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10.09.09 남자아이 얼굴을 홍당무로 만든 딸아이 2
  2. 2010.09.08 엄마 나라 팀과 아빠 나라 팀, 누구를 응원해? 2
  3. 2010.09.04 시력저하로 벌 받고 있은 딸아이의 변화 3
  4. 2010.09.03 딸의 초등 3학년 개학 비용은 얼마였을까
  5. 2010.09.03 농구 월드컵 우리집 부부젤라는 피리
  6. 2010.09.02 유럽 초등 3학년 학급 준칙은 무엇일까? 1
  7. 2010.09.02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2
  8. 2010.08.27 지구본을 부셔서 모자로 사용하는 딸아이 4
  9. 2010.08.14 애지중지 실내화를 망가뜨린 딸에게 2
  10. 2010.08.12 8살 딸의 생소한 영어 인사말 표현 1
  11. 2010.08.09 해수욕장 다녀온 딸아이의 선물 2
  12. 2010.07.26 생활계획표 없이 여름방학 보내는 초2 딸 3
  13. 2010.07.23 성형수술 때문에 가수가 안될래 5
  14. 2010.07.21 딸아이 용돈 책값에 고민하는 父情 11
  15. 2010.07.19 동화엔 왜 아름다운 가족이 없냐고 묻는 딸 4
  16. 2010.07.16 아빠,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 2
  17. 2010.07.15 소시지 앞에 울컥 울어버린 딸아이 7
  18. 2010.07.13 게걸스럽게 딸은 옥수수, 아빠는 추억을 먹는다 7
  19. 2010.07.11 프랑스 친구 만나 영어 한 마디도 안한 딸아이 2
  20. 2010.06.29 12년 된 자전거 타고 만족해하는 딸아이 5
  21. 2010.06.26 용돈 미끼로 외국에서 한글 배우는 딸아이 3
  22. 2010.06.17 월드컵 시청중 기후로 남북한을 구별한 딸아이 1
  23. 2010.06.12 번개 촬영 금지 외치는 딸아이 까닭 1
  24. 2010.06.11 원더걸스 가사 외우려던 8살 딸의 한 마디 3
  25. 2010.06.10 언니 떠나자 대신에 제법 청소하는 8살 딸 2
  26. 2010.06.08 젖소처럼 나도 풀을 먹을래 4
  27. 2010.06.06 쥐가 줄 돈에 유치빼기 아픔을 잊는다
  28. 2010.06.04 지도를 그려서 언니를 유혹한 딸아이
  29. 2010.06.02 아빠, 미끄럼틀 타러 한국에 가자 4
  30. 2010.05.31 윤리 대신 종교 과목을 선택한 딸의 이유
요가일래2010. 9. 9. 07:29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 곧 2주가 된다. 학교에 갔다오면 남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1 순위이다. 어제도 남자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집 식탁모임을 즐겁게 했다.

"아빠, 오늘 '가'(익명)가 얼굴이 빨게졌어."
"왜?"
"내가 먼저 스카이프(skype)와 페이스북(facebook) 아이디를 물었는데 얼굴이 빨게지는 것이 다 보였어."
"'가'가 누군데?"
"새로 전학온 친구야."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나'가 좋다고 했잖아."
"하지만 '나'보다 '가'가 조금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좀 심술궂어. 내가 걸어가면 발로 걸어서 넘어지게 해."
"그럴 때에는 아빠가 재키찬이라고 해."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나를 보면 동양무술을 잘 하는 재키찬으로 오해한다.)
"다 그렇게 아빠를 재키찬이라고 불러."

"그런데 너는 요즘 너무 남자친구에 관심을 가진다."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좋아하는 것이니까 괜찮아. 또 학교에 가고 싶다."
"'가'는 공부를 잘해?"
"영어를 잘해."
"너보다도?"
"비슷해. 오늘 영어시간에 같이 앉았어."

이번에 전학온 남자아이를 경계하지 않고 먼저 말도 걸고 해서 얼굴까지 빨갛게 한 딸아이가 너무 당돌해 보인다. 저녁 무렵 '나'가 스카이프로 딸에게 "너 예쁘더라."라고 쪽지를 보내왔다.

'가' 때문에 '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 '나'로부터 이런 칭찬을 들으니 갑자기 딸은 혼선에 빠진 듯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알아챘는지 딸아이의 여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어."라고 딸아이가 생각없이 말했다.
"뭐라고?"

이 순간 딸아이에게 여자친구에게 말하지 말 것을 권했다.
"사생활을 다 친구들에게 말하지 마라. 그러면 소문이 다 퍼져 너에게 안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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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궁금하다!"라고 여자친구가 독촉했다.
"내 아빠가 허락하지 않아서 말할 수가 없어."
 
초등 3학년에 너무 빠른 것 같아 우려스럽지만 이런 주제라도 가족간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좋기도 하다.
"너는 자라면 한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등 남자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으니 지금 학급에 있는 남자친구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마라."
"알았어. 하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가 더 좋잖아!"

* 관련글: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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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8. 06:30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고향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아빠, 내 고향은 어디야? 한국 아니면 리투아니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빠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으니까 내 고향은 리투아니아다."
"맞아."
"하지만, 그래도 한국도 조금 내 고향이다. 아빠가 한국사람이니까."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여기고, 또한 비록 조금이지만 한국을 고향으로 느끼고 있는 딸아이가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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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부부젤라'를 열심히 불고 응원하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어제 저녁 터키 남자 농구 월드컵에서 리투아니아와 중국이 8강진출을 향해 겨루었다. 함께 TV를 시청하면서 요가일래가 물었다. 처음엔 중국이 위협적으로 아주 잘하고 있었다.

"아빠, 리투아니아하고 한국하고 시합을 했어?"
"아빠 기억으로는 아직 없었는 것 같다."
"리투아니아하고 한국이 싸우면 누구를 응원하지?"
"네가 선택해야지."
"리투아니아를 응원하면 아빠가 불쌍하고, 한국을 응원하면 엄마가 불쌍하다."
"고민스럽네."
"그러니까 난 TV 경기를 보지 않고 응원도 하지 않을래."

이렇게 응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대화가 끝이 났다. 다음에 이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냥 둘 다 응원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쉽게 이해시켜줄 지 의문스럽다. 스포츠 경기에는 이기는 자가 있고, 지는 자가 있다. 그러므로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응원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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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4. 06:12

리투아니아 학교는 개학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건강진단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맘 때 미리 예약해놓지 않으면 종합진료소의 가정의사와 진료약속을 잡기가 무척 어렵다.
 
9월 2일 목요일 학교수업시간 30분 전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가정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모든 것에서는 별다는 이상이 없는데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 1년 전 진단을 받았을 때 양쪽 눈 모두 시력이 1.0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 시력이 0.9이고, 왼쪽 시력이 0.8로 나왔다. 시력이 저하되었다. 가정의사는 안과전문의를 방문할 것을 권했다.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아내는 건강진단 결과를 묻자 질책하듯이 "당신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왜 나 때문?"
"요가일래 시력이 저하되었어. 당신이 무한정으로 텔레비전를 보고 컴퓨터와 게임기를 하도록 그냥 해버려두었잖아."

