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8건

  1. 2009.12.18 5분 안에 나온 혈액검사 결과 믿어야 하나 4
  2. 2009.12.17 짜릿함의 진수, 자동차 눈썰매 유행 1
  3. 2009.12.17 곤니찌와, 니하오 대신 안녕을 들어봤으면... 6
  4. 2009.12.07 4개월 만에 17년 중고차를 팔게 된 소감 1
  5. 2009.12.03 유럽에서 처음 구입해 먹어본 한국쌀 반응 1
  6. 2009.12.02 자동차 밧데리 두 개를 가지게 된 사연 2
  7. 2009.11.28 평생 처음 받아본 마사지 후의 결과 2
  8. 2009.11.27 일주일 동안 일본요리 배운 유럽인 요리사
  9. 2009.11.22 은숟가락을 팔아야 하는 친구의 사연 2
  10. 2009.11.14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IRIS)는 "갔다" 2
  11. 2009.11.14 우리 집은 화장실 이어쓰기로 물절약
  12. 2009.11.09 50년 전 북한 고아들을 그리워하는 체코 할아버지 6
  13. 2009.11.09 과일이 상하니, 기분도 상하는 순간이 바로 이 때 2
  14. 2009.11.07 유럽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글 '도시락' 라면 7
  15. 2009.11.07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9
  16. 2009.11.03 신종플루에 대한 유럽 의사의 조언 45
  17. 2009.10.30 유럽인 장모님의 아들, 딸을 낳는 비결 6
  18. 2009.10.27 아내가 새벽에 남편 잠자리를 찾아온 이유 2
  19. 2009.10.26 외국에서 내가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이 때다 19
  20. 2009.10.24 숟가락으로 머리 때리기 놀이 해보세요
  21. 2009.10.22 발코니에 끝없이 나타나는 말벌 어떻게 할까 7
  22. 2009.10.21 아내의 제자들이 방문해 전한 이야기들 4
  23. 2009.10.14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3
  24. 2009.10.11 한국문화 널리 알리는 보행 스님을 만나다 10
  25. 2009.10.06 16년 된 BMW, 1년 유지비가 43만원 3
  26. 2009.10.02 2년 청소 안한 PC 하드케이스 내부 모습 21
  27. 2009.10.02 밤 9시에 총기 점검하러 왔다는 경찰 2
  28. 2009.10.01 아내가 정차중에도 차문을 잠그게 된 계기 6
  29. 2009.09.29 대학교수들의 눈길 끄는 과외 광고 1
  30. 2009.09.23 7년만에 다시 받은 우편엽서, 정감이 솟네 2
생활얘기2009. 12. 18. 07:16

며칠 전 혈액검사를 받았다. 리투아니아에서 혈액검사를 받으려면 관할 보건소를 가든지 아니면 사설 혈액검사소를 가든지 하면 된다. 사회보장증이 없는 사람은 유료로 받는다. 일반 혈액검사(19가지 검사)는 보건소에서는 16리타스(8천원), 사설 검사소에서는 29리타스(1만5천원)이다.

집에서 가까운 사설 혈액검사소를 택했다. 단독주택에 세워진 아담한 검사소였다. 들어가니 나이든 간호사가 검사용 혈액을 채취하고 있는 중이었고, 또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는 아주 친절했다. 리투아니아 간호사들은 어떻게 하나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앞 사람의 혈액을 다 채취한 간호사는 옆 방에 있는 검사실로 병을 넘기고 왔다. 그리고 다시 손을 깨끗하게 씻고 혈액채취를 준비했다. 알코올로 1회용 주사기 바늘을 닦았다. 검사용 혈액을 채취한 후 성함과 생년월일을 물었다. 먼저 등록하고 비용을 내고 핼액을 채취할 것 같았는데, 그 반대였다. 리투아니아어 몇 마디에 큰 호감을 표시했다.

팔을 오무리고고 지혈을 하라고 하고, 검사실로 병을 넘겼다. 지혈이 끝나자 간호사는 밴드를 붙여주었다. 입구에 있는 등록 담당자에게 가니 벌써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 있었다. 지혈하는 시간이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결과나오다니!!!

결과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검사 소요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 때문에 썩 믿음이 가지 않았다. 마음 속에는 "다시 한 번 더 해보세요!"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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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도 안 되어서 나온 혈액검사 결과서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제 수치). 제일 밑에 네모칸에 있는 수치 하나는 한 시간 후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야 했다.

몇 시간이나 혹은 하루 뒤에 결과가 나온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초단시간에 19가지의 검사 결과가 나오다니!!! 이번 혈액검사는 14년만에 받아보았다. 의료기에는 문외한이지만, 그 동안의 눈부신 의료기 발전을 확연히 느끼는 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몸 내부 전체의 상태와 질병 유무를 이렇게 초단시간에 검사할 수 있는 시대도 멀지 않은 것 같다.

* 최근글: 한국 잡채가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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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17. 09:15

한국에도 갑자기 추워졌다. 북동유럽의 여러 나라에도 이번 주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추위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내린 눈은 녹지 않고 있다. 이제 날씨가 영하 5도 내외로 올라가면 언덕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바로 눈썰매를 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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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폴란드 사람들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옛날 추억이 떠올랐다. 90년대 초반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시절이었다. 당시 눈이 쌓인 한적한 마을의 평평한 도로를 찾아 눈썰매를 탔다. 눈썰매는 경사진 언덕에서 타야 하는 데 왜 평평한 도로를 찾았을까? 도로가 직선이면 더 좋다. 그래야 더 안전하고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유는 자동차 눈썰매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눈썰매를 자동차에 묶고 타는 놀이이다. 쌩쌩거리는 바람 속에 눈썰매 타기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폴란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겨울철 놀이인 자동차 눈썰매 동영상을 아래 소개한다.  









담력있는 사람들은 시속 100km 이상으로 이 자동차 눈썰매를 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놀이는 상당히 위험하다. 젊었을 때 외국에서 추억 만들기라는 명목으로 타보았지만, 지금은 못 탈 것 같다.  

* 최근글: 곤니찌와, 니하오 대신 안녕을 들어봤으면... 
               가장 아름다운 폴란드 여성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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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17. 06:23

일전에 '혁대 없애기' 행사를 취재 촬영하려고
리투아니아의 한 초등학교 뜰을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뭉쳐서 건물 밖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마주보는 앞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낯선 동양인을 발견하자,
이들은 하나 같이 지나가면서 "니하오!"를 외쳤다.
이방인을 보니 재미 삼아 인사한 듯 했다.
이들이 외친 "니하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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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하오"를  외친 학생들 사이에 있는 초유스

1990년 처음 동유럽에 와서 여러 해 동안 많은 나라를 방문했다.
그때 특히 지나가는 학생 무리를 만나면 종종 인사를 받게 되었다.
이들의 짧은 인삿말은 어김없이 "곤니찌와" 혹은 "사요나라"였다.
당시 이들은 여행하는 동양인을 대부분 일본 사람으로 여긴 것 같았다.
 
지금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도심 거리를 걷다가
앞에서 만나면 "곤니찌와", 혹은 뒤를 지나치면서
"사요나라"라고 자기들끼리 끼득거리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아주 가끔 "니하오" 혹은 "니하오마"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이 외친 "니하오"라는 말은 의외였다.
하기야 중국제품이 사방에 널러 있고, 수십개의 중국식당이 있는
빌뉴스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여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한 몫한 것 같다.

1990년 서울 올림픽이 2년이 지난 뒤였지만,
이 덕분에 적지 않은 유럽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들과 쉽게 친밀한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된 적을 생각하면
아주 근거없는 추측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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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하오"를 외친 리투아니아 초등학생들

이렇게 낯선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곤니찌와"나 "니하오"를 들을 때마다
이 인삿말 대신 "안녕"이라는 말을 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 관련글: 이방인의 뜻밖의 한국말에 느끼는 단상
* 최근글: 영하 15도 날씨에 비둘기는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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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7. 10:12

며칠 전 시골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으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드디어 팔고자 한 우리 집 중고차가 팔렸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중순에 내놓은 중고차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2001년 2월 당시 아내의 모태에 아기가 자라고 있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무슨 차를 구입할까 고민 끝에 독일차 BMW 5시리즈를 샀다. 주행거리가 20만km인 1992년 생산된 디젤차이다. 엔진 소음이 휘발유차보다 시끄러웠지만, 당시 디젤은 휘발유의 반값이었다. 525 TDS 모델이라 연비가 좋았다. 특히 당시 리투아니아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에어백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차색이 좋아하는 녹색 계통이라 더욱 더 호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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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2월                                                          ▲ 2009년 8월

중고차는 복권이다

미화 5천 달러(2만 리타스=한국돈으로 천만원)를 주고 구입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중고차 사기를 복권에 비유한다. 중고차의 진짜 상태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좋은 중고차를 사는 데에는 좋은 운이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비싸게 주고 구입한 차는 얼마 후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중고차는 복권이다라는 말로 위로해야 했다. 한국돈 200만원을 주고 연료펌프를 새 것으로 교체하자 팔 때까지 9년 동안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차를 더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좀 더 연식이 짧은 중고차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6개월에 걸쳐 새로운 중고차를 지난 8월 20일 구입했다(중고차 살 때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 이렇게 해서 옛 차를 팔아야 했다. 1992년 생산된 차이니 연식이 17년이다. 과연 언제 얼마에 팔릴까...... 개인주택에 산다면 그냥 기념으로 보관하고 싶을 정도로 정이 듬뿍 들었다.        

