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첫면2015. 1. 8. 06:00

며칠 전 리투아니아 은행을 다녀왔다. 요즘 여기 은행은 어느 때보다 사람들로 붐빈다. 왜냐하면 환전 때문이다. 아직 관광철 아닌데 벌써 환전이라니... 바로 유로 도입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는 2004년에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로 2015년 1월 1일 0시 0초부터 19번째 국가로 공동화폐인 유로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에 소지하고 있던 리투아니아 화폐를 가져와 유로로 환전하는 일 때문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번호판을 받고 약 5-15분 기다리면 은행 창구에 가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30분이 지나도 내 번호를 부르는 신호음이 들지 않았다, 

* 요즘 리투아니아는 유로 도입으로 은행이 분주한 때


정확하게 50분이 지나자 내 번호가 전광판에 떴다. 갑자기 왼쪽 팔이 엄청나게 아파진 것을느겼다. 기다리면서 움직이지 않고 전화로 인터넷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파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오래 기달렸다는 말이다.  

창구 직원한테 가서 일처리를 부과받은 숫자를 써서 보여주었다. 아래 사진에서 숫자 7과 1은 보통 한국 사람들이 쓰는 것과는 약간 다르게 표기했다. 숫자를 읽어가던 직원은 숫자 4에서 막혔다.

"이게 무슨 숫자?"

순간 내 뇌리 속에 '분명하게 숫자 4를 썼는데 왜 물어보지?', '뭐가 잘못되었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차,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닌데 주의심이 부족했네.'라는 대답이 떠올랐다. 


바로 위에 붉은 색으로 동그라미를 한 것이 숫자 4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치의 의문도 일어나지 않고 숫자 4로 알 것이다. 그런데 숫자를 다루는 은행원이 이를 못 알아보다니...

허참~~~ 

그럼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에게는 어떤 숫자 4 표기에 익숙해져 있을까? 



바로 왼편에 붉은 원 안에 있는 숫자가 일반적으로 이들이 표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에겐 이런 표기가 숫자 4가 아니라 9로 보여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40유로 달라는 쪽지를 보고 90유로를 주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유럽 사람들 사이에 어울려 살면서 특히 숫자 1, 4, 7에 각별하게 주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은행에서 숫자 4 표기를 겪어보니 20여년 전 한국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당시 유럽에서 3년을 꼬박 살다가 일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느 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할 수만큼 해당 필름에 숫자를 표기했다. 며칠 후 사진을 찾으려 갔는데 의외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봉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두꺼웠다. 1장을 인화하라고 한 모든 사진이 7장으로 인화되어 있었다.
"아저씨, 1장 인화하라고 숫자 1(아래 사진 가운데)을 표기했는데 왜 7장을 인화했나요?"
"여기 봐요. 숫자 1이 아니라 숫자 7이잖아요."
"아, 제가 유럽에서 익숙해졌던 숫자 표기 때문이네요."

▲ 일반적으로 표기하는 숫자 1(왼쪽), 유럽 사람들이 흔히 표기하는 숫자 1(가운데), 유럽 사람들이 흔히 표기하는 숫자 7(오른쪽). 


한국의 사진관 아저씨가 가운데 숫자를 7로 읽었다. 사진관 주인은 내가 쓴 1자를 7자로 읽었던 것이다. 결국 이 1자 표기 때문에 사진값을 7배나 지불했다. 표기 실수에 대한 너무 비싼 수업료였다. 그 후 한국에서 1자를 쓸 때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1과 7, 그리고 4마저 현지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는 방법대로 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3. 1. 07:28

추운 날 도심을 산책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장소는 커피숍이나 박물관이 제격이다. 빌뉴스에 중심가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화폐박물관을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이 박물관은 입장료가 없다.   

토토류 가트베 2/8
개장시간 
4월 1일 - 10월 31일: 화-금 10시-19시, 토 11시-18시
11월 1일 - 3월 31일: 화-금 9시-18시, 토 10시-17시 

지하 1층에서는 전시물을 통해 리투아니아 화폐 역사를 엿볼 수 있다.  

