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71건

  1. 2012.05.02 추억의 먹거리, 솜사탕이 소금맛이래 1
  2. 2012.04.25 교복 도입 반대하는 초딩 딸아이의 이유는 1
  3. 2012.04.20 초딩 딸의 첫 영어 시에 속물 냄새가 물씬? 1
  4. 2012.03.14 "제가 먹은 그릇이예요"에 감동 먹은 초딩 딸
  5. 2012.03.03 한복 입고 외국 TV 노래 경연하는 요가일래 33
  6. 2012.02.14 한복을 처음 본 유럽 아이의 장난스런 반응 3
  7. 2012.02.13 한국 동요 노을 리투아니아 전국 대회 본선행 9
  8. 2012.02.05 거실을 영화관처럼 꾸며도 극장에 가게 될까? 2
  9. 2012.01.30 고무처럼 유연한 몸동작 흉내내는 초등 딸 5
  10. 2012.01.24 한국에는 어린이 민요가 없다?! 7
  11. 2012.01.17 한글이 아주 예뻐 - 정말 행복해 3
  12. 2012.01.14 초딩딸 문자 본 아내 '마치 우리 부모님 같아' 5
  13. 2012.01.03 외국 사는 한국 아이들의 대야 속 가위 바위 보
  14. 2012.01.01 한 해 마감 달력에 그림 그리는 딸아이 2
  15. 2011.12.28 강아지 인형에 목도리 뜨게질해준 초딩 딸 1
  16. 2011.12.25 산타님, 부담되니 둘 중 하나만 선택하세요
  17. 2011.12.21 초딩4 딸아이의 발레 발표회에 다녀오다 1
  18. 2011.12.19 공연 전날 짧은 한복으로 갈등에 빠진 우리 가족 7
  19. 2011.12.15 초딩4 딸의 얼굴 마사지 이렇게 진화해왔다 1
  20. 2011.12.13 초딩4 딸아이 처음으로 자기 요리 해먹다 1
  21. 2011.12.12 산타에게 돈까지 주면서 선물 사달라는 딸아이
  22. 2011.12.10 학생글씨 비틀비틀은 만년필이 술취했기 때문에 1
  23. 2011.11.28 짠내나는 훈제 소시지가 제일 맛있어 2
  24. 2011.11.25 크면 한국 여자들처럼 살고 싶다는 딸의 꿈 5
  25. 2011.11.23 힘자랑하는 듯한 딸아이 결국은 눈썰매 1
  26. 2011.11.19 0살에서 10살까지 150초 영상 딸에게 선물 29
  27. 2011.11.17 체스 졸(卒)로 아빠를 잡아먹겠다는 딸의 발상 2
  28. 2011.10.30 10살 생일 선물을 미리 사달라는 딸의 까닭 4
  29. 2011.10.27 화장지에 화장지 이야기를 창작한 딸아이
  30. 2011.10.25 바느질하는 딸아이, 대견하면서도 섭섭 8
요가일래2012. 5. 2. 06:33

5월 1일은 국제 근로자의 날(노동절)이다. 이날은 리투아니아도 공휴일이다. 과거 소련 시대 이날은 가장 성대한 공휴일 중 하나였다. 모든 노동자들이 시내 광장에 모여 웅장하게 거리를 행진하는 날이었다. 며칠 전 현지인 친구와 '노동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직장에서 일일이 참가를 확인했고, 이날 참가하지 않았다면 승진나 대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어."라고 친구가 당시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그저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날로 여긴다. 학교가지 않은 날이라 초등 4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국인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다. 집에서 놀 것이 없었는지 느닷없이 산책을 가자고 했다.

"아빠, 우리 빙기스 공원에 놀러가자."

평소에는 아빠가 가자고 해도 잘 응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먼저 가자고 하니 당연히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 일어섰다.

"그런데 아빠가 꼭 지갑을 가지고 가야돼!"
"왜?"
"우리에게 솜사탕 사줘!"
 
평소에 있어야 할 자리에 솜사탕 가게가 없었다.

"우리가 괜히 공원에 왔네."

다시 한번 둘러보더니 다른 자리에 솜사탕 가게가 발견했다. 솜사탕을 먹으려고 40분을 걸어왔으니 그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    


한국 사람 누구나 어렸을 때 유원지나 학교 앞에서 사먹곤 했던 먹거리 중 하나가 솜사탕이다. 추억의 먹거리이다. 솜처럼 생긴 것을 손으로 뜯어 입에 넣자마자 달콤하게 사르르 녹아버리는 솜사탕!!!
 

아빠와 40년 격차를 둔 요가일래도 이 솜사탕 맛에 푹 빠져 있다. 

"솜싸탕 맛있어?"
"맛있어!"
"무슨 맛이야?"
"소금맛!!!"

소금이 맛있다고 부모 몰래 먹어오던 딸에게 솜사탕은 소금만큼이나 정말 맛있을 것 같다. 물론 순간적으로 설탕과 소금을 혼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기야 혀만 통과하면 소금이든 설탕이든 위에게는 아무런 맛도 아닐 것이다. 솜사탕에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40년 전 옛 시절이 떠올랐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4. 25. 05:45

이번주 우리집 식탁의 대화 중 하나가 교복이었다. 학교가 학부모에게 보내온 질문지 때문이었다. 

1) 바사나비츄스 중학교에 교복 도입을 동의합니까?
    예, 학교 홈페이지에 제시된 교복을 2012년 9월 1일부터 도입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도입에는 동의하지만, 제시된 교복에 동의하지 않거나 2012년 9월 1일부터 도입에는 반대합니다.
    아니요, 가까운 년도에 교복을 도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2) 선택한 핵심적인 이유를 적으세요. 
3) 자녀의 학급을 적으세요.
4) 부모님 이름을 적으세요.

딸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리투아니아 학제는 초등학교 4학년, 중등학교 4학년, 고등학교 4학년이다. 이제 초등학교를 마치고 오는 9월부터 중학교에서 입학하게 된다. 중학교는 학교의 얼굴인 모든 학생이 똑바르고 단정하도록 교복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학교가 도입하고자 하는 교복 시안: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리투아니아는 학교가 교복 도입을 스스로 결정한다. 근래에 들어와 교복을 도입하는 학교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입고 다녔다. 교복과 자유복 둘 다 장단점이 있겠다.

"너희 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찬성하는 아이도 있고, 반대하는 아이도 있어." 

딸아이가 전해준 한 아이의 부정적인 반응이다.
'교복을 도입하면 우리 집은 부도나. 우리 집은 50만원밖에 없는데 내 교복 사느라 10만원, 언니 교복 사느라 10만원! 정말 우리 집은 부도야!'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교복 도입을 반대해."
"왜?"
"모두가 다 똑 같으면 재미 없잖아. 그리고 '와, 너 정말 예쁜 옷을 입었네'라는 말을 친구에게 해줄 수가 없잖아!"

"그럼,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지금까지 했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 교복이 있으면 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학교 갈 때마다 네가 직접 옷을 고른다면 옷과 색깔에 대한 선별력을 키울 수도 있고, 또한 옷을 통한 자기표현력도 키울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둘 다 좋은데 다수결에 따르고 싶다."
"아빠도 반대, 나도 반대. 우리 집은 반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4. 20. 05:10

딸아이 요가일래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생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외국어를 가르친다. 대부분 외국어로 영어를 선택한다. 요가일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어 만화 채널을 지속적으로 틀어주었다. 그 덕분에 요가일래는 교과목에서 영어를 제일 좋아한다. 

