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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6:46:24 유레일 패스로 이제 발트 3국 철도여행이 가능하다
  3. 16:41:15 발트 3국은 이제 동유럽에서 북유럽 국가에 속해
  4.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비온 후 사막에서 깜작 놀란 사실 하나 1
  5.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방파제 밑 길고양이들의 식사, 사람 덕분에
  6. 2024.04.23 그란카나리아 - 초등 딸의 여행 필수품 목록에 든 화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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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2021.04.26 크로아티아 - 소금꽃 피는 Nin은 일광욕 해수욕 진흙욕을 한꺼번에
  18. 2020.10.05 4K 워킹투어 영상으로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를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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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2020.07.16 4K 워킹투어 영상으로 만나는 세계문화유산 빌뉴스
  23. 2020.06.17 한적한 발트해 모래해변에 갈매기를 묻어 주다
  24. 2020.06.15 첫 야외 대중행사에 마스크 쓴 사람은 동양인 나 혼자 1
  25. 2020.05.28 사망 30주년 맞는 빅토르 초이의 사망지를 다녀오다
  26. 2020.05.21 코로나19로 A330 여객기 객실을 화물용으로 개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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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2020.05.11 가는 날이 장날이라 전망대 대신 관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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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2020.04.02 란사로테 일주 - 요리연료 0원, 화산재 포도밭, 비취색 용암동굴
발트3국 여행2024. 4. 27. 16:47

여름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여행 가고픈 나라를 정해 벌써 준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혹시 발트 3국을 정하지 않았을까... 발트 3국은 발트해 동쪽 연안에 접해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말한다. 이들 세 나라는 북위 53도에서 60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 

 

 

* 종종 버스 안에서 황홀한 일몰을 볼 수 있다

  

발트 3국은 언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을까?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오유월은 노란 민들레꽃과 유채꽃이 들판을 장식하고 수수꽃다리꽃이 도심 공원 여기저기에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칠팔월은 일찍 뜬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줄을 모른다. 구시월은 야경과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은 크리스마스 마켓과 눈덮인 숲대지와 아늑한 카페 등을 즐길 수 있다. 

 

* 5월 하순에서 6월 중순 발트 3국은 유채꽃이 사방천지다

 

일반적으로 관광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6월에서 8월을 꼽는다. 이때가 여름철 성수기다. 왜 일까? 1) 날씨가 좋다. 2) 공기가 맑다. 3) 물가가 낮다. 4) 사람이 적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고하세요 - 발트 3국 여행 언제가 좋을까 - 계절마다 매력적

 

 

발트 3국을 이동할 때 현재 가장 편리한 대중 교통수단은 버스다. 특히 국제선 버스는 에스토니아에 기반을 둔 룩스엑프레스(Luxexpress)다. 발트 3국내뿐만 아니라 핀란드 헬싱키,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 벨라루스 민스크 그리고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래 이미지는 룩스엑스페레스의 노선이다.

 

 

발트 3국에서 국제선 버스를 이용할 경우 늘 룩스엑스프레스를 타고 다닌다. 냉온방과 화장실을 갖춘 이 버스는 우선 참 쾌적하고 안락하다. 

 

창문가 옆자리에 덩치가 큰 사람이 앉아 있을 경우 복도쪽 의자를 좌나 우쪽으로 벌릴 수 있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할 수 있는 터치 모니터가 의자마다 부착되어 있다. 

 

 

의자 밑에 220볼트 전원이나 모니터에 유에스비 단자가 있어서 충전이나 노트북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무료로 커피나 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또한 라운지(lounge)가 있는 버스도 있다. 라운지는 버스 뒷쪽에 마련되어 있고 1열에 의자가 세 개이다. 값은 일반석보다 좀 더 비싸다. 

 

 

버스표는 인터넷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승차권을 종이로 인쇄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스마트폰에 저정한 파일을 여권과 함께 보여주면 된다. 종종 불시에 국경 근처에서 경찰이 버스를 세우고 올라와 여권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발트 3국이나 발트 3국의 인근 나라로 이동할 경우 룩스엑스프레스 버스를 추천한다. 이에 덧붙여 인기있는 택시 앱은 볼트(Bolt)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24. 4. 27. 16:46

올해 유럽 생활을 한 지가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것이 하나였다. 
"유레일 패스로 발트 3국을 갈 수 있나?""아쉽게도 리투아니아에 밑에 있는 폴란드까지만이다."
그런데 2020년부터 발트 3국 세 나라 모두 유레일 패스(eurail pass)로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미 지난해 리투아니아가 포함되고 올해 나머지 두 나라인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가 추가되었다. 현재 유레일 패스를 이용할 수 나라는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총 33개국이다[

출처

]. 유레일 패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기차표[

관련 사이트

] 한 장으로 무제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탑승권이다. 특히 유레일 글로벌 패스(eurail global pass)를 구입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33개국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이제 유레일 글로벌 패스 소지자는 핀란드 헬싱키를 시작해 (페리선 이용시 50% 할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을 거쳐 이탈리아까지 북유럽, 동유럽, 남유럽 나라들을 두루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철도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샹트페트르부르크를 출발해 다우가브필스-빌뉴스-카우나스-비르발리스를 거쳐 바르사뱌에 이르는 바르샤바-샹트페트르부르크 노선이 1860년 완공됨으로써 시작되었다. 현재 리투아니아 철도는 105개의 기차역과 광궤 1749킬로미터, 협궤 179킬로미터 그리고 표준궤 22킬로미터로 이루어져 있다. 관광명소가 있는 주요 철도역은 빌뉴스(Vilnius), 카우나스(Kaunas), 트라카이(Trakai), 클라이페다(Klaipėda), 샤울레이(Šiauliai)다. 2017년 총 철도승객수는 466만명이다. 

*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라트비아 철도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처음으로 1861년 리가-다우가브필스 노선이 개통되었다. 현재 라트비아 철도는 광궤 1933킬로미터와 협궤 33킬로미터로 이루어져 있다. 2019년 총 철도승객수는 1800만명이다. 관광명소가 있는 주요 철도역은 리가, 유르말라, 시굴다, 다우가브필스, 발카 등이다.   

* 라트비아 수도 리가 구시가지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에스토니아 철도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1870년 팔디스크-탈린-나르바-가치나 노선이 개통되었다. 에스토니아 철도는 중거리 전기철도를 포함해 광궤 691킬로미터로 이루어져 있다. 2017년 총 철도승객수는 730만명이다. 관광명소가 있는 주요 철도역은 탈린, 타르투, 발가, 나르바 등이다. 

*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구시가지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현재 발트 3국을 이동할 때 이용하는 철도노선은 빌뉴스-다우가브필스-리가-발가-타르투-탈린이다[참고로 알리면

빌뉴스-리가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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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탈린 노선

|

바르샤바-빌뉴스 노선

]
발트 3국 철도에 관해 주목할만한 노선은 바로 발트노선(발트철도, 레일 발티카 

Rail Baltica, Rail Baltic

)이다. 복선 고속철도다. 평균 시속은 여객용이 249킬로미터, 화물용이 120킬로미터다. 

발트노선은 헬싱키, 탈린, 패르누, 리가, 리가공항, 파내베지스, 카우나스, 빌뉴스, 비알리스토크, 바르샤바를 연결시켜 준다. 2010년 착공해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발트 3국 철도여행은 훨씬 더 쉬워지고 편해질 뿐만 아니라 발트 3국 세 나라 수도가 1일 생활권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24. 4. 27. 16:41

2002년 유엔은 지역 구분에서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동유럽 국가에 포함했다. 2017년 이들 세 나라를 동유럽 국가에서 북유럽 국가로 분류했다.


이에 유엔의 북유럽에 속한 국가는 아일랜드, 영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동유럽은 벨라루스,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몰도바,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서유럽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네덜란드, 스위스 
남유럽은 알바니아, 안도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그리스, 이탈리아, 말타,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산마리노,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마케도니아 
* 유엔 지역 국가 분류표

http://unstats.un.org/unsd/methods/m49/m49regin.htm

 
그 동안 관광안내사 생활을 하면서 종종 발트 3국이 동서남북 유럽 중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제 답변을 동유럽에서 북유럽으로 고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그란카나리아 여행을 다녀온 지 곧 한 달이 된다. 여기 살지 않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겠지만, 그동안 해가 쨍쨍 뜬 날이 없었다. 온통 구름낀 하늘, 우중충 내리는 비, 오후 4시에 찾아오는 밤...... 겨울철 이런 날씨 속에 살다보니 더 더욱 쾌청한 남쪽 나라로 여행하고 싶어한다. 여름철이 되면 홀라당 옷을 벗고 일광욕에 빠지는 유럽 사람들이 쉽게 이해된다.
그란카나리아를 가족여행지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거의 1년 내내 맑은 날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고 8일 동안 비가 3일 왔다. 미국 동부가 샌디로 피해를 보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대서양 반대편인 그란카나리아에도 보기 드물게 태풍과 폭우가 쏟아졌다. 현지 지인은 "1년에 있을 비 내리는 날이 이번에 다 왔다."라고 말했다.


먼 나라에 짧은 기간 동안 여행와서 하루 종일 비 때문에 숙소에 머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현지인에게는 비를 몰아온 사람으로 환영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숙소에서 머무는데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잠깐 비가 그치는 동안 관리인이 지붕으로 올라가 수리를 하는 듯했다.


폭우와 폭풍은 오후 늦게 잠잠해졌다. 비온 후의 해변과 사막 산책도 좋을 것 같아 딸 둘은 숙소에서 카드 놀이를 하고, 우리 부부는 해변으로 갔다. 산책만 하고자 했는데 해수욕까지 하게 되었다. 텅텅 빈 해변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비에 굳은 모래가 바람에 날리지 않아 좋았다.


사막 모래를 밟고 숙소로 돌아오는 데 언덕에서 뜻밖의 일을 알게 되었다. 위로 올라가던 아내가 힘겨워 했다. 굳은 모래라면 흙을 밟고 올라가는 듯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굳은 모래가 와르르 조각나버렸다.


일반적으로 모래는 흙보다 비가 잘 스며들고 빠진다. 그런데 이날 그렇게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도 모래에 스며든 비의 양이 이 정도뿐이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서너 센티미터의 굳어진 모래 밑에는 언제 비가 왔느냐라고 모래가 오히려 묻고 있는 듯했다. 땅에 닿은 비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 위에서 밑으로 쑥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9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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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이날 우리 가족이 걸은 길
라스팔마스 구시가지( Vegueta) 거리를 둘러본 후 숙소가 있는 라스깐떼라스 해변까지 걸어가보자고 가족 모두 동의했다. 지도를 보니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 같았다.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목적지는 아직 눈에서 멀었다.  

비도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에 해변 방파제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점점 피곤하고 따분해져 갔다. 이날 우리 가족이 걸은 총거리는 약 9km였다.
"이제 그만 차를 타고 가자." "고지가 저긴데 그냥 걸어 가자. 여행은 걷는 것이야."
이럴 때는 뭔가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저 앞에서 노인 서너 분이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 빨리 가보자. 뭔가 있을 거야."
가까이에 가보니 방파제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푸짐한 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었다. 할머니 두 분은 열심히 깡통에서 먹이를 꺼내 방파제 아래로 던지고 있었다.

"아빠, 저기 봐! 고양이들이 많이 있어."  "어디?"  "저기 돌 사이에." 

방파제 높이가 고양이가 오르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한 두 마리 버려진 고양이로 시작해 이렇게 많은 길고양이들의 서식처가 된 것 같았다.

