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8건

  1. 2011.10.03 수학 문제로 사랑 고백하는 법 2
  2. 2011.09.30 학년마다 찍은 학급사진에 학창시절 총정리 4
  3. 2011.09.30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꺼놓아야 할 판 3
  4. 2011.09.29 주차시 차문 흠집 불안 한방에 해결
  5. 2011.09.28 러시아 공항 화장실 소변기 위에 붙은 광고
  6. 2011.09.27 옷에 묻어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곤충 5
  7. 2011.09.26 아리스토텔레스식 사위 고르는 법 1
  8. 2011.09.20 외국 현지인과의 대화 종착역은 북한
  9. 2011.09.13 추석, 한국 교민과 교환 학생을 잇는 가교
  10. 2011.09.12 둥근 보름달 연상시킨 노란 열기구 하늘 둥둥
  11. 2011.09.10 어느 독일인이 한중일 사람 구별하는 법 17
  12. 2011.09.09 식품명 일본 만두에 쓰여진 한글 7
  13. 2011.08.29 유럽인 숫자 1 표기로 사진이 7장 된 사연 3
  14. 2011.08.15 이 글자의 정체는? - 한글과 로마자의 조합 1
  15. 2011.08.14 노브라 여자를 쳐다본다고 놀려대는 아내 7
  16. 2011.08.11 0:3로 남편 나라는 졌고, 아내 나라는 이겼다 2
  17. 2011.08.11 유럽서 한국 드라마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 7
  18. 2011.08.08 사우나 삼순이 양머리, 갈채받은 해결책
  19. 2011.08.02 엄마 잃은 아기 고슴도치 키우는 장모님
  20. 2011.07.22 폭풍으로 쓰러진 전나무에 눈물 흘리는 아내
  21. 2011.06.27 나이 든 사위, 친구 같다며 좋아하는 장인 어른 4
  22. 2011.06.22 백미러 도난에 오히려 축하해주는 경찰관
  23. 2011.06.17 68억 천안 원형육교, 다음지도에서 찾아보니 2
  24. 2011.06.13 보리수가 길거리에 기름을 칠한다 2
  25. 2011.06.03 사우나에서 수영복 벗자라는 뜻밖의 남자 4
  26. 2011.05.27 신기생뎐 단사란의 백만 송이 장미를 듣고서 2
  27. 2011.05.25 디카를 찾으려는 애뜻한 광고 1
  28. 2011.05.23 유럽에 살면서 호칭으로 기분 나쁠 때 4
  29. 2011.05.19 리투아니아 기자들과 함께 보낸 1박 2일 1
  30. 2011.05.03 5월 완연한 봄에 내린 20cm 눈
생활얘기2011. 10. 3. 07:33

아래 사진 속의 수학 문제를 과연 누가 풀 수 있을까?
이것이 중요한 시험의 문제라면 참으로 걱정스럽고 긴 한숨이 나올 법하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남친이나 여친으로부터 받은 수학 문제라면 어떨까?
그 해법을 풀기 위해 온갖 조합을 머리 속에 짜낼볼 법하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 결국 포기한다.
하지만 우연히 내려놓은 볼펜이 위로부터 수학 문제의 반(半)을 가로막는다.


우와, 이렇게 묘할 수가 있을까? 이 문제를 낸 사람은 참으로 재치있는 사람이구나.
"I Love you"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30. 07:53

지난 7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 딸 마르티나는 최근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마르티나 방을 작은 딸 요가일래가 이제부터 사용하게 되었다. 이번 주 내내 마르티나가 남겨놓은 책, 서류, 사진, 옷 등을 정리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마르티나의 학급사진이 눈에 띄었다. 한국은 초등학교 졸업앨범, 중학교 졸업앨범, 고등학교 졸업앨범이 있다. 리투아니아는 따로 앨범이 없고, 사진만 있다.

특히 학년을 마칠 때마다 학급이 기념 사진을 찍는다. 12년 학교생활이니 사진이 12장이다. 마르티나의 학급사진을 찾아서 정리해보니 10장뿐이었다. 2장(초등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사진)을 찾지 못해 아쉽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빌뉴스로 전학와서 12학년을 마쳤다. 처음 만난 학급친구들과 9년을 함께 학교생활을 했지만, 대부분은 12년을 함께 같은 학급에서 보냈다.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서로 지켜보면서 자랐다.  

1. 1999년-2000년 (초등학교 1학년)

2. 2001년-2002년 (초등학교 3학년)

3. 2002년-2003년 (초등학교 4학년)

4. 2003년-2004년 (초등학교 5학년)

5. 2004년-2005년 (초등학교 6학년)

6. 2005년-2006년 (중학교 1학년)

7. 2006년-2007년 (중학교 2학년)

8. 2007년-2008년 (중학교 3학년)

9. 2008년-2009년 (고등학교 1학년)

10. 2010년-2011년 (고등학교 3학년)

학년마다 찍은 이 학급사진을 보고 있으면, 12년의 학교생활이 그대로 총정리가 되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30. 06:01

아내는 음악학교 피아노 교사 경력 20년째이다.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었어?"
"한 학부모로부터 불평(?)하는 전화를 받았어. 교사생활 20년만에 이런 전화 처음이야." 

이 학부모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9월부터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다섯 번째 수업에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수업시간은 45분이다. 3년 전부터 리투아니아 정부는 재정지출 억제책의 하나로 교사 월급을 삭감했다. 수업시간수 줄이기로 월급을 내렸다. 즉 2시간 수업을 1시간으로 줄었다.

수업일수를 줄인 선생님도 있고 수업시간을 줄인 선생님도 있다. 아내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주일 두 시간 수업(45분 + 45분)이 이틀로 나누던 것을 한 시간(45분)으로 하루에 하지 않고, 시간을 45분에 25분으로 단축해서 이틀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합치면 5분을 더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정으로 주일의 첫 수업에 오지 못하면 다음 수업에 25분이 아니라 45분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딸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날 피아노 수업이 25분이었다. 그런데 수업 중 다른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학부모와 수업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수업 중 다른 동료 교사 방문처럼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한 5분 통화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학생을 보낸 후 다른 학생을 맞아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집으로 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그렇게 수업에 소홀하시면 어떻게 해요? 수업료를 내었는데 말입니다."

아내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제가 지금 수업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듯이 다른 부모도 용건이 있어 그렇게 전화할 수도 있고, 내용에 따라 좀 더 길게 통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연주 발표회가 열기 전에는 여러 시간을 더 과외로 (무료로) 가르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요?"......

소심한 아내는 어제 저녁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당신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아야 하겠네."
"당신이나 딸, 혹은 다른 학부모가 급하게 전화할 수도 있잖아."
"아뭏든 이번 학부모 지적으로 마음 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맥주 한 잔 어때?"
"좋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9. 07:05

주차할 때마다 늘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차문을 열었을 때 내 차문이 옆차의 측면에 부딛혀 흠집을 내지 않을까이다. 또한 옆차로 사람이 탈 때 문을 열었을 때 그 문이 내 차의 측면에 부딛혀 흠집을 내지 않을까이다. 

