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6. 12. 30. 08:59

11월 중순부터 가급적이면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계기는 휴대전화를 통신회사 수리소에 맡긴 것이다.  그 전에는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거의 손에 놓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컴퓨터 옆에 놓아두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을 휴대폰으로 사용했다. 잠에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침대에서 휴대전화기를 뉴스 등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기가 수리소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없어서 아주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없는 것에 차차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잠시 쉴 때에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12월 중순 통신회사로부터 새 전화기 삼성 갤럭시 S7 엣지로 교체 받은 이후부터는 무선뿐만 아니라 아예 전화기 자체를 꺼서 작업방에 놓고 침실로 간다.

3일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딸아이의 하얀 휴대전화기가 딸아이 방문 앞 복도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기 전원도 꺼져 있었다. 


이틀 전에도 역시 방문 앞 복도에 휴대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이렇게 아빠따라 자기 전에 휴대전화기를 방 밖에 놓고 자는 것을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딸아이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아무쪼록 우리 집 세 식구 모두가 이 습관에 익숙해져 앞으로도 쭉 이어가면 좋겠다. 새해부턴 아내도 동참하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아내의 기타 반주에 노래하는 딸아이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9. 13:05

겨울 내내 거의 오지 않던 눈이 3월 4일 수요일 밤에 엄청 내렸다. 이번 겨울은 유럽에서 25여년 살면서 눈이 가장 적은 겨울이고, 날씨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그래서 아파트 뜰에는 벌써 벛꽃나무와 사과나무와 새싹을 튀우고 있었다. 그런덴 이번 겨울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 듯 이날 폭설이 내렸다.

* 눈에 파뭏힌 우리 집 뜰의 사과나무

목요일 아침 13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혼자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학교로 갔다. 얼마 후 아내의 휴대전화로 문자쪽지가 날라왔다.


내용인즉 학교 가는 길에 시상이 떠올라서 시 한 수를 지었으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보내준 시를 잘 읽어봤다. 마음에 들었어."
"그래?!"
"그런데 학교 갈 때는 시 쓰는 것도 좋지만 사방으로 조심해서 가야지."
"내가 앞을 잘 보면서 문자를 쳤으니 걱정 안 해도 돼."

리투아니아어로 쓴 원작시를 한국어로 한번 번역해보았다.
13살 딸아이가 모처럼 내린 눈에 어떤 느낌을 받아 시를 썼을까... 


OBELAITE


Ak, vargšele obelaite,
Mūsų kiemo karailaite.

Negailestinga ta žiema,
Be saiko skriausdama tave. 


Buvo išdygę - mieli ragiukai 

Ir maži maži pumpuriukai. 


O ji vis metė savo sniegą, 

Tad nušalai, mieloji. 


Šią vasarą nepamaitinsi, 

Saldžiarūgščiais obuoliais. 


Tai žaismas žmonių jausmais. 


Tas sniegas buvo kaip druska 

Berta ant mano kruvinos žaizdos. 

사과나무


아, 불쌍한 사과나무,

우리 뜰의 여왕이여.


무자비한 겨울이 너를 

절제 없이 손상시켰네.


귀여운 뿔들과 작고 작은

새싹들이 돋아났는데


겨울이 그만 눈을 던졌고

귀염이 네가 얼어버렸네.


이번 여름 달고 신 사과를

먹일 수가 없게 되었네.


이는 사람의 느낌과 장난질.


눈은 내 피나는 상처에 

뿌려진 소금과 같았구나.


나 같으면 아침 등교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간만에 내린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으면서 기분 좋게 갔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딸아이는 눈 속에 파뭏혀버린 사과나무의 새싹이 얼게 된 것에 마음이 많이 아파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나타난 것에 대한 기쁨보다 감춰진 것에 대한 슬픔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인생에서는 필요할 때도 있겠다. 이런 마음을 자아낸 딸아이가 심신이 다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3. 06:24

이번 1월에 한국을 3주 동안 다녀왔다. 유럽에서 오후 늦게 출발하면 다음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 차창 밖으로 일출을 구경하면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인천공항으로 다가왔다. 하늘 위는 맑았지만 도심에 가득 차 있는 저 회색빛이 내 숨쉬기를 벌써 무겁게 하는 듯했다.


공항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전화를 개통하는 일이다. 한 때는 공항에서 휴대전화기를 임대해서 사용했다. 지난해부터는 똑똑전화기가 있어 유심만 갈아끼게 되었다. 작년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올해는 주의 깊게 유심 카드를 구입했다. 


