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10.03.05 아기 때부터 영어 TV 틀어놓으면 효과 있을까 12
  2. 2010.03.04 딸에게 한국노래를 부탁한 선생님 32
  3. 2010.03.03 한국 스티커로 빚은 불화, 하루만에 화해 4
  4. 2010.02.28 한국 스티커 때문에 협박당해 눈물 흘리는 딸 9
  5. 2010.02.27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4
  6. 2010.02.25 딸의 앞산 꼭대기 포즈 최고에 흐뭇한 아빠 4
  7. 2010.02.22 친구에게 한국어 가르칠 공책 만든 8살 딸 1
  8. 2010.02.20 딸의 건널목 실수를 아내에게 말할까, 말까
  9. 2010.02.20 김밥이 운다고 아빠를 재촉한 딸아이 8
  10. 2010.02.16 안녕을 사랑해로 가르치려는 딸의 속셈은 2
  11. 2010.02.11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10
  12. 2010.02.05 아빠, 라면 끓여놓으세요 - 배 고픈 딸아이 9
  13. 2010.02.02 우리 집 냉장고 문에 붙은 냠냠 쩝쩝 금지문 5
  14. 2010.02.01 책가방 무게를 염려해 주는 초등교사
  15. 2010.01.31 학교 가려고 자명종시계를 조작한 딸아이 9
  16. 2010.01.30 공포 1초 위해 1시간 거미 만든 딸아이 7
  17. 2010.01.29 식구끼리 하루 8번 서로 껴안아주기 1
  18. 2010.01.27 아내와 이심전심, 몰래 도시락에 밤 넣기 4
  19. 2010.01.25 하모니카와 훌라후프로 재롱떠는 딸아이 1
  20. 2010.01.21 딸아이가 2년 연속 그린 '우리 가족' 그림 6
  21. 2010.01.21 태어난 아이는 언제부터 컴퓨터를 할까 2
  22. 2010.01.20 자기 머리카락을 짤라서 감기고 있는 딸아이 2
  23. 2010.01.19 모처럼 겨울 햇빛산책을 망쳐놓은 딸아이 1
  24. 2010.01.18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31
  25. 2010.01.16 3살 딸아이가 만든 빵 안경 4
  26. 2010.01.13 잃어버린 휴대전화에 커피 한 봉지로 답례
  27. 2010.01.07 초2 딸에게 커닝 가르치고 나쁜 아빠로 찍히다 9
  28. 2010.01.02 8살 딸아이의 눈 천사 만들기 2
  29. 2009.12.29 한국음식 좋아하는 미스 리투아니아 1
  30. 2009.12.26 산타의 돈 선물을 이해한 8살 딸아이 3
요가일래2010. 3. 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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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쉬워?"

"너무 쉬워."
"그럼, 너가 제일 잘 하니?"
"다른 친구 한 명도 잘 해. 선생님이 자꾸 그 친구를 시켜."라고 요가일래는 질투하듯 입을 삐죽거렸다.
"선생님이 너가 영어를 잘 하는 지를 알아?"
"모를 수도 있어. 난 영어로 길게 말할 수도 있는데. 선생님에게 잘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기회되면 한번 말해봐."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 지난 해 9월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두 시간 배운다. 종종 외국어 능력에 대한 대화가 나올 때 요가일래가 큰 소리치는 말이 하나 있다. (▲ 오른쪽 사진: 2006년 5월 19일)
"나 언니보다 영어를 더 잘 해! 알아?"

언니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사실 언니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는 것은 허풍이다. 그래도 이 허풍이 요가일래에게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이 말을 들을 때 아주 귀여움을 느낀다. 요가일래는 영어를 리투아니아어, 한국어 다음으로 잘 하는 언어로 꼽고 있다.

아무도 영어를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요가일래는 어떻게 이런 허풍을 가지게 되었을까? 특별한 비결은 없다. 요가일래가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하더라도 부국어인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한국에 갈 때마다 어린이용 비디오 테잎을 많이 사가지고 왔다. 놀고 있는 시간에는 늘 이 한국어 비디오 테잎을 털어주었다. 이때부터 TV시청을 즐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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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2월 23일

만 2살 이후에는 한국어 비디오 테잎과 TV 영어 만화 채널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틀어주었다.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놀면서 그냥 귀로 흘러듣기도 했다. 얼마 후 한국어 비디오 테잎은 나이에 다소 적합하지 않았고, 영어 채널만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 이런 방식이 아이의 언어 학습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요가일래가 영어 문장을 처음 구사한 날을 잊지 않고 있다. 2005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다. 어느 날 밤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요가일래(당시 만 3세 7개월)가 이렇게 말했다.
"Daddy, i wanna sleep. But i can't sleep. It's very hot!!!"        
우리 부부는 깜짝 놀랐다.

