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3.05.08 아내의 생일 선물로 꽃은 못 사고, 꼬냑만 1
  2. 2013.03.28 부활절 토끼가 뛰지만 대지는 여전히 눈덥혀 1
  3. 2013.03.27 여자친구에겐 아이폰, 자기는 고물 휴대전화
  4. 2013.03.19 교황 즉위, 까치 문양 선물하려는데 유럽은 흉조 2
  5. 2013.02.14 초딩 딸아이의 결혼기념일 깜짝 선물 2
  6. 2013.01.18 한국에서 꼭 사와야 한다는 초등 딸 물품 목록
  7. 2012.10.20 생일 선물로 강남스타일 비디오 만든 라트비아인
  8. 2012.09.24 해외여행에서 부모에게 드리는 훈훈한 선물
  9. 2012.06.05 초딩 딸이 작약꽃으로 만든 아버지날 선물 2
  10. 2012.05.10 아내 생일을 축하하듯 피는 마로니에 꽃 2
  11. 2012.05.07 지지 않는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한 초딩 딸 1
  12. 2011.12.25 산타님, 부담되니 둘 중 하나만 선택하세요
  13. 2011.12.12 산타에게 돈까지 주면서 선물 사달라는 딸아이
  14. 2011.11.19 0살에서 10살까지 150초 영상 딸에게 선물 29
  15. 2011.09.23 축하금 털어 미국가서 온 언니에게 준 그림
  16. 2011.05.02 마시다 남은 포도주가 어머니날 선물
  17. 2011.03.09 꽃 송이 대신 화초를 선물한 여성의 날 1
  18. 2011.02.17 구겨진 종이 뭉치를 생일 선물로 준 딸아이 2
  19. 2010.08.09 해수욕장 다녀온 딸아이의 선물 2
  20. 2010.05.31 피로연 하객으로 선물 받은 캐리커쳐에 감동 1
  21. 2010.05.25 아내 생일 선물 꽃 대신 장미나무로 기쁨 부활
  22. 2010.05.10 노란 민들레꽃으로 화관 만들어보기 2
  23. 2010.05.08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1
  24. 2010.05.06 해외에서 받은 티스토리의 반가운 선물들 3
  25. 2010.04.16 미지인의 한국 소포 선물에 마음 찡한 우리 가족 19
  26. 2010.04.02 학급 아이들 이름이 모두 적힌 물컵 1
  27. 2010.03.22 딸이 생일선물한 케익,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2
  28. 2010.02.09 장모님표 털실 덧신으로 겨울나기 1
  29. 2010.01.26 유럽 동호인 모임에 가져간 녹색 한국제품들 4
  30. 2009.12.26 호주머니 달린 특수 팬티 인기
생활얘기2013. 5. 8. 07:07

너도밤나무 꽃 냄새가 코를 찌르는 5월 초순인 7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올해는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이유는 봄이 평년보다 2-3주 늦게 왔기 때문이다.

* 같은 시기 지난 해 너도밤나무 꽃(좌)와 올해 너도밤나무 꽃(우)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5년과 10년 주기에 생일을 크게 한다. 생일이 있는 주말에 일가 친척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하면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 않은 해에는 친지들에게 생일을 알리지 않고 가족과 함께 생일을 보낸다. 하지만 늘 어느 누군가는 축하하기 위해 올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한다. 오는 손님을 그냥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45번을 맞는 생일이라 무엇인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했다. 요즘은 별로 소용이 없는 듯하지만 아내는 시계를 가지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동안 한국에서 기념으로 받은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오래 되어서 고장이 난다. 벌써 여러 차례 시계병원을 다녀왔다.

함께 살아도 이런 선물은 아내가 직접 고르는 것이 제일이다. 몇 번이나 사라고 권유했지만, 아내는 아직 사지 않고 있다. 딱히 살만한 것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는 손발이 차다. 특히 발이 시러워서 금방 잠에 들지 못한다. 술을 한 잔하고 잠자리에 들면 몸이 따뜻해져 잠이 잘 온다고 한다. 둘 다 술을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이마저도 행하지 않는다. 향이 좋은 꼬냑을 종종 아내는 상상한다. 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술값이 장난이 아니다. 좋은 포도주보다 값이 서너 배나 더 비싸다.

생일 전날 아내가 직장에 간 사이에 슈퍼마켓에 들러 최고의 꼬냑은 부담이 되어서 사지는 못하고, 중간 정도의 코냑을 선물로 샀다. 이는 이제까지 내가 구입한 술 중 제일 비싼 술이다. 아내와 함께 갔다가는 비싸다고 절대 사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산 꼬냑을 선물하니 아내는 기뻐했다.

이날 밤 아내와 꼬냑을 한 잔 하면서 '내일 아침 일찍 아내가 잠 든 사이에 살짝 나가서 꽃을 사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딸아이의 방해로 변경됐다. 

딸아이는 보통 밤 10시에 잔다. 이날은 숙제 때문에 10시 30분에야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11시경 딸아이 방을 보니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빨리 자야지. 엄마가 보면 꾸중할 거야."
"쉿! 아빠가 살짝 오기를 기다렸어."
"왜?"
"내가 내일 학교에서 집에 올 때 엄마에게 생일 선물할 꽃을 사올 거야. 아빠가 돈을 좀 줘."
"아빠가 내일 새벽에 사려고 하는데."
"아빠는 벌써 꼬냑을 선물했잖아. 나도 뭔가를 선물해야 하잖아. 내가 꽃을 살게."
"알았어. 돈을 줄 테니, 빨리 자."

* 역할 분담으로 꽃을 선물한 딸아이

이렇게 딸아이와 생일 선물을 분담하게 되었다. 저녁에는 친지들을 중식당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생일잔치를 했다. 아내는 지난 해 연말 하나뿐인 여동생이 사망한 이후로 여전히 잔치할 기분이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적인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남편의 도리라 여겨서 하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3. 28. 06:27

오는 일요일은 부활절이다. 부활의 의미처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는 절기이다. 그런데 동유럽은 여전히 춥다. 최근 부다페스트에 폭설이 내렸고, 이어서 키예프에 폭설이 내렸고, 또 이어서 모스크바에 폭설이 내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 리투아니아에 눈이 내린다. 부활절을 보내기 위해 인구의 대이동이 일어나는데 폭설은 제발 아니길 바란다. 

* 사진 출처: demotywatory.pl

바로 위 사진이 지금의 동유럽 부활절 날씨를 잘 말해주고 있다. 눈사람 대신 부활절 달걀을 눈으로 만들어놓았다. 참으로 날씨에 딱 맞는 기발한 발상이다. 

