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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 한국에 오니 낮에는 리투아니아 초여름 날씨 같다. 어제 익산 원광대학교와 경계를 이루는 거리를 걸어보았다. 노란 은행잎이 밑으로 떨어져 인도를 수놓고 있었다. 청소부 아저씨는 이 은행잎 낙엽을 쓸어다듬는데 여념이 없었다.
3년만에 고국을 다시 찾은 나에게 한국은 이렇게 봄정취까지 선물해주고 있는 듯해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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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공원이나 거리 어디를 가든 수북히 쌓인 낙엽더미를 쉽게 볼 수 있다. 청소부나 혹은 주민들이 긁어모아 놓은 낙엽더미를 보면 마치 무덤이 떠오른다.
저 낙엽무덤에 속수무책으로 가을이 묻히는구나......
해놓은 일은 거의 없는데 이렇게 가을 하나를 또 보내게 되다니, 마음 속엔 아쉬움과 한숨이 교차된다. 남은 가을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한편 리투아니아 가로수는 대부분 보리수나무이다. 노랗게 물든 보리수나뭇잎은 멀리서 보기에 한국의 은행나무잎을 떠오르게 한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놓은 그 어린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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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그야말로 “개 같은” 날씨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안 좋은 날씨를 속된 말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썼다. 양해바람). 늘 우중충한 구름이 덮인 하늘에 자주 비가 내렸다. 다채로움으로 아름다운 가을은 벌써 저 멀리 가버렸나? 중앙난방 아파트는 추워서 양말 두 개를 싣고, 그것도 모자라서 양털 실내화를 신고 지낸다.
하지만 어제 일요일 모처럼 해가 나서 딸 요가일래와 함께 인근 빌뉴스 도심 공원에 산책을 갔다. 역시 가을은 단풍나무가 제일인 것 같다.
“아빠, 난 가을이 정말 좋아. 왜냐하면 너도밤도 주을 수 있고, 그리고 쌀도 나니까 (감자보다 쌀밥을 많이 먹는다는 증거). 아빠는?”
“아빠는 봄이 좋다. 지금 가을은 너무 추워서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아빠는 쌀이 싫어?”
이렇게 도심에서 만난 가을 춥지만 말고 좀 따뜻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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