아내의 주장이 사실이라 책임추궁에 강변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한 것에 대해 후회가 들었다. 안경을 쓴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생활하기에 불편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급히 "어린이 시력저하 원인"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텔레비전 보기와 컴퓨터 하기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편식하기, 바르지 않는 자세, 누워서 책 읽기, 충분하지 않은 실내조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년 동안 요가일래의 시력이 떨어진 결과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원인을 요가일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젼과 컴퓨터를 가까이하게 한 나의 육아방식이라고 아내는 즉각적으로 판단했다.

당장 9월 2일부터 텔레비전 보기와 컴퓨터 하기 모두를 금지시켰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요가일래도 동의했다. 일단 당분간 시력회복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다. 시력이 다시 1.0으로 회복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이날 저녁 당장 실내 전등도 더 밝은 것으로 교체했다.
 
벌써 이틀째 딸아이는 금지사항을 잘 지키고 있다. 막상 엄격한 금지조치를 취했지만 딸아이가 불쌍해 보여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마치 벌을 주고 있는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무엇을 하면서 긴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TV를 켜놓고 침실에 놀던 딸아이에게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놀이거점을 침실에서 집안 실내 복도로 옮겼다.  

구슬과 인형으로 한참을 놀다가 지겨워지자 책을 잡고 읽었다. 이틀 동안 지켜보니 TV와 컴퓨터를 하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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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딸아이에게 시력저하의 다양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단지 두 가지만 말했다. 편식하기와 TV보기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나 오래 동안 딸아이가 금지조치를 잘 준수할 지 모르지만 일단 잘 따르고 있어 부모로서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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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3. 07:06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12학년 제도이고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이다. 교육은 원칙적으로 무상이다. 한국 부모들에 비해 리투아니아 부모들은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교육비가 전혀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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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개학식 요가일래의 교실 모습

참고삼아 딸아이의 초등학교 3학년 개학 비용을 소개한다. 우선 교과서는 무료로 받는다. 하지만 자습서는 학생들이 구입해야 한다. 여름방학 전에 담임선생님에게 학생마다 100리타스(약 4만5천원)를 지급했다. 이 돈으로 담임선생님이 일괄해서 필요한 자습서와 학급 도서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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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따로 구입해야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자습서

개학 전 공책, 연필 등 학용품을 구입한다. 들어간 비용은 40리타스(만8천원)였다. 더 자라서 옷과 체육복이 맞지 않아서 새 것을 구입했다. 들어간 비용은 60리타스(2만7천원)이었다.

개학식이 끝나면 보통 가족은 식당 등에서 외식을 한다. 9월 1일 날씨가 흐리고 추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우리 외식할까?"
"필요 없어. 집이 최고야!"
"그래도 개학인데 축하해야지."
"그럼, 집에서 피자를 시켜먹자."

피자값이 40리타스(만8천원)였다. 이렇게 딸아이 3학년 개학 총비용은 240리타스(십만8천원)이었다. 교육비 부담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240리타스는 우리집 가계부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외식에 고집부리지 않은 식구들 때문에 가계지출 절약이 이루어져서 한편으로 다행스러웠다.

* 관련글: 유럽 초등 3학년 학급 준칙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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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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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나라 리투아니아는 요즈음 농구 열기로 쌀쌀한 초겨울 날씨가 맥을 못추고 있는 듯하다. 거리에는 리투아니아의 삼색기를 단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다. 경기가 열리는 저녁이나 밤에는 환호성이 술집이나 음식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바로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농구 월드컵 때문이다. 남아공 축구 월드컵의 열기가 여름을 달구었고, 이제 터키 농구 월드컵이 북반구의 가을을 달구고 있다. (오른쪽 사진: 리투아니아 대 프랑스 농구 경기를 시청하는 우리집 식구들) 

9월 2일 D조에 속한 리투아니아가 조별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리투아니아, 프랑스, 스페인, 뉴질랜드, 레바논, 카나다가 D조에 속했다. 이번 리투아니아의 농구 월드컵 대표팀은 다른 해에 비교해 다소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8강 진출도 힘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한 상황에서 8월 31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리투아니아는 초반에 무려 18점 차이로 뒤졌다. 하지만 경기는 76 대 73으로 리투아니아가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어 9월 1일 프랑스와 경기에서도 역전승이 재현되었다. 13점 차이로 뒤졌지만, 리투아니아는 69 대 55로 프랑스를 이겼다. 9월 2일 조별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레바논이었다. 초반에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84 대 66으로 리투아니아가 가볍게 이겼다. 이로써 리투아니아는 5전 전승으로 조별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남아공 축구 월드컵에서 한국을 힘껏 응원해준 리투아니아 가족을 위해 이번에는 리투아니아를 힘껏 응원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거실에서 가족이 모여 괴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기쁨과 안타까움을 나눴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신이 난 딸아이는 갑자기 일어나 악기들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피리를 들고 와서 말했다.

"자, 이것이 우리집 부부젤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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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부부젤라'를 열심히 불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연달아 피리를 불면서 응원에 힘을 보탰다. 이웃집에게는 미안했지만, 딸아이의 우리집 부부젤라 연주를 막고 싶지는 않았다. 농구 경기를 시청하면서 모처럼 우리 가족이 자리를 같이 하고 승리감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런 분위기가 16강전, 8강전, 4강전, 결승전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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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2. 06:33

9월 1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되었다. 이날 개학식을 맞아 딸아이를 동행했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4학년으로 되어 있고, 담임선생님이 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날 담임선생님은 학급 준칙을 본인이 직접 작성해 칠판에 붙여놓았다. 개학식이 끝날 무렵 학생들에게 이 준칙을 읽어주면서 따라줄 것을 당부했다. 

* 관련글: 초등 3학년생으로 훌쩍 커버린 딸아이

유럽 초등학교 3학년 학급 준칙을 어떠할까? 이날 교실 칠판에 적혀 있는 준칙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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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누어라.
- 명예롭게 놀아라.
- 아무도 때리지 마라.
- 가지고 간 것은 제자리에 갖다놓아라.
- 더럽혔다면 자기가 직접 청소해라.
- 타인의 물건을 취하지 마라.
- 누구에게나 폐를 입혔다면 용서를 구하라.
- 새로운 무엇인가를 날마다 알아라. 생각하고,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일하라.
- 기적을 기억하라.
- 어린이 책과 가장 중요한 단어인 '주시하라'를 결코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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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교실에 있은 개학식은 학생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오늘은 좋았고, 내일은 더 좋을 것이다."라고 약속을 하면서 끝났다. 이들의 약속처럼은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란다.

