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11.01.04 티스토리 로고, 가면으로 안성맞춤 3
  2. 2010.12.31 긴긴 밤 딸아이와 함께 단어만들기 놀이
  3. 2010.12.30 종이를 구겨버린 딸아이와의 언쟁 1
  4. 2010.12.28 40년 전 내 등교길과 지금 딸 등교길 1
  5. 2010.12.25 산타에게 음식 차리고 서명 기다리는 딸아이 2
  6. 2010.12.23 조금 떨렸지만 아주 재미났다는 딸의 노래공연 1
  7. 2010.12.15 거울로 텔레비전 보는 딸아이의 까닭 4
  8. 2010.12.13 아빠의 황당한(?) 크리스마스 선물
  9. 2010.12.13 딸 노래를 수업 교재로 삼은 한국 교사
  10. 2010.12.08 가수보다 교사가 되겠다는 9살 딸의 노래 4
  11. 2010.12.06 혹한에 새 먹이를 주고 흐뭇해하는 딸아이 1
  12. 2010.12.03 한국 라면은 내 남자친구야! 5
  13. 2010.12.01 아빠, 내가 추워서 죽을거야 1
  14. 2010.11.27 아내를 가장 사랑하면 딸이 기뻐하는 이유 6
  15. 2010.11.17 나쁜 소식 먼저, 좋은 소식 후에 하는 딸의 이유 2
  16. 2010.11.16 자기 집이 더 고급이다는 친구 말에 울적한 딸 2
  17. 2010.11.12 아빠, 이거 해가 뜨는 거야, 지는 거야 2
  18. 2010.11.06 9살 딸 혼자 기획하고 진행한 생일잔치 8
  19. 2010.10.31 생일잔치 놀이 위해 십자퍼즐 만든 딸아이 2
  20. 2010.10.30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핑계로 용돈 버는 딸 3
  21. 2010.10.15 한국 거리엔 술취한 사람이 없어서 좋더라 4
  22. 2010.10.09 한글날 기념으로 쓴 딸아이의 애국가 5
  23. 2010.10.08 초등3 딸의 감사합니다표 송편 어때요? 3
  24. 2010.10.07 우리 집 커피 타는 일은 초등3 딸의 몫 1
  25. 2010.10.05 내가 크면 가난한 사람이 없을 거야 3
  26. 2010.10.01 네모난 한국 탁구 라켓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딸아이 2
  27. 2010.09.29 남자친구 초대해 라면 대접한 초등3 딸아이 5
  28. 2010.09.28 멀쩡한 양말을 가위로 오려낸 딸의 사연 8
  29. 2010.09.21 딸의 항변 - 친구와 마음이 똑같아야!
  30. 2010.09.15 농구 월드컵 3위, 불발에 그친 거리 환영 2
요가일래2011. 1. 4. 07:11

어제 우리 집에 반가운 택배가 왔다. 바로 한국에서 티스토리 달력을 보내왔다. 식구들이 모두 궁금해 부엌에서 포장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달력을 꺼냈다. 달력은 다시 티스토리 로고가 담긴 회색 비닐 속에 들어있었다. 비닐 포장을 걷어내고 달력을 내 방에 있는 책상으로 가져왔다.

얼마 후 부엌에서 딸아이가 왔다.

"아빠, 한번 봐!"
"우와, 정말 멋있는 가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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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빠도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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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의 순간적인 발상으로 티스토리 로고가 졸지에 가면으로 둔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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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가면을 쓰는 모임이 있다. 그때 사용하기 위해 이 티스토리 로고 가면을 책상 서랍에 잘 보관하려고 한다.

* 최근글: 43개 언어로 듣는 새해 인삿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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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31. 10:56

지난 11월 5일 만 아홉살이 된 딸아이에게 줄 생일 선물을 사려고 가게가 갔다.

"아빠, 인형을 사줘!"
"인형보다 더 유용한 선물을 사는 것이 어떨까?"
"그래도 인형을 가지고 싶어."
"인형은 벌써 많이 있으니까. 뭐 새로운 선물을 사는 것이 어떨까?"
"한번 생각해볼께."
"저기 있는 스크래블을 사면 어떨까? 이제 긴긴 겨울 밤이 오니까 함께 놀이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알았어."

이렇게 스크래블을 놀 수 있는 도구를 사게 되었다. 참고로 스크래블(scrabble)은 알파벳이 새겨진 타일을 보드 위에 가로나 세로로 단어를 만들어 내면 점수를 얻게 되는 방식의 보드 게임이다(더 많은 정보는 위키백과를 참조하세요).

어느 날 저녁 딸아이가 다가왔다.
"아빠, 너무 심심해. 우리 스크래블 놀까?"
"그래 한번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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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2010년 코메디 같은 축구 경기 장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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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30. 08:30

A4 종이 여러 장을 스카치 테잎으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가 의자 뒤에서 붙이고 있었다. 얼마 후 붙이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종이를 구겨버렸다. 그리고 내 책상으로 가져왔다.

"종이를 구기면 어떻게 하니? 종이가 아프잖아."
"내가 화가 나서 구겼어."

"내가 화나면 너를 때려도 돼?"
"난 종이를 때리지 않고 구겼어."

"종이를 구기는 것은 때리는 것과 같아. 아무리 화나도 종이를 구기면 안 되잖아."
"괜찮아."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살아 있는 나무가 죽잖아."
"아빠, 그 말을 벌써 백 번도 더 들었어."

"아무리 말해도 네가 실행하지 못하니까 또 말하잖아."
"아빠, 나도 알아. 우리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이후 얼마 동안 딸아이와 대화 단절이 이어진다. 그리고 딸아이의 필요에 따라 대화는 쉽게 속개된다.

"아빠, 아까 잘못했어. 미안해."
"무엇을 잘못했는데?"

"종이를 구겼어."
"종이한테 미안하다고 해."

"종이가 사람이 아니잖아."
"사람이든 물건이든 우리가 존중해야 돼."
"알았어. 종이야, 미안해."

종종 있는 딸아이와의 언쟁은 보통 위와 같다. 마음 한 구석에는 큰 소리로 윽박지르듯이 딸아이를 더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만 꾹 참는다. "어른에게 따지지 말고 대꾸하지마!"라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린 딸아이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놓아둔다.

가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말할 때, "아빠, 목소리 낮추고 화내지 말고 이야기할 수 없어?"라고 딸아이가 묻는다. 한편 버릇없이 키우는 것 같아 고민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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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사진은 딸아이가 종이로 만든 눈결정체이다(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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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28. 07:33

해가 긴 여름철이 지나고 회색빛 하늘이 잦아지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벌써 동지가 몹시 기다려진다. 잘 알다시피 동지는 밤이 제일 긴 날이다.

