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람들이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러시아도 리투아니아와 마찬가지로 늦은 밤 술로 인한 불상사들이 빈번하다. 이것을 감소해보고자 입법가들은 술 판매 규제법을 제정했다.
리투아니아는 밤 10부터 아침 11시까지 가게에서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어느 날 한국인에서 온 손님들과 일을 마친 후 밤 10시가 넘어 맥주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렀다. 계산하려고 하니 술을 팔 지 않는다고 했다. 황당한 순간이었다. 잠자기 전 맥주 한 잔은 참 맛있을 텐데...... 아쉬웠다. 리투아니아에서 밤에 마실 술은 낮에 미리 사놓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러시아는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술이 떨어졌을 때 받는 음주가의 느낌은 담배 떨어졌을 때 받는 흡연가의 느낌과 유사할 것 같다. 더 마시고 싶은 데 술을 살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해서라도 사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사람의 욕망 때문에 번창하는 사업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Newsru.com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술 임대업이 번창하고 있다. 이는 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술을 임대하는 것이다. 직원이 술을 가져다주고, 담보물(돈, 반지 등)을 받아간다. 임대 계약은 익일 8시까지 유용하다.
임대한 술을 돌려주지 않고 담보물을 찾아가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즉 아침이 되기 전 술은 이미 고갈되었고, 담보물은 그대로 회사에 남게 된다. 당연히 회사는 낮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술보다 좀 더 비싸게 판다. 모스크바에는 술을 임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술을 선물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 법제정자들 스스로도 법에 구멍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술 판매가 금지된 것이지, 술 임대나 기증이 금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사업가들의 '술 전당포' 생각은 기발하다.
* 지난해 11월 한국 방문시 있었던 어느 술 자리
한편 80년대 초 대학 시절 기숙사 선배들과 술을 마실 때 종종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야간통행금지가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 살금살금 골목길을 따라 갔다. 이미 문이 닫힌 구멍가게 문을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아저씨, 아저씨"를 외쳤다. 지금이야 편의점이 있으니 그럴 고생은 필요가 없어졌다.
'아, 술이 뭐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