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8건

  1. 2013.10.18 공동 구매로 안마 받고 온 아내, 더는 안 가 3
  2. 2013.10.17 석류 좋아하는 것이 부전여전이라고 하니 2
  3. 2013.10.15 한국 화장품 사용하더니 아내가 젊어졌다고 1
  4. 2013.10.14 가을 잎 떨어지니, 가을 꽃 피어나네 1
  5. 2013.10.14 한국 사과만큼 맛있는 유럽 사과 발견 1
  6. 2013.10.12 AK-47 소총을 가볍게 무장해제시키는 법
  7. 2013.10.11 70세 곧 은퇴할 브라질 외교관이 준 강한 인상
  8. 2013.10.10 사마귀 치료로 한국 율무가루를 사용해보니 7
  9. 2013.10.08 집에 초대받은 한국 손님과 유럽 손님의 차이점? 2
  10. 2013.10.04 일흔 넘었지만 한국어는 꼭 배워야겠다 1
  11. 2013.10.03 스마트폰 촬영 영상 화면 거꾸로 안 되게 하려면
  12. 2013.10.03 자동차 마크 앞 뒤 다 도둑 맞으니, 미소가 보이네
  13. 2013.09.30 국정원 오빤 MB 스타일 동영상에 느낀 한 생각 2
  14. 2013.09.30 아파트 게시판에 꽂힌 습득물 20유로 화제
  15. 2013.09.30 딸과 함께 아파트 실내에 텐트 치고 자보니 2
  16. 2013.09.25 영국 유학생 딸의 좌충우돌 언어 이야기 1
  17. 2013.09.17 국민을 바라보는 정부 태도 - 쌍욕짓(?)이라
  18. 2013.09.14 한국은 김이박최, 유럽은 무슨 성씨가 다수일까 2
  19. 2013.09.13 VIP 묘비 크기가 갤노트2의 8배 밖에 안 돼 1
  20. 2013.09.12 묘비에 새길 이름, 서명으로 하면 어떨까
  21. 2013.09.09 특이한 수박 자르기, 수박물 걱정은 뚝!! 7
  22. 2013.09.06 사이드미러의 거울 훔쳐가더니 서글퍼진다
  23. 2013.09.03 거꾸로 된 멋진 나무, 발상 전환 돋보이네
  24. 2013.09.02 잠자리에 출장 다녀온 남편도, 아내도 스마폰질 1
  25. 2013.08.28 사과는 따는 것이 아니라 줍는 거야
  26. 2013.08.27 가방 든 여성이 우천시 촬영에 유리한 이유 1
  27. 2013.08.26 바다에는 폭우, 해변에는 햇살 쨍쨍 1
  28. 2013.08.16 우크라이나 마약은 바로 돼지비계다 6
  29. 2013.08.13 내 가방보다 관광객이 준 선물 봉지 더 커 3
  30. 2013.08.12 강풍에 두 동강 난 나무 자동차 덮쳐
생활얘기2013. 10. 18. 07:08

아내는 10살부터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40대 중반인 지금까지 피아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의 직장 동료들도 거의 다 허리나 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직업병으로 여겨진다.  

의식적으로 무거운 것을 들지 않으려고 하지만, 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혹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예외 없이 긴급 안마와 통증 온화 크림이 필요하다. 여러 번 병원에 가서 진료와 검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원인도 효과적인 치료법도 알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병원을 찾아 마사지 물리치료를 받아 보았지만, 받는 그 순간에만 좋아지는 느낌이 들 뿐이다.

며칠 전 아내는 안마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세상의 많은 아내가 그러듯이 알뜰한 편이다. 그래서 공동 구매를 통해 안마 시간을 예약했다. 원칙은 안마 10회 분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1회만 구입할 수가 있다. 아내는 일단 경험해보고 10회 분 구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에도 공동 구매가 활성화되어 있다. 해외관광, 연주회, 건강보조품, 가전제품, 주방용품, 세차, 타이어교체, 미용, 호텔 등 공동 구매 품목도 참으로 다양하다. 정상가격에서 적게는 20%, 많게는 6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절약 재미로 아내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공동 구매를 했다. 때론 만족, 때론 불만족이다. 한번은 머리카락 자르기를 공동 구매했다. 미용실에 가니 북적돼야 할 것 같은데 텅비어 있었다. 미용사도 젊은 남자였다. 값싸게 머리카락을 잘라보려고 했는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미용사는 조금씩 깎으면서 마음에 드는지를 아내에게 자꾸 물었다. 손님 의향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미용실 경험 때문에 이번 안마 구매를 주저했지만, '아픈 자가 약자이니 그래도 한번 믿고 가보자'였다. 잔득 기대를 하고 안마사를 갔다. 한 시간 후에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였다.

"당신 손이 더 맵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당신이 안마를 더 잘 해."

겉으로는 아내의 칭찬에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속으로 '아, 이제부터 내가 힘들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아내가 등 안마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덩치가 아주 큰 남자가 들어오더니 안마사라고 소개하면서 안마를 시작했다. 덩치에 비해 너무나 약하게 안마를 해서 "언제 더 세게 할까 학수고대하다보니 한 시간 안마 시간이 다 끝났다"고 말했다. 

아내는 안마 10회 분을 한꺼번에 다 구매하지 않은 것에 큰 위안을 삼았다. 앞으로 공동 구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서비스의 질이 낮아서 장사가 안 되니까 할인 공세로 공동 구매망에 들어오는 업소도 있을 것이라면서 원인 분석까지 했다.

"맞아, 싸다고 다 좋지는 않지. 공동 구매는 항상 신중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7. 07:33

이제는 가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여름이든 대형상점에 가면 전열되어 있는 과일 종류가 거의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북반구에 수박이 나지 않는 계절엔 남반구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되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따라 더 자주 먹고 싶은 과일이 사람마다 있기 마련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가을철에 제일 먹고 싶은 과일은 석류, 감, 밤이다. 그런데 이 과일들은 전부 남쪽 나라에서 온 수입품이라서 값이 제법 비싸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신토불이 과일 사과가 가장 좋다"라고 주장하면서 내 구매 욕구를 묵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내가 너그러운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다. 수입해서 들어오는 과일량이 많을 때 할인판매를 하는 때이다. 

* 리투아니아는 부가가치세가 21%이다.

며칠 전 대형상점(슈퍼마켓)을 가니 단감과 석류가 확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습관대로 우선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스페인 단감은 1킬로그램에 9.99리타스(한국돈으로 약 4300원)이고, 이스라엘 석류는 1킬로그램에 11.99리타스(5200원)했다.


석류를 3개 사니 2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정상 가격은 1만원이나 할인을 받아 4200원을 주었다. 집에 와서 주먹으로 석류 크기를 비교해보니 두 배나 되었다. 


특히 석류는 딸아이도 아주 좋아한다. 

"아빠가 석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
"알아. 아빠가 벌써 이야기했잖아."
"그래. 아빠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뒷뜰에 석류나무가 자랐지. 그래서 가을이 되면 많이 따서 먹었다. 그런데 너는 왜 석류를 좋아하는데?"
"아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지."
"이를 한자성어로 말하면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버지가 딸에게 대대로 전한다)이다."