인터넷 광고로 중고차를 판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에 직접 광고해서 판다. 첫 가격을 한국돈 200백만원에 내놓았다. 1주일 동안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가격을 내리고 내려서 120만원까지 했다. 몇 몇 사람들이 와서 보고 갔지만 구입하지 않았다. 100만원에 파는 것보다 해체해서 부품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라 결론지었다. 그래서 마당이 있는 시골도시 장모님 댁으로 차를 옮겨놓았다.

손재주가 좋은 친척이 약간 정비를 했고 겉치장을 했다. 그 덕분에 장모님은 계속 팔아보자고 했다. 이렇게 중고차를 팔려고 내놓은 지 4개월만에 한국돈 190만원에 팔렸다. 막상 팔렸다는 말을 듣게 되자 문득 우리 가족과 9년 동안 보낸 세월이 떠올랐다. 그 동안 11만km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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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도로에 염분이 많다. 보호 페인트를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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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동안 딱 한 차례 사고가 났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중 왼쪽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가 들이받고 뺑소니쳤다. 경찰조사가 1년이나 걸렸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어렵게 얻은 경찰확인서로 겨우 보험처리되었다. 이 문짝 하나 교체하는 데 든 비용은 한국돈으로 2만원이었다. 똑같은 모델에 똑같은 색깔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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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8월 21일 판매광고 내기 전 기념촬영을 했다.

리투아니아어로 자동차는 여성형 명사인 mašina(마쉬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9년 동안 정든 차를 팔려고 하니 꼭 딸을 시집보내는 느낌이다. 계속 함께 살고 싶지만, 때가 되니 시집보내야 하는 것처럼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교차로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제 새 주인을 만났으니, 사고없이 잘 살기를 바란다.  

* 관련글: 중고차 살 때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
* 최근글: 신종플루 백신에 회의적인 폴란드

               국적 때문 우승해도 우승 못한 한국인 피겨선수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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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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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은 빵과 치즈, 점심은 밥과 미역국, 저녁은 튀김감자와 우유로 했다. 이렇게 네 식구인 우리 집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밥을 먹는다. 아내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지만 쌀밥을 아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은 찰기와 윤기가 없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날아갈 듯하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이런 쌀로 밥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쌀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태국쌀, 이탈리아쌀, 베트남쌀, 중국쌀, 인도쌀, 일본쌀, 이집트쌀 등이다. 여러 차례 한국 방문을 통해 맛본 한국쌀밥으로 인해 아내도 밥의 찰기와 윤기 유무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른쪽 사진: 유럽에서 처음 구입해서 먹어본 한국산 '뜸부기쌀'을 기념으로 사진찍어놓았다.)

지금은 8살 딸아이 요가일래도 찰기가 없는 밥은 먹으려하지 않는다. 비싼 일본쌀을 제외하고는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여러 나라 쌀을 먹어본 결과 이탈리아쌀과 이집트쌀이 상대적으로 찰기가 있다. 그 동안 주로 이집트쌀을 먹었다.

드디어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쌀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리투아니아에서 아시아 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지인이 지난 봄부터 한국쌀을 수입하게 되었다. 덕분에 한국 서산에서 생산된 뜸부기쌀을 구입해서 먹어보았다. 이렇게 윤기가 있는 쌀밥을 우리 집에서 먹어본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처음엔 그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자꾸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빠져들고 만다.

며칠 전 한국쌀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아시아 푸드(Asia Food) 가게를 방문했다. 아시아 푸드는 동유럽에 있는 일본식당과 한국식당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 날 한 대화 내용을 적어본다.

질문: 언제부터 한국쌀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나?
답변: 지난 봄이다.  

질문: 그 전에는?
답변: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을 수입했다.

질문: 한국쌀은 어느 지역 쌀인가?
답변: 지난 봄 서산에서 생산된 뜸부기쌀 20톤 수입해서 다 팔고, 얼마 전엔 강화도에서 생산된 강화섬쌀 10톤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질문: 미국쌀에서 한국쌀로 전환한 이유는?
답변: 사실 수입단가면에서는 한국쌀이 좀 더 비싸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럽으로 쌀수출을 꾀하고 있어 이에 부응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 수입처를 전환하게 되었다.

질문: 식당이나 교민의 반응은?
답변: 식당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교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질문: 바르샤바에서는 한국식품 소매점도 하고 있는데, 현지인 반응은 어떤가?
답변: 소매점 고객은 현지인이 거의 반을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질문: 현지 소매점에 한국쌀 가격은?  
답변: 강화섬쌀 10kg에 부가가치세 포함해서 67즐로티(2만7천원)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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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뜸부기쌀 리투아니아 판촉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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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가게뿐만 아니라 일반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농산물의 빠른 세계화를 기원한다.

이제 유럽연합의 동쪽 변방에 속하는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쌀을 직접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곳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태국, 베트남,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의 농산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마다 한국 농산물이 자리를 잡지 못해 몹시 아쉽다.

지금은 한국인 가게에서 한국쌀 등을 살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농산물의 빠른 세계화를 기원한다.

* 관련글: 국적 때문 우승해도 우승 못한 한국인 피겨선수

* 최근글: 드라큐라 기침법에 5천원 내기를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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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2. 07:52

일전에 차 시동을 걸 때 자주 밧데리 성능이 낮다라는 표시가 안내판에 뜨기 시작했다. 최근 하루 동안 차를 타지 않고 놓아두었다. 결국 다음 날 밧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날씨가 영하 10여도라면 자연 방전으로 여길 수 있지만 요즘 날씨는 영상 5도이다.

전 주인이 언제 밧데리를 교체했는 지도 모르고, 또한 밧데리 성능이 낮다라는 표시도 있고 해서 새 것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가 오기 전에 새 밧데리를 구입해 대비하고자 했다. 일단 방전된 밧데리(25kg)를 힘들게 아파트 집으로 가져와 몇 시간 충전했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집에 휴대용 밧데리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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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집에 휴대용 밧데리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

다음 날 오전 밧데리 가게에 갔다. 점원은 가격 차이가 얼마 되지 않으니 사고자 하는 것(Bosch S4)보다 더 성능 좋은 밧데리(Bosch S5)를 권했다. 주로 시내 주행을 하니 더 성능 좋은 것을 선택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18만원이었다. "아, 이번 겨울에는 밧데리 걱정 없이 보내게 되었구나!"라면서 기분 좋게 무거운 밧데리를 들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다음 날 오후 아내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노래시합 예선전이 열리는 시각에 맞춰 차로 태워주려고 주차장으로 갔다. 웬걸, 문조차 자동으로 열리지 않았다. 더 성능 좋은 밧데리를 그것도 더 비싸게 샀는데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방전되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아울러 분노마저 일었다. 또 힘들게 집으로 가져와 충전해야만 했다.

곧장 이 날 밧데리 가게에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아니, 구입한 지 이틀만에 이렇게 방전되는 경우도 있나? 혹시 하자있는 제품을 판 것이 아닌가?"
"우린 정상적인 정품을 팔았다. 밧데리가 왜 누수되는 지 확인하고 싶으면 100-1000리타스(5만원-50만원) 비용이 들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로 점검해보더니 정상적인 밧데리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혹시 반품이 되나?"
"교환은 되지만 반품은 안 된다. 교환 하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며칠 더 사용해보도록 해라."

이런 일엔 신중한 아내는 어제 다른 밧데리 가게에 가서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이전 밧데리(Bosch S4)의 성능을 점검해줄 것을 부탁했다.
"2007년 제품이네. 아직 멀쩡하네. 새 것을 판 가게가 이 밧데리를 점검하지 않았나?"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탁하지 않았다."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그 가게 사람들이 헌 밧데리를 점검해본 후 새 밧데리를 팔아야지."
그는 20여분간 두 밧데리를 정성껏 점검해주었다.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밧데리 방전은 0.1 정도이어야 되는 데 이 밧데리는 0.9이다. 전기가 어디로 새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 새 밧데리라도 자연방전이 된 경우도 있다. 충전을 최대까지 해주어야 한다."  
"새 밧데리 반품이 안 된다고 하니 혹시 헌 밧데리를 구입할 생각은 있는가?"
"사실 헌 밧데리도 쓸만하다. 꼭 팔고자 한다면 100리타스(5만원)에 구입하겠다."

