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8건

  1. 2014.02.20 한국어 학생들이 생일 선물로 준 풍선 케익
  2. 2014.02.18 김밥 함께 만들어본 외국인들 아주 좋아해 3
  3. 2014.02.13 연꽃차 향기따라 30년 공백의 정이 스며든다 1
  4. 2014.02.11 반찬 많은 한식, 식탁 상판 이동으로 수월 1
  5. 2014.02.10 유럽인 친척 생일에 김치 3kg 선물했더니
  6. 2014.02.07 바지 지퍼 - 남대문 열렸어 - 나라마다 천차만별
  7. 2014.02.06 한국 주유소에서 본 낯설은 정전기 제거판
  8. 2014.02.05 해외에서 한국방송 보기가 이렇게 수월하다니 7
  9. 2014.01.27 칼빈소총 보드카 선물, 나름대로 해석
  10. 2014.01.23 스마트폰 하지 않는 조건으로 식당 가기
  11. 2014.01.14 유럽인들에게 윷놀이 소개했더니 돈걸고 하자 1
  12. 2014.01.10 BMW 화재, 현지인 반응 - 한국 차 샀어야 5
  13. 2014.01.03 지상에서 하늘길 내려다보는 엄마의 심정
  14. 2013.12.30 외국인들, 강 공장장과 공 공장장에 박장대소 1
  15. 2013.12.16 장모가 일러준 무딘 가위 날카롭게 하는 법 1
  16. 2013.12.13 수도관 잠그지 않고 외출하다가 이런 낭패 3
  17. 2013.12.13 1년 반 사용한 한국 의자의 모습 2
  18. 2013.12.10 30분 진료비가 최저임금의 1/4 1
  19. 2013.12.06 해외에서 콩나물 키우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4
  20. 2013.11.28 식당에서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수북히 받으니
  21. 2013.11.22 한국어 수업, 양처럼 착하다에 키득키득 2
  22. 2013.11.21 러시아에서 빈 술병은 탁자 위에 놓으면 안 돼 1
  23. 2013.11.11 어떻게 자라는 지 잘 모르고 있는 식물 10
  24. 2013.11.08 돌잔치 옷 직접 만든 반쪽 한국인 아빠 만세! 4
  25. 2013.11.04 좋은 데 갔는데 울면 안 되지 - 초연한 초등 딸 1
  26. 2013.11.01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폭소하는 외국 학생들
  27. 2013.10.28 단풍잎에 글자 파서 실내 장식 만들기 2
  28. 2013.10.25 외국에서 예고없이 불쑥 집에 출현한 딸에 감동 7
  29. 2013.10.23 양귀비 열매 탈탈 털어 씨앗을 꼭꼭 씹어보니
  30. 2013.10.21 학년 마치자 담임이 추억거리 동영상 만들어줘
생활얘기2014. 2. 20. 06:14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평소와 같이 수업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다. 열쇠로 강의실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일을 잘못 알고 강의하러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강의실 열린 문 뒤에서 낯익은 한국어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내 생일을 알았을까?
물어보니 페이스북에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하얀색 풍선에 한국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심지어 에스페란토 등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초콜릿, 빵과자, 축하엽서도 받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일은 '생일'이 아니라 '생신'이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으니 참았다. ㅎㅎㅎ

무엇보다도 풍선에 그려진 케익이 보기에도 맛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학생들의 선물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짜 내 생일에 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

1년에 맞는 생일은 세 번이다. 
1. 여권에 기재된 음력 생일
2.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
3. 해마다 변하는 음력 생일

가족도 헷갈려 여러 해 전에 2번 생일을 진짜 생일로 정했다.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생일 축하 쪽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Kun unua naskiĝtago, paĉiuka!!! Multege da sano, mono (por ke mi estu feliĉa ankaŭ), kaj sukceson en iu ajn ŝtupo en vivo! P.S. Mi gratulos vin en Marto denove.

아빠,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아주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고(나 또한 행복하도록),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성공하세요. 추신: 3월에 또 축하할 거예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8. 07:38

1월에 한국 방문한 주된 목적은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다. 내국인 38명과 7개국에서 온 외국인 19명이 참석했다. 선, 종교,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한 강연들이 열렸다. 한국음식 김밥 만들기 체험도 아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요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김에 밥을 얹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좋은 색깔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중국인: "어렵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헝가리인: "내가 만든 김밥은 자꾸 터져버린다. 짤라서 먹는 것보다 통채로 잡고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브라질인: "그냥 구경만해도 배가 부른다."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어울려 김밥을 만드는 광경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면 유럽인 친구들을 초청해 김밥 잔치를 함께 열어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3. 05:46

1년만에 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유럽 리투아니아 집에서 흔히 마시는 차는 숲열매차다. 산딸기(raspberry, frambo), 검은딸기(bramble, rubuso), 빌베리(bilberry, mirtelo), 뱀딸기(mock strawberry) 등으로 만든 차다. 

* 유럽에서 즐겨마시는 숲열매차

한국에서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무슨 차를 마실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유럽에서 마실 수 없는 차를 간단하게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전주 덕진공원 길 옆 찻집에서 마신 쌍화차가 기억에 남는다. 대추와 잣으로 이루어진 내용물이 참 많았다. 차가운 날씨에 마시는 뜨거운 쌍화차는 그야말로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 전주에서 마신 쌍화차

뭐니해도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마신 차 중 돋보이는 것은 연꽃차이다. 여름에 피는 연꽃을 겨울에 차로 마시니 잠시나마 추운 겨울을 잊었다. 

* 대구에서 마신 연꽃차

특히 이날 연꽃차 모임에 만난 사람들은 30년 전 대구에서 고등학생 시절 거의 매주 토요일에 만나 학생활동을 같이 했다. 30여년 공백의 정(情)이 상큼한 연꽃차 향기따라 몸안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연꽃차, 
옛 우정을 듬뿍 담아 마시고 마시고 또 마셨다. 
이런 차를 가져와 유럽 친구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하게 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1. 04:37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가장 신나게 한국 음식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는 표현은 "한국 음식은 다양한 반찬이 많아서 참 보기도 좋고 먹을 것이 많다."다. 맞는 말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면 식사 시간도 절로 길어져 느긋함을 쉽게 누릴 수 있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 먹은 한국 음식이라고는 고작 밥 그릇에다가 미역국이나 된장국 등 국 그릇 하나뿐이다. 김치나 밑반찬이 한 두 개 더 있다면 그야말로 진수성찬격이다. 

한국 방문 중 반찬이 많이 나오는 음식에 눈과 입이 즐겨웠다. 어느 날 서울에 있는 한식당으로 초대받았다. 나온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남길 것 같았으나 네 명이 먹으니 말끔하게 다 비웠다. 

이날 반찬보다 더 신기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25여년을 살고 있는 지라 이를 처음 보게 되었다. 보통 음식을 쟁반으로 날라 식탁 위에 놓는다. 그런데 이 식당은 쟁반 대신 아예 식탁 상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 상판을 기존 상판 위로 끼어넣었다.