* 관련글: 딸의 초등 3학년 개학 비용은 얼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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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2. 06:25

리투아니아는 9월 1일 일제히 모든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한 날이다. 입학식과 개학식이 아울러 이루어진다. 거의 3달에 가까운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이제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된 딸아이는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기에 아주 힘겨워했다. 새로운 학교생활을 맞이한 딸아이의 9월 1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의 개학식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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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만 아홉살이 될 딸아이. 이제 3학년이 되었으니 머리손질도 스스로 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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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에 열리는 개학식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로 향하기 전 집안과 아파트 현관에서 기념으로 촬칵! 개학식과 입학식에는 학생들은 늘 꽃(홀수 송이로)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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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도 기념으로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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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리투아니아 학교는 운동장이 따로 없다. 개학식은 학교 정문 앞 광장에서 열렸다. 담임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어떻게 여름을 보냈는 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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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 학급이 개학식을 마치고 학교 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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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에게 꽃을 선물하는 요가일래. 딸아이가 노란색을 쫗아해 노란색 장미꽃 세 송이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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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이 책상 위에 이름표를 미리 놓아두었다. 이름표를 찾아서 자리에 앉은 딸아이는 제일 앞줄에 앉게 되었다. 남녀가 짝을 이룬다. 25명이었는데 3명이 이번에 전학해서 모두 2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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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 짝궁을 순간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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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요가일래. 3학년 생활도 알차고 건강하게 잘 보내기를 바란다. "이제 요가일래가 컸으니 개학식에 따라가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고 며칠 전 아내에게 묻다가 무정한 아빠라고 질책을 받았다. 이날 개학식에 동행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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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8. 27. 06:36

아이를 기르다보면 화를 내고 싶어도 화을 낼 수가 없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딸아이가 만18개월 때 일이다. 혼자 거실에서 놀다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지구본에 손이 닿았다. 둥글둥글한 지구본이 공인줄 알고 방바닥 융탄자 위로 던져버린 것 같았다.

얼마 후 거실에 가니 딸아이는 이 부서진 지구본의 반쪽인 북반구를 머리에 이고 놀고 있었다. 그리고 북반구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는 지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지구본이 아까웠지만, 딸아이의 귀엽고 엉뚱한 행동에 화 대신 카메라를 꺼내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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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만 19개월 때 일어났다. 외출하려고 신발을 신는데 물이 있었다. 알고보니 물이 아니라 딸아이가 신발에 "쉬~"를 해놓았던 것이다. 딸아이의 기상천외한 보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또한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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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8. 14. 07:42

수년 동안 늘 집안에서 신고 있는 실내화가 있다. 윗면에 안마기능까지 있는 실내화라서 아주 마음에 든다. 오래 되어서 약간 헤졌지만 여전히 신을 만하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는 이 실내화 한 쪽을 망가뜨렸다. 의도적이 아니였지만 결과는 더 이상 못 쓰게 될 상황이었다. 딸아이는 연신 "미안해!"를 연발했다. 이런 딸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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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진전된 후 딸아이가 앉아서 놀고 있는 방에서 끈과 연장으로 신발을 고쳐보았다. 끈으로 이어면서 옆에 있던 딸아이와 대화를 했다.

"신발이 망가지면 어떻게 하나?"
"아빠처럼 고친다."
"맞아. 안 예쁘다고 버리지 말고 이렇게 고쳐서 신으면 된다."


신발 수리를 마치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아빠 실내화 어때?"
"좋아."
"이제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이 없지?"
"덜 해."
"신발이 망가지면 어떻게 한다?"
"고쳐서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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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했지만, 딸아이가 보는 앞에서 직접 수리하는 모습을 주면서 산 교육을 시키고 싶었다. 일단 딸아이의 대답으로 보건데 학습효과는 나타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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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8. 12. 09:04

거의 2달 반 동안 언니와 헤어진 딸아이 요가일래는 8월 10일 언니 맞이 준비에 바빴다. 준비는 바로 답례이다. 언니가 영국에서 사가지고 올 선물을 생각하니, 자신도 선물을 준비해야 했다.

저축된 용돈은 많지만 요가일래가 가장 쉽고 멋지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영국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했을 언니를 생각하면서 소재를 영어 인사말로 정했다고 했다.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써넣었다. 늘 그렇듯이 우리 가족 구성원 4명이 등장했다. 언니를 반갑게 맞이하는 자신을 그렸다. 빈 공간에는 Hello, good, make up, hi girl, good day, how are you, waz up, howdy, LOL...... 그런데 알지 못하는 생소한 표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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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dy가 무슨 뜻이니?"라고 그림 선물을 받은 언니가 물었다.
"영국에서 안 배웠어? Howdy는 how are you?라는 뜻이야."
"너는 어디서 배웠니?"
"인터넷 놀이에서 배웠지."


"그러면 Waz up은 뭐니?"라고 아빠가 물었다.
"What's up의 아이들 표현이다." (what's up은 무슨 일 있어?라는 인사말)
"그것은 또 어디서 배웠니?"
 "인터넷 놀이에서 배웠지."

"LOL은 뭐니?"
"Laugh out laud야." (크게 웃는 거야.)
"그것도 인터넷에서 배웠니?"
"맞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요가일래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거의 제재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했다. 아이들은 역시 언어습득이 어른들보다 더 좋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요가일래가 영어 인터뷰를 해석하는 데 여러 번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도저히 무슨 발음인지 못 알아들어 그를 불러 확인했을 때 쉽게 해결된 적이 있었다.

"네가 아빠엄마보다도 영어를 잘 한다."
"영어 사이트에서 계속 놀아도 되지?"
"당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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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8. 9. 12:19

한 2주일 동안 "나 홀로 집" 생활을 했다.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가장 신난 일은 클라이페다 해수욕장을 다녀온 일이다. 사실 빌뉴스에서 바다를 다녀오기란 쉽지가 않다. 바다를 가려면 약 350킬로미터 거리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일년에 여름철 한 번 정도 다녀오는 것이 고작이다. 떨어져 있는 동안 보고 싶었다. 드디어 지난 토요일 엄마와 함께 돌아왔다.

"아빠,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얼마나?"
"집으 떠날 때 아빠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차 안에서 펑펑 울었어."
"그래?! 떨어져 있어도 생각하면 같이 있는 거야."

"아빠, 내가 바다에서 선물을 가져왔어."
"뭔데?"
"비밀이야. 보면 안돼."

이렇게 딸아이는 욕실문을 닫고 뭔가를 씻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빠를 방으로 불렀다. 요가일래가 가져온 선물은 바로 해변에서 주운 돌이었다.

"저 돌을 주우면서 얼마나 아빠를 생각했을까!" (요가일래는 아빠 이름이 '큰 대', '돌 석'임을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특히 하트 모양, 그리고 일원상 형태의 돌을 찾았다고 했다. 내가 다 바다를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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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살색으로 변한 요가일래 열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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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욕장에서 가져온 요가일래의 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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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원형 돌 윗부문에 타원형 줄무뉘가 일원상을 닮아서 주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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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를 닮아서 주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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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는 듯해서 주웠다고 한다.

* 최근글: 다리가 귀걸이를 한 특이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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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26. 06:17

달려라꼴찌님의 "초딩 1학년 딸의 고3 같은 여름방학 생활계획표"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생의 딸을 둔 아빠로서 참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생활계획표를 짜놓고 그기에 따라 공부했던 여름방학도 떠올랐다.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떻게 방학을 보내고 있을까? 한국의 또래아이들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를 알려주면 기절초풍을 할 것 같다.

먼저 여름방학이 아주 길다. 5월 28일에서 8월 31일까지 방학이다. 세 가지 방학숙제가 있다.

1. 300쪽 책 읽기
    책은 자유대로 선택한다. 책 한 권이 300쪽이면 한 권만 읽으면 된다.
    요가일래는 100쪽자리 책 세 권을 선택해서 벌써 다 읽었다.
2. 구구단 5까지 알기
   수학 숙제인데 구구단을 1-9까지 다 외우기가 아니고 1-5까지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3. 받아쓰기
   부모가 세 문장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불러주면 받아쓴다.


