. 


알다시피 라이언에어 비행기는 지정된 좌석번호가 없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탑승객들은 미리 들어가려고 일찍 집을 나서기도 하고, 때론 줄이 허술한 틈을 타서 끼어들기도 한다. 보통 앞쪽과 뒷쪽 문이 열리는 데 앞쪽보다는 뒷쪽에 서있는 줄이 길더라도 떠 빨리 들아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표 구입시 추가요금을 내면 지정 좌석을 구입할 수 있다. 표 검사는 탑승을 대기하면서 받았다. 


빌뉴스에서 3시간 30분 걸려서 바르셀로나 공항 터미날 2에 도착했다. 여권과 세관 검사가 전혀 없었다. 2청사에서 밖으로 나와 왼쪽으로 약 100미터 정도로 가서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1청사로 이동했다. 의자와 의자 사이에 팔 지지대가 있어 눕기는 아주 불편했다. 무선인터넷은 24시간 동안 15분만 이용할 수 있었다. 공항은 그야말로 정적만 감돌았다. 새벽 5시경이 되자 어디서 그렇게 빨리 왔는지 갑자기 사람들로 붐볐다.

*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탑승하기 직전

 

7시 15분 부엘링(Vueling) 비행기로 그란카나리아로 출발했다. 같은 저가항공이지만 부엘링은 탑승권에 좌석번호가 적혀있었다. 좌석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니 참 편했다. 물론 부엘링도 추가요금을 내고 원하는 좋은 좌석을 살 수 있다. 3시간 30분이 소요되어 그란카나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참고로 여기는 스페인 본토와 시차가 있는데 한 시간이다.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하강할 때 밑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쾌적한 날씨로 산은 녹음으로 우거질 것 같은 데 그저 삭막한 황무지였다.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지금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우리를 매혹할 경관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입국했다. 입고 있던 겨울옷을 여름옷으로 바꿔입었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란카나리아 공항 일대

 

공항 입국장은 1층, 출국장은 2층이다. 2층으로 올라가 밖으로 나와 오른쪽 끝에서 첫 번째 행선지인 라스팔마스로 향하는 직행 버스를 탔다. 60번 버스인데 항상 종착역을 물어봐야 한다. 하나는 산 텔모(San Telmo, 시내 중심가)고, 다른 하나는 산따 까딸리나(Santa Catalina)이다. 버스비는 2.95유로이다.  

* 공항 종려나무

 

공항에서 바라보이는 황량한 풍경은 종려나무를 제외하고는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푸른 초원과 숲으로 이루어진 리투아니아 자연이 순간 눈 앞에 아른거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조금씩 이국적인 풍경에 눈이 매료되기 시작했다. 해변도로에 잘 가꾸어진 종려나무와 꽃이 핀 식물들은 내 카메라와 딸아이의 카메라 셔터를 연속적으로 자극했다. 마치 딸아이와 둘이서 버스 안으로 출사를 온 듯했다. 딸아이는 연신 말을 되풀이했다.

* 라스팔마스로 향하는 도로


„아빠, 눈이 엄청 즐거워“

낯선 지역에서는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해변 고속도로를 따라 버스는 라스팔마스로 진입했다. 첫 번째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렸다. 아내도 여기가 종착역인 줄 알고 덩달아 따라내렸다. 그래도 운전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산따 카딸리나는 여기가 아니고 다음.“

그리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Sometimes your dady also is smart.“ „No. You are smart for ever in my heart.“

라고 기분이 좋은 딸아이는 맛깔스럽게 응답했다. 

* 라스팔마스 식물원에서 딸아이
산타 까딸리나 버스역에서 걸어서 깐떼라스 산책로에 위치한 아파트로 향했다. 해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딸아이는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빠, 울고 싶어“  „왜?“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라스팔마스 항구

* 대서양 해변에서 즐겨워하는 딸아이
* 아파트 발코니에서 차를 마시는 딸아이
* 종려나무 밑에서 딸아이
* 깐떼라스 해수욕장에서 딸아이
 
가족여행은 부모보다 아이가 더 좋아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갑 무게보다 아이가 가족여행에서 얻을 추억 무게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가능한 앞으로 가족과 함께 많이 다녀야겠다고 다짐해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여름 내내 집을 비웠다. 해마다 빈번했던 맑은 트라카이 호숫가에서 수영도 딱 한 번밖에 못했다. 가장이 일한다고 나머지 식구들도 여름방학임도 불구하고 특별히 어디론가 여행을 가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여름은 가족여행없이 지나가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여름이 끝날 무렵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 별다른 성과도 없이 한 달 동안을 거의 하루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여행지와 알뜰 여행을 위한 정보를 탐색했다. 유럽인 아내와 살다보면 가끔 불만스러운 일은 즉흥적인 삶의 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결과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아서 가지 않을 것이니 그만 찾고 일상으로 돌아오지 그래?"라고 아내에게 한 소리를 하자 며칠은 조용한 듯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는 아내는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여행지 하나를 결정하는데 한달이 소요되었다. 여러 차례 여행지가 바꿨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항공편이다. 저렴한 가격대의 항공권을 구하는 것이 알뜰 여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면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지만 네 식구가 움직이므로 여행 경비의 큰 부분이 항공료이다. 


일단 여행지는 남쪽이다. 여행일자는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11월 1일 "영혼의 날" 국경일을 맞아 1주일 동안 방학이 있다. 또한 이 시기는 겨울철이 시작하는 때이다. 아직도 따뜻한 여름철 기억이 남아있는 때라 영상 5도의 날씨에도 쉽게 추위를 느낀다. 중앙난방이 들어오지만, 실내는 아직도 그렇게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다. 잠시만이라도 따뜻한 나라에서 머물다오면 심리적으로 추운 겨울 지내기에 도움이 된다.  

 

여행지로 처음에 꼽은 나라는 터키, 이집트, 그리스, 사이프루스 등이었다. 나중에 이보다 더 남쪽에 있는 스페인의 그란카나리아가 등장했다. 특히 10월 하순부터 이곳은 유럽 사람들이 즐겨찾는 휴양지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여행지를 나도 한 번 가보자"라는 의욕이 바탕에 깔렸다. 

 

* 이번 가족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는 다름 아닌 요가일래

그란카나리아는 북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섬이다. 화산섬으로 인구가 80만명, 면적은 1560평방킬로미터,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가장 높은 산(Pico de las Nieves, 설봉이라는 뜻) 높이가 1949미터, 해수온도는 18-22도이다. 


화산섬인 한국의 제주도를와 비교해보자 제주도는 면적이 1848평방킬로미터, 인구가  58만명, 제일 높은 한라산이 1950미터이다. 이 정도 수치로 보면 그란카나리아와 제주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제주도는 섬이 타원형, 그란카나리아는 원형이다. 마치 유럽의 제주도를 가는 듯해서 아내의 결정에 더 호응이 갔다.  

 

일단 여행지는 정해졌다. 다음은 항공노선을 잡는 일인데 아내는 약 한 달 동안 여행지와 동시에 항공노선을 잡는데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했다. 유럽은 저가항공이 대세이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외국 유학생들에게 저가항공은 단연 인기이다. 유럽의 저가 항공노선을 찾는 데 유익한 프로그램은 azuon(http://azuon.com/) 이다. 연회비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아내가 찾은 저렴한 노선은 다음과 같다.

빌뉴스 공항 (Ryanair) – 바르셀로나 공항 경유(Vueling) – 그란카나리아 공항:                   

1인당 항공료 300리타스(약 14만원) 그란카나리아 공항(Aerlingus) – 코르크 공항(Wizzair) – 빌뉴스 공항:                   

1인당 항공료 700리타스(31만원)  모두 합해서 1인당 항공료는 한국돈으로 45만원이다.

 

그렇다면 숙박 예약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두 웹사이트를 이용했다. Airbub.com을 통해 그란카나리아 수도인 라스팔마스의 아파트 원룸(주방도구 다 포함, 4인)를 예약했고, booking.com을 통해 남쪽의 유명 휴양지인 플라야델잉글레스 에  방 두개 방갈로를 예약했다.     

 

이렇게 그란카나리아 여행을 위한 항공권 구입과 숙박 예약이 완료되었다. 10월 24일 밤 9시 30분 라이언에어 비행기를 타고 그란카나리아로 향했다. 초유스 가족의 그란카나리아 여행이야기는 이 블로그를 통해 이어진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3:21

그리스 크레타 여행 3편에 이은 글이다.

넷째 날은 숙소인 하라 일리오스 호텔에서 동쪽으로 세리타 비치 호텔까 도보로 걷는다. 해변 따라 왕복 14킬로미터를 걸었다. 

 

7박을 하는 동안 거의 매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다. 호텔 정원에는 분홍색 부겐빌레아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런데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종려나무 가지에 하얀색 실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이다.

 

고우베스 서쪽보다는 동쪽이 해수욕장과 숙박시설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

아내는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다.

걷다가 수영하기 좋은 곳이 있으면 그대로 바닷속으로 풍덩~~~

 

아래 걷기 영상은 아포셀레미(Aposelemi) 해수욕장을 담고 있다. 

숙소가 있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와 아날립시(Analipsi) 사이에 있는 해변이다.

아포셀레미 강이 에게해와 만나는 장소이다.

아직은 휴양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다. 

 

 

 

천연 수영장이다.

바닷속 뻗어있는 바위가 파도 더미를 막아주고 있다.

그냥 지날칠 수 없어 저 탕에 한번 몸을 담가본다.

 

건기에는 모래가 바다를 막아버려 아포셀레미 강은 길쭉한 저수지가 된 듯하다.

이 강을 조금만 지나면 소형 성당이 나온다.

아기오스 디미트리오스 그리스 정교 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어떨까?

사면은 선명한 색채로 성화가 그려져 있다. 

 

아날립시 해수욕장 입구에 또 하나의 작은 성당을 만난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이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 타마리스크(에셀 tamarisk, eshel, athl)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지친 발과 다리를 잠시 쉬게 한다.

그 사이 아내는 해수욕 욕구를 참지 못하고 저 바닷속 어딘가에 머리를 내밀고 수영을 하고 있다. ㅎㅎㅎ 

 

쉬면서 어디까지 해변을 따라 가볼까를 궁리한다.

내친김에 제일 끝에 점처럼 보이는 타마리스크 나무까지 가기로 한다. 

가면서 아날립시 해수욕장 전체를 영상에 담는다.

 

 

파도에 밀려와 해변에 자리 잡은 종려나무 가지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 타마리스크 나무 그늘에서 걸어서 35분만에 닿은 곳이다.
이곳에 타마리스크 세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그늘에서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렇게 앉아 에게해를 바라보면서 일체 생각을 놓아보기도 한다.
이번 여행 중 이날이 가장 많이 걸은 날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0:11

그리스 크레타 여행 2편에 이은 글이다.

대체로 가족여행은 7-10일이다. 어느 때는 전일정 동안 대여차(렌크카)로 여행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서너 날 대여차로 여행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초반에는 걷거나 해수욕을 즐기면서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고 중반 이틀 동안만 대여차로 동서 쪽으로 가보기로 하고 마지막 날은 주변에 쉬는 날로 정한다.

 

이렇게 여행 둘째 날 일정은 호텔에서 서쪽 해변을 따라 걷기로 한다. 호텔(Hara Ilios Village)이 있는 고우베스(Gouves)는 크레타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동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지진 곳이다. 휴양시설이 즐비하고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아래 구글 지도는 이날 해변을 따라 걸은 거리를 보여준다. 왕복 12킬로미터를 걸었다. 

 

반도처럼 삐져나온 곳에는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그리스 정교 성당이 있다. 50명을 수용하는 작고 아담한 성당이다. 대형 종교건물과 비교하면 마치 모형 장난감을 전시해놓은 듯하다. 이 성당을 둘러보면서 종교건물이 굳이 웅장하고 거대할 필요는 없겠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오는 세상에는 깨달음에 이르거나 영성을 일깨우는 데에는 외형이 아니라 내실이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일몰 직전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 여러 쌍들이 눈에 띈다.