'우와,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하다니! 참 신기하네. 우리 집 거실 식탁에도 이렇게 끼워넣을 수 있는 상판이 있으면 참 좋겠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우리 집 식탁에 손님 대접을 마친 후에는 음식 그릇 등을 부엌으로 수차례나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판이 있다면 상판을 통채로 부엌으로 옮긴다면 아주 수월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식탁 상판 이동에 주변 유럽인 친구들은 깜짝 놀라워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0. 07:02

유럽인 아내의 조카가 30살 생일을 맞아 토요일 잔치를 열었다. 그는 리투아니아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이자 러시아 프로 축구 선수이다. 특이한 사람이다. 보통 운동 선수들은 육식을 즐기는 데 그는 채식주의자다. 오래 전부터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밥과 김치이다.

유럽 사람들은 30살 생일을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는 30이라는 숫자에 맞게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명을 빌뉴스 텔레비전 탑 19층 하늘 식당으로 초대했다. 

이런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가 늘 고민이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므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오르는 물건이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잘 먹는 음식인 김치였다. 

알고 지내는 한인에게 전화했다. 마침 김치를 6kg 정도 곧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김치만 달랑 줄 수 없으니 50도짜리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도 준비했다. 10년을 1kg로 계산해 김치 3kg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고 붉은 고춧가루에 어울리는 붉은 열매꽃을 꽃가게에서 샀다. 이렇게 선물이 마련되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텔레비전 하늘 식당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식당이다. 식사하면서 창 밖에 펼쳐지는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온도가 영상의 날씨라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전등빛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없었다.

"붉은 색 김치, 50도 활활 타오르는 꿀주, 붉은 색 열매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정으로 살기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조카에게 선물을 건냈다. 뜻밖의 김치 선물에 조카는 몹시 기뻐했다.


"와, 정말 아껴 먹어야겠다. 오늘 식사에 이 김치 내놓으면 최고일 거야."
"뭐 오늘은 여기 고급 음식 먹고... 김치는 네 말대로 집에서 아껴 먹어... ㅎㅎㅎㅎ"

이 색다른 선물에 주위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한마디했다.

"앞으로 선물은 고민하지 말고 선물용 그릇에 김치를 담아주면 되겠다."
"나도 동감이야. 오늘 사람들 반응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김치가 최고일 듯."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7. 05:05

리투아니아 빌뉴스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광고를 만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남대문 열렸네"를 연상시키는 광고이다.  

이 광고 내용은 "여자 사기는 부끄러운 일이다. 일찍이든 늦든 모두가 알 것이다." 아뭏든 동서가 모두 "남대문이 열린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구나 "남대문이 열렸어"라고 일려주거가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부끄러운 듯 슬그머니 올리면서 "왜 남대문이 열렸지. 동대문이 열려야 하는데..."라고 능청스럽게 답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경우 어떻게 말할까?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나서 페이스북 에스페란토 그룹에 아래와 같이 문의했다.

"바지 지퍼가 열렸을 때 한국 사람들은 '남대문이 열렸다'라고 말하는 데 너희 나라에서는 이 경우 어떻게 표현하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으로부터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나라마다 그 표현이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핵심단어는 문, 새(작은 새), 가게 등으로 비슷하다.  


나라 제공자와 내용 번역
핀란드 Salla Lappalainen: "Ĉevaloj forkuras." 말들이 도망간다.
에스토니아 Tõnu Hirsik: "Via ĉevaleja pordo estas malfermita." 네 마굿간 문이 열렸다.
독일 André Müller: "Viaj ĉevaloj forkuras!" 네 말들이 도망간다!
포르투갈 Rui da Palma: "Ĉu estas pagotago? aŭ "Hodiaŭ ne estas sabato!"  지불일이야? 혹은 오늘 토요일이 아니야!
칠레 Max Elbo: "Vi havas la budon malfermita." 네 오막집이 열렸다.
프랑스 Emmanuel Voyard: "Estas tago de pago, hodiaŭ?" 오늘이 지불일?
프랑스 Kévin Morel-Fourrier: "La birdeto eliros" aŭ "Estas paga tago hodiaŭ." 작은 새가 나올 거야 혹은 오늘이 지불일.
일본 Nitta Takamichi: "Vi malfermas socian fenestron." 사회의 문이 열렸다.
크로아티아 Stanko Rukelj: "La butiko malfermiĝis." 가게가 열렸다.
스페인 Pedro Hernández Úbeda: "Kaĝo malfermita, birdeto mortinta." 새장이 열렸고, 작은 새가 죽었다.
스페인 Juan Ca: "Via birdeto malliberiĝas."
네 작은 새가 갇힌다.
아르헨티나 Maximiliano Catania: "Via apoteko malfermitas." 네 약국이 열렸다.
브라질 Sandro M. Alves: "La birdeto ekflugos." 작은 새가 날아가기 시작할 거야.
스페인 Domingo Cordón: "La birdeto eskapos." 작은 새가 도망갈 거야.
이탈리아 Pedro Tiago: "La vendejo estas malferma." 가게가 열렸다.
이탈리아 Francesco Costanzo Non: "La apoteko estas malfermita. 약국이 열렸다.
이탈리아 Nicola Morandi: "La viandbutiko malfermiĝis." 정육점이 열렸다.
미국 Jennifer Bondelid: "XYZ, PDQ." 
Examine your zipper, pretty darm quick.
지퍼 확인하고 빨랑 닫아.
미국 William Harmon: "La besteja pordo malfermas." 가축우리 문이 열렸다.
미국 Keith Bowes: "La zipo estas malferma." 지퍼가 열렸다.
미국 Mark Riendeau: "Greneja pordo estas malfermita." 곡간 문이 열렸다.
불가리아 Aminda-Ivanka Stoyanova: “O, via vendejo (ankoraŭ), (jam) estas malfermita?   야, 네 가게가 열렸니?
영국 Ed Robertson: "Estas ovaĵo sur via ŝuo". 네 신발에 달걀 있어.
필리핀 Gene Corpus: "La birdo ekforflugas." 새가 도망갈 거야.
리투아니아 Jogaile Cojute: "Vendejo estas malfermita." 가게가 열렸다.

왜 토요일과 지불일이 등장할까? 포르투갈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이는 아마 로마시대에서 나온 듯하다. 당시 매주 토요일마다 사람들은 소금이나 다른 지불 물건으로 정산했다. 미국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지퍼가 열렸다고 말한다.  한 친구는 "남대문이 열렸다"라는 한국식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이런 표현은 재미삼아 알아두면 좋겠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네 남대문이 열렸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상대방은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가게가 열렸다"라고 알려주면 즉각 감사 인사를 받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6. 07:03

자동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그 문을 닫으려고 문을 잡는 순간 정전기가 발생해 깜짝 놀랄 때가 흔히 있다. 이런 정전기로 인해 주유하려는 순간 주유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접하고 보니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주유소에 갈 기회가 있었다. 유럽 주유소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정전기 제거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한국의 정전기 사고 안전대책이 앞서가고 있음이 돋보였다. 


막상 이렇게 부착되어 있어도 과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주유하기 전에 이 판에 손을 얹고 정전기를 제거할까... 


설사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 이 판에 일단 손을 얹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5. 07:02

아시안컵 한국 호주 결승전 해외 생중계 사이트는 여기로 
http://www.fromhot.com/ (경시 시작 전 더 많은 중계사이트 안내)

외국에 살고 있으면 가장 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한국방송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유선으로 아리랑TV, 위성으로 KBS World를 시청할 수 있다. KBS World는 수신카드를 구입해 매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특히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려고 하면 해외에서는 시청이 불가능하다라는 쪽지가 뜬다. 