숙제라고 하기엔 너무 분량이 적다. 공부를 완전히 놓지 말고 공부의 실이라도 조금 잡고 있어라는 뜻이 담긴 듯하다.

그렇다면 생활계획표을 세우지 않은 요가일래의 여름방학 일상은 어떠할까?
아침 9-11시 사이에 일어난다. 요구르트 한 병과 빵 두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TV 보기, 인터넷 하기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인터넷 게임), 책 읽기, 인형 가지고 놀기, 그림 그리기, 그네 타기,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등을 번갈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밤 10시 30분경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이제 서서서히 잘 준비를 한다. 보통 밤 12시-1시에 아빠가 읽어주는 한국어 동화를 들으면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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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방학 중 지금까지 요가일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랑스에서 온 레아와 에스페란토로 대화를 하면서 놀았던 일이다. (좌: 레아, 우: 요가일래)

이곳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기본 생각은 "방학은 방학이다."이다.  학년은 9월 1일 시작한다. 9월부터 다음해 5월말까지 쉬지 않고 학교생활을 했으니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여름방학을 보내라는 입장이다.  

'야, 공부 좀 해라."
"아빠, 방학이 왜 있는지 알아? 쉬라고 있는 거야. 학교가면 또 열심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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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2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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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독일 가고, 언니는 영국 가고 집에 남은 사람이 요가일래와 아빠뿐이다. 비록 둘이서 자기 할 일을 하느라 하루 종일 같이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 둘밖에 없으니 자연히 이야기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혼자 집에서 잘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영 혼자 있기를 무서워한다.

집안에 거미 한 마리, 파리 한 머리, 모기 한 마리만 봐도 기겁을 하면서 8살 딸아이는 "아빠, 도와줘!"를 연신 외쳐댄다. 며칠 전 치과의사를 방문한 시간이 아침 8시였는데 평소 같으면 쿨쿨 자고 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혼자 있기를 싫어해 결국 아침 7시에 일어나 함께 치과를 다녀왔다.

깨우지 않고 그냥 혼자 살짝 갔다오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우연히 잠에서 깨어나 혼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서움의 공포에 빠질 것 같았다. 정신적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깨워서 데려가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족한 잠은 다시 갔다와서 낮에 자면 될 것이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데 갑기기 생뚱맞은 말을 했다.

"아빠, 나 크면 가수 안될래?"
"왜? 갑자기 그렇게 말하니?"
"가수가 되면 수술을 많이 하잖아."
"무슨 수술?"
"얼굴 수술. 마이클잭슨도 했잖아. 나는 수술 싫어."
"너는 수술 필요없잖아. 있는 그대로 사는 거야."
"그래도 안될래. 노래를 많이 하면 목이 아플 수도 있잖아."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는 요가일래는 종종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은연중 가수라는 장래희망이 잠재해 있는 듯하다. 최근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가수=수술'이라는 등식이 머리 속에 맴돌아서 이날 이렇게 말한 듯하다. 딸아이가 살아가면서 있는 그대로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길 기대한다. 그러면 가수가 되더라도 부족한 얼굴을 굳이 뜯어고치려는 마음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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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21. 05:28

아내가 아직까지 독일여행중이다. 아내가 떠나기 전에는 모처럼 딸아이와 둘이서 지내는 것에 대한 약간의 설레임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내의 빈 공간을 곳곳에서 느낀다. 특히 요리 솜씨가 없고, 또한 요즘 엄청 바쁜 일이 있어 나와 딸아이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오늘은 뭘 먹을까?"
"아빠가 알아서 해줘."
"오늘은 외식하자."
"싫어."
"네가 피자를 아주 좋아하잖아."
"이제 싫어졌어."


딸아이의 찬성을 얻고,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을 기대를 가지고 질문했지만, 대답은 "이제는 피자가 실어졌어."다. 외식하면 간단하게 한 끼, 아니 배부르게 먹으면 두 끼는 절로 해결이 되는 데 말이다.

"이제 냉장고에 음식과 과일이 동이 났는데 어떻게 하니?"
"아빠, 슈퍼마켓에 가자."
"그럼, 우리가 살 목록을 네가 쓰라."
"아빠, 헬로키티 책을 사줘."
"얼마인데?"
"2리타스(천원). 알았어."


우유, 달걀, 빵, 복숭아, 바나나, 음료수, 요구르트, 책

이렇게 레스토랑 대신 슈퍼마켓을 가게 되었다. 쪽지에 적힌 목록대로 물건을 바구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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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책 사줘."
"얼마인데?"
라고 물으면서 책 뒷표지에 붙은 가격표를 보았다.

"우와, 15리타스(7500원)이네. 비싸다."
"알았어."
라고 대답하더니 딸아이는 책을 원래 자리로 갖다놓았다.

잠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는 순간 딸아이는 다시 그 책을 보더니 이렇게 제안했다.
"아빠, 그러면 내 용돈에 사줘. 이 책이 친구들 사이에 아주 인기가 있어. 나도 가지고 싶어."

군것질 안하고 모은 자기 용돈으로 책을 아낌없이 사겠다는 딸아이의 애원하는 표정에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동의를 표하자 꼭 내가 사주는 것처럼 기뻐했다.

"책값은?" 집으로 돌아온 후 딸아이에게 물었다.
"알았어. 지금 줄 게."라고 답하고 지갑으로 다가갔다.

아내는 수년간 가계부를 써오고 있다. 집을 떠나기 전 가계부 작성을 신신당부했다. 작은 책의 값으로 15리타스는 큰 돈이다.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고민스러웠다.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딸아이의 용돈에서 막상 받으려고 하니 마음이 선듯 나서지 않았다. 생각 끝에 그냥 두리뭉실하게 음식값에 포함시키고 딸아이에게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물이야! 네가 군것질 안하고, 아빠가 외식 안하고 했으니 돈이 절약 많이 되었으니 선물이야!"
"아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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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1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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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독일로 공연여행을 떠난 후부터 취침시간이 좀 빨라졌다. 보통 새벽 2-3시에 잠을 자는 데 이젠 12시경에 잔다. 원해서가 아니라 8살 딸아이 요가일래 때문이다. 11시경 밖이 어두워지면 그 때부터 슬슬 잠자기를 재촉한다.

"아빠, 자러 가자."
"일 좀 더 해야 되니까 혼자 잘 준비해라."
"싫어. 혼자 자기가 무서워."


방 안에 윙윙거리는 파리 한 마리도 무서워서 아빠의 도움을 요청하는 요가일래다. 혼자 자고자 할 리가 없다. 그래서 결국 하는 일을 멈추고 자게 된다.

(2005년 리투아니아어로 번역출판된 한국 전래동화: 서진석 번역, 김은옥 삽화)

자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어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다. 어제는 "기쁨 찾은 금빛 동전"을 읽어주었다. 십원짜리 동전 이야기로 참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보통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 요가일래는 잠이 든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생생했다. 자기 전 샤워를 해서 생기가 남아돈다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샤워한 것을 후회했다.