며칠 전 딸아이는 자신이 직접 지은 영어 시라면 종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were를 wore로 잘못 표기했지만 나름대로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였다. 리투아니아어 시가 운을 중시하기 때문에 영어로 쓴 첫 시에 운()을 찾느라 고생했을 법했다.
mine - side
pounds - sounds
money - honey

"아빠, 건데 이 시는 내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쓴 시야!"
"그런데 pound는 무슨 뜻이지? pound는 영국 돈이잖아."
"여기서 pound는 심장이 쿵쿵거리는 거야."
"정말? 아빠가 인터넷 사전을 찾아봐야겠다." 

I thought you were mine, 
But you weren’t my side… 

My heart just pounds, 
When your voice sounds… 

I’ll give you all my money, 
If you will be my honey…

직역하면 이렇다.

네가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내 편이 아니였어

너 목소리가 날 때
내 심장은 두근거려

네가 내 자기가 되어준다면
내 돈을 다 네게 줄게

아무리 남자라 생각하고 시을 지었다고 하지만 세속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그 돈에 혹할 수 있는 여자......

너무 일찍 속물적인 가치관으로 10살 딸아이가 빠져들어간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불러 대화를 해보았다.

"만약 남자가 돈을 다 주면 네가 그 남자를 좋아할 거야?"
"좋지. 하지만 먼저 마음에 와닿아야지."
"그런데 왜 시에는 '네가 내 자기가 되어준다면 내 돈을 다 네게 줄게'라고 했니?"
"honey에 맞는 단어를 찾다보니까 money가 됐어."
"이잉~~~ 뭐라꼬!!!"

딸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가치관을 들먹이면서 심각하게 딸아이의 시를 분석하려고 한 내 자신이 우스워보였다. 기회 되면 딸아이에게 시집을 사서 선물해야겠다. 

* 한복 입고 외국 TV 노래 경연하는 요가일래 응원 투표하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3. 14. 06:44

지난주 내내 집을 떠나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아내와 딸아이가 전해주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화요일을 몹시 기다린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 집에 놀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요일은 집으로 곧장 돌아와서 밥을 먹고 음악학교나 발레 수업을 받으러 간다.

화요일 학교 친구인 시모나 집에 놀러갔다. 시모나 할머니가 점심을 차려주어서 시모나와 함께 먹었다. 시모나는 말끔하게 그릇을 다 비웠다. 그런데 요가일래는 다 먹지를 못했다. 참고로 요가일래는 음식을 가리고 또한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조금씩 자주 먹는다. 

두 아이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가서 놀고 있었다. 할머니가 부엌에 와서 식탁 그릇을 보면서 물었다. 

"누가 이렇게 음식을 남겼니?"

요가일래는 미안하고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순간 시모나가 큰 소리로 답했다.

"할머니, 제가 먹은 그릇이예요."

요가일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순간 시모나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난처함으로부터 친구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주는 시모나로부터 큰 감동을 받았다. 물론 거짓말하는 자체가 옳은 일은 아니다. 자기 집에 놀러온 친구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거짓말보다 더 돋보인다.

이렇게 친구의 허물을 감싸준 시모나!
초딩 어린이지만 참 대견스럽다.  

* 요가일래의 또 다른 친구 밀다. 요가일래의 TV 노래 경연 때 밀다는 온 가족과 함께 정성스럽게 응원 플래카드를 만들어 들고 왔다.

"요가일래, 너는 정말 좋은 친구를 두었네. 시모나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았다. 시모나보다 먼저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친구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시모나로부터 배워야 한다. 너도 친구를 위해 그런 마음을 낼 수 있도록 해라."
"아빠, 노력할게."


이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구를 잘 두어야 한다.

* 최근글: 한복 입고 외국 TV 노래 경연하는 요가일래 응원 투표하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3. 3. 08:16

"한국 동요 노을 리투아니아 전국 대회 본선행" 글에서 요가일래(10살)가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TV 노래 경연 대회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한국 노래 노을을 본선 노래로 지정했지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후 리투아니아 노래 "Boruž,boružėle"(무당벌레)를 최종적으로 지정해주었다. 아쉬웠지만,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노래 대회이니 시청자들에게 전혀 생소한 한국어 노래보다는 리투아니아어 노래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점에는 충분히 이해된다.

노을 노래면 색동 한복이 딱 어울릴 것 같아서 때 마침 지인을 통해서 색동 한복을 구했다. 하지만 최종 지정곡이 바뀌자 의상이 이젠 제일 고민이었다. "어떤 드레스를 무대복으로 입혀야 하나?"를 두고 아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인들의 조언을 얻어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럽식 드레스를 서너 벌 준비했다.

경연일을 며칠 앞두고 친척 한 사람이 리투아니아에서 아주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의 조언을 얻어보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사례할 지가 걱정이었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TV 출연 꿈을 이룬 딸에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자고 마음 먹었다. 아내는 드레스와 한복을 함께 가져갔다. 두 시간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고민거리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뭐라고 조언했나?"
"한복이 최고다고 했어."
"왜 그렇게 생각해?"
"'본선에 올라온 참가자들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실력은 다 엇비슷하다. 뭔가 독특한 것으로 시청자와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요가일래에게는 한복이 적격이다.'라고 말했어. 요가일래에게 '너의 무당벌레는 한복을 통해서 한국에서 리투아니아로 온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어."
"우와~ 정말 대단한 디자이너네."


이렇게 해서 비록 리투아니아 노래를 부르지만 한복을 입고 나가기로 했다. 2월 26일 방송 촬영(3월 3일 현지 시각 오후 2시 방영)에서 요가일래가 노래를 다 부르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사회자가 달려와 대본없이 즉흥 인터뷰를 했다.

"여기 무당벌레를 아무리 찾아봐도 나비만 보이네요. 입고 있는 이 아름다운 옷에 대해 말해주세요."
"이 치마는 한국의 전통 치마입니다."
"한국에 대해 전혀 몰라요. 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은 멋진 나라예요. 리투아니아보다 더 따뜻하고, 아주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매년 한국에 가요."
"언제 저도 초대해주세요."
"물론이지요."
"약속은 약속입니다. 감사합니다." 


* TV 방송 스튜디오에서 촬영

이렇게 한복 덕분에 인터뷰를 통해서 리투아니아 전국에 한복과 한국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2월 25일부터 매주 토요일 생방송으로 5월 중순까지 본선 TV 노래 경연 대회가 열린다. 심사위원들은 매회 참가자를 평가해 최종적으로 입상자를 선발한다. 이들은 리투아니아 오페라 대극장에서 최종 노래 공연을 한다. 이 공연에는 심사위원들이 뽑은 참가자들과 리투아니아 국내외 누리꾼들로부터 가장 많은 투표를 얻은 사람 1명이 참가한다.

* 결과: 아쉽게도 요가일래는 이번 행사에 최종 입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년 후에 다시 열린 행사에 또 도전해야겠지요. 그 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2. 14. 08:33

며칠 전 딸아이가 한복을 입고 가까운 친척들의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과연 이 짧은 한복을 입고 노래 대회[관련글]에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자리였다. 이때 친척의 세살짜리 아들이 한복을 처음 보았다. 신기한 듯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고 자세까지 잡았다.
 