예능 프로그램에 에 관심이 있는 딸에게 한국방송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런 제약으로 그 동안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유튜브가 있어 조금이나마 그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TVPAD를 알게 되었다. 기기가 구입하면 매월 수신료를 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래서 한국 방문시 물품구입 목록에 제일 첫 번째로 기록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서 32만원을 주고 tvpad3을 구입했다. 개봉하니 크기가 명함의 약 2배가 약간 넘었다. 과연 이 작은 기기로 유럽에서도 한국방송을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hdmi로 기기와 텔레비전을 서로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했다. TV 화면에는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설정에서 Wi-Fi를 설정했다. 그리고 메뉴에서 HD KKS로 들어가니 SBS, KBS2, KBS1, MBC, tvN, KBSNSport를 시청할 수 있다. 


메뉴에서 Solive로 들어가니 YTN를 비롯한 21개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 
이날 성공적으로 설치한 후 한참을 KBS와 YTN을 시청했다.


"이제 한국방송 때문에 당신이 일을 적게 할까 심히 걱정된다."라고 아내가 벌써 불만을 드러냈다.
"적어도 다가올 동계 올림픽 기간은 분명 당신의 걱정이 사실일 거야."

tvpad 덕분에 이렇게 수월하게 유럽에서도 한국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더우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27. 10:15

일전에 리투아니아인 처남집을 방문했다. 어느 순간 처남이 나무로 된 상자를 하나 보여주었다. 보드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그 중간에 칼라시니코프 글자가 있다.
 

 
이는 바로 그 유명한 소련제 돌격소충 이름이자 이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다. 칼라시니코프는 2013년 12월 23일 94세로 사망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이 소총(AK-47)은 정품과 비정품 대수를 다 합하면 모두 1억정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이다. 상술이 능한 사람들이 그의 이 소총을 모형으로 해서 보드카 병을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선물로 사주었다. 처남은 술을 좀 과하게 좋아한다.
'처남, 왜 아들이 이 소총 보드카를 선물한 줄 알아?"
"글쎄."
"술은 건강을 해치고 이 소총처럼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고 한 것이야."
"그렇다면, 이거 마시지 말아야 하지. ㅎ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23. 07:31

일반적으로 유럽인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식당에 가지 않는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값이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것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식당에서 한 끼 먹는 비용으로 집에서는 여러 끼를 해먹을 수 있다고 계산하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종종 우리 가족은 식당에 간다. 이 경우가 바로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 공연을 만족스럽게 한 때이다. 이때 우리 가족은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는 날이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하나 같이 스마트폰를 사용했다.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아내는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 딸에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식당에 왔으면 서로 얼굴 마주보면 대화를 해야지. 이럴려면 뭐하려고 식당에 왔나? 그만 집에 가자."
"시켜놓은 음식은 먹고 가야지."


듣고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가족이 오붓하게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런 정겨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아내가 제안 하나를 했다.
"앞으로 식당에 가기 전 이렇게 하자. 식당에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자."


일전에 인터넷에서 접한 사진이 떠올랐다.
"우리는 와이파이가 없어요. 서로 대화하세요."

앞으로는 우리 가족의 경우에서처럼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만큼이나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식당도 인기를 얻을 법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14. 07:33

한국이든 유럽이든 즐기는 모임에는 놀이가 빠질 수가 없다. 물론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을 만나면 굳이 시간을 때우기 위한 놀이를 생각해낼 필요가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놀이를 하나라고 종종 질문을 받을 때, 유쾌한 자리라면 사치기사치기 사차뽀를 선보인다. 따라하기가 헷갈린다고 하지만, 모두들 재미있어 한다.   


우리 가족은 긴긴 겨울철 주말에 화토를 치곤 한다. 딸아이 요가일래도 한국에서 배운 화토를 친구들이 찾아오면 종종 소개하고 친다.

일전에 현지인 두 가족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식사와 가벼운 음주를 겸한 자리였다. 
"아빠, 오늘은 가족별 윷놀이를 하자"라고 딸아이가 제안헸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모르니까 재미있어 할까?"
"그래도 해보자. 해봐야 재미있는 지 없는 지 알 수 있잖아." 


이렇게 윷놀이를 시작했다. 윷놀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가족별로 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족은 윷놀이를 처음 접했다. 이들은 우리 가족이 분명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윷놀이의 묘미는 누가 모나 윷을 많이 하느냐보다 말판을 잘 운영해서 상대방의 말을 잡는 것이다. 모두 완전 초보자라 상활에 따라 여러 가지 이동 안을 알려주면서 선택하라고 했다. 


종종 화토도 초보자가 이기듯이 이번 윷놀이에도 완전 초보인 가족이 이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 걸고 할 걸... 다음엔 반드시 돈을 걸고 하자. ㅎㅎㅎ"


이날 우승한 가족의 웃음처럼 모두 다 즐겁게 보냈다. 다가오는 설에 현지인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윷이요, 모요, 잡아라" 소리가 우리 거실에 울러퍼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10. 08:13

고민 끝에 차는 건물 앞에 주차
요즘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요일 아내는 동료 교사와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유명 성악 교수를 찾아갔다. 다가올 노래 경연대회를 앞두고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방문을 마친 후 딸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학교로 향했다.

잠시 고민했다. 차를 아파트 마당에 주차해 놓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차로 학교에 갈 것인가. 동료 교사를 태우고 있는지라 그냥 학교까지 차로 가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해 또 다시 고민했다. 인근 도로가에 주차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 건물 앞 좁은 길에 주차할 것인가. 마침 공간이 있어 학교 건물 앞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교감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았다. 주차한 후 10여분 정도 지났다. 

믿기 어려운 상황 전개 - 트렁크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눈 앞에 있는 차 트렁크에서 연기가 엄청 새어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우리 차였다. 112로 소방소에 즉각 신고했다. 그런데 벌써 소방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인이 연기나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차와 아내는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다. 4명의 소방대원들이 달려와 트렁크에서 막 번지려고 하는 불을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모포로 쉽게 진화했다.


한국 차를 샀어야지
한국 차를 가지고 있는 한 동료 교사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봐! 이런 비싼 차 사지 말고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

아내는 잠시 동안 충격에 빠졌지만, 동료 교사들의 격려에 감사할 사항을 찾았다. 만약 차를 아파트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만약 차를 학교 건물 코 앞이 아니라 도로가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고스란히 우리 차는 앙상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승용차 한 대가 전소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행인의 전화도 도움됐고, 또한 소방소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기름통 반대편 트렁크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트렁크에 있는 전기배선에 이상이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아내는 곧 바로 보험사로 전화해 후속조치를 밟아갔다. 종합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되고, 또한 수리하는 동안 차량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자동차 전기 수리사가 순간 떠올랐다. 그로부터 좋은 조언을 얻었다.

BMW 서비스센터로 
"BMW 차 제작결함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BMW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의 조언 덕분에 어제 견인차로 BMW 서비스센터로 우리 차를 보냈다. 이곳에서 빠른 시일내 정밀진단을 한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고난 차를 많이 견인하는 운전사의 말은 불행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신 차는 정말 운좋았다."    

