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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03 마로니에를 빼닮은 붉은 꽃을 피우는 가로수의 정체는...
  2. 2020.06.02 최근 30년 동안 유럽 국가별 인구는 얼마나 변화했을까
  3. 2020.05.31 유럽에서 만나는 순백의 광대수염꽃
  4. 2020.05.29 19세기 유럽 해수욕장 마차가 바다로 들어가는 까닭은...
  5. 2020.05.28 사망 30주년 맞는 빅토르 초이의 사망지를 다녀오다
  6. 2020.05.25 알 대신 새끼고양이들을 품는 암탉이 있다
  7. 2020.05.23 마지막 종소리는 새 인생의 출발이다
  8. 2020.05.22 원통 호밀빵 속 버섯국 꼭 맛보길
  9. 2020.05.21 코로나19로 A330 여객기 객실을 화물용으로 개조 2
  10. 2020.05.18 푸른머리되새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다
  11. 2020.05.15 유럽에 올 때는 검은색 마스크를 챙겨야겠다
  12. 2020.05.14 1962년 이탈리아 주간지가 예상한 2022년
  13. 2020.05.13 마로니에 하얀 꽃에 하얀 눈이 내려요 4
  14. 2020.05.13 공원 맨땅을 촘촘히 덮고 있는 황금색의 정체는?
  15. 2020.05.13 코로나19로 하늘마저 격리되니 꼬리구름이 사라져
  16. 2020.05.11 가는 날이 장날이라 전망대 대신 관망대로
  17. 2020.05.10 양배추 모종 가격은 사람 봐가면서 불러야지 2
  18. 2020.05.08 처음 목격한 황새로 올해 운세를 알아본다 2
  19. 2020.05.08 유럽 처갓집 텃밭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
  20. 2020.05.06 아빠의 글씨와 한국소개를 미술 졸업작품으로 만들다 10
  21. 2020.05.06 코로나19로 굶은 카페 꽃장식 외관으로 손님맞이 2
  22. 2020.05.01 코로나19로 텅 빈 비행장이 영화관으로 변신 2
  23. 2020.04.29 면봉으로 진드기를 이렇게 간단하게 제거하다니
  24. 2020.04.29 성인된 딸 - 아빠, 이젠 내 영상 정리해줘~
  25. 2020.04.25 온라인 수업 힘들어 차라리 월급 반만 받을래
  26. 2020.04.25 세계행복지수 2020에서 동유럽 국가들은 어느 위치일까
  27. 2020.04.24 연두색 단풍나무 꽃이 파란 하늘을 수놓다
  28. 2020.04.23 슬로바키아 코로나19 격리소 식사가 이 정도라니 헐~ 2
  29. 2020.04.22 발트 3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어느 위치일까
  30. 2020.04.21 러시아인들의 낭만적 청혼은 이렇게 하는 거야?!
생활얘기2020. 6. 3. 05:22

6월초다.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빙기스 공원 소나무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사과나무는 아직도 하얀꽃으로 꿀벌을 유인하고 있다. 


공원이나 거리에는 마로니에(말밤나무, 가시칠엽수, 서양칠엽수) 잎이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이제 마로니에 밑에서 지나가는 가랑비를 잠시 피해갈 수도 있겠다. 

마로니에는 원래 그리스와 발칸반도가 원산지이지만 지금은 유럽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마로니에의 라틴명이 hippocastanum인데 이는 그리스 단어 hippos(말 horse)와 kastanon(밤)에서 유래되었다. 열매는 식용 밤과 유사하지만 먹을 수가 없다. 독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매껍질은 가시투성이다.   


리투아니아에 자라고 있는 마로니에는 보통 5월 초순에서 6월 초순까지 하얀색 꽃을 피운다. 꽃은 원뿔이다. 꽃잎 아래쪽에는 노란색 혹은 분홍색 반점이 있다.   


일부는 시들어가고 있다. 


일부는 꽃이 땅에 떨어져 환경미화원을 기다리고 있다.


집앞에 있는 가로수 마로니에와 그 꽃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종종 리투아니아에서 공원수나 가로수 중 붉은색 꽃을 피우고 있는 마로니에(가시칠엽수)를 꼭 빼닮은 나무를 만나게 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마로니에 꽃이고 오른쪽이 또 다른 칠엽수 꽃이다.  


이 나무는 유럽 마로니에(aesculus hippocastanum)와 북미 파비아(aesculus pavia)의 교배종이다. 1818년 독일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이름은 aesculus × carnea 또는 red horse-chestnut이고 한국어 이름은 붉은 마로니에, 붉은 말밤나무, 붉은 칠엽수 또는 붉은꽃 칠엽수다. 정원수나 공원수로 인기 있고 가로수로는 극히 드물다.  


유럽에서는 보통 5월에 꽃이 핀다. 마로니에와는 달리 열매껍질은 가시가 거의 없고 밋밋하다. 


걸어가고 있는 거리에서 만난 가로수 중 유일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로 단연 돋보였다. 그냥 지날 수가 없어 4K 영상에 담아봤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관광안내를 위한 해외출장이 없으니 집 근처에서 하얀꽃 마로니에와 붉은꽃 마로니에 둘 다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6. 2. 04:25

어떤 나라는 인구가 감소해서 걱정이고 어떤 나라는 인구가 늘어서 걱정이다. 리투아니아 인구는 1990년 370만명이었는데 2020년 272만명으로 최근 30년 동안 100만명이 감소했다.

1990-2020년 30년 동안 유럽 국가별 인구 변화률 통계가 나왔다[출처]. 로베르트 페이트만이 Eurostat, Rosstat 등의 자료를 분석해서 공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는 룩셈부르크로 무려 +64%가 증가했다. 1990년 38만명이던 인구가 2020년 63만명이다. 룩셈부르크를 이어서 사이프러스(+57.5%), 터키(+56.4%), 안도라(+41.7%), 아일랜드(+40.6%), 산마리노(+40.6%), 아이슬란드(+33.8%) 순이다. 

이는 동유럽,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유럽 국가로 유입된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거주와 이동 그리고 직업활동의 자유를 기조로 하는 유럽연합이 동유럽 국가들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들 국가의 시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서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인구 감소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라트비아로 29.2%가 감소했다. 이어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26.5%), 리투아니아 (-26.3%), 불가리아(-21.4%), 루마니아(-18.1%), 에스토니아(-15.3%) 순이다. 특히 발트 3국의 인구 감소률이 두드러진다. 1990년대 초 소련으로부터 독립 전후 일부가 러시아 등지로 돌아갔고, 유럽연합 가입 후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 해외로 이민을 간 것이 큰 요인 중 하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31. 04:19

유럽에서도 쐐기풀(서양쐐기풀, urtica dioica)과 유사한 초본식물을 만날 수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5월 중순부터 가을까지 순백의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의 라틴명은 lamium album var. barbatum이고 영어는 white nettle(흰쐐기풀) 또는 white dead-nettle(죽은쐐기풀)이다. album은 흰색을 뜻하는 라틴어 albus에서 유래하고 barbatum은 수염을 뜻한다. 한국어는 광대수염, 산광대, 꽃수염풀, 흰쐐기풀 등으로 불린다.  


50-100cm 높이로 자라고 줄기가 네모형이다. 잎의 모양이 쐐기풀을 닮았지만 따끔따끔 찌르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죽은쐐기풀로 불린다. 쐐기풀의 잎이나 줄기에는 포름산을 많이 포함한 털이 있어서 만지거나 스치면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갑다.  


광대수염꽃은 그야말로 순백색이다. 짙은 녹색 잎에 백색이 더욱 돋보인다. 가장자리에 하얀 털이 난다. 특히 꽃꿀(화밀, nectar)이 많아서 꿀벌이 좋아한다. 그래서 꿀벌쐐기풀(bee nettle)로도 불린다. 광대수염 1헥타르 면적에 최대 꿀 190kg까지 생산된다. 어린 새순과 줄기는 채소로 먹는다.


광대수염은 유럽에서도 약초다. 소화기, 호흡기 및 요로의 염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특히 여성질환 치료에도 유용하다. 최근 빌뉴스 중심가 산책길에서 만난 광대수염꽃을 4K 영상에 담아봤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29. 22:10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가 완화되자 공원 등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전반적으로 세계적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안심할 수가 없다. 다소 진정되는 듯하다가도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는 6월 16일까지 격리조치를 시행한다. 5월 18일부터 조치를 완화해서 유치원, 치과병원, 미용실, 식당 등이 문을 열였고 야외에서의 마스크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한국에 있는 지인에 따르면 한국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90% 이상이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는 착용의무가 해제되자마자 야외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며칠 전 인근 공원에서 찍은 영상에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려고 한다. 유럽인 아내는 갑갑해서 마스크를 쓰기가 고역스럽다고 한다. 

"한국은 인구 5200만명에 하루 새 확진자가 10명대이고, 리투아니아는 인구 280만명에 하루 새 확진자가 10명대다. 마스크 착용도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은 미세먼지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지만 우리 유럽 사람들은 이것이 정말 생소하다."

북반구에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더욱 더 걱정스럽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위해 공원이나 해변 나들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해수욕장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등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단체로 해수욕장 방문 자제, 2미터 이상의 거리 유지하면서 햇빛가림시설물 설치, 샤워시설 이용 가급적 자제 등이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서 19세기 유럽 해수욕장 모습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 어떤 모습이기에?

유개마차를 끌고 말이 바다 안으로 들어간다[사진출처]. 


해변에서 떨어진 곳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유개마차를 배열한다.



유개마차 안에는 해수욕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타고 있다. 

사방이 닫힌 마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마차 뒷부분은 열고 닫을 수 있는 막이 쳐져 있고 

계단까지 마련되어 오르내리기가 수월하다. 