그는 점검을 무료로 해주었다. 진짝 이 가게에 가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었다. 두 가게의 태도가 이렇게 차이가 났다. 이제 이 가게는 우리의 밧데리 단골가게가 될 것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과연 어디로 밧데리 전기가 흘러나갔을까 생각해보았다. 혹시 트렁크 문이 닫혔지만 꽉 닫히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며칠 더 두고보기로 했다.

"헌 밧데리를 5만원 받고 팔까?"라고 물었다.
"5만원에 파는 것보다 비상용으로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답했다.
"맞다. 영하 20도에는 여분의 밧데리가 아주 도움 될 것이다."
라고 맞짱구를 쳤지만, 무거운 밧데리를 또 집으로 가져 올라갈 생각을 하니 벌써 다리가 후덜후덜거리는 듯했다.

* 관련글: 결혼기념일 아침을 망쳐놓은 밧데리

               국적 때문 우승해도 우승 못한 한국인 피겨선수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기쁨조로 나선 수 백명의 라트비아 금발여인들
               가장 아름다운 폴란드 여성 10인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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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1. 28. 10:29

지천명을 향해 가는 나이에 지금껏 마사지를 받아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다. 물론 힘든 일을 해서 허리나 등이 앞을 때에는 옆에 있던 친구들이 가끔 해준 적은 있었다. 결혼해서는 아주 가끔 아내가 허리를 주물러줄 때도 있다. 딸아이가 커자 이젠 딸아이가 가끔 허리 위로 올라가 짓눌러준다. 때론 허리가 운동장인듯 뛰는 탓에 부탁하기가 무섭다.

평생 업소에 가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은 리투아니아도 한국도 아닌 중국이었다. 2005년 12월 초순 국제 자연치료사 에스페란토 대회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 때 참가자 몇 분들과 함께 마사지 전문업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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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받은 마사지는 등마사지였다. 작은 검은 돌을 긁어내리면서 하는 마사지였다. 받으니 아주 개운했다. 그런데 내 등을 본 친구는 깜짝 놀랐다. 긁어내린 자리가 온통 붉은 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등을 보니 흔적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아프지가 않았으니, 세게 눌린 것이 아니였다. 평생 처음 받아본 마사지 후의 결과는 이렇게 마치 숨어있는 하얀색 뼈가 밖으로 튀어나와 붉은색으로 변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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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의 추궁(?)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찍어온 사진들이 있어 해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 최근글: 눈덮힌 도로에서 생생한 자동차 충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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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2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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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수요일까지 우리 집에 리투아니아인 아내의 천척 한 명이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리투아니아 제3의 도시이자 유일한 항구도시인 클라이페다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빌란다스(22세)이다. 어느 날 밤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질문: 리투아니아에서는 어떻게 요리사가 되나?
대답: 10학년을 마친 후 3년 요리전문 학교에서 배워서 요리사가 된다. 12학년을 마치고 오면 2년을 배운다. 1년을 단축할 수 있으니 요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10학년을 마치고 바로 요리전문 학교에 간다. 한편 식당에서 직접 배워 요리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질문: 요리전문 학교에 가고자 하는 학생이 많은가?
대답: 예전에는 많았는데, 근래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대부분 주위 학생들은 12학년을 마치고 서유럽으로 가고자 한다. 요즘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회사 경영이나 관리직에 일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하는 것이 유행이다.

질문: 서유럽으로 가고자 할 때 요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가면 더 좋지 않은가?
대답: 그렇지만 외국어가 문제이다. 외국어를 잘 하면 요리사 자격증이 아주 유리할 것이다.

질문: 서유럽에서 요리를 배워오는 것도 좋지 않은가?
대답: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전에 한 식당에 근무했을 때 이야기다. 영국에서 2년간 제과점에서 일한 요리사가 있었다. 그는 빵제조법은 거의 모르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빵을 데워서 짤라주는 일만 알았다.

질문: 리투아니아 요리사들의 근무시간은 보통 어떻게 되나?
대답: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요리사도 있지만, 요리사들이 협의해서 결정한다. 내 경우엔 보통 4일 일하고 4일 쉬었다. 하루 근무시간은 보통 12시간-16시간이다.

질문: 리투아니아 요리사들의 임금은 어떻게 되나?
대답: 클라이페다 지방에서 평범한 요리사들은 보통 하루 100-140리타스(5만원-7만원)를 받는다.

질문: 어떻게 일본요리를 배우게 되었나?
대답: 요즘 같은 겨울철엔 요리사로 일자리를 얻기가 정말 어렵다. 다행히 클라이페다 일본식당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소개해줘 일본식당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일식요리는 전혀 모르지만 배워서 하기로 했다.

질문: 배워보니까 어떻나?
대답: 마끼, 수시 등은 배우기가 다소 수월했지만, 생선잡기는 참 힘들었다. 이 모두가 자꾸 해보면 실력이 쌓일 것으로 믿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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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에도 열심히 일본요리법을 공부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요리사 빌란다스(22세)

이렇게 빌란다스는 빌뉴스에 일주일 파견나와 일본요리법을 배워갔다. 깊이 있게 배우지는 못해지만, 배운 기본을 잘 터득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일식은 일본인이나 동양인이 아니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다음 번 클라이페다 방문 때에는 그가 일하는 일본식당을 찾아가봐야겠다.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
* 최근글: '다리 개', 동물학대로 최초로 징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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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22. 06:32

집 근처에 있는 한 광장에는 매주 토요일 골동품 시장이 열린다. 날씨가 좋은 여름철엔 아침 산책길에 종종 들러곤 한다. 굳이 무엇을 사고자 하는 것보다는 어떤 옛 물건들이 있나 궁금하다. 고서, 동전, 기념뱃지, 은수저, 차주전차, 가구, 농기구 등등 다양하다. 어제 낮 바로 이 골동품 시장에 있다면서 친구가 전화를 했다. 시간 있으면 우리 집에 들러서 차라도 마시고 갈 것을 권했다.

"골동품에 관심 있어 갔니?"
"돈이 부족해 뭐 좀 팔아보려고."
"뭔데?"
"은숟가락."


그는 가방에서 은숟가락 두 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하나는 차숟가락, 다른 하나는 국숟가락이었다. 가격이 궁금했다. 적정가격은 차숟가락은 50리타스(2만5천원), 국숟가락은 100리타스(5만원)라고 했다.

"자네 같은 외국인이 오면 가격은 2-3배로 뛴다."
"그러니 내가 골동품 시장을 가지를 않는다. 불황인데 골동품 가격도 떨어지지 않았나?"
"세계 어디든지 언제라도 은은 은이다." (불황에 관계없이 은은 은값을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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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골동품 시장

왜 골동품을 간직하지 않고 팔려고 하느냐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그는 두 직장을 동시에 다니고 있다. 하나는 부동산 중개업소이고, 다른 하나는 보험회사이다. 부동산 매매 수수료가 수입인데 불황으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버려 거래가 사라진 상태이다. 그러니 수입이 없다. 보험회사에서는 적은 기본금에 실적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실적이 없으면 이 기본금마저도 받지를 못한다. 실직자는 늘어나고, 월급은 자꾸만 줄어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가 직장을 가진 소련시대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때는 길거리에서 검문해서 직장을 다니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 곧 일자리를 주는 시대였다. 적어도 걱정 없이 먹을 빵은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서 이 쓰레기통 저 쓰레기통을 전전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부자는 없었지만, 우리 같은 평민들은 모두가 비슷한 월급에 비슷비슷하게 마음 편하게 살았다.  

"그렇다면 공산당에 표를 찍을 거니?"
"과거의 좋은 것은 버리지 말고 그대로 이어가자는 것이다."


자유와 경쟁이 주를 이루는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 모두가 직장과 기본적인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았던 소련 시대의 요소를 함께 구현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돈이 부족해 은숟가락을 팔아야 하는 친구에게 어제는 따뜻한 차를 대접했지만, 다음 번에 오면 따뜻한 밥을 대접해주고 싶다.

* 관련글: 불황 속 가게로 손님 끄는 법
               경제 불황엔 이런 노래가 뜬다
* 최근글: 시청자를 매료시킨 8살 아이의 춤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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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14. 09:31

아이리스(IRIS)는 지난 10월 14일부터 KBS 2TV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방영하는 드라마이다. 제2차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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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첫 방영의 TNS 시청률이 24.5%으로 기록하고, 매회마다 상승해 11월 12일 33.7%까지 올랐다(위키백과 참고). 아이리스는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에 살고 있다는 핑계로 한국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아이리스에 대한 글을 보게 되니 조만간 꼭 한번 봐야겠다.

"아이리스"라는 한글로 표현된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무식해서 그런지 "eyeless"(눈이 없는, 맹목적인)라는 영어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아이리스"를 "iris"로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이 "iris"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해서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검색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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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후 사전

여러 가지 뜻이 있었다.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눈빛을 보니 아이리스는 홍채, 적외선 경보 시스템, 신들의 심부름꾼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아이리스를 보면서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방영되는 드라마인데 왜 한국어 대신 외국어로 제목을 달았을까라는 의문이 또 생긴다. 좌우간 한국은 외국어 제목 붙이기가 이미 고질병이 된 듯하다.