"잠이 안 오면 우리 이야기를 하자."
"아빠가 먼저 해."
"아빠가 동화책을 읽었으니 네가 먼저 해."
"알았다."


"옛날에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엄마하고 살았다.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놀았다. 엄마하고 살았는데 엄마 말도 안 들었다.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소 탈을 썼는데 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아저씨가 이 소를 샀다......"
"너,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아니?"
"인터넷에서 들었다. 이제 아빠 차례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야 된다."
"옛날 옛날에 깊은 산 속에 아버지하고 딸이 살았다......"

"잠깐, 아빠! 질문이 있다."
"뭔 데?"
"동화에는 왜 아름다운 가족이 없어? 그 남자는 엄마하고만 살고, 아빠 이야기에는 아빠하고만 살고. 왜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사는 아름다운 가족은 없어?"
"정말이네. 네가 자라서 아름다운 가족이야기를 한 번 지어봐."

잠시 엄마가 집을 비워서 그런가 요가일래는 동화 속 가족에는 자주 부모 중 한 사람만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백설공주, 콩쥐밭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등 많은 동화에서 부모가 같이 화목하게 사는 가정이 설정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야기다.

8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갑자기 던진 물음을 들은 후 아름다운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동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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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16. 05:32

보통 유럽 사람들처럼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만나면 결혼여부나 나이를 묻지 않는다. 가끔 이들이 나에게 나이를 묻기도 한다. 이는 진짜 나이를 알고 싶어서 묻기보다는 생긴 얼굴을 보아 도저히 나이를 추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궁금해서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 사람들의 나이를 알아맞히기가 어렵듯이 유럽 사람들도 또한 아시아 사람들의 나이를 알아맞히기가 힘들다고 한다. 내 경험상 대체로 여기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들의 나이를 더 적게 본다. 그 덕분에 내 나이도 십년은 훌쩍 넘게 젋어 보인다. 머리색깔은 그렇게 따지지 않는다. 아마도 나이와 관계없이 머리를 염색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종종 친구들은 "나이는 여권에 오지, 나에게는 오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즉 여권에는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오지, 이 쪽으로 오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물론 자기위안용이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나이를 적게 보아도 어쩔 수 없게 늙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서 대해서는 "나이가 드니 부부 말싸움이 늘어난 이유" 글에서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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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말부터 시작한 여름방학에 종종 발코니 그네에서 책을 읽는 요가일래

일전에 아내와 나 그리고 8살 딸아이 요가일래와 시내 중심가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이었다.시간이 좀 촉박했다. 아내는 평소 빠른 걸음을 걷는다. 이에 비해 나는 느릿느릿 걸음을 좋아한다. 엄마와 손을 잡은 요가일래는 뒤에서 겨우 따라오는 아빠에게 한 소리를 했다.
"아빠, 시간이 없어. 좀 빨리 걸을 수 없어?"
"아빠도 이제 늙어서 그래."


요가일래의 다음 대답이 재미있었다.
"아빠가 늙었다고 생각하니까 늙은 거야.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
"그러면 걸음이 더 빨라질까?"
"당연하지. 자,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


이 말에 속아넘어가는 아빠는 보폭을 더 크게 했다. 이 순간에는 딸아이의 생각을 증명해보였다. 하지만 늙었다고 정말 생각 안하기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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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1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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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8살 딸아이 요가일래와 단 둘이서 집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가 첫 날이었다. 어제 아침 7시에 아내는 음악학교 합장단과 함께 독일로 공연을 떠났다.

요가일래는 기어이 혼자 잠을 자고 있어도 되는 데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버스가 기다리는 학교를 같이 갔다. 힘겨운 작별을 했다. 버스가 떠날 무렵 갑자기 비까지 내려 작별의 슬픔을 동반하는 듯 했다.

낮 동안 같이 집에 있었다가 친구가 방문해 몇 시간 동안 시내를 산책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가일래는 컴퓨터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 텔레비젼을 보다가 때론 엄마를 생각하면서 보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너가 보가 싶다고 울면 엄마 마음이 아플 거야. 엄마 마음이 아프면 안 좋지? 그러니 울지마."
"알았어. 하지만 눈물이 나."

생기를 되찾은 요가일래는 배가 고플 때마다 먹을 것을 달라했다.

"아빠, 라면 해 줘!"
"알았어."

이렇게 라면 한 봉지를 반은 생으로 먹고, 반은 삶아서 먹었다.

"아빠, 배 고파 뭐 먹을 것 없어?"
"바나나, 복숭아, 요구르트?"
"복숭아 줘."
"알았어."

복숭아 한 개를 먹기에 편하게 잘라서 주었다.

"아빠, 또 배 고파."
"그럼, 같이 냉장고에 가자."
"이 소시지 세 조각을 줘."
"알았어."

이렇게 요가일래는 세 조각을 가지고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로 갔다.

"아빠!"
"왜?"

조금 후 요가일래는 소시지 한 조각이 남은 접시를 들고 아빠 방으로 오자마자 서글퍼게 울기 시작했다.

"왜 우니?"
"아빠가 너무 불쌍해. 아무 것도 먹지 안았잖아. 이 소시지 먹어."


소시지 세 조각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배가 고플 때마다 음식을 가져다만 준 아빠는 저녁 내내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자 아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나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8살 딸아이의 배려심에 그만 속으로 나도 눈물이 울컥했지만 울컥하는 그를 달랬다.

"아빠 오늘 낮에 친구하고 많이 먹었잖아. 울지마. 이 남은 조각마저 네가 다 먹어."
"고마워,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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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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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을 다 벗고 집안에서 지낸 지 벌써 3일째다. 어제 낮 온도는 33도였다. 이번에 가장 더운 날씨였다. 병원을 가는 데 우리 집 식구가 모두 동행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들어오는 벌레가 무서워 8살 딸아이는 혼자 집에 있을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 않아 푹푹 찌는 더위에 딸아이는 녹초가 되었고, 아내는 머리가 아파온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여름온도는 보통 20도 내외인데 이렇게 30도가 넘으니 금방 기진맥진하게 된다.

"리투아니아에도 여름이 이젠 정말 덥다."라고 말하자
"그래도 한국에는 습기가 많지만 여긴 건조하다."라고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우리 여름에 한국에 가지 말자. 더워서 구경도 하나도 못하잖아."라고 말하자
"그래 맞아. 봄이나 가을에 가자."라고 딸아이가 맞장구쳤다.
"그땐 너는 학교에 다니잖아. 아빠 혼자 갈 게."
"안 돼!!! 나도 데려가!!!"


요즘 요가일래의 최고 군것질거리는 옥수수이다. 수퍼마켓이나 재시장을 갈 때마다 요가일래는 옥수수를 사달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이 옥수수가 아내가 생각하기엔 비싸다. 그렇게 크지 않은 옥수수 두 개에 보통 4리타스(약 2천원)한다. 헝가리에서 수입한 옥수수이다. 리투아니아에는 옥수수가 잘 자라지 않고, 대부분 가축사료용이다.

일전에 딸아이는 마치 숨어서 혼자 재빨리 먹으려는 듯 발코니에서 게갈스럽게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살며시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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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도 좀 줘~"
"안 줄 거야."
"좀 줘~ 맛 한 번 보자."
"내가 맛 보니까 정말 맛있어. 그러니 아빠는 맛볼 필요가 없어."
"알았다. 혼자 맛있게 다 먹어."
"고마워~~~, 안녕!"