아빠가 좋아하니까 자기도 좋아한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보니 웬지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석류를 보거나 먹을 때 '아, 이건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다'라고 생각하겠지...... 어디 자녀가 과일만 본받겠는가...... 부모가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5. 05:53

여름철 관광안내사 일로 발트 3국을 돌아다니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종종 아내가 도울 일이 생긴다.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 중 투숙한 호텔에 겉옷이나 안경 등을 놓고 온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때 해당 호텔로 전화하고 물건 유무를 확인하고 또 찾아와서 한국으로 보내는 일은 주로 아내가 한다. 언젠가 어느 분이 잠바를 챙기지 않고 호텔에 놓아두고 떠났다. 이 옷을 챙겨 한국으로 보냈더니 꼭 작은 성의라도 표시하고 싶다고 주소를 물었다. 사양은 했지만 여러 차례 연락이 오기에 알려주었다. 

얼마 후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뜯어보니 바이오 화장품이었다.   

사실 40대 중반인 아내는 대부분의 유럽인 여성들처럼 화장을 아주 가볍게 한다. 입술과 눈 화장, 그리고 약간의 로션(문화여 살결문), 향수이다. 사용해보지 않은 새로운 화장품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 없다. 가끔 한국에서 오는 화장품 선물은 진열용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아내는 며칠 후 설명서를 꼼꼼하게 번역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내는 여러 주 동안 지속적으로 이 바이오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며칠 전 아내는 이 한국 화장품 효과에 스스로 놀랐다고 기뻐했다. 


"내가 좀 더 젊어진 것 같지 않아? 내 얼굴 한번 봐. 주름이 전에 보다 훨씬 줄어들었어."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 효과야?"
"그렇지. 이럴 줄 알았으면 비교하기 위해서 화장품 사용하기 전 내 이마를 사진 찍어 놓을 걸 말이야."
"그냥 착시 아닐까? 지속적으로 사용하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 아닐까?"
"매일 거울 보는 내 얼굴인데, 내가 잘 알지. 확실히 주름이 줄어들었어."
"선물한 사람에게 고마워 해야겠네."
"당신이 젊어지는 것은 참 좋은데 앞으로 계속 한국 화장품 사달라고 할까봐 걱정스럽다."


아뭏든 결혼해서 살면서 유럽인 아내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니 기분은 좋았다. 그래, 이제는 한국의 전자제품, 자동차만이 아니라 화장품까지 세계로 펴져나가길 바란다. 물론 최근 공개된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한 욕설과 폭언 녹음파일에서 보듯이 저질스러운 '갑의 횡포' 문화는 사라져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4. 08:02

리투아니아는 완연한 가을이다. 이번 주말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하니 도심 공원 곳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단풍 나들이를 나왔다. 어디를 가든 색색 단풍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땅바닥에 노란 단풍 한 장이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


마치 떨어진 노란색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노란색이 피어있다. 이래서 가을 잎 떨어지니 가을 꽃이 피어나는 구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4. 07:15

가을이다. 주말 날씨가 영상 12도라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가고자 했다. 마침 빌뉴스 교외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초대 전화가 왔다. 나가려고 하는 찰나라서 반갑게 초대에 응했다.

친척집에 도착해서 먼저 인사하고 정원을 둘러보았다. 잔디밭에 사과가 왕창 떨어져 있었다. 혹시 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아까운 사과를 땅에 떨어지게 하다니......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가을 과일의 대명사는 단연 사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먹어본 사과는 그렇게 맛이 없었다. 여기서 사과를 먹을 때에는 한국에서 먹던 부사(후지) 사과의 맛이 떠오른다. 그 달콤한 맛과 입안에서 씹으면서 들리는 바삭바삭한 소리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떨어진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람에 못 이겨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벌레가 먹어서 일찍 떨어진 듯해서이다. 또한 떨어질 때 다친 상처 부위가 썩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친척집 떨어진 사과를 살펴보니 잔디 덕분에 상처가 나 있지 않았다. 혹시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떨어진 사과 두 개를 주워서 거실로 가져왔다.

한 입 꺼물어보니 맛이 장난이 아니였다. 아내와 딸에게도 맛을 보도록 하니 자꾸 달라고 했다. 특히 딸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라면서 감탄했다. 정작 내가 먹을 양이 부족했다. 

'먹을 것이라면 진작 나무에서 친척이 따 먹었을 거야'라고 내 행위를 합리화하면서 염치 불구하고 다시 정원으로 나가 사과를 주워왔다.

한 마디로 이 사과 맛은 한국 부사 맛이다. 
리투아니아에도 이렇게 맛있는 사과가 있다니!!!  


그 동안 한국 손님들에게 리투아니아 사과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맛이 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이 주장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이 사과의 품종을 물어보니 답은 챔피언(champion)이다[한 독자는 생김새가 사과 품종 양광 같다고 한다]. 언젠가 텃밭이나 주택이 있으면 이 사과 품종을 꼭 심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2. 07:56

올해 노벨 평화상은 화학무기금지기구가 받게 되었다. 지난 해에도 유럽 기구인 유럽연합이 받았다. 이에 유력한 후보자였던 파키스탄 여성교육 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6세)를 지원한 사람들은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노벨상 선정위원회 측은 평소에 군축을 희망했던 노벨의 정신 등을 고려해서 올해의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군축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무기를 해제하고, 인류가 공존 번영하는 일에만 매진하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소총의 대명사로 불리는 AK-47를 쉽게 무장해제시키는 유튜브 동영상이 공개되어 유럽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AK-47은 1947년 러시아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발명한 돌격소총이다. 칼라시니코프는 2013년 12월 23일 94세로 사망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AK-47은 정품과 비정품 대수를 다 합하면 모두 1억정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이다.  


한 군인이 AK-47 소총을 겨누고 있다. 앞에 선 동료가 순간적으로 몸을 약간 뒤로 제치면서 오른발로 밑에서 위로 살짝 탄창을 찬다. 그러자 탄창이 맥없이 소총에서 떨어진다. 

 

아래는 기간총을 서툴게 다루는 사람이다. 이 세상의 모든 기관총이 다 이렇게 사람을 겨냥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땅으로 폭삭 주저앉으면 좋겠다.    



만약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적 정신적 무기를 버리는 국가나 기구, 사람에게 노벨 평화상을 준다면 어떨까? 각자에게 상금 100만달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면 진정한 평화가 올까...... 참으로 어리석은 상상이지만 노벨상 계절에 한번 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1. 05:46

최근 YTN TV 뉴스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한국은 오는 2026년에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저출산 문제까지 겹쳐 앞으로 급속한 노동력 감소가 우려된다. 그래서 '이제는 70세까지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얼마 전에 만난 브라질 외교관이 떠올랐다. 자신을 슬로바키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브라질 외교관이라는 소개와 함께 빌뉴스를 방문하는 동안 에스페란토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름을 보니 2008년 아내가 브라질 비자를 받을 때 도움을 준 바로 그 사람이었다[관련글: 브라질 비자 받기와 에스페란토].

그때를 생각하면서 공항으로 마중가겠다고 하니 극구 사양을 했다. 공항에 내려 택시나 버스로 미리 잡아놓은 호텔까지 혼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 아내와 상의했다.