하지만 바깥 날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백화점이나 대형상점은 부활절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활절 조형물 등을 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뭐니 해도 부활절의 상징물은 색칠한 달걀과 토끼 초콜릿이다. 최근 빌뉴스 오자스(Ozas)를 다녀왔다. 그 다채롭고 화사함에 넋마저 잃은 듯했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우리 집 거실도 위 사진 속처럼 꾸며보고 싶은 충동이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특히 넓은 우리 속에서 살아있는 병아리와 토끼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부활절은 다가오건만 날씨는 여전히 겨울이다. 그래도 봄은 오니 기다릴 수밖에...... 부활절 잘 보내세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27. 06:30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친척이 얼마 전 우리 집을 방문했다. 친척은 여고 3학년생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 손에는 아이폰이 있었다. 

'요즘 리투아니아 젊은 세대들도 스스로의 경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폼나는 최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커피를 마시던 남자 친구의 주머니에서 전화 소리가 울렸다. 그도 역시 좋은 전화를 가지고 있겠지라고 짐작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그의 전화를 보니 내 짐작이 완전히 틀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나?"
"무겁지만 아직까지 성능이 좋아서."
"나도 같은 생각이야. 봐, 내 전화도 오래되었지."

친척의 아이폰은 그가 선물한 것이었다. 여자친구에겐 최신 휴대전화, 자기는 고물 휴대전화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나와 닮아서 그에게 호감이 간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19. 17:52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까치가 옛부터 길조이다. 까치가 짚앞에서 우면 그날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뒷밭 감나무에는 늘 까치밥을 남겨둔 어린 시절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유럽 까마귀 Photo: Teemu Lehtinen]

지금 리투아니아 국영 텔레비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을 생중계로 방송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대만 당국이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선물로 까치 모양이 새겨진 도자기 화병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만 누리꾼들은 '상식이 부족한 정부' 등이라고 비나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당국은 이것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선물이 아니라고 밝혔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는 까치가 길조가 아니라 불길한 징조을 암시하는 흉조이기 때문이다.

유럽 까치는 먹성이 아주 좋다. 뭐든지 다 먹는다. 잡식이고 동물 시체도 즐겨먹는다. 도로가에 종종 까치를 볼 수 있다. 까치는 다른 새에 비해 시력이 더 쫗고, 호기심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치가 가장 먼저 로드킬 당한 시체를 발견하고, 그 다음에 까마귀와 와서 까치를 내쫓고 먹는다. 그 다음 순서는 독수리이다. 

시골 까치는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준다. 그래서 까치는 농작물을 훔치는 도둑으로 각인되었다. 까치는 종종 고양이(알을 훔치는 것으로 간주한 듯)를 공격하기 위해 서로 뭉친다. 빛나는 물건이나 금빛 물건을 훔쳐서 자신의 둥지에 숨긴다. 까치는 둥지를 찾는데 서투니까 이런 행동을 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또한 까치는 사람을 잘 따르는 새로 알려져 있다. 어린 새끼를 둥지에서 꺼낸다. 강한 식성으로 인해 잘 길러지고, 또한 지능이 높아서 잘 길들여진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까치와 관련한 수많은 미신이 있다. 봄에 까치가 한 마리이면 짖궂은 날씨가 온다. 이는 날씨가 좋을 때 까치는 짝을 이뤄 다닌다는 것에 비롯되었다. 

스코트랜드에서는 집 창문 근처에 있는 까치는 죽음을 예시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민화에서는 반짝이는 것을 집어가는 까치의 습성은 특히 귀중픔을 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탈리아 로치니(Rossini)의 오페라 <도둑 까치>(La gazza ladra)는 은그릇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사형 선고를 받은 어느 하녀의 이야기로 범인은 따름 아닌 까치였다. 

불가리아, 체코, 독일, 헝가리, 폴란드,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 민화에서도 까치는 도둑으로 간주된다. 

* 매뚜기를 잡아먹는 까치 [photo: Luis Garcia]

그러므로 까치가 그려진 화병을 교황 즉위 선물로 준다면 유럽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국민은행의 상징이 까치였던 시절이 있다. 은행의 상징이 까치이니 미신에 충실한 유럽 사람들은 그 은행에 절대로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2. 14. 07:16

일전에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초딩 딸아이는 우리 부부를 부엌에 갇아놓고 자기 방으로 갔다. 

"나를 따라오면 안돼. 꼭 여기 있어야 돼."
"왜?"
"그냥."

자기 방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종이로 포장된 물건을 가지고 왔다.

"엄마 아빠 결혼을 축하해."
"뭔데?"
"종이를 뜯어봐."

종이 속에는 아래와 서양란이 곱게 피어있었다.

"고마워. 그런데 이것을 몰래 사서 보관하느라 힘들었겠다."
"아니." 
 

그 동안 딸아이는 대부분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선물을 주었다. 자기 용돈에서 꽃을 사서 결혼기념일 선물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서양란까지 선물하다니 이젠 제법 자랐음을 뜻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 18. 07:00

한국에 2주간 다녀올 일 생겼다. 늘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라 잠시라도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헤어질 때는 웃움보다 눈물이 앞선다.

"이런 때 당신이 집을 비우니 남아있는 우리가 힘들 거야."
"그럼 안 갈 수도 있어."
"표를 연기할 수도 없잖아. 아까우니 그래도 가야지."
"헤어지기 전에는 헤어진 후의 일로 걱정과 불안이 엄습하지만 막상 헤어지면 만날 기대감으로 그 걱정과 불안을 잊게 된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 편히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야 돼."


이렇게 아내와 한국으로 떠나기 전 저녁에 대화를 하는 동안 초둥학교 5년생인 딸아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었다.

"뭐하니?"
"아빠가 한국에서 나에게 꼭 사와야 할 물건을 적고 있어."

딸아이가 작성한 목록이다. 쓰는 한글이 서툴어서 영어로 썼다고 한다.
      TM이 써진 모자
      목걸이
      컴퓨터
      한글이 있는 공책
      필통
  


"아빠, 여기 컴퓨터는 공책하고 구별하기 위해서 썼는데 노트북이야. 알았지?"
"노트북 비싼데."
"내가 내 용돈에서 보탤 거야."
"리투아니아에도 공책이 많잖아."
"친구들에게 한글 자랑하려고."


곧 잠시 떠나는 아빠로 슬픔을 느끼기 보다는 이런 기대감으로 시간을 보내는 딸이 기특해 보였다.

"너 아빠하고 공항에서 헤어질 때 눈물 흘리면 안 돼?"
"노력해 볼 게."
"우린 헤어질 때도 웃는 사람이 되자."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10. 20. 09:32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찰나적 전(全)세계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인구 220만명의 라트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사울크라스티(Saulkrasti) 동네 사람들이 재미난 강남스타일 비디오를 만들었다. 


바로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라트비아인 친구를 위한 생일 선물이다. 아래 비디오다.


