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붕괴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1990년대 초 막 독립을 한 발트 3국을 두루 다녀봤다. 당시 호의를 베풀어진 현지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약간의 사례를 하고자 하면 그들이 극구 사양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별로 안 되는 사례인데도 그들에게는 2주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면서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소련은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되었다. 붕괴 후 1992년 1인당 국민총생산은 러시아가 3,490달러로 1위다. 이어서 벨라루스 (2,989 USD), 에스토니아 (2,148 USD) , 라트비아 (1,924 USD), 리투아니아 (1,529 USD), 카자흐스탄 (1,515 USD), 우크라이나 (1,500) 순이다.
30년이 지난 후 이 순위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2021년 에스토니아가 1인당 국민총생산 27,100 USD로 1위다. 이어서 리투아니아 (22,410 USD), 라트비아 (19,540 USD), 러시아 (11,270 USD), 카자흐스탄 (10,140 USD) 순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4,380 USD로 12위이다. 1991년 1,500 USD에서 3배 정도가 올랐고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10배 이상 올랐다.
*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 중심거리다.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에서 관광여행 부문이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약하다. 2018년 GDP의 4.9%를 차지했다[출처].
또 다른 중요한 지표는 국민총소득(GNI)다. 이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이다. 구매력평가기준(PPP) 1인당 국민소득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으로 명목소득을 환산한 것이다. 명목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화폐액면가 그대로의 소득을 말한다.
아래에서 유럽 각국의 경제규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지표를 정리해봤다. 1인당 국민총생산은 2018년 세계은행 자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년 세계은행 자료에 의한 것이고 구매력평가기준(PPP)에 따른 것이다. 출처가 따로 표시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의 평균임금은 총임금(gross wage)이고 자료는 여기에서 얻었다. 유럽연합 회원국 최저임금과 최저시급은 자료는 여기[1, 2]에서 얻었다.
작은 나라들로 구성된 발트3국을 다니면 몇 해 전만 해도 화폐가 다 달라서 현금 사용자가 여행하기에 불편했다. 가게에서는 현지 통화만 고집을 해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쉽지 않게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화폐 이름으로 에스토니아는 크론, 라트비아는 라트, 리투아니아는 리타스였다.
그러던 것이 이 세 나라가 이제는 모두 유럽의 여러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공동화폐 유로(euro)를 도입하게 되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라트비아는 2014년, 그리고 리투아니아는 2015년부터 각각 유로 사용 국가가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19번째 유로 사용 국가다. 사용하기 시작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일상에서 불편은 없다. 더우기 집안에 현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화폐의 모양과 이름이 바꿨을 뿐이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도 은행에 가져가면 자동 기계가 있어 쉽게 유로로 환전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가격 수치의 변화다.
이것이 착각으로 소비심리를 부채질할 수 있다.
1유로는 3.455 리타스다. 유로 수치에 비해 리타스 수치가 3배 이상이 높다.
수치가 높으니 리타스 가격이 괜히 더 비싸 보이고, 유로 가격은 더 싸 보인다.
이런 가격 착각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당분간 리타스와 유로로 가격을 병행 표시해야 한다. 귤 1킬로그램당 리타스는 5.01이고, 유로는 1.45이다. 순간적으로 옛 가격 수치에 익숙한 눈에는 이렇게 가격이 엄청 싸져 보인다. 마치 가격 폭락이 이루어진 듯하다.
위에 영수증은 최근 큰상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후 받은 영수증이다. 많은 물건을 샀지만, 가격 수치는 겨우(?) 19,17이다.
* 파란 원 안에는 지갑에 들어온 최초의 유로 동전
리투아니아 화폐로는 66.19이고, 유로 화폐로는 19.17이다. 괜히 싼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한 듯한 착각으로 당분간 지갑에서 돈이 더 쉽게 나갈 듯하다. 참가로 리투아니아 부가가치세는 21%이다. 물품 하나 구입으로 21%의 세금을 내게 된다. 가격 수치는 나아져 물품값이 싸게 보여 좋지만, 월급 액수가 더 낮아져 상대적으로 더 빈곤해 보인다. 팍 줄어든 월급 액수에 폭락해 보이는 가격이 더욱 씀씀이를 유혹질하고 있는 형국이 바로 지금이다. ㅎㅎㅎ
유로 도입과 비슷한 효과를 노린 듯한 서울의 어느 한 식당의 가격 차림표다. 14,000원 대신에 W14.0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편 서울의 또 다른 식당은 음식값을 아예 원화 대신 달러화로 표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이해가 쉽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결제서비스인 페이팔(PayPal)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페이팔 계좌끼리 또한 신용카드로 송금, 입금, 청구를 할 수가 있다. 이베이가 모회사이다. 오늘 이 페이팔 이름으로 이메일이 하나 왔다. 바로 아래 메일이다. 하도 많은 곳에 가입이 되어 있어, 페이팔에도 가입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링크된 곳을 눌렸다.
그렇더니 페이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어라고 한다. 어딘가 적어놓았을 것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아 비밀번호를 넣었다. 신기하게도 쉽게 로그인이 되었다.
로그인이 되자마자 아래 화면이 떴다. 신용카도 정보를 기입하라고 했다. 계정정보가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왜 신용카드 정보를 제출하라고 할까... 주소를 보니 paypal.com이 아니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몇 초 지나자 구글크롬이 피싱공격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자 했다. 구글에서 아이피 주소를 검색해보았다. 93.182.74.10은 페이팔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터키에서 있는 아이피 주소였다.
이번에는 위에서 사용한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paypal.com에 로그인을 해보았다. 웬걸 전혀 로그인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위에 로그인은 아무 이메일이나 비밀번호를 써도 로고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신용카드 정보를 훔치는 것이다.