이 성당은 일몰 광경 즐기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성당 바로 앞 가게다. 그리스 국기색 창문 사이 메뉴판이 퍽 인상적이다. 그리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리스 문자를 익혀 가는 것이 좋다. 도로나 지명 표시판 등에 로마자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알고 있는 키릴 문자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ΤΟ ΜΑΓΑΖΙ ΤΣΗ ΚΡΗΤΗΣ to magazi tsi kritis: Tsi 크레타 가게

  

부두로 일부 막혀 있는 곳에는 파도가 잔잔해 아침나절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이번 크레타 여행에서 가장 싼 큰양산과 해변침대 이용료다. 모두 6유로다. 이 일대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은 다 고우베스 해수욕장(Gouves Beach)으로 통한다.

 

마리타 항구 부두에 접해 있는 해수욕장은 인산인해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한 가족들이다. 수심이 얕고 해변에는 진흙모래가 있어 아이들이 모래성 쌓기에 딱 좋은 곳이다.   

 

마리나 부두 해수욕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 해수욕을 좋아하는 아내... 둘의 합의점이 바로 이 해수욕장이다. 크레타 캠핑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다. 다른 곳에 비해 아직 바로 해변에 숙박시설이 없어서 그런지 상업적이지 않다. 즉 해변침대나 큰양산은 본인들이 가져와서 사용한다. 

 

한참을 파도타기를 하면서 해수욕을 즐긴다.

 

바로 이 대형 도넛 한 개로 쉽게 출출한 배를 달랠 수 있다. 어린 시절 해수욕장 인파 사이로 "얼음과자!"가 들리듯이 이곳에서는 "도넛!"가 나지막이 들린다.

   

이제 다시 걷을 시간이다.

저 멀리 부두를 향해 걷는다.

시원한 바닷바람, 철썩 하얀 거품을 내뱉는 파도소리, 원시적인 해변 모습에  

짐벌을 들고 가는 내 오른손은 무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날의 마지막 걷기 종착점에서 바라본 고우베스(Gouves) 모습이다.

 

그리스 어디를 가든 도처에 그리스 국기가 펄럭인다.

지금 어느 나라에 와 있는지를 잠시 잊었다가

하늘과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

동방 정교회를 상징하는 하얀색 십자가 깃발을 보면

그리스에 와 있음이 저절로 상기된다.   

 

돌아오는 길에 그리스판 해녀(해남)을 만난다.

부표, 작살, 망사리가 작업도구다.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성당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다.

8월 중순 이전에 왔더라면 에게해로 풍덩 빠지는 붉은 해를 볼 수 있었을텐데...  

 

일몰을 구경한 사람들이 짝을 이루거나

삼삼오오 모여 그 여운마저 즐기고 있다. 

 

이날은 걷느라 지친 육신을 편안한 의자에 앉히고 저녁식사를 즐겨본다.

크레타에서 먹은 음식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숙소로 들어가기 전 다시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둘째 날 일정을 마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5. 23:20

나난 나난 어디를 여행할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만큼 선택한 여행지에서 어디에서 묵을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가족여행은 음식을 사 먹거나 해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 끼가 포함된 휴양관광지 호텔이다. 여러 호텔 중 해변에서 카이트서핑과 스노클링을 쉽게 할 수 있는 호텔을 선택한다. 취미라는 것이 참 무섭다. 카이트서핑은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주일 여행 기간 중 운 없으면 한 두 차례 혹은 운 좋으면 서너 차례를 할 수 있는데 가볍지 않은 장비를 챙겨가야 하니 말이다.

이번에 일주일 체류한 롱비치 리조트 호텔
숙소는 과거 힐튼 호텔에 속했던 롱비치 리조트(Long Beach Resort)다. 후르가다는 1980년대부터 이집트, 미국, 유럽 및 아랍에 의해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어 지금은 홍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다.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고 정문은 쇠막대기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마치 군사보호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호텔 경계 너머에 사막이 펼쳐져 있다. 
우버 택시 운전사도 정문 경비실에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맡긴 후에야 손님을 태우러 현관문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이는 2016과 2017년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어난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휴양지 호텔에서 유럽 관광객들이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하게 되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 기관총을 잡고 있는 군인에게서도 이 지역이 여전히 불안함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호텔 담장 해변 울타리에는 경비원이 늘 있어서 해변을 따라서 호텔 영내를 벗어나지 못 하도록 경계를 서고 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는 군인이 기관총을 잡고 근무하고 있다.

롱비치 호텔은 객실이 1000여개 육박한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데 한 객실에 2명으로 계산하더라도 동시에 투숙객 2천 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넓은 대지에 객실뿐만 아니라 호텔 내에는 수영장 7개, 공연장, 식당, 상점, 약국, 병원, 테니스장, 헬스클럽, 스파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볼거리 공연과 함께 놀이하기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마치 여행이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잠시 생활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텔은 작은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 영내를 쭉 둘러보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10월 하순 호텔은 투숙객으로 몹시 붐벼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다.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다. 아프리카 이집트가 아니라 전통적인 유럽인들만 사는 곳에 와 있는 듯하다. 머무는 동안 동양인의 모습을 띤 사람은 딱 나 한 사람뿐이다.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러시아어다. 현지 종업원들도 곧잘 제일 먼저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온다. 호텔 종업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고자 한다.

 

일몰 후 수영장 안 은 텅 비어 있다,

 

호텔 객실 요금에는 하루 세 끼 식사비뿐만 아니라 맥주나 커피, 아이스크림, 주스 등 영업시간 내에 무한으로 제공받는 음료비가 포함되어 있다. 식사 때에는 포도주까지 제공받는다.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뷔페로 이뤄져 있다. 대형 식당 두 개가 식사를 제공해 문이 열릴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붐비지가 않는다. 따뜻한 음식부터 후식까지 아주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흔한 고기 중 단지 돼지고기는 없다.
 
평소에 전혀 먹지 않는 소혀 요리를 먹어본다. 
무한으로 제공되는 탄산수 같은 맥주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 맛이 별로라고 하는 딸에게 한마디 해본다. “음식 맛을 논하기 전에 먼저 식자재를 생산한 사람과 그 식자재로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요리한 사람을 생각해봐라. 그리고 무슨 음식이든지 천천히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좋은 맛이 나온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먹기 힘든 싱싱한 석류와 감을 즐겨 먹는다. 난생 처음 싱싱한 대추야자를 먹어본다. 달콤한 대추와 떫은 감의 중간 정도 맛이다. 떫은맛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석류와 감이다.
싱싱한 대추야자 열매다. 대추와 감의 중간 맛이다.
낙타관광, 잠수관광, 유적관광 등 여러 상품이 있지만 이번은 그냥 휴양지 호텔 내에서만 지내기로 한다. 아침 먹고 해변, 점심 먹고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한다. 마른 대추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이은 양산(파라솔 – 파라솔의 파라는 가리다 막다 방어하다를 뜻하고 솔은 태양을 뜻한다. 그러니 양산이 딱 맞는 말이다) 아래 긴 침대의자에 누워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추야자수 녹색 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여기가 낙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황량한 사막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참으로 대단하다.
 

 

지붕은 마른 대추야자 잎이다.
해가 일찍 진다. 일몰이 오후 5시다. 저녁식사가 6시 반부터라 마치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는데에도 어둠이라는 존재가 그냥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몰 전에 하나 둘씩 해변을 훌쩍 다 떠나버린다. 어느 한 순간 눈을 좌우로 돌려보면 갑자기 텅 비어있다. 해변 선물집도 일물과 더불어 문을 닫는다. 일몰이 되면 클럽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죽은 도시와 같다. 해변에 가로등이 쭉 세워져 있다면 해변을 따라서 식사 후 산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 일몰 후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도 없다.
 
아, 여기는 이런 곳이구나.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옥 속에서 낙원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8. 05:28

10월 하순에는 유럽은 일광절약 시간제로 시간이 조절된다. 일조량이 더 짧아지고 잿빛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나무에는 단풍이 들자마자 강풍이 불어오면 한순간에 여러 달 함께 한 나무에서 떨어지는 때다. 6-8월 햇볕에 그을린 피부의 흔적이 거의 사라질 때다. 곧 다가올 긴긴 겨울을 쉽게 이겨나는 방법 중 하나가 아직 여름철 햇볕이 내리쬐는 지중해나 그 남쪽으로 한번 다녀오는 것이다.

 

10월 하순 이집트 홍해 후르가다 롱비치 호텔
이번 가족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이집트 휴양지 후르가다(Hurghada)다. 온 식구가 보통 함께 가는데 이번에는 개인별 사정이 생겼다. 늘 그렇듯이 주동자가 된 아내는 자꾸만 가자고 우긴다. 
“같이 가자.”   
“대학교 강의도 해야 하고 여행 후유증도 걱정 되고...”
“강의는 비대면으로 하니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잖아.”
“인터넷 속도가 괜찮을지 의문이다. 나 대신 장모님 모시고 다녀와.”

그렇게 해서 아내와 장모 그리고 큰딸이 출발 일주일 전 여행상품을 골라 떠날 준비를 한다. 여행 출발 바로 전날인 토요일 자신의 여권을 살펴보던 아내가 깜짝 놀란다. 관광서가 모두 쉬는 주말이다. 여권 유효가 5개월 반 남았다. 유럽연합 회원국 역내에서는 여권 대신 시민증만 가지고도 다닐 수가 있다. 아내는 이런 연유로 잠시 본인의 여권 유효성을 소홀히 여겼다.
 
입국심사 전 도착비자를 받고 있다.
이집트 입국은 반드시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리투아니아 여행사에서 이집트 현지 도착비자 담당자에게 명단을 통보했기 때문에 도착비자를 받는 데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즉 한번 용기를 내서 가는 것이다. 아니면 여행사에 연락해 출발 하루 전에 다른 사람이 대신 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누군가에게 여행을 대신가게 하는 것이다. 
 
해변따라 쭉 이어져 있는 호텔에 사막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호텔 뒤부터 사막이 펼쳐져 있다.
 
아내는 대체로 신중하다. 이렇게 해서 아내 대신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된다. 리투아니아 여행사가 토요일 늦은 밤까지 친절하게 이 건을 해결해주니 고맙기 그지 없다. 빌뉴스에서 4시간 20분 비행을 한 후 도착한 후르가다는 이집트 남부 홍해연안 최대휴양도시답게 공항규모가 엄청나다. 마스크를 쓴 것을 제외하고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공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마디로 인산인해다.
 
호텔 객실에서 바라보이는 홍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여권 관련 서류를 확인하기 위한 줄이 엄청나다. 수하물이 없을 경우 비행기 도착 즉시 여권심사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유럽 쉥겐조약 회원국 내에서의 여행이 참으로 편함을 다시 한번 확신시켜 준다. 이 긴 줄을 통과하자 입국심사대 전 넓은 공간에 여행사별 임시창구가 마련되어 도착비자를 여권에 붙여준다. 그리고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제는 출국심사를 위해 긴 줄 안으로 파도처럼 밀려들어간다. 이따금 긴 줄을 향해 한 사람이 “15달러에 빠른 입국심사를 할 수 있다”고 외친다.

입국심사 자체는 빠르다. 리투아니아에서 출국할 때는 마스크를 벗게 해 얼굴대조까지 하는데 이집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한 경찰관이 의자에 앉아서 또 다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입국심사로도 충분할 텐데 말이다.

상쾌한 여름밤 바람이 우릴 맞이한다. 입국장 밖에서 대기한 여행사 직원이 여행객들을 모아 각각 호텔행 버스를 태운다. 물론 위도가 낮기 때문이지만 일몰 직후 곧 바로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는 것이 무척 낯설다. 북유럽에서는 일몰 후에도 한참 동안 박명이 남아있다. 
 
