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에 해당되는 글 90건

  1. 2010.01.07 초2 딸에게 커닝 가르치고 나쁜 아빠로 찍히다 9
  2. 2010.01.02 8살 딸아이의 눈 천사 만들기 2
  3. 2009.12.25 12가지 크리스마스 음식 확인하며 먹는 딸 5
  4. 2009.12.15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6
  5. 2009.12.14 딸의 노래경연에 못 간 한국인 아빠의 심정 8
  6. 2009.12.05 우리 아빠 남대문은 오늘도 안녕하신가? 8
  7. 2009.11.23 한글로 쓴 딸아이의 '고맙습니다' 6
  8. 2009.11.08 남의 헌옷을 생일잔치에 입으려는 8살 딸아이 8
  9. 2009.11.06 8살 딸이 13살 불가 TV를 시청하는 이유 5
  10. 2009.10.20 그림으로 그린 7살 딸아이의 하루 일과 4
  11. 2009.10.14 훌라후프 돌리면서 노래하는 7살 딸아이 5
  12. 2009.10.11 결가부좌로 학교에서 박수 받은 8살 딸아이 6
  13. 2009.10.03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30
  14. 2009.09.30 2살 때 입은 옷, 8살에도 입는다 6
  15. 2009.09.23 뽀뽀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초등 딸아이
  16. 2009.09.19 드라큘라가 된 초등 2학년 딸아이 8
  17. 2009.09.08 딸에 뽀뽀로 15년형 위기 처한 아빠를 보고 10
  18. 2009.09.07 뜨게질 털신 속 엄마 사랑 듬뿍 6
  19. 2009.09.02 컴 쟁탈전에서 이기려는 딸의 비책
  20. 2009.09.02 친구 옷까지 챙기는 7살 딸의 배려심 6
  21. 2009.09.01 당근 군것질 좋아하는 7살 딸아이 2
  22. 2009.08.31 닌텐도를 '초롱'이라 부르는 딸아이 2
  23. 2009.08.30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6
  24. 2009.08.23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9
  25. 2009.08.22 엽기아빠의 화장지 절약법 알리기 4
  26. 2009.08.17 흑고니의 하트모양과 딸의 자태 2
  27. 2009.08.11 엄마 뱃속에서 신문을 읽었다는 딸아이 4
  28. 2009.08.10 딸아이가 여름방학에 공부 안하는 까닭 3
  29. 2009.08.03 날개가 찢어진 나비가 정말로 불쌍해 6
  30. 2009.07.22 "Made in Korea에 정말 기뻤어!" 2
요가일래2010. 1. 7. 08:54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책을 가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내용인즉 오늘 수업시간에 책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가 생각났다. 당시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력을 키우기 위해 한 단원의 내용 줄거리를 발표하게 했다. 논리력이 부족한 탓으로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기보다는 학습참고서인 전과에 있는 줄거리를 달달 외워 발표하곤 했다. 모두가 서로 하고 싶어서 교실 사방에는 "저요! 저요!"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죽지 않으려고 줄거리 외우기를 악착같이 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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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가 눈천사를 만들고 있다.

요가일래의 숙제를 보면서 "외우지 말고 그냥 여러 번 읽고 생각나는 대로 발표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완벽하게 외워서 멋있게 발표하고 요가일래는 어눌하게 단어 이어가기를 한다면 사실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엄마는 요가일래에게 여러 번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외워서 말하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외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책을 들고 살짝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이 페이지를 복사해줘." (집에는 복합기능 프린터기가 있다.)
"왜?"
 "엄마를 놀라게 해주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커닝하겠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커닝은 나쁜 짓이니 하면 안된다고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공부의 동기부여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는 하면 절대 안된다"라고 말한 후 복사를 해주었다. 요가일래는 복사한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짧게 오려서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에게 책을 돌려주면서 이제 외워서 다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은 문 뒤에서 요가일래는 쪽지를 또렷하게 읽어내려갔다. 엄마는 외우기에 성공한 요가일래에게 웃음을 지었고, 요가일래는 엄마를 멋있게 속였다는 것에 깔깔 웃었다.

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다. 요가일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쪽지를 내보이면서 비밀을 털어놓았다. 커닝을 경계하는 엄마는 버럭 화를 내었다. 그리고 추궁했다. 화살은 이제 아빠에게로 돌아왔다. 초2 딸아이가 책을 복사해서 커닝 쪽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할 것이라고 엄마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 발상은 순전히 어른인 아빠가 한 것이고, 아빠는 딸에게 커닝을 가르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퍼붓는 엄마의 질책에 사실을 말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외우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 것은 커닝이 아니라 외우기 놀이이다."라고 말한 후 그냥 침실에서 나와버렸다.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만 다섯 살일 때 직접 만들어 낸 한국어 이야기이다. 요가일래에게는 외워서 발표하기보다는 이렇게 직접 지어서 발표하기가 더 적합할 것 같다.  
 
* 관련글: 한국음식 좋아하는 미스 리투아니아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멕시코 여성 10인
               가장 아름다운 베트남 여성 9인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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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 06:08

겨울인데 한 동안 눈이 없더니 크리스마스 전에 내린 눈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겨울 날씨는 영하 2-3도이다. 그렇게 춥지도 않고, 또한 눈이 녹지 않아 눈싸움이나 눈썰매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8살 딸아이와 함께 인근 소나무 공원에 산책을 갔다. 이날 가장 신나게 한 놀이는 천사를 만드는 일이었다. 한자 '대'자 모습으로 등으로 눈에 누워 팔과 다리를 좌우로 움직여서 노는 일이다.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이것을 '눈 천사 만들기'라 부른다. 눈 천사를 열심히 만드는 요가일래가 눈 천사가 되어 눈에 천사의 도장을 찍는 듯했다. "마음이 천사가 되어야지.... ㅎㅎㅎㅎ"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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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요가일래는 공원에서 우연히 학교 친구와 그 동생을 만났다. 천사 아이 3명을 눈썰매에 태우고 끄는 데 왜 그렇게 힘이 들던지... 훨훨 날아다니는 천사는 도대체 어디에 꼭꼭 숨었나?!

* 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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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2. 25. 09:13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 12가지 이상 음식을 먹는다. 8살 요가일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이다. 엄마는 이날 만큼은 적어도 12가지 음식을 먹기를 권했다.

"엄마, 왜 12가지 음식을 먹어야 돼?"
"1년 12달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 위해 먹는 것이야."
"그렇다면 알았어."


이렇게 대답한 요가일래는 세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종이를 가져왔다. 이 종이 위에 번호를 12번까지 썼다. 그리고 음식 하나씩 먹을 때마다 숫자에 표시를 했다. 어제 요가일래가 먹은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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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이제 12가지 음식을 다 먹었으니, 내년 12달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

* 관련글: 내년엔 시집갈까 - 크리스마스 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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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2. 15. 08:03

근년에 들어서 리투아니아에는 눈이 자주 안 오고 있다. 유독 이 번 겨울에는 더하는 것 같다. 이러다가 겨울 = 눈 = 눈사람 = 눈썰매라는 등식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되기까지 한다.