일출: 오전 8시 40분
일몰: 오후 3시 54분

동지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밤이 제일 긴 이날 이후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이다. 날이 길어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낮이 제일 긴 하지를 희망하고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것이 덜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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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A)에서 딸아이 초등학교(B)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겨울철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아침 7시 30분에 등교시킨다. 집에서 딸아이 학교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길거리엔 여전히 어둠이 깔려 있고, 가로등이 해를 대신한다. 최근 딸아이는 내가 어렸을 때 등교에 대해 물었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학교는 멀었어?"
"정말 멀었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어?"
"두 시간 정도."
"두 시간이나! 차나 버스가 없었어?"
"없었지."

그때는 손목시계도 없었다. 라디오와 인근 읍사무소에서 나는 12시 정각 사이렌 소리로만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있었다. 들판 넘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등교시간의 잣대였다. 막상 두 시간이라고 답했으나 좀 부풀어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구글지도를 살펴보았다. 우리 집(A)에서 학교(B)까지 거리는 2.6km였다. 지금 보니 걸어서 30-40분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1시간 반 내지 두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가다가 산에 핀 진달래꽃도 보고, 들판에 익어가는 벼도 보고, 길 위로 기어나오는 뱀도 피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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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A)에서 내 학교(B)까지 거리는 2.6km이다. 우리 마을은 산, 들, 강, 바다가 어울려져 있다.

특히 우리 마을은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강 건너 있는 마을과 산 넘어 있는 마을에는 각각 초등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가 더 가까웠지만, 행정구역상 우리 마을 아이들은 더 멀리 있는 학교로 가야 했다.

정말이지 단지 2.6km밖에 떨어져 있는 학교가 그땐 그렇게 멀어보였다. 읍내에 있는 4층 건물이 하늘만큼 높아보였던 시절이었다. 이는 결국 아이와 어른의 눈높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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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25. 09:28

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잠들기 전 웃으면서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제다!"
"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선물은 생일이나 어린이날에도 받잖아."
"맞아.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내가 꼭 가지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야."  

어제 크리스마스 전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음식을 치웠다. 그런데 딸아이는 아파트내 복도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작은 의자를 놓았다. 그 의자 위에는 우유, 쿠츄카이(양귀비씨 건빵), 빵을 놓았다.

"왜 음식을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놓았니?"
"산타 할아버지가 먼길을 오니까 배가 고플 거야. 그리고 진짜 오는 지도 확인하고 싶어. 지금 우유가 이 잔의 여기까지야."

하얀 종이에 'Senele, prasau jus paraso!!! Prasau!!! (할아버지, 서명을 부탁해요!!! 부탁해요!!!)"라는 문장을 썼고, 볼펜도 놓았다.

"왜 산타 할아버지에게 서명을 부탁하니?"
"기념으로 서명을 받아놓으면 좋잖아. 그런데 우리 집에는 아파트라 굴뚝이 없으니 어떻게 들어오지?"
"찬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 틈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라고 엄마가 답했다.

딸아이는 잠들기 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부탁 편지를 잘 볼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트리 가지에 가지런히 놓았다. 지금 딸아이가 고히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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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할아버지가 잘 볼 수 있도록 편지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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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할아버지에게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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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프실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우유, 빵, 건빵을 의자 위에 차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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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 할아버지, 여기 서명해주세요.

"산타 할아버지는 흔적 없이 와서 선물만 놓고 흔적 없이 간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딸아이가 더 확신하도록 우유도 마시고, 건빵도 먹고, 서명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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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23. 08:55

12월 22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3학년에 다니는 음악학교 연말 공연이 열렸다. 12월에는 많은 공연이 있다. 먼저 전공별 공연이다. 전공별 공연 때 평가위원들이 참석해 연말 학교 전체 공연에 참가할 학생들을 선발한다. 요가일래의 전공(노래)별 공연은 12월 8일 열렸다(관련글: 가수보다 교사가 되겠다는 9살 딸의 노래.)

선발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지만 선발되지 못했다. 독창부문에는 선발되지 못했지만, 합창부문에는 선발되었다. 독창보다는 합창이나 다수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공연이나 연주가 선발되기에 유리하다고 아내가 말했다.

"너, 이번 연말 학교 전체 공연에 선발되지 않았데."
"우와~~~~~~ 만세!!!!!!!!!!!!!!!!!!!!!!!!!!!"
"왜 만세 부르는데?"
"노래연습을 반복해서 안 해도 되니까."

기대감의 무산으로부터 오는 아쉬움보다는 딸아이가 중압감과 지루감으로부터 벗어나서 기뻐하는 모습이 더 다가왔다. 그런데 며칠 후 지도선생님이 요가일래가 선발되었다고 알려왔다. 결정인 번복된 이유는 첼로반주하는 학생이 아직 완벽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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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제 요가일래는 학교 전체 연말 공연에서 피아노와 첼로 반주로 "겨울"이라는 리투아니아 노래를 불렀다. 아래 동영상은 이날 공연 모습을 담고 있다.


집에 와서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대강당이 사람들로 가득찼는데 떨리지 않았니?"
"조금 떨렸지만 아주 재미났어!"

* 최근글: 경찰에 체포당하는 산타 할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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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15. 06:02

방을 나와 욕실로 가는 복도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가 있는 방 안으로 슬쩍 보았다. 딸아이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었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뒷편에 둔 채 책상 위 있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지난 9월 초부터 딸아이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하루에 1시간 하는 규칙을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다. 이 경우 늘 자명종 시계를 맞추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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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커놓고 왜 거울을 보니? 안 보면 텔레비전을 끄는 것이 좋겠다."
"아니. 지금 텔레비전 보고 있어."
"어떻게?"
"거울로."
"왜 거울로 보는데?"
"눈이 안 나빠질 거야!!!"

텔레비전을 거울로 보는 딸아이의 까닭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아뭏든 딸아이가 시력보호에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 최근글: 유럽 여고 3학년생의 하루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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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13. 15:38

12월이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달 중 하나이다. 바로 크리스마스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벌써 크크리스마스 나무가 장식되어 있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는 받고 싶은 선물을 간간히 이야기한다.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받고 싶은 선물은 편지에 써서 크리스마스 나무 밑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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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대성당 광장 크리스마스 나무

요즘 아내는 입단속을 자주 한다. 딸아이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비밀스러움을 발설하지 말라고 한다. 딸아이의 믿음이 올해는 좀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확신하기까지는 그대로 두자는 것이 아내의 의견이다. 이렇게 올해는 딸아이는 부모로부터의 선물과 산타로부터의 선물을 기대한다.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한 재미난 동영상을 보았다. 기뻐하면서 선물을 열던 아들이 당황한다. 바로 포장된 선물이 화장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불만으로 화장지를 던져버린다.


아들을 재미있게 놀리려고 한 듯한 동영상 속 선물은 오히려 불만의 돌출행동을 자아냈다. 화장지 속에 아이가 좋아할 다른 선물을 넣어주었더라면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혹시 화장지 끝자락에 지폐를 넣어두지는 않았을까......

이 동영상을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보여주면서 물어보았다.