버스 짐칸에 가방을 직접 싣기 이동하는데 어디서인지 중년의 현지인이 나타나 마치 자기 가방인 듯이 막무가내 가져가 짐칸에 싣는다. 그리고 태연하게 짐칸 가장자리에 앉아 손을 내민다. 주머니에 사례로 줄 동전이 없어 난감하다. 여기저기 뒤쳐 겨우 1유로 동전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 여긴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홍해에서 바라본 후르가다의 일몰 전경
마치 군부대로 들어가는 듯이 호텔 정문은 견고한 철문으로 닫혀 있다. 6박을 지낼 롱비치 호텔에 도착하니 문전성시다. 세계적 코로나바이러스 광풍이 무색하다. 호텔 직원이 가방을 건물 입구에 놓아두고 투숙절차를 밟아라고 한다. 절차를 마치자 저녁부터 먹고 오면 방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낯설다. 하지만 이는 쉽게 이해가 된다. 
 
들어오고 나가는 투숙객들의 가방을 이렇게 호텔 입구 현관에 놓아두게 한다 
호텔 객실수가 약 1000개다. 하나의 거대한 단지라 어디에 방이 배정될지 밤길에 이동하기도 힘이 든다. 뷔페식 저녁이라 원하는 대로 먹는다. 좋아하는 싱싱한 붉은 석류가 제일 돋보인다. 장모님과 큰딸과 같이 일주일을 지낼 방이 궁금하다. 다행히 가족실이다. 큰 방이 하나고 발코니 쪽 작은 거실형 방으로 되어 있다. 홍해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첫 날을 보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4. 16:34

참비카(Tsambika, Tsampika 참피카) 해수욕장은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 아름다운 해수욕장 중 하나로 꼽힌다. 로도스 섬의 동해안 지중해에 있다. 길쭉하고 폭이 넓고 수상놀이 기구를 갖춘 해수욕장이다. 
 
프라소니시 해수욕장에서 숙소가 있는 테올로고스로 돌아오는 길 참비카 해수욕장을 방문한다. 참비카 이름은 아래 사진 속 바위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원의 이름에서 왔다.   
 

벌써 석양이 비치는 해수욕장이라 사람들은 거의 자리를 떠났다. 해변의자 두 개 사용료 10유로 안내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로도스 엘리 해수욕장은 3유로였고, 린도스 해수욕장은 무려 40유로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본 로도스 대부분 해수욕장은 조약돌 혹은 조약돌이 섞인 모래 해변이다. 하지만 참비카 해수욕장은 황금빛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다. 특히 뜨거운 폭염의 날씨엔 반드시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모래가 뜨겁다. 발바닥 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240미터 높이에 비잔틴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다. 계단 350개를 따라 위로 올라간다. 전설에 의하면 잉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맨발로 올라가 성모 마리아에게 다산을 위해 기도한다. 이렇게 해서 낳은 아들은 참피코스(Tsampikos)라 부르고 딸은 참피카(Tsampika)라 부른다.

   

시간이 늦어서 수도원까지는 올라가지 못한다. 다음에 로도스를 또 여행할 시 꼭 가야 할 목록에 넣는 것으로 만족한다. 산 아래 해변 거대한 바위에 그려진 그리스 국기가 인상적이다. 그 뒤에는 모래 썰매장하기에 딱 좋은 모래언덕이 있다.

 

거의 끝에서 끝까지 쭉 걸어온 참비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저 푸른 산 정상에 있는 참비카 수도원에서 남쪽으로 보면 참비카 해수욕장이고 북쪽으로 보면 콜림비아(Kolymbia, 콜림피아 Kolympia) 해수욕장이다. 로도스 섬에서는 처음으로 잔디가 깔린 정원을 밟아본다. 호텔 주차장인데 진입을 금지하거나 주차료를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해수욕장에 가서야 알게 된다. 

 

호텔이 해양산(파라솔)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음료 주문과는 관계없이 사용료를 받는다. 텅텅 빈 해변의자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얼마 후 수금원이 다가온다.

 

"침대 하나 하루 종일 사용료가 4유로다. 네 명이 네 개를 사용하니 합이 16유로다."

"오늘 저녁 출국해야 하므로 이곳에서 1시간 남짓 머무는데 하루 종일 사용료 4유로 내기가 주저된다."

"그러면 그렇게 해라."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 발길을 돌려서 가는 수금원을 쫓아가 5유로로 감사함을 표시한다.      

 

콜림비아 해수욕장은 모래와 작은 조약돌이 섞여 있다. 해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수심이 급격히 깊어진다. 수심이 깊으니 물이 차다. 수영을 하고 밖으로 나오면 한동안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낀다.

  

콜림비아는 해변을 따라 호텔과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해변을 따라 쭉 걸어본 콜림비아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을 다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기 전 한 식당에 늦은 점심을 먹는다. 돼지목살 요리(10.5유로)다. 

 

돼지갈비 요리다. 한 사람이 다 먹을 수 없는 양이다. 대체로 그리스 식당의 주요리 양은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다.

 

북유럽 발트 3국에서도 흔시 식당 메뉴에 들어가 있는 그리스 샐러드다. 핵심은 양유나 양유와 염소유를 혼합해서 만든 고소하고 쫀득한 페타치즈다. 그 외에도 상추, 피망, 양파, 토마토, 오이 등 채소가 들어간다.

 

발트 3국에서 먹는 그리스 샐러드에는 거의 대부분 호두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곳 그리스에서 먹는 그리스 샐러드에는 호두가 없는 흥미롭다.

 

8월 하순 그리스 로도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출국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비행기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도 적혀 있는 시간대로 탑승 절차를 밟아준다. 출국장 건물 밖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앞에 있는 Ryanair 비행기로 착각해 예정된 시간대로 탑승구를 열었다고 한다. 우리 비행기가 30분 연착한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런 일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로도스에 입국할 때도 일몰 광경을 조망하고 출국할 때도 이렇게 일몰 광경을 조망한다. 

 

태양이 바다에 닿자마자 우리가 타고 갈 Ryanair가 활주로에서 서서히 착륙장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백신여권으로 올해 두 번째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빌뉴스 집으로 돌아간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3. 04:11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에서 로도스 구시가지를 제외하고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남쪽에 있는 린도스(Lindos)다. 로도스 만드라키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유람선이 왜 린도스 관광상품을 열렬히 판매하고 있는지를 이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린도스는 로도스 도시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져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도로 왼쪽에 전망대가 나온다. 건조한 여름철 돌산에는 식물들이 말라 있다. 저 멀리 낮은 야산에는 온통 하얀색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푸른 나무 위에는 성벽이 둘러싸여 있다. 지중해에 잡리잡은 잔잔한 만을 보고 있으니 린도스가 기원전 5세기 로도스 도시가 건설되기 전 이 섬에서 가장 번성한 무역항이었음이 어렵지 않게 믿어진다. 

 

기원전 10세기에 도리아인들이 세운 린도스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전설이나 동화 속 마을을 보는 듯하다. "여길 오길 참 잘했다."라는 식구들의 말이 이곳 여행의 모든 기쁨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얀색 세계로 빨리 들어가 보고 싶다.   

 

푸른 나무의 정체는 대부분 올리브와 소나무다. 멀리서 볼 때는 한걸음에 저 정상 아크로폴리스까지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니 그렇게 쉽지는 않겠다. 해발 116미터에 위치해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주차공간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스 주차제도는 이렇다. 도로에 파란 주차선이 그어져 있으면 유료다. 지역마다 시간별 주차비가 다르다. 노란 주차선은 상업용차, 경찰차, 관광차만 주차할 수 있다. 하얀 주차선은 무료다. 로도스 섬은 로도스 도시와 린도스를 제외한 곳은 대부분 무료 주차다.

  

비록 비포장되어 있지만 무료주차 공간을 확보한다.

 

마을 입구에는 산정상 아크로폴리스까지 태워주는 당나귀들이 순서 따라 대기하고 있다. 1인당 운임은 5유로다. 나 하나의 고생을 동물의 희생으로 대신하길 거부하는 가족 덕분에 발품을 팔아 위로 위로 올라간다.   

 

 

입구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 올라가면서 이 거리 저 거리를 4K 영상에 담아본다. 아크로폴리스 일반 입장료는 1인당 12유로다. 

 

 

산중턱에서 바라보는 린도스 해수욕장 전경이다. 다음 행선지가 저곳이다. 

   

이날 린도스는 낮 32도다. 언덕길을 올라오면서 사우나 못지않게 땀이 흐른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땀이 비오 듯하다. 이때가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도 제일 맛있는 순간이다.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신 맥주(500cc 5유로)가 훌쩍 반을 넘어버린다. 

  

비잔틴, 중세, 아랍 양식이 뒤섞인 린도스 건축물을 내려다보면서 다른 쪽으로 하향한다. 맨질맨질한 돌길은 정말 미끄럽다. 샌들을 벗어야 할 지경이다. 벗고보니 폭염에 달구어진 돌바닥 때문에 이제는 발바닥이 고생이다. 

 

 

뛰다시피 좁은 골목길따라 내려온다. 온갖 상점들이 발길과 눈길을 잡는다. 

 

여행하는 동안 내내 낮온도가 25도 내외였는데 이날만 30도를 넘는다. 얼음에 묻힌 오렌지 음료수가 이날의 폭염적인 날씨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해수욕장의 해양산(파라솔)도 하얀색 일색이다. 

 

 

린도스 해변의자 한 개당 사용료가 음료수 주문과는 전혀 상관없이 20유로다. 로도스 해수욕장 어느 곳에는 해변의자 2개 사용료가 3유로였다. 이를 통해 린도스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용료가 이렇게 비싸면 편하게 하는 일광욕보다 해수욕을 더 많이 하면 된다. ㅎㅎㅎ 

푸른 올리브

하얀 주거지

푸른 소나무

회갈색 성벽을

층층히 바라보면서 비취색 맑은 바닷물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근심걱정 없는 낙원이 바로 여기임을 느껴본다.  

 

끝에서 끝으로 걸어가면서 8월 하순 린도스 해수욕장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남쪽에서 바라보는 린도스 전경이다. 바위산 정상에 세워진 아크로폴리스의 위용이 더욱 돋보인다.  

 

성 바울(폴, 바울로) 만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린도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면 성 바울 만은 마치 비취색 하트 모양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2. 14:43

그리스 로도스의 테올로고스에서 머물면서 거의 섬을 일주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다. 청록빛 해변을 따라 가다보면 굽이굽이 산길이 나온다. 때론 긴 오르막길 때론 긴 내리막길을 마주한다.  
 

산골마을 모놀리토스(Monolithos)를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위에 사진에 보듯이 낮은 오르막길이 나온다. 도로 왼쪽에 개간한 올리브 밭에서 과일과 기름을 파는 노점상을 만난다.

 

갓 따온 듯한 무화과 열매가 꿀벌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서 먹어보니 꿀벌 때문인지 그야말로 꿀맛이다.

  

숙소에서 출발해서 1시간 반만에 프라소니시 해변에 도착한다. 마지막 고갯길을 넘어 돌면 광활한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로도스 섬의 남쪽 극점은 이렇게 모래사장 해변이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프라소니시다. 로도스 중심도시에서 남서쪽으로 90km 떨어져 있다. 프라소니시는 그리스어로 초록섬을 뜻한다. 

 

프라소니시 해변을 쭉 걸으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프라소니시는 섬이기도 하고 육지이기도 하다. 여름철 바닷물 높이가 낮을 때는 로도스 섬에 붙은 반도가 되고 겨울철 바닷물 높이가 높을 때는 섬이 된다. 카이트서핑 명소답게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카이트들이 이리저리 파란 하늘을 색칠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모래사장으로 두 개의 섬이 연결되어 있다. 이 모래사장이 서로 다른 수상스포츠의 경계를 이룬다. 서쪽(아래 사진에서 왼쪽)은 에게해이고 동쪽(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은 지중해이다.