어제 모처럼 눈이 내렸다. 밟으면 정겨운 뽀드득 소리가 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내렸다라는 생색은 낼 만큼은 내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8살 요가일래는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가 종이를 6장 준비하더니 눈결정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제 눈이 내린 데서 얻은 발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 한국에 있는 또래 아이들이 궁금할 수도 있으니 아빠가 촬영해서 블로그에 올리라고 까지 했다.

"한국 어린이들도 다 알고 있을 거야"라고 주저하는 데, 딸아이는 그래도 한번 올려보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요가일래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과정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 A4 종이를 한 번 접어서 정사각형을 만든다. 나머지 부분을 잘라내고 두 번 더 접는다.
▲ 이렇게 접은 종이를 가위로 끝부분을 조금 남겨놓고 일정한 간격으로 짜른다. 이 때 자르는 부분이 중요하다. 위 두 사진은 실패작이다. 아래 왼쪽 사진처럼 최종적으로 접어서 열리지 않는 부분을 짜른다.
▲ 펼쳐서 딱 한 쪽 대각선으로 짤리지 않는 부분을 완전히 짜른다. 이렇게 완전히 짤린 대각선 부분을 안쪽에서 제일 가까이 마주 보고 있는 두 개를 붙인다. 그리고 종이를 뒤집는다.
▲ 같은 방법으로 제일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두 개를 붙인다. 뒤집으면서 이것을 반복한다.
▲ 이렇게 하나가 완성되었다. 모두 여섯 개를 만든다.
▲ 차례대로 위와 같이 붙인다.
▲ 드디어 종이 눈결정체가 완성되었다. 요가일래는 이 눈결정체로 냉장고 문을 장식해놓았다.

시대에 너무 동떨어진 놀이가 아닐까 염려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긴긴 겨울밤 자녀들과 종이로 눈결정체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렇게 함께 만든 눈결정체는 겨울철 집안의 좋은 장식물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최근글: 한국 잡채가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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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2. 14. 07:19

리투아니아에는 매 2년마다 "다이누 다이넬레"(Dainų dainelė)라는 텔레비젼 경연 대회가 열린다. 리투아니아 전국에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노래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참가하는 그야말로 경쟁이 치열한 경연 대회이다. 이 대회는 1974년부터 리투아니아 교육부와 텔레비젼 방송사가 주관하는 행사이다.

먼저 각 학교별로 지역예선에 나갈 참가자를 선발한다. 딸아이는 만 8살로 지난 해부터 2년째 음악학교애에서 노래를 전공하고 있다. 교사들도 이런 권위있는 대회에 자신의 제자가 참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요가일래는 11월 26일 학교 선발전에서 선발되었다. 그 때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으나 요가일래 엄마는 학교에서 선발되면 지역예선 때 촬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12월 12일 토요일 지역예선이 열렸다. 방청객 없이 해당 참가자 부모와 네 명의 심사위원들이 참가하는 오디션 형태였다. 이날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각 학교에서 선발된 46명(4세-10세)이 참가했다. 심사위원들은 전국 TV 경연 대회에 나갈 참가자를 뽑는 시간이었다.

이날을 앞두고 우리 가족들은 아빠의 참가 문제를 가지고 가족회의를 열렸다. 아빠가 그냥 가서 촬영하면 되지 무슨 가족회의까지 여는 부산을 떨었을까? 음악학교에서 선발전에서는 모두가 요가일래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것을 알고 또 아빠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또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지역 예선의 심사위원들은 외부 전문가들이다. 엄마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아빠가 오디션 현장에서 나타나서 리투아니아 사람 아님을 심사위원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과연 요가일래에게 덕이 될까? 아니면 해가 될까?

심사위원들이 요가일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출한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면 별문제이겠지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비슷할 경우에는 외부적인 요인이 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엄마의 판단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외국인에 대한 성향을 모르기 때문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엄마와 언니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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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전국 TV 노래 경연 대회 지역예선 오디션에서 노래하는 요가일래

특히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아시아인을 보면 A, B, C민족 중 하나로 여긴다. A민족을 무조건 좋아하는 성향이 있고, C민족을 무조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심사위원 정도라면 외적 요인으로 점수를 메겨서는 안되겠지만 이들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두 사람이 동등한 수준이라면 부모가 리투아니아 사람인 학생을 뽑을까? 아니면 다문화 가정의 학생을 뽑을까?......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리투아니아 사람을 선호할 것 같다.

엄마는 웃으개 소리로 캠코더에 "한국, Korea"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아빠도 오디션 현장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아쉽지만, 이날 오디션에는 아빠가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지었다.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다면 전혀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항인데,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닌 한국인이다보니 가족조차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문제가 된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나라의 모든 사람들은 그가 속한 인종, 민족, 피부, 사상 등에 구애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이기고 지고를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것이 최고다"라고 오디션 받으러 가는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이제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먼저 엄마에게 캠코더 사용법을 일러주는 것이다. 다음은 요가일래가 오디션을 보는 순간 집에서 기도하는 것이었다. 엄마가 시작 몇 분 전 전화했다. 그리고 아빠가 기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여태껏 흐린 날씨였는데 해가 쨍쨍 났다.

집으로 돌아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나즈막하게 말했다.
"아빠, 내가 이길 거야. 웬지 알아? 해가 나왔으니까." (요가일래 이름 뜻은 빛나고 아름다운 해가 온다)


이 날 적어도 아빠가 아쉬움 속에 아빠의 민족을 노출시키지 않았으니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평가했으리라 믿는다. 여기서 선발되면 광역예선에 나가고, 이를 통과하면 TV 노래경연에 나간다. 지역예선 최종 선발 결과는 오는 19일 토요일에 나온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 최근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국적 때문 우승해도 우승 못한 한국인 피겨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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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2. 5. 07:02

남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바지지퍼 때문에 창피스러움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쯤은 있을 법하다. 바지지퍼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거나 아예 확 열려 있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때가 있다.

이때 옆에 친구라도 있으면 덜 부끄러울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혼자이고 더욱이 주변에 여자분들이 있다면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창피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만원버스나 학원계단에서 뒤엉퀴는 인파 속을 어렵게 빠져나왔을 때 바지지퍼가 내려가지 않았냐 살펴보았던 적이 많았다. 그때는 책가방이 가리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어떤 가리개도 없을 경우엔 정말 난처하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태연스럽게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바지지퍼를 올리려고 한다. 아예 모른 척하다가 주위 사람들이 없을 때 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바지 지퍼가 남대문

학교 다닐 때 친구의 바지지퍼가 열렸을 때 귓속말로 "야, 너 남대문 열렸다. 올려라"라고 말하곤 했다. 이렇게 남자의 바지지퍼를 남대문에 비유했다.