지난해 똑똑전화기를 보여주면서 꼭 맞는 유심 카드를 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즉시 끼워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공항버스을 탔다. 나중에 보니 유심 카드가 커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환불은 구입한 곳에만 가능하다고 하니 다시 공항까지 갈 상황이 아니였다. 돈만 날렸다... ㅎㅎㅎ


이번에도 같은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판매원이 "외국 여권 소지자만 된다"고 말했다. "영주권자인데 안 될까요?"라고 물으니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친절하게도 "일단 절차대로 해보고 안 될 경우에는 환불하겠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설명서에 있는 대로 따라했다.



2단계까지 잘 되었다. 3단계다. 외국 여권 소지자에게만 된다고 하는데 왜 설명서에는 한국 여권이 있을까? 내 여권 사진을 똑똑전화기로 찍어서 보냈다. 이제 모든 절차를 마쳤다. 개통 인증만 남았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고객님, 보니까 한국 여권 소지자네요. 인증해줄 수가 없습니다."
"왜요?"
"외국 여권 소시자만 선불 유심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주권자인 재외국민인데 안 될까요?"
"고객님, 외국 여권 소지자만 됩니다." 그리고 이내 전화가 끊겠다.

씁쓸했다. 
한국 여권 소지자라도 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인증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으면 좋겠다. 결국 광화문에 있는 본사 고객센터로 다음날 일부러 가서 선불 유심 카드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아무런 서류나 증명 없이 슈퍼마켓 등에서 유심 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고국에 와서 외국 여권 소지자와는 달리 이런 불편함을 겪게 되었다. 다음 번 한국 방문에 가족하고 올 때는 문제가 없겠다. 외국인 아내의 여권으로 쉽게 인증 받을 수 있으니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7. 24. 06:59

유럽을 여행하는 동양인들 중 한국인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똑똑전화(스마트폰)라는 글을 일전에 올렸다[관련글: 유럽에서 한국인 관광객 구별되는 법 - 스마트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니 2012년 한국의 똑똑전화 보급륭은 67.6%로 세계 1위이다. 이는 세계 평균인 14.8보다 4.6배 높은 수치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므로 유럽에 여행오는 한국인들은 100에 100이 똑똑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것이다.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다보면 종종 한국인 손님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가이드님은 왜 스마트폰이 없어요?"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요."
"얼마나 좋은 지를 아직 모르시네. 디카가 따로 필요 없어요. 사진 해상도도 엄청 좋아요."

관광안내를 하는 동안에 늘 내 바지 주머니에는 구식 휴대전화기와 디카가 들어가 있다. 관광지에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으면 순간포착을 하기 위해 항상 디카를 소지하고 다닌다. 대답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요."라고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지금 거짓말하고 있네'가 자리잡고 있다. 

똑똑전화가 있다면 참 좋겠다.
손님들에게 즉각 구글지도로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을 알려줄 수 있고, 일기예보도 수시로 알려줄 수 있다. 점심메뉴나 다음날 일정을 알리기 위해 굳이 종이서류를 꺼내 확인하는 대신 파일을 보면서 하면 된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호텔방에서 인터넷을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무게가 나가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 우리집 휴대전화기 변천사

그런데 주변에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나처럼 구식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물론 똑똑전화가 비싸기도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빨리 갖고 싶어하는 조바심이 한국 사람들에 비해 낮다. 젊은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식 휴대전화기에 여전히 만족하고 있다.          

* 최근까지 즐겨 사용한 내 휴대전화기

이런 상황 속에 살다보니 똑똑전화를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발동하지 않았다. 관광안내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국 사람들이 왜 나는 똑똑전화가 없는 지를 자꾸 물어봐."라고 아내와 딸에게 종종 말한다.

며칠 전 어느 한국인 관광객 한 분이 내가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기를 보더니 한 마디했다. 

"가이드님도 이제 스마트폰 하나 갖추세요."

이를 듣는 순간 '당신은 한국인이니까 스마트폰을 갖춰라'라는 말로 해석되었다. 구년묵이 휴대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내가 시대에 몹시 뒤떨어져 보인 듯했다. 속된 말로 쪽 팔렸다.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반드시 똑똑전화 지름신을 불려야겠다고 다짐해보았다.

