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11.06.29 길바닥에서 돈 만원을 주운 딸아이와 대화 2
  2. 2011.06.28 한국 지하철에서 머리 쓰다듬기를 싫어한 딸 3
  3. 2011.06.23 9살 딸아이 마침내 귀 뚫기 소원을 이루다 5
  4. 2011.06.14 참가자가 2명인데 왜 3등이지, 황당한 국제 대회 1
  5. 2011.06.14 "야!"면 안되잖아, 9살 딸의 따끔한 한 마디 8
  6. 2011.06.07 전자책 시대에 도서관에 책대출하는 딸아이
  7. 2011.05.24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9
  8. 2011.05.21 악성댓글로 인해 토라진 초3 딸아이 6
  9. 2011.05.18 인형하고 같이 안자려는 딸아이의 까닭
  10. 2011.05.04 친구의 햄스터 죽음에 깔깔 웃어버린 딸의 이유 3
  11. 2011.05.02 민요 경연 대회장엔 마이크가 없다 2
  12. 2011.05.02 어머니날에 선물한 초3 딸의 시 한 편 1
  13. 2011.04.27 "아빠, 내 코를 때려!" 코 내미는 딸아이 3
  14. 2011.04.11 아빠, 태권도 도장에서 생일잔치 해줘
  15. 2011.04.08 한국사람이라서 아주 좋다고 기뻐하는 초3 딸 12
  16. 2011.04.06 언니 생일에 음식하다 포기한 초3 딸아이의 이유
  17. 2011.04.04 부모 테두리를 처음 벗어난 초3 딸의 항변 1
  18. 2011.03.28 황당하게 숨어버린 아이를 어디서 찾나 3
  19. 2011.03.19 등교시키기 의무를 다 마친 아빠의 단상 1
  20. 2011.03.16 빌려주기 위해 한국 동화를 열독하는 딸아이 2
  21. 2011.03.05 봄이 오건만 아직도 "겨울" 노래하는 딸아이 2
  22. 2011.02.19 리투아니아 민요를 부르는 초등3 딸아이 1
  23. 2011.02.17 구겨진 종이 뭉치를 생일 선물로 준 딸아이 2
  24. 2011.02.14 영하 20도가 망쳐놓은 발렌타인데이의 기분 1
  25. 2011.02.11 점심 사먹을 돈을 잃어버린 초3 딸아이 2
  26. 2011.02.07 9살 딸이 쓴 이야기 - 어린 개미 주자나 2
  27. 2011.02.07 8살 딸, 숙제로 직접 만든 공룡 이야기 책 5
  28. 2011.01.28 일본어 인삿말 열공하는 초3 딸아이
  29. 2011.01.18 딸아이가 아빠에게 욕하는 재미난 방법 1
  30. 2011.01.14 여자의 몸을 그리면 쉽게 개를 그릴 수 있어 10
요가일래2011. 6. 29. 09:00

며칠 전 9살 딸아이 요가일래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 둘이서 열심히 놀다가 그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딸아이는 친구를 가까운 네거리 신호등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왔다. 그런데 딸아이는 난데없이 20리타스(한국돈으로 약 1만원)를 흔들면서 기쁨이 넘쳐났다.

"아빠, 나 20리타스 주섰다!!!!" 
"그래? 그렇게 큰 돈을? 어디서?"
"내가 친구를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20리타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너는 기쁘지?"
"정말 기뻐!"
"그런데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슬플까?"
"잃어버린 사람이 바보야! 자기 돈을 잘 보관해야지. 떨어져 있는 것을 내가 찾았으니 이제 내 것이야."

잠시 침묵이 흘렸다.

"만약 잃어버린 사람이 아주 가난한 사람인데 그 돈으로 빵을 사려고 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배가 고플까?"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봐. 만약 주운 사람이 술주정뱅이인데 이 돈으로 술을 살 수도 있잖아. 내가 주워서 나중에 좋은 물건을 사면 잃어버린 사람도 좋아할 거야."
"주운 것은 혼자 쓰는 것보다도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데 쓰자."
"안 돼. 이것은 이제 내 돈이야. 그러면 아빠가 이 돈만큼 다른 사람을 도와줘."

▲ 리투아니아 지폐 20리타스 앞면과 뒷면
 

보니 돈이 세뱃돈처럼 깨끗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 것 같았다. 또한 동전이 아니라 지폐이니 돈 욕심이 더 날 법했다. 딸아이에게 함부러 길에 있는 물건을 줍지 말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너보다 더 돈이 필요한 사람이 그 돈을 주워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 이젠 그만! 주위에 (잃어버린 돈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내가 먼저 보았고, 내가 주섰어. 나도 돈이 필요해. 자꾸 모아야 돼."

언젠가 딸아이가 자라서 "길에 흘린 물건이라도 줍지 말라. 흘려서 마음 아플 그 액과 물건을 같이 가져 온다."라는 소태산의 법어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회되면 딸아이가 주운 그 돈만큼 좋은 일을 하는데 쓰도록 지갑문을 항상 열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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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6. 28. 06:21

요즈음 한국에는 지하철에서 귀엽다며 아기를 만진 할머니, 원색적인 말투로 이 할머니를 페트병으로 때린 아기 엄마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이나 법조계에서도 고민스러운 일이다고 한다. 아기를 만진 것이 과연 폭행죄가 될까? 또한 페트병에 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 과연 유무죄를 논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지나친 반응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은 충분히 있을 법하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몇해 전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때가 떠올랐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 가족만 있을 때 딸아이가 자주 묻는 말이 있었다.

"아빠, 왜 한국 사람들은 내 머리카락을 만져?"
"기분 안 좋아?"
"짜증 나."
"꽃이 예쁘면 너도 만지고 싶지? 귀여워서 만지는 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네 할머니라고 생각해."
"그래도 싫어."
"그냥 웃으면서 견뎌! 조금 있으면 (리투아니아) 집에 가잖아." 

주로 중년이나 노년 여성들이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부드럽니?" "얼굴이 참 예쁘다"......

애정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알려진 유럽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느낀 것은 바로 자기 아이라도 밖에서는 잘 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조심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 한국인의 머리 쓰다듬기에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법하다. 우리 집의 경우 아이와 함께 공공 장소에 갈 때 특히 버스, 슈퍼마켓 등에서는 절대로 자기 손으로 입술이나 얼굴 등을 만지지 말도록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접촉한 것을 만진 손으로 그냥 입술이나 얼굴을 만지만 아무래도 위생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미루어보면, 아무리 귀엽고, 어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딸아이가 쉽게 이해가 된다. 

한국에서는 귀여운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이 우호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쁘다고 주저없이 타인의 아이들을 쓰다듬지 말고 그냥 미소와 함께 칭찬의 말만 해주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번 한국 지하철 경우는 극단적인 예에 속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머리 쓰다듬기의 미풍이 배척당하는 듯해서 씁쓸한 마음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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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6. 23. 07:25

몇해 전 한창 언니와 엄마 귀걸이를 가지고 놀던 시절 딸아이는 언니처럼 귀를 뚫겠다고 엄청 졸라했다. 그땐 "귀를 뚫을 때 정말 아플거야. 넌 아직 어리잖아!"라는 말로 어렵게 설득시켰다. 지금껏 이 일은 수면래로 잠겨져 있었다. 일 때문에 다른 도시에 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가일래가 귀를 뚫겠다고 졸라대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아직 어리잖아. 적어도 중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야잖아."
"요가일래가 막무가내라 당신이 직접 설득해봐."

벌써 엄마하고 한 바탕 실랑이을 벌인터라 전화를 건네받은 딸아이는 울면서 전화를 받았다.