이렇게 새해 첫 번째 달에 승용차 한 대를 공중으로 날릴 뻔했다. 불행 속 다행에 감사하면서 잠시 말썽을 피운 지금의 차에 더 애정이 간다. 하지만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라는 동료 교사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3. 08:35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에게도 드디어 교환학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나라를 두고 고민하다가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내에 있는 여러 대학교를 두고 또 고민하다가 루이지애나 주도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이유 중 하나가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이다.

대학교측에서 1월 3일 열리는 첫 교환학생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적합한 비행노선을 찾다보니 공교롭게도 출국일자가 12월 31일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일에 가족이 헤어져야
보통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해의 첫날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 바로 이날 식구들이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아내가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성인이지만, 딸아이 혼자 낯선 뉴욕 땅에서 송구영신해야 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중간 기착지인 뉴욕 공항에 마르티나가 도착할 무렵 아내는 페이스북(facebook), 바이버(viper), 스카이프(skype) 등을 켜놓고 첫 소식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뉴욕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12월 중순에 마르티나는 뉴욕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냐고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 쪽지가 올라가자마자 친구의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그는 뉴욕에 사는데 기꺼이 자기 집으로 초대해 재워줄 뿐만 아니라 1월 1일 뉴욕 시내 안내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막상 선뜻 도와준다고 하나 생면부지인 사람이라 걱정이 좀 되었다. 

친구의 친구 덕분에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맞이
뉴욕 공항에 잘 도착했고, 맨하탄에서 친구의 친구까지 제시간에 만났다. 이들은 2014년 새해를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맞이했다. 약속한 대로 1월 1일 이 새로운 리투아니아인 친구 덕분에 뉴욕 관광을 즐겼다. 한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이렇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1월 2일 이른 아침 마르티나는 뉴욕을 떠나 뉴올리언스를 향했다. 도착할 무렵 아내는 또 다시 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공항 웹사이트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아내는 여러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마르티나가 탄 비행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막힌 사이트를 찾아냈다.


flightradar24.com에서 하늘길을 내려다본다
flightradar24.com은 현재 시각 하늘에서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의 이동모습을 한 눈에 보여준다. 해당 비행기 아이콘을 누르면 이 비행기와 비행노선에 대한 정보가 뜨고 이동경로가 나타난다. 아내는 내내 비행기 이동경로를 지켜보면서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랬다. 마치 아내가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가고 있는 심정이었다.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지상에서 비행기의 하늘길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말이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야!"라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당연히 즐겨찾기에 넣었다. 앞으로 공항에 손님을 영접하러 나갈 때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30. 08:40

긴 크리스마스와 주말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리투아니아는 국민 대다수(77%)가 로마 가톨릭교를 믿는지라 크리스마스 국경일은 3일이다. 24일, 25일, 26일이 쉬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이 3일 휴가를 보냈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휴가를 보낸 가족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집처럼 보냈을 것이다.

24일은 가족과 음식 만들기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만찬이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를 일절 먹지 않는다. 만찬 식탁에는 12가지 음식[관련글 읽기]이 올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주부 한 명이 일하기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도와서 음식을 준비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서 기도한 후 미사빵을 나눠먹는다. 이날은 편식하지 않고 12가지 음식을 고르게 먹는다. 식탁에는 혹시 방문할 사람을 위해 빈 의자, 빈 접시와 수저를 마련한다. 식사 후 식탁에 둘러앉아 지난 1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찬송가도 부른다. 이날은 식사 후에도 식탁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집도 있다. 그리고 성당에서 열리는 밤 미사에 참가한다. 

 


25일은 가족과 함께

25일 성당 미사에도 참가한다. 이날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날만큼 우리 가족은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공동 놀이를 하기로 했다. 유럽 지도 놀이와 화투 놀이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함께 했던 부엌이나 거실에서 식구들은 자기 방으로 한명씩 사라졌다. 낮에는 "오늘은 함께 놀아야 돼"라고 책망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함께 놀기가 이젠 지루해"에 공감도가 높아져 갔다.

 

26일은 친구들과 함께

휴가 3일째는 주로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초대에 응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척 부부 한 쌍과 친구 부부 한 쌍, 그리고 이들의 딸과 남자친구를 초대했다. 어른이 모두 8명이었고, 나라는 4개국(한국, 리투아니아, 이집트, 스페인)이었다.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고, 친구 딸의 남자친구가 스페인 사람이다.

먼저 탁구 놀이로 시작했다. 이어 찬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따뜻한 음식으로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식탁에서 가장 웃음을 선사한 것은 혀 꼬이게 하는 각 나라말의 문장이었다. 

외국에서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현지인들이 놀이삼아 질문한다. "너, 이 (리투아니아어) 문장을 따라할 수 있어? 한번 해봐! 해봐!"
잘하든 못하든 외국인의 시도에 현지인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런 경우에 가장 좋은 대응책은 이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내가 말하는 (한국어) 문장을 한번 따라해봐!"

 

혀 꼬이게 하는 문장

이날 모임에 나온 각 나라말 중 혀 꼬이게 하는 문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순서는 아랍어, 리투아니아어, 스페인어이다. 

 


제일 나중에 한국어 차례였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았던 문장을 소개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 문장에 모두가 대장대소했다. 이 한국어 문장이 4개 언어 중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낙점되었다. 이런 즐거움과 유쾌함 속에 모처럼 빌뉴스 우리집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였다. 그야말로 "즐거운 성탄절"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6. 07:56

유럽 리투아니아에는 대체로 며느리와 시어머니간 갈등보다는 사위와 장모간 갈등이 더 부각된다. 한 예로 집안의 골방이나 다락방, 물건창고를 농담으로 '장모방'이라 부른다. 장모가 딸을 보기 위해 찾아왔을 때 장모가 이곳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한다. 장모의 지나친 간섭에 사위들의 반란인 셈이다. 또한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으로 광대버섯을 꼽는다. 이는 농담이다. 왜냐하면 광대버섯은 독성이 아주 강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장모님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아내는 직장에 가고 없었다. 장모님께서 가위를 들고 부엌에서 오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위가 무뎌서 종이가 잘 잘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위, 이 가위가 정말 무디네. 무딘 가위를 쉽게 날카롭게 하는 법 알려줄까?"
"어떻게요?"
"집에 금강석이 없을 경우에 쉽게 날카롭게 하는 법을 알려줄테니까 잘 봐."


이렇게 말한 후 장모님께서 함께 가져온 철사로 된 물건을 가위로 여러 차례 자르듯이 했다. 

"효과가 있을까요?" 
"나중에 한번 봐."


영상에서 보듯이 장모님께서 손질한 가위는 종이를 가볍게 싹둑싹둑 잘랐다. 

"정말 효과가 있네요. 기억했다가 다음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3. 06:26

외출하려고 집을 나갈 때는 항상 아파트 문을 잠그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먼저 욕실로 간다. 혹시나 수도관으로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화장실로 간다. 변기에 물이 새지 않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부엌으로 간다. 가스밸브를 잠그기 위해서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의심이 들어서 다시 한번 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과실로 인해 이웃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보험에도 들었지만, 그래도 늘 확인하고 밖으로 나간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다시 한번 이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발코니 난간이 마치 혹한의 폭포처럼 변했다. 바로 이웃이 수도관 잠그기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종종 아파트에 단수조치가 내려진다. 정확한 시간 안내없이 단수조치가 내려질 때가 있다. 이때가 위험하다.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자 수도관을 연다. 물이 나오지 않자 닫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급한 일로 한 동안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혹한의 겨울철 바로 이런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3. 06:11

한국에서 앉아본 양쪽으로 나눠진 등받이 의자가 참 좋았다. 드디어 1년 반 전에 기회가 왔다.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한 교민의 도움으로 이 등받이 의자를 갖게 되었다.  