세계 어디서나 만국공통 단어일 것 같은 햄버거는 리투아니아에서는 "고기가 들어간 빵"이란 뜻인 "메사이니스"라는 순수 리투아니아어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외국어로 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제목을 볼 때마다 인구 340만명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가 쏟고 있는 자국어에 대한 애정이 늘 가슴에 와닿는다.

참고로 "iris"는 에스페란토의 "iris"와 철자 한 자 틀리지 않고 똑 같다. 그렇다면 에스페란토에서 "iris"는 무슨 뜻일까? "갔다"라는 뜻이다. 이제 한국의 고질적인 외국어 제목 붙이기가 "IRIS"(갔다)라고 허무맹량하게 생각해본다.

* 관련글: 이글 아이를 보면 한국어가 사라진다
* 최근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진 여성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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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14. 07:21

우리 집 식구는 모두 네 명이다.
엄마는 수요일과 금요일에만 직장인 음악학교를 간다.
아빠는 촬영이나 취재가 없는 날을 제외하고는 늘 집에 머문다.
큰 딸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보통 오후 2-3시에 집에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면 남자친구가 외국에서 유학중이라
늘 인터넷 온라인으로 같이 사는 듯이 지낸다.
작은 딸은 초등학교 2학년으로 보통 오후 1시에 집에 돌아온다.

부부가 매일 직장을 다니는 가정보다
식구 전체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이는 곧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물의 량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집 물사용량에 관해 얘기하자면,
한달에 평균적으로 냉수가 6m3이고, 온수가 4m3이다.
도시 중앙난방이기 때문에 온수와 냉수 사용량을 각각 계산한다.
m3당 냉수는 4리타스(2천원)이고, 온수는 14리타스(7천원)이다.
한달 평균 온수와 냉수 사용료가 한국돈으로 4만원이다.

수도검침원이 매달 방문하지 않고
가정마다 한달 사용량을 직접 확인해서 요금을 낸다.
아주 가끔 불시에 검침원이 와서 정직하게 사용량을 적는 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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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조통은 오래 전부터 2/3만 물로 채워진다.

가급적이면 물을 아끼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는
오래 전부터 수조통 물높이를 원래 높이의 2/3정도에 맞추어놓았다.
화장실 물을 아끼려는 노력 중 또 하나의 결과로
우리 집에서 아래와 같은 대화가 자주 들린다
 
"크냐? 아니면 작냐?"
"작다."
"그럼, (수조통) 물 내리지 마. 내가 내릴 께."

"누가 화장실 사용할 거니?" 먼저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묻는다.
있다면 다음 사람이 물을 내리도록 한다.
이렇게 화장실 이어쓰기로 우리 집은 조금이나마 물을 아끼려고 한다.
 
* 관련글: 엽기아빠의 화장지 절약법 알리기
               최첨단 화장실 갖춘 버스정류장 등장
               소변보는 규칙을 걸어놓은 이색 화장실
* 최근글: 신종플루로 취소된 행사, 스카이프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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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9. 08:15

일전에 "폴란드에 북한고아원이 있었다구?"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체코를 방문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체코는 여러 번 다녀왔다. 그 중 두 번이나 수십년 전에 한국(북한) 사람들을 가르친 체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는 1990년 10월 16일이다. 장소는 프라하 남쪽에 있는 '보로틴'이라는 시골마을이다. 당시 에스페란토를 하는 교사 부부 초청을 받아 외국인 방문객이 거의 없는 이 한적한 시골을 가게 되었다. 방문 중 어느 날 바로 옆집에 사는 학교 교장 선생님이 초대했다.

거실 탁자에는 사진첩이 놓여있었다. 집에서 직접 구은 빵과자와 만든 배 발효주로 대접을 받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 교장 선생님 부부는 특히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바로 한국전쟁 때 체코에서 북한 고아들을 보살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당시의 추억을 전해주었다. 그 사진첩에는 북한 아이들과 함께 한 시절의 사진들이 빽빽히 꽂혀 있었다. 마치 당시의 북한 어린이가 자라서 돌아온 양 기뻐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에서 북한 사람을 만나기도 무섭지만, 북한 관련 이야기를 듣만 것만 해도 왠지 두려움과 경계심이 앞섰다.

이들 부부는 북한 아이들이 아주 착하고, 똑똑하고, 참 예절이 발랐다고 회상했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남북한 냉전시대의 떠돌이 여행객이 할 수 있는 말은 "언젠가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수소문하는 데 도와주겠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2002년 10월 프라하 근처에서 열린 에스페란토 학술회의에서 또 다른 체코 사람을 만났다. 자기소개 시간에 한국 사람이다고 하니 다가와서 손을 꼭 잡으면서 기뻐했다. 사연인즉 그 또한 한국전쟁 때 체코에서 북한 고아들을 보살폈다.

그는 적십자가 운영하는 리베쉬쩨 고아원에서 1953년 북한 고아들을 보살피고 가르쳤다. 그도 첫 번째 만난 교장선생님 부부처럼 북한 아이들이 참으로 똑똑하고 착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하니 당시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은퇴한 철도 엔지니어는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체코 철도지도를 초유스를 여행자라 생각하고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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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철도지도 위 왼쪽 상단에 "1953년 리베쉬쩨에서 한국 고아들을 보살핀 사람이 한국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다"고 직접 써주었다. 그도 기회가 되면 당시의 북한 어린이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이 두 번의 경우를 봐도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국의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체코 사람도 그리움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식 전하고 싶을 때 아무런 제재없이 전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을 때 아무런 제재없이 만날 수 있는 그런 날이 한반도에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 최근글: 세상은 넓고, 돈 세는 방법은 다양하다 (세계 각국의 천차만별 돈 세는 법)
               도심의 아파트 창문가에 나타나는 산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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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9. 06:23

요즘 슈퍼마켓 과일 판매대에 가면 가장 군침을 돋게 하는 과일은 다름 아닌 석류이다. 어릴 때 집 뒷마당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 새콤하고 달콤한 맛은 수십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어 석류를 볼 때마다 사고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석류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판매되는 석류는 대부분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그래서 값이 비싼 편이다. 1kg당 16리타스(9천원)이지만, 요즘은 제철이라 6리타스(3천원) 한다. 한국에서도 자라는 과일을 살 때에는 늘 아내 대신 고른다. 석류도 마찬가지다.    

검붉은색과 선홍색 사이에 있는 붉은색 석류를 고른다. 하지만 고민 끝에 고른 석류가 매번 잘익은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며칠 전 구입한 석류는 겉보기에 아주 잘 익어보였다. 집에 와서 칼로 짤라보니 완전히 반은 섞어있었다. 이날 석류 3개를 샀는데 두 개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하나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벌써 상했다. 특히 값이 싸졌으니 석류를 사자고 우긴 경우라 아내에게 몹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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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석류뿐만 아니라 단단한 껍질로 인해 속을 확인할 수 없는 과일을 사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긴다. 속이 상한 과일로 기분까지 상하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지금껏 유럽에 살면서 상한 과일로 가게에 가서 항의한 적도 없고, 항의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겉이 멀쩡하고 속이 상한 것이 어찌 이 석류뿐일까? 상한 석류를 보면서 자신을 한번 살펴보게 된다.
 
* 최근글: 일본 하이쿠에 한국 시조의 세계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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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7. 07:51

유럽연합의 동쪽 변방국인 리투아니아 슈퍼마켓에서 파는 한국음식은 그 동안 없었다. 하지만 "MORKOS KOREJIETIŠKA"(한국식 당근)이라는 리투아니아어 이름으로 파는 당근 샐러드 음식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을 즐겨 먹는다"를 참조하세요.)

지난 목요일 평소 자주 가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면 종류 판매대 옆에 처음 보는 네모난 플라스틱 통으로 된 물품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리투아니아 슈퍼마켓에서는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아. 로마자가 아닌 키릴문자로 된 상표명이 생소했다. 어떤 신제품이 등장했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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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불가리아를 여행하면서 조금 익힌 실력으로 키릴문자를 읽어보려고 했으나, 끝부분 밑에 선명하게 한글로 '도시락'이 써여 있지 않은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한국음식을 직접보는 만큼 한글로 된 음식을 만나자 기분이 좋았다. 이는 값의 여부를 떠나 이 물건을 주저함없이 장바구니에 담게 했다. 참고 삼아 가격을 이야기하자면 1.99리타스(약 1000원)이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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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물을 끓여서 '도시락' 라면 맛을 보았다. 면은 한국에서 먹어봤던 즉석 라면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고추장을 풀어서 먹으니 한국에서 먹던 그 컵라면 맛에 견줄만 했다. 이곳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도시락' 즉석 라면을 사먹을 수 있다니... 잔잔한 감동이 라면의 김따라 위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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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도시락' 라면이 이제 리투아니아까지 넘어왔다. 여기서도 인기몰이 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즉석 라면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도시락'을 떠올리는 날이 오고, 이 제품 키릴문자 이름 '도시락' 밑에 있는 작은 글자 그림이 '한글'임을 알기를 바란다.

