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빌뉴스 구시가지는 수도 빌뉴스는 1989년 프랑스 국립지리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지리적으로 유럽 대륙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55만 명,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로루시인 등이 사는 다민족 도시다.
1323년 게디미나스 대공에 의해 수도로 정해졌는데, 수세기 동안 동과 서를 잇는 교차점에 위치한 빌뉴스는 전쟁, 점령, 파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91년 독립한 후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한편 마천루를 세워 고대와 현대가 조화된 도시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빌뉴스 구시가지 359헥타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1천500여 개 건물이 거리와 골목길, 뜰로 연결돼 있는데, 동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나폴레옹이 호주머니에 넣어 가져가고 싶다고 한 후기 고딕 건축의 걸작인 ‘안나 성당’을 비롯해 성지순례지로 손꼽히는 르네상스식 ‘새벽의 문’, 내부 장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베드로-파울로 성당’, 고딕·르네상스·고전 양식 등이 조화를 이룬 ‘빌뉴스 대학교’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이런 구시가지에 지난 해 리투아니아의 한 설치예술가는 허물어져가는 건물을 배경으로 벌통을 만들어 전시했다. 허물진 벽 사이로 나오는 노란색은 마치 어릴 때 부엌에서 바라보던 안방의 촛불을 연상케 했다. 도심에서도 마음 놓고 이렇게 양봉까지 할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얼마나 아름답고 깨끗할까......
리투아니아인들 사이에 살면서 음식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는 물음이 있다. 그 물음은 다름 아닌 한국 사람들의 개고기 식용이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일반 가정에서도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개고기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작은 애완견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개를 한국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쉽게 한 방 날릴 수 있는 꺼리가 생겼다. 바로 일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까마귀고기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무엇인가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가리켜 “까마귀고기를 먹었나?”라는 말이 있다.
정말 까마귀고기를 먹으면 잊어버릴까? 하지만 한국에 살 때 주위에 까마귀고기를 먹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까마귀고기 먹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까마귀고기 먹는 것을 별미로 바라보는 것보다 우선 역겨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까마귀고기를 전통적으로 먹어왔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밝혀졌다. 2003년 옛 음식풍습인 ‘까마귀고기 먹기 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을 만났다.
전직 검사 출신인 변호사 안드류스 구진스카스(50)는 사냥꾼 노인으로부터 까마귀를 사냥해 까마귀고기 요리를 장만하는 법을 배웠다. 까마귀고기를 시식해보니 아주 맛이 좋아 이후 계속 먹어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했다.
처음에는 “같이 까마귀고기를 먹었다는 말을 다른 사람, 특히 아내에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까마귀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몇 해 전 까마귀고기 먹기 축제를 열기도 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처음 먹어보는 까마귀고기를 닭고기·토끼고기·오리고기 등과 비교하면서 맛이 아주 좋다고 평했다. 이제 이들은 더 이상 까마귀고기를 먹는 것이 역겹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을 먹는 떳떳한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까마귀고기 먹기를 주창하는 구진스카스는 “까마귀고기를 먹는 것에만 그치지 말자. 까마귀는 서로 상대방의 눈을 쪼지 않는 신사의 새다. 우리도 서로 도우면서 화목하게 살아가자”라고 강조한다.
당시 만난 한 참석자는 “한국은 개고기를 먹고, 우리는 까마귀고기를 먹는다. 음식문화는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자기 기준만으로 상대방의 음식문화를 절대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핀란드의 인기 스포츠인 "아내 안고 달리기"가 지난 5월 10일 리투아니아에서 최초로 열렸다. 리투아니아에도 전통적으로 아내를 안는 풍습이 있다. 바로 결혼식을 마친 후 신랑이 새 삶을 기념하기 위해 신부를 안고 다리를 건넌다. 바로 이날 핀란드와 리투아니아의 아내를 안는 두 풍습이 서로 만났다.