먹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들 덕분에 라스팔마스 방파제 고양이들은 이렇게 새끼를 낳고 자신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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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해외 가족여행을 가려면 가장 많은 부담이 항공료이다. 우리는 식구가 넷이다. 해결책은 저가항공 이용이다. 항공권이 싼 반면에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짐이다. 특히 환승시간이 짧을 경우 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이 경우 수화물로 보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라스팔마스(Las Palmas)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여정은 아일랜드 코르크(Cork) 공항에서 환승하는 것이었다. 환승시간은 1시간 5분이다. 약간의 위험은 있지만, 이 정도 시간이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라스팔마스 공항에서부터 항공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비행기 출발이 예정보다 35분이 지연되었다. 저가항공은 이런 지연으로 다음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때 어떤 보상이나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 이는 승객 책임이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짐을 수하물로 보내지 않고 모두 기내로 가져가기로 했다.
기내 휴대가방 통제가 엄격하다. 유럽 저가항공의 기내 휴대가방은 보통 길이 55cm x 폭 40cm x 높이 20cm이다. 무게는 10kg이다. 탑승 전 탑승권을 확인하면서 직원이 임의로 가방 크기를 확인한다. 코르크 공항에서 우리도 확인 요청을 받았다. 규격대에 가방을 아무리 넣으려해도 들어가지 않았다. 

„60유로!“

라고 직원은 외쳤다. 
좀 봐달라고 하면서 가방을 거꾸로 해서 넣자, 간신히 윗부분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세게 규격대 밑으로 밀어넣었다가는 플라스틱 여행가방이 깨어질 것 같았다. 다행히 직원은 그만 되었다고 했다.

* 초딩 딸 여행가방엔 화투가 필수품   예상된 코르크 공항 환승시간으로 인해 여행 출발 전 기내로 휴대할 가방을 세 개 준비했다. 크기도 중요하지만 무게가 10kg을 넘지 않아야 했다. 식구 모두는 각자 여행 필수품 목록을 작성해 이것을 보면서 가져갈 여행물품을 챙겼다. 
옷 2벌, 양말 2걸레, 속옷 2벌, 여행 중 읽을 책 한 권, 비행 중 먹을 음식...... 
기내 휴대가방은 오직 하나다. 카메라도, 휴대컴퓨터도, 손가방도 모두 이 휴대가방 하나에 넣어야 한다. 결국 무게와 공간 부족으로  바나나 등 과일, 실내화 등을 넣을 수가 없었다. 

„무거우니 이것은 빼자!“ „아빠, 안 돼. 꼭 필요해.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놀아야 돼. 비가 오면 호텔에서 심심할 때 놀아야 돼.“

이것은 바로 화투다. 4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가족이 한 번 놀아보더니 재미있다고 해서 사온 화투였다.  
이번 여행에서 딱 한 번 화투를 가지고 놀았다. 날씨가 조금 흐린 때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호텔 발코니에서 딸과 함께 민화투를 쳤다. 

„아빠, 우리 화투 놀자.“ „그냥 저 바다 보고 책 읽자.“ „안 돼. 화투도 비행기 타고 왔는데 한 번 같이 놀아줘야 돼.“

딸아이의 표현이 재미있어 마지 못해 응해주었다. 이제 긴긴 겨울밤이 점점 다가온다. 종종 화투가 초딩 딸의 주도로 우리 가족의 오락기구로 빛을 발할 듯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Posted by 초유스

아래는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첫 비행은 빌뉴스 공항에서 라이언에어 비행기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수속을 밟아서 탑승권(보딩패스)을 집에서 인쇄했다. 하지만 비유럽연합회원국 여권 소지자로 먼전 수속 접수대에 가야 했다. 여권과 탑승권을 서로 대조한 후 확인 직인을 받았다. 다문화 가족으로 살면서 보통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이 경우에 „아빠는 외국인이네“, „당신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네,“ 등등 말이 오고간다. 


알다시피 라이언에어 비행기는 지정된 좌석번호가 없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탑승객들은 미리 들어가려고 일찍 집을 나서기도 하고, 때론 줄이 허술한 틈을 타서 끼어들기도 한다. 보통 앞쪽과 뒷쪽 문이 열리는 데 앞쪽보다는 뒷쪽에 서있는 줄이 길더라도 떠 빨리 들아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표 구입시 추가요금을 내면 지정 좌석을 구입할 수 있다. 표 검사는 탑승을 대기하면서 받았다. 


빌뉴스에서 3시간 30분 걸려서 바르셀로나 공항 터미날 2에 도착했다. 여권과 세관 검사가 전혀 없었다. 2청사에서 밖으로 나와 왼쪽으로 약 100미터 정도로 가서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1청사로 이동했다. 의자와 의자 사이에 팔 지지대가 있어 눕기는 아주 불편했다. 무선인터넷은 24시간 동안 15분만 이용할 수 있었다. 공항은 그야말로 정적만 감돌았다. 새벽 5시경이 되자 어디서 그렇게 빨리 왔는지 갑자기 사람들로 붐볐다.

*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탑승하기 직전

 

7시 15분 부엘링(Vueling) 비행기로 그란카나리아로 출발했다. 같은 저가항공이지만 부엘링은 탑승권에 좌석번호가 적혀있었다. 좌석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니 참 편했다. 물론 부엘링도 추가요금을 내고 원하는 좋은 좌석을 살 수 있다. 3시간 30분이 소요되어 그란카나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참고로 여기는 스페인 본토와 시차가 있는데 한 시간이다.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하강할 때 밑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쾌적한 날씨로 산은 녹음으로 우거질 것 같은 데 그저 삭막한 황무지였다.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지금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우리를 매혹할 경관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입국했다. 입고 있던 겨울옷을 여름옷으로 바꿔입었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란카나리아 공항 일대

 

공항 입국장은 1층, 출국장은 2층이다. 2층으로 올라가 밖으로 나와 오른쪽 끝에서 첫 번째 행선지인 라스팔마스로 향하는 직행 버스를 탔다. 60번 버스인데 항상 종착역을 물어봐야 한다. 하나는 산 텔모(San Telmo, 시내 중심가)고, 다른 하나는 산따 까딸리나(Santa Catalina)이다. 버스비는 2.95유로이다.  

* 공항 종려나무

 

공항에서 바라보이는 황량한 풍경은 종려나무를 제외하고는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푸른 초원과 숲으로 이루어진 리투아니아 자연이 순간 눈 앞에 아른거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조금씩 이국적인 풍경에 눈이 매료되기 시작했다. 해변도로에 잘 가꾸어진 종려나무와 꽃이 핀 식물들은 내 카메라와 딸아이의 카메라 셔터를 연속적으로 자극했다. 마치 딸아이와 둘이서 버스 안으로 출사를 온 듯했다. 딸아이는 연신 말을 되풀이했다.

* 라스팔마스로 향하는 도로


„아빠, 눈이 엄청 즐거워“

낯선 지역에서는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해변 고속도로를 따라 버스는 라스팔마스로 진입했다. 첫 번째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렸다. 아내도 여기가 종착역인 줄 알고 덩달아 따라내렸다. 그래도 운전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산따 카딸리나는 여기가 아니고 다음.“

그리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Sometimes your dady also is smart.“ „No. You are smart for ever in my heart.“

라고 기분이 좋은 딸아이는 맛깔스럽게 응답했다. 

* 라스팔마스 식물원에서 딸아이
산타 까딸리나 버스역에서 걸어서 깐떼라스 산책로에 위치한 아파트로 향했다. 해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딸아이는 선글라스 아래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빠, 울고 싶어“  „왜?“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라스팔마스 항구

* 대서양 해변에서 즐겨워하는 딸아이
* 아파트 발코니에서 차를 마시는 딸아이
* 종려나무 밑에서 딸아이
* 깐떼라스 해수욕장에서 딸아이
 
가족여행은 부모보다 아이가 더 좋아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갑 무게보다 아이가 가족여행에서 얻을 추억 무게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가능한 앞으로 가족과 함께 많이 다녀야겠다고 다짐해보았다. 
 
이상은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2. 3. 11. 20:53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인하여 4년만에 지난 2월 16일에 한국을 오게 되었다. 3월 9일 핀란드 헬싱키로 출국하는 비행기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이 비행기가 취소되어 어쩔 수 없이 한국 체류기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라 지인이 남부지방을 권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이 구례 산수유마을이다. 이 산수유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SNS에서 올라온 활짝 핀 산수유 꽃을 접하면서 만개한 산수유 꽃마을을 잔뜩 기대했다. 3월 7일 산수유마을에 도착하니 노란색 물결은 찾아볼 수가 없고 꽃망울만 맺혀 있다.
 
주차장 공원에 이름 모르는 노란색 꽃이 활짝 피어 바람개비가 되어 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초록색 풀 그리고 갯버들(버들강아지)이 산수유꽃 대신에 봄 정취를 느끼게 했다.

 

이날 만난 산수유마을 사람들은 올해는 앞으로 10일쯤 지나야 활짝 핀 산수유꽃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산수유꽃이 만개하는 때는 3월 17일 경이다. 그때 되면 인산인해로 제대로 볼 수도 없을 듯하다.

 

노랗게 피어오르는 꽃망울이 지는 쪽으로 기우는 활짝 핀 꽃보다 더 봄의 생동감을 주고 있음에 만족하면서 지리산 하동 쌍계사로 향한다.
 
3월 7일 오후에 둘러본 구례 산수유마을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12. 30. 17:56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발트 3국에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라트비아를 만 2년만에 다녀왔다. 특별히 여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리가 공항에서 체코 프라하행 비행기를 탈 딸을 전송하기 위해서였다. 승용차로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로 이동하니 국경에는 예전과 똑 같다. 검문검색이 전혀 없어 같은 나라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듯하다.
 
물론 전날 http://covidpass.lv에 들어가서 입국 신고절차를 마쳤다. 12월 29일 현재 인구 189만명 라트비아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은 지금까지 확진자수 27만4천2백7십1명이고 사망자수 4553명이다. 당일 새확진자수는 1319명이고 사망자수는 24명이다. 리가 공항에 가는 김에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잠시 둘러본다. 구시가지 오페라극장을 목적지로 리가 공항 인근 주유소에서 출발한다.
 
 
여러 해 전 리가 중심에 승용차를 주차하기도 힘들고 주차비를 내기도 힘든 경험을 겪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자동주차요금기에서 일단 라트비아어, 영어, 러시아어 중 하나를 선택해 지침에 따라 행한다. 먼저 차량번호를 넣는다. 이어서 +와 - 단추를 이용해 주차 예상 시간을 조절한다. 그리고 카드를 넣고 결재한다. 참으로 쉽다. 리가 구시가지 두 시간 주차요금은 21%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5.60 유로(약 7천8백원)이다.  
 

라트비아 상징물 중 하나인 자유의 상

이렇게 해서 영하 10도의 날씨에 눈 덮인 리가 구시가지(Vecrīga 옛 리가)를 여기저기를 걸어본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고딕 성당을 비롯한 바로크 양식, 특히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건축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리가는 아르누보 건축양식의 세계적 보고다
산책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브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다. 보통 살아있는 전나무류를 베어내어 만드는데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전혀 다른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각종 쓰레기가 크리스마스트리 6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캔류 쓰레기
플라스틱병 쓰레기

 

전자제품 쓰레기
폐타이어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종이팩 쓰레기
쓰레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리부 광장

취지는 이렇다. 1인당 쓰레기량이 많아지자 쓰레기 분리수거와 쓰레기 줄이기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1991년 인구 266만명일 때 1인당 쓰레기량이 200킬로그램이었고 2021년 인구 189만명인데 1인당 추정 쓰레기량이 무려 500킬로그램에 이른다.
 
 
지난 30년 동안 인구가 크게 줄었지만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남으로써 쓰레기량이 많아져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집 부엌 한 구석에는 큰 플라스틱통이 3층을 이루고 있다. 1층은 병류, 2층은 종이류, 3층은 비닐류가 임시거주자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4. 06:54

사막이 대다수 지형을 차지한 나라를 보면 그 열악한 환경에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한편 이 척박한 불모지에 화초와 수목을 심어 만들어 놓은 지상낙원 풍경에 역시 사람도 대자연만큼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확신한다.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는 아래와 같은 꽃들이 10월 하순 피어나 있다.