6개월쯤 지나자 비닐천이 조금씩 닳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유럽인 아내가 몹시 황당해했다.

"정말 좋다고 해서 한국에서 산 의자가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이렇게 됐어?"
"6개월이지만 대부분 집에서 일하는 내가 앉은 시간을 한번 생각해봐."
"그래도 그렇지. 너무 빨리 닳는다."


다시 1년이 더 지난 후 지금의 의자 모습이다.  


이제는 앉는 자리가 보기 흉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그래서 늘 하얀 방석을 놓고 사용한다. 의자의 수명이 너무 짧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습은 의자가 오래 앉아서 부지런히 일한 지난날에 대한 훈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0. 06:12

어제 지방 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께서 빌뉴스에 오셨다. 이유는 치료이다. 한국으로 치면 도청 소재지 국립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다 잡아놓으셨다. 그런데 수술일자가 가까워지자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셨다. 

고소한 병원에서 수술 받아야 하다니
의료 사고로 장모님께서 이 국립병원을 검찰에 고소했고, 수술 예정 담당 의사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에 사는 처남이 이 병원에서 수술해서는 안 되고 수도인 빌뉴스에 있는 병원에서 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했다. 

아내가 빌뉴스에 있는 국립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려고 하니 2-3개월 이후나 가능했다.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라 능력있는 산부인과 의사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리투아니아의 대부분 개인병원 의사는 국립병원에서 퇴근한 후 개인병원에서 진료한다. 자연히 진료시간은 늦은 오후나 저녁이다. 이때면 아내가 직장에 있을 시간이다. 그래서 장모님을 모시고 예약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서 개인병원을 찾았다.

내년에 칠순이 되시는 장모님의 병명은 자궁물혹(낭종)이다. 지방 도시 의사는 몇 차례 진료를 통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암은 아니지만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장모님께서 수술에 동의하고 날짜까지 잡으셨다. 이번에 오실 때에도 수술에 대비해 입원시 필요한 물건들을 다 챙겨오셨다.

* 갑상선 수술로 입원한 사위를 방문한 장모님

진료시간이 다 되었는데 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1시간을 기다리자 한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남자가 들어왔다. 의사였다. 장모님께서는 진료실로 들어가 30분 후에 나오셨다. 얼굴을 보니 밝은 표정이라 결과가 좋은 듯했다. 

지방은 수술 필요, 서울은 수술 불필요
결론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물혹을 가지고도 앞으로 100년은 아무런 걱정없이 더 살 수 있다고 했다. 단지 1년 후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30분 동안 진료를 받으면서 장모님께서는 의사의 친절함과 자상함에 감탄하셨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상한 의사는 처음이다고 하셨다.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을 주었다. 

똑 같은 자궁물혹을 놓아두고 지방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고, 이 의사는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방 의사의 말을 따랐다면 지금쯤 장모님께서는 수술병동에 누워있어야 할 때이다.

30분 진료비가 최저임금의 1/4
개인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포함한 30분 진료비는 얼마일까? 리투아니아 화폐로 240리타스(한국 화폐로 10만원)이다. 이는 법정최저임금의 1/4분이고, 장모님 월연금액의 1/3이다. 

"참 비싸네요."
"오늘 진료하는 것을 보니 50만원도 주고 싶더라. 수술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모님께서는 슈퍼마겟에 들러 맥주를 사서 자축하자고 하셨다. 계산대에서 서로가 지불하겠다고 잠시 우겼다.

"장모님, 제가 내지 않으면 아내가 바가지 긁어요."

이 말에 장모님께서는 동전을 꺼내고 열었던 지갑을 닫으셨다. 그 동전으로 복권 한 장을 사서 내 호주머니에 재빨리 넣으셨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6. 07:28

유럽에 살면서 종종 콩나물을 키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물을 주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콩나물에서 나는 냄새도 있다. 특히 콩을 선별할 때 간과된 조각난 콩이 섞어가는 냄새를 뿜어낸다. 콩나물 키우기에 전혀 생소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콩나물에 물을 주고 콩나물을 다듬는 일은 다 내 몫이다. 나에게 콩나물 키우기는 그야말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어렸을 때 시골집 안방에는 콩나물 시루가 있었다. 동네 공동 우물에서 퍼온 물로 콩나물로 키웠다. 물을주는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좁은 콩나물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물의 똑!똑!똑!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하다. 콩나물을 다듬을 때는 집에 있는 형제들이 모여 각자 할당량을 배분해 돕곤 했다.

좀 더 자랄 때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아내가 콩나물에서 냄새 난다고 빨리 정리하라고 재촉했다. 어제는 큰 마음 먹고 저녁 식사 후 욕실에 혼자 앉아 콩나물을 3시간 동안 다듬었다. 


간간히 그 옛날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또한 스마트폰으로 한국 영화를 시청하면서 콩나물을 다듬었다. 한편 이곳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콩나물을 구입할 수 있는데 콩나물을 직접 키운다고 괜히 시간낭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주는 힘들지만, 종종 생각날 때 이렇게 키우는 것도 추억 상기에 도움이 되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28. 06:42

지갑에 동전이 많으면 무겁다. 그래서 이 동전은 외출하기 전 저금통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일전에 빌뉴스 구가가지에 있는 식당을 다녀왔다. 식사를 맛있게 한 후 영수증을 받아서 계산했다. 그런데 거스름돈을 받아야 하는데 당차 가져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촉한 후에야 종업원이 가져왔다. 거스름돈에는 지폐와 함께 작은 동전이 수북했다. 원래 식당 등에는 작은 동전이 귀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동전이나 지폐로 거스름돈을 줄 것 같은데 말이다.


정말 다른 큰 동전이 없었을까...... 손님들, 특히 외국인이라 작은 동전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놓아둘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종업원이 의도적으로 작은 동전을 선택했을까...... 


여러 차례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다. 좀 불편한 생각이 들어서 약간의 작은 동전만 팁으로 남겨두고 이날은 동전을 기꺼이 지갑 속에 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22. 06:31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가 일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한국어 강좌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13세부터 30살까지 10명이 배우고 있다. 

읽고 쓰기는 얼핏보면 쉬운 듯하지만 수업 진도가 나갈 수록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 여러 명은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향상되고 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이었다. 내용은 "~ 같아요"이다. 


"우리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양 같아요"라고 읽고 있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었다. 선생님이 양처럼 착하다고 하는데 왜 웃을까? 

이것이 바로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 차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 양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과는 다르다. 우리는 양이 순함과 착함의 대명사이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아니다. 좋은 예가 용이다. 동양에서 용은 인간을 보실피는 수호신이지만, 서양에서 용은 쳐녀를 요구하는 괴물이다. 