말춤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비디오를 만들어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할 생각은 참으로 대단하다. 만약 싸이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다. 발트 3국 라트비아의 작은 도시까지 이렇게 싸이는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리들 중 아무런 뜻도 모르고 팝송 영어 가사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세계 도처에는 아무런 뜻도 모르고 강남스타일의 한국어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다. 팝송 영어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세계가 한국어를 알 수 있길 바란다. 영어로도 노래할 필요가 있겠지만, 한국어로도 세계가 좋아할 노래를 계속 만들어 불러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9. 24. 06:01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고민꺼리 중 하나가 선물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나쯤 기념이 될만한 것을 선물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페이스북으로 통해 알려진 10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이다. 바로 세계여행중에 찍은 사진이다. 런던, 파리, 예루살렘 등 세계 각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세상에 저를 보내주셔서 아버님과 어머님께 감사합니다." 여행중에 이렇게 깜짝 사진 선물을 만들어 부모에게 준 아들이 대견스럽다. 박수 짝짝짝~~~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6. 5. 05:04

일전의 글[지지 않는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한 초딩 딸]에서 리투아니아에는 공동으로 지내는 어버이날이 없다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어머니날은 5월 첫째주 일요일이고 아버지날은 6월 첫째주 일요일이다. 
 
* 어머니날에 딸아이가 준 선물

지난 어머니날에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깜짝 선물을 어머니에게 주었다. 바로 예쁜 장미꽃을 직접 그려서 유리판 사이에 넣은 것이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장미꽃을 어머니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날에는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궁금했다. 


10일 전 우리 집 부엌 식탁에 진한 자주색 작약꽃이 꽃병에 꽂혀있었다. 시들자 꽃잎이 하나 둘 떨어졌다. 그런데 통에 이 떨어진 꽃잎을 누군가 담아놓았다. 무슨 용도로 이렇게 버리지 않고 보관을 하고 있을까라고 궁금했다. 그 후 여러 일이 지났다. 딸아이가 준 아버지날 선물을 보고서야 그 궁금증을 해소했다.


요가일래는 이 말린 작약꽃을 가지고 선물을 만들었다. 풀로 꽃잎을 종이 위에 붙였다. 저렇게 많은 꽃잎을 하나 하나 붙이느라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까...... 시든 꽃잎을 버리지 않고 선물로 재활용하는 초딩 딸아이의 생각과 그 준비성에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교차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5. 10. 05:20

4월 하순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도로변에 막 솟아오르는 마로니에 새싹을 보았다. 아내에 물어보았다. 

"올해도 당신 생일에 마로니에 꽃이 필까?"

"해마다 피었으니 올해도 피겠지."

"보니 지난해보다 좀 늦는 것 같은데."

"걱정마. 필 거야."

"그렇다면 저 마로니에 꽃을 생일 선물로 하고 내가 따로 꽃을 안 살 거야."

5월 6일 일요일 같은 곳을 지나갔다. 결과는 마로니에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다음날이었다. 마로니에 꽃으로 생일 선물을 대신할 거야라고 막상 선언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뭔가 허전했다.

딸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다시 잠이 든 아내 몰래 

살짝 현관문을 닫고 꽃가게를 방문했다.

무슨 꽃을 살까 망설이다가 발코니에 매달수 있는 화분꽃을 샀다. 


아내는 오후에 발코니에 나갔다가 이 낯선 꽃을 보았다.
 
"당신이 산 꽃이야? 우와 마음이 통했네. 나도 곧 이 꽃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5. 7. 09:11

우리나라는 어버이날이 5월 8일로 확정되어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해마다 변한다. 부모 모두를 기념하는 날은 없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분리되어 있다. 어머니날은 5월 첫째주 일요일, 아버지날은 6월 첫째주 일요일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 10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다가왔다.

"아빠, 침실 열쇠 어디 있어?"
"침실 열쇠는 없는데. 왜?"
"내일이 어머니날인데 내가 선물을 몰래 준비할 거야. 엄마도 침실에 못들어오도록 해줘."

이렇게 요가일래는 저녁 내내 부모 방출입을 금지시키면서 무엇인가 만들고 있었다. 어제 일요일 딸아이책가방에서 숨겨놓은 선물을 꺼내 엄마에게 선물했다.

표지에서부터 벌써 정성이 듬뿍 담겨있는 선물일 것이라는 냄새가 풍겼다. 금빛 포장지로 아주 야무지게 포장을 했다. 과연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혹시 빛좋은 개살구는 아닐까......'


파손이 쉽게 되지 않도록 비닐포장지로 한 번 더 쌌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선물은 예쁜 장미꽃 한 송이였다. 


아내도 감동먹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내 자신도 감동먹었다. 곧 시들어버릴 생생한 장미꽃보다도 영원히 지지 않는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한 딸아이가 기특했다. 아버지날 딸아이는 어떤 선물을 준비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25. 06:15

크리스마스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아침이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다.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늦도록까지 기다려보지만 산타는 끝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잠든 사이에라도 오기를 바란다. 정말 왔을까를 생각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가간다. 

아이들은 12월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에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놓는다. 만 10살 딸아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직접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썼다. 평년보다 다른 것은 봉투에 넣지 않고 모두가 읽어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헷갈리지 않도록 받고 싶은 선물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산타님, 
모든 어린이가 선물을 부탁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서 저도 부탁해요. 둘 중 선물을 결정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이젠 할아버지가 무엇을 선택할 지 결정하세요. 둘 다 정말 원해요. 하지만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크리스마 트리 밑에 이 선물을 기다릴게요.

추신: 공부도 잘하고 싶어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2. 10:36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2월초면 우리 집에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 딸이 돌아오면 작은 딸이 함께 세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 2010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트리. 올해도 곧 이렇게 세워질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면 그 밑에는 산타가 읽어볼 엽서가 놓인다. 부모는 이 엽서 내용이 궁금하지만 읽어볼 수가 없다. 이것을 읽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며칠 전 생각없이 초등학교 4학년생 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라고 물었을 때 아내는 즉각 손바닥으로 때릴 것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딸은 산타가 존재하고 선물을 준다는 것을 믿고 있다. 이 천진한 믿음을 부모가 깨트려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아내의 확고한 생각이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지난해 산타에게 쓴 딸아이 엽서가 있어 소개한다. 딸아이는 산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돈까지 주었다. 얼마나 그 선물이 받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친애하는 할아버지, 
언니와 함께 올해도 선물을 받고 싶어요. 저는 리틀펫(little pet)과 리틀펫 집을 원해요. 그리고 아주 큰 인형도 원해요. 언니는 우리가 심스(Sims game)를 놀 수 있도록 노트북을 원해요. 할아버지에게 너무 비싸지 않도록 전나무 밑에 돈(200리타스, 약 10만원)을 놓겠어요."

정성스럽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엽서를 쓰는 아이에게 선물주는 산타의 존재를 까발리면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스스로 알 때까지 놓아두는 것이 좋겠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밝혀? 말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9. 10:52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10년 주기의 생일을 중시하고 성대히 치른다. 물론 아이들은 매년 오는 생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유는 선물과 북쩍거리는 잔치 분위기 때문이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11월 5일 만 10살이 되었다.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한국에서 생일을 맞이했다. 당시 엄마는 리투아니아 집에 있었고, 아빠는 서울에서 연수 중이라 제대로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다. 