 


보통 새벽 일찍 일어나 관광지 거리를 산책하다가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 중 하나가 거리 청소부다. 간밤에 사람들이 어지럽혀 놓은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이곳 리조트에서 새벽 산책에 제일 먼저 주는 사람은 바로 수목과 잔디에 물을 주는 사람들이다.
 

홍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조망한 후에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물을 주고 있다. 다행히 자동화되어 있어 큰 수고로움은 들지 않을 듯하다.

이런 사람의 관리 덕분에 사막 땅 위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곤충이 자라고 새가 먹이를 얻을 수 있다.

 

이번에 대추야자수 껍질 속을 처음 본다. 대추야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듯이 껍질이 한 꺼풀 벗겨진 속에는 촘촘히 돌기된 것들로 꽉 차 있다. 마치 얽히고 뒤섞인 투명한 화분 속 서양란의 뿌리를 연상시킨다.
 
아침 햇살에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는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물방울을 한참 동안 을 지켜보면서 머릿속에 한 구절이 자리잡는다.

“무엇이든지 관리가 없으면 말라 죽게 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22. 14:14

일주일 이집트 후르가다 롱비치리조트 호텔에 머물면서 많은 종업원을 만난다. 해변이든 수영장이든 식당이든 종업원들이 투숙객들의 편의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유럽 관광지와는 사뭇 다르다. 종업원 전부가 남성이다.
 

호텔 내 식당

식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아랍권도 이제는 전통적 관습이나 사고를 과감히 척결하고 특히 3차산업 부문에서 여성의 고용증대를 꾀하고 사막 녹화 및 농장화 등 국가 기간산업 부문에 남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홍해 해변 해수욕 및 일광욕장
보통 종업원들은 친절하다. 해변에는 종업원들이 자주 돌아다닌다. 투숙객들이 다 마시고 놓은 플라스틱 컵을 수거하기 위해서다. 이 컵은 씻어서 다시 활용한다. 정해진 종업원이 아니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명의 종업원이 번갈아 다닌다. 보통 첫 컵은 해변으로 나오면서 간이술집에서 받아온다. 긴수건을 받아서 일광욕할 자리를 잡아서 휴식을 취한다. 컵을 수거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종업원들이 미소를 지우면서 말을 걸어온다. 대체로 종업원들은 현란한 말솜씨를 지니고 있다.
 
맥주 한 잔을 시켜도 두 잔이 오는 경우도 있다.
“안녕.”
“안녕.”
“어디서 왔나?”
“한번 알아맞혀봐.”
“...” (여기까지가 종업원들에게 정형화된 듯한 대화다)
“한 컵 더 원해?”
“좋아.”(종업원이 직접 가져다준다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겠지...)
 

종업원이 금세 오는 경우도 있고 좀 시간이 지난 후에 오는 경우도 있다. 쟁반에 한 컵만이 아니고 한 두 컵이 더 놓여 있다. 기분 좋으면 시키지 않은 칵테일도 따라온다. 이 모든 음료는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마음껏 시켜도 된다.
 
마음에 들면 덤으로 칵테일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 경우 동전 1 유로나 1 달러로 답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1 유로를 주고 나면 직접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난다. 통성명도 하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찾아온다. 그런데 매번마다 1유로를 줄 동전이 없다. ㅎㅎㅎ

식당 종업원은 좋은 자리로 안내하고 포크 등 식기를 챙겨주거나 음료수를 본인이 받아서 가져다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도 1 유로로 답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번 답례하고 나면 자꾸 종업원이 찾아오기도 한다.

친절한 봉사 뒤에는 늘 1 유로가 나간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 친구가 “이집트 여행을 간다”고 하니 조언을 한 말이 떠오른다. “1 유로짜리 동전을 많이 챙겨가라. 답례하면 잘 대해줄 것이다.”
 
호텔내 수영장이다.
호텔 종업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호텔방을 청소해주는 사람이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지만 늘 미소로 대하고 정성껏 꼼꼼하게 호텔방을 청소한다. 더운 날 호텔방을 청소하는 그를 위해 “오늘은 청소를 안 해도 된다”라는 안내문을 걸어놓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해변으로 나갈 때 호텔방에 놓고 가는 1 유로가 모이고 모여서 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늦은 오후나 저녁에 호텔방으로 들어올 때 늘 궁금하다. 오늘은 그 종업원이 어떤 모양의 수건장식으로 우리를 감탄하게 할까?

주인 없는 호텗방을 지켜주는 듯하다.
숙소 앞에 피어있는 꽃잎들로 장식했다. 그 정성에 감탄하다.
수건 백조 한 쌍이다.
코끼리 한 마리가 다음날 마실 커피를 들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친절한 미소와 현란한 말솜씨에 늘 1 유로를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서서히 둥지를 틀려고 할 때쯤 우리 일행 모두의 주머니든 지갑이든 어디에도 동전이 더 이상 없다. 이러다보니 친절을 피해 다니는 경우도 생긴다. 종업원은 답례를 받아내는 솜씨가 있어야 하듯이 투숙객은 답례를 주는 솜씨가 있어야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7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7. 04:56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마을은 자킨토스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32km 떨어져 있다. 행정 구역상 볼리메스(Volimes)에 속한다. 동일한 이름으로 자킨토스 최남단 부분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Agios Nikolaos 아이오스 니콜라오스: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에서 그리스 국기를 알아보다)는 행정 구역상 바실리코스(Vasilikos)에 속한다.   

 

 

북서쪽에 있는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마을은 50여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자킨토스 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철 자킨토스 도시 항구과 함께 케팔로니아 섬에 있는 페사다(Pessada)와 연결하는 연락선(페리)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 유명한 나바지오 해수욕장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보트가 출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DgganKkvAjPEo7pP8

 

이 마을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도처에 자라고 있다. 또한 원추형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사이프러스(지중해 측백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 것이 간판이다. 난파선 해변(나바지오 해수욕장)과 파란동굴 관광 표구입을 안내하는 간판이다. "Tickets 티켓을"이다. "티켓들"을 "티켓을"로 쓴 것일까? 아니면 "티켓을 (여기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를 줄인 것일까?
 
아무튼 이곳에서 한글을 만나니 반갑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통해 "태양의 후예" 촬영지를 많이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해변 식당 마당 위를 덮고 있는 포도나무에는 포도알이 영글고 있다.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얗게 칠한 화분에 피어난 꽃이 더욱 발갛게 보인다.

 

가운데 섬 이름도 마을 이름과 같다. 바람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고 있다. 하얀 자갈로 이뤄진 작은 해수욕장이다. 늦은 오후라 거의 텅 비어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남쪽으로 갈수록 작은 자갈은 돌덩이로 바뀐다. 정박해 있는 요트와 배들이 바람따라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바람놀이하는 붉은 배 세 척을 한참을 지켜본다.

 

 

 

대형요트는 바람따라 홀로섬을 시야에서 가리고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해수욕장이자 포구다. 하얀색과 파란색 일색인 그리스 바다에 빨간색 배가 더욱 돋보인다.

 

여행 중 사진찍기만을 좋아하는데 여기서 한번 찍혀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6. 04:50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 중 주로 해수욕장을 찾아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겨본다. 오늘은 동쪽 해안선에 있는 칠리비(트실리비) 해수욕장(Tsilivi beach)을 소개한다.
구글 지도 위치 Tsilivi beach: https://goo.gl/maps/GKrBxCKqD1JLg2tq8

 

자킨토스 중심도시에서 7km 떨어져 있는 칠리비 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 양옆에는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밭이 도열해 있다. 도착하면 길쭉하게 뻗어있는 해수욕장이 한눈에 쫙 들어온다. 대부분 자갈이 섞여 있는 모래사장이다.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다양한 물놀이 기구도 준비되어 있다. 

 

반대쪽에서 작은 항구가 있는 데까지 걸어본다. 약 20분이 소요된다.   

 

해변을 따라 호텔이나 식당 등이 즐비하다. 

 

바다 넘어 보이는 섬이 케팔로니아(Kefalonia, Cephalonia)다. 그리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다. 언젠가 저 섬에서도 휴가를 보낼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어디를 가든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를 자주 볼 수 있다. 해수욕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해수욕장의 폭이 상당히 넓다. 저 텅빈 해변 침대의자에 사람들이 가득 찰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수심이 얕지만 바람이 불면 파도가 심히 넘실거린다. 한가로운 수영하기보다 파도타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가나스만 해변 해수욕장보다 동쪽 해변 해수욕장을 권한다. 

   

쭉 걸어가면서 칠리비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3. 21:52

게라카스(Gerakas) 해수욕장[관련글]에서 라가나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 하나를 더 둘러보기로 한다. 바실리코스(Vasilikos) 마을에 위치한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 해수욕장이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rKHdkZzMpNek6XSXA  
 

게라카스 해수욕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에는 파라솔로 가득 차 있고 바다에는 수상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라카스 해수욕장은 붉은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해수욕장으로 다가가는 바로 왼쪽 카페에서 갈증 난 목을 축인다. 입구 기둥에 붙은 글귀(Life is better at the beach - 해변에서 삶이 더 좋아)가 청록빛 바다를 방금 본 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카페에서 보라본 해수욕장 전경이다. 좌우로 빼곡 설치되어 있는 해양산(파라솔)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다. 예전 같으면 관광객들로 붐비었을 텐데 말이다. 해양산은 주로 왕갈대(arundo donax)로 만들어졌다.   

 

관광객이 없으니 물놀이기구도 쉬고 있다. 해수욕장 샤워기가 포도주병따개를 연상시킨다. 땅속을 파서 물을 퍼올려 위에서 뿌려주는 듯하다.

    

이곳의 해변에서는 검은빛 갈색 더미를 흔히 볼 수 있다. 바닷물 속에도 있는데 얼핏 보면 해조류 같다. 종종 물기가 빠진 모래 해변을 걷다보면 습지 위를 걷는 듯 발밑이 푹신거림을 느낀다.

 

 

궁금해서 모래를 걷어내니 확 풀려진 카세트테이프 줄이 뭉쳐있는 듯하다. 이것의 정체는 파도에 휩쓸려온 야자수 잎이다. 세찬 바람이 야자수 기둥을 빗자루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해수욕장 왼쪽 바위 언덕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하얀 성당이 눈에 띈다.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동방정교 성당이다. 대체로 이곳의 성당은 규모가 작고 아담하다.

 

성당 종탑이 참 소박하다. 파란색 바다만큼 하늘도 파랗다. 그리스 국기에 왜 파란색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얀색 또한 그리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색이다. 바다에는 하얀 파도가 넘실대고 마을에는 하얀 집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바위 언덕 위에는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그리스 국기의 의미를 한번 알아본다. 파란색 네모와 하얀색 십자가는 동방 정교회를 의미한다. 파란색과 하얀색 가로줄 아홉 개는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당시의 표어인 "자유가 아니면은 죽음"(Έλευθερία ή Θάνατος E-lef-the-rì-a i Thà-na-tos)의 음절 9개를 뜻한다. 파란색은 자유, 하얀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이 숫자 9는 자유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 ελευθερία(엘레프테리아)의 철자 수가 아홉 개라는 데서 유래되었다라는 설도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학술과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 9명을 의미한다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그리스 국기는 1978년 12월 22일 제정되었다. 

 

동방 정교회 쪽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전경이다.

저 백사장에 관광객들로 붐비는 날이 언제 다시 돌아올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다. 

 
 
아래는 걸어서 둘러본 세인트 니콜라스 해수욕장을 영상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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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1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9. 1. 14:25

자킨토스(Zakynthos)는 이오니아 제도 중 하나인 섬의 이름이자 이 섬의 중심도시 이름이다. 섬 전체의 면적이 410평방킬로미터로 제주도의 약 5분의 1이고 해안선은 약 123킬로미터다. 주로 절벽으로 이뤄져 있는 북서쪽 해안을 제외하고는 해수욕장이 곳곳에 이어져 있어 관광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섬 전체 인구는 4만여명이고 이 중 절반 가량이 자킨토스 도시에 살고 있다. 숙소인 라가나스(Laganas)를 차로 떠나 25여분만에 자킨토스 도시 중심에 이른다.   
 