* 관련글: 해외에서 나 홀로 집에서 먹는 추억의 라면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을 즐겨 먹는다
* 최근글: 남의 헌옷을 생일잔치에 입으려는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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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7. 07:17

하이쿠는 17음절로 된 일본의 정형시이다. 한 줄로 쓰기도 하지만, 보통 3줄로 된 짧은 시이다. 3줄은 각각 5음절, 7음절, 5음절로 구성된다. 주로 자연을 기술한다. 하이쿠는 읽은 사람들로 하여금 선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이쿠는 자연을 기술만 하고, 논평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이는 독자의 몫이다.

이 하이쿠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한국에서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원불교 교전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진행했다. 그때 번역 윤문 작업에 참가한 스페인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일본에 유학했고, 일본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가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가 일본의 옛 하이쿠로 스페인어로 번역한 책이었다.

스페인어로 된 하이쿠 책! 하이쿠와 스페인어에 문외한 사람에게 이 책은 그 동안 서고의 기념품으로만 남았다. 그러다가 2007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대회 일일 신문을 꼬박 읽었다. 이 신문에 하이쿠에 대한 강연 기사가 있었고, 관련 웹사이트가 적어져 잇었다. 2003년의 하이쿠 단어가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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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에도 하이쿠 애호가들이 활발하다. 빌뉴스 2009년 유럽 문화 수도를 기념해 발간한 "빌뉴스를 위한 하이쿠" 책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하이쿠처럼 시조를 읊을 날이 올까?

이후 종종 하이쿠를 에스페란토로 써보곤 했다. 계절과 느낌을 17(5+7+5) 음절에 딱 맞게 기술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 흥미로웠다. 하나의 하이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때론 하루를 꼬박 시름하기가 했다. 왼쪽은 에스페란토 언어이고, 오른쪽은 이를 번역한 것이다.
             Jen kandelaro                     촛불 무리가
             fajras tombejan nokton —    묘지밤을 밝힌다 —
             vintra komenco                   겨울의 시작  (11월 1일은 묘지에 촛불을 밝히는 날이다)  

             Soras la blanko                   파란 하늘에  
             sur la ĉiela bluo,                  하얀 색이 떠올라  
             galopas hejmen.                 집에 달린다.

             Malantaŭ nubo                   구름 뒤에는
             la brila bela suno                 빛나고 예쁜 해가
             ĉiame lumas.                      늘 빛을 낸다
.
 
이렇게 에스페란토로 일본의 하이쿠를 지을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정형시 시조때문이다. 오래 전에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노산 이은상의 시조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아직 에스페란토 초보자라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일본의 하이쿠를 접하니 이제서야 노산의 에스페란토 시조집이 공부하고 싶어진다. 책부터 구해야겠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한국의 시조를 열심히 공부해서 에스페란토로 직접 시조를 써보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조의 세계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한국의 시조도 일본의 하이쿠처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영어 홍수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에스페란토
* 최근글: 유럽 슈퍼마켓에서 만난 한글 '도시락'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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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1. 3. 07:13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 마르티나가 몇 일 학교를 빠졌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의사의 건강진단서가 필요했다. 공교롭게도 출발하기 전에도 감기가 들어 보건소를 방문했다. 그리고 여행지인 영국과 리투아니아의 기온 차이 등으로 또 감기가 들었다. 굳이 의사에게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수업불참 이유를 쉽게 증명할 수 있었다.
 
마르티나는 수학 과목을 제일 걱정했다. 선생님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선생님은 그 동안의 과제를 알려주면서 숙제를 해오는 것으로 수업불참을 대신하게 했다.

이날 아내는 딸과 함께 보건소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보건소에는 주소별 주민을 담당하는 의사가 있다. 일단 이 담당 의사가 일차적으로 진찰한다.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담당 전문의에게 가도록 의견서를 써준다. 아내는 신종플루에 대한 의사의 조언을 구했다. 아직 리투아니아에는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 가족 담당 의사의 말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신종플루는 일반 계절감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일반 감기가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감기 들면 일단 집에서 푹 쉰다. 열이 있으면 열을 내리도록 하고, 보리수꽃잎차, 나무딸기차 등을 가능한 자주 마신다. 마늘, 레몬 등을 자주 먹는다. 불안해 하지 말고 일반 감기에 대응하듯이 침착하게 하면 된다. 마요르카 에 간 딸이 신종플루 증세를 가졌는데 일반 감기처럼 대응하니 건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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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가 막히고 목이 따가울 때 주식인 감자를 삶은 뜨거운 물에서 나오는 김을 깊숙히 마시고 있다.

보건소 의사의 말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등에서 펴지고 있는 신종플루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불안해 하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평상심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적어도 의사 처방없이 살 수 있는 해열제 등 기본 의약품을 추가로 조만간 구입하기로 했다.

현재 리투아니아에서는 5일치 복용량 타미플루 10정 가격이 120리타스(6만원)이다. "일반 감기나 독감 정도라면 왜 온 세계가 난리법석을 뜨는가?"라는 아내의 물음에 담당의사는 "제약회사, 병원도 먹고 살아야지."라고 농담조로 답하면서, "부자만이 사서 먹을 수 있는 약이니, 평소 건강관리 잘 하고 예방하는 것이 최고다."고 덧붙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보건소 진료는 무료이지만, 약은 유료이다.

농담처럼 들린 의료계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전해들으면서 적어도 사람들의 질병을 이용해 부당이득이나 폭리를 취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 관련글: 신종플루 백신 없는 나라에서 감기든 딸아이
               리투아니아의 감기 민간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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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30. 07:00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사는 한 지인은 임신 말기쯤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태아가 딸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태어날 딸아이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출산준비물을 마련했다. 그런데 태어난 아기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 이들 부부는 다시 아들아이에 필요한 물건을 사야 했다.

2009년 리투아니아 출생율은 인구 1000명당 9.11명(한국은 8.93명)이다. 2004년 8.62명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2009년 리투아니아 출산율은 여성 1명당 1.23명(한국은 1.21명)이다. 이 또한 2004년 1.19명에서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 출생율과 출산율은 세계 221개국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08년 리투아니아 인구 성별 구성은 여성이 53.5%이고, 남성이 46.5%이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첫 아이가 아들이기를 바라지만, 리투아니아는 현재 여성이 더 많은 성별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장 이상적인 자녀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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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장려를 위한 아이 기어달리기 시합 (관련글: 여기로)
 
모태에서 자라는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누구나 궁금할 것이다. 이는 출산준비나 이름짓기와도 관련이 있다. 어젯밤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지인의 득남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와 장모와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래서 과거 초음파 검사가 없었을 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떻게 태아의 성별을 예측했을까라고 물었다. 장모님은 몇 가지를 얘기했다.

* 임신 중 입덧이 심하면 딸일 확률이 높다.
* 아내가 임신 중일 때 남편이 예전보다 부엌일을 덜 할 경우 딸일 확률이 높다.
* 임신 중 윗배가 더 불어 오르면 아들이고, 아랫배가 더 불어 오르면 딸이다.
* 임신 중 신 음식을 좋아하면 아들이고, 단 음식을 좋아하면 딸이다.


이어서 장모님은 결혼하기 전 아들 둘, 딸 둘 낳기를 원했는데 결혼 후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서 자신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경험이 100% 맞아서 확신에 찬 말이었지만, 아내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 비결까지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평했다.

장모님의 비결은 간단했다. 생리 후 사랑으로 수태되면 아들이 태어나고, 생리 전 사랑으로 수태되면 딸이 태어난다. 이에 옆에 있던 아내가 정자가 체내에서 배란될 난자를 기다려서 수태되면 아들이 태어나고, 배란된 난자가 정자를 기다려서 수태되면 딸이 태어난다는 뜻이 아닐까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이것에 대한 과학적이나 통계적 근거가 있는 지는 모른다. 이는 오로지 장모님의 믿음이다.)