* 이제 나도 갤럭시 노트2 똑똑전화기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지름신을 부르지 않아도 소원성취했다. 어떻게 마음이 서로 통했는지 아내와 딸이 삼성 갤럭시 노트2 똑똑전화기를 구입해놓은 후 잠시 집을 떠났다[관련글: 지령 쪽지로 스마트폰 선물하는 딸의 별난 방법]

이제 나도 똑똑전화기를 가지고 있으니 한국인 관광객들과 동등한 수준에 오르게 되었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14. 07:17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을 외국 여행 마지막 밤 호텔에 놓아두고 그만 자기 나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이 경우는 좋은 편이다. 물론 이는 호텔 관계자가 정직하다는 전제 아래로 가능하다. 호텔에서 보지 못했다면 그냥 길거리에서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젠가 딸아이가 길거리에서 아이폰을 습득해 집으로 가져왔다[관련글: 하교길에 주운 아이폰 빨리 집으로 가져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수신 전화를 확인하고 그 전화로 휴대폰 습득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만약 주운 휴대폰이 꺼져 있을 때다. 암호를 모르니 수신 전화 번호를 확인할 수가 없다. 

휴대폰 습득과 관련한 사진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어떤 정직한 사람이 휴대폰을 습득했다. 하지만 그 돌려주는 방식이 끔찍하다. 마치 현상금 공지를 보는 듯하다. 휴대폰에 못을 박아서 나무 기둥에 붙여 놓았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휴대폰 습득했음>
 
설정 냄새가 나지만, 현실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끝까지 착한 마음으로 주인을 찾아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27. 06:30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친척이 얼마 전 우리 집을 방문했다. 친척은 여고 3학년생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 손에는 아이폰이 있었다. 

'요즘 리투아니아 젊은 세대들도 스스로의 경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폼나는 최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커피를 마시던 남자 친구의 주머니에서 전화 소리가 울렸다. 그도 역시 좋은 전화를 가지고 있겠지라고 짐작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그의 전화를 보니 내 짐작이 완전히 틀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나?"
"무겁지만 아직까지 성능이 좋아서."
"나도 같은 생각이야. 봐, 내 전화도 오래되었지."

친척의 아이폰은 그가 선물한 것이었다. 여자친구에겐 최신 휴대전화, 자기는 고물 휴대전화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나와 닮아서 그에게 호감이 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0. 4. 06:43

최근 모처럼 서울에 다녀온 한 지인이 말했다. "서울 지하철을 타보니 예전에는 신문을 읽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전부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문자쪽지를 날리는 등 대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현상이 어디 서울뿐이겠는가! 우리 집 식탁에 네 식구가 모이면 전부 휴대폰을 가까이에 두고 있다. 식사하면서 인터넷뉴스를 읽거나, 친구에게 문자쪽지를 보내거나 하는 등 식사나 대화에 그 옛날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동아리 모임에 가도 비슷하다. 대화를 들으면서 손으로 문자쪽지를 날리고 있다. 아무런 방해없이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로 이 방해물이 휴대폰이다.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글이 있어 소개한다. 모임에서 휴대폰을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놀이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1. 식사 전 놀이를 시작한다
2. 모든 휴대폰을 화면을 밑으로 하고 탁자 가운데 놓는다
3. 식사 중 누구도 휴대폰을 만질 수 없다
4. 제일 먼저 진 사람이 비용을 전부 부담한다
5. 아무도 지지않으면 비용을 각가 부담한다
6. 놀이는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져올 때 끝난다  

지나치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요즘 한번쯤 이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8. 7. 04:19

발트 3국 관광안내를 하면서 동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나라와  한국 관광객들이 두드러지게 비교되는 점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을 휴대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 이들은 디카 대신에 얇고 큼직한 휴대폰으로 관광지를 찍는다.

한 한국인 관광객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가이드님 휴대폰은 정말 오래 되었네요."
"그러게요. 전 휴대폰 욕심이 없어요." 

요즘 들어 부쩍 딸아이가 부추긴다.
"아빠, 휴대폰을 바꿔. 내가 내 용돈으로 사줄게." 
"아빠는 이것이 좋은데."
"내가 봐도 오래 되어서 좀 쪽 팔리잖아. 아이폰이나 다른 새 것으로 바꿔."

중년을 넘어선 한국인들은 주로 삼성 갤럭시 노트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물어보니 큼직해서 좋다고 했다.일전에 라트비아 룬달레 식당에서 어느 한 분이 케이스가 든 갤럭시 노트를 포크와 찻숟가락이 들어있는 천 위에 우연히 놓았다. 그런데 휴대폰을 드는 순간 케이스 자석에 찻숟가락이 붙여서 딸려오는 재미난 모습을 보게 되었다.     