딸아이는 미리 생일 선물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달라고 부탁했다[관련글: 10살 생일 선물을 미리 사달라는 딸의 까닭]. 집에 있는 캠코더와 카메라, 그리고 카메라 기능 휴대폰 등을 장황하게 열거하면서 이 선물이 적합하지 않음을 내심 주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만 10살이니 사진 찍히기보다는 사진 찍기를 더 좋아할 나이에 이른 것 같았다. 주저했지만 결국 딸아이가 원하는 생일 선물을 사주었다.

▲ 얼마 전 덕숭궁에 찍은 사진. 꿈을 그리는 모습이라면서 딸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11월 8일 한국에서 빌뉴스 집으로 돌아와 며칠 동안 시차 적응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해오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한국에서 찍은 1000여장의 사진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생애 첫 10주년을 맞은 딸에게 디지털 카메라 한 대만 달랑 선물한 것은 웬지 허전해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찍은 딸아이의 사진을 정리해서 동영상을 만들어 선물하면 어떨까?

디지털 카메라로 출생에서 10살이 되기까지 쭉 찍은 딸아이의 사진이 5000여장이다. 결심은 했지만 막상 이 많은 사진들 중 딸아이의 성장 과정을 잘 나타내주는 사진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연도로 분류하고 각 연도마다 사진 30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당신, 소중한 시간 허비하지 말고 약속한 번역일을 해야지. 지금 제 정신이야."
"오늘이면 사진 정리를 다 끝낼 수 있을 같아."


이렇게 오늘1주일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아내의 질책에 귀를 막고 고집을 부리면서 해냈다. 동영상 속 배경 음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되었다. 딸아이가 부른 저작권이 없는 리투아니아 민요를 넣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썩 어울리지가 않았다.

아빠가 딸에게 정성을 쏟아 만들어주는 선물인데 엄마가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겠지라는 작은 기대감으로 아내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10년간 엄선된 사진을 모아 만든 동영상을 아내가 보더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감동을 받은 듯했다. 잠시 후 피아노로 가서 요가일래를 위해 지은 자신의 옛날 곡을 치기 시작했다. 동영상에 맞춰서 즉석 편곡을 해보았다. 아내는 만족할 정도가 아니라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배경 음악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dlfjg부모 합작 선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캠코더로 아내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하고 있는 동안 딸아이는 아빠가 정리한 사진을 혼자 보고 싶어했다. 녹음을 마치고 내 책상으로 돌아와보니 사진을 보고 있었야 할 딸이 없었다. 방으로 가니 딸아이가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우니?"
"이제 더 자라고 싶지 않아. 사진을 보니 어린 시절이 아주 좋았어.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울지마. 자라도 재미나고 좋은 일들이 더 많이 너를 기다릴 거야."


10살 딸아이가 동영상을 보더니 행복하고 아름다운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음에 울게 되었다. 딸에게 기쁨을 주고자 만든 동영상이 오히려 울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언젠가 330장으로 된 10년 동안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느낄 것으로 믿는다. 딸아이는 지금 곤히 잠자고 있다.


"딸아, 첫 10년의 삶은 이렇게 아빠가 정리해주었으니 앞으로 이어서 올 매 10년은 네가 정리하길 바란다. 아빠가 지어준 네 이름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해가 되어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9. 23. 05:55

큰 딸 마르티나는 지난 7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외할머니는 그 동안 고등학교 졸업할 때 주려고 적금을 들어놓았다. 이 적금(리투아니아 돈으로 2000리타스, 약 1백만원)을 타서 졸업 축하금으로 주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큰 고민없이 마르티나는 미국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금액이 조금 부족하기에 사용하고 있던 노트북까지 팔았다. 

"외할머니가 한 푼 두 푼 모아 선물한 것인데 좀 더 건설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겠니?"
"내 꿈은 미국 한 번 가보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나에겐 최고의 선택이다."

대학생이 되면 유용하게 쓸 데가 많을 것 같은데 미국 가는 비행기표에 홀랑 다써버린다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성년이니 부모 의견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외할머니가 졸업 선물로 거액을 주었으니 부모가 그냥 있을 수는 없는 노롯이었다. 그래서 졸업 축하금으로 미국 여행경비를 대기로 했다.

이렇게 보스톤, 뉴욕, 워싱턴, 나이가라 등지를 2달 동안 여행하다가 어제 마르티나가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어때?"
"집이 최고야. 그곳에 살고 싶지는 않아. 가는 곳마다 걸인에다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냄새나고, 몇 번 속임수도 당했어. 빌뉴스가 조용하고 깨끗하고 참 살기 좋다는 것을 느꼈어."
"미국 대도시에는 그럴 수 있지만 지방에는 빌뉴스보다 좋은 데가 많을 거야. 미국 간 것 후회 안 돼?"
"후회는 안 돼.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한다."



마르티나가 돌아오자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은 바로 요가일래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숙제를 마치자마자 언니를 환영할 그림을 그렸다. 어렸을 때에는 하루에도 여러 장씩 그림을 그리더니 요즘 통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도 자꾸 그려봐야 내공이 생기는 법인데 말이다.

무슨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했다. 언니가 집으로 오자 공개한 그림이 바로 아래 그림이다.
"Hi!"
"Miss you!"
"Labas!"  
"Muliu!"
"Love you!"


철자 'i'와 느낌표"!" 대칭이 눈길을 끈다. 이제 오는 일요일 언니 마르티나는 영국 유학을 위해 집을 떠난다. 둘 사이의 작별 충격이 커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 05:49

"어머니날에 헌정한 초3 딸의 시 한 편"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작은 딸 요가일래의 어머니날 선물에 대해 썼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3학년생인 큰 딸 마르티나는 무슨 선물을 했을까?

우선 토요일 이야기를 꺼낸다. 토요일 오후  마르티나는 어디론가 가서 저녁 무렵에 돌아왔다. 

"주말인데 공부 좀 하지!!!"
"오늘 벌써 4시간 공부했어."
"그래도 이제 한 달 후면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있잖아!"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주말에는 쉬고 싶어."
 
이렇게 대화가 끝났다.
늦은 저녁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마르티나는 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또 어딜 나가니?"
"오늘 자고 올 거야! 친구들 하고 포커치면서 파티하기로 했어."
"졸업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우리가 학비를 대줄 마음이 생기겠니?!일단 열심히 하는 것이 좋잖아!"
"공부시간과 시험성적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아!"

지난해 마르티나가 만 18세 성인이 된 후부터 우리 집의 잦은 대화 풍경이다. 미성인일 때는 우리 부부가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성인이 된 후부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부모을 조언자보다 방해꾼으로 여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고3인 마르티나가 댄스클럽을 가거나 외박을 해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단지 "조심해서 다녀와! 데려다 주는 친구가 없으면 택시타고 와!"라고 말할 뿐이다. 그렇게 토요일 밤 마르티나는 집에 있는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외박하러 친구집을 갔다.  