아래 사진은 1900년 라트비아 유르말라 해변 모습[사진출처]이다. 

해변에 유개마차가 일렬로 해수욕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그 당시 유럽 사람들은 해변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또한 옆사람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자유롭게 해수욕을 즐겼다. 이는 해수욕장 예절로 인한 것이다. 이 해수욕장 유개마차는 20세기 초에 거의 사라졌다. 


오래된 유럽의 해수욕장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떠오른다. 완연한 해수욕철이 오기 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될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2020년은 빅토르 초이(Виктор Цой, Viktor Tsoi, Viktor Coj, 최빅토르, 빅토르 최)가 사망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91년 12월 26일 소련 최고 소비에트(최고 의결기구)는 소련을 구성하고 있던 모든 15개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소련을 해체했다. 아직은 소련이던 시절 1990년 11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체코 프라하를 출발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이때 만난 현지인들로부터 많이 받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혹시 빅토로 초이를 알아?"
"빅토르 초이?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아버지가 한국인이야. 소련에서 아주 유명한 가수지."
"그렇다면 초이는 나와 같은 성(姓)인 최일게다. 로마자로 보통 choi(tsoi)로 쓰니까."
"우와 성이 같다니 축하해."

나중에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초이(Цой)는 한국인 성 최(崔)의 러시아어식 표기다. 공교롭게도 그는 나와 같은 성에다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빅토르 초이는 아버지 고려인 로베르트와 어머니 우크라이나계 러시아인 발렌티나 사이에 1962년 6월 21일 레닌그라드(소련 붕괴 후 상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어머니가 교사로 일하던 학교를 다녔고 1977년 예술중학교를 졸업했다. 1977년 세로프(Serov) 예술대학에 입학했으나 얼마 후 학업성적 부진으로 퇴학당했다. 이후 기술대학에서 목각술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그림, 조각, 노래 등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17세에 작곡을 시작했다. 1970-80년대 당시 소련에서 록음악 활동은 주로 레닌그라드에서 이뤄졌다. 모스크바 팝송 가수들은 소련 정부의 호의를 받은 반면에 록음악은 저항음악으로 간주되었다. 1970년대 말부터 록음악가들과 교류하면서 활발한 작곡과 연주 활동을 했다. 주로 레닌그라드 거리의 삶을 노래에 담았다. 

1981년 여름 알렉세이 리빈(Алексей Рыбин)과 올레그 발린스키(Олег Валинский)와 함께 "가린과 쌍곡선"(Гарин и Гиперболоиды) 그룹을 결성했다. 얼마 후 올레그가 군입대를 하자 1982년 봄 그룹명을 "키노"(Кино, 극장)로 변경하고 첫 앨범 45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45는 앨범 재생시간이 45분이라는 데서 연유한다. 이 앨범에 실린 노래 "Elektrichka"(전차, 교외통근전차)의 가사를 한국어로 한번 번역해봤다.

어제 늦게 잠들고 오늘 일찍 일어났어.
어제 늦게 잠들고 거의 자지도 못했어.
아마 아침에 의사한테 갔어야 했는데
지금 기차가 내 가고 싶지 않은 데로 날 데려가.

기차가 내 가고 싶지 않은 데로 날 데려가.

객실입구는 춥기도 하고 다소 따뜻하네.
객실입구는 연기도 나고 다소 상큼하네. 
왜 난 침묵해, 왜 난 소리치지 않아? 난 침묵해.

기차가 내 가고 싶지 않은 데로 날 데려가. 
     

이 가사에서 그는 개인이 원하지 않은 곳으로 전차가 끌고 가는 소련체제의 부조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곧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변화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곧 소련 당국에 의해 공공장소에서의 공연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공연이 펼쳐졌고 앨범은 소련 전역으로 널리 펴졌다.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 정책으로 1986년부터 다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전국 순회공연까지 돌입했다. 1990년 6월 24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2018년 월드컵 축구경기장, 구명칭 레닌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노의 마지막 순회공연에는 6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1988년 출시된 키노의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은 키노 앨범 중 국내외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얻었다. 타이틀곡 혈액형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하는 노래로 꼽힌다. 1986년부터 "휴가 끝", "아사", "바늘" 등에서 영화배우로도 활약했다.

모스크바 공연을 마친 후 프랑스에서 새 앨범을 녹음하기 전 키노 그룹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빅토르는 라트비아 최고의 여름 휴양지 유르말라 근교 플리엔치엠스(Plieņciems) 마을에 있는 집을 임대해 친구들과 여름 휴가를 보냈다. 이곳에서 그의 생애 마지막 노래가 되어 버린 "뻐꾸기"(Кукушка)가 만들졌고 데모녹음되었다. 이때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2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990년 8월 15일 새벽 5시 승용차 모스크비치-2141를 혼자 몰고 인근 숲속 호수로 낚시를 떠났다. 이날은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였다. 대낮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일어났다. 유르말라 슬로카-탈시(Jurmala Sloka-Talsi) 도로 35km 지점에서 11시 28분 반대편 차선에서 마주오는 빈 버스(Ikarus-250, 운전사 Janis Karlovich Fibex)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관련 참고기사]. 교통경찰의 공식조사에 따르면 빅토로의 졸음운전 사고였다.   

그의 죽음에는 음모론도 있다. 그는 변화의 상징이었다. 당시 리투아니아는 1990년 3월 11일, 라트비아는 1990년 5월 4일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소련 공산체제의 붕괴를 막고자 했던 강경보수파 세력에 의해 그가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8월 19월 레닌그라드 보고슬로브스키 묘지(Богословский кладбище)에서 빅토르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때 5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추모했다. 충격으로 그를 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키노의 "최후의 영웅"(Последний герой) 앨범 타이틀처럼 그는 당시 세대에게 최후의 영웅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사망한 지 30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추모 모임 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서 그의 추모벽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그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점(구글 좌표 57.1154804, 23.1857539)을 직접 다녀왔다.


유르말라 마요리 기차역 앞 주차장을 떠나 128번 도로를 따라 탈시(Talsi)로 향해 간다. 44km 되는 지점이 바로 그 위치다. 


포장된 시골 도로가 나온다. 왕복 2차선 도로다. 도로 양옆으로 소나무,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한적하기 짝이 없는 도로다. 위급시 도로 바깥으로 운전대를 돌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저 앞 완만하게 굽어지는 곳을 벗어나면 곧 사망지점이 나온다.



사망지점에는 그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Viktors Cojs는 빅토르 초이의 라트비아어식 표기다.


구소련 전역에서 팬들이 성금을 모아서 이곳에 기념비를 세웠다. 지금의 모습은 2018년 12월에 새롭게 단장된 것이다. 




팬들이 이곳을 방문해 담배 한 개비씩을 그에게 바치면서 그의 노래 "담배 한 갑"을 떠올렸을 것이다. 갑자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 중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가 생각난다. 


기념비 앞에는 사진, 촛불, 사탕, 담배, 인형, 음료수, 초콜릿 등이 놓여 있다. 이렇게 음식 등을 보고 있으니 한국의 성묘풍습이 떠오른다.


부활을 상징하는 달걀이 눈길을 끈다.

빅토르 팬들의 좌우명 "Цой жив!"(초이는 살아있다!)를 새삼스럽게 확인해본다.



빅토르 반신상이다. 


사망지점을 영상으로도 담아봤다. 라트비아 빅토르 팬클럽 유튜브 채널(35km.lv)에서 더 많은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나도 이제 빅토르 초이와 친해져 봐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5. 25. 17:47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믿기 어려운 일은 많다. 

최근 리투아니아 한 농가 헛간에서 암탉이 새끼고양이 네 마리를 보살피고 있어서 화제다. 농부 비르기니유스 캬울라키스 씨가 5월초 아침 달걀을 가지러 헛간으로 가보니 깜짝 놀랄만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암탉이 매일 아침 알을 놓는 자리에 알 대신 새끼고양이 네 마리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새끼병아리를 품고 있는 듯했다. 

암탉은 다른 가축, 특히 어미고양이로부터 새끼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 먹이를 먹거나 풀을 뜯는 데에서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새끼고양이를 돌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평소 매일 아침 알을 낳는데 새끼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한 날부터는 알도 낳지 않고 있다.  


어미고양이가 새끼고양이에게 젖을 주려고 할 때 주인이 암탉을 손으로 잡아서 헛간 밖에 내놓는다. 이때도 암탉은 헛간 안만 주시하고 가능한 빨리 조용히 헛간으로 들어온다.

주인은 암탉의 모성애를 새끼고양이에서 병아리에게 돌리기 위해 일부러 병아리들을 구입해 같이 살게 했다. 하지만 알도 더 이상 낳지 않고 병아리에게 관심도 전혀 없고 그저 쪼그려 앉아서 새끼고양이들만 품고 있다.

주인은 새끼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암탉이 포기하지 않고 그곳으로 가 다시 날개를 펴서 새끼고양이들을 따뜻하게 품었다. 이 암탉에겐 무슨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때되면 젖을 주는 어미고양이 
포근히 품어주는 암탉
이들의 공존을 돕는 농부...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5. 23. 04:52

유럽 대부분 국가의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전통적으로 세 가지 축제일이 있다. 첫 번째 축제일은 100일이다. 이는 마지막 수업일 100일을 앞두고 열리는 행사다. 이 행사는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졸업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 선배들을 위해 마련한다. 보통 학교 체육관에서 이뤄진다. 이날 3학년생 전체가 모여서 후배들이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날이다.

두 번째 축제일은 마지막 종소리다. 이는 초중고를 포함한 12년 학교수업을 마치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 리투아니아는 5월 22일이 마지막 종소리 수업일이다. 공식적으로 학교생활을 완전히 끝내는 날이다. 한국 학교의 졸업식과 비슷하지만 부모들은 이날 참가하지 않는다. 아래 영상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없던 2019년 리투아니아 한 고등학교의 마지막 종소리 행사를 담고 있다.


