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293건

  1. 2020.03.31 코로나19로 전무후무하게 막힌 하늘길 실감나게 보여줘
  2. 2020.03.15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를 일주하다
  3. 2020.03.06 유럽 호텔방에는 왜 베개가 많을까
  4. 2020.03.02 유럽 호텔 더블룸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2
  5. 2020.02.24 유럽 여행 전 로마 숫자를 미리 익혀 두자 5
  6. 2020.01.23 한반도 호수가 있는 트라카이 둘러보기 2
  7. 2020.01.10 쉥겐조약 무비자 체류가능 일수를 쉽게 계산해보자
  8. 2019.12.05 탈린 스위소텔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야경 2
  9. 2019.12.01 몰타 여행 - 몰타에도 한국 당근 샐러드가 있다니
  10. 2019.11.28 몰타 여행 - 세인트폴만 해변 산책로에 국기 벤치들
  11. 2019.11.26 몰타 여행 - 말라버린 꽃줄기도 운치로운 블루라군 코미노
  12. 2019.11.11 몰타 고기잡이 배에 그려진 눈 한 쌍의 의미는...
  13. 2019.11.06 몰타 호텔에 큐알코드로 입실하다
  14. 2019.10.21 모스크바 베데엔하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을 듣게 되다니
  15. 2019.10.14 모스크바 승리공원에서 외무성까지 걸어보기
  16. 2019.10.14 모스크바 고려인 집 음식들 - 된장까지 만들어 2
  17. 2019.10.13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서울로 7017이 떠오른다 2
  18. 2019.10.06 러시아 전통 사우나 바냐를 체험해 보다 2
  19. 2019.09.29 관광버스 운전석에 음주 측정기가 부착되어 있네 2
  20. 2019.09.21 러시아 다차에서 먹어 본 양고기 요리
  21. 2019.09.18 구리 철사와 구슬 공예로 긴긴밤을 보내요~~~ 4
  22. 2019.06.26 어느 관광 버스 운전사의 배려에 감동 1
  23. 2019.01.02 유럽 거주자로 호주 여행에서 만난 인상 깊었던 것은...
  24. 2018.12.07 호텔에서 조식 음식 가져 가면 벌금 50유로
  25. 2018.11.23 한국에서 유럽으로 김치 20kg 가져와 보기... 10
  26. 2018.11.23 동대구역 앞 국화꽃으로 뒤덮힌 한반도...
  27. 2018.11.22 서울 버스 돌출형 번호판에 감탄하는 외국인 친구
  28. 2018.11.16 한국 홍시를 처음 본 외국인의 반응은... 8
  29. 2018.10.25 가을에 만난 에스토니아 국경 도시 나르바 2
  30. 2018.10.07 가을 향한 다리 건너니 단풍이 어느덧 울긋불긋
기사모음2020. 3. 31. 05:56

종종 비행기를 타고 오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현재 이 비행기가 어디쯤 와 있을까 궁금하다. 이때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flightrader24.com이다. 실시간으로 항공편 이동경로와 현재위치를 보여준다. 노란색 비행기들이 마치 개미떼들처럼 바삐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범유행은 많은 산업 분야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여행이고 이는 다시 항공으로 이어진다. 뉴스허브(Newhub)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3월 마지막주 항공여행은 55%나 줄었다. 

2019년 3월과 2020년 3월 유럽


2019년 3월과 2020년 3월 유럽 

2020년 3월 8일 19시 40분 유럽 비행기 운항 현황이다. 이때만 해도 유럽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 한국, 이란 등에서 코로나가 서서히 확산될 때 유럽이 이를 예견하고 미리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3월 31일 이탈리아 확진자 101,739명, 스페인 확진자 85,195명보다 확진자가 월등히 적었을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초기 확진자들은 주로 북부 이탈리아에서 스키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온 사람들 중에서 나왔다.


20일 후인 3월 28일 19시 40분 유럽 비행기 운항 현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강력한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항공여행 감소를 항공편 추적 레이더를 통해서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여름철 발트 3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면서 살아간다. 하루속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서 전세계가 벗어서 평년의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다. 이맘때인데도 여기는 북유럽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여전히 해수욕을 할 수 정도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래 지도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잠수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25개 장소이다.

 

 

하루는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일주해보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에 걸려 있는 카나리아 제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다. 여러 해를 거쳐 이 일곱 개 섬을 다 다녀오려고 한다. 지금껏 세 개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해마다 1천만명 이상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렌트카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임박해서 하거나 당일에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 여행을 결정함과 동시에 렌트카 예약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자, 코랄레호를 떠나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라올리바(La Oliva)를 지나서 가다보면 오른쪽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나 있다. 틴다야(Tindaya) 산이다. 해발 401미터이고 평원에서는 225미터다. 이 산은 300여개의 발모양 고대 암석조각이 있어서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원주민들은 이 산을 신성시했다. 

 

틴디야를 막 벗어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기슭 외딴 곳에 금색 동상이 보인다. 산색깔과 흡사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동상의 주인공은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1864-1936)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20세기 스페인 문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작품들(사랑과 교육, 안개, 아벨 산체스 등)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 1870-1930) 독재에 항거하다가 1924년 살라망카대학교(Salmanca Univ.) 총장직에서 해임되고 푸에르테벤투라로 추방되어 1930년까지 거주했다.  

 
이제 차는 서서히 완만한 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한 전망대는 테구(Tegu) 산 정상에 있는 모로벨로사(Mirador Morro Velosa)다. 란사로테 출신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 1919-1992)가 설계한 이 전망대는 주차장, 정원, 커피숍, 전시관을 두루 갖추고 있다. 휴관일에는 진입로가 막힌다. 휴관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경우 FV-30 도로 거인상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약 1.3km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작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올 때 받은 긴장감을 통유리벽 넘어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서 한순간에 떨쳐 버린다. 확 트인 이국적인 전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해발 650미터에 잡리잡고 있는 모로벨로사 전망대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로 여겨진다. 맑은 날에는 엘코틸로(El Cotillo), 틴다야 산, 코랄레호 사막 그리고 란사로테 섬까지 훤하게 다 보인다.  
 

 
테구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또 다른 전망대(Mirador Corrales de Guize)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는 베탄쿠리아(Betancuria)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코랄레호 사막과 엘코틸로가 보인다. 
 

 

이 전망대의 압권은 높이가 4.5미터인 두 거인상이다. 기세(Guize)와 아요세(Ayoze)다. 1402년 노르만인들(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된 민족)이 이 섬을 침략했을 때 기세는 섬 북부를 다스리는 왕이고 아요세는 섬 남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침략자들의 우세한 무력에 얼마 안 가서 이들은 항복하고 각각 루이스(Luis)와 알폰소(Alfonso)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가 당시 남북 왕국의 경계선으로 주장되고 있다.   

 

청동상의 손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일까 땅을 향한 오른손 중지가 벌써 황금색으로 변해 있다. 활짝 편 손으로 행운을 수직으로 곧장 내려주소서...

 

이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남쪽으로 3킬로미터로 가면 베탄쿠리아가 나온다. 1404년 노르만 원정대의 장 베텐코트(Jean de Béthencourt, 1362–1425)가 이 도시를 세웠다. 현재 인구가 약 800명밖에 안 되지만 한때 카나리아 제도 왕국(1404-1448)의 최초 수도(1404-1425)였고 1863년까지 푸에르테벤투라의 수도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 분지에 위치해 있는 모습에서 왜 여기가 수도로 정해졌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자연적 방어를 갖춘 내륙과 비옥한 계곡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1410년 세워진 푸에르테벤투라 최초의 성당이다. 프랑스 고딕식이다. 1593년 해적의 공격으로 파괴된 후 복원되었다. 종탑은 원형 그대로다.     

 
조그만 시골 동네 같은 역사적 도시 베탄쿠리아를 뒤로 하고 이제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간간히 바람개비 같은 풍차가 눈에 띈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 역할을 한다.

 
산 중턱에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338미터에 있는 라스페니타스(Las Peñitas) 전망대다. 우뚝 솟은 봉우리는 해발 526미터인 라무다(La Muda)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이 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다. 초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막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다. 지하로 흐르는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19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댐이 만들어졌다. 이날은 황토물이 고여 있다.

저수지를 보고 있는데 전망대 난간 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만 시야에 들어오더니 차츰차츰 바위와 움직이는 것의 색깔이 구별되자 엄청난 숫자로 여기저기에서 몰려온다. 

 

사하라, 모르코, 카나리아 제도 등에 분포되어 있는 바르바리땅다람쥐(Barbary ground squirrel)다. 아열대 또는 열대 지역의 건조 관목, 온대 초원 혹은 암반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몸은 회갈색이나 적갈색을 띠고 꼬리는 검은색과 회색이다. 등에는 흰색 줄무늬가 있다. 굴 속에서 집단으로 모여 산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먹이를 준다. 이에 익숙해진 다람쥐들이 우리가 나타나자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안내문에 충실한 우리가 너무 야속하겠지...

고개를 향해 올라가니 정상에 또 다른 전망대가 우릴 맞이한다. 해발 426미터에 있는 리스코델라스페냐스(Mirador del Risco de las Peñas) 전망대다. 여기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이룬다.  

 

산중턱 흰색 점선이 우리가 조금 전 올라온 도로다. 이 전망대 주위에도 엄청난 수의 다람쥐가 노닐고 있다.  

 
벼랑길 같은 가파란 산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 멀리 높이 솟아 있는 세 봉우리 산이 보인다. 해발 690미터인 카르돈(Cardón) 산이다.

 
저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고 싶다. 행여나 저기를 등산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여기 카르돈 등산 관련 안내 사이트를 알린다.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부 지방의 휴양지 코스타칼마(Costa Calma)다. 이름 그대로 "고요한 해변"이다. 한디아(Jandía) 반도의 시작점이다. 1970년대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해수욕장 중 하나인 소타벤토(Sotavento) 해수욕장이 코스타칼마 바로 옆에 있다. 특히 썰물 때 드러나는 황금빛 폭넓은 모래사장과 얕고 큼직한 석호가 소타벤토의 명성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 해수욕장은 남북으로 9킬로미터 뻗어 있고 해변 언덕은 주로 모래사막이다. 우리는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이 해수욕장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로 서핑이다.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하는 데에도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서핑은 하지 못하니 대서양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겨본다. 10월 하순 늦은 오후라 바닷물이 다소 차다.    

 

저녁 노을이 서서히 북동쪽 하늘을 장식하려고 할 때 즈음 우리는 코랄레호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FV-2 도로를 탄다.   

 

이날 일정에는 돌아오는 길에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에 제일 가까운 곳인

엔탈라다 등대

(Faro de la Entallada) 구경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섬의 북부 끝에서 남부까지 두루 둘러보았다. "좀 더 아침 일찍 출발했더라면 돌아오는 길에도 여러 명소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식구 모두 무척 아쉬워했다. 푸에르테벤투라 일주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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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6. 14:37

"유럽 호텔 더블룸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글에 "왜 베개를 많이 제공할까요? 더블룸인 경우에도 두 개가 아니고 보통 네 개씩 놓여있던데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름철 발트 3국으로 여행온 한국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어온다.
"(우리가 묵은) 호텔 방에 왜 베개가 많나?" 

베개는 사람들의 아주 오래된 잠자리 필수품이다. 초기 이집트인들은 벌레가 코 등 얼굴의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돌 위에 머리를 얹고 잤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천이나 깃털로 베개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여름철 출장이 잦아서 호텔에 들어가면 보통 1인당 베개가 2개 놓여있다. 크기가 각각 다른 베개 4개가 있는 호텔도 있다. 유럽 호텔방 모습을 한번 보자.  

* 리가 그랜드포잇 호텔 Grand poet hotel

* 리가 풀만 호텔 Pullman hotel

* 빌얀디 파크 호텔 Park hotell


* 탈린 스위소텔 호텔 Swissotel hotel

* 리가 도무스 호텔 Domus hotel

하나로 충분할텐데 베개가 왜 두서너 개나 있을까? 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한다)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유럽 호텔방 베개 갯수가 낯설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베개 하나만 베고 나머지는 옆으로 치워놓을 것이다. 

호텔방은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용한다. 사람마다 습관도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높은 베개를 선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낮은 베개를 선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전혀 베개를 베지 않는다. 모두 다 숙면이나 건강을 위해서 각자의 선호가 있다. 베개 갯수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여러 가지 수면 습관을 배려한 것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다.   
  