내 메일이 잘못되었나 해서 가능성이 있는 세 개 메일을 넣어보았다. 평소 사용하는 메일 어느 것 하나도 되지 않았다.
결론은 페이팔 계정 소유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도 가입한 곳이 많아서 이 또한 정확한 지 기억이 없다. 들어가자마자 의심을 했고, 또한 구글크럼이 경고를 한 덕분에 피싱에 걸려들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혹시 비슷한 경우를 당할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경험담을 올렸다.
어느 날 12살 딸아이가 이베이로 물품을 사달라고 졸라대었다. 현금으로 살 수 없고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부탁했다. 비용도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아직 부모가 한 번도 이베이를 통해 물품을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제 12살 딸아이가 구입하겠다고 하니 이상했다. '아, 우리 부부는 이제 구세대가 되었구나!'라고 하면서 딸아이의 부탁을 끝내 들어주기로 했다. "무엇을 사려고 하는데?""실을 사고 싶어.""리투아니아에서도 실을 살 수 있잖아.""그런데 여긴 실 색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그냥 적더라도 만족하면 안 될까?""다양한 색으로 실팔찌를 만들고 싶어.""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이베이에서 딸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물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주문한 지 1주일후부터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파트 입구 안쪽에 마련된 우편함을 매일 확인했다. 소포가 왔음을 알려주는 우체국 통지서를 학수고대했다.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도 물품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송지가 중국이라 점점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생돈을 날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한 달후 소포가 마침내 도착했다.
요가일래는 수많은 실 색상 앞에 넋이 나갈 정도로 기뻐했다.
이렇게 실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실팔찌를 만들기 위해서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실팔찌를 짜는 방법을 터득한 요가일래는 시간이 나는 대로 실팔찌를 짜고 있다. 모양을 구상하고,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복잡하지만 일단 이를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단순한 작업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인내심과 평정심을 키우는데 참 좋은 것 같았다.
실팔찌를 만들어 자기 팔을 장식하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한다. 아래는 직접 만든 실팔찌를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보내려고 상자에 담았다.
* 이베이에서 구입한 실로 실팔찌를 만들어 팔에 장식하고 어제 피아노 연주를 한 요가일래
자꾸 짜다보니 실팔찌의 문양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주변에 실팔찌를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도 생겼다. 힘들지만 스스로 만들어 주는 선물이라 더욱 값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달라고 조로기 전에 색실을 빨리 사줄 것을 아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베이를 통해 또다시 색실을 사달라고 하면 이제는 두 말하지 말고 우리 비용으로 사줄 준비가 되어 있다.
괴상하고 허망한 듯한 아이디어로 사회에 큰 감동과 영향을 끼치는 일들이 주변에 더러 일어나고 있다. 11월 29일 토요일 리투아니아 화폐박물관은 많은 언론매체들로부터 관심이 집중되었다. 왜냐하면 동전 피라미드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동전 피라미드
여러 가치를 지니고 있는 동전이 아니라 오로지 1센트(한국돈으로 3.8원)만으로 이루어져서 더 큰 화제가 되었다. 이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동전 피라미드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2012년 626 780 미국 센트로 만든 피라미드(55 x 55 x 55: 한 단위 11센트)이다.
이 피라미드 구조는 15개 동전을 한 단위로 해서 58 x 58로 이루어져 있고, 한층 올라갈 때마다 하나씩 줄어든다. 즉 57 x 57, 56 x 56........................ 제일 마지막에는 1 x 1이다. 피라미드에 들어간 정확한 동전수는 1,000,935개, 높이는 1미터13센티미터, 무게는 831킬로그램이다.
5년 전 빌뉴스대학교 물리학과 대학생 비타우타스 약쉬투스(Vytautas Jakštas)와 도마스 요쿠바우키스가(Domas Jokubauskis)가 우연히 1센트짜리 백만개를 모우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의 뜻을 지지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그 동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백만여개의 1센트 동전을 모았다.
* 동전 피라미드 아이디어를 낸 두 대학생
당신의 1센트는 할 수 있어!
두 대학생은"당신의 1센트는 할 수 있어!"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사람들이 함께 아주 작은 1센트를 모아서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라는 것을 사회에 전하고 싶었다고 이들은 말했다.
피라미드를 만드는데 어린 학생부터 전 재무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원 봉사했다. 소요기간을 1주일로 예상으로 했으나 실제로 3주가 걸렸다.
백만센트 성금은 어린이돕기 재단에 기부
이렇에 모은 피라미드 동전은 "리투아니아 어린이 돕기" 재단에 기부된다. 대개 사람들은 거의 값어치가 없는 1센트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지갑에서 빼내 어딘가에 방치해놓는다.
하지만 1센트도 엄연한 돈이다. 100개가 모여야 한국돈 380원의 가치이다. 이 돈으로도 살 수 있는 물건이 드물다. 소수의 동전은 무관심의 신세로 전락하지만, 이렇게 백만개가 모이니 380만원의 가치로 "어린이 재단"에 큰 도움이 되는 기부금 액수가 되었다.
초유스도 집에 있는 1센트를 긁어모아서 이 행사에 동참했다. 여러 차례 피라미드를 쌓는 현장을 방문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에 남겼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오는 2015년 1월 1일부터 자국 화폐를 폐지하고 유로 통화를 도입하게 된다. 이런 시기에 "당신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1센트는 할 수 있다!"라는 아이디어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집안에 나뒹구는 동전이 모여서 정말 이렇게 큰 일을 해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크로아티아 친구와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유럽에서 내가 집에서 한국 술을 담그냐고 물었다. 유럽 사람들 중 과일이나 열매 등으로 집에서 술을 담그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한국 술을 담그냐고 물어본 듯하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술담그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25여년 전에 한국을 방문해 처음 먹어본 술을 기억했다.