세 번째 축제일은 졸업파티다. 보통 7월 초순이나 중순에 열린다. 이날은 졸업생들과 부모들이 주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함께 모여서 음식을 먹고 춤 등으로 즐기는 것이 특이하다. 대부분 부모들은 좀 더 일찍 행사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올해 마지막 종소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전례가 없는 행사가 되었다. 3월 13일부터 모든 학교가 임시 폐쇄되어 그동안 교실에서 수업을 전혀 하지 못했다. 수업은 온라인 원격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학교는 줌(zoom), 유튜브 등 인터넷을 이용해 행사를 가졌다. 일부 학교는 실내가 아니라 옥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입구 손소독제 이용, 마스크 착용, 서로간 간격 유지 등)를 지키면서 행사를 가졌다. 학교에서 행사를 마친 후 친구들끼리 카페나 공원 등에서 만남을 이어갔다.


올해 리투아니아는 2만2천5백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되는 졸업시험은 6월로 연기되었다. 오늘이 이들에게 새 인생의 출발일이다. 아래 영상은 2020년 리투아니아 한 고등학교의 마지막 종소리 행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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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여행2020. 5. 22. 17:52

중유럽이나 동유럽 그리고 북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아침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빵이 하나 있다. 짙은 갈색이나 다크 초콜릿색을 띤 빵이다. 보통 밀가루로 만든 빵은 흰빵이라 부르고 이 빵은 흑빵이라 부른다. 또한 주된 재료가 호밀(라이보리)이라 호밀빵이라 부른다.  

이 지역은 호밀이 많이 자란다. 2018년 세계에서 호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독일, 러시아, 폴란드, 벨라루스, 덴마크 순이다. 또한 발트 3국 중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도 호밀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

호밀빵은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망간 등 필수적인 영영소 함량이 풍부하다. 미국 식약청에 따르면 하루에 호밀 베타글루칸(beta-glucan) 4그램 이상 섭취하면 혈중콜레스테롤 지수이 낮아지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가 줄어든다. 

호밀빵은 밀도가 높고 시고 강한 맛이 난다. 소화가 천천히 되어서 흰빵보다 더 늦게 배고픔을 느낀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특유한 맛으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럴 때 현지인이 자주 하는 말이 "흰빵보다 흑빵이 훨씬 건강에 더 좋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챙겨가는 음식 중 하나가 호밀빵이고 외국에 살거나 유학하는 자녀에게 종종 소포로 보내는 음식 중 하나가 호밀빵이다. 오늘은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인근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밀빵 버섯국(버섯수프, 버섯스프)를 소개한다. 집에서 빵굽기가 쉽지 않는 일이므로 주로 음식점에서 먹는다. 

호밀빵 버섯국를 주문하면 이렇게 원통 빵이 나온다. 생긴 모양이 버섯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몸통이 통통한 그물버섯을 닮았다. 그물버섯은 가장 비싼 유럽산 버섯 중 하나다. 그물버섯에 관한 내용은 해당글에서 읽을 수 있다. 


버섯국은 보이지 않고 왜 호밀빵만 가지고 왔지라면서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짙은 갈색의 덮개를 열면 뜨거운 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감자, 당근, 강남콩, 양파, 셀러리, 버섯, 소시지 혹은 고기 등의 재료로 국을 만든다. 
미리 구워놓은 원통형 빵의 속을 파낸다.
그리고 그 안에 국을 붓는다. 
녹색의 파슬리가 시각을 자극해 미각을 돋구는 듯하다.    


유럽인들은 국에 사워크림(sour cream)을 넣어서 즐겨 먹는다. 
사워크림은 시큼하고 톡쏘는 맛을 준다.
국물이 아주 뜨거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빵은 다 먹을 수 있다. 국으로 더 부드러워진 빵벽을 긁어서 먹는 재미도 솔찬하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세 가지(전식, 주음식, 후식) 음식을 먹는다. 이 버섯국은 전식으로 시키는 음식이지만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발트 3국이나 중동유럽이나 북유럽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꼭 한번 이 호밀빵 버섯국를 맛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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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20. 5. 21. 18:07

한 번 비행으로 더 많은 승객을 태우면 이득이 그만큼 크다. 그러므로 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특히 수요가 많은 성수기에는 화물칸에 좌석을 증설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전혀 예기치 않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항공업과 여행업이다. 외국인 입국금지와 내국인 출국금지 등 국경봉쇄으로 적지 않은 공항들이 거의 폐쇄되어 있다. 빌뉴스 공항의 이착륙장은 야외영화관으로 변신하기도 했다[관련글: 코로나19로 텅 빈 비행장이 영화관으로 변신].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반대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화물칸에 좌석을 증설하는 것이 아니라 객실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것이다.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Finnair)는 여객기 객실을 화물칸으로 개조해 활용하고 있다. 개조된 비행기는 에어버스 A330 여객기 2대다.


이렇게 화물칸에 더함으로써 화물 적재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개조된 객실은 주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필요한 물품을 운송하는데 사용된다.  

평상시 전세계 항공화물의 약 50%가 여객기로 운송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 수가 급감함으로써 결국은 화물운송 가용성도 감소했다. 한편 긴급 화물운송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핀에어 소식에 따르면 핀에어 기술자 네아 마에다(Nea Maeda) 씨는 "여객기와 화물기는 각각 다른 요구사항이 있다. 여객기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만들어졌고 화물기는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비행기 안에서 사람과 화물의 무게는 다른 방식으로 나눠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비행기 객실 내에 쉽게 공간만 확보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여객기를 화물용으로 개조하기 위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화물용을 위해 A330 여객기를 개조하는 데에는 아주 엄격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 유럽항공안전청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인 변경을 허가하고 있다. 

마에다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적재량을 아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화물을 객실로 가져올 수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객실에서 화물을 어디에 배치할 지와 어떤 종류의 물품을 운송할 지를 신중하게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 사진출처: finnair.com

이코노미 좌석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전원 코드를 제거함으로써 객실에 화물적재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화물을 안전하게 고정시키기 위해 그물을 설치했다. 좌석을 제가하는 데에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승객 수요가 증가하면 신속하게 다시 여객기로 정상 운행할 수 있다.

* 사진출처: finnair.com

여태껏 항공 여객수 수요 증가로 화물칸에 승객 좌석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가 연구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여객수 수요가 급감하자 이제는 그 정반대를 모색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낳은 또 다른 역발상을 지켜보는 듯하다. 아뭏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하루속히 진정되고 종식되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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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18. 22:25

숲이나 우리 아파트 앞에서도 종종 만나는 새가 있다. 
이 새가 울면 '아, 이제 봄이 왔구나'를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푸른머리되새다.
유럽 전역에 분포해 살고 있다
추운 지역에 사는 푸른머리되새는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남서부 등
따뜻한 지역에서 겨울철을 보낸다.

* 사진: Andreas Trepte. www.photo-natur.net

리투아니아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인 십자가 언덕을 방문했다.
수많은 십자가를 둘러보고 감상에 빠져들고 있는데 
아주 선명한 새울음 소리가 귀에 와닿았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따라 눈으로 찾아가보니 
십자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푸른머리되새의 수컷이다. 
부리 위는 검은색이고 머리는 푸르스름한 회색이고
배는 적갈색을 띠고 있고 
날개는 하얀색과 검은색이다.
그의 울음 소리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5. 17:42

며칠 전 리투아니아 빌뉴스 개디미나스 대로를 지나는데 우연히 행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가족이 거리에서 지인과 마주춰서 인사를 나눴다. 이들이 만난 곳은 은행 앞에 있는 횡단보도 부근 자전거로였다.    

"너, 은행 앞에서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너도 알면서..."


물론 농담이지만 이 대화에서 마스크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엿볼 수 있다. 마스크는 유럽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은행강도나 테러범들이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 쓰는 복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까닭에 대체로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을 위협적인 사람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유럽 여러 국가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한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겨울철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어서 방한용 마스크는 식구별로 하나쯤 집에 있을 법한데 그렇지가 않다. 지금껏 유럽에 30여년을 살면서 방한용 마스크를 한 유럽 사람을 만난 기억이 없다. 목도리가 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마스크는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전염병 환자가 자신의 병을 타인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서 착용해야 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유럽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활보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했다. 


마스크 착용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가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 유럽 국가들은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자 아래 동영상에서 보듯이 영상 20도 날씨에 사람의 왕래가 적은 거리에서도 빌뉴스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리투아니아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구입할 수 없게 되자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서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인들 대부분은 집에 재봉틀을 가지고 있다.           


이제 국가비상사태 격리조치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리투아니아 경우는 5월 14일부터 먼저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즉시 예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다닐까? 아니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닐까? 한번 지켜봐야겠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 아시아 사람들은 평소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만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에 젼혀 익숙하지가 않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유럽 사람들에게 마스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유럽 도시를 여행하는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흘겨보기와 편견이 이참에 꼭 사라지길 바란다.

한편 위 사진에서 보듯이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저녁을 먹으면서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한번 물어봤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불편하지 않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자꾸 쓰고 다니니까 이제 적응이 됐어."
"그런데 왜 유럽 사람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많이 쓸까?"
"일반적으로 하얀색 마스크는 환자를 떠올리게 하고 파란색 마스크는 의료인을 떠올리게 하는 반면에 검은색 마스크는 하나의 패션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이유가 그럴 듯하네. 앞으로 유럽에 올 때는 검은색 마스크를 챙겨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20. 5. 14. 18:27

이탈리아 주간지 La Domenica del Corriere가 1962년 게재한 그림 하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밀란에 본사를 둔 이 주간지는 1899년 첫 발간되어 1989년 폐간되었다. 이 그림은 1962년에 2022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2020년 현재를 보는 듯하다.