지퍼가 열리고 닫히는 것이 문과 같고, 남자의 문이니 남대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금방 남대문의 의미를 알아차리지만 이는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 표현으로 창피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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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 말썽을 불러일으키는 이 청바지 덕분에 딸아이의 남대문 문안인사를 받게 되었다.

지퍼가 조금 말썽인 청바지가 있다. 그래서 이 옷을 입을 때는 늘 제대로 지퍼를 끝까지 위로 올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어느 날 이 청바지를 입고, 식구들이 모여 있는 부엌으로 갔다.
 
"당신 청바지 한 번 봐! 옷 하나 제대로 입지 못하다니 영락없이 다 큰 아이구먼"이라고 아내가 꾸짖었다.
"아빠 바지가 열렸네. 하하하"라고 옆에 있던 딸아이 요가일래가 놀려댔다.

바로 청바지의 지퍼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남자의 바지지퍼를 한국에서는 남대문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날 있었던 일로 요가일래는 아빠가 이 청바지를 입고 밖에 나갈 때마다 현관문 앞에서 아빠를 세운다.

"아빠 남대문이 닫혔어? 열렸어?"
"물론 닫혔지."
"그럼, 나가도 돼"

어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요가일래를 맞이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중간 지점에서 요가일래를 만났다. 딸아이의 첫 번째 말은 "아빠 남대문은?"이었다.
아빠의 남대문 개폐를 이렇게 확실하게 점검해주는 8살 딸아이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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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빠의 남대문을 점검하는 8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에서는 바지 지퍼가 가게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의 남대문처럼 어떤 표현을 쓸까? 궁금해졌다. 아내와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물으니 답은 "가게"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 사람에게 "가게가 열려 있다", 혹은 "가게를 닫으라"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이든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이런 경우에 모두 지퍼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각각 '남대문'과 '가게'라는 비유하는 단어를 선호하고 있다. 봐서 미안함과 해서 창피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알 수 있다.    

아빠 남대문의 안녕을 묻는 딸아이의 점검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하다. 혹시 새 청바지를 살 때까지...... 그렇다면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청바지 한 벌을 부탁해볼까나......

* 관련글:  8살 딸아이가 유명해지려고 하는 이유
               국적 때문 우승해도 우승 못한 한국인 피겨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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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1. 23. 07:10

17일(화) 오후 학교에서 다녀온 초등학교 2학년 8살 딸아이는 25명 학급생 중 10명이 감기로 결석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학교로 보낼까 말까 부부는 한참 고민했다. 이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바로 이날 저녁 빌뉴스 시청은 독감 전염병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지방이나 도시는 인구 1만명당 100명이 호흡기질환을 앓으면 해당 시나 지방이 전염병 선포를 할 수 있다. 학교 학생들 중 20% 이상이 질병으로 결석하면 학교장은 재량으로 휴교를 결정할 수 있다. 18일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11월 26일까지 휴교한다는 통지문이 전자우편으로 날아왔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17일 저녁부터 다른 아무런 증상은 없는 데 기침만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일부터 딸아이의 건강회복과 가정의 안녕 등을 위해 특별기도를 올리고 있다. 어제 일요일 아침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방에서 노트북으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종이와 싸이펜을 챙기더니 아빠를 다른 방으로 내보냈다.

얼마 후 딸아이는 아빠를 불러 그림을 선물로 주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림 안에는 "아빠 사랑해요. 아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한글이 예쁘게 써여져 있었다. 그림 선물을 건네주면서 요가일래는 아빠를 꼭 껴안았다. 서로가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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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를 라틴 철자로 쓴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그 동안 그림을 그릴 때 위의 그림처럼 한국어를 한글로 쓰지 않고 라틴 철자로 써는 데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어제는 모든 글을 한글을 쓴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자기 전에 아빠가 한글 동화책을 읽어준다. 요가일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으로 한글 사이트에서 공부했지만,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에 다니고부터는 별로 이 사이트에 관심이 없다. 아빠로서는 좀 불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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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를 "고맘습니다"를 쓸 것 같았는데......

하지만 딸아이에게 억지로 한글 쓰기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절로 하고 싶을 때 도와주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빠 사랑해요."는 한글로 잘 쓰고 있지만, 어제처럼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까지 한글로 쓸 수 있을 줄은 사실 몰랐다. 아빠 기도에 감사하는 그림 선물을 받았으니, 이제 아빠가 더 정성껏 기도해서 요가일래의 기침소리가 멎고 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 관련글: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 최근글: 긴긴 밤 정겹게 화투치는 유럽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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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1. 8. 06:19

11월 5일은 2001년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의 생일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성대하게 생일잔치를 만끽하는 사람이 바로 요가일래다. 친척 중 또래 아이가 둘이나 있다. 이들을 초청하자면 자연히 이들 부모가 온다. 빌뉴스에서 사는 외삼촌 가족, 또 다른 친척, 그리고 시골에서 외조모, 외증조모님이 오시면 거뜬히 20여명은 넘는다.

요즈음은 이벤트성 식당이나 놀이장에서 생일잔치를 하는 리투아니아 어린이들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 모여 잔치를 연다. 생일이 주중이더라도 주말에 모인다. 요가일래 생일은 11월 5일이지만, 어제 토요일에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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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일 만 8살이 된 요가일래. 이 날은 가족만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였다.

생일상은 따로 차린다. 어른을 위한 상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상이 있다. 이날은 딸아이 생일을 빙자하여 어른들이 한 잔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급적 자제한다. 딸아이는 케이크 불을 끄는 재미로 생일을 기다린다. 어른들은 흥이 나면 기타, 피아노, 하모니카 등 반주로 노래하거나 춤을 춘다. 요가일래도 기분 좋으면 노래로 답례하기도 한다.  

생일잔치의 절정은 생일을 맞는 사람을 의자에 앉히고 그 사람의 나이만큼 의자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이 의식이 끝나면 생일축하 노래, 케이크 불끄기, 나눠먹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생일잔치는 파하게 된다. 리투어니아 어린이 생일잔치을 엿볼 수 있도록 요가일래 생일잔치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사진은 8살을 맞는 요가일래이고, 영상은 6살을 맞는 요가일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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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생일상(사진: 상)과 어른들 상(사진: 하)이 따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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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을 맞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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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만 8살. 촛불을 끄기 전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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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반주에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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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의 절정은 바로 나이만큼 의자를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다.


8살 생일을 맞는 요가일래가 부모을 인상 깊게 한 것은 생일잔치 전날 밤 나눈 엄마와의 대화였다.
     "내일 생일잔치에 무슨 옷을 입을래?"
     "검은색 원피스를 입을 거야."
     "그 옷은 아우쉬리네(친척)가 오래 입다가 작아서 너에게 준 옷이잖아!"
     "뭐, 어때?! 우리가 그 옷을 훔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아우쉬리네가 와서 너 생일잔치에 자기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좀 부끄럽잖아."
     "괜찮아. 예쁜 옷이니 누가 입어도 괜찮아."


