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8건

  1. 2010.08.10 윗층 집수리 공동부담 제안에 반대하다
  2. 2010.08.07 어항물 냄새 케케, 엄마에겐 비밀로 1
  3. 2010.08.06 티스토리 초대장 나눠드립니다 (마감) 40
  4. 2010.08.05 10일 동안 돈 안 쓰고 버티는 데 성공 8
  5. 2010.08.03 여름에도 겨울철 이불을 덥고 잔다 2
  6. 2010.08.02 30분 얼음을 훑어서 콘텍트 렌즈를 찾아주다 1
  7. 2010.07.30 블루베리 두 통에 한국 라면 한 그릇 대접하다 3
  8. 2010.07.26 아내의 지갑 속에 카드가 엄청 많은 이유 1
  9. 2010.07.24 세 가지 벼락 - 마른 벼락, 불 벼락, 물 벼락 1
  10. 2010.07.14 노랑나비 결혼 청첩장의 흥미로운 추신
  11. 2010.07.05 먼길 온 친구를 새벽에 맞이하는 기분
  12. 2010.07.04 축구장에서 당구의 묘미를 선보인 스페인 6
  13. 2010.06.30 블루베리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다 2
  14. 2010.06.27 우루과이가 패하거나 이긴 숨은 까닭 1
  15. 2010.06.24 다른 사람 아이의 아빠로 오해받는 재미난 순간
  16. 2010.06.23 나이지리아전보다가 속 터진 유럽인 아내 4
  17. 2010.06.21 맛있는 초코파이를 먹다 남기다니 3
  18. 2010.06.15 페이스북으로 그리스 경기 승리를 축하받다 4
  19. 2010.06.09 미성년 탈출 딸이 제일 먼저 한 일은? 1
  20. 2010.06.08 나이가 드니 부부 말싸움이 늘어난 이유
  21. 2010.05.31 피로연 하객으로 선물 받은 캐리커쳐에 감동 1
  22. 2010.05.25 아내 생일 선물 꽃 대신 장미나무로 기쁨 부활
  23. 2010.05.19 18세 성년일 생일 음식상은 어떨까 4
  24. 2010.05.18 현지인 아내 없이 방송촬영 간 곳에 생긴 일 5
  25. 2010.05.17 김밥 직접 만들어 가져온 유럽인 친구 4
  26. 2010.05.12 처음 만난 외국인들을 한글로 호감 끈다 3
  27. 2010.05.06 병뚜껑 따개 없이 맥주병 따는 다양한 법 3
  28. 2010.05.06 해외에서 받은 티스토리의 반가운 선물들 3
  29. 2010.05.03 유럽에서 처음 감자를 심어보다 3
  30. 2010.04.28 과거 질병력이 한눈에 개인건강기록부
생활얘기2010. 8. 10. 06:41

우리 집 아파트가 속한 건물에는 모두 23세대가 살고 있다. 한국의 아파트 반장격인 '코멘단타스'가 있다. 이 분은 주민회의를 주재하고, 관광서와 연락을 취하고, 건물시설을 관리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건물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한다.

그 동안 일어난 문제 중 4층 거실 천장에서 물이 새어나온다는 것이다. 4층 주인은 이를 5층에 항의했고, 5층 주인은 이사한 후 테라스 수리를 잘 했기 때문에 자기 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물이 새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테라스 윗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방수처리를 잘못해서 아랫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주민 대부분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수리한 회사에게 책임을 추궁해야 하지 않을까?

며칠 전 아파트 건물 반장이 서류를 하나 가지고 우리 집으로 왔다. 테라스 수리비가 7800리타스(350만원)인데 이 비용을 우리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의견서였다. 4층에 물이 새는 문제가 드디어 문서화되었다.
 
이런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하기 보다는 아내와 상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시골에 가있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건물 전체의 노후에서 온 것이 아니라 테라스가 문제라면 테라스의 주인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고 아내는 말했다.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공동부담 제안에 반대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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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층 테라스 바닥에서 나온 철근들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 늘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수리를 둘러싼 비용부담으로 이웃간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다. 의견서에 찬반으로 서명한 후 다음날부터 5층에서는 테라스 바닥을 걷어내는 요란한 소리가 진동하고 있다. 꼭 내가 반대 서명한 것에 항의라도 하듯이 말이다. ㅎㅎㅎ

* 최근글: 책 한권 소포도 우체국에서 찾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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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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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있지만 물고기 한 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두 딸이 개를 키우자고 졸라대지만 용케 지금까지 이들의 간청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빌뉴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려면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오른쪽 사진: 마르티나가 기르는 물고기 '구티스')

1년 반 전 큰 딸 마르티나의 남자 친구 어머니가 생일 선물을 했다. 바로 물고기였다. 난감했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르티나는 어항을 자기 방에 놓아두면서 관리하고 있다. 물고기에게 '구티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마르티나가 집에 없을 경우 아내가 그 일을 맡는다. 식구 모두가 집을 비울 경우 옆집 할머니에게 부탁한다. 이럴 때마다 작은 딸 요가일래에게 "봐, 애완동물이 있으면 불편하지?"라고 묻는다.

마르티나는 일주일에 한 번 어항물을 갈아준다. 물갈기뿐만 아니라 어항, 돌, 풀 등을 아주 깨끗하제 청소한다. 수돗물을 그대로 하지 않고 정화시킨 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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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도 아내도 집에 없다. 벌써 마지막으로 물을 갈은 지 벌써 10일이 넘었다. 어항 내면은 녹조가 끼어 물고기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한 담? 내가 애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식구들은 다 잘 안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어항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오른쪽 사진: 녹조 낀 어항)

20여일째 매일 저녁 냉동실에서 지렁이 밥을 꺼내 먹이를 주고 있다. 어제는 큰 맘을 먹고 어항청소를 결심했다. 막상 하려고 하니 청소규칙이 있을 법했다. 일단 영국에 머물고 있는 물고기 주인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아내에게도 물을 수도 있었으나, 비밀로 해두고 싶었다. 분명이 감동주는 깜짝행위가 될 것이다. 마르티나가 알려준 대로 했다.

     정수를 작은 그릇에 담고 물고기를 옮긴다.
     씻는 동안 그 그룻에서 계속 정수를 담는다.
     기존 어항물을 욕실에 쏟고, 어항을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깨끗이 씻는다.
     돌과 풀을 꺼내서 따로 깨끗이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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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6개월 동안 내가 처음으로 어항을 청소하고 있다.

쉽다. 어항물을 쏟으니, 케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가 몹시 역겨웠지만, "오늘 내가 아내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청소할 생각을 잘했다."고 위안하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작은 돌들을 씻은 후에는 손가락 끝이 한 동안 시큰거렸다. 손가락 안마로 여겼다. 이렇게 하다보니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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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 속 하얀 접시는 아내의 착안이다. 지렁이밥이 돌 위로 떨어지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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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어항에 힘차게 움직이는 '구티스'

깨끗한 어항에 넣자마자 물고기는 힘차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어항 속 물고기를 보면 늘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어항을 치우라, 못에서 마음대로 헤엄침을 보리라.
      화병을 치우라, 정원에 피어있는 그대로를 보리라.
      조롱(鳥籠)을 열어 주라, 숲에서 마음대로 나는 것을 보리라."
(정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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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8. 6. 06:09

"초유스의 동유럽"에서 티스토리 초대장을 드립니다.

