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293건

  1. 2013.03.25 종교의식 방불케 한 유럽 친구집 사우나 체험
  2. 2013.03.13 무료 해설까지 해주는 고궁박물관에 감동 3
  3. 2013.03.07 지난 봄으로 새 봄 맞는 우리 집 거실
  4. 2013.03.06 나무껍질도 예술가 거치면 멋진 작품으로 4
  5. 2013.02.07 아빠 보고싶어 말끔히 책상 정리한 초등 딸
  6. 2013.02.06 정안 휴게소엔 고드름이 피어오른다 1
  7. 2013.02.04 유럽으로 데스크탑 본체 가져오기 4
  8. 2012.12.13 기차여행 환상 깨는 꽁꽁 열어버린 화장실
  9. 2012.10.30 지팡이 위에 결가부좌, 신기한 공중부양 2
  10. 2012.10.09 1살 반 아들이 33살 아버지와 키가 똑 같아
  11. 2012.09.26 장거리 버스 여행시 알아두면 좋은 팁 하나 1
  12. 2012.09.24 해외여행에서 부모에게 드리는 훈훈한 선물
  13. 2012.09.13 낯선 외국 관광지에서 듣는 애국가에 뭉클 3
  14. 2012.07.27 외국 식당에 놓고온 방석 되찾으니 기쁨이 배가 2
  15. 2012.07.23 여행의 맛을 돋구는 처녀 파티 일행
  16. 2012.06.13 새벽 1시 호텔방에서 쳐다본 여름 하늘
  17. 2012.05.04 수심 15m 밑에서 위로 바라보는 수정같은 절경 2
  18. 2012.05.02 외국 여행하려면 먼저 현지인 친구를 사궈라
  19. 2012.04.11 영국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소화기 3
  20. 2012.03.12 얼음 조약돌을 징검다리 삼아 놀고 싶은 발트해 1
  21. 2012.01.21 해외여행시 물건 목록 작성 확인하는 습관들이기 2
  22. 2012.01.14 CNN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의 절경지 50 10
  23. 2011.11.23 폴란드 세관이 적발한 기상천외 밀수법 5
  24. 2011.11.16 곶감이 주렁주렁, 딸에겐 낯설은 풍경
  25. 2011.11.14 한국 모텔 입구에 쳐진 커튼에 의아한 딸아이
  26. 2011.11.14 인도 호스텔에서 도마뱀과 실랑이 벌인 아내
  27. 2011.10.30 원칙과 융통의 교과서 같은 전봇대 두 개
  28. 2011.10.29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엄마에게 남긴 깜짝 선물
  29. 2011.10.24 아름다운 덕수궁에 절룩거리는 비둘기 6
  30. 2011.10.10 폴란드 대학생들의 멋진 자동차 유럽 여행 2
생활얘기2013. 3. 25. 08:33

낮 기온이 영하 5도, 밤 기온이 영하 10도이다. 북반구 도처에는 봄이 오고 있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여전히 겨울이다. 벌써 3월 난방비 청구서가 걱정스럽다. 보통 3월이면 영상의 날씨가 비교적 많아서 1월과 2월에 비해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 

모처럼 현지인 친구 부부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지난 가을 이후 서로가 바빠 만나지를 못했다. 식사후 그의 집에서 사우나를 하기로 했다. 그의 집 사우나는 늘 기대된다. 대중 사우나에서는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내는 수준이지만, 그의 집 사우나는 종교 의식에 가깝다. 

▲ 친구집 사우나 - 어른 7-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 3월 하순 눈이 녹지 않는 날씨에 사우나는 여전히 제격이다. 

주인이 종을 울리면 일제히 손님들이 사우나로 들어간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가지 물에 각자 손가락을 넣고 소원을 비는 것이다. 첫 번째 사우나는 다양한 나뭇가지 뭉치(리투아니아어로 Vanta, 반타)로 한다. 주인이 손님들 앞에서 뭉치로 바람을 일으킨다. 더운 열기가 몸으로 향가고 나무별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날 바람을 일으킨 건조시칸 나무 뭉치는 전나무, 보리수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순이다.

▲ 사우나실 입구에 나뭇가지 뭉치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 리투아니아 사우나 필수품 중 하나인 나뭇가지 뭉치. 전나무(위 왼쪽), 보리수나무(위 오른쪽), 단풍나무(밑 왼쪽), 자작나무(밑 오른쪽)

▲ 나뭇가지 뭉치를 찬물에 재워놓는다. 이 뭉치로 바람을 일으키거나 몸을 두드린다.

두 번째 사우나는 소금이다. 주인이 통 두 개를 가지고 소금을 위에서 아래로 붓는다. 소금에서 나오는 짠내가 스며든 공기를 깊숙히 들어마신다. 사우나 사이에는 휴식 공간에서 맥주나 음료수, 간식 등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이때 사우나실에 걸어놓은 달궈진 돌 주머니를 발 밑에 놓는다. 

▲ 사우나실에 달궈진 돌 주머니는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발을 데워주고 있다. 

세 번째 사우나는 주인이 긴 천으로 손님들을 향해 바람을 일으킨다. 그 열기는 참기가 어렵다. 네 번째 사우나는 사우나 안에서 나뭇가지 뭉치나 비누 혹은 막대기 뭉치로 안마를 받는 일이다. 매번 각각 15-20분 정도로 사우나실에 머문다. 

▲  친구 아내가 철 막대기로 머리를 안마하고 있다.


이 친구 집에서 사우나를 할 때마다 놀라는 일은 다름 아닌 친구의 헌신이다. 자신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님들의 만족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마치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성직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 막대기 뭉치로 전신 안마를 해주고 있는 친구. 영상 참조

아래는 친구의 헌신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다. 막대기 뭉치로 안마한다. 20분에 걸쳐 그는 한번도 쉼없이 정성스럽게 이웃에게 이 안마를 해주고 있다.  


이날 함께 사우나를 한 일행은 이런 사우나에 익숙한 사람들은 절대로 대중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즐길 수가 없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너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다음에 사우나하러 오기가 주저된다."
"별 말을 다하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야. 또 와!"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13. 07:27

이번에 한국을 다녀온 이야기 중 아직 하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국립고궁박물관이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사용할 교재를 살펴보기 위해 교보문고를 가는 중이었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렸다.

출구를 찾아서 나오는 데 "국립고궁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입니다"가 눈에 띄었다. 환영보다 무료가 더 반가웠다. 여름철에는 발트3국 관광안내사로 일한다. 대부분 박물관이나 미술관, 심지어 성당이나 교회(리투아니아 제외)도 입장이 유료인 경우가 흔히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고궁박물관 안으로 들아가보았다.