"아직 어리잖아. 나중에 커서 하면 안 돼?"
"아빠, 나도 이제 컸어. 어렸을 때도 어리다고 하고, 지금도 어리다고 하면 거짓말이잖아. 나 
이제 9살이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어."
"아플텐데 정말 귀를 뚫고 싶어?"
"그래도 정말 뚫고 싶어. 친구들은 벌써 다 귀글 뚫었어."
"그래. 내가 정말 하고 싶으면 이제 귀를 뚫어라."

▲ 귀를 뚫기 직전의 딸아이 모습

외지에 있었는지라 더 이상 설득하기엔 한계를 느꼈다. 7살 때 아직 어리다고 못하고 했고, 9살인데도 어리다고 못하게 하는 것은 딸아이 말대로 그 동안의 성장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주변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진작 귀를 뚫었으니 "너만은 안 돼!"는 아버지와 딸간 간격의 벽을 더욱 두텁게 할 것 같다.

훌쩍이던 딸아이는 목소리는 이내 경쾌해졌다.
"아빠, 고마워~~~"
 

한쪽 귀를 뚫은 후 딸아이는 통증을 느껴 엄마에게 "다른 쪽 귀는 나중에 뚫으면 안 될까?"라고 물었다. 노련한 아저씨는 딸아이가 엄마에게 질문을 하는 동안 다른 쪽를 만지는 척하면서 그대로 확 뚫어버렸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자, 딸아이는 아주 반갑게 맞았다. 귀에는 귀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진작 허락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여자 아이들은 보통 몇 살에 귀를 뚫을까 궁금해진다. 미리 알았다면, "한국 아이들은 16살(?) 귀를 뚫어"라는 말로 설득해 보았을텐데 말이다. 

"아빠, 한국에 가면 예쁜 내 귀걸이 사줘! 알았지?"
 
"그래, 꼭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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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6. 14. 08:08

최근 K팝의 파리 공연이 성황리에 마쳐졌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고 들떠 있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프랑스 대표 일간지인 르몽드는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가 길러낸 소년·소녀가수들이 긍정적이며 역동적인 국가 이미지를 팔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아이돌의 교육기간 중 성형수술이라는 극단적 수단도 동원된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고 노래에 관심있는 딸아이의 "성형수술 때문에 가수가 안될래"라는 옛날 말이 떠올랐다. 6월 12일 딸아이가 참가하는 "국제 음악 경연 대회"가 열렸다. 처음 참가하는 국제 대회라 큰 기대를 하고 가보았다. 고등학생까지만 참가할 수 있고, 피아노 부문과 노래 부문으로 나눠져 있었다.

행사 안내 책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명색이 국제 대회인데 딸아이가 참가하는 노래부문 카테고리 A(2001년 6월 11일 이후 출생)에는 참가자가 고작 2명뿐이었다. 하지만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참가자는 더 많았다. 

궁금해서 리투아니아인이자 음악을 전공한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데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이유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다듬으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그 목소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답이 왜 참가자가 적은 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참가자는 연달아 노래를 세 곡 불렀다. 한 곡도 아니고 세 곡을 부르는 것이 9살 딸아이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목감기 기운으로 목안이 따끔거리는 증세를 겪고 있었다. 노래를 다 마치고 밖으로 나온 딸아이는 그만 눈물을 흘렸다. 세번 째 노래에서 단어를 두 군데 섞어서 기대한 만큼 잘 부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만, 심사위원들 중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도 있으니까. 못해도 2등은 할 수 있잖아."

경연대회 결과는 6월 13일 오전에 나왔다. 행사장에 가있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가일래가 3등을 했어!"
"참가자가 2명뿐인데 어떻게 3등을 했지? 좀 황당하지 않나?"
"1등과 2등은 선정되지 않았고, 3등이 최고야."

행사 안내책자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까닭은 이 경연대회의 등수는 상대평가가 아니고 절대점수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 상장에 서명한 사람들: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대사,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대사, 리투아니아 음악연극 대학교 총장, 빌뉴스 음악전문학교장....

▲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서 참가해 노래를 부르는 9살 요가일래
 

아내는 대회 규모나 등수가 문제가 아니라 딸아이에게 다양한 무대 체험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점 때문에 이 대회에 참가시켰다고 한다. 금색 상패를 목에 걸고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몹시 기뻐했다.

"아빠, 이게 진짜 금이야?"
"글세..."
"이게 진짜 금이다고 했다면 내가 노래를 더 잘 불렀을텐데......"
"앞으로 열심히 노래해봐. 이것보다 엄청나게 더 큰 진짜 금도 받을 수 있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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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6. 14. 06:27

어젯밤 늦게 잠 들었다. 아침 10경에 일어나니 아내가 사라졌다. 

혹시 욕실에?
욕실문 틈사이로 전등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아내가 창문을 활짝 열고 커피를 자주 마시는 발코니로 가보았다.
창문이 닫혀있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보통 다음날 아침 어디를 가면 그 전날 알려주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보았다.
신호는 가지만 받지를 않았다.

도대체 어디를 갔을까......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내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어디를 가야 하는 데 웹지도에 위치를 알아서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한참 후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야?"
"피아노 수업에 있어."
"방학이잖아."
"이탈리아에서 피아노 교수가 와서 교수법을 보여주고 있어. 지인하고 우리 집에 갈테니 집안 정리 좀 하고, 점심밥도 해놓아!"
"소식없이 나가더니 온만 것을 다 시키네."

먼저 바쁘게 집안 정리를 해놓고 쌀을 씻고 전기밥솥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바쁜 시간에 왜 그리 전화가 자주오는지......
그중 하나가 지인으로부터 왔다.

"야! 내가 바빠서 부탁한 것을 알아보지 못했어. 조금 후 내가 전화해줄게."

손님맞이로 집안 복도 거울을 닦고 있던 딸아이가 이 전화를 들었다.

"아빠, '야!'라고 하면 안되잖아."
"미안해~~~~~"
"아빠, 나한테 '미안해'라고 하지 말고, 아빠 친구에게 직접 '미안해'라고 말해야 되잖아!"
"알았어."

▲ 아빠에게 한 수 가르침을 서슴치 않는 요가일래 [요가일래의 한국 노래를 듣고 싶은 분은 여기로]
 

9살 딸아이의 지적을 듣고나니 속으로 뜨끔했다.
아무리 경황없지만 함부로 "야!"라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또한 제 3자가 아니라, 내 말을 들은 당사자에게 직접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다.

딸에게 "미안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가르쳐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야 딸아이의 또 다른 가르침이 없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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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6. 7. 07:17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벌써부터 여름방학(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이다. 한국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긴 대신에 겨울방학은 없다. 물론 성탄절, 2월 초순, 부활절을 기해 1-2주일 학교에 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딸아이는 며칠 사이에 방학을 만끽하고 있었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종종 심심하다고 졸라댄다. 

"책 좀 읽지?"
"읽을 책이 없어."
"그럼 도서관에 가서 빌리면 되잖아."
"알았어."

이렇게 어제 딸아이는 자신의 여권을 챙겨서 부모와 함께 인근에 있는 시민도서관을 다녀왔다. 요즘 같은 전자책과 인터넷이 활성된 시대에 과연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리는 아이들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이지만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여럿이 보였다. 
 

한 학생에게 최대 다섯 권을 빌려준다. 여섯 권을 선택한 딸아이는 한 권을 포기해야 했다. 


빌리는 책 각각에 자신의 사인을 했다. 딸아이의 사인은 한글로 쓴 "요가"이다. 