보통 베개는 푹신하다. 베개가 여러 개 있는 것은 높게 해서 자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주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들 중 어깨가 넓은 사람들이 낮은 베개를 사용할 시 목을 잘 지지해 주지 못함으로써 경추에 부담을 준다. 유럽의 중장년층은 일반적으로 아시아인들보다 체격이 큼직하다. 또한 높은 베개는 위산역류(속쓰림) 증상을 줄어준다. 우리 집 식구와 주변 유럽 사람들은 거의 다 반듯이 누워 자지 않고 옆으로 누워서 잔다.  

베개 하나로 충분한 사람은 다른 베개를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무릎 사이에 다른 베개를 끼고 잘 수 있다. 이는 척추의 비틀림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눈가리개나 귀마개처럼 사용해 빛과 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할 때 여러 개의 베개는 등받이용으로도 좋다. 

유럽 호텔에 베개가 여러 개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각자가 편하게 이용해 숙면을 취하면 된다. 호텔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집도 보통 베개 두 개를 배치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2. 05:04

유럽의 호텔방은 침대방이다. 보통 싱글룸, 더블룸, 트윈룸으로 나눠진다. 싱글룸은 침대가 하나이거나 2개로 혼자 사용하는 방이다. 더블룸은 2명이 킹이나 퀸 사이즈 침대 1개에 자는 방이다. 트윈룸은 각자 사용하는 침대가 2개 있는 방이다. 

유럽에서 출장을 다니다보면 호텔방에 들어가면 싱글룸인데도 더블침대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큰 이불 한 개 대신 이불 2개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때부터 혼자 이불을 덮고 자는 것에 익숙해진 유럽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경험상 이불이 하나인 더블룸 침대에서는 자다가 자주 깬다. 큰 이불에 혼자 자다보니 이불 무게에 짓눌려서 그런 듯하다. 1인용 이불이 더 편하다.


그래서 이불이 두 개인 더블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더블침대에 깔아놓은 이불과 베개를 걷어서 한 곳에 가지런히 놓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위에는 쪽지 하나를 써놓는다.


"이것은 전혀 손대지 않아 깨끗해요."


물론 내가 이렇게 해놓는다고 해서 호텔 객실 직원이 다음 손님을 위해 이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이불 천과 베개 천을 다시 세탁하도록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낭비다. 또한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도 호텔 객실 직원에게는 일이다. 그래서 유럽 호텔 더블룸에 들어가면 일단 내 마음이 불편해서 내가 사용하지 않을 이불과 베개를 걷어 놓는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2. 24. 05:15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건물에 써진 혹은 새겨진 로마 숫자를 흔히 만난다. 대체로 이는 건물이 완공된 혹은 개축된 연도를 나타낸다. 로마 숫자를 읽을 수 있다면 '아 저 건물이 언제 지어졌구나!'를 스스로 쉽게 알 수 있다.  

종종 아래 건물에서 보듯이 아라비아 숫자로 되어 있는 건물도 있다. 보자마자 완공이나 개축 연도를 알 수 있다.  


로마 숫자 1에서 10까지(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는 많이들 알고 있다. 이외도 기본 기호 7개만 알면 비교적 쉽다. 로마 숫자는 바로 이 7개의 기호로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I

V

X

L

C

D

M

1

5

10

50 

100 

500 

1000 


1. 같은 숫자는 더해 준다
II = 1+1 = 2; XX = 10+10 = 20; MM = 1000+1000 = 2000

2. 큰 숫자 다음에 작은 숫자가 있으면 더해 준다
VI = 5+1 = 6; XXI = 10+10+1 = 21; LXVII = 50+10+7 = 67

3. 큰 숫자 앞에 작은 숫자가 있으면 빼준다
IV = 5-1 =4; IX = 10-1 = 9; XL = 50-10 = 40; XC = 100-10 = 90; CD = 500-100 = 400; CM = 1000-100 = 900

4. V, L, D는 중복으로 쓸 수 업지만 X, C, M는 중복으로 쓸 수 있다
VV가 아니라 X이고, LL가 아니고 C이고, DD가 아니고 M이다.

5. 같은 숫자를 네 번 이상 쓸 수 없다
IIII로 쓰지 않고 IV로 쓰고, XXXX로 쓰지 않고 XL로 쓴다. 


이제 아래 건물의 완공 연도를 알아보자


MDCCCXLIV = 1000+500+100+100+100+40(50-10)+4(5-1) = 1844년 완공 
MCMXXIV = 1000+900(1000-100)+10+10+4(5-1) = 1924년 개축

아래 건물의 완공 연도는 좀 더 쉽게 알 수 있겠다.


MDCCLX = 1000+500+100+100+50+10 = 1760년 완공

만약 유럽의 중세 도시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미리 로마 숫자를 익혀 가는 것도 좋겠다. 구시가지의 건물에 새겨진 로마 숫자를 해독해 보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북유럽 발트 3국 리투아니아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 명소는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와 옛 수도 트라카다. 빌뉴스 반나절 여행이나 한나절 여행에 대해서는 각각 관련된 초유스 글을 참고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트라카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 트라카이 루카 호수는 한반도 지형을 빼닮았다


트라카이(Trakai)는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28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으로 빌뉴스(1323년부터 수도) 이전 수도였던 곳이다. 트라카이는 리투아니아인, 타타르인, 러시아인, 폴란드인, 유대인 그리고 카라임인 등이 어울려 살고 있다. 


특히 카라임(karaimas) 사람들은 흑해에서 비타우타스 대공작이 14세기 말 이곳으로 데리고 온 민족이다. 이들은 유대교를 믿는 투르크계에서 분파되었다. 집은 일자형 목조가옥이고 거리를 향한 창문은 모두 세 개(하나님, 비타우타스 그리고 주인을 뜻함)다. 이들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중 하나가 키비나스(kibinas)다. 



호수 위 붉은 벽돌 성에는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이르는 넓은 영토를 확보한 비타우타스(1350-1430) 대공작이 거주하고 사망한 곳이다. 이 성은 방어가 주된 기능으로 당시로는 난공불락의 요새임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아쉽게도 17세기 모스크바 공국과의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현재 건물은 수십년에 걸쳐 되었다. 1962년부터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트라카이를 둘러싸고 있는 큰 호수는 모두 3개다. 타타르 호수, 갈베 호수, 루카 호수다. 트라카이 성이 떠있는 듯한 갈베 호수의 수심은 약 50미터이고 섬 21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특히 루카 호수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한반도 지형을 꼭 닮았다. 


1. 교통편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빌뉴스에서 기차나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기차로는 33분이 소요된다. 편도 기차표는 1.8유로다.

기차시각표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traukiniobilietas.lt/portal/

버스시각표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autobusubilietai.lt/en/popular-bus-routes/Vilnius-Trakai/




2. 한반도를 닮은 루카 호수따라 걸어보기

기차역이나 버스역에 내려서 이 호수변을 따라 트라카이 성으로 이동하길 권한다. 거리는 3.5킬로미터이고 도보 소요시간은 45분 정도이다.



3. 트라카이 섬 성 (island castle, salos muzeijus) 내부 관람하기

현재 입장료가 8유로다. 리투아니아 대공국 시절의 유물과 다양한 주제의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성 둘레를 한 바퀴 산책하길 권한다.



4. 요트나 배 또는 오리배 타보기

맑고 넓고 깊은 트라카이 주변 호수를 눈으로만 즐기기엔 너무 아깝다. 여름철이라면 요트나 배를 타고 붉은 벽돌 트라가이 성 주변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소요시간은 30-40분이다.   




5. 카라임 음식 먹어보기

배고프다면 호수 주변 식당에서 리투아니아 맥주에다 카라임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겠다. 키비나스는 보통 닭육수와 함께 먹는다. 



기차역이나 버스역으로 돌아갈 때는 카라이마이와 비타우타스 거리(Karaimų gatvė, Vytayto gatvė)를 이용하길 권한다. 트라카이에서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맑은 호수 그리고 붉은 요새를 바라면서 여행을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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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여행2020. 1. 10. 14:22

유럽에서 장기나 복수 여행을 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체류일수다. 유럽 여행에서 꼭 알아둬야 할 국제조약이 쉥겐조약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쉥겐조약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쉥겐조약은 무엇인가?
쉥겐조약(Schengen agreement, 솅겐협정)은 유럽 각국이 국가간 이동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즉 국경을 철폐해서 육상, 해상, 항공 이동시 입국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인적 및 물적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현재 가입한 국가는 26개국(회원국 명단)이다.
 

쉥겐 조약국가 많지 않았을 때는 무비자로 유럽 여러 나라에 장기 체류하는 것이 아주 쉬웠다. 양자 무비자 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무비자 체류일수가 끝날 무렵 인근 나라로 잠시 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새로운 무비자 체류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국경을 통과할 때 출입국 도장을 꼭 받아 놓아야 했다.  

하지면 쉥겐조약 회원국수가 늘어나면서 이것이 어렵게 되었다. 쉥겐조약 가입국 전체 지역에서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입국일부터 시작해 180일 동안 합쳐서 90일까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쉥겐조약을 우선시하는 국가도 있고 국가와 국가간 서로 맺은 양자사증면제협정을 우선시하는 국가도 있다. 

쉥겐조약 회원국 최초입국지가 입국 도장을 찍어주고 최후출국지가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국경이 철폐되었기 때문에 쉥겐조약 회원국들 안에서 이동할 때는 도장을 안 찍어준다. 국경 지점이나 근처에서 개인 신분 확인차 여권을 검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아래 영상은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국경을 통과하는 장면이다. 출입국 심사나 검사가 전혀 없다. 그냥 같은 국가 내에 있는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유럽을 무비자로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출입국시 웬지 불안하다. 혹시 지난 180일 동안 최대 90일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위반해 예기치 않게 심문, 벌금, 추방, 입국금지 등을 당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쉥겐조약 지역 무비자 체류가능 일수을 계산해주는 사이트가 있어 소개한다. 최종 출국일 기준으로 180일 이내에 90일 체류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지난 180일 동안 쉥겐조약 가입국에서 체류한 날짜를 기입하면 앞으로 체류할 수 있는 날수가 나온다.


입국날짜 (Date of entry) 
출국날짜 (Date of exit)
체류일수 (Days of stay)
지난 180일 이내 체류일수  
체류 최종일  

2019년 11월 05일 입국
2020년 01월 09일 출국

계산(calculate) 단추를 누른다
2020년 2월 2일까지 앞으로 36일을 더 체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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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올 기회가 거의 없다. 요즘 탈린은 일출이 아침 9시이고 일몰이 오후 3시 24분이다. 한마디로 낮이 아주 짧고 밤이 아주 길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설경 등을 구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유로 겨울철에는 관광객들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기대하지 않게 발트 3국을 관광하는 한국인 단체를 안내하게 되어서 탈린에 왔다. 숙소가 고층호텔인 스위소텔(Swissôtel 구글 위치)이다. 


탈린에 사는 한국인 친구를 초대해 함께 꼭대기층인 30층에서 탈린 야경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이곳은 편하게 술 한잔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안개가 자욱해서 야경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안개가 차차 걷히고 탈린 야경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SEB 건물 윗부분은 마치 현재 도로상황을 생중계해주는 듯하다. 삼성 갤럭시 노트 10 플러스 나이트모드로 찍어본다.


여객선 선착장의 노란색 불빛이 검푸른 바다에 더욱 돋보인다.


스위소텔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하이퍼랩스(삼성 갤럭시 노트 10 플러스)로 담아보았다. 



스위소텔은 앞에 있는 고층건물에 가려서 구시가지 전체를 볼 수 없어서 아쉽다. 하지만 구시가지 올레비스테 쪽과 번화한 시가지와 탈린 항구에서 발하는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탈린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위소텔 꼭대기층에 올라가서 야경을 한번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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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 12. 1. 03:44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몰타 여행 마지막 날 일출을 맞으면서 므디나를 둘려본 멋진 경험을 간직한 채 우리 가족은 202번 버스를 타고 우선 짐을 보관할 수 세인트줄리언스(Saint Julian's)으로 이동한다.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우선 세인트줄리언스 밸유 슈파마켓(Valyou 위치는 여기)으로 들어간다. 이쪽저쪽 판매대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샐러드가 눈에 들어온다. 당근을 얇게 채을 썰어 만든 샐러드다.   


이 샐러드의 이름이 "한국 당근"이다. 이 음식은 소련 시대 고려인들이 한국 김치 맛을 내기 위해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소련의 한 구성원이었던 발트 3국 슈파마켓에서는 지금도 "한국 당근"을 쉽게 볼 수 있다. 싱싱한 샐러드로 팔기도 하고 유리병에 보존해 팔기도 한다.   

