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에 해당되는 글 325건

  1. 2016.02.23 BMW 화재 발생으로 새로 득한 BMW 3
  2. 2016.02.16 각국 비행기 1등석과 3등석 음식 일목요연 비교 2
  3. 2016.02.12 유럽 여고생이 그린 응답하라 1988 배우들 2
  4. 2016.02.09 설날에 선물 받은 한국 맥주 알고보니 속임수
  5. 2016.02.04 여기서 주유하면 나비처럼 차가 훨훨 날아갈 듯
  6. 2016.02.01 머리가 세 개 달린 사슴, 알고보니... 1
  7. 2016.01.28 유럽인 찰진 밥이 그리워 햇반 구입 1
  8. 2016.01.20 영하 17도에도 버티는 파리의 생명력
  9. 2016.01.19 혹한과 폭설 불구하고 새에게 밥 주는 사과나무
  10. 2015.12.29 딸의 감동 선물 - 한 달에 열 가지 좋은 일 할게요 1
  11. 2015.12.28 살짝 눈 내린 오르막길 BMW vs Audi
  12. 2015.12.24 탈린, 리가, 빌뉴스 크리스마스 시장 둘러보기
  13. 2015.12.21 학교 수업이 지루할 때 이렇게 그림 그려요 1
  14. 2015.11.25 유화 그림 뒷면을 전시한 미술관을 다녀오다
  15. 2015.11.16 바로크 시대 남녀 어린이 시소 이렇게 달라
  16. 2015.11.06 생일 맞은 딸아이 오히려 부모에게 꽃 선물 5
  17. 2015.10.02 주말엔 숲 속으로 버섯 채취 가족 나들이 6
  18. 2015.09.25 절단 된 수도관에 물이 펑펑~ 쏟아내려 1
  19. 2015.09.03 김밥으로 도시락,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2
  20. 2015.07.15 유럽에서 경험한 야생진드기, 겨드랑이와 다리에 1
  21. 2015.07.06 새도 궁전에 살 권리가 있다
  22. 2015.06.30 파파라치로 비췄는데 생생한 내 삶의 기록자로 2
  23. 2015.06.17 축구장 한가운데 150년 된 참나무 한 그루
  24. 2015.06.08 아버지 날에 받은 쪽지에 피곤함이 사르르 녹아
  25. 2015.06.05 만나자마자 한국 음식 선물 준 관광객에 눈물 글썽 4
  26. 2015.05.05 휴대폰 케이스에 호텔 객실 열쇠를 넣었더니 2
  27. 2015.04.28 20년 된 아빠 필통 학교 가져간 딸아이의 문자쪽지 1
  28. 2015.04.27 우리집 햄스터 장례에 노잣돈 넣고 민들레 심어 6
  29. 2015.04.16 인종차별적 글 번역 부탁시 어떻게 답할까 3
  30. 2015.04.13 딸 덕분에 텀블러 블로그에 애드센스 넣어 보기 2
생활얘기2016. 2. 23. 06:49

근래 BMW 차량 화재 소식이 드물지 않게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이후 최근까지 한국에서는 8차례 발생했다. 이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바로 우리 집 BMW 차에도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관련글: BMW 화재, 현지인 반응 - 한국 차 샀어야]. 화재 발생에 대한 글은 정리해서 올렸지만, 그 후 처리 과정에 대해서 여태까지 쓰지 못했다. 유럽 현지에서는 화재 발생시 어떻게 해결되었는 지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한마디로 제조회사와 분쟁 없이 잘 처리되었다. 

어느 날 주행한 후 주차 된 우리 집 525D BMW 트렁크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행인의 신고로 소방차가 긴급 출동해서 불을 껐다. 평소 아는 수리공에게 전화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 지를 상의했다. 그는 일단 BMW 센터로 연락해보라고 했다. 혹시 제조회사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수리비
BMW 센터는 여러 주 동안 조사한 후 수리 견적 비용을 알려주었다. 부가가치세 21%를 포함한 수리 비용이 62,575리타스(1만8천유로 = 2천5백만원)이었다. 이 비용은 당시 중고차 시세보다 훨씬 높았다. 트렁크 전기 배선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했기에 회사가 전적으로 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가 판매 중인 중고차 구매를 제안 
센터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센터가 관리해오던 중고차 구입을 제안했다. 수리 대신에 1만 유로를 할인해줄테니 그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그 차액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라서 우리는 주저했다. 

처음엔 화재가 난 우리 차를 그대로 넘기고 1만 유로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여러 차례 의견 조정 끝에 센터가 1만 유로 할인에다가 우리 차를 중고차 시세보다 약간 저렴하게 구입하겠다고 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1만 유로 할인에 중고차 값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아쉽게도 화재가 발생해 우리 집을 떠난 BMW


보험사는 팔짱 끼고 불구경하듯
한편 보험 회사는 우리와 BMW 센터 간 해결 문제로 인식하면서 그냥 팔짱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우리는 설령 1차적인 귀책 사유가 BMW에 있지만, 보험사가 어느 정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수년 동안 종합보험비를 내었는데 보상을 한 푼도 해주지 않으려고 하다니... 여러 차례 요구 끝에 보험사가 아무런 조건 없이 10,000리타스(4백5만원)를 지불해주기로 했다.

새로 구입할 차를 등록하기 위해 가는데 기존 우리 차를 센터 직원이 주차 자리를 옮기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헉, 불난 차를 우리는 견인차를 이용해센터까지 옮겼는데.... 그렇다면 여전히 우리 차가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 우리 집으로 새로운 온 BMW


거의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BMW를 가지게 되었다. 기존 차는 525D, 새로운 차는 520D이다. 자동차 보유세 도입시 기준 중 하나가 2000cc이다. 만족스러운 점은 아래와 같다. 
1) 연식이 기존차보다 4년이나 더 젊었다.
2) 자동차 보유세 도입시 세금이 더 적다
3) 연비가 100km미터에 2리터가 절감 된다.