이 순간이 지나자 꼬마는 한복 치마를 위로 올리더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는 치마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두 말이 필요없는 장난꾸러기...... 하지만 어린 시절 엄마 치마 폭에 들어가 장난쳐보니 않은 아이가 몇이나 될까? 한복 치마야말로 숨박꼭질의 좋은 은신처였다.

* 최근글: 여자가 예쁜 나라 10, 동유럽이 3개국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2. 13. 07:06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노래 대회 중 하나가 "다이누 다이넬레"(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한 곡')이다. 이 대회는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사와 교육부가 2년마다 조직한다. 첫 대회는 1974년 열렸고,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대회 목적은 고전적이고 자연스러운 노래부르기를 유지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참가 대상은 유치원생부터 학생까지(3세에서 19세까지) 원하는 사람 모두이다. 지금까지 역대 참가자수는 총 20여만명이다. 리투아니아 인구가 320만여명이니 엄청난 숫자이다. 2012년 대회에도 5000여명이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전역에 있는 60개 지방자치 정부가 참가한다. 참가자는 4개 연령별로 나누어진다. 심사기준은 조음(調音), 음성, 노래 선곡과 해석, 예술성, 무대 태도이고, 만점은 25점이다. 전체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생중계)
5단계: 최종입상자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학교내에서 열리는 1단계는 상대평가로 시별 경선에 나갈 참가자를 뽑고, 2-4단계는 절대평가로 상위 경선 참가자를 뽑는다. 4단계 경선은 모두 4회로 분리해서 TV 생중계로 이루어진다. 심사위원 평가와 함께 시청자 전화 평가로 5단계 참가자를 뽑는다.  
   
참가자는 리투아니아 민요 1곡 + 마음대로 선택한 2곡, 모두 3곡을 3단계까지 부른다.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는 10살 딸 요가일래도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2년마다 열리지만, 이 대회가 차지한 위상 때문에 선생님은 내내 학생과 함께 이 대회를 준비한다. 

선생님은 2010년 3월 딸에게 한국 노래를 한 곡 부탁했다. 이때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 글[관련글 바로 가기]을 읽은 사람들이 '노을'을 많이 추천했다. 약 2년 동안 이 노래를 배우고 불렀다. 선생님은 리투아니아 민요 1곡, 리투아니아 노래 1곡 그리고 세 번째 곡으로 '노을'을 선택해 이 대회에 참가시켰다.

1월 21일 3단계 도별 경선이 있었다. 약 3주만에 4단계 전국 경선 참가자가 발표되었다. 대부분 참가자와 부모는 4단계에 뽑히는 것만으로 큰 영광으로 여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4단계 참가자 선발에 기뻐하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무슨 노래로 TV 경선에 나갈 것인가 때문이었다. 시청자 전부가 한국어를 모르는 데 한국어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투표해줄까? 리투아니아 노래 대회이니 당연히 리투아니아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참고로 4단계 참가자를 선발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참가자가 TV 경선시 부를 노래로 3곡 중 2곡(참가자가 1곡 선택)을 지정해준다.
 
▲ 3단계 도별 경선에서 '노을'을 부르고 있는 요가일래

몇 시간이 지난 뒤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심사위원들이 TV 경선에서 요가일래가 부를 노래를 이미 선정했다는 것이었다. 염려했던 그 노래였다. 바로 한국 창작 동요 '노을'이다. 왜 심사위원들은 이 노래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을까? 시청자들도 심사위원처럼 평가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선곡 고민은 사라졌다. 한국 노래 '노을'이 한국어로 리투아니아 전국에 TV 생중계된다는 것에 만족하고 시청자 반응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야겠다. 지난해 3월 '노을'을 추천한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5단계 최종입상자 공연까지 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4단계에 올라간 것까지로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크게 만족한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2. 5. 08:25

1월 29일(일) 영하 15도 날씨에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는 영화관을 다녀왔다. 날씨가 춥다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과 한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면서 고집을 부렸다. 

그날 저녁부터 딸아이는 감기 기운이 있어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주 내내 영하 20-30도의 날씨가 지속되어 리투아니아 학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집에 40인치 텔레비전과 DVD 등이 있는 데도 영화관에 간다. 큰 텔레비전이 집에 있다면 영화관에 가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구입한다. 하지만 막상 있고 보면 그래도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이유로 또 영화관을 찾게 된다. 이런 사람 마음이 참 지조없음을 느낀다.

집안에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정말 영화관처럼 꾸며놓으면 사람 마음이 달라질까? 우리 집에 그렇게 꾸밀 능력과 재주는 없지만, 정말 거실을 영화관처럼 꾸민 사람들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폴란드 조몬스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참으로 대단한 정성과 투자이다. 영화관이 멀고 식구과 친구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을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영화관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 최근글: 러시아 도로 운전자들의 극과 극의 두 모습50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 30. 06:30

1월 15일 "리투아니아 재능꾼 2011"을 선발하는 최종전이 열렸다. 올해가 세 번째이다. 영예의 1등은 성악을 부른 마리뉴스 페트라우스카스가 차지했다. 1등 상금은 만유로(약 천5백만원)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가장 응원한 곡예사 루타 키베리테는 아쉽게도 3등에 거쳤다. 

고무처럼 유연한 몸동작으로 해보인 루타는 두 발로 화살로 쏘아 풍선을 터트리리는 인상적인 묘기를 펼쳐보였다. 

루타의 묘기를 본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는 자신도 뭔가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딸아이의 유연한 몸동작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누가 가르쳐주었니?"
"아니."
"그런데 어떻게 할 수 있니?"
"그냥 할 수 있지 뭐."



혹시나 다리가 아프다고 할까봐 우리 부부는 묘기를 보이는 딸아이에게 "안 돼! 그만 해!"를 외쳤다.
 
* 최근글: CNN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의 절경지 50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 24. 07:54

몇 주전부터 리투아니아인 아내로부터 시달림을 받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다름이 아니라 한국 민요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초등학교 4학년 딸 요가일래가 음악학교를 다닌다. 올해 있을 세계 민요 부르기 대회에 참가시키고자 음악 선생님이 딸에게 한국 민요를 권했다. 

그래서 인터넷 구글과 유튜브 검색을 통해 초등학교 4학년생 즉 어린이에 적합한 한국 민요를 찾아나섰다. 한 사이트의 "교과서에 실린 우리 민요 서른 아홉곡" 글에서 한국 민요의 목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창부타령, 노랫가락, 방아타령, 자진방아타령, 양산도, 경복궁타령, 한강수타령, 천안섬거리, 아리랑, 토라지타령, 늴리리야, 군밤타령, 풍년가, 박연폭포, 몽금포타령, 싸름, 배치기, 수심가, 엮음수심가, 산염불, 자진산염불......
 
일단 군밤타령, 밀양아리랑, 진보아리랑 가사 악보를 구했다. 그런데 가사 내용이 다 어린이가 부르기에는 그렇게 적합하지가 않은 것 같았다. 