보통 당근을 채썰어 후 카르다몸(cardamom), 설탕, 마늘, 식용육, 식초 등으로 버무려서 만든다. 이미 숙소를 떠난 여행 마지막 날이라 아쉽다. 몰타에서 파는 "한국 당근" 샐러드를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가격은 얼마일까? 350그램에 3.67유로로 약 4700원이다.


깨끗한 넓은 세인트줄리언스 해변 산책로를 따라 짐보관소로 향한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저녁 7시이라 우리는 짐을 보관하고 슬리마(슬리에마 Sliema)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짐보관소의 위치(구글 지도)는 세인트줄리언스만 호텔 1층에 있다.  


51 Censu Tabone Street라고 표기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무인 짐보관소다.


짐을 보관 후 홀가분한 우리는 이미 둘러본 해변 산책로 대신 골목길을 선택해 슬리마 쇼핑 지역 쪽으로 이동한다. 건축자재는 보통 누런빛 석회석이라 거리 분위기가 아주 단조롭다. 하지만 발코니와 현관문의 색깔은 집집마다 개성적인 색깔로 칠해져 있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인데 악기 상점이 하나 있다. 해외여행지에서 향토색이 짙은 악기를 사는 것이 아내의 취미다. 점원이 첫눈에 우리가 리투아니아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아보고 리투아니아어로 말을 건다. 아니, 어떻게 이를 수가!!!
"어떻게 리투아니아 사람이 이곳 몰타에서 악기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이 몰타 사람이라서요."
"여기 여름철에 살기는 어때요?"
"너무 더워요."
"그러면 겨울철에는요?"
"중앙난방시설이 없어서 추워요."
"제일 여행하기 좋은 때는요?"
"9월에서 10월 중순까지가 좋은 듯해요."   


이번 몰타 여행에서 내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전선이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전선이나 통신선 등이 지하에 묻혀 있다. 그래서 도심에 전봇대가 없다. 몰타는 전선 등이 창문 위나 발코니 밑에 있는 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걸어서 거리 구경을 하면서 쇼핑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Tower Road 위구글 지도)에 이른다.


아내와 딸이 쇼핑을 하는 동안 늘 그렇듯이 밖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곧 엄청난 비가 쏟아질 듯하다.  


다행히 쇼핑을 마치고 점심을 먹는 식당이 있을 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식당 출입문에 떨어진 빗물이 유리를 바깥 풍경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살짝 열린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거리는 그야말로 급류가 흐르는 개울로 변해 있다. 우산도 없는데 저 비를 맞았더라면 한순간에 흠뻑 젖었을 것이다.    



폭우는 차츰 그친다. 우리는 슬리마에서 세인트줄리언스로 가서 짐을 찾아 인근에서 공항행 TD2 버스를 타고 몰타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라이언에어 비행기로 3시간 20분만에 빌뉴스에 도착한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 여행을 다녀왔다. 몰타에서 9일을 머무는 동안 많은 곳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여러 곳이 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해본다. 몰타 가족여행기(15편)를 쓰면서 자꾸만 비취색 아름다운 지중해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 동안 읽으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5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몰타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 | 10편 | 11편 | 12편 | 13편 | 14편 | 15편 |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8. 18:35

10월 하순 9일 동안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자유여행인지라 숙소를 어디로 할 것인지 고민이다. 몰타는 관광업이 2018년 국민총생산에서 차치하는 비중이 27.1%이다. 2018년 섬나라 몰타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260만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다섯 배가 넘는 수이다. 몰타 전체를 통해 곳곳에 숙박시설이 갖쳐져 있다. 

7명이 8박을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첫날 숙박지는 쉽게 정했다. 다음날 호주에서 오는 큰딸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항 인근 키로코프(Kirkop)에서 묵었다[관련글: 몰타 호텔에 큐알코드로 입실하다]. 그 다음날부터는 가족여행을 마칠 때까지 한 곳에 있는다.

우리가 숙소를 선택할 때 고려한 사항이다.
1.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
2. 바다가 보일 것
3. 해수욕장 및 관광명소가 곳에 가까울 것
4. 7명이 지낼 수 있도록 방이 3개 이상일 것  
5. 가격이 좋은 곳

이렇게 해서 구한 숙소는 에어비앤비 아파트다. 위치는 세인트폴만(Saint Paul's Bay) 해변에 위치해 있다. 세인트폴만은 몰타에서 기독교가 시작된 곳이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사도 바울(폴 Paul) 일행이 이스라엘 카이사리아(Caesarea)에서 로마로 향하다가 난파를 당해 도착한 세인트폴섬이 바로 이 만에 있다. 

이런 이유로 몰타에서는 매년 2월 10일 성바울 난파축제가 열린다. 세이트폴만 해안선을 따라 부지바(Buġibba) 등 여러 마을이 한 도시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바다, 하얀 혹은 누런 건물, 하얀 구름, 비취색 바다가 한 편의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이룬다.


우리는 세인트폴만에 속해 있는 셈시야만(Xemxija Bay) 남쪽 해안에 묵는다.  


해안 아파트라 길이 가파르다. 


우리가 묵은 숙소를 참고 삼아 소개한다.
침실 1


침실 2


침실 3


욕실이 두 개이고 욕조와 더불어 샤워실도 마련되어 있다. 


거실


부엌


몰타는 전원 꽂개집(콘센트) 형대가 다르다. 미처 변환 꽂개집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숙소에 하나가 준비되어 있다.


발코니 두 개가 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세인트폴만이다. 청록색이 군데군데 바다에 수놓여 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야경이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해안이다. 돌로 가득 차 있다. 숙소 지하주차장에서 나가 쉽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관리인이 쓰레기 버리기에 주의를 준다. 플라스틱, 종이, 깡통 등 재활용 쓰레기는 회색 봉투(가게에서 구입)에 넣어야 하고 유리는 따로 버려야 한다. 쓰레기 수거 시간은 혼합쓰레기는 월요일-토요일 7시부터, 회색 봉투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만 10시부터, 유리 수거는 매달 첫 째주 금요일 7시부터다. 수거 시작 1시간 전에 주차장 문 앞에 내놓는다.  


쓰레기 봉투들이 문 앞에서 청소차를 기다리고 있다.   


셈시야만(Xemxija Bay) 해변도로에서 바로보는 세인트폴만이다.


셈시야만 해변 산책로 야자수 사이에 놓여 있는 벤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벤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국기로 칠해져 있다.


붉은색 바탕에 파란색 십자가 그리고 흰색선 - 노르웨이 국기다.


파랑색 노랑색 빨강색 루마니아 국기가 보인다.


노랑색 초록색 빨강색 리투아니아 국기다.


국적이 리투아니아라 리투아니아 국기 벤치에 앉아본다. 대한민국 국기를 찾아보았으나 아쉽게도 없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4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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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26. 00:53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종여행을 다녀왔다. 숙소가 몰타섬 세인트폴만에 있다. 하루 시간을 내어서 고조(Gozo)섬과 코미노(Comino)섬을 다녀오려고 했다. 그런덴 몰타섬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여행기간 10일도 부족하다. 

가족여행을 마치기 하루 전에야 블루라군으로 아주 유명하다는 코미노섬을 택한다. 다행히 이날은 아침부터 아주 쾌청하다. 여기서 내려서 오른쪽으로 쭉 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고조섬행 선착장에서도 배가 운행되고 있다. 비취색이 얼룩져 있는 저 푸른색 바다 너머가 바로 코미노섬이다. 사람이 물 위로 걸어갈 수 있다면 저 산책하는 한 쌍처럼 걸어가고 싶다.       


왕복 승선권이 1인당 13유로다. 약 5km 거리를 왕복 이동하는 비용으로는 너무 과하다. 식구가 네 명이니 더 더욱 비싸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ㅎㅎㅎ  


20-30명이 탈 수 있는 배는 만석이 되어 엄청난 속도로 물살을 거세게 가르면서 코미노섬을 향한다. 섬 주변 절벽에 이르자 배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높은 절벽은 몰아치는 파도에 못 이겨 제 살을 내어주어 뻥 뚫린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바닷물은 검푸른 옷을 벗고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비취색 옷을 입고 있다. 


사람들은 이 절경에 감탄하면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 순간 왕복 승선권 13유로가 비싸다는 생각이 싹 가버린다. 와, 승선권이 아깝지가 않구나!!!    


절벽 절경 여러 곳을 안내한 후 배는 다시 속력을 낸다. 마지막 절벽을 돌아서 선착장으로 향하자 바닷물 색깔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다르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시선을 사로잡는 안내판이 있다. 바로 내리쬐는 햇볕을 가리기 위한 해변양산과 해변의자를 임대하는 안내판이다. 공식 최대 가격이 각각 5유로다.   

  
안내편을 지나면서 해변의자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좌우를 둘러봐도 해변은 모래가 아니라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해변수건을 깔 수 있는 공간을 찾기도 힘들다. 약간 평평한 바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변의자는 참 요긴하겠다. 아, 그래서 장사가 되는구나!   


선착장 좁은 모래해변에는 벌써 앉을 자리가 없다. 수정처럼 저 맑은 물에 나도 몸을 담그면 수정처럼 깨끗해질 듯한 기분이 든다. 


밝은 비취색빛을 발하면서 찰랑거리는 코미노섬 블루라군의 진면목이 바로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낀다. 아직 주인을 못 만난 해변의자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이날은 10월 마지막일이다. 여전히 블루라군에는 수상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훌러덩 옷 벗고 물감 풀어놓은 듯한 저 잔잔한 바닷물로 첨벙 뛰어들고 싶다. 꿈 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얕아 보이지만 나중에 수영하러 들어가니 해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바닥에 내 발이 닿지 않는다. 


하얀 구름 밑에 있는 곳이 고조섬이다. 같은 바닷물인데도 물 깊이와 바닥 내용물에 따라 어떻게 저렇게 신비롭게 색이 달라질 수 있는 지에 새삼스럽게 놀란다.  


우리는 수영 대신 먼저 언덕 산책을 하기로 한다. 


해안을 따라 산책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절경에 눈이 팔려 자칫 실족하면 큰 일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해안 절벽 바위 위로 함부로 올라가는 가서도 안 된다. 오랜 풍화 작용으로 어떤 바위는 약해서 쉽게 부서지거나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안 절벽을 벗어나 언덕 위로 향한다. 사방천지에 돌덩이뿐이라 교목들이 자랄 수가 없겠다. 덤불 식물들이 돌덩이를 덮고 있다.   


돌덩이 사이로 야생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가냘픈 꽃의 강인한 생명력이 경이롭구나!


풍화로 흙이 된 자리에 여기저기 또 다른 생명이 돋아나고 있다. 새싹을 밟지 않도록 발밑을 살피면서 조심조심 걷는다.


다 말라버린 꽃줄기가 아직 남아 있다. 어떤 아름다운 꽃이 저 말라버린 꽃잎에 피어 있었을까...


말라버린 꽃줄기를 비집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짙은 녹색 잎이 벌써 제법 솟아나 있다. 


말라버린 꽃줄기도 파란 하늘과 어울려 운치롭구나!   



바위 위에 낀 오렌지색 둥근 이끼도 신기하다.    


드디어 높지 않는 언덕 정상에 올랐다.  


주위에 부탁할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가족 사진을 찍어본다. 


이제 저 아래 블루라군으로 향한다.


비취색 블루라군에 들어가 우리 가족도 잊지 못 할 추억거리를 만든다.


선착장에 탑승객을 기다리는 배에도 "호루스의 눈"이 장식되어 있다[관련글: 몰타 고기잡이 배에 그려진 눈 한 쌍의 의미는].


오후 골든만 여정으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블루라군을 이제 뒤로 하고 떠난다.


다시 검푸른 파도를 타고 몰타섬으로 돌아온다.


2시간 머문 코미노섬이지만 블루라군의 비취색 아름다움과 척박함 속에서 솟아나는 초록색 새싹의 생명력은 오래오래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시 간다면 하루 종일 저 섬에서 놀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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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11. 04:24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세인트 폴 베이(Saint Paul's Bay)에 배들이 정박해 있다. 특히 알록다록 여러 색으로 칠해진 배들이 눈길을 끈다. 이는 몰타의 전통 고기잡이 배인 루쭈(luzzu)다.


이 어선들은 보통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으로 밝게 칠해져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눈에 띈다. 하나 같이 뱃머리에 눈 한 쌍이 그려져 있다. 무슨 의미일까?


사람 눈으로도 보이고 물고기로도 보인다. 보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겠다.


몰타 가족여행 전에 미리 몰타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아내가 루쭈 앞에 장식되어 있는 눈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이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사람들의 풍습에서 유래된다. 이 눈은 '호루스의 눈'(고대 이집트의 신격화된 파라오의 왕권을 보호하는 상징) 혹은 '오시리스의 눈'(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서 풍요를 상징 또는 부활과 재생을 의미)와 관련이 있다. 이 눈은 바다에 있는 동안 어부들을 보호해 준다. 