"너는 이런 화장지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던지지 않고 화장지를 한 줄 한 줄 다 풀어볼 거야."
"왜?"
"그 안에 금반지가 들어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선물을 받으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고맙게 받아야 돼. 그리고 왜 이런 선물을 주었을까라고 한번 생각하는 것이 좋아."

* 최근글: 팽귄 두 마리의 재미난 난관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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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13. 06:36

최근 블로그에 올린 "가수보다 교사가 되겠다는 9살 딸의 노래" 글을 보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인이 글을 썼다.

지인은 딸아이 요가일래와 비슷한 나이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요가일래와 관련된 글을 보자 수업에 활용했다. 

아래 딸아이 노래 동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동시에 음악수업(음악감상)과 사회수업(다른 나라 문화 이해)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아 잘 따라주었고, 생생한 수업이 되었다고 했다.


비록 전혀 모르는 외국어인 리투아니아어로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한국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참조글 출처: 희망인 다음까페)

- 차분하고 고요해서 자장가 듣는 것 같아요.
- 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긴장도 않고 실수도 않고 완벽해요.
-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 한 마디로 퍼펙트! 액설런트!
-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이 천사 같아요.
- 다시 들려 주세요 앵콜~~ 앵콜~~
- 한국어가 들렸어요 ' 미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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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텔레비전으로 요가일래 노래를 보고 있는 한국 초등학생들

공간적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딸아이 노래를 수업 교재로 삼아서 한국과 리투아니아를 서로 가깝게 해준 초등학교 교사 지인에게 감사한다. 이 한국 초등학교의 수업 소식을 딸아이에게 전해주자 딸아이는 교실 텔레비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아빠, 한국 교실에는 저렇게 큰 텔레비전이 있어? 참 좋겠다."
"그런가봐."
"우리 학교 교실에는 텔레비전이 없고, 피아노만 있어."
"우리가 텔레비전을 교실에 선물할까?"
"좋지만, 필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저학년에는 영상수업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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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8. 07:00

이제 연말이다. 연말이면 가장 바쁜 날을 보내는 우리 집 식구 중 한 명은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이다. 일반학교와 함께 음학학교를 다니는 요가일래는 12월에 여러 공연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노래연습에 지쳐서 그런지 딸아이는 종종 가수보다 교사가 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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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고아원을 방문해 노래공연을 했다. 어제는 노래전공 학생들의 음악학교 연주회가 있었다. 다음주에는 자선단체 행사에 공연할 예정이다. 9월부터 배운 노래실력을 이제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때이다.

9월에는 다섯 곡 정도의 노래를 배운다. 그후 적합한 노래 두 곡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는다. 두 곡은 하나는 리투아니아 노래 '겨울'(Žiema)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노래 '노을'이다. 어제 연주회에서는 리투아니아 노래를 불렀다. 아래는 이 노래의 원본과 번역본이다.

Žiema
Už lango sninga sniegas, sniegas,
Bet jo nebijo niekas, niekas.
Vaikai i kiemą bėga pažaist
Ir nuo kalnelio nusileist.

Paduok, mamyte, man šilčiausią paltą,
Nes jau žiema ir man kieme bus šalta.
Ir bėgsiu aš į kiemą pažaist
Ir nuo kalnelio nusileist.

Pried.:
Sniego senį nulipdysiu,
Sniego pilį pastatysiu,
Kad galėtumėte džiaugtis Žiema.
겨울
창 너머 눈, 눈이 내리네.
아무도 눈을 안 무서워해.
놀고, 언덕 미끄럼 타러 
애들은 뜰로 달리네.

엄마, 나에게 따뜻한 외투 줘.
벌써 겨울이라 난 뜰이 추워.
놀고, 언덕 미끄럼 타러
나도 뜰로 달릴 거야.

후렴:
눈사람을 만들 거야.
설성(雪城)을 난 세울 거야.
겨울이 기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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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6. 08:40

어제 일요일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클럽에서 놀다가 온 새벽에 들어온 큰딸 마르티나에게 한마디했다.

"네가 새벽에 1층 아파트 현관문 비밀코드를 입력할 때 나는 소리에 아래층 아파트 개가 짓는 소리를 들었다. 개가 있으면 인기척을 미리 알려주니 참 좋겠다. 나도 귀여운 작은 개를 키우고 싶은데......"
"엄마, 나도!!!!"라고 작은딸 요가일래가 거들었다.

나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번거로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 집은 나 때문에 애완동물이 없다. 다른 식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스스로 커서 독립하면 마음껏 해라."라고 늘 답한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십여년을 잘 참아준 가족에게 감사한다.

이런 애완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급히 화제를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창문 밖을 보았다. 토요일 바깥 창틀에 뿌려놓은 쌀알이 모두 사라졌고, 남아있는 눈에는 온통 새발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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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먹는 새들을 지켜보고 있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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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한에 몸을 움추리고 있는 박새

"우와, 어제 놓아둔 쌀알이 모두 사라졌네!"
"뭐?"라고 요가일래가 즉각 반응했다.
"아빠가 어제 혹한에 고생하는 새들을 위해 쌀알을 놓았는데 벌써 이들이 다 먹어버렸어."
"나도 줄래!"

창틀에 놓아둔 쌀봉지를 요가일래는 창문을 열고 바깥 창틀에 뿌렸다.
"조금만 줘. 내일도 주어야지."

쌀알을 뿌리자마자 비둘기들이 날아왔다. 먹이를 먹고 있는 비둘기를 바라보면서 딸아이가 흐뭇해했다. 새들의 모습을 삼성 캠코더 hmx-t10에 담아보았다.
 

"개가 아니더라도 보살펴줄 수 있는 새들이 있잖아!"
"아빠 말이 맞는데 그래도 개가 있으면 좋겠다."
"창틀에 놓을 새먹이통을 하나 사자. 새들에게 줄 성탄절 선물로."
"아빠, 정말 좋은 생각이다!"

* 최근글: 한국 라면은 내 남자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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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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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전화했다.

"아빠, 나 배고파! 라면 끓여놓아! 아주 맵게! 알았지?"
"그래. 알았다."

영하 10여도 날씨였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따뜻한 라면이 식탁에 벌써 준비가 되어있다면 딸아이가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만 해도 즐거움의 미소가 떠오른다.

라면이 퍼지면 안 되니까 딸아이가 집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다. 때를 기다렸다가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아내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고기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라면을 끓이려고 라면상자로 가는데 아내가 말렸다.

"지금 라면?"
"요가일래가 부탁했어."
"오늘은 고기요리를 먹어야지."

조금 후 아파트 현관문을 요가일래가 돌아왔다.

"아빠, 라면 끓이고 있어?"
"미안해. 엄마가 맛있는 고기요리를 하고 있어......"

요가일래는 이내 토라졌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빠는 나쁜 아빠야!"라고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딸아이가 얼마나 매운 라면을 고대했을까? 라면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 딸아이의 토라짐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어제는 하교길에 딸아이를 동행했다. 집으로 오면서 딸아이는 또 라면을 부탁했다.