 

자킨토스 도시에서 제일 먼저 카메라에 잡힌 것은 천사들의 모후 성당(Church of the Lady of the Angels)이다. 작은 규모의 아담한 성당이다. 1687년에 세워져 1953년 강진 때 붕괴되었다가 원형 그대로 복원되었다.  

 
6월 중순 이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로마 거리(Al. Roma)의 모습이다. 온갖 가게들이 즐비한 이 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만 아니였더라면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붐비었을텐데 말이다.  
[750여 미터 구글 위치: https://goo.gl/maps/v5WxHvetMKbWjLxC8]
 

시내 중심가 솔로모스(Solomos) 광장이다. 저 파라솔 아래서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세상사를 논할 날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유모차 한 대만이 텅 빈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이 섬에서 태어난 디오니시오스 솔로모스(Dionysios Solomos, 1798-1857)의 조각상이다. 이탈리아어와 그리스어로 시를 쓴 그리스 시인이고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애국가 "자유의 찬가"를 작사한 사람이기도 하다.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그리스 독립전쟁(1821-1829) 중인 1823년 그가 발표한 158절 "자유의 찬가"의 1절과 2절이 국가 가사로 지정되었다. 올림픽 폐막식 때마다 연주되는 그리스 애국가를 작사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나는 그대를 알아보노라
날카롭고 굳건한 검의 날로부터,
나는 그대를 알아보노라
지구를 내려다보는 권능의 빛으로부터.

그리스인의 성스러운 유해에서
다시 일어난 그대여,
전과 같이 용감하라, (×3)
만세, 오 만세, 자유여! (×3)
 

 

평화의 상징인 흰비둘기가 그의 하얀 조각상 머리 위에 앉아 있다. 마치 전쟁과 평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말해주는 듯하다. 
       

어설프게 익힌 그리스 철자 읽기로 조각상 받침대에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읽어본다. 나중에 알아보니 바로 위에 언급된 그리스 애국가의 뒷부분 가사다. 

Απ τα κόκαλα βγαλμένη
των Ελλήνων τα ιερά,
και σαν πρώτα ανδρειωμένη, 
χαίρε, ω χαίρε, Ελευθεριά! 

 

솔로모스 광장을 지나자 청록빛 바다가 눈앞에 활짝 펼쳐진다. 뙤악볕이 내리쬐는 날이라 첨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바다 속에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좌우로 노닐고 있다.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니 우뚝 솟은 성당의 첨탑이 발길을 유혹한다. 저기까지 가봐야지... 

 

해변도로따라 이어져 있는 식당과 카페 중 한 곳에서 갈증 난 목을 잠시 축인다. 커피 한 잔 2.5유로(부가가치세 13% 포함), 맥주 500cc 한 병 3.5유로(부가가치세 24% 포함)다. 시원한 물 한 병과 감자과자 한 접시가 무료로 나온다. 공짜로 제공된 물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해변산책로 일부 구간은 현재 공사중이다. 청록빛 바다 속을 간간히 내려다보면서 성당 쪽을 향한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산과 바다 사이에 길게 쭉 뻗어있는 자킨토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인 디오니시오스 동방 정교회 성당(Saint Dionysios Orthodox Church) 전경이다. 성인 디오니시오스(1547-1622)는 이 섬에 태어나 동방 정교회의 대주교로 서임되었다. 그는 자킨토스 수호성인이다. 이 성당은 1925에서 1946년까지 20여년에 걸쳐 세워졌다. 1953년 6.8 강진에도 조금도 손상되지 않아서 주민들로부터 기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당 정면이다.
 

성당 앞 대리석 바닥에 새겨져 있는 큼직한 쌍두 독수리 문양은 콘스탄티노폴리스(오늘날 이스탄불) 중심으로 395년에 세워진 동로마 제국, 비잔티움 제국의 상징이다. 이 제국은 1453년 오스만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다. 

 

로마 가톨릭 성당은 예배석에서 성소가 훤히 보이는데 비해서 동방 정교회 성당은 성소와 예배석을 벽(iconostasis, 이코노스타시스)으로 분리하고 있다. 세 개의 문으로 이뤄진 이 벽 상단에는 예수의 12 제자가 그려져 있다. 보통 동방 정교회 성당 내부에는 좌석이 없지만 이 성당에는 의자들이 배열되어 있다.  

 

성당 내벽은 다양한 색상으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성화로 뒤덮혀 있다. 

 

아주 작은 색유리창(스테인드 글라스)으로 밖의 밝음이 비치고 있다. 어두운 빛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성당 내부에서 이 밝음이 더욱 돋보인다. 

 

성당 제단 오른쪽에 성인 디오니시오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디오니시오스 성당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성모 마리아 발현 성당(Church of Virgin Mary Faneromeni)을 찾는다. 밝은 색상의 벽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15세기에 세워진 이 성당은 1953년 강진에 붕괴되었고 이후 원형대로 복원되었다.  
 
 

헌공함에는 "가난한 자를 위해"라는 구체적인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걸어서 자킨토스를 쭉 둘러본 후 자킨토스 항구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차를 타고 이동한다. 보할리(Bohali) 전망대다. 분홍색 유도화(협죽도), 붉은 지붕, 청록빛 항구, 492미터 스코포스(Skopos) 산, 오른쪽 저 멀리 일명 거북이 섬도 한눈에 들어온다. 
[구글 지도 위치: https://goo.gl/maps/QVzjQXTQ7MiPNWZ8A ]

 

이 전망대에서 마신 맥주 한 잔이 이번 자킨토스 여행에서 가장 비싼 맥주가 되었다. 500cc 한 잔에 4.5유로다. 역시 자리값이 한몫을 하는구나. 항구로 유유히 들어와 뿌뿌뿌 뱃고동 소리를 뿜어내는 여객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맥주값 기억이 서서히 사라진다.   

   

 
이날 자킨토스 시내 거리를 걸어서 둘러보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봤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9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1. 8. 7. 17:59

나바지오 해변 절벽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얀 백사장과 비취색 바다가 해수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충동질한다. 그렇다고 수백미터 절벽 아래로 뛰어들기(다이빙)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바지오 인근에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찾아본다. 그 중 하나가 포르토 브로미(포르토브로미 Porto Vromi)다. 구글지도에서 확인해보니 15km 거리에 예상 소요시간이 30분이니 이것이 구불구불하고 험준한 길임을 미리 알려준다. 포르토 브로미는 나바지오 해변으로 배로 가는 가장 짧은 거리에 있는 항구다.  
 
가는 길에 도로변에 주차장까지 마련한 선물가게들이 우리를 멈추게 한다. 뭐라도 기념품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여행습관이기도 하다. 아나포니트리아(Anafonitria) 마을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도마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점원이 다가오더니 이 도마는 2000여년이 된 올리브 나무로 만든 것이다라고 한다. 2000년이라는 말에 장사꾼의 유혹에 말려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자 점원은 좀 더 설명을 이어간다. 2007년 그리스 대화재로 자킨토스키에 있는 여전히 열매를 맺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들이 큰 피해를 보았고 그때 불탄 올리브 나무를 이용해 도마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령 2000여년은 너무하다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떨쳐내기가 힘이 든다.  
 
"설령 2000여년이 아니더라도 200여년만 되어도 만족할 수 있겠다.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도마 하나를 기념으로 사자"라는 아내 말에 동의한다. 가게에 좀 더 빠져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주차장 마당을 둘러본다.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황색 과일이 딱 보기에도 자두다. 어릴 때 뒷밭에 있던 그 자두나무와 같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하나를 따서 먹어본다. 당도는 우리집 뒷밭의 자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제 해수욕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마리에스(Maries) 마을의 일몰식당(Sunset Taverna) 앞에서 우회전을 해서 포로토 브로미 길을 택한다. 포장은 잘 되어 있으나 길은 굽이굽이 하향이고 경사는 점점 더 가파라진다. 바다가 보이자 덩달아 몸속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하다. 포르토 브로미로 가는 길을 영상에 담아본다.           

 

 
이름에 항구(porto)가 있으니 그래도 항구 냄새는 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은 항구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상 와보니 너무나 작은 규모다. 나바지오의 파란빛 비취색과는 달리 청록빛 비취색 바다가 길게 뻗어 있다. 바다에는 나바지오로 가는 여행객들이 없어서 그런지 배들이 한가로이 둥둥 떠 있다.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아니라 하얀 자갈로 되어 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자신의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무슨 물고기가 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한 폭의 그림같은 바다에서 나 홀로 해수욕을 하다니 참으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이곳에서의 나 홀로 수영은 오래오래 이번 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6월 중순인데 바닷물이 아직 찬다. 이는 해변에서부터 곧 바로 바다가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라는 말이다.
 

 

 
아슬아슬 내려온 산길을 올려다보니 그저 평범한 언덕길로 보인다. 돌아가는 길은 수월할 듯하다. 적어도 바다쪽 낭떠러지 같은 길이 아래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라가나스(Laganas)로 돌아오는 길에 에코 호라(Exo Hora, Exo Chora)이 나온다. 오른쪽 도로가에 거대한 올리브 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딱 보기에도 범상하지 않은 나무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고 버텼으면 저렇게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무에 올라가지 마라"라는 안내판은 있지만 설명이 따로 없다. 일단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고 나무에 얽힌 사연은 나중에 검색해보기로 한다. 알고보니 수령이 2000여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다.
 
몇 시간 전 올리브 나무 도마를 판 상인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서 과장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 올리브 나무가 대신 말없이 증명해주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자킨토스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4. 26. 20:15

크로아티아 자다르(Zadar) 페트르차네(Petrčane) 현지인 친구 집에서 머물면서 인근에 있는 닌(Nin 위치)을 다녀왔다. 닌은 인구 3천명도 되지 않는 작은 휴양도시지만 중세시대 크로아티아 첫 수도였고 크로아티아 기독교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도시다. 닌은 크로아티아 국가의 요람이고 크로아티아 국민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우리 일행은 먼저 천일염전(Solana Nin 위치)을 찾았다. 1500년부터 지금껏 전통방식대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음을 염전 박물관의 벽화가 잘 말해 주고 있다. 기계가 아니라 바닷물을 끌어들여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고 있다. 

 

박물관이자 안내소이자 판매소까지 겸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소금생산 과정을 담은 흑백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소금 운송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직원 서너 명은 소금을 구입하는 방문객들을 안내하거나 계산하는 데 분주하다.

 

큰 자루에 담아 전시해놓은 소금이 눈길을 끈다. 왼쪽부터 소금꽃, 천일염, 가는 소금이다. 닌 소금의 대명사는 바로 소금꽃(꽃소금 cvijet soli, flower of salt, feur de sel)이다. 여기 소금은 요리뿐만 아니라 건강제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닌 천일염전을 안내사와 함께 둘러 본다.

 

염전에 왔으니 소금을 먼저 볼 줄 알았는데 안내사는 가둬 놓은 바닷물 속을 먼저 보여준다. 그는 두 손으로 염전에 자라고 있는 아주 작은 물고기인 씨몽키(sea monkeys, brine shrimp)를 떠서 보여준다. 이런 동물도 물이 증발된 후 소금에 함유되어 독특한 맛을 내는 데 기여한다.  

 

사진만으로 보면 갈대가 자라고 있는 호숫가나 강가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겠다. 닌 염전에는 갈매기도 보이고 녹색 풀도 자라고 있다. 이 녹색풀의 정체는?

 

이 염생식물의 정체는 퉁퉁마디(salicornia europaea, salicornia, saltmarshes)다. 염전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이 또한 소금생산 과정에서 활용돼서 유기 미네랄 소금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먹어보니 톡톡 씹히면서 김치를 만들기 위해 절여 놓은 배춧잎을 먹을 때 나는 맛이다.