"아이구, 장모님, 그 좋은 비결을 이제서야 알려주시나요?"라고 7살 된 딸을 둔 사위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 때 자네가 묻지 않았으니, 당연히 말하지 않았지."라고 말하면서 장모님은 "젊은 사람들은 늙은 사람들에게 항상 조언을 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데 요즈음은 그러하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장모님의 아들, 딸 낳는 비결에 대해 글을 쓴다고 말하니 독일에서 블로그 활동하는 비르케님이 자신의 앎을 하나 알려주었다. 그에 따르면 아들 낳으려면 고기를 안 먹어야 한다. 리투아니아 이야기 중 아내가 임신 중일 때 남편이 예전보다 부엌일을 덜 할 경우 딸일 확률이 높다라는 것이 흥미롭다. 이는 태아 성별보다도 임신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부엌일을 많이 도와주어라는 뜻으로 들린다.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출산 장려를 위한 아기 기어달리기 시합 (동영상)
* 최근글: "아빠, 호랑이가 손가락을 물었어. 도와줘!"
               4년만에 캐낸 호두나무, 인삼을 빼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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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27. 06:48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하다보니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고요한 늦은 밤에 일을 하는 것이 하루 중 제일 편하다. 그러다가 보니 늘 잠드는 시간은 다른 식구들보다 훨씬 늦어진다. 침실에는 이미 아내와 작은 딸아이 요가일래가 한 침대에 자고 있다.

자기 침대가 버젓이 옆에 놓여있지만, 요가일래는 부모 침대에서 편하게 놀다가 잠이 든다. 딸아이의 고소한 잠을 방해하면서 침대로 옮기는 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부모 침대보다 다소 불편한 침대에 딸아이를 재우려하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한편 아내와 딸아이 둘 다 저음을 듣는 데는 귀신이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 잤다고 불평하는 날이 더러 있다.

그래서 대부분 일방(서재)에 있는 침대에서 따로 잠을 잔다. 밤 12시경 자는 식구들은 주중에는 7시에 일어나고, 주말에는 보통 10시에 일어난다. 어제 월요일은 임시 방학의 첫날이다. 새벽 설잠에 잠간 눈을 떴는데 방문에 흰색 옷을 입은 사람 형체가 서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너무 놀라서 무서운 생각보다는 멍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차츰 그 흰색 옷이 다가와 침대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제는 멍한 상태가 공포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잠시 후 흰색 옷의 정체는 아내로 밝혀졌다. 10년을 같이 살면서 새벽에 잠자리로 아내의 방문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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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현재 남친을 방문하고 웨일즈 애버리스트위스(Aberystwyth) 전경 (사진: 베르세쯔카이테)

"무슨 일?"
"손발이 오므라들고 심장이 요동친다."
"이 새벽에 무엇 때문에?"
"마르티나(큰 딸)가 임신을 한 꿈을 꾸었어. 그 꿈에서 막 깨어나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사지가 부덜부덜 떨렸다. 더욱이 마르티나는 지금 가 있는 애버리스트위스가 자기가 바라던 환상의 도시라고 하니 그 기분에 취해서 부주의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마르티나가 우리보다 더 잘 안다고 했으니 믿어야지. 상상으로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안하는 것이 좋다.증거없이 상상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하지 말자. 상황에 무덤덤한 마음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


사실 아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영국 대학에 유학가 있는 남자친구에게 비록 잠시지만 혼자 보내놓았으니 마음 편한 순간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영국에는 멀지 않아 13세 아빠와 14세 엄마가 탄생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니 딸을 보내놓은 엄마의 마음이 꿈에서조차 편할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보냈으니 올 때까지 모든 근심 걱정거리를 잊어버리는 것이 본인 건강에 더 좋다.

이날 아침 아내는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인 skype에 딸아이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이어서 걱정마라는 딸아이의 말에 아내는 안심이 되었고,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바로 이런 것이 딸 가진 세상의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마음고생일 것이다. 

* 관련글: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피임 꼭!"
               유학 떠나는 10대 딸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 최근글: 자신의 치아로 고전음악 연주 화제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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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26. 08:13

이제 내년이면 해외생활을 한 지 20년을 맞는다.1990년 유럽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약간의 공백을 거쳐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렇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여러 경우가 있다. 그 중 한 경우가 바로 뜨거운 음식이다.

리투아니아인들의 일상 음식은 이렇다. 아침은 빵에다 버터를 바르고, 치즈나 훈제된 소시지를 얹어서 먹는다. 낮에는 요리된 고기, 감자, 야채, 그리고 샐러드 등이다. 저녁은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끔 곡물죽을 먹는다. 한 마디로 이 모든 음식이 따뜻할 수 있지만, 뜨겁지가 않다.
 
아내가 리투아니아인이다. 된장국이나 김치국을 끊여놓으면 아내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은 모두 이 국이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퍼놓은 밥도 조금 식은 후에 먹는다. 그러므로 이런 뜨거운 음식이 식탁에 오르면 우리 집 식구들의 식사시작 시간은 제각각이다.

쇠숟가락을 통해 느끼는 국의 뜨거움과 쇠젓가락을 통해 느끼는 밥의 따끈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언젠가 한번 시도해볼 것을 권했는데, 오히려 혀가 데였다고 원망만 들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면 절로 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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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빌뉴스에 사는 한 한국인 친구가 돌솥을 선물로 주었다. 이 돌솥을 보자마자 수년 동안 잊고 지내던 돌솥비빔밥이 떠올랐다. 그 후 지금까지 매일 심지어는 하루 세끼를 다 이 돌솥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특히 먹으면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이나 여전히 따뜻한 밥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한국인임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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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돌솥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빠에게 7살 요가일래가 물었다.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어렸을 때부터 먹어서 그렇지."
"나도 어린데, 왜 나는 먹지 못하지? 아마 아빠는 진짜 한국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너도 조금만 더 크면, 먹을 수 있어."
"그러면 나도 진짜 한국사람 된다. 아빠, 맞지?"
"당연하지."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 최근글: 대학생, 5분만에 짝 찾으면 호텔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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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24. 10:14

언젠가 모임에서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놀이 하나를 배워왔다.
집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식구들을 모아놓고 배운 것을 써먹었다.

아직 이 놀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주말 가족이 함께 모여 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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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간단하다.
두 사람이 각각 숟가락을 입에 물고
번갈아가면서 상대방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때 주변의 한 사람이 손에 솓가락을 숨겼다가
한 사람 대신에 상대방의 머리에 이 숟가락으로 때린다.
참고로 아래 유튜브 동영상을 소개한다.

이 놀이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금방 상대방이 자신의 숟가락 위력과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끼기 때문이다. 제 3자 개입을 눈치챌 때까지 놀이는 지속된다. 단순한 놀이이지만, 한 순간의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 물론 제 3자는 너무 세게 때리면 안될 것이다. 쇠숟가락보다는 나무숟가락이 좋다.

* 관련글: 7살 딸아이의 나무아미타불 놀이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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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22. 06:21

일주일 전 "용도폐기된 숫벌의 최후에 가슴이 섬뜩" 글에서 우리 집 발코니에 나타난 말벌 이야기를 했다. 발코니는 창문으로 닫혀 있다. 해가 쨍쨍하던 어느 날 창문에는 10여 마리의 말벌이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서 얼굴에는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말벌 한 마리 한 마리를 살아 있는 채로 밖으로 내보냈다. (사진: 발코니 벽면을 기어오르는 말벌) 

그 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한 두 마리씩을 그렇게 내보내고 있다. 발코니는 침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말벌에 대한 딸과 아내의 두려움 때문에 요즘 거실을 임시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바깥 날씨가 추워지면 말벌도 자연히 사라지겠지라고 기대했다.

어제 새벽 욕실로 들어가려고 불을 켜는 데 바닥에 말벌 한 마리가 힘없이 기어가고 있었다. 비록 나약해 보였지만, 이것을 아내와 딸이 보았다면 얼마나 놀랬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이제 발코니에서 욕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말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창문을 닫아놓으면 발코니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인데 말이다.

최근 중국에는 약초를 캐던 어머니를 따라 두 자녀가 산으로 갔다. 말벌떼의 습격을 받자 어머니는 두 아이들을 품에 안고 말벌의 공격에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딸은 끝내 말벌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으로 우리 집 발코니 말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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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는 이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를 모르고, 이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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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능숙한 젓가락질이 말벌을 강제퇴거시키는 데에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날씨 좋은 날을 택해 발코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드러내고 벽면 틈새를 살펴봐야겠다. 물론 응급처치용으로 식초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심의 아파트 발코니에 말벌이 공존하니 갑자기 첩첩산중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추운 날씨에 미안하지만, 강제퇴거시키기 전에 말벌이 자진퇴거해주면 제일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말벌이 어디에서 들어온 지 모르고, 말벌은 자신이 어디로 나갈 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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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21. 10:12