딸아이가 생일잔치에 헌옷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부모에게는 먼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생일에 새옷 하나 사 입히지 못하고 헌옷을 입히다니...... 손님들이 흉볼까 걱정이다. 하지만 딸아이 요가일래는 예쁜 옷이고 마음에 들면 되었지 그 옷이 헌옷이라고 못 입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라고 생각한다. 하기야 자기 헌옷을 준 사람은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누군가 그 옷을 입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헌옷이라도 깨끗하고 좋으면 누가 어느 날에 입는 것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라는 요가일래의 때묻지 않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진다.

* 관련글: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결가부좌로 학교에서 박수 받은 8살 딸아이
* 최근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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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1. 6. 07:03

지난 4일 저녁 모처럼 시골도시에 사는 동서(처제의 남편)이 찾아왔다. 동서는 지게차 수리 기술자이다. 시골도시에 소재한 지게차 수리회사에서 수도인 빌뉴스에 지게차를 수리하러 종종 출장온다. 동서는 경제 불황으로 회사의 직원수가 반으로 줄었고, 월급도 삭감되었지만 해고되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늦게까지 대화하다가 일을 좀 해야겠기에 컴퓨터방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데 딸아이 요가일래는 자지 않고 다른 식구들과 동서와 함께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다음 날(5일) 아침 생일을 맞을 요가일래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한참 후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달려와 같이 TV를 보자고 졸랐다.
"아빠, TV에 여자 선생님이 옷을 벗고 가르치고 있어. 젖가슴이 다 보여. 정말 재미 있어 같이 보자! 지금은 광고 시간인데 광고가 끝나면 내가 부를 께."
"야~, 젖가슴이 보이는 TV를 너가 보고 있다고?! 빨리 가서 자!"

광고가 끝나자 요가일래는 아빠를 불렀다. 가보니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분명하게 N-14가 써여져 있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여선생님이 'bust' 단어에서 윗옷을 벗고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 이어졌다. 리투아니아는 TV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시청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연령을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N-7 (만 7살부터 볼 수 있다.)
            N-14 (만 14살부터 볼 수 있다.)
            S (성인, 만 18살부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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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자러 가! 저기 화면 밑을 봐! N-14라고 써였잖아!"
"아빠, 내일이 내 생일이야. 그러니까 아빠가 내 말을 들어야 돼. 오늘은 내가 무엇인든지 다 할 수 있어."
"하지만, 너가 몇 살이니?"
"8살."
"이것은 14살 이상만 볼 수 있어."
"아빠, 나도 여자야!"
"그래서?"
"나도 나중에 저 여자처럼 젖이 나올 거야. 미리 좀 보면 안 돼?"

여자 젖가슴이 훤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서 만 13세 이하 어린이는 시청이 불가한 프로그램을 갓 8살이 된 딸아이가 폭소를 터트리면서 보고 있었다. 자기도 여자이니까 미리 좀 어른 여자 젖가슴을 보는 것이 대수럽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른 식구들이 같이 보는 데 혼자 화를 내며 딸아이에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꼴상 사나울 것 같아 그대로 놓아두었다. "나도 여자인데 미리 좀 보면 안 돼?"라는 딸아이의 물음이 오랫 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 관련글: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 최근글: 4년 전 이맘 때의 제주도 모습,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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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20. 08:09

이제 한 달 후에 만 8살이 될 딸아이에게 지금 몇 살이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7살이라고 답한다. 리투아니아에는 무조건 생일을 기점으로 나이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요가일래의 어제 숙제는 그림으로 하루 일과를 그리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저학년에도 숙제가 있다. 보통 숙제는 한 두 개 정도이고, 집중해서 하면 금방 끝낼 수 있는 것들이다. 거의 주말에는 숙제가 없다. 마음 놓고 주말을 보내라는 뜻인 것 같다.

어제 숙제는 생각과 그림 솜씨가 조금 필요한 것이었다. 하루 일과를 세분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색칠까지 칠해야 했다. 먼저 초안 그림을 그려놓고 최종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 솜씨가 제법인 듯하다. 요가일래가 숙제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시간별 일과는 아래 그림에서 나타나 있으므로 설명하지 않음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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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이 그림으로 표현한 하루 일과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숙제가 끝난다.

* 관련글: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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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14. 10:55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7살 딸아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학교 시험에서 내가 20점을 받았다. 선물로 오늘 저녁은 피자다!" (20점은 만점)
"엄마, 아빠 모두 동의해?"
"생각해봐야 되겠는데......"
"제발, 제발, 제발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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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를 무진장 좋아하는 요가일래
 

언니가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송별 파티 겸해서 엄마는 기꺼이 피자를 집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파티에서 헤어져 각자 자기 방에서 자기 일을 했다. 한참 후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캠코더를 준비하라고 했다. 딸아이가 자랄수록 캠코더 이용횟수가 줄어들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찍기가 힘든다.

캠코더까지 준비하라고 하니 대단한 것을 보여줄 판인 것 같았다. 두 말하지 않고 즉각 준비했다. 그 동안 요가일래는 언니와 아빠가 훌루후프로 운동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번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아 더 이상 흥미를 잃었다.

그런 요가일래가 드디어 훌라후프를 들고 캠코더 앞에 섰다. 혼자 좀 해보니까 돌리는 횟수가 예전보다 조금 많아졌다. 그래서 자신 있게 식구들에게 자랑하고자 결심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꾸 하니까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급기야 아빠의 부탁으로 노래 한 소절까지 했다.
 

* 관련글: 결가부좌로 학교에서 박수 받은 8살 딸아이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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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11. 07:42

지난 금요일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길이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어."
"무엇으로 깜짝 놀라게 했니?
"아빠처럼 다리를 다리 위에 놓았지."
"책상다리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니?"
"맞아. 친구들이 우아~~~하고 박수를 많이 쳤어.
그리고 얘들이 따라해보았는데 아무도 하지 못했어."

가부좌를 흔히 책상다리라 한다. 요가일래는 반가부좌뿐만 아니라 결가부좌도 할 수 있다. 물론 오래 하지는 못하지만 두 다리를 서로 교차해서 앉을 수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 한다.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반가부좌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들은 바닥에 앉는 것이 아니고 의자에 앉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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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자랑거리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하나쯤 하는 것도 존재감과 자신감 유지에 좋을 것 같다. 딸아이의 결가부좌 실력이 오래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유럽 초등학교 학급 가족소풍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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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3. 06:07

곧 만 8살이 되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가 한국인이고, 엄마가 리투아니아인인 다문화 가정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발토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요가일래는 옆에 쌓인 한국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한 여자를 가르키면서 말을 걸었다.

"아빠, 이 사람 정말 예쁘다. 맞지?"
"그래, 아빠가 보기에도 정말 예쁘다."
"그런데, 아빠는 왜 예쁜 한국 여자하고 결혼하지 않았어?"
"엄마가 더 예쁘니까 결혼했지...... ㅎㅎㅎ"
"아빠가 한국 여자하고 결혼했으면, 내가 아빠 딸이 되었을까?"
"되었으면 좋겠니?"
"나 몰라."