한 입 뺏어먹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자식 밥을 뺏어먹는 부도덕한 아빠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그저 일어나는 욕심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이날따라 한국에 살 때 텃밭에 가꾼 옥수수를  실컷 삶아주던 어머니와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너는 옥수수를 게걸스럽게 먹고, 아빠는 추억을 게걸스럽게 먹으련다."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발코니에서 컴퓨터 책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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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11. 08:59

2005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 참석차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한 프랑스 친구가 있다. 그는 프랑스 동부지방에 살고 있으며, 지역난방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교사인 아내와 11살 딸아이 레아(Lea)와 함께 최근 빌뉴스를 다시 방문했다.

대개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어느 지역을 방문할 경우 미리 연락에 숙소와 여행안내 제공을 무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 친구는 미리 호텔을 예약해 머물렀다. 바빠서 매일 만나 여행을 도와주지 못했지만 세 차례 만나났다. 무엇보다도 이들과의 만남을 반긴 사람은 8살 딸아이 요가일래였다.

그 동안 특별히 요가일래에게 에스페란토를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까 우리 부부는 몹시 궁금했다. 레아와 같이 있을 때 뭐라고 요가일래는 말을 이어갔다. 말을 제대로 잘 하고 있냐 궁금해 가까이 가서 들어보려고 하면 요가일래는 접근금지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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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프랑스에서 온 레아(11살); 우: 리투아니아에 사는 요가일래(8살). 이들은 에스페란토로 통했다.
 

레아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에스페란토 행사에 참가하면서 에스페란토를 배워 곧잘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프랑스 말을 하지 못하는 요가일래가 레아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는 에스페란토나 영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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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친구 가족과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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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에서 벗어나 강가에 있는 벨몬타스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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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친구 부부와 함께

지난 금요일 저녁 이별 만남으로 프랑스 친구 가족을 또 만났다. 도심에서 벗어난 식당에 모여 맛있다는 리투아니아 맥주를 마시면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제일 궁금한 사항을 레아에게 물어보았다.
 
"요가일래가 에스페란토를 할 줄 아니?"
"정말 잘 해요. 알고 있는 단어가 아주 많아요. 놀랐어요."
"그럴리가?!"


옆에 있던 요가일래가 칭찬에 자랑스러운 듯이 거들었다.
"아빠, 레아에게 영어 한 마디도 안 했어! 100퍼센트 에스페란토로만 말했어."
"웬 일이니? 정말 잘 했다. 내년에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 에스페란토 어린이 대회에 보내줄게."
"정말?"
"정말이지. 레아도 오고 세계 각지에서 어린이들이 참가할 거야."


다음날 빌뉴스를 떠나는 레아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MSN으로 만나자면서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만남은 요가일래가 난생 처음 에스페란토를 활용한 만남으로 기록된다. 비록 부모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에스페란토이지만, 8살 딸아이가 직접 에스페란토 의사소통을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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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29. 08:20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중인 딸아이 요가일래(8살)는 자전거 타기에 푹 빠져 있다. 지난 해에 자전거타기를 배우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런데 어느날 배우다가 그만 크게 넘어졌다. 그후 한 동안 자전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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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배울 생각을 했다. 자전거에 탄 상태에서 아빠가 밀어준다고 해도 거절했다. 끝까지 혼자 배우겠다고 우겼다. 두 발을 땅에 대고 조금씩 밀면서 균형을 잡는 법을 먼저 익혔다. 여러 날 이것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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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왼발을 페달에 얹고 오른발을 땅에 대고 밀면서 앞으로 나갔다. 지겨울 정도로 이것을 반복했다. 그러자 한 순간 두 발로 페달을 밟으면서 전진하게 되었다.

"아빠, 성공이야! 정말 쉽네!"
"여러 날을 힘들게 연습한 것을 벌써 잊었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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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요가일래는 지지대가 없는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었다. 그런데 주위 어린이들의 자전거에 비해 너무 구식이다. 자전거 손잡이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도 없다. 이 자전거는 12년 전에 구입한 것이다. 브레이크는 페달을 뒤쪽으로 밟아서 한다. 아직 균형잡기에 능숙하지 못하니 내리막길에서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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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식 자전거인데도 신식 자전거를 사달라고 딸아이가 조르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구식이든 최신이든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고 타는 것 그 자체에 도취되어 있는 듯하다. 구식이라 자전거 몸체가 쇠뭉치로 되어 있어 너무 무겁다. 그래서 자전거를 아파트로 옮기고 내리는 일은 아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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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전에 구입한 자전거 멀쩡하지만 8살 딸아이에게는 너무 무겁다.

어제는 우리집의 구두쇠인 엄마가 이 자전거를 보더니 한 마디했다.

"이 자전거 언니가 어렸을 때 타던 것이라 너무 오래 되었다. 가벼운 새 자전거가 필요하다."
"이 자전거 아직 좋아. 필요없어. 하지만 사주면 나야 좋지."
"네가 모아놓은 용돈으로 사야지."
"그럼, 엄마 아빠가 사고 내가 용돈에서 보탤께."
"올해는 이 자전거를 타고 내년에 사자."
"알았어."
 

구식이든 신식이든 자전거는 자전거다. 터무니없이 새 것을 사달라고 청하지 않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 최근글: 내가 직접 찍은 49억원짜리 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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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26. 08:56

초등학교 2학년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가 여름방학을 맞은 지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일반적으로 주위 아이들을 얄미울 정도로 마음껏 논다.

"방학이더라도 공부 좀 해라."
"안 할 거야. 방학이잖아."

 
이렇게 방학은 공부를 그야말로 다 놓아버리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도 한글 공부 좀 하자."
"한국말을 할 수 있으면 되잖아. 할 필요 없어."
"말만 가지고는 안 돼. 한글을 읽고 쓸 줄도 알아야지. 엄마말인 리투아니아어는 읽고 다 써는데 아빠말인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없으면 아주 쪽 팔리잖아."
"알았어. 대신 용돈 줘야 돼." (쪽 팔리는 것은 싫은 듯. ㅎㅎㅎ)
"그래. 하지만 예쁘게 글자를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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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방학 동안 딸아이 한글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 살면 자연스럽게 할 일을 외국에 살다보니 부담스러워한다. 용돈 미끼라도 조금씩 배우도록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좋으리라 믿는다.    
 
* 최근글: 이색 체험교실, 소금조각 화제만발

원더걸스 가사 외우려던 8살 딸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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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17. 07:11

6월 16일 북한과 브라질 경기를 보고 있는데 폴란드 친구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지금 축구보고 있나?"
"보고 있다"고 답하자
"브라질에 대한 용감한 방어 싸움으로 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라는 답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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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브라질 경기중 폴란드 친구가 보내온 문자쪽지

이어서 밖에서 돌아온 아내와 8살 딸아이도 후반전 시청에 가세했다. 일전에 한국과 그리스 경기 때 한국을 열심히 응원한 딸아이는 질문을 던졌다.