이날 경기에 참석한 14쌍은 먼저 아내를 안고 다리는 건너는 의식을 치루고, 100미터 거리를 아내를 안거나 업고 달리기를 했다. 이날 우승한 학생 커플은 26초만에 달렸다. 아내를 업는 방법도 다양했다. 결승점을 코 앞에 두고 넘어지는 쌍도 있었다. 한 쌍은 도중에 넘어졌지만, 다시 아내를 업고 뛰면서 행복한 웃음을 자아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최초 아내 업고 달리기 동영상을 보는 연인이나 부부는 오늘 한 번쯤 자신의 짝을 업어주는 것이 어떨까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최근 일자 리투아니아 최대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는 폴란드의 유력 일간지 <Dziennik>(졘닠)의 기사를 소개했다. 내용인즉 졸업시험을 앞두고 고등학생들이 기침시럽을 먹는다는 것.
졸업시험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학생들이 안정을 취하기 위해 기침시럽을 먹는 것이 유행되고 있다. 암페타민 성분이 내포된 기침, 천식시럽 이외에도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에페드린을 복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물은 마약처럼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자주 그리고 장기적으로 복용함으로써 마약복용으로 일어나는 공포증, 약물 갈구증, 우울증, 자살충동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신문은 졸업시험을 앞둔 학생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평가시험을 앞둔 학생들조차도 기침시럽을 복용한다고 전했다.
사회주의 체제 붕괴 후 동유럽에 도입된 자유경쟁사회의 부작용이 결국 학생들을 새로운 위험지대로 내몰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시험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을까? 약물에 의존하면서까지 시험에 임해야 할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지금 리투아니아 뜰에는 봉오리가 아주 큰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한창 피고 있다. 이 꽃을 볼 때마다 그 이름이 헷갈렸다. 모란일까, 작약일까? 지난 4월 한국에서 갔을 때 확실하게 알아왔다. 아시는 분과 함께 걸으면서 밭에 자라고 있는 것을 보자마자 얼른 그 이름을 물어보았다.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이다. 즉 모란은 나무라 겨울에도 죽지 않고 남아있지만, 작약은 겨울이 되면 줄기는 말라 죽고 뿌리만 살아 이듬해 봄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이것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에선 모란을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작약은 흔히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하얀 작약꽃에 올라와 열심히 뭔가를 찾고 있는 까만 개미가 아주 대조적이다. 부지런함을 하늘에 고하기 위해 그 높은(?) 작약꽃잎까지 올라온 개미가 기특하다. 오늘따라 한국에 살은 어린 시절 뒷밭에서 자라던 아름다운 작약꽃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 동안 몇 차례 리투아니아 소련시대 조각품이 전시된 그루타스 공원을 블로그에서 소개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문해줘 먼저 감사드린다.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지난 해 방문 때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적은 연금을 수령하는 노인들 대부분 과거를 그리워한다. 이들은 그때는 지금처럼 빈부격차가 거의 없었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빵이나 감자가 부족해도 노래부르고 춤추며 즐겁게 살았다고 회상한다.
할머니의 눈물 글썽임을 지켜보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제는 진정 없을까라고 자문해보았다. 능력에 따른 빈부차별과 모두가 가난한 평등 중 어느 것이 좋을까? 몇 억하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 옆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는 이가 떠오른다. 적어도 절대적 빈곤은 사라져야 한다.
리투아니아 그루타스 공원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더 하고자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리투아니아에서도 통한다. 지난 해 그루타스 공원은 설립 당시만큼이나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다름 아닌 저작권 문제 때문였다.
당시 리투아니아 저작권보호협회는 공원 안 식당에서 틀어주는 소련식 노래뿐만 아니라 공원에서 전시되고 있는 조각상에 대해서도 매년 입장권 판매액의 6%를 저작권료로 낼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공원 쪽은 이미 국가 재산인 것에 대해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맞섰다.
소련으로부터 독립 당시 리투아니아 정부는 시내 곳곳에 우뚝 세워져 있던 조각상들을 철거해 쓰레기장이나 황폐한 곳에 버렸다. 어떤 동상들은 머리가 잘려나갔고, 어떤 동상들은 팔다리가 잘려나갔다. 그 무렵 해당 작가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저작권보호협회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공원 설립자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리투아니아 전역을 돌며 방치된 조각품들을 수거해 공원에 복원해놨다.