어느 날 엄마에게 요가일래는 말했다.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엄마가 편할 수 있으니까......"
"그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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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모처럼 요가일래가 아빠 옆에서 컴퓨터를 오랫 동안 하고 있었다.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서 좋아?"
"좋아."
"왜?"
"그냥."
"그런데 안 좋은 것이 하나 있다."
"뭔데?"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해."
"그 대신 너는 여러 나라말을 할 수 있잖아."
"맞아."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서 안 좋은 이유가 바로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었으면 집에서 온 식구가 리투아니아어를 했을 테니까 다른 아이들처럼 리투아니아어를 잘 할 것이라고 요가일래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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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로 카메라를 만들어 아빠를 찍고 있는 요가일래

며칠 전 엄마가 리투아니아어 교재를 가르쳤다. 그때 요가일래가 잘 모르자 좀 언성을 높였다. 이때 요가일래는 당돌하게 말했다.

"엄마, 알아? 난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어!"
(이 말은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으니까 그것 하나 좀 모른다고 해서 너무 야단치지 마라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요가일래는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리투아니아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또한 강하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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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9. 30. 06:09

딸아이 요가일래가 2살 때 한국에서 오신 손님이 예쁜 개량 한복을 선물로 주었다. 이 옷은 한 두 해 동안 요가일래가 행사 때만 입은 아주 소중한 옷이었다.

세월과 함께 이 원피스 한복은 무용지물이 되어갔다. 어렸을 때에는 엄마가 입혀주니까 입었지만 나중에 요가일래는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이 옷을 보더니 몹시 아쉬워했다. 특히 치마 밑자락에 있는 꽃자수를 아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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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마는 어느 날 이 개량 한복 원피스의 윗부분을 가감히 잘랐다. 그리고 10대 배운 옷만들기 기술로 예쁜 치마를 만들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이 예쁜 치마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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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3월 15일 원피스 한복을 입은 요가일래       ▲ 2009년 9월 27일 원피스 한복으로 만든 치마

특히 아이들 옷 중에는 한 두 해만 입고 무용지물이 되어 버려지는 옷들이 참 많다. 하지만 조그만 솜씨를 보태면 이렇게 2살 때 입은 옷을 8살에도 입을 수 있다. 아내의 솜씨와 딸의 좋아함이 6년 전 원피스 한복을 예쁜 치마로 거듭 태어나게 했다.

* 관련글: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9. 23. 07:46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내가 날아가는 뽀뽀를 했는데 시마스가 받지 않아서."고 말했다.
(날아가는 뽀뽀는 우선 손바닥으로 자기 입술에 대고 뽀뽀를 하고
손바닥을 위로 해서 입바람으로 부는 뽀뽀이다.
시마스는 같은 반 친구이다. 인사성이 밝아서 초유스도 좋아한다.)

"왜?"
"시마스는 부끄러운지 숨어버렸어. 그래도 괜찮아."

어젯밤 학교에 가져갈 가방을 챙기는 요가일래는 엄마와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다.
딸아이는 시마스에게 무엇인가 줄 것을 찾고 있었다.

시마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엽서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한국에 관한 엽서는 석굴암 사진이 담긴 엽서만 있었다.
얼른 딸아이는 석굴암 본존불 엽서를 챙기더니 편지봉지 안에 넣었다.
그리고 그 편지봉투 겉장에 붉은 색 사이펜으로 하트모양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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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먼저 하는 것이 아니야.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는 거야.
친구들이 놀릴 수도 있어."라고 옆에서 엄마와 언니가 충고했다.
못 이기는 듯 일단 하트를 그린 봉투는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여자든 남자든 누가 먼저 하는 지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요가일래는 가방 속에 석굴암 부처님이 담긴 새 편지봉투를 넣었다.

아침에 학교를 데려다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빠, 내가 왜 부처님 사진을 넣은지 알아?"
"왜?"
"그러니까 뽀뽀하게 해달라는 내 소원을 부처님이 들어주시라고 넣었지."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시마스에게 주었는데 아주 좋아했어, 그런데 (감사) 뽀뽀를 하지 않았어.
내가 주었다고 놀리는 친구도 없었어."

좀 이른 것 같지만 이런 것이 있어서 학교 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 관련글: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딸에 뽀뽀로 15년형 위기 처한 아빠를 보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9. 19. 06:23

지난 9월 17일 지인을 방문했다가 밤 9시경 집에 돌아오자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방안에서 나오면서 화나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팔뚝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아빠, 언니가 때려서 이렇게 되었어. 언니를 혼내줘!"

팔뚝을 자세히 보니 모세혈관으로 피가 나온 흔적이 역력했다. 얼마나 크게 언니에게 잘못했고, 얼마나 세게 언니가 때렸으면 팔뚝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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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용하지만 무게 있게 언니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그때서야 요가일래는 깔깔 웃으면서 자기가 했다고 말했다. 아빠가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재미 있어 했다.
피가 나온 흔적의 이유를 금방 알 것 같았다. 팔뚝을 오래 빨다보디 붉어지고 입술 크기의 반점이 생겼다.

"너 이렇게 하는 것을 누구한테서 배웠니?"
"혼자 알았어."
"어떻게?"
"심심해서 자꾸 빨다보니 이렇게 되었어."

사실 아빠도 어렸을 때 그렇게 해보았다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너가 빠는 동안 입안에 있는 균들이 모세혈관으로 타고 몸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으니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라. 알았지?"
"알았어."

그후 하루가 지나고 18일 저녁 요가일래에게 수박을 주면서 여전히 팔뚝에 남아 있는 붉은 반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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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참으로 어릭석은 행동을 했다. 이젠 정말 그렇게 하지 마라."
"아빠, 내가 몰라서 그렇게 한 거야. 잘못했어. 더 이상 화내지 마."
"너 팔뚝을 보니 아빠 마음이 아파서 그래."
"알았어."

누구나 한 번쯤 어린 시절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막상 그렇게 했지만 어린 딸아이가 그렇게 하니
잦은 꾸지람으로 못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이 문제을 언급하지 말아야겠다.

* 관련글: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엽기아빠의 화장지 절약법 알리기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9. 8. 06:33

자기 딸에게 뽀뽀한 것 때문에 15년형 위기에 처한 아빠 이야기가 화제를 모우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이탈리아 사업가(48세)가 여름휴가를 브라질 포르탈레자 해변에서 보내면서 딸에게 진한 애정표현을 했다. 이 장면을 가까에서 지켜보고 있던 브라질 노인 부부가 못마당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아빠를 체포해 구금을 했다. 브라질의 강화된 어린이보호법을 적용받아 기소될 위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아빠는 8-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애정표현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 지는 알 길이 없지만 브라질 출신 부인은 남편의 행동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 딸에게 뽀뽀한 것으로 최고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니...... 지난 번 브라질 여행에 딸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를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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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리오데자이네로의 이빠네마 해변

아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임을 우선 밝혀둔다. 지난 1월 초순 3주 동안 브라질 여행을 다녀왔다. 리오데자이네로 등의 여러 해변을 방문해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겼다.