"아빠, 한국 라면이 내 남자친구야! 정말 사랑해. 내가 먹으면 사라진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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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국 라면은 좋아하는데 한국 과자는 쫗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국 라면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한국 과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며칠 전 지인이 여러 한국 과자를 선물했다. 궁금해서 우리 집 식구들은 봉지를 뜯어 맛을 보았다. 하지만 꽉 찬 봉지는 모두 내 책상으로 집결되었다. 다른 식구들이 한국 과자 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이상 먹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한국 과자 하나 하나를 혼자 맛있게 먹게 되었다.

* 최근글: 비둘기 가족 단란에서 비참까지 생생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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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2. 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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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1시면 어김없이 휴대전화가 울린다.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어떻게 집에 올 지를 알리는 전화이다. 대개 집 방향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 온다.

아침 등교할 때는 늘 학교까지 동행하지만 3학년생이 되고부터는 하교할 때 데리러 가지 않는다.

어제는 영하 12도 날씨였다. 아무리 장갑, 목도리, 모자를 써도 추웠다.

이런 날씨엔 학교를 안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아내는 추운 날에 차 엔진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차로 데려주겠다고 한다. 이보다 반가운 소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이불 속에 더 누워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 친구들 하고 운동장에 조금만 놀다가면 안 돼? 제발 부탁해."
"밖에 너무 추워. 빨리 와서 점심 먹고 음악학교 가야지."
"알았어."

조금 후에 또 전화가 왔다.
"아빠, 아빠나 엄마가 와서 같이 가면 안 돼? 내가 추워서 죽을거야."

이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부모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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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도 추워서 움추리고 양지바른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잽싸게 외투를 입고 딸아이를 위해 목도리 하나를 챙겨서 학교 쪽으로 뛰어갔다. 저 멀리 장갑 낀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움추리고 걸어오는 딸아이를 보니 "추워서 죽을거야."라는 말이 정말 믿어지는 순간이었다.

가져온 목도리를 딸아이 목에 묶어주었다.

"이렇게 추운데 친구하고 밖에서 놀 생각을 했니?"
"내가 잘못 생각했어. 아빠 말이 맞아. 미안해~"

* 최근글: 신대륙 발견자 콜럼버스는 리투아니아인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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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1. 27. 07:08

지금도 거의 매일 밤 자기 전에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지금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좋아했다. 이때 생긴 습관적인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지?"
"나, 요가일래지."
"그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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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교에서 돌아와 예쁘게 놀고 있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세상에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지?"
"나, 요가일래."

"어떻게 알았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자꾸 말했잖아."
"그럼, 이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한번 바꾸어볼까? 아빠가 바꾸면 누굴까?"
"엄마."
 
"아빠가 엄마를 가장 사랑하면 네가 슬퍼하지 않을까?"
"아니, 정말 기뻐."
"왜 기쁘니?"
"내 동생이 생길거잖아."

* 최근글: 세계에서 가장 옷 유행을 쫓는 도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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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1. 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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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을 다 마친 오후 1시경에 어김 없이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런데 어제는 전화가 오지를 않았다. 10분이 지나도 전화가 없었다.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휴대전화를 하니 "지금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라는 전화 회사의 안내만 들렸다. 평소 함께 집으로 자주 오는 딸아이 친구 전화번호도 알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딸아이가 집으로 오는 길을 향해 가는 것이었다. 집을 나와 근처 사거리를 보니 딸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재잘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너, 왜 전화가 안 되니?"
"끄놓았어."
"왜?"
"학교 마치고 피자를 사먹었어."
"수업 사이에 사먹다고 했잖아?"
"그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전화를 끄놓았니?"
"엄마가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할까봐......"

 
엄마가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면 피자를 사먹지 못하니까, 딸아이는 아예 전화를 끄놓는 잔꾀를 부렸다.

"아빠, 나 오늘 글자 예쁘기 쓰기 대회에서 1등 했다. 그런데 엄마에게 말하지 마!"
"왜?"
"나쁜 소식을 먼저 말하고 좋은 소식을 나중에 말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지."
"나쁜 소식은?"
"수학 시험인데. 14문제에서 11문제만 맞았고, 3문제가 틀렸어."
"왜 나쁜 소식을 먼저 말하려고 하는데?"
"나쁜 소식을 먼저 말하고 좋은 소식을 말하면, 엄마가 좋은 소식에 기뻐서 쉽게 나쁜 소식을 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 하지만 좋은 소식을 먼저 들으면 그 기쁨이 아직 나쁜 소식에 남아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나중에 기분 나빠하는 것보다 기뻐하는 것이 더 좋아."


그렇다면 독자분들은 나쁜 소식과 기쁜 소식 둘이 있다면 어느 소식을 먼저 말할까요?

* 관련글: 자기 집이 더 고급이다는 친구 말에 울적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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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1. 16. 06:11

초등학교 3학년에 다리는 딸아이는 동네 친구가 없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비슷한 또래 여자아이가 있지만, 거의 밖에서 볼 수가 없다. 가끔은 아내와 함께 "비슷한 나이대의 언니나 동생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말이면 자주 만나는 학교 반 여자 친구가 있다. 날씨가 좋으면 둘이는 우리 집 근처 놀이터에서 만난다. 놀이터에서만 놀겠다고 하고 나가지만 늘 그 친구는 우리 집으로 온다. 여러 가지 놀이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흔히 저녁 늦게까지 있다가 그 친구 부모가 데리려오든가, 우리가 그 집까지 바래다준다.

어제는 학교의 반 남자 친구가 숙제 때문에 우리 집을 방문했다. 이 친구는 우리 집을 처음 방문했다. 문을 열어주자마자 이 친구는 주저하지 않고 속사포로 딸아이게 말했다.

"너희 집 아파트는 단층이네. 우리 집은 3층이야. 우리 집은 화장실이 두 개야. 1층에는 거실과 화장실, 2층에는 부엌과 방, 3층에는 내 방......"

이 말을 듣자 딸아이는 순간적으로 의기소침해졌다. 아무리 아이들이 천진난만하다고 하지만 처음 온 집에서 자기 집 자랑을 늘어놓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은 단층이지만, 아마 3층인 네 친구 집보다 더 넓을 수도 있을 거야."라고 딸아이의 기운을 북돋우주라고 했다.

잠시 후 딸아이는 친구 말을 잊어버리고 함께 부엌에서 숙제를 했다. 딸아이는 반 남자 친구에게 우유과 초콜릿을 대접해주었다. 숙제를 다 마친 후 그 친구가 우리 집을 나가면서 또 다시 딸아이의 심기를 건드렸다.

"우리 집이 더 고급스러워. 우리는 외국에도 아파트가 있어."

들어올 때도 우리 집과 자기 집을 비교하더니 나갈 때도 비교했다. 영 기분 잡친 딸아이에게 우리 집 거실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한 마디 했다.