"외국에 갈 때 우리가 극구 반대하더라도 현지인이 나와서 우리를 환영한다면 좋지 않을까?"
"당연하지."
"그렇다면 우리가 차로 공항으로 환영하러 나가자. 외국인이 가장 궁금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지인들은 어떻게 살까이다. 현지인 친구 집이 관광지 트라카이 근처에 있으니까 가는 길에 들러서 차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누자."

이렇게 아내와 의기투합해서 공항으로 갔다. 반갑게 브라질 외교관을 만난 우리는 구상한 일정에 동의를 얻어서 친구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포르투갈어와 영어 교사로 25년간 일을 한 후, 법원에서 3년을 더 일하고 은퇴했다. 은퇴 후 연방정부 외교부의 행정직 채용 광고를 접했다. 자녀들도 다 장성했고, 연금도 나와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 색다른 분야에서 경험하는 것도 인생에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응시했다. 합격되었다. 행정직의 최고 자리는 부영사이다. 

3년을 브라질리아(브라질 수도)에 있는 외교부에서 수습 일을 마치고 외국 근무로 하게 되었다. 한번 외국으로 발령되면 근무기간 10년을 다 채워야 브라질 외교부로 돌아올 수 있다. 그는 콜롬비아, 일본, 독일, 슬로바키아 브라질 영사관에서 이어서 근무했다. 

2년 전에 이미 10년 기간을 채워 브라질로 돌아가 은퇴를 맞을 수 있었다. 문제는 정년 70세까지 2년이나 남았다. 돌아가면 브라질리아에서 근무하게 되는 데 주거지를 구하는 일 등이 복잡해서 외국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하기로 결정했다.

12년 동안 홀로 외국 생활하는 데 가족이 그립지 않나?
- 그립다. 하지만 1남 3녀 자녀들이 다 자라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아내는 종종 찾아오나?
- 가까운 라틴 아메리카에 근무할 때는 아내가 1년에 여러 달을 함께 지내곤 했다. 그런데 4계절이 두렷한 나라에 근무할 때 특히 가을만 되도 추워서 브라질이 좋다고 떠났다.

혼자 살면 식사 해결이 제일 어렵지 않나?
- 아니다.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1개월치를 미리 요리해서 냉동실에 넣어놓는다. 

뭐, 1개월치를 요리한다고? 고기 요리를? 
- 난 채식주의자다. 부모와 같이 살 때는 어쩔 수 없이 육식도 했다. 하지만 내가 내 가정을 가지고부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채식만 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는다. 주로 과일과 내가 직접 구은 빵과자로 식사한다. 점심은 생선, 쌀밥, 콩 그리고 과일로 한다. 저녁은 먹지 않는다. 

빨래나 집안 청소는 파출부가 하나?
-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주말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주 즐겁다.

진짜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나와 비슷한 연령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년 1월에 70세 정년을 맞는다고 하니 참으로 믿기지가 않는다. 특별한 건강관리가 있나?
- 없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15분간 체조하고 샤워를 평생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면 자녀들은 어느 쪽에 가깝나?  
- 외할머니는 원주민과 흑인 사이에 태어나고, 외할아버지는 흑인이었다. 아버지는 백인이다. 내 아내는 이탈리아인이고, 같이 1남 3녀를 두고 있다. 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탈리아인의 모습을 띠고 있다.아내가 첫아이를 놓고나서 엉덩이를 보더니 엉엉 울었다.

왜 울었나?
- 갓 태어난 딸아이의 엉덩이에 푸른 반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이것이 피부병 증세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내 어머니가 '당신 남편이 인디언 피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 몽고 반점'이라고 말했다. 그때서야 아내가 안심했다.

외교관 생활에 국제어 에스페란토가 도움 되나?
-  참으로 많이 도움이 된다.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데 영어보다 에스페란토가 훨씬 더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지만, 에스페란토는 여기에 하나가 더 첨가된다. 바로 만나기 전에도 서로가 친구였다라는 감정을 들게 한다. 특히 일본에서 근무할 때 일본인들과 교류하는 데 에스페란토가 아주 유용했다.

어떻게 에스페란토를 배웠나?   
- 대학생일 때 교수가 에스페란토인이라서 배웠다. 그런데 졸업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 다니느라 한 동안 잊고 살았다.

어떤 계기가 되어 다시 시작했나?
- 38살에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데 차가 와서 들이받았다. 나는 공중으로 붕 떴고 전방 15미터로 날아가 떨어졌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나를 들이받은 차 운전수가 급브레이크를 잡지 못하고 앞으로 더 나아갔다. 이것이 나를 살렸다. 내가 도로에 떨어지지 않고 그 차 지붕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지붕이 완충역할을 하면서 내 생명을 구했다. 몇 해 후 똑 같은 자리에서 나와 똑 같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도로에 떨어져서 즉사했다.
재활하는 동안 서재에 에스페란토 교과서가 눈에 확 띄었다. 다시 살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이 책으로 다시 공부했고, 에스페란토 운동에도 참가하고,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다. 

* 오후 한 나절이었지만, 브라질 외교관과의 에스페란토로 통한 만남은 우리 부부에게 아름다웠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오후 내내 함께 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좀 더 알게 되는 재미가 참 솔찬했다. 

이날 만남을 통해 가장 강한 인상은 어느 조직보다도 더 폐쇄적일 것은 외교부에 은퇴한 사람이 다시 들어가서 70세까지 일하다 퇴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는 사회든 재취업 기회를 나이제한을 통해 원천적으로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편 속으로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건강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늦었지만 매일 15분 체조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0. 06:22

여름부터 딸아이의 무릎 양쪽에 사마귀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곧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크기가 커졌고, 개수는 늘어났다. 

응급실로 직행해야 하는 병이 아니고서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의사의 진찰을 금방 받을 수는 없다. 먼저 가정의사 진료를 예약해야 하고, 그 다음에 피부 전문의 진료를 예약해야 한다.

이런 경우 아내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사마귀를 치료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여러 곳에서 사마귀 치료에 율무가루를 부위에 바르는 한편 물에 타서 마시면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율무는 영어로 'job's tear'로 집에 있는 '영어-리투아니아어 큰 사전'에도 해당 단어가 없을 정도로 아내도 알지 못했다. 생율무가루 사마귀 치료 전과 후, 그리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글을 읽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급히 생율무가루를 구해 보내달라고 했다.


딸아이는 자기도 비록 반쪽이지만 한국인이라서 한국인의 민간요법이 치료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런데 물에 탄 생율무가루는 도저히 마실 수 없다고 했다. 딱 한번 시도해보는 데 그쳤다. 


생율무가루를 반죽해서 무릎에 서너 번 붙였다. 보기에는 조금씩 작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허벅지와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기더니 며칠 후에는 보기에도 징그러울 정도였다. 

율무가루로 인한 알레르기로 보였다. 딸은 이때까지 별다른 알레르기 증세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 민간요법으로 딸아이 사마귀를 치료하고자 한 선의는 오히려 붉은 반점을 낳게 되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주고 항공편으로 율무가루를 공수해왔는데 말이다. 그냥 진료날짜를 차분히 기다리면 될 것이지 왜 돈 쓰고 성급하게 일을 추진해서 또 다른 병을 초래했는가라고 아내로부터 책망을 들었다. 입이 열 개라도 아내와 딸에게 할 말이 없었다. 