 

에게해 쪽은 상대적으로 바람과 파도가 강해서 주로 카이트서핑이나 숙련자에게 적합하다.

 

 

이날 카이트서핑을 서너 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즐긴 큰딸에게 물어본다.

"왜 여기가 좋나?"

"파도와 바람이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수심이 얕아서 좋다."

  

카이트서핑 에게헤 쪽 풍경을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4K 영상에 담아본다.

 

 

지중해 쪽은 상대적으로 파도가 잔잔해서 윈드서핑이나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

 

 

윈드서핑 지중해 쪽 풍경을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4K 영상에 담아본다.

 

 

그리고 지중해 쪽 해변 끝에는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같은 해변에서 해수욕를 즐기는 사람들,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 않고 각자 공간에서 놀 수가 있어 좋은 곳이 바로 이 프라소니시 해변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2. 04:25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는 고대도시 3개 있다. 북쪽 이알리수수(Ialysus), 남쪽 Lindos(린도스) 그리고 북서쪽 카미로스(Kamiros)다. 이 세 도시는 기원전 5세기에 강력한 로도스의 도시국가를 형성했다. 고대 카미로스는 농업이 주를 이루고 올리브 오일, 포도 그리고 무화과 열매를 생산했다. 고대 카미로스는 로도스 도시에서 50km 떨어져 있다.  
 
아래 사진은 카미로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다. 저 푸른 산등성이 너머에 지금은 폐허가 된 고대도시가 있다. 어떤 모습일까?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ZgGDHsB5r675VNgLA
 

해변 해수욕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산비탈 두 개 사이에 넓직한 계곡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입장료 6유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동 안내 표시를 따라 능선을 따라 간다. 25세 미만 유럽연합 회원국 거주민은 입장이 무료이다.     

 

고대 카미로스는 기원전 16세기에서 기원전 12세기 무렵에 그리스 반도로 남하해 스파르타, 코린토스 등의 폴리스를 건설한 도리스인에 의해 세워졌다. 기원전 226년과 기원전 142년 두 차례 지진으로 파괴되어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었다 . 지금은 유적만 풍화되어 가고 있다. 당시 거주민들은 로도스 도시로 이주했다.

 

 

윗부분인 산정상에는 아크로폴리스와 함께 아테나 신전 그리고 스토아(stoa - 지붕이 있는 통로)의 유적이 남아 있다. 또기원전 6세기에 지은 수조가 있다. 빗물을 받아 보관해 4백 가정에 물을 공급했다. 그 바로 밑에는 대로 양쪽으로 주거시설이 펼쳐져 있다. 제일 밑부분에는 신전과 아고라 등이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발굴 작업이 이루어졌다. 

 

산정상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주변에는 지금도 올리브와 무화과 나무 재배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로도스 섬에서 가장 높은 산 아타비로스(Attavyros 1215m)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스토아(stoa - 지붕이 있는 통로) 건물의 쓰러져 있는 기둥이다. 기둥의 가운데를 뚫어서 돌 등을 섞은 골재를 넣어 기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외관은 사암 기둥인데 안에는 이렇게 단단한 골재가 들어가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기둥의 내부구조를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준 좋은 기회다. 

 

 

산정상 아크로폴리스에서 바라보는 고대도시 카미로스 전경이다. 

 

산아래 아고라 광장에서 바라본 고대도시 카미로스 전경이다. 3000여년 전에도 이렇게 광장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가운데 공터가 분수광장이다.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아폴로 신전의 도리스 양식 기둥이 남아 있다.

 

참고로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의 대표적 세 가지는 도리스 양식, 이오니아 양식 그리고 코린트 양식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신전 기둥의 상단 모양이 각각 양식에 따라 다르다. 상이 도리스 양식, 중이 이오니아 양식, 하가 코린트 양식이다. 

 

이제는 산정상 아크로폴리스에서 산기슭 아고라 광장까지 걸어오면서 고대도시를 4K 영상에 담아본다.

 

 

 

고대도시에서 나와서 이곳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바로 산 아래 해변에 위치한다. 무료주차라는 안내판이 걸려있는 한 식당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무료주차는 곧 가격더함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34u8UUPat693NYYc7 

 

해변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다. 물신발이 필요한 곳이다. 해변 수심은 얕다.

 

따가운 햇볕 아래 3000여년 고대도시의 숨결을 느끼느라 달아오른 육신을 비취색 바다에 적신다.  

 

카미로스 해수욕장 전경을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1. 05:46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에서 5박을 머문 곳이 테올로고스(Theologos)다. 테올로고스는 로도스 섬 서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로도스 중심도시에서 19km 떨어진 곳이다. 공항이라 이륙하는 비행기 굉음을 감내해야 하는 곳이다. 다행히 한밤에는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 
 
우리가 머문 곳은 이 마을 중심에서 떨어진 외곽이다. 집주인 할머니가 직접 기거하면서 관리하는 민박집(Annabel)이다. 구조는 부엌 겸 거실 그리고 방 두 개다.   

 

어린 시절 한국 시골 꽃밭에서 자주 보았던 극락조화를 만나니 참으로 참 반갑다.

 

지중해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궁화속 꽃이다. 부상화, 불상화, 하와이무궁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민박집에서 맞는 일출 광경이다.  

 

아침마다 민박집 할머니는 그리스 과일을 선물로 가져다준다. 나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 모두 이 열매의 정체를 모른다. 씨앗과 함께 먹어야 할지 씨앗을 발라내고 먹어야 할지... 

 

바로 백년초 선인장의 열매다. 당뇨병 예방, 체중 감량, 피부미용, 관절염,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색과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가족 덕분에 거의 다 홀로 먹는다.

 

민박집 발코니에서 볼 수 있는 에게해 모습이다. 바로 인근에 카이트서핑센터가 있다.  

 

테올로고스 해변은 대부분 조약돌로 이뤄져 있다. 바닷속도 돌이다. 편하게 해수욕을 하려면 물신발을 싣는 것이 좋다. 자주 크거나 작은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인다. 그래서 섬의 동해안 해수욕장보다는 이곳의 해수욕장에 상대적으로 휴양객들이 적어 자유로운 공간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늘 바람이 있어 윈드서핑이나 카이트서핑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카이트서핑을 취미로 하는 큰딸을 위해 일부러 숙소를 서해안 테올로고스로 잡았다.

 

테올로고스 해수욕장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쭉 걸어가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테올로고스에 머물면서 여러 차례 에게해 일몰을 조망한다.  

 

카이트서핑을 하는 사람이 지금 일출일까 일몰일까를 마치 우리에게 물어보는 듯하다. ㅎㅎㅎ

 

다홍빛 천에 노란띠 백색 동그라미로 오래 놓은 듯한 석양 아래서 홀로 카이트서핑을 하는 사람의 기분은 상상만 해도 내 입가엔 황홀감의 미소가 흐른다.

   

이제 석양은 빨간 앵두알로 변해 에게해 검푸른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일몰에 홀로 카이트서핑하는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에게해 일몰 풍경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8. 05:40

8월 하순 8일 동안 그리스 로도스 섬 여행을 하는데 하늘에 구름을 본 것은 딱 하루다. 그것도 저녁에 출국하는 날 아침이다. 간간이 비를 뿌리는 구름인데 이 또한 아침식사를 한 후에는 흔적없이 사라진다. 

 

그리스는 지중해성 기후다. 여름철은 기온이 높고 날씨가 건조하다. 겨울철은 약간 따뜻하고 비가 내린다. 일년에 평균적으로 비가 오는 날은 55일이고 대체로 10월에서 3월에 퍼져 있다. 4월에서 9월까지 비가 오는 날은 6일이다. 그러므로 이번 여행 중 구름을 보는 날도 비를 맞는 날도 0에 가깝다. 
 
구글지도 앱에는 강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면 강인지 마른 풀밭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우기에는 제법 큰 강인데 물 한 방울 흐르지 않고 있다.       
 

이런 건조한 날씨에도 어떻게 산에는 나무들이 빼곡히 잘 자랄까?

 

북서쪽 테올로고스(Theologos)에서 남쪽 프라소니시 해수욕장으로 가는 산악길에서 중턱에서 만난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종종 이렇게 말라서 죽은 나무(고사목)도 만난다.

 

고갯길에서 만난 협죽도 꽃이다. 건조한 땅 위에 그리고 쨍쨍한 햇볕 아래에 어찌 이렇게 짙고 짙은 녹색 잎으로 붉고 붉은 꽃을 피울 수가 있을까?   

 

로도스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타비로스(Attavyros)다. 높이가 1215미터로 상층은 벌거숭이산이다. 그렇다면 중하층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이런 건조한 날씨에도 어떻게 수분을 공급받아 생명을 유지할까? 

 

 

바위틈 깊이 뿌리를 내려 풍화 되어가는 바위 틈이나 미세한 구멍 등에 저장된 암반 수분을 빨아들이거나 지하수에 저장된 물을 빨아들여서 우기인 겨울철까지 견디는 것이 아닐까...      

  

로도스 섬의 사방천지가 건조하다. 강물이 마르니 그저 흔적만 강이다. 그러니 한 곳이 로도스에서 손꼽히는 명소일 수밖에 없다. 그곳이 일곱 샘(칠천, 七泉, Epta Piges)이다.

구글지도 위치: https://goo.gl/maps/82g7gmzphR51H2V67

 

로도스 명소 목록에 나와 있는 일곱 샘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주로 해수욕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족을 설득해 찾아가본다.       

 

콜림비아(Kolymbia) 주요도로에서 서쪽으로 구불구불한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산의 숲 농도가 점점 짙어진다. 약 3km 정도에서 좌회전을 하면 아주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600미터 정도 올라가면 올리브 아래 넓은 주차공간이 왼쪽에 있다. 더 내려가면 식당 앞에도 주차장이 있다. 늦은 시간이라 차들은 없고 공작새 한 마리가 맨땅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Epta Piges는 그리스어로 일곱 샘이다. 식당 앞에서 왼쪽으로 아니면 식당 뒤를 돌아서 왼쪽으로 간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무로 우거진 계곡에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고 잔잔한 물소리가 흐른다. 계곡 건너편 식당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샘은 1번부터 7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콸콸콸괄은 아니더라도 뽀글뽀글 올라오는 샘 정도는 상상했는데 막상 가까이 가서 보니 저쪽에서 이쪽으로 덮혀진 흙속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보인다.

 

 

식당 종업원이 1번 샘으로 와서 떨어진 낙엽을 걷어내고 유리병에 물을 담는다. 식탁 음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일 듯하다. 물맛이 궁금해 한 움큼 떠서 마신다. 폭염의 날씨가 아니라서 그런지 "콰~ 차갑구나!"가 아니고 "어, 왜 이리 물맛이 밍밍해?!"라는 느낌을 받는다.  

         

7번 샘이다. 저 위 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아래로 뻗어 있다. 바위와 뒤얽혀 있어서 어느 것이 뿌리인지 바위인지 분간하기가 힘든다.

  

8일 동안 지나가면서 본 로도스 섬의 강들은 다 말라있는데 이 계곡은 이렇게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아래는 물을 막아 일정량의 물을 가둬 놓고 있다.

 

물가에 오리들이 노닐고 있다.

 

로도스 섬의 숲속 오아시스를 4K 영상에도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7. 18:00

그리스 로도스 섬 중심도시인 로도스에서 2박을 한 후 다음 숙박지는 공항 근처 테올로고스(Theologos)다. 이유는 에게해 쪽이 지중해 쪽보다 바람이 더 많아서 카이트서핑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해수욕도 하고 좋은 카이트서핑 장소를 물색할 겸해서 인근 마을 파네스(Fanes)로 가본다.     