5월 14일 현재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2만명을 넘었고 사망자가 3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위의 2022년 예상에 영감을 받아 간격 유지, 유리나 플라스틱 차단막, 마스크 착용 등을 실시했더라면 피해가 훨씬 적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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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13. 04:16

요즘 북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천지 사방가 다 꽃으로 장식되고 있다. 사과나무꽃, 벚꽃 등은 텃밭을 장식하고 마로니에꽃, 튤립꽃 등은 공원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마로니에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다. 이틀 전인 5월 10일 짚앞 마로니에가 분홍점을 드러내면서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울의 대학로를 떠올리게 하는 마로니에(프랑스어 marronnier)는 말밤나무, 서양칠엽수 등으로도 불린다. 열매를 감싸는 겉면은 밤송이처럼 가시가 있고 열매는 먹는 밤을 빼닮았다. 잎이 일곱 개다.


그런데 5월 12일 새벽부터 눈이 엄청 쏟아져 내렸다. 리투아니아는 평년과는 달리 이번 겨울에는 쌓이는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 서너 두 차례 아주 조금 왔지만 포근한 날씨로 이내 녹아버렸다. 겨울에 오지 않던 눈이 이렇게 5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날에 왕창 내리게 되다니...   


하얀 마로니에꽃에 내리는 하얀 눈을 
갤럭시 S7과 오즈모 모바일3 콤보로 4K 영상에 담아봤다.



가로수 아래 심어놓은 튤립꽃도 눈벼락을 맞았다. 


하얀 눈으로 덮힌 알록달록한 튤립꽃을 
갤럭시 S7과 오즈모 모바일3 콤보로 4K 영상에 담아봤다.


애궁~ 촬영하는 손가락이 시러울 정도로 추운 날씨인데... 
쌓인 하얀 눈이 영하의 날씨를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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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13. 04:16

아래는 5월 초순 이맘때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도심 공원의 모습이다. 
연두빛 새싹이 이젠 눈에 띄게 초록빛 잎으로 자라나고 있다.


큰 나무들이 많은 곳은 보통 풀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맨땅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맨땅뿐만 아니라 산책길을 황금색 물체가 촘촘히 덮고 있다. 


이 물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단풍나무 꽃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유럽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단풍나무는 학명이 acer platanoides고 일명 노르웨이 단풍나무라 불린다. 보통 20-30미터 높이까지 자라고 수명은 150-200년이다. 유럽 민간요법에 따르면 단풍나무 약재는 고혈압을 치료하고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고 빈혈과 비타민결핍증을 치료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  

꽃은 황록색, 연두색을 띠고 있다. 피고 있는 꽃은 초록색에 더 가깝지만 떨어진 꽃은 황금색에 더 가깝다. 아래 사진은 막 피어나고 있는 단풍나무 꽃이다[관련글: 연두색 단풍나무 꽃이 파란 하늘을 수놓다].


자연이 뿌려서 맨땅을 촘촘히 덮은 저 단풍나무 꽃을 보고 있으니 
불현듯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떠오른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밝고 가시옵소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3. 04:15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이나 종식될 기미를 아직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5월 11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진자는 42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28만명을 넘었다. 미국, 스페인, 영국,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브라질, 터키, 이란은 확진자가 10만명 이상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출입국통제, 영업금지, 외출금지, 이동제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시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고 있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격리 기간을 거듭거듭 연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산업분야 중 하나가 항공업과 여행업이다. 

아래 사진은 코로나19 이전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자주 보는 맑은 날의 하늘 모습이다. 리투아니아 상공은 특히 동북 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 대륙을 잇는 비행기 노선의 하늘길이다. 이처럼 평소 하늘에 비행기 발자취가 수두룩하다.       


바로 비행기의 하얀 꼬리구름이다. 이는 엔진이 내뿜는 매연이 아니다. 비행기 엔진에서 방출되는 뜨거운 배기 가스와 대기의 차가운 온도가 함께 만나서 생기는 구름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버리자 비행기 꼬리구름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구름만 하늘에 떠있다. 이런 하늘이 이제는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갤럭시 S7으로 코로나19 하늘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사과나무꽃 상공에 자연구름도 없고 꼬리구름도 없다.


단풍나무꽃 상공에 자연구름도 없고 꼬리구름도 없다.


벚꽃 상공에 자연구름도 없고 꼬리구름도 없다.


그저 새 한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하루속히 저 하늘에 꼬리구름이 나타나길 바란다. 코로나19 여파로 특별한 일거리가 없는 이번 여름철에 한국 고향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1. 19:33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비상사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인적이 드물 것 같은 숲이나 볼거리를 찾아나서려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9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비르쉬토나스 전망대(Birštono apžvalgos bokštas)를 며칠 전에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굽이쳐 흘러가는 내무나스(Nemunas)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총길이 937km 내무나스(뇨만, 네만, 녜멘) 강은 벨라루스에서 발원해서 리투아니아를 통해 발트해로 들어간다. 일부 구간은 리투아니아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주와 경계를 이룬다.     


내무나스 강변 가까이에 있는 레스토랑 주차장에 주차하고 먼저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관망대로 발길을 돌린다. 연두색 새싹이 잎으로 변해가고 있는 숲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오솔길 양옆에는 야생화들이 제각기 향기를 뿜어낸다. 


제비꽃이다. 어린 시절 한국의 시골에서 본 제비꽃보다는 훨씬 크기가 크다.


카우슬립 앵초, 황산앵초 또는 황화구륜초(primula veris, cowslip, printempa primolo)다. 카우슬립은 주로 소똥 주위에서 자라는 데서 이름이 연유되었다. 학명인 primula veris는 이른 봄에 일찍 나와 꽃을 피운다고 해서 "봄의 첫 번째(꽃)"이라는 뜻이다.  

꽃 모양이 열쇠를 닮았다고 해서 "성 베드로의 열쇠" 또는 "천국의 열쇠"로 불리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은 샐러드나 부침개를 만들어 먹거나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민간요법에서 뿌리는 천식, 통풍, 신경통에 사용된다. 한편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산미나리아재비꽃(ranunculus acris, meadow buttercup, tall buttercup, showy buttercup)으로 보인다. 노란색 꽃에 윤기가 반짝거린다. 마침 해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다.



쉬케보니스 관망대(Škėvonys)에서 바라보는 내무나스 강이다. 이 강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관망대는 33미터 높이의 절벽에 위치해 있다.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꼭대기에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보이지가 않는다.


이제 관망대에서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즈모 모바일 3 콤보로 전망대로 가는 길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망대 입구가 닫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국가비상사태로 폐쇄되어 있다. 다음에 한 번 더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4월 27일부터 완화된 2단계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거리 유지와 마스크 착용 조건으로 개관이 된 상황이라 당연히 시골 전망대도 문이 열렸을 것이라 믿고 왔는데 말이다.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그 간단한 웹검색도 하지 않은 것이 불찰이다. 하지만 모처럼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산책하느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구조물 높이는 51미터이고 전망대 높이는 45미터다. 계단이 300개다. 2019년에 완공된 이 전망대는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이다. 리투아니아는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 내려다보면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높은 전망대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전망대 바로 옆 민들레꽃 가득 핀 초지에서 말 한 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참으로 한가롭기 그지없다. 아,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음 놓고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0. 22:26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로 오랫동안 지방에 있는 처가를 다녀오지 못했다. 다행이 인터넷시대라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수시로 메신저 등을 통해 장모님과 소통했다. 5월 첫째 주 일요일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4개월만에 2박 3일로 처가를 다녀왔다.

처갓집 방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작은 별장을 겸한 텃밭에 가보기다. 이 텃밭에 어떤 식물들이 이맘때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는 관련글에서 읽을 수 있다.   


보통 텃밭은 온실이 있다. 모종을 키우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추위에 약한 채소를 키운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텃밭 온실에서 주로 키우는 채소는 토마토, 상추, 고추 등이다. 당근, 오이, 호박, 감자,마늘, 양파, 양배추, 붉은사탕무 등은 밭에서 키운다. 


온실에서 빼곡히 자라고 있는 채소가 시선을 끌었다. 양배추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양배추를 곧 바로 밭에서 씨를 뿌려 키우는 줄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온실에서 먼저 모종으로 키운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장모님은 양배추 모종에 물을 듬뿍 주신다.  


그리고는 양배추 모종을 골라내신다.
"이 모종을 어떻게 하시려고요?"
"내일 시장에서 가서 팔아야지."
"한 포기에 값을 얼마나 부르시나요?"
"사람 봐가면서 불러야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좀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더 부르고 
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덜 부르고...
좀 따지지 않을 사람 같으면 더 부르고
좀 따질 사람 같으면 덜 부르고...

"정말 그렇게 하실 것인가요?" 순진하게 여쭤봤다.
"시장가격에 팔아야지."
"모종 한 포기에 얼마하나요?"
"약 10센트(132원) 정도. 열 포기로 한 묶음을 만들어 팔지."
"그러면 한 묶음에 1유로(1320원)..."
"팔리면 팔고 안 팔리면 가져와 우리 밭에 심어야지."


물을 주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쉽게 모종을 뽑기 위해서다.
뽑은 열 포기를 합쳐서 흙으로 뿌리를 감싼다.  


이어서 밑부분을 비닐로 덮고 묶는다.


여든 살을 향해 가시는 장모님 참으로 부지런하시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실 형편인데도 근면의 모범을 보이신다.  


이날 다섯 묶음을 만들어 다음날 아침 시장에 가서 다 파셨다. 
수입이 5유로다. 이 돈으로 빵 서너 개를 살 수 있고 혹은 우유 3리터를 살 수 있다.
빌뉴스 구시가지 식당에서 마시는 맥주 500cc 한 잔 값이다.