"달고 무색인 술이 참 맛있었는데 그 술이 뭐지?"
한국 술 중에 달고 무색한 술이 무엇일까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찾지 못했다. 혹시 외국 친구들이 좋아했던 매실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매실주는 무색이라고 하기에는 정답이 아닌 듯하다.
유럽에 살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대화할 때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술을 가장 많이 마시나?"
"아이구, 한국 떠난 지 오래 돼서 모르는데, 소주, 맥주, 막걸리 등등..."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어떤 술을 많이 마실까?
아래 그래픽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소비량이 많은 술을 표시해놓았다.
상대적으로 추운 북동유럽은 일반적인 도수가 40도인 보드카이고, 포도가 생산되는 남유럽은 포도주이고, 북서유럽은 맥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엔 필히 어떤 까닭이 있고, 이런 포도밭을 일궈낸 주민들의 지혜가 숨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서론이 이처럼 거창할까... ㅎㅎㅎ
포도나무가 웅덩이 속에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웅덩이에서 나오지 못하게 화산암으로 돌벽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저지대뿐만 아니라 가파른 경사에도 계단식으로 포도밭이 거대한 장관으로 눈 앞에 펼쳐졌다.
1730년에서 1736년까지 화산 분출로 인해 화산재가 이 지역의 비옥한 농토를 뒤덮었다. 시간이 지난 사람들은 이 재앙이 안겨준 혜택을 알게 되었다. 바로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였다.
18세기-19세기 이들은 화산재 층을 파내어 웅덩이를 만들어 그 밑에 포도나무 등을 재배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여줄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지역의 포도밭 웅덩이는 지름이 약 5-8미터, 깊이가 2-3미터이다. 한 웅덩이에 보통 포도나무 2그루가 심어져 있다.
란사로데는 1년에 비가 오는 날이 고작 18일이다. 건조해서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다. 농업에 절대로 필요한 것이 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을 해결할까?
이 점에서 화산재의 기능이 돋보인다. 구멍이 많은 입자로 되어 있는 화산재는 빗물과 이슬을 신속하게 밑으로 통과시키고, 뜨거운 햇빛이 비치는 낮에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그런데 왜 돌벽을 세웠을까?
란사로테는 무역풍이 상존한다. 반달 모양인 반원 돌벽은 특히 꽃봉우리를 맺은 포도나무를 강풍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포도나무 주종은 말바시아(Malvasia)와 무스카텔(Muscatel)이다. 포도수확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시기인 7월말이다. 수확은 모두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한다. 수확량은 헥타르당 1,500kg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낮지만, 1그루당 25kg 포도가 생산된다. 19세기말부터 시작된 게리아 포도농원들은 연 포도주 30만병을 생산하고 있다.
이 특이한 포도밭을 비롯해 란사로테 섬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극한 자연환경 속에서 체념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날 스위트 포도주를 시음해보니 꿀을 많이 부운 듯이 무진장 달았다. 당도가 최고라는 안내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 대신에 세미스위트 한 병을 샀다. 호텔로 돌아와 대추야자수 옆에서 저녁노을을 즐기면서 가족과 함께 마시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이맘때가 되면 제일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가 단감이나 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뒷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장대를 들고 뒷밭 감나무에 가서 홍시를 찾아내 맛있게 먹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 살고 있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대형상점 과일 판매대에서 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감은 단감이다. 대부분 스페인산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쏟아져 나와 값이 떨어질 경우에는 자주 사서 먹는다. 다행히 딸아이도 단감을 아주 좋아한다.
* 스페인산 단감
"너는 왜 단감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간단하지."
"뭔데?"
"내가 아빠 딸이잖아.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은 나도 좋아한다."
"그래 좋은 것만 아빠 닮아라. ㅎㅎㅎ"
단감이라고 하지만 막상 사서 먹어보면 떫은 맛이 있는 단감도 더러 있다. 일전에 맛있게 생긴 단감을 여러 개 사왔다. 딸아이가 한번 깨물어 보더니 이내 퇴퇴하면서 뱉어냈다.
* 스페인산 단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홍시로 먹어야겠다
"왜?"
"감이 안 달아. 이런 감 못 먹어."
주말이다. 아내와 딸아이는 지방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하러 떠났다.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경제권을 잡고 있는 아내는 "비싼 수입품 단감보다는 지금은 신토불이 리투아니아 사과를 많이 먹을 때야!"라면서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혼자니 마음대로다. 아내가 떠난 후 대형상점으로 직행했다. 단감을 양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샀다. 스페인 단감을 홍시로 만들 생각이었다. 홍시로 만들어 놓으면 떫은 맛이 달콤한 맛으로 변하기 때문에 딸아이가 맛있게 먹을 것이다. 영수증을 보니 5킬로그램이었다.
* 스페인산 단감 현재 시각 가격은 킬로그램당 4천원
단감은 값이 얼마일까?
단감은 킬로그램당 7.99리타스 + 부가가치세 21%이다. 이날 구입한 5킬로그램 단감 가격은 50리타스다. 한국돈으로 20,000원(킬로그램당 4천원)이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재배된 단감
Persimon Bouque는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재배되는 단감이다.
"단감 홍시 만들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관련글: 제철 대봉감, 빠르게 홍시 만드는 법]를 얻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단감을 넣고, 그 사이에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와 부패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 스페인산 단감과 사과를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다
단감을 담은 상자를 거실 한 구석에 놓았다. 일요일 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할 것이다. 1주일 후 열어보면 정말 단감이 홍시가 되어 있을까?!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에 딸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 거실 구석에 놓아둔 상자
이번에 성공한다면 상자 가득히 홍시를 만들어 냉동실에도 넣어 놓아야겠다. 얼린 홍시가 별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찬성할 듯하다.