이렇게 다섯 권을 책을 1개월 동안 빌렸다. 전화으로 두 번은 연기할 수 있다. 통지없이 연체하면 하루마다 1센트(45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제 책 다섯 권이 있는 한 심심하다고는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책 한 권 다 읽고 독후감 쓰고, 엄마로부터 약간의 용돈도 받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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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5. 24. 05:21


노래하는 요가일래(생후 2년 8개월)

노래하는 요가일래(생후 6년 3개월)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음악학교를 다닌다. 전공은 노래이다. 한국 누리꾼들에게 요가일래가 부를만한 한국 동요을 지난해 3월 초에 부탁했다. (오른쪽 사진: 노래 선생님과 요가일래) 

 * 관련글: 딸에게 한국노래를 부탁한 선생님


아빠가 한국인임을 알고 있는 음악학교 노래 선생님이 요가일래가 좋은 기회에 한국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원했다. 누리꾼들이 여러 노래를 추천해 준 것 중에 동요 "노을"을 선택했다. 독자들 중 그 후 진행 상황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종종 딸아이에게 물었다.

"네 노래 선생님이 한국 동요 안 가르쳐줘?"
"응."
"그럼, 언제 가르쳐줄까?"
"나도 몰라."


이렇게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어제 드디어 요가일래가 한국 동요 "노을"을 불렀다. 음이 높다고 생각해 선생님이 한 단계를 낮추었다. 그 동안 리투아니아어로만 노래를 부르던 요가일래를 응원한 모든 독자들에게 이 노래를 전한다.

리투아니아인 노래 선생님이 지도하고, 리투아니아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의 한국 동요를 들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 아래 동영상을 소개한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지방이 유럽의 지리적 중앙이라는데 커다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억지를 부려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프랑스 국립지리연구소가 연구를 토대로 발표한 것이다. 어제 딸아이가 노래한 장소는 빌뉴스의 옛 시청 건물(로투쉐)이다. 권위있는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라서 유럽에 한류를 전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노래는 재미로 하고 가수는 안되겠다는 요가일래이지만 어제 앙코르 박수까지 받자 기분이 아주 좋았다.

"너 앙코르 박수 엄청 받았을 때 한국 노래 한 곡 더 하지."
"그러게. 산토끼 산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불렀으면 다 웃었을 거야." 
  

 
* 관련글: 딸에게 한국노래를 부탁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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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5. 21. 05:44

시력보호 차원으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에게 컴퓨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지 벌써 1여년이 다 되어간다. 한때는 열심히 페이스북에 사진도 올리고 했다. 그 사진 중 하나가 최근 딸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악성댓글 때문이다. 

최근 밖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자 딸아이가 있었던 일을 말했다.

"아빠, 친구가 내 사진에 아주 나쁜 댓글을 달았어."
"뭐라고?"
"똥을 많이 싸서 네 옷이 검게 되었다."
"그래. 좋으네  "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딸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리고 한 마디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내가 아빠 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딸아이는 친구의 기분 나쁜 댓글에 아빠가 화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화내기는 커녕 "좋으네"라는 말에 그만 아빠에게 배신감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조금 후 딸아이의 감정이 누그러진 듯해서 방문을 열고 말했다.

"나쁜 댓글에 네가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하려고 그렇게 말한 거야."
"그래도 나는 아빠 딸이니까 아빠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잖아!" 

블로그나 인터넷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 악성댓글이다. 물론 좋은 댓글, 기분 좋게 하는 댓글만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친구가 나쁜 말하면 들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러면 기분 나쁠 일도 없어."
"아빠는 그게 쉽다고 생각해?"
"힘들지만 자꾸 노력해야지."
"누가 맛이 없는 음식을 주면 네가 안 먹지?"
"맞아.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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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5. 18. 05:54

밤 10시경이면 초등학교 딸아이 요가일래가 잠을 잘 시간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잠자기 전 아직도 한국어 동화책을 읽어준다. 어젯 저녁은 여러 가지 일로 몹시 바빴다. 밤 10시가 되자 어김 없이 딸아이는 내 방으로 왔다.

"나를 사랑하는 아빠!"
"왜?"
"책 읽어줄래?"

바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아빠"라는 말이 세상 만사를 제쳐 놓게 했다.

"무슨 책을 읽어줄래?"
"네가 선택해. 자주 읽지 않은 책을 선택해."
"홍길동 이야기 아니면 엄지 공주?"
"쪽수가 적은 책을 선택하는 것이 바쁜 아빠에게는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엄지 공주, 내일은 홍길동 이야기. 알았지?"

이렇게 동화책을 선택하고 딸아이 침대로 갔다.

"아빠, 그런데 나 인형하고 안잘래."
"왜?"
"그러니까 내가 꿈을 꾸었는데 인형도 말을 할 수 있어."
"인형에게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해?"
"그럼 있지."

딸아이는 인형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사례 1
"옛날 시골에 갈 때 내가 남자 인형과 여자 인형을 함께 나란히 앉아 있게 해주었다. 일주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보니 남자 인형은 누워 있고, 여자 인형은 조금 서서 있었어." 

사례 2
"발코니에 인형이 창문 밖을 보게 해놓았어. 내가 부엌에 가서 음료수를 가져왔는데 인형이 밖을 보지 않고 안쪽으로 보고 있었어."

"그럼, 인형이 말한다고 해서 왜 인형을 안고 안자려고 해?"
"인형이 말을 하니까 시끄러워 내가 잘 수 없잖아."
"인형은 참 신기하다. 네가 잘 때 말하고, 네가 안볼 때 움직이고...."
"정말 그러네."

인형이 유정물(有情物)이라고 믿고 있는 딸아이가 너무 순진해보였지만, 굳이 무정물이라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싶지 않았다. 엄지 공지 동화책을 다 읽었을 때 딸아이는 인형 없이 벌써 고히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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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5. 4. 08:27

이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딜 때부터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다. 종종 우리 식구들 사이에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몇 해전 요가일래가 러시아어 유치원을 졸업하던 날이었다. 

졸업식은 문화행사이다. 남아있는 유치원생들이 재롱을 부리고 떠나가는 유치원생들이 그 동안 배운 노래와 춤을 공연한다. 마지막으로 20여명이 송별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왔다. 다른 아이들은 별다른 감정없이 침착하게 노래를 하는데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요가일래는 눈물을 주럭주럭 흘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요즈음 주말을 몹시 기다린다. 얼마전부터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들리니" 드라마를 본다. 초기에 요가일래와 함께 보왔다. 눈물 흘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아빠하고 같이 보자."
"아빠, 나 안 볼래."
"왜?"
"눈물 나오게 해서 안 볼래."

가끔 길거리에 죽어 있는 새들을 보면 꼭 같이 묻어주자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딸아이에게 주문처럼 하는 말이 있다.

"태어난 것은 모두 때가 되면 죽는다. 죽는 것은 다시 태어난다." 

가끔 놀이 삼아 딸아이와 문장잇기 놀이를 한다.

"태어나면"
"죽는다."
"죽으면"
"태어난다."

생사거래에 대한 무덤덤함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며칠 전 요가일래는 학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친구가 자기 햄스터가 죽었다고 말했는데 내가 깔깔 웃었어. 그러니까 친구가 왜 웃느냐고 삐지듯이 물었어. 그래서 내가 태어난 것은 모두 죽는다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렇듯이 친구가 알았다고 말했어."

이렇게 명랑하게 말을 한 후 요가일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도 봤는데 그 햄스터가 정말 귀여웠어. 정말 마음이 아파."
"친구한테는 웃었고, 지금은 울고 있네."
"친구가 슬퍼하지 말라고 웃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나도 슬퍼."
"슬퍼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뻐해도 너무 기뻐하지 않는 것이 좋아."
"알아.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
"그러니 마음의 힘을 길러야 돼."
"노력해볼 게."

요가일래와 대화하는 동안 옛날 어머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어느 날 어머님은 이렇게 물어셨다.

"너 시골 할머니한테 놀려가지 않을래?"
"좋지."