군밤타령: 어허얼싸 돈바람이 분다...... 처녀와 총각이 잘 놀아난다 잘 놀아나요
밀양아리랑: 날 좀 보소... 꽃 본듯이 날 좀 보소 (옛날판 작업(?) 노래 같다.) 
진도아리랑: 저 달이 떳다지도록 노다 나가세 (어린이는 일찍 자야지, 어떻게 새벽까지 놀 수 있나?)

일단 음악 선생님은 멜로디를 보더니 밀양아리랑이 경쾌하다고 선호했다. 다시 아내는 다른 좋은 어린이용 한국 민요가 없는지 찾아보라고 보챘다. 결국 함께 인터넷과 유튜브 검색을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결실을 얻지 못했다. 
 
아내는 한국 어린이가 민요를 부르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싶어했다. 검색을 해보니 단연히 돋보이는 어린이는 송소희였다. 아내는 "5천만명의 한국 인구에 민요 부르는 어린이가 어찌 송소희밖에 없어?"라고 아쉬워했다. 아래는 송소희가 부르는 "늴리리야"(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그 님이 다시 돌아온다)이다.
 
* 이 동영상에 대한 다음까페 한류열품 사랑 회원들의 댓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편 아래는 요가일래가 21일 부른 우리나라 동요 "노을"이다. 2010년 3월 4일 "딸에게 한국 노래를 부탁한 선생님" 글에서 방문자들이 추천해준 노래였다.
 

민요를 골라도 악보 때문에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 가사 악보만이 아니라 피아노 반주용 악보도 필요하다. 민요는 장구, 북 등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 연주되므로 굳이 서양식 악보가 필요없다. 하지만 한국 민요 세계에 널리 알리기 취지로 본다면 서양 악기 연주용 악보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혹시 우리나라 민요에 관심이 있는 분 중 외국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생에 적합하고 또한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민요가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 17. 07:47

지난 일요일 갑자기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가 새로운 공책을 가지고 아빠에게 다가왔다.

"아빠, 우리 한글 공부하자!"
"좋지~~~"
"무엇을 쓸까? 한글 철자를 한번 쓰보자. 아빠가 ㄱ, ㄴ, 아, 야를 쓰면 내가 다 만들어볼게." 

딸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하고는 항상 한국어만 사용한다. 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읽고 쓰는 데에는 많이 서툴다. 

언어교육에는 절대로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 쵀대한 도와주는 것으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어제 월요일 딸아이는 하루 종일 바쁘게 보냈다. 학교에서 3교시 수업만 마치고 조퇴했다. 발레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잠자기 전 "아참, 오늘 한글 공부을 잊었네."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빠, 무엇을 하면 될까?"
"네가 좋아하는 한국 동화가 뭐지?"
"그야 흥부와 놀부 이야기지."
"그럼, 흥부와 놀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쓰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네."

이렇게 딸아이는 책쓰기를 시작했다. 

"아빠, 오늘은 피곤하니까. 한 줄만 쓰고 잘게."
"그래라."

▲ 자발적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 공부를 시작한 딸아이 글씨   

얼마 후 딸아이는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한글이 아주 예뻐. 그리고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내가 정말 정말 행복해. 내가 한국말을 공부하니까 아빠도 행복하지?"
"그럼, 아빠도 하늘만큼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에겐 말하지 마!" 
(아빠 나라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면 리투아니아인 엄마가 듣기에 거북할 것 같다고 딸아이가 지레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데 말이다.) 

아직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딸아이가 정말 흥부와 놀부 책을 끝까지 베껴 쓴다면 깜짝 선물을 주어야겠다.

* 최근글: CNN 사이트에 소개된 한국의 절경지 50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 14. 06:54

연초를 맞아 12일 저녁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사용자들과 모임이 있었다. 한 겨울인데 굵은 비가 쭈룩쭈룩 내렸다. 두꺼운 옷만 아니였다면 쉽게 여름으로 착각시킬 날씨였다.

갈까 말까 망설였다. 정말 모처럼 만나고 또한 모임 활성화를 위해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달갑지 날씨에도 가기로 아내와 같이 결정했다. 일반적인 모임이 다 그렇듯이 각자 마실 술과 먹을 음식을 가져왔다. 둘러앉은 책상 위에 놓으니 제법 먹고 마실 만한 양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어둡고 비내리는 밤 혼자 집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간간히 떠올랐다. 그래서 아내는 불안하지 않고 잘 있는지 문자쪽지를 보냈다.

 
딸애: "숙제하고 있어."
아내: "(숙제가) 어려우면 연필로 해" (즉 아내가 돌아와 정답이면 연필 위에 만년필로 쓸 수 있도록)
딸애: "그렇게 하고 있어. 어렵지 않지만 (연필로 쓰고 있어). (내 걱정 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올 때 조심만 해. 아주 심하게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있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가 이 문자쪽지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요가일래가 마치 우리 부모인 것처럼 쪽지를 보냈어."
"정말이네. 우리가 요가일래의 부모인지 아니면 요가일래의 자식인지 헷갈리네."

옛날 같으면 무서워서 혼자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생떼를 부렸을 법하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밤에 외출한 부모가 돌아올 때 조심하라고 문자쪽지까지 보낼 정도로 훌쩍 커버린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 3. 06:45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가족이 연말 휴가를 맞아 빌뉴스 우리 집을 방문했다. 초등학생 4학년 딸아이 요가일래와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있어 요가일래가 무척 즐겨워하고 있다.
 

▲ 연말을 맞아 서로 만난 세 아이들
 
 
새해 첫날 낮에 또래 여자 아이 셋이서 인근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영상 1도의 날씨였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포근한 겨울 날씨이다. 하지만 이들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장갑을 낀 손이 추위로 따끔따끔하다고 했다. 

그래서 얼른 미지근한 물을 대야에 받아서 손을 담그고 있어라고 했다. 조금 후 욕실에서 "가위 바위 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손을 담그고 있어라고 했는대 대체 이들이 무엇을 하기에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이팟을 켜고 욕실로 들어가보았다. 


아이들은 잠깐이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렇게 무엇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 노래를 부르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이 기특해보었다.

비록 외국에 살더라도 한국을 잊지 말고 지금처럼 그대로 살아가길 이들에게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 1. 08:01

12월 31일 낮 내 방 소파에 2012년 달력이 놓여있었다. 하루 종일 아내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집안 곳곳을 쓸고 닦고 있었다. [유럽인들은 이렇게 새해를 맞는다]

"이 달력이 왜 여기 있지?"라고 아내가 물었다.
"내가 안그랬는데. 요가일래가 했는 것 같은데."

며칠 전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2012년 한국 달력은 없어?"
"아직 아무한테서 받지 못했는데."

딸아이는 이렇게 한 해 마감으로 집안에 걸려있는 2011년 달력을 떼어냈다. 

"이 달력 버릴까?"라고 아내가 물었다.
"아까운데."
"그러면 뭐하는 데 사용하지?"
"포장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말했지만 포장지 용도로는 좀 궁색하다. 그 옛날 특별한 포장지가 없었을 때 달력은 유용했겠지만 이 달력 포장지를 요즈음 전용 포장지에 견줄 수는 없다. 어린 시절 지난해 달력을 딱지나 책보호지로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가일래, 지난해 달력을 쓰레기통에 버릴까? 아니면 네가 무엇으로 사용할래?"
"버리지 말고 그냥 놓둬. 내게 생각이 있어."