"아빠, 한국이 했는 데 또 한국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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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기를 흔들고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한국을 응원하고 있는 딸아이

중계하는 사람이 북한사람이라는 말 대신에 자주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고, 또 중계중 그리스를 이긴 한국과 한국 축구선수들에 대해서도 여러 번 언급했기 때문에 딸아이가 의문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한국은 원래 하나였는데 남한과 북한으로 둘로 갈라졌다."
"아, 아빠 알아. 남한은 남쪽에 있어 따뜻하고, 북한은 북쪽에 있어 춥다. 그래서 둘로 나누어졌다."

남북 분단을 기후 탓으로 분석하는 딸아이에게 중계를 시청하면서 복잡하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한국전쟁 등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남한과 북한은 형제인데 이념이 달라 싸워서 둘로 갈라졌다"라고 설명하면
"아빠, 형제는 싸우지 말라고 하면서 왜 싸우지? 그러면 형제가 아니잖아!"라는 답이 돌아올 것 같다.

"아빠, 남한과 북한이 함께 한 팀으로 해서 하면 좋겠다."라고 딸아이는 말했다.
"아빠도 그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통일이 되어 체제가 아니라 딸아이의 순간적이고 순진한 발상인 기후나 지리적 위치로 남북한을 구별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최근글: 지구촌 후끈, 열혈 여성축구팬들
               5천만 유로 한국이 1억 유로 그리스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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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12. 07:17

최근 들어 리투아니아에는 밤에 여러 차례 천둥과 번개가 쳤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그 해 첫 번째 천둥과 번개가 친 후에야
호수나 강 등에서 수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천둥과 번개가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고
이제 더운 기운이 땅을 지배하고 있음을 확신시켜준다.

8살 딸아이는 유별나게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한다.
번개를 보거나 천둥 소리만 들어도
집안에 있는 전기코드를 다 뽑아라고 야단법석이다.
심지어 밧데리로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도 꺼라고 아우성친다.

"아빠, 컴퓨터를 반드시 꺼야 돼."
"왜?"
"하드디스크,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가 다 망가질 수 있어."


90년대 초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밤에 천둥 번개로 전화모뎀이 망가진 때가 떠올랐다.

"그럼, 뭐 하지? 번개 사진을 찍어야겠다."
"안 돼, 아빠!"
"왜, 카메라도 전기가 필요하잖아."
"충전된 건전지로 하는 데."
"아빠, 그대로 안 돼!!! 카메라 속으로 번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딸아이는 잠이 들었다.
카메라 대신 캠코더로 발코니에서 촬영을 시도해보았다.

몇 차례 기다리다가 지쳐 녹화 중지를 하는 순간
바로 눈 앞에서 번개를 치는 듯 섬광이 비쳤다.
번개칠 때 녹화 시작을 눌리면 이미 늦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더 자라면 천둥과 번개에 대한 무서움이 덜해지겠지만
아무리 어린이이라 해도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

하지만 딸아이가 천둥 번개 때 전기코드를 다 뽑아놓아야 한다고
야번법석 떠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 관련글:
폴란드인들은 어떻게 벼락을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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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11. 07:56

올해 봄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원더걸스의 "nobody" 노래를 접하고 한 동안 열심히 따라 불렀다. 하지만 군데군데 한글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자기 편하는 대로 발음했다. 그래서 한국 생활에서 익숙했던 벽에 붙이기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빠, 좋은 생각이네. 빨리 나에게 해줘."
"알았어."


노래 듣고 가사보면서 반복해도 그렇게 흡족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외우는 방법으로 이렇게 벽에 붙여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데에 만족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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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우기를 시도하다가 요가일래가 어느 날 한 마디를 던졌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인데 왜 영어가 이렇게 많아?"
"정말이네. 리투아니아 가수들은 언어를 섞지 않은 것 같다. 불편하지? 그러니 너도 언어를 섞지마."
"아빠, 나 그렇게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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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10. 07:30

고등학교 2학년생 언니 마르티나가 여름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떠났다.
최근 딸아이는 난데 없이 걸레를 가지고 창틀 등을 닦고 있었다.

"이잉~ 네가 웬 일이야? 청소를 다하고."
"언니가 없잖아."
"그래도 그렇지. 혹시 엄마가 시켰니?"
"엄마가 용돈을 준데."

지난 수년간 집청소는 마르티나 몫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대청소를 했다.
먼저 마루바닥을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하고
물걸레를 바닥을 닦고, 손걸레로 창틀, 탁자 등을 닦았다.

청소 댓가로 일정액의 용돈을 주지만
마르티나 덕분에 우리 부부는 집청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용돈 때문에 청소를 하겠지만,
가족 구성원으로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제 마르티나가 없으니, 부부가 일정부분 나눠서 해야 한다.

아직 어리다고 늘 생각했는데 손걸레로
제법 청소하는 8살 딸아이를 이날 보니 대견스러웠다.
유리창문틀과 촛대받침대 위 먼지까지도 꼼꼼하게 닦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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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청소로 용돈버는 재미에 빠져 마르티나가 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둘 사이에 청소하기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을까라고 상상해본다.

* 최근글: 나이가 드니 부부 말싸움이 늘어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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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8. 07:20

6일 화창한 날씨에 아내와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공원 산책로 양 옆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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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저 풀을 먹을래."
"안 돼. 풀은 젖소가 먹지 사람은 안 먹어."
"풀을 먹은 젖소가 우유를 만들잖아. 그리고 우리가 우유를 먹잖아."
"그래서?"
"그러니까 풀은 좋은 거야. 젖소처럼 나도 풀을 먹을래."

요가일래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서 아내는 풀줄기를 하나 뽑았다.

"이 풀은 엄마가 어렸을 때 먹었다. 씹어서 넘기지 말고 즙만 빨아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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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있는 동안 내내 요가일래는 풀줄기를 입에 물고 즙을 빨아먹었다.
나도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먹어보니 아무 맛도 없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맛있다고 하더니 솜사탕 사먹을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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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6. 07:19

며칠 전부터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윗 앞니를 흔들고 있었다. 영구치가 나기 위해 유치가 빠지려고 하고 있었다. 어릴 때 유치를 실로 묶어 형들이 뽑아주거나 혼자 실을 문고리에 매달고 빼내던 기억이 되살았다.

"아빠, 어떻게 해줘."
"억지로 빼내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해?"
"혀로 앞니를 이쪽저쪽으로 자꾸 반복해서 밀어봐."

드디어 지난 금요일 저녁 앞니 유치가 빠졌다. 요가일래는 베개 밑에 유치를 놓았다.

"아빠, (누워있는) 나 한테 오지마."
"왜?"
"유치가 아빠 무게에 눌러 부서질 수도 있어."
"그래서?"
"유치가 부서지면 쥐가 올 수가 없고, 쥐가 안 오면 내가 돈 선물을 받을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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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 베개 밑에서 쥐가 가져다준 돈을 발견하고 딸아이는 몹시 기뻐했다.

이렇게 요가일래는 자기 베개 밑에 유치를 고이 놓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토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비몽사몽간에 베개 밑을 확인했다. 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다시 잠에 들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다시 베개 밑에 있는 돈을 확인하고 아주 기뻐했다.

언제부턴가 리투아니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빠진 유치를 베개 속에 넣어두면 밤에 쥐가 몰래 와서  돈을 놓고 간다. 그러면 새로운 이가 쑥쑥 잘 자라 오른다. 아이들은 정말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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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는 빠진 자신의 유치를 이렇게 모은다.