입구 안내실에 들어서니 리투아니아 빌뉴스 우리 집에 있는 인조 새를 닮은 새가 매달려 있는 장식화가 먼저 시선을 끌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는 화준(花樽)으로 용무늬가 있는 항아리 위에 2천여 다발의 복숭아꽃을 중심으로 나비, 벌, 잠자리, 새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복숭아꽃은 왕의 권위와 위용을 상징하고, 각종 새와 곤충은 군신을 상징한다. 


홀로 이리저리 구경하는 데 "조선 27대 국왕" 앞에서 여러 사람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입장은 무료지만, 해설까지 무료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유료라면 이미 돈을 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관광지에서 안내사의 설명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일단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엿들었다. 


해설사는 차분한 음성으로 알차게 설명해주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일월오봉도의 설명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월은 음양, 왕과 왕비요, 오봉은 오행(목화토금수)이자 오상(인의예지신)이다. 즉 이는 인의예지신 다섯 가지 덕목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조선의 왕관에는 구슬줄이 아홉 개가 매달려있다. 왜 일까? 이는 중국 황제의 관과 달라야 했기 때문이다. 황제의 관은 구슬줄이 모두 열두 개이다. 이는 왕비 궁중옷의 줄무늬에도 적용된다. 아래 사진 속 궁중옷의 새 장식줄을 세어보면 모두 아홉이다.


새롭게 안 사실 또 하나는 잡상이다. 기와지붕 위 추녀마루에 흙으로 빚어올린 작은 장식기와(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이다. 궁궐의 재앙을 막아주기를 바라면서 만든 것이다. 예전에 한국을 방문한 초등학생 딸아이가 "아빠, 궁궐 지붕 위에 있는 저 동물은 뭐야?"라는 물음에 "아, 저건 12지간에 나오는 동물이야!"라고 대답한 일이 떠올랐다. 얼마나 무식한 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때 딸아이가 동물 숫자를 세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이밖에도 궁궐의 화재 예방책이다. 불을 쫓는 신성한 동물인 용이나 해태로 장식한 일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자 용용(龍)자로 물수(水)자로 부적을 만든 것은 화재 예방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정성과 기원에도 남대문 숭례문을 불태우다니!!!


끝으로 또 알게 된 사항이다. 근정전 등 돌계단에는 왜 가운데가 장식물로 막아져 계단이 없을까? 만인지상(萬人之上)인 왕이 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측면으로 올라 가도록 한 것은 분명 예가 아닐 것이다. 해설사의 답은 간단했다. 왕은 걸어서 올라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가마를 타고 올라갔다.


1시간 남짓 동안 새로운 사실을 열정으로 전해준 해설사와 무료입장과 무료해설까지 마련해준 문화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궁박물관 식당에 먹은 버성영양밥도 맛있었고, 경복궁 지붕 위에서 울려대는 까치도 반가웠다.


발트3국 여름철 관광안내사로 일할 때 이번에 만난 국립고궁박물관 문화해설사((정애숙)의 모습을 떠올려야겠다. 한 마디로 말하면 유료입장과 유료안내에 익숙해진 나에게 과히 충격적이었다. 그냥 고개 숙인 감사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가방 속에서 리투아니아에서 가져온 초콜릿 한 상자로 꺼내 답례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7. 09:24

한국의 날씨와 리투아니아의 날씨를 비교해보니 엄청 차이가 난다. 겨울철 어느 때에는 리투아니아가 한국보다 덜 추운데, 3월이 되니 한국이 훨씬 더 따뜻하다. 요즘 낮 온도는 서울이 빌뉴스보다 10-15도 더 높다. 매화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만발하는 한국이 부럽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에서도 서서히 봄이 다가온다. 온도는 급격히 높아지지 않지만, 구름이 낀 날이 적어지고, 해가 쨍쨍한 날이 많아진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곧 올 따뜻한 봄 기운도 느껴진다. 3월 첫 번째 주말에 열리는 "카쥬카스 민속 장날"에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흔히 사는 물품 중 하나가 건화 장식품(마른 지난 해 화초로 만든 장식품)이다. 올해 우리 집도 어김없이 이것을 샀다.  


바로 위의 사진이 우리 집 거실을 장식하고 있는 건화이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지난 봄(의 꽃)'으로 '새 봄'을 맞이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3. 6. 06:23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에 전통 행사 "카쥬카스 장날"이 열렸다. 카쥬카스는 3월 3일 축일의 주인공인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가톨릭 성인(聖人) 카지먜라스(Kazimieras, Casimir, 1458-1484)의 애칭이다. 
그는 25세의 젊은 나이로 결핵으로 숨졌다. 폴란드 왕이자 리투아니아 대공작 카지먜라스 4세의 둘째 아들이자 요가일라(Jogaila)의 손자로 폴란드 크라쿠프 왕궁에서 태어났다. 왕세자였고, 독신으로 남았다. 그의 선행과 덕행으로 가득 찬 삶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큰 주목을 끌었다. 그의 유해는 빌뉴스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그의 축일에 리투아니아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그의 무덤이 있는 빌뉴스 대성당에 모여서 추모미사를 올렸다. 이들은 자기의 지방특산물이나 겨울 내내 만들었던 공예품들을 가지고와 서로 필요한 것을 매매함으로써 17세기부터 ‘카쥬카스 장날’(Kaziuko mugė)이라는 축일 장날이 형성되었다.  

올해도 우리 가족은 이 장날을 구경했다. 시선을 잡는 물품이 있어 소개한다. 바로 나무껍질로 만든 작품이다. 


버리거나 군불용으로 사용될 나무껍질이 예술가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태어난다. 이런 재주가 없음이 아쉽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2. 7. 07:07

2주간 한국 방문으로 집을 떠나있었다.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기 다섯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갑작스런 병고로 한국행 포기를 결심했다. 그런 판국이라 책상도 재데로 정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을 방문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을 보니 깜짝 놀랐다. 떠나기 직전 번역 중이라 여러 참고 책들과 사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빠, 책상 누가 이렇게 말끔히 치웠니?"
"내가 치웠지." 
"고생 많았네. 고마워~" 


그런데 단어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잡았는데 또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되었아. 찢어져 있던 사전이 테잎으로 깔끔하게 붙여져 있었다.   


"이것도 네가 한 거야?"
"내가 하자고 했고, 엄마가 조금 도와줬어."
"고마워."
"아빠가 보고싶었을 때 내가 아빠 책상을 정리했어."

남이 없을 때 이렇게 무엇인가 그를 위해 하는 것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2. 6. 13:19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고속도로로 지방에 내려가야 했다. 함께 갈 반가운 일행을 부천에서 만났다. 점심시간 무렵이었다. 일행 중 한 분이 먼저 점심을 먹자고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엔 음식이 비싸기도 하고 맛이 없다. 그래서 여기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
"휴게소 식당에서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우동이 정말 맛있는데......"   

