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2. 1. 17. 07:47

지난 일요일 갑자기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가 새로운 공책을 가지고 아빠에게 다가왔다.

"아빠, 우리 한글 공부하자!"
"좋지~~~"
"무엇을 쓸까? 한글 철자를 한번 쓰보자. 아빠가 ㄱ, ㄴ, 아, 야를 쓰면 내가 다 만들어볼게." 

딸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하고는 항상 한국어만 사용한다. 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읽고 쓰는 데에는 많이 서툴다. 

언어교육에는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 쵀대한 도와주는 것으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어제 월요일 딸아이는 하루 종일 바쁘게 보냈다. 학교에서 3교시 수업만 마치고 조퇴했다. 발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잠자기 전 "아참, 오늘 한글 공부을 잊었네."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무엇을 하면 될까?"
"네가 좋아하는 한국 동화가 뭐지?"
"그야 흥부와 놀부 이야기지."
"그럼, 흥부와 놀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쓰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네."

이렇게 딸아이는 책쓰기를 시작했다. 

"아빠, 오늘은 피곤하니까. 한 줄만 쓰고 잘게."
"그래라."

▲ 자발적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 공부를 시작한 딸아이 글씨   

얼마 후 딸아이는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한글이 아주 예뻐. 그리고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내가 정말 정말 행복해. 내가 한국말을 공부하니까 아빠도 행복하지?"
"그럼, 아빠도 하늘만큼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에겐 말하지 마!" 
(아빠 나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 리투아니아인 엄마가 듣기에 거북할 것 같다고 딸아이가 지레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데 말이다.) 

아직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딸아이가 정말 흥부와 놀부 책을 끝까지 베껴 쓴다면 깜짝 선물을 주어야겠다.

* 최근글: CNN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의 절경지 50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1. 13. 06:01

유럽인들 사이에 살다보면 흔히 접하는 질문사항 중 하나가 언어이다.
"한국어는 중국어나 일본어와 어떻게 다른가?"
"폴란드어 사용자가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듯이 배우지 않아도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나?"
"한국어는 표음문자냐, 아니면 표의문자냐?"
"한국어는 어떻게 생겼나? 내 이름을 써줄 수 있나?"

아시아 사람들은 문자를 보면 어느 것이 한국어이고, 어느 것이 일본어이고, 어느 것이 중국어인 지를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 것이다. 이 세 나라 언어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구별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궁금해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에 널리 펴져 있는 "아시아 언어 구별을 위한 빠른 지침"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한국어는 
 - 원이나 타원이 많다. 
 - 직선이 많다.
 - 마치 기호가 얼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어
 - 기호가 곡선이고 귀엽다.
 - 기호가 아주 단순하다.
 - 중국어가 많이 차용되어 있다. 

중국어
 - 문자가 모두 크고 무섭다(복잡하다).

초성 중성 종성이 한 데 묶여 있는 한국어 글자가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설명이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13. 08:04

그 동안 네 식구가 부딛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와 단 둘이 지니고 있다.  큰 딸은 영국으로 유학가버렸고, 아내는 지금 인도 델리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아침 7시 딸을 깨워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을 보내는 일은 힘들지 않다. 하지만 뚝 떨어진 바깥온도를 보고 옷을 더 따뜻하게 입히려고 하는데 딸이 이를 거절하면서 생기는 실랑이는 괴롭다.

아내는 연일 딸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히라고 편지로 지시한다. 하지만 딸은 이제 멋을 부릴 시기가 되었는지 두툼한 것보다는 날씬한 것에 고집을 부린다. 적어도 딸아이에게는 윽박지르는 것을 싫어하는 체질이라 궁색하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종용해본다.

제일 힘든 일은 딸아이를 혼자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다. 일 때문에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두 서너 시간 딸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다. 이런 경우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쪽지로 의사소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둘 다 휴대폰은 한글이 없다. 한국말을 소리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한다. 한 마디로 딸아이가 표현한 한국말은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몇 가지 쪽지를 공개한다. 밤에 아이팟으로 찍은 것이라 선명하지 않음에 양해를 구한다.

▲ Apa nega bolso džibe wanda. Islkoja?
   
아파 네가 볼소 지베 완다. 이슬코야? (아빠 내가 벌써 집에 온다. 있을 꺼야?)