"너 어디에서 배웠니?"
"텔레비전 만화에서"

그 동안 모르는 언어지만 재미난 만화들을 보라고 틀어놓은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지금까지 요가일래는 지속적으로 영어 만화 채널을 보고 있다. 최근 요가일래는 2006년  2월 자신이 횡설수설 영어로 이야기하는 영상을 보고 아주 재미있어 했다.  

▲ 촬영: 2006년 2월 / 만 4살 3개월

▲ 촬영: 2007년 12월 / 만 6세 1개월

위 두 영상을 보면 아직 어휘도 부족한테 언니보다 영어를 더 할 수 있다고 요가일래가 자신있게 허풍을 뜨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자녀에게 쉽게 외국어 하나를 가르쳐주고자 하는 부모가 있다면 우리 부부가 선택한 방법을 권하고 싶다. 1) 만 2-3세 이른 나이에 시작한다; 2) 한 언어 채널만 틀어준다; 3) 지속적으로 틀어준다. 4) 텔레비전 전기료는 과외비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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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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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 수업을 마치고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음악학교를 다닌다. 어제 음악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얼굴이 아주 기분 좋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빠, 집에 가서 한국노래를 빨리 찾아야 돼."
"왜?"
"선생님이 한국노래를 가져오래."


옆에 있던 엄마가 끼어들었다.
"한국노래 중에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것이 있나? 선생님이 한국말로 모르잖아."
"엄마, 없어도 돼. 괜찮아. 아빠가 말하면 내가 리투아니아어 발음대로 적을거야."

요가일래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부르기를 전공하고 있다. 선생님이 한국노래가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고, 요가일래에게 한번 불러보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선생님의 뜻하지 않은 제안에 요가일래는 한국말이 할 줄 아는 것과 선생님이 한국을 알아주는 것에 대해 아주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의 제안이 요가일래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 덩달아 아빠의 기분도 좋았다. 

"나리 나리 개나리 노래 가져가봐."
"아빠, 그 노래는 너무 짧아. 내가 이제 아기가 아니잖아. 긴 노래가 필요해."


유튜브에서 "고향의 봄", "반달" 노래를 요가일래와 함께 들어보았다.

"이 노래 어때?"
"아빠, 소리가 낮고, 느려. 좀 빠른 노래 없어?"
"찾아봐야지."
"아빠, 소녀시대 gee gee는 어때? 내가 거의 다 외웠는데......"(요가일래 gee gee 기대가 되네요. ㅎㅎㅎ)
"그 노래는 동요하고는 거리가 멀잖아."
"그래도 한번 가져가보고 싶어."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지난 연말에 배운 리투아니아 노래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위 리투아니아 노래를 참고해서 요가일래가 선생님에게 가져다줄 한국노래를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생각은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2학년이니 한국동요가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동요들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노래 중 요가일래는 '노을'을 선택했습니다. 아래는 2012년 1월 21이에 부른 '노을'입니다.)


* 관련글: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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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3. 07:05

지난 금요일 한국에서 보내온 스티커를 받고 몹시 기뻐한 딸아이 요가일래 일을 소개했다. 기쁨도 잠시뿐 다음날 토요일 친구집에 놀려갔다온 후 스티커를 더 많이 안 주면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한국 스티커를 받고 기뻐하는 요가일래

그 날 친구에게 스티커 하나를 선물했는데 그 친구는 마음에 든다고 스티커 세트를 요구했다. 만약 안 주면 요가일래의 짝사랑을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 부부는 요가일래에게 엄포에 굴하지 말고 용감하게 대처할 것을 권했다.