 

청록빛 바다 위에 휙휙 날아가는 카이트도 내 눈길을 끌지 못한다. 바로 이 꽃 때문이다. 오전인데도 모래사장이 맨발로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뜨거운 모래사장에 생명을 보존하면서 순백의 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다. 바다수선화(sea lily, sea daffodi, pancratium maritimum)다. 카나리아 제도와 지중해 일대에 자생하고 있다. 
 

바다수선화와 촬영놀이를 있는데 가족이 해수욕장을 옮기자고 한다. 여기 에게해 쪽은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어서 일광욕과 해수욕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한다.
 

"그러면 어디로?"

"지중해 쪽 안소니 퀸(앤서니 퀸, Anthoy Quinn) 해수욕장으로"

"안소니 퀸이 영화배우 안소니 퀸?"

"맞아."

"그렇다면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 영화 주인공이네. 크레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어떻게 여기에 그의 이름을 딴 해수욕장이 있지?! 궁금하다. 빨라 가보자." 

 

1990년대 초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살 때 듣고 또 들었던 "조르바의 춤"(1964년 개봉) 시르타키의 주인공의 이름이 안소니 퀸이다.   

   
 
파네스(Fanes)에서 30km 떨어져 있는 안소니 퀸 해수욕장에 도달한다. 주차할만한 공간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먼지 날리는 주자창은 벌써 차들로 꽉 차 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해수욕장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규모가 아주 작은 안소니 퀸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경이로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해수욕장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매미가 의지해 시끄럽지 않게 울어대는 소나무(pinus bruita, turkish pine)가 바위를 푸르게 하고 하얀 물결 없음이 바다를 더욱 청록빛으로 물들게 한다. 마치 깊은 산속 선녀탕 앞에 서있는 듯하다. 

 

저 해변 바위는 한반도 동해 해변 해수욕장 바위 위로 올라가 물고기가 한가롭게 노니는 것을 내려다보곤 한 내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낸다. 
 

해수욕장은 모래가 아니고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져 있다. 비포장 주차장과 마찬가지로 폭좁은 해변은 이미 다 점령지가 되어 있다.   
 

네 사람이 앉을 만한 작은 빈 공간이라도 찾으려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양쪽 사이로 나아간다. 
 

평평한 곳을 지나자마자 울룩불룩하고 때론 날카로운 면을 지닌 바위 덩어리들이 촘촘히 있다. 미끄러운 신발을 싣거나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져서 쉽게 다칠 수도 있겠다. 
 

바닷속에도 바위가 있으니 바다생물 관찰(스노클링)에도 최적이다 물속을 한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니 색동옷을 입은 듯한 물고기가 바위 틈에서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은 수영하다가 물속 바위에 서거나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서 잠시 쉴 수도 있어 좋다.
 

언덕길에서 내려오면서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해수욕장은 라디코 해수욕장(Ladiko beach)이다. 안소니 퀸 해수욕장을 가려면 좌측 방향으로 조금 더 가야 한다.  이 해수욕장이 안소니 퀸이라는 이름을 갖지 전에는 바기에스(Vagies) 해수욕장이었다. 
 
 
안소니 퀸으로 부르게 된 계기는 영화 촬영이다. 리 톰슨 감독의 "나바론의 요새"(The Guns of Navarone) 영화가 1961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이때 지역 주민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 안소니 퀸의 이름을 따서 해수욕장 이름을 다시 지었다. 안소니 퀸 해수욕장은 로도스 섬에서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안소니 퀸 해수욕장의 모습을 4K 아이폰 12 프로맥스로 영상에 담아본다. 
 
 
여행객이니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말고 인근에 있는 또 다른 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4km 떨어져 있고 로도스 도시 중심에서는 14km 떨어져 있는 팔리라키 해수욕장(Faliraki beach)이다. 안소니 퀸 해수욕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모래사장은 폭도 넓고 길이도 5km를 넘는다. 방금 아주 작은 해수욕장에 온 터라 엄청나게 더 길어 보인다. 해변따라 쭉 산책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로도스 섬에서 가장 인기있고 관광지로 개발된 해수욕장이라는 평가가 사실임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자킨토스 섬의 라가나스 해수욕장보다 훨씬 더 번화한 모습이다.

 

공항이 17km 떨어져 있어 많은 유럽 휴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카이트서핑만 아니였더라면 우리도 이곳에 숙소를 정했을 것이다.

 

각종 물놀이기구도 마련되어 있다. 수심도 깊지가 않다. 

 

호텔, 식당, 카페, 술집 등이 즐비해 낮밤을 즐길 수 있다. 한 음식점에 들러 그리스 음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절경을 지닌 안소니 퀸 해수욕장도 광대한 팔리라키 해수욕장도 이날 여행 추억의 절정 자리를 내줘야 할 일이 생긴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를 산책하는데 한 식당 울타리에 익어가고 있는 대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무에 열린 대추를 본 지 실로 얼마 만인가? 한국의 뒷밭에서 자라던 내 어린 시절 대추 그대로다.

 

대추 맛을 알고 있는 요가일래는 한 두 개를 따서 맛을 본다.

"우와, 이 대추가 정말 달다! 그리스에 와서 대추를 따서 먹다니!"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4. 15:51

그리스 로도스 도심에 있는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를 거쳐 구시가지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만드라키(Mandraki)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유서깊은 로도스의 주요 항구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슴 한 쌍의 조각상 너머에 크고 작은 유람선과 요트가 정박하고 있다. 높은 종탑과 거대한 성벽이 보이니 비로소 이제 고대와 중세 도시 로도스 구시가지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로도스의 상징 중 하나인 곳이 바로 여기다. 지금은 높은 기둥 위에 작은 숫사슴(Elefos)와 암사슴(Elafina) 조각상이 있다. 고대에 이곳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Clossus of Rhodes)이 이곳에 세워져 있었다고 추정된다. 

 

고대 로도스 사람들이 키프러스의 지배자와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그리스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거대한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높이가 33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기원전 226년 대지진으로 무너져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정확한 위치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 사슴 자리에 헬리오스 발이 쩍 벌려 서 있던 장면을 상상하는 동안에도 이 두 사슴 사이로 유람선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숫사슴 조각상 주변은 묵묵히 기다림을 즐기는 낚시인들의 놀이터다. 

 

건너편에는 암사슴 조각상이 있고 그 뒤에는 보이는 건물은 어부들의 수호성인인 성 니콜라오스 요새다. 지금은 등대로 사용되고 있다.   

 

만드라키 항구는 로도스 남쪽 최대 관광명소인 린도스(Lindos)와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섬 시미(Symi) 섬 등으로 출발하는 관광 유람선들의 정박소다.

 

해변을 따라서 요새 쪽으로 쭉 걸어가본다. 관광 유람선의 표를 파는 사람들이 연이어서 말을 걸어온다. 참고로 엘리 해수욕장과 만드라키 경계 지점에서 암사슴 조각상까지 도보로 걸린 시간은 약 20분이다.   

 

 

성 니콜라오스 요새다. 항구 입구에서 고대와 중세 도시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알 수 있다. 가는 길에는 중세 시대 풍차 세 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도보 촬영을 하느라 아쉽게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숫사슴 조각상 뒤에 있는 고딕 양식을 띤 성당은 정교회 성모 마리아 영보 대성당이다. 이탈리아 점령 시대인 1920년대에 로마 가톨릭 대성당으로 세워졌다가 1948년 다시 그리스 땅이 되자 정교회 대성당이 되었다. 

 

암사슴 조각상이다. 조각상의 사슴은 이곳 로도스 섬에서 서식하고 있는 다마사슴(dama dama deer)이다. 이곳까지 오려면 구시가지 쪽에서 10여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정박된 유람선 뒤 하얀 건물은 식당, 기념품가게 등이 즐비한 새로운 아고라(Nea Agora)다. 그 뒤에 우뚝 솟은 건물이 1309년에서 1523년까지 이곳을 다스리던 기사단장의 궁전(가족 여행기 3편 내용)이다.

 

어디를 여행가든 그곳에서 일출과 일몰 조망을 즐긴다. 다음날 6시 30분경이 일출시각이라 숙소에서 나와 분홍빛 여명을 쫓아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사람도 차도 없는 고요적막한 거리를 걸으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새벽 산책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새삼스럽게 확신하게 된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가로등이 성모 영보 대성당을 밝히고 있다.

  

성 니콜라오스 요새의 하얀빛 가로등도 서서히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6시 25분 숫사슴 조각상 앞에서 자리를 잡는다. 나침반 앱을 통해 일출 방향 동경 75도 쪽으로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하루 태양의 탄생을 기다린다. 

 

하얀빛 가로등이 꺼지고 동쪽 분홍빛 하늘에 붉은 점이 모습을 막 드러내자 비둘기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간다. 

  

로도스의 거상(크로이소스의 거상) 자리에서 맞는 일출 광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일출 광경을 4K 영상에도 담아본다.
 
 
멋진 일출을 조망했으니 로도스 여행을 벌써 다 만끽한 듯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로도스 구시가지 쪽으로 향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1. 00:52

6월 중순 백신여권(백신접종증명서)으로 그리스 자킨토스를 다녀왔다(자킨토스 가족여행기 18편).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인 8월 하순 어디론가 또 여행을 가고자 한다. 이번에는 식구 4명이 함께 하기로 한다. 어디로 갈까가 고민이다. 6월에 다녀온 그리스가 마음에 들어 일단 그리스로 정한다. 이미 2명은 코르푸(Koffu)를 다녀왔고 2명은 자킨토스(Zakynthos)를 다녀왔다. 그래서 4명이 다 안 가본 곳을 선택한다. 

 

아테네, 케팔로니아, 크레타, 로도스, 산토리니, 타도스 등 아직 가보지 않은 것이 그리스의 관광지가 많다. 최종적으로 큰딸의 취미인 카이트서핑에 적합한 곳을 선택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그리스 도데카니사 제도의 역사적 행정적 중심인 로도스(Rhodes, Rodos, Rodi)다. 이 섬의 남쪽 극점에 있는 프라소니시(Prasonisi)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카이트서핑 명소다.
 
로도스는 크레타 섬에서 북동쪽에 자리하고 터키와 매우 근접해 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인구는 11만명이다. 로도스로 여행간다고 하니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로도스 거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로도스에서 추정되는 거상의 자리에 꼭 가봐야지...
 
참고로 그리스인들이 꼽은 세계 7대 불가사의는 대피라미드, 바빌론 공중 정원, 알렉산드리아 등대,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 마우솔로스 영묘, 올림피아 제우스상, 로도스 거상이다. 아래 지도에서 로도스(Rhodes)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지를 결정했으니 이제는 항공편을 알아본다.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가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로도스까지 직항을 운행하고 있다. 여행짐을 최소한 챙겨 25cm x 40cm x 20cm 규격의 가방에 각자 담고 카이트서핑 용품을 위해 수화물 운송료를 따로 지불한다.
 
공항 탑승 대기실은 마스크 착용만 없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이전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날 카우나스 공항은 비행기 탑승을 위해 따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곧 바로 비행기에 탑승한다. 좌석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서 무작위로 받았는데 비상구 옆이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고 또한 창문을 통해 이륙과 착륙을 확 트이게 볼 수 있다.
 

 

세 시간 비행 후 석양이 비치는 로도스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얀색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 로도스 도시를 내려보고 있으니 정말 이렇게 그리스에 또 왔구나라고 느껴진다. 대형 크루즈가 항구에 정박해 있고 구시가지는 녹색나무 띠로 둘러싸여 있고 삼각형으로 뻗어나온 도심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은 회갈색빛이다.

 

비행기가 활주로 사뿐히 내려 착륙장에 도착하자 비행기 날개 너머에 노란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면서 지고 있다. 6월 중순 그리스에 입국할 때는 승객 한 명씩 입국심사를 세심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여권이나 백신여권 그리고 거주지신고서를 거의 확인하지 않고 질서만 통제하고 있다. 한꺼번에 여러 비행기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코로나바이러스 없는 사람 붐비는 기차중앙역처럼 보인다. 