▲ Bagu innde apaga bogušipči
   바구 인느데 아파가 보구쉽치 [(TV)보고 있는데 아빠가 보고싶지.] 

▲ Nega  džibe itagu malhegušiposo.
   네가 지베 이타구 말해구쉬포소 (내가 집에 있다구 말하고 싶어서.) 

▲ Bolso  džibe wa! Musowo...
   볼소 지베 와! 무소워...(벌써 집에 와! 무서워...] 

이렇게 한국말로 쪽지를 보내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오히려 더 정확게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엉성한 한국말로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딸아이는 예외없이 아빠하고는 죽이든 밥이든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저절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말 읽기와 쓰기가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라 여겨진다. 이번에 한국을 같이 방문할 때 길거리 간판들을 보면서 한국말 읽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8. 17. 05:16

최근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사진 한 장이 흥미로웠다. 내용은 시조였다.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는 서진석 교수이다.

사진은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중급반 학생이 한국어로 적어낸 시조을 담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도 어려운데 시조까지 배우다니...... 가르치는 사람도 대단하고 배우는 사람도 대단하다.  

시조는 고려 중엽에 발생한 우리나라 전통시의 하나로 특히 조선시대에 유행했다. 시조는 초장(3, 4, 4 혹은 3, 4), 중장(3, 4, 4 혹은 3, 4), 종장(3, 5, 4, 3)으로 구성되어 있는 정형시이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여대생이 지은 시조이다.

* 글쓴이: Lineta Gvazdauskaitė (니네타 그바즈다우스카이테) * 사진출처: 페이스북

한국어 공부해요. 어려워요!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요. 선생님이 설명해요.
문화가 재이있어요! 눌리워요! ㅋㅋㅋ

"눌리워요"는 "놀라워요"으로 여겨진다.

내용의 문학성은 간과하더라도 세 줄을 나눠 음절을 맞추느라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종장의 마지막 음절 "ㅋㅋㅋ"가 돋보인다.

에스페란토로 배우기 시작한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를 에스페란토로 가끔 지어본다. 한국의 정형시 시조도 시를 좋아하는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관련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4. 15. 06:03

현재 리투아니아에서는 두 대학교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먼저 시작한 대학교는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인 카우나스에 소재한 비타우타스대학교이다. 이곳에는 2008년 9월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사 강좌가 열리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빌뉴스대학교이다. 이 대학교는 2010년 9월부터 주말학교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어학 프로그램은 빌뉴스대학교 동양학센터가 정식으로 개설한 강좌이다. 현재 고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10여명이 유료로 수강하고 있다. 두 대학교 모두 서진석 교수가 강의를 맡고 있다. 빌뉴스대학교는 1579년 세워져 동유럽에서도 역사가 깊은 대학교 중 하나이다.

15년 전 빌뉴스대학교는 여러 해 동안 한국어를 가르쳐왔다. 당시 강성은 선교사가 강의를 맡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의 전반적인  대학교육 재정 사정으로 유료로 전환함으로써 수강생 부족으로 맥이 끊어졌다. 근래 세계적인 한류 현상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어 강좌가 부활되었다. 

일전에 한류 클럽 '한-빌뉴스' 결성식에 참가차 이 동양학센터를 방문했다. 발다스 부소장은 "앞으로 한국학이 빌뉴스대학교에서 선택과목이 아니라 학사과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한다. 향후 2-3년 안에 이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어 수업 광경도 지켜보았다. 수강생 중 대학생인 카멜레는 "빅뱅 때문에 한국어로를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산드라는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말했다. 외교관인 잉가는 "한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는 각각이이지만, 배우는 열의만큼은 모두 한결 같았다. 

이날 수업 광경을 동영상에 담아보았다. 이제 한국어를 배운 지 6개월인 이들의 한국어 일기 실력이 어떤지 한번 귀담아 들어보시길 바란다.  


인구 3백만명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 이렇게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열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동으로 다가온다.   

* 관련글: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빌뉴스 한류 학생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4. 13. 08:07

지난해부터 한 프랑스인 에스페란티스토가 종종 편지를 보내온다. 내용은 간단한 한국어 문장을 묻는 것이다. 그의 동기는 간단했다. 자기가 참석하는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 회원 중 한 사람이 한국인이다. 그는 이 사람을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한국어 문장을 몰래(?) 배우고 싶다고 했다.