일요일 딸아이와 산책하면서 월요일 불안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회되는 대로 조언했다. "친구가 폭로한가고 걱정하지 마라." "아이들 장난이니까, 마음에 두지 마라." "그리고 '그래 내가 그를 좋아한다. 어쩔래?!'라는 용감한 마음을 가져라." 등등

월요일 학교에서 딸아이가 돌아왔다. 과연 그 친구가 어떤 반응을 보였고, 요가일래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했다. 요가일래 이야기를 전한다.

일교시 수업이 끝나자, 요가일래는 모든 여자아이들에게 원하는 스티커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모두들 아주 좋은 반응을 보였다. 받은 친구들은 다 요가일래편이 되었다. 결국 혼자 남은 그 친구는 요가일래에게 다가와 지난 토요일 일을 사과했다. 그리고 다시 친구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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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있는 스티커 세트를 남자아이들에게 나눠줌

"그런데 왜 여자아이한테만 스티커를 주었니?"
"남자들에게도 주려고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결석했어."
"그래도 주면 좋았을텐데. 다른 아이들이 실망하겠다."
"제일 좋은 스터커를 그가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안 주었어. 남자들이 다 있으면 그때 준다고 말했어."

요가일래는 여자아이들의 감사와 칭찬에 기분이 몹시 상기되었을 텐데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결석한 것을 배려해서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주지 않았다고 하니 딸아이의 자기제어력이 강한 듯해서 흐뭇했다. 쉽게 화해를 제안한 여자친구에 관해 대화했다.

"봐, 아이 마음은 그렇게 쉽게 변하잖아. 아빠가 평생 절교한다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
"맞아. 하루만에 화해해버렸다."라면서 요가일래는 싱겨운 듯 씩 웃었다.


이 날따라 "순간적인 감정에 살지 말고 큰 흐름에 나를 찾아라."라는 고등학교 교훈이 생생히 떠올랐다.

* 관련글: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한국 스티커 때문에 폭로협박에 눈물 흘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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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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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한국에서 보내온 많은 스티커를 받은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주 행복했다. 학교 친구들에게 한국 스티커도 보여주고, 또 서로 교환할 기대감으로 몹시 설렜다. 토요일 가장 친한 친구의 집으로 놀러가 선물할 한국 스티커를 챙겼다. (관련글: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어제 아내와 함께 쇼핑을 하는 동안 요가일래는 친구 집에서 놀랐다. 빈손으로 보내기가 안되어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서 주었다. 요가일래는 스터커 한 종류 묶음과 심스 스티커 한 장을 선물주었다. 그리고 여러 다른 스티커를 서로 교환했다. 이 친구는 심스 스티커를 좋아했다. 둘 다 만족스러워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요가일래는 인터넷으로 이 친구와 재미나게 문자대화를 나누면서 놀았다. 그런데 한 순간 갑자기 요가일래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너 왜 우니?"
"친구가 아주 나빠!"
"왜?"
"친구가 심스 스티커를 모두 달라고 해. 줄 수가 없어."
"그런데?"
"심스 스티커를 다 주지 않으면, 학교 교실 아이들에게 내 짝사랑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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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발단이 된 심스 스티커

그 친구는 마음에 드는 한국 스티커 한 장을 선물받더니 그 스터커 한 묶음을 다 가지고 싶어했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친한 친구의 비밀을 서슴치 않고 폭로하겠다는 그 아이가 보통이 아닌 같았다. 불안과 부끄러움으로 눈물 흘리는 딸에게 아내과 같이 조언하기 시작했다. 요가일래가 이 심리전에 밀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폭로하라고 해. 오히려 잘 되었지. 너가 하고 싶은 말을 그가 대신 떠들어주니까. 그리고 아이들 짝사랑은 장난이니까 부끄러워하지 마."라고 아빠가 조언했다.
"만약 폭로하면 그가 왜 폭로하게 되었는지를 너가 친구들에게 폭로해버려."라고 엄마가 조언했다.

"이젠 평생 동안 절교한다고 쓸까?"
"그런 말은 쓰지 마라. 오늘 마음 상하더라도 내일은 또 변할 수 있으니까."