아내는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친다. 보통 한 아이를 맡으면 약 5-7년 내내 일대일로 피아노를 가르친다. 음악학교는 방과 후 개인별 교육과정이라 학생들간 유대감은 일반학교보다 떨어진다. 그리고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간 정도 그렇게 끈끈하지 못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 중 아내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는 제자들이 있다. 이들 중 두 사람이 최근 우리 집을 방문했다.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는 남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친구간이라도 그렇게 흔하지가 않다. 아침부터 아내는 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거실을 가지런히 정리했고, 오면 대접할 차나 커피와 다과를 준비했다. 이들이 도착하자 아내와 함께 현관문에서 맞았다. 남녀 한 쌍인 이들은 현재 연인이다. 여자 제자는 시모나는 빌뉴스에서 대학교을 다니고, 남자 제자는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에 다닌다. 아내는 거실에서 이들과 서너 시간을 아주 재미 있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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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돌아가자 아내는 마치 녹화중계 하듯이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들은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영국과 살았던 리투아니아를 비교했다. 그 중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 경찰은 정말 친구 같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경찰을 만나면 그들이 무엇인가 (합법적으로) 빼앗아 갈 것 같아 늘 긴장감과 경계심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난 경찰들은 늘 무엇인가 도와주려고 한다. 비상사태 발생 시 이들의 출동은 리투아니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두 나라 대학생활 비교는 이렇다. 리투아니아 대학 수업은 대부분 고리타분한 이론 중심이지만, 영국은 실습과 토론이 주를 이룬다. 즉 이론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실습을 한다. 그는 현재 경영학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이 조를 짜서 교수에게 상품을 파는 실습을 한다. 가장 많이 파는 조나 사람이 가장 높은 학점을 받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 구성원간 합력과 판매 전략과 기술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아쉬운 점은 영국 대학에서는 동기생이라는 유대감이 리투아니아보다 적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은 같은 동기생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영국에는 그런 맛이 없다. 마치 수업을 듣기 위해 직장가는 기분이 든다. 수업 끝나면 각자 생활 공간으로 직행한다.

영국에서 이방인이 뿌리내리기는 힘든다. 하지만 능력 있고, 영어를 잘 하면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내는 고등학교 2학년인 큰 딸 마르티나의 영국 대학교 진학 희망을 적극 후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내의 제자들 방문은 우리 가족에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 관련글: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 최근글: 가족이 수박과 애호박 등으로 만든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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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14. 08:53

지난 주말 우리 집에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남자친구의 영국 대학 진학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갈 기회를 찾았다.

11월 1일과 2일은 국경일이다. 이때를 즈음해 학교는 일주일간 임시 방학이다. 이때를 위해 저가 비행기표를 지난 8월에 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결국은 이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면 수업을 빼먹야 한다. 마르티나는 2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를 자기 용돈으로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부모가 구입해준 1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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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 두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새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 가까워지자 집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엄마는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1주일 체류는 이틀 수업, 2주일 체류는 칠일 수업을 빼먹게 된다. 엄마는 처음에에 완강히 거부했다. 이해할 만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심지어 한 달 수업을 빼먹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외여행 갔을 때 직장 근무일을 빼먹었던 일을 지적했다.

"어차피 가는 것을 허락한 이상 1주일은 적다. 당신이라면 1주일이 좋겠나? 2주일이 좋겠나? 학교를 빼먹는 것이 가장 큰 유감이지만, 공부는 반드시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보내주는 김에 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마르티나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니, 빼먹은 수업을 나중에 열심히 보충하도록 하면 된다. 가끔이지만 자식에게 감동 주는 부모가 되는 것도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하듯이 결국 아내도 받아들었다.

어제 아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여행을 떠나듯이 분주하게 마르티나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국제로밍 등 일을 했다. 저녁에는 가족 송별 피자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르티나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여행 기간은?
- 2주일이다. 10월 14일에서 28일까지.

- 왜 가니?
-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이다. (마르티나는 남친따라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 학교는 모두 몇 일 빼먹니?
- 수업일로 7일이다.

- 어떻게 보충할 것이니?
- 빼먹을 수업 내용을 다 복사했다. 남자친구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공부할 것이다.
(공부를 정말 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복사까지 한 것을 보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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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먹을 수업 내용을 복사해서 여행 가방에 넣었다.

마르티나의 여행에서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친구와 둘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6개월 후면 만18세 성인이 된다. 마르티나는 "이모는 16세에 시집 갔고, 외삼촌은 17세에 장가를 갔다. 내 나이에 엄마도 있다. 알 것은 안다. 하지만 난 학업과 경력을 가장 우선시한다. 25세 이후에 결혼할 것이다."고 확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엄마는 여행 떠나려는 딸에게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말했다.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좀 어색하지만 이런 문제를 엄마와 여고생 딸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딸이 다 자랐음을 뜻한다. 아뭏든 딸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미래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를 잘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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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11. 07:38

한국불교를 수행하는 벽안의 스님 중 한 분이 보행 스님이다. 이 분은 리투아니아 사람이다. 가끔 리투아니아 신문에서 그에 관한 기사를 읽었고, 또한 인터넷을 통해 한국 언론에 나온 그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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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신문들은 가끔 보행 스님의 한국생활을 취재해 싣고 있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출신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불교 수행을 하고 있는 독특한 분이라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만나고 싶었다. 8일 카우나스 비타우타스 대학교 한국어 강좌를 취재할 때 바로 며칠 전 그가 한국문화사 강좌에서 특강을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쉬웠다.

8일 저녁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현지인 기자 친구가 7일 취재차 보행 스님을 만나고 왔다면서 그 분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기자 친구는 보행이 한자로 무슨 뜻인지 물었지만, 답을 해줄 수 없었다. 9일 오전 한인회장님이 전화했다. 오후에 한국에서 온 리투아니아 사람 보행 스님을 만나는데 시간이 되면 같이 만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비타우타스 대학교, 현지인 기자, 한인회장 - 이 모두가 보행 스님을 만나게 하는 연결고리라 생각하고 기꺼이 약속장소에 가기로 했다. 한국말을 잘 하실까? 대화는 잘 진행될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처럼 키가 크고, 표정이 없을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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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연극배우 겸 연출자 출신인 보행 스님. 계룡산 무상사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그 분을 보자 미소 띤 얼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체격이 아주 큰 스님이 야채 샐러드를 드시고, 키가 작은 초유스는 닭고기를 먹으니 좀 민망했다. 그는 일년에 3개월 묵언 수행을 해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다. 영어와 리투아니아어를 가끔 사용했지만, 한국말로 의사소통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여러 이야기 중 인상적인 것은 바로 리투아니아에 한국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보행 스님의 계획이었다. 스님은 '2011년 리투아니아 한국문화' 행사를 조직하고 있다. 이때 한국영화, 예술공연, 전시회 등을 개최해 리투아니아 사회에 한국문화를 널리고자 한다. 이는 '널리 행한다'라는 그의 법명을 떠올리게 한다.

이날 그는 오는 10월 15일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책으로 널리 알려진 현각 스님이 빌뉴스에서 설법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법회에 한인들을 초대했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보행 스님 그리고 현각 스님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또한 한국인인 초유스 자신보다도 한국을 리투아니아와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보행 스님에게 감사하고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 관련글:  한국어를 열공하는 리투아니아 대학생들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6. 07:22

2001년 2월 중순 아내가 몰고 다니던 소형차 Honda Civic를 팔고, 좀 더 크고 안전한 차를 사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새차보다는 중고차를 선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새차는 고가일 뿐만 아니라 도난 위험이 많고, 고장시 수리비도 비싸다. 더군다나 당시엔 지금과는 달리 리투아니아에는 자동차 보험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여러 고민 끝에 안전, 승차감 그리고 연비 등을 고려해 1992년 생산된 BMW 525 TDS 차량을 구입했다. 그 당시 아내가 딸아이 요가일래를 임신한 상태라 승차감이 좋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중형차를 선택했다. 자동기어에다가 에어백이 있는 차는 그 당시 리투아니아엔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특히 엔진모델이 TDS라 연비가 아주 좋았다. 100km에 평균 8리터 디젤을 소비했다. 초기에 디젤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60% 정도라 아주 경제적이었다. 자동차 전문가 친구들이 중고차 상태가 좋다고 평했다. 하지만 역시 중고차 구입은 복권 구입과 같다라는 말을 확신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차된 상태에서 종종 시동이 끄져버렸다. 많은 정비소를 찾아다녔으나 원인 규명조차 하지 못했다. 한 정비소가 BMW 5시리즈 TDS의 흔한 결함은 연료펌프라 하면서 교체를 권했다. 2002년 교체후 더 이상 시동이 끄지는 일은 없었다.

2009년 8월까지 소모품과 오일 교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큰 지줄은 거의 없었다. 꾸준히 가계비를 쓰고 있는 아내 덕분에 2008년 한 해 동안 들어간 자동차 관련 비용(한국돈)을 뽑아보았다.
       책임보험                14만원
       타이어수리               5만원
       에어컨 냉매 보충       4만원
       차체수리                12만원
       소모품 및 세차          8만원

16년 된 BMW 525 TDS의 2008년 한 해 동안 유지비가 43만원 들어갔다. 이렇게 저렴하게 애용하던 차를 지난 여름 작별했다. 몇 년 더 타고 싶었지만, 자동변속기 수리 필요와 차체 일부 부식 등으로 차를 바꾸는 쪽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 불황으로 새로 살 자동차 가격이 많이 하락한 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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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2월 16일부터 우리 가족을 태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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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0월 1일. 리투아니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그래서 겨울 도로엔 제설로 염분이 많다. 염분으로 인한 차체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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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8년 동안 딱 한 차례 사고났다.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중 좌측 거리에서 달려오는 차가 들이받고 줄행랑을 쳤다. 이 문짝 하나 교체하는 데 한국돈으로 5만원 들었지만, 보험금을 타내는 데 1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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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주행거리 10만km) 우리 가족를 안전하게 태워준 자동차를 떠나보내는 것이 꼭 품안에 자란 자식을 내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헤여져야 만난다는 원칙에 이제 순응해야 할 때였다.