브라질 여행을 떠나기 전 거의 다 벗은 채로 열정적으로 춤추는 여인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브라질은 마음문이 열려 있고, 정열적이고, 낭만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여겨졌다.

혼자 보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아내는 선뜻 감시자(?)로 자신이 동반할 것을 제안했다. 자유스러운 나라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다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이번에 안가면 어느 세월에 같이 가볼 것인가라는 아내의 말에 떼어놓기보다는 함께가기가 차후에 좋을 것 같아 같이 가기로 했다. 어느 선배분의 말이 떠올랐다. "여행에 아내를 데려가면 돈은 배가 들고, 기쁨은 반으로 준다......" ㅎㅎㅎ

1월 초순 브라질은 여름이다.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리오데자이네로의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3-4일 정도 지나자 우리 부부가 받은 가장 큰 인상은 거리나 해변에서 자유분방함의 브라질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수도의 중심가나 해수욕장에서는 젊은 쌍쌍들이 키스하는 모습이나 너무 진하다 할 정도로 살갑게 엉켜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보다 더 자유분방한 나라로 여겨왔던 브라질의 해변에서는 이런 모습을 만나지 못하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런 해변 분위기를 겪었던터라 이탈리아 아빠의 애정표현이 노인부부의 눈에는 너무 한 것으로 비쳤을 법하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애정표현을 잘 하는 사람들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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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 요가일래

딸에게 뽀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나라 리투아니아에도 흔하다. 시내를 산책하다보면 딸아이에게 정답게 뽀뽀하는 다른 아빠들을 보고 있으면, 내 딸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때론 아내가 "당신도 딸에게 저렇게 좀 해봐!"라고 구박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아빠의 뽀뽀행위보다 아동보호법이 더 눈에 들어왔다. 리투아니아도 현재 아동보호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한 예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으로부터도 아동을 보호하고자 한다. 아이의 심리에 큰 상처를 주는 언어사용도 처벌하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이탈리아 아빠의 위기직면을 접하면서 다른 나라에 가서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적합한 행동을 하는 것이 상책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볼에 뽀뽀를 주고 받는 우리집의 아빠와 딸간 애정표현은 움찔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가족들은 적어도 하루에 여덟 번 정도는 껴앉고 뽀뽀 등 애정표현을 해야 한다고 한다.

* 관련글: "아빠가 작아져서 내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9. 7. 14:37

이제 가을이다. 낮의 온도가 20도 내외이지만
실내는 양말이나 털신을 신지 않으면 한기를 느낀다.

토요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춥다고 하면서
털신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저녁 내내 뜨게질을 하더니
요술방망이처럼 예쁜 털신을 만들어내었다.

아빠에게 "세상에 제일 예쁜 털신"이라면서
딸아이는 엄마 솜씨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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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엄마 사랑 듬뿍 담긴 이 털신으로 요가일래가 이번 겨울철을 잘 지내기를 바란다.

* 관련글: 컴 쟁탈전에서 이기려는 딸의 비책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9. 2. 08:00

최근 들어 부쩍 엄마와 딸아이 요가일래가 컴퓨터(노트북) 하나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요즘 딸아이 소원은 자기 컴퓨터를 갖는 것이다.

"아빠, 내 생일 선물로 컴퓨터 사줘~~~ 제발!"
"그러면 우리 집에 컴퓨터가 너무 많아."
"아빠는 아빠 컴퓨터, 언니는 언니 컴퓨터, 엄마는 이 컴퓨터,
그럼 나는? 아빠, 나도 가족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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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방에 자필 문패를 달아놓은 요가일래

엊그제 저녁 엄마가 침실에서 신문을 읽는 동안
요가일래는 노트북이 있는 아빠 방에서 혼자
열심히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었다.
들어가려고 하니 방문 앞까지 달려와 출입을 막았다.
그리고 나중에 부를 때까지 침실에서 기다리라고 부탁했다.

한참 후 요가일래는 엄마를 빼고 아빠만 불렀다.

"아빠, 이건 엄마한테 비밀이야!"

아빠 방문 입구에 요가일래는 영어의 "closed"를
리투아니아어 발음대로 적어놓은 "KLOUZD!" 푯말을
걸어놓고 엄마 출입금지를 알렸다
엄마가 못 들어오면 노트북은
자연히 요가일래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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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컴을 사용할 때) 엄마는 출입금지

얼마 후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아빠 방으로 온
엄마는 이 푯말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다.
엄마는 딸아이의 기발한 생각에 동조하는 듯
이 날 만큼은 딸아이에게 컴퓨터를 양보했다.

* 관련글: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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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9. 2. 06:04

어제 9월 1일은 딸아이 요가일래가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된 긴긴 방학을 끝내고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었다. 리투아니아는 9월 1일이면 무조건 학년이 시작된다. 이 날이 쉬는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라도 상관없이 개학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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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식에 참가하려 집을 나서려는 요가일래. 아직 잠이 얼굴에 남아있는 듯하다.

이 날 학교에 갈 때에는 꽃이나 꽃다발을 사서 담임 선생님에게 선물한다.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점점 자라고 있어 그런지 최근 들어 요가일래의 예쁜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부터 우리집 식구 모두는 저녁 무렵 거실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큰 딸 마르티나가 운동 프로그램을 짜고 나머지는 그대로 따라한다.

이 날 먼저 훌라 돌리기를 10분 동안 했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훌라 돌리기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였다. 몇 분이 지나자 땀이 났다. 훌라 돌리는 모습을 앞에서 아내와 큰 딸이 지켜보면서 연거푸 웃음을 자아냈다.

훌라 돌리기가 끝날 무렵 요가일래가 갑자기 욕실로 달려갔다.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는데 딸아이는 수건에 물을 적셔와서 땀이 나는 아빠의 얼굴과 목을 연신 닦아주었다. 아빠를 배려하는 딸아이의 행동에 몸의 땀이 마음의 눈물로 변해갔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 번 더 아빠를 감동시켰다. 개학식 후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기어코 개학축하를 하려고 했다. 대단한 축하가 아니라 아이가 둘인 친척을 초대하자고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친척 부부가 왔다.

인근 음악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친척은 학교 개학식에 잠시 가고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렀다. 아이들 셋은 모처럼 만나서 열심히 재미나게 놀았다.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볕은 아주 쨍쨍했다. 이들은 반팔옷에 반바지 차림으로 밖에 나가서 놀았다.

얼마 후 딸아이 혼자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화장실 때문이라고 했다.

"밖에 춥지 않니?"
"그늘에 있으니까 추워."
"그럼, 긴팔옷과 긴반지를 입고 가."
"알았어."

딸아이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후 자기 옷 중 긴팔옷과 긴바지 두 벌을 들고나려고 했다.