"그 친구는 부엌과 입구만 보고 우리 집을 평가했다. 그렇지? 그리고 너는 친구 집에 가면 우리 집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절대로 말하지 마. 알았지? 사람들은 자기 형편대로 살아가니까 마음에 상처주는 말을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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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시대 때 지어진 조립식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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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중심가 현대식 아파트

종종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말한다. 사회주의 때는 부모가 의사인 친구 집, 부모가 교사인 친구 집, 부모가 단순 노동자인 친구 집을 가도 모두 사는 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9살 아이들이 쉽게 비교할 만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빠 딸, 우리는 물건 부자보다 마음 부자가 되자. 마음이 부자야 진짜 부자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 관련글: 내가 크면 가난한 사람이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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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1. 12. 07:55

요즘 리투아니아는 날마다 낮이 짧아지고 있다. 일출시각은 아침 7시 37분, 일몰시간은 오후 4시 26분이다. 여름철 긴 날을 생각하니 겨울철 낮이 너무나 짧다. 낮에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금방 어두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또한 흐린 날이 대부분이라 아름다운 노을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최근 사진을 정리하면서 본 일몰풍경이 새롭고, 그립다. 이 사진을 보면서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이거 해가 뜨는 사진이야, 해가 지는 사진이야?"


위에서처럼 역순으로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정말 일몰풍경이 일출풍경을 닮았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충분히 의문을 가질만 했다.

"여기 살고 있는 우리에겐 일몰이지만, 저 건너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겐 일출이야."

딸아이가 자라서 이 일몰즉일출을 통해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이치를 쉽게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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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1. 6. 09:17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 아홉 살이 되는 날이었다. 벌써 일주일 전부터 생일준비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지난해까지 요가일래 생일잔치는 딸아이의 생일을 핑계삼아 일가친척 어른들의 술모임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마디로 어른은 찬밥 신세였다. 거실은 딸아이가 차지하고 어른은 부엌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이렇게 생일잔치가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된 이유는 딸아이가 생일잔치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데서 비롯되었다. 예년과는 달리 학교 반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처음이었다. 과거에는 부모가 주된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했다. 일주일 내내 생일잔치에 친구들과 무슨 놀이를 할까 종이에 목록을 적고, 놀이에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생일에 초대를 받아 온 친구들에게 하는 답례로 실내 수영장으로 갔다. 우리 부부는 사우나를 즐겼고, 아이들은 수영장 놀이기구를 즐겼다.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수영장에서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와 함께 아이들은 딸아이가 진행하는 놀이를 밤 11시까지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비록 내 딸이라는 것을 떠나서 아홉 살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꼼꼼하게 준비했을까라는 의문과 감탄이 동시에 일어났다.  

한국 또래아이들의 생일잔치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요가일래의 생일잔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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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아침에 우리 부부는 풍선 아홉 개를 불어서 만든 장식물로 요가일래를 깨웠다. 그리고 이 풍선 아홉 개는 생일잔치 내내 거실 천장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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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생일잔치를 스스로 주도적으로 기획한 이유는 바로 학교 반 친구 둘이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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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 놀이 목록이다. X를 치면서 한 놀이를 일일히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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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 숨겨진 작은 공을 찾는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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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의 무릎에 손을 얹고 박자를 치는 놀이다. 박자가 틀린 사람은 놀이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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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 놀이의 절정, 십자퍼즐 맞히기다. (관련글: 생일잔치 놀이 위해 십자퍼즐 만든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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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쓴 십자퍼즐 (사진을 누르면, 확대가 되고 답을 볼 수 있습니다. 답 번역본은 관련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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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그림을 직접 그리면서 카드를 많이 만들었다. 놀이에서 이긴 사람에게 이 카드를 주었고, 나중에 결산해서 가장 많은 카드를 수집한 친구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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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아~~~ 태어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초가 아홉 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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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을 마음 속으로 빌고 촛불을 끄고 있다. 한 번에 촛불이 다 끄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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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만 아홉 살이 된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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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쓴 놀이 규칙이 인상적이었다.:
    !규칙!
   화내지 말 것
   비웃지 말 것
   책임감 있게 놀 것


리투아니아에도 어린이들의 생일잔치를 기획해주는 데가 많다. 일정액을 지불하면 식사와 놀이를 다 해결해준다. 이날 딸아이와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노는 것을 보면서 행사대행사에 의뢰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잘 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관련글: 생일잔치 놀이 위해 십자퍼즐 만든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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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31. 08:42

요즘 우리 집의 단연 화제는 이제 곧 만 아홉살이 될 딸아이의 생일이다.
"아빠는 봄의 왕이고, 나는 가을의 왕이다."
"왜?"
"아빠는 봄에 태어났고, 나는 가을에 때어났잖아."
"이제 내가 왕이니까, 내가 부탁하면 들어주어야 돼."

어제 토요일 딸아이 요가일래는 생일잔치에 친구들을 초대해 놀 여러 가지를 놀이를 공책에 적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십자퍼즐이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10가지 질문사항을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가 엑셀로 멋지게 네모칸들을 만들어주었다. 아빠의 도움 몫은 엑셀 화면을 캡쳐해 워드에서 문서를 만들어 인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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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질문과 답이다:
1.   요가일래가 태어난 년도: 2001
2.   요가일래가 태어난 도시: 빌뉴스
3.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색: 자주색
4.   요가일래의 행운의 숫자: 10
5.   요가일래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피아노
6.   요가일래 아빠 이름: 대석
7.   요가일래가 속한 황도대 동물: 전갈
8.   요가일래가 수집하는 물건: 스티커
9.   요가일래는 몇살: 9
10.  요가일래 엄마 이름: 비다

이렇게 생일을 계기로 여러 가지 생각을 내고 이를 실현시키려고 노력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잖니 흐뭇한 마음이 일어난다. 물론 "왕"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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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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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컴퓨터 해!"
"아니."
"오늘 컴퓨터 안 했잖아."
"아빠는 내가 아빠처럼 안경 쓰면 좋아?"

9월 초 시력저하 진단을 받고 컴퓨터 하기를 멀리하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와 흔히 나누는 대화이다. 예전엔 하루에 아빠가 하는 시간만큼이나 컴퓨터하기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내년 1월까지 지불한 인터넷 한국어 학습사이트 사용료가 아까워서 가끔 하라고 재촉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컴퓨터하기 대신에 혼자 피아노치기, 탁구놀이, 그림그리기 등 여러 가지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 딸아이가 한 놀이가 재미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아빠, 국수 해줘!"
"조금 기다려. 하는 일을 다 마치고."
"아빠, 정말 배고파. 빨리 국수 해줘!!!"
요구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배고프다는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부엌으로 갔다. 책상 서랍장 위에는 국수를 먹기 위해 필요한 젓가락 모두가 놓여져 있고, 냉장고와 찬장에는 "!!!!!!!!!!! DO NOT !OPEN!"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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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니?"
"여기를 봐!"