루쭈는 흔히 몰타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진다. 루쭈가 많이 정박해 있는 어항은 마르사실로크(Marsaxlokk)다. 몰타 섬 남동부에 위치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혹시 비닷솟 물고기들이 이 눈 한 쌍을 가진 배를 물고기로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배가 앞으로 나아가면 동료 물고기가 오는 줄 알고 바닷속 물고기들이 이를 환영하러 다가오다가 그만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 아닐까... ㅎㅎㅎ


고기잡이를 나가는 몰타의 어부들이 호루스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고 오시리스의 도움을 받아 만선을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이런 장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저 폴 베이를 지나 고기잡기 나간 어부들이 다 이 눈의 위력을 얻기를 바라본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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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1. 6. 17:16

유럽 리투아니아는 국경일(영혼의 날 - 돌아간 조상을 숭배하는 날)인 11월 1일을 기점으로 학교가 일주일 방학에 들어간다. 보통 이맘 때부터 흐리고 추운 날씨가 대세다.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은 lapkritis다. 이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뜻한다. 

우리 가족은 거의 매년 햇볕이 부족한 긴긴 겨울철을 잘 견디기 위해 이맘 때 따뜻한 나라로 가족여행을 간다. 행선지 결정은 아내 몫이다. 봄부터 아내는 여행지와 더불어 저가 항공권과 괜찮은 숙박 시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지중해 키프로스와 몰타 중 고민하다가 몰타를 여행지로 정했다. 이유를 물으니 첫째 해수욕도 여전히 가능하고, 둘째 호주 큰 딸과 영국 조카 가족이 더 싼 비행기표로 올 수 있고, 셋째 공용어 중 하나가 영어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막상 가족여행을 떠날 때쯤 리투아니아는 기록적인 날씨로 여름날 같은 10월 날씨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여행 안 가도 될 텐데... 10월 24일 오후 라이언에어 비행기를 탔다. 직항이다. 왕복 비행기표가 1인당 180유로다. 빌뉴스 공항에서 몰타 공항까지 소요 시간은 3시간 20분이다.

지중해 몰타로 접어들자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금방이라고 폭우가 쏟아질 듯하다.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찰나인데 참으로 아쉽다. 저런 먹구름은 우리가 머무는 8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10월 중하순 몰타 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몰타는 쉥겐조약(국경통과 간소화 조약) 가입국으로 비행기에 내려서 버스로 이동한 후 출입국 심사없이 우리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첫날 숙소는 공항 출입국장 반대편 쪽에 있는 할 키르코프(Hal Kirkop)에 위치해 있다. 다음날 아침 호주에서 큰 딸을 맞이해야 하므로 공항 인근으로 정했다. 도보로 20분 걸리는 거리다. 성 레오나르두스(Leonardus) 성당 바로 옆이다. 리투아니아 성당들은 대부분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이곳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하루만 묵을 숙소다. 석회석으로 지어진 호텔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호텔이 전자우편으로 호텔 출입을 할 수 있는 큐알코드를 보내왔다. 늦은 밤도 아닌데 설마 호텔 접수대에 종업원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 8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초인종도 없다. 어떻게 들어가지... 출입문 옆에 전자 기기 하나가 붙어 있다. 방법을 숙지하고 있던 아내는 전자편지에서 내려 받은 큐알코드를 찍는다. 그러자 전자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큐알코드로 호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도 접수대도 정말 없다. 방문 옆에도 큐알코드를 읽는 기기가 붙어 있다.   


깔끔하다. 그런데 방바닥이 낯설다. 리투아니아는 목재 바닥이 대부분인데 몰타는 타일이다. 여기가 더운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인용 침대가 둘이다.


침대 너머 오른쪽에 옷장이 보인다. 다른 침대 옆에도 넉넉한 옷장이 있는데 저기 텔레비전 옆에 굳이 옷장이 또 필요할까...
 

문을 열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옷장으로 위장된 부엌이다!!! 간단하게 요기할 거리를 만들 수도 있겠다.


몰타의 전원 꽂개집(콘센트) 형태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미처 변환 꽂개집을 준비하지 못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동그란 구멍이 두 개가 있는데 여기는 네모난 구멍이 세 개가 있다. 


서로 다른 꽂개(플러그)다. 


다행이 약간 변형된 꽂개집 덕분에 걱정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규모의 호텔이다. 방이 총 6개다. 우리 가족만 투숙한 듯하다. 어떻게 유지가 될까... 그런데 나중에 아침 식사하는 것을 보니 방이 모두 다 손님으로 채워져 있다.


준비된 아침 식사 양과 종류를 보니 참으로 소박하다.


빵을 구우려고 전원을 넣어도 작동이 되지 않는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주인인지 직원인지 현지인 한 사람이 식당으로 와서 벽에 붙어 있는 꽂개집 왼쪽에 있는 개폐기(스위치)를 작동시켜 준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을 때 굳이 꽂개를 뽑을 필요가 없이 그저 전원 개폐기만 닫으면 된다. 


아침 식사 후 찍은 호텔 정면이다. 모래색 석회석 건물과 남색 나무 창문이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호텔 바로 옆 성당이다. 하나면 충분할 텐데 왜 벽시계가 두 개나 있을까? 옆에 있던 요가일래가 답을 준다. 이것이 바로 몰타 특징들 중 하나다. 두 개의 종탑 아래 각각 시계를 걸어 놓는다. 오른쪽 시계만이 정확한 시간을 주민들에게 표시한다. 틀린 시간을 표시하는 다른 시계는 악령을 혼동시켜서 미사를 방해하지 못하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와~~~ 고마워~~~   


모처럼 다 함께 모였으니 가족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다른 숙소 입실 시간이 오후 1시라 아침에 마실 구경에 나선다. 온통 누렇고 누렇다.


공사현장이다. 벽이나 바닥이 다 누런 흙으로 보이지만 다 밝은 모래색 석회석이다.


감자가 자라고 있다. 흙 반 돌 반이다.


올리브가 익어 가고 있다. 


"와, 아몬드다!" 
식구들은 믿지를 않았다. 요가일래는 열매 하나를 집으로 가져 와서 깨서 먹어 보더니 그제서야 식구들은 내 말을 믿게 되었다. 30여년 전 헝가리 유학 시절 현지인 포도밭에 내가 심어 놓은 아몬드 나무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무궁화속의 꽃인 부상화다.


장미꽃도 여전히 피어 있다.


동네 작은 공원이다. 깨끗한 무료 화장실이 신기하다. 채소와 과일도 자라고 있다. 


수박이다. 이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로 접어드는데 저 수박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중해 몰타에서 첫날을 보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최첨단 큐알코드 입실이다. 아침 식사를 도와주던 친절한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이 방법이 몰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나?"
"다른 호텔들이 사용하는 지는 모르겠다."
"어떤 좋은 점이 있나?"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된다. 상주할 필요도 없다. 아침 준비와 청소 정리만 하면 자유롭다."


이상은 초유스 몰타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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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 10. 21. 04:30

시간 여유가 많은 여행자에게 모스크바 볼 거리 하나를 소개한다. 베데엔하((VDNH, VDNKh 위치))이다. 지하철 베데엔하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엄청난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조형물을 만난다. 이는 1964년 세워진 우주정복자 기념비로 모스크바 우주박물관의 상징물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사람은 러시아인 유리 가가린이다. 그는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반 동안 지구 상공을 한 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우주박물관은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비행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1년 4월 10일 일반에 공개되었다. 소련과 러시아의 우주 관련 즉 비행역사, 천문학, 우주탐험, 우주기술 등 8만5천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우주박물관을 왼쪽 옆에 두고 인파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베를린 브란데부르크 문이나 파리 카루젤 개선문을 떠올리게 하는 정문이 나온다. 베데엔하는 1939년 전러시아 농업 박람회로 세워졌다. 초기 이름에 딱 맞게 콜호즈 집단농장의 남녀 한 쌍이 곡식단을 높이 들고 있다. 


1959년 국민경제달성박람회(ВДНХ, VDNH)로 명칭이 변경되고 농업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문화 등 여러 산업 분야로 확대되었다.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전시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이 박람회장의 전체 면적은 237헥타르고 이중 실내 전시관들이 27헥타르를 차지하고 있다. 모나코 공국보다 더 넓다. 어머어마한 크기다. 


정문을 지나 약 300미터 앞으로 가면 레닌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기념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레닌 뒤에는 중앙전시관이 위치하고 있다. 


건물 정면 윗부분에는 소련의 15개국 공화국의 황금색 문장이 일렬로 붙여져 있다. 


9월 초순에도 장미꽃이 여전히 피어 있다. 


8각형 연못 안에 분수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1954년 세워진 민족우호 분수(Druzhba Narodov)이다. 


황금빛 소녀상이 16개이다. 숫자는 소련과 소련에 속한 15개 공화국을 뜻한다. 소련 15개 공화국에 살고 있는 민족들의 우호가 마치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 당시 누구도 훗날 소련이 붕괴될 몰랐을 것이다.  


아르메니아 공화국 전시장이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선물가게와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카자흐스탄 공화국 전시장이다.


벽면에 말과 양을 기르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생활상이 조각되어 있다. 양치기 머리에 올라간 검은 색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까이에 가보니 비둘기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귀에 익은 노래가 전시장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바로 조용필이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이다. 우와~~~ 여기에서 한국 노래를 듣게 되다니!!!   



산업광장에 있는 돌꽃(석화) 분수대다. 이 분수대의 이름은 우랄 지역의 민화를 담고 있는 책 이름 "돌꽃"에서 나왔다. 


베데엔하가 모스크바 시민들의 좋은 휴식지 역할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화국 전시관이다.


벨라루스 공화국의 전시관이다. 


여기 안에는 무엇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해 들어가니 다름 아닌 쇼핑센터다. 벨라루스에서 생산된 의류, 신발 등을 팔고 있다. 


보스토크(Vostok) 로켓이다. 1959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에서 우주선을 발사할 때 사용한 로켓이다. 세계 최초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한 로켓이 이 로켓(Vostok-K 8K72K)이다. 보스토크는 동양이라는 뜻이다. 아, 로켓아! 동양인 나를 고향으로 태워다오... ㅎㅎㅎ  


저 붉은 구멍을 통해 시뻘건 화염을 뿜었으리...


수호이 Su-27이다. 소련과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다.


Su-27은 쌍발 엔진을 사용한다.


우주전시관 뒷쪽으로 가면 사과나무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사과꽃이 한창일 때 오면 참 좋겠다.  


광대한 전시장 안에서 5km이상을 걸었더니 허기가 느껴진다. 현지인 갈리나의 안내를 받아 간 레스토랑 Вареничная №1이다. 레스토랑 위치


항아리에 담겨진 따근한 필라프 


동행한 친구는 찐 만두를 먹는다. 


정문을 통해 나왔다. 무려 3시간 30분을 이 박람회장에서 보냈다.  


사회주의 체제와 계획경제의 흔적을 찾볼 수 있는 이 박람회장에는 전시관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수족관, 쇼핑센터 등도 마련되어 있다. 모스크바 도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거대한 녹지공간이 여기다.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곳에 한번 가볼 것을 권한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0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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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 10. 14. 21:43

특히 낯선 여행지에서 내 취미는 걷는 것이다. 걷고 걷다보면 낯선 곳이 마치 내 곳이 되어 가는 듯하다. 지난 9월 모스크바를 여행하면서도 가급적이면 걸어서 다녔다. 오늘은 승리공원에서 러시아 외무성까지 걸어 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모스크바 지하철 3호선 파르크 포베디(Park Pobedy 승리공원) 역에서 내린다. 이 역은 탑승장이 지하 84미터에 위치해 있어서 모스크바에 가장 깊은 지하철 역이다. 이 역은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 두 개로 장식되어 있다. 하나는 1812년 프랑스 나폴레옹 침공 승리 벽화이고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승리 벽화이다. 러시아는 이 두 전쟁의 승리를 아주 크게 부각시킨다. 

아래 벽화는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을 막아내고 승리한 러시아 지휘관들을 보여 주고 있다. 내가 발트 3국 한국 관광객들에게 자주 언급 하는 미하일 쿠투조프와 미하일 바클라이를 비롯한 표트르 바그라티온, 레온티 베니헤센 등이 보인다.   