대학생 시절 서울에서 대구로 갈 때 기차보다 고속버스를 선호한 이유는 바로 휴게소에서 15분 쉬는 동안 먹을 수 있는 우동 때문이었다. 그때의 쫄긴쫄긴한 우동 면을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가족이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 여행을 할 때 늘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수많은 음식, 깨끗한 화장실, 지방 특산 과자 등등......

이번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중 정안 휴게소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잠시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주변을 둘러보니 고드름공원이 눈에 띄었다.


리투아니아에서도 날이 조금 풀리고 다시 추운 날 건물 처마 밑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고드름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인공 고드름군은 처음이다.  

 

이런 겨울철 고드름 광경을 볼 수 있게 한 고속도로 휴게소의 발상이 참신하고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4. 13:03

한국을 방문하면 집으로 가져오고 싶은 물건들이 참 많다. 그런데 번번히 수하물 무게 때문에 원하는 만큼 가져올 수 없다. 이럴 때 다음에 가족 모두가 함께 방문할 때 가져오자가 미뤄본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일 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 

이번에 목록 1순위로 데스크탑 본체를 꼽아보았다. 2005년 한국에서 가져온 본체가 당시는 최고 사양급이었지만 이제는 고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선택은 했지만, 과연 데스크탑 본체를 유럽으로 무사히 비행기로 가져갈 수 있을까가 고민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물론 수하물로 보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공항 수하물 취급 방법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선뜻 보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기내로 가져가는 법이다.

비행기는 핀에어(Finnair)였다. 기내 반입 금지 목록에는 데스크탑 본체라는 말이 없다. 규정에 의하면 기내 반입 가방이 하나인데 그 부피가 가로 + 세로 + 높이를 합쳐서 115cm 미만이어야 한다. 일단 적어도 구입하고자 하는 본체가 이 규정에 부합하도록 했다. 무게는 10kg이었다. 규정은 8kg인데 2kg 정도는 이해와 양해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하물은 가방 하나이고 무게 제한은 23kg인데 21kg가 나왔다. 수속을 밟는 동안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데스크탑 본체를 기내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을까
설사 인천이 허용하더라도 헬싱키는 그냥 넘어갈까
검색대 좌우 넓이와 상하 높이를 무사히 통과할까
비행기 안 선반에 가방이 들어갈까...... 등등 여러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기내 반입 가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걱정이 되어서 내용물은 말하지 않고 물었다.
"이 정도면 기내 반입에 문제가 없겠지요?"
"예." 

이젠 공항보안과 검색대만 무사히 통과하면 되었다. 무게를 확인하는 사람도 없었고, 검색대도 그냥 통과되었다. 남은 관건은 헬싱키다. 환승객이니 다시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겠지라는 기대감이 앞섰다. 그런데 웬걸 헬싱키는 입국이든 환승이든 입국심사실을 거쳐야 한다. 이는 곧 환승을 위한 탑승도 공항 검사대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데스크탑 본체는 헬싱키 검사대에서도 무사 통과되었다. 이젠 안심이었다. 최종 도착지 공항인 빌뉴스에서는 여권검사도 엑스레이 검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체는 비행기 선반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승무원의 도움으로 앞좌석 밑에 사뿐히 들어갔다. 빌뉴스 공항 세관원의 관심도 끌지 못한 데스크탑 본체는 이렇게 별일 없이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12. 13. 07:01

최근 기차 화장실 사진이 공개되어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누리꾼들로부터 큰 화제를 끌고 있다. 무슨 일이기에? 마치 시베리아나 북극의 겨울을 연상시키는 혹한의 얼어버린 화장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 속 화장실은 폴란드 기차에 있는 화장실이다.  


폴란드 북서지방 도시 쉬체친(Szczecin)에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까지 운행되는 기차에 있는 한 화장실이다. 12월 9일 폴란드인 아르투르 카민스키(Artur Kaminski, 68세)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들어가자 좌변기가 꽁꽁 얼어있었다. 당시 영하 3도였지만, 좌변기는 약 10cm 가령의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있었다.

*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12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승객이 불평하자 "적어도 기차칸에 눈은 오지 않잖아!"라고 승무원이 답했다. 폴란드에는 여전히 낡은 열차와 신형 열차가 공존하고 있다. 

버스 대신 기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행 중 화장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철 이런 난방이 되지 않은 화장실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12. 10. 30. 07:05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살고 있는 나라 리투아니아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 10월말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오늘 낮온도가 영하 1도, 밤온도가 영하 7도이다. 다행히 지금은 남쪽에서 가족여행을 하고 있다. 스페인 그란카나리아 섬에 와 있다. 낮온도 26도, 밤온도 24도이다.

묵고 있는 호텔에는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날팔리, 하루살이, 모기 등도 없다. 오늘은 라스팔마스 밤 10시경 거리에서 만난 신기한 사람을 소개한다.


한 사람은 밑에서 지팡이를 잡고 있고, 다른 사람은 지팡이 꼭대기 위에서 결가부좌를 틀고 있다. 구경꾼들이 적선하면 종소리를 낸다. 마치 공중부양의 묘기를 보는 듯하다.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있을 수 있을까 신기해하는 표정이다.



아래는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동영상이다. 두툼한 엉덩이와 팔뚝이 더 잘 보인다. 



우리 가족과 우리를 초대한 현지인의 결론은 누구라도 가능하겠다는 것이다. 열쇠는 바로 지팡이를 잡고 있는 팔이 엄청 굵고, 앉아있는 엉덩이 밑이 너무 뚱뚱하다는 것이다. 정말 이것이 답일까? 아뭏든 이런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짜릿한 맛이 아닐까...... 알고보면 바로 아래와 같다. ㅎㅎㅎ

초유스 그란카나리아 가족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Posted by 초유스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의 명물 중 하나가 "아버지와 아들" 청동 조각상이다. 에스토니아 조각가 Ülo Õuna(1944-1988)가 1살 반 아들을 자신의 실물 크기로 확대해 조각했다. 1977년 만들어졌고, 1987년 청동으로 주조되었다.

원래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세워질 계획이었으나, 2001년 타르투 시정부가 구입해 2004년 6월 1일 어린이날을 맞아 타르투 중심 거리에 세웠다.



왜 한 1살 반 된 아이를 33살 아버지의 크기로 만들었을까? 아이나 어른이나 다 사람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9. 26. 05:25

동유럽에 살기 시작한 90년대 초반에는 거의 한국인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후반부터 서서히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그 물결이 발트 3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을 위해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얻는 좋은 점은 한국어를 내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한국 사람들로부터 유익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관광객들의 동정을 살피지 않는다. 관광을 마치고 버스에 탄 인원을 파악하고 이들의 불편여부를 점검하는 일은 인솔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9월 초순에 맞이한 손님들이 기억난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리에 끈을 묶고 있었다.