이렇게 어머님과 같이 버스를 타고 기대감과 함께 시골로 향했다. 그런데 시골이 가까워지자
어머님 왈: "가면 할머님은 안 계실 거야."

대학생인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 어머님은 장례에 가자라는 말 대신 놀려가자고 말하셨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셨겠지만, 이렇게 어머님은 죽음 앞에 듬듬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태어난 것은 죽는다."라라고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하지만 언제 죽을 지 아무도 모르잖아!"라고 답했다.
"그렇지. 모르니까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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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5. 2. 14:55

지난주 금요일 딸아이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노래 경연대회가 열렸다. 그 동안 약간의 감기 증세, 부활절 방학 등으로 제대로 노래 지도를 받지 못했다.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딸아이에게 이왕 등록했으니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달랬다.

늘 그렇듯이 기록을 위해 이날 경연 대회장인 음악학교로 갔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있는 음악학교들에서 노래 전공 학생들과 앙상블들이 참가했다.

200석 규모의 강당에서 열렸다. 지금껏 연주회 등에 관람했을 때에는 늘 무대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마이크가 없었다. 딸아이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 큰 강당에 왜 오늘은 마이크가 없지?"라고 옆에 있던 아내에게 물었다.
"민요 경연 대회에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딸아이는 리투아니아 민요 두 곡을 불렀다. 리투아니아어이지만 딸아이의 동영상을 소개한다. 결과는? 2등을 했다.



"오늘은 2등 했나? 축하해. 기분이 어때?"
"괜찮아. 벌써 1등을 많이 했잖아. 2등 할 수도 있지 뭐."
"그래. 맞아."

이날 식구들은 케익과 맥주로 소박한 축하연을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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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5. 2. 05:43

어제 일요일 거리에는 꽃을 들고 어디론가 바삐 가는 사람들이 흔히 보였다. 바로 어머니날이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번째 일요일은 어머니날,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어느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정해서 자연스럽게 쉬면서 기념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자녀들은 선물과 함께 꽃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는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몰래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은 물건이 아닌 자신의 작품이었다. 올해는 카드를 만들었다. 그 카드 속지엔 시 한 편을 지어서 썼다. 카드 앞 장은 종이를 오려 만든 나비 한 마리를 붙였다. 시는 5음절 4구로 된 아주 짧다. 


당신에게 쓴다

전 당신을 사랑해요...
전 지금은 침묵해요...
계신다는 것에 감사해요.
가진다는 것에 감사해요.
- 요가일래

사랑, 침묵, 감사! 
사랑하고 침묵하면서 계시고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딸의 이 마음이 오랫동안 변치 않기를 바란다.

* 최근글: 마시다 남은 포도주가 어머니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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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4. 27. 06:50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은 어제 화요일 수업은 총 다섯 시간이었다. 그런데 4교시가 끝나자 전화가 왔다.

"엄마, 학교 식당에서 간식으로 꿀과자를 사먹었는데 배가 아파."
"그래서?"
"선생님이 조퇴 허락을 했어.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가."
"엄마가 지금 언니 일로 바쁘니까, 아빠가 학교로 가도록 할 게."
"알았어."


처음 이런 일이 생겼다. 걱정 가득 빠른 발걸음으로 딸아이 학교로 갔다.
머리 속에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 학교 식당을 찾아가 왜 이런 일이 생겼나를 따질까....
- 위생담당기관을 찾아가 학교 식당 위생상태를 점검해라고 요구할까....

이 날 꿀과자를 먹은 학생들 중 많은 학생이 같은 증세를 겪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딸아이 개인적인 몸의 요인이 야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빠, 내 혀바닥이 검지?"
"왜?"
"양호 선생님이 약을 주었어."


집 가까이 오자 딸아이는 힘이 드는 듯 안아달라고 했다. 두 손으로 딸아이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벌써 무거진 딸을 안고 집으로 오면서 역시 부모사랑은 내리사랑이로다......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다행히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자 배가 아픈 증상이 나아졌다. 저녁무렵이 되자 딸아이는 완전히 원기를 회복했다. 아냥마저 떨기 시작했다.

"아빠, 안아줘."

딸아이를 안아주는 순간 딸의 무릎이 그만 내 코를 우연히 받아버렸다. 순간 충격으로 코피가 날 듯했지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살다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아파서 안았던 딸을 내려놓고 손으로 코를 만지면서 부엌에서 나왔다. 한참 후에 다시 딸아이와 마주쳤다.

"아빠, 정말 미안해. 아빠 코가 아팠지?"
"정말 아팠어."
"아빠, 아빠 코가 아픈 만큼 내 코를 때려!!!"

손으로 딸아이 코를 만졌다.

"아빠, 그렇게 말고, 정말 주먹으로 때려!!!"

* 우연히 아빠 코를 무릎으로 때린 딸이 자기 코를 때리라고 한다. 어느 아빠가 되갚음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한 후 딸아이는 눈을 감고, 아빠의 주먹을 기다렸다.

"아빠가 어떻게 너를 때릴 수 있겠나!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기특하다! 고마워!"
"아빠, 내가 미안하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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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4. 11. 07:14

리투아니아 어린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일년에 크게 두 번 있다. 하나는 성탄절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생일이다. 보통 생일은 집에서 아주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보낸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의 친구들을 보면 생일잔치 장소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기엔 맥도날드 가게나 피자 가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요가일래 친구는 극장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다. 먼저 어린이용 만화 영화를 보고 피자 가게에서 식사 대접을 받았다. 생일잔치로 참 좋은 생각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난주 금요일 생일잔치 장소는 뜻밖이었다. 바로 가라데 도장에서 생일잔치가 열렸다. 초대장에 운동복 차림으로 오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가라데 도장에서 생일잔치라......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이날 가라데 도장에서 열린 생일잔치의 이모저모이다. 


아이들은 가라데 시범을 지켜보았고. 여러가지 기초체력 훈련동작을 직접 해보았다. 두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딸아이는 한마디로 색다른 생일잔치에 대만족이었다.

"아빠, 내 생일잔치는 태권도 도장에서 해줘!"
 
친구들에게 태권도도 알리고, 마음 놓고 푹신한 매트에서 뛰어놀 수 있으니까 참 좋을 것 같다. 아쉽게도 아직 빌뉴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은 없다.
 
* 최근글: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빌뉴스 한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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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4. 8. 06:03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빠! 빨리 와!"
"왜?"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인데? 아빠에게 와서 하면 안 돼?"
"아니야. 아빠가 와야 돼."

현관문으로 갔다. 느닷없이 아빠를 꼭 안으면서 요가일래가 말했다.

"아빠, 내가 한국사람이라서 아주 기뻐. 아빠, 정말 고마워~~~"

갑자기 애교를 떨었다. 이국 땅에 살고 있는 데 "아빠가 한국사람이고 자기가 한국사람이라서 좋다"고 기뻐하는 딸의 말을 들으니 마음 속에 눈물이 핑돌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집에 오면서 반 친구 형이 지나갔어. 내가 큰 소리로 그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했어."
"그것이 한국사람하고 무슨 관계가 있니?"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어."
"그럼, 리투아니아사람들은?"
"말을 안 해." (참고로 리투아니아사람들은 대체로 내성적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속에 있는 생각들을 제대로 들어낼 수가 없었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어른이나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것을 생각하면 한국사람이라서 자기 생각을 그대로 용기있게 말할 수 있다는 요가일래의 믿음은 허상에 가깝다. 한국사람, 리투아니아사람을 떠나서 요가일래가 형성한 개인적인 성격일 뿐이다. 

며칠 전 식탁에서 요가일래가 비교해서 한 말이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자기가 잘못해도 '잘못했어'라고 잘 말하지 않아. 그리고 하더라도 '잘못했어' 한 마디뿐이야. 그런데 한국 아이들은 '내가 잘못햇어. 어디 아프지 않아? 지금은 괜찮아?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 게......'라고 하면서 아주 보살펴 줘. 한국 아이들이 정말 좋아." 