먼저 쿠투조프스키 대로 가운데에 위치한 개선문에 가 본다. 이 대로 이름은 쿠투조프에서 유래된다. 그는 리투아니아 군정관으로 있다가 나폴레옹 침공 때 러시아 총사령관으로 승리로 이끈다. 샹트페테르부르크 카잔 성당에 묻혀 있고 그의 유산은 톨스토이 가문에게 넘어갔다. 쿠투조프는 러시아에서 높이 평가 받은 장군 중 하나다. 


여기도 중국 단체 여행객들로 붐빈다. 중국인들이 관광으로 유럽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실감케 한다.


모스크바 개선문은 1812년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에 대한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1834년 모스크바 도심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세워진 개선문은 1936년 스탈린의 모스크바 도심 재건 사업에 따라 철거되었다. 측정, 스케치, 사진 자료 및 조각상 등이 박물관에 보관되어 오다가 1968년 현재 위치에 복원되었다. 이 개선문 주위를 승리광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승리공원은 1960년데 지어진 야외 박물관이다. 이 공원 가운데 141.7미터의 오벨리스크가 있다.승리 여신과 성인 게오르기우스(조지)가 조각되어 있다. 공원 보수 작업 중이라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없어 아쉽다. 전승박물관, 분수대, 꽃정원, 조각상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성인 게오르기우스 러시아 정교 성당이다. 용을 죽이는 것으로 상징되는 4세기 기독교 성인인 게오르기우스는 모스크바의 수호성인이다. 


함께 동행한 폴란드 친구와 걸어서 쿠투조프스카야 대로를 따라 도심까지 간다. 대로 양옆에는 대로에 걸맞게 길쭉하고 거대한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대로에 가로수가 없다니... 거대한 아파트 건물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본다. 수목이 우거진 넓은 정원이 나온다. 아, 가로수가 여기 다 숨어 있네!!! 


쿠투조프스키 대로 26 건물이다. 이 건물 아파트에 소련 공산당 서기장 두 명이 살았다. 


1964년부터 1982년까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역임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여기 살았다.  


그리고 1982년에서 1984년까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역임한 유리 안드로포트도 여기 살았다. 


이 건물을 지나면 말을 타고 칼을 번쩍 들고 있는 조각상이 나온다. 주인공은 표트로 바그라티온이다. 나폴레옹 모스크바 침공 때 러시아 장군이다. 그는 조지아 왕가 출신이다.  


이 조각상이 있는 공원을 따라 모스크바 강쪽으로 가면 소련식 고층건물이 아니라 현대식 마천루가 우뚝 솟아나 있다. 마천루가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이 바로 국제 비즈니스 센터 모스크바시티(Moscow-City)다.   


여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101층 373미터를 가진 페더레이션 타워다. 


드릴로 허공을 뚫고 천정으로 올라가는 듯하다.  


쿠투조프스키 대로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볼샤야 도로고밀로브스카야 거리 따라 1912년 세워진 보로딘스키 다리까지 걸어 왔다. 여기서도 나폴레옹을 이긴 러시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보로딘스키는 보로디노(Borodino)에서 나왔다. 모스크바 근교 마을로 1812년 프랑스 군대와 러시아 군대가 격렬하게 전투를 벌인 곳이다.


스탈린 시대 지어진 고층건물 7자매 중 하나인 러시아 외부성이다. 단속에 걸린 차 주위에 경찰관 다섯 명이 보인다. 아, 러시아엔 여전히 소련 냄새가 나는구나...


이날 우리가 이동한 거리는 총 8킬로미터다. 모스크바 여행에서 "세월아 네월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9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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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14. 04:56

지난 9월 2주 동안 모스크바를 다녀 왔다. 1990년부터 알고 지내는 폴란드 친구 라덱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폴란드인이고 어머니가 고려인이다. 그의 선조들은 1800년대 말 연해주를 거쳐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정착했다. 라덱 이모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고려인이다. 이미 몇 차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이모를 만난 터라 흔쾌히 따라 갔다.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모스크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많은 기대를 하면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라 탔다. 밤낮없이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모스크바에서 라덱 사촌 갈리나 부부가 우리를 공항에서 반갑게 마중했다.  


공항에서 이모 댁이 있는 모스크바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만나는 도로나 아파트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했다. 인구 60만명이 사는 도시에 익숙한 내 눈은 1200만명이 사는 도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갈리나 오빠는 소련 시대에 지어진 아래와 같은 건물에 있는 방 두개 모스크바 아파트를 임대해서 받는 월세로 카자흐스탄에서 일하지 않고 가족이 편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체류하는 동안 어머니와 함께 사는 라덱 사촌 알로나는 임시 휴가를 내면서까지 우리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두루 안내해 주었다. 라덱 이모와 사촌들과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라덱 이모는 모스크바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밥은 되도록이면 식당에서 먹지 말고 집에 와서 먹으라고 했다. 체류 기간 내내 일흔 살 이모가 해주는 밥으로 거의 대부분 하루 세 끼를 먹었다. 고려인이 만든 음식은 어떠할까? 몇 해 전 취재 촬영 차 다녀온 칼리닌그라드에 사는 고려인들의 반찬가게(아래 동영상)가 먼저 떠오른다. 



10여일 동안 고려인 집에서 내가 먹은 음식들을 아래 소개한다. 한반도를 떠나서 산 지 15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 집 음식들은 여전히 밥과 반찬과 국으로 이루어진 한국식이다. 첫날 점심 식탁에 오른 음식이다. 


생선오이무침이다.


시래국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시래기가 아니였다. 시래기는 보통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이다. 
"이 채소는 뭐?"
"민들레잎."
"민들레잎으로 시래기국을?!"
"그렇지. 싱싱한 민들레잎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차가운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둔다. 그러면 쓴맛이 줄어든다. 한 끼 분량씩을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둔다."
"우와~~~ 나도 내년 봄에 한번 해봐야겠다."       


직접 구운 따끈한 사과빵(애플케익)이다.


공원산책 중 간식으로 삶은 찰진 옥수수를 먹었다. 


저녁으로 내놓은 왕만두다. 이모가 직접 집에서 손수 만들어 쪘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는데 맛있어 또 손이 나갔다. 


왕만두는 다음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러 박물관 관람으로 시간에 쫓기는 우리들에게 아주 요긴한 먹거리가 되었다.


김치다. 물김치에 가깝다.


상큼한 오이무침이다.


한국당근이다. 고려인들이 배추 대신에 채썬 당근으로 담근 김치다.


닭육수로 만든 국수라 한다. 좋아하는 잔치국수로 보인다. 


아, 저 면이 소면이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스파게티였다. 하지만 맛은 좋았다. 


어느 날 아침 식사다. 빵 윗 부분을 드러내고 그 안에 달걀을 넣고 구웠다.


어느 날 저녁 식탁이다.


애호박무침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가지무침이다.


고추피클이다. 맵지 않게 보이지만 아주 매웠다.


미역된장국이다.


찐 수제 만두다.


소고기 시금치 볶음이다.


닭백숙이다.


고추 소고기 장조림이다.


양념된장이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발효시키고 있는 메주를 보여 주었다.  
 

소(양)곱창 요리다. 양은 소의 첫 번째 위장을 말한다.


삶은 수제 만두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기 전 먹은 저녁 식탁이다. 숙주나물무침도 보인다.   


소고기 필라프다. 필라프는 대체로 고기와 야채를 먼저 볶은 후 그 위에 쌀을 얹어 끓이는 음식이다. 이날 먹은 필라프는 기름지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고 맛이 아주 담백했다. 유럽에 살면서 여태까지 먹어 본 필라프 중 최고로 맛있는 것으로 기억 된다.


10여일 동안 위에 있는 맛난 음식으로 우릴 아들처럼 대해준 뱔라 이모(가운데), 폴란드 친구 라덱(오른쪽) 그리고 승용차로 우릴 이곳저곳으로 구경시켜 준 뱔라 이모의 둘째 딸 갈리나(왼쪽)다. 


150여년을 한반도에서 벗어나서 산 세대를 이어온 이들은 여전히 한국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결혼해서 따로 사는 손녀도 된장을 가져 간다고 한다. 작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메주를 발효시키는 모습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젓갈과 이번에 알게 된 민들레시래기국을 나도 꼭 해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7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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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13. 05:46

모스크바 여행 중 가볼 만 거리 중 하나가 아르바트(arbat) 거리다. 아르바트라는 거리명을 처음 들었을 때 '마시는 차'가 떠올랐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어로 '마시는 차'가 아르바타(arbata)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나 찻집과 관련이 깊은 거리로 짐작 되었다. 

내 짐작은 틀렸다. 아르바트는 모스크바 성 밖에 있는 마을 즉 교외를 뜻하는 아랍어 arbad, 또는 수레를 뜻하는 타타르어 arba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 옛날 각지에서 온 상공인들이 모스크바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은 상점, 식당, 동상 등이 즐비해 여행객들과 젊은이들이 많이 붐비는 문화와 예술 거리다. 15세기에 형성된 구 아르바트 거리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신 아르바트 거리가 있다. 

9월 초순 폴란드인 친구 라덱과 함께 이 아르바트 거리를 산책했다. 3호선 스몰렌스카야 역에서 내렸다. 이 거리에 살고 있는 지인을 역 앞에서 만나서 쉽게 아르바트 거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마주치는 거리가 구 아르바트 거리다.    


보행자 전용인 이 거리에 들어서자 거리 가운데 자작나무와 설치물이 우리를 맞이한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자작나무를 보니 "아,  러시아에 와 있구나!"를 새삼 느낀다. 이 거리 전체가 이런 조경물로 꾸며져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빠져 나오니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넓은 산책로가 나온다.   


왼쪽으로 보니 동상 하나가 눈에 확 띈다. 2012년 푸시킨 서거 175주년을 맞아 세운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과 그의 아내 나탈랴 곤차로바(1812-1863) 동상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시를 쓴 푸시킨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어진다.  


동상 맞은편에 있는 2층 건물이 푸시킨 기념 집이다. 1831년 1월 23일에서 5월 15일까지 푸시킨은 이 집에 있는 아파트를 빌려 부인과 살았다. 1986년 개관된 이 집은 1층이 푸시킨과 모스크바 주제로 2층이 푸시킨 기념물로 전시되어 있다. 거리에 파는 저 LOVE 그림이 부인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결투로 생을 마감한 푸시킨이 더 선명하게 각인된다.  


왼쪽 건물에는 1919년에서 1933년까지 아나톨리 리바코프가 살았다는 동판이 걸려 있다. 그는 이 거리를 배경으로 쓴 "아르바트의 아이들" 작품으로 유명하다. 함께 간 라덱은 이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부끄럽게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건물 내에 있는 지인 집에서 커피까지 마셨으니 언젠가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 


군데군데 거리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불라트 오쿠자바(Bulat_Okudzhava, 1924-1997) 동상이다. 아버지는 조지아인으로 소련 공산당에 의해 사형당했고 어머니는 아르메니아인으로 18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1950년대부터 작사와 작곡을 겸하는 가수로 활동했고 200여곡의 노래를 남겼다. 러시아 음유시가의 개척자로 불린다.  


잠시 거리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해 본다.  


잠시 쉬는 동안 물로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모스크바 거리가 참 깨끗해. 왜 그럴까?"
"저기 봐. 물청소를 하잖아!"
"맞아. 저것이 정답이다."



오전이라 아직은 거리가 다소 한산하다.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 등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산재해 있다. 역시 유명 관광 거리이구나... 


러시아의 유명한 예술가들을 알리는 게시판이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르바트 시작점 쪽에서 끝점 쪽으로 바라보는 거리 모습이다.  


저 건물 앞에 간이화장실이 있고 그 뒤에 길쭉한 건물이 하나 있다. 


이 벽은 최벽(Stena Tsoya)으로 불린다. 깨끗한 아르바트 거리와는 대조적으로 수많은 낙서들로 가득 차 있다.  



바로 빅토르 최(초이, 1962-1990)를 추모하는 낙서들이다. 소련의 록 가수로 지금도 러시아에사 가장 인기 있는 자수 중 한 명이다.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자리를 올봄에 찾아가 봤다. 사망지는 라트비아 투쿰스(Tukums) 근처 한적한 시골 도로 옆에 있다. 빅토르 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한다. 


곳곳에 거리 악사나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 850주년을 맞아 1997년 세운 분수대다. 푸치니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등장하는 "투란도트 공주" 조각상이 돋보인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아르바트 거리 시작점 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저 멀리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 전체를 가득 덮고 있는 훈장들을 보니 필시 영웅이겠구나!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게오르기 주코프(1896-1974) 장군이다. 국립 역사 박물관 앞에 말 위에 탄 위풍당당한 주인공도 바로 이 사람이다. 레닌과 스탈린외에도 주코프도 있구나!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건물에 칠한 화사한 색이 멀지 않아 가을 단풍이 물들어감을 알리는 듯하다.