"다리에 끈을 묶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으세요?"
"아니요. 편하려고 끈을 묶었지요."
"그래요?"
"장거리 이동시에 다리를 오무리고 가는 것이 벌리고 가는 것보다 더 편하지요. 그래서 이렇게 마음대로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이 말에 따라 허리를 곧곧하게 하고 다리를 오무리면서 한 동안 가보았더니 정말로 더 편한함을 느꼈다. 그런데 오무린 다리는 방심하면 이내 풀어졌다. 그래서 해외여행 고수들은 이렇게 끈을 사용하는 지혜를 터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장거리 국제선 버스를 타고 탈린에서 빌뉴스까지 왔다. 8시간 버스 여행 중 옆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어 불편했다. 때론 상대방이 벌린 다리가 내 영역으로 들어오고, 때론 내 다리가 상대방 영역으로 들어갔다. 이런 경우에도 유용할 한국인 여행객의 다리 묶는 끈이 그 순간 절실히 떠올랐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9. 24. 06:01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고민꺼리 중 하나가 선물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나쯤 기념이 될만한 것을 선물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페이스북으로 통해 알려진 10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이다. 바로 세계여행중에 찍은 사진이다. 런던, 파리, 예루살렘 등 세계 각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세상에 저를 보내주셔서 아버님과 어머님께 감사합니다." 여행중에 이렇게 깜짝 사진 선물을 만들어 부모에게 준 아들이 대견스럽다. 박수 짝짝짝~~~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9. 13. 04:19

2-3년 전부터 발트 3국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관광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관광안내를 하면서 만나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가 처음으로 발트 3국을 여행하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발트 3국이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설다.

이런 낯선 관광지 거리에서 갑자기 한국 애국가를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자유의 상, 검은 머리 전당, 베드로 성당, 화약탑, 스웨덴 문, 리가성, 대야곱 성당 등 볼만한 것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스웨덴 문을 통과해 대야콥 성당을 거쳐 나오다보면 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삼형제 건물이다. 건물 셋이 나란히 있는데 이는 중세 시대 주거지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 하얀색 건물은 15세기, 가운데 노란색 건물은 17세기, 왼쪽 초록색 건물은 18세기에 지어졌다. 지금 이 세 건물은 라트비아 건축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 앞에서 호른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다가오는 관광객들이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를 재빨리 파악해 그 나라와 관련된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그는 한번도 틀리지 않고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애국가를 연주했다.

그가 애국가를 연주하자마자 관광객들은 깜짝 놀란다. 대부분 한국인들의 반응은 이렇다.

"어머, 우리가 한국 사람인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애국가를 연주할까?"
"팁 줘야겠네."
"맞아, 팁 받으려면 이 정도는 수고해야지."


일전에 안내한 관광객들은 모두 여고 동창생들이었다. 갑작스런 뭉클함으로 이들은 듣기만으로는 부족해서 호른 연주에 맞춰 다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한국인의 기상을 보는 듯했다.

노래를 마치자 이들은 지갑이나 호주머니에서 팁을 꺼냈다. 애국가 덕분에 이날 아침 호른 연주자는 대박을 맞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박수로 이에 응답했다. 물론 팁을 기대하고 연주하겠지만,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알 수 있는 한 장면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7. 27. 07:59

6월 29일 한국에서 온 손님 일행과 리투아니아를 떠나 이웃 나라 라트비아를 방문했다. 바로크 건축물로 유명한 룬달레 여름궁전을 찾았다. 궁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인근 식당에 들렀다.

아내는 혹시나 해서 방석 가방을 차에서 꺼내 들고 갔다. 식사하는 동안 이 가방을 내 옆에 놓아두었다. 식사를 하고 뜰에 있는 버찌를 보니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 이어 일행이 하나 둘씩 일어섰다. 식탁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곧장 궁전으로 들어갔다. 

여러 동안 우리 가족의 여름 일광욕을 편하게 해준 방석이 담긴 가방을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리고 여름궁전 구경을 마쳤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거쳐 해변도시로 유명한 유르말라에 도착했다. 저녁 무렵이라 해수욕과 일광욕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유르말라 해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방석을 집에서 가져갔는데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이 지난 후에야 방석이 떠올랐다. 식구 모두 그때까지 방석이라는 존재를 잊고 있다. 어디에 놓았을까? 모두들 쉽게 기억했다. 바로 룬달레 식당이었다.

"누가 가져갔겠지."
"가치도 없는데 누가 가져갔겠어? 
"식당에서 버렸을까?"
"그래도 당신이 이번에 가니 식당에 가서 물어나봐."

관광 안내를 하느라 7월 24일 룬달레 궁전을 방문했다. 방문을 마친 후 버스 타기 전 약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고, 닫힌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달 전에 저 바같 식탁 의자에 방석을 놓아두었는데......"
"방석? 잠깐만."


종업원은 부엌에 들어가더니 라트비아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오더니 의자 방석을 놓는 가구에서 여러 방석을 뒤적거렸다. 그 방석 사이에 우리 방석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거의 한 달이 다 지나가는데에도 보잘 것 없는 것을 보관하고 있다니!" 
기쁨과 감탄이 교차되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앉았던 방석을 되찾게 되었다. 아직 되찾은 사실을 모르는 딸아이가 이 블로그 글을 본다면 제일 기뻐할 것 같다. 버렸을 것이라는 절망감으로 찾아갔는데 이렇게 되찾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다. 이제 여행갈 때는 물건에 명함이나 이메일 주소를 붙여놓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니 약간만이라도 선의를 가진 사람이 먼저 찾는다면 메일로 쉽게 연락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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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2. 7. 23. 06:46

종종 주말에 도심으로 산책가다 보면 똑 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가씨 무리들을 볼 수가 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 저 아가씨들이 왜 저렇게 다닐까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일전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안내하느라 카우나스(Kaunas) 구시가지를 다녀왔다. 건물만 보여주는 따뿐한 관광에 리투아니아의 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앞치마를 두른 젊은 여성들이 광장에 앉아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처녀 파티 일행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보통 결혼식 일주일 전에 가까운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마지막 처녀 시절을 마감하는 파티를 연다. 물론 총각 파티도 당연히 있다.    
         

이들은 돌아다니면서 예비신부에게 과제를 준다. 그리고 신부는 과제를 이수하면서 상대방에게 방명록에 축하의 말을 부탁한다. 