이렇게 BMW 화재 발생으로 BMW 센터와 보험사 등과 별다는 갈등이나 실랑이 없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해생어은(恩生於害, 해에서 은혜가 나온다) 전화위복(轉禍爲福)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6. 2. 16. 08:32

근래 유럽 내에 이동할 때에는 주로 저가 비행기를 이용한다. 간이 음식을 사먹기가 그려서 집에서 샌드위치를 준비해 비행기에서 먹는다. 이럴 때에는 일반 비행기의 삼등석(이코노미석) 밥이 참 그리워진다. 물론 삼등석 밥을 먹을 경우에는 이등석(비즈니스)이나 일등석 밥이 어떨까 상상하겠지만... 


최근 폴란드 한 웹사이트에서 세계 각국 비행기 일등석과 삼등석 식사를 비교한 사진이 있어 눈길을 끌어 여기 소개한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joemonster.org]  


1. 싱가포르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2.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3. 터키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4. 대한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5. 프랑스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6. 아메리칸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7. 델타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8. 유나티드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0. 영국 브리티시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0. 네덜란드 KLM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1. 독일 루프탄자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2. 중국 에어 차이나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3. 캐세이퍼시픽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4. 에어 캐나다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5. 전일본공수ANA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6. 그리스 에게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7. 타이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8. 케냐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19. 일본 JAL 항공 

삼등석 음식

일등석 음식


대체로 삼등석 음식은 웬지 푸짐해 보이고, 일등석 음식은 깔끔해 보인다. 주머니 가볍고, 배고픈 나같은 사람에게는 역시 삼등석 음식이 제격인 듯...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2. 12. 08:41

일주일에 두 번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주 수업에 빠진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내왔다. 

안녕하새요! 
저 아픕니다. 
오늘도 올 수 없어요. 
집에 공부하겠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아주 재미있어요! 
새해 복 만히 받으세요!

감기로 수업에 올 수 없다고 알려왔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데 요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하도 주위에서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기에 궁금해서 1월 하순에 나도 한 편을 보았는데 그만 밤을 샐 정도로 푹 빠졌다. ㅎㅎㅎ 1988년 올림픽에 자원봉사를 한 일이 어젯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평소에 말라있는 눈물샘이 자주 터지기까지 했다.

결석한 위의 학생은 고등학교 1학생으로 어제 수업에 왔다. 수업을 다 마친 후 그는 "응답하라 1988"에 완전히 매료된 자신의 모습을 아래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출연한 배우들을 정성스럽게 그렸다.

* 그림: 애밀레 페트라비츄테


이 학생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인인 나보다 더 열성적으로 보고 있는 비한국인들이 실재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영어 자막과 함께 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다시보기는 여기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2. 9. 10:14

거의 매년 설날을 즈음해서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설날을 '동양 새해'로 부른다. 그래서 동양적인 분위기의 옷을 입고, 동양적인 음식을 각자 준비해서 가져온다. 그렇게 튀가 나지 않지만 중국 등 여행에서 사온 옷 등을 입고 왔다. 옷 색깔은 주로 붉은 색이다. 

* 설날 기념으로 모인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들


* 옷은 붉은 색


우리 집은 이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잡채, 만두, 김밥 등을 준비했다. 식구들은 각자 일을 부담했다. 아내는 잡채를 하고, 딸은 김밥을 말고, 나는 만두를 구웠다.



이날의 압권은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었다. 먼저 몽골의 말젖 치즈를 꺼냈다. 모두들 신기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그는 이어서 중국, 일본, 한국 맥주를 차례로 꺼냈다. 대형상점에서 종종 일본이나 중국 맥주를 볼 수 있지만, 아직 한국 맥주를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샀는 지 물어보았지만, 그는 비밀이라고 한다.


신기함의 취기가 식어가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게 되었다. 보기에도 엉성했지만, 캔맥주 상단에 리투아니아어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한국 맥주, 알코올 도수 6도

속은 리투아니아 맥주이고, 겉포장만 한국 맥주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하고 칼러로 인쇄하고 또 붙이는데 솔찬히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의 정성과 아이디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가짜 한국 맥주는 내 몫이었다. 세 나라 맥주 중 이름 때문인지 한국 맥주가 더 맛었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설날을 맞아 현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 설날을 또 기약하면서 모두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빈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6. 2. 4. 06:50

발트 3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비슷한 건축물이 하나 있다. 나비의 날개를 연상하는 구조물이다. 이 건물의 용도는 바로 주유소이다. 자가주유소(셀프주유소)이다. 일반적인 주유소 건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먼저 리투아니아 북부 지방 도시 샤울레이에 위치한 주유소이다.


아래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시가지에 있는 주유소이다. 



주유소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보았다. 여기서 주유하면 마치 차가 나비처럼 훨훨 나을 듯한 기분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2. 1. 05:30

지리적으로 북동유럽에 속한 리투아니아의 12월은 초봄의 날씨였고, 1월은 혹한의 날씨였다. 초순과 중순은 영하 20도 내외였다. 내린 눈이 내내 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1월 말 갑자기 영상의 날씨가 되더니 눈이 한 순간에 거의 다 녹아버렸다. 

최근 눈 위 숲 속에서 찍은 사슴 사진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리투아니아 사진 작가 레나타스 야카이티스(Renatas Jakaitis)가 30미터 거리에서 찍었다. 얼핏 위만 보면 머리가 세 개 달린 사슴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리를 보면 갯수가 많다. 

* 사진 출처 http://www.naturephoto.lt/ * 사진 작가 Renatas Jakaitis


이는 사슴 세 마리가 일렬로 걷는 중 동시에 뒤로 쳐다보는 모습 때문이다. 이 사진은 2010년 리투아니아 파네베지스 지방 숲 속에서 찍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래는 이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이다. 