아이들의 이런 순진한 믿음은 유치가 사라짐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 그리고 빼는 과정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와 닿는다.

* 최근글: 출근길 차 바퀴 점령한 벌떼, 현명한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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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4. 06:12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5월 28일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집에서 놀고 있다. 3개월의 긴긴 방학이다. 9월 1일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

"여름방학은 리투아니아 학교가 끝난 것이고 이제부터는 한국 학교가 시작된다."
"아빠, 무슨 말인데?"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매일 배운다. 알았지?"
"아빠, 싫어. 안 할래! 방학이잖아!"
"그럼, 하고 싶을 때 해."

그래도 뭔가는 해야 했는지 어제 요가일래는 천자문 책을 꺼내 한자 다섯 개 쓰기 공부를 했다. 그리고 컴퓨터 놀이,퍼즐맞추기 놀이, 그네타기, 책 읽기 등 이것저것을 했다.

언니가 학교에서 집으로 오자 반가운 짝을 만난 듯이 좋아했다. 하지만 언니도 학년말이라 무척 바빴다. 그래서 자기 방문을 닫고 열심히 정리를 했다.

놀자고 떼를 써도 언니가 안들어주자 요가일래는 묘책을 생각해냈다. 아빠 방에서 종이 위에다가 뭔가를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이 종이를 반으로 접어 언니 방의 문 틈새로 밀어넣었다.

조금 후 언니는 하하하 폭소를 터트리면서 요가일래가 있는 발코니로 달려갔다. 요가일래는 이렇게 자신의 놀이터인 발코니로 언니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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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를 따라 가라)
       (플러스 표기가 있는 끝으로)
       (붉은 점이 있는 곳에 언니가 있다)

이 지도 그림으로 우리 가족은 잠시나마 한바탕 웃음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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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6. 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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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벌써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와 함께 놀이터가 있는 인근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지금은 이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모두 현대식으로 되어 있다. 즉 놀이기구가 철판이나 쇠봉, 플라스틱 소재를 되어 있다. 몇 해 전만해도 모든 놀이기구가 목재로 되어 있었다.

"아빠, 옛날에 내가 저기 미끄럼틀에서 나무조각이 엉덩이에 박혔어."
"너, 아직도 그 때 일을 기억하니?"
"병원에 갔잖아."

그 때가 2005년 7월 어느 날이었다. 아내는 학교일로 집을 나갔고, 네 살 된 딸아이와의 산책은 내 몫이었다. 그 날따라 딸아이는 억지를 부려 얇은 바지를 입었다. 언젠가 미끄럼틀에서 삐어져 나온 작은 나무조각으로 경미한 상처를 입은 적이 있어 그 날도 주지를 시켰다.

모래떡을 만들어 아빠에게 준 후 딸아이는 어느 새 미끄럼틀로 올라가 막내려오려고 했다. "아니, 또 다치면 어떻게 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딸아이는 내려오는 도중에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의 나무람에 자기방어용으로 울음이라는 술책을 쓰는 습관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바지를 벗어 엉덩이를 살펴보았다.

나무조각은 하강 속도로 뚝 끊어졌고, 피가 주위에 멈춰져 있었다. 마치 물이 새지 않도록 둑 구멍을 막은 말뚝을 연상시켰다. 상처 주위를 눌러보니 딱딱했다. 조각이 밖으로 보이면 그냥 뽑아낼 수가 있지만 뚝 잘라져 보이지가 않았다. 이 일을 어쩌나? 울부짖는 아이를 달래고 엄마에게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한국 대도시 같으면 어디나 쉽게 의원이나 병원을 찾을 수 있지만 이곳은 흔하지 않다. 더 더욱 퇴근 시간. 일단 관할 보건소에 전화로 문의했다. 외과는 근무를 마쳤으니, 근무시간이 긴 인근 보건소 외과를 추천했다. 30분을 기다린 후 의사가 보더니 상처가 심하고 아이가 너무 과민반응을 일으키니 대학병원 어린이 외과로 가라고 했다.

부리나케 차를 다시 도시 외곽지대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전신마취를 한 후에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신마취라는 말에 아내는 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의 사지를 붙잡고 울부짖음을 지켜봐야하고 또한 아이가 평생 하얀 의사복을 혐오하는 것을 택할 것인가라는 의사의 물음에 우리 부부는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보건소에서 기다리면서 먹은 비스킷 하나가 다 소화될 때까지 5시간을 기다린 후 새벽 한 시에 수술을 받았다. 10분만에 수술 의사가 거저에 싸서 가져온 것은 정말 보기에도 끔찍했다. 성냥개비 두 개보다 더 굵은 나무조각이 길이가 2.2cm였다.

의사는 아이의 여러 상태를 아침에 점검해 본에야 퇴원을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다음날 밝은 표정으로 집에 돌아온 딸에게 엉덩이에 박힌 나무조각을 보내주었다.

"아빠, 이젠 미끄럼틀 타려면 한국에 가자!"
"하지만 너무 멀어서 매일 갈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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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그 해 5월 한국에 갔다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철판이나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건 후 딸아이가 미끄럼틀 타기 전에 돋아난 나무조각이 있는 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수고가 하나 더 늘어났다. 다행히 근래에 들어와서 리투아니아의 놀이터에는 목재 대신 철판이나 플라스틱 소재 놀이기구가 많이 등장했다.

* 최근글: 피로연 하객으로 선물 받은 캐리커쳐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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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31. 07:30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는 5월 28일 3개월 긴긴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이제 2학년을 마치고 오는 9월에 3학년생이 된다. 

여름방학 전 5월 24일 학교에서 서류 하나를 가져왔다. 바로 3학년에서 배울 과목인 윤리와 종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두 과목 중 하나를 부모가 선택하고 학교는 이에 따라 학생을 나눠 수업을 가르친다.

윤리와 종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다. 당시는 딸아이에게 묻지 않고 아내와 상의해서 윤리를 선택했다. 2학년 때도 윤리를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빠의 종교가 가톨릭교가 아닌 것이 은연 중 작용을 했다.

리투아니아 종교인구는  
                로마 가톨릭교 - 79,0 % (275만명)
                러시아 정교    -   4,1 % (14만명)
                고대신앙        -   0,8 % (2만7천명) 등이다

요가일래는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종교를 선택하고 서명하라고 졸라대었다. 아내는 내심에 종교를 선택하고자 했으나 최종 결정을 아빠에게 떠넘겼다. 요가일래를 아빠에게 보냈다.

"아빠, 빨리 종교를 선택하고 서명해! 서명은 한글로 해!"
"왜 종교를 선택하고 싶은데?"
"1학년과 2학년에서 윤리를 배웠으니까 이제 종교를 배우고 싶어."

서명하기를 주저하자 딸아이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아빠, 안 배운 것을 배워야지. 2년 윤리를 배웠으니 이제 2년 종교를 배우고 다시 윤리를 배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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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종교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안 배워서 모르는 것을 배워서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제 부모가 나서서 윤리와 종교를 선택해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딸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흐뭇한 미소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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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한국은 위대한 나라 - 리투아니아 유명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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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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