이어서 요가일래는 그 친구에게 교환한 스티커를 모두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이미 교환한 것은 자기 것이니까 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어떻게 답해?"
"그렇게 하라고 해. 좋은 친구가 스티커 때문에 이렇게 변한 것을 보니 앞으로 같이 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한국 스티커가 친구를 버릴 정도로 좋긴 좋은갑다. 그렇지?"
"정말 아름다워!"
"친구가 폭로한다고 겁먹거나 부끄러워하지마. 사실이잖아. 월요일 학교에 가면 반 친구들 모두에게 한국에서 받은 스티커 한 장씩 선물주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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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같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나누어줄 한국 스티커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던 요가일래는 월요일 반 아이들에게 선물할 스티커를 골랐다. 이 날 더 이상 친구와 인터넷 대화를 하지 않으니 요가일래는 부모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또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한국 스티커 때문에 괜히 친구관계를 끊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편 부모의 말을 듣고 쉽게 평정심을 되찾은 요가일래의 밝은 모습에 흐뭇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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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7. 10:07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스티커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스터커를 사 달라고 졸라대었다.
이제는 살만한 것이 별로 없다.

"아빠, 다음에 한국에 가면 스티커 사 가지고 와."
"언제 갈 지 모르니 한국에 한 번 부탁 해볼까?"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래서 한국에 사는 요가일래 고종사촌 오빠에게 스티커를 부탁했다.
어제 스티커 소포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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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열자, 요가일래는
"아빠, 이게 꿈인가! 한국 최고!"라고 외쳤다.
다양한 스티커를 보더니 너무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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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얼마나 많은 지 알아?! 모두 27!",
그리고 "종철 오빠, 고마워~~ 사랑해!!!"라고 연발했다.

"많으니 학교 반친구들 모두에게 조금씩 선물로 주면 좋겠다."
"이 아름다운 것을 주라고? 이거 모두 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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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을 나누어야 좋지."
"여자 스티커를 남자한테도 주라고? 안 좋잖아."

"지금은 요가일래가 욕심이 많지만, 얼마 후엔 주고 싶을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시간이 지나자 요가일래는 심경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자기 전 또 스티커를 보더니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것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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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요가일래 반은 한국에서 온 스티커가 한 바탕 인기몰이를 할 것 같다.
이제 요가일래 반 한류는 친구에게 한국어 가르치기에서 스티커 전파하기로 확산될 것이다.

* 최근글: 김연아가 있어 행복한 피겨선수 김레베카
* 관련글: 한국 스티커 때문에 폭로협박에 눈물 흘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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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5. 07:51

"아빠, 내가 얼굴에서 발까지 나오는 사진을 빨리 찾아줘."
"어떤 사진?"
"그러니까 한국에 갔을 때 산에서 내가 팔을 머리 뒤로 한 사진이잖아."
"한국여행 사진을 같이 한 번 보자."
"아빠, 바로 이 사진이야!"
"이 사진이 좋아?"
"내가 예쁘게 잘 나왔잖아. 최고야!"


며칠 전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와 한 나눈 대화이다. 한국에 다녀온지 벌써 만 2년이 다 되어가는 데 그때 찍은 사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 엄마와 요가일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요가일래의 전신과 얼굴 사진을 보내고자 했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한국에서 찍은 자신의 전신 사진을 택했다. 이 사진은 대구에서 찍은 사진이다.

2008년 8월 한국을 방문한 가족 전부가 대구 앞산 꼭대기에 올라갔다. 이때 요가일래는 대구 시가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앞산은 대구를 상징하는 산이다. 중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월배 쪽에서 앞산 꼭대기를 넘어서 대명동 쪽으로 내려온 것이 가장 기억에 떠오른다.

당시 등산로가 없는 길을 친구 4명이 의기투합했다. 무조건 위로 위로 향했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아찔한 모험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혼자 머리도 식힐 겸 주말에 종종 앞산을 등산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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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에서 찍은 자신의 전신 사진이 최고다고 하는 요가일래의 말에 웬지 흐믓한 마음이 일어난다.
"너, 이 앞산이 어떤 산인 줄 아니?"
"몰라."
"바로 이 산이 있는 대구에서 아빠가 어린 시절을 보냈어. 아빠 고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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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2. 08:07

지난 토요일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 요기일래는 새 노트를 하나 준비했다.

"너 뭐 하려고 새 공책을 준비했는데?"
"친구 빌리야를 위해 한국어 공책을 만들려고."