아홉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초대장 곶간이 벌써 바닥이 나버렸어요. 양해바랍니다.
못 드린 분들에게 송구스럽습니다.)

초대장을 원하시는 분들은 가능하면
비밀댓글을 통하여
본인의 블로그 운영 목적을 밝히고,
또한 이메일 주소를 꼬옥 남겨주세요.

초대장을 받으신 후 곧 바로
블로그를 개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정기간 개설하지 않으면
초대장 취소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좋은 블로그 활동을 바랍니다.


초유스 드림


* 한반도 지형을 닮은 리투아니아 호수


* 최근글: 처음 이발소 방문하는 아이들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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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8. 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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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아내는 독일로 공연여행을 갔다가 7월 23일 돌아왔다. 꼬박 10일 동안을 8살 딸아이와 함께 둘이만 집에서 생활했다.

이어서 아내와 딸아이는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친정에서 휴가를 보냈다. 또 다시 10일을 동안을 꼬박 아내 없이 생활했다. 이번에는 "나 홀로 집"이었다. 책원고 마감일이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가정의 경제권은 아내가 잡고 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수년간 가계부를 쓰고 있으니 모든 수입과 지출은 아내의 곶간을 통한다.

독일 갈 때도 아내가 없는 동안 매일 가계부를 작성해야 했다. 이번에도  떠나면서 10일 동안 쓸 수 있는 예상금액을 주면서 가계부를 작성하라고 명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고분고분할 수 밖에......

첫 번째 날은 남은 우유, 버터 등으로 쉽게 해결했다. 두 번째 날은 남은 브로콜리로 된장찌개를 해먹었다. 세 번째 날은 냉면으로 해결했다. 네 번째 날은 남은 달걀로 해결했다. 이렇게 날짜가 지나가자 색다른 오기가 생겼다. 아내가 올 때까지 돈 한 푼도 쓰지 않고 생활해보는 것이었다.

평소 별 관심이 없던 부엌 찬장이나 냉동실을 살펴보면서 먹거리 사냥에 나섰다. 하루는 냉동실에 있던 삼결살을 꺼내서 얼큰한 찌개를 끓었다. 혼자는 너무 적적하기에 일전에 블루베리를 선물한 친구를 불러 포도주 한 병을 같이 마셨다. 매일 밤 아내와의 전화 통화내용은 이러했다.

"오늘도 가게에 가지 않았어?"
"안 갔어."
"일하려면 건강을 생각해서 잘 먹어야지. 내일은 가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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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은 오이지와 양파를 모두 썰어서 볶음밥을 해먹었다. 하루 세 끼 대신 두 끼로 하고, 집안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비록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가게나 식당 한 번 가지도 않고, 돈 한 푼 쓰지 않고 10일 동안을 버티는 데 성공했다.

지난 번 딸아이와 10일 동안 생활했을 때에는 먹는 데만 300리타스(약 13만원)가 지출되었다. 사실 평소에 찬장 어딘가에 먹거리가 있는 데도 신경쓰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생각 없이 사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 10일 버티기 성공으로 아내가 돌아오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다음 며칠 동안은 일체 시장보지 않고, 집에 있는 것만으로 끼니를 해결하자."

혼자는 가능해도, 식구가 여럿이 다 있으면 사실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이런 자세가 쓸 데 없는 먹거리 지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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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8. 3. 05:22

한국도 연일 낮 온도가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도 이번 여름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낮 30도가 넘는 날이 자주 있다. 하지만 밤온도는 20도 이하이다. 유럽에서 20여년을 살고 있으면서 한국과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이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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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일 리투아니아 일기 (화면캡쳐: orai.lt)

한국은 여름철에 얇은 여름철용 이불을 사용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내가 겪어본 바로는 따로 여름철용, 겨울철용 이불이 없다. 물론 지중해 남유럽 사정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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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 내내 같은 이불을 덥고 잔다.

우리집은 일년 내내 같은 이불이다. 물론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이불천을 갈아준다. 손님이 올 때마다 새로운 이불천으로 교체한다. 기회따라 햇볕에 이불을 말리기도 한다. 일년 내내 이불이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겨울철 실내온도와 여름철 실내온도가 20도-23도로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7월 중순처럼 낮온도가 35도 정도 올라가면 이불을 덮지 않고 잔다. 그래도 새벽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 자고 일어나면 이불이 몸을 감싸고 있다.

* 최근글: 유럽 불볕더위 속 비키니 기상캐스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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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8. 2. 08:45

매달 한국에서 오는 잡지가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에스페란토 협회가 발행하는 기관지 "La Lanterno Azia"이다. 한국어와 에스페란토로 된 월간지이다. 대개 봉투를 열자마자 24쪽으로 된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훑어본다. 한 때 이 잡지를 편집했던 사람으로서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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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우리집 거실탁자에 체코,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한국에서 온 8명 친구들이 의사소통 장애 없이 에스페란토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근호를 받아들고 읽어가는 데 글쓴이가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에스페란티스토였다. 에스페란토를 배우게 된 동기와 활동을 기술해 놓을 글이었다. 그런데 후반부에 내 이름이 등장했다.

1983년 겨울 당시 초급을 마친 김유순, 이상수 등과 경기도 샛터에서 있었던 합숙에 참가했는데, 그 합숙에서 최대석, 나병도, 최윤희, 홍성조 선생님을 만났다...... 중략 ......

그리고 멀리서 온 우리를 보살펴주던 최대석 씨의 따뜻한 마음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같이 갔던 부산회원 한 분이 세수하다 콘텍트 렌즈를 잃어버렸는데 얼음이 얼어붙은 샘가에서 30분 정도 맨손으로 얼음을 훑더니  결국 그 렌즈를 찾아주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감동이다.


1983년이며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의 일이다. 난 그때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다니 부끄럽고 고마울 뿐이다. 시력이 약한 사람이 렌즈를 잃어버렸으니 누군가 옆에 있는 사람이 찾아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옛 일을 되살리면서 잠시 자신을 돌어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자기 자신에게나 또는 남에게 감동을 주면서 살아왔는가? 자타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7. 30. 08:04

독일 공연여행을 다녀온 아내는 방학이라 장모님이 살고 있는 시골도시로 딸아이와 함께 후다닥 가버렸다. 250km 떨어진 곳이라 여름방학을 제외하면 가는 날이 부활절, 성탄절, 어머니날 등 얼마 되지 않는다. 시골에 가서도 일을 할 수 있다고 권유했지만 거절해야 했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중요한 일 때문이다.

일전에는 딸아이와 둘이만 있었을 때는 딸아이 때문에 어느 정도 식사를 챙겨먹고 했는데 혼자 있으니 그렇게 쉽지가 않다. 배고파도 "일 좀 끝내고 먹지."하다가 때를 놓치기도 한다. 아침식사 건너뛰기는 흔한 일상이다. 어제 낮에도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데 친구로부터 인터넷 대화쪽지가 왔다.

"집에 있나?"
"있지."
"블루베리 좀 가져다줄까?"
"뭘 수고스럽게."
"자전거 타고 가면 금방이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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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숲 속에서 자라는 블루베리

정말 한 15분 후에 친구가 왔다. 비닐봉지에서 블루베리를 꺼냈다. 유리병에는 설탕을 넣고 끓인 것이고, 플라스틱통에는 생 블루베리가 담겨져 있었다.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블로베리 1리터 가격은 7리타스(약 3000원) 정도이다. 설탕에 넣고 끓인 블루베리는 주로 빵이나 부침개 위에 발라먹는다. 생 블루베리는 야구르트나 우유와 함께 먹는다.