돈으로 따지면 굳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평소 몸에 익숙해진 부지런한 삶의 방식 때문에 하는 것일 것이다. 이 부지런함의 만에 하나라도 닮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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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8. 18:54

유럽 도심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참새, 비둘기, 찌르레기, 까마귀, 박새 등이다. 도시를 벗어나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민가 뜰이나 가까이에 커다란 둥지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초원이나 들판이 많아 환경이 청정한 지역에는 훨씬 자주 눈에 띈다. 

이 둥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황새이다. 홍부리황새, 흰황새 또는 유럽황새라 불린다.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 깃털은 하얀색 그리고 날개 부분은 검은색을 띠고 있다. 주로 동유럽과 발트 3국 등에서 살다가 늦은 여름 무리 지어 아프리카로 떠난다. 사하라 이남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다.   


발트 3국은 보통 3월 춘분을 기점으로 해서 황새들이 돌아온다. 2월 초순에 돌아오는 황새들도 있는데 이들은 꽃샘추위를 감수해야 한다.     


황새는 부부가 나무줄기를 차곡차곡 쌓아서 커다란 둥지를 만든다. 이 둥지를 여러 해 동안 사용한다. 보통 알 4개를 낳는다. 부부가 번갈아 33일 동안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황새는 유럽인들에게 길조다. 풍작, 다산, 재산축적 등을 상징하는 황새는 화재나 벼락 등 온갖 재난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집 뜰 나무나 지붕 위에 황새가 둥지를 틀길 바란다. 뜰에 있는 고목의 윗부분을 자르거나 기둥을 높이 세워서 황새가 쉽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민가 주변 전봇대 꼭대기에 있는 둥지도 흔히 만난다. 자칫하면 감전사를 당할 수 있으므로 전봇대 꼭대기에 철막대기를 세워 놓는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올해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 있는 황새가 카메라 찰칵찰칵 소리에 자세를 취해 주고 있다.  


참새, 비둘기, 방울새가 카메라 찰칵찰칵 소리에 훨 날아가는데 황새는 땅으로 숙인 머리만 위로 세운다. 황새는 몸집이 크다. 부리끝에서 꼬리끝까지 길이는 보통 100-115cm이고 날개 길이는 155-215cm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 아이들이 쉽게 믿는 이야기가 있다.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저기 있는 황새가 물어다 주었지." 


황새는 특히 막 갈고 있는 밭에서 먹이찾기를 좋아한다. 땅속에 있는 벌레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쉽게 먹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황새로 어떻게 점을 칠까?
올해 처음으로 목격한 황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올해 운세가 점쳐진다.


황새가 날아가고 있으면
일년 내내 좋을 것이다. 성공할 것이다. 일거리가 많을 것이다.
처녀면 시집을 갈 것이고 총각이면 장가를 갈 것이다.
학생이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것이다.
누구든 집을 떠나 어디론가 여행할 것이다. 


황새가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올해 별다른 변화 없이 살아갈 것이다. 
처녀면 시집을 안 가고 부모 곁에 여전히 살 것이다.
학생이면 진급하지 못하고 유급할 것이다.   
누구든 올해는 그냥 집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처음으로 목격한 황새에 따라 올해의 운세를 예견해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런 믿음에 충실하다. 올해 처음 본 황새가 서 있는 황새라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단념하듯이 말한다.

"올해 해외여행 꿈은 이제 접고 그냥 집에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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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20. 5. 8. 18:53

북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Vilnius)에 살고 있는데 보통 두 달에 한 번꼴로 지방 도시에 있는 처가를 방문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과 부활절에는 필수적으로 처가를 다녀온다. 올해 부활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부활절를 기해 전국 이동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3월 16일부터 실시된 격리 조치가 4월 28일부터 2단계로 완화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어머니날을 기리기 위해 처가를 방문했다. 리투아니아는 어버이날이 없다.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첫째주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어머니날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찾아뵙고 알뜰히 챙기지만 아버지날은 건너뛰기 일쑤다.

어머니날 선물로 아내는 좋아하는 치즈케익을 집에서 직접 구워 가져갔다. 유럽에 널리 분포되어 자라는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열매로 "엄마에게"(mamai)라는 글자까지 장식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장모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강타하는 것은 뜰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꽃들이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서 자연 속 봄철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리투아니아 보통 사람들의 정원과 텃밭(다차, 주말농장, 별장텃밭)에서 만난 식물들을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잔디밭을 가득 수놓은 데이지꽃이다.    


데이지는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라틴어로 데이지는 bellis perennis다. bellis는 "아름답다" 그리고 perennis는 "여러해살이 식물"을 뜻한다. 홍자색 꽃망울이 서서히 하얀색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고산돌냉이꽃(alpine rockcress, arabis alpina) 또는 산돌냉이꽃이다.


옴팔로데스베르나꽃(omphalodes verna) 또는 푸른눈메리꽃(blue-eyed Mary)이다. 옴팔로데스는 그리스어로 배꼽을 의미하는데 열매의 모양이 배꼽과 닮은 것에서 유래한다. Verna는 '봄철, 봄'을 뜻하는 라틴어 'ver'에서 나왔다.


무스카리꽃(muscari) 또는 포도히아신스꽃(grape hyancinth)이다. 알뿌리 형태의 구근식물로 포도알처럼 생긴 말끔한 청색 꽃송이들이 향긋한 향을 뿜어낸다. 


팬지꽃(pansy) 또는 삼색제비꽃(viola tricolor)이다. 마치 미소짓는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튤립꽃이다. 강렬한 붉은색 립스틱을 위로 밀어올리고 있다.


사과꽃이 곧 터지려고 한다. 


아직은 부드러운 작약 줄기가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두 종류의 체리나무 즉 벚나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 않은 왼쪽 벚나무에는 신버찌가 열리고 하얀색 꽃이 핀 오른쪽 벚나무에는 단버찌가 열린다. 흔히 체리로 불리는 대부분이 바로 후자다. 전자를 신버찌 벚나무, 후자를 단버찌 벚나무라 부르고 싶다.


신버찌 벚꽃도 이제 막 피려고 한다.


단버찌 벚꽃은 곧 질 것이다. 일찍 핀 만큼 단버찌 수확이 더 빠르다. 단버찌는 당도가 높아서 날로 먹거나 통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이에 반해 신버찌는 주로 잼을 만들어 먹는다. 


단독주택 뜰은 잔디밭과 채소밭으로 나눠져 있다. 아직 비어 있는 왼쪽 부분은 곧 양배추와 오이가 심어질 것이다. 오른쪽 부분은 딸기와 마늘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어놓았다. 장모님 텃밭을 제외하고는 아직 유럽에서는 이렇게 하는 텃밭을 본 적이 없다.

왜 장모님은 오래 전부터 딸기 사이에 마늘을 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상 마늘을 같이 심어놓으면 병충해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뜰에 핀 꽃을 구경하는 동안 장모님표 쿠겔리스(kugelis)가 구워지고 있었다. 이 감자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투아니아 음식 중 하나다[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텃밭(러시아어로 다차, dacha)에는 이맘때(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까를 알아보자. 우선 텃밭은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던 옛날 소련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이별장이다. 리투아니아어로는 sodas인데 이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보통 소규모 집과 채소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주말이나 여름철 휴가를 즐기고 또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보통 면적은 600제곱미터 즉 180평 정도다. 예전에는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채소밭으로 활용했으나 지금은 일부를 잔디밭으로 조성해 편하게 쉴 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텃밭에 빠질 수 없는 과일나무 중 하나가 사과나무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는 여러 사과나무가 자란다. 사과나무 밑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튤립꽃이 피어나 있고 이것이 지고나면 작약꽃이 피어오른다.   


노란색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도로미쿰꽃(doronicum orientale, leopard's bane)이다. 해바리기꽃을 연상시킨다. 


데이지꽃이다. 꽃잎의 하얀색이 홍자색을 조금씩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단버찌 벚나무 두 그루다. 기둥 하반부가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약품을 첨가한 석회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벌레 등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둘째로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껍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셋째로 부드러운 껍질이 쉽게 갈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매년 이른 봄에 한 번만 칠한다. 이랑에는 10일 전에 감자를 심었다.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나무다.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위에 언급한 치즈케익 위에 있는 열매가 바로 이 블랙커런트 열매다.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열매다. 열매가 까맣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진한 보라색이다. 맛은 새콤달콤하고 향은 진하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  


레드커런트(redcurrant) 나무다. 이것도 까치밥나무과의 낙엽성 관목이다. 꽃이 황록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개미 한 마리가 식사 중이다. 

7월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열매는 날로 먹기도 하고 콤포트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파가 벌써 무성하게 자랐다. 


텃밭에 거의 필수적으로 있는 온실이다. 모종을 키우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 상대적으로 약한 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키운다. 


온실내 오른쪽은 양배추 모종이 자라고 왼쪽은 드문드문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홍당무 등이 자라고 있다. 모종을 옮겨심은 후 이 온실은 대부분 토마토로 가득 찬다.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맑은 연두색 상추를 보자마자 봄철에 제맛인 상추쌈이 떠오른다.   


텃밭 가장자리에 산딸기아속 라즈베리(rasberry)가 자라고 있다.  


마늘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마늘을 요리에 자주 사용한다. 장모님은 매년 마늘 수확 후 마늘주를 만들어 선물한다.


이렇게 텃밭도 둘러보았다. 새록새록 피어오르거나 자라나는 새생명을 보니 코로나바이러스로 닫혀 있던 눈과 마음이 환하게 열린 듯했다. 장모댁을 떠나기 전 장모님이 요리한 음식이다. 