작은 흠집이라도 있으면 차문을 열 때 기분이 찝찝하다. 이 흠집 하나 때문에 차문 전체를 다시 페인트를 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옆에 주차된 차가 이미 있으면 내 차문이 흠집내는 것보다 내 차문이 흠집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더 조심한다.


그런데 이제 이런 걱정이 사라지게 될 것 같다. 포드 포커스(Ford Focus) 자동차는 운전자나 탑승자의 이런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갖춰었다. 바로 차문을 열면 안에 있던 고무판이 밖으로 튀어나와 차문의모서리를 감싼다. 이 고무로 인해 부딛혀도 흠집을 내지도 않는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8. 06:24

광고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광고가 붙여진 장소도 중요하다. 적합한 장소에 적합한 광고는 효과도 만점이다. 최근 스웨덴 에스페란토 친구 칼레 크니빌라(Kalle Kniivilä kniivila.net)가 찍은 광고 사진이 돋보였다.

러시아 한 공항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  붙어 있는 광고이다.

왼쪽에 있는 것은 차례대로 여성 승객 4명의 명단이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연기나 취소의 탑승상태이다.

이 게시판은 바로 여성 4명의 비행이 연기되었거나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이 광고는 전립선 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촬영: Kalle Kniivilä, 사진 출처 | Image source link]

이 광고가 바로 적합한 장소에 적합한 광고가 아닐까......

 * 최근글: 현수교 꼭대기 올라가는 겁 없는 러시아 10대들의 까닭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7. 05:15

두 달 동안 미국 여행을 마치고 딸아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가장 소름 끼친 일을 하나 소개했다. 보스톤에서 생활하다가 뉴욕 나들이를 나섰다. 인터넷으로 민박집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그 집을 방문했다. 

젊은이가 사는 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정리정돈이 엉망이라는 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게 되었다. 숙박비는 이미 지불한 것이라 불결함에 뛰쳐나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다. 

도마를 옮기려고 도마를 들어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왜?
도마 팉에는 수십마리의 바퀴벌레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거미르 보아도 깜짝 놀라는 데 바퀴벌레를 보았으니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 이날 밤 거의 공포영화 수준으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다가 다음날 숙박비를 돌려받고 새로운 민박집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의 옷을 손으로 빨래를 하다가 아내가 소리쳤다.
"미국 바퀴벌레!"
"뭐라고?"

* 아이팟으로 찍은 사진이라 선명도가 낮아 아쉽다.

온 식구들은 머리카락이 쭈빗쭈빗하고 몸이 간지러웠다. 아내는 빨래솔로 곤충을 가지고 밝은 곳으로 왔다. 식구들은 이것이 정말 바퀴벌레일까라며 가까이에서 살펴보았다. 말라 죽어서 식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바퀴벌레는 아닐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여졌다. 어쩌면 바퀴벌레가 아닐 것이라는 바램으로 내린 결론일 법하다.

"봐, 이렇게 쉽게 사람의 옷에 묻어 벌레나 알들이 대륙간에 쉽게 이동할 수 있잖아!"
 
* 최근글: 아리스토텔레스식 사위 고르는 법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6. 06:10

이번 주말 몇년 동안 쌓아만 오던 책들을 정리했다. 자주 필요한 책은 눈에 띄는 곳에 놓고 별다른 필요가 없는 책은 박스에 넣기로 했다. 

"당신은 책정리를 하는 데 무슨 시간이 그렇게 걸리나?"라며 아내가 한 소리했다.

책정리 시간이 아니라 독서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느 쪽으로 분류할까 생각하면서 쪽을 넘긴다는 것이 벌써 그 내용에 빠져들고 있었다. 

손에는 20년전 슬로바키아에서 출판된 "Anekdotoj pri famaj homoj"(유명인사들의 일화)라는 에스페란토 책이 잡혀있었다. 이들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Aristoteles
, malnovgreka filozofo (-384 ~ -322)
La filozofo Aristoteles havis filinon. Iutage venis svati ŝin du junuloj - unu riĉa, la alia malriĉa.
Al la riĉa li diris:
"Mi ne donos al vi mian filinon."
Kaj li donis ŝin al la malriĉa.
Demandita, kial li faris tiel, Aristoteles respondis:
"Tiu riĉulo estas stulta, do mi timis, ke li malriĉiĝos, sed la malriĉa knabo estas saĝa, do mi povas esperi, ke li fariĝos riĉa."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 (기원전 384-322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겐 딸이 있었다. 어느 날 두 청년이 청혼하러 왔다.  한 청년은 부자였고, 다른 청년은 가난했다. 
"너에게 내 딸을 주지 않겠다"라고 부유한 청년에게 말했다. 
그는 가난한 청년에게 딸을 주었다.
왜 그렇게 했는지 질문을 받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부자는 바보이다. 그래서 그가 가난해질 것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빈자는 현명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부자가 될 것이라 기대할 수가 있다."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서 사위를 선택했다. 당장 부자이지만, 그 부를 지속시킬 수 없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그는 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은 빈자이지만, 부자가 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에게 딸을 주었다. 20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위 선택법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은 부모가 사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딸이 남편을 선택하는 시대이다. 세상의 딸들이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닮기를 바란다. 부유하면서 그 부유함을 지속시킬 수 있는 현명함을 가진 남자라면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20. 06:03

지난 여름 어느 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중심가에 있는 종합진료소를 다녀왔다. 당뇨증세가 있어 진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혈액검사를 마치고 담당 전문의 진료실을 찾았다. 진료실 앞 대기석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 중앙 종합진료소
 

"어느 분이 마지막인가요?"라고 물었다.
"간호사가 호명하는 대로 들어가요."라고 안경 쓴 사람이 답했다.

그 분 옆에 앉았다. 영어로 된 잡지를 읽고 있었다.

"어제 오후에 진료를 받았는데 오늘은 검사결과만 전해주기만 하면 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금 후에 그 분이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리투아니아어를 잘 해요?"
"아니요. 아주 조금밖에 못해요."
"리투아니아에 온지 얼마나 되어요?"
"10년."
"리투아니아에 50-60년 산 사람들도 리투아니아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리투아니아어 정말 어려워요. 격변화도 많고, 강조음도 불규칙적이고......"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아요."

옆에 있던 다른 사람도 칭찬했다. 몇마디 현지어를 한 것을 가지고 칭찬을 받으니 괜히 쑥쓰러웠다.  잠시 후 안경 쓴 할머니가 다시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남이요? 북이요?"
"남이요."
"한국은 여름에 안 더워요?"
"덥죠"
"습하지는 않아요?"
"리투아니아는 건조하지만 한국은 정말 습해요. 여름은 리투아니아가 정말 좋아요."