우리는 양을 순박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고집스럽고, 어리석고 아둔한 것이 바로 양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양은 이와는 다르다. 어린 양은 순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제 여자 친구는 아주 착하고 얼굴도 예뻐요. 천사 같아요"에 이들은 또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는 또 왜 일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천사가 남성형 명사이다. 네 명의 대천사를 모두 남성형 이름으로 표기한다. 가브리엘류스(가브리엘),  미콜라스(미카엘), 라파엘리스(라파엘), 우리엘리스(우리엘)이다. 즉 "여자인 내가 어떻게 (남자) 천사처럼 생겼나?"라고 반문하면서 이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 리투아니아 사람이 눈으로 만든 천사상. 착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언어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모르고 "당신은 양 같아요"라고 서양인에게 했다가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넘어서 욕을 한 꼴이 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특히 비유법(직유, 은유 등)을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21. 05:46

지난 주말 러시아에서 손님이 왔다. 에스페란토 친구이다. 페테르부르그에서 동쪽으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티흐빈에 살고 있다. 전기 기술자로 정년 퇴임했지만, 목재소에서 고용 사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한편 그는 시인, 작곡가, 작가, 번역가,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타 하나 들고 세계 각국을 두루 돌아다니는 사람인지라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생일은 아니지만, 우리 집의 대표적인 한국 국인 미역국을 첫날 끓여서 대접했다. 다음날에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난생 처음 먹어본 이 요리가 맵지만 맥주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다고 칭찬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그는 며칠 동안 한국 음식을 즐겼다. 이렇게 외국인을 만나면 새로운 문화나 경험 등을 서로 주고 받게 된다. 내가 배운 새로운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이 러시아 친구와 함께 리투아니아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같이 사우나를 하면서 맥주를 마셨다. 리투아니아인 친구는 다 마신 맥주병을 식탁 위 벽 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이것을 본 러시아인 친구가 한마디 했다.


"우리 러시아에서는 절대로 빈 술병을 탁자 위에 놓지 않는다."
"뭐 특별한 이유는 있나?"
"이는 술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긴다. 빈 술병은 탁자 위에 놓지 않고, 반드시 바닥에 놓는다."


이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절대로 가방을 바닥에 놓지 않는다라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가방을 바닥에 놓으면 돈을 잃는다고 믿는다.

또한, 몇 병을 마시고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 소주나 맥주 빈병을 마치 전리품처럼 탁자에 하나하나 올려놓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이런 습관대로 다혈질 러시아 사람 앞에 했다가는 욕 먹을 수 있겠다.  

한편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경우이다. 만약 마지막 술병일 때이다. 따르다가 마지막 잔을 받은 사람이 술을 사러가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11. 08:11

일전에 딸아이의 한 친구가 파인애플이 다른 열대 과일처럼 나무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았는데 선인장처럼 땅에서 자라는 다년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매우 놀라워했다. 이처럼 일상에 흔히 접하는 식물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를 전혀 모르거자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집 부엌 창문에 견과류 통이 놓여있다. 주로 호도, 땅콩, 그리고 캐슈(cashew)이다. 호도나무는 외갓집 텃밭에 자라고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있다. 땅콩도 잘 안다. 이웃 동네 사람이 강가 모래밭에 재배하고 있었는데 종종 동네 친구들과 여름철에 서리하곤 했다. 

그런데 이름 모르는 견과(나중에 안 이름: 캐슈)는 아래 사진을 보기까지는 몰랐다. 땅콩처럼 자라는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 견과를 먹으면서 언젠가 위키백과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해보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실제로 어떻게 자라는 지 헷갈리는 10대 식물 사진이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견과류 이름 캐슈도 알게 되었고, 땅이 아니라 나무에 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 1 파인애플
파인애플은 브라질이 원산지로 다년초이다. 줄기에서 자란다.

 # 2 캐슈
캐슈는 북동 브라질이 원산지로 옻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이다. 

# 키위  
키위는 덩굴식물이다. 

# 커피콩
커피콩은 커피나무의 씨이다. 

# 계피
계피는 녹나무속으로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향신료이다. 

# 아티초크
아티초크는 여러해살이 엉겅퀴류로 식용으로도 쓰인다.

# 바닐라
바닐라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난초의 일종이다.  

# 쌀
쌀은 곡물인 벼의 씨이다.

# 잣
잣은 잣나무의 열매이다.

# 땅콩
땅콩은 콩과의 1년초이다.

이 글 덕분에 평소에 즐겨 먹는 견과 중 하나인 캐슈와 아이스크림에서 들어 있는 바닐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8. 06:53

유럽에 살면서 사귄 좋은 친구들 중 한 명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 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1991년 1월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서로 왕래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이름은 라덱(라도스와브, 라도스와프)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름에 한국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두 번째 이름을 "동일"로 지었다. 그래서 여권에는 첫 번째 이름과 두 번째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이는 "동쪽에서 온 한 사람"(東一)이라는 뜻이다. 

결혼을 늦게 한 친구는 지난해 10월에 첫 아들을 낳았다. 아내는 폴란드 북동지방 출신으로 리투아니아인이다. 이 지방 주민들은 대부분 리투아니아인이다.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들에게 한국명으로 두 번째 이름을 선물하고자 했다. 

열심히 궁리하다가 나에게 부탁했다. 여러 가지 이름을 짓느라 나도 고민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친구의 한국어 이름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동일"이니, 아들은 "동이"로 하면 어떨까...... 대대로 "동삼", "동사", "동오"...... 친구는 아주 만족했다. 동쪽에서 온 1세대, 2세대, 3세대 등 두 번째 이름을 통해서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겠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10월 하순 "동이"는 첫 돌을 맞았다. 비록 반쪽 한국인이지만 친구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돌잔치 흉내를 내고 싶어했다. 9월에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돌잔치 상에 놓을 물건들이 무엇인냐고 나에게 물었다. 정말 한국식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친구는 돌잔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한마디로 대단했다. 탁자에는 검은콩과 흰콩으로 "축돌", "동이"으로 멋지게 장식 기념물을 만들었다. 


아들은 돌잔치 옷까지 입고 있었다. 아마 한국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듯했다. 


탁자에 놓은 돌잔치 물건 중 동이는 제일 먼저 책을 집었다. 그런데 더 깜짝 놀랄만한 사진이 있었다. 


친구가 돌잔치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선물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렇게 직접 만들다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폴란드에서 아들의 한국식 돌잔치 옷을 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대신 가위로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옷을 박았다. 


반쪽 한국인의 상상초월 한국 사랑을 느끼게 한다. 12년 전 해외 출장으로 딸아이의 돌잔치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니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폴란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을 보자마자 "만세~~~"라고 친구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4. 12:58

11월 1일은 유럽 사람들에게 각별한 날이다. 많은 나라들이 이날을 국경일로 정해놓았다. 이날은 "모든 성인의 날"의 날이고, 다음날은 "망자의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1일과 2일을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벨리네스’라 부른다. ‘벨레’는 영혼, ‘벨리네스’는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날’을 뜻한다. 

죽은 사람 영혼을 추모하는 이 풍습은 고대로부터 내려왔는데, 죽은 이들의 영혼이 특정 시점에 사후 세계를 떠나 가족을 방문하러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일가 친척의 묘를 두루 방문한다. 