늘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잠시라도 머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그곳에서 같거나 유사한 것을 찾아도 신기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을 찾아도 신기하다. 이번에 우리 가족은 스페인령인 북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로 여행갔다.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섬에서 가장 큰 휴양도시인 코랄레호(Corralejo)에 일주일 동안 살았다. 코랄레호는 특히 모래언덕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에메랄드색 해변이 으뜸이다.
거주하는 도심에서 이 해변까지는 걸어서 4-5km이다.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나는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무조건 걷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추억거리를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이 해변에서 돌아오는 길에 거리 담장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담장마다 한 곳에 네모난 설치물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무엇일까? 열려져 있는 설치물에 다가가보니 계량기였다. 수도 계량기와 전기 계량기가 담장 외벽에 설치되어 있었다.
"우와! 정말 좋은 생각이네!" 종종 수도, 전기, 가스 검침원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 검침원을 사칭해 집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훔치거나 기타 몹쓸짓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만약 스페인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처럼 계량기를 건물 담장 외벽에 설치해놓는다면 이런 불법행위는 쉽게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검침원이 집안에 주인이 있든 없든 검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는 전기 계량기는 공용복도에 있고, 가스와 전기 계량기는 집안에 있다. 예전에는 매달 검침원이 집안으로 들어와 검침해 사용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요즘은 거주자가 스스로 검침해 사용료를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낸다. 가끔 검침원이 불시에 찾아와 자기 검침 정확성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에도 우리는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자녀가 혼자 있을 때에는 어떤 검침원이 찾아오더라도 절대로 문을 주지 말고 "지금 부모님이 집에 없으니 다음에 오라고 해라"고 신신 당부한다. 코랄레호에 산다면 굳이 이렇게 자녀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세계사는 그야말로 영토 전쟁으로 얼룩저 있다.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 자치공화국이 최근 주민투표로 절대적인 찬성을 얻어 러시아 귀속을 결정했다. 이에 러시아는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연방 편입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이로써 미국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러시아 세력권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자칫하면 세계2차 대전 후 세계는 최고조의 전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과거 소련에서 독립한 후 러시아인 상대적으로 많이 살고 있고, 역사적으로 18세기초부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발트3국의 불안은 어느 곳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보듯이 강성을 추구하는 러시아는 자주 이웃 나라들과 충돌을 불러일으켰다. 크림반도의 러시아로의 회귀를 둘러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영토문제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는 동영상이 하나 있다. 바로 국경변화를 통해 지난 1000년 동안의 유럽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작금의 상황도 역사의 긴 선을 잇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동시대인으로 이해관계가 직접 얽혀있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갈등과 위기가 이해와 양보로 잘 해결되기 바란다.
# 1 노르웨이 - 스웨덴 국경: 국경선을 따라 사람들이 스노우모빌(눈썰매차)를 즐기고 있다.
# 2 슬로바키아 - 폴란드 국경: 타트리 산맥
# 3 영국 - 스페인 국경: 지브롤터 국경검문소
# 4 아이티 - 도미니카 국경: 아이티 쪽에는 아예 산림이 없다.
# 5 아르헨티나 - 파라과이 - 브라질 국경: 이과수와 파라나 강이 만나는 지점
# 6 미국 - 멕시코 국경: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경 지점. 연 3억5천만이 통과
# 7 중국 - 네팔 국경: 에베레스트 산이 턱 버티고 있다.
# 8 아르헨티나 - 브라질 국경: 이과수 폭포
# 9 네덜란드 - 벨기에 국경:
# 10 코스타리카 - 파나마 국경:
# 11 브라질 - 볼리비아: 산림이 우거진 쪽이 브라질
# 12 아르헨티나 - 칠레 국경: 안데스 산맥
# 13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국경: 미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 14 미국 - 캐나다 국경: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 지역 - 8,800km 이상
# 15 이집트 - 이스라엘 국경: 오른쪽이 이스라엘, 왼쪽이 이집트
# 16 오스트리아 - 헝가리 - 슬로바키아 국경: 유럽연합으로 국경지점에 소풍 식탁이 놓여 있다.
# 17 바티칸 - 이탈리아 국경
# 18 스페인 - 모로코 국경: 세우타와 멜리야는 높은 울타리가 세워져 모로코로부터 오는 불법이민을 막고 있다.
# 19 파키스탄 - 인도 국경: 1959 년 이후 매일 저녁 국기하강과 도로폐쇄 식이 거행되고 있다.
# 20 북한 - 한국 국경
# 21 폴란드 - 우크라이나 국경: 해마다 장식이 달라진다.
세상이 국경이라는 경계로 서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을 지키면서 다른 이와 평화롭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쳐 양국이 서로 비슷한 여건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국경선을 따라 마음놓고 눈썰매차를 타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자유롭게 걷는 거리의 어느 지점이 국경선인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돋보인다.
해외 여행에서 필수가 환전이다. 1990년대 폴란드에 살았을 때 도심 곳곳에는 사설 환전소가 즐비했다. 보다 더 좋은 환율을 찾아 이 환전소 저 환전소를 기웃거리는 것도 재미였다.
리투아니아는 사설 환전소가 없다. 그 이유중 하나가 유로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전은 은행에서 한다. 상점이나 식당에서 마음씨 좋은 주인은 유로를 받을 때에도 대부분 고정환율에 근접한 수치로 한다. 물론 이보다 조금 낮게 적용하는 사람도 있다. 현지 통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그 주인이 대신 환전을 해야 하는 수고를 고려한다면 쉽게 수긍이 간다.
은행이 문을 닫는 주말에 현지 통화만을 고집하는 주인을 만난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더욱이 다음 일정이 짜여진 사람이라면 그냥 무전취식으로 처벌받더라도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 전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겪은 일이다.