"나는 미국 뉴욕 맨하턴에서 16년 살았어요."
"그럼, 이제 완전히 리투아니아로 되돌아온 것인가요?"
"그래요. 뉴욕은 너무 복잡해요. 도시내 이동에 하루가 다가요. 여긴 모든 것이 가까이에 있어요."
"맞아요. 서울도 마찬가지요."
"북한 사람들이 먹을 것도 없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그래요."
"통일은 언제 될까요?"
"그렇게 바라지만 딱 언제 된다고 말할 수가 없네요." 

낯모르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대부분 마지막 대화 사항은 이렇게 북한과 통일로 흘러간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13. 07:52

추석이다. 9월 12일은 월요일이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이다. 한국에는 중요한 명절이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평범한 월요일에 불과하다. 특히 이날 아내는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일해야 한다. 한국 교민들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6시 30분이다. 모임에 늦을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는 6시에 발레 수업을 마친다. 5시 30분경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일었다. 곧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없이 간 딸아이를 데리려 가야 했다. 가는 길에 천둥과 번개가 바로 코 앞까지 온 듯했다. 

▲ 몇일 전 우박이 내렸을 때 찍은 동영상. 어제는 이 우박보다 훨씬 더 큰 양의 폭우가 내렸다.
 
 
6시 발레 교실을 찾아가자 집으로 어떻게 돌아갈까 걱정하던 딸아이는 아빠를 보자마자 그렇게 기뻐했다. "아빠, 사랑해!!"라고 외치면서 학생들 사이로 달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천둥과 번개는 잠잠해졌으나, 비는 더욱 거세졌다. 도로와 거리가 온통 개울이 된 듯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물이 무릎까지 오기도 했다. 딸아이를 엎고 건너야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데 우리가 추석 모임에 가야 하나?"
"아빠, 가야지. 한국 사람들이 다 모이잖아."
"하지만 비가 정말 무섭게 내린다."
"그칠 거야."

우산이 어느 정도 막아주었지만, 둘 다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었다. 그런데 6시 30분이 넘자 하늘이 감쪽같이 개기 시작했다. 햇볕이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이것이 천지개벽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날 저녁 음식의 일부
 

우리 식구는 저녁식사가 열리는 한인회장님댁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공간이 부족해 신발이 2층으로 쌓여있었다. 늘 그렇듯이 맛있는 음식이 코와 눈, 그리고 입을 즐겁게 했다.

▲ 일부가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신발은 이날 모임의 규모를 말해준다.

이번 추석은 이제까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인 모임 중 최대 규모였다. 교민 30명과 교환 학생 30명, 모두 60명이 모였다. 빌뉴스뿐만 아니라 카우나스에서도 교환 학생들이 왔다. 거실과 방에는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일부의 무리가 빠져나간 후지만 모임을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캠코더를 꺼냈다.  


▲ 한국에서 리투아니아로 온 교환 학생들
 

교민과 학생들이 서로 통성명을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추석 저녁을 보냈다. 어찌 보름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이국땅에서 모처럼 만난 한인들의 온정으로 느끼는 기쁨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해가 갈 수록 늘어나는 한국인 교환 학생들 덕분에 빌뉴스의 추석은 더욱 젊어지고 활기찬 듯하다.

* 최근글: 유럽 식탁에 바퀴벌레 튀김 음식이 등장할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12. 10:40

추석이다. 이국땅에 살다보니 한국에서 일가 친척들과 한가위를 보낸 지가 벌써 꽤 오랜된다. 리투아니아에도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날이 있다. 양력 8월 15일로 국경일이다. 이날 사람들은 고향을 방문하지는 않지만 주로 성당 미사에 참가하고 야외로 나가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국과 리투아니아 시차는 6시간이다. 오늘 한국의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이 흐리다. 달 뜨는 시각은 오후 6시 20분이다. 흐린 날씨가 빨리 확 개여서 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빌뉴스 날씨는 아주 맑았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열기구들이 빌뉴스 구시가지 상공을 날았다. 특히 노란 열기구가 마음 속에 다가왔다. 마치 둥근 8월 대보름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열기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내 고향생각을 싣고 동으로 동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보름달를 떠올리게 하는 열기구를 사진과 영상 속에 담아보았다. 모든 이들에게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10. 10:43

지난 여름 여러 차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로 한국인 여행객들을 안내한 적이 이었다. 가는 곳마다 과거보다 훨씬 많은 동양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은 물론이고 태국, 인도, 말레시아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제 이곳 발트 3국까지 아시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있다.

일전에 유로컵 농구 경기를 같이 보기 위해서 빌뉴스 에스페란토 친구들이 함께 모였다. 일행 중에 나만큼 오랫동안 빌뉴스에서 살고 있는 독일인 친구가 있다. 그는 빌뉴스에서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자전거 임대업과 자전거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자전거를 빌리는 동양인 관광객들이 늘어났고, 한국인들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은 쉽게 구별이 되냐고 물었다. 이는 유럽 사람들로부터 흔히 받는 질문이다. 이 동아시아 3국을 가본 적이 없는 유럽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 관련글: 세계 각국 여성들의 평균 얼굴 모습은 이렇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당신은 리투아니아인, 라트비아인, 에스토니아인을 어떻게 구별해요?"라고 되묻곤 한다. 명확하게 발트 3국 사람을 구별하기 어렵듯이 동양 3국 사람을 구별하기도 어렵다. 대답은 "구별하기 어렵다. 보통 감(感)으로 구별한다."이다. 물론 이 감도 3국 사람을 다 경험해야 맞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너는 어떻게 동양 3국 사람을 구별하니?"라고 물었다. 독일인 친구의 답은 이렇다.

일본인은 얌전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인은 러시아인 같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중국인의 중간이다. 

그는 동양인을 보면 얌전성과 막무가내성을 기준으로 먼저 일본인과 중국인을 구별한다. 그리고 나서 그 중간적인 모습으로 한국인을 구별한다. 경험상 이 기준대로 맞은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방이 속한 민족을 구별해서는 안되겠지만, 상대방이 어느 나라 사람일까 추측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9. 07:08

리투아니아에도 우리 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인 콜두나이(koldunai)가 있다. 삶아서 물은 버리고 샤워크림을 발라 콜두나이만 먹는다. 이 콜두나이를 먹을 때마다 한국에서 즐겨먹던 군만두가 떠오른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리투아니아 슈퍼마겟에서 새로운 콜루나이를 사가지고 왔다. 식품 설명을 보니 동양 야채 콜두나이였다. 리투아니아 유명 식품회사인 비치(Viči)가 만든 제품이다. 큼직한 제목은 "일본 만두"(Japanese dumplings)이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그 군만두 모습 그대로였다. 


야채 군만두, 야채 만두, 고추 만두, 세 종류가 있다. 고추 만두는 포장지에 redpeper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red pepper의 오기이다. 외국으로도 수출되는 제품의 포장지에도 이런 철자 오류가 있다니......   


그런데 포장지 하단 왼쪽을 살펴보니 "味소리"란 표기가 있다. 식품명은 일본 만두인데 왜 한글이 표기되어 있을까?...... 