빌리야는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리투아니아인 친구이다. 요가일래는 이 공책 표지에 "Vilijos Korejietiskas zodynas" (빌리야의 한국어 사전)이라고 썼다. 그리고 아빠에게 한국어로 "빌리야의 것"이라고 써라고 주문했다.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말할 줄 알지만 아직 한글을 읽고 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조만간 스스로 읽고 쓰는 데 흥미를 일으키도록 동기부여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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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정성스럽게 공책에 적고 있는 요가일래

이날 요가일래는 빌리야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불렀다. 아빠가 대신 쓰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요가일래는 이를 리투아니아어 발음대로 옮겨적었고 또 밑에 리투아니아어 뜻을 기재했다. 상단 왼쪽에 02-20 날짜까지 기재했다. 매일 단어나 문장을 써서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놀자, 놀지 말자, 저기 가자, 같이 놀자, 뭐, 잘 있어 등등 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요즘 요가일래는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듣고,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아예 자기 별명을 소녀시대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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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한국어 단어들을 적었고,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발음과 뜻을 적었다.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생각을 한 딸아이가 기특해서 열심히 도와주려고 한다. 아빠가 쓴 한글을 반복해서 보고 친구에게 가르치다보면 요가일래 스스로가 이를 읽고 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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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을 부러워한다.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언어이다. 자녀가 쉽게 여러 말을 할 수 있는 점이다. 요가일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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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모임에서 한국인 한 분이 요가일래를 보더니 물었다.
"따님 한국말 조금 하세요?"

마침 요가일래가 가까이에 오자 아빠가 물었다.
"너 한국사람이니?"
"나 한국사람이야! 왜?"라고 요가일래는 똑똑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물론 엄마가 "너 리투아니아 사람이니?"라고 물으면 "나 리투아니아 사람이야"라고 답할 것이다.)

종종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있다. 노하우는 없다. 방법은 딱 하나이다. 모태에서부터 아이와 무조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여러 말을 섞어서 말하지 말 것을 권한다. (참고글: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그런데 너 왜 빌리야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하는데?"
"다른 친구들이 못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비밀어가 필요하니까."


한국어를 비밀어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알고 있는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줌으로써 그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 다문화 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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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0. 08:45

지난 수요일 음악학교에서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길에 한 수 가르쳐주었다. 요즘 리투아니아에는 인도 양옆으로는 치워서 쌓아놓은 눈이 무릎이나 허리까지 올라와 있다. 건물 지붕에 는 눈이 쌓여있고, 처마에는 고드름이 매달려있다. 

"지금 인도의 어느 쪽에서 걸어가는 것이 좋으니?"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더 멀리 떨어진 건물 쪽에서."
"왜?"
"차가 갑자기 뛰어들 수 있고, 또 물을 튀길 수도 있으니까."
"맞다. 하지만 저 지붕을 봐!"
"오호, 눈이나 고드름이 떨어지면 다치겠다."
"이런 경우에는 건물에서 더 멀리 떨어진 쪽에서 걸어야지."

어제 금요일 아침 학교에 요가일래를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아빠, 건물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서 걸어가야지!"라고 요가일래는 말하면서 아빠를 도로 쪽으로 당겼다.
"지난 수요일 가르쳐준 것이 효과를 내고 있네."라고 속으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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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요가일래를 마중하러 갔다. 요가일래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딸과 아빠가 마주보고 있었다. (오른쪽 사진: 구글 지도 캡쳐; 글 속의 사거리)

한 차례 신호등이 바꿨다. 서있는 요가일래의 오른쪽에 위치한 도로에서는 직진과 좌회전이 가능한 신호였다. 이 신호가 떨어지면 첫 차가 좌회전을 해서 횡단보도로 오는 데 약 몇 초의 시간이 있다. 이를 이용해 바쁜 사람들이 급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늘 한 두명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다.