 

소금꽃을 생산하는 과정을 지켜 본다. 소금꽃은 세계 음식 애호가들 사이에 소금의 캐비어로 불러어진다. 소금꽃은 밝고 섬세하고 촉촉한 맛을 가지고 있다.

 

소금꽃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수세기 동안 동일한 전통과 기술로 만들어진다. 수분이 점차 증발되면 남아 있는 바닷물 위에 부유하는 소금층이 생긴다. 마치 살얼음같다.     

 

넓직한 사각형 채에 이 부유층을 담는다. 그러면 수분은 밑으로 빠지고 보송보송하고 촉촉한 소금은 남는다. 

 

이를 통에 담고 가득 차면 큰 통으로 옮기고 다음에 건조시킨다. 햇볕에 붉게 그을린 그의 피부가 작업의 고됨을 말해주고 있다. 하루에 보통 소금꽃 400kg을 채취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꽃은 아래 통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 소금꽃 10kg을 구입해 한동안 맛있는 청정 소금을 먹었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천일염이 생산되지 않아서 소금은 전적으로 수입인데 대부분 암염이다. 불순물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

 

고대에는 소금 1온스가 금 1온스와 물물교환될 만큼 소금이 귀하고 비쌌다. 급여나 월급의 의미를 지진 샐러리(salary) 단어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단어 sal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로마시대 소금을 병사들에게 급여로 지급한 것이 살라리움(salarium)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기에서 샐러리(salary) 단어가 나왔다. 

 

 

염전 관광을 마친 후 우리는 닌의 중심으로 향한다(주차장 위치). 방어 목적으로 석호 안에 있는 섬에 도시가 형성되었다. 저 바다 건너가 닌이다. 

 

닌 중심이 있는 섬과 육지를 잇는 석교 근처에 오른손을 쭉 뻗어 검을 들고 있는 동상이 나온다. 보기에도 위엄이 넘친다. 크로아티아 역사에 중요한 인물이라 여겨 일단 사진을 찍고 돌아와 누구인지를 검색해봤다. 브라니미르(Branimir)로 879년에서 892년까지 크로아티아를 통치한 공작이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크로아티아 해안 지역의 독립성을 강화했고 요한 8세 로마 교황으로부터 이를 확인 받게 되었다. 879년 6월 7일 역사상 최초로 그는 합법적 통치자로, 크로아티아는 합법적 국가로, 닌은 합법적 수도로 승인 받게 되었다. 최초의 크로아티아 국가 승인 1128주년을 맞아 2007년 현재의 자리에 4미터 높이의 동상이 세워졌다.  

  

중심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거대한 동상을 만난다. 스플리트(Split)를 먼저 구경하고 온 사람은 엄지 발가락을 보자마자 이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르구르 닌스키(Grgur Ninski, Gregory of Nin)다. 이름에서 보듯이 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그르구르는 그레고리우스(Gregorius)의 크로아티아어 이름이다.

 

900년에서 929년까지 로마 가톨릭 닌 주교구의 주교다. 그는 그때까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라틴어로만 진행되던 미사에 크로아티아어를 도입했다. 이는 크로아티아 언어와 문화에 아주 중요했을 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 왕국 내 기독교를 더 강하게 했다. 그르구리 주교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자부심의 상징이 되었다. 참고로 925년 토미슬라브(Tomislav) 공작이 크로아티아 국왕으로 즉위했다. 이렇게 닌에서 만난 두 동상 덕분에 크로아티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두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의 동상 엄지 발가락을 손으로 문지르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전해진다. 세상에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이미 황금색으로 변했다. 누군가 문 지를 때마다 저 황금이 그 사람 지갑 속으로 쑥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오전이라 중심 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하다. 

 

한적한 거리를 따라 조금 더 가보면 오른쪽에 크로아티아 최초의 주교좌성당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성 안셀름(Anselm) 성당이 나온다. 크로아티아 왕국 시대(925-1102) 닌의 주교좌성당이다. 6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여러 차례 복원이 되었고 현재의 모습은 18세기부터다.

 

남유럽 나라이라서 그런지 성당(St. Anselm) 이름이 생소하다. 안셀름(안셈 안셀무스 1033-1109)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1093-1109)를 지냈고 스콜라 철학(기독교 신학 중심의 철학적 사상)의 창시자다.   

 

다시 조금 더 걸어가면 고대 로마의 가옥 유적 가운데 세워진 조그만 성당이 나온다. 9세기 초기 로마네스크 로마 가톨릭 성 십자가 성당(Holy Cross)이다. 크로아티아 공국 시대(626-925) 공작의 왕실 성당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주교좌성당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교좌성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근처에 1세기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us) 황제(재임 69-79) 때 지어진 유적지가 있다.      

 

자다르에서 닌으로 들어오가나 나갈 때 작은 언덕 위에 세워진 탑 모양의 조그마한 석축 성당이 보인다. 성 니콜라우스(니콜라이) 성당(위치)이다. 선사시대 피라미드 무덤 위에 12세기에 세워졌다. 길이가 5.90미터, 폭이 5.70미터, 높이가 6미터다.

 

지금도 12월 6일 성 니콜라우스 축일과 4월 25일 성 마르크(마가) 축일에 미사가 행해진다. 중세시대 닌 중심에서 대관식을 마친 일곱 명의 왕이 이 성당까지 말을 타고 와서 대중에게 자신 모습을 보였을 만큼 작지만 유서깊은 성당이다.   

    

붉은 지붕과 성 안셀름 성당 종탑이 보이는 곳이 바로 닌의 중심이다. 

 

이제 해수욕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긴다. 닌 중심과 석호가 내려다 보이는 크랄위치나 해수욕장(Kraljičina plaža 왕비 해수욕장)이다. 지금껏 가본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역 해수욕장 대부분이 자갈이었는데 여기는 발트 해변에서 주로 보는 부드러운 모래다.

 

 

알아보니 모래사장 길이가 8km로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긴 모래 해수욕장이다. 크로아티아 초대 국왕 토미슬라브가 이곳에서 왕비와 함께 잊을 수 없는 황홀한 일몰 전경 등을 즐긴 것에서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일광욕을 즐기면서 이따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온몸을 완전 까맣게 칠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광활한 모래사장 어딘가에 진흙탕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서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기니 정말 진흙탕이 나왔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넓은 치료용 진흙탕이 바로 여기다. 노천 무료 진흙탕이다. 누구나 와서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긴 뒤 비취색 바다로 첨벙해서 첩첩 산맥을 바라보면서 수영을 한다. 이 여행의 즐거움을 어찌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해수욕 일광욕 진흙욕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곳이 바로 여기다. 이 해수욕장이 크로아티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 하나로 손꼽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오늘날 닌은 비록 그 규모가 작지만 중세 크로아티아의 수도였고 크로아티아 국민들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자다르(Zadar) 등 인근 도시에서 여러 날 동안 묵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아래는 닌 천일염전 방문을 담은 동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의 크로아티아 가족 여행기 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크로아티아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Posted by 초유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으로 거주국인 리투아니아에 머물러야 하는 올해 틈틈이 4K 워킹투어 길거리 영상 등을 찍고 있다. 일전에 가족과 함께 리투아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클라이페다를 다녀왔다.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300km 떨어져 있고 왕복 4차선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여름철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130km이므로 3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다.   


참고로는 리투아니아는 자가용 승용차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따로 없다. 9인승 이상 승합차나 버스 그리고 3.5톤 이상 화물차 등은 도로세[1일 6유로 내지 11유로 - 관련사이트 vignette tariffs]을 내야 한다. 지정된 주유소나 인터넷으로 통행권을 구입할 수 있다. 


클라이페다[Klaipėda, Klaipeda]는 발트해에 접해 있는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구도시다. 옛부터 부동항으로 해상 물류와 교통의 요충지다. 인구 15만명인 클라이페다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시내 중심가를 흐르는 다네 강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아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목골 건물들의 모습이 낯설다.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독일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클라이페다는 1252년 독일 기사단이 세웠고 옛 이름은 메멜(Memel)이다. 1919년까지 프로이센에 이어서 독일에 속했다. 1차 대전에 패한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이곳을 연합국에 빼앗겼고 프랑스가 임시로 통치했다. 


1923년 리투아니아인 거주자들이 반란에 성공함으로써 리투아니아에 흡수되었다. 1939년에서 1944년까지 다시 독일에 속했고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 리투아니아 땅이다. 전체 클라이페다 인구의 6%가 러시아인들이다. 


* 클라이페다 극장광장



이날 우리가 도착한 무렵이 저녁이었다. 우선 야간의 클라이페다 구시가지를 둘러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임에도 레스토랑이나 술집 야외 좌석은 사람들로 거의 다 차 있다.           



다음날 아침 쌀쌀하고 구름낀 날씨를 아쉬워하면서 클라이페다 구시가지 여기저기를 걸어서 둘러본다. 



오후로 접어들자 기온은 여름날이다. 일광욕뿐만 아니라 해수욕까지 기대하면서 클라이페다 맬른라게(Melnrage) 해변으로 향한다. 바닷물 가까이에 가니까 물렁물렁한 해파리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해파리가 그야말로 천지 삐까리다. 



해수욕을 할 수 없으니 커피가게가 있는 저 멀리까지 쭉 걸어가본다.



리투아니아 올해 9월은 50년만에 찾아온 따뜻한 날씨다. 여름철에 못한 해변 일광욕을 이날 짧으나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9. 23. 18:42

일전에 북유럽 리투아니아 북서 지방에 있는 습지공원을 다녀왔다. 공원입구에서 보니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나무들의 키가 점점 작아진다. 어느 곳에 이르면 마치 자연 속 분재공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의 습지는 물이끼로 덮여 있는 이탄습지다. 산성화된 토양이고 영양분이 부족해 식물들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이 습지공원은 3.6km에 이르는 널빤지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일부 구간을 아래 영상에 담아봤다.

    
입구에서 들어서니 공원 관리인이 묻는다.
"습지공원을 관광하러 왔나? 아니면 열매를 따러 왔나?"
"한번 둘러보려고 왔다. 무슨 열매가 있나?"
"9월부터 크랜베리 등 야생열매 따기가 허용되고 있다."
"어디에서 왔나?" 
"한국인인데 빌뉴스에서 왔다."
"안녕하세요."
"우와~~ 한국어 인삿말을 할 수 있다니!"
"친척 중 한 명이 한국인과 결혼해서 런던에 살고 있다."

널빤지 산책로를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관목 숲이 나온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빨간 열매 등이 더러 눈에 들어온다. 바로 월귤(lingonberry, cowberry, brukė, vaccinium vitis-idaea), 넌출월귤(cranberry, vaccinium oxycoccos), 들쭉나무(bog bilberry, bog blueberry, vaivoras, vaccinium uliginosum) 열매다. 

* 관목 가지에 붙어 있는 열매가 월귤 즉 링곤베리(lingonberry)다.

    

* 바닥 위에 가느다란 줄기로 이어져 있는 열매가 넌출월귤 즉 크랜베리(cranberry)다. 



안으로 한참 들어가자 널빤지 산책로 양옆으로 빨간색 열매가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다. 지천에 널려 있다. 넌출월귤 열매다. 학명으로는 vaccinium oxycoccos이고 흔히 크랜베리(cranberry)라 불린다.     


따면 솔찬히 딸 수 있을 듯하다. 더 이상의 둘러보기를 포기하고 가족 모두 주저앉아 따기 시작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크랜베리는 비타민의 보고다"라면서 따기를 재촉한다. 따기가 아니라 그냥 줍기다. 맛을 보니 아주 시큼하다. 이끼 위에 살짝 드러난 줄기에 간당간당 붙어 있다. 손가락을 갖다대면 그냥 떨어진다.  


이날 이렇게 딴 크랜베리가 2킬로그램이다. 유럽에서 30여년 살면서 처음으로 크랜베리 따기를 체험해봤다. 아내는 꿀을 넣어서 크랜베리를 믹서기로 갈아서 유리병에 담았다. 