식당에서 음식값을 내는 데 현지 통화만을 끝까지 고집했다. 은행은 벌써 문을 닫았다. 일단 주머니나 지갑에 있는 현지 통화를 다 긁어모아 간신히 지불했다, 현지 통화가 또 다른 곳에 필요해서 시내 중심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환전소를 방문했다.
정말이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라트비아 중앙은행 환율과 사설 환전소 환율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났다. 중앙은행 환율은 1유로가 0.7라트, 이 환전소 환율은 0.57라트였다. 차액이 0.13라트이고, 이는 유로로 0.195이다. 다시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293원이다.
만약 300유로를 환전한다면 손실액은 무려 8만8천원이다. 이 정도라면 과히 리가 구시가지 환전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외국인들로부터 합법적으로 돈을 갈취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환전소 입구에 써붙어진 수수료 0%는 그야말로 미끼일 뿐이다.
흔히들 환전소 주변에는 도둑이 몰린다고 한다. 그런데 환전소 자체가 도둑에 버금간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리가의 환전소를 쳐다보기도 싫다. 리가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미리 시중 은행에서 환전을 하든지 신용카드를 사용하길 권한다.
발트 3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현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우리 집 아파트 건물 바로 옆에는 짓다가 만 아파트 건물이 두 군데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로 건축이 중단되었다. 둘 다 완공되는 날에는 우리 집 아파트의 일조량은 줄어든다.
어제 산책하면서 다른 거리에서 거의 완공되어 가고 있는 건물을 보게 되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인 데에도 꽤 많은 아파트가 벌써 분양되었다. 사진 속 건물에 붉은 글씨의 뜻이 "분양됨"이다.
발트 3국과 폴란드에 널리 알려진 부동산 회사 오베르하우스(Ober-Haus)는 최근 각 나라 수도의 2013년 4월 현재 부동산 평균가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1평방미터(㎡) 평균가격이 1195유로(약 180만원)이다. 평당으로 계산하면 600만원이다.
*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전경
라트비아 수도 리가는 1평방미터(㎡) 평균가격이 991유로(약 150만원)이다. 평당으로 계산하면 500만원이다.
* 라트비아 수도 리가 전경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1평방미터(㎡) 평균가격이 1201유로(약 181만원)이다. 평당으로 계산하면 604만원이다.
*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전경
참고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1평방미터(㎡) 평균가격이 1907유로(약 286만원)이다. 평당으로 계산하면 955만원이다.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전경
2012년 같은 시기에 비해 탈린은 10%, 리가는 1.2%, 빌뉴스는 0.5%, 바르샤바는 4.1%가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경기가 최고에 달한 2007년에 비해 리가는 57.3%, 빌뉴스는 39.7%, 탈린은 29.4%, 바르샤바는 14.2%가 하락했다.
"양말에 보관하지 말고 투자하라"라는 위 사진에 있는 문구처럼 유로 도입을 앞두고 있는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부동산 투자는 과거 최고치를 고려한다면 매력적일 수 있겠다.
현재 대통령이 여성이고, 국회의장이 여성인 나라가 어느 나라일까? 여성이 국회의장이 되거나 대통령이 될 수 없다거나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나라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는 이에 대해서는 선입관이 없다. 그래서 최고의 권좌에 여성을 올리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다. 한국은 장관 자리에 여성을 앉히는 데에도 종종 논란이 인다. 한국에는 능력 있는 민간 여성이 국방부 장관이 되어도 쉽게 수긍이 가는 날이 언젠가 올 수 있을까?
현재 대통령, 국회의장, 국방부 장관이 모두 여성인 나라가 리투아니아이다. 최근 리투아니아 최초 민간 여성 국방장관인 라사 유크네비치에네(Rasa Juknevičienė)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유크네비치에네는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조국연합당의 부총재와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리투아니아 국방장관 라사 유크네비치에네)
유크네비치에네는 현재 리투아니아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5일 리투아니아를 출발해 21일 돌아오는 일정이다. 대표단은 에너지부 차관, 경제부 차관, 교통부 차관, 한국-리투아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장, 카우나스 시장 등 13명으로 이루졌다.
2월 3일 리투아니아 국방부 프레스룸에서 한국방문 리투아니아 정부대표단 단장인 국방부 장관을 단독 인터뷰했다. 이날 한 인터뷰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평소 친한파로 알려져 있는 데, 이날도 그의 한국 사랑을 여실히 들을 수 있었다.
한국 국방장관, 외무장관과 대화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고로 지방 사업에 한국이 합류할 것을 권하고자 한다. 기관장들이 한국의 유관기관과 관계를 맺아 양국의 공동협력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강대하고 이웃한 러시아로부터 가급적으로 독립한 에너지 정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리투아니아엔 여러 중요한 입찰이 있다. 우리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여기에 한국도 참가하기를 초대한다.
한국 정부기관이나 기업인의 리투아니아에 투자를 유치하는 좋은 시기이다. 이는 핵심 방문목적 중 하나이다. 한국은 정말 인상적이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많은 것을 가진 우리에겐 아주 가치 있는 나라이다.
우리 대표단은 한국-리투아니아 관계가 훨씬 더 실제적인 윤곽을 가질 수 있도록 연결도구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의 경험, 열정 그리고 집중하고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은 리투아니아 에게 완벽한 표본이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 총회 참가로 한국을 처음 알게 되었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 민족과 리투아니아 민족은 삶에 대한 정서적인 이해에 있어서 아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복잡다난한 역사를 가졌다. 사람들은 많은 고생을 했고 경험을 얻었다. 리투아니아도 마찬가지다.
유크네비치에네는 이번 방문에서 "유럽의 십자로에서 리투아니아 천년"이라는 논문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는다. 리투아니아 정부대표단의 한국방문을 계기로 에너지, 교통, 정보기술 등 부문에서 양국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경제협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특히 리투아니아가 계획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발주에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기대된다.