이 음식 이름은 양배추말이다. 돼지고기와 밥 그리고 양념을 해서 데친 양배추잎으로 둘러감은 후 토마토소스에 푹 끓인 것이다. 뜨끈뜨끈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감자와 양배추는 바로 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짐칸에는 감자 한 포대가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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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20. 5. 6. 05:01

북유럽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요가일래는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음악학교 8년 과정을 마쳤다. 음악학교는 일반학교 수업 후 일주일 3일 다닌다. 동시에 두 학교를 다니느라 또래 아이들보다 자유로운 시간이 적었는데도 곧 이어서 미술학교를 다니고 싶어했다.

미술학교는 4년 과정이고 입학시험을 거쳐야 한다. 대체로 1년 예비과정을 다닌 후 입학시험을 치고 들어간다. 다행히 예비과정 없이 합격해서 입학했다. 초반기에는 미술 역사 등을 비롯해 미술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 배운다.

미술학교 졸업학년에 다닐 때 어느 날 요가일래는 어린 시절 한국의 고향집 사진과 리투아니아어 배울 때 사용한 책이나 연습책을 보여 달라고 했다.

"왜 그런 것이 필요해?"
"그냥 한번 궁금해서 보여 달라고 했어."
"한번 찾아볼게."

앨범을 뒤져 어린 시절 고향집 사진 한 장 그리고 20년 전 리투아니아어를 공부할 때 사용한 연습책을 찾았다. 그 연습책에는 연필로 쓴 내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자, 여기 있다."
"우와, 정말 오랜 된 것이다. 내가 잠시 빌려갔다가 돌려줄게"

그렇게 두 물건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 드디어 지난해 5월 미술학교에서 졸업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발트 3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느라 요가일래 졸업전시회에 가볼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전시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져온 작품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일까?
졸업작품의 동기(모티브, motive)가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그냥 궁금하다면서 빌려간 것이기 때문이다. 요가일래 전공은 리놀륨 판화(리노컷 리노판화 linocut, linoleum etching)다.


 요가일래의 판화 전시품은 모두 여섯 점이다.


아래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것이 작품의 동기를 암시하는 것이다.  


이는 2002년 빌뉴스대학교에서 리투아니아어를 배울 때 사용한 연습책의 일부다.  


요가일래는 아빠가 쓴 "AR?..."가 마음에 들어서 이것을 그대로 작품으로 만들어내었다. AR는 "까?"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리투아니아어 의문사다.  


리투아니아어 수업 시간에 "한국에는 저수지와 호수도 많이 있다"라는 아빠의 한국 소개글에서 착안해서 "저수지와 호수"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어서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다"라는 아빠의 한국 소개글에서 착안해서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 겨울은 -, 봄은 ~+, 여름은 +, 가을은 ~- 그리고 순환은 원으로 표현했다. 


여름과 겨울로 변해가는 중간과정에 있는 봄과 가을을 표시하기 위해 ~(물결, 흐름)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명은 "봄"이다.       


아빠가 쓴 글씨 중에 "Kur?"가 마음에 들어서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글씨뿐만 아니라 의미가 깊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어 "kur"는 문장에 따라서 "어디서, 어디에, 어디로"라는 뜻을 모두 다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에 있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절로 떠오른다. 확실한 물음의 밝은 흰색과 불확실한 대답의 어두운 검은색이 잘 어울린다.  


"한국의 지형은 북쪽(š)과 동쪽(r)에 산이 많고 남쪽(p)과 서(v)쪽에는 평야가 많다"라는 아빠의 한국 소개글에서 착안해서 아래 작품을 만들었다. 산은 곡선으로 평야는 직선으로 표현했다. 


한국에서 어릴 적 살던 아빠의 시골집이다.  


찍어 놓은 사진으로밖에 졸업전시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몹시 아쉽다.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가져간 아빠의 오래된 물건에서 착안해서 졸업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특히 자기의 근원 중 하나인 한국을 아빠가 리투아니아로 작문한 글에서 착안해서 이를 작품화한 것은 아빠에겐 크나큰 선물이자 감동 그 자체이다.

"아빠의 글씨와 한국소개를 졸업작품화해줘서 고마워~~~"
"미술학교에 보내준 것에 내가 고마워 해야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6. 05:00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리투아니아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3월 16일부터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4월 28일을 기해 강력한 조치를 조금 완화해서 2단계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관, 박물관, 미장원, 이발소, 테니스장, 골프장, 쇼핑몰, 노천카페 등이 문을 열게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5월 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1,410명이고 사망자가 46명으로 인구 1백만명당 17명(한국은 5명)이다.

격리 조치가 실시된 후 처음으로 4월 3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구시가지(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로 아내와 함께 나가봤다. 평소 관광객들로 몹시 붐비는 "아우쉬로스 바르타이"(새벽문) 거리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날 이 거리 모습을 아래 4K 영상에 담았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은 또 다른 거리다. 2단계 격리조치로 카페나 식당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고 단지 노천이나 야외에서만 가능하다. 물론 처음부터 배달이나 포장 판매는 허용되고 있다. 

빌뉴스 시청은 식당이나 카페 등이 주변 인도나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평소에는 불가능한데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인도에 의자와 탁자를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탁자와 탁자 사이의 거리도 유지해야 한다.     


이 카페가 그동안 얼마나 간절하게 손님을 기다리며 환영을 하고 있는지 꽃장식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카페 외관 벽 전면이 각양각색의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렇게 하기가 정말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1단계 격리 조치 중 이 카페는 손님맞이를 위해 이렇게 온갖 정성을 쏟았다.


아쉽게도 아직 실내 영업은 불가능하다. 늦은 오후 날씨가 쌀쌀해서 카페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에 꼭 저 카페 안에 들어가리라... 



그런데 저 많은 꽃들이 다 
생화일까?
조화일까?


가까이 가서 봐도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만져보니
조화다. 
완벽하게 생화처럼 보이는 조화다.


다음 기회를 기약했으니 시간이 좀 지나도 저 꽃은 시들지 않고 우릴 기다릴 것이다. 저 카페는 화려한 꽃장식 외관으로 빌뉴스의 가장 관심을 끄는 볼거리 중 하나로 곧 자리잡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5. 1. 05:22

코로나바러이스는 모든 분야에 큰 충격을 안겨다 주고 있다. 그중 뭐니해도 항공산업과 여행산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곳 유럽 발트 3국도 4월 중순이면 벌써 한국 여행객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국경봉쇄 등으로 인해 공항과 비행기 이착륙장은 텅 비어 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의 이착륙장은 비행기 대신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왜일까?   

이맘때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가장 큰 문화행사는 "Kino pavasaris"(영화의 봄)라는 명칭을 가진 빌뉴스 국제 영화제다. 1995년부터 시작된 이 영화제는 올해 3월 19일에서 4월 2일까지 열열릴 예정이었다. 


지난해 연말 주최측에서 한국영화 번역을 의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여러 바쁜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주어야 했다. 올해 2월까지만 유럽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리투아니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3월 16일부터 5월 11일까지 행해지고 있다. 이에 모든 실내행사가 금지되어 있다. 취소되어야 할 영화제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다른 형태로 살아났다. 바로 텅 빈 공항의 이착륙장을 야외영화관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kinopavasaris.lt


4월 29일 영화관이 개설되어 앞으로 4주간 오스카 수상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들이 이곳에서 사용된다. 첫 번째 상영작품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첫날 축하 물세례 행사가 행해졌다. 이런 물세례 행사는 새로운 비행기 혹은 첫 취항 혹은 조종사의 마지막 비행 등을 위해 축하기 위해서다.  



공항청사 앞에 5층 높이의 대형 LED 화면을 설치해서 영화를 상영한다. 음성은 자동차 라디오를 통해 듣는다.  



영화표는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관람객들은 차에서 내릴 수 없다. 필요한 경우 창문을 열 수 있지만 이때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환경보호를 위해 관람중 자동차 시동과 등은 끄져 있어야 한다. 차량수도 한정되어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kinopavasaris.lt


취소되어야 할 영화제가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도 금지되고 내국인 출국도 금지되자 공항(空港)은 이름 그대로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이곳에서 색다른 영화관람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야외영화관이 개설된 이착륙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한 현실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다시 충동질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로 여겨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29. 18:46

올해 처음으로 강원도 원주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지난 23일 발생했다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 야외활동이 점점 증가할 것이다. 한 고비 넘기면 또 한 고비 온다라는 말처럼 이제 진드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위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진드기가 봄에서 가을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30여년 살면서 몇 차례 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다[관련글]. 풀밭이나 잔디가 있는 도심 공원 입구에서 아래와 같은 진드기 주의 안내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진드기는 오랫동안 인간과 동물에게 위협적인 해충이다. 


가장 좋은 것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물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P)가 알리는 진드기 제거법은 아래와 같다.
1. 뽀족한 핀셋을 사용해 가급적 피부 표면 가까이에서 진드기를 잡는다.
2. 일정하고 균일하게 힘을 주고 위로 당긴다. 이때 진드기를 비틀거나 확 잡아당기지 마라. 그러면 입 부위가 떨어져 나가서 피부에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핀셋으로 입 부위를 제거해라. 부득히 핀센으로 제거할 수 없을 경우 그대로 두고 피부가 치유하도록 해라. 
3. 진드기를 제거한 후 물린 부위와 손을 소독용 알코올이나 비누와 물로 깨끗히 씻어라.  
4. 절대로 손가락으로 진드기를 짓뭉개지 마라. 살아있는 진드기를 알코올에 넣거나 봉지에 밀봉하거나 테이프로 단단히 감싸거나 변기에 넣어 씻어내리면서 처리해라.


* 진드기를 제거한 후 몇 주내에 발진이나 열이 있을 경우 의사를 방문해라.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물렀는지 의사에게 말하라.