언젠가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다는 한국인과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분이 떠올랐다. 비치 식품회사에서 만두를 만들어 러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데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바로 이 분이 요리법을 전수한 만두가 이제 리투아니아에서도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식품명이 영어로 "일본 만두"라고 되어 있어 아쉽다. 일본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고려해서 식품회사가 결정한 듯하다. 삶아서 먹어보고, 구워서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바로 그 만두맛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29. 08:19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동양에서 옛부터 인물을 평가하는 척도로 강조되었다. 풍채, 말, 필체, 그리고 판단력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필체는 인격이라는 말도 있다. 학교 다닐 때 글씨를 잘 쓰보려고 부단히 노력한 적이 있었다. 

요즈음은 문서를 작성할 때 손으로 직접 써야 할 일이 거의 없다. 서체를 선택한 후 컴퓨터 자판기를 두들겨서 인쇄하면 된다. 이젠 손으로 글쓰기가 무척 낯설다. 유럽에 살다보니 로마자를 자주 쓴다. 특히 편지봉투에 주소를 필기체로 써고 난 후 제대로 우체부가 알 수 있는 지 확인하곤 한다.

특히 필기체 소문자 "L"이 "E", "A"가 "O"로 오인되지 않을까 유의한다. 유럽에서 문서을 손으로 작성할 경우 "대문자 인쇄체로 작성하라"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정확성을 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올라온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폴란드 사람들이 편지봉투에 쓴 주소이다. 어떤 주소는 우체부 아저씨들이 해독하느라 고생을 많이 할 듯하다. 
[사진출처 | image source link]

▲ 폴란드 사람들이 편지봉투에 표기한 거리 이름과 도시 이름
 

이 사진을 보니 20여년 전 한국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유럽에서 3년을 꼬박 살다가 일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느 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할 수만큼 해당 필름에 숫자를 표기했다. 며칠 후 사진을 찾으려 갔는데 의외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봉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두꺼웠다. 1장을 인화하라고 한 모든 사진이 7장으로 인화되어 있었다. 

"아저씨, 1장 인화하라고 숫자 1(아래 사진 가운데)을 표기했는데 왜 7장을 인화했나요?"
"여기 봐요. 숫자 1이 아니라 숫자 7이잖아요."
"아, 제가 유럽에서 익숙해졌던 숫자 표기 때문이네요."


▲ 일반적으로 표기하는 숫자 1(왼쪽), 유럽 사람들이 흔히 표기하는 숫자 1(가운데), 유럽 사람들이 흔히 표기하는 숫자 7(오른쪽). 한국의 사진관 아저씨가 가운데 숫자를 7로 읽었다.

사진관 주인은 내가 쓴 1자를 7자로 읽었던 것이다. 결국 이 1자 때문에 사진값을 7배나 지불했다. 그 후 한국에서 1자를 쓸 때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15. 08:50

최근 한 지인의 페이스북을 방문했다. 프로필 사진이 참으로 이색적이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이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증이 발동했다. 지인에게 물어서 쉽게 아는 것보다는 자신의 뇌를 수고스럽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출처: http://www.facebook.com/modestan

앞 두 글자는 "쏘메"를 독특하게 쓴 것으로 쉽게 이해되었다. 세 번째 글자는 ""를 장난스럽게 쓴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마지막 글자는 해독 불가로 여겨졌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이 모든 글자가 한글 자모일까? 이 의문을 품자 로마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M   D  S  T
                ㅗ  ㅔ  - ㅏ 

위의 로마 문자는 자음이고 아래의 한글은 모음이다.

로마 문자 자음과 한글 모음으로 글자를 만들어보니 "모데스타"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 단어가 바로 페이스북 지인의 이름이다. 지인은 한국에서 유학하고 지금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이다. 

모국어인 리투아니아어 로마자와 배운 언어인 한국어 한글의 자모 조합으로 자기 이름을 쓴 지인의 기발한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최근글: 노브라 여자를 쳐다본다고 놀려대는 아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14. 06:06

일전에 리투아니아 현지인들과 함께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첫날 강을 따라 카누를 타면서 보냈고, 다음날 호수에서 수영하면서 일광욕을 즐겼다. 일행은 대부분 30-40대 연령층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대화를 나누는 중 아내가 말을 꺼냈다.

[오른쪽 사진: 조형물 같은 리투아니아 무인 주유소 (샤울레이 소재)] 

"여자는 그래도 가슴이 좀 있어야 하겠더라."
"난데없이 왜?"
"오늘 비키니 입은 사람들 보니 가슴이 거의 없더라."
"그러게. 아마 모두 미혼이라서 그럴까......"

며칠 후 주유소를 갔다. 리투아니아 주유소는 대부분 운전자가 직접 주유한다. 아내는 무인 주유소를 선호한다. 돈을 내려고 사무실까지 가야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또한 가격이 유인 주유소보다 약간 싸기 때문이다.

우리 집 차 운전은 아내 몫이고, 주유소에서 급유는 나의 몫이다. 우리 차 바로 앞에 고급차 렉서스가 주유하려고 멈추어섰다. 운전석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날씬하고 잘 생긴 젊은 여자였다.

이 여자는 가슴이 보이는 쪽으로 서서 주유하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주유했더라면 아내의 놀림이 이어지지 않았을 텐테 말이다. 

주유소에 가면 늘 주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주유기 앞부문 색깔이다. 녹색이냐 아니면 검은색이냐이다. 녹색은 휘발유이고, 검은색은 디젤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크게 혼이 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차도 디젤이었다. 어느 날 그날따라 기름통을 가득 채웠다. 주유소가 언덕 위에 있었다. 주유를 마치고 신나게 언덕을 내려와서 오르막길을 오를 때 시동이 꺼져버렸다. 황당 그 자체였다. 아무리 시동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정비소 차를 불렀다. 원인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디젤를 넣어야 하는 데 휘발유를 넣었기 때문이다. 주유할 때마다 주의하는 데 말이다. 그날도 주의한다고 하면서 주유했는데 결과적으로 휘발유를 넣었다. 무엇에 꼭 홀린 것 같았다.

이후부터 더욱 주의한다. 주유하는 앞 사람이 무슨 색의 주유기를 들고 있는지도 유심히 보고, 또한 주유기를 기름통에 꽂아넣고도 무슨 색인지를 다시 확인한다.