* 11월 1일 낮(왼쪽 사진)과 밤(오른쪽 사진)

우리의 추석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은 미리 시간을 내서 부모나 조상의 묘를 찾아서 정성껏 꽃단장을 하고 말끔하게 정리한다. 11월 1일 다시 묘를 찾아 촛불을 밝히면서 추모하고 염원한다. 

* 11월 1일 묘지는 불야성을 이룬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슬픈 망자의 날을 보냈다. 지난해 연말 처제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맞는  망자의 날이었다. 가장 슬픔에 복바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장모님이시다. 

이날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조상의 묘가 있는 고향을 찾는다. 일년 중 가장 도로가 막히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도 예외없이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지방 도시를 찾았다.



장모님은 고인이 된 딸을 못잊어 여전히 눈물로 세월을 보내신다. 거실에는 딸의 영정을 놓고 늘 촛불을 밝히면서 추모하고 있다. 이날도 장모님은 수시로 눈물을 훌쩍였다. 딸아이도 함께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슬퍼서 우는 것은 좀 그렇다."
"나도 그래. 좋은 데 갔는데 울면 안 되지."
"그래. 나중에 아빠가 나이가 정말 많아서 죽으면 너는 울지 말고 웃어라. 아빠가 세상의 힘듬을 버리고 편안하게 쉬러가는데 울면 안 되잖아."
"알았어. 그런데 죽는다고 하면 안 되잖아. 돌아간다라고 해야지."
"맞다."

어릴 때부터 딸아이에게 가르친 효과가 나타났다.

"동물은 죽는다. 사람은 돌아간다. 살고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사라진다."

며칠 전 친척집 개가 나이가 너무 많아 안락사 당했다. 친척 식구 모두 아직도 힘들어 한다. 슬퍼는 하지만 그 슬픔에 완전히 빠져 자기 건강을 훼손하거나 해오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집 애완동물은 햄스터이다. 수명이 있으니, 그때를 위해 보내는 마음 훈련을 종종 딸아이에게 티가 나지 않게 시키고 있다. 

'좋은 데 갔는데 울면 안 되지"라는 말을 상기시켜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1. 07:39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초급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10명이다. 한국어 첫 수업에는 동기부여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살짝 운을 뗀다. 즉 쓰기와 읽기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히 쉽다는 것에 학생들은 다 동의한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가 쉽다"라는 명제는 촛점을 차차 잃어간다. '합니다'는 '해요'로 변화하고 갑니다는 '가요'로 변화한다. '생일'과 '생신', '은/는'과 '께서는', '에게'와 '께', '나이'와 '연세', '주다'와 '드리다' 등 높임말도 다양하다. 

학생들 입에서는 절로 한숨 소리가 난다. 어제는 동사와 명사의 높임말에 대해 강의했다. 자다-주무시다, 있다-계시다, 죽다-돌아가시다, 주다-드리다. 바로 '드리다'라는 한국말에 저기저기 웃음꽃이 갑자기 피어났다. 처음에는 그냥 누군가 우스개 소리를 해서 웃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드리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왜 웃니? 드리다가 뭐 이상해?" 

이 질문에 학생들이 또 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왜 그러세요?"
"드리다가 꼭 diarrhea(다이어이어)로 들려요."
"뭐 diarrhea가 뭐지?"

드리다가 얼마나 심각한 단어인지 학생들이 리투아니아어로 설명하지 않고 영어로 설명할까? 궁금증이 더해 갔다. 즉각 인터넷에 접속해서 구글번역기에서 diarrhea를 쳐보니 viduriavimas(비두랴비마스)라는 답을 얻었다. 이는 설사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드리다가 설사?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리다'(tryda)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발음하는 d가 t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대석이라고 발음하지만, 이들은 태석으로 알아듣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ryda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속어이다. 


버젓한 한국어 수업 시간에 '드(트)리다(설사)'가 나왔으니 웃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드리다가 주다의 높임말이다. "어른에게 진지를 드리다"가 이들에게는 "어들에게 진지를 설사"로 들렸으니 말이다.

언어를 접하다보면 이런 유사한 경우가 종종 있다. A언어에서는 대스럽지 않지만, B언어에서는 유사한 발음 등으로 인해 이상한 뜻이 되는 경우이다. 에스페란토 farti 단어는 (잘) 지내다라는 뜻의 동사이지만, 영어 단어 fart는 방귀뀌다이다.  

한편 리투아니아어에 익숙한 딸아이는 지금도 종종 '그것은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리투아니아어로 그것과 그 분, 그 사람은 모두 다 똑 같은 표현 'tas'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제 수업에서 배운 '드리다'는 리투아니아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한국어 단어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8. 08:16

이번 주말 딸과 함께 잠시나마 가을 놀이를 해보았다. 특별한 놀이는 아니였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10월 하순인 지금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이 lapkritis다. 이는 '잎이 떨어지다' 뜻이다. 계절 이름에 맞지 않게 올해는 벌써 10월 중순경에 단풍잎이 대부분 떨어졌다.  



며일 전 떨어져 수북히 쌓인 단풍잎을 보면서 딸과 함께 주말에 글자파기 놀이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엽을 여러 장 주웠다. 좀 더 일찍 이 생각을 했더라면 훨씬 더 싱싱하고 색감이 선명한 단풍잎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우선 단풍잎에 글자를 쓰고 파냈다. 문구는 '감사합니다'로 정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침실 창문 위에 걸어놓았다. 겨울에도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침 아내는 친척을 배웅하러 기차역을 가고 집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새로운 침대포를 사가지고 왔다. 창문 위 벽에 걸려있는 '감사합니다' 단풍잎을 보고 아내는 깜짝 놀랐다. 


"우와~ 멋있다. 건데 왜 감사합니다야?"
"당신이 침대포를 사가지고 올 줄 알고 달아놓았지. ㅎㅎㅎ"
(감사 생활이야말로 가정 화목의 큰 덕목이다. 이 문구를 일어나면서도 자면서도 보면서 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한국에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한번 단풍잎으로 예쁜 장식품을 만들 수 볼 수도 있겠다. 방 안이 건조해 이내 단풍잎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코팅을 하는 것도 좋겠다. 한 순간의 가을 놀이 덕분에 우리 집 방 안의 장식품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 딸로부터 좋은 생각을 해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5. 08:57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딸에게 점심을 챙겨주고 음악학교로 보내는 일은 내가 맡은 일이다. 아내는 딸보다 몇 시간 전에 음악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출근하기 전 아내는 신신당부했다.

"제발, 딸에게 오늘은 일반학교 교복을 입지 말고 음악학교로 오라고 해."
"왜?"
"지금까지 계속 일반학교, 음악학교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같은 교복만 입으니까 별로 안 좋잖아."
"알았어."

오후 2시에 집에 와야 할 딸은 3시가 돼도 오지 않았다. 빨리 오라고 하자 그제서야 친구집에서 왔다. 1시간 후에 음악학교로 가야 했다. 지금껏 딸아이는 음악학교에 가는 날엔 교복을 벗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는 아무 말도 미리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교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교복 말고 다른 옷을 입고 음악학교에 오라고 엄마가 말했어."
"알았어."
"그런데 평상복을 입지 말고 음악학교에 갈 옷을 입으면 더 좋잖아."
"아직 또 다시 갈아입을 시간이 충분해. 아빠, 걱정하지마."