어제 일요일 리투아니아 대부분 지역에서 함박눈이 쏟아졌다. 유럽에 25년 살면서 이렇게 눈송이가 큰 함박눈은 처음이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힘들 정도였다. 이 쪽에서 치울 때 치운 저 쪽이 금방이 눈이 쌓였다. 쏟아지는 함박눈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1. 28. 09:08

푸석푸석한 밥에 익숙한 사람은 윤기가 쫙 흐르는 찰진 밥이 맛이 없다고 먹기를 꺼린다. 반대로 찰진 밥에 익숙한 사람은 푸석한 밥이 맛이 없다고 먹기를 꺼린다. 전자는 주로 유럽인들이고, 후자는 한국인들이다. 물론 누구든 배가 고픈 사람은 이에 크게 구해 받지를 않겠다.

주변 유럽인들은 그렇게 자주 쌀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푸석한 밥이나 찰진 밥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갖지 않고 있다. 그저 이들에겐 쌀로 지은 밥에 불과하다. 

마르티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하도 집밥(전기 압력밥솥으로 한 밥)이 생각이 나서 한국 식품가게에 가서 구입했다고 한다.


바로 김치와 햇반이었다. ㅎㅎㅎ



이렇게 찰진 밥 맛에 한번 푹 빠지면 정말이지 푸석푸석한 밥은 눈에도 맛이 없을 것이다. ㅎㅎㅎ 
쌀밥과 김치에 집을 떠올리는 유학생...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1. 20. 07:44

거짓말 같지만 지난해 12월 30일까지 북동유럽은 참으로 따뜻했다. 이러다가 정말 겨울 없는 겨울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빗나갔다. 바로 12월 31일부터 영하 20도내외로 떨어지는 날씨가 열흘 동안 지속되었다. 조금 풀리는 듯했으나 요즘 다시 영하 15도 내외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내륙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파리 한 마리가 날라와 창문에 붙어 있는 장면을 보았다. 


여름철에는 별일 아니지만, 겨울에 이렇게 파리가 나타나다니... 처음 목격하는 일이라 그는 바깥온도를 재어보았다. 무려 영하 16.8도였다. 


* 사진 제공: 정흥


이런 혹한에도 파리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6. 1. 19. 07:02

빌뉴스 구시가지에 지난 늦가을부터 관심을 끄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다. 사과나무 잎이 다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이 거리를 지나갈 때 저 사과는 언제까지 저렇게 버티고 있을까 궁금해 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에 들어가본 했다. 


그 동안 영하 20도 내외의 날씨가 10여일간 지속되었고, 눈까지 내렸다. 어제부터 평년의 겨울 날씨로 돌아와 모처럼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갔다. 혹시는 사과가 혹한과 눈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먼저 그 거리로 향했다. 


지난 12월 중순에 본 그대로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달려있었다. 달라진 것은 혹한의 날씨에 어쩔 수 없이 동상에 걸린 모습이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사과를 쪼아먹기 시작했다. 


'아, 겨울철 혹한에 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과나무가 자신의 열매를 지금까지 그대로 지키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민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우리 정원에 있는 저 사과는 맛이 없어 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 매년 겨울에도 저렇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도 자아내고, 또한 새들의 밥이 되기도 한다."



맛이 없으니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열매를 온전히 지키다가 
혹한의 겨울에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과나무... 무언의 가르침을 주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2. 29. 08:49

12월의 상징어 중 하나가 선물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어린 아이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용돈으로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한다. 이 선물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거나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식사 후 서로 교환한다. 

한편 아직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사람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선물유무를 확인한다. 우리 부부는 여러 해 전부터 따로 선물을 교환하지 않고 가족 전체를 위해 평소에는 비싸서 사기가 부담스러운 생활용품 등을 구입해 왔다.

하지만 두 딸과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올해 딸아이로부터 무슨 선물을 받을까 궁금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생이니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도 꽤 된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식사에 12가지 음식을 먹은 후 딸아이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조그마한 종이곽이었다. 누런 상자종이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색종이를 그 위에 붙였다. 


과연 저 안에 무슨 선물이 들어있을까?
열어보니 이렇게 써여 있다.
   "사랑하는 부모님,
    모든 것에 감사 드리고, 계신다는 것에 감사 드립니다.
    행운, 건강, 사랑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두 분을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있을 법 선물 물건은 없고, 누런 종이에 색종이를 붙인 것만이 10장 있었다.
세상에 이런 선물도 다 있네라면서 하나하나 꺼내보려는 순간 딸아이가 안 된다고 했다.

"여기 10장이 있는데 한 달 동안 한 번에 딱 한 장만 빼야 된다."
"그러면 뭐가 있는데?"
"일단 하나만 빼봐."


이렇게 빼낸 것이 아래와 같다.

     "무엇이든지 부탁하십시오. (제가 들어드리겠어요)"


돈 한 푼 쓰지 않고, 폐품을 재활용하고, 선물 기대감을 한 달 동안 지속시키고, 더우기 10가지 선행까지 하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한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설사 딸바보 소리 들어도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12. 28. 09:06

그 동안 대부분 초봄 같은 날씨가 지속된 겨울이었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렸다. 하지만 첫눈은 아니다. 올 겨울 첫눈은 12월 11일 내렸다. 보통 리투아니아에서 첫눈은 10월 중하순경에 내리는 데 많이 늦었다. 그날 한인회 망년회가 열린 날이라 첫눈이 더욱 반가웠다. 사우나에서 달궈진 몸을 눈뜰에 뒹굴면서 식혔다. 무엇보다도 이날의 압권은 바로 자동차였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벽난로에 타오르는 장작불의 열기 속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임 장소와 주차장은 내리막길에 있었다. 어느 사람은 다음날이 걱정이 되어 내리막길에 눈이 쌓이기 전에 재빨리 자동차를 오르막길 위로 올려놓았다. 우리는 금방 눈이 녹겠지라는 생각으로 식사를 계속했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과는 달리 전개되었다. 눈은 그치지도 않았고, 녹지도 않았다. 후륜 구동이라 걱정이 점점 커졌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우리집 차도 위로 올리기로 했다. 아뿔싸, 조금 올라가더니 이내 뒤로 미끄려졌다. 짧고 그렇게 높지 않은 내리막길은 우뚝 솟은 태산 같았다.