우리나라 관광객 한 분이 축하의 글을 썼고, 또 다른 한 분은 축의금까지 주었다. 받기를 사양하는 예비신부에게 한국의 풍습은 작으나마 정성을 주고싶어한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리투아니아인이 서로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6. 13. 08:25

발트 3국을 비롯한 북유럽 여행에 가장 좋은 계절은 두 말 할 필요없이 여름철이다. 5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이다. 특히 폭염으로 시달리는 한국인들에게 발트 3국은 피서지로서도 적격이다. 영상 25도 내외 날씨에도 긴팔옷을 입고 다닌다.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에는 이내 한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뭐니 해도 발트 3국의 여름이 좋은 것은 낮이 길다는 점이다. 발트 3국의 최남단 리투아니아는 밤 11시에도 전등불빛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더 북쪽에 있는 에스토니아 탈린을 다녀왔다. 리투아니아와는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달랐다.  

* 6월 10일 밤 10시 9분 탈린 시가지 모습
* 6월 10일 밤 11시 35분 탈린 시가지 모습

밤 11시가 지나자 가로등 불빛이 점점 밝아졌지만, 하늘에는 허전히 노을이 아쉬운 듯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유로컵 축구 녹화중계를 보느라 새벽 한 시까지 자지 않고 있었다. 



호텔방 커튼을 걷어내고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훤했다. 전등불빛없이 리모컨을 작동해보았다. 리투아니아보다 더 훤한 에스토니아 탈린의 여름밤이 발트3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조차도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5. 4. 08:33

누구나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스위스일 것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스위스의 작은 강(Verzasca)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길이가 30km인 이 강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수심 15m 밑에서 바로보는 풍경이야말로 환상적인 절경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수심 15m에도 이렇게 물이 맑다니 참으로 놀랍다. 여름철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피서할 수 있는 한국의 깊은 계곡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5. 2. 06:34

인터넷 누리소통망(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덕분에 전 세계에서 누구나 이름과 얼굴만 보고, 아니 이것 없이도 그냥 쉽게 친구가 된다. 물론 얼굴을 마주보고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오랫동안 쌓인 우정과는 질적 차이는 분명히 있겠다. 

현재 내 페이스북 친구수가 천명을 넘었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친구가 쪽지를 보내왔다. 근로자의 날 휴가로 빌뉴스를 방문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면도 하지도 않았고, 대화도 한번 하지도 않았지만 친구 등록이 되어 있기만 해도 이 소식을 접하니 반가웠다. 

프랑스 에스페란스토들 
에디(Edi) 아르멜레(Armelle) 줄리아(Julia)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들
마리유스(Marijus) 이네사(Inesa) 비타(Vita)

이들은 빌뉴스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세 명의 프랑스 사람이 빌뉴스를 방문했다. 우리들의 공통점은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곧 바로 빌뉴스에서 사는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연락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오는데 환영모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4월 30일 월요일 두 나라 에스페란티스토들이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리투아니아 전통음식
리투아니아 전통음식에 즐겨워하는 아르멜레 감자전(속에 고기가 들어감)
감자순대 되지비계콩

처음 방문한 나라에서 더욱이 말도 통하지 않는다면 음식시키기가 여간 곤란하다. 그 나라의 전통음식을 먹고 싶어도 제대로 주문해서 먹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현지인들의 도움과 추천을 받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면서 현지인들의 삶에 대해 훨씬 더 생생하게 느끼고 알게 된다. 

초유스의 안내를 받으면서 관광
빌뉴스 구시가지 빌뉴스 구시가지
문학의 거리 우주피스 헌법

또한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의 안내를 받으면서 여행책에 나온 것보다 훨씬 다양한 볼거리를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에스페란티스토 친구 사이는 이런 관광안내가 무료이다. 사전에 상의하면 숙소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처음 만난 프랑스인 페이스북 친구였지만, 벌써 진짜 친구가 된 듯하다. 

다시 한번 이들의 방문을 통해서 외국 여행을 가려면 사전에 어떤 형태이든 친구나 지인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느꼈다. 페키지 여행을 하더라도 저녁시간에 현지인 친구를 만나 차나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면 그 여행의 즐거움이 한층 더 클 것이다. 여행을 좋하는 사람들에게 에스란토를 권하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4. 11. 07:25

유럽에서 22년째 살고 있지만, 영국 여행을 한번도 다녀오지 않았다. 종종 런던 공항을 경유하는 일은 있었지만 도심을 구경하지는 않았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가족의 성화에 못이겨 이번에 다녀왔다. 

일주일 방문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남는 것은 고성도, 템즈강 탑다리도, 국회의사당도, 버킹검궁전도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바로 소화기이다.


방문한 집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화기가 놓여 있다. 소화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매년 한 차례 정기점검이 기록되어 있다. 현관문 입구에는 항상 미등이 켜져 있다. 끌 수 없는 전등이라고 한다. 이는 비상시 탈출을 위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엌 벽에는 화재진압천이 벽에 걸려있다. 어느 집에는 작은 소화기도 나란히 걸려 있다.


아직 리투아니아에는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소화기 구비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우리집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라 화재감지기도 경보기도 없다. 이번 영국 여행을 통해서 적어도 소화기를 구비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견에 우리 가족이 쉽게 동의하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3. 12. 08:04

지난주 라트비아 수도 리가 인근에 있는 해변도시 유르말라(Jurmala)에 다녀왔다. 유르말라(Jūrmala)는 리가에서 서쪽으로 25km 떨어져 있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33km 뻗어져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발트해에 속하는 리가만과 리엘우페 강 사이에 놓여있다.   

인구는 5만여명이지만 여름철엔 수십만명의 인파가 국내외에서 몰려와 '라트비아의 여름수도'로 알려져 있다. 소련시대 유르말라는 고위 공산당 간부(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 등)들의 여름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해변 소나무 숲에는 고급주택이 즐비하다.

3월 초순이지만 바다가 궁금했다. 과연 얼음이 얼었을까?


고운 모래 해변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바로 모래사장뿐만 아니라 시야가 보이는 바다 끝까지 모두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조약돌처럼 둥글둥글한 얼음 조각이 참 인상적이었다. 파도가 얼음 조각을 이리저리 밀어내면서 각진 것을 다듬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20여년을 살았지만 이렇게 얼어있는 바다는 처음 보았다. 더욱이 예쁘게 생긴 얼음 조약돌은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시간만 넉넉했더라면 얼음 조약돌을 징검다리 삼아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쭉 따라가보고 싶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 21. 09:04

지난해 발트 3국을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관광안내를 맡은 적이 있었다. 아침식사 후 호텔에서 나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있었다. 

"짐은 잘 챙겼나요? 혹시 호텔 방에 두고 온 물건이 없는 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없어요. 다 챙겨나왔어요."
"자, 그럼 다음 여행지로 출발합니다."