 * 한글로 쓴 자신의 이름을 받고 기뻐하는 리투아니아 여대생들

그렇게 해서 에스페란토를 매개어로 해서 그에게 몇 차례 한국어 문장을 가르쳐 주었다. 이 덕분에 그는 그 한국인과 더욱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물론 이들은 프랑스어로 문제없이 대화할 수 있지만 이러한 그의 작은 노력이 상대방의 모국어에 관심과 존경을 조금이나마 표현하는 것이다.

얼마 전 그는 "당신은 어디로?"라는 번역 프로젝트 문장을 부탁했다. 간단하지만 여러 언어로 번역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였다.  

- Kien vi?
- 당신은 어디로?    dangŝinun odiro

- Ĉu vi estas koreano ?   (mi preferus: ĉu vi estas koreo?")
- 당신은 한국인이세요?   dangŝinon hangukinisejo

- Ĉu vi parolas la korean? 
- 당신은 한국말을 해요?  dangŝinon hangukmalul hejo

- Kien vi deziras iri?
-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어요?  dangŝinon odiro gago ŝipojo 

- Ĉu mi povas helpi al vi ?
- 제가 당신을 도와줄까요?  ĝega dangŝinul doŭaĝulkajo

- Mi povas helpi al vi.
-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ĝega dangŝinul doul su itsojo

- Antaudankon por via helpo.
- 당신 도움에 먼저 감사해요. dangŝin doume monĝo gamsahejo


여러 가지 바쁘다는 것을 빌미로 삼아 편지 답변을 늦추는 경우도 있지만, 그의 한국어 문장 부탁 편지에는 즉각 답을 해준다. "우와, 답이 빨라 놀랐어."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기쁨은 그가 한국어 문장을 익히는 기쁨에 견줄만 할 것 같다.   

 
위 동영상은 자석출판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짜맞춰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록 이렇게 조금 조금이지만 한글이 세계에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 최근글: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빌뉴스 한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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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26. 08:56

초등학교 2학년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여름방학을 맞은 지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일반적으로 주위 아이들을 얄미울 정도로 마음껏 논다.

"방학이더라도 공부 좀 해라."
"안 할 거야. 방학이잖아."

 
이렇게 방학은 공부를 그야말로 다 놓아버리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도 한글 공부 좀 하자."
"한국말을 할 수 있으면 되잖아. 할 필요 없어."
"말만 가지고는 안 돼. 한글을 읽고 쓸 줄도 알아야지. 엄마말인 리투아니아어는 읽고 다 써는데 아빠말인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없으면 아주 쪽 팔리잖아."
"알았어. 대신 용돈 줘야 돼." (쪽 팔리는 것은 싫은 듯. ㅎㅎㅎ)
"그래. 하지만 예쁘게 글자를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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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방학 동안 딸아이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 살면 자연스럽게 할 일을 외국에 살다보니 부담스러워한다. 용돈 미끼라도 조금씩 배우도록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좋으리라 믿는다.    
 
* 최근글: 이색 체험교실, 소금조각 화제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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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11. 14:52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주로 부엌에 있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한다. 어제 스카이프로 학교 반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아빠가 달려왔다.

"아빠,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해."
"아, 그래? 가르쳐줘."
"그런데 내가 단어 20개를 가르쳐주면 친구 엄마가 선물을 준다고 해."
"무슨 선물?"
"몰라."
"궁금하겠네. 한번 가르쳐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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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으로 돌아가더니 열심히 스카이프로 한국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글을 100% 정확하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옮겨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컴퓨터에는 한글이 네모나게 보여졌다.

"아빠, '으'를 어떻게 쓰지?"
"아빠, '어'를 어떻게 쓰지?"
......

이렇게 딸아이가 단어를 가르치는 동안 옆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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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onni라고 쓰는 데 '온니'가 아니고 '언니'라고 말해. 따라해봐," "gojang-i는 '고야기'가 아니고 '고양이'야. g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라고 요가일래는 열심히 설명하면서 가르쳤다.

"맞아. 아주 정확해!"라고 친구를 격려하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도 가르쳐줄게."

옆에서 지켜보니 요가일래는 몹시 흥이나 있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언어에 대한 친구 엄마의 관심이 돋보인다. 단지 다문화 아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친구나 친구 부모들의 이런 관심이 다문화 아이의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생각한다.