"크랜베리는 비타민 C와 E가 풍부하니까 매일 찻숟가락으로 한 번씩 먹자"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크랜베리는 피부노화방지, 치주병, 위궤양, 야맹증, 시력개선, 간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8. 7. 03:56

7월 초순에서 8월 초순 유럽에서는 둥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날개짓을 하는 황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영락없이 이런 황새들은 새끼 황새들이다. 8월 하순이나 9월 초순 남쪽나라로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비행 연습을 해야 한다. 


유럽 황새들은 대부분 농가 마당이나 근처에 있는 나무 기둥이나 전봇대 위에 둥지를 튼다.


황새는 유럽 사람들에게 아이를 물어다 주는 다산과 풍요을 상징하는 길조다. 사람들은 황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마당에 나무 기둥을 세워 놓기도 하고 감전사를 막기 위해 전붓대 위에 굵은 철사로 더 높은 구조물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의 명소 중 하나인 십자가 언덕을 다녀왔다. 이곳에는 방문객이나 순례객들의 소원을 담은 십자가가 수십만 개에 이른다. 주차장에서 십자가 언덕 전체를 아래 영상에 담아봤다. 


십자가 언덕 바로 인근에 있는 성당 종탑에 앉아 있는 황새 한 마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시선을 끈다. 어미 황새로 보인다. 둥지에 새끼 황새 세 마리를 남겨두고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들판이나 초원에서 다리 하나로 버티면서 혼자 서 있는 황새는 자주 보지만 이렇게 성당 종탑 위에 앉아 있는 황새를 보는 것은 30년 유럽 생활에서 처음이다. 


정한 듯 서 있지만 끊임없이 부지런히 부리를 이용해 몸매관리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중동(靜中動) 삼매에 빠져 있다. 혹시나 긴 날개를 펴고 훨훨 나르는 순간의 장면을 잡을 수 있을까 한 시간 동안 카메라로 촬영을 해 본다. 


결국은 점심 먹을 시간이 이미 훨씬 넘어서 더 이상 허기를 견딜 수 없어 날아가는 장면 촬영은 포기을 해야 했다. 곧 아프리카 대륙을 떠날 유럽 황새를 이렇게 장시간 지켜보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성당 종탑 위 황새 영상을 아래 소개한다.   


황새에 얽힌 유럽 농담 하나를 소개한다.
아들: "엄마, 왜 황새가 아프리카로 떠나?"
엄마: "아들아, 아프리카도 아기가 필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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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는 발트해 해안에서도 서식하고 있다. 가마우지를 볼 때마다 우선 중국 계림의 가마우지 낚시가 떠오른다. 먼저 가마우지 목에 올가미를 걸어 놓는다. 뗏목에 앉아 있다가 강물로 돌진해 물고기를 잡는다. 어부는 가마우지 입에서 물고기를 꺼낸 뒤 다시 풀어준다.

리투아니아 발트해에서 가마우지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은  유오드크란테(Juodkrantė)다. 이곳에는 약 가마우지 2000쌍이 둥지를 틀고 있다. 숲을 황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먹음으로써 지역 어민들의 불만을 야기시키고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법으로 이곳 가마우지를 보호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주로 쿠르세이 석호(쿠로니아 석호)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살고 있다. 지난주 이곳을 다녀왔다. 석호변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줄로 묶여 있는 배에 앉아 있는 가마우지 무리가 시선을 끌었다. 


물고기를 사냥을 위해 잠시 쉬고 있다.  


방금 물 속에서 나온 가마우지는 날개를 힘껏 펴고 햇빛에 말리고 있다.   


누가 먼저 말리나 시합을 하는 듯하다.


묶여 있는 배가 바람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마치 가마우지들이 바람이 노를 젓는 배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듯하다. 
한참 동안 이들의 모습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아, 가마우지도 잘 태어나야 하겠구나!
올가미를 건 채 낚시를 대신해주는 일꾼 가마우지도 있고
자유롭게 물고기 사냥을 하다가 일광욕과 뱃놀이를 즐기는 가마우지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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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코로나바이러스 세계적 유행이 아직 그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진자는 벌써 1,30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6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발트 3국 현황을 살펴보면 에스토니아는 확잔자 2,016명 사망자 69명, 리투아니아는 확진자 1,882명 사망자 79명 그리고 라트비아는 확진자 1,178명 사망자 31명이다. 7월 15일 현재 새로운 확진자는 에스토니아 1명, 리투아니아는 7명 그리고 라트비아 4명이다. 

관광 성수기인 6월 초순부터 우선 유럽 국가들로부터 오는 사람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심 광장에는 인적이 드물다. 일전에 본 시내투어 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예년 같으면 빌뉴스 옛시청 광장은 오고가는 시민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올해는 텅빈 광장에서 대여 킥 스쿠터(kick scooter, 킥보드 kickboard)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손님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발트 3국에서 가장 늦은 때인 1323년에 세워졌다. 라트비아 리가는 1201년이고 에스토니아 탈린은 1219년이다. 세 도시의 구시가지는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왔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여행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요즘에 관광지 워킹투어 4K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쉴 때 텔레비전 화면에 화질이 우수한 유튜브 4K 영상을 트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되어버렸다. 가까운 미래에 가볼 만한 관광지의 워킹투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에 직접 걸어다니는 듯하다.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빌뉴스(Vilnius, 빌리우스)를 자유여행이나 단체여행으로 방문하고자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한 도움이 되고자 실행에 옮겨봤다. 20년째 살고 있는 빌뉴스의 도심 곳곳을 5월부터 직접 돌아다니면서 현장음을 그대로 담은 워킹투어 4K 영상을 찍어서 아래 소개한다.

1. 기차역과 버스역에서 구시청 광장까지


2. 새벽의 문에서 대성당 광장까지


3. 구시청에서 보켸츄와 빌냐우스 거리를 거처 대성당 광장까지


4. 사비챠우스 거리에서 구시청 광장과 대통령궁을 거쳐 대성당 광장까지


5. 대성당 광장에서 개디미나스 성탑을 거쳐 대성당까지


6. 우주피스 공화국으로 유명한 빌뉴스의 몽마르뜨 - 우주피스 


7. 빌뉴스의 세종로인 개디미나스 대로


더 많은 빌뉴스 워킹투어 4K 영상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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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20. 6. 17. 05:11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3월 초중순에 폐쇄했던 국경을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씩 다시 개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6월 3일부터, 프랑스는 6월 15일부터, 스페인은 6월 21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쉥겐협약 회원국가의 시민이나 거주권자들이 우선 혜택을 받는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영국과 스웨덴 등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아직 안전하지 않는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를 이미 해제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은 6월 1일부터 유럽 국가들의 시민이나 거주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어나나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키 위해 이틀을 숙박하면 3일째 되는 날의 숙박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 여름철은 국내여행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발트 3국 친구들은 벌써 자신들의 국내여행 소식들을 사회관계망을 통해 올리고 있다. 여름철 최고의 여행지로 에스토니아는 패르누(Pärnu), 리투아니아는 팔랑가(Palanga) 그리고 라트비아는 유르말라(Jūrmala)가 꼽힌다. 

번잡한 인산인해 해수욕장을 선호하지 않을 경우 위 세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이 드문 모래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예를 들면 유르말라 마요리(Majori) 기차역 주자창에서 128번 도로를 따라 30km를 이동하면 클랍칼른치엠스(Klapkalnciems)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변을 향해 걸어가면 낮은 모래언덕을 만난다. 생명력이 강한 풀과 꽃이 자라고 있다.  
 

노란 꽃은 발트해 동쪽 모래해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염소수염꽃(tragopogon pratensis, showy goat's-beard, meadow salsify, or meadow goat's-beard)이다. 영어로 일명 Jack-go-to-bed-at-noon(낮잠 자러가는 잭)이다. 


모래가 훤히 다 보이는 수심이 얕은 바다가 인상적이다. 
수영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들어가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잔잔하고 얕은 바다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기에 딱 적합히다. 


끝없이 길쭉하게 모래해변이 펼쳐져 있다. 달리기나 자전거타기로 30여km를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면 유르말라가 나온다. 


그런데 좌우를 둘러보면 바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해안선 총길이 94km)와 마찬가지로 라트비아(해안선 총길이 500km)도 거대한 해안 바위절벽은 없다. 지형이 대체로 사질토로 되어 있다.  


고개를 돌려 해변 모래바닥으로 내려다보니 죽은 갈매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부패되지 않았고 몸집이 비교적 작다.


이를 어찌할꼬?!
그냥 못 본 척하고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곧 부패가 되면 벌레들이 모여들고 냄새도 날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의 발자국도 여기저기 있다.

"아빠, 저 갈매기 불쌍해서 어떡하지?"
"죽은 생명이지만 우리와 인연이 되었으니 묻어주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우리 같이 모래를 파자."
"그래. 우선 양지바른 자리를 고르자."
"아빠, 이렇게 하니 옛날 우리 집 햄스터를 묻어준 일이 생각난다."
"이럴 때 늘 아빠가 하던 말 기억나?"
"기억나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죽는다."
 
이렇게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갈매기를 묻어주기로 한다.


바닥이 모래이니 무덤파기가 수월하다.


갈매기를 묻고 난 다음 요가일래는 조약돌을 모아 묘 위를 장식한다. 
유럽 사람들은 봉분을 쌓지 않고 땅위를 평평하게 한다.   
  

넓적한 나무조각은 묘 앞 상판석을
나뭇가지는 묘비석을
조약돌 장식은 왕생극락을 비는 염주를 떠올리게 한다.  


갈매기의 육신은 이제 모래 속 고이고이 잠들어 있지만 
그의 영혼은 날아다니는 저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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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6. 15. 17:48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보통 4월 하순부터 구시가지 거리는 관광객들로 북적된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하여 올해는 관광여행업이 초토화되었다. 아래 사진 속 거리는 관광객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 중 하나다. 거의 인적없는 거리가 요즘 세태를 그대로 방증하고 있다. 빌뉴스 시청은 식당이나 커피숍 등이 인도까지 무상으로 활용하면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6월 16일까지 방역 국가비상사태가 지속된다. 하지만 5월 하순부터 방역조치가 완화되어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권장사항이 되고 일부 대중행사도 열리고 있다. 그동안 국경폐쇄 및 출입국 제한조치가 시행돼서 외국 관광객들이 입국할 수가 없었다. 

6월 1일부터 최근 2주 동안 인구 1십만명당 새로운 확진자가 16명 이상인 나라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국민이나 거주자에게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6월 13일 현재 유럽 25개국에서 오는 국민이나 거주자는 도착 직후부터 자가격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해당되는 국가는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덴마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핀란드, 독일, 체코, 에스토니아, 몰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불가리아, 라트비아, 사이프러스, 헝가리, 스위스, 아이슬란드, 그리스,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리헨슈타인이다. 스웨덴, 영국, 포르투갈은 입국금지고 벨기에와 아일랜드는 도착 직후 14일간 자가격리다.

6월 12일 주말시작일인 금요일 우리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대중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내와 함께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중행사에 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관광철 개막을 알리는 열기구 비행 행사다. 저녁 8시 30분에 열리는 행사이지만 하늘은 훤하다. 요즘 빌뉴스 일몰시각은 오후 10시경이다. 


넓은 공원 잔디밭 여기저기 대형선풍기로 열기구 기낭 속으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서서히 기낭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기낭이 위로 세워지자 가스불로 기낭 속 공기를 데운다.


부력이 생기자 하나둘씩 하늘로 떠오른다.
열기구는 추진장치가 따로 없다. 바람으로 추진력을 얻어서 이동한다.



빌뉴스는 열기구 비행하기에 적합한 몇 안 되는 유럽 국가들의 수도 중 하나다. 항공교통이 복잡하지 않고 기후조건이 우호적이고 녹지공간이 이착륙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Lituania(리투아니아)로 명명된 열기구가 눈깜짝할 사이에 하늘로 확 솟아오르고 있다.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세상 모든 것이 정상화되길 바란다. 