받았으니 무엇인가 보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돈으로 지불하기에도 그렇고, 밖에 나가서 밥을 먹기에도 그렇고...... 결국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신라면이었다.

"라면 어때?"
"진짜 한국 거야?'
"맞아."
"좋지."


두 봉지는 장정 두 사람이 먹기에는 적을 것 같아서 라면 세 봉지를 넣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았다. 나는 뜨거운 라면도 후루룩 잘 먹는데, 친구는 한 손에는 물컵을 잡고 천천히 먹었다. 아주 맵다고 하면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블루베리 보답은 톡톡히 한 셈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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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베리를 선물한 친구 알렉사스

그가 떠난 후 저녁식사는 블루베리 + 요구르트였다. 친구 덕분에 비타민 듬뿍 담긴 블루베리 건강식을 하게 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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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7. 26. 06:02

부부간이지만 아내의 지갑을 열어볼 일이 없다. 독일 공연여행을 떠나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을 지갑 속에서 꺼내서 잘 보관하라고 맡기고 떠났다. 맡긴 물건을 보니 전부가 다 카드였다. 평소에 이렇게 많은 카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다니!!!

주유소 카드만 해도 4개이다. 거의 모든 주유회가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을까? 생각해보니 카드는 마일리지 개념보다는 할인을 해주기 때문이다. 좋은 마일리지 제도라면 멀더라도 그 주유회사에 가서 주유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할인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가능한 모든 주유회사의 카드를 발급받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필요할 때 가장  가까운 주유소나 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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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카드 3개, 대형 슈퍼마켓 카드 3개도 돋보인다. 아내가 이렇게 번잡하고 불편하지만 이렇게 많은 카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회원카드로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결국 가계부 지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근글: 생활계획표 없이 여름방학 보내는 초2 딸

  세상은 넓고, 돈 세는 방법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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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7. 24. 05:29

최근 한국에서 벼락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리투아니아에도 벼락으로 종종 사고가 일어난다.

금요일 리투아니아 북부 텔세이 지방의 한 시골에거 불태고 있는 마차가 달리고 있는 신고가 소방대에 왔다. 마차의 주인 없이 말만이 불태는 마차를 끌고있었다. 마차를 세운 곳에서 150m  뒤에 마차의 주인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소방대원은 그가 벼락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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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Blesk.jpg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천둥번개의 신을 '페르쿠나스'라 불렸고, 주신(主神)으로 모셨다. '페르쿠나스'는 그 만큼 사람들에게 무서운 존재인 듯하다.

벼락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폴란드에서 만난 인심좋은 크리스티나 아줌마이다. 어느 날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오래된 벚나무의 큰 가지가 찢어져 땅으로 곤두박질해 있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며칠 전 내리친 벼락 때문이라고 답했다. 번개 중에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벼락이라 한다. 그러면서 벼락에 얽힌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해주었다.

......
어느 화창한 봄날 집 근처 밭에서 할머니가 밭을 매고, 손녀는 옆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좀 있으면 그치겠지 하고 숲에서 비를 피했고, 손녀보고는 집으로 빨리 가라고 했다. 손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달려갔는데, 바로 집 앞에서 벼락이 그만 손녀를 습격하고 말았다. 찰나에 손녀는 검은 미라가 되어버렸다.

한 농부가 말 두 마리를 끌고 밭을 갈고 있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곧 비가 왔지만 그는 계속 쟁기질을 했다. 벼락은 두 말과 쟁기를 연결하는 쇠막대기에 내리쳤고, 이내 두 말은 히힝~소리도 한 번 내지 못하고 꼬꾸라졌다. 그리고 벼락은 그 쇠막대기를 따라 농부의 심장마저도 강타하고 말았다.

크리스티나 남편은 저녁 무렵 마당을 쓸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천둥 굉음이 들리자마자 벼락은 그로부터 2-3m 떨어진 건초보관 곳간 위로 내리쳤다. 이내 곳간에 연기가 치솟았다. 집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불을 끄고 곳간 한 구석에 있는 돼지 막사에 가보니 돼지 한 마리가 이유 없이 절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바로 그 벼락은 건초더미를 뚫고 아래로 내려와 돼지막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에 그만 돼지의 뒷다리를 약하게 쳐버렸다.
......

폴란드 시골 사람들은 벼락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마른 벼락, 불 벼락, 물 벼락이다. 마른 벼락은 굉장한 천둥 굉음 후에 생기고, 부딪히면 부수고 죽이고 상처를 내지만, 불을 내지 않는다. 불 벼락은 갑자기 내리치고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든다. 물 벼락은 불을 내지 않고 그냥 부딪치고 사라진다. 이 중 불 벼락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대대로 전해지고, 벼락에 대한 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뢰침이 없는 시골에서는 천둥이 치면 일손을 모두 놓고 자기 집이나 인근 가까운 집으로 피한다. 우선 모든 창문과 문을 닫고 전기코드를 뽑고, 성모 마리아상과 촛불을 창틀 위에 놓고 함께 기도한다. 이곳 사람들은 대대로 이 성모상과 촛불이 벼락을 몰아내고 재앙을 막아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벼락으로 사고를 당한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 관련글: 번개 촬영 금지 외치는 딸아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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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7. 14. 09:59

우표가 붙은 편지를 아주 드물게 받는다. 이런 편지는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국에서 온 편지였다. 받은 사람에는 우리 부부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편지지 대신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불쑥 나왔다. 무슨 내용이기에 노랑나비일까? 나비 등에는 "Kvietimas"(초청)라고 써여있었다. 색다른 편지지를 사용한 이유가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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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초청장이었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결혼 초청장을 아주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에게 보낸다. 이번에 초청장을 보낸 사람은 친척이 아니여서 의아했다. 그럼 누구일까? 아내의 음악학교 제자였다.

"아무리 제자이지만 왜 초청장을 보냈을까?"
"둘 다 내가 아끼던 제자였는데 이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가봐."
"기분 좋겠네...... 참석할 거야?"
"당연히 가야지."
"결혼식장이 빌뉴스에서 300km나 떨어져 있는 데도 갈 거야?"
"그래도 가야지."


아끼던 두 제자가 신랑신부로 결혼을 하게 되어서 아내는 기분이 좋았다. 먼 거리를 마다하고 결혼식과 피로연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여기는 당연히 부부 동반이다. 초청문구 내용과 추신이 재미있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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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과 피로연 시각을 적은 문장 후의 문장이 눈길을 끈다. 더 많은 정보와 참석여부는 신랑신부이름의 결혼 사이트에서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추신도 흥미롭다.

결혼 후 날아서 집으로 가기 때문에 선물은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부서지지 않는 것을 원해요. 큼직한 꽃다발 대신에 참석자로부터 하얀 장미 한 송이씩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리투아니아 결혼식에 가면 보통 꽃다발이 크다. 장미 한 송이라면 절약이 많이 된다. 그 절약으로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부서지지 않는 선물을 하는 데 보탠다면 새 인생을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라는 점에 아주 동감한다.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부서지지 않은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알면서 괜히 물어보네. ㅎㅎㅎ"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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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7. 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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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살고 에스페란토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에스페란토 행사 관련으로 리투아니아를 방문하는 데 나도 행사에 참가하느냐고 물었다. 일주일간 지속되는 행사에 참가하기엔 너무 시간이 부족에 부분만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오른쪽 사진: 이 친구는 독일 철학자 칸트가 산책 나올 때 사람들이 시계를 맞추었다는 다리가 보이는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고 있다.) 