공원측은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조각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공원에서 직접 가져갈 것을 제안했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한편 공원은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조각가의 작품을 검은 비닐로 덮어버렸다. 그리고 일부는 공원 입구 밖에 전시해 입장권를 사지 않고도 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공원의 이러한 독특한 대응은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어두운 과거를 관광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그루타스 공원은 이미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공원 쪽과 저작권보호협회의 마찰은 법정에서 매듭지어질 테지만, 사회주의 시절의 상품화가 ‘탐욕’이란 자본주의의 폐해로 이어지는 듯해 씁쓸하다.
△조각품에 대한 저작권 요구가 비등하자, 공원측은 그 작품을 아예 검은 비닐로 덮어버렸다.
△ 입장권 판매로 인한 저작권료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일부 작품들을 공원 밖으로 옮겼다.
일전에 그루타스 공원 레닌 동상 곁 리투아니아 여고생들과 새총으로 레닌을 겨낭하는 아이들을 이 블로그에서 소개했다. 오늘은 이어서 스탈린 퍼즐을 맞추는 여대생들을 소개한다. 조각난 자신의 모습을 스탈린이 보았다면... 후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기에 있을 때 독재하지 말고 잘 했으면, 조각은 나지 않았을텐데... 세월무상! 권불십년!
리투아니아에서 영원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던 옛 소련 체제가 1990년 무너지자, 레닌·스탈린을 비롯해 역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어제의 지도자’들은 ‘사악한 점령자’나 동족을 핍박한 ‘매국노’로 전락했다. 도심의 중요한 자리에 세워졌던 이들의 동상과 체제를 상징하는 온갖 조각상은 시민과 정부에 의해 하나하나 철거됐다. 이런 상징물 가운데 상당수는 여러 해 동안 교외의 구석진 곳에 방치됐고, 일부는 부서져 폐기되기도 했다. 커다란 사회적 골치거리가 되어버렸다.
조각상들을 파괴하거나 없애는 대신 광장에서 숲 속으로 그대로 옮겨 보존해 후손들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역사 교훈의 장으로 삼자는 여론에 더 힘이 실렸다. 이런 취지로 리투아니아 ‘그루타스 공원’은 세워졌다. 거대한 레닌과 스탈린 동상에서부터 빨치산 대원의 군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대의 걸출한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루타스 공원은 매년 봄 한 차례 당시 사회상을 체험할 수 있는 ‘사회주의 시절 축제’를 연다.
일요일 아침 비를 동반한 번개와 천둥이 올해 처음으로 지나갔다.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천둥을 남성의 힘으로 간주했고, 천둥으로 하늘(아버지, 남성)과 땅(어머니, 여성)이 서로 결합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첫 천둥이 치고 난 후 여자들은 밭으로 가서 뒹굴면서 풍작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후 들어 날이 개이자 식구들은 일전에 다 못한 씨앗심기를 하려 친척집 텃밭으로 갔다. 지난 번 씨를 뿌린 들깨가 제일 궁금했다. 가보니 들깨 싹이 촘촘히 밖으로 나와 있었다. 고랑을 그렇게 깊지 않게 파서 심었는데도 불고하고 이렇게 싹이 잘 나서 좋았다. 풍작이 벌써 기대된다.
오늘은 강낭콩과 오이 씨앗을 심었다. 친척인 빌마가 먼저 오이 씨앗을 심을 고랑을 깊숙이 파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씨앗을 심는 일이 고랑을 파는 일보다 쉬운 데 왜 아무런 말없이 여자가 팔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랑을 파겠다고 하니 옆에 있던 아내가 끼어들었다. 지난 번 양파 씨앗을 여자들이 심었으니, 오늘은 남자들이 오이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 몇 해 전 시골 텃밭에서 양파와 오이 씨앗을 심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 덩치가 가장 큰 여자 친척이 혼자 양파 씨앗을 다 심었다.
당시 이유를 물은 즉 양파가 그것처럼 크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니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오이 씨앗을 심어야 하는 이유는 말할 필요가 없다.
옛날 리투아니아 남자들은 속옷을 입지 않고 오이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심지어 오이 씨앗을 다 심고난 후 남자들을 그 오이 밭에 눕도록 까지 했다고 한다. 이 모두 풍작을 위한 의식이다. 오늘 심은 오이가 얼마나 많이 크게 자랄까 벌써 궁금해진다.