현지 친구들도 이렇게 접한 한국어에 비록 순간적인 관심일지라도 장차 자라나서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만약 한국 학교 어느 교실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베트남 사람인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때 자기 자녀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쳐주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 한국인 부모가 얼마나 될까?

"너, 학교에서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니라서 놀림 같은 것을 받니?"
"그런 것 전혀 없어. 내가 여러 나라 말을 할 수 있다고 친구들이 아주 부러워해."

* 최근글: 노란 민들레꽃으로 화관 만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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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22. 20:25

스캔들로 수개월 동안 잠수했던 타이거 우즈가 최근 골프대회에 출전했다. 4월 9일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한국의 최경주 선수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최경주 선수는 "우즈가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은 물론 한국식 욕도 아는데 그 버릇을 안 고쳤더라."라고 말해 우즈가 골프를 치는 동안 한국어 욕설을 했음을 암시했다.

만약 했다면 우즈가 과연 어떤 한국어 욕설을 했는 지 궁금하다......
2008년 국감장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취재진을 향해 퍼붓은 욕설 수준일까......

이 우즈의 한국어 욕설 소식을 접하면서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와 관련된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딸아이를 등교시키는 길에 딸아이가 졸라대었다.

"아빠, 한국말에는 바보라는 말 말고 다른 욕이 없어?"
"있지."
"그럼, 제발 한국말 욕을 좀 가르쳐줘."
"뭐 하려고?"
"나에게 나쁜 일을 하는 친구에게 한국말로 욕하고 싶어. 그들이 모르니까 참 재미있을 거야."
"네가 욕하면 네 입이 더러워지잖아."
"알았어. 됐어." (딸아이는 훈계를 더 이상 듣기 싫은 지 졸라대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딸아이의 궁금증은 학교에서 돌아온 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빠, 남자 고추는 진짜 한국말로 뭐야? 그리고 여자 조개는 진짜 한국말로 뭐야?"

딸아이가 어렸을 때 남녀 생식기를 고추와 조개로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제 이 생식기의 진짜 이름을 알고싶어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딸아이가 이렇게 알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적지 않은 욕이 바로 남녀 생식기 이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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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말 어휘력을 높이고자 욕을 가르쳐달라는 딸아이의 속셈은 이것을 친구들에게 써먹기 위해서다.

한국말 중 "바보야!"와 "똥이야!"가 욕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딸아이(만 8세)가 이제 점점 욕설 어휘력을 더 키우고 싶어한다. 딸아이는 집에서 늘 아빠하고만 그리고 가끔 한국 교민 친구들을 만날 때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또래아이들과는 달리 다양한 욕설을 접하지 않고 있다.

흔히들 욕설은 가장 쉽게 배운다고 한다. 그러니 딸아이가 재촉하더라도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다. 자라서 그 환경 속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관련글: 우리집의 국적불명 욕 '시키마'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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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4. 13. 06:25

4월 12일 저녁 6시 열리는 에스페란토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시내중심가로 향했다. 15도의 따뜻한 날씨라 집에서 2km내외에 있는 약속장소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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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구시가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빌뉴스 거리'(Vilniaus gatve)

앞에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데 뒤에서 아내와 함께 따라오던  요가일래가 소리쳤다.
"아빠, 멈춰!"
"왜?"
"저기에 '안녕하세요'가 있어."
"뭐라고?"
"네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아니야. 내가 보여줄게."


이렇게 뒤를 돌아 요가일래가 이끄는 대로 가니 정말 '안녕하세요!'가 눈에 확 띄었다. 여행사 사무실 창문에 붙여 있는 광고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아랍어(?) 5개로 된 인삿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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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에 '안녕하세요!'가 선명하게 보인다.

빌뉴스 거리에서 이렇게 한글을 보고 딸아이는 몹시 반가워했고, 자기가 제일 먼저 이를 알아보았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비록 과대평가라는 쓴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빌뉴스 거리에서 한글 인삿말을 보게 되니 한국어의 높은 위상을 보는 듯했다.