어제 일요일 어머니날이었다. 뜻밖에 마르티나는 오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꽃 송이와 어제 가져간 포도주 병을 들고 들어왔다. 이것을 엄마에게 어머니날 선물을 주었다. 포도주 병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은 한 바탕 웃었다. 휴지로 포도주 병을 막았고, 그 안에는 다 마시지 않은 포도주가 남아 있었다. 

"우와, 이 포도주 정말 좋은 선물이다!!!!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어젯밤 아주 건전하게 보냈겠구만!"
 

* 꽃과 마시다 남은 포도주가 어머니날 선물 

남은 포도주를 다시 집으로 가져올 생각을 다 하고, 또한 이것을 어머니날 선물로 줄 생각을 한 마르티나의 재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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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1. 3. 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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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표면적으로 남성이 여성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다. 사실 이 날의 탄생은 여성의 인권 등 정치적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의 시작 (출처: 위키백과)
자본주의 체제는 여성들에게 남성보다 가혹한 조건을 요구했고, 여성 노동자들의 불만이 1857년 미국의 뉴욕 시에서 처음으로 폭발한다. 이때 방직, 직물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일으켰고 이는 곧 경찰에게 공격받고 해산되었다. 2년이 지난 1859년 3월, 이 여성들이 최초로 그들의 노동 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이후 1908년 2월 28일 미국에서 여성들의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때 15,000명이나 되는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 단축, 임금 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뉴욕 시로 행진하였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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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누리꾼의 3월 달력. 여성의 요구 사항이 많아서인지 화살표가 8을 덥고 있다. "건너띄기" (source)

여성의 날 전야에 아내가 익일이 여성의 날임을 상기시키자 "꽃을 사면 금방 시더니, 사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를 못해."라고 응했다. 만약의 경우에 꽃을 선물하지 못해도 화내지 말 것을 부탁하는 나의 암시였다.

이 날 아침 딸아이를 학교에 등교시켰다. 가는 길에 빌뉴스에서 가장 큰 꽃시장이 있다. 도로 양 옆에는 많은 차들이 비상 깜박이를 켜놓고 서있었다. 이 날이 꽃 선물하는 날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딸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꽃을 살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여기저기 튤립 꽃 송이를 한 다발씩 들고 가는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 사는 데 낭비했다고 아내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늘은 예외이겠지......

발걸음으로 꽃집으로 향했다. 꽃 송이를 살까, 화초를 살까 잠시 고민을 했다. 며칠 후면 버려야 할 꽃 송이보다는 화초를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리 집 여성이 셋이니 세 그루를 사되 꽃 색깔이 각각 다른 것을 샀다. 각자의 방에 화초를 놓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여성 식구들로부터 감사의 뽀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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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날 선물로 구입한 화초

"오늘은 여성의 날이니 남성이 커피 타고, 점심 하고, 그릇 씻고......" 아내는 주문사항을 읊기 시작했다.

"당신, 오늘 왜 남자가 꽃을 선물하는 지 알아?"
"당연한 것을 왜 물어?"
"바로 그런 주문사항을 하지 않으려고 꽃을 선물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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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1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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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초등학교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가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깨끗한 A4 종이를 막 구겼다. 일전에 종이를 구겨버린 딸아이와의 언쟁이 떠올랐다(관련글 읽어보기 ->).

"종이를 왜 구겨? 아빠에게 벌써 혼났잖아."
"알아."
"그런데 또 구겨? 종이를 사랑해야지."
"이렇게 다시 펴면 되잖아!"

그리고 딸아이는 이 구겨진 종이 뭉치를 들고 식탁이 있는 부엌으로 가버렸다. 어제 16일은 여권상 내 생일이다. 우리 집 식구들에게 내 생일은 3개로 알려져 있다. 먼저 주민등록부에 적힌 2월 16일이다. 이는 음력 생일을 적은 날짜이다.

당시 양력 생일은 3월 21일, 춘분이다. 이것이 두 번째 생일이다. 그리고 해마다 음력 2월 16일에 해당하는 양력일이 세 번째 생일이다. 한 때 재미삼아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치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3월 21일을 진짜 생일로 하기로 정했다.

그래도 2월 16일이 되면 식구들로부터 축하의 말을 듣는다. 더구나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가 1918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의미있는 국경일이다.

어제 16일 딸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자 편안하게 아침 늦게까지 잠에 빠졌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딸아이가 먼저 깨어났다. 얼마 후 딸아이는 난데 없이 구겨진 종이 뭉치를 내 쪽으로 던졌다.

"야, 어떻게 종이 뭉치를 아빠에게 던질 수 있니?"라고 하면서 더 이상 잠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주워서 한번 펼쳐봐!"라면서 아내가 말했다.

구겨진 종이는 마치 헝겊이 된 듯했다. 조금씩 펼쳐보니 글자가 나타났다. 바로 딸아이가 "가짜 생일"이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선물을 만들었다.

위에는 한국어(로마자), 영어, 리투아니아어로 글을 썼다.
 
Apa(아빠),
nan(난)
norl(너를)
adzu(아주)
saranghe(사랑해).
Naeso(나에서)
10000000
popo(뽀뽀)
pada(받아).


Daddy,
you
are very
awesome!
I love you
very very
much.
10000000
kisses
from
me to
you
Tėti,
aš tave
labal labai
myliu.
10000000
bučiukų
tau
duodu.




그 밑에는 Happy b-day to you!
그 밑에는 내가 요즘 읽고 있는 "한권으로 읽는 史記", 늘 일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가 그려져 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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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종이 뭉치라고 무시해 버리고 막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면 딸아이가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

"왜 종이를 구겨서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
"재미있어라구"

* 관련글: 종이를 구겨버린 딸아이와의 언쟁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8. 9. 12:19

한 2주일 동안 "나 홀로 집" 생활을 했다.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가장 신난 일은 클라이페다 해수욕장을 다녀온 일이다. 사실 빌뉴스에서 바다를 다녀오기란 쉽지가 않다. 바다를 가려면 약 350킬로미터 거리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일년에 여름철 한 번 정도 다녀오는 것이 고작이다. 떨어져 있는 동안 보고 싶었다. 드디어 지난 토요일 엄마와 함께 돌아왔다.

"아빠,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얼마나?"
"집으 떠날 때 아빠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차 안에서 펑펑 울었어."
"그래?! 떨어져 있어도 생각하면 같이 있는 거야."

"아빠, 내가 바다에서 선물을 가져왔어."
"뭔데?"
"비밀이야. 보면 안돼."

이렇게 딸아이는 욕실문을 닫고 뭔가를 씻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빠를 방으로 불렀다. 요가일래가 가져온 선물은 바로 해변에서 주운 돌이었다.