"딸아,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얼마 후 정해진 진료날짜에 피부 전문의에게 가니 산성용액을 주었다. 이 산성용액을 한 두 방울 사마귀 위에 떨어뜨리니 순식간에 튀어나온 사마귀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항생제 연고를 붉은 반점에 한 두 번 바르니 점점 사라졌다. 

돈 들고 욕 얻어 먹고... 

큰딸은 특히 여름철이면 기미와 주근깨로 울상이다. 율무가 기미와 주근깨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해서 이번에 한국에서 2킬로그램이나 구입했다. 작은딸의 알레르기를 경험하고 나니 권하기가 꺼려진다. 생율무가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이다.

율무가루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딸에게 이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에서 효험이 아주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이젠부턴 여기에 소개하고 활용하는 데 보다 더 신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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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0. 8. 06:26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집으로 손님을 초대한다. 주로 생일이나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딸이 어렸을 때는 생일 때마다 일가 친척을 초대했다. 하지만 10살이 넘어서자 친척은 커녕 부모와도 함께 생일잔치를 하는 것을 꺼린다.


또한 나이가 드니 자기 생일 챙기려는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특히 50주년 생일은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마저도 생략하게 되었다. 

집에 잔치하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무슨 음식을 준비하지
설겆이는 어떻게 하지다.

보통 소규모는 10명 내외, 대규모는 20명 내외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허물없는 친구들을 초대할 경우는 '맥주 모임'을 열곤 한다. 이는 각자가 마실 술이나 먹을 간단한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는 커피나 차, 그리고 약간의 음식만 준비하면 된다.

* 현지인을 초대해 2012년 설을 함께 보냄 

집에서 큰 잔치를 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최근 아내가 집으로 초대한 한국 손님과 유럽 손님간 차이를 기억하면서 한마디 했다. 우리 집에는 현지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손님들도 더러 온다. 그렇다면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부엌일 협력이다.

유럽 손님들은 초대한 시각에 맞춰 온다. 그리고 끝나면 식탁에서 그대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간다.
한국 손님들은 잔치가 끝날 쯤 식탁에 있는 음식이나 그릇 등을 우리와 함께 정리한 후에 돌아간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다. 우리 가정이나 주변에서 겪은 경험일 뿐이다.

특별히 부탁하지 않은 이상 아주 가까운 친척 손님도 마찬가지이다. 음식 준비와 뒷정리는 초대한 집 주부가 혼자 다 한다. 왜 그럴까?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서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괜히 거들다가 남의 집 부엌을 오히려 어지럽힐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초대받아 갈 경우 우리도 조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시각에 가서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한국 손님이 좋아? 아니면 리투아니아 손님이 좋아?"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한국 손님들은 우리 부엌을 꼭 자기 부엌처럼 여겨서 음식을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는 것을 도와주니까 좋아. 마치 주인처럼."
"그럼, 요가일래(딸)는 어느 쪽을 더 닮으면 좋을까?"
"물론 한국 쪽이지."

부엌을 좀 어지럽히고, 잠시 주인 행세를 하더라도 음식 준비와 설겆이 등을 즐겁게 도와주는 한국 손님들이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4. 06:42

지난 달 우리 집에 손님이 방문했다. 한 분은 폴란드 바르샤바에, 다른 분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 둘이 자매로 70대 중반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연해주에 살다가 중앙 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다. 언니는 폴란드로 유학온 후 남게 되었고, 동생은 카자흐스탄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해 자녀가 살고 있는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집에서는 한국어로 했지만, 학교 생활 등으로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러시아어가 되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이 분들은 딸아이 요가일래를 칭찬하고, 아주 부러워하고 한편 후회스러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가일래가 아직 어리지만, 아빠와는 늘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이다.

이 두 자매는 각기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당시는 러시아어가 최고였으므로 소련에서 살려면 자녀가 러시아어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나?"
"아, 가르치지 않고 그냥 모태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한국말만 하고 있어요."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하나?"
"말하기만 하고, 쓰기와 읽기는 완전 초보 단계입니다."
"혹시 책은 없나?"
"딸아이 책장에서 한번 찾아볼게요."

이렇게 한국어 초급 쓰기와 읽기 책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보자 두 자매는 아이처럼 아주 기뻐했다. 그리고 복사를 부탁했다. 집에 가서 자기들도 꼭 공부하고, 아들과 딸은 늦었지만 손자들에게 꼭 공부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움의 의욕에 가득 찬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은 역시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딸에게 말했다.

"봐, 할머니는 이제라고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겠다고 하는데 너는 쉽게 알았잖아. 아빠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한국어 읽기와 쓰기에도 좀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노력할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3. 06:06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스마트폰에서 볼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런데 PC로 불러들어서 볼 때는 화면이 거꾸로(상하 뒤집힘) 되어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물론 동영상을 보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상하 반전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수동으로 반전시킨 후 아무런 문제없이 볼 수 있다.

2달째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 노트2로 촬영한 영상을 PC에 올려보니 흔히 화면이 거꾸로 되어 있다. 이를 다시 유튜브 등에 올려보니 여전히 거꾸로 되어 있다. 이 경우 프리미어 등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면을 180도로 회전시킨 뒤 다시 올리게 된다. 시간과 노력이 더 요구된다. 물론 자동으로 상하가 반전되어 온전한 동영상일 때도 있다.


대체 왜 PC에 올렸을 때 거꾸로 화면이 나올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한번 해결해보고자 했다.

해결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촬영할 때 촬영 버튼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촬영 버튼이 왼쪽에 있는 경우 PC에서는 화면이 거꾸로 나타났다. 아래는 캡쳐화면이다.

* 촬열 버튼이 왼쪽에 있는 경우, PC에서는 화면이 거꾸로다.

반대로 촬영 버튼이 오른쪽에 있는 경우 PC에서는 화면이 정상으로 나타났다. 

* 촬열 버튼이 오른쪽에 있는 경우, PC에서는 화면이 정상이다.

스마트폰을 왼손에 드는 데 익숙한 사람은 촬영해야 하는 순간 오른손으로 스마트폰 윗부분을 잡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나 경우이다. 이렇게 찍은 영상은 PC에서 거꾸로 보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촬영 버튼이 오른쪽에 있는 경우 버튼 다루기가 왼쪽에 있는 경우보다 더 안정적이다. 이제부터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할 때에는 반드시 버튼이 오른쪽에 있도록 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겠다. 그래야 PC에서 상하 반전을 시키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자기가 찍을 때마다 컴퓨터에서 보는 동영상이 거꾸로 되어 있다고 불평하는 아내와 딸에게 이제 수월하게 이해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3. 06:03

1990년 처음으로 동유럽에 왔을 때 가장 낯선 모습 중 하나가 차와 관련된 것이다. 차를 가진 친구들은 하나 같이 주차한 다음에 차 내부에 있는 라디오를 떼어내어 집으로 가져갔다. 심지어는 앞유리 와이퍼까지 떼어냈다. 왜라는 물음에 답은 간단했다. 도둑 때문이다.

라디오를 훔쳐가는 것까지는 좋은 데 자동차 유리문까지 깨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여름철엔 괜찮지만, 겨울철 혹한이나 폭설에 와이퍼를 떼어내고 다시 다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자 와이퍼와 라디오 등을 훔쳐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이를 떼어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와이퍼와 사이드미러 거울, 기름을 도둑 맞은 적이 있다.