아파트 바로 길 건너편에 2007년 여름에만 해도 목조가옥 한 채가 있었다. 1900년대초에 지어진 집이다. 오랫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볼썽사나웠다. 이 집을 볼 때마다 누군가 언젠가 헐고 번듯한 건물을 세울 것 같았다.
예상대로 1년도 채되지 않은 2008년 연초부터 건설장비가 동원되고 요란하게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리투아니아를 강타하자 그렇게 요란하던 건설현장이 심산의 절간처럼 조용해졌다.
그 동안 높이 솟구친 크레인은 도심 어느 곳에서나 우리 집 아파트를 가르키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1년 동안 아무런 쓸모 없이 공중에서 잠자고 있던 크레인이 어제 아침 흔적 없이 사라졌다. 건설은 이제 겨우 기초공사를 해놓은 상태인데 말이다.
건물을 올리는 데 필수적인 크레인이 뜯긴다는 것은 조만간 공사재개 가능성이 희박함을 뜻하는 것 같다. 크레인 철수 광경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경제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현실에 아침부터 마음이 우울해졌다. 뜯겨서 실려나가는 크레인이 마치 경제활성화을 무덤으로 데려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크레인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저 대형 추가 다시 힘차게 위로 솟구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빌어본다.
일단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1954년 8월 30일 출생 우크라이나인과 짚시의 피를 이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 없이 자랐다. 1975년 결혼해서 아들 둘, 부부는 별거 (현재 다른 여인 사이에 5세 아들을 두고 있다) 1975년 교육대학 졸업. 역사와 사회학 교사 자격 취득 1985년 농업대학교 졸업 1979-1991년 공산당원 1993년 국회 반부패위원회 위원장 1994년 부패 척결 공약으로 80% 지지로 대통령 당선 1996년 대통령 권한 확대를 위한 헌법개정 국민투표 실시 2001년 대통령 재선 2006년 84.2% 지지로 대통령 삼선
한국의 유신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 나라는 바로 벨라루스이고 언론들이 지칭하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알렉산드르 루카센카이다. 서방 세계는 벨라루스내의 인권과 언론자유 탄압 등으로 그를 경계시하고 있다.
1991년 1월 13일 소련군이 무력으로 리투아니아 독립시위를 진입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소련군 책임자가 벨라루스로 피신했고,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로부터 범법자 인도를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 동안 두 나라간 외교관계는 냉랑했다. 리투아니아 독립의 상징적인 인물인 란드스베르기스는 루카센카를 독재자라 칭한다.
최근 리투아니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루카센카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장난감도 인형도 아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거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나는 그 권한을 실현시켜야 한다. 나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불만이 있는 국민들은 루카센카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유럽은 다른 사람이 벨라루스를 통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누가 그들의 대통령이 될 것인지 어떤 권력으로 통치할 것인지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벨라루스에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라는 리투아니아 기자들의 지적에 그는 "1991년부터 2289명이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당신 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는 지 확인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웃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우리에게 이웃에 살도록 결정한 것이다. 협력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경제와 금융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양국 국가지도자들이 만나 이해와 협력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루카센카는 리투아니아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15일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이외에 빌뉴스에서 개최되는 2009년 벨라루스 박람회와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 경제 포럼에 참가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도 다섯 살 아들을 데리고 왔다. 지난 번 바티칸, 러시아 방문 때도 그는 이 아들을 데리고가자 언론들은 "벌써부터 자신의 후계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를 냈다.
16일 아침 11시 정상회담이 열리는 대통령궁 광장에 혹시 그의 방문을 둘러싼 시민들의 집회가 열릴까 궁금했다. 하지만 10시경 비와 함께 내리친 천둥 번개로 아파트내에 정전까지 발생했다. 11시가 되자 비가 조금씩 그치기에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대통령궁 광장 주변에는 평소 다른 나라 국빈 방문때보다 더 많은 경찰이 길목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가 내려서 그런지 모여 있는 시민들은 없었다. 한 곳에 너다섯 명이 모여 있기에 가보니 대통령궁 정원 입구 앞이었다. 정원 안에는 루카센카 대통령 일행이 타고온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넘어 12시 30분경 드디어 루카센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 콧수염을 하고 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루카센카 벨로루시 대통령
이날 아침 례투보스 리타스에서 읽은 설문조사 내용이 떠올랐다. "유럽의 마지막독재자를 국빈으로 초청한 리투아니아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설문조사에 - 리투아니아는 독재자가 아니라 이들에 대항해 싸우는 사람들과 친해야 한다 6% - 이웃이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66% - 이는 리투아니아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정책을 실현한다 21% - 관심 없다 5%
1인 천하 권력을 누리고 있는 루카센카는 가난한 벨라루스를 부자 나라로 만들어야 하고, 경제전문가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리바우스카이테는 당면한 경제불황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절실함이 그 동안 양국간 냉랑한 정치관계에서 벗어나 경제관계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상회담 후 비가 개는 것을 보니 양국 경제협력의 앞날을 전망하는 듯했다.
지난 해 말 세계 금융위기 직격탄의 가장 큰 파편을 맞은 나라 중 하나가 라트비아이다. 최근 라트비아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를 2010년부터 징수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의 크기나 주거자수에 관계 없이 모든 주거용 건물의 소유자는 평등하게 공시가격의 0.2%를 보유세로 내야 한다.
이 결정은 라트비아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벌써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연정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이 과연 가격이 폭락한 부동산의 보유세를 제대로 낼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올 해 상반기에 리투아니아 정부도 부동산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했다. 이는 세수입을 증대시키고 부동산 거품가격을 피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에 100만리타스(5억원) 이상 가격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약 4천명이다. 이 부동산의 총가치는 64억리타스(1조2천억원)이다. 만약 세금 1%를 부과하면 세수입은 6천4백만리타스(320억원)이다.