MONEY TOO CHILDREN IN AFRICA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돈)
20ct or 50ct
PLEASE HELP THEM
(그들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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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ct면 너무 적은 돈이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찬장 문 하나를 한 번 여는 데 20ct 혹은 50ct(한국돈으로 약 220원)이다고 말했다. 국수를 끓이려면 찬장과 문을 수차례 열어야 한다. 협상을 해서 큰 동전을 지불하고 쪽지를 떼어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니?"
"큰 가게에서 보았어."
"너 자라서 정말 아프리카 어린이들 많이 도와줘."
"할 수 있으면 할게."

* 최근글: 대리투표에 관련된 국회의원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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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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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 때문에 늦게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난다. 수면 시간이 서너 시간이다. (▲ 요가일래의 집과 학교가 들어가 있는 구글지도)

"오늘도 늦게 잠들텐데 내일 아침 당신이 좀 딸아이 등교하는데 동행하지?"라고 아내의 마음을 떠본다.
"나는 아침 준비해야 되니까, 당신이 같이 가! 올해는 당신이 등교시켜!"라고 답한다.

피곤하지만 가정 평화를 위해 운동 삼아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까지 동행하고 돌아온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안전하게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사실 마음이 편하다. 하교 때는 집이 같은 방향에 있는 반 친구들과 함께 오니까 마중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음악학교다. 집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며칠 전에는 혼자 집으로 돌아올테니 음악학교까지 오지 말고 집 근처 사거리 신호등에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딸이 집으로 돌아올 길을 같이 음악학교에 있던 아내가 알려주었다.

신호등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딸이 돌아올 길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보여야 할 딸은 보이지 않고 음악학교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 거리에는 왕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허름한 구석도 군데군데 있다. 이날따라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나왔다.

어쩌면 길이 엇갈려 벌써 집에 왔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하지만 혹시 뒤에서 따라올 같아서 자꾸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딸아이는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불편한 마음과 안도스러운 마음이 교차되었다. 약속 위반에 화를 내고 싶었지만 무사한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이를 누그려뜨렸다.

"어떻게 된 일이니?"
"오다가 길을 바꿨어. 아빠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어."
"약속을 어긴 너도 잘못했고, 전화를 챙기지 않은 아빠도 잘못했네. 다음엔 길을 바꾸지 마라."


그 이후 어느 날 이 새로운 길이 아니라 기존 길을 따라 오라고 했다. 복잡한 사거리를 건너니 딸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만나자마자 딸은 상황을 설명했다.

"아빠, 오늘 길을 바꿨어. 이쪽으로 오는 데 저 앞에서 술취한 남자가 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어. 건너쪽을 보니까 아줌마들이 많이 가고 있었어. 그래서 건너쪽으로 갔고, 술취한 남자가 지나가자 다시 이쪽으로 왔어."  
"이야, 정말 잘했다. 다음에도 앞쪽을 잘 살피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피해서 가! 알았지? 물론 길 건널 때 차를 조심해야겠지."
"아빠, 리투아니아 거리엔 낮에도 술취한 사람이 있는데, 한국엔 술취한 사람이 없어서 좋았어."

벌써 2년 전이었다. 한국을 한 달 동안 방문한 요가일래는 거리에서 술취한 사람을 보지 못한 것을 기억하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딸에게 그 자리에서  "밤이 되면 한국에도 술취한 사람이 여기저기에 많아."라고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가 자라고 나면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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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창덕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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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를 타고 가는 중 

* 최근글:
공중전화 부스 틈에 꺼꾸로 처박힌 취객 - 헝가리판 술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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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9. 07:33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이 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애국가에 대해서 물었다.

"아빠, 한국에도 애국가가 있어?
"당연히 있지."
"아빠, 그럼 한 번 불러봐."


지금까지 20여년을 유럽에서 살면서 애국가를 불러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용케 가사와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어 딸아이 앞에서 자랑스럽게(?) 애국가를 노래를 불러보았다.

"아빠, 좋은데. 이렇게 해보자. 아빠는 한국 애국가를 부르고, 나는 리투아니아 애국가를 같이 불러보자."

동시에 두 나라 애국가가 한 방 안에서 울려퍼졌다. 어젯밤 딸아이에게 말했다.

"내일 9일이 한글날인데 애국가를 한 번 써볼래?"
"좋은 생각이네."


이렇게 딸아이는 처음으로 애국가를 한글로 써보았다. 아빠하고는 늘 한국어로 말한다고 하지만 한글을 쓰는 데는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도 기회 있을 때마다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쓰기를 가르쳐본다. 애국가 써보기도 이런 과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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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날 기념으로 쓴 딸아이의 애국가 1절 가사이다.

* 최근글: 내 글에 북한 말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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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8. 06:54

9월초 "시력저하로 벌 받고 있은 딸아이의 변화"라는 글에서 초등3 딸아이가 시력저하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날부터 딸아이는 하루에 TV나 컴퓨터를 한 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딸아이가 이 제한조치를 얼마나 잘 지킬지 궁금했다. 어제 저녁 우리 집 네 식구가 모두 함께 영화를 보고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 우리가 영화를 보려가니까 빨리 숙제를 마치고 컴퓨터를 한 시간 동안 사용해."
"아빠, 오늘은 컴퓨터는 안 돼."
"왜?"
"컴퓨터 대신 영화를 보잖아. 나 안경 쓰는 것 싫어."

이렇게까지 철저히 지키고자 하는 딸에게 동정심을 가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딸아이는 제한조치를 아주 잘 준수하고 있다. 예전에 컴퓨터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았던 시간을 지금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 쏟고 있다.

엊그께는 놀이용 찰흙으로 송편을 만들면서 한참 동안 놀았다. 송편을 다 만든 후에 아빠 블로그 독자들에게 소개하라면서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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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송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번 맞춰봐!"
"글쎄.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빠는 정말 모를거야. 그럼 내가 열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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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안에는 내용물 대신 쪽지가 접해 있었다. 이것을 펼치자 "감사합니다" 문구가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잘 생각했네. 이 송편을 감사합니다표 송편이라고 부르자."
"아빠, 이젠 나비표 송편을 만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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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알록달록 나비표 송편이 탄생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없이는 아주 지겨워할 것 같았는데 딸아이는 나름대로 새로운 놀이꺼리를 찾아서 잘 놀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결과로 딸아이의 시력(현재 0.9와 0.8)이 1년 전대로 회복되길 바란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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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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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3학년생 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일상에서 제일 느끼는 것은 두 가지이다. 9월 전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무엇이든지 부모에게 시키는 일에 익숙해 있었다.

"아빠, 음료수 가져다 줘."라고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딸이 옆방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외친다.
"아빠 바빠. 네가 하면 안 돼?"
"지금 재미있는 만화야."

한 동안 침묵이 흐른다.

"아빠, 빨리 줘. 목 말라."
"네도 발이 있고 손이 있잖아. 스스로 해."
"아빠, 난 어린이야. 부모가 보살펴줘야 해."