요가일래 쪽에 건널 사람들이 많았다. 빨간색 신호등인데 무리 지어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처음에는 초록색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서있다가 사람들이 많이 건너자 이제 초록색으로 바뀐 것으로 생각하고 후발주자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벌써 좌회전하는 첫 차가 횡단보도 가까이까지 왔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건너자 좌회전 차들이 속도를 늦추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너, 저기 봐. 아직 빨간색 신호등이잖아!"
"사람들이 건너기에 초록색 신호등인줄 알았어. 미안해."
"너가 반듯이 신호등 색깔을 직접 확인한 후에 길을 건너야지."
"알았어. 조심할께. 그런데 엄마에게 말하지마!"
"왜?"
"엄마가 화낼 거야."
"우리는 가족이니까 다 알아야지."
"아빠, 그래도 엄마에게 말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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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을 해보았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 요가일래에게 다시 한 번 더 주의심을 심어주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 되면 요가일래는 아빠를 고자질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냥 딸아이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을까? 요가일래가 없을  때, 아니면 함께 있을 때 이 사실을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미리 아내에게 화내지 말 것을 부탁한 후 이야기할까? (오른쪽 사진: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아빠가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때문에 더 주의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아빠의 신뢰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요가일래가 스스로 엄마에게 사실을 알리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실수하면 왜 부모가 화부터 낸다고 생각할까? 사실 우리 부부는 화내는 편이 아닌 데 말이다. 부모를 두려워해서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무서운 존재로 각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관련글: 김밥이 운다고 아빠를 재촉한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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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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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학교에서 다섯 시간 수업을 한 후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배가 고픈지 물어보았다. 엄마는 직장에 가고 집에는 아빠와 딸아이만 있었다.

"아빠, 먹을 거 있어?
"엄마가 미역국 끓어놓았어요."
"먹을래?"
"아니."
"너가 미역국 좋아하잖아. 안 먹을래?"
"안 먹을 거야."
"그럼, 먹고 싶으면 너가 직접 챙겨 먹으라."
"왜?"
"아빠가 지금 해주고 싶은 데 내가 먹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나중에 스스로 찾아서 먹어. 알았지?"

이렇게 대화를 나눈 후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아빠와 딸은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요가일래가 소리쳤다.

"아빠, 김밥해줘요!"
"미역국 먹어! 엄마가 너를 위해 요리했어."
"아니. 김밥!"
"그럼. 아빠가 하고 있는 일을 다 끝내고 해줄께."


또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아빠, 김밥!"
"기다려!"
......
......
"아빠, 김밥 빨리!"
"조그만 더 기다려!!!"
"아빠, 김밥이 울어!!!"
"이잉~~ 김밥이 울어?! 어떻게 울지?"
라고 아빠 혼자 바보같이 자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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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 운다"는 요가일래의 재미난 표현에 하던 일을 그대로 멈추고 부엌으로 가서 양념김에 밥을 넣어 김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딸아이게 갖다주었다. (오른쪽 사진: 요가일래)

"너, 조금 전에 김밥이 운다고 말했는데 왜 김밥이 울지?"
"그러니까 내가 오랫동안 김밥을 안 먹었으니까 김밥이 슬퍼서 울지."


오랫동안 먹혀지지 않으니 김밥이 슬퍼서 울기도 하네......
요가일래가 아빠를 재촉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구먼. ㅎㅎㅎ

"많이 맛있게 먹어서 슬픈 김밥을 기쁘게 해줘!"

* 관련글: 딸의 건널목 실수를 아내에게 말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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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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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였다. 올해는 그렇게 발렌타인 데이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특히 우리집은 한인들이 모이는 설날이라 발렌타인 데이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래도 지난 해에는 가족이 저녁에 초콜릿을 먹고, 또한 하트 스티커로 이마나 볼에 붙이고 이날을 보냈는데 말이다. (오른쪽 사진 촬영: Gratia KIM)
 
만 여덟 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올해 연초부터 요가일래는 인터넷 사회교류망인 페이스북과 대화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통해서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후 같은 반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놀이를 같이 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즐겨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반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야, 난 그를 좋아해. 그가 (채팅 프로그램에) 나타나면 무슨 말을 해야 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라고 친구의 도움을 구했다.

"여자아이가 먼저 남자아이에게 사랑해.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알았지?"라고 옆에 있던 엄마가 훈수했다. 여자는 남자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그후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그 좋아한다라는 남자와 대화를 소개했다.
"난 너를 좋아해."라고 요가일래가 용기있게 말하자,
"난 다른 애를 좋아해."라고 남자아이가 답했다.

"너 기분이 안 좋겠다."라고 아빠가 말하자,
"아빠, 그렇지만 괜찮아."라고 딸아이는 답했다.
역시 어린 아이는 쉽게 잊는다. 이렇게 희노애락을 마음 속 깊이 두지 않으니 근심걱정이나 불평원망이 눌러앉을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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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나 한국 나이로 몇 살이지?", "아홉 살"

이후 딸아이는 별다른 마음의 감정없이 그 남자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인터넷 실시간 대화 프로그램은 요가일래가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무서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친구이다.