사우나에서 몸을 달구고 있는 남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네 명의 장정이 미끄려지면서 밀고 밀은 덕분에 가까스로 차를 오르막길 위로 올릴 수 있었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을 보니 바로 이날 고생한 일이 떠올랐다. 사진은 눈덮힌 오르막길 위에 있는 주차장에 두 대의 자동차가 있다. 바로 BMW와 Audi이다. 얕은 오르막길임에도 불구하고 Audi는 쉽게 올라갔고, BMW는 힘들게 올라갔다.

* 사진출처: wiocha.pl


이들 두 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예를 들면 Audi는 전륜 구동이라든지 혹은 4륜 구동이라든지...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우리 집 후륜 구동 차와 그날의 고생과 웃음을 떠올리게 한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12. 24. 05:29

어제 낮 날씨가 영상 12도였다. 평년 이맘 때에는 눈이 내리거나 쌓여있거나 하는데 올해는 참으로 따뜻한 겨울이다. 그나마 밤이 가장 긴 주간이라 어두워지면 광장을 밝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어 계절의 운치를 부족하지만 느끼게 해주고 있다. 

발트3국 -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 수도의 구시가지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장터가 마련되어 있다. 이 장은 11월말부터 1월초까지 이어진다. 선물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발트 3국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광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1.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구청사 광장



2. 라트비아 수도 리가 대성당 광장




3.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대성당 광장




세 나라 크리스마스트리가 각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특히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트리는 동화 속 따뜻한 난롯불이 타오르고 있는 통나무집을 떠올리게 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2. 21. 08:11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은 만 13살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다. 그는 늘 손목에 다양한 무늬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수업 내용이 취미였다.

"취미가 뭐예요?"
"그리기이에요."
"받침이 없을 때에는 '-이에요'가 아니라 '-예요'입니다."
"아~~~"
"취미가 그리기라서 손에 그림이?!"
"아, 이거요... 수업이 지루해 할 일이 없을 때 이렇게 그려요."
"선생님이 보면 뭐라고 하지 않아요?"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
"한국어에서는 이럴 때 '아니요, 뭐라고 하지 않아요'가 아니라 '예, 뭐라고 하지 않아요'입니다."


학창시절 지루할 때 책에 참 낙서를 많이 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학년을 마치면 책을 돌려주어야 하기 책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수업에 흥미가 없을 때 손이나 손목, 팔 등에 낙서를 한다.

며칠 전 비슷한 또래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손뿐만 아니라 양팔에도 그려져 있었다.


"오늘 수업 정말 재미 없는가봐?"
"맞아."

그리고 보니 다행히 1시간 반이나 지속되는 한국어 수업에 아직 이렇게 그리는 이를 본 적이 없다...
Posted by 초유스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는 타르투(Tartu)이다. 수도 탈린(Tallinn)에서 남동쪽으로 190km 떨어져 있다. 인구는 10여만명이다. 에스토니아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타르투대학교(1632년 설립)와 에스토니아 행정부 교육부가 위치해 있어 교육 도시로 유명하다.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노란색 테두리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로고이다. 네모난 초상화 액자를 떠올린다. 노란색은 세상 곳곳을 비추는 태양을 상징한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바로 이 부근에 타르투의 피사탑으로 알려진 건물이 있다. 건물 바닥 지지대가 한 쪽은 목재였고, 다른 한 쪽은 석벽이라 세월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기울어졌다. 지금의 용도는 미술관이다. 미술에는 전혀 조예가 없다. 하지만 기울어진 건물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궁금해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림에 대한 기대는 빗나갔다.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전시품은 바로 그림 액자 뒷면을 전시하고 있었다. 미술관에서 전시된 그림을 감상하면서 그 그림 뒤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을까에 대한 궁금함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유화 캔버스 천을 견고하게 잡아당겨주는 액자의 뒷면이다. 아, 저래서 유화 액자의 폭이 생각보다 크구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뒷면에 그려진 그림이다. 



일반적으로 전시되는 앞면은 "꽃 피는 파리" 제목의 꽃 그림(1926-28, 미술작가 Kristjan Teder)이다. 하지만 이 그림 뒤에는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한편 뒷면에는 여러 번 천을 오래내고 그 자리에 다른 천으로 붙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린 작가의 투혼을 보는 듯하다. 아니면 그 부분이 손상되어 복원한 것일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전시품이다.


지금껏 여러 미술관에서는 작품의 앞면만 봐아왔는데 이렇게 뒷면을 전시한 미술관을 보니 '타르투의 피사탑' 미술관에 딱 어울리는 전시 기획물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유치원, 학교, 공원 등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에 빼놓을 수 없는 놀이 기구를 말하라면 누구나 쉽게 시소라고 답할 수 있겠다. 균형점이 가운데 맞추어져 있고, 손잡이가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면 탄다. 요즘 시소는 대부분 남녀 구분 없이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라트비아 룬달레 궁전 정원에 있는 시소가 눈길을 끌어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룬달레 궁전은 라트비아가 자랑하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1700년대에 지어졌다. 



과연 바로크 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시소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장미정원 울타리에 가려져 있어 쉽게 볼 수가 없다. 남녀 어린이 시소가 앉는 자리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먼저 남자 어린이 시소는 말 안장을 연상시킨다. 남자 아이들은 마치 말타듯이 신나게 놀았을 법하다.


이에 반해 여자 어린이 시소는 의자를 연상시킨다. 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도 쉽게 앉을 수 있도록 하고, 또한 등 받침대를 마련해 뒤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300여년 전 바로크 시대의 시소를 살펴보니 남녀 어린이의 특성에 잘 맞춰 제작한 그 당시 장인들의 세심한 정성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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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11. 6. 10:08

어제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생일이었다. 이제 만 14살이 되었다. 리투아니아 학제(4,4,4)로는 중학교 마지막 학년생이고, 한국 학제(6,3,3)로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할 법하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아침에 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등교하기 위해 딸아이가 집을 나갈 때 일어나 아파트 현관문을 잠그기만 하면 된다. 아침밥도 간단하지만 자기가 챙겨 먹는다.