 

렌트카 회사에서 마중을 나와 렌트카 사무실까지 안내한다. 숙소가 있는 로도스까지 가는 밤길이 참으로 고생스럽다. 구글지도가 안내하는 길이 공항 인근 도심을 통과하는데 주말 저녁이라 상인들을 위해 통행금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때론 좁은 도로 때론 비포장도로를 따라 힘들게 그 지역을 벗어난다. 아. 낯선 지역에서 밤길은 참 험난하구나!!!
 
 
이틀 묵을 숙소는 로도스 구시가지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조식이 포함된 호텔인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1박에 방당 숙박료와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배정 받은 방이 6층이다. 그리스는 0충부터 시작한다. 즉 6층이 7층이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에게해에서 시원한 바람이 방안으로 쏴쏴 들어와 굳이 에어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8월 하순인데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거의 없다. 섭씨 25-30도다.

 

호텔 투숙절차를 마치자 밤 10시가 된다. 늦은 저녁을 먹는다. 물론 식당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자킨토스보다 로도스가 음식이나 술이 2-3유로 더 비싸다. 주요리만 시켜도 자킨토스 식당 대부분은 전식과 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곳 로도스 식당 대부분은 주문한 음식만 나온다. 
 
8일 동안 여행하면서 여러 식당을 다녔지만 후식을 무료로 제공한 식당은 딱 한 군데다. 그리스의 수박과 포도를 얼음과 함께 내놓는다. 제철인 포도는 참으로 달콤하다.  

 

다음날 호텔 조식 식탁 위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음식은 여기서 드시고 가져가지 마세요." 투숙객들이 제법 많다. 빈 자리를 두리번거려야 할 정도다. 음식은 만족스럽다.    
 

로도스 섬 여행에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도착 다음날 오전 엘리 해수욕장(Elli Beach)이다. 먼저 숙소 인근에 있는 디아고라스(Diagoras) 동상이 있는 광장부터 시작한다. 이곳 출신인 디아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권투선수다. 고대 올림픽에서 두 차례 권투에서 우승을 했고 그의 세 아들 또한 올림픽 챔피언이다. 두 아들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아버지를 태우고 있다.

 

에게해에 연해 있는 조약돌 해변을 따라 북동쪽으로 쭉 걸어간다. 군데군데 해양산(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아직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가한 때다. 이날 에게해는 파도가 거세다. 
 

북동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사람들도 늘어나고 해양산 개수도 많아진다. 해변의자 두 개를 하루 종일 사용하는 비용이 3유로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이는 같은 해수욕장일지라도 에게해 해변 쪽은 지중해 해변 쪽보다 사람들이 덜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구시가지에서 좀 더 떨어져 있고 수심이 깊고 또한 오늘처럼 파도가 세기 때문일 것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엘리 해수욕장에서 지형적으로 혀끝에 해당되는 에게해 해변쪽은 텅 비어 있다. 조약돌로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에게해 혀끝쪽을 돌아 지중해로 돌아서니 갑자기 일광욕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수욕을 하는 사람도 눈앞에 나타난다. 이곳은 파도부터 잔잔하다. 어디를 가든 이곳의 바닷물은 수정같이 맑다.

 

이날 거센 물결에 파도타기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에게해 쪽이 좋고 잔잔한 파도에 수영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지중해 쪽이 좋다. 전자는 한적한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고 후자는 북적거림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이렇게 엘리 해수욕장은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바로 터키 땅이다. 파란색 단색의 하늘에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알록달록 수상 낙하산을 바라보면서 조약돌에 지친 발바닥을 한동안 쉬게 한다.

 

 

귀중품 지키기를 아내와 교대하고 나도 바다로 첨벙한다. 수영하면서 바다를 향해 얼마 가지 않았는데 발가락 끝이 바닥에 벌써 닿지를 않는다. 바닷물이 매우 짜니 조금만 사지를 움직여도 물에 떠있기가 용이하다. 

 

엘리 해수욕장의 명물 중 하나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뛰어들기 시설(다이빙대)이다. 해변에서 수영으로 도달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용기 내어 한번 뛰어내려 봤을 텐데 말이다. 해수욕장에 보이는 밝은 노란색 건물이 로도스 수족관이다.  

 

만드라키(Mandraki) 항구 근처에서 바라본 엘리 해수욕장 전경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양한 색깔의 해양산이 지중해 해변에 펼쳐져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임에도 이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구시가지 인근 있는 해수욕장이라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변 따라 식당, 카페, 술집, 호텔 등이 즐비하다.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만드라키 항구와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디아고라스 동상 광장부터 만드라키 항구 시작점까지 쭉 걸어본 엘리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도보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로도스 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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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15:12

꽃이나 화초를 좋아한다. 어릴 때 사랑방에서 천장까지 자라오른 바나나나무가 생각난다.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에서 6월 중순에 만난 화초를 소개한다. 우선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거리의 인도 화초다. 사람 다니기도 버거울 정도 좁은 인도에 사람들이 화초를 가꾸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들의 거리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화분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제기될 법도 하다.    
 

라가나스 어느 호텔 마당에서 본 화초다. 시멘트 화분에서 고이 자라던 나무가 점점 크져 마침내 단단한 시멘트 화분 마저 깨부수고 말았다.  

 

화려한 분홍색 꽃이 가장 흔히 보인다. 이 꽃의 이름은 유도화 또는 협죽도(nerium oleander)이다.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 담장, 정원 등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다. 한국 제주도에서도 자생한다고 한다. 떨어져서 잎은 대나무잎 닮았고 꽃은 덩쿨장미꽃을 닮았다. 

 

숙소가 있는 호텔로 가는 거리에는 거의 집집마다 협죽도가 피어 있다.

 

진 꽃, 지는 꽃, 피는 꽃, 필 꽃이 공존하고 있다.

  

꽃향기가 좋아 코끝을 꽃잎까지 대면서 향기를 맡아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협죽도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식물이다. 독성분은 주로 잎에 분포되어 있고 꽃이 필 때 최고조에 이른다. 

 

협죽도는 붉은색 꽃도 있고 흰색 꽃도 있다.

 

화려한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냄새를 지니고 있는 이 협죽도가 사람과 가축에게 해를 입힐 정도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낯선 식물은 늘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불빛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꽃이다.   

 

어릴 때 한국 시골집 담장에서도 자라던 무화과다. 

 

올리브 열매다. 

 

모래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건생식물이다.

 

거대한 벌이 건생식물 꽃에서 꽃물을 빨고 있다.

 

선인장 백년초가 노란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분꽃이다.

 

길을 가다 어디서 코에 익은 아주 은은한 향기가 나기에 냄새를 따라 가본다. 할아버지 수염 달린 듯한 인동덩굴(인동초 인동) 꽃이다. 어릴 때 시골집 담장에 자라던 그 인동덩굴을 이곳 그리스에서 다시 보다니... 꽃물이 달콤해 꽃을 따서 쭉쭉 빨곤한 어린 시절이 눈앞에 선하다.  

 

담벼락에 바짝 붙어 자라고 있는 어린 협죽도가 밝은 분홍꽃을 피우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15:11

그리스 자킨토스 섬을 여행하는 동안 숙소는 휴양지로 유명한 라가나스에 정한다. 매일 섬에 산재해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서 시간을 보낸다. 이날은 남서쪽에 위치한 케리 해수욕장(Keri Beach, Limni Keriou)을 찾아가본다. 숙소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있다. 가는 길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jvDfPjHEBKATQa46

 

 

케리 마을은 1953년 이오니아 제도 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대부분 자킨토스 해수욕장처럼 이곳 해수욕장도 수심이 얕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갈 투성이라는 것이다. 신발을 벗고 길지 않은 해변따라 가면 절로 발바닥 안마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바다 가운데 보이는 섬이 거북섬으로 불리는 마라토니시(Marathonisi) 섬이다. 특히 라가나스만 이곳에서 보호되고 있는 바다거북(Caretta Caretta)을 영락없이 닮았다. 케리에서도 거북섬 관광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섬은 무인도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모래해변은 바다거북이가 알을 부화하는 장소다. 이곳의 동굴은 해양생물 관찰(스노클링)의 명소다. 

     

해변 폭이 좁을 뿐만 아니라 온통 둥글둥글 동글동글 조약돌이다. 

 

조약돌 위로 자글자글 촤르르르 바닷물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동쪽으로 갈수록 몽돌의 크기가 굵다. 맨발로 걷기가 이 부분은 불편하다. 물기 없는 몽돌은 낮의 햇볕의 온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따뜻하다. 등을 대고 누워서 떠다니는 요트와 거북섬을 한동안 지켜본다.

 

해변 따라 걸어가면서 케리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6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마을은 자킨토스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32km 떨어져 있다. 행정 구역상 볼리메스(Volimes)에 속한다. 동일한 이름으로 자킨토스 최남단 부분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Agios Nikolaos 아이오스 니콜라오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는 행정 구역상 바실리코스(Vasilikos)에 속한다.   

 

 

북서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마을은 50여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자킨토스 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 자킨토스 도시 항구과 함께 케팔로니아 섬에 있는 페사다(Pessada)와 연결하는 연락선(페리)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 유명한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보트가 출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gganKkvAjPEo7pP8

 

이 마을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도처에 자라고 있다. 또한 원추형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 것이 간판이다. 난파선 해변(나바지오 해수욕장)과 파란동굴 관광 표구입을 안내하는 간판이다. "Tickets 티켓을"이다. "티켓들"을 "티켓을"로 쓴 것일까? 아니면 "티켓을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를 줄인 것일까?
 
아무튼 이곳에서 한글을 만나니 반갑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통해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많이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변 식당 마당 위를 덮고 있는 포도나무에는 포도알이 영글고 있다.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얗게 칠한 화분에 피어난 꽃이 더욱 발갛게 보인다.

 

가운데 섬 이름도 마을 이름과 같다. 바람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고 있다. 하얀 자갈로 이뤄진 작은 해수욕장이다. 늦은 오후라 거의 텅 비어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남쪽으로 갈수록 작은 자갈은 돌덩이로 바뀐다. 정박해 있는 요트와 배들이 바람따라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바람놀이하는 붉은 배 세 척을 한참을 지켜본다.

 

 

 

대형요트는 바람따라 홀로섬을 시야에서 가리고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수욕장이자 포구다. 하얀색과 파란색 일색인 그리스 바다에 빨간색 배가 더욱 돋보인다.

 

여행 중 사진찍기만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한번 찍혀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5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떠나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가다보면 유황 냄새가 점점 강하게 코를 찌른다. 고개를 돌아 밑으로 가다보면 갑자기 오른쪽 앞에 새롭게 단장한 듯한 주차장이 나온다. 분명 근처에 명소가 있을 것만 같다. 여기가 바로 크씨기아(크시기아) 유황 해수욕장(Xigia sulfur beach)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YRUGuzKV5fkDnhCh9 

 

 

같은 이름으로 유황 해수욕장이 둘이다. 지도에서 밑에 있는 첫 번째 해수욕장은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위에 있는데 도로 옆에 있다. 후자가 차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우리가 들런 곳은 도로 옆에 있는 두 번째 해수욕장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방향 도로에서는 이 해수욕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곳 주차장은 자킨토스에 드물게 있는 사설이라 유료다. 젊은 주차요원이 다가와 주차권을 내밀자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다녀올 것이라고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그리스는 융통성이나 이해심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나라이구나를 자킨토스에서 여러 번 체험하고 있다.  

 

주차장 끝지점으로 가면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에 푹 안긴 아주 작은 해수욕장이다. 유황 냄새가 더욱 심하다. 말 그대로 비경이다. 자고로 보물은 숨어 있어야 더욱 빛나는 법이다.    

 

하얀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해수욕장이다. 청록빛 바닷물이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탁해 보인다. 이유인즉 이 바닷물에 유황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록빛 바다가 하얀빛을 띠고 있다.