▲ 화폐박물관 지하 1층
▲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곡물, 호박, 조개 등으로 거래했다.
▲ 중세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은 막대기로 거래했다. 

1층에는 각국의 화폐에 대한 정보를 화면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날 안내사는 한국의 지폐를 보여주었다. 

▲ 1층에서 만난 한국 화페들



아직 50000원짜리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렇게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화폐박물관에서 한국 화폐를 보게 되다니 반가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20. 07:32

부도가 나지 않을 은행에 높은 이자율을 받고 자금을 안전하게 예치하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이다. 최근 유럽연합 리투아니아의 한 은행이 부도가 났다. 2010년 가장 좋은 은행으로 평가받은 스노라스 은행(Snoras bankas)이라 사회적 충격이 더 크다.

피의자 신분인 은행 임원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은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지급보증금 10만 유로 이상을 예금한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그 윗돈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 동안 경제 위기와 유로 위기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은행 부도까지는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건전하다고 믿게 하고 믿어왔던 은행이 이렇게 아무런 사전 징후없이 부도가 나버리자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투아니아 일간지에 실린 덴마크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광고(아래 사진)가 시선을 끌었다.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숫자 표기로 2,012는 2천12이다.
1,000,000,000에서 보듯이 한국 사람들은 천 단위에 콤마를 찍는다.  
그러므로 2,012%는 2천12%로 읽을 수 있고, 은행 금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정말일까?

사실이 아니다. 우선 숫자 2012가 주목을 끈다. 다가오는 2012년을 연상시킨다. 콤마(,)는 서양 사람들이 점(.) 대신에 소숫점을 표기할 때 사용한다. 6개월 정기예금 2,012%는 2천 12%가 아니라 2점012%이다. 유럽 사람들과 숫자 표기를 할 때 늘 이런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0. 29. 06:44

한국의 가을날씨가 이토록 좋을 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유럽 리투아니아를 떠나올 때 날씨는 영상 2도라 완전히 겨울 옷에도 겨울 신발을 신어야 했다. 


그런데 이곳 한국에 오니 낮에는 리투아니아 초여름 날씨 같다. 어제 익산 원광대학교와 경계를 이루는 거리를 걸어보았다. 노란 은행잎이 밑으로 떨어져 인도를 수놓고 있었다. 청소부 아저씨는 이 은행잎 낙엽을 쓸어다듬는데 여념이 없었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자 담장으로 사용되는 철쭉꽃이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봄철에 피는 철쭉꽃이 이렇게 낙엽지는 가을에 피고 있으니 더욱 눈길을 끌었다. 
 

3년만에 고국을 다시 찾은 나에게 한국은 이렇게 봄정취까지 선물해주고 있는 듯해 무척 반가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11. 27. 07:09

최근 영국에서 한 연금수령자가 평생 절약해서 모은 돈을 한순간에 실수로 잃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 소식을 전한 례투보스 리타스 기사에 따르면 그는 68세로 매년 2천파운드를 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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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은 돈의 액수가 8만파운드(약 1억4천4백만원)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그는 이 돈을 침대 밑에 보관해왔다. 하지만 그를 지켜주던 개가 죽은 후로부터는 항상 이 돈을 가지고 다녔다.

이날 그는 전액이 든 플라스틱 봉투를 차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 이를 깜박 잊고 그는 차를 몰고 일터로 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차 지붕 위에는 빈 봉투만 남아있었다.

그는 돈을 주운 사람이 돌려주면 후사하겠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잃어버린 수영복이 떠올랐다. 언제가 여름날 호수에서 수영한 후 옷을 갈아입으면서 수영복을 차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 그만 이것을 잊어버리고 차를 타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수영복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물론 8만파운드를 수영복에 비교할 수는 없다.

이렇게 잠깐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평생 애써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역시 돈은 은행에 맡기는 것이 상책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 최근글: 세계에서 가장 옷 유행을 쫓는 도시는?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9. 28. 05:11

유럽에서 가장 종교적인 나라로 알려진 폴란드가 또 다른 성직자 사건으로 충격에 빠져 있다. 최근 폴란드 경찰이 은행강도범을 잡았는데 그가 가톨릭 신부로 밝혀졌다.