"우리가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줄 수 있는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제 내가 혼자 할 수 있잖아. 그 동안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었으니까 이제부터는 그냥 늦게까지 잘 주무세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찡하다. 몸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마음도 쑥쑥 자라서 아빠가 기분이 좋다.ㅎㅎㅎ"
"고마워."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노란꽃 꽃 한 송이를 손에 쥐고 왔다.


"이거 내가 산 선물이야. 돈이 없어 한 송이밖에 못 샀어."
"우리가 꽃 선물을 해야 하는데..."
"아니야, 아빠와 엄마가 없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날 수 없잖아. 그래서 내가 꽃 선물을 해야 돼."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엄마와 상의해 좋은 선물을 할게."
"그래, 고마워."

그리고 반 친구들이 선물한 사탕 상자을 선물했다.

 

아내는 낮에 학교에서 돌아올 딸아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 놓았으니까 맛있게 점심을 먹어."
"우와~~~ 생일에 미역국을 먹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저녁에 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친 후 귀가하는 길에 갈등꺼리가 하나 생겼다.
'아, 배가 고프니, 빨리 집으로 갈까', 
'아니 그래도 큰가게에 들러 꽃 선물을 사서 집에 가자'
결국 평소 15분 귀가 소요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걸음도 가벼웠다.
장미 15송이를 사고자 했지만, 카드결제가 불가해 소지한 현금을 다 주고 3송이만 샀다.


"자, 이제 우리가 꽃 선물할 차례다. 축하해."
"정말 예쁘다. 고마워~~~"

자기가 우리에게 주는 꽃 선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더니 막상 꽃 선물을 받드니 아주 좋아했다. 더 먼 길을 택하기를 잘 했다. 자기 생일에 부모에게 꽃을 선물하는 어린 딸아이의 마음씀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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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10. 2. 07:25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수 차례 에스토니아 탈린을 방문했다. 여름내내 일정이 맞지 않아 현지 에스토니아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그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태블릿 컴퓨터를 꺼내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 최근 그의 가족은 숲 속을 다녀왔다. 바로 버섯채취 계절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는 45,000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지고 있고 그 중의 50%가 숲이다. 숲에는 소나무, 자작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버섯채취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다,


숲에는 버섯뿐만 아니라 빌베리(billbery), 크랜베리(cranberry) 등도 많이 자라고 있다.



버섯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그물버섯(boletus)이다.



그의 가족이 주말에 채취한 버섯이다, 



딸이 채취한 버섯을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그물버섯, 달걀버섯, 살구버섯...



이렇게 정리한 버섯을 보니 식탁 위헤 맛있는 버섯 요리가 떠오른다.  



올해는 바빠서 우리 가족하고 버섯 채취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다음 기회에 에스토니아 현지인 친구따라 버섯 채취 나들이를 함께 하고 싶다. [사진제공: Tonu Hir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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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투(Tartu)는 인구 10만여명으로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이다. 1632년에 세워진 에스토니아 최고 명문 대학인 타르투대학교로 유명하다. 최근 이 도시를 방문했다. 시청광장에서 새로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바로 절단 된 거대한 수도관에서 물이 펑펑~~~  쏟아내리고 있다. 



떨어지는 물 속에 투명관이 있어 물을 퍼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절단된 수도관이 더 눈에 확 띄게 되어 신기한 현상처럼으로 다가온다. 낯선 여행지에 만나는 이런 재미난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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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9. 3. 05:31

발트3국 출장으로 8월 중순부터 거의 집을 비웠다. 다행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1일 가족과 함께 했다. 리가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빌뉴스 집에 밤 10시경 도착하니 전기밥솥에 솔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명히 리가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는데 밥을 해놓다니... 잠시 후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 음식을 준비하려고 했다.

"아빠, 저녁 먹었는데."
"알아."
"건데 왜 지금 늦은 시간에 음식을 하니?"
"이제 학교에서 밥을 사먹지 않고 도시락을 사서 가져가려고. 김밥해서 가져갈거야."
"네가 직접?"
"그래. 엄마가 조금 도와주고 내가 할거야."


6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시락으로 가져간 김밥이 놀림감이 되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그땐 아빠가 만들어주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이렇게 스스로 김밥을 사가지고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나가면 역시 세월은 참 빠르다. 김 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계란말이, 오이 등을 얹으면서 딸아이의 말은 이어졌다.


"아빠, 내가 정말 한국인인가봐."
"왜?"
"김밥을 좋아하고 이렇게 김밥을 만들고 있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그래?"
"아버님, 감사합니다."
"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정말 고맙지."
"아이구... 내일 아침에 아빠가 깨워줄게."

책장에는 벌써 중학교 2학년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하루 수업수는 6-7시간이다.


학교 사물함에 놓을 물건을 보니 빗, 머리끈, 비상 간식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공부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이번 학년 끝까지 쭉 이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7. 15. 06:45

야생진드기라... 
한국에서 야생진드기에 물려 그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발생했다라는 소식을 종종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한다. 유럽 공원이나 숲 입구에 야생진드기를 경고하는 안내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럽에서 25년 동안 살면서 여러 차례 야생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다. 그래서 숲이나 공원을 산책하고 난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면서 온몸을 살펴본다.

일전에 호수, 강, 숲으로 유명한 리투아니아 아욱쉬타이티야 국립공원에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2박 3일 동안 야영을 하고 돌아왔다. 낮에는 노를 저어 배를 타고, 밤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담소와 노래를 즐겼다.
 


식구 모두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몸을 싣고 혹시 있을 법한 야생진드기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없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겨드랑이가 건지러웠다. 무심코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물렁한 물체가 느껴졌다.


앗, 진드기겠지!
영락없이 진드기였다.


아내도 아침에 일어나 다리에 평소에 없는 까만 점을 발견했다. 영락없이 진드기였다. 그렇게 유심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더니 피를 머금은 진드기가 까만 점으로 나타났다. 