헉! 아무리 자석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강력하다니......
 

찻숟가락을 당겨 들어올리는 모습이 꼭 사고싶은 내 마음을 들어올리는 것 같았다. 용돈으로 아빠에게 이런 휴대폰을 사주겠다는 딸아이의 착한 마음 속에는 그 댓가로 최신식 휴대폰을 아빠와 함께 사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기도 하다. 이참에 낡은 휴대폰을 확 바꿔버릴까...... 내 오래 된 휴대폰으로 남 보기에 창피하다는 아내와 딸아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교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7. 5. 07:20

이따금 맑은 하늘에 어느새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과 번개를 일으킨다. 이럴 경우 우리 집 식구들은 열려있는 창문을 다 닫고, 전기 코들 뽑아놓는다. (오른쪽 사진: 천둥과 번개의 신 페르쿠나스)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삼신(三神: 페르쿠나스, 파트림파스, 피쿠올리스)을 숭배했다. 이 중 가장 으뜸 신은 페르쿠나스(Perkūnas)이다. 이는 천둥과 번개를 인격화한 신이다. 이렇게 옛부터 천둥과 번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한편 이를 관장하는 신이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리투아니아에는 기록적인 일이 발생했다.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던 젊은이가 벼락을 맞아 생을 마쳤다. 이 휴대폰 벼락 사망은 리투아니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의 휴대폰 통화가 벼락을 끌어당긴 직접적인 원인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리투아니아 민간 안전수칙에 따르면 번개가 칠 때에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유선전화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번 일은 다시 한번 천둥과 번개 시에 휴대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켜 준다. 

아래는 언젠가 폴란드의 크리쉬 아주머니로부터 들은 벼락에 읽힌 이야기이다. 

* 한 농부가 말 두 마리를 끌고 밭을 갈고 있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곧 비가 왔지만 그는 계속 쟁기질했다. 벼락은 두 말과 쟁기를 연결하는 쇠막대기에 내리쳤고, 이내 두 말은 히힝~소리도 한 번 내지 못하고 꼬꾸라졌다. 그리고 벼락은 그 쇠막대기를 따라 그의 심장마저도 강타하고 말았다. 

** 어느 화창한 봄날 집 근처 밭에서 할머니가 밭을 매고, 손녀는 옆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좀 있으면 그치겠지 하고 숲에서 비를 피했고, 손녀보고는 집으로 빨리 가라고 했다. 손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달려갔는데, 바로 집 앞에서 벼락이 그만 그녀를 습격하고 말았다. 찰나에 그녀는 검은 미라가 되어버렸다. 

*** 어느 날 크리쉬의 남편인 발데크씨가 저녁 무렵 마당을 쓸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천둥 굉음이 들리자마자 벼락은 발데크씨로부터 2-3m 떨어진 건초보관 곳간 위로 내리쳤다. 이내 곳간에 연기가 치솟았다. 집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불을 끄고 곳간 한 구석에 있는 돼지 막사에 가보니 돼지 한 마리가 이유 없이 절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바로 그 벼락은 개는 건초더미를 뚫고 아래로 내려와 돼지막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이에 그만 이 돼지의 뒷다리를 약하게 쳐버렸다.

이렇게 많은 벼락 사고를 들으면서 크리쉬 마을 사람들은 벼락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마른 벼락, 불 벼락, 물 벼락이다. 마른 벼락은 굉장한 천둥 굉음 후에 생기고, 부딪히면 부수고 죽이고 상처를 내지만, 불을 내지 않는다. 불 벼락은 갑자기 내리치고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든다. 물 벼락은 불을 내지 않고 그냥 부딪치고 사라진다. 이 중 불 벼락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

천둥, 번개, 벼락에 대한 두려운 마음은 곧 떠오르는 무지개를 바라보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10. 28. 09:28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불편한 것 중 하나가 공중화장실이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에 있는 대성당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하나 있다. 사용료가 1리타스(한국돈으로 440원이다.) 입구에는 대체로 뚱뚱한 아줌마들이 돈을 받는다.

필요해서 갈 수밖에 없지만, 나올 때는 "뭐 이리 비싸!"라고 늘 혼자 중얼거린다. 이럴 때마다 한국의 깨끗한 무료 공중화장실이 떠오른다.    