한편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으로 요가일래는 종종 친구들에게 간단한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며칠 전 요가일래는 먼저 말하기 전에 이렇게 자문을 구했다.
"아빠, 그 남자친구에게 'labas'(안녕이라는 리투아니아어 단어)가 한국말로 '사랑해'라고 가르쳐줄까?"
"그러면 그 남자친구가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labas' 대신 너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겠네."
"그렇지. 정말 재미있을 거야. 하하하"

 
"나중에 정말 그 친구가 한국말의 '사랑해'라는 진짜 뜻을 알아버리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안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옆에서 엄마가 충고했다.

물론 장난스러움이겠지만 '사랑해'를 듣고 싶은 딸아이에게 너무 합리적으로 충고한 것이 아닐까 후회스럽기도 하다.

* 관련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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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11. 07:57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최근 들어 자주 듣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소녀시대의 Oh!"이다. 혼자 중얼중얼 따라부르기도 한다. 이 노래를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채팅 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통해 들려주기도 한다.

처음 이 노래를 듣더니 좋다고 다 배워보겠다는 욕심으로 악보까지 구해달라고 했다. 다섯 장의 악보를 받아본 요가일래는 버겨워 포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아빠, 촬영 준비해!"라고 큰 소리를 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젯밤 모처럼 요가일래의 어린 시절 비디오 테잎을 함께 보았다. 2004년 7월 촬영한 것이었다. 당시 만 2살 8개월인 요가일래의 노래부르기에 한 바탕 웃음을 쏟았다.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날아라, 날아라" 비행기 노래를 불렀고, 엄마가 선창을 하자 "엄마, 하지마!"라고 저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던 요가일래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다.    

만 2살부터 찍어놓은 요가일래의 노래하기 영상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변천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쑥스럽지만 아이의 변화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래에 소개한다.

         ▲ 2004년 7월 18일 (2살 8개월)
         ▲ 2006년 5월 12일 (3살 6개월)
         ▲ 2008년 2월 27일
         ▲ 2009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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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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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제 학교를 마치고 전화를 했다. 12시 45분 학교 수업을 다 마치면 어김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혼자 아니면 친구와 같이 돌아올 것인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어제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배가 고파요. 라면 끓어놓으세요."
"알았어."

한 동안 집에 한국 라면이 없었다. 그런데 엊그제 지인 한 분이 요가일래가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한 상자를 주었다. 이날 빵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요가일래는 라면 한 봉지를 거뜬히 먹어치웠다. 그리고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라면을 끓여놓으라고 했다. 아마 하루 종일 라면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똑같은 라면인데 리투아니아인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보다 한국인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이 더 맛있다고 하면서 늘 부탁한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기다렸다가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는다. 이럴 때는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라면이라는 연결고리로 둘이 한국인임을 공동인식하고 또한 아빠와 딸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일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김치양념을 밥에 발라서 김치는 제외하고 먹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라면을 끓일 때는 한국사람들이 먹는 그대로 양념 봉지를 넣는다. 초기에는 매울 것 같아
끓인 후 찬물로 헹구여 주었다. 그렇더니 아빠가 먹는 그 라면 맛이 아니다면서 불평했다. 라면 같은 매운 음식을 먹고 고생한 사람이 주위에 몇몇 있었다.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잘 견더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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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라면만큼은 아빠와 동급의 매운 맛으로 먹는다. 단 차이점 하나는 라면 그릇 옆에 물 컵이 있다. 라면을 먹으면서 입술과 혀에서 불이 날 때 진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라도 라면을 먹는 요가일래가 기특하다.

요가일래는 자기도 매운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것에서 은근히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 라면을 매개로 해서 앞으로 자랄수록 더 많은 한국음식을 좋아하길 기대해본다.

* 최근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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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 08:53

우리 집 식구는 모두 넷이다. 넷의 식성이 각각 다르다. 배고프면 스스로 해결하는 날이 더 많다. 다 함께 식탁에서 오붓하게 식사하는 날이 적다. 언젠가 아내는 주말에는 가급적이면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기를 권했다. 처음엔 잘 되었지만 얼마 가지를 않았다.