이글을 쓰기 시작한 시각은 2008년 5월 18일 8시이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블로그 관리를 하는 동안 동쪽 창문에는 아침 해가 쏟아졌고, 서쪽 창문엔 먹구름이 끼었다. 아침 해와 먹구름이 한판 붙는 형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위 시각에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와 아울러 자동차 도난방지 경보기가 사방에서 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고대했던 올해 첫 번개와 천둥은 10여분의 굵은 비를 동반했다. 그리고 언제 번개와 천둥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어두운 하늘은 이제 점점 맑아지고 있다.
그 동안 영상 20도가 넘을 때마다 딸아이는 빨리 호수에 가서 수영을 하자고 졸라댔다. 이럴 때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하는 말은 간단명료하다 - "올해 첫 번개와 천둥이 와야 한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한국에 갔는데 6월이 되어 날씨가 더웠는데도 제주도 바닷가에는 아무도 수영을 하지 않았다. 왜라는 물음에 수중과 바깥의 온도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내는 갖고 온 수영복이 아까워 바닷물에 첨벙 뛰어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바보짓이라 웃었을 법하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예로부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첫 번개와 천둥이 오기 전에는 수영을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겨울 내내 얼었던 물이 차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젠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다.
아내와 딸은 일요일이라 아직도 자고 있다. 오늘 아침 천둥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논리적으로 졸라대는 일은 다음번으로 미루진 셈이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그루타스 공원 레닌 동상 곁 리투아니아 여고생들을 블로그에서 소개했다. 오늘은 새총으로 레닌을 대신해 컵을 맞추는 놀이를 소개한다.
자고로 지도자는 역사의 웃음거리나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고 오래도록 존경받는 이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라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워낙 빠르다.
리투아니아에서 영원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던 옛 소련 체제가 1990년 무너지자, 레닌·스탈린을 비롯해 역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어제의 지도자’들은 ‘사악한 점령자’나 동족을 핍박한 ‘매국노’로 전락했다. 도심의 중요한 자리에 세워졌던 이들의 동상과 체제를 상징하는 온갖 조각상은 시민과 정부에 의해 하나하나 철거됐다. 이런 상징물 가운데 상당수는 여러 해 동안 교외의 구석진 곳에 방치됐고, 일부는 부서져 폐기되기도 했다. 커다란 사회적 골치거리가 되어버렸다.
조각상들을 파괴하거나 없애는 대신 광장에서 숲 속으로 그대로 옮겨 보존해 후손들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역사 교훈의 장으로 삼자는 여론에 더 힘이 실렸다. 이런 취지로 리투아니아 ‘그루타스 공원’은 세워졌다. 거대한 레닌과 스탈린 동상에서부터 빨치산 대원의 군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대의 걸출한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루타스 공원은 매년 봄 한 차례 당시 사회상을 체험할 수 있는 ‘사회주의 시절 축제’를 연다.
가장 최근 다리미질을 직접 한 때가 언제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무실로 출근하거나 정장을 자주 해야 하는 그런 직업에 속하지 않다보니 옛날부터 다리미질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뿐만 아니라 빨래한 옷은 잘 개어 옷장에 넣어두면 되지 굳이 전기를 낭비하면서 다리미질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의 열렬한 지지자다.
그래서 점잖게 입고 가야할 자리에 갈 때면 늘 나가는 문 앞에서 아내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구김살 진 것 펴고 가야한다"와 "입고 조그만 움직이면 구겨지니 그럴 필요 없다"가 서로 팽팽하게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결국 다리미질은 아내의 몫이 되고 만다. 친구들 중 아내는 빨래하고 남편은 다리미질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리투아니아에선 대개 아내가 빨래하고 다리미질까지 한다.
어제 토요일자 <례투보스 리타스>에 의하면 영국 학자들이 3500명을 대상으로 다리미질에 관한 조사를 했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여러 종류의 옷 20벌을 다리미질을 한다는 전제를 세웠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일평생 동안 남자가 다리미질을 한 옷의 총길이는 117.5km이고, 여자는 이보다 세 배가 많은 346.5km을 다리미질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를 아내와 함께 읽은 후 아내의 눈 화살이 어디로 겨냥하는 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아내에게로 왕창 기우려져 있는 가사분담 축을 이제부터는 그 각도를 좀 변화시켜야겠다는 각오를 해본다.