최근 스웨덴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올린 스웨덴 공중화장실 사진이 눈길을 끌어 소개하고자 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공중화장실이다. 이 화장실은 유료이고, 사용료 지불 방법이 아주 특이하다. 바로 휴대전화 문자쪽지로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 안내문에 있는 적힌 전화번호로 문자쪽지를 보내면 화장실 문을 열 수 있는 코드를 받는다. 이 코드를 입력하면 화장실 문이 열린다. 마치 화장실로 전화하면 문이 열리는 것 같다.
   
Telefonu al la necesejo! 
* 사진: Kalle Kniivilä  / image source link

하지만 이 공중화장실은 시민들이 이용하기엔 불편하겠다. 먼저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은 사용할 수가 없다. 있더라도 문자쪽지 보내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또한 몹시 급한데 휴대전화로 문자쪽지를 보내야 하고, 답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하지만 이 화장실은 현대인의 휴대전화 상용을 전제로 한 지불법을 도입한 것이 흥미롭다.

* 최근글: 우크라이나 여성 상의 다 벗고 푸틴 방문 반대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10. 27. 15:54

총을 가지고 놀고 있는 어린 아들에게 말한다.
"좋아, 네가 휴대전화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결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순간 이 어린 아이는
휴대전화를 가진 그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상상에 빠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는 북유럽 노르웨이 전화 회사의 광고이다.
이 광고 동영상을 보고 있잖니
노르웨이 아이들은 나이에 비해 너무 빠른 상상을 하는 것 같다......


* 최근글: <유럽의 중앙, 리투아니아> 책이 곧 나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1. 13. 07:34

어제 학교에서 수업 받고 있는 큰 딸로부터 급한 휴대전화 쪽지가 왔다.
"빨리 요가일래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가?! 요가일래는 벌써 학교에서 돌아와서 방 안에서 혼자 잘 놀고 있는데"라고 생각하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그래도 쪽지가 왔으니 전화를 해보았다. 요가일래가 집에 왔으니 당연히 어딘가에서 그의 휴대전화에서 소리가 울려야 하는 데 울리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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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실했다가 다시 찾은 요가일래 휴대전화

학교에서는 휴대전화를 늘 진동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그대로 놓아두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호음이 가는 동안 옷, 가방 등에서 전화를 찾아보았다. 얼마 후 누군가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집 어딘가에 있어야 할 전화가 왜 다른 사람이 갖고 있을까?

"마당에서 휴대전화기를 주어서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고 한 여자분이 말했다.

요가일래에게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했다. 요가일래는 아파트 가까이 와서 장갑을 벗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 순간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밑으로 떨어진 것 같다. 쌍인 눈 때문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벌써 수년 된 전화지만 요가일래가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주워서 찾아준다는 착한 사람이 나탔으니 참 다행스러웠다. 아내는 답례로 무슨 선물을 해야 할 지 찾느라 분주했다. 여기 사람들도 남에게 신세지면 꼭 무엇인가를 갚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형제들이 집안일을 도와주어서도 늘  무엇인가를 답례한다. "이번엔 네가 도와주고, 다음번엔 내가 도와주고"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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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인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선물. 원두가루 커피(중앙)는 거의 빠지지 않는 선물이다.

집안에 있는 물건 중 선물로 적합한 것은 커피 원두가루가 담긴 한 봉지였다. 이 커피 원두가루 봉지는 과거 만능 답례품 중 하나였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러 갈 때, 아이의 선생님을 찾아갈 때, 권한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러 갈 때 기타 등등 최고의 답례품이었다.

당시 일반인들은 원두를 직접 가루를 내어서 커피를 타마셨다. 이미 가루로 된 커피를 컵에 넣고 물만 부어서 마시는 아주 편리한 이 제품은 그야말로 사치품에 해당되었다. 아내는 이 커피를 볼 때마다 그 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제 심부름은 아빠가 할 차례였다. 휴대전화를 주운 사람은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적십자사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사무실 계단에 미리 나와 있던 그 분에게 인사했다.

"딸아이의 휴대전화기를 찾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여기 선행에 대한 답례입니다."
"뭘 이럴 것을 다 주시고요. 잘 마시겠습니다."

선물 받기를 약간 주저했지만 그 사람의 손제 집어주고 얼른 계단을 내려왔다.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이렇게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여자분의 선행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요가일래가 학교에 가기 전 휴대전화를 찾느라 우리 집은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결국 찾지 못하고 아침부터 온 식구의 기분이 안좋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댓가로 커피 한 봉지는 너무 초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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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0. 08:44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 일곱 살이 되는 날이었다. 어느 아이들처럼 생일을 몹시 기다렸다. 솔직히 말해 생일보다는 선물을 기다렸다. 보통 선물이라는 것은 받아서 깜짝 놀라는 것이 되어야 하는 데 이번엔 요가일래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었다. 제일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휴대전화였다.