"저 돌을 주우면서 얼마나 아빠를 생각했을까!" (요가일래는 아빠 이름이 '큰 대', '돌 석'임을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특히 하트 모양, 그리고 일원상 형태의 돌을 찾았다고 했다. 내가 다 바다를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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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살색으로 변한 요가일래 열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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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욕장에서 가져온 요가일래의 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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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원형 돌 윗부문에 타원형 줄무뉘가 일원상을 닮아서 주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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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를 닮아서 주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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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는 듯해서 주웠다고 한다.

* 최근글: 다리가 귀걸이를 한 특이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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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31. 06:01

5월 22일 리투아니아 사람 처조카의 결혼 피로연이 열렸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피로연이 열리는 대저택으로 이동했다. 이어 신랑신부가 대저택 곳곳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동안 하객들은 그늘진 곳에 위치한 탁자에 둘러앉아 포도주 등을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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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 저녁 만찬을 기다리는 동안 하객들을 위한 신랑신부의 배려가 돋보였다. 마술사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가 마술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린이 하객들이 아주 좋아했다. 옆에서 마술사 행동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마술의 비밀을 캐보고자 했으나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역시 마술사는 마술사이구나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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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기쁨을 준 것은 캐리커쳐였다. 피로연에 화가 두 명을 초대했다. 이들은 각각 다른 풍의 캐리커쳐를 그렸다. 종종 거리나 광장 등에서 캐리커쳐 화가를 만나면 캐리커쳐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늘 포기한다. 하지만 이번 피로연에서는 시간도 많았고, 또한 화가에 대한 모든 수고비는 신랑신부가 부담했다. 그래서 대부분 하객들이 기분 좋게 화가의 모델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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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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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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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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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

결혼식에 결혼선물을 주는 데에만 익숙해 있는데 이렇게 선물을 받으니 감동적이었다. 만찬을 기다리는 동안 하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또한 캐리커쳐 선물까지 받아갈 수 있게 배려한 신랑신부에게 감사한다. 이 캐리커쳐를 통해 신랑신부의 결혼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 최근글: 피로연에서 아빠를 고자질한 얄미운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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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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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처조카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한 동안 선물 선택을 궁리했다. 아내는 가까이 놓아두고 오래 동안 생각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선택하자고 했다. 하지만 딱 부러지게 무엇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누구로부터 초대를 받거나 누군가 기념일을 맞으면 무슨 선물을 할까가 제일 고민스럽다.

5월 7일 아내가 생일을 맞았다.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글에서 아내 생일 선물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등교하는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꽃집을 들렀다. 아내의 평소 지론대로 꽃보다는 나무를 사기로 결심했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이날 구입한 장미나무는 막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거실 탁자 위 장미나무 쪽으로 쳐다보았다. 꽃망울이 예쁘게 피어나 있는 것을 보자마자 아내를 불렀다.

"빨리 와봐. 여기 당신을 위한 꽃이 있어."
"우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내가 생일선물을 잘 골랐지."
"최고야!"
라며 아내는 볼에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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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나무를 선물했더니 아내의 생일 선물 기쁨은 지금도 지속된다.

5월 7일 장미나무 선물에 아내는 기뻐했고, 이날은 꽃이 피어난 것에 대해 기뻐했다. 만약 생일에 나무가 아니라 꽃송이를 샀더라면 한 일주일 후면 시들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장미나무를 샀더니 2주일 후에 핀 꼿으로 생일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내년에는 (선물을 안 사고) 여기 피는 꽃으로 할 거야."
"가계살림에 도움되니 오히려 좋지."  
 

* 관련글: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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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5. 10. 05:26

요즈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풀밭에 가득 찬 민들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원 풀밭, 거리 풀밭, 들판 풀밭 어디를 가나 초록색과 노란색의 아름다운 조화를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 민들레꽃으로 화관 만들기를 즐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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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를 꺾으면 우유빛 같은 흰 즙액이 나온다. 리투아니아어로 우유는 "pienas: 피어나스"이고, 민들레는 "piene: 피에네"이다. 아마 이 우윳빛 액체 때문에 그렇게 불리어질 것 같다.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 기자들 모임을 다녀왔다. 이때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 참석자로부터 민들레꽃 화관 만드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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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렸을 때도 민들레꽃으로 화관을 만들었어?"
"아니."
"그러면 한국 사람들은 모르겠네."
"아마도."
"그럼 내가 만드는 법을 알려줄테니 블로그에 올려."



이렇게 해서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드는 법 한 동작 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1. 민들레꽃 한 송이를 밑에 놓는다.
2. 그 위에 다른 한 송이를 얹고 줄기 밑부분을 잡고 밑에서 두 꽃 사이로 올린다.
3. 이 방법으로 계속 민들레꽃을 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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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을 꺾는다는 점에 주저되고 부담스럽지만 이 민들레꽃으로 화관을 만들어 연인이나 친구 혹은 어머니나 딸아이 머리에 얹어주는 것도 해봄직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5. 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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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아내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에게 올해는 각자가 엄마 생일(5월 7일) 선물을 준비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초등학생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방으로 불려 귓속말을 했다.

"내일 아침엔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빠와 함께 학교에 가자."
"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에서 너가 꽃을 정하면 아빠가 돌아올 때 사서 엄마에게 선물할 거야."

요가일래는 보통 7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학교로 간다. 아침 7시 20분경 누군가 아파트 입구 현관문을 열기 위해 숫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른 아침에 우리집을 방문할까? 코드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일 텐데 말이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큰 딸 마르티나였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꽃집에서 가서 꽃을 사가지고 왔다. 엄마에게 생일 축하를 하고 학교로 갔다. 예기치 않게 꽃선물 주기에서 순서를 빼앗긴 요가일래는 입이 토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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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선물한 노란 장미꽃

"엄마, 나 꽃선물 안 할래!"

요가일래와 함께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을 들렀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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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선물한 장미나무 (내년에는 필 꽃으로 대신하니까 지출 절약 ㅋㅋㅋ)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는 길에 장미나무를 사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학교로 향했다.

"아빠, 그런데 장미나무는 아빠가 사고, 나 이름으로 튤립을 사줘. 노란색이 예쁘니까 노란 튤립을 사줘."
"너 엄마에게 꽃선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잖아?"
"그렇지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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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이름으로 선물한 튤립꽃 세 송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장미나무와 노란 튤립꽃 세 송이를 구입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오후 1시에는 혼자 집에 돌아와야 할 요가일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걱정이 되었다. 한 15분 늦어서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손에는 카네이션꽃이 쥐여있었다.

"아침에 벌써 아빠가 너 이름으로 노란 튤립꽃을 선물했는데. 왜 또 샀니?"
"직접 사서 선물하고 싶었어."
"그런데 너 돈이 없었잖아?"
"친구에게 빌려서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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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직접 구입한 카네이션꽃

꽃선물 순위에서 밀려나 꽃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요가일래는 선언했지만, 그래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아빠에게 노란 튤립꽃을 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직접 사서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친구에게서 돈까지 빌려서 카네이션꽃을 사왔다.