리투아니아에서 영원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던 옛 소련 체제가 1990년 무너지자, 레닌·스탈린을 비롯해 역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어제의 지도자’들은 ‘사악한 점령자’나 동족을 핍박한 ‘매국노’로 전락했다. 도심의 중요한 자리에 세워졌던 이들의 동상과 체제를 상징하는 온갖 조각상은 시민과 정부에 의해 하나하나 철거됐다. 이런 상징물 가운데 상당수는 여러 해 동안 교외의 구석진 곳에 방치됐고, 일부는 부서져 폐기되기도 했다. 커다란 사회적 골치거리가 되어버렸다.
조각상들을 파괴하거나 없애는 대신 광장에서 숲 속으로 그대로 옮겨 보존해 후손들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역사 교훈의 장으로 삼자는 여론에 더 힘이 실렸다. 이런 취지로 리투아니아 ‘그루타스 공원’은 세워졌다. 거대한 레닌과 스탈린 동상에서부터 빨치산 대원의 군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대의 걸출한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루타스 공원은 매년 봄 대대적인 개장식과 함께 당시 사회상을 체험할 수 있는 ‘사회주의 시절 축제’를 연다. 지난 해 축제 때 방문해 찍은 소련 시절 때 복장을 한 리투아니아 여고생들이다. 사진 속 소품이 되어버린 새똥을 맞은 레닌 동상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태극은 음과 양으로 나누어 지는데, 양은 하늘, 남자, 밝음, 태양, 위, 강함, 정신, 불, 선 등을 나타내고, 음은 땅, 여자, 어두움, 달, 아래, 부드러움, ..." "요즘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태양은 아버지를 상징하는데... 그때 아버지들은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다..." "금년도 추석에도 둥근 달은 뜰 것이다. 예부터 '해'는 남성(아버지)을 상징했고, '달'은 여성(어머니)를 상징했다. 때문에 아름다운 여인을 '달'같이 아름답다는 '달덩이'로 표현했다."
누리망에서 위와 같은 문장들을 읽었다. 만물을 음양으로 구분하자면 강인함을 뜻하는 해는 남성, 포근함을 뜻하는 달은 여성이다. 하지만 태양은 아버지, 달은 어머니라는 우리들의 이런 상식은 리투아니아인들에겐 전혀 통하지 않는다. 지난 해 "해맞이" 행사를 찍은 아래 동영상 현장 녹취음인 "햇님 어머니, 떠오르세요, 떠오르세요"에서 보듯이 리투아니아인들은 이를 정반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어의 모든 명사는 여성형과 남성형으로 나누어진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온 생명의 근원인 해를 여성, 달을 남성으로 본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즉 남성들은 밤에만 살짝 와서 놀다가 가버리는 달과 같기 때문일 것이란다. 이런 연유인지 리투아니아 부부가 갈라서면 대개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산다. 민족에 따라 절대적 보편이 상대적 보편이 되는 예이다.
태양 어머니의 떠오름을 기다리며 노래하는 리투아니아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럽고 신비한 느낌마저 받았다. 리투아니아의 해맞이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풀밭에 새싹이 돋은 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낫을 기다리고 있다. 40대 시골 출신이라면 누구나 쪼그리고 앉아 낫으로 소먹이 풀을 벴을 법하다.
1990년 유럽에 처음 왔을 때 헝가리에서 한 친구가 자기네 여름별장에 가서 풀을 베자고 했다. 기차로 두 시간 여행한 후 그의 별장에 도착했다. 풀을 베기 위해 그가 준 농기구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기대했던 낫이 아니라 거대하고 날카로운 무서운 도구였다.
실수하다가는 손가락 정도가 아니라 발목을 크게 다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풀베기가 주저됐다. 그래도 가르쳐준 대로 천천히 하다 보니 한국에서 사용한 낫보다 훨씬 많은 양의 풀을 벨 수 있었다. 풀을 베면서 우리의 '앉는 문화'와 반대하는 유럽의 '서는 문화'가 이런 큰 낫을 만들게 했구나라고 생각해보았다.