* 최근글: 가요제에 상 타도 피자, 상 안 타도 피자 먹는 딸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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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18. 08:17

지난 주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와 여러 차례 휴대폰 문자쪽지를 주고 받았다. 이 덕분에 요가일래는  최근 들어 매일 문자쪽지를 보내고 있다. 어제는 Apa mohe?(아빠, 뭐해?)라는 쪽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아직 학교 수업을 다 마치지 않은 요가일래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내가 문자쪽지를 읽어주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아내로부터 건네받아 직접 읽어보았으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다.

Apa maredzima vilia hante mondzi saranhe mondzi ok?
아파 마레지마 빌리아 한테 몬지 사란해 몬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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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학교에서 보내온 순간적으로 난해했던 문자쪽지

mondzi가 두 번 들어간 것을 보니 제일 중요한 단어인 것 같았다. 아내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지만 mondzi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mondzi가 뭔지였다. 아내에게 요가일래가 돌아오면 무슨 상황에서 이 문자쪽지를 보냈는 지를 물어봐야겠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빌리아가 사랑해가 뭔지 물으면 싫어해라고 답해. 알았지? 아니다. 그냥 영어로 i don't know, 아니면 리투아니아어로 aš nežinau라고 답해."

이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요가일래의 문자쪽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Apa maredzima vilia hante mondzi saranhe mondzi ok? 이 쪽지가
Apa vilia hante saranhega mondzi maredzima ok?라고 했더라면 정확하게 이해했을 것이다.
아빠, 빌리아한테 사랑해가 뭔지 말하지마. ok?

문자쪽지를 보내기 전 상황을 요가일래가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노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루카스를 사랑해!"라고 한국말로 떠들고 다녔다. 그렇더니 여자친구 빌리아가 사랑해가 무슨 뜻인지 캐물었다.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빌리아가 아빠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빌리아는 평소 요가일래와 스카이프로 대화를 할 때 종종 끼어들어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일래가 가르쳐주지 않자 아빠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으럼장을 놓았다. 요가일래는 '사랑해'의 진짜 뜻이 발각될까봐 급히 아빠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던 것이다.

요가일래는 학교 교실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한국말을 이렇게 혼자 즐기고 있다.
"아빠, 내가 한국말로 '바보', '똥' 뭐든지 말해도 친구들이 모르니까 정말 재미있어."
"그러니,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한국말을 아빠하고 공부하자. 알았지?"
"옙, 대장님!"


* 최근글: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3. 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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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동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느라 집을 비웠다. 어제 월요일 아침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규칙 1 - 집에 오면 무조건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에 걸려 방문까지만 왔다.

얼른 손을 씻고 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로 왔지만 갑상선 수술자국이 최근접 접근을 막고 말았다.

"아빠, 상처를 보니 무서워......"
"그래도 아빠잖아."

고개를 뒤로 돌리고 아빠 가까이에 와서 눈을 감고 볼에 입맞춤으로 환영인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요가일래는 딱 한 차례 방문했지만 아빠와 여러 차례 휴대폰 쪽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휴대폰 기계치로 알려져 있다. 소리변경이나 전화번호 입력도 아내나 딸에게 부탁하곤 한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길고 무료한 시간에 한 동안 휴대폰를 가지고 놀았다. 쪽지 기능에 익숙하게 되어 요가일래와  쪽지 놀이를 했다.

휴대폰에는 한글 기능이 없다. 요가일래는 아직 한글 읽기와 쓰기에 서투르다. 그렇다면 아빠가 보내는 쪽지를 읽고 다 이해할까? 어떻게 한국말을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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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 콤부 오딘지 몰라 구리구 나 손에 피가나 솔수 옵소.

어와 으에 상응하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는 없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이를 오나 우로 표현했다. 위의 쪽지를 고치면 아래와 같다.

아니 나 흥부(와 놀부 책이) 어딘지 몰라. 그리구 나 손에 피가나 쓸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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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하구 노라요 -> 이는 언니하구 놀아요 이다.

이렇게 한글 없는 휴대폰로 딸아이에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한국말 문자쪽지를 보내보았더니, 서로 의사소통이 됨에 흐뭇했다. 이 계기로 아빠하고는 문자로도 한국말을 쓰야 한다는 인식을 요가일래에게 심어주었다. 이제 점점 요가일래를 자연스럽게 한글 읽기와 쓰기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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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자면서 노래 한 곡을 다 부른 8살 딸아이
* 최근글:
한국인 사위 수술에 깜짝 출현한 유럽인 장모님


* 다른 블로거 글: 칠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글
* 다른 블로거 글: 브라질 속의 작은 유럽 Monte Verde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2. 22. 08:07

지난 토요일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 요기일래는 새 노트를 하나 준비했다.