라트비아 정부가 최근 최종적으로 부동산 보유세 징수를 결정하자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드디어 우리 나라에도 곧 올 것이다."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해 전 부동산 시장이 한창 가열된 시기에 보유세를 도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위기와 불황 속에서 보유세 도입은 이를 극복하는 약이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독이 될 소지가 있다.
경제전문가인 리투아니아 달랴 그라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보유세는 필요하다. 다만 경제회복을 고려한 시점에서 도입을 해야 하고, 첫 번째 부동산은 제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 2009년 5월 5일 기사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유럽 각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나라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단위는 한국돈으로 환산한 것임).
오스트리아
기본 세율 0.2%
덴 마 크
1% (7억원까지)
스 페 인
기본 세율 도시 0.4%, 시골 0.3%
이 탈 리 아
0.4%-0.6%
그 리 스
1%, 200평방미터 미만이나 5억원 미만일 때 면제
폴 란 드
면적에 따라. 1평방미터당 250원
라 트 비 아
1% (최종 정부안은 0.2%)
슬로바키아
1평방미터당 60원
슬로베니아
0.1%-1%
포 르 투 갈
시골 0.8%, 도시 0.2%-0.5%
핀 란 드
0.22%-0.5%
헝 가 리
1평방미터당 5천원 혹은 3%
독 일
부동산 가치에 따라서. 평균 1.5%
위에서 보듯이 부동산 보유세는 사회주의 체제를 겪은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도입하고 있다. 세수입 증대에 확실히 기여할 수 있는 부동산 보유세 도입은 이제 리투아니아에서도 시간의 문제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도입하느냐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거둬들인 세금으로 과연 누구 혜택을 입을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리투아니아 자동차 등록소에 따르면 2009년 1/4분기에 등록된 신차 승용차는 모두 2,284대이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동안 등록된 신차는 7,854대이다. 지난 2009년 3월에 771대가 등록되었고, 이는 2008년 3월에 등록된 2,534대에 비해 무려 70%나 격감된 것이다. 이 통계가 현재의 경제불황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신차 시장 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신차를 사고 싶어도 가지고 있는 차를 어떻게 팔아야 할 지 큰 고민거리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있다면 보다 쉽게 신차를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례투보스 리타스 4월 7일 신문을 펼치니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2만6천리타스(한국돈 1300만원)에 기아 Rio와 재규어 S-Type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지난 주 리투아니아 빌뉴스 기아 자동차 판매장 광장에는 이렇게 동일한 가격에 중고차 기아 Rio와 재규어 S-Type를 같이 팔고 있었다. 사람들은 혹시 만우절 광고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기아 자동차 Cee'd 신차를 구입한 사람으로부터 2003년식 재규어 S-Type를 기아 자동차 판매소가 직접 구입해서 26,999리타스(1350만원)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기아 자동차 판매소가 기아차 신차를 산 고객의 중고차를 구입해서 직접 팔고 있다. 기아차가 불황기에 새롭게 도입한 이 신차 판매법이 리투아니아 자동차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판매법 덕분에 중고차 판매 걱정거리가 해소되어 더 많은 기아차 신차가 리투아니아에 판매되기를 기대한다.
방송법 개정을 놓고 또 다시 여야가 한 바탕했다. 비록 6월 표결처리로 연기되었지만 그때 또 다시 어떤 상황이 벌여질 지 모른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일이 주된 임무 중 하나인 대한민국 국회는 늘 이를 둘러싸고 여야간 극한 대치로 치닫고 심하면 멱살 잡고, 단상 점거하고, 아비귀환의 지옥을 보인다. 때론 마치 한 편의 폭력영화를 보는 것 같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국회가 아니라 방송인이 방송법, 국회가 아니라 신문인이 신문법, 국회가 아니라 경제인이 경제법을 만들도록 하면 어떨까?
비전문인이 많은 국회, 더욱이 여야간 합의도출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국회보다 전문인이 양심과 정의, 그리고 민주적 원칙하에 관련법을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전여옥 의원은 "방송법 등 통과 돼야 경제위기 극복"이라고 외친다. 방송법과 경제위기 극복이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인가! 방송법 개정되면 그 동안 고공행진 환율에 침묵으로 일관한 신문들이 도깨비 방망이로 해법을 풀어 경제위기가 극복된다는 소리였으면 좋겠다. 방송법 개정되면 국제통화기금 예측한 한국경제성장률 -4%가 +4%가 된다는 소리였으면 좋겠다.
오늘 4일 인터넷 신문을 보니 모두가 경제가 - 인데 경제성장률이라고 표현한다. 경제성장률의 가면이 경제후퇴를 가리는 듯하다. - 4% 경제성장률보다 4% 경제후퇴율 표현이 더 맞지 않나?
작금의 경제후퇴와 환율위기에 2007년 12월 14일 "제대로만 경제가 된다면 내년에 주가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임기 내에 제대로 하면 (주가가) 5000까지도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다"고 말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경제예측으로 ‘공익을 해칠 목적’이라는 죄목으로 미르네바는 구속되었다. 경제예측으로 경제활황을 갈망하던 사람들의 표를 모아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 후 취임 1년 후 결과는? 1년 전 1500대 코스피 주가지수는 3월 4일 현재 1013 1년 전 1달러당 900원대 환율은 3월 4일 현재 1577원이다.
1년 전 한국 돈 1000원이 리투아니아 돈 2.46리타스였다. 3월 4일 현재 한국 돈 1000원이 리투아니아 돈 1.75리타스이다. 오늘 내일 국가부도에 직면해 있다는 리투아니아의 화폐가치가 세계 경제규모 13위 한국의 화폐가치보다 1년 사이에 405원이나 높아졌다.