일전에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차의 사이드미러 거울이 두 번째로 도둑 맞았다. 그런데 살펴보니 앞부분에 있는 자동차 마크까지 훔쳐갔다. 지금은 이런 좀도둑이 사라진 것 같았는데 당하고 나니 분노를 느끼는 대신 왠지 서글퍼졌다.


물어보니 새 마크는 한국돈으로 약 4만원, 중고 마크는 만 2천원한다. 그렇다면 도둑은 얼마에 팔까 물어보니 약 4천원이라고 한다. 며칠 후에는 뒷부분에 있는 마크까지 또 훔쳐갔다. 

이렇게 되자 이제는 중고든 새것이든 마크를 사고자 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구입해서 달아놓으면 또 훔쳐갈 것이 뻔하다. 한 번 맛 드린 사람이 또 다시 오기란 쉽기 때문이다. 

"우리 이제 마크 달지 말자. 사더라도 달지 말고 그냥 차 안에 숨겨놓았다가 어디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 붙이자. 갔다오면 다시 떼내고......"라고 아내가 말했다.
"마크가 없으니, 저 자리가 꼭 우리에게 미소를 띄우는 것 같다. 그래 없이 지내자."라고 답했다.


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이런 소소한 마크까지도 훔쳐가고, 또 이런 장물들이 아직도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니......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30. 16:14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에 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모 전 국정원 심리전단 5팀장은 "상부로부터 MB와 관련해 좋은 동영상이 있으니 반박하는 취지에서 동영상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진술했다[출처: 경향신문]


이 동영상을 본 적이 없어서 국정원이 개입해서 퍼진 "오빤 MB 스타일"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몹시 궁금했다. 유튜에서 찾은 동영상이다.



첫줄부터 영~ 마음에 와닿지가 않았다.

"전 재산 기부하는 아름다운 남자"는 "전 재산 기부 자기 재단 만든 남자"로 해야 맞지 않나? 

이 동영상을 보고 느낀 점은 간단하다.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살아있는 권력자의 치적을 홍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중도를 지키면서 국민과 국가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국가기관을 권력자가 자기 마음대로 이용하는 사람을 '괴물'에 비유한다면 MB는 Monsters Boss의 약자가 아닐까......

아래는 MB 정권을 비찬하는 "오빠는 MB 스타일" 동영상이다.   


당대에 치적을 홍보하는 것보다 먼 훗날 역사 평가에 맡기고 묵묵히 일해가는 사람이 나는 좋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30. 06:20

아파트 게시판에 꽂아놓은 20유로 사진이 공개되어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빠르게 펴지고 있다. 


20유로 습득물 
아파트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발견했음 
9월 11일 18시 30분

이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 한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습득물 공고 쪽지이다. 쪽지뿐만 아니라 20유로 지폐까지 붙여져있다. 

이 사진을 보면서 21년 전 처음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 강하게 받은 인상이 떠올랐다. 당시 헬싱키에 사는 친구는 교외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주말을 이 별장에서 보내게 되었다. 별장에는 도심의 아파트에 준하는 살림도구와 가전제품 등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다음날 헬싱키로 돌아가는 데 친구는 자신의 별장 현관문을 닫기만 하고 담그지 않았다.

"문 잠그기를 잊지마!"
"여긴 잠글 필요가 없어."
"왜?"
"도둑이 없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잠그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잠거 놓으면 혹시 길을 잃은 사람이나 잠시 필요한 사람이 이 별장을 사용할 수가 없잖아."

잠거 놓지 않으면 남의 것이라도 누군가 가겨갈 것 같은 불안에 익숙한 나에게 당시 핀란드 친구의 말은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둑맞기를 걱정하는 대신에 필요한 누군가가 사용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친구는 나와는 분명히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여겨졌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나에게 아파트 계단에서 주운 20유로 지폐를 게시판에 꽂아놓은 헬싱키 사람의 선행은 쉽게 이해된다. 

3년 전 우리 아파트 계단에서 한국돈으로 약 5만원에 해당하는 100리타스를 주웠다. 그래서 그 자리 벽에 습득물 안내 쪽지를 붙였다. 얼마나 후 우리 아파트 초인종을 누른 사람을 보니 바로 아랫층 이웃이었다. 그는 감사의 뜻으로 비싼 술을 선물로 가져왔다.   

▲ 2년전 우리 집 아파트 계단에서 현금을 주워서 주인을 찾는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번 여름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한 가게에서 한 손님이 지갑을 가게 진열대에 놓고 계산했다.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그만 지갑을 챙기는 것을 잊어버렸다. 15분 후 이 가게에 들러 지갑 여부를 물으니 대답은 뻔했다.  "전혀 본 적이 없어." 
 
잃어버린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있는 세상을 원하는 것은 아니만,  분노감과 안타까움이 한 동안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 습득물 20유로를 아파트 게시판에 꽂아놓은 헬싱키 사람의 행위가 더욱 빛을 발휘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30. 06:13

이제 가을 초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기온은 겨울이다. 이번 주 내내 바깥 낮 온도가 영상 5도 내외이다. 밤에는 영하 2-4로 떨어진다. 아직 중앙난방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양말을 두 컬레 신고, 내복과 바지를 입고, 스웨터 두 벌을 입어도 무릎과 손등에는 한기를 느낀다.


이번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온기를 좀 그 더 느끼게 위해 조카가 쳐준 천막이 떠올랐다. 딸아이에게 텐트를 치자가 제안했다. 때 마침 아내가 주말에 집을 비웠다. 지방 도시에서 합창단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토요일 떠났다.

여름철 가족과 함께 호수 등 야외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4인용 텐트를 3년 전에 구입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한 반도 이를 사용해보지 못했다. 이유는 여름철 관광안내사 출장을 다니느라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 딸, 우리 텐트 치자."
"와, 좋은 생각이다."
"오늘 우리 텐트에서 따뜻하게 잠을 잔다."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딸과 함께 협동하면서 텐트를 쳤다. 생각보다 텐트치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자주 사용해봐야 숙달될 텐데 말이다. 


막상 내 방에 텐트를 쳤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또한 기대한 만큼 텐트 내부가 따뜻하지 않았다. 4인용 텐트는 난방없는 환절기엔 별 다른 효과가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도 주말 딸과 함께 무엇인가 한 두시간 공동으로 작업했다는 것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딸과 함께 텐트 속에서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난 후에 내 이불을 딸 이불에 덮어주었다. 일요일 오전 10시에 일어난 딸아이가 "아, 정말 따뜻하게 잘 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 웃음이 맴돌았다. 

'아빠 이불 때문이겠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25. 05:33

아내가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 마르티나와 스카이프(skye)로 대화하기이다. 마르티나는 아르바이트 생활하면서 느낀 재미난 언어 사건을 어젯밤 아내에게 했다. 그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일주일에 마르티나는 25시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고 있다. 영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일하고 있는 커피숍에서 직원들의 언어 실수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지라 쉬운 단어도 어떨 때는 입에서 금방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엉뚱한 단어가 뜻하지 않게 튀어나온다.


1.
마르티나: "오늘 출근하는 길에 자동차 두 대가 서로 쾅~쾅~하는 것을 봤어요."
사장: "아~ accident?"  
마르티나: "맞아요."