조금 후 딸아이는 물감으로 그림그리기 완벽한 준비를 하고 나타냈다. 달력의 마지막장인 12월을 뜯어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림그리기 놀이를 했다. 


버릴 달력 이면지에 딸아이는 그림을 그렸다. 딸아이가 잠시나마 정성을 쏟아 그림을 그렸으니 이젠 이 이면지를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딸아이는 지난해 달력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셈이다.

지난해 "초유스의 동유럽"을 방문하시고 성원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용의 해 2012년을 맞아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한 한 해로 만들기를 기원합니다.
 
* 최근글: 수도꼭지에 끼어놓은 이 고무마개의 정체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28. 10:36

이번 크리스마스에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언니 남자친구로부터 작은 강아지 인형을 선물로 받았다. 어제 딸아이는 많은 시간을 이 강아지 인형하고 놀았다. 저녁이 되자 딸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엄마한테 뜨게질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졸라댔다.


"너 지금 뭐하니?"
"목도리 만들고 있어."
"누구 줄려고?"
"강아지 인형에게 입힐려고."
"우와~ 강아지 인형이 아빠보다 낫네. 나한테 한번 뜨게질해줘봐..."
"아빠는 크니까 만들기가 어렵지."
 

이렇게 딸아이는 두 시간 정도 뜨게질에 정성을 쏟아서 목도리를 완성했다. 꾹 참고 한올한올 뜨게질하는 초딩 딸아이가 대견스러워보였다.
 

딸아이가 뜨게질한 목도리를 입고 있는 강아지를 보니 비록 무정물(無情物)이지만 참 행복해보였다. 이렇게 뜨게질 실력을 쌓고 쌓아 크면 아빠에게도 뜨게질해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25. 06:15

크리스마스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아침이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다.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늦도록까지 기다려보지만 산타는 끝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잠든 사이에라도 오기를 바란다. 정말 왔을까를 생각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가간다. 

아이들은 12월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에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놓는다. 만 10살 딸아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직접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썼다. 평년보다 다른 것은 봉투에 넣지 않고 모두가 읽어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헷갈리지 않도록 받고 싶은 선물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산타님, 
모든 어린이가 선물을 부탁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서 저도 부탁해요. 둘 중 선물을 결정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이젠 할아버지가 무엇을 선택할 지 결정하세요. 둘 다 정말 원해요. 하지만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크리스마 트리 밑에 이 선물을 기다릴게요.

추신: 공부도 잘하고 싶어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21. 09:27

리투아니아 지인들 중 발레리나가 한 명있다. 리투아니아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요가일래가 더 어렸을 때 만나면 늘 발레를 권했다. 발레가 성장하는 아이에게 다리와 허리 교정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를 찾았다.

지난 9월부터 딸아이 요가일래는 인근에 있는 예술학원에서 발레를 배우게 되었다. 일주일에 세 번 방문해 각각 1시간 반 동안 배웠다. 수업료는 한 달에 50리타스(약 2만5천원)이다. 하지만 발레복과 발레신발을 사는 비용이 만만하지 않았다.

일반학교, 음악학교, 발레수업을 가는 딸아이가 대견하면서도 벌써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열심히 다니다가 중도엔 나태심이 일어났다. 이미 수업료를 내었기에 중단할 수는 없다고 달랬다. 한 동작 한 동작 배워가자 점점 재미있어 했다. 집에 와서도 수시로 복도 거울을 보면서 발레 연습에 몰두했다.  


그 동안 익힌 실력을 부모에게 선보이는 발레 발표회가 지난 18일 열렸다. 아직 어린이 발레 동작이지만 그래도 부모를 기쁘게 하고, 요가일래 자신이 보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발레 공연을 영상에 담았다.




"발레를 계속 배워서 언니들처럼 더 잘 하고 싶니?"
"아니. 1년이면 충분해."
"그래. 내년 여름까지만 배우고 그만해. 네가 쉬는 날이 거의 없으니 아빠 혼자 집에서 심심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9. 07:45

연말이다. 한국에서는 망년 모임으로 바쁘게 보낼 것 같다.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학교 교사인 아내와 음악학교에서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 때문에 우리 가족은 일년 중 12월이 제일 바쁘다. 연주회와 공연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음악학교 1년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음악회가 열렸다. 전공별로 엄선해서 악기 연주와 노래 공연이 있었다. 개인과 단체 모두 26개 팀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합창단, 앙상블, 개인으로 세 차례나 출연했다. 출연마다 의상이 달랐다. 합창단과 앙상블은 단체이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 Itsy Bitsy Teenie Weenie Yellow Polka Dot Bikini 

이번 음악회 주제는 크리스마스를 기해 각국의 노래나 연주곡으로 떠나보는 세계 여행이었다. 출연자는 그 나라 음악에 맞는 의상을 입었다. 요가일래는 말할 필요없이 한국을 맡았다. 노래는 동요 "노을"이었고, 특히 이번 반주는 피아노가 아니라 리투아니아 전통 악기 캉클레스가 맡기로 했다.

한국 노래에 리투아니아 악기 반주라 사람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였다. 문제는 의상이다. 분위기상 한복이 적격이다. 그런데 딱 맞는 한복이 없다. 지난 5월 개량 한복을 입고 "노을"을 부른 적이 있었다[관련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그때도 옷이 작아서 입힐까 말까 크게 고민했다. 다행히 소매 길이는 아직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이번에는 일단 이 개량 한복을 제외시켰다. 지인의 딸이 입었던 한복이 떠올랐다. 하지만 커버린 요가일래에게 소매도 짧고, 치마도 짧았다. 이 옷을 입은 요가일래의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릴 경우 악성댓글이 나올 것 같아 염려스러웠다.

▲ 리투아니아 전통악기 캉클레스 반주에 따라 한국 노래 "노을"을 부르는 요가일래 

"이번엔 한복 말고 다른 옷을 입히는 것이 좋겠다."
"안돼. 반주가 리투아니아 전통 악기라 사람들이 한국적인 옷을 훨씬 더 기대할 거야."
"그런데 옷이 작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소매를 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옷 수선에 약간의 소질이 있는 아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한복을 입히고자 했다. 그런데 아내도 다른 연주회를 준비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공연 전날 아내는 좋은 생각이라면서 소매 끝자락을 뜯었다. 그렇더니 소매가 더 길어졌다.

"어때?"
"길어졌지만 소매 밖에 그려진 꽃무늬가 소매 안으로 들어가버렸잖아. 안 예뻐!"
"사람들이 멀리서 보는 데 알아채지 못할 거야.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소매가 짧다고 해서 소매를 길게 했는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나?"
라며 아내가 언성을 높였다.

옆에 있던 딸 마르티나가 의견을 말했다.
"한국 사람들한테는 확실하게 소매도 짧고, 치마도 짧게 보이지만 한복을 처음 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것이 오히려 더 세련되고 멋있어 보일 거야. 무엇보다도 한복이니 시선을 잡을 거야. 있는 그대로 입히는 것이 지금은 최선이다."

이 의견에 우리 가족 모두는 수긍했고, 아내는 뜯어낸 소매를 다시 원위치로 깁어야 했다.
"다음에 한국 가면 반드시 한복 한 벌 사!""
"금새 커버리는 데 소용이 있을까......"