또한 순풍을 맞아 둥실둥실 날아가는 저 열기구들처럼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바란다. 서쪽 하늘에 멋진 저녁 노을이 열기구 비행하는 사람들에게 희열과 황홀을 선물할 것이다.     


행사장에는 남녀노소가 운집했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강제적이 아니지만 아직도 방역기간이다. 6월 13일 현재까지 리투아니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1,763명이고 사망자는 75명이고 하루 새로운 확진자는 7명이다.  

마스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데 효과적임을 이제 유럽 사람들도 다 안다. 열기구 비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아, 강제적이 아니니까 한순간에 다 벗어버리는구나! 나 혼자만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유럽인 아내가 한소리를 한다.   

"이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되니까 좀 벗어라. 당신 혼자만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한국은 인구 5천2백만명에 하루 새 확진자가 최근 들어 수십명인데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한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명에 하루 새 확진자사 십여명대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바깥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고 또한 평소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 말에 일리가 있지만 난 리투아니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실내 모임이든 사람 많은 야외이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닐 거야." 
 
이날 관광철 개막을 알리는 열기구 37대의 멋진 이륙 장면을 4K 동영상에 담아봤다.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에서도 관광객들이 다시 날아오길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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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빅토르 초이(Виктор Цой, Viktor Tsoi, Viktor Coj, 최빅토르, 빅토르 최)가 사망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91년 12월 26일 소련 최고 소비에트(최고 의결기구)는 소련을 구성하고 있던 모든 15개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소련을 해체했다. 아직은 소련이던 시절 1990년 11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체코 프라하를 출발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이때 만난 현지인들로부터 많이 받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혹시 빅토로 초이를 알아?"
"빅토르 초이?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아버지가 한국인이야. 소련에서 아주 유명한 가수지."
"그렇다면 초이는 나와 같은 성(姓)인 최일게다. 로마자로 보통 choi(tsoi)로 쓰니까."
"우와 성이 같다니 축하해."

나중에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초이(Цой)는 한국인 성 최(崔)의 러시아어식 표기다. 공교롭게도 그는 나와 같은 성에다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빅토르 초이는 아버지 고려인 로베르트와 어머니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 발렌티나 사이에 1962년 6월 21일 레닌그라드(소련 붕괴 후 상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어머니가 교사로 일하던 학교를 다녔고 1977년 예술중학교를 졸업했다. 1977년 세로프(Serov) 예술대학에 입학했으나 얼마 후 학업성적 부진으로 퇴학당했다. 이후 기술대학에서 목각술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그림, 조각, 노래 등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17세에 작곡을 시작했다. 1970-80년대 당시 소련에서 록음악 활동은 주로 레닌그라드에서 이뤄졌다. 모스크바 팝송 가수들은 소련 정부의 호의를 받은 반면에 록음악은 저항음악으로 간주되었다. 1970년대 말부터 록음악가들과 교류하면서 활발한 작곡과 연주 활동을 했다. 주로 레닌그라드 거리의 삶을 노래에 담았다. 

1981년 여름 알렉세이 리빈(Алексей Рыбин)과 올레그 발린스키(Олег Валинский)와 함께 "가린과 쌍곡선"(Гарин и Гиперболоиды) 그룹을 결성했다. 얼마 후 올레그가 군입대를 하자 1982년 봄 그룹명을 "키노"(Кино, 극장)로 변경하고 첫 앨범 45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45는 앨범 재생시간이 45분이라는 데서 연유한다. 이 앨범에 실린 노래 "Elektrichka"(전차, 교외통근전차)의 가사를 한국어로 한번 번역해봤다.

어제 늦게 잠들고 오늘 일찍 일어났어.
어제 늦게 잠들고 거의 자지도 못했어.
아마 아침에 의사한테 갔어야 했는데
지금 기차가 내 가고 싶지 않은 데로 날 데려가.

기차가 내 가고 싶지 않은 데로 날 데려가.

객실입구는 춥기도 하고 다소 따뜻하네.
객실입구는 연기도 나고 다소 상큼하네. 
왜 난 침묵해, 왜 난 소리치지 않아? 난 침묵해.

기차가 내 가고 싶지 않은 데로 날 데려가. 
     

이 가사에서 그는 개인이 원하지 않은 곳으로 전차가 끌고 가는 소련체제의 부조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곧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변화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곧 소련 당국에 의해 공공장소에서의 공연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공연이 펼쳐졌고 앨범은 소련 전역으로 널리 펴졌다.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 정책으로 1986년부터 다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전국 순회공연까지 돌입했다. 1990년 6월 24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2018년 월드컵 축구경기장, 구명칭 레닌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노의 마지막 순회공연에는 6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1988년 출시된 키노의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은 키노 앨범 중 국내외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얻었다. 타이틀곡 혈액형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하는 노래로 꼽힌다. 1986년부터 "휴가 끝", "아사", "바늘" 등에서 영화배우로도 활약했다.

모스크바 공연을 마친 후 프랑스에서 새 앨범을 녹음하기 전 키노 그룹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빅토르는 라트비아 최고의 여름 휴양지 유르말라 근교 플리엔치엠스(Plieņciems) 마을에 있는 집을 임대해 친구들과 여름 휴가를 보냈다. 이곳에서 그의 생애 마지막 노래가 되어 버린 "뻐꾸기"(Кукушка)가 만들졌고 데모녹음되었다. 이때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2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990년 8월 15일 새벽 5시 승용차 모스크비치-2141를 혼자 몰고 인근 숲속 호수로 낚시를 떠났다. 이날은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였다. 대낮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일어났다. 유르말라 슬로카-탈시(Jurmala Sloka-Talsi) 도로 35km 지점에서 11시 28분 반대편 차선에서 마주오는 빈 버스(Ikarus-250, 운전사 Janis Karlovich Fibex)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관련 참고기사]. 교통경찰의 공식조사에 따르면 빅토로의 졸음운전 사고였다.   

그의 죽음에는 음모론도 있다. 그는 변화의 상징이었다. 당시 리투아니아는 1990년 3월 11일, 라트비아는 1990년 5월 4일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소련 공산체제의 붕괴를 막고자 했던 강경보수파 세력에 의해 그가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8월 19월 레닌그라드 보고슬로브스키 묘지(Богословский кладбище)에서 빅토르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때 5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추모했다. 충격으로 그를 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키노의 "최후의 영웅"(Последний герой) 앨범 타이틀처럼 그는 당시 세대에게 최후의 영웅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사망한 지 30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추모 모임 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서 그의 추모벽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점(구글 좌표 57.1154804, 23.1857539)을 직접 다녀왔다.


유르말라 마요리 기차역 앞 주차장을 떠나 128번 도로를 따라 탈시(Talsi)로 향해 간다. 44km 되는 지점이 바로 그 위치다. 


포장된 시골 도로가 나온다. 왕복 2차선 도로다. 도로 양옆으로 소나무,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한적하기 짝이 없는 도로다. 위급시 도로 바깥으로 운전대를 돌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저 앞 완만하게 굽어지는 곳을 벗어나면 곧 사망지점이 나온다.



사망지점에는 그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Viktors Cojs는 빅토르 초이의 라트비아어식 표기다.


구소련 전역에서 팬들이 성금을 모아서 이곳에 기념비를 세웠다. 지금의 모습은 2018년 12월에 새롭게 단장된 것이다. 




팬들이 이곳을 방문해 담배 한 개비씩을 그에게 바치면서 그의 노래 "담배 한 갑"을 떠올렸을 것이다. 갑자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 중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가 생각난다. 


기념비 앞에는 사진, 촛불, 사탕, 담배, 인형, 음료수, 초콜릿 등이 놓여 있다. 이렇게 음식 등을 보고 있으니 한국의 성묘풍습이 떠오른다.


부활을 상징하는 달걀이 눈길을 끈다.

빅토르 팬들의 좌우명 "Цой жив!"(초이는 살아있다!)를 새삼스럽게 확인해본다.



빅토르 반신상이다. 


사망지점을 영상으로도 담아봤다. 라트비아 빅토르 팬클럽 유튜브 채널(35km.lv)에서 더 많은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나도 이제 빅토르 초이와 친해져 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5. 21. 18:07

한 번 비행으로 더 많은 승객을 태우면 이득이 그만큼 크다. 그러므로 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특히 수요가 많은 성수기에는 화물칸에 좌석을 증설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전혀 예기치 않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항공업과 여행업이다. 외국인 입국금지와 내국인 출국금지 등 국경봉쇄으로 적지 않은 공항들이 거의 폐쇄되어 있다. 빌뉴스 공항의 이착륙장은 야외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했다[관련글: 코로나19로 텅 빈 비행장이 영화관으로 변신].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반대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화물칸에 좌석을 증설하는 것이 아니라 객실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것이다.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Finnair)는 여객기 객실을 화물칸으로 개조해 활용하고 있다. 개조된 비행기는 에어버스 A330 여객기 2대다.


이렇게 화물칸에 더함으로써 화물 적재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개조된 객실은 주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필요한 물품을 운송하는데 사용된다.  

평상시 전세계 항공화물의 약 50%가 여객기로 운송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 수가 급감함으로써 결국은 화물운송 가용성도 감소했다. 한편 긴급 화물운송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핀에어 소식에 따르면 핀에어 기술자 네아 마에다(Nea Maeda) 씨는 "여객기와 화물기는 각각 다른 요구사항이 있다. 여객기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만들어졌고 화물기는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비행기 안에서 사람과 화물의 무게는 다른 방식으로 나눠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비행기 객실 내에 쉽게 공간만 확보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여객기를 화물용으로 개조하기 위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화물용을 위해 A330 여객기를 개조하는 데에는 아주 엄격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 유럽항공안전청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인 변경을 허가하고 있다. 

마에다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적재량을 아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화물을 객실로 가져올 수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객실에서 화물을 어디에 배치할 지와 어떤 종류의 물품을 운송할 지를 신중하게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출처: finnair.com

이코노미 좌석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전원 코드를 제거함으로써 객실에 화물적재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화물을 안전하게 고정시키기 위해 그물을 설치했다. 좌석을 제가하는 데에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승객 수요가 증가하면 신속하게 다시 여객기로 정상 운행할 수 있다.

* 사진출처: finnair.com

여태껏 항공 여객수 수요 증가로 화물칸에 승객 좌석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가 연구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여객수 수요가 급감하자 이제는 그 정반대를 모색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낳은 또 다른 역발상을 지켜보는 듯하다. 아뭏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하루속히 진정되고 종식되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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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18. 22:25

숲이나 우리 아파트 앞에서도 종종 만나는 새가 있다. 
이 새가 울면 '아, 이제 봄이 왔구나'를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푸른머리되새다.
유럽 전역에 분포해 살고 있다
추운 지역에 사는 푸른머리되새는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남서부 등
따뜻한 지역에서 겨울철을 보낸다.

* 사진: Andreas Trepte. www.photo-natur.net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인 십자가 언덕을 방문했다.
수많은 십자가를 둘러보고 감상에 빠져들고 있는데 
아주 선명한 새울음 소리가 귀에 와닿았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따라 눈으로 찾아가보니 
십자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푸른머리되새의 수컷이다. 
부리 위는 검은색이고 머리는 푸르스름한 회색이고
배는 적갈색을 띠고 있고 
날개는 하얀색과 검은색이다.
그의 울음 소리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1. 19:33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비상사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인적이 드물 것 같은 숲이나 볼거리를 찾아나서려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9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비르쉬토나스 전망대(Birštono apžvalgos bokštas)를 며칠 전에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굽이쳐 흘러가는 내무나스(Nemunas)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총길이 937km 내무나스(뇨만, 네만, 녜멘) 강은 벨라루스에서 발원해서 리투아니아를 통해 발트해로 들어간다. 일부 구간은 리투아니아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주와 경계를 이룬다.     


내무나스 강변 가까이에 있는 레스토랑 주차장에 주차하고 먼저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관망대로 발길을 돌린다. 연두색 새싹이 잎으로 변해가고 있는 숲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오솔길 양옆에는 야생화들이 제각기 향기를 뿜어낸다. 