이날도 앞 사람의 주유기를 살피느라 자연히 눈의 촛점이 그쪽으로 향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아내는 "예쁜 여자"가 앞에 있으니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한 듯했다. 더욱이 "예쁜 여자"는 한눈에 노브라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 관련글: 생애 첫 주유하는 여자의 서툰 모습 인기

"세상 남자들은 다 똑 같아. 저 여자의 동선따라 당신 눈이 그대로 따라가네."
"그래. 나라고 별 수 있겠니...... ㅎㅎㅎ"

이런 경우 주유기 색깔 확인 버릇 때문이라는 변명은 너무 궁색하다. 놀림을 그대로 수긍하는 것이 놀림에 의한 심적 갈등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11. 10:33

8월 10일 수요일 먼저 한국과 일본이 친선 축구 경기를 가졌다. 팔이 안으로 굽듯이 한국이 이기기를 그렇게 바랬건만 참으로 무기력하게 0: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아내의 집안에 축구선수들이 있어 우리 집은 축구에 관심이 많다. 한국이 지자 우리 집 전체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 후반전을 위해 나란히 입장하는 두 형제(등번호 8번과 18번)
 

한일전이 시작한 후 5시 30분이 지나 리투아니아와 아르메니아 친선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카우나스에서 열렸다. 아내의 조카 둘이가 리투아니아 국가대표 축구선수이다. 경기를 관전하기로 미리 약속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가 시작하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100킬로미터면 한 시간 반이 소요된다. 더욱이 비까지 내렸다. 가야 할까? 가지 말고 TV를 시청할까? 엄청 고민되었다. 주저함에는 한국이 진 분위기도 한몫했다.

"당신 나라 한국이 졌지만, 내 나라 리투아니아가 이길 수도 있으니 가서 응원하자"
"그래 간다고 했으니 늦더라도 가자."

아내와 둘이서 카우나스 축구 경기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경기 시작 10분 후 경기장에 도착했다. 친선 경기이고 또한 동시에 농구 경기가 열려서 그런지 관중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한일전의 성적과 같이 전반은 1:0으로 리투아니아가 앞섰다. 후반전에 리투아니아가 2골을 더 넣어서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처조카 두 명(두 형제)이 선발로 출장했다. 두 번째 골을 동생이 넣었다. 형은 수비수이고, 동생은 좌측면 공격수이다.

▲ 아르메니아 응원석 
▲ 리투아니아 응원석
▲ 데이비다스 체스나우스키스(형, 수비수)
▲ 에드가라스 체스나우스키스(좌측면 공격수, 동생)
▲ 리투아니아 : 아르메니아 = 3 : 0 

결과는 공교럽게도 한일전과 같은 0:3이었다. 남편 나라 축구는 일본에 0:3으로 졌지만, 아내 나라 리투아니아는 아르메니아에 3:0으로 이겼다. 이날 낮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는 것 같아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가 한판 붙을 날이 언제 올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11. 09:30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한 친구는 초등학생 4학년생인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는 누가 보기에도 장난기가 심했다. 모임 내내 아버지로부터 "이제 그만해!"는 구두 경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

여행 마지막일 아버지의 참을성은 한계를 넘어섰다. 곧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아들이 신발에 모래를 가득 넣으면서 놀고 있었다. 이때 숲에서 산딸기잎을 따모우던 아버지가 돌았다. 그는 아들의 모습을 보자 못마땅했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향해 화냄의 발길질을 한 차례 했다. 이는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서는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 아무리 화나더라도 상대방을 손이나 발로 때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또한 화난다고 해서 옆에 있는 물건, 예를 들면 방석, 의자, 주걱 등을 가지고 때리는 경우는 더더욱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대화하는 형태로 자신의 화를 표현한다.

우리 집의 경우 화난 목소리를 크게 내면 "아빠(당신), 목소리가 너무 커. 조용히 화낼 수 없어?"라는 반응이 온다. 이럴 때에는 화내고 싶어도 화낼 수 없게 된다. 그냥 그 상황을 피해 다른 방으로 가눈 수밖에.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때림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혁대로 엉덩이를 때린다. 손으로 상대방의 뺨이나 머리를 때린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근래에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요즘 매일 보는 드라마가 "불굴의 며느리"이다. 이 드라마에는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는 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손바닥으로 상대방 뺨 때리기, 방석으로 상대방 머리 연속 때리기, 발로 상대방 다리 밟기 등이 등장한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리는구나", 
"한국 사람들은 화나면 뺨을 때려야 한다",
"잘못하면 뺨을 맞는구나",
"잘못하면 뺨을 맞아야 한다"
등과 같은 공식을 가르치는 듯해서 초등학생 딸아이와 함께 이런 장면을 함께 보기가 무척 주저된다.  
 
* 사진: 방송화면 캡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바라는 것 중 하나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뺨 때리기, 물건 집어 때리기, 물건 집어 던지기 등 무조건반사적인 화풀이법이 차츰차츰 사라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는 한국인들의 한 문화적 요소이지만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여겨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8. 05:23

8월 6일 토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들과 20km 카누를 저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8도에 이르는 더운 날씨였지만 카누타기를 마친 저녁에는 특이한 사우나가 마련되었다. 이 사우나는 석유차의 석유탱크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사우나를 할 때 양털로 만든 모자를 사용해서 뜨거움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한다. 이날 모자 수는 사람 수에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사우나 공간이 부족해 나눠서 사우나를 해야 했다.  

▲ 양머리 수건(왼쪽)과 양털 모자(오른쪽)
 

내 차례가 되지 않아 사우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사우나 안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알고 보니 사연은 이랬다. 몇 해 전 현지인 친구에게 양털 모자가 부족했을 경우에 사용하라고 "삼순이 양머리"를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이 친구가 이날 양털 모자가 없는 사람들에게 수건으로 "한국의 삼순이 양머리"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날도 삼순이 양머리 수건이 인기짱이었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친구들 사이에 "사우나 삼순이 양머리" 학습 효과가 여전히 진행형이라 사우나 기분이 한층 더 배가되었다. 

* 최근글: 딸과 처음으로 함께 한 20km 카누 여행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8. 2. 06:30

한달 전 저녁 무렵 시골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엄마를 잃은 아주 어린 아기 고슴도치 세 마리를 발견했는데 너무 불쌍해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어떤 먹이를 주어야 하나?"였다. 즉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기 고슴도치에게 적합한 먹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리투아니아 도로에 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차에 치여 죽여있는 고슴도치를 종종 보곤 한다. 엄마 잃은 아기 고슴도치가 있음은 쉽게 이해가 된다. 이를 보살피고자 하는 장모님의 측은지심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한 동안 이 고슴도치에 대해 잊고 있었다.

▲ 우물 옆에 만들어놓은 낯선 구조물
 

지난 주말 오랜 만에 장모님을 방문했다. 뜰 안에 있는 우물 옆에 낯설은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여다보니 건초더미만 있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용도일까?
"장모님, 왜 이것을 설치해놓았나요?"
"바로 고슴도치 집이야!"
"뭐요? 지난 번 말씀하셨던 그 고슴도치 말인가요?"
"그래."
"그냥 하는 소리인지 알았는데, 정말 지금까지 아기 고슴도치를 키우셨다라는 말인가요?"
"어디 한번 내 고슴도치 보여줄까?"

▲ 고슴도치를 꺼내 손에 들고 있는 장모님
 

장모님은 "쪽~ 쪽~ 쪽~..."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건초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고슴도치 두 마리가 건초더미 밖으로 살금살금 걸어나왔다.

▲ 이렇게 자라나 스스로 힘으로 땅을 파서 집밖으로 한 마리가 나가버렸다. 