"너 뭐 하려고 새 공책을 준비했는데?"
"친구 빌리야를 위해 한국어 공책을 만들려고."


빌리야는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리투아니아인 친구이다. 요가일래는 이 공책 표지에 "Vilijos Korejietiskas zodynas" (빌리야의 한국어 사전)이라고 썼다. 그리고 아빠에게 한국어로 "빌리야의 것"이라고 써라고 주문했다.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말할 줄 알지만 아직 한글을 읽고 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조만간 스스로 읽고 쓰는 데 흥미를 일으키도록 동기부여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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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정성스럽게 공책에 적고 있는 요가일래

이날 요가일래는 빌리야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불렀다. 아빠가 대신 쓰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요가일래는 이를 리투아니아어 발음대로 옮겨적었고 또 밑에 리투아니아어 뜻을 기재했다. 상단 왼쪽에 02-20 날짜까지 기재했다. 매일 단어나 문장을 써서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놀자, 놀지 말자, 저기 가자, 같이 놀자, 뭐, 잘 있어 등등 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요즘 요가일래는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듣고,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아예 자기 별명을 소녀시대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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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한국어 단어들을 적었고,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발음과 뜻을 적었다.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생각을 한 딸아이가 기특해서 열심히 도와주려고 한다. 아빠가 쓴 한글을 반복해서 보고 친구에게 가르치다보면 요가일래 스스로가 이를 읽고 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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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을 부러워한다.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언어이다. 자녀가 쉽게 여러 말을 할 수 있는 점이다. 요가일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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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모임에서 한국인 한 분이 요가일래를 보더니 물었다.
"따님 한국말 조금 하세요?"

마침 요가일래가 가까이에 오자 아빠가 물었다.
"너 한국사람이니?"
"나 한국사람이야! 왜?"라고 요가일래는 똑똑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물론 엄마가 "너 리투아니아 사람이니?"라고 물으면 "나 리투아니아 사람이야"라고 답할 것이다.)

종종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있다. 노하우는 없다. 방법은 딱 하나이다. 모태에서부터 아이와 무조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여러 말을 섞어서 말하지 말 것을 권한다. (참고글: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그런데 너 왜 빌리야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하는데?"
"다른 친구들이 못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비밀어가 필요하니까."


한국어를 비밀어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알고 있는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줌으로써 그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10. 1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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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올린 "한국어를 열공하는 리투아니아 대학생들" 글에서 발트 3국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강좌와 한국문화사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비타우타스 매그너스 대학교를 소개했다. 이 대학교는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 위치해 있다.

이 대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어 강좌를 지난 주에 방문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학생은 바로 에리카라는 여대생이다. 에리카가 한국를 접한 계기가 흥미롭다. 바로 리투아니아 케이블 TV에서 제공하는 아리랑 TV 채널이다. 이 여대생을 만나면서 해외에서 접하는 한국어 방송 아리랑 TV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주변 리투아니아 친구들 중에서도 이 아리랑 TV를 본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케이블 TV사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지역이 있고, 볼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에리카는 이 아리랑 TV를 2001년부터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에 푹 빠지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비타우타스 매그너스 대학교에 들어가 한국에 가서 공부하는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일부이지만 아주 조금은 실현했다. 바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서 4개월간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어를 더 잘 해서 한국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흥미로워서 자신의 미래를 꼭 한국과 연결시키고자 결심했다.


한국과 끈끈한 인연을 맺기로 결심한 에리카의 한국 사랑이 오래 지속되고, 또한 그녀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관련글: 한국어를 열공하는 리투아니아 대학생들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10. 9. 07:42

북동유럽의 인구 340만명인 리투아니아에 최근 들어 한국관련 반가운 소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눈에 뛰는 것은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리투아니아에 오고 있다. 한국 대학생들이 리투아니아에 교환학생으로 온다는 것은 리투아니아 대학생들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두 나라의 대학생들이 상호방문국의 언어와 문화 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만난 현지인들 중에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갔다왔다라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또 다른 반가운 소식은 리투아니아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사 강좌가 열리고 있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소재한 비타우타스 매그너스 대학교는 2008년 9월부터 위 두 강좌를 정식으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발트문학을 전공한 서진석씨가 이 두 강좌를 맡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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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비타우타스 매그너스 대학교 학생들