진드기의 머리가 몸에 남아있지 않도록 조심히 핀셋으로 뽑아냈다. 후유증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무런 부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여름철 유럽에 있는 공원, 잔디밭, 풀밭, 숲속 등에 어느 정도 머물었다면 반드시 온몸을 살펴보면서 혹시 야생진드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 유럽인들이 보통 취하는 살인진드기 예방 요령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7. 6. 08:10

최근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다가 재미난 것이 하나 눈에 띄였다. 나무에 매달린 물건이다. 멀리서 봐도 새집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새집이 참 특이하다.  


이 새집은 아름다운 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 기발한 사람 덕분에 새들이 비록 외관상 멋진 궁전에 살 수 있게 되었구나...   



이 새집을 보면서 머리 속에 금방 떠오른 문구는 다음과 같다. 
"새도 궁전에 살 권리가 있다."

새가 스스로 이것을 행하지 못하니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그 뜻을 이루고 있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30. 06:29

관광안내사(가이드, 이하 안내사로 표현) 일을 하다보면 자주 부탁을 받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관광객들로부터 사진을 좀 찍어달라는 것이다. 

어떤 인솔자(한국에서 같이 비행기를 타고와 호텔, 숙박 등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와주는 사람)는 안내사는 관광지 안내자의 역할만을 규정하면서 사진 촬영을 안내사에게 부탁하지 말라고 냉정하게 선을 그어 준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이 이는 인간미가 없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내사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더우기 안내사가 사진 촬영에 일가견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안내사가 찍어주는 사진은 멋질 것이고, 이로써 더 멋진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일정에 차질이 없는 이상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에 나는 기꺼이 응한다.

한편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도 안내사와 같이 사진 찍자는 관광객은 극히 드물다. 적게는 2박,많게는 8박을 함께 하면서 열정적으로 관광지를 설명하는데 말이다. ㅎㅎㅎ  

어떤 이는 여행의 보람은 만나는 안내사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을 선택할 때 대부분 여행지와 가격 등에 중점을 두지만, 개인적으로 안내사 또한 경시할 수 없는 사항이다. 여행자는 여행사로부터 안내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얻을 필요가 있겠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 관광지를 안내하는 내 근로현장의 생생한 장면을 찍어주면 좋겠다.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아내나 딸이 동행해 내 안내사의 삶을 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이 동행시 비용은 내가 부담할 것이다.

이런 내 바람이 통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단체 여행객 21명 중 한 분이 내 모습을 찍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한 두 번으로 그칠 것이라 생각했으나, 여행이 끝날 때까지 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내 모습까지 넣어서 사진을 찍었다.

'한 두 번 찍고 말 것이지 왜 파파라치처럼 자꾸 찍으실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관광안내를 다 끝내고 일정 중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하기 전 여러 가지 약과 음식을 선물로 주면서 연락처를 물었다. 내 또한 그 분의 남편이 제기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 정확한 답을 안 후에 알려주기로 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다음날 카카오톡이 수없이 카톡카톡카톡... 울어댔다. 놀라운 사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내사 일을 십여년 해오고 있지만, 안내사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극히 적다. 우리 가족은 내가 안내사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현장은 사진으로도 쉽게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 정도는 가족을 동반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관광안내사로서의 내 삶을 엿볼 수 있도록 바로 이 분이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분의 동의를 얻어 보내준 여러 사진 중 몇 장을 올린다.

이렇게 남이 모르게, 어쩌면 남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기면서까지 그에게 아주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세상이 있구나를 새삼스럽게 확신하게 된다. 참으로 그 분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Posted by 초유스
카테고리 없음2015. 6. 17. 07:38

sksksks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세 나라 중 면적(4만5천 평방 킬로미터)이든 인구(130만명)로든 규모가 제일 작다. 하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에서는 IMF 기준 2014년 19,671달러로 가장 높고, 안정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비록 바다 건너에 있지만, 선진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에서 특이하게 1500여개의 섬이 전국토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이 섬들 중 가장 큰 섬인 사레마를 다녀왔다. ‘섬의 땅’이라는 뜻인 사레마는 에스토니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중심 도시인 쿠레사레에는 발트해에 접해 있는 나라들에서는 유일한 중세시대 요새 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 해변 쪽에서 바라본 쿠레사레 성

* 북유럽에서 남은 유일한 중세 요새인 쿠레사레 성


올해 들어 이 섬에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볼거리가 하나 더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다름 아닌 참나무다. 수령이 오래 되어서가 아니라 그 위치 때문이다. 사레마의 오리사레 마을 축구장에는 참나무 한 그루가 있다. 150년 된 이 참나무는 바로 축구장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이 참나무가 "2015년 유럽 나무"라는 선정되었다.

2011년부터 매년 체코 환경 파트너쉽 재단이 "올해의 유럽 나무" 경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관심과 보호를 받을만한 자연 문화유산 속에 오래된 나무의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먼저 국내 경연 대회를 거친 나무들이 최종 국제 경연 대회에 참가한다.


그런데 어떻게 축구 경기장 한 가운데 150년 동안 참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사연은 이렇다.
예전에 이 참나무 뒤에 운동장이 있었다. 1951년 운동장을 확장하려고 할 때 장애물이 될 이 참나무를 뿌리 채 뽑아내기로 결정했다. 스탈린 트랙터 2대가 쇠줄을 이용해 뽑아내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뿌리는 뽑히지 않고 나무에 깊은 상처만 주고 쇠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결국 뽑아내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놓아두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참나무는 축구 경기 중 때론 방해물이 되기도 하고, 때론 좋은 방패막이 되어 준다.