환율안정을 위해 통화 스와핑까지 했는데, 지금의 환율은 당시의 스와핑을 조롱하듯이 가파랗게 위로 올라만 가고 있다.
이러다가 임기 중 "주가 3000"이 아니라 "환율 3000"이 될까 두렵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리투아니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총 928개 회사가 부도났다. 이는 2007년에 비해 53.1%가 늘어났다. 가장 많이 부도난 업종은 도소매상이다 모두 248개 회사가 부도났다. 2007년과 비교해 가장 높은 부도율은 건설회사가 차지했다. 무려 123.9%나 증가했다. 대부분 미국발 금융위기라 위세를 떨치던 2008년 9월과 10월에 부도났다.
리투아니아 경기가 살아나고 부동산 붐이 일 때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건설 기술자들이었다. 건설 인력 부족 현상도 한몫해 인부들로 높은 수입을 올렸다. 2008년 2월 이렇게 눈이 내리고 추운 날씨에도 집 주위에 있는 건설현장의 기계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불황 덕분에 산 속 깊은 곳에 사는 기분이 들어 좋지만, 저 사람들이 실직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요즘 이렇게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신축현장을 빌뉴스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친구 집을 방문했다.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있는 광고딱지가 눈길을 끌었다. 내용은 바로 집수리공과 배관공들의 광고물이었다. 위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잘 나가던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집수리공과 배관공이었다.
사람들의 소득증가로 인해 낡은 아파트 개조가 유행처럼 행해졌다. 낡은 수도관을 새 것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배관공이 필요했다. 그러니 굳이 광고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들어온 주문만 해도 일이 넘쳐났다.
하지만 경제 위기와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아파트 게시판에까지 광고하게 되었다. 경제 불황의 증거물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어서 빨리 불황의 늪이 사라지길 바란다.
리투아니아를 떠나 지난 해 12월 30일부터 1월 22일까지 브라질을 다녀왔다. 가는 길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파리를 거쳐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이었고, 돌아오는 길은 상파울로를 출발해 파리를 거쳐 빌뉴스이었다. 여러 가지 노선이 있었지만 이 노선이 가격과 시간 면에서 제일 좋았다. 표는 파리와 브라질 왕복, 파리와 빌뉴스 왕복으로 각각 사는 것이 유리했다. 전자는 Air France였고, 후자는 리투아니아 항공사인 FlyLAL이었다.
문제는 후자였다. 표를 구입할 당시 FlyLAL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중이었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좀 불안했지만 믿고 표를 샀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노선이 폐지된다면 다른 비행기편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민간 항공사는 1938년 설립, 2005년 100% 사유화된 국영 항공사인 리투아니아 항공사의 후신이다. 지난 해 말 이 민간 항공사는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댓가로 주식 51%를 단돈 1리타스(530원)에 제안했지만 정부는 거절했다.
브라질에 체류하는 중반에 이 항공사는 파리노선이 부득이 하게 폐지되었다면서 파리-암스테르담-빌뉴스 노선을 받아들이거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암스테르담 경유는 환승시간이 50분 정도이고 아주 늦은 시간에 빌뉴스에 도착해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환불을 선택했고, 다른 항공사 노선 항공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파리에서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빌뉴스로 오는 노선이었다.
항공사에 국제 전화를 걸어 환불을 해줘서 다른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고 우겼지만 담당자는 회계담당자가 곧 처리해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며칠 후 리투아니아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이 항공사가 부도를 선언하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렇게 항공사 부도로 항공권이 나 대신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는 참으로 믿기가 어렵다. 적자 청산되는 항공사로부터 환불받을 가망성은 희박하다. 이 항공사가 승객에 진 빚이 6백만리타스(30억원)에 이른다. 이번 여행의 액땜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빨리 잊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옆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아내가 소식 하나를 첨가해준다. 이 항공사는 부도로 일체 업무 정지를 한 바로 전날에도 비행기표를 팔았다. 18세 리투아니아 국적 소지자는 리투아니아에 여행 와서 이날 마지막 남은 돈으로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거대 회사가 힘 없는 개인에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도록 방치한 리투아니아 정부에 분개하면서 리투아니아 국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항공권도 날라가 버리고, 국적도 날라가 버리고...... 이처럼 세계적 국지적 경제위기도 모두 날라가 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 FlyLAL 항공사의 부도로 타게 된 Air Baltic 항공사 비행기. 날개의 끝이 위로 향해 특이하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에서 중국 식당을 아주 흔히 본 수 있다. 같은 거리에 중국 식당이 두 서너 개 있는 데도 있다. 특히 중국 대사관이 있는 일대는 여러 개의 중국식당이 몰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빌뉴스엔 이른바 “차이나 타운”이 형성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그 동안 리투아니아의 많은 숙련된 건설인력이 서유럽, 북유럽으로 진출했다. 지난 해부터 리투아니아 건설회사들은 부족한 인력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부 리투아니아인들은 중국인수의 빠른 증가를 경계하고 있다.
카우나스 디에나 26일 보도에 따르면 카우나스(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소재 한 건설회사가 지난 해 여름 70명의 중국인을 정식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로 리투아니아 건설시장이 위축되자 중국인 건설 인력이 계약만료 전임에도 불구하고 단계별로 리투아니아를 떠나고 있다. 이미 18명이 출국했고, 새해까지 30명이 더 출국할 것이다.
현재 리투아니아 아파트 건설은 완전 정지된 상태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높은 경제성장률을 상징하던 건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 3/4분기에 2170개 주택건설이 허가되었지만 이 중 98%가 단독 주택이고, 2%만이 아파트 건설이다. 결국 리투아니아 경기침체로 큰 꿈을 기대하며 왔던 중국인 인력들이 직격탄을 맞고 리투아니아를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