"장모님, 벌써 이렇게 자랐나요? 참 귀엽네요. 가시가 위험하지 않아요?"
"아니. 한번 만져보게." 
"장모님, 그런데 저 밑에 돌을 왜 놓았나요?"
"고슴도치가 모두 세 마리였는데 어제 한 마리가 스스로 땅을 파내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래서 돌을 끼어놓았지. 어제 나간 고슴도치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어. 벌써 커서 스스로 살 능력이 생긴 것 같아서 기쁘지만 여전히 고양이, 족제비 등의 먹이감이 될까 걱정스럽다."

▲ 고슴도치에게 물을 주는 장모님
 

이날 장모님과의 만남의 첫 순간은 고슴도치였다. 엄마 잃은 아기 고슴도치를 정성스럽게 보살피고 있는 장모님의 따뜻한 마음이 뜰 안 가득히 차 있는 것 같았다.

* 최근글: 비둘기 가족 단란에서 비참까지 생생 포착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7. 22. 06:56

7월 21일 오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난데없이 폭풍이 몰아쳤다. 피곤해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외쳤다. 

"아빠, 빨리 카메라 가지고 와! 큰일 났어!"
"무슨 일인데?"
"창밖을 한번 봐!"

창밖 거리에는 커다란 단풍나무 가지 하나가 쓰러져 도로를 막고 있었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사람이 벌써 휴대전화로 현장을 찍고 있었다.

 
"저 회색 차가 바로 내 차요."
"축하합니다. 각도가 조금만 달라도 차를 덮칠 수도 있었겠네요. 다행입니다."


외출한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신 어디야?"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집으로 오지 말고 나무가 없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잠시 있다가 와."
"벌써 집 가까이야."
"우리 집 도로는 양쪽에 나무가 쓰려져 막다른 골목길이 되었어."

우회해서 돌아온 아내는 쓰러진 전나무를 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우리 집 앞 전나무는 곧고 잎이 무성하다. 특히 겨울철 이 푸른 전나무를 보면서 봄철의 새 생명을 고대한다. 8년전 이사왔을 때부터 우리 집의 살아있는 크리스마스나무 역할을 한 이 나무가 그만 어제 폭풍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내의 눈물글썽임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도로를 막은 나무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치워졌다. 전나무 꼭대기로부터 새들의 지저귐도 자주 들렸는데 이젠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장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어둠, 폭우, 천둥, 번개에도 불구하고 도로 복구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듯 전나무 방울을 주워서 가자고 말했다. 이렇게 전나무 방울 7개가 우리 집 화분 흙 위에 올려져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6. 2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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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은 하지이다.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자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하지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향해 몰린다. 리투아니아는 24일이 국경일로 할 정도로 하지를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새벽 4시가 되면 밝아지고 밤 11시가 되야 어두워진다. 

날이 훤하지만, 저녁 무렵 사람들은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가면서 꽃과 풀로 화관을 만든다. 아이들은 나무에 화관걸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 화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날 노래의 주된 주제는 바로 태양을 찬미하는 노래들이다. 이를 통해 태양숭배의 고대풍습을 엿볼 수 있다. 해가 언덕을 넘으면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운다. 이 모닥불은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다. 그리고 이제 점점 길어질 밤의 악령을 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다가 밤 12시가 되면 강가로 간다. 바로 머리에 쓴 화관에 초을 얹고 강물에 띄우기 위해서다. 옛날엔 결혼하지 않는 여자들이 화관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가 만든다. 왜 강물에 띄울까? 아주 옛날 흘러내려오는 화관을 줍는 이웃 마을 총각이 바로 그 여자의 배필이 된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지금은 각자의 꿈과 소원을 담아 강물에 띄워보낸다. 그리고 다시 모닥불로 돌아와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흥겨운 춤과 노래로 밤을 보낸다. 이렇게 짧은 하지 밤을 보내며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이날 아내는 행사장으로 가든지 친척집을 가든지 아파트를 벗어나자고 했다. 약간의 행선지 실랑이를 벌이다가 빌뉴스 교외에 사는 친척집으로 꼬치구이를 사서 가기로 했다.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꼬치구이를 하면서 긴긴 날을 작별했다. 그래도 음악이 있어야 하기에 이날의 악사는 남자 두 분이다. 이들은 사위와 장인이었다. 두 분 다 백발이라 누가 사위이고, 장인인지 모르는 사람은 구별하기가 힘든다. 
 


하모니카 불고, 아코디언 연주하는 장인과 사위의 정겨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 리투아니아인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는 당시 40대 중반 노총각이었고, 20대 중반의 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었다. 어느날 여자친구에게 "아버지 같은 노총각을 사귄다"는 것에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어떠한 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기 친구 같은 사위를 얻게 되어 기뻐할 정도라고 했다. 이에 아래 동영상 속 사위와 장인의 경우와 똑 같다. 


이렇게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보면 애인이나 배필을 선택할 때 우선 나이 차이나 외형적 조건을 따지면서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사람들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연령 차이가 많다고 해서 부모가 극구 반대하는 것은 찾아보기가 힘든다. 하모니카(장인)와 아코디언(사위)의 흥겨운 소리에 짝들의 연령차이에 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처세를 소개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6. 22. 08:33

유럽에서 가정생활을 하면서 외박을 해본 기억이 없다. 지난 19일 다른 도시에 일이 있어 가서 자고와야 했다. 홀로 호텔방에서 자려고 하는데 집에 있는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나 걱정해서 일을 방해할까봐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쁜 소식이 있는데 지금 얘기할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온 후에 할까?"라고 아내가 물었다.

그 순간 머리는 나쁜 소식이 과연 무엇일까를 추측하기에 바빴다.

"괜찮아. 무엇인지 말해봐!"
"백미러가 도난당했어."
"이잉~~~,  자동차 백미러를 누가?!!!"

▲ 조수석 백미러는 손대지 않았다.
 

아내는 다른 구(區)에 살고 있는 처남 집을 모처럼 방문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시간 정도 차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운전석 백미러가 없어졌다. 종합보험을 들었기에 먼저 보험중개인에게 연락했다. 그는 보험금으로 수리하기 위해서는 경찰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내는 즉각 경찰서를 향했다.

"친척집에 와서 잠시 도로가에 차를 세워놓았는데 그만 백미러가 도난당했다. 처음이라 너무 황당하다."
"어디에 살고 몇년만에?"
"시내 중심가에 사는데 2년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다."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경찰관이 웃으면서 축하해주었다.
"범인 잡기는 걸렸네."라고 아내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 차 부품 도난사건은 밥먹듯이 일어난다. 다행으로 생각하라. 백미러 떼내기는 30초도 안 걸린다."

아내는 이렇게 경찰확인서를 받고 보험중개인에게 연락했다. 

"종합보험이지만 본인이 400리타스(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 금액만 보험처리가 된다. 예상수리비는 약 800리타스(40만원)이다."

▲ 이렇게 거울만 떼내어 가버렸다.
 