학교 수업 내내 꽃선물과 돈을 빌릴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사람은 돈을 빌리는 데 익숙해서는 안 된다는 훈계를 할만도 하겠지만 이날만큼은 요가일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기쁘게 딸아이의 꽃선물을 받았다. 한국의 어버이들이 받는 카네이션꽃을 선택해 더욱 의미를 더해 주었다.

"월요일에 돈 갚는 것을 잊지마."
"알았어." 

* 최근글: 막대기를 이용해 먹이를 꺼내 먹는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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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6. 06:49

며칠 전 우체국에서 소포가 왔다라는 통지서가 왔다. 특별히 올 때가 없는 데 소포가 왔다니 궁금했다. 누가 보냈을까...... 우체국에서 날라오는 통지서에는 수신자와 발신국가 그리고 무게가 적혀있고, 발신자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래서 소포를 받아야 그때서야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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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받자 금방 알 수가 있었다. daum이 적힌 접착제띠가 말해 주었다. 발신자는 다음-티스토리였다. 지난 해 티스토리 달력 응모 때 달력 수신자로 선정되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선정되었어도 외국에 살고 있으니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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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벌써 4분의 1이 지났지만 예쁜 달력은 방을 장식하면서 일정을 기록해는 데 유익하다. 우리집 식구들 각자가 자기 방으로 달력을 모셔가려고 했지만 결국은 아빠 방에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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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매끈한 명함도 참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임시연락처가 기재가 된 것이 흠이었다. 하지만 수정한 전화번호를 넣은 스티커를 붙이더라도 멋있다라는 소리를 듣기에는 손색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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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을 시간대로 기재할 수 있는 길쭉한 수첩도 마음에 들었다. 하드카버로 되어 있어 헐렁한 가방 속에서 구겨지 않아서 좋다. 특히 오른쪽 하단에 티스토리 로고와 함께 개별 블로그 주소(blog.chojus.com)가 기재되어 있어서 만든이의 정성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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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달력 사진 응모에 해서 사진 당첨은 되지 않더라고 이런 선물은 꼭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해외까지 정성스러운 선물을 보내준 티스토리에 감사한다.

* 관련글: 어머니를 위해 시낭송과 노래하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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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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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한국 친척으로부터 요가일래는 아름다운 스티커를 많이 받고 아주 행복해 했다. 그런데 한국 스티커를 탐낸 친한 친구로부터 한 순간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사시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요가일래에게 스티커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편지를 했다. 수고스럽게 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성의도 고맙고, 또한 요가일래도 궁금할 것 같아 주소를 알려주었다. (▲ 초코파이도 선물 받은 요가일래) 

* 관련글: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한국 스티커 때문에 폭로협박에 눈물 흘린 딸 

그 후 시간이 흘렸다. 14일 소포가 왔다는 우체국 통지서가 왔다. 한국에서 3월 29일 우체국 소인이 찍혔다. 약 2주만에 항공으로 리투아니아에 소포가 도착했다. 스티커를 보내준다고 해서 조금 큰 편지봉투가 도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우체국에 가니 봉투가 아니라 소포였다. 소포는 커다란 상자였고, 무게가 7.4kg이나 나갔다.

집으로 가져와서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소포를 열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이 있어 외출을 해야 했다. 요가일래에게 "아빠가 돌아오면 같이 열어보자! 그 동안 열지마."라고 말한 후 집을 나섰다. 밖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빠, 지금 엄마와 언니하고 같이 집에 있어. 너무 궁금해. 소포를 열어도 돼? 제발!"
"너에게 온 소포이니 너가 결정해."
"야후~~~, 아빠 최고야! 고마워."

 
얼마 후 요가일래에게 전화했다.
"선물이 많아?"
"아~~~주 많아."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으니 빨리 집으로 와. 알았지?"


아파트 입구문에 들어서자 우리집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요가일래가 몹시 가다렸음을 말해주었다. 요가일래는 "아빠, 눈 꼭 감아. 보면 안 돼."라고 하면서 아빠를 소포 상자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아빠, 자 이제 눈 뜨도 돼."

상자 옆에는 비닐 봉지로 덮여진 선물들이 쫙 깔려 있었다. 요가일래는 하나 하나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학용품, 색종이, 연필통, 지우개, 볼펜, 신발주머니, 귀보호대, 스티커, 초코파이, 자유시간, 사발면, 라면, 김, 미역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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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비닐 봉지로 덮어놓은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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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을 하나하나 꺼내 설명해주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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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커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1열에 하나만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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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커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학용품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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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김, 미역, 심지어 짜장까지 선물을 해주었다.  

전혀 알지 못한 그저 블로그 글과 댓글을 통해서만 알게 사람으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다니 정말 놀랐다. 스티커만 생각했는데 이렇에 온갖 물품, 특히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물건들을 보내주다니 우리 가족 모두는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한국인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베푸는 민족이다."며 몹시 감동했다. 요가일래는 친구들에게 무엇을 나눠줄까 고민하고 있다. 소포를 보내주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최근글: "엄마를 사랑해야지"라고 경고하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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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4. 2. 10:58

리투아니아의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는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는 상품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름을 성인 이름이나 역대 유명인 이름
혹은 자연에서 따온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이슬, 해, 불, 전나무 등등
그래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후
담임선생님이 일괄적으로 마련한 상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물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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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겁에는 학급 아이들 이름이 모두 적혀 있어 물을 마시면서
이들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는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최근글: 유럽에선 이렇게 부활절 달걀을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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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22. 07:11

한 웹사이트에 공개된 개인신상 정보를 보고 세계 각지에서 여러 친구들이 생일축하를 해온다. 이 날이 바로 2월 16일이다. 이 날은 특히 리투아니아 독립기념일과 겹쳐 사람들이 만나기에 편한 날이다.

2월 16일은 여권상 생일이고, 음력일이다. 그래서 해마다 바뀐다. 태어난 해 2월 16일은 양력으로 3월 21일이다. 리투아니아 초기 생활에 아내 형제들이 가까이 살았을 때 한 해에도 3번이나 생일을 치러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이 셋 중 어느 하나도 챙기지 못한 해도 있다.

2월 16일 어떤 이유로 챙기지 못하면 음력 생일 혹은 양력 생일이 아직 남아있으니 그 때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그 날도 일이 생겨 못하면 뭐 벌써 생일이 지났는데 해서 뭐하겠나라는 심정으로 넘어간다. 생일 3번이니 친척들도 어느 날에 찾아와야 할 지 고민스럽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손님들을 초대하지 않을 경우 거창한 생일잔치는 없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아도 생일에는 가까운 친척은 방문을 하기도 한다. 이 때는 그냥 간단한 음식을 놓고 술을 마신다. 이제 생일은 3월 21일로 자연스럽게 굳어지고 있다.

오는 30일 큰 딸이 만18세 성인을 맞는 날이라 두 생일을 합쳐서 28일 친척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아침에 식구들로부터 생일축하 입맞춤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는 연초에 식구들 생일을 달력에 기록했다. 20일 밤 요가일래는 느닷 없이 아빠에게 와서 물었다.