"언제 도착하나?"
"토요일 저녁 칼리닌그라드에서 버스를 타고 일요일 새벽 빌뉴스에 도착한다."

"행사장으로 가는 교통편이 곧 있나?"
"두 시간 정도 버스역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우리집에 와서 아침식사하고 샤워하고 가는 것이 어떤가?"
"새벽이라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눈 후 아내와 상의했다. 우리집 손님맞이에 대해서는 늘 아내와 상의한다.
"친구가 칼리닌그라드에서 오는 데 새벽이지만 맞이해서 아침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어떨까?"
"이런 날이 일년에 몇 번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하자."고 아내가 시원하게 답했다.

아내의 동의를 얻은 후 다시 칼리닌그라드 친구에 연락했다.
"이른 새벽이지만 우리는 반갑게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목적지 도착 10분 전에 전화해라."
"그래도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냥 역에서 있을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되니까 꼭 연락해라."
"고맙다. 그렇게 연락하겠다."

이 친구는 이어서 러시아 속담을 덧붙였다.
  Кто рано ложится и рано встаёт,
  Здлровье и счастье себе наживёт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다.

아내의 말대로 새벽에 손님을 맞는 날이 일년 중 거의 없다. 밤새도록 버스 의자에 쭈구려서 온 친구 부부를 버스역으로 아내가 마중가는 동안 식사를 준비했다. 수면 부족으로 그날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를 보니 반가웠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친구의 말은 적어도 그날만은 옳았다.  

* 칸트 무덤은 독일이 아니라 러시아에
* 칼리닌그라드엔 러시아 경찰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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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7. 4. 06:13

유럽 현지 시각 7월 3일 밤 스페인과 파라과이는 월드컵 4강 진출을 놓고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골대가 4강진출을 결정지었다. 마치 축구장에서 당구경기를 보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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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선수가 강하게 찬 공이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이 공을 다시 스페인 선수가 놓지치 않고 찼다.
공교롭게도 이젠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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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간 스페인으로서는 대성통곡할 공으로 비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공은 다시 왼쪽 골대를 맞고 안으로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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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서 당구의 묘미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일본 경기에서 골대 행운으로 8강에 오른 파라과이는 스페인 경기에서 골대 불운으로 4강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묵묵히 서있는 골대는 이렇게 행운과 불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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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30. 08:05

6월 중순 발트 3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와 빌뉴스를 안내했다. 발트 3국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음을 직접 체감하는 기회였다. 이들 관광객들은 70대 전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셨다. 연로함에도 대단히 건강하셨고, 설명에 경청하셨고, 많은 질문도 하셨다. (나도 저 나이에 저런 건강과 의욕을 가질까... 부러움이 앞섰다.)

이분들은 만나자마자 블루베리 이야기를 꺼내셨다.
"한국에는 요즘 블루베리 때문에 난리예요. 여기 어디서 살 수 없을까요?"
"글쎄요. 사려면 재래시장에 가야 하는 데, 보통 일찍 문을 닫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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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럽에 살면서 느끼는 아쉬운 것 중 하나가 한국에는 그렇게 흔한 골목길 과일가게나 식품가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떨어진 우유 한 곽을 사려고 멀리 떨어진 슈퍼마켓을 가야 한다.

이분들이 체류한 호텔은 바로 구시가지 중심가에 있었고, 또한 빡빡한 관광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구해 드릴 수가 없었다. 2박 3일 동안 안내하면서 결국 리투아니아 블루베리를 구해드리지 못했다.

요즘 아내는 재래시장에 자주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싱싱한 블루베리 등을 사기 위해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특히 블루베리 한 알이 비타민 한 알이라고 여긴다. 겨울철 건강을 위해 여름철 숲에서 나온 열매들을 되도록 자주 먹는다. 시장에서 사기도 하지만 직접 숲 속에 가서 따기도 한다.

블루베리를 깨끗하게 씻어 우유 속에 넣어 빵과 같이 먹는다. 블루베리는 당도가 낮기 때문에 설탕을 입맛대로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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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여름철 우리집의 흔한 아침식사나 저녁식사이다. 아래 동영상은 우리집 블루베리 식사 모습을 담고 있다. 일전에 만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 블루베리를 구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처럼 블루베리를 한 번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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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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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은 재미삼아 올린 것임을 밝힌다. 오늘 한국과 16강전에 겨룬 우루과이는 한국과 깊은 지리적 인연을 가지고 있다. 바로 우루과이 수도 몬데비데오는 한국의 여수와 서로 대척점을 이룬다. 즉 지구본 여수에서 길쭉한 막대기를 꽂아 똑바로 내려가면 만나는 곳이 몬데비데오다. 우루과이는 칠레에 더불어 남미에서 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이고, 대부분 유럽인 출신이다.    

우루과이의 국가 휘장의 위에는 태양이 그려져 있고, 이는 우루과이의 여명을 의미한다. 밑에 타원으로 그려져 있고 그 안에는 내 개의 공간이 있다. 천칭, 성곽, 말, 그리고 황소이다. 소라는 점에 착안해 오늘 경기에 진 우루과이를 한자성음으로 한 번 표기해보았다.  

牛 우 (소 우)
淚 루 (눈물 루)
果 과 (열매 과)
二 이 (두 이)

牛 淚 果 二 우 루 과 이

소가 과일(골) 두 개에 울고 말았다.

재미삼아 써본 한자음 우루과이는 오늘 경기에서 한국에서 패한 이유가 숨어있는 듯하다.


위의 글은 경기 시작 전 한국이 이길 것을 전제로 미리 써놓은 글이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한 자리에 모여 한국을 열심히 응원했다. 1:1에서 이길 수 있는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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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우루과이 16강전을 응원하는 빌뉴스 교민들(상), 이청용의 동점골에 기뻐하는 교민들(하)

하지만 최종적으로 2:1로 한국이 지고 말았다. 참으로 아쉬운 경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극한의 슬픔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 선수들이 참으로 잘 싸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가 과일(골) 두 개에 울고 말았다"는 패해서가 아니라 질 수 있는 경기에서 힘겹게 이긴 것에 대한 기쁨 때문에 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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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24. 07:29

일전에 처남 식구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였다. 처남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두 아들 다 결혼했다. 장남이 아들을 낳으니 처남은 50대 미만에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다.

손자는 축구선수인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이제 갓 만 1살을 넘었는데 공을 펑펑 차면서 놀았다. 그런데 왼발잡이다. 이를 처음 보자 내가 한 마디했다.

"어, 왼발로 차네!"
"E야."라고 찰나에 아이 엄마가 아이의 삼촌 이름을 말했다.

순간 침묵이 흘렸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아이의 삼촌에게로 향했다.
즉 아이의 아빠가 삼촌이라고 오해받는 순간이었다.

아이 엄마가 삼촌 이름을 말한 것은 삼촌이 왼발잡이이기 때문에 삼촌을 닮아서 아이도 왼발잡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아이의 아빠가 삼촌으로 오해할 수 상황이었다.