 

유황은 항암작용뿐만 아니라 피부병, 염증제거, 살균작용, 당뇨병, 뼈강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천연유황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을 수가 없다.

 

자킨토스에 있는 여러 해수욕장과는 달리 여기는 해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진다. 탁해 보이지만 물은 깨끗하다. 물이 다소 차가운데 오히려 다른 해수욕장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과 쾌적함을 주고 있다.

 

해변 절벽 그늘에서 여러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해 한가함을 즐기고 있다. 구석진 곳에는 작은 매점이 있다. 음식은 절벽 위에 있는 식당이 바구니에 담아서 줄을 이용해서 밑으로 내려보낸다.

 

물 속에서 솟아난 작은 바위가 조류의 발로 보인다. 독소리나 칠면조가 물밑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노천에서 동굴 속 안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주름지고 튀어나온 바위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파란 하늘, 직각에 가까운 암석 절벽, 청록빛과 하얀빛이 섞인 고요한 바다... 
오랜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만 보면서 머물고 싶은 곳이다.
 

생존 수영의 정수인 누워뜨기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팔을 뻗어도 가라앉지를 않는다. 두 손과 두 발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도 말이다.

  

천연유황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고 나오니 한동안 온몸이 미끈하고 썩은 달걀 냄새를 뿜어내고 있다. 다음 행선지인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항구로 향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5:03

그리스 자킨토스에 있는 알뤼카나스(알리카나스) 해수욕장(Alykanas beach)은 이미 소개한 칠리비(Tsilivi) 해수욕장과 비슷하다. 얕은 수심, 길쭉하게 뻗어있는 모래사장, 청록빛 바닷물, 물놀이 기구 등등...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tH9pen2b8FUa3VtUA

 

 

케팔로니아 섬과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가는 항구가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향하는 도로 언덕에서 잠시 쉰다. 밑으로 내려다보면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해변쪽 오래된 올리브나무와 언덕쪽 새로운 올리브나무들이 공존하고 있다. 원추형으로 우뚝 솟아있는 나무가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다.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알뤼카나스 전경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구름과 파도가 그리스 국기 색깔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다. 

 

수정같이 맑은 바다가 깊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딱 좋다.    

 

텅 빈 백사장에 한 사람이 침대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관광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바닷물 속 검은 물체는 야자수 잎이다. 
 

해변따라 쭉 걸어본 알뤼카나스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4:50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 중 주로 해수욕장을 찾아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겨본다. 오늘은 동쪽 해안선에 있는 칠리비(트실리비) 해수욕장(Tsilivi beach)을 소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Tsilivi beach: https://goo.gl/maps/GKrBxCKqD1JLg2tq8

 

자킨토스 중심도시에서 7km 떨어져 있는 칠리비 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 양옆에는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밭이 도열해 있다. 도착하면 길쭉하게 뻗어있는 해수욕장이 한눈에 쫙 들어온다. 대부분 자갈이 섞여 있는 모래사장이다.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다양한 물놀이 기구도 준비되어 있다. 

 

반대쪽에서 작은 항구가 있는 데까지 걸어본다. 약 20분이 소요된다.   

 

해변을 따라 호텔이나 식당 등이 즐비하다. 

 

바다 넘어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Kefalonia, Cephalonia)다. 그리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언젠가 저 섬에서도 휴가를 보낼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어디를 가든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를 자주 볼 수 있다. 해수욕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해수욕장의 폭이 상당히 넓다. 저 텅빈 해변 침대의자에 사람들이 가득 찰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수심이 얕지만 바람이 불면 파도가 심히 넘실거린다. 한가로운 수영하기보다 파도타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가나스만 해변 해수욕장보다 동쪽 해변 해수욕장을 권한다. 

   

쭉 걸어가면서 칠리비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5. 16:05

그리스 자킨토스 동쪽 해안선에 위치한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Porto Zorro Beach)을 소개한다. 자킨토스 어디를 가든 바닷물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발트 3국에 접해 있는 발트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청록빛 바다가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지금 여행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구글 지도 위치 Porto Zorro Beach https://goo.gl/maps/tdsKF5aqdGvnJpPeA

 
 
이 해수욕장은 인근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처럼 규모가 작고 모래사장이다. 호텔이 운영하고 있는 해양산(파라솔)이 해수욕장 좌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다와 산 사이에 있는 해수욕장의 폭은 좁다. 그늘 없는 모래사장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일광욕을 하기엔 모래가 너무 뜨겁고 햇볕이 워낙 따갑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용료를 내거나 음료를 주문해서 해양산 아래 자리를 잡는다. 해양산 아래 의자 두 개 사용료가 하루 종일 7유로다.

 

모래 해수욕장이지만 해변쪽으로 갈수록 자갈이 섞여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자갈이 많이 섞여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다.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 전경의 압권은 비록 작지만 바위섬 여러 개가 해변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윗부분은 초록 식물이 마치 머리카락처럼 바위를 덮고 있다. 이 바위섬들이 해수욕장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바위섬 쪽이 궁금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걸어가는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바위섬 사이로 바라본 포로토 조로 해수욕장이다. 바닷물 속에도 바위들이 있어서 이에 의지하는 바다생물을 수중 관찰하기(스노클링)에도 아주 좋은 해수욕장이다. 

 

마치 사자나 챔팬지 한 마리가 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는 듯하다. 

 

바위섬 뒷편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등에 무엇인가를 바르고 있다. 한 무리는 왼쪽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 왜 사람들이 그쪽으로 향할까 궁금해진다. 따라 들어가본다.

 

 

이쪽 해변은 점토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점토 덩어리를 줍거나 긁어서 온몸을 칠한 후 일광욕을 즐긴다. 한번 시도해보니 바닷물에 씻을 때 마치 고운 비누를 칠한 듯하다. 그리고 매끈한 피부가 한동안 유지된다.  

 

점토암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해수욕장이다.

 

촬영 세트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변 회갈색 더미는 야자수 잎이 밀려와서 뭉쳐 있는 것이다.  

 

보통 음료를 주문하면 해양산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포르토 조로 해수욕장은 둘 다 받는다. 음료와는 상관없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 하루 종일이 아니라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7유로 내기가 주저된다. 사정 이야기를 하니 계산하는 종업원이 그러면 음료값만 내라고 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2. 05:36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에서 가는 해변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해변따라 걸어본다. 숙소를 라가나스(lagahnas)에 있는 호텔로 정한 이유 중 하나가 라가나스만을 따라서 길게 뻗어있는 모래사장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해변을 따라 해수욕장이 쭉 이어져 있다.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크리스탈, 칼라마키, 라가나스 그리고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이다.  
 

라가나스만에 있는 해수욕장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1. 카치카 해수욕장 Katsika Beach | 구글지도 위치 

카치카 해수욕장은 스코포스 산 아래 외진 곳에 있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해변 바다에 산재해 있는 바위에서 보듯이 이 해수욕장은 모래가 아니라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카치카 해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모래사장 해변이다. 

북쩍거림을 싫어하고 원시스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 가볼만 하다. 이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두 서너 명만이 눈에 띈다.   

 

해변 바다 속 바위 위에서 바라보이는 카치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2. 크리스탈 해수욕장 Crystal Beach Kalamaki | 구글 위치

자킨토스에서 일주일 체류하는 동안 두 번이나 이 해수욕장을 찾았다. 모래사장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칼라마키 해수욕장에 포함되기도 한다. 대부분 줄이 쳐져 있다. 왜냐하면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sea turtle)이가 알을 낳은 곳이기 때문이다. 붉은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이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는 이곳 자킨토스 라가나스만 일대를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붉은바다거북을  보호하고 있다.

   

6월 중순인데도 맨발로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모래사장이 뜨겁다. 참을성을 길러봐야지 하다가는 화상을 입기 쉽상이다. 멋모르고 잠시 동안 맨날로 걸었는데 발바닥의 화끈거림이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암석이 칼라마키 해수욕장과 크리스탈 해수욕장을 분리하고 있다. 거북이 한 마리가 목을 살짝 내밀고 바다를 향해 기어들어가는 듯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암석의 종류가 다양하다. 대리석, 사암, 석회암, 점토암 등등이다. 한 암석은 마치 합판을 보는 듯하다. 얇은 석판이 겹겹이 쌓여있다. 혹시 나무화석(규화목)이 아닐까... 

 

크리스탈 해수욕장 뒷편 언덕에 올라가서 해수욕장과 라가나스만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잔잔한 청록빛 바다, 얕은 수심, 주변 점토암으로 인한 회색빛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3. 칼라마키 해수욕장 Kalamaki Beach | 구글지도 위치
칼라마키 해수욕장 동쪽 끝지점은 위에서 언급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폭풍우에 허물어진 언덕이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자연지형물 꼭대기에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를 흔히 볼 수 있다. 저쪽이든 이쪽이든 바위 언덕이 거대한 바다거북을 연상시킨다.       
 

칼라마키 해수욕장도 모래사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공항 활주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해변에 누워서 착륙하려고 낮게 날아오는 비행기를 바라볼 수 있다. 관광객 대신 코로나바이러스가 해변침대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듯하다. 

 

칼라마키 해수욕장이 바로 이어져 있는 라가나스 해수욕장과 다른 점은 대부분 해변 인근에 식당이나 까페,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수욕장 뒷편 나즈막한 모래언덕에서 무서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야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칼라마키 해수욕장 도보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4. 라가나스 해수욕장 Laganas Beach | 구글지도 위치
이번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 중 숙소(Zante Atlantis Hotel)가 라가나스에 있어서 틈만 나면 라가나스 해수욕장에서 일광욕이나 해수욕 그리고 산책을 즐긴다. 라가나스는 자킨토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해변뿐만 아니라 주요거리는 술집, 카페, 식당, 기념품가게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낮과 밤 둘 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여기다.
 
 
라가나스 해수욕장은 자킨토스에서 가장 긴 모래사장 해수욕장이다. 길이가 약 2킬로미터다 6월 중순 일출 직전 라가나스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새벽 여명이다[라가나스만 일출 광경은 여기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다].  

 

해수욕장 끝에서 끝까지 식당이나 카페가 운영하는 파라솔이 이어져 있다. 음료를 주문하면 파라솔 이용료가 따로 없다. 종업원이 올 때까지 편하게 침대의자를 사용하다가 종업원이 와서 음료를 주문을 하거나 이용료를 내어야 한다고 하면 자리를 떠나도 종업원이 개의치 않아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대체로 커피는 2.5유로이고 맥주 500cc는 3.5유로다.   
 
일물 직후 라가나스만의 풍경이다. 선선한 바람을 얼굴로 맞고 잔잔한 물결 소리를 귀로 듣고 분홍빛 박명을 눈으로 바라보고 이국적 여행의 참맛을 마음으로 느껴본다.
   
라가나스 해수욕장을 낮과 아침에 걸으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5. 아기오스 소스티스 Agios Sostis Beach | 구글지도 위치
라가나스 해수욕장 끝자락은 라가나스 중심거리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을 벗어나 조금 가다보면 해변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닷물로 차 있다. 수심이 얕아서 반바지나 걷어올린 바지로도 물에 젖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 칼라마키나 라가나스 해수욕장에 비해서 훨씬 규모가 작으나 그림 같은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이 나온다. 
 
수심이 바다 멀리까지 얕아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아주 적합한 해수욕장이다. 바로 인근에는 요트와 배들이 정박되어 있는 작은 항구가 있다. 일출 직전 아기오스 소스티스 항구 모습이다.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에서 목조다리를 건너면 카메오(Cameo) 섬이 나온다. 이곳에서 낭만적인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입장료를 내고 이 작은 섬에 들어가면 입장권을 음료 한 잔과 교환할 수 있다. 섬 안에는 작은 해수욕장과 까페가 있다[카메오 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더 읽을 수 있다].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을 낮과 아침에 걸으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렇게 하여 라가나스만 동쪽 끝자락에 있는 크리스탈 해수욕장에서부터 시작해 서쪽에 위치한 아기오스 소스티스 해수욕장까지 이번 여행에서 도보로 쭉 걸아봤다.
 