8일 한국어 강좌가 열리는 비타우타스 대학교를 직접 찾아가보았다. 감기 등으로 여러 명이 결석했지만, 대학생들의 한국어에 대한 열의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재 15여명이 한국어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아직 정착 초기단계라 한국관련 서적이나 사전 등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서진석씨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국어는 아시아 언어 중 일본어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언어이다. 앞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관련 기관의 지원 여하에 따라 한국관련 강좌를 더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아우렐리유스 지카스 학과장은 말했다.

"우리 대학교는 특히 어학이 강세를 띠고 있으며 현재 22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비엔나 대학교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가르치는 대학교로 알려져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대학교들과도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지그마스 리데카 총장은 자신의 희망을 피력했다.


이날 수업현장을 찾아서 한국어를 열공하는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의 한국어 자기소개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특히 한글날인 오늘을 맞아 이들 모두의 한국어 실력이 발전하고, 나아가 비타우타스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좌가 굳건하게 뿌리내리길 바란다.

* 관련글: 한국에 푹 빠진 리투아니아 여대생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폴란드 여대생의 유창한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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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7. 30. 09:18

지난 7월 25일부터 폴란드 비얄리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세계 61개국에서 2000여명이 참가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얄리스토크는 에스페란토 창안자인 자멘호프(1859-1917)가 태어난 곳이다. 올해는 그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자멘호프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인류 역사에 빛나는 위대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당시 비얄리스토크는 여러 민족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어려워 민족간 불화와 갈등이 빈번했다. 이에 자멘호프는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중립적인 공통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유럽 언어의 공통점과 장점을 활용해 규칙적인 문법과 쉬운 어휘를 기초로 에스페란토를 창안해 1887년 바르샤바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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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국인 참가자들이 한국안내 홍보지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곳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에스페란토 사용자는 아니지만,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자신의 고향인 비얄리스토크에서 열리는 사실을 알고 혹시나 한국인들이 참가할까 궁금해서 대회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름이 안나인 이 여자는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다면서 자기소개를 한국어로 유창하게 했다. 폴란드의 변방도시인 비얄리스토크에서 이렇게 한국어를 말하는 여대생을 만나니 몹시 기뻤다.



이 여대생 안나가 지속적으로 한국어를 배워 한국과 관련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을 기대해본다.    

* 관련글: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통역 없는 세상 꿈 이루는 에스페란토
* 최근글: 유럽 묘지가 촛불로 불야성을 이룬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19. 07:36

오늘 낮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에 있는 로투쉐 광장으로 가보았다. 다가오는 주말에 열리는 바로크 얼음건물 축제 취재 때문이었다. 주말에 선보이기 위해 지금 한창 얼음으로 모형물을 짓고 있다. 전기톱이 내는 굉음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곧 아름다운 얼음건물의 완성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견딜 만했다.

총 얼음 200톤으로 5-7m 높이로 빌뉴스에서 현존하는 7개 바로크 건물의 축소모형물을 만들고 있다. 조각가들이 여기저기서 얼음을 자르고, 옮기고, 쌓고 있었다. 한 곳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얼굴이 서로 닮은 듯한 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촬영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아직도 (영원히?) 초유스는 리투아니아어를 모국어처럼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첫 질문을 한 두 차례 더 한다. 상대방도 일단 경계를 한다. 어쩌면 낯선 사람으로부터 리투아니아어를 전혀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들리는 언어가 리투아니아어가 아니고 제3의 언어로 쉽게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마디 주고 받다보면 낯선 사람이 상대방의 모국어를 할 줄 아는 것 때문에 의사소통이 더 친숙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자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빌뉴스 길거리를 거닐 때 가끔 지나가는 아이들이 "곤니찌와" 혹은 "니하우마"라고 자기들끼리 말하는 것을 듣는다. 하지만 이렇게 분명한 한국말 인사를 처음으로 듣게 되다니 아주 반가웠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유스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빌뉴스에 사는 한국인이고, 아내가 리투아니아인이고, 딸이 있고......"
처음 만난 사람이 이렇게 알아볼 때는 난감함과 궁금증이 교차한다.
어떻게?!