이날 사장은 마르티나를 볼 때마다 "쾅~쾅~"이라고 놀려대었다.

2.
단골 프랑스인 고객: "물 주세요."
이날은 어떤 물을 원하는 지 몰라서 마르티나는 물 두 병을 가져왔다. 그리고 손님에게 설명했다.
"이것은 정상적인 물이고, 이것은 피시시~ 물입니다."
마개를 여는 시늉까지하면서 생생하게 탄산수를 설명하니 주변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순간적으로 "water with gas"와 "water without gas"가 떠오르지 않았다.


3. 
마르티나 동료 중 한 사람은 연봉 많은 애플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복잡하게 머리 쓰는 일이 싫어서 그만두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마르티나가 뒤에서 보니 그가 뭔가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르티나: "Do you have testicles?"
마르티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동료의 얼굴은 순간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분명 안경이라고 말한 것 같은데 왜 얼굴이 붉여졌을까 의아해하는 순간 마르티나는 엄청난 말실수를 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안경을 뜻하는 "spectacle"이라는 단어 대신 갑자기 의약용어 고환을 뜻하는 "testicle"이 튀어나왔다. 그러니 남자 동료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커피숍은 마르티나의 이 황당한 단어 실수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집에 있을 때에는 비교적 말수가 적은 데 낯선 곳에서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재미나게 하고 있는 마르티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17. 07:29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는 359헥타르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1천5백여개의 건물이 거리와 골목길, 그리고 뜰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주된 관광거리는 필리스 거리를 벗어난 골목길이 하나 있다. 담벼락에는 리투아니아 문학인과 리투아니아 문학과 관련된 사람들을 주제로 예술 작품 23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여러 작품 중 눈길을 낯익는 동양인들에게는 저속해 보이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주먹을 쥐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끼워넣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 심한 욕을 상징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것을 쉬피가(špyga)라 부른다. 조롱, 경멸을 표시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즉 누군가  무엇을 부탁하면 부탁한 사람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상대방이 쉬피가를 보여준다. "당신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거야!"라는 말이다. 

작금의 여러 나라 정치 상황 속에서 이 작품의 이름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


국민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행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이 아닌가?! 국민이 일 잘 하라고 뽑은 사람들이 오히려 권력과 이욕에만 눈이 멀어 쌍욕 상징으로 국민을 대하는 것은 잘못 되도 너무 잘못된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14. 06:50

서울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씨, 이씨,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그 돌을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한국에는 김씨, 이씨, 박씨, 최씨 등의 성이 다시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두 자인 이름보다 한 자인 성씨로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다보니 현지인들과 한국인들이 어울리는 모임에서 현지인이 말하는 '김'이 어느 누구를 가르키는 지 헷갈린다.
 
그렇다면 유럽 각국은 무슨 성이 다수일까? 아래는 각 나라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진 성이 표기되어 있다. [이미지출처 image source link]


페로제도 Joensen 요엔센
노르웨이 Hansen 한센
스웨덴 Johansson 요한손
핀란드 Korhonen 코르호넨
러시아 Smirnov 스미르노프
에스토니아 Tamm
라트비아 Bērziņš
베르진쉬
리투아니아 Kazlauskas 카즐라우스카스
벨라루스 Ivanov 이바노프
폴란드 Nowak 노바크
체코 Novak 노바크
덴마크 Jensen 옌센
독일 Müller 뮐러
영국 Smith 스미스
아일랜드 Murphy 머피
네덜란드 De Jong 데 용
벨기에 Peeters 페데르스
프랑스 Martin 마르틴
오스트리아 Gruber 그루베르
슬로바키아 Horvath 호르바트
우크라이나 Melnik 멜니크
루마니아 Popescu 포페스쿠
불가리아 Dimitrov 디미트로프
헝가리 Nagy 나지
슬로베니아 Novak 노바크
크로아티아 Horvat 호르바트
보스니아 Hodžić 호지치
세르비아 Jovanović 요바노비치
코소보 Hoxha  호자
알바니아 Beqiri 베퀴리
마케도니아 Angelovski 앙겔로브스키
그리스 Papadopoulos 파파도포울로스
이탈리아 Rossi 로시
스페인 Garcia 가르시아
포르투갈 Almeida 알메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위의 내용을 알아두었다가 처음 유럽 사람을 만날 때 대화의 한 주제로 삼을 수 있겠다. 명함이나 이름에서 '멜니크'를 본다면......

"혹시 우크라이나 사람인가요?"
"우와~ 맞아요. 어떻게 알아요?"
"멜니크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흔한 성씨로 알고 있어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13. 06:08

"묘비에 새길 이름, 서명으로 하면 어떨까" 글에서 에스토니아 묘비의 한 모습을 알아보았다. 이번에 에스토니아 탈린 묘지(Tallinna Metsakalmistu)를 방문하면서 가장 큰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묘비의 크기였다. 이 묘지에는 정치인, 예술인 등을 비롯한 에스토니아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다. 아래 영상은 이 묘지에 묻혀있는 전 에스토니아 국가원수 두 분의 묘지이다.  


이 에스토니아 탈린 묘지에서 만난 묘비 크기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일반적인 리투아니아 묘와 묘비에 대해 잠깐 말하고자 한다. 리투아니아 묘지는 한 마디로 꽃밭이다. 관을 묻고 봉분을 하지 않고 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에 다양한 꽃을 비롯한 식물을 심는다. 그리고 형편에 따라 크고 작은 다양한 묘비 조각상을 수직으로 세운다. 

* 일반적인 리투아니아 묘지 모습. 마치 꽃밭에 온 듯하다.

에스토니아 탈린 묘지 입구에는 주요 인사들의 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도가 있다. 이 묘지에는 에스토니아 초기 에스페란토인의 묘도 있다. 이왕 온 김에 이 묘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묘지가 워낙 넓고,배도 고프고 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리투아니아 묘지는 꽃밭을 거니는 듯하지만, 에스토니아 이 묘지는 그야말로 산림욕을 하는 듯하다. 묘비가 작고 높지 않아서 나무나 수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묘비들은 수직으로 세워지지 않고 비스듬히 땅에 눕혀 있다. 


어떤 묘는 아예 잔디가 없고 벌겅숭이로 남아 있다. 묘 주변에는 꽃화분이 하나 놓여 있다. 


에스토니아 국가원수를 지낸 두 분의 묘소는 부인과 함께 나란히 묻혀 있다. 

▲ 전 에스토니아 국가원수 아우구스트 레이(August Rei) 묘
▲ 전 에스토니아 국가원수 콘스탄틴 패츠(Konstantin Päts)의 묘

다른 묘 옆 마치 자투리 땅에 묻혀 있는 듯한 묘가 눈길을 끌었다. 누구냐고 현지인 동행인에게 물으니 "소련으로부터 에스토니아가 독립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위키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윌로 누기스(Ülo Nugis)는 에스토니아 정치인으로서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당시에 에스토니아 최고회의(국회격) 의장이었다.   