이후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면서 기회 있는 대로 이 큰 낫으로 풀을 베어보았다. 요즘 전기낫 등으로 손쉽게 풀을 벨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도시 중심가를 벗어나면 이 큰 낫으로 풀을 베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리투아니아의 풀베기 동영상이다. 낫을 바루는 리듬 소리가 퍽 인상적이었다.
최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사는 한 한인집에 초대를 받아 가보았더니 고사리, 취나물 등 일전에 한국에서 먹어본 것들이 그대로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 모두가 인근 숲 속에서 따온 싱싱한 산채라 한다.
특히 고사리를 유심히 살펴보던 아내의 눈이 둥그레졌다. 고사리는 리투아니아 숲 속 그늘에 너무나 흔하지만 아무도 이를 나물로 먹지 않는다. 한편 고사리는 리투아니아의 하지축제(낮이 가장 긴 날을 기리는 행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식물을 한국인들은 맛있다고 쩝쩝 먹으니 아내가 처음엔 의아해할 수밖에 없으리라.
고사리꽃은 일 년에 딱 한번 찾을 수 있는 꽃으로 리투아니아인들에게 전해진다. 바로 하지 때만 밤에 숲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이 꽃을 찾으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바를 다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어떠한 꿈도 이룰 수 있는 그야말로 여의보주를 손에 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고사리꽃을 보았다는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
다문화 가정으로 살고 있으므로 늘 한국적 반찬이 부족하다. 더욱이 요리에는 문외한이라 그저 국 한 그릇, 밥 한 공기가 식탁을 장식하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날 식탁의 풍성함에 일조를 할 수 있는 고사리를 따러 숲으로 갔다.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사리를 난생 처음으로 따보았다.
한국인 부인에게 요리법을 자세히 물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고사리 요리를 시작했다. 끓는 물에 얼마 동안 담갔다가 꺼내 찬물에 이틀을 담가놓았다. 시금치, 생오이 등을 무칠 줄 아는 아내가 따뜻한 프라이팬에 고사리를 무쳤다. 이날 국 대신 고사리 무침이 한 끼를 동반했다. 에고~~ 식탁의 풍성함을 위함이 아니라 국 대체용품이 되어버렸네.
내년에는 어린 순을 더 많이 꺾어 겨울까지 먹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눠주어야겠다. 여의보주 고사리꽃 대신 청정한 어린 순을 맛있게 먹었으니 반쪽 여의보주라도 얻어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하루 속히 세상에 평화가 가득 찼으면 좋겠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의 최대 일간지인 <례투보스 리타스>를 펼쳐보다가 야경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너무나 화려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인 줄 알았는데 사진설명을 보니 교통체증시간대의 서울야경이었다. 모처럼 만난 한국 관련 기사라 본문을 자세히 읽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교통체증 시간대 거리에는 제복을 입은 퇴임한 전직 경찰들이 자원봉사로 교통정리를 한다. 한국에는 교통경찰이 없다. 고속도로에는 경찰을 볼 수도 없고, 도로변에 숨어 있는 경찰도 없다. 경찰의 주된 업무는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고 교통사고 유발을 막는 것이다.
곳곳에 교통단속 무인카메라가 설치해 있고, 2킬로미터 전방에서 이를 미리 알린다. 속도를 위반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 잘못이다. 속도위반 벌금은 아주 높다. 버스전용도로가 실시되고 있다.
서울의 대중교통개혁이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2005년부터 지하철과 버스이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절약하고 있다. 버스전용차선이 있어 버스 속도는 빨라지고, 도로 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결과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5.2% 늘었다. 서울 모델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지금 여러 나라가 이를 도입하고 있다.
한편 리투아니아 도로엔 교통경찰차와 위반으로 잡힌 자동차를 자주 볼 수 있다. 도로변 수풀로 가린 비노출지역에서 단속하는 이른바 함정단속도 흔하다. 특히 한적하고 상태가 좋은 도로를 달릴 때 앞에서 오는 차가 없을 경우 함정단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런 리투아니아 사정을 고려해볼 때 벌주는 대신 도와주는 한국경찰에 관한 기사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한국 교통 관련 기사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경찰
교통체증 시간대의 빌뉴스 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