리투아니아를 떠나 라트비아 리가를 도착했다. 여행객 중 한 사람이 리투아니아 호텔에 티셔츠 3벌을 놓아두고 왔다고 했다. "기념으로 놓아둔 셈치고 잊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호텔측에 긴급히 전화를 해서 알아보았다. 이미 근무자가 다른 사람이었다. 전임자가 오면 확인해놓겠다고 했다. 여러 차례 전화를 한 후 옷 3벌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였다. 호텔측은 한국 집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50유로라고 했다. 내가 리투아니아로 돌아와 호텔에 직접 가서 받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빌뉴스에서 약 1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였다. 여행객은 비용이 너무 비싸면서 결국 옷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경우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갓 돌아오자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전화했다. 사연은 이렇다. 발트 3국 여행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마쳤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를 출국한 후에야 휴대폰을 호스텔에 두고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호스텔로 전화했더니 다행히 숙소에 휴대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고 한국으로 보내주겠다고까지 친절하게 답했다.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보내주었다는 연락도 없고 휴대폰도 오지도 않았다. 다양한 정보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기에 꼭 돌려받기를 원했다. 

여러 방법으로 알아보았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기대를 걸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지배인에게 전화했다. 담당자가 휴가중이라 그동안 보내주지 못했다고 답했다. 담당자가 휴가중이면 다른 사람에게 인계해서 보내주면 될 것인데 말이다. 자기 물건이 아니라서 그런지 상대방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면 상대방이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하길 기대한 것이 혹시 아닐까......

지배인은 무슨 일인지 몇 차례 약속을 연기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방문일시를 알려주고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함께 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인 나 혼자 가는 것보다도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동행해주는 것이 훨씬 일을 쉽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휴대폰을 보내기 전 인증 찰각~
 
 
마침내 휴대폰을 건네받아 항공 소포물로 한국으로 보냈다. 아내와 함께 무엇인가 남에게 약간의 도움이 된다는 것에 만족했다. 마치 우리가 남으로부터 비슷한 도움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휴대폰 주인은 외국에 산 경험이 있다면서 답례로 생활에 필요한 약간의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 작은 도움에 이렇게 풍성한 답례를 받아서 송구스러움의 인증 찰각~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제 2주만에 한국으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너무 과분한 답례를 받아서 송구스러웠다. 딸아이는 먼저 초코파이부터 꺼내 맛있게 먹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초록색 소주였다. 구정을 맞아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기고 했다. 이때 이 소주로 대접해주야겠다. 초록색 별(에스페란토 상징)에 초록색 소주가 잘 어울릴 것 같다.

위에서 보듯이 해외여행에서는 각별히 소지품이나 물건을 챙겨야 한다. 잃어버린 물건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호텔방에 놓아둔 물건도 되돌려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듯이 해외여행시 물건 목록을 작성해 이동할 때 꼭 챙겨가는 지를 확인하고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최근글: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왜 투덜댔을까 한심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 14. 03:02

유럽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류" 클럽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방문할 절경 50 곳"을 소개한 기사를 최근 공유했다. 이 기사를 찾아들어가니 "CNN 글로벌 경험"(CNNgo.com)이었다. CNNgo는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이 운영하는 사이트이다.

사진을 보니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다니 눈이 휘둥그래진다. 당장 비행기표를 사서 가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함이 아쉽고 아쉽다. 한국의 절경 50곳은 어디일까? 세계 도처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들에게도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장소를 에스페란토로도 표기한다.
[출처 source link]
 
1. 성산 일출봉 | Sunleviĝa montpinto Seongsan 


2. 태안 꽂지 해수욕장
 | Plaĝo Ggotji en Taean


3. 경남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 Vilaĝo Darangee en Namhae 


4. 부산 광안대교 | Ponto Gwang-an en Busano 


5. 진해 경화역 | Fervoja stacidomo en Jinhae


6. 창녕 우포늪 | Marĉo Upo en Changnyeong 


7. 신안 증도 염전 | Salkampo Jeungdo en Sin-an 


8. 설악산 신선대 공룡능선 | Kresto Gongryong de la monto Seoraksan


9. 울릉도 해안도로 | Marborda vojo en la insulo Uleungdo 


10. 제주도 섭지코지 |
 Seopjikoji en la insulo Jejudo


11. 경주 보문정 | Pavilono Bomun en
 Gyeongju


12. 우도 | Insulo Udo en Jejudo 


13. 합천 해인사 | Templo Haeinsa en Hapcheon   


14. 지리산 천왕봉 | Pinto
 Chunwang de la monto Jirisan


15. 담양 죽녹원 | Bambuĝardeno en Damyang 


16.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 
Folklora vilaĝo Naganeupseong en Suncheon


17. 진해 여좌천 벚꽃길 | Ĉerizflora strato Yeojwa en Jinhae 


18. 보성 녹차밭 | Tekampo 
Boseong 


19. 경주 불국사 | Templo Bulguksa en Gyeongju 


20. 대관령 양떼목장 | Ŝafobredejo
 Daegwallyeong en Pyeongchang


21. 청도 소싸움 축제 | Taŭrbatala festivalo en 
Cheongdo


22. 제주도 협재 해수욕장 | Plaĝo 
Hyeopjae en Jeju 


23. 경주 안압지 | Lago Anapji en Gyeongju  


24. 화순 세량제 | 
Akvorezervejo Seryang-je en Hwasun


25. 남원 광한루 | Pavilono Gwanghallu en Namwon 


26.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 Trajnvilaĝo ĉe la rivero Seomjingang en Gokseong 


27. 완도 청산도 | Insulo Cheongsando en Wando


28. 한라산 | Monto Halla en Jeju


29. 함양 다락논 | Teraskampo en Hamyang 


30.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 Paca parko Nuri en Imjingak  


31. 지리산 뱀사골 실비단폭포 | Silka akvofalo en la monto Jirisan


32. 영산강 | Rivero Yeongsangang  


33. 파주 심학산 꽃밭 |
Papava ĝardeno en Paju


34. 황매산 철쭉축제 | 
Reĝazalea festivalo en la monto Hwangmaesan


35. 
여주 신륵사 | Templo Silleuksa en Yeoju


36. 대둔산 구름다리 | Pendoponto en la monto Daedunsan


37. 해운대 해수욕장 | Plaĝo Haeundae en Busano 


38. 옥천 용암사 | Templo Yongamsa en Okcheon 


39. 
태백산 설경 | Neĝa pejzaĝo en la monto Taebaeksan


40. 경주 양동 한옥마을 | Tradicia vilaĝo Yangdong en Gyeongju 


41. 춘천 남이섬 | Insulo Namiseon
(사진은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이라고 하는 독자도 있음) 