▲ 전 에스토니아 최고의회 의장 윌로 누기스(Ülo Nugis) 묘

에스토니아 국가 독립의 상징적인 인물인 데 비해 그의 묘비는 너무 단촐하다. 크기가 궁금해졌다. 들고 있던 갤럭시 노트 2로 한번 비교해보았다. 묘비 크기는 갤노2의 8배 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에스토니아 탈린 묘지를 다녀온 후 두 가지 화두가 생겼다. 하나는 묘비에 이름 대신 서명을 넣을까이고, 다른 하나는 묘비의 크기는 가급적이면 작게 하면 어떨까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12. 05:52

일반적으로 묘비(비석) 앞면에는 망자의 생몰 년대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묘지를 방문했을 때 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묘지에 새길 이름 대신에 서명으로 하면 어떨까라는 것이다. 

일부 묘비에는 묘비 조각가가 새긴 이름 대신에 망자가 살았을 때 사용한 서명이 새겨져 있었다. 아직까지리투아니아 묘비에는 한 번도 이를 본 적이 없어서 눈에 쉽게 각인되었다. 

유럽에서 서명은 도장이나 인감에 해당하며 자신이 문서에 기록하거나 동일인임을 표시하는 것으로 직접 손으로 쓴 것이다. 

아래는 에스토니아 탈린 묘지에서 본 서명이 들어간 묘비이다.  


묘비에 이름 대신에 서명이 있으니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망자에 대한 추억을 더 생생하게 느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9. 06:35

빌뉴스 교외에 사는 친구로부터 모처럼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함께 자기 집에서 사우나를 하자고 했다. 폴란드에서 손님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우리 집에 손님들이 오는 데 같이 가도 되나?"라고 물었다.
"우리 집 뜰과 사우나는 충분히 넓으니 염려하지 말고 같이 와!"라는 답했다. 

우리 식구 세 명과 폴란드에서 온 손님 세 명과 함께 친구 집을 방문했다. 먼저 뜰에서 친구가 직접 구운 빵과자와 함께 차와 커피를 대접 받았다. 


친구는 다래도 내놓았다. 뜰 울타리에서 5년 동안 키운 다래나무가 올해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 말랑말랑한 다래는 당도가 높아 참 맛있었다.


종교의식에 가까운 친구집의 사우나는 늘 인상적이다. 친구집 사우나에 대해서는 일전에 올린 글이 있기에 여기선 생략한다[관련글: 종교의식 방불케 한 유럽 친구집 사우나 체험].


우리가 가져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먼저 사우나를 하고 식사를 한다.   

무엇보다도 이날 우리 일행에게 신기한 모습은 바로 친구의 수박 자르기였다. 먹기 좋고, 보기 좋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수박이 자라지 않는다. 대체로 중앙 아시아나 남유럽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된다.

이날 친구가 보여준 수박 자르기는 아주 간단했다. 


먼저 수박을 통채로 식탁 위에 올린다
칼로 깊이 듬성등성 자른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먹는다



도마에 흘러내린 수박물을 닦아낼 필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수박을 자라는 법은 처음 보았다. 길게 자른 수박을 먹을 때 팔뚝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신경써인다. 하지만 비록 볼품은 없지만, 이렇게 먹기에 좋을 만큼 자른 수박을 먹어보니 정말로 수박물은 걱정은 없었다.

"우와~ 정말 쉽고 좋네! 우리도 이제 이렇게 수박을 잘라보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6. 06:43

이번 주말에 폴란드에서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한다. 어제 저녁 아내와 하함께 시장을 보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시동을 걸기 위해 운전석에 앉은 아내가 승용차 사이드뷰미러(혹은 사이드미러, 측면거울)를 확인하는 순간 "헉, 또 훔쳐갔네."라고 말했다. 

* 뒷거울의 거울만 벌써 두 번 도둑맞았다.
 
2년 전 처남 집에 갔다가 도둑맞은 그 측면거울의 거울이었다. 당시 경찰서에 가자 담당 경찰관은 "당신 차종의 부품 도난사건은 밥먹듯이 일어난다. 다행으로 생각하라. 측면거울 떼내기는 30초도 안 걸린다."라고 말했다. 

보험회사는 "종합보험에 들었지만, 본인이 400리타스(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 금액만 보험처리가 된다. 예상 수리비는 약 800리타스(40만원)이다."라고 설명했다.

20만원이 본인 부담이니 우리는 보험처리하지 않고 그냥 인터넷 검색을 통해 5만원을 주고 새로운 거울을 붙였다. 

아래는 승용차 측면거울 소재로 한 재미난 영상이다.  



이번이 두 번째니까 커다란 분노의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측면거울 통채를 훔쳐가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다고 아내를 위로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측면거울의 거울까지 훔쳐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3. 05:17

일전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를 만났다. 아무런 댓가 없이 2박 3일 동안 재워주고 구경시져 주었다. 감사할 뿐이다. 

친구는 집 인근에 특이한 식당이 있다고 했다. 이곳은 바이킹 시대를 소재로 한 식당이다. 연못에서 직접 낚은 물고기로 생선요리를 먹을 수도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식당도 아니고 음식도 아니였다. 바로 야외 전등 지지대였다. 뿌리가 있는 통나무 전체를 가지고 지지대를 만들었다. 아주 간단했다. 바로 뿌리를 위로 하고 통나무를 세워놓았다. 위에 있는 뿌리에는 야생화나 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이 거꾸로 된 통나무 전등 지지대를 보고 있으니, 발상 전환이 왜 때론 필요한 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2. 07:34

벌써 9월이다. 발트 3국에서 관광안내사(가이드)로 일하느라 지난 6월부터 8월말까지 집에 머무른 날은 손가락으로 쉽게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교사인 아내와 초등학생 딸아이는 3개월 동안 여름 방학을 맞았다. 셋 식구가 함께 한 가족 나들이는 딱 한 차례였다. 지인의 초대로 호텔 수영장에서 한인들과 같이 한나절을 보냈다. 

이번 여름철 가장 큰 변화는 마침내 나도 똑똑전화(스마트폰)를 가지게 된 것이다[관련글: 지령 쪽지로 스마트폰 선물하는 딸의 별난 방법]. 여러 해 동안 2G(2세대)폰을 잘 사용했다. 우선 축전지(배터리) 소모가 적어 좋았다. 한 번 충전하면 4-5일은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 제일 아쉬운 점이었다.

똑똑전화가 있으니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해 관광지, 날씨, 위치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따로 카메라나 노트북을 휴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편리한 똑똑전화를 왜 진작에 마련하지 않았을까라면서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11월 5일 딸아이 생일 선물로 똑똑전화를 사줘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일전에 라트비아 리가에 출장 중에 있던 나에게 아내가 유튜브 영상 하나를 소개해주었다. 똑똑전화와 관련된 영상이다. 잠자리에서도, 운동 중에도, 식사 중에도, 입맞춤 중에도, 그네 타기에도, 술 마시는 중에도, 공연 관람 중에도, 생일 축하 노래 중에도 똑똑전화질이다. 

실상을 즐기는 것보다 똑똑전화에 그 실상을 담는 것을 더 즐기는 현대인의 삶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나도 이런 삶에 점점 익숙해가고 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똑똑전화질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아내의 경계문을 읽는 듯 했다.  



8월 30일 관광안내사 출장을 마치고 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자기 위해 아내와 나란히 누웠다. 그런데 아무런 대화 없이 둘 다 똑똑전화질을 하고 있었다. 


"우리 지금 뭐하는 짓이지?"라고 아내가 문득 물었다.
"그러게 말이야. 출장해서 돌아와 피곤한 데 곧 바로 잠에 떨어져야지......"