* 관련글: 중고차 살 때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2. 07:12

얼마 전 어느 날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큰 딸 마르티나는 작은 딸 요가일래, 그리고 엄마와 함께 노트북을 놓고 서로 사용하려고 언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르티나 컴퓨터가 부팅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등 말썽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빠서 며칠 지난 후에서 한 번 고쳐봐야겠다고 하면서 마르티나 컴퓨터 하드케이스를 열어보았다. 쌓인 먼지가 주범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지난 2년간 한 번도 아무런 말썽 없이 컴퓨터가 잘 작동되었고, 다른 컴퓨터 하드케이스보다 견고하게 밀봉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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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북히 쌓인 먼지를 진공청소기 등을 이용해 말끔히 청소하고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다시 깔아보았다. 컴퓨터는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잘 작동 되었다. 그리고 마르티나에게 이제 스스로 하드케이스 내부를 청소할 것을 부탁했다. 이참에 여러분의 하드케이스 내부를 한번 살펴볼 것을 권한다.   

* 관련글: 컴퓨터 쟁탈전에서 이기려는 딸의 비책
               7살 딸의 컴퓨터로부터 눈보호하는 법
* 최근글: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을 만나보다
               경제 불황엔 이런 노래가 뜬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2. 07:03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에 살고 있다. 여기서는 보통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드물다.
한국에는 흔할 것 같은 소포배달하는 우체부 아저씨도 거의 없다. 현관문 우체함에 들어있는 소포통지서를 가지고 우체국으로 가서 가져온다.

그러므로 밤에 불쑥 찾아오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특히 밤에 1층에 있는 아파트 입구 현관문에서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온 가족이 무슨 일인가 불안을 동반한 궁금증으로 우리 아파트 현관문으로 모여든다.

어젯밤 9시 느닷 없이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마침 수화기 근처에 있어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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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 4월 5일 월급인상을 요구하면 시위하는 리투아니아 경찰들)

"제3 경찰서에서 총기 점검하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경찰이라구요? 우리 집은 9호인데 맞아요?" (경찰, 총기라는 말에 몹시 당황했다.)
"예, 9호 맞아요. 문 열어주세요."
"잠깐만요.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일단 통화해보세요."

거실에 있던 아내가 달려왔다. 우리는 아파트 현관문을 2중 3중으로 잠궜다.

"무슨 일이요?"
"경찰인데 총기 점검 나왔어요."
"총기 점검 받을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가요?"
"000 000입니다."
"그 사람 여기 살지 않아요. 전 주인인데요. 다른 곳에 살아요."
"확인해보겠습니다."

설령 전 주인의 이름과 일치하지만
밤 9시 총기 점검하러 왔다는 경찰을 과연 믿을 수가 있을까?!
끝내 우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 관련글:
아내가 처음으로 경찰서에 다녀왔다
               경찰시위, 과연 누가 막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1. 07:14

어제 아침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두 가지 일을 전했다.

먼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의 Lexus 차의 유리창이 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벌써 여러 차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의 유리창문이 깨어졌다. 도심에 있는 우리 아파트 주변엔 여러 나라 대사관 건물들이 많이 있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다고 하지만 밤새 이런 피해가 자주 일어나 불안하다.

또 다른 일은 아내에게 직접 일어났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힘들게 후진으로 주차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운전석 문을 열면서 말을 걸었다.

"제 차를 좀 끌어줄 수 있나요? 주위 모든 남자 운전자들이 도와주지 않아 힘들어요."
"어디까지요?" (난데 없이 말을 걸어오는 남자로 순간 당황한 아내는 침착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파네레이까지." (약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지역이다.)
"...... 그곳까지 끌고갔다 올 시간이 없어요......" (분위기가 좀 이상한 듯해서 아내는 시간 핑계를 대었다.)

"그럼,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야 하는 데 돈을 좀 빌려줄 수 있나요?"
"아니, 처음 본 사람인데 어떻게 돈을 빌러줄 수 있나요?!"
"댁의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알려주면 금방 갚을 줄께요."
"처음 본 사람에게 전화번호나 집주소를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자동차 안전검사증을 맡길께요."
"그러다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이 더 많을텐데요..."

상황을 보니 남자는 의심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얼른 주머니에서 5리타스(2500원)를 꺼냈다.
"기름값에 보태세요."
"아니, 이렇게 적은 돈으로 어떻게 기름을 살 수 있나요?!"라고 남자는 불만스러운 듯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투아니아에 어떤 사람이 남의 차문을 직접 열고 말을 걸어오겠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창문을 두드리고 말을 걸었을 것이다."라고 수상쩍음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만약 그 남자가 나를 밀치고 차를 몰고갔다면, 아니면 위협해서 가방을 가져갔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라고 아내는 5리타스에 상상의 위기를 모면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 동안 아내는 차가 주행하는 동안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사고가 날 경우 문을 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기능 사용을 두고 늘 아내와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이날 아침 사건으로 이 실랑이는 끝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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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아내는 앞으로 주행중이든 정차중이든 항상 자동으로 문잠그기 기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날 낯선 남자가 선생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 관련글: 아내가 처음으로 경찰서에 다녀왔다
* 최근글: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을 만나본 느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9. 29. 13:37

큰 딸 마르티나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다. 여름방학에만 해도 그렇게 공부 좀 하라고 권해도 방학이니까 공부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야말로 놀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학공부하기에 바쁘다. 수학이 제일 약하다. 일전에 개인교사를 찾아보려고 집으로 한 여대학생을 초대했다. 함께 한 시간 정도 공부하다가 그 여대생은 학교 선생이 내준 수학문제가 너무 어렵다면서 스스로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어제 집으로 온 광고엽서가 눈길을 끌었다. 망치로 못을 박는 모습이다. 망치 쇠뭉치에는 "부트쿠스", 손잡이에는 "역사학자 페트라스 부트쿠스 박사와 빌뉴스 대학교 교수 동료"라고 적혀 있다.

다른 못 네 개는 모두 구부려져 있는데 "부트쿠스" 망치가 박고 있는 못은 똑바로 잘 들어가고 있다. 화살표 바로 위에는 "대학입학을 위한 가장 똑바른 길"이라는 광고문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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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똑바르게 들어가고 있는 못이 보인다. 관련 사이트에 가보니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고등학교 졸업시험 준비를 위한 과외강좌를 안내하고 있다. 과거 리투아니아 대학교육은 무료였지만, 지금은 성적이 우수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업료를 내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로 교직 종사자들의 월급이 삭감되었다. 이런 것이 맞물러 대학교수들이 과외강좌를 부업으로 개설한 듯하다.

가르치는 과목은 역사, 국어, 수학이다. 45분 수업료는 1인당 5천원이다.  현재 리투아니아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이 18개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경쟁이 달갑지는 않다.

* 관련글: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잡지 광고에 명함이 붙여 있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9. 23. 06:02

아침에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를 데려다주면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현관문에 있는 우체통에서 신문을 꺼내온다. 어제도 평소가 같이 우체통을 열고 신문을 꺼내보니 광고지 같은 작은 두꺼운 종이가 보인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무슨 광고일까 궁금했다.

꺼내보니 광고지가 아니라 우편엽서였다. 멀리 남미에서 날라온 엽서였다. 8월 25일 포즈 두 이과수 이과수 우체국 소인이 찍혀있고, 빌뉴스 우체국 소인은 9월 16일 날짜가 찍혀있다. 오는 데 22일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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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포즈 두 이과수에서 살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구이 등에 관해 알찬 정보와 많은 사진과 함께 글을 쓰는 Juan(http://latinamericastory.com/)님으로 온 편지였다. 글 댓글에 대한 감사로 이렇게 엽서까지 보내주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인터넷 시대에 이렇게 구식으로 뜻을 전해받으니 웬지 어색한 듯하지만 옛 정감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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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엽서는 2002년 7월 25일에 받은 우편엽서이다. 마지막으로 받은 엽서로 기억된다.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친구가 여행지에서 보낸 엽서이다. 유럽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주로 엽서를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보낸다. 90년대초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기념물로 가는 곳마다 그곳의 풍경을 담은 엽서를 구입했다. 그리고 당시 우편엽서는 친구들간 가장 널리 애용한 연락도구였다. 인터넷 시대에 이런 풍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끔씩 시간여행 삼아 이렇게 구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관련글: 블로그로 현지인 화가에게 한국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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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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