예전에는 이런 일이 하루에도 허다했다. 딸의 왕심부름꾼 노릇을 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런 딸아이의 태도가 확 바꿨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일하는 아빠에게 와서 묻는다.

"아빠, 커피 아니면 차?"
"차."
"요즘 너 많이 달라졌다. 웬 일이야?"
"내가 어렸을 때 아빠가 아주 많이 음료수 심부름을 했잖아. 이젠 내 차례야."

그리고 또 하나 현저하게 달라진 것은 머리카락 손질이다. 2학년 때까지는 학교가는 날마다 엄마가 일어나 머리카락 손질을 해주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혼자서 척척 잘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머리카락 닿는 실력을 보여주단면서 저녁 내내 손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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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혼자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딸에게 윽박지르지 않고 놓아둔 것에 대해서 이제는 후회스럽지가 않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쳐가고 있는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딸이 탄 차의 향기가 벌써 눈앞에 아른거린다.

* 최근글: Miss Princess of the World에 리투아니아 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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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5. 06:02

어제 아내가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음악학교로 출발하라고 한 시간인 오후 2시 30분이 점점 다가왔다. 집에서 음악학교로 가는 길은 복잡하고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한 개와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한 개, 그리고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안전을 위해 학교까지 그리고 집까지 동행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니 산책이나 운동 삼아 다녀온다.
 
"빨리 갈 준비해!"
"조금만 (TV를) 더 보고."

이렇게 10분을 말 탁구를 쳤다. 드디어 늦었다고 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정말 가야 된다."
"알았어!!!"라고 딸아이는 더 보지 못함에 대한 불만으로 큰 소리로 답했다.

신발끈을 묶는 데 정말 굼벵이었다. 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준비가 되자 빠른 걸음으로 침묵 속에 학교로 향해 혼자 가듯이 걸었다. 딸아이는 못내 불만인 듯 뒤에서 천천히 오다가 거리 간격이 크지면 달려서 따라오곤 했다. 이렇게 아빠와 딸아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10분을 걸었다.

어제는 수업이 한 시간이었다. 인근 대형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마치고 만난 딸아이의 기분은 벌써 전환이 되었다. 생기가 돌면서 말수가 많아졌다. 도로가에 세워진 자동차를 보면서 대화를 이끌었다.

"아빠, 이 자동차는 엄마가 좋아하는 자동차다. 맞지?"
"그래. 엄마는 세단보다 웨건을 더 좋아하지."
"아빠, 저기 내가 좋아하는 차다. 가지고 싶어."
"네가 훌륭한 가수가 되면 가질 수가 있지."
"내가 가지지만 운전은 하기 싫어."
"세계적인 가수가 되면 운전사, 경호원 등을 다 둘 수 있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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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가지고 싶다고 한 Audi 자동차

"하지만 네가 부자 가수가 되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어야 돼."
"조금만 도와줄 거야."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도와주는 거야."
"아빠, 그런데 내가 크면 가난한 사람이 없을 거야!"

요가일래의 이 마지막 말을 들으면서 "이 세상에 적어도 절대적 가난은 사라지면 좋겠다."라고 기원해보았다. 횡단보도 건너편 성당 계단에서 남루한 옷을 입고 구걸하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 아래는 노래를 전공하는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 민속악기 캉클레스의 반주에 공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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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1. 08:36

9월 초순 우리 가족의 화두는 초등 3학년생이 된 요가일래에 무슨 과외를 추천할 것인가였다.  "아빠, 나 달리기 하고 싶어."

"달리기는 굳이 과외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래도 배우면 좋지."

"너 노래가 전공이니 춤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엄마가 말했다.
"춤은 싫어."

어느 날 학교에서 다녀온 요가일래는
"아빠, 나 탁구 배울래. 학교 강당에서 배울 수 있어. 나 한국사람이니까 탁구를 잘할 거야."

아이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학교에서 마련한 강좌였다. 외부 교사가 와서 지도한다. 일주일에 두 번 배우고 한달 비용은 65리타스(약 3만원)이다.

"아빠, 한국에서 사온 탁구 라켓 어디에 있어?"
"네모난 라켓이라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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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라켓에는 펜홀더(penholder)와 쉐이크핸드(shake hands)가 있다. 쉐이크핸드는 유럽을 대표하는 라켓이고, 팬홀더는 아시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라켓이다. 딸아이가 말하는 네모난 라켓은 펜홀더 라켓이다.
 
대학생활 중 친구들과 자주 탁구를 쳤다. 유럽에 살면서도 종종 탁구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라켓이 쉐이크핸드라 익숙하지가 않았다. 유럽 친구들과 한 시합에서 지면 라켓 탓을 해보기도 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꼭 구입해야 할 목록에 펜홀더 탁구 라켓을 넣었다.

바로 이 라켓을 딸아이는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사실 남과 다르면 대체로 우월감보다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주는 라켓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이것은 기우였다. 탁구를 배우고 돌아온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그 라켓 때문에 쪽팔리지 않았니?"
"아니. 이 한국 라켓 정말 좋아. 친구들이 신기하다고 말했고, 선생님도 좋다고 말했어. 다른 친구들의 라켓과 구별되기 때문에 쉽게 내 라겟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제일 좋아."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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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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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라면 끓어주세요!"라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딸아이가 전화했다.

아점으로 신라면을 먹었는데 참 맛었다. 먹으면서 딸아이 요가일래가 생각이 났다. 요가일래는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데 유독히 신라면은 있는 그대로 먹는다.

초인종 소리가 나기에 문을 열고보니 딸아이는 웬 남자와 같이 있었다. 같이 온다는 소리도 없이 교실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하도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여러 차례 그렇게 하지 말 것을 권했지만 어제는 난데없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평소 마음에 든다고 말한 남자친구가 아니라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아이였다.

문앞까지 왔는데 안된다고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를 노린 것 같았다. 남자친구가 한국말을 모르니 한국말로 따지듯이 물어보았다.

"벌써 경고했는데 또 왜 친구를 데리고 왔니?"
"내가 라면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 아빠, 빨리 라면 끓어주세요!!!"
"그래 일단 라면을 먹은 후에 그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면 이야기를 더 하자."

둘이서 그 매운 라면을 잘도 먹었다. 대화를 해보니 그 친구는 학교에서 아주 먼 곳에 살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다른 곳에서 과외를 받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둘이는 점심을 먹은 후 같이 숙제도 했다. 한 1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 친구가 돌아갔다. 이는 곧 훈계시간이 돌아왔음을 의미했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부모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자꾸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그 시간이 줄어들잖아. 나중에 크면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으니 참아라. 이제 친구가 갔으니 어떻게 아빠도 모르고 엄마도 모르는 그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생각을 다 했니? 어디 한번 이야기해봐!"
"사실은 그 친구가 버스정류장에서 혼자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비도 오고해서 참 불쌍해보였어. 그래서 집으로 데려와 한국 라면을 먹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초대했어."