요가일래보다 두 살이 더 많은 한국 아이가 작다면서 입던 옷을 어제 가득 챙겨주었다. 이 옷들을 일일이 입어보면서 요가일래는 나홀로 패션쇼를 즐겼다.

"아빠, 한국사람이라서 정말 좋아."
"왜 또?"
"한국사람이니까 이렇게 옷을 많이 나눠주잖아."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한 좋은 점을 스스로 찾고 느끼고 있는 초3 딸이 무척 고맙다.

* 최근글:
한국인임을 부끄럽게 만든 빌뉴스 한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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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4.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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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고3인 큰 딸 마르티나가 만 19살 생일을 맞이했다. 마르티나가 주도해서 가까운 친척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사람이 마땅히 없었다. 저녁식사는 7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아내는 이날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일을 해야 했다. 마르티나는 테니스를 치고 6시 30분에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오늘은 생일이니 테니스장에 가지 말고 음식 준비를 하면 좋겠는데......"
"테니스는 나에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책이야. 안 돼."
"생일이잖아."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가면 요가일래가 음악학교에서 돌아와서 할 거야."
"뭐라고?"
"요가일래가 할 수 있어?"
"잘 해. 걱정하지 마."

마르티나가 잘 하는 요리는 바로 캘리포니아 마키이다. 한국인 일식 요리사가 요리법을 가르쳐주었다. 언니가 하는 것을 보고 요가일래도 배웠다. 최근 들어 언니가 마키를 만들 때에는 요가일래도 만든다. 언니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라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것이라 즐겨 먹는다.

"네가 정말 할 거니?"
"내가 할 거야."

음악학교에서 오후 다섯 시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손을 깨끗이 씻고 언니가 테니스 치러 가기 전에 준비해놓은 것을 가지고 기분 좋게 캘리포니아 마키를 만들어갔다. 

"아빠, 빨리 부엌에 와!"
"왜?"
"난 만들기 싫어. 모양이 안 예뻐. 아빠가 해!"
"괜찮아. 그래도 끝까지 해 봐. 언니가 좋아할 거야."
"안 할 거야. 우리 식구만 먹을 것이면 예쁘지 않아도 되지만, 손님들도 먹을 거야. 아빠가 빨리 이 안 예쁜 것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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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왕성했으나 만들다보니 모양이 예쁘지 않다고 요가일래는 포기해버렸다. 핑계는 손님들에게 예쁜 마키를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핑계가 그럴 듯해서 모두가 받아들였다. 이날 마르티나가 와서 만들었다. 결국 자기 손님은 자기가 대접한다에 충실하게 된 셈이다.

 * 최근글: 부모 테두리를 처음 벗어난 초3 딸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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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4. 4. 08:01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어제 일요일 상상할 수 없는 날씨가 펼쳐졌다. 낮 온도가 무려 영상 15도였다. 봄이지만 지금까지의 낮 온도는 5도를 넘지 않았다. 더욱이 해가 쨍쨍한 날이라 사람들은 거리, 공원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우리 가족도 처음 만난 봄의 포근함에 안기기로 했다.

초3 작은 딸 요가일래 왈: "아빠, 난 친구하고 밖에서 놀래!"
고3 큰 딸 마르티나 왈: "난 국어 시험 공부해야 돼!"

결국 우리 부부만 산책을 가게 되었다.  

"너 친구하고 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만 놀고 싫증나면 집에 가서 놀아!"
"예, 아빠 알았어요." (딸아이는 허락해줘 감사함을 느껴 존칭어를 사용했다.)

아내와 함께 빌뉴스 시내 중심가로 발길을 향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공원의 긴의자에 앉아 한참 일광욕을 즐겼다. 혹시 요가일래가 친구하고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나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놀이터에서 계속 놀고 있니?"
"아니, 타우라스 산에서 공놀이 하고 있어."
"약속한 놀이터에서만 놀아야지. 왜 좀 멀리 갔니?"
"한 곳에만 있으니 심심해."

타우라스 산은 집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언덕이다. 요가일래가 어릴 때부터 자주 놀러가는 곳이라 안심이 되었다.

"그래 알았어. 그곳에만 놀고 다른 곳에는 가지마!"
"예, 알았어요."

일광욕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시내 중심가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요가일래가 놀고 있을 타우라스 산 옆으로 다가오자 아내가 전화를 해보았다.

"우리가 타우라스 산 가까이 있는데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나, 게디미나스 거리 공원에 와 있어. 아빠에게 비밀로 해! 조금 놀다가 집에 갈 게, 엄마!"

약속한 놀이터, 산, 그리고 이젠 더 멀리 있는 공원까지......
아직 한번도 부모와 약속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먼 곳까지 가다니!!!!

"당신 먼저 집에 가. 내가 아이들 있는 곳에 가서 데리고 올 게."
 
요가일래가 있는 쪽으로 가는 도중에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전화했다.

"너 어디니?"
"공원인데 아빠 오지 말고 집에 가. 우리 조금 더 놀고 갈 게. 아빠가 오면 우린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아빠가 가고, 너가 오면 떠 빨리 만나자나!"
"우리 여기 더 놀 거야."
"안 돼! 그긴 낯선 사람들도 많고, 네가 처음 갔잖아. 아빠가 불안하니 빨리 와!"
"아빠 화내지 말고 기뻐해야 돼.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야 돼 -
와~,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 먼 공원까지 가서 놀고 있으니까."
"(목소리를 더 이상 높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하고 약속한 장소를 벗어나면 안되잖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하는 지를 생각해야지."
"알았어. 그러면 천천히 오세요. 미안해요."

초3 딸아이는 이렇게 부모와 약속한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까지 가서 노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는 이런 딸아이의 행동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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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기로 약속한 첫 장소인 집 앞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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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 영역을 넓힌 타우라스 산에서 나무타기 놀이를 하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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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화내지 말고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기뻐해야 돼!"

이제 해가 갈수록 딸아이의 당돌함은 거세질 것이다. 부모의 테두리를 점점 넓혀야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 최근글: 유럽 초등 3학년 영어 시험은 어떤 내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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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3. 28. 06:16

아이를 키우다보면 힘든 일도 있고 재미난 일도 있다. 재미난 일 중 하나가 바로 기발하게 숨어버린 아이 모습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된 딸아이는 지금도 가끔씩 숨어버린다.

온 집안이 너무 조용해 "아빠 딸 어디 갔나?"라고 말한 후 있을 것 같은 곳으로 가보면 딸아이는 흔적도 없다. 욕실, 화장실, 현관 이중문 사이, 옷장, 부엌 등으로 찾아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이럴 땐 대부분 포기한다. 그리고 다시 온 집안은 침묵 속에 빠지고, 그때서야 딸아이는 "짜짠~~"하고 나타난다.