30분이 지난 후 아파트 입구에서 숫자 코드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우리 식구외에 아주 가까운 친척 둘뿐이다. 이 시간에 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내뿐이었다. 학생이 오지 않아 잠시 집으로 온 듯했다.

"딸아, 엄마가 온 것 같으니 현관문을 열어줘라."

자기 방에 있던 작은딸은 아무런 인기척을 내지 않았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둘이서 서로 대화를 할 법한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손님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 손님은 다름아닌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딸이었다.

어제 늦은 밤까지만 해도 교환학생으로 갈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대해 아내와 함께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깜짝 출현이 제일 좋은 선물 그 자체였다. 작은딸은 이미 한 달 전에 언니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언니를 기다렸던 것이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그 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 인내심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이다.

"벌써 음악학교에 갈 시간이다. 빨리 가야지."
"언니가 왔는데 어떻게 내가 학교에 갈 수가 있나? 아빠는 생각을 좀 해라. 노래 선생님에게  오늘 결석한다고 어제 쪽지 보냈어."
"뭐라고?"
"오늘 언니가 집에 오는데 갈 수가 없다고. 엄마를 놀래려고 하니 만약 엄마가 선생님에게 전화하면 내가 머리 아파서 수업에 못 온다고 꼭 전해달라고."  
"그래?! 언니가 무슨 선물했니?"
"안 물어봤어. 안 물을 거야. 선물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난 언니를 사랑해."
"그래,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아내를 놀래는 일이다. 딸 둘은 엄마의 표정을 담기 위해 동영상 촬영을 위해 카메라까지 방에 설치했다. 큰딸이 부엌에 있을까, 아니면 작은딸 방에 있을까 둘이서 상의하더니 연출하기에 편한 작은딸 방을 선택했다. 퇴근해서 집에 막 도착한 엄마를 어떻게 제일 먼저 방으로 유인할 방법을 작은딸이 궁리했다.

엄마가 직장 동료인 노래 선생님에게 작은딸이 수업에 참가할 수 없다고 전화하자 선생님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이미 알고 있다고 답했다.

드디어 아내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맡은 일은 카메라를 작동하고 살짝 빠지는 것이었다. 작은딸이 현관문에서 엄마를 맞았다. 곧장 욕실에 가 손을 씻으려는 엄마를 가로막았다.

"엄마,  이제 내 머리가 안 아파. 그런데 내 방에 옷장이 넘어져 방이 엉망진창이야. 빨리 한번 보고 도와줘야 돼. 내가 할 수 없어."


이렇게 작은딸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내는 기쁨의 충격으로 순간적으로 돌이 되어 버렸다. 어젯밤까지 이번 짧은 방학에는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려워서 빌뉴스 집으로 오지 못하겠다고 한 딸이 눈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 기뻐서 그만 눈물까지 흘렸다. 


언니 사랑에 푹 빠져 음악학교에 가지 않은 작은딸의 꾀병도 쉽게 이해가 되었고, 모두에게 순간 엔돌핀이 팍팍 치솟았다. 큰딸의 예고없는 깜짝 방문으로 끈끈한 가족애를 식구 모두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3. 06:28

최근 중국 광저우 일부 식당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음식에 마약으로 쓰이는 양귀비 가루를 첨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럽 사람들도 음식에 양귀비를 자주 사용한다. 마약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양귀비 씨앗을 빵이나 베이글(손바닥 정도의 넓이에 이스트와 밀가루를 반죽해서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구워서 만든 빵), 후식파이 등이다. 제과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여름 한국인들과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주문한 적이 있었다. 후식을 고르는 데 음식에 양귀비가 들어있다고 하니 일행들이 매우 신기해했다. 아래 사진은 이날 먹은 후식이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파이 속에 있는 검은 점이 양귀비 씨앗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 전야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쿠츄카이(kūčiukai)다. 이는 양귀비 씨앗을 갈은 물에다 건빵을 넣어서 만든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을 쿠쵸스(Kūčios)라 부르는 데 이는 이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 반드시 등장하는 쿠츄카이

리투아니아에서도 양귀비 재배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종종 소규모로 군데군데 자생하는 양귀비도 있다.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 극소수로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도 있다. 아래는 어느 한 정원에서 자라는 양귀비다. 꽃이 시든 후 열매 속에 까만 씨앗들이 듬뿍 담겨져 있다. 


뜰에서 심심할 때 먹는 좋은 간식거리이다. 때론 후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   



한 지인이 뜰에 자라는 양귀비 열매를 손바닥에 탈탈 털어 한번에 입안에 넣는다. 이것도 부족한 듯 마지막 남은 씨앗까지 톡톡 털어넣어 오물조물 씹는다. 양귀비 씨가 지니고 있는 기름 성분으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생긴다고 하는데 난 특별히 경험하지 못했다. 

오히려 치아 사이로 끼어들어가서 무척 불편하다. 그래서 양귀비 씨앗이 들어있는 빵이나 빵과자를 거의 먹지 않는다. 이에 반해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무척 양귀비 씨앗을 좋아한다. 양귀비 씨앗을 보니 벌써 크리마스 전야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1. 04:28

스마트폰에 리투아니아 학생 생활과 성적을 안내해주는 사이트[관련글: 인터넷으로 자녀 학교생활과 성적 쉽게 확인]를 상시로 로그인해놓았다. 새로운 소식이 입력되자마자 자동으로 알림음이 들린다. 

대부분 시험 성적이다. 딸보다 더 빨리 점수를 아는 경우도 있다. 이것 덕분에 딸의 학교 생활이 남의 일 같지 않고 내가 다니는 데 몸만 집에 있는 듯한 기분이 뜰 때도 있다. 종이 성적표 시절엔 성적이 나쁘면, 그 종이를 감춰보기라도 하지만, 인터넷 시대엔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험 성적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생인데 수시 시험이 자주 있다. 이렇게 성적을 실시간으로 접하니까 빨리 알아서 좋기도 하지만, 반복적 성적 알림에 감정이 무뎌지기도 한다.

리투아니아는 학제가 초등 4년, 중등 4년, 고등 4년이다. 의무교육은 10년이고, 12년 동안 무상 교육이다. 특이한 것은 처음 맡은 담임 선생님이 졸업할 때까지 안 바뀌는 것이다. 중등학교부터는 고정된 교실이 없다. 담당 교목 선생님이 있는 교실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딸아이 경우엔 담임 선생님(역사 과목)과의 만남은 일주일에 두 번이다. 일주일에 두 번 역사 수업이 있는 때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금요일 마지막 수업은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이다.  

어제 아내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내용은 딸아이의 5학년(2012년-2013년) 학교 생활을 담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1년 동안 자기 반 학생들의 활동을 찍은 사진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담임 선생님(여성)은 20대 후반으로 사진 찍기를 취미로 하고 있다. 아무리 그렇지만 1년 동안 찍은 사진들을 일일이 보면서 선별해 동영상을 만들려면 대단한 정성과 열정이 필요하겠다. 



1년의 학교 생활을 동영상 하나로 정리해준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었다. 딸아이에 따르면 담임 선생님은 인기가 매우 좋다. 학생들에게 이런 동영상을 만들어줄 정도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당신 빨리 유튜브에서 내려받기해서 컴퓨터에 저장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