"그 옷은 왜 가져가는데?"
"친구도 추울 거야."
"그래,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늘 가져야 한다."
"알았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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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축하 놀이를 함께 한 세 사람 (왼쪽부터 구스타스, 아우쉬리네, 요가일래)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과연 얼마나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기쁜 순간들이 아이를 키우는 힘든 순간들을 모두 잊게 해준다.

* 관련글: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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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9. 1. 07:00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실랑이를 벌이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군것질일 것이다. 한국에는 사방에 널려 있는 가게에서 이 군것질거리를 쉽게 조달할 수가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살고 있는 집 주변에는 한국식 구멍가게가 없다. 이런 풍토에서 자라서 그런지 딸아이 요가일래와는 군것질거리 문제로 걱정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그 흔한 군것질거리인 초콜릿도 그렇게 탐닉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군것질 대신 무엇을 주로 먹을까? 방학 내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딸아이가 애용한 군것질거리는
바로 당근, 오이 등이다. 이는 아빠가 40년 전 여름철 채소나 풋과일로 군것질했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아빠 요리솜씨가 좋으면, 당근케익 등등 현대식 군것질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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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이었던 어느 날 딸아이 요가일래는 동물들이 식사하는 법을 흉내내었다. 재미 있어 영상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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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31. 16:23

어제 아침 7살 딸아이는 일어나자마자 닌텐도를 찾았다.
닌텐도를 가지고 놀 수 있는 날은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이다.
그리고 해당 요일이 끝나면 닌텐도를 아빠에게 주고,
아빠는 뻔히 알 수 있는 장소이지만 숨긴다.

"아빠, 초롱이 어디 있어?"
"초롱이가 누구인데?"

"아빠, 우리 이제 닌텐도를 '초롱'이라 부르자."
"왜?"
"늘 닌텐도를 '닌텐도'라 부르니 지겹다.
그러니 다른 이름을 한 번 지어주는 것이 좋겠다."

하루 종일 기회 있을 때마다 요가일래는
'초롱'이를 가지고 재미 있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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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녁 무렵 딸아이는 부엌에서 오더니
비닐봉지로 덮은 '초롱'이를 보여준다.

"너, 왜 비닐봉지로 '초롱'이를 가렸니?"
"아빠, 이렇게 하면 나오는 빛이 약해져서 눈이 나빠지지 않아."

전자파가 많이 나와 눈에 해롭기 때문에
닌텐도를 가지고 오래 놀지 마라고 누누히 말한 것이 떠올라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해낸 딸아이가 귀엽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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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9월 1일 내일 개학하면 주중에는
일체 '초롱'이와 함께 놀 수 없다고 선언하자
울상이 되어버린 딸아이가 잘 견디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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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30. 15:42

어젯밤 잠자기 전 인사하러 온 딸아이는 아빠 무릎에 앉더니 대뜸 말한다.
아마도 곧 9월 1일 개학을 하므로 학급 친구 얼굴이 떠올랐는 것 같다.

"아빠, 나 벌써 남자를 뽀뽀했어."
"누군데?"
"시마스라는 남자친구. 아빠도 알고 있잖아!"

시마스는 요가일래 학급에서 초유스한테
가장 인사를 잘 하는 아이다.
다른 아이들은 얼굴을 맞주쳐도 별다른 반응이 없으나,
시마스는 저 멀리서도 초유스를 보면 달려와서
"라바 디에나"(안녕하세요)라고 외친다.

그는 초유스를 "재키 찬"(성룡)이라고 부른다.
이 덕분에 딸아이는 잘 보호되고 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무술에 탁월한 "재키 찬"이기 때문이다...... ㅎㅎㅎ

 
"시마스를 잘 알지. 언제?"
"방학 전에 학급 친구들 모두 영화보려 갔는데 그 때 했지."

"왜?"
"멀리서 보니 시마스가 아주 예뻤어.
그래서 손가락으로 나한테로 오라고 했어.
왔을 때 빨리 볼에 뽀뽀했다."

"그렇더니?"
"시마스가 얼굴이 빨게 지고 부끄러워서 손으로 볼을 닦었어."

"건데, 아빠, 나중에 시마스가 마르티나를 뽀뽀했어."
"그래서?"
"내가 토라졌지. 하지만 괜찮아."
 
"친구야 (자주 딸을 이렇게 부른다), 너무 일찍 남자한테 뽀뽀한 것 같다."
"아빠, 예쁜 마음이 들면 뽀뽀할 수 있잖아!
아빠도 내가 예쁘면 내 볼에 뽀뽀하지?
나도 그렇게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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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23. 09:47

리투아니아 친척이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7살 딸아이와 함께 갈 때면
딸아이 요가일래는 평소보다 훨씬 더 살갑게 군다.
이럴 땐 리투아니아인 엄마 딸 확률보다
한국인 아빠 딸 확률이 더 높은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딸아이는 아빠와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딸아이가 흔히 하는 말이다.

"아빠, 우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니 참 재미 있다.
그렇지? 우리가 '고추', '조개', '똥'이라는 말을 해도 모르니까 웃음이 나온다."

한국이 아닌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지만 잉태부터 지금까지
딸에게 초지일관으로 대화한 한국어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제 (토) 딸아이는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이 즐겨찾는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한국어가 나오는 게임 "
나는 미용사"를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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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이 즐겨찾는 게임사이트에도 한국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아빠, 빨리 와봐! 한국어야!  한국 게임이야!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나는 알아. 그래서 기분이 좋다!"
"봐, 그러니 앞으로도 한국어를 계속 열심히 해!"
"예,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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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보다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더 즐겁다는
딸아이가 계속 연마해 비밀어를 더욱 더 멋지게 구사할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22. 09:53

지난 해 1월말경 딸아이가 만 6살 때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에 있는 화장지 뭉치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유가 궁금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처럼
화장실에서 소변을 본 딸아이가 그만 물을 내리는 것을 잊어버렸다.
딸아이의 화장지 낭비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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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써야한다고 일러주기 위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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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스러운 방법이지만, 이 두 사진을 비교해주면서 딸아이게 물었다.

"친구야, 화장지 재료가 나무인데 너처럼 낭비하면 더 많은 나무를 베야 한다."
"아빠, 정말 미안해. 나때문에 더 많은 나무가 아플 거야. 앞으로 화장지를 조금 쓸께."
"나무와 화장지한테 미안하다고 해!"
"옙, 알았습니다, 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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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짐한 딸아이는 그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이제 습관이 들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아빠의 교육법에 순응해준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관련글: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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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17. 16:06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벌써 가을날씨를 느낀다. 보통 밤 10시30분에야 어두워지는 여름날이 지나고
이젠 밤 9시가 되면 어두워진다. 지난 일요일 호숫가에서 가족나들이를 한 후 집으로 오는 길에 교외에 있는 야외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 연못에 서식하는 흑고니(흑백조)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약간의 어둠 속에 흑고니가 부리를 물 속으로 넣자 하트모양이 완연히 드러났다. 이 모습을 본 7살 딸아이가 아주 신기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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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11. 15:10

어젯밤 이제 11월이 되면 만 8살이 될 딸아이 요가일래가 잠옷을 입고 다가왔다.