지금은 자라서 포기하지만 아주 어릴 때엔 끝까지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금까지 딸아이가 숨은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은 바로 가방 속이다. 만 2살 반이었을 때이다. 바로 전혀 생각치도 못한 아래 사진에 있는 가방 속으로 숨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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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살 반이었을 때 가방 속에 숨은 딸아이

위의 우리집 딸아이 일화보다 더 황당한 경우가 아래 있다. 폴란드 웹사이트 존몬스터에 최근 올라온 사진이다. 과연 아래 사진 속 방에 아이는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어디에 숨었을까?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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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숨은 곳은 바로 상자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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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손잡이 구멍마저 없다면 정말 찾기는 불가능했을 법하다. ㅎㅎㅎ

* 최근글: 폴란드 장애인용 주차장 존중하기 이색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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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3. 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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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빠로서의 의무 하나가 이번주에 끝이 났다. 홀가분하지만 웬지 끈 하나가 끊어진 것 같아 허전하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매일 행해오던 의무였다. 바로 딸아이 등교시키기다.
(오른쪽 사진: "학교 혼자 잘 다녀올게")

딸아이는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해 현재 3학년 2학기에 다니고 있다. 기약없이 지속될 것 같았는데 마침내 딸아이는 이번주 목요일부터 혼자 등교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800미터이다. 번잡한 사거리가 하나 있고, 큰 거리를 따라 가면 된다. 군데군데 신호등이 없는 사잇길이 있어 걱정스럽다. 갑자기 과속으로 튀어나오는 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과 2학년일 때는 엄마와 번갈아가면서 등교를 시켰다. 물론 주된 당번은 아빠였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새벽에 잠들면 방문에 "don't disturb"를 붙여놓는다. 이런 날은 엄마가 데리고 가는 날이다. 2학년을 마칠 때까지는 하교 때 학교에 가서 데리고 와야 했다.

3학년이 되자 엄마는 등교시키기 일을 일체 아빠에게 미루었다. 적어도 집안 일 중 전적인 책임을 지고 해야 하는 일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또한 등교시키고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니 하루 운동량에 충분히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지난해 9월부터 매일 딸아이를 등교시키게 되었다.  

좀 더 일찍 혼자 등교할 수도 있었지만, 겨울철 어두운 아침 때문에 미루어졌다. 요즈음은 아침 7시면 사방이 훤하다. 그 동안 "30분이나 1시간만 더 잤으면 하루가 다 개운할 것인데"라며 진하게 아쉬워한 날들이 많았다. 딸아이 때문에 수업 받지 않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이제 졸업을 하게 된 셈이다. 학교까지 동행하는 의무는 벗었지만 여전히 작은 과제가 남아있다. 사거리를 건널 때까지 침실 창문을 통해 딸아이의 동선을 살피는 것이다. 녹음이 짙게 들면 이 일은 절로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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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키기가 귀찮아 짜증이 났을 때 "도대체 너는 언제 혼자 학교 갈 수 있나?"를 묻곤했다. 그 언제가 바로 이번주였다. 이렇게 우리 집은 "역사적인 날"을 맞이했다. 늦은 듯하지만 자력을 얻어가는 딸의 모습이 흐뭇하다. 혼자 학교에 등교하고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듯했다.

"봐, 나 이렇게 혼자 학교에 잘 가고 올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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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3국엔 한국産 버섯이 북한産으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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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3. 16. 16:27

딸아이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매년 9월에 학년이 시작된다. 이제 3학년 2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2학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독서이다. 3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시력검사에서 시력이 1년 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컴퓨터 무한정 허용하기가 빚은 결과라 여겨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딸아이는 지난해 9월부터 하루 1시간 정도 컴퓨터를 하고 있다.

이것이 한 요인이 되었는지 그 후부터 딸아이는 이야기 책을 즐겨 읽고 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정성스럽게 독후감도 쓰고 있다. 처음 아내는 딸아이가 기특해서 농담으로 1권을 다 읽으면 용돈(권당 한국돈으로 5천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딸아이는 진정으로 알아듣고, 더 강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독서 권수가 늘어날수록 가계 부담도 무거워진다. 독서하면서 지식도 얻고, 용돈도 벌고...... 이렇게 어린 시절은 참 좋구나!
 
이번주 딸아이는 한국 전래동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책이고, 리투아니아어로 된 최초의 한국문학 책이다. 서진석님이 번역한 이 책은 2005년 빌뉴스에서 출판되었다.

특히 아빠가 잠자기 전 한글로 읽어준 흥부전과 별주부전을 리투아니아어 책에서 꼼꼼히 읽었다.
"아빠, 흥부 아이들이 우유를 달라고 하는 내용은 아빠가 읽어준 책에는 없었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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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가 이 책을 먼저 빨리 다 읽고 친구들에게 빌려주어도 되지?"
"당연하지."

한국 동화를 이렇게 리투아니아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딸아이의 표정에 흐뭇한 마음이 든다.

* 최근글: 발트 3국엔 한국産 버섯이 북한産으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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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3. 5. 06:28

지난해 9월부터 음악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아이는 노래부르기를 전공하고 있다. 9월 초에 노래 선생님이 서너 곡을 선정해주었다. 이 노래 중 하나가 아래 있는 "Žiema"(겨울)이다.
Žiema
Už lango sninga sniegas, sniegas,
Bet jo nebijo niekas, niekas.
Vaikai i kiemą bėga pažaist
Ir nuo kalnelio nusileist.

Paduok, mamyte, man šilčiausią paltą,
Nes jau žiema ir man kieme bus šalta.
Ir bėgsiu aš į kiemą pažaist
Ir nuo kalnelio nusileist.

Pried.:
Sniego senį nulipdysiu,
Sniego pilį pastatysiu,
Kad galėtumėte džiaugtis Žiema.
겨울
창너머 눈이 눈이 내리네.
아무도 아무도 눈을 안 무서워해.
아이들은 놀기와 언덕 미끄럼 타기 위해
밖으로 뛰어가네.

엄마, 따뜻한 외투 줘.
벌써 겨울이라 뜰에는 추울 거야.
놀기와 언덕 미끄럼 타기 위해
밖으로 뛰어갈 거야.

후렴:
눈사람을 만들 거야.
설성(雪城)을 세울 거야.
겨울이 즐거워하도록 말이야.


지난해 12월 22일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딸아이는음악학교 전체 연주회(위 동영상)에서 이 노래를 했다. 그때만 해도 참 어울리는 노래였다. 당시 영하 15도 날씨에 폭설이 내려 눈이 사방에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3월 초 한국의 제주도에는 봄소식이 완연하다고 하는데 리투아니아에는 여전히 눈이 녹이 않고 있다. 어제 아침 빌뉴스 교외에 살고 있는 친척 집을 방문했다. 주된 도로에서 벗어난 동네라 여전히 도로에는 눈이 있었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속도를 줄여서 도로 옆으로 비켜주어야 했다. :겨울 내내 (친척 집을) 방문하지 않기를 참 잘 했네."라고 아내가 말했다.    

어제 저녁 딸아이는 연주회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道)에 소재한 여러 음악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 연주회에서 딸아이는 또 다시 "겨울" 노래를 했다. 북반구 곳곳에는 봄이 오고 있건만 리투아니아에서는 이 노래가 여전히 그 시기성을 잃지 않고 있다.    


연주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갑 없는 손으로 찬바람이 매섭게 와닿았다. 겨울 자신이 이 겨울 노래가 지켜워서라도 빨리 떠나갔으면 좋겠다.
 
* 최근글: 물침대를 보니 보리침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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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19. 07:01

지난  2월 16일은 1918년 리투아니아가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국경일이다. 이어 오는 3월 11일은 1990년 리투아니아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국경일이다. 이 두 국경일 사이에 놓인 요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리투아니아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식 고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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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도 이를 경축하기 위한 노래 공연이 어제(18일) 열렸다. 이날 딸아이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 전통옷을 입고 현대적으로 각색된 민요를 불렸다. 노래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어머니, 내 마음이여!
이른 아침에 저를 깨워요.

나의 딸아이, 내 마음이여!
이른 아침에 무얼 하려고?

나의 어머니, 내 마음이여!
밭에 가서 루타 꺾을래요. (루타는 순결을 상징하는 꽃)




* 최근글:
 구겨진 종이 뭉치를 생일 선물로 준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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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1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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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초등학교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가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깨끗한 A4 종이를 막 구겼다. 일전에 종이를 구겨버린 딸아이와의 언쟁이 떠올랐다(관련글 읽어보기 ->).