그러자 처남의 둘째 아들의 아내가 자신의 경우을 이야기했다.
아내의 식구들이 다 함께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 경기에는 처남의 두 아들이 함께 뛰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엉덩이가 클로즈업되어 나왔다.
"저 엉덩이는 분명히 내 남편이야!"라고 아내는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얼굴이 보이자,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 남편의 형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자 몽고반점으로 현지인 친구 아들의 아빠로 오해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바르샤바에 사는 폴란드 친구의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다. 마침 그를 방문할 때 그의 부인이 이제 한 달 된 아기를 씻고 있었다.

그 아기의 엉덩이 골에 있는 푸른 반점을 보자 다소 의아스러웠다. 다 알다시피 이 푸른 반점은 몽고족 어린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이다. 부부가 폴란드인인데 어떻게 몽고반점이 있을까, 그럴 리야 없겠지만 밤낮으로 울어서 벌써 부모가 체벌을 가한 것일까...... 

이때 친구는 나를 쳐다보며 "이 아기 아빠는 내가 아니라 동양인임에 틀림없을 거야!"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10개월 전 그 당시 폴란드에 없었다고 하면서 옆에 있는 다른 친구를 바라보면서 “아빠 아님“을 강력히 선언했다. 이 친구의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아버지가 폴란드인이다.

그 순간 우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아기의 엄마는 이곳 유럽 아이들 중에도 더러는 몽고반점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면서 우리 둘의 무죄항변에 동조했다. 물론 혹자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유럽으로 진출한 흉노나 칭기즈칸이 남긴 부정할 수 없는 유산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몽고반점은 유일하게 몽고족에게만 있다고 하는 믿음은 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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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했던 때에는 아이의 생김새가 부모를 닮는 것이 이런 오해를 푸는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렸을 때 종종 물었다.

"넌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닮았니?"
"둘 다."
"어디가?"
"눈은 검으니 아빠 닮았고, 머리카락은 갈색이니 엄마 닮았다."
"닮은 데가 있으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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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23. 06:36

농구가 제2의 종교라 여기는 리투아니아에서 축구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집은 좀 다르다. 리투아니아인 아내 집안에 리투아니아 축구 대표선수가 2명이나 뛰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국제경기는 친척이 모여서 보거나 서로 연락을 해서 보라고 권장도 한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이 열리기 전 6월 22일 아내는 전화 돌리기에 바빴다. 리투아니아 국영 텔레비젼은 두 채널을 가지고 있다. 주 채널에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 경기를 중계했다. 그리도 채널 2에서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중계했다. 대부분 주 채널을 보기 때문에 채널 2에서 중계를 해주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6월 22일 딱 하루만 50%로 할인으로 판 포도주를 사와서 마시면서 아내와 경기를 시청했다. 경기결과를 보면 마치 한국과 나이지리아전 한국 승리를 예견하는 할인인 듯하다. 이날 경기가 16강 진출에 아주 중요한 경기이므로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기 시청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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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두리의 수비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는 장면

경기 시간이 지나갈 수록 아내의 말수가 더 늘어났다.
"왜 저 쪽으로 공을 주지 않나?"
"빈 공간으로 공을 주어야지."
"왜 뒤에서 재빨리 달려오지 않아!"
"선수교체 빨리 해야 돼!."
"제기랄!"
"빨리 집중방어를 해야지."
"오, 신이 도왔다."
"한국 선수들은 공을 잡자마자 빼앗긴다."
"공을 어느 정도 잡고 앞으로 돌파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한국 선수들은 골문 가까이에 와서 슈팅도 못하고 오히려 뒤로 다시 공을 돌린다."
"빠른 역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린이도 하지 않을 실수를 하고 있다. 젠장!!!" (교체해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김남일 선수가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선수 뒷다리를 걷어차는 순간에)

이상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아내가 쏟아낸 말들이었다. 한국인 실수를 할 때마다, 나이지리아가 위협적인 공격을 할 때마다 아내는 한국을 질책하기에 바빴다. 한국이 꼭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때론 얄미웠다.

"당신, 자꾸 속 터지지 말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시청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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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전의 반복 장면 - 이정수의 동점골

2대2에서 마지막 경기 순간까지 가슴 조아리게 아내와 경기를 시청했다. 아르헨티니아가 그리스를 이기고, 한국이 무승부를 했다.

"나이지리아가 오늘 운이 없어서 한국이 이겼다!"라는 아내의 마지막 평에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제 16강에 올랐으니 첫 그리스전처럼 한국이 세계에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기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아뭏든 한국의 성공적인 16강 진출이 아내의 속터짐을 땜방질해주어서 기쁘다. 남편이 한국인이라서 한국을 욕하면서도 응원하는 유럽인 아내가 귀엽기도 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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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21. 08:08

두 개의 부드러운 원형 비스킷을 마시멜로로 접착시켜 만든 초코파이!
한국에 살았을 때 참으로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유럽에 살면서 가끔씩 초코파이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방문 후 돌아올 때도 사가지고 오기도 한다.

"이 초코파이 한국에서 유명한 과자야. 먹어봐. 정말 맛있어."
"그럼 먹어봐야지."


이렇게 대답한 우리집 식구들은 먹어보더니 더 이상 먹지를 않았다.
덕분에 남은 초코파이는 내 몫이 되었다.
일전에 또 초코파이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아빠, 이제 초코파이를 또 먹어볼래."라고 딸아이가 말하고 초코파이를 가지고 자기 방으로 갔다.

얼마 후 부엌에 가니 한 입만 먹은 초코파이가 그대로 있었다.
 
"왜, 다 안 먹었니?"
"내 입에 안 맞아."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초코파이를 안 먹다니 별일이야!"
"맛있으면 아빠가 먹어."

속으로 즐거워하면서 딸아이가 먹다 남긴 초코파이를 단숨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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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구와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간식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 덕분에 우리집은 간식비 지출이 거의 없다. "자기 입에 아무리 맛있어도 다른 사람 입에는 별로일 수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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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15. 07:11

올해 봄부터 페이스북을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친구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354명이다.

한국과 그리스 월드컵 경기가 후 페이스북으로 축하글이 올라왔다.

"오늘 너의 첫 경기에서 너의 승리를 축하한다. 너의 팀이 경기하는 것을 아주 유익하게 보았다.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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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한국의 승리" 대신 "너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한국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꼭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듯한 일체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 친구의 "너의 승리"가 즐겁게 받아들여진다.

비록 외국에 살지만 "나의 승리"가 되도록 열심히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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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기를 흔들고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응원하고 있는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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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6. 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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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만 18세 생일에 성인이 된다. 3월 30일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생인 마르티나가 드디어 성인이 되었다(관련글: 딸의 생일잔치로 부모가 외박하다). 성인이 되자마자 마르티나가 성인으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먼저 마르티나는 자신의 이름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했다. 그 동안 엄마 은행계좌에 자신의 용돈을 저축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금전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곡간을 자꾸 비울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채워나가길 기대한다. 엄마는 딸이 이제 스스로 은행관리를 할 수 있는 성인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한편 자신의 품을 떠나게 되는 것을 아시워했다.