장애물이 되니 어떻게 해서라도 꼭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이를 실행했더라면 이 "올해의 유럽 나무"는 세상에 있을 수가 없었겠다. 경기에 불편하더라도 함께 세월을 보내다보니 나무와 지역이 이런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참나무는 눈앞의 불편만 보지 말고 먼 안목으로 보면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조화를 이루어 지역의 새로운 명물을 탄생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6. 8. 07:48

벌써 일주일째 집을 떠나 이 도시 저 도시로 돌아다니고 있다.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올해 들어 이번이 가장 좋은 날씨다. 아직 비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고, 낮 온도는 15도-25도로 쾌적하다. 하지만 하루에 보통 만 5천보를 걸어다니면서 관광지를 안내하고 있다. 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 나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

* 라트비아 리가의 검은 머리 전당과 베드로 성당


* 라트비아 리가의 아르누보 양식 건축물


* 에스토니아 타르투 일몰과 요한 성당


어제는 이런 피로감이 딸아이가 보낸 쪽지로 사르르 녹았다.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 날이다. 한국은 어버이날로 같은 날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를 되새기지만, 유럽의 많은 나라는 따로 정해져 있다. 어머니날은 5월 첫 번째 일요일이다. 어머니 날은 모두가 기억하고 기념하지만, 아버지 날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 날은 잊고 산다. 

인터넷이 되는 라트비아 리가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페이스북에 접속해보니 딸아이 요가일래가 보낸 쪽지가 있었다. 


로마자를 쓴 한국어를 한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 아빠 날이다... 우리랑 같이 있어서 고마워.. 제일 제일 사랑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같이 있어서"라는 말이 감정을 뭉클하게 했다. 건강, 행복, 부, 소원성취 등 수많은 축하의 단어들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같이 있어서"라는 이 표현이 최상으로 다가왔다. 

'그래,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같이 있다! 맞아.'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5. 07:18

여름철이다. 리투아니아 관광청으로부터 관광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을 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발트 3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부차적으로 얻게 되는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음식이다. 발트 3국 현지 음식 적응을 걱정해서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음식을 가져온다. 


지금까지 경험에 따르면 여행이 다 끝나고 헤어질 무렵에 조금스럽게 "남은 한국 음식을 줘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이렇게 선물 받은 한국 음식으로 한 동안 식사를 즐긴다.   

그런데 일전에 만난 관광객들 중 60대 두 자매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 공항에서 단체를 영접을 한 후 시내 호텔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가이드님, 혹시 한국 음식을 자주 먹나요?"
"자주 먹을 기회가 없어요."
"그럼, 먹고 싶으세요?"
"그렇죠."
"한국에서 가이드님께 드릴려고 미리 한국 음식을 봉지 담아왔는데 드려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진 남겨진 한국 음식을 받았는데, 이렇게 가이드에게 줄 한국 음식을 미리 따로 챙겨가지고 왔다고 하니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내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거렸다.


집에 와서 봉지를 열어보니 고추장, 김, 컵라면, 과자 등이 적지 않게 담겨져 있었다.



감동 자체였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답례를 받다니...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사를 이렇게 배려해주는 두 자매는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지난 1월 한국 방문 때 휴대폰 케이스를 바꿨다. 지갑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아주 편하다. 전에는 늘 휴대폰과 지갑을 함께 소지하고 다녔다. 그런데 바꾼 후부터는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카드 서너 장을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현금도 이 케이스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 탈린의 호텔에 체류하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현지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호텔겍실을 나오면서 객실 카드열쇠를 이 휴대폰 케이스에 넣었다, 


헤어진 후 호텔로 돌아와 승강기를 탔다. 이 호텔 승강기 이용시에는 먼저 카드를 꽂고 층수를 누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되던 카드열쇠가 이상하게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내대에 가서 확인을 부탁했다.

원인은 내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곳에 있었다.

"카드를 휴대폰 가까이에 두었지요?"
"이 휴대폰 케이스에 넣어두었는데요."
"그렇게 하면 카드가 오작동 될 수 있어요."
"아, 그래요!?"

호텔 객실이 21층에 있었다. 21층까지 올라가서 다시 내려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한편 카드열쇠까지 오작동시킬 정도로 휴대폰 전파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래는 이 호텔 객실에서 바라본 탈린 구시가지의 모습이다,

집안에 있을 때는 가급적 휴대폰을 멀리 놓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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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4. 28. 05:50

일요일부터 에스토니아 출장 중이다. 집을 떠나온 후 책상컴퓨터는 딸아이 몫이다. 성능이 좋아 놀이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놀이만 하면 될 것인데 그만 책상에 있는 오래된 아빠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자쪽지를 보냈다. 


아빠 이 필통 빌려줘도 돼?


20년쯤 된 이 필통을 보내더니 탐이 난 듯했다. 


이거 쓸 때 아빠 생각 난다.


월요일 처음으로 학교에 이 필통을 가져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출장 중인 아빠에게 페이스북으로 쪽지를 보냈다. 비록 철자가 틀린 쪽지이지만 아빠된 재미를 솔솔하게 느끼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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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4. 27. 06:30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집 애완동물은 햄스터이다. 드와르프 햄스터(dwarf hamster)이다. 2012년 12월 성탄절에 장모님이 작은딸에게 선물했다. 작고 귀여웠다. 우리집 햄스터의 이름은 길레(리투아니아어로 도토리)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결에 있는 듯한 햄스터에 "더 자~"라고 인사하고, (야행성이라) 밤에 잘 때는 "밤새 혼자 잘 놀아라"라 인사한 후 잠에 든다. 햄스터 집을 청소하는 일은 딸이 맡아서 다 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톱밥으로 바닥을 깔아주었다. 


부엌 창가에 놓아두었다. 아침 밥을 먹으려고 하면 야자껍질 안에 자고 있는 듯한 햄스터가 일어나 철망을 물어뜯거나 쳇바퀴를 돌려댄다. "밥 줘!"라는 신호이다. 그래서 해바라기씨앗 서너 개를 먹이통에 넣어주면 쏜살깥이 먹이통 안으로 들어가 야금야금 씨앗을 까서 먹거나 먹이주머니에 저장해둔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마치 반기듯이 쳇바퀴를 신나게 돌린다. 그에 대한 답례로 먹이통에 해바라기씨앗을 넣어준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같은 해바라기씨앗을 먹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여기 유럽 사람들은 날해바라기씨앗 대신에 주로 소금에 볶은 해바라기씨앗을 먹는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나를 할아버지로 소개한다. 그래서 늘 햄스터에게 말을 걸 때는 "여기, 할아버지다"로 시작한다. 햄스터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면 우리 가족이 아주 좋아한다. 사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외에 다른 생령을 들이는 것에는 나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에 개를 길러본 것이 전부이다. 애완동물 기르기에는 다 장단점이다.