연이어지는 해수욕장 도보 산책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해외여행지 어디를 가든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직접 걸어야 그곳에 머물고 그곳을 다녀왔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0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 14:25

자킨토스(Zakynthos)는 이오니아 제도 중 하나인 섬의 이름이자 이 섬의 중심도시 이름이다. 섬 전체의 면적이 410평방킬로미터로 제주도의 약 5분의 1이고 해안선은 약 123킬로미터다. 주로 절벽으로 이뤄져 있는 북서쪽 해안을 제외하고는 해수욕장이 곳곳에 이어져 있어 관광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섬 전체 인구는 4만여명이고 이 중 절반 가량이 자킨토스 도시에 살고 있다. 숙소인 라가나스(Laganas)를 차로 떠나 25여분만에 자킨토스 도시 중심에 이른다.   
 
 

자킨토스 도시에서 제일 먼저 카메라에 잡힌 것은 천사들의 모후 성당(Church of the Lady of the Angels)이다. 작은 규모의 아담한 성당이다. 1687년에 세워져 1953년 강진 때 붕괴되었다가 원형 그대로 복원되었다.  

 
6월 중순 이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로마 거리(Al. Roma)의 모습이다. 온갖 가게들이 즐비한 이 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만 아니였더라면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붐비었을텐데 말이다.  
[750여 미터 구글 위치: https://goo.gl/maps/v5WxHvetMKbWjLxC8]
 

시내 중심가 솔로모스(Solomos) 광장이다. 저 파라솔 아래서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세상사를 논할 날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유모차 한 대만이 텅 빈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이 섬에서 태어난 디오니시오스 솔로모스(Dionysios Solomos, 1798-1857)의 조각상이다. 이탈리아어와 그리스어로 시를 쓴 그리스 시인이고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애국가 "자유의 찬가"를 작사한 사람이기도 하다.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중인 1823년 그가 발표한 158절 "자유의 찬가"의 1절과 2절이 국가 가사로 지정되었다. 올림픽 폐막식 때마다 연주되는 그리스 애국가를 작사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나는 그대를 알아보노라
날카롭고 굳건한 검의 날로부터,
나는 그대를 알아보노라
지구를 내려다보는 권능의 빛으로부터.

그리스인의 성스러운 유해에서
다시 일어난 그대여,
전과 같이 용감하라, (×3)
만세, 오 만세, 자유여! (×3)
 

 

평화의 상징인 흰비둘기가 그의 하얀 조각상 머리 위에 앉아 있다. 마치 전쟁과 평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말해주는 듯하다. 
       

어설프게 익힌 그리스 철자 읽기로 조각상 받침대에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읽어본다. 나중에 알아보니 바로 위에 언급된 그리스 애국가의 뒷부분 가사다. 

Απ τα κόκαλα βγαλμένη
των Ελλήνων τα ιερά,
και σαν πρώτα ανδρειωμένη, 
χαίρε, ω χαίρε, Ελευθεριά! 

 

솔로모스 광장을 지나자 청록빛 바다가 눈앞에 활짝 펼쳐진다. 뙤악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첨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바다 속에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좌우로 노닐고 있다.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니 우뚝 솟은 성당의 첨탑이 발길을 유혹한다. 저기까지 가봐야지... 

 

해변도로따라 이어져 있는 식당과 카페 중 한 곳에서 갈증 난 목을 잠시 축인다. 커피 한 잔 2.5유로(부가가치세 13% 포함), 맥주 500cc 한 병 3.5유로(부가가치세 24% 포함)다. 시원한 물 한 병과 감자과자 한 접시가 무료로 나온다. 공짜로 제공된 물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해변산책로 일부 구간은 현재 공사중이다. 청록빛 바다 속을 간간히 내려다보면서 성당 쪽을 향한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산과 바다 사이에 길게 쭉 뻗어있는 자킨토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인 디오니시오스 동방 정교회 성당(Saint Dionysios Orthodox Church) 전경이다. 성인 디오니시오스(1547-1622)는 이 섬에 태어나 동방 정교회의 대주교로 서임되었다. 그는 자킨토스 수호성인이다. 이 성당은 1925에서 1946년까지 20여년에 걸쳐 세워졌다. 1953년 6.8 강진에도 조금도 손상되지 않아서 주민들로부터 기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당 정면이다.
 

성당 앞 대리석 바닥에 새겨져 있는 큼직한 쌍두 독수리 문양은 콘스탄티노폴리스(오늘날 이스탄불) 중심으로 395년에 세워진 동로마 제국, 비잔티움 제국의 상징이다. 이 제국은 1453년 오스만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다. 

 

로마 가톨릭 성당은 예배석에서 성소가 훤히 보이는데 비해서 동방 정교회 성당은 성소와 예배석을 벽(iconostasis, 이코노스타시스)으로 분리하고 있다. 세 개의 문으로 이뤄진 이 벽 상단에는 예수의 12 제자가 그려져 있다. 보통 동방 정교회 성당 내부에는 좌석이 없지만 이 성당에는 의자들이 배열되어 있다.  

 

성당 내벽은 다양한 색상으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성화로 뒤덮혀 있다. 

 

아주 작은 색유리창(스테인드 글라스)으로 밖의 밝음이 비치고 있다. 어두운 빛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성당 내부에서 이 밝음이 더욱 돋보인다. 

 

성당 제단 오른쪽에 성인 디오니시오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디오니시오스 성당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성모 마리아 발현 성당(Church of Virgin Mary Faneromeni)을 찾는다. 밝은 색상의 벽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15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1953년 강진에 붕괴되었고 이후 원형대로 복원되었다.  
 
 

헌공함에는 "가난한 자를 위해"라는 구체적인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걸어서 자킨토스를 쭉 둘러본 후 자킨토스 항구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차를 타고 이동한다. 보할리(Bohali) 전망대다. 분홍색 유도화(협죽도), 붉은 지붕, 청록빛 항구, 492미터 스코포스(Skopos) 산, 오른쪽 저 멀리 일명 거북이 섬도 한눈에 들어온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QVzjQXTQ7MiPNWZ8A ]

 

이 전망대에서 마신 맥주 한 잔이 이번 자킨토스 여행에서 가장 비싼 맥주가 되었다. 500cc 한 잔에 4.5유로다. 역시 자리값이 한몫을 하는구나. 항구로 유유히 들어와 뿌뿌뿌 뱃고동 소리를 뿜어내는 여객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맥주값 기억이 서서히 사라진다.   

   

 
이날 자킨토스 시내 거리를 걸어서 둘러보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봤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10. 04:51

파란빛 나바지오 해변을 전망대에서 바라보고 청록빛 포로토 브로미 해변에서 해수욕을 한 후 숙소가 있는 라가나스(Laganas)로 돌아간다. 시간을 보니 오후 7시다. 아직 일몰까지는 2시간이 남아있다. 이오니아해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미리 알아놓았으니 석양을 조망하면서 저녁을 먹자고 아내가 초대한다. 본인 용돈에서 사겠다고 한다. 이런 선심은 거절할 수가 없다. ㅎㅎㅎ 
 

이오니아해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고 있다.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주요 도로를 따라 코일리오메노스(Koiliomenos) 마을에서 우회전을 해서 식당이 있는 아갈라스(Agalas)로 향한다. 도로 포장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폭이 너무 좁고 중앙선도 없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길 바란다. 7킬로미터가 그렇게 멀게 느껴진다. "언제 도착하나?"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앞에서 오는 차도 없고 뒤에서 따라오는 차도 없다.
 
Cave Damianos Restorant 정문이다. 텅빈 입구 공간에 문이 마치 화두를 던져주는 듯하다.
석양 조망 명소라 알려져 있는데 혹시 식당이 문을 닫았거나 우리만 있을 것이 아닐까... 저녁을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목적지 마을 가까이에 도착하자 구글지도는 완전 비좁은 골목의 가파란 언덕길로 안내한다. 이 길이 정녕 그 식당으로 가는 길인가!
 
 
막상 도착하니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다. 제대로 찾아오긴 찾아왔다. 차를 주차하고 오솔길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여러 종업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석양을 조망하기 좋은 쪽의 좌석들은 이미 예약이 되어 있지만 아직 비어있다. 다른 쪽은 거의 만석이다.
 
산골짜기 언덕 위 레스토랑은 오늘 거의 만석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노랗고 붉은 노을을 만들어내는 석양을 조망하려고 왔는데 바다로 막 떨어지는 그 순간을 앞좌석이나 나무 등에 가려서 볼 수가 없다니... 레스토랑 서쪽 끝쪽을 제외하고는 일몰 조망이나 촬영을 위해서는 식사를 잠시 멈추고 이동해야 한다. 
 
격식있는 분위기의 Cave Damianos 레스토랑이다.

오늘 오후 나바지오 전망대에서 만난 사람들도 여러 명이 눈에 뛴다. 우리처럼 예약없이 온 사람들이다. 종업원의 안내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다. 종업원은 메뉴판을 건네주면서 구운 도미(sea bream)을 추천한다. 이 추천이 위력을 발휘했는지 몇몇 주변 사람들이 이를 먹고 있다.

 

대체로 이곳의 주요리는 양이 많다(그리스 음식과 식당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푸짐한 주요리를 시키고 다른 사람은 좀 더 가벼운 음식을 시켜 나눠 먹는다. 도미와 채식요리를 주문한다. 

 

주요리 - 도미 한 마리
주요리 - 채식

음료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 지친 몸을 의자에 푹 맡기고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식당 바로 앞건물에 사람들이 오가곤 한다. 우리가 앉아 있는 식당에 속한 건물일 것이라고 여기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잠시 후 아내는 간판을 유심히 보더니 초대하고자 한 식당이 "여기"가 아니고 "저기"라고 한다. 초행길이라 주차장에서 식당 정문으로 온 것이 아니라 언덕 오솔길을 따라 식당 뒷문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두 식당을 분간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언덕 정상에 식당이 둘이다. 하나는 Cave Damianos Restorant이고 다른 하나는 Sunset Agalas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발걸음을 옮겨본다. 전자는 격식있는 분위기의 레스토랑이고 후자는 카페 분위기의 식당으로 간이식당이나 분식점을 떠올리게 한다.

 

초대하고자 한 식당이 이 Sunset Agalas 식당이었는데...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후자가 석양을 조망하기에는 훨씬 좋다. 전자는 언덕의 평평한 정상에 자리하고 있고 후자는 언덕 낭떠러지 바로 끝에 자리하고 있다. 선셋 아갈라스 식당 테라스에서 가파른 산비탈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이오니아해가 보인다. 그리고 소나무 두 가지 사이로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Sunset Agalas 식당 밑에서 바라본 테라스다. 이곳에서의 석양 조망이 훨씬 좋다. 

아내가 먼저 올라가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기에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왜 전망이 더 좋은 곳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았나?" 등 바가지 끍는 소리에 내 귀를 한동안 내어줘야 했을 것이다. ㅎㅎㅎ

 

미식가가 아니라서 음식평은 할 수가 없지만 라가나스 해변이나 거리에서 지금껏 먹은 음식 맛에 미치지 못한다. 대체로 그곳의 종업원들은 살갑게 친절하고 이곳의 종업원들은 딱딱하게 사무적이다. 

 

용의주도한 성격의 소유자인 아내가 이런 실수를 한 덕분에 이렇게 분식점이 아니라 한적한 산골짜기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종종 이런 아내의 실수를 기대해본다. ㅎㅎㅎ   

 

운무가 바다와 하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쉽게도 석양이나 노을이 그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감안해서 완전한 일몰까지 못 기다린다. 희미하지만 햇빛이 있을 때 돌아가자면서 식당을 나선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여기까지 힘들게 오지 말고 포르토 브로미에서 산비탈길을 다 올라오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Sunset Taverna Maries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