한편 리투아니아 전염병센터에 따르면 진드기에 물렸을 때 나는 증상은 아래와 같다.
1. 피부에 분홍색 반점이 나타난다.
2. 머리가 아프다.
3. 열이 난다.
4. 체력이 약해진다.  
이 경우 반드시 의사를 방문해서 진드기에 물렀다고 해야 한다.  


진드기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적합한 옷을 입어야 한다.
1. 밝은색
2. 손목까지 내려오는 긴팔옷
3. 긴바지 - 바지 밑단을 양몰 속으로 집어넣는다
4. 스카프와 모자
- 진드기기피제
- 숲에서 돌아온 후 몸 전체를 잘 살핀다.
- 입은 옷은 사람이 생활하지 않는 장소나 양지바른 곳에 걸어놓는다.

진드기를 몸에서 발견한다면
1. 가능한 빨리 제거한다. 피를 오래 빨아먹을수록 감염물질을 전달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2. 어떠한 것도 바르지 않는다. 자극 받은 진드기가 병을 야기할 수 있는 침을 더 활동적으로 분비하기 때문이다.
3. 진드기 몸통을 짓누르지 않는다. 병원균이 바로 진드기의 소화기관에 있기 때문이다.
4. 가능한 피부 가까이에서 핀셋으로 잡아 빼낸다.
5. 빼낼 때 일부가 피부 속에 남는다면 이 또한 제거한다.
6. 물린 상처 부위를 소독한다.      

위와 같이 핀셋으로 제거하는 방법 외에도 면봉을 사용해서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핀셋이 없을 때 사용할 만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특히 진드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야외 숲속이나 잔디 공원 외출시 핀셋이나 면봉을 지참하길 권한다.


아래 영상에서처럼 볼트에서 너트를 빼내듯이 물에 적신 면봉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면서 빼낸다. 이 방법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부위도 피부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제거한 후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현기증이나 열 등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하고 진드기와의 접촉을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면봉으로 돌리면서 빼내는 것이 핀셋으로 위로 잡아당기는 것보다 진드기를 통채로 빼내는 데에 더 효과적이겠다. 왜냐하면 진드기가 피를 빨기 위해 피부를 꽉 물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머리 부위가 떨어져 나가 피부에 박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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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20. 4. 29. 04:21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리투아니아는 3월 13일부터 5월 11일까지 임시로 학교가 폐쇄됐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6월 초순경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현재 학교 수업은 모두 온라인 원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전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과제를 하나 주었다. 자기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 100여개를 이젠 정리해 달라는 것이다. 블로그에 자녀 이야기를 게재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2006년 9월 7일에 유튜브를 개설했다. 그동안 누적조회수는 640만 정도이고 구독자는 현재 2994명이다. 블로그는 2007년 11월에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13년 동안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최고 전성기는 티스토리에서 다음 블로거뉴스로 글을 보낼 때라 생각한다. 특히 2009년 초에는 내 글 중 여러 개가 동시접속자가 10,000-25,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정말 전설 같은 시기였다.
 

유튜브와 블로그 활동 초기에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적지 않게 게재했다. 그때도 미성년자 딸의 영상이나 사진을 올릴 때 아내의 동의를 얻어서 올려야 했다. 요가일래가 자라자 이제는 그의 동의까지 얻어야 했다. 올리고 싶었는데 동의를 얻지 못해 못 올린 이야기도 수두룩했다.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글의 수는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되자 여유로운 시간이 평소보다 많아졌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자기 관련 영상들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요가일래는 지난해 말 성인이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만 18세가 되는 생일이 성인 기준이다. 이제 성인의 눈으로 볼 때 어린 시절의 영상 속 장면 중에 쑥스러운 것도 있고 너무 유치한 것도 있었을 것이다.


"아빠, 내가 며칠 동안 
아빠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목록을 만들어 봤다. 
내가 그 목록을 보낼테니까 
그 영상들은 다 비공개로 해줘."
"알았다. 목록을 보내라."

그런데 보낸 목록 중에는 비공개로 하기에는 좀 아쉬운 영상도 적지 않았다.


"아빠가 보니까 조회수가 아주 많은 영상도 있다. 
특히 블로그 글 속에 포함된 그런 영상들은 
비공개로 하기엔 좀 아쉽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그런 영상들은 비공개가 아니고 
미등록이나 공개로 해서 
연결을 시켜 놓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아빠도 양보했으니 나도 양보해야지."

요가일래가 10살 생일을 맞이하자 태어난 때부터 그때까지 찍은 사진 수천장 중에 추억거리가 될 만한 사진들을 150초 영상에 담아서 선물을 해줬다.


이젠 성인으로 다 자라버렸으니 아버지와 딸 사이의 추억거리도 사라지는 듯하다. 만 20세가 되면 영상이 아니라 이 블로그 속에 등장한 아버지와 딸 사이의 이야기를 추려서 아주 극소수 한정판으로 책을 만들어서 선물할지 고려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25. 13:28

하나, 둘, 셋...
따 따 따~~~
빰~ 빰~~~ 빰~ 빰~~~"
라 솔 미 파 도...
보여줘 
아하~ 좋아 
이제 그 밑에 있는 악보 쳐봐
좀 더 빨리
좀 더 천천히
좀 힘있게
...

피아노가 있는 거실에서 월요일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거의 쉼없이 들러오는 소리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학교가 폐쇄되어서 온라인 원격으로 아내가 피아노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학생 여덟 명이 수업을 받는다. 학생 한 명씩 45분 수업을 받는다. 수업간 휴식은 5분이다. 설명하다보면 시간이 좀 길어져서 5분 휴식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리투아니아 음악학교 피아노 수업은 1대1 대면으로 이루어진다. 즉 교사 1명에 학생 1명이다. 


거실에서 온라인 원격 수업을 마친 아내를 인터뷰한다.

"정식 수업과 온라인 원격 수업 중 어느 것이 더 힘드나?"
"온라인 원격 수업이 훨씬 더 힘들다"

"무엇이 힘드나?"
"첫째는 인터넷 속도다. 피아노 치는 손가락이 실시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리의 지속성이 제대로 들리지가 않는다. 치는 순간의 소리는 들리지만 이어지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둘째는 학생이 어떻게 페달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볼 수가 없다. 페달은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고 소리를 지속시켜 그 소리의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셋째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일대일로 대면해서 하는 수업일 경우 두 손으로 보여주면서 10초 설명하면 될 것을 60초나 더 설명해야 한다. 한 손은 피아노를 쳐야 하고 다른 한 손은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한다. 넷째는 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거나 학생의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일대일 대면 수업보다는 온라인 원격 수업이 덜 긴장될 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훨씬 더 긴장된다. 첫째 비대면 온라인 원격 수업 자체가 하나의 큰 장애다. 이런 장애 속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쳐야 할지 늘 긴장된다. 둘째는 마치 공개 수업하는 기분이다. 격리조치 기간으로 출근하지 않는 학부모가 학생 옆이나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언어 선택이나 감정 조절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다른 수업에 비해 피아노 온라인 수업이 더 힘들지 않나?"
"맞아.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수업은 노래나 합창 수업보다 더 힘들다."    

"정식 수업과 온라인 원격 수업 효과를 비교하자면?"
"아무리 열성적으로 해도 온라인 원격 수업 효과는 정식 수업 효과의 50%정도밖에 안된다고 생각해."    

* 아내의 학생이 연주를 하고 있다

"격리 기간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지 않기로 한 도시도 있다고 하는데..."
"리투아니아 음악학교는 자치정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치정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온라인 수업을 하는 곳이 있고 하지 않은 곳도 있다. 제2의 도시 카우나스는 온라인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카우나스 음악학교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지 않고 교사들은 50% 월급만 받기로 했다. 빌뉴스 음악학교는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고 교사들은 정상적인 월급을 받는다."

"온라인 수업인냐? 월급 50%냐? 어느 것을 선호해?"
"가정 살림을 고려하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고 정신적 편함을 추구하자면 월급 50%을 받는 것이 좋지. 온라인 원격 수업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월급 50%만 받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20. 4. 25. 05:10

3월 20일은 국제행복의 날 혹은 세계행복의 날이다. 2012년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매년 이날을 국제기념일로 정했다. 이에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매년 이날 발표한다.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 사회적 지원, 건강한 기대수명, 생활선택 자유, 국민관용성, 부패인식 등을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긴다. 먼저 한국은 2020년 153개국 중 6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권에서는 대만 25위, 싱가포르 31위, 필리핀 52위, 일본 62위, 중국 94위다. 


이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과 서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스위스
4위 아이슬란드
5위 노르웨이
6위 네덜란드
7위 스웨덴
8위 뉴질랜드
9위 오스트리아
10위 룩셈부르크

* 3년 연속 1위를 기록한 핀란드 수도 헬싱키 대성당과 광장

세계행복지수 2020에서 유엔의 지리적 분류에 따른 동유럽 국가은 어느 위치에 있을까를 한번 살펴보았다. 체코가 19위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19위 체코
37위 슬로바키아
43위 폴란드
47위 루마니아
53위 헝가리
73위 러시아
75위 벨라루스
87위 몰도바
96위 불가리아
123위 우크라이나

그렇다면 북유럽에 속하는 발트 3국은 어떨까?
41위 리투아니아
51위 에스토니아
57위 라트비아

* 발트 3국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 전경

동유럽과 발트 3국 국가 중 러시아, 벨라루스, 몰도바, 불가리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모든 국가는 행복지수에 있어서 한국에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24. 06:17

유럽 리투아니아는 보건 긴급사태 선포로 3월 16일부터 아직까지 사회적 격리조치가 시해되고 있다. 곧 부분적으로 완화되지만 5월 11일까지 이미 연장되었다. 얄밉게도 화창한 봄날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앞집 아파트 4층 발코니에 아침부터 윗옷을 다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집 부엌 창가 바로 너머에는 단풍나무가 자라고 있다. 아침 햇살에 연두색이 더욱 빛난다.  