조금만 더 공세적으로 나갔다가는 딸아이가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더군다나 딸아이의 말을 듣자 훈계는 격려로 돌아섰다.

"아, 그래. 그런 마음으로 했다면 언제든지 초대해도 돼. 넌 오늘 정말 착한 마음을 내었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오늘도 친구 또 데리고 왔어!"라는 마음을 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관련글: 멀쩡한 양말을 가위로 오려낸 딸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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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28. 08:09

요즘 리투아니아 기온은 쌀쌀하다. 벌써 우리 집 창문 넘어 있는 나무들은 형형색색 단풍잎을 뽐내고 있다. 아파트 실내온도는 18도이다. 상하로 따뜻한 옷을 입고 있어야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특히 방바닥은 더 차다. 실내화와 양말 두 컬레는 기본이다.

환절기에는 무엇보다도 발과 목이 따뜻해야 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3 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제대로 옷을 따뜻하게 입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일은 내 몫이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는 구멍이 뻥 뚫인 양말을 신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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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양말의 발꿈치 부분이 사라져버렸다. 왜 일까요?

"너 빨리 제대로 된 양말을 빨리 신어! 엄마가 오면 아빠에게 화낼 거야."
"엄마도 알아."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니?"
"내가 가위로 오려버렸어."
"멀쩡한 양말을?!"
"양말이 작아서."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가위로 오릴 생각을 다했니?"
"아빠, 발꿈치보다 발가락이 더 추위를 느끼잖아. 그래서 발꿈치 부분이 없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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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는 "발꿈치보다 발가락이 더 따뜻해야 돼!"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추우면 발꿈치보다 발가락이 더 빨리 시려온다. 엄마가 뜨개질한 따뜻한 양말이라 버리기가 아까웠던 것 같았다. 작아서 맞지 않다고 버릴 생각을 하지 않고 발가락만이라도 보호하겠다고 양말 뒷부분을 가위로 구멍을 내버린 딸아이가 멋져보였다. 이렇게 요가일래표 패션 양말이 등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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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위로 어떻게 오려내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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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한 요가일래표 패션 양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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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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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벌써 추석명절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평상과 같은 생활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추석선물을 모른다. 요즘따라 딸아이가 학급의 남자친구들 이야기를 부쩍 많이 한다. 자라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어제 월요일 엄마가 해주는 아침식사 빵을 먹으면서 남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른쪽: 초등학교 3학년생 요가일래)

"너 또 남자친구들 이야기니?"
"아빠도 (여자친구인) 엄마를 가지고 있잖아!"
"어떻게 아빠하고 동급으로 놀려고 하니? 아빠는 나이가 많잖아. 너는 아직 어리니까 남자친구들보다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써라!"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를 점심 후 음악학교로 데러다 주는 길에 딸아이는 이날따라 말이 참 많았다.

"오늘 학교에서 줄넘기를 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 줄넘기를 잘했어?"
"잘했지. 쉬지 않고 500번도 뛰었지."
"그 줄넘기 줄 아직도 있어?"
"너무 오래 되어서 없어."
"아빠 어렸을 때 구슬치기를 했어."
"했지."
"그러면 그 구슬 아직도 있어?"
"없어."
"그러면 버렸어?"
"오래 되어서 기억인 안 난다."
"아빠, 난 구슬을 버리지 않고 잘 간직했다고 내가 결혼해서 내 아이에게 구슬을 줄 거야."
"거, 좋은 생각이다. 아빠가 놀던 구슬을 너에게 줄 수 없어 미안해."
"괜찮아."

언니가 타던 10년 된 자전거를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타는 것을 보니 지금 놀던 구슬을 자식에게도 전해줄 것만 같다. 이날 대화의 절정은 바로 음악학교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아빠 내 생일에 A 친구를 초대 안할 거야."
"그 친구는 나쁜 말도 하고 고자질도 잘 해. 그래서 나도 복수할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 마음이 착해야지."
"아니. (친구와) 마음이 똑 같아야 돼."
"친구가 너에게 나쁜 말을 했다고 너도 나쁜 말을 하면 안 돼!"
"그러면 왜 아빠는 자주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에게 나쁘게 하면 아빠가 혼내준다고 말했하잖아."
 
순간적으로 부끄러웠다. 이것은 딸에게 아빠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음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딸아이는 이 말에서 아빠도 혼를 내주겠다는 복수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나 자신도 복수심을 품고 있으면서 어떻게 딸에게 복수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것이 우스워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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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9. 15. 06:34

8월 12일 터키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8월 11일 미국과 리투아니아는 준결승전에 맞붙었다. 무패 행진을 하던 리투아니아는 미국마저 이길 기세였다. 그러나 미국과의 경기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 동안의 패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거대한 미국 앞에 주눅던 리투아니아 같았다. 89 대 74로 리투아니아가 지고말았다. 4강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최고 기록을 이미 세운 터라 선수들이 방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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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일 열린 3-4위 전은 완전히 달렸다. 그야말로 농구의 Made in Lithuania였다. 세르비아가 불쌍해 보일 정도로 경기를 잘했다. 우리 집 식구도 열렬히 응원했다. 리투아니아가 3위를 하자 "작은 나라이지만 리투아니아인이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모두 다음 날 13일 밤 9시 빌뉴스 중심가 광장에서 열릴 환영식에 참가할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13일 저녁 우리 집은 환영식에 갈 것인가 가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인산인해로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가지 말자."라는 의견과 "리투아니아를 빛낸 농구 선수들을 직접 봐야 한다."라는 의견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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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쪽으로 결정을 했다. 그러자 8살 딸아이가 다른 방으로 가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가장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위험이 있더라도 딸아이의 희망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날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그래, 가자! 환영하러 가자!"
"와, 아빠 최고야!"

하지만 아내는 신중했다. 비록 환영식장이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지만 밤 9시 30분에 인산인해 속에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것이 못내 걱정되었다. 그래서 아내는 공항에서 환영식장으로 가는 거리에서 미리 환영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우리 집 거리를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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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즉각 종이로 "Ačiū"(감사해요) 플랑카드를 만들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고 무개 버스에 선수들이 올라탔다. 우리 가족은 짚 앞 거리로 나갔다. 리투아니아 국기를 어깨에 두르거나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확실히 이 거리를 지나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TV생중계를 보시던 장모님이 전화해 "5분 후에 선수들이 환영식장에 나올 것이다."라고 알려주셨다.

"이잉~~ 우리 집 거리를 통과해 5분 안에 환영식장에 도착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다른 길로?!"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집 거리에서 훨씬 먼 데서 방향을 돌려 환영식장으로 직행해버렸다. 딸아이에게 희망을 잃지 않도록 거리로 나갔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급히 집으로 돌아와 TV를 통해 선수들의 인터뷰를 시청했다. 하지만 딸아이는 내내 직접 보지 못한 서운함에 눈이 붉어져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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