제비꽃이다. 어린 시절 한국의 시골에서 본 제비꽃보다는 훨씬 크기가 크다.


카우슬립 앵초, 황산앵초 또는 황화구륜초(primula veris, cowslip, printempa primolo)다. 카우슬립은 주로 소똥 주위에서 자라는 데서 이름이 연유되었다. 학명인 primula veris는 이른 봄에 일찍 나와 꽃을 피운다고 해서 "봄의 첫 번째(꽃)"이라는 뜻이다.  

꽃 모양이 열쇠를 닮았다고 해서 "성 베드로의 열쇠" 또는 "천국의 열쇠"로 불리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은 샐러드나 부침개를 만들어 먹거나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민간요법에서 뿌리는 천식, 통풍, 신경통에 사용된다. 한편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산미나리아재비꽃(ranunculus acris, meadow buttercup, tall buttercup, showy buttercup)으로 보인다. 노란색 꽃에 윤기가 반짝거린다. 마침 해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다.



쉬케보니스 관망대(Škėvonys)에서 바라보는 내무나스 강이다. 이 강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관망대는 33미터 높이의 절벽에 위치해 있다.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꼭대기에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보이지가 않는다.


이제 관망대에서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즈모 모바일 3 콤보로 전망대로 가는 길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망대 입구가 닫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국가비상사태로 폐쇄되어 있다. 다음에 한 번 더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4월 27일부터 완화된 2단계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거리 유지와 마스크 착용 조건으로 개관이 된 상황이라 당연히 시골 전망대도 문이 열렸을 것이라 믿고 왔는데 말이다.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그 간단한 웹검색도 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다. 하지만 모처럼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산책하느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구조물 높이는 51미터이고 전망대 높이는 45미터다. 계단이 300개다. 2019년에 완공된 이 전망대는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이다. 리투아니아는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 내려다보면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높은 전망대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전망대 바로 옆 민들레꽃 가득 핀 초지에서 말 한 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참으로 한가롭기 그지없다. 아,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음 놓고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20. 4. 18. 19:34

유럽에 30년 살면서 아직까지 
주유소에서 주유원을 본 적이 없다. 
자기가 주유를 한다. 
무인주유소도 군데군데 있다.
인건비가 없으니 기름값이 조금 싸다.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무인주유소다.
건물 형태가 참 특이하다. 
아래는 리투아니아 샤울레이에 위치한 주유소다.  


어떤 촉수를 가진 나비가 떠오른다. 
웬지 이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 
자동차가 훨훨 날아갈 듯 달릴 것만 같다.

주유소 건물 자체가 하나의 인상적인 예술작품으로 느껴진다.
아래는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같은 건축물 주유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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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주요 섬 7개(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먼저 란사로테(Lanzarote)를 방문했다. 푸에르토델카르멘(Puerto del Carmen, 푸에르토 델 카르멘)에서 묵으면서 해변산책, 해수욕 그리고 일광욕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아내에게 관광회사를 통해 전일관광(

Grand Tour

)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일광욕을 좋아하는 아내는 마지 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우리 숙소 바로 앞까지 관광버스가 온다. 먼저 몇몇 도시를 들러서 예약한 손님들을 태운다. 해변도시를 벗어나 내륙 산악지대로 들어갈 수록 땅은 더욱 척박하다.

종종 이렇게 가꾸어진 푸른 식물들을 만나면 웬지 기분이 상큼해지고 눈이 즐거워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저 화산재 밑에 숨어 있을까...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구경한 첫 번째 장소가 엘골포(El Golfo)다. 작은 어촌이다. 이름 그대로 조그마한 만이 형성되어 있다. 좀 더 왼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녹색 석호가 있다. 단체관광이라 그기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반대쪽 산기슭을 자세히 보면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18세기 화산 분화로 뜨거운 용암이 바다로 흘려들어갈 때 차가운 조류가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작품이다.

 

다음 행선지는 1895년 시작된 염전(Salinas de Janubio)이다. 석호의 바닷물을 초기엔 풍차, 지금은 전기펌프로 끌어올려 자연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연 2,000-15,000 소금을 생산한다. 검은색 화산석 둘레에 쌓여 있는 소금의 하얀색이 더욱 하얗게 보인다. 여기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염전이다.

오늘 투어의 최고 명소 중 하나인 티만파야(Timanfaya)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여러 색깔의 토양, 크고 작은 분화구, 기암괴석, 완만하게 경사진 산 그리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지형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행성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는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달이나 화성이 아니라 국립공원 박물관 주차장이다. 여기서는 낙타타기 선택관광을 할 수 있다. 두 줄로 쭉 앉아 있는 낙탁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옛날 낙타는 란사로테에서 농사와 운송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가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관광객들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현장에서 지불하면 된다. 낙타타기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마치 산을 넘어가는 대상의 행렬을 보는 듯하다. 우리 가족은 천성적으로 동물을 이용해 하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찾아간 곳은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카나리아 제도의 주민들이 어떻게 낙타를 활용했는 지를 잘 전시하고 있다. 단봉낙타등에 여러 도구를 얹어서 때론 교통 수단으로 때론 운송 수단으로 활용했다. 아래 사진 속 초록색 물건은 낙타안장이다. 낙타등 위에 얹어서 양쪽으로 각각 한 명이 탄다.      

다시 관광버스는 꾸불꾸불한 아스파트길을 따라 이동한다. 특히 아스팔트 길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은 금지다. 용암 위 걷기는 화산 물질에 해를 끼치거나 지의류(화산석에 자라는 유기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밑에 동굴이 있을 수 있는 얇은 용암 표면을 걷는 것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이다. 

전일관광의 최고 백미는 티만파야 국립공원 안에 있는 불의 산(Montañas del Fuego)이다. 공원 입장료는 성인 12유로다. 사람들이 빙 둘러 모여 무엇인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무슨 일일까? 

공원 직원이 긴 철봉 끝에 나뭇가지 뭉치를 매달아 바위 틈 사이로 밀어넣자 곧 불이 활활 타오른다. 그냥 구덩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불구덩이다. 

 

이제는 직원이 물 한 동이를 쇠구멍에 부어 넣자 조금 후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수증기가 치솟는다. 화산 지열이 아직도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하 13미터 깊이에 온도가 섭시 100-600도이다. 티만파야에서 마지막 화산 분화는 1824년에 일어났다. 

이곳에 자리잡은 엘디아블로(El Diablo) 레스토랑의 화덕은 정말 환상적이다. 요리 연료비가 0원이다. 지하 10미터에서 올라는 약 300도의 지열로 음식을 요리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다. 이 또한 란사로테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스페인 예술가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의 작품이다.     

개별여행이라면 이 레스토랑에서 꼭 식사를 해보고 싶은데 단체여행이라 미리 정해진 식당이 다른 곳에 있다. 아쉽고 아쉽다. 저 화산지열로 구운 요리를 맛보는 기회가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길 바란다. 

동정녀의 망토(Manto de la Virgen)로 불린다. 붉은색이 금방이라도 이글거리는 용암을 뿜어낼 기세다. 이런 신기하고 기이한 형상을 지닌 바위를 여기저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스팔트 길 옆 용암벽이 버스보다 더 높다. 휴, 다행히 식은 용암이다. 그래도 두려움이 검은 용암벽을 따라 눈 안으로 들어온다.  

내려다 보이는 것이 엘디아블로 식당이 있는 불의 산 시설물이다.     

단체로 먹는 점심식사다. 푸짐하고 맛있다.

만차블랑카(Mancha Blanca)에 있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1730-1736년 화산 분화로 용암이 마을을 향해 흘러내려 왔다. 이때 주민들이 고통의 성모 마리아 상을 이웃 마을 티나조(Tinajo)의 산 로케(San Roque) 성당에서 빌려서 기도 행진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용암이 식어서 멈췄다. 이 자리에 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기적을 일으킨 성모 마리에 감사하기 위해 성당을 건립했다.    

이어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란사로테의 주요 포도주 산지인 라게리아(La Geria)다. 란사로테는 아주 특이하게 포도농사를 짓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화산으로 황폐화된 극한 토양에서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회색빛의 산정상 가까이까지 반원형 돌벽이 빼곡히 쌓여 있다. 1730년대 화산 분화가 있기 전까지 란사로테는 농업이 번성한 섬이었다. 연속으로 일어난 화산 분화로 인해 땅 위에는 재와 자갈의 두꺼운 층이 형성되었다. 
처음에 농민들은 이것을 재앙으로 봤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화산 토양이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스펀지같은 성질이 있어 물을 빨리 흡수하고 오랫동안 수분을 보존한다. 재는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해서 비록 공기 온도가 오르내리더라도 토양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화산 분화 후의 란사로테는 포토재배에 아주 적합하게 되었다. 포도는 화산재 토양에서 잘 자라고 완만하게 높아지는 경사면은 포도나무에 이상적이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포도가 필요한 반복적인 냉온 변화를 준다. 낮에는 따뜻하고 거의 늘 맑고, 밤에는 춥다. 온도 차이는 포도가 산도(추운 밤)와 단맛(따뜻하고 맑은 낮) 둘 다 발전시키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주된 문제 하나가 있다. 바로 바람이다. 한결같이 대서양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는 윈드서핑이나 카이트서핑에는 최고다. 하지만 어린 포도나무를 흔들어 넘어뜨리거나 뿌리채 뽑아 버릴 수 있다. 농민들은 그 해결책으로 화산 토양에 넓고 얕은 구멍을 파서 어린 포도나무를 심고 그 주변에 돌을 쌓아 반원형 바람막이 벽을 만들었다. 
벽의 높이와 구멍의 깊이가 매우 중요하다. 어린 포도나무가 그림자에 방해받지 않고 그대로 햇빛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한 화산 토양으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얕아야 한다. 포도농장마다 이런 구멍과 벽이 수천 개나 된다. 한 그루마다 바람막이 벽이 필요하니 얼마나 많은 노고와 정성이 깃들어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도주 시음을 한다. 포도주 전문가 아니라 그 맛을 묘시하기가 힘든다. 황폐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특이한 포도재배법을 찾아낸 란사로테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뜻으로 우리도 포도주 2병을 구입한다. 다시 버스는 북쪽을 향해 달린다. 절벽 위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여러 시간 동안 사람을 제외한 움직이는 생물체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땅에 떨어진 마른 나무줄기와 비슷하게 생긴 도마뱀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한다.   

싱싱한 초록색 잎과 분홍색 꽃이 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그동안 재빛색 화산석에 찌들어 있는 내 눈을 잠시나마 정화시켜 준다.

저 아래 계곡에 있는 하얀색 도시가 아리아(Haría)다. 발 밑은 급강하 천길 낭떠러지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예민한 사람은 전일관광을 떠나기 전 멀미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는 완전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화산 사막을 벗어나 마치 비옥한 옥토를 지나는 것 같다. 아리아는 "야자수 천 그루 계곡"라 불린다. 이곳에는 카나리아 제도 자생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전일관광의 또 다른 백미다. 세사르 만리케가 심혈을 쏟아 조성한 자메오스델아구아(Jameos del Agua) 화산 동굴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크라운 화산 분화에 의해 생성된 용암 동굴에 있다. 동굴의 총길이는 6킬로미터이고 이중 1.5킬로미터 정도가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다. 지하소금호수, 레스토랑, 정원, 비취색 연못, 박물관, 관람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1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바닷가재(squat lobster)들의 서식지다.

용암 동굴의 지붕이 무너진 자리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놓았다. 시커먼 용암으로 둘러싸인 하얀색 연못가와 비취색 연못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우리 숙소 앞까지 관광버스가 태워 준다. 돌아오니 아름다운 노을이 반긴다.

 

포도농장에서 구입해온 포도주를 마시면서 란사로테 일주관광을 되돌아본다."오늘 관광 만족해?"라고 아내에게 묻는다."오늘 당신 말 듣기를 정말 잘 했다. 자, 위하여!"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4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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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