이 소식을 전한 <례투보스 리타스> 9월 26일 기사에 따르면 37세 가톨릭 신부 노르베르트는 폴란드 포즈난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도시 샤모투워(Szamotuły)에 소재한 PEKAO(페카오) 은행 여직원을 칼로 위협해 현금 6000즐로티(약 240만원)를 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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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지점이 샤모투워(Szamotuły), B지점이 비아워가르드(Białogard)

당시 신부는 어떤 복면도 하지 않았고, 또한 신부를 상징하는 옷도 입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 보통 사람들들처럼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력이 좋은 은행 직원은 그의 얼굴 모습을 자세하게 경찰에게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사건이 일어난 후 30분 이내에 인근 도시 버스정류장에서 혐의자를 검거했다. 그는 이미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으나, 경찰은 그를 쉽게 알아보았다.

체포된 그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성직자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그의 주머니에서 훔친 돈을 발견하자 신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는 비아워그라드(Białogard) 교구에서 5년간 신부로 봉직하고 있었고, 곧 다른 교구로 인사이동이 될 예정이었다. 지역 신도들 사이에 그는 스포츠를 아주 좋아하고 설교를 잘 하는 신부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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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폴란드 경찰이 창설 90주년을 맞은 해이다(사진: Marek Krupa, 출처:
http://www.policja.pl/).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그의 아이를 임신한 연인이 있다. 그는 신부직을 그만 두고 이 연인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고, 먼저 은행강도로 획득한 돈으로 그녀를 돕고자 했다고 전한다.

올해 폴란드에서는 60건 이상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했으나 이 신부 사건을 제외하고는 한 건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는 최대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

초유스는 90년대에 약 3년간 폴란드에 살았다. 그 당시 일요일이 되면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성당으로 몰려오는 자동차와 사람들의 긴 행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폴란드 인구는 약 3800만명이고, 95%가 로마 가톨릭교를 믿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실감나면서도 몹시 안타깝다.

* 관련글: 여성 국회의원과 성직자간 로맨스 들통
               폴란드 술문화 - 맥주 4잔으로 부자
               폴란드인들의 '배꼽 잔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0. 11. 06:16

기약 없는 금융위기 광풍이 사방에 불고 있다. 한국은 지난 10월 10일(금) 하루만 해도 달러가 1,460원까지 폭등했다가 1,225원까지 폭락하는 등 일중 변동폭이 235원에 달했다고 한다. 한국 방송과 언론에 뉴스를 제공하면서 살아가는 나와 같은 사람한데 원화가치 하락은 치명적이다. 이 광란의 춤을 추는 환율이 제자리고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몇 일 전부터 아내는 장모와 자주 전화를 하면서 리투아니아 은행엔 예치되어 있는 돈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상의해왔다.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안전한 은행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집에 당분간 보관할 것인가를 두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해왔다.

10일 아침 처제로부터 긴급전화가 왔다. 은행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당장 예치된 돈을 인출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아내는 곧 리투아니아 은행 신용도와 금융위기에 관한 많은 인터넷 기사를 찾아 읽었다.

“부도난 리만 브라더스사가 리투아니아 한 은행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고 있다”, “한 은행이 리만 브라더스사에 돈을 빌려주었다”, “라트비아에선 벌써 은행직원 200명이 해고되었다”, “10월 12일 리투아니아 총선이 끝난 후 위기의 폭탄이 더욱 가시화될 거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니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일단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은행으로 가서 예금 전액을 인출했다.

리투아니아에선 예금을 인출할 경우 수수료 0.6%를 지급해야 한다. 만약 1년 은행이자율이 6%라면 한 달 이자율은 0.5%이다. 그런데 예금을 인출할 시 0.6%를 내야 하면 결국 한달 예치하는 것은 손해이다. 차라리 위험하지만 집에서 돈을 보관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아무튼 리투아니아엔 아직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우리 집과 주위의 많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일단 돈을 은행에서 인출하는 것으로 일차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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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총선을 치르는 리투아니아의 국회는 EU의 예금보호 확대에 대한 답을 아직 못내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