여고 2학년생, 한국에서는 대학입시를 위해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야 할 때이다. 성인이 되자마자 마르티나는 난데 없이 운전면허증을 따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따기를 권했지만 성인이 되었으니 스스로 결정한다고 답했다. 처음엔 달래보았지만, 학원등록까지 해놓고 금전적 지원을 청했다. 만 18세 학교 친구들 중에도 차를 몰고 다니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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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유학가면 그곳에는 따기가 더 힘들 것 같아 지금 리투아니아에서 따놓는 것이 좋다."고 마르티나는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운전면허증 따기를 후원하기로 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엔 100점 만점으로 한 번에 합격했다. 그리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도로주행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다. 덕분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았다. 참고로 마르티나가 운전면허증 따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1500리타스(70만원)이었다. (사진: 마르티나의 은행계좌 연결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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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마르티나는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있는 영국으로 7일 떠났다. 여름방학 동안 내내 영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목적이다. 부모로서는 집에 남아서 부족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섰지만 영국에서 일하면서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은 일이라 판단했다. (사진: 마르티나의 운전면허증; 즉석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얼굴을 가렸다.)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용기있게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마르티나를 보면서 부모세대인 우리는 그 나이에 너무 나약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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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6. 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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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5월 첫 번째 일요일 어머니날에 비해서는 성대하지가 않다. 어머니날에는 딸아이가 꽃선물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지만, 아버지날은 그냥 "아빠, 사랑해!"로 말선물만 했다. 말선물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식두들은 놀이선물을 생각해냈다.

우리집 아파트 발코니에는 다트판이 걸려있다. 아내와 딸들이 우르러 몰려와서 식구 전부가 다트놀이를 하자고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가족 모두가 놀았다. 이어서 점심을 먹은 후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가고 있던 요가일래는 갑자기 아빠 손과 엄마 손을 서로 잡게 하고는 앞으로 빠져나갔다.

"지금부터 저기까지 두 사람이 손을 꽉 잡고 간다. 놓으면 안 돼!"

모처럼 아내 손을 잡고 걸어가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쑥스러웠다. 마침 우리 앞에는 비둘기 네 마리가 먹이를 찾아 거리를 따라 종종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쑥스러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잡고 있던 아내 손을 놓았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돼. 다시 잡아!"
"야, 손 잡고 가니 비둘기에게 미안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사실 길이 좁아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 말이 맞아. 비둘기가 질투하기 전에 손을 놓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맞장구쳤다.

각설하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부부 말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상황 1
"욕실에 가는 길에 면봉 좀 가져와."라고 아내가 말한다.
친절을 베푼다고 아무 말 없이 이쑤시개를 가져다 준다.
"아니, 면봉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왜 이쑤시개를 가져와!"
"나는 면봉이 아니라 이쑤시개라고 정말 들었어."
"아니, 금방 들은 말도 잊어버려?"
"아니, 금방 말한 말도 잊어버려?" 이렇게 구절이 이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이런 경우 누가 맞고 틀리는 지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블랙박스 같은 기록장치가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느낀다.  

상황 2
일요일 아내가 삼겹살을 구웠다. 부엌에서 굽는 것을 보면서 내가 먹을 만큼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거실  식탁에 와서 먹고 있었다. 아내도 접시를 들고 왔다. 맛 있으니 양이 적은 듯했다.
"삼겹살 더 있어?"
"굽지 않은 삼겹살이 더 있어!"
"그럼, 더 안 먹을래."
"직접 굽는 것이 싫어서 그래?"
"당연하지."
"부엌에 와서 눈으로 직접 굽는 장면을 보고도 고기가 얼마 남았는지를 기억 못해서 물어? 구운 삼겹살이 아직 남았으니까 가서 먹어."


이렇게 말싸움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 말도, 들은 말도 금방 잊어버린다. 기억력이 점점 둔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생생하게 듣기로는 A인데, 말한 사람은 B라고 한다. 내가 분명하게 A라고 말했는데 들은 사람은 B라고 한다. 상대방 말을 정확하게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대충 들으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일전에 한 모임에서 들은 친구 이야기이다. 아내와 함께 다른 친구의 비싼 차를 직접 몰고 대형마트에 갔다. 장을 다 보고 주차한 곳으로 오니 차가 없었다. 등에는 벌써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자기 차도 아니고 남의 차인데, 그것도 비싼 차인데...... 이들 부부는 넓은 주차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를 못했다. 당황함 속에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혹시 대형마트 뒷쪽에 있는 주차장이 아닐까? 가서 보니 그곳에 차가 있었다.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분명이 이렇게 했는데 (혹은 했다고 생각하는 데) 결과는 저렇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이런 갑다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늘어나는 말싸움이지만 오래 가지가 않는다. 바로 내가 반박할 순간에 내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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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31. 06:01

5월 22일 리투아니아 사람 처조카의 결혼 피로연이 열렸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피로연이 열리는 대저택으로 이동했다. 이어 신랑신부가 대저택 곳곳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동안 하객들은 그늘진 곳에 위치한 탁자에 둘러앉아 포도주 등을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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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 저녁 만찬을 기다리는 동안 하객들을 위한 신랑신부의 배려가 돋보였다. 마술사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아가 마술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린이 하객들이 아주 좋아했다. 옆에서 마술사 행동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마술의 비밀을 캐보고자 했으나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역시 마술사는 마술사이구나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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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기쁨을 준 것은 캐리커쳐였다. 피로연에 화가 두 명을 초대했다. 이들은 각각 다른 풍의 캐리커쳐를 그렸다. 종종 거리나 광장 등에서 캐리커쳐 화가를 만나면 캐리커쳐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늘 포기한다. 하지만 이번 피로연에서는 시간도 많았고, 또한 화가에 대한 모든 수고비는 신랑신부가 부담했다. 그래서 대부분 하객들이 기분 좋게 화가의 모델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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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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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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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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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스

결혼식에 결혼선물을 주는 데에만 익숙해 있는데 이렇게 선물을 받으니 감동적이었다. 만찬을 기다리는 동안 하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또한 캐리커쳐 선물까지 받아갈 수 있게 배려한 신랑신부에게 감사한다. 이 캐리커쳐를 통해 신랑신부의 결혼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 최근글: 피로연에서 아빠를 고자질한 얄미운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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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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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처조카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한 동안 선물 선택을 궁리했다. 아내는 가까이 놓아두고 오래 동안 생각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선택하자고 했다. 하지만 딱 부러지게 무엇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누구로부터 초대를 받거나 누군가 기념일을 맞으면 무슨 선물을 할까가 제일 고민스럽다.

5월 7일 아내가 생일을 맞았다.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글에서 아내 생일 선물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등교하는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꽃집을 들렀다. 아내의 평소 지론대로 꽃보다는 나무를 사기로 결심했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이날 구입한 장미나무는 막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일어나서 거실 탁자 위 장미나무 쪽으로 쳐다보았다. 꽃망울이 예쁘게 피어나 있는 것을 보자마자 아내를 불렀다.

"빨리 와봐. 여기 당신을 위한 꽃이 있어."
"우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내가 생일선물을 잘 골랐지."
"최고야!"
라며 아내는 볼에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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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나무를 선물했더니 아내의 생일 선물 기쁨은 지금도 지속된다.

5월 7일 장미나무 선물에 아내는 기뻐했고, 이날은 꽃이 피어난 것에 대해 기뻐했다. 만약 생일에 나무가 아니라 꽃송이를 샀더라면 한 일주일 후면 시들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장미나무를 샀더니 2주일 후에 핀 꼿으로 생일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내년에는 (선물을 안 사고) 여기 피는 꽃으로 할 거야."
"가계살림에 도움되니 오히려 좋지."  
 