단풍나무 새싹이 돋아났는지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벌써 새싹이 자라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불현듯 오늘은 단풍나무 꽃 구경을 가야지라는 마음이 일어난다. 어렵게 구한 작업용 코입덮개(마스크)로 중무장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 무렵 바깥온도가 영상 10도가 넘어도 보통 겨울철 옷차림을 그대로 유지한다. 아직은 일기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집 근처 작은 공원으로 나간다. 
땅에서는 벌써 노란색 민들레꽃이 활짝 피어나 있다.


단풍나무 새싹이다.


단풍나무의 두꺼운 새싹잎을 뚫고 꽃이 막 피어오르고 있다.


단풍나무 꽃은 밝은 연두색이다.



리투아니아에 주로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는 일명 노르웨이 단풍나무(acer platanoides)다. 
가을이 되면 단풍잎은 주로 노란색이다.


고개를 들어 위로 쳐다보니 맑고 밝은 단풍나무 꽃이 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는 듯하다.  


자연의 세계는 이렇게 좋은 계절을 또 다시 맞이하고 있건만 인간의 세계는 예기치 않게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불안 속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코잎덥개가 불편함을 벌써 느끼게 한다. 내 주변 가까이 사람들이 없지만 그래도 끝까지 벗지 않고 견뎌본다. 

전화기를 평형유지기(짐벌)에 꽂아 4K 영상으로 단풍나무 꽃을 담아본다. 예전처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4. 23. 13:32

슬로바키아에 살고 있는 야나 카메니쯔카( Jana Kamenická)와 그 이웃 나라 체코에 살고 있는 파벨 파블리크(Pavel Pavlik) 에스페란토 친구로부터 슬로바키아의 코로나19 격리수용에 대한 소식을 어제 접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체코, 폴란드, 우크라이나, 헝가리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면적은 4만9천제곱킬로미터이고 인구는 550만명이다. 2019년 1인당 국민총생산은 19,344미국달러(출처)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자동차가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3월 6일 첫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 외국 여행을 가지 않은 52세 남자가 첫 확진자다. 그의 아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다녀왔고 나중에 그는 슬로바키아 0번 환자로 확인되었다. 4월 22일 현재 확진자는 1,244명이고 사망자는 14명이다. 인구 1백만명당 사망자수는 3명(참고로 한국은 5명)이다.   

3월 8일 중고등학교를 임시 폐쇄하고 3월 15일 보건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대중교통과 상점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3월 16일 필수적인 상점만 영업을 허용하고 3월 25일 외출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4월 8일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2020년 2월 29일 국회의원 총선에서 150석 중 53석을 얻어 다수당이 된 평범인당의 이고르 마토비치(Igor Matovič)가 3월 21일 새로운 국무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4월 20일부터 슬로바키아에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격리수용소에서 머무르게 된다. 모든 입국예정자는 늦어도 도착 72시간 전에 등록을 해야 한다. 지정된 격리수용소에서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물러야 하고 결과가 음성인 사람은 추가로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아래는 이 새로운 조치로 인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로 입국한 파벨의 에스페란토 친구 2명(한 명은 슬로바키아 국민이고 다른 한 명은 오스트리아 국민)이 겪은 내용이다. 이들은 국경에서 벌써 격리되어 하루 종일 물과 음식 제공 없이 기다려야 했다. 이들이 배정 받은 격리수용소는 국경에서 212킬로미터 떨어진 반스카비스트리짜(Banská Bystrica)에 위치해 있다. 


입국자들로 가득 찬 버스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무증상 감염자로 인해 커다란 불안 속에 이동했다. 1주일 정도라고 말은 하지만 언제 격리에서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벨은 "나도 체코에서 어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인지 양성인지 그 결과가 단지 10분만에 나왔다. 그런데 슬로바키아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는 명분으로 기약도 없이 사람들을 수용소에서 강제로 가두어 놓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슬로바키아 격리수용소에서 숙박은 국가에서 지원하지만 하루 세끼 식사 비용은 격리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 비용이 20유로다. 격리자가 파벨에게 찍어서 보낸 하루 세끼 음식 사진이다. 


아침 음식 - 차, 샌드위치, 소시지 몇 조각, 버터와 꿀, 빵 한 개 


점심 음식 - 스프, 닭다리 한 개, 감자


저녁 음식 - 고깃국 그리고 밥


파벨은 "슬로바키아 괜찮은 식당에서는 3유로에 넉넉한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음식은 너무 부실하다. 비인간적인 처우가 아닐 수 없다"라면서 또 다시 슬로바키아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다.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격리수용소에서 아예 외부로 나갈 수가 없어 추가 음식도 구입할 수가 없다.    

슬로바키아인 야나는 "저 음식에 20유로는 정말 너무 비싸다. 슬로바키아는 임금이 낮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웃 나라에 가서 일한다. 현재 격리된 사람들의 90%는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 일하고 있던 간병인들이다"라고 덧붙인다.

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보자. 
3월 말 한국으로 입국한 에스토니아 지인의 독일인 친구가 보낸 온 사진이다. 그는 무료식사로 검사 대기 중에는 와플버거를 받았고 격리 첫 날 1인실 숙소에서는 두꺼운 돈까스를 받았다면서 한국의 대우에 크게 감동 받았고 무한 감사를 표했다.

* 사진 김수환 제공

또 한 지인은 모스크바 유학 중 코로나 사태로 한국으로 3월 말 급히 귀국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첫날 격리시설에서 묵었다. 음성으로 나와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는데 관할군청에서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푸짐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세제, 손소독제, 체온기, 마스크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는 사재기 품목 1호 화장지까지 집으로 배달해주었다.

* 사진: 이석훈 제공

한국과 비교해보면 슬로바키아의 격리자에 대한 처우는 참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개선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한 하루속히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길 염원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의 민낯이나 위상이 그대로 온통 드러나고 있다. 재빠르게 가급적 많은 인원을 진단검사하고 증상별로 격리조치를 취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한 국민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모범적으로 코로나 19에 대처한 한국이 단연 돋보인다.
국운융창 세계선도 공생공영 인류평화 
國運隆昌 世界先導 共生共榮 人類平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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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여행2020. 4. 22. 03:13

4월 21일 국경없는 기자회(RWB, Reporters Without Borders)가 "2020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전세계 180개국을 조사해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했다. 언론자유의 제약과 침해 상황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점수가 낮을수록 언론자유도가 높다. 점수는 5등급으로 아래와 같이 나눠진다. 

하얀색: 00-15점 - 좋은 상황
노란색: 15-25점 - 만족스러운 상황
주황색: 25-35점 - 주목할만한 상황

빨간색: 35-55점 - 어려운 상황

검은색: 55점 이상 - 아주 심각한 상황 


이 지수는 언론 표현의 자유도를 측정한 것으로서 각종 현안에서 정치 자유의 척도로도 사용된다. 그러므로 순위는 대체로 정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높고 후진국일수록 낮다. 한국은 42위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 주변 국가로 대만은 43위, 일본은 66위, 중국은 177위, 북한은 180위다. 


선진국들이 많은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상위권이나 중상위권다. 1위는 노르웨이, 2위는 핀란드, 3위는 덴마크, 4위는 스웨덴, 5위는 네덜란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동유럽 국가들과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남유럽 국가들은 언론자유가 주목할만한 상황으로 순위가 48위 이하로 한국보다 낮다. 루마니아 48위, 크로아티아 59위, 폴란드 62위, 그리스 65위, 헝가리 89위, 우크라이나 96위다. 언론자유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가로 불가리아 111위, 러시아 149위, 벨라루스 153위다. 

[유럽의 지리적 구분은 여기 글을 참고]


* 발트 3국에서 언론자유지수가 제일 높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구시가지 모습


자, 그렇다면 50년 동안 소련 지배를 받아오다가 1990년대 초에 독립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발트 3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12.60점을 받은 에스토니아가 14위

18.56점을 받은 라트비아가 22위

21.19점을 받은 리투아니아가 28위


발트 3국 세 나라 모두 23.70점을 받아 세계에서 42위를 한 한국보다 언론자유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20. 4. 21. 19:35

오늘 페이스북 친구들이 CNN 보도라면서 
김정은이 위독하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어느 친구는 김여정 사진을 올리면서 
김정은 후 북한을 이끌 사람이 누굴까라며 댓글을 유도했다.


일단 저런 기사들은 의심부터 한다.
'누군가 혹은 어떤 세력이 환차익이나 주가폭등을 노려서 떼돈을 벌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결국 가짜 소동으로 결말이 날 듯하다[관련글 기사].

또 다른 가짜 소동이 있어 소개한다. 
오늘 또 다른 페이스북 친구는 
러시아인의 낭만주의가 몹시 부럽다면서
러시아인들의 미친 가짜 장난질을 소개했다.

남자친구가 친구들과 짜고 
황당한 상황을 연출해 여자친구를 놀라케 한다.


이제 남자친구가 하얀가루 봉지를 뜯어 
반지를 꺼내 청혼한다.  

그 순간 얼마나 당황했을까?
가장 낭만적이어야 할 순간이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 되어버렸다.

이런 연출을 한 남자친구와의 결혼생활이 앞으로 순탄할까?
아뭏든 잘 되길 바란다.

이 가짜 소동 영상을 보면서 
'역시 러시아는 러시아답다'라고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언론이든 청혼이든 
가짜 놀래키기에 놀래지도 속지도 말아야 하는데 
어찌 그게 쉬운 일인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