그의 이름은 케스투티스이고,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 전공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조각인 듯하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중 한국인 대학생들이 여러 있다. 그들로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한국에도 3주간 다녀왔다. 그 한국 대학생들이 블로그를 통해 리투아니아 소식을 전하는 초유스를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리투아니아인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이렇게 케스투티스는 초유스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블로그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연결고리 덕분에 인터뷰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헤어질 때 리투아니아어로 "sekmes! viso gero!"라고 말하자, 케스투티스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다시 또렷한 한국말로 답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바로 케스투티스 주위에 있는 한국인 대학생들이었다. 독일에서 케스투티스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한국말까지 가르쳐준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케스투티스를 통해 그들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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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 덩어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케스투티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0. 8. 08:50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일년 중 이날만큼은 우리 모두가 우리 말과 글자를 되새겨봐야 할 날이다. 한국말과 한글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교민을 제외하고는 한국어 사용이 전무한 리투아니아에서 살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를 읽고 쓴다. 그리고 집에서는 이제 만 일곱 살이 되는 딸아이하고만 한국어로 말한다. 가끔 교민들을 만나 한국어를 말한다. 이렇게 한국에 사는 이들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범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좁고, 그 빈도는 극히 낮다. 하지만 늘 모국어인 한국어를 잊지 않고 잘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또한 한국인 2세대인 딸에게도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한국어 글들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외국어가 번역도 되지 않은 채 그대로 한글로 적어있다. 특히 한국에서 상영되는 미국 영화 제목들이 아주 심하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 한탄스러움, 울분이 절로 솟구친다. 이제 멀지 않아 우리말에는 “독수리 눈” 대신 “이글 아이”, “죽음의 경주” 대신 “데스 레이스”가 자리 잡을 것 같다. 딸아이에게 “이것은 독수리 눈이야!”라고 말할 때, “아빠, 틀렸어! 영화 봤는데 독수리 눈이 아니고 이글 아이야!”라고 항변할 날이 진짜 다가올까 두렵다. 우스갯소리로 전후 문맥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글 아이’라고  말하면 누군가 “이 사람이 정신 나갔나? 아이를 불에 굽다니!”라고 말할 것만 같다. 소중한 우리말을 우리 스스로 이렇게 불에 태우고 있다.

인구 340만명인 리투아니아에서 상영되는 영화 제목들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상영 연화 인기순위 20를 보니 제목이 모두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것들이다. 한국과는 달리 리투아니아 신문 기사를 읽으면 외국어(영어) 단어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분야에선 우리가 리투아니아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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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eagle eye"를 한국은 "이글 아이", 리투아니아는 "독수리 눈" (sakalo 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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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death race"를 한국은 "데스 레이스",
          리투아니아는 "죽음의 경주" (mirties lenktynė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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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burn after reading"를 한국 인터넷엔 "번 애프터 리딩", 리투아니아는
          "읽고 태워라" (perskaityk ir sudeg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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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상영 영화 인기순위 20, 모두가 다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제목이다.

* 관련글: 유럽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글 '도시락' 라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7. 12. 15. 15:45

요즈음 리투아니아엔 바깥 온도가 내려갈수록 중앙난방 열은 높아간다. 밤이면 실내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최근 어느 날 밤 요가일래(만 6살)는 더워서 양말까지 벗더니 그 양말을 가지고 4개 국어로 장기자랑을 했다.

4개 국어는 차례로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이다.

한국인 아빠와 리투아니아인 엄마를 둔 요가일래가 4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래와 같다.

1. 모태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무조건 한국어, 엄마는 리투아니아로만 말한다
   (원칙: 어느 한 쪽이 두 말을 절대로 섞지 말 것.  적어도 만 3살이 되도록까지)

2.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리투아니아엔 영어가 현재 러시아어를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어가 다시 중요한 언어로 부각될 것이라 생각해 러시아어 어린이집에 다니도록 했다.

3. 영어 만화채널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보도록 했다. 어린이집에 갔다오면 잘 때까지 거의 영어채널을 틀어놓는다. 전기료를 과외비로 생각한다. 영어를 들으면서 온갖 놀이를 한다.

요가일래 부모의 공용어는 에스페란토이다. 아직 의도적으로 이를 가르치지 않고 그냥 들으면서 절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는 이해하고 말을 하기도 한다.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분에게 저희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