* 관련글: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닌텐도를 놀면서 구걸 행각을 벌인 딸아이
아기 때부터 영어 TV 틀어놓으면 효과 있을까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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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19. 07:15

3월 30일 큰 딸 마르티나가 만 18세가 되는 생일을 맞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성인이 된다. 이 날 마르티나는 가까운 친구 15명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면서 다음날 새벽까지 집에서 놀았다(관련글: 딸의 생일잔치로 부모가 외박하다).

주로 마르티나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준비했다. 성년일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없었다. 샌드위치와 과자, 약간의 채소 등을 마련했다. 술은 마시지 않았을? 물어보니 주로 남자들은 음료수를 탄 보드카, 여자들은 도수가 약한 맥주나 샴페인을 마셨다고 했다. 이 날 우리 부부는 보드카 두 병을 사주었다. 유럽 청소년들의 성년일 생일 음식은 어떨까? 마르티나 생일 음식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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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된 음식상 뒷편에 놓인 간식용 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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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을 굽어 생마늘을 발랐다. 흔히 맥주안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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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에 직접 튀겨 만든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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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튀김 스낵이다. 마르티나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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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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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소시지를 얹었다. 가장 일반적인 아침이나 저녁 음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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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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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흔히 먹는 채소 중 하나인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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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흔히 먹는 채소 중 하나인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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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밥솥엔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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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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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제된 연어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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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장미 19송이 (18세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짝수로 꽃을 선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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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선물로 받은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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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모인 친구들. 화제는 바로 젓가락질이었다.


생일축하 분위기를 엿볼 수 동영상이다. 믿기지 않은 노트북 선물을 받고 기쁘서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최근글: 현지인 아내 없이 방송촬영 간 곳에 생긴 일

  남친과 성년일 보내려는 딸, 어떻게 하나?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딸아이 남친이 없으니 가정이 더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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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18. 06:17

방송촬영을 갈 때는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늘 함께 간다. 특히 아내는 인터뷰할 때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이 카메라를 똑바로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답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빠뜨릴 수 있는 중요한 그림을 알려준다. 한 장면을 찍고 있는 데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그림이 될 만한 상황을 본 아내는 카메라를 빨리 돌려라고 말해준다. 현지인이기 때문에 현지인과 격의없이 자연스럽게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방송촬영에는 아내가 함께 가지 못했다. 먼저 우리집 식구 모두 지난 주 내내 감기, 기침, 고열 등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아내도 기침을 심하게 했고, 아픈 아이들을 두고 집을 비울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촬영 장소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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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골동품 시장. 매주 토요일 열린다.

집 근처 전망 좋은 곳에 과거 노동자 회관이었던 건물이 있다. 이 건물과 주위에 매주 토요일 골동품 시장이 열린다. 산책할 때 가끔 둘러본다. 리투아니아 골동품 시장을 취재하기 위해 촬영해야 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시장으로 갔다. 아침 8시인데도 벌써 제법 사람들이 모였다.

우선 언덕 위에서 부감 그림을 잡았다. 그리고 점점 가까이 가면서 촬영했다. 만약을 위해 "press" 카드를 보이도록 목에 걸었다. 그런데 삼각대와 카메라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거나 고개를 돌렸다. 삭막한 분위기가 점점 느껴졌다. 뒤에서 "카메라로 찍지마!"라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 덩치가 큰 사람이 다가오더니 "여기 파파라치 있네!"라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지인인 듯한 사람에게 "야, 너를 찍고 있어!"라고 알려주었다. 다행히 그 사람은 "괜찮아."라고 답했고, 먼저 영어로 말을 걸었다.
"일본에서 왔나?"
"한국에서."
"아, 한국! 부산에 가봤지."
"언제?"
"5년 전에."
"무슨 일로?"
"내가 러시아 배 선원이었지. 두 달 머물렀어. 한국 정말 좋았어."

이때다 싶어 이 사람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파는 물건, 손님과 거래 장면 등등. 하지만 주위 분위기는 참으로 냉랭했다. 꼭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건물 안으로 고개를 내밀고 들여다보니 더 큰 골동품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림이 훨씬 좋았다. 출입문턱을 넘어 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를 빡빡 깎은 덩치 큰 사람이 다가왔다. 러시아어로 외쳤다.
"어디서 온 놈이야? 여긴 촬영 금지야. 당장 나가!" (분위기상으로 번역했다)
또 다른 곳에서 덩치 큰 사람이 "나가라!"라고 외쳤다. 금방이라도 밀칠 듯이 다가왔다.
키가 작은 동양인 한 사람이 무거운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온 것이 그들에게 이상한 것 같았다. 낌새를 보니 그냥 순순히 나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 같아 건물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좀 떨어진 곳에 정신을 가다듬을 겸 도시 전경을 촬영했다.

그래도 몇 컷을 더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옛날 농기구나 가구, 철물 등이 즐비한 곳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한 사람이 전화를 걸고 말하는 내용이 들렸다.
"여기 건물 입구에 카메라가 찍고 있어."
건물 안에 있는 누군가에 촬영을 하고 있다라는 정보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덩치 큰 사람이 오기 전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런데 나오는 길목에 점잖게 나이든 사람이 또 뭐라고 한 소리했다.
"카메라 들고 뭐해? 찍지마!"라고 조롱하듯이 말했다. 주위 사람들은 히히 웃어댔다.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으나 군중들 속 우군이 없는 이방인 혼자는 섣불리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것을 되새기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따라 그 동안 늘 촬영일에 함께 한 아내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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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리투아니아 '가족의 날' 행사를 촬영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체로 방송 카메라 앞에 경계심이나 부끄러움을 탄다.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인터뷰하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유럽에서 십여년 동안 방송촬영하면서 이렇게 냉소적이고 위협적인 분위기는 처음으로 겪었다.

"왜 골동품장수들은 그렇게 비협조적이었을까?"라고 현지인 친구에게 물었다.
"혹시 불법적인 골동품이라도 있어서 그럴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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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17. 06:10

지난 금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 알렉사스가 사진과 함께 쪽지를 보내왔다.
"내가 방금 만든 김밥이야. 집에 있을 건가?"
"일 때문에 집에 있어야 돼."
"그럼, 기다려. 내가 따끈한 김밥을 가져다 줄게."
"이잉~~ 너가 김밥을 만들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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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스는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김치를 잘 먹어서 오래 전에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적도 있다(관련글: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 언젠가 우리집에 와서 먹어본 김밥이 맛있다면서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았다(관련글: 유럽인 친구가 직접 만든 김밥).
 
이날 그는 빌뉴스 시내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다고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5km 떨어진 거리를 달려왔다. 봉지에는 김밥이 담긴 도시락이 있었다. 한국인인 내가 자기보다 김밥을 더 잘 만들 것이다고 생각하면서 평을 부탁했다. 사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다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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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인 입에 맞는 쌀이 아니였다. 윤기도 없고 퍼슥퍼슥했다. 김밥 크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소금도 부족하고 내용물도 부실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김밥을 만들어 한국인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고자 한 친구 알렉사스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낀다.