옷을 세 차례나 갈아입는 수고를 했지만 이날 요가일래 한국 노래 공연은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우리 부부는 기꺼이 딸아이를 좋아하는 피자집으로 데려갔다.


아내 왈: "요가일래 선생님이 다음에는 한국 민요을 부탁했어. 각 민족 노래 시합이 있을 거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5. 10:10

"아빠, 빨리 와! 사진 찍어!"

무슨 일이기에 모처럼 딸아이가 사진을 찍어라고 부탁할까 궁금했다. 딸아이의 방문을 열자 은은한 음악이 먼저 들렸다. 그런데 두 딸은 누워 있었다. 큰 딸은 소파침대에 작은 딸은 방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참 가관이었다. 더덕더덕 뭔가가 붙어져 있었다.
 

"지금 뭐하니?"
"마사지 중이야!"
"이제 겨우 열살인데 이런 마사지를 하니?"
"얼굴이 부드러워지니까."
"너는 안해도 부드럽잖아."
"하지만 하면 더 부드러워지지."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 딸이 며칠 전 크리스마스 방학으로 집에 와 있다. 모처럼 우리 집은 활기가 차다. 두 딸이 의기투합해서 마사지를 생각해냈다. 바나나와 레몬 조합이다. 

두 딸의 얼굴 가관을 보니 작은 딸 요가일래의 얼굴 화장 장난 변천사가 떠올랐다. 제일 먼저 4살 때 매직펜 눈썹 메이크업 사진이 떠올랐다. 이어서 동전, 장미꽃, 오이 등등......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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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4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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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찼네 (7살)
오이를 먹으면서 오이 얼굴 마사지를 흉내내는 요가일래 (8살)
 2011년 12월 바나나와 레몬 얼굴 마사지 (10살)

대학생 언니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 동생이 벌써 진짜 얼굴 마사지의 맛에 빠져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언니가 함께 있을 때 잠시 호기심으로 해보는 장난일 것으로 믿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3. 08:20

지난 주말을 기해 초등 4학년생 딸아이에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변화가 생겼다. 일요일 부엌에 가니 딸아이가 감자를 깍고 있었다. 옆에서 보니 불안했다. 언제 날카로운 칼날이 감자가 아니라 딸아이의 손가락으로 향할 지 심히 걱정되었다.

"아빠가 해줄까?"
"아니야. 이제 나도 할 수 있어. 아니, 꼭 해야 돼. 친구들은 벌써 직접 요리할 수 있다고 말했어."

분위기를 살피니 도움을 받아드릴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손가락 다치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
"알았어."

얼마 후 다시 부엌에 가니 이제는 감자를 직접 후라이팬에 굽고 있었다. 그리고 우유와 함게 맛있게 감자을 먹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음식을 달라고 늘 요구하던 딸아이가 이렇게 난생 처음 감자를 혼자 직접 요리해서 먹기 시작했다. 딸 개인사에 획기적인 일이다. 이제야 부모의 요리 의무가 조금씩 줄어들게 되는구나......

어제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저녁 무렵 노래공연을 다녀온 후 딸아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물었다.

"아빠, 달걀 후라이 먹고 싶어?"
"물론이지. 너도 먹고 싶으면 아빠가 해줄게."
"아니야. 아빠는 계속 일하고 있어."
"뭐, 네가 하겠다고?"
"당연하지."
"정말 할 수 있어?"
"한번 봐!!!"

딸아이는 달걀 후라이에 생오이를 반듯하게 짤라서 저녁을 차려주었다. 혼자 자기 음식을 해먹는 것조차 기특한데 이렇게 아빠에게 음식까지 해주니 그야말로 감동 자체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 "우리 딸 언제 클까?"를 주문처럼 외우던 때가 떠오른다. 이제 조금씩 양육의 짐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앞으로 딸아이의 요리 메뉴가 더욱 다양하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2. 10:36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12월초면 우리 집에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한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 딸이 돌아오면 작은 딸이 함께 세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 2010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트리. 올해도 곧 이렇게 세워질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면 그 밑에는 산타가 읽어볼 엽서가 놓인다. 부모는 이 엽서 내용이 궁금하지만 읽어볼 수가 없다. 이것을 읽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며칠 전 생각없이 초등학교 4학년생 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라고 물었을 때 아내는 즉각 손바닥으로 때릴 것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딸은 산타가 존재하고 선물을 준다는 것을 믿고 있다. 이 천진한 믿음을 부모가 깨트려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아내의 확고한 생각이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지난해 산타에게 쓴 딸아이 엽서가 있어 소개한다. 딸아이는 산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돈까지 주었다. 얼마나 그 선물이 받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친애하는 할아버지, 
언니와 함께 올해도 선물을 받고 싶어요. 저는 리틀펫(little pet)과 리틀펫 집을 원해요. 그리고 아주 큰 인형도 원해요. 언니는 우리가 심스(Sims game)를 놀 수 있도록 노트북을 원해요. 할아버지에게 너무 비싸지 않도록 전나무 밑에 돈(200리타스, 약 10만원)을 놓겠어요."

정성스럽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엽서를 쓰는 아이에게 선물주는 산타의 존재를 까발리면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스스로 알 때까지 놓아두는 것이 좋겠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밝혀? 말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2. 10. 05:31

어느날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다.
"아빠, 이거 정말 재미난 농담이야. 들아봐! 10살 학생하고 50살 선생님과의 대화야."

▲ 리투아니아 초등학생들은 만년필로 글씨를 쓴다.
 

"네 글씨는 왜 똑바르지 않고 그렇게 비틀비틀거리나?"
"술취했어요."
"어떻게?"
"만년필이 잉크를 많이 마셨어요."
"내 만년필은 같은 양의 잉크를 마셨는데도 글씨가 똑바르잖아!"
"지구력 문제이지요. 저는 10살이고, 선생님은 50살이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농담 하나를 답례로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수업을 끝낸 후 학생들의 청결상태를 검사했다. 한 학생의 머리카락에 냄새가 많이 났다. 선생님은 그 학생의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 딸의 머리카락이 청결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이 편지를 받은 학생의 어머니는 즉각 답장을 썼다.

"선생님, 딸의 머리카락을 냄새맡지 말고 공부나 잘 가르쳐주세요."

▲ 먼저 연필로 정성스럽게 글씨를 쓰고, 그 위에 만년필로 다시 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에게 볼펜 사용을 금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주된 필기도구는 연필과 만년필이다. 지금도 딸아이는 작문 숙제가 있으면 먼저 연필로 작성한다. 그 다음 만년필로 그 위에 똑바르게 써내려간다. 잉크가 다 마른 후 지우개로 연필 글씨를 지운다.

* 최근글: 리투아니아 전통악기 반주에 부르는 한국 노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28. 06:42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3주 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 가기 전 딸아이는 한국 음식을 먹을 기대에 부풀러 있었다. 
"한국에 가면 뭘 먹고싶어?"
"삼겹살, 불고기, 미역국, 김밥, 김치밥, 소면, 라면, 밤, 대추, 배......"
"그래도 모르니 리투아니아 음식 조금 가져가자. 뭘 가져갈까?"
"훈제 소시지 가져가자."  

첫날 지인의 초대를 받아 삼계탕을 먹었다. 부드러운 닭고기를 소금에 찍어 몇 점 먹어보더니 딸아이는 더 이상 먹지를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것을 더 이상 안 먹다니...."
"아빠, 난 김치밥이면충분해." (여기서 김치밥이란 김치를 밥에 발린 음식을 말한다.) 