"아빠, 아빠가 제일 먹고 싶은 과일이 무엇이지?"
"이제 봄이 오고 있으니 빨갛게 익은 딸기가 먹고 싶네. 그런데 왜?"
"그냥. 그럼, 안녕!"


이렇게 하고 딸아이는 밤인사를 하고 헤여졌다. 21일 아침에 일어나 침실로 갔다.

"아빠, 눈 감아!"
"왜? 빨리 감으세요."
"자, 이제 눈 떠!"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아래 그림이었다. 딸아이는 이 날 밤 11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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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먹고 싶은 과일 이름을 딸아이가 물은 이유가 드러났다. 바로 딸기 케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5단 딸기 케익 그림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듯했고, 햇님이 축하 삐삐를 불러주기까지 하니 마음이 절로 즐거웠다. 아래는 1년 전인 2009년 생일에 딸아이가 그려서 준 생일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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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 최근글: 한국 동요 노을을 외국어로 번역해보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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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살면서 겨울철에 제일 그리운 것이 바로 한국식 온돌이다. 따뜻한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 속에서 들어가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달콤한 맛을 안 본 지도 오래되었다.

유럽의 난방은 대부분 라디에이터이다. 창문 밑 벽에 가로로 길쭉하게 설치되어 있다. 중앙난방인 우리집 복도에는 집높이 중간에 걸어놓은 온도계가 있다. 겨울철에는 바깥온도와는 무관하게 보통 20도를 가르키고 있지만 바닥은 이 보다 온도가 더 낮다.

양말 한 벌을 싣고 신으면 특히 발목에서 한기를 을씬 느낀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양말 두 벌을 신고 실내화까지 신으면서 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실내화 대신 틀실로 짜서 만든 덧신을 신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은 긴긴 겨울밤에 털실로 덧신을 만들어 신기도 하고 선물이나 팔기도 한다.

지난 주말 친척의 장례식 참석차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도시를 다녀왔다. 갈 때마다 장모님이 텃밭에서 재배한 양파, 마늘, 당근, 양배추, 사과 등을 푸짐하게 받아온다. 이번에는 부수적으로 선물 하나를 더 받았다. 이 선물이 바로 털신 덧신이다. 사위, 딸, 손녀들 모두에게 직접 짠 털신 덧신을 주었다. 이렇게 장모님표 털신 덧신으로 남은 겨울을 몸과 마음 모두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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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가 직접 짠 털실 덧신을 신고 있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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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털신 선물 받았어!"라고 끼어드는 아내의 왼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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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님표 덧신으로 따뜻하게 겨울나기하는 초유스의 두 발

"장모님, 털실이 너무 쉽게 닳아서 한 철 밖에 신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쉬워요."
"이보게, 걱정하지마! 내년에도 또 짜줌세."


* 최근글: 주사위 1만 4천개로 만든 모자이크 얼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1. 26. 07:43

한국에 살았을 때 참으로 모임이 많았다. 같은 단체에서도 취미별 모임도 많았다. 때로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하는 모임이 있었다. 모임의 연속이었다. 해외에서 살다보니 이런 모임이 거의 없다. 일 끝나고 친구들이나 동호인들이 어디에서 모여 한 잔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이다.

모처럼 저녁모임에 다녀왔다. 6개월만이다. 빌뉴스에 거주하는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모임이다. 30-40대가 주축을 이루는 모임이다. 매주 월요일에 모인다. 지난 주에 모임의 새로운 임원진을 뽑았다는 소식과 함께 부회장 집에서 모임이 열린다고 했다.

영하 18도의 날씨여서 좀 주저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밧데리 방전을 막기 위해 한 20분 동안 차 시동을 걸어놓아야 하니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다. 늘 그렇듯이 손님으로 갈 경우 무엇인가를 가지고 간다. 추운 날씨에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물건 중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고 아내가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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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물건을 골랐다. 먼저 알로에이다. 플라스틱병에 "Product of Korea"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리투아니아 슈퍼마겟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한국산 음료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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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귀한 소주이다. 아내가 소주에 대해서 리투아니아인들에게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단골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알콜 도수 20도밖에 안되는 소주를 서너 잔 마시고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하하하 웃음과 재잘거림이 끝이 없더라"이다. 이는 알콜 도수 40도 보드카를 서너 잔 마시고도 과묵한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아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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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물건은 목욕수건이다. 한국에 처음 갔을 때 아내는 이 목욕수건에 아주 반했다. 얇지만 안에 손을 넣고 몸을 씻고 난 후 느끼는 개운함은 그 동안 사용한 어떤 목욕수건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갈 때마다 사와서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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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르다보니 공교롭게도 물건 세 개가 다 녹색이다. 녹색은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색이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소주와 알로에는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었지만, 목욕수건은 두 장이라서 새 임원진 두 명에게만 줄 수 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 왈: "다음에도 목욕수건 선물을 준다면 나도 임원 후보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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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09. 12. 26. 08:02

몸에 지니고 있는 현금이 많거나 귀중품이 있을 때 사람들이 많은 붐비는 곳에서는 늘 위험을 느낀다. 가방에 넣자니 날치기나 소매치기가 언제 닥칠 지 불안하다.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례투보스 리타스 12월 24일자 기사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성탄과 새해 선물로 나폴리에서는 특수 여성용 팬티가 화제를 모우고 있다. 아시다시피 나폴리는 소매치기의 수도라 할 만큼 소매치기가 극성이다. 

"예전에 여자들은 돈을 브라자에 감추었다. 하지만 현대적 유행으로 이 비밀금고는 더 이상 안전하지가 않다. 그래서 팬티에 관심을 돌렸다. 팬티 앞면에 돈이나 귀중품을 넣을 수 있는 특별 호주머니를 만들게 되었다."라고 이를 만든 지오바니 디 마우로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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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나폴리에 호주머니 달린 여성용 팬티 등장 (례투보스 리타스 기사 촬영)

현재 한국돈으로 2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이 팬티는 저렴한 가격과 유용함으로 나폴리 여성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에는 특별 주머니를 지닌 남성용 팬티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1990년 처음으로 유럽으로 올 때 팬티 속에 호주머니를 만들어주신 어머님이 떠올랐다. 당시는 인터넷 뱅킹도 없었고, 신용카드도 없었다. 장기간 해외여행 경비를 현금으로 몸 속에 지녀야 했다. 가장 안전한 장소가 바로 팬티 속이라 여기고 그 안에 헝겊을 대고 호주머니를 만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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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헝겊으로 팬티에 호주머니를 만든다.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에는 지금도 팬티에 호주머니를 만든다. 현금이나 카드들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이다. 헝겊으로 직접 깁는 것도 좋지만 팬티가 좀 볼품이 없다. 남성용이 출시된다면 아내에게 선물로 하나 부탁해도 좋을 법하다.

* 최근글: 차가 견인되는 데 사진찍는 남편에 울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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