"종이를 왜 구겨? 아빠에게 벌써 혼났잖아."
"알아."
"그런데 또 구겨? 종이를 사랑해야지."
"이렇게 다시 펴면 되잖아!"

그리고 딸아이는 이 구겨진 종이 뭉치를 들고 식탁이 있는 부엌으로 가버렸다. 어제 16일은 여권상 내 생일이다. 우리 집 식구들에게 내 생일은 3개로 알려져 있다. 먼저 주민등록부에 적힌 2월 16일이다. 이는 음력 생일을 적은 날짜이다.

당시 양력 생일은 3월 21일, 춘분이다. 이것이 두 번째 생일이다. 그리고 해마다 음력 2월 16일에 해당하는 양력일이 세 번째 생일이다. 한 때 재미삼아 한 해에 생일을 세 번 치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3월 21일을 진짜 생일로 하기로 정했다.

그래도 2월 16일이 되면 식구들로부터 축하의 말을 듣는다. 더구나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가 1918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의미있는 국경일이다.

어제 16일 딸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자 편안하게 아침 늦게까지 잠에 빠졌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딸아이가 먼저 깨어났다. 얼마 후 딸아이는 난데 없이 구겨진 종이 뭉치를 내 쪽으로 던졌다.

"야, 어떻게 종이 뭉치를 아빠에게 던질 수 있니?"라고 하면서 더 이상 잠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주워서 한번 펼쳐봐!"라면서 아내가 말했다.

구겨진 종이는 마치 헝겊이 된 듯했다. 조금씩 펼쳐보니 글자가 나타났다. 바로 딸아이가 "가짜 생일"이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선물을 만들었다.

위에는 한국어(로마자), 영어, 리투아니아어로 글을 썼다.
 
Apa(아빠),
nan(난)
norl(너를)
adzu(아주)
saranghe(사랑해).
Naeso(나에서)
10000000
popo(뽀뽀)
pada(받아).


Daddy,
you
are very
awesome!
I love you
very very
much.
10000000
kisses
from
me to
you
Tėti,
aš tave
labal labai
myliu.
10000000
bučiukų
tau
duodu.




그 밑에는 Happy b-day to you!
그 밑에는 내가 요즘 읽고 있는 "한권으로 읽는 史記", 늘 일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가 그려져 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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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종이 뭉치라고 무시해 버리고 막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면 딸아이가 얼마나 속상해 했을까.....

"왜 종이를 구겨서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
"재미있어라구"

* 관련글: 종이를 구겨버린 딸아이와의 언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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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14. 17:32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과제를 하나 받았다. 바로 벨렌타인데이를 맞아 편지를 넣을 함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가 우리 반 전체를 위해 발렌타인데이 편지함을 만들어올 수 있나요? 손들어보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래서 딸아이는 누군가가 해야 하기에 손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열심히 신발 상자에 하트 모양 등을 그리면서 장식했다. 신발 상자를 버리지 않고 놓아둔 것이 다행이었다.

지난 금요일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같은 반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 한 명, 그리고 여자 한 명에게 사랑 편지를 쓰도록 했다. 딸아이도 평소 좋아하는 아이에게 편지를 써서 그 상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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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 대신 하트가 넘치는 리투아니아 발렌타인데이

딸아이는 오늘 발렌타인데이를 몹시 가슴설레이게 기다렸다. 바로 이 편지함에 있는 편지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누구 누구에게 편지를 썼을까 몹시 궁금해했다.

발렌타인데이인 월요일 아침 어김 없이 자명종 시계는 7시에 울렸다. 아빠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부엌 창문 밖에 걸려있는 온도계를 보는 것이었다.

"오늘은 영하 20도! 학교에 안 간다. 더 자자!"

리투아니아 교육부에 따르면 기온이 영하 20도 이상이면 초등학교 1-5학년 학생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영하 25도 이상이면 고학년들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학교 수업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수업하나요?"

한참 후에 답이 왔다.

"수업해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7시 40분에도 여전히 날씨는 영하 20도였다.

"좀 더 자!"
"잠이 안 와!"
"누가 너에게 편지를 썼는지 궁금해서 그러지?"
"당연하지."

* 초콜릿 대신 하트가 넘치는 발렌타인데이
* 안녕을 사랑해로 가르치려는 딸의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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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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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수업은 8시에 시작된다. 아침식사는 버터를 바른 식빵 한 조각이다. 도시락은 훈제고기 등을 넣은 식빵 두 조각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학교 식당에서 좋아하는 피자를 사먹는다고 도시락을 가지 않는다. 지난 수요일(9일)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혹시 식당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점심을 못 사먹을 수 있으니 빵 한 조각이라도 가져가는 것이 어때?"
"내가 잘 알아. 시간이 충분해."

학교를 마친 후인 오후 1시경 요가일래는 항상 전화한다.

"아빠, 오늘 돈을 잃어버렸어."라고 풀이 다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리투아니아에 있으니 괜찮아. 빨리 조심해서 집으로 와."

배가 고픈 딸을 위해 달걀 두 개를 삶고 있는데 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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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자마자 딸아이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면서 방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울지마. 아빠가 잃어버린 돈을 줄께."
"내 돈이 아니야. 엄마가 준 돈이야. 엄마가 화낼 거야."
"엄마가 화내지 않지. 네가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오히려 마음이 아플 거야."
 
여전히 훌쩍거렸다.

"이제 잊어버려. 돈은 어딘가에 잘 있을 거야."
"돈을 잃어버려서 내가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 내가 학교에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알아?"
"그러니까 이젠 항상 도시락을 가져가."
여전히 속상한 마음이 딸아이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참 후 삶은 달걀을 맛있게 먹고 딸아이는 음악학교를 갔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딸아이의 책가방 안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한 주머니에 1리타스가 있고, 다른 주머니에 1리타스가 있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돈이 책가방 속에 있었다. 음악학교에서 다녀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여기 봐, 아빠가 찾았어. 이젠 돈을 잃어버리면 마음까지 잃어버리지 마. 속상해하거나 울지 말고 꼼꼼히 찾아봐."
"알았어. 하지만 오늘 정말 배가 고팠어."

* 아내와 이심전심, 몰래 도시락에 밤 넣기
* 경제위기로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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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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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지난해 12월 학교 국어 과제물로 그림을 곁들인 이야기 쓰기를 받았다. 한동안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몇번이고 반복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스럽게 쓴 작은 이야기 책을 학교에 제출했다. 최근 받아온 이 소책자를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글쓰기 숙제가 마음에 들었다.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어로 쓴 이야기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어린 주자나(Zuzana)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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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옛날에 작은 개미 주자나가 살았다. 그는 아주 아주 음악을 좋아했다. 주자나는 거의 매일 아이팟(이는 작은 컴퓨터)으로 노래를 들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waka, waka", "oki doki", "rock that bod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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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 동급생들은 주자나를 조롱했다. 그녀를  공부꼴찌라 불렀다. 그들은 "야, 너 두다나, 너는 확실히 확실히 음악가로 성공할 수 없어. 하하하!"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주자나는 "너희들이 들으면, 얼마나 잘 기타와 함께 내가 노래를 부르는지 이해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주자나는 기타를 치려고 했지만, 로레타 선생님이 그녀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여기 문자쪽지 내용이다. "안녕, 주자나, 내일 학교에서 14시 50분에 음악 경연이 열린다. 너가 경연에서 연주하길 기쁘게 부탁해."