유료 간이 화장실은 찾기는 쉽지만 그 생김새는 예술 거리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투박하기 그지 없다.  


어느덧 우리는 아르바트 전철역에서 내려서 이 거리로 들어올 수 있는 시작점까지 다다랐다.


남아 있는 것이 시간뿐이라면서 우리는 아르바트 대로까지 둘러보기로 한다.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다. 고층 아파트 건물 여기저기 달려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의외다. 북위 55도 45분에 위치한 모스크바에 에어컨이 필요없을 듯하다. 북위 54도 68분에 위치한 빌뉴스 우리 집엔 선풍기도 필요없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현지인은 웃으면서 "모스크바 사람들은 참을성이 부족해 1년에 이틀만 더워도 에어컨을 설치한다."라고 답한다.


신 아르바트 대로 인도는 나를 놀라게 한다. 인도가 작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고 보행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걷느라 지친 우리는 양말까지 벗고 비스듬히 편하게 누워 힘을 충전시켜 본다. 


긴의자까지 마련되어 사람을 기다리거나 잠시 쉴 수도 있다. 신 아르바트 대로를 산책하고 있으니 서울로 7017 공중공원이 떠오른다[라벤더 향 피어오르는 서울로 왜 since 7017일까].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었다. 아르바트 대로 인도가 이런 공원 모습으로 꾸며져 있는 것에 러시아 변화를 다시 한번 새삼 느낀다. 


신 아르바트 대로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걸어가니 롯데 백화점과 롯데 호텔이 나온다. 조금 더 걸으면 마천루 스탈린 7자매 중 하나인 러시아 외부성 건물을 만난다. 지하도를 통해 반대편으로 나와 아지무트 호텔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건물은 27층 172미터로 1951년 완성되었다. 스탈린 7자매는 스탈린이 스탈린식 고딕 양식으로 모스크바를 재건하려는 데서 세운 대표적인 고층 건물을 말한다. 


신구 아르바트 거리를 다 둘러보고 우리는 보로딘스키 다리(Borodinsky Bridge)까지 산책을 계속한다. 다리 건너 오른쪽에 스탈린 7자매 중 하나인 34층 우크라이나 호텔이 보인다. 


다리 왼쪽 넘어 저 멀리 스탈린 7자매 중 가장 높은 모스크바국립대학교(MGU)이 보인다. 1953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높이가 240미터이다. 


이 다리를 건너 계속 가다보면 키옙스카야 지하철 역이 나온다. 이 역은 우크라이나 전통예술 양식으로 내부가 장식되어 있어 구경해볼만하다. 마치 지하궁전에 온 듯하다. 


아래는 이날 우리가 한 도보여행 동선이다.
    

 
예술적 분위기가 넘치는 구 아르바트 거리, 활기찬 인파를 만날 수 있는 신 아르바트 대로 그리고 7자매 중 세 건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브로딘스키 다리를 건너 키옙스카야 지하철역까지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동선을 추천한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10. 6. 20:09

9월 초순 러시아 모스크바를 다녀왔다. 러시아 여행시 체험해 볼만 것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 전통 사우나 바냐(반야, banya)다.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 라덱(Radek)의 사촌 갈리나(Galina) 부부가 그 지역에서 제일 좋다라는 바냐로 우리를 초대했다. 

이날 우리는 먼저 거주지 등록을 해야 했다. 러시아 입국일로부터 근무일 기준 7일 이상 러시아에 체류할 경우 외국인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 갈리나 부부가 우리를 자신의 거주지에 등록을 시켜 주었다. 

관할 이민국을 가니 이들 부부가 대기 번호표를 미리 받아 기다리고 있었다. 임시 거주자와 거주지 제공자가 함께 동행해야 한다. 신청서는 러시아어로 기재해야 하므로 이들 부부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주면서 우리는 그저 기다리고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러시아 이민국에서 받은 첫 번째 인상이다. 사무실을 둘러본 후 라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마치 미국 나사(NASA) 우주센터 통제실에 와 있는 듯하다."
직원 서너 명이 일하는 폐쇄적인 사무실 공간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에 가 보니 칸막이가 없는 열린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직원들의 친절함이다. 관료주의가 물씬 풍길 것이라고 여겼지만 정반대였다. 옆에서 보니 참 친절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서류 복사도 신청자가 직접 복사해 와야 하는데 이제는 직원이 바로 복사할 수 있도록 직원 뒤에 복사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직원이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서류 작업을 해주었다. 세 번째는 직원들 대부분이 젋어 보였다. 이날 받은 인상 세 가지에서 변화하는 러시아의 모습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받은 거주 등록증을 여권과 출입국 신고서와 함께 러시아 여행 중 항상 휴대했다. 출국 심사 때 이 거주지 등록증을 살펴보지도 않았다. 이것을 받으려고 이동한 거리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 아쉬웠다. 이를 통해서 외국인 여행자 거주지 등록 의무는 멀지 않은 장래에 폐지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순로롭게 거주지 등록을 마친 후 갈리나 부부는 예약해 놓은 러시아 전통 사우나 바냐로 우리를 안내했다. 차에서 내려 3층짜리 통나무 집을 마주보자 동화 속 바냐 체험을 하러 온 듯했다.


마당 안으로 들어가자 사우나 돌을 뜨겁게 달구는 장작불 냄새가 지하실로부터 새어 나왔다. 


사우나에 들어가는 입구에 조각상 하나가 우리를 반겼다. 사우나 빗자루를 들고 있는 사우나 안마사였다. 라덱은 "오늘 우리가 빗자루 안마를 받을거야!"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여러 개의 방이 나왔다. 한 쪽 벽에는 러시아 사우나에서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점토 작품이 걸려 있었다. 아궁이에 불때는 사람, 등을 밀어 주는 사람, 사우나 빗자루로 안마하는 사람, 연못에 수영하는 사람, 자작나무 뒤에서 훔쳐 보는 사람...


실내 장식은 전체로 향수를 달래주는 시골집을 떠올리게 했다.


어른 대여섯명이 들어가면 딱 적합한 사우나실은 벌써 열로 달구어져 있었다.


사우나실 옆에는 차가운 냉탕이 마련되어 있었다.


둘러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방이다. 


편하게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실 같은 방이다.


거실 옆에는 침대가 있는 방 두 개도 갖춰져 있다. 


건식 사우나실에 빗자루 안마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갈리나 부부는 이 지역에서 꽤 알려진 사우나 안마사를 초대했다. 약 20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그는 사우나 빗자루로 안마를 해주었다. 그가 안마를 하기 위해 빗자루를 이리저리 내휘두리자 발산되는 열기는 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안마를 마친 후 내가 샤워장으로 가서 몸에 붙은 나뭇잎을 떼내기 위해 샤워를 하려고 하자 그는 나에게 기억해야 할 조언을 해주었다. 
1. 사우나실에서 나와서 샤워를 하지 말고 곧장 냉탕으로 들어간다.
2. 몸을 차게 한 후 다시 사우나실로 들어가 2분 정도 머물다가 밖으로 나온 후 샤워를 한다.



이날 그는 참나무 가지잎으로 만든 빗자루를 사용했다. 흔히 자작나무 가지잎 빗자루를 사용하지만 그는 향과 효과 면에서 자작나무보다 참나무가 더 강하다고 했다. 우리 일행 다섯 명을 다 안마를 한 후 잠시 우리와 대화를 나눴다.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는 모스크바 연금생활자로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을 받는다. 그가 매월 수령하는 연금액은 33,000루블(60여만원)이다. 현재 모스크바 연금생활자의 월 연금액은 20,000루블(37여만원)이다. 그는 러시아 주말농장인 다차를 가지고 있고 일용하는 채소는 직접 이 다차에서 재배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사우나 안마사 수입도 솔찬하다. 


러시아 사우나에 술이 없을 리가 없다. 내가 사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맥주나 보드카를 동시에 번갈아 가면서 마시지를 않는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보드카를 마신 후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신다.


갈리나 남편 코스탄틴은 특별한 보드카를 만든다. 그가 만든 보드카는 다음과 같다.
1. 보드카를 구입한다.
2. 겨자무(서양 고추냉이)와 생강 그리고 꿀을 1/3이나 1/4를 넣고 그 위에 보드카를 붓는다.
3. 약 1주일 동안 재워 둔다.   


그의 보드카 맛은 톡 쏘면서 달콤했다. 다음날 일어나니 전날 보드카를 여러 잔 마신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보드카 안주는 아주 간단했다. 코스탄틴이 양념한 생삼겹살이었다. 양념은 그저 후주와 소금뿐이었다. 생삼겹살을 구입해 그 위에 후추와 소금을 뿌려 1주일 정도 숙성시키는 것이 전부다.


사우나 하면서 즐겨 먹는 음식은 다름 아닌 양고기 샤슬릭이다. 함께 먹은 반찬은 양파와 가지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물어 보았다.
"사우나 1회 사용료는 얼마 정도인가?"
"지금은 4인이 4시간 사용하는 데 내는 비용이 10,000루블(150유로, 18여만원)이다. 빗자루 안마 비용은 별도다. 경제가 좋지가 않아서 요즘 사용료가 많이 떨어졌다. 러시아 경제 위기 전에는 14,00루블이었는데 당시 환율로는 약 400유로였다."
"일년에 몇 번 정도 오나?"
"한 때는 대여섯 번 왔지만 지금은 두서너 번 온다." 

* 아낌없이 환대하고 대접해준 갈리나 부부 가족

러시아 평균 임금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용인데 우리를 흔쾌히 초대해 러시아 사우나뿐만 아니라 빗자루 안마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 갈리나 부부에게 감사한다. 특히 사우나실에서 나온 후 곧 바로 샤워를 하지 말고 냉탕에 들어갔다가 다시 사우나실에서 2분 정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라는 러시아 사우나 빗자루 안마사의 조언은 참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9. 9. 29. 02:22

9월 초순 발트 3국은 여름철과 같은 따뜻한 날씨였다. 하지만 중순에 들어서자 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아침 9시 관광 안내를 시작할 무렵 영상 5도 내외였다. 

* 빌뉴스 구시가지 대성당 
* 십자가 언덕에 홍콩 자유 투쟁을 지지하는 십자가

* 리가 구시가지 리브 광장

* 체시스 

그 동안 나뭇잎 색 계절은 여전히 여름철이었지만 밤 온도가 이렇게 확 내려가는 날이 며칠 지속되자 단풍 물감이 서서히 스며들어가고 있다.


이번 관광 안내에서 특이한 것을 하나 보게 되었다. 바로 운전석에 부착된 음주 측정기다. 


운전사는 버스 시동을 켜기 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야 시동을 걸 수가 있다. 음주 측정기가 시동 장치와 연동이 되어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할 때 운전사에게 맥주 한 잔을 권한다. 대부분 버스 운전사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 더우기 이제는 버스에 음주 운전 시동 잠금 장치가 설치되는 추세다. 음주 측정기 부착은 권장이고 아직 의무는 아니다. 버스, 화물차, 택시, 승용차 등 운전자 홍채 등 인식 장치까지 함께 설치가 되는 날이면 음주 운전 사고는 확 줄어들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9. 21. 04:12

폴란드인 친구 라덱(Radek)의 초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최근 함께 다녀왔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를 가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양고기 꼬치구이인 샤슬릭이다. 

양고기 음식이라면 30여년 전 불가리아 산악지대에서 먹어 본 양고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때 양고기에서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나서 거의 먹지 못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몇 해 후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 시골에서 먹어 본 양고기는 참으로 맛있었다.

우리를 만나자마자 라덱의 사촌 갈리나(Galina) 부부는 우리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 살생을 싫어해 말리고 싶었지만 25여년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촌 라덱과 처음 온 나를 위해 양 한 마리를 잡아 특별히 대접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더우기 양 한 마리면 적은 돈이 아닐텐데 말이다. 

갈리나 부부는 양고기를 주로 먹는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상점에서 양고기를 살 수 있지만 고기의 품질과 신선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직접 양을 잡아 주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모스크바에 양고기를 즐겨 먹는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살아있는 양을 잡아서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가 보니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런 곳에 양을 잡아 주는 곳이 있다니 참으로 의아하다. 공터 뒤에 양 축사가 있다.  


양철판으로 가려져 있는 곳에서 양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암컷 고기가 냄새가 덜난다고 한다. 냄새를 덜나게 하기 위해 어린 수컷을 거세하기도 한단다.  


양을 잡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라고 했지만 마당에 혼자 남아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건물 한 귀퉁이에 까마중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까만 열매를 따먹던 어릴 적 한국 시골의 여름이 떠오른다.
 