아내는 난데 없는 지출이 생기자 400리타스 본인 부담액보다 더 낮은 액수로 수리를 할 수 없는지를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마침내 어제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100리타스(5만원)을 주고 새 백미러를 설치했다. 큰 일을 생각해서 보험들기는 당연지사이지만 이런 경우 "내가 왜 보험을 들었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6. 17. 19:12

최근 우리 나라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68억 원형육교의 위엄"을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밑에 있는 설명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68억의 위엄이네요. 횡단보도 냅두고 굳이 저기 올라갈 사람이 있을까요?"
 

정말일까? 공무원 사회가 아무리 예산낭비에 익숙해 있다손 치더라도 횡단보도를 그대로 놓아두고 육교를 만들었을까...... 혹시 무슨 사연이 있지는 않을까...... 원형육교 지지대에 있는 원형 구조물은 무슨 용도일까...... 궁금증이 일어났다.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준공 전 사진이고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우선 구글지도에서 찾아보았다. 해당 지도에는 아예 육교조차 없다. 무료 구글지도는 최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구글지도엔 원형육교가 나타나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다음지도(http://local.daum.net)는 어떨까? 원형육교가 한눈에 드러나 있다.

* http://local.daum.net/map/index.jsp 대한민국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원형육교 / 다음지도

원글의 댓글이 말해주듯이 다음지도상에는 횡단보도가 사라졌다. 유럽에 가만히 앉아있으면서도 이렇게 쉽게 우리나라 천안 불당동에 있는 원형육교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현대 과학기술에 다시 한번 신기함과 놀라움을 느낀다.

* 최근글: 현수교 꼭대기 올라가는 겁 없는 러시아 10대들의 까닭  
 

해변 보더니 아빠 눈을 가려

외국 취재 소주 내놓았더니

짓궂은 파도에 비키니 조심해야

팔 하나로 50kg 여자 번쩍


금발 망신시킨 물공 속 여인

유럽 중세 고문 도구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6. 13. 06:44

요즈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산책하려고 길거리로 나가보면 나무 밑에 물기가 보인다. 여태까지 하늘은 맑았는데 언제 비가 내렸을까 믿기가 어렵다. 가랑비라도 조금 내렸다면 녹음이 짙은 나무 그늘에는 오히려 물기 흔적이 거의 없는 것이 정상인데 말이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그곳을 지나가다보면 뭔가 신발 밑창에 무엇인가 끈적거리는 것을 느낀다. 이로써 비로 인한 물기가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설탕물이라도 쏟아놓았던 것일까...... 


고개를 들면 의문은 금방 해결된다. 바로 위에 가로수인 보리수가 있다. 보리수잎이 끈끈한 진액으로 묻어있다. 요즘 이 보리수가 진액을 내보낸다. 그 진액이 땅으로 떨어져 마치 그 주위에만 비가 내린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6. 3. 06:03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사우나를 즐긴다. 집에 사우나가 있는 사람들은 주말에 가족, 친척 혹은 친구들을 불러 사우나를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우나는 주로 장작불을 피워 사우나실 안에 있는 돌을 데운다. 사우나 온도는 보통 50-90도이다.

사우나가 있는 친구로부터 초대를 받을 때 수영복과 큰 수건을 챙겨간다. 또한 사우나하면서 마실 맥주를 여러 병 사서 가져간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남자들만 있어도 수영복을 입고 있다(물론 아주 가까운 가족의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그러니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함께 사우나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 리투아니아에서 사우나를 하면서 삼순이 양머리 수건을 소개한다.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처음 밖으로 나오면 그냥 자연적으로 몸을 식힌다. 두 번째부터 바로 옆에 있는 호수나 강, 혹은 냉탕으로 들어가 몸을 식힌다. 사우나실에서는 마른 자작나무 잎가지를 가지고 몸 전체를 때린다. 물론 마구잡이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행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되면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사우나를 다녀왔다. 공간이 좁아서 한번에 다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사우나에 능숙한 사람들이 먼저 들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우연히 남자 여섯 명이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늘 그러하듯이 수영복을 챙겨 사우나실로 갔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난데 없이 수영복을 입지 말고 그냥 알몸으로 들어가자고 우겼다.

"우리 집 사우나 규칙은 옷을 벗는 것이다."

10여년 동안 리투아니아에서 사우나를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순간적으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모두 "그가 벗었는데 우리도 벗자"라는 눈치였다.   

▲ 건물 안 사우나에서 나와 야외에 있는 온탕에서 담소를 즐기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남자들은 모두 벗었다. 한국의 남자 사우나실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색다른 풍경이다. 얼마 후 수영복을 입은 한 여자가 들어오더니 태연한 척했지만 잠시 후 자리를 떴다.

"그 사람이 우겨서 우리 남자들 옷 다 벗고 사우나했어."라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역시 예술가는 다르네."라고 답했다. 그 사람은 사진가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7. 07:44

유럽에 살고 있지만 요즘 한국의 주말이 몹시 기다려진다. 한국 드라마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꼭 챙겨보는 드라마가 둘 있다. 하나는 SBS의 "신기생뎐"이고, 다른 것은 MBC의 "내 마음이 들리니"이다. (우 사진: "백만 송이 장미" 작곡가 라트비아인 라이몬드스 파울스 -사진: Saeima)
 
몇 주 전 단사란이 "백만 송이 장미"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귀에 익은 곡이라 부엌에 있던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방으로 왔다. 아내는 소련 시대 때 학교를 마쳤기 때문에 러시아어는 모국어 수준이다.

처음엔 단사란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았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야 러시아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음악을 전공에 소리에 능하지만 단사란의 초반부 러시아어 발음이 귀에 정확하게 닫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가요로 소개된 이 곡은 라트비아인 라이몬드스 파울스(Raimonds Pauls)가 러시아인 여가수 알라 푸가체바(Alla Pugacheva)에게 써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라트비아의 가요 "마라가 준 인생" 곡에 러시아어 가사를 붙여서푸가체바에게 주었다. 이로써 소련 연방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파울스는 1936년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졌고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1972-1988년 여러 음악 그룹을 결성해 활동했다. 1988-1993년 라트비아 정부 문화부장관, 1998-2010년 라트비아 국회의원, 1999년 라트비아 대통령 후보 등을 역임했다. 


위는 1983년 "백만 송이 장미"를 부르는 알라 푸가체바의 동영상이다. 당시는 소련이라는 시대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러시아 국민가요라는 표현보다는 러시아어로 된 라트비아 가요라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최근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5. 07:29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산책다하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전봇대나 벽보, 담벼락 등에 잃어버린 것을 찾는 안내문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찾는 경우이다. 


그런데 일전에 본 전단지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찾고 있는 물건이 디지털 카메라였다. "제가 선물로 받은 것이고 제게 아주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찾아주시는 분에게 사례하겠습니다."  


무엇이든지 잃어버리면 참으로 속상하다. 일전에 어디를 다녀왔는 데 그 곳 욕실에 아주 좋은 긴수건을 사용한 후에 놓아두고 와버렸다. 집으로 돌아와서 물건을 챙기던 아내가 물었다.