(두다나: 왜 주자나가 두다나라고 잘못 썼니라고 묻자 딸아이는 동급생들은 놀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지 않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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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는 이 소식을 듣고 그렇게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세계 재주꾼 대회에서 연주하듯이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 경연에 갈 시간이 왔다. 프로그램에는 12명의 참가자 중 그녀가 제일 마지막에 연주할 것이라고 써여져 있었다. 그녀의 작품은 "난 할 수 있어"였다. 주자나가 무대에 올라가자 적의적인 여자 동급생들은 야유하는 소리와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주자나가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고 입을 떡 벌리고 끝까지 들었다. 경연 우승자가 주자나라고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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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는 아주 기뻤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 여자 동급생들이 그녀와 함께 갔다. 어린 주자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예의바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예의바르고 싶다면, 항상 예의발라야 한다.

* 관련글: 8살 딸, 숙제로 직접 만든 공룡 이야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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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2. 7. 02:29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글에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의 숙제 이야기를 했다. 2010년 5월초부터 시작한 숙제가 드디어 5월 12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했다. 그 동안 틈틈히 이야기와 함께 공룡 그림을 붙이고 또 배경 그림을 그렸다. 집안에 탁자가 여기 저기에 있는데도 요가일래는 누워서 숙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꼭 한국에서 어렸을 때 아빠가 했던 것처럼...... 여러 차례 책상을 이용할 것을 권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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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저녁 늦게야 이야기책을 직접 만드는 것을 완성했다. 내용은 육식공룡인 레리스가 초식을 한다고 동료들이 놀려대지만, 두 친구는 레리스를 위로한다. 그리고 모두가 다 같이 친구가 되자라고 한다. 읽어보니 논리적 전개가 너무 엉성하다. 하지만 육식공룡이더라도 초식한다고 놀려대거나 따돌리지 말고 모두 친구가 되자라는 뜻은 참 마음에 든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8살)가 완성한 작은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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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슬픈 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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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레리스라 불리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다. 레리스는 아주 이상한 육식동물이다. 그가 풀을 먹기 때문에 이상하다. 모두가 그를 놀려댔기 때문에 그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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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의 친구 게리스와 가리스는 그를 위로했다. 그런 공룡들이 있는데 너의 친구들이 풀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놀려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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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라고, 확실히 그럴 수 없어. 확실히 있어, 있고 말고, 있단 말이야. 공룡은 고개를 들고 나갔다. 레리스야, 괜찮아, 고마워. 레리스는 공룡을 붙잡고 음식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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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리스와 가리스가 가고 또 갔고, 말썽꾸러기 다리스를 보았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다리스야, 다리스야, 기다려! 그들은 달려가 멈췄고 빨리 말했다. "만약 이상한 공룡을 본다면, 우리와 함께 친구가 되어야 해." 그리고 가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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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내 친구 주리스가 고기를 먹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정말 그는 초식동물이야! 그래, 이젠 게리스, 가리스, 그리고 레리스와도 친구로 지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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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우리는 친구할 거야. 만세, 만세, 만세!

* 관련글: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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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1. 28. 07:25

이번주 초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대뜸 물었다.
"아빠, 일본어 할 줄 알아?"
"조금."
"아빠가 내 선생님이 되어줘! 제발!"
"무슨 선생님?"
"일본어 선생님."
"왜?"
"그러니까 우리 반이 이번주 금요일 일본 대사관에 갈 거야."
"그런데?"
"내가 가면 일본어를 한번 해보고 싶어."

반에서 동양인이 아빠인 아이는 요가일래뿐이다. 그래서 일본 대사관에 가면 당연히 친구들은 요가일래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요가일래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발동한 것 같았다.

어제 목요일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긴 연필을 주면서 지휘봉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이렇게 딸아이에게 일본어 선생님 놀이를 하게 되었다.

"알고 싶은 일본어 단어를 말해보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가일래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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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리투아니아어 글자로 일본말 인삿말을 썼다. 지휘봉으로 음절을 짚어가면서 딸아이에게 읽어주었다. 딸아이는 자신의 수첩에 이 말을 썼고 무슨 뜻인지 리투아니아어로 번역했다. 이렇게 배운 딸아이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언니와 엄마에게 반복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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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가 11시에 가야 하는데 1분도 늦으면 안 돼."
"왜?
"일본 사람들은 아주 정확하다고 선생님이 말했어. 그런데 우리는 대우 아저씨네집에 항상 늦게 간다."
"그럴 때도 있었지."
"아빠, 우리 이번 설에는 꼭 제 시간에 대우 아저씨네집에 가자."

좌우간 일본 대사관을 방문하니 일본어 인삿말을 배우겠다는 딸아이의 생각이 기특하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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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1. 18. 07:29

일전에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아이는 아빠에게 한국말 욕을 가르쳐달라고 다시 졸랐다.

* 관련글: 한국말 욕을 가르쳐달라는 딸아이 어떡해
              우리집의 국적불명 욕 '시키마'의 유래

"왜 또 그래? 몰라도 돼."
"화날 때나 친구들을 약올려줄 때 필요해.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다 아니까 한국말로 할래."
"그렇다면 더 더욱 몰라야지."
"아빠, 가르쳐줘 제발!!!"

얼마 후 화제를 바뀌자 딸아이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까마득 잊어버렸다.

그 다음날 딸아이가 놀고 있는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나올려고 하자 딸아이가 잡았다.

"아빠, 잠깐만!"
"왜?"
"기다려!"

딸아이는 일시정지시킨 아이팟 Cee Lo Green의 음악파일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이내 "f*** y**"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이것이 끝나자 딸아이는 다시 일시정지를 시킨 후 말했다.

"아빠, 이제 가도 돼!"
"아빠에게 이렇게 욕하다니......"
"나 대신에 노래가 욕하니 재미있지? 하하하"

어제 저녁엔 혼자 "김씨표류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와서 조금 보더니 재미있다면서 처음부터 같이 다시 보자고 했다. 모래 위와 포도주 병으로 서로 대화하다가 "Who are you?" 모래 위 물음에 대한 포도주 병 답이 오지 않았다. 던지려다가 그만두었고, 다음날 남자는 사방을 찾아다녔다. 결국 찾지 못하자 그는 모래 위에 이렇게 한 줄 더 썼다 - "why?"

그리고 여러 장면이 바뀌고 폭풍우가 일어난다. 애써 가꾼 밭이 완전히 초토화된다. 날이 개자 그는 모래 위에 "F*** Y**"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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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한강정화작업"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들과 추격전이 벌어진다. 아직 영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딸은 물었다.

"아빠, 저 남자가 F*** Y**라고 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잡아가려는 거야?"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 너도 이제 이 욕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저렇게 잡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을 수 있지."
"우와, 무섭다. 나도 이제 안 해야겠다."

딸아이에게 이 학습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지만 이를 믿는 딸아이의 순진함에 웃음이 나온다.

* 최근글: 세계 50대 여성 모델 중 동유럽 출신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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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1. 14. 09:38

긴긴 겨울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자주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그림그리기이다. 어떤 때는 물감으로, 어떤 때는 볼펜으로 그린다. 그러다가 지치면 종종 아빠를 불러 동물 그리기 놀이를 한다.

"아빠, 그리기 놀이 하자."
"어떻게?"
"내가 동물 이름을 말하면 아빠가 그 동물을 그린다. 아빠가 동물 이름을 말하면 내가 그린다. 쉽지?"
"쉽지만, 아빠는 그림을 못 그린다."
"괜찮아."

얼마 전 요가일래가 그림에 전혀 소질이 없는 아빠에게 한 수 가르쳐주었다.

"아빠, 개를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릴 수 있는 지 알아?"
"몰라."
"내가 가르쳐줄게. 여자의 몸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그려봐."

딸아이는 동작 하나 하나에 사진을 찍도록 했다. 아래는 딸아이가 개를 그려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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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너무 허리가 없고 통통하다."
"아빠, 개를 그리려면 어쩔 수가 없잖아."

딸아이가 여자의 몸을 그리면서 그린 개 그림이 정말 개를 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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