타지키스탄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이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양 한 마리를 잡아 사온 고기는 14킬로그램이다. 삶아서 먹을 부위, 숯불에 구워서 먹을 갈비, 꼬치구이를 해먹을 부위로 분리한다. 잡은 양 한 마리 고기 14킬로그램은 한국돈으로 약 15만원이다.   


양고기로 손님 접대하기 위해 가족들이 토요일 모스크바 근교 다차에 모였다.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숯불을 피우고, 양파를 썰고, 감자를 깎고, 식탁을 차리고...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양고기를 요리하는 지를 유심히 살펴 본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양고기와 물을 숯불에 푹 끊인다.


둥둥 떠다니는 양고기 기름을 걷어 내서 썰은 양파 위로 붓는다. 어디에다가 이 기름 양파를 사용할까 궁금하다. 


기름을 걷어 낸 후 통감자를 넣는다. 


이렇게 두 시간 정도 푹 구운 양고기와 잘 익은 감자를 건져 낸다.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떼어 낸다. 


남아 있는 양고기 육수에 아주 얇고 네모난 파스타를 넣고 끓인다.  
   

우리 일행을 초대해 푸짐하게 접대해준 갈리나 부부다. 이날 양고기 요리는 남편이 다 했다. 그는 잡아 온 양고기를 먹기 편하도록 자르기 위해 칼 여섯 자루를 날카롭게 갈았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까지 쏟은 정성이 대단하다.      


기름 양파의 용도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파스타를 한겹 한겹 쌓으면서 그 사이에 기름 양파를 넣는다.  


완성된 파스타 요리다. 수제비 맛이다.


양고기와 함께 육수에 삶은 텃밭 감자는 분이 많고 참 맛있다. 


일가 친척들이 둘러 앉아 삶은 양고기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한 접시 가득 담은 삶은 양고기 점심


후추만 뿌린 양고기 육수다. 고기 한 점 먹고 육수 한 모금 마시고... 오래 기억에 남을 삶은 양고기 점심이다.


보드카 반주가 없을 리 없다. 주량에 따라 술잔 속 보드카 양의 높이가 도레미다.


벌써 늦은 저녁을 먹어야 할 때다. 이제 숯불에 구운 양고기 즉 샤슬릭을 먹을 차례다. 먼저 숯불에 피망, 토마토, 가지를 굽는다. 그냥 먹어도 될텐데 왜 구을까?


바로 이렇게 구운 채소로 양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을 만들기 위해서다.


잘 구워진 양고기 갈비


피망, 토마토, 가지로 만든 양념에 찍어 고수와 함께 양갈비를 먹는다. 


갈비만으로도 배가 태산만큼 불렀는데도 텃밭 숯불 위에는 양꼬치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와서 양고기를 난생 처음 이렇게 푸짐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다차에서 양고기 요리로 가족애를 다지는 러시아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양 한 마리를 통채로 잡아 환대한 이들 부부가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오면 무슨 음식으로 대접할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3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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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9. 9. 18. 05:38

얼마 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2주 동안 머물렀다. 폴란드인 친구 라덱(Radek)의 초대를 받아 그의 사촌를 방문했다. 사촌은 19세기 말엽부터 연해주에 거주하다가 20세기 초엽 러시아로 이주한 한국인의 후손이다.

* 10일간 휴가까지 내어서 우리를 안내해준 알로나와 함께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9월 초순 모스크바는 전혀 예상치 않은 날씨로 환영했다. 한마디로 내내 맑고 쾌적했다. 추울 것이라 예상하고 가져간 긴팔옷은 한 번도 입지 않았을 정도로 상쾌한 날씨였다. 보통 이맘때는 맑은 하늘보다는 잿빛 하늘이 가을을 재촉한다. 

날씨는 쾌적한 여름철이었지만 곳곳에는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여름 백야는 저 멀리 가버리고 해지는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하루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러 할 쯤 벌써 어두어져 버렸다. 알지만 그래도 사촌 알로나(Alona)에게 한번 물어봤다.


"밖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백야의 여름이 가버렸고 이제 긴긴밤의 겨울이 다가오는데 이때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즉답 대신 그는 서랍에서 여러 개의 상자를 꺼냈다.
아기자기한 공예 작품이었다.

"긴긴 겨울밤에 이것들을 만들어요?"
"맞아요."
"이거 모두 몇 개나 되나요?"
"100개쯤요."
"한 작품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요?"
"하루나 이틀 정도요."
"어떻게 만들어요?"
"구리 철사에 여러 색의 구슬을 꿰기만 하면 돼요."
"쉬울 듯하지만 형태를 만들고 여러 색을 조합시키려면 상당한 손재주가 있어야겠네요."

준비물은 정말 간단하다. 구부리기 쉬운 얇은 구리 철사다.  


그리고 여러 색의 작은 구슬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아래는 조류 작품들이다.


장닭


백조
 

앵무새


아래는 동물 작품들이다.


코끼리


달마시안 개


기린


수탕나귀와 암탕나귀


수말




금방이라도 재롱을 부릴 것 같은 원숭이


개미핥기


또 다른 동물 작품들이다


악어의 발달 과정 작품이다. 알에서 부화된 악어가 점점 자라는 모습이다.


문어


토끼 가족이다. 아빠 토끼, 엄마 토끼, 아기 토끼


옆에서 함께 구경하고 있던 폴란드 친구 라덱은 
"누구나 쉽게 이러 취미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이렇게 100개나 만들 정성을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 거야!"라고 말했다. 절대 공감이다.


알로나의 어머니도 긴긴밤을 보내는 법을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인형을 만든다. 인형을 만들어 거실 유리 진열장에 전시를 하거나 선물을 주기도 한다. 어미니는 빌뉴스로 돌아가는 나에게 손수 만든 인형 두 개를 선물로 주었다. 


'아, 그 어머니에 그 딸이구나!'
침대까지 스마폰을 가져가 보는 나 자신도 겨울철 긴긴밤을 보내는 방법으로 유익한 취미 하나를 가져봐야겠다는 마음만이라고 가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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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여행2019. 6. 26. 06:09

발트 3국 여행에서 돋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관광객들로 아직 범람하지 않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지와 
청정한 자연 환경을 꼽을 수 있겠다. 
파아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름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다.

이번 6월에 만난 발트 3국 관광지를 아래 사진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호수 한 가운데 떠있는 듯한 리투아니아 트라카이 성이다.


리투아니아 샤울레이 근교에 있는 십자가 언덕이다. 

작은 언덕에 각자의 소원은 담은 수십만 개의 십자가에 꽂혀져 있다.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 정원 6월은 장미꽃 향내가 진동을 한다.



라트비아 리가를 가로 지르는 다우가바 강 건너편에서 리가 구시가지를 바라보고 있다.



신의 정원이라 부리는 라트비아 투라이다에는 작약꽃이 피어나고 있다.



에스토니아 패르누 해변은 수심이 낮아서 아이들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붉은 벽돌 건물보다 석회석 석재 건물이 돋보인다. 



6월 발트 3국 일물 시각은 밤 10시에서 11시 사이다. 일몰 후에도 한동안 여전히 훤하다.



여름철 직업이 관광안내사로 발트 3국을 제집 드나들 듯이 하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관광 버스 운전사를 만났지만 일전에 만난 운전사 같은 사람은 처음 만났다. 연세가 좀 있어 보였다. 조용하면서도 아주 능숙하게 운전을 하였고 길도 척척 잘 찾았다.



이보다 더 나를 더 감동시킨 것은 바로 그의 배려심이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더웠다. 하루 일정을 시작하려고 버스에 올라타니 내 의자와 인솔자 의자에 시원한 물 한 병이 놓여져 있었다.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나는 무엇을 배려했고, 배려하고, 배려할 것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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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 1. 2. 06:07

2019년는 기해년 황금돼지 해다. 유럽에서는 새해 첫날의 일출이 아니라 새해 첫날의 0시 0분 1초가 중요하다.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다민족이 사는 도시이고 또한 동쪽과 서남쪽 시차 경계선이 가까워서 거의 2시간에 걸쳐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내내 들렸다. 일가 친척 12명이 모여 같이 새해를 맞이한 후 새벽 2시경 헤어졌다. 새해 첫날 일어나니 겨울철에 항상 그렇듯이 햇볕은 없는 대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낮온도가 영상이라 아쉽게도 내리자마자 눈이 녹아버렸다. 가족이 새해 첫날 어디론지 산책 가자고 해서 빌뉴스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눈 녹는 언덕을 내려오면서 일년 전 전혀 다른 환경에서 맞이한 새해를 이야기하면서 식구 모두가 그리워했다. 바로 호주 시드니에서 2018년 새해를 맞이했다. 


그때 호주 여행 3주 동안 거의 매일 햇볕이 쨍쨍한 날씨였다. 파란 하늘, 뭉게 구름, 하얀 모래, 비취빛 바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또 가고 싶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 유럽 거주자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바로 무료 화장실 사용무료 물이었다. 유럽에서는 거의 대부분 기차역이나 버스역 화장실을 이용할 때 돈(0.5유로 - 1유로)을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 박물관이나 카페 등 입장권을 사지 않았거나 주문을 하지 않은 경우에 화장실 이용이 유료이다. 현지 통화의 적당한 동전이 없을 경우 낭패를 보기가 쉽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울며 겨자 멱기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체내 수위조절을 잘 해야 한다. 하지만 호주 여행을 하는 동안 이런 부담감이 없었다. 필요한 경우 이용한 화장실은 다 무료였다. 또한 비교적 쾌적했다. 



식당에 들어갈 때 유럽에서 익숙한 습관대로 물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종업원이 시원한 물을 가져다 주었다. 물잔이 미리 놓여 있는 식당이 흔했다. 


처음에는 적용이 쉽게 적용이 되지 않아 "이 물이 공짜?"라고 물어보기 일쑤였다. 물이 떨어지니 또 가득 채워 주었다. 유럽에서는 아주 더운 날 이렇게 마신 물값만 해도 솔찬히 나오겠다.



도심 거리에도 무료로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시드니에 있는 한 해변에서 만난 음수대이다. 한국어 문구도 써여 있었다. 
신선하고 자연적이고 친환경적

   

화장실과 물 인심이 박한 유럽에 살다보니 호주 여행에서 만난 무료 화장실과 무료 물이 더욱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상은 초유스 호주 가족여행기 5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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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경비에 적지 않은 부분이 바로 현지에서 먹는 음식비다. 조식이 포함 되어 있는 호텔에서는 늦은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해서 하루 두 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중간에는 간식으로 해결하고 저녁을 넉넉하게 하면 된다. [아래는 라트비아 리가의 한 호텔에서 먹은 조식이다.]


그래서 조식 때 소량으로 챙겨가는 바나나 등은 요긴하다. 하지만 이를 용인하는 호텔도 있고 그렇지 않은 호텔도 있다. 바나나나 사과 한 개 등 소량으로 챙겨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소시지나 햄을 덤뿍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보곤 한다. 후자가 많이 묵는 호텔은 조식에다 점심용 샌드위치까지 제공하는 꼴이다. 

투숙객수에 알맞게 음식을 준비했는데 후자가 많은 경우 조식 마감 가까이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음식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런 골치 아픈 얌체 손님들 때문에 일전에 묵은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한 호텔은 조식당에 아래 사친의 안내 동판을 붙여 놓았다. 
     

"조식에서 음식을 가져 가지 마. 벌금 50유로"

 
가져 가다 발각 되면 벌금 50유로! 
그냥 아침 배부르게 마음껏 먹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2018년 에스토니아 빅맥 지수는 3.15유로다. 50유로로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 빅맥 갯수는 1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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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8. 11. 23. 14:07

어디를 여행하든지 가급적이면 짐을 가볍게 가져 간다. 이번 11월 초 한국에 갈 때도 기내용 작은 가방만 가져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꼭 챙겨 주어야 할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을 이미 준비했기에 어쩔 수 없이 화물용 가방 하나를 더 가져 가야 했다. 

의도적으로 3단 접이 가방을 택했다. 시간이 갈 수록 선물은 줄어들고 이 가방을 접으면 기내용 가방에 쏙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바로 직전에 미역, 김, 다시마 등 몇 가지 한국 식자재를 넣어 수화물칸으로 가져올 생각이었다.

이렇게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친척이나 지인들의 초대와 환대 속에 즐거운 여행을 했다. 뭐하니 해도 한국 음식을 마음껏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폴란드인 친구에게도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옆에서 지켜보니 그는 김치를 밥만큼 많이 먹었다. 나는 김치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데 그는 여러 조각을 듬뿍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에 넣었다. 이렇게 해서 식당에서는 김치를 여러 번 더 주기를 부탁해야 했다. 그가 돌아와서 한 말이 떠오른다. "한국 음식이 맵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 다 개고기를 먹는다라는 말과 같은 허황된 신화다." 