* 최근글: 현지인 아내 없이 방송촬영 간 곳에 생긴 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12. 06:08

지난 5월 3일 폴란드 친구가 자전거 동아리 회원 8명과 함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웃 나라 폴란드에 살지만 대부분 리투아니아를 처음 방문했다. 친구 부탁으로 이날 빌뉴스 구시가지를 안내했다. 한 때 배운 폴란드어의 기본적인 어휘 덕분에 훨씬 빨리 친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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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바르샤바 자전거 동아리 회원 일행을 빌뉴스 구시가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유스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인 구시가지의 중요한 볼거리를 방문했다. 저녁에는 리투아니아의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갔다. 1박 2일 일정으로 온 일행이라 첫 밤이자 마지막 밤인 이날 너근하게 담소를 나누면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때 가장 큰 관심을 끌은 것은 바로 한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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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사람이 한글로 자기 이름을 어떻게 표기하느냐가 물었다. 이렇게 시작한 한글 표기가 결국 참석자 모두의 이름을 표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종이 위에 쓴 한글 이름은 고스란히 이들 자전거 동아리의 좋은 기념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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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표기된 이름을 다시 폴란드어 철자로 적고 있는 고샤(gosia)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느낀 바에 따르면 한글은 처음 만난 외국인들과 쉽게 의사소통을 시작하게 하는 좋은 도구이다. 처음에는 이들에게 그리기 어려운 그림처럼 보이지만 여러 이름을 써내려가면서 이들은 한 철자의 동일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재미있다면서 스스로 한글을 익혀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외국인과 쉽게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면, 먼저 통성명을 한다. 그리고 당신 이름은 한글로 이렇게 쓴다라고 하면서 써주면 대부분 좋아할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한글 자음과 모음을 가르쳐주면 함께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한글로 이름 표기해주기는 외국인의 호감을 끄는 데 아주 적격이다.

* 최근글: 술 마시기 전에 벌써 취해 버린 듯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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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6. 07:04

어제 집에 있는 맥주병을 보니 따개가 필요 없었다. 바로 병뚜껑에 손잡이 고리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고리에 손가락을 넣고 위로 잡아당기면 맥주병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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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드물지만 병뚜껑 따개를 찾지 못해 맥주 마시기를 포기한 적도 생긴다. 물론 마시고자 하는 욕망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숟가락을 이용하거나 창틀의 모서리를 이용해 능숙하게 잘 따지만 그런 재주가 아직 없다.

이제 맥주 소비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이 다가온다. 부엌 서랍 속 깊이 있던 병뚜껑 따개가 서랍 앞면으로 점점 다가오는 때다. 하지만 따개 없이도 손쉽게 맥주병을 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따개 역할을 한다.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서 인기를 끈 맥주병 따는 다양한 법이 담긴 영상이다. 물론 일부는 권하고 싶지가 않다. 재미 삼아 보시기 바란다.

* 최근글: 해외에서 받은 티스토리의 반가운 선물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6. 06:49

며칠 전 우체국에서 소포가 왔다라는 통지서가 왔다. 특별히 올 때가 없는 데 소포가 왔다니 궁금했다. 누가 보냈을까...... 우체국에서 날라오는 통지서에는 수신자와 발신국가 그리고 무게가 적혀있고, 발신자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래서 소포를 받아야 그때서야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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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받자 금방 알 수가 있었다. daum이 적힌 접착제띠가 말해 주었다. 발신자는 다음-티스토리였다. 지난 해 티스토리 달력 응모 때 달력 수신자로 선정되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선정되었어도 외국에 살고 있으니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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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벌써 4분의 1이 지났지만 예쁜 달력은 방을 장식하면서 일정을 기록해는 데 유익하다. 우리집 식구들 각자가 자기 방으로 달력을 모셔가려고 했지만 결국은 아빠 방에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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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매끈한 명함도 참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임시연락처가 기재가 된 것이 흠이었다. 하지만 수정한 전화번호를 넣은 스티커를 붙이더라도 멋있다라는 소리를 듣기에는 손색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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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을 시간대로 기재할 수 있는 길쭉한 수첩도 마음에 들었다. 하드카버로 되어 있어 헐렁한 가방 속에서 구겨지 않아서 좋다. 특히 오른쪽 하단에 티스토리 로고와 함께 개별 블로그 주소(blog.chojus.com)가 기재되어 있어서 만든이의 정성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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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달력 사진 응모에 해서 사진 당첨은 되지 않더라고 이런 선물은 꼭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해외까지 정성스러운 선물을 보내준 티스토리에 감사한다.

* 관련글: 어머니를 위해 시낭송과 노래하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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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위대한 나라 - 리투아니아 유명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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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5. 3. 08:04

"유럽에는 주식이 뭐니?" 이는 한국을 방문해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흔히 받는 질문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밥 대신 감자라고 짧게 답한다. 그렇다고 유럽 사람들은 감자를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에 다 먹지 않는다. 감자는 주로 점심에 먹는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저녁에 감자를 볶아서 우유와 함께 즐겨 먹는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20년 동안 살면서 감자수확에는 수 차례 참가해보았지만, 감자심기는 한 번도 해볼 기회가 없었다. 5월 2일 어머니날을 맞아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시골도시에 사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토요일 화창난 날씨에 감자를 심는다고 했다. 아내를 제외한 우리 식구는 처음 감자를 심어볼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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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감자 상자를 들고, 요가일래는 발 크기를 재면서 감자를 심고 있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 감자심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감자에서 눈이 난 부분을 칼로 오래내어 심었던 기억이 난다. 감자 눈 부위를 적당하게 짜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것을 심는 사람도 있었다. 심으면서 흙을 덮었더, 리투아니아에서도 그렇게 심을까 궁금했다.

이날 감자심는 현장에서 본 바는 이렇다.
1. 감자를 자르지 않고 통으로 심는다.
2. 통감자를 고랑에 약간 눌러서 박는 듯이 심는다.
3. 통감자 사이의 간격은 보통 한 발 크기이다.
4. 감자를 심은 고랑에 비료를 뿌린다.
5. 심는 사람이 흙으로 덮지 않는다.
6. 사람이 끄는 쟁기로 두둑을 갈면 양 옆에 있는 고랑으로 흙이 흩어지면서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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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이렇게 일가친척이 다 모여 장모님 텃밭에서 즐겁게 감자를 심었다.
"자, 오늘 감자를 심은 사람만이 햇감자를 먹을 자격이 있다."라고 장모님이 말했다.
"장모님, 그때 가면 오늘 감자를 캔 사람만이 햇감자를 먹을 자격이 있다고 말할 거죠?"라고 되물었다.  

* 최근글: 유럽의 과일나무 줄기가 하얀색인 이유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4. 28. 06:30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원하는 바 중 하나가 아파서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닐까...... 리투아니아에서는 아프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거주지역을 관할하는 보건소이다. 이곳에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거리를 관할하는 가정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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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가정의사를 찾아가 1차 진료를 받고 검사와 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는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진료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가면 된다. 이런 경우는 가정의사를 돕는 간호사가 미리 개인건강기록부를 챙겨서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보건소 접수실에 가서 이 개인건강기록부를 받아서 가정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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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인건강기록부에는 그 동안 개인이 받은 모든 진료나 검사 결과가 적여있다. 당연히 보건소나 병원을 많이 방문할 수록 이 기록부가 더 두꺼워진다. 누구나 이 기록부만 보면 환자의 과거 병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꼭 학교 다닐 때 생활기록부나 성적기록부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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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수술을 받으면서 수술 받을 병원에서 다시 모든 검사를 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술담당 의사는 관할 보건소에서 수술을 위해 필요한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가 적힌 서류만 가져오라고 했다. 리투아니아 보건소를 방문해 잘 정리된 이 기록부를 볼 때마다 보건소의 개인건강관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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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