금요일 오후에 딸아이가 햄스터가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낮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갈수록 힘이 없어지고 다리가 불편해보였다. 평소 잽싸게 먹이통에 기어올라가더니 이제는 몸시 힘들게 올라갔다. 직감적으로 때가 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오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햄스터는 활동했다.


밤이 되자 우리에 있던 햄스터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며칠 전 중앙난방이 끊겼다. 체온을 떨어질 것 같아 아내에게 마지막 순간이라도 따뜻하게 갈 수 있도록 천으로 덮어주라고 했다. 저녁 시간부터 우리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평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간다"라고 딸아이에게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2년반을 함께 지냈던 생명 하나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기 전 가족이 햄스터 앞에서 좋은 곳에 몸을 다시 받기를 기도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햄스터는 자기가 평소 달리던 쳇바퀴 밑에서 싸늘한 채 누워있었다. 창문 밖 뜰에 묻어주기로 했다. 


묻어있는 톱밥을 털어내고 하얀 부드러운 종이로 햄스터를 둘러쌌다. 막 꽃이 필 사과나무 밑둥 옆에 땅을 팠다. 노잣돈의 상징으로 동전을 식구수대로 넣고 햄스터를 묻고 도토리 열매 4개와 해바라기씨앗 10개, 호박씨앗 3개를 함께 넣은 후 땅을 덮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민들레 2개를 옮겨 심었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면서 "아빠, 길레를 묻어줘서 고마워"라고 딸아이가 듬듬한 듯 말했다. 그런데 자기 방에 들어간 딸아이는 나오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두 시간이나 혼자 슬퍼서 훌쩍이고 있었다. 손수건이 흠쩍 젖어있었다. 안아주면서 "힘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햄스터와 놀다가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새록새록 잠이 들어버리는 햄스터를 딸아이가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햄스터 옆에 옮겨심어 놓은 민들레가 뿌리를 내려 해마다 노란꽃을 피워주면 참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5. 4. 16. 06:26

얼마 전 리투아니아 인권 사무소가 제작한 사회실험 동영상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광고 촬영을 위한 배역 선발을 다양한 연릉층의 사람들을 한 사람씩 대기실로 초대했다.



대기실에는 리투아니아에 온 지 2주일 밖에 안 되었다고 하는 소개하는 흑인 한 명이 앉아서 읽고 있다. 그는 사회교제망에 올라와 있는 그에 대한 한 개인의 글을 번역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글을 읽자마자 리투아니아인들의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이들은 주저하거나 번역을 해줄 수 없다고 답한다. 

아주 미안해 한다. 어떤 이는 눈물마저 글썽인다. 



왜 일까?


그 글은 흑인을 경멸하는 단어인 원숭이 등 인종차별적이고 인권에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비록 번역일지라도 동영상 속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 앞에 두고 "원숭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리투아니아에서 15여년을 살고 있지만, 인종차별적인 상황을 겪은 적은 거의 없다. 간혹 청소년 무리들이 지나갈 때 등 위에서 "저기, 츄르카(čiurka)가 간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13. 06:50

여러 해 전에 텀블러(tumblr.com) 회원으로 가입했다. 영어로 짧은 문장을 작성해 동영상이나 글을 연결시킬 목적이었다. 하지만 방문자와 구독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그래서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최근 13살 딸아이가 이 텀블러 블로그에 푹 빠져 있다. html 소스 변경을 직접하면서 아주 흥미로워 한다. 새로운 코드를 넣어 성공하면 아빠를 불러 보여주면서 아주 즐거워 한다. 테마를 편집하다 의문 사항이나 개선할 사항을 찾으면 테마 개발자에게 메일을 보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동안 텀블러의 테마 편집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 딸아이의 텀블러 블로그의 구독자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해서 구글 애드센스 넣기를 권했다. 승낙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어떻게 넣을 것인 지에 대한 공부를 해보았다.       

텀블러는 유료와 무료 테마가 있다. 아래에 설명하는 것은 무료 테마 Single A Premium이다. 테마마다 코드가 다를 수 있다. 각자가 여러 번 시도해보고 맞게 설정하면 된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성공한 과정을 여기에 적는다.   

로그인을 한다
설정에서 테마 편집으로 들어간다
상단에서 html  편집으로 들어간다
마우스로 스크롤하면서 해당 코드를 찾아간다.

1. 글 제목 바로 위에 넣을 경우
 
기존 코드: <div class="alert tagged bF tF">Posts tagged "{Tag}"</div>
    {/block:TagPage}
    <div class="posts">
    <!--wNMfuiLp4L2Mub-->
    {block:Posts}


수정 코드: <div class="alert tagged bF tF">Posts tagged "{Tag}"</div>

     {/block:TagPage}

위에 이미지에서 보듯이 이곳에 애드센스 코드를 넣는다. 

     <div class="posts">
     <!--wNMfuiLp4L2Mub-->
     {block:Posts}

2. 글 본문 밑에 넣을 경우

기존 코드: </div>
{block:Date}
<div class="meta bS tS lS">


수정 코드       </div>

위에 이미지에서 보듯이 이곳에 애드센스 코드를 넣는다. 

{block:Date}
<div class="meta bS tS lS">

3. 사이드 바에 넣을 경우

기존 코드: <div class="col">
         </div>



수정 코드: <div class="col">
위에 이미지에서 보듯이 이곳에 애드센스 코드를 넣는다. 
            </div>


주의: 이 경우 애드센스 광고가 기존 박스에 겹쳐 나올 수 있다(위 이미지 위에 있는 이미지: 오른쪽).
해결법: <br></br>를 중첩되지 않을 때까지 넣는다.

중요한 것은 작업을 한 후 엡데이트 프리뷰를 누르고 반드시 저장해야 수정 사항이 적용된다. 딸아이의 텀블러 블로그가 나날이 발전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