 
김치를 잘 먹는 그를 보더니 한 지인이 유럽으로 돌아갈 때 김치를 보내 주겠다고까지 했다. 비행기로 가져 가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사양해 봤지만 해외에 갈 때 수화물칸에 김치를 가져 간 경험이 있다면서 꼭 보내 주겠다고 했다. 여름철이 아니고 또한 아주 튼튼하게 잘 싸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정말 조금만 보내줄 것을 부탁하면서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에 묵을 지인의 집주소를 알려 주었다.


그 후 여러 날을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다가 이제 한국 체류 마지막날이 되었다. 이날 밤 10시가 넘어서야 우체국 택배가 도착했다. 지인이 보낸 상자가 셋이나 되었다. 녹색 테이프로 꽁꽁 감싼 상자가 바로 김치다. 무게를 재어보니 24.5kg(김치 20kg + 기타 음식과 상자 무게)이나 나갔다. 이를 어찌하오리... 감사한 마음이 충만했지만 과연 이 김치 상자를 무사히 수화물칸에 실어 집까지 가져 갈 수 있을 지 심히 걱정 되었다. 


루프탄자 항공을 타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최종 목적지 빌뉴스를 도착하는 노선이다. 우선 김치 상자 무게가 수화물 가방의 최고 허용 무게인 23kg를 넘어섰다. 추가 요금 지불 상황도 감안했는데 다행히 친구의 수화물 가방 무게가 15kg이어서 그런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단지 아래 질문만 받았다.

"이 상자 안에 든 내용물이 무엇인가요?"
"아, 집에서 챙겨 준 김치가 들어 있어요."

탑승수속을 다 마친 후 직원이 화물용 가방 내용물을 최종 확인하는데 약 5분 정도 걸리니 잠시 가까운 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혹시 거절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이때가 가장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호출이 없었다. 휴~~~ 이렇게 김치 20kg은 성공적으로 수화물칸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빌뉴스 입국시 세관통과만 남았다. 국경통과 간소화 쉥겐 조약국 공항을 출발해 쉥겐 조약국 공항에 도착해서 그런지 주변에 세관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수화물 가방을 각각 찾아 입국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우리는 "(김치 무사 통과) 만세! 만세! 만세!"를 불렀다. 밤 12시에 도착해 일단 김치 상자를 난방이 안 들어오는 발코니에 옮겨 놓았다.  



시차 등으로 피곤해서 잠시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귀국 3일째 되는 아침 발코니에 있는 김치 상자를 보니 부풀어 오른 듯했다. 아차, 진작에 김치를 다른 용기에 옮겨 담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열다가 김치 봉지가 터지게 되면 참으로 낭패다. 과연 김치를 어떻게 포장했을까 궁금해졌다. 두 겹으로 둘러 묶인 테이프를 뜯어 내니 아이스 박스가 나왔다. 


그리고 포장랩으로 여러 겹 촘촘히 씌운 봉지가 나왔다. 아이스팩 여러 개가 사이사이에 끼어져 있었다. 뽀족한 것으로 찌르면 한 순간에 펑하고 터져 버릴 듯했다. 김치 폭발 -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일단 조심스럽게 포장랩을 뜯어 내었다. 얇은 비닐 봉지가 나왔다. 눌러 보니 그 속이 생각보다 딱딱하지가 않고 물렁물렁했다. 터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희망이 보였다. 첫 번째 비닐 봉지를 열어 보니 두 번째 비닐 봉지가 나왔다. 이를 열어 보니 김치를 최종으로 담은 약간 두꺼운 비닐 봉지가 나왔다. 참으로 철저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이어 아내는 평소 우리가 빌뉴스에서 만든 김치를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김치를 나눠 주기를 위해 크고 작은 여러 용기에 김치를 옮겨 담았다. 


이렇게 우리는 유럽에서 맛있는 한국 김치를 한 동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김치를 보내준 지인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한국 시골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주변 현지인들이 이 김치에 과연 어떤 반응을 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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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8. 11. 23. 05:41

유럽에 살면서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한다. 대부분 1월이나 2월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11월 초중순에 다녀왔다. 날씨를 걱정했는데 10여일 머무는 동안 참으로 날씨운이 좋았다. 낮온도가 15-20도 사이였으니 여름철을 한 번 더 보낸 셈이었다. 형제들이 살고 있는 대구 방문는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이 서울이었다. 


기차를 타기 위해 온 동대구역은 옛날의 동대구역이 아니였다. 역 앞에는 아주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고 그 옆에는 백화점이 들어서 있다. 마침 국화축제가 진행 중이었다. 도착 후 혹은 출발 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이를 즐기고 있었다.


국화꽃으로 장식된 빨간 사과는 사과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태극부채다.


심장 안에 얼굴을 내밀고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늘 사랑 충만하길 바란다.


여의보주를 물고 있는 용이다.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 같다.


그 여의보주로 한반도 전역에 
아름다운 국화꽃 향기가 퍼지도록 하고


마침내 통일이 이루어져 언젠가 유럽에서 승용차로 와 고향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하소서...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22. 15:12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를 선호한다. 60여만 명이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출퇴근 시간 도심을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잇따라 막 들어오는 버스가 많은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때 앞에 있는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 버스 가까이에 가서야 그 번호를 확인할 수가 있다. 내가 타고자 하는 버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애궁~"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바로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그 답을 얻었다. 정말 간단하면서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서울역에 내려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류장이 여러 차선으로 나눠져 있어 원하는 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을 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버스 노선도만 봐도 서울이 얼마나 복잡한 도시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 


버스를 놓치지 않고 잘 탈 수 있을까... 행여나 성질 급한 운전사가 뒤에서 손님을 내리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만 태우고 가버리지는 않을까...

그런데 처음 보는 번호 표시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정류장 앞에서 버스 앞문이 열리니까 숨어 있던 번호판이 튀어 나온다. 


저~ 뒤에 잇달아 들어오는 버스들도 마치 도미노처럼 번호판을 쑥 내민다. 앞 버스에 가려서 뒷 버스 번호가 보이지 않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다. 이 돌출형 버스 번호판 덕분에 여러 대 뒤에 멈춰 있던 버스를 쉽게 탈 수가 있었다.


함께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도 이 번호판을 보더니 감탄을 연발했다. 줄지어 들어오는 버스들의 번호를 뛰어가거나 기웃거리면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이렇게 쉽게 해결해주다니... 멋진 생각에 꾸벅~~~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8. 11. 16. 07:30

11월 초중순에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은 다름아닌 감이다. 때론 단감 때론 홍시였다. 잎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익어가는 감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북 익산의 한 주택의 좁은 뜰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다. 마치 굵게 묶힌 전선줄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얇은 가지를 지탱해주고 있는 듯하다.  

  
경기도 수원 화성에 있는 동북노대(쇠뇌를 쏘기 위해 높게 지은 건물) 밖에서도 감이 점점 자연 홍시로 변해가고 있다. 손이 닿는다면 홍시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아래는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감나무다. 인기척이 있는데도 새 한 마리가 홍시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비슷한 색상 속에서 어떻게 홍시를 잘 알아볼 수 있는지... 사다리가 있다면 올라가 나도 따 먹고 싶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긴 장대로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뭇가지 위에 몰랑몰랑한 빨간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단감보다 홍시를 더 좋아한다. 어느 날 나와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는 홍시 한 쟁반을 대접 받았다.   


이 쟁반을 앞에 두고 그에게 물아보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
"보아하니 토마토네!!!"
"정말?"
"그럼 한번 먹어봐." 


"이잉~~~ 토마토가 아니네! 정말 달고 부드럽다. 뭐지?"
"떫은 맛이 사라진 잘 익은 감이다. 이를 홍시라고 해."
"난생 처음 먹어본 홍시 정말 맛있다."


정말이지 이날 대접 받은 홍시는 보기에 딱 잘 익은 토마토를 닮았다. 폴란드인 친구는 단숨에 홍시 하나를 먹어 버렸다. 내가 오물오물 씹으면서 꺼낸 감씨앗에 의아해 했다. 그는 홍시의 단맛과 물렁물렁함에 감씨앗을 느끼지 못한 채 쭉 빨아 먹어 버렸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면 먹기 힘든 홍시를 기회 있는 대로 마음껏 먹었다.

Posted by 초유스

나르바(Narva)는 유럽연합 회원국인 에스토니아 북동쪽 거의 극점에 위치한 도시이다. 강 하나를 두고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인구 6만여명으로 에스토니아 제 3의 도시이지만 러시아인들이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3세기 덴마크, 14세기 독일기사단, 16세기 러시아에 이어서 스웨덴 지배를 받았다. 대북부전쟁(1700-1721)으로 인해 나르바는 다시 러시아가 지배하게 되었다. 
  
소련식 건물에 둘러쌓인 나르바 시청사는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 시청사는 1671년에 세워진 바로크 양식이다. 1960년대에 복원되었지만 여전히 낡은 모습이 역역하다.    


시청사 옆에는 타르투대학교 나르바 분관인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시청사쪽의 벽면을 엣 건물 모습으로 재현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러시아로 넘어가는 에스토니아 국경검문소이다.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입국하려는 사람들이 줄서서 있다. 



다리 건너가 러시아 땅이고 붉게 물들어 있는 나무 뒤에 이반고로드 요새가 보인다.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갈라놓은 나르바 강은 총길이가 77km이다.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페입시(Peipsi) 호수에서 발트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나르바 문장에 있는 두 마리 물고기는 옛부터 나르바가 중요한 어항임을 말해 주고 있다. 나르바 강에 작은 배 여섯 척이 낚시를 하고 있다.    



나르바에 있는 헤르만 성이다. 나르바 성 혹은 나르바 요새로 불리어지기고 한다. 1256년에 덴마크인들이 세웠고 석재 성은 14세기 초이다. 1340년대 독일 기사단이 이를 구입했다. 2차 대전에 때 많은 손상을 입었고 그 후 보수되어 현재는 나르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름철 이곳에는 중세 시대 생활상이 재현되고 있다.



헤르만 탑에서 내려다본 이반고로드 요새이다. 이 요새는 헤르만 요새에 대적하기 위해 1492년 모스크바 대공작 이반 3세가 세웠다. 



헤르만 성 입구 쪽 건물 옆에 레닌 동상이 있다. 소련 시대에 나르바 도심 광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부터 경배를 받아오던 레닌 동상은 이제 이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헤르만 성 입구를 지나 왼쪽에는 중세풍 분위기가 물씬 나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날 먹은 돼지고기다. 맛있었지만 양이 많아서 다 먹지를 못했다. 



헤르만 성을 나와서 시청사를 거쳐 버스역까지 두 시간 남짓 걸어서 둘러보았다. 



다소 좁아 보이는 나르바 강을 하나를 놓아 두고 오른쪽은 러시아 이반고로드 요새이고 왼쪽은 에스토니아 헤르만 요새이다. 양쪽 강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때마침 햇빛이 붉게 물어 들어가는 단풍나무로 내리쬐어서 가을색의 아름다움을 순간이나마 맛 보일 수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0. 7. 08:03

모처럼 맑은 토요일 
가을 기운을 느껴보기 위해 
빌뉴스 도심에서 
아주 가까운 파빌네이 (Paviliai) 공원으로 향한다.
도롯가 나무는 벌써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벨몬타스 (Belmontas) 식당 정원에 꾸며져 있는 
목조 다리 바로 건너편에 있는 
단풍나무 한 그루가 
노란색 물감으로 자기 몸색칠하고 있다.


단풍잎을 주워든 사람들이 여기저기 거닐고
세월 흐름을 애써 외면하는 듯
조각상 세 여인이 분수 물놀이를 하고 있다.


가을 일주문처럼 산책로에 떡 버티고 서있는
노란 단풍나무를 지나가니
 


멀리 보이는 산은 
그야말로 다양한 노란색 천지다.




유속 빠른 강 건너 언덕에는 
마치 내년 봄날의 
개나리꽃과 버들강아지꽃을 미리 보는 듯하다.


호숫가 우뚝 홀로 서있는
참나무 옆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가을 나무들은 
잔잔한 호수 물 안에 
자기 초상화를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감상하고 있다.  


백조 가족도 우리 부부처럼
가을 나들이 중이다.


어미 백조가
세상에 사랑 가득하길 바라면서 
먹이를 찾고 있다. 


수채화 그려진 호숫물에서
이 가을을 즐기는 이는 
어디 저 백조뿐이겠는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