"긴수건 하나 없어졌어."
"사용하고 (그 집) 욕실에 놓아두었는데."

아내보다 내가 먼저 욕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내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옆에 있던 딸이 끼어들었다. 

"잃어버릴 수 있지 뭐. 괜찮아!"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늘 되새기는 글이 있다:
[옛날 초(楚)나라 사람이 실물을 하매, 초왕은 "초인이 잃으매 초인이 얻으리라" 하였는데, 그 후 공자께서는 "사람이 잃으매 사람이 얻으리라" 하셨고, 우리 대종사께서는 "만물이 잃으매 만물이 얻으리라" 하시었었나니......] - <정산종사법어> 도운편(道運編) 제24장

* 최근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23. 08:10

일전에 리투아니아 친구가 방문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호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장모를 할매 혹은 엄마라 부르는 데 너는 너의 장모를 뭐라고 부러니?"
"장모 이름을 불러." (즉 장모 이름이 '크리스티나'면 '크리스티나'라고 부른다.)
"좀 예의에 벗어나는 듯한테 왜 이름을 부르니? 장모가 기분 나빠하지 않아?"
"요즘 장모와 사이가 안좋아서 그렇게 불러."
"그럼, 장모는 너를 '사위'라 부르니 아니면 너 이름을 부르니?"
"장모도 내 이름을 불러." (장모가 사위를 사위라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는 일은 흔하다) 

그가 자신의 장모를 이름으로 부른다는 말에 리투아니아 아내의 올케가 떠올랐다. 한때 처남댁은 장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장모를 이름으로 불렀다. 리투아니아어도 장모, 시어머니, 사위, 며느리 등에 합당하는 단어가 있다. 하지만 장모나 시어머니를 편하게 어머니(엄마)로 부른다.

얼마 전 딸아이의 남자친구가 집으로 왔다. 함께 탁구를 쳤다. 대학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탁구는 잘 치지 못했다.

"누가 이겼어?"라고 딸아이가 그에게 물었다.
"대석이가 이겼어."라고 그가 답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이 차이와는 별다른 관계없이 조금 아는 사이라도 편하게 이름으로 부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빴다. 적어도 딸아이 친구에게는 "대석이가"가 아니라 "너의 아빠" 혹은 "아저씨" 정도로 불려졌으면 좋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연인간 호칭들을 담은 광고지의 일부 
 

일가친척도 마찬가지다. 조모와 부모를 제외하고는 이모, 고모, 삼촌, 외삼촌 다 할 것 없이 서로 이름으로 불린다. 형, 동생, 누나, 언니도 다 이름으로 불린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정착 초기에 아내쪽 친척이 모이면 어떤 친척관계가 있는지 자주 물어보곤 했다.

유럽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각자 이름을 분명하게 밝힌다. 악수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나중에 상대방을 부를 경우를 대비해서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유럽에서 20년을 살아도 가끔 나이 차이가 엄청 나는 사람으로부터 이름으로 불려질 때 솔직히 말해 기분이 나쁘다. 적어도 어린 친척들로부터는 아저씨, 이모부, 고모부 등으로 불려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호칭을 사용하면서 가족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했으면 좋겠다.

작은 딸 요가일래는 큰 딸 마르티나에게 항상 "언니"라 부른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라도 "마르티나"라 부른다. 아내는 이를 한국어 영향이라 말한다. 처음부터 요가일래에게 "언니를 '마르티나'라 부르지 말고 '언니'라 불러야 돼"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가 이름으로 부를 때 귀에 거슬리고 남남처럼 느껴진다고 내가 투덜대곤 한다. 이럴 때 아내는 한마디 한다. "당신 아직도 유럽인 안되었어?!"

* 관련글: 동식물 이름으로 연인을 불러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19. 06:25

지난 주말(5월 14일과 15일) 리투아니아 기자협회가 후원하고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기자협회가 개최한 1박 2일 합숙을 다녀왔다. 가능한이면 주말에는 일손을 놓고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을 먹은터라 편하게 가족과 함께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기자협회장을 비롯해 언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리투아니아 기자들은 어떻게 합숙을 할까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아래 사진으로 현장 모습을 전하고자 한다. 

▲ 합숙 장소는 수도 빌뉴스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약 45분 걸리는 숲 속에 위치해 있다.
 

▲ 옆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뜰에는 연못이 있다. 주된 목적은 사우나 후 "첨벙!"이다.
 

▲ 개막식 후 단체 기념 사진.

▲ 리투아니아 기자협회 부회장이자 세계에스페란토기자협회 회장인 아우드리스 안타나이티스
 

▲ 리투아니아 기자협회 회장 다이뉴스 라제비츄스 (하얀색 옷)
 

▲ 점심식사로 꼬치구이를 준비하고 있다.

▲ 드라이기가 숯불 화력을 높이고 있다(관련 동영상은 여기로). 

▲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펜션이라 이렇게 직접 해서 먹어야 했다.

▲ 모든 프로그램이 맥주가 동반하는 느슨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 실내 사우나실에서 사우나를 마치고 연못에 뛰어든 후 다시 야외에 있는 온탕에서 담소를 즐겼다.

▲ 밤 10시경의 하늘. 밤에는 식사를 한 후 모닥불에서 새벽 4시까지 기타 반주로 노래를 즐겼다. 동영상은 제일 아래에 있다. 
 

▲ 다음날 아침 프로그램은 지역 관공서 인사를 초청해 지역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했다. 기념촬영.
 

▲ 공식 행사를 마치고 배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배구를 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근 관광지를 방문했다.

▲ 새벽 4시까지 이어진 모닥불 노래. 노래방기기가 없는 이곳에는 여전히 모닥불과 기타가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다소 느슨해졌지만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가했고, 재미났다. 화창한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보내게 되어 만족했다. 벌써 다음해 행사가 기다려진다. 

* 최근글:
 꼬치구이에 등장한 드라이기에 쏟아진 박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3. 09:41

어제 저녁 무렵 내리쬐는 햇살이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뒷머리를 데우고 있었다. 그때 전화 벨이 울렸다.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40km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장모님 전화했다.

"거긴 날씨가 어때?"
"해가 쨍쨍 나 있어요. 왜요?"
"여긴 지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네."
"뭐라구요? 장난하시죠?"
"지금 온도가 0도야! 눈이 벌써 20cm나 왔어. 거기는?"
"영상 12도요."


면적 6만5천 평방킬로미터에 높은 산이 없는 리투아니아가 지역간 이렇게 기후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장모님 말씀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위해 날씨사이트를 방문했다. 맞았다. 리투아니아 북서지방과 남동지방의 온도 차이가 확실히 달랐다.

온라인상에 있던 처조카에게 인증샷을 부탁했다. 아래 사진이다. [사진: Elvina Enikaite]


완연한 봄에 겨울 눈풍경이라 보기는 좋다. 하지만 저 피어난 꽃들은 난데 없는 눈으로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 최근글: 자신의 꿈, 김연아를 직접 만난 김레베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