이제 초등학교 일학년에 다니는 요가일래는 반 친구들 중 몇몇이 휴대전화가 있어 이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 사주려고 했던 선물을 1년 앞당겨 사주기로 했다. 사실 기념 고물로 서랍에 넣어 놓았던 몇 년 지난 휴대전화기를 그대로 주고, 단지 "심"카드만 사주면 되었다. 새 것을 고집하지 않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이날 요가일래는 휴대전화 쪽지 보내는 법을 엄마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자기 방에서 여러 차례 연습용 쪽지를 보냈다. 이렇게 연습을 하고 드디어 실전에 들어갔다. 오늘은 음악학교에 가는 날인데 갈 때는 엄마가 데러가고, 올 때는 아빠가 데러온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쪽지를 날렸다.

"아빠, 학교에 오세요."

이 쪽지를 읽고, 평소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나 생각하고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갔다. 웬걸, 딸아이가 쪽지 보내기에 재미가 들어 성급하게 쪽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날 아빠는 지인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갔다. 저녁 자리에 요가일래가 쪽지 한 통을 날렸다. "아빠, 집에 돌아오세요. 하지만 술 취하지 마세요."
 
"그래, 오늘은 너 생일 선물로 맨 정신으로 집에 갈께…….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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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뭐 먹을 것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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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조금 늦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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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집에 돌아오세요. 하지만 술 취하지 마세요."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8. 26. 16:18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 리투아니아의 ‘원반 던지기 영웅’ 비르길리유스 알레크나는 지난 8월 19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대회에서 67.79m를 던져 에스토니아 케르드 칸터(68.82m)와 폴란드 표트르 말라호브스키(67.82m)에 밀려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결국 리투아니아인 알레크나는 가장 강적이라고 여긴 에스토니아인 칸테르에 패하고 말았다. 칸테르는 이번 북경 올림픽에서 발트 3국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그의 금메달 획득은 에스토니아 독립일 전야에 이루어져 의미를 더해 주었다.

4일 후인 지난 8월 23일 국제 휴대전화 던지기 대회가 열렸다. 휴대전화 강국인 핀란드가 2000년부터 개최한 이 이색 대회는 그 동안 줄곧 핀란드 내에서 열렸지만, 이번엔 에스토니아 나르바에서 열렸다. 휴대전화 무게는 220-400그램이어야 한다. 50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선 에스토니아 대표인 티모 릴륨이 휴대전화를 85m 던쳐 우승을 차지했다. 휴대전화기 던지기 세계기록은 89.62m이다.

이로써 에스토니아는 20008년 원반과 휴대전화 던지기 일등국가로 등극하게 되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해 북동에 위치해 있으며, 라트비아(남), 러시아(동), 핀란드(북), 스웨덴(서)와 이웃하고 있다. 인구는 134만명이고, 수도는 탈린이다.


* 휴대전화 던지기 대회 동영상 출처: 유튜브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8. 26. 08:04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통화뿐만 아니라 문자쪽지,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엄지족"이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엄지족들은 아직 문자쪽지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리투아니아 이동전화 회사인 "tele2"는 누가 더 빨리 문자를 입력하는 지 겨루는 엄지족 대회를 개최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최초로 열린 이 대회는 적지 않은 상금 등으로 엄지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역 예선에 2000여명이 참가했다.

최고수 엄지족 175개 문자를
1분 4.84초에 입력
이 지역 예선에서 우승한 43명이 지난 23일(토) 결선 대회를 치렀다. 리투아니아 철자와 기호가 섞여 있는 175개 문자를 입력하는 시합이었다. 이날 가장 빨리 입력한 사람은 6년째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고등학생 아리야스 슈키스(16세). 그는 175개 문자를 1분 4.84초에 다 입력했다. 상금으로 10,000리타스(약 500만원)과 1000리타스(50만원) 상당 전화비를 충전 받았다.

인구가 340만명인 리투아니아의 하루 평균 문자쪽지 개수는 2천7백만개이다. 인구 1인당 하루 8개 휴대전화 문자쪽지를 보내고 있다. 가히 '문자천국' 대열에 들어갈 만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엄지족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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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부활절에 리투아니아 친구로부터 받은 문자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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