3년만에 방문하지만 딸아이가 이제 컸으니 한국 음식을 더 잘 먹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고기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음식 맛보기에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아빠, 훈제 소시지 좀 구해줘!"
"한국에서 파는 빵도 네 입에 안맞다고 안먹는데 어떻게 훈제 소시지를 네가 좋아할 수 있겠니?"
"그러면 리투아니아 있는 엄마한테 부탁해 보내달라고 하면 되잖아."
"소시지가 도착할 때면 우린 벌써 리투아니아 집에 있을 거야."

한국 도착 후 첫날은 아직 남은 리투아니아 훈제 소시지가 영양 보충을 잘 해주었다.

"아빠, 훈제 소시지가 최고로 맛있다!"
"짠내나는 훈제 소시지가 그렇게 맛있어?"
"당연하지. 아빠가 냄새나는 김치를 좋아하듯이 난 훈제 소시지를 제일 좋아해." 


빌뉴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헬싱키 공항에서 딸아이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공항에 나올 때 훈제 소시지 꼭 가져와!"
"훈제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놓았어. 훈제 소시지는 내일 먹어."
"안돼. 내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훈제 소시지란 말이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25. 06:16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태어난 딸아이(만 10살)는 누가 언제 묻더라도 대답은 동일하다. "나는 한국인 사람이자 리투아니아 사람이다." 생활 근거지가 리투아니아라 한국을 접할 수 있는 주된 창구는 아빠이다. 딸아이를 지켜보니 한국에 관해서 아빠가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전에 아빠와 둘이서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첫 소감을 엄마에게 말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엄마, 내가 아빠에게 정말 솔직하게 한국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어."

지하철이나 거리나 사람들이 북적대서 불편함을 느낀 딸아이의 인상이었다. 아빠에게 "한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정말 솔직하게"라는 표현을 붙었다.

어제 아침 학교에 가기 전 부엌에서 두 모녀가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고 아내가 전해주었다.

"엄마, 내가 크면 한국 여자들처럼 살고 싶어."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데?"

"한국 여자들은 일하러 가지 않고 집에 있잖아."
"그럼 죽을 때까지 누가 먹어살리나?"

"남편이지."
"남편이 먼저 돌아가면 어떻하지?"

"그러게."
"남편이 아내보다 더 늦게 돌아가도록 신(神)과 계약할 필요가 있겠다."

"엄마, 신과 어떻게 그런 계약을 할 수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 것이지."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지?"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바르게 살다보면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있지."

"그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냥 나도 크면 엄마처럼 일하고 살아야겠다."
"그래. 그게 정답이야!"
 
이 대화를 전한 아내에게 말했다.
"일하는 한국 여자들도 많이 있다고 당신이 딸아이의 생각을 고쳐주었어야지."
"아마 주변 한국 여자들과 한국에서 만난 여자들이 집에 있는 것을 보고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아."

▲ 얼마 전 덕숭궁에 찍은 사진. 꿈을 그리는 모습이라면서 딸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여자, 엄마를 비롯해 음악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여자인 환경 속에서 딸아이가 배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하지 않고 사는 것으로 딸에게 비친 한국 여자들이 부러움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하지만 일생을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딸의 이런 꿈은 신(神)과의 계약, 부자 남자 만나기 등의 엄마 주장에 부서지고 말았다.

딸아, 부모 의지, 남편 의지 그리고 자녀 의지에 벗어나 꼭 자립하는 여자로 살기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23. 06:37

아이를 키우다보면 힘든 순간도 있고, 즐거운 순간도 있다. 특히 나름대로 재미난 표정을 짓을 땐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카메라를 찾아보지만 가까이에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최근 만 10살이 된 딸아이를 위해 사진을 정리해보았다.

태어난 지 15개월이 된 어느 겨울 날이었다. 밖에는 눈이 엄청 쌓여있었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을 때라 아빠가 상상으로 당시 상황을 고려해 말풍선을 달아보았다.
 

차를 밀고자 만용을 부렸던 딸아이는 이렇게 아빠가 끄는 눈썰매를 타고 산책에 나섰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9. 10:52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10년 주기의 생일을 중시하고 성대히 치른다. 물론 아이들은 매년 오는 생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유는 선물과 북쩍거리는 잔치 분위기 때문이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11월 5일 만 10살이 되었다.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한국에서 생일을 맞이했다. 당시 엄마는 리투아니아 집에 있었고, 아빠는 서울에서 연수 중이라 제대로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다. 

딸아이는 미리 생일 선물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달라고 부탁했다[관련글: 10살 생일 선물을 미리 사달라는 딸의 까닭]. 집에 있는 캠코더와 카메라, 그리고 카메라 기능 휴대폰 등을 장황하게 열거하면서 이 선물이 적합하지 않음을 내심 주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만 10살이니 사진 찍히기보다는 사진 찍기를 더 좋아할 나이에 이른 것 같았다. 주저했지만 결국 딸아이가 원하는 생일 선물을 사주었다.

▲ 얼마 전 덕숭궁에 찍은 사진. 꿈을 그리는 모습이라면서 딸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11월 8일 한국에서 빌뉴스 집으로 돌아와 며칠 동안 시차 적응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해오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한국에서 찍은 1000여장의 사진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생애 첫 10주년을 맞은 딸에게 디지털 카메라 한 대만 달랑 선물한 것은 웬지 허전해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찍은 딸아이의 사진을 정리해서 동영상을 만들어 선물하면 어떨까?

디지털 카메라로 출생에서 10살이 되기까지 쭉 찍은 딸아이의 사진이 5000여장이다. 결심은 했지만 막상 이 많은 사진들 중 딸아이의 성장 과정을 잘 나타내주는 사진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연도로 분류하고 각 연도마다 사진 30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당신, 소중한 시간 허비하지 말고 약속한 번역일을 해야지. 지금 제 정신이야."
"오늘이면 사진 정리를 다 끝낼 수 있을 같아."


이렇게 오늘1주일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아내의 질책에 귀를 막고 고집을 부리면서 해냈다. 동영상 속 배경 음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되었다. 딸아이가 부른 저작권이 없는 리투아니아 민요를 넣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썩 어울리지가 않았다.

아빠가 딸에게 정성을 쏟아 만들어주는 선물인데 엄마가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겠지라는 작은 기대감으로 아내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10년간 엄선된 사진을 모아 만든 동영상을 아내가 보더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감동을 받은 듯했다. 잠시 후 피아노로 가서 요가일래를 위해 지은 자신의 옛날 곡을 치기 시작했다. 동영상에 맞춰서 즉석 편곡을 해보았다. 아내는 만족할 정도가 아니라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배경 음악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dlfjg부모 합작 선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캠코더로 아내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하고 있는 동안 딸아이는 아빠가 정리한 사진을 혼자 보고 싶어했다. 녹음을 마치고 내 책상으로 돌아와보니 사진을 보고 있었야 할 딸이 없었다. 방으로 가니 딸아이가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우니?"
"이제 더 자라고 싶지 않아. 사진을 보니 어린 시절이 아주 좋았어.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울지마. 자라도 재미나고 좋은 일들이 더 많이 너를 기다릴 거야."