42. 순천만 | Golfejo Suncheonman


43. 인제 빙어축제 | Eperlana festivalo en Inje 


44. 울산바위 | Roko Ulsanbaui en la mondo Seoraksan


45. 화성 방화수류정 | Pavilono
 Bangwhasuryujeong en Suwon


46. 무주 남대천 섶다리 | Malnovstila ponto en la rivero Namdaecheon, Muju 


47. 고창 동림저수지 | Akvorezervejo Donglim en Gochang 


48. 아침고요수목원 | Arba ĝardeno Matenkvieto en Gapyeong


49. 진주 촉석루 | Pavilono Chokseoknu en Jinju


50. 부산 삼광사 연등축제 | Lanterna festivalo en la templo Samgwangsa en Busano

[출처 source link] 

위에 나열된 한국의 절경지 50에 그 동안 방문한 곳을 한번 세어보았다. 제주도 성산 일출봉, 대둔산 구름다리를 비롯해 모두 열 다섯 군데나 되었다. 한국이 아니라 유럽에 살고 있으니 이 모든 절경지를 방문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갈 때마다 한번쯤 짬을 내어 가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11. 23. 07:18

1990년 초반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기차로 여행하면서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 있었다. 바로 국경선 마지막 역에서의 모습이다. 일련의 사람들이 기차 객실의 의자 밑이나 벽면 틈에 담뱃값 등을 끼어넣는다. 주변 여행객들에게 두툼한 비닐봉지를 나눠주면서 사정한다. 적발되기도 하고, 무사히 넘어가기도 한다. 국경지대 소시민들의 생계를 위한 한 방책으로 여겨졌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꾼들의 밀수 사진은 그 기상천외함에 감탄을 자아낸다. 폴란드 세관에 적발된 다양한 밀수법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 1. 케익

# 2. 빵

# 3. 텔레비전

# 4. 피아노

# 5. 마네킹

# 6. 묘비석

# 7. 옥수수 운반 기차

# 8. 자동차 짐칸

# 9. 털실

# 10. 노트북 


노트북 속을 다 들어내고 담뱃값을 넣어 밀수하는 발상은 큰 실익은 없은 것 같지만 참으로 기발하다. 물론 이것이 주된 이유는 아니겠지만 공항 출국시 항상 노트북을 따로 꺼내 검색대를 통과시키는 이유가 이 때문일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6. 16:29

10월 21일에서 11월 8일까지 한국에 머물다가 돌아왔다. 그 동안 딸아이 요가일래와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딸아이는 세 차례 다녀왔다고 주장한다. 모태에 있을 때 엄마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자기가 한국에 방문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모두 방학을 이용한 여름이었다. 

2008년 한국의 폭염에 시달린 딸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제 나 한국에 안갈 거야."
"왜?"
한국은 너무 더워."
"그럼 시원한 가을은 어때?"
"한번 생각해보지." 

이렇게 이번에는 학교에 알려 양해를 구한 후 딸아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진홍색 단풍과 노란색 은행나무잎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다.  
 


뭐니해도 딸아이는 리투아니아의 늦은 여름날씨같은 한국의 이번 가을날씨를 좋아했다. 집에서 출국할 때에는 겨울옷으로 무장했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국 체류 동안 딸아이는 티셔츠 하나만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는 여름을 두 번 보낸 것 같았다.   


본 것도 많고, 먹은 것도 많지만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바로 곶감이다. 북동유럽에 속하는 리투아니아에는 감이 자라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된 단감을 사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곶감은 없다. 그래서 전북 익산 상사원 뜰에서 만난 곶감은 딸아이에겐 참으로 낯설은 풍경이었다. 이는 곧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감이 설사에 좋지만 변비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아이는 두 개를 따서 먹더니 "이젠 아빠가 먹어"라면서 아랫부분을 아빠에게 넘겼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4. 07:26

등급이 있는 유럽 호텔에 가끔 가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한국 모텔 수준보다 못하네!"이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핀에어(finnair)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니 아침 8시경이었다. 시차로 인해 비행 중에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마치 날밤새고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피곤한 딸아이를 먼저 서울 중심가 한 유스텔에 전화를 해 예약 가능성을 물었다. 기대와는 달리 전혀 예약이 다 되었다라는 답을 들었다. 일단 서울 남대문 부근에 카메라 수리를 맡기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자 딸아이는 곧장 아무 호텔이나 가자면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오후 1시경 9층 모텔에 들어가보았다. 대낮인데 방이 없다고 했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침 인근에 또 다른 모텔이 있었다. 할머니가 접수를 맡고 있었다. 딸아이를 보더니 손녀 나이와 비슷하다면서 호의적이었다. 이 말을 들이니 방이 있겠지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 한국 모텔방에 아늑하다면서 좋아하는 딸아이
 

무거운 짐 때문에 딸아이는 어쩔 수 없이 승강기를 이용해 제일 꼭대기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밀폐된 승강기를 타는 것을 딸아이는 싫어한다. 산책갔다고 돌아오는 길에는 복도를 이용했다. 

"아빠, 왜 이렇게 모텔 계단이 가파를까? 올라기가 너무 힘들어."
"그러게 말이야. 아빠도 힘들어."


비상시에 계단을 타고 바삐 내려가다는 쉽게 다칠 수도 있을 같은데 정말이지 왜 이렇게 계단간 높이를 크게 해놓았을까......

▲ 한국 모텔은 대부분 이렇게 입구에 커튼이 쳐져있었다. 
 

"아빠, 왜 한국 모텔 앞에는 커튼이 있지? 나는 키가 작아 불편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아빠는 고개를 숙여서 들어가야 하잖아."
"그러게 말이야. 방에 커튼이 있듯이 모텔은 건물에도 커튼이 있어야 하는 가봐."
라는 궁색한 답을 했다. 

아뭏든 노트북없이 여행하는 사람에겐 한국 모텔이 아주 마음에 든다. PC방에 가지 않고서도 모텔 방에 마련된 컴퓨터로 인터넷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1. 14. 07:16

한국에서 3주 동안 머물다가 돌아온 지 6일째이지만 아직 시차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11시에 잠들기 시작해 푹 잤다싶어 깨어나보면 새벽 2시 혹은 4시이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 11시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다.

▲ 인도 델리 국제 연수 장면 . 아내는 시설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아내는 인도 델리에서 리더쉽 국제 연수를 받고 있었다. 델리 숙소에 도착한 첫날 아내는 깔끔한 독방에 만족한다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 아내가 묵은 호스텔 독방이다. 보기에도 깔끔하다.
 