"아빠, 책 읽어줘! 아빠가 책 읽어주면 잠이 잘 와."
"무슨 책을 읽어줄까? 소태산 대종사님의 가르침?"
"오늘은 다른 책을 읽자. 한글 동화책 중 하나를 내가 선택할께."
그리고 요가일래는 책장에서 3권의 동화책을 꺼냈다.
별주부전, 손오공 그리고 이솝 이야기.

(설명: 딸아이 요가일래는 잠자기 전 아빠가 읽어주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가르침" 책을 즐겨 들으면서 잔다.)

별주부전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말했다.
"용왕이 아픈 것이 아이들에게는 안 좋고, 토끼가 줄에 묶였으니 불쌍하고 또 아이들에게 안 좋다."
그렇게 이솝 이야기 책을 선택했다.

(설명: 토끼가 거북이에게 속아서 용궁으로 와서 포승줄을 하고 있으니 불쌍하다.
이렇게 연약한 토끼를 속이고 학대하는 내용은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안경을 벗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가는 데 딸아이가 외쳤다.
"잠깐, 아빠 눈에 눈물이 난다. 아빠가 할아버지가 보고싶은 가보다. 그렇지?"

(설명: 딸아이 요가일래가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어릴 때 할아버지가 아빠에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물은 말이다.)


"아빠, 아빠가 어렸을 때 제일 처음 읽은 책은 무슨 책이야? 정말 궁금하다."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명: 40년 전 시골에 동화책이 없었다. 그저 국어책을 소리내어서 읽는 것이 전부였다.)

"아빠, 나는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제일 처음 신문을 읽었어."
"이잉~ 뱃속 아이가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니?"
"농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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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10. 12:27

지난 5월 하순 혹은 6월 초순에 시작한 리투아니아의 여름방학이 이제 8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3주 후면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다.

아주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을 때는 주로 물놀이를 했고, 위인전 몇 권을 읽는 것으로 여름방학을 보냈다. 도시로 전학을 한 후 학년이 높아가면서 독서실이나 학교에서 여름방학 대부분을 보냈다. 여름방학엔 특히 다음 학기의 책을 미리 공부했다.

이런 학창시절을 보낸 기억으로 보니 여름방학을 보내는 두 딸의 생활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여름방학은 다음 학년에 올라갈 준비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좀 하는 것이 어떠니?"
"아빠, 왜 방학이 있는 줄 알아? 일년 12달 동안 9달을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나머지 3달은 놀아라고 있는 것이야. 그러니까 공부하면 안 돼!"
 
9달 열심히 공부했으니 3달은 마음껏 놀아야 한다는 딸아의 주장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 후로 공부해라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주변에 있는 대부분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

큰딸은 남친과 돌아다니느라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없다. 더욱이 큰딸 남친은 오는 9월 영국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곧 리투아니아을 떠난다. 큰딸은 "여름방학에 공부하지 않아도 영국 대학교에 진학하는 남친을 봐!"라는 듯이 나돌아다닌다. 사실 자랑은 아니지만 큰딸은 자기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한다. 그러니 더 더욱 부모는 할 말이 없다.

아래 사진을 통해 작은 딸 요가일래의 여름방학 보내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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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에선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외할머니집으로 가는 두 땉. 큰딸은 남친과 헤어져야 함으로 울상이고, 작은 딸은 기차를 타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로 미소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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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닌텐도이다. 하도 집착하기에 요일을 정해주었다. 닌텐도를 하는 날은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이다. 닌텐도를 하는 날에는 책을 2-3쪽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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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최대의 즐거움은 바로 호수에서 물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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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날에 이렇게 천자문을 공부한다. 한자가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일제 강요하지 않고 원할 때에만 가르쳐준다. 최근 들어 잠자기 전 요가일래는 한자공부하기를 즐겨한다.

한국 아이들에 비해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이렇게 편하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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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8. 3. 07:36

주택가 길거리에서 놀고 있던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숨을 헐떡이면서 달려온다.

"아빠, 저기 날개가 찢어진 나비가 있는 데 정말로 불쌍해.
 나비가 훨훨 날지 못하고 껑충껑충 뛰고 있어. 빨리 가보자!"

대부분 주택의 뜰에는 화단이 마련되어 있어 벌과 나비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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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비가 아프지 않을까?"
"너가 상처나면 아프듯이 나비도 아플거야!"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줄까?"
"우리가 가까이에 가면 나비가 겁을 먹고 날아가버릴거야. 그러니 우리가 덜 아프도록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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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의 손을 잡고 그 화단에 가보니 여전히 그 나비가가 꽃에 앉아있다.
왼쪽 날개의 아래쪽 반이 없는 나비였다.
(나중에 카메라를 가지고 오니 그 날개가 찢어진 나비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찍지를 못했다.)

그 나비가 어떻게 날아갈까 지켜보고 있는데 딸아이왈:
"아빠, 기도 안하고 뭘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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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22. 16:36

리투아니아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재미 있는 농담 하나가 있다.

"왜 중국이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인지 알아?"
"그야, 중국제 콘돔을 사용하기 때문이지."

이처럼 오래 전부터 중국제품은 불량제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하지만 요즘 리투아니아에도 중국제품을 아주 쉽게 살 수 있다.

대형상점에 가면 장난감부터 시작해 옷, 심지어 가전제품까지
중국제품이 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국의 한 지인이 요가일래에게 선물을 사준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 듣고 요가일래가 한 마디 했다.

"아빠, 한국사람들이 선물줄 때 그 선물이 왜 Made in China냐?
여기도 Made in China, 저기도 Made in China.
아, 이제 Made in China가 너무 지겨워...."

우리집 복도에 있는 대나무 간이의자가 중국제품이다.
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다리가 고정이 났다.
사람이 앉아서 신발끈을 매고 풀기 위해 산 의자가
신문이나 물건을 놓는 탁자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집 거실에는 작은 탁자가 있다.
보기에 말끔하고 가격이 싸서 하나 구입했다.
네 다리를 아무리 고정해도 흔들탁자가 된 지 오래다.

요가일래에게 사준 중국제품 장난감도 사오자마자
조립하는 과정에서 부서져 못쓰는 경우가 흔했다.

이러니 싼 맛에 중국제품 샀다가 기분만 잡치고
다시는 사지 않으리 결심하지만
그래도 주머니 사정 때문에 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빠, 알아? 우리 반 교실에 아이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통이 있는 데
그 통에 Made in Korea가 써여져 있어.
내 친구들과 이것을 보면서 정말 기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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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통이 오래 동안 고장나지 않아서
"Made in Korea"에 대한 요가일래의 기쁨과 자부심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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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생산 한국 배 먹은 후 냉가슴이 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