10살 딸아이가 동영상을 보더니 행복하고 아름다운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음에 울게 되었다. 딸에게 기쁨을 주고자 만든 동영상이 오히려 울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언젠가 330장으로 된 10년 동안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느낄 것으로 믿는다. 딸아이는 지금 곤히 잠자고 있다.


"딸아, 첫 10년의 삶은 이렇게 아빠가 정리해주었으니 앞으로 이어서 올 매 10년은 네가 정리하길 바란다. 아빠가 지어준 네 이름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해가 되어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7. 15:45

얼마 전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 10살이 되었다. 10년 동안 딸아이의 단독 사진을 모아보니 5000여장에 이른다. 매년 500장을 찍은 셈이다. 현재 이 사진들을 추려서 딸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려고 한다.


때는 2004년 4월 1일로 만 두 살 반이다. 딸아이는 체스 알을 가지고 열심히 놀고 있다. 그리고 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딸아이는 아빠에게로 와서 으르릉거린다. 체스 졸(卒)을 손톱에 끼고 호랑이가 된 듯하다.


붉은색 졸로는 아빠를 잡아먹는데 실패했다. 이젠 노란색 졸로 전법을 달리해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일도 있지만, 이렇게 천진난만한 발상과 놀이로 그 힘듬을 상쇄시켜주기도 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30. 23:49

딸아이가 자기 의사를 스스로 표현할 수 있까지는 기록용이라면서 무척이나 많이 딸의 성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하지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찍어도 되냐고 묻고 동의를 얻은 후에야 찍거나 찍어달라는 요청에 따라 찍게 되었다.

곧 만 10살이 될 딸아이는 아빠따라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다. 빌뉴스에 있을 때 봄철에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번 한국 방문 중 제일 먼저 한 일이 카메라 수리였다. 리투아니아보다 한국이 수리비가 훨씬 싸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촬칵촬칵 소리를 듣지 못한 딸아이는 그 재미로 요즈음 카메라를 직접 만지는 일이 잦다.

▲ 이번 한국 방문에서 찍힌 딸아이 요가일래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어느 날이었다. 
"아빠, 내 생일에 카메라를 선물해줘~~~"
"왜?"
"나도 아빠처럼 사진을 찍고 싶어."

"네가 한국에서 생일을 맞는 데 무슨 선물을 해줄까?"라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아빠가 생각해야지 왜 내가 생각해야 돼?"라고 딸아이가 물었던 일이 생각났다.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사주는 것이 제일 좋은 선물이다. 물론 합당한 선에서 말이다. 

"그래. 생일이 되는 날 살줄 게."라고 즉답을 피하고 싶었다.
"안 돼. 이번에는 더 빨리 사줘야 돼."
"왜?"
"아빠가 서울에 가서 나 혼자 있을 때 내가 찍어야 할 일이 있을 거야. 그리고 나도 이제 컸으니 찍히는 것보다 더 찍고 싶어. 아빠가 서울에 있을 때 카메라가 아빠라고 생각하고 잘 지낼 거야."

이 말을 들으니 안 사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디지털 카메라를 인터넷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딸아이는 이 카메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아빠가 서울에 가서 있는 동안 열심히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면서 1주를 보낼 것이다.

며칠 전 아빠를 모델 삼아 딸아이는 사진을 찍었다. 하고 많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무시하고 아빠를 배수구 위에 눕혔다.  
 

"왜 배수구야?"
"비밀이야!"
"네 그림자가 들어갔으니 다시 찍자!"
"아니. 사진 속에 나도 있으니까 좋잖아!"


소나무를 뒷배경으로 딸아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딸아이는 소나무 뒤로 숨어버렸다. 디지털 카메라는 한국에서 맞이할 뜻 깊은 10살 생일 선물로 아주 적합한 듯하다. 이제 딸아이는 사진 속 모델이 아니라 스스로 모델을 찾아나서는 때가 된 것 같아 흐뭇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27. 06:04

유럽에서 한국을 방문한 지 아직 일주일이 되지 않고 있다. 시차때문에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딸아이는 네 번째 한국 방문이지만 이번이 제일 힘든 듯하다.

"아빠, 밤이 낮인 것 같아 잘 수가 없어."

한국과 유럽 리투아니아와의 시차는 6시간이다. 즉 한국이 밤 12시이면 리투아니아는 저녁 6시 한창 열심히 활동할 때이다. 낮에는 한국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저녁에 체류지에 돌아오면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한다. 


날마다 일찍 자자고 둘이 약속하지만 밤 12시가 되어도 정신이 말짤말짱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제도 불을 끄고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컴퓨터를 켤 수 밖에 없었다. 딸아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책상에 화장지 한 조각이 있었다. 딸아이는 이 화장지를 가위로 일정하게 11장으로 짤랐다. 그리고 이를 묶고, 볼펜으로 그 화장지에 글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모두 21쪽에 이르는 내용이었다. 

글을 쓰면서 혼자 웃고 또 웃었다. 글 제목은 "화장지 이야기"이다. 
 
▲ 글 제목: 화장지 이야기

▲ 얼마 전에 아니 아마 4분 전에 화장지가 살았다(이는 화장지를 가위로 오려서 종이로 만들기 바로 직전의 시간을 표시한 것이다.) 이 화장지의 이름은 페트라스(피터)이다.

▲ 페트라스는 매일, 매분, 매초, 매주...... 화장실 변기 옆에 있다. 그래서 화장지라 불린다.
 

▲ 요가일래가 지어낸 21쪽 짜리 화장지 한 쪽으로 만든 "화장지 이야기" 소책자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섰다. 초등학생 4학년생 딸아이는 이렇게 화장지 한 쪽을 가지고 21쪽의 화장지 책을 만들어 스스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빠, 나 자라서 작가가 될까?"
"너는 나중에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희망 가득 찬 어린이야! 당연히 될 수 있지."

딸아이가 한국 방문 중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발악한(?) 정신적 산물인 이 화장지 소책자를 오래도록 간직해 기념물로 삼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25. 09:23

최근 딸아이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앞서 가져갈 옷을 챙기고 있었다. 양말바지 하나를 가지고 바느질통이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참고로 우리 부녀(父女)는 스타킹을 양말바지로 칭한다. 영어 단어 스타킹(stocking)에 해당하는 한국어 단어를 스타킹이라고 딸에게 말해주면 딸은 진짜 한국어 단어를 말해달라고 요구한다. 즉 스타킹은 영어이지 한국어가 아니란다. 이 경우 우리 두 부녀는 적합한 한국어 단어 찾기에 들어간다.]

"양말바지로 뭘 하려고 가져가니?"
"구멍이 나서 바느질하려고."
"네가 할 수 있어?"
"당연하지."

순간적으로 아시아 인도에서 연수 중인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딸아이가 바느질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혹시 바늘에 손가락이 찔릴까 걱정이 되었다.

"아빠가 해줄까?"
"아니. 내가 할 수 있어."
"아빠도 대학 다닐 때 바느질 많이 했어."
"나는 초등학생인데도 잘 해!!!"
"손가락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
 

초등학교 4학년생 딸아이가 직접 양말바지 구멍을 바느질로 꿰매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엄마가 부재시에 아빠의 존재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림에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최근글: 아내가 집 떠난 후 남편이 느낀 힘든 일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