"불 꺼고 자자!"가 아니라 우리 부부는 이제 "똑똑전화질 그만하고 자자!"로 변했다. 이러다가 2G폰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28. 05:21

발트 3국에서 자라는 가장 흔한 과일나무 중 하나를 말하라면 단연 사과나무이다. 요즘 사과가 한창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기 사람들은 사과나무를 전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과나무는 아주 높이 자란다. 정원이나 텃밭에 있는 사과나무를 보면 저렇게 높은 곳에 있는 사과를 어떻게 딸까 궁금하다. 물론 사다리가 있다.  


그런데 쉽게 이런 의문이 풀렸다. 최근 에스토니아인 친구가 자신의 정원에서 자라는 사과나무를 가르키면서 명쾌한 답을 주었다.  

"사과는 따는 것이 아니라 줍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 후 풀을 헤치면서 떨어진 사과를 주어담았다. 그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이렇게 주운 사과를 집에서 먹기도 하고, 바구니에 담아 직장으로 가져가 동료들과 나눠먹는다고 한다. 

 
물론 여기 사람들도 사과를 나무에서 딴다. 이는 겨울용으로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사람들은 바람에 떨어진 사과를 먼저 먹는다. 나무에서 금방 딴 사과보다도 덜 시다. 하지만 퍼슥한 사과보다는 조금 더 시더라도 나무에서 금방 딴 싱싱한 사과가 나는 더 좋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27. 06:02

날씨마다 제각각 멋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진 찍기 좋은 날은 뭐니해도 화창한 날이다. 여행하기에도 이런 날이 좋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따뜻한 찻집에 앉아서 빗방울이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는 창문을 바라면서 사색에 마음 속 여행을 하는 것이 더 나을 법하다. 

하지만 정해진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온 사람에게는 그럴 수가 없다. 그날 그날 일정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전에 한국 관광객들과 함께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을 방문했다. 아쉽게도 비가 내렸다. 

*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

일부는 우산이 있어도 정원을 구경하는 대신 비를 가려주는 현관에서 그저 눈으로만 구경했다. 다른 일행은 우산을 쓰고 정원을 거닐면서 사진을 찍었다. 우산을 들고 비오는 날 사진 찍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 여성은 순간적인 발상으로 수월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바로 가방을 어깨에 맨 끈으로 우산을 칭칭 감아서 고정시켰다. 사람들이 부탁하기에 나는 우산을 땅에 내려놓고, 렌즈가 비에 젖지 않도록 애써면서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가방을 든 이 여성은 이렇게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했다. 부러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26. 06:46

저쪽 하늘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이쪽 하늘에는 해가 쨍쨍하다. 이는 산이 없는 발트 3국에서 종종 접하는 자연 현상 중 하나이다.


언젠가 집에 있는 딸아이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내 중심가에서 일을 보고 있는 데 전화가 왔다.

"아빠, 지금 비가 정말 엄청 와!"
"그래? 여긴 비가 전혀 안 오는데."

같은 시내에서도 이처럼 여긴 비가 오고, 저긴 비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에는 거리 하나를 두고 비가 오고 비가 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노력하지만,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일전에 에스토니아 해변도시 패르누를 방문하는 데 바로 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까운 바다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해변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한 아이가 아무런 걱정 없이 그네 타기를 즐기고 있다. 폭우가 오는 지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폭우가 금방 이쪽으로 오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손에 든 우산을 만지작거려 본다. 

  
다행히 이날 폭우는 강 건너 불이었다. 세상의 고난이 다 이렇게 비켜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달관자의 심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으리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16. 06:28

일전에 여러 민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러시아인, 한국인, 리투아니아인, 우크라이나인 등이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행사였다. 한 참석자가 생일을 맞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갑자기 들은 생일 소식인지라 즉석에서 선물을 찾아야 했다. 나는 마침 소주가 있어서 "여기 한국에서 온 만병통치약 소주!"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그에게 선물했다.


한 우크라이나인의 선물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민족음식"이라고 소개하면서 서랍에서 하얀 물건을 꺼냈다. 여기에 외국 세관원과 우크라이나 여행객의 대화를 덧붙였다.


세관원: "마약이 있나?"
우크라이나인: "당연히 있지."
세관원: "꺼내봐."
우크라이나인: "여기!"
세관원: "이건 돼지비계잖아!"
우크라이나인: "우리에겐 이것이 마약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인에게는 돼지비계가 마약으로 통한다. 그만큼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외국에 여행갈 때 한국인이 김치나 깻잎 등을 가져가듯이 우크라이나인은 돼지비계를 가져간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돼지비계를 살로로 부른다. 살로는 돼지비계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한 것으로 얇게 썰어 먹는다. 이날 아래와 같이 빵조각에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를 얹어서 먹어보았다. 평소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는 입안에 살살 녹는 듯 정말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아~~~ 그래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마약이라고 부르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래는 이날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를 선물하는 장면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언젠가 우크라이나에 가서 이 살로로 불리는 돼지비계 요리를 직접 먹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13. 05:17

관광안내사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행사 중 관괭객들과는 대개 일방통행식으로 의사전달이 이루어진다. 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로부터 질문이 많을 때는 다소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함께 했지만 헤어질 때는 마음이 찡하고 아쉬워하는 경우도 많다. 일전에 만난 단체도 이 경우이다. 식당에서 음식이 맞지 않아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이나 반찬을 꺼내 먹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그런데 이번 단체는 여러 날을 같이 보냈지만,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이 분들은 참 대단하다. 오로지 현지식에만 충실하시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서 공항으로 떠나기 전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 관광객들이 한 분 두 분 다가와 봉지에 든 것을 주었다.

"남은 것을 주는 것이 실례가 될 듯해 주저되지만 혹시나 해서 이렇게 드립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렇게 모인 음식 선물 봉지가 내 가방도 더 컸다.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대부분 컵라면, 소주, 한국 과자였다.


그 중에서 이번 대박 음식은 뭐니해도 무말랭이 무침이었다, 달콤매콤한 이 반찬을 먹어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적은 양이지만, 여러 끼를 절약해서 먹었다.


관광안내사 일의 또 다른 재미가 이런 것이다. 그 동안 음식 선물을 준 모든 관광객들에게 감사드린다. 외국에서 진짜 한국의 음식 맛을 느끼고 (찰나이지만) 즐길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관련글: 유럽 현지 식당에서 한국 반찬 먹어도 되나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12. 07:00

이번 토요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지역에는 난데 없이 강풍과 폭우가 동반했다. 밤 9시경이었다. 한 시간 후인 밤 10시에 서울에서 손님이 탄 비행기가 빌뉴스 공항에 도착하는 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 광경을 우리 집 아파트 창문을 통해 영상에 담아보았다. 


그런데 정말 기적같이 비행기가 도착할 무렵 하늘은 다시 평온을 찾았고, 손님은 이런 일이 일어났는 지조차 몰랐다. 


한편 또 다른 빌뉴스 시민은 더 영화같은 장면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바로 강풍에 자작나무가 두 동강이 나서 자동차를 덮치는 광경이다. 
 
* Video source link: http://tv.delfi.lt/video/HEUGely7/ 

하늘은 한 순간에 이런 무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잠시 후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듯 다시 잠잠해진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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