그런데 얼마 후 아내는 당황스러움을 겪어야 했다. 바로 천장과 전등 사이에 난 구멍으로 도마뱀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거미만 보아도 기겁하는 아내인데 도마뱀이 나왔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쉽게 상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은 의외였다. 호스텔 복도 여기저기서 이미 도마뱀을 만난터라 약간 적응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천장 구멍에서 나타난 도마뱀
 

아내는 최후의 용기를 내어서 도마뱀을 천장 구멍으로 쫓아내었으나 잠시 다시 나타났다. 그래서 갖은 애를 쓴 끝에 복도로 도마뱀을 내보냈다. 3주 동안 머무는 데 두 번 더 도마뱀이 출현했다. 어디 도마뱀뿐이었을까......

"저 천장 구멍에서 도마뱀이 뱀이 아니고 정말 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봤어?"
"지금 그렇게 말해서 천만다행이다. ㅠㅠㅠ"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와서 옷장을 여는 데 쥐가 있었다. 옷장에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져온 약간의 음식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에 자란 아내는 쥐에서는 큰 소름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쥐와 같이 잘 수 없으니 내쫓아야 했다. 이후 쥐가 들어올 만한 곳은 신문지 등으로 꼭곡 막았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내 방에는 쥐까지 있어."라고 아내가 인도 현지인에게 말했다. 
"쥐는 좋은 것이야.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을 뜻하지."라고 인도인이 답했다.

이런 대화를 나눈 후 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한 아내는 방으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자 쥐 한 마리가 아내의 침대 위에서 놀고 있었다. ㅎㅎㅎ

아내 왈 "당신이 함께 있었더라면 내가 기겁했을 테인데 당신이 없어서 태연한 척했지." 

* 아래는 유럽 사람들과 사치기 사치기 사차뽀 놀이를 하는 우리 가족을 담은 영상:


* 최근글: 모텔 입구에 쳐진 커튼에 의아한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30. 10:15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여행을 온 한국 사람들이 가끔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있다. "왜 여긴 전봇대가 없나?"이다. 얼핏보기에 전기도 인터넷처럼 무선으로 공급되는 듯하다. 사실은 전봇대 없이 전기선이 지하에 깔려있기 때문에 전봇대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도심 거리를 거닐 때 눈에 확 띄는 것이 수많은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봇대이다. 일반적으로 전봇대는 곧은 직선이다. 굽은 전봇대는 상상하기가 힘든다. 그래서 며칠 전 익산시 무왕길을 산책하면서 만난 굽은 전봇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원칙은 곧은 것이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렇게 굽을 수도 있다. 이 두 전봇대를 마주보면서 삶 속에서도 곧음의 원칙과 굽음의 융통을 잘 알고 행하라는 교과서를 읽은 듯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29. 06:45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푼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시간이 지냄에 따라 집 생각이 절로 난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 우리 집이야."

아무리 집이 좋아도 텅빈 건물만 있어도 그렇게 느낄까...... 집에는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제일 좋은 곳일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시아 인도로 해외연수를 떠난 아내는 정말이지 텅빈 집으로 오늘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기다리고 있어야 할 가족이 영국과 한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쁨보다도 나머지 가족이 없는 텅빈 집으로 들어올 아내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내가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났기 때문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돌아올 엄마를 위해 어느 저녁 내내 선물을 만들었다.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바로 예쁘게 종이로 환영 현수막을 만들었다.  


문구는 "(집으로) 돌아온 엄마, 안녕!"이다. 딸아이는 엄마가 현관문을 열면 막바로 이 현수막을 볼 수 있도록 복도에 붙여놓았다. 딸아이ㅢ 이 종이 환영 현수막 깜짝 선물을 쳐다보고 아내가 왈칵 눈물을 쏟지 말고 돌아올 우리를 기쁘게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0. 24. 11:42

서울 도심의 높은 빌딩 사이에 숨어 있는 듯한 덕수궁은 짧은 시간에 고궁을 맛 볼 수 있어 좋았다. 조선시대 선조가 거처하고, 인조와 고종이 즉위한 곳이다. 지난 토요일 초등학생 딸아이와 남산을 방문 후 이곳을 찾았다. 


중화전(中和殿) 돌마당에는 문무백관의 지위와 위치를 나타낸 품계석이 세워져 있다. 이를 보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여기가 왕들의 무덤이야?"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은 딸아이는 이렇게 품계석을 무덤의 비석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궁내 건물임에도 단청을 하지 않은 석어당(昔御堂)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역대 국왕들이 임진왜란 때의 어렵던 일을 회상하며 선조(宣祖)를 추모하던 곳이라 한다.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이 분은 우리가 이렇게 한글을 쓸 수 있도록 하신 왕이다"라고 설명해주었다.

대한문 앞에서 매일 세 번씩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치러지는 데 운좋게 구경할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덕수궁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것은 중화전도, 교대의식도 아니였다. 잠시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해 앉은 의자에서 만난 절룩거리는 비둘기였다.

"아빠, 저 비둘기 봐! 잘 걷지를 못해."
"왜 그럴까?"

비둘기의 동선을 줄곧 살펴보았다. 한 일본인 관광객이 먹이를 주려고 비둘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비둘기는 가까이 가는 듯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었다. 경계심이 남다르는 듯했다. 유럽의 수많은 도시에서 수많은 비둘기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상처입은 비둘기를 본 기억이 없다.


자세히 보니 덕수궁의 이 비둘기는 오른쪽 발가락들이 거의 다 절단되어 있었고, 왼쪽 발은 실로 감겨있었다. "서울쥐와 시골쥐" 동화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고궁에 살고 있는 이런 비둘기의 모습을 보니 아름답고 화려함에 숨어 있는 도시의 어두움이 더욱 더 드러나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10. 10. 06:03

지난 여름에도 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유럽으로 베낭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어떤 대학생은 홀로, 어떤 대학생들은 둘이서, 어떤 대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비행기, 기차, 버스 등으로 다녀왔을 법하다.

▲ 승합차로 서유럽 여행을 다녀온 폴란드 대학생 9명
 

폴란드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여행 동영상이 화제을 모우고 있다. 폴란드 동부도시 루블린(Lublin)에 사는 대학생 9명이 의기투합해서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다.  

▲ 2011년 다녀온 여정
 

이들은 1995년 생산된 포드 트란시트(Ford Transit) 승합차를 직접 정비 수리해서 이용했다. 24일 동안 8,370km 주행거리로 서유럽 10개국을 방문했다. 이들의 여행소식은 폴란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 2012년 계획된 여정
 

2011년 여름방학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은 2012년 60일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남유럽과 북유럽 24개국, 주행거리는 2만km를 잡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busimy)을 통해 자신의 여행을 알리고 있다.  



이들의 여행 동영상을 보니 젊음이 참으로 부럽다. 특히 들판에서 자동물뿌리개(스프링 쿨러)로 샤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이렇게 자동차 캠핑 여행을 하면서 유럽을 둘러보길 권하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