큰 딸 마르티나는 밥을 먹으면서 인터넷을 하고, 작은 딸 요가일래는 밥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TV 만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뿔뿔이 각자 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부엌에 남는 사람은 아내와 둘뿐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가 정성을 들어 맛있게 음식을 준비했다. 가족을 모두 부엌으로 불러모아 함께 먹자고 했다. 그런데 마르티나가 접시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

"모처럼 함께 먹자고 하는데 나가니?"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아빠가 소리 내서 밥을 먹으니 신경이 써여."라고 마르티나가 답했다.
"난 살다보니 아빠의 소리에 점점 적용이 되었다."

사실 뜨거운 국물 등을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가 힘든다. 다른 식구들은 국을 조금 식힌 후 먹는다.모두 소리에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늘 노력은 하지만 오물오물 소리없이 밥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가 주의하도록 금지문을 써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요가일래는 종이를 가져와 글을 썼다. 이렇게 해서 우리집 냉장고 문에는 냠냠 쩝쩝 금지문이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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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손님으로 가면 아내는 어떻게 밥을 먹냐를 살핀다.
"당신 오늘 정말 소리 내지 않고 밥을 먹더라. 웬 일이야? 집에서도 그렇게 해봐."
"그런데 집에서는 왜 잘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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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냠냠 쩝쩝 소리 내지 마세요."

이제 이 금지문이 기도문이 되어 식구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노력해야겠다.

* 최근글: 비둘기 가족 단란에서 비참까지 생생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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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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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다음날 학교에 갈 준비를 한 후 요가일래는 갑자기 스티커 앨범에 있는 스티커를 하나씩 떼내고 있었다.
"왜 스티커를 떼니? 수집하는 데 싫증이 났니?"
"이 앨범에서 다른 앨범으로 옮기려고."
"왜 옮기니? 큰 앨범은 특별히 부탁해서 샀는데."
"선생님이 큰 앨범을 금지시켰어."
"왜?"
"가방이 무거우니까."


지난 해 11월 요가일래는 주위 친구들이 모두 큰 앨범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몹시 부러워했다. 사달라고 졸라댔지만 무거운 앨범을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 안스러워 사주지를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선물이 큰 앨범이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산타 할아버지에게까지 부탁했을까?"라고 생각하니 사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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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물을 받고 아주 좋아하는 요가일래를 보면서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좀 더 거창한 것을 부탁하지 고작 앨범이네."라면서 순진한 딸아이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요가일래는 새로운 스티커를 수집할 때마다 이 큰 앨범을 가방 속에 넣고 학교에 가져간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서로 중복되는 것을 교환한다. 무겁다고 가져가지 말 것을 늘 권하지만, 보여줌과 수집 열정에 부모가 당할 수가 없다. 무거운 가방을 아빠가 들어준다고 해도 "아빠가 학생이 아니고, 내가 학생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요가일래인데 쉽게 큰 앨범을 버리고 작은 앨범을 택했다. 바로 지난 금요일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큰 앨범을 책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백 마디보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이렇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부모로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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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스티커를 떼어 작은 앨범에 다 붙인 후 요가일래는 소감을 말했다.
"아빠, 이렇게 해놓고 보니 내가 모은 스티커가 정말 더 많은 것 같다."
 
* 관련글:  내 아이의 책가방 무게는 얼마나 될까?   |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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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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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영하 20도 내외의 추운 날씨가 지속되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5일 학교가는 날 중 이틀을 가지 않았다. 월요일과 수요일이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상이면 초등학교 1-5학년 학생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영하 25도 이상이면 고학년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학교에 다닌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도 스스로 일어나는 데 습관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늘 자명종에 의지한다. 자명종 시계는 7시에 소리를 울린다. 잠은 보통 밤 10시경에 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요구르트 한 병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머리 빗고 옷입고 하는 데 약 15-20분 걸린다. 7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지난 일요일 밤 요가일래와 내내 실랑이를 했다.
"나, 내일 학교에 갈래!"
"영하 20도가 넘을 거야."
"그래도 갈래!"
"다른 아이들도 안 올텐데."
"오는 아이들도 있을 거야."
"일단, 내일 아침 온도계를 확인해보고 결정하자."

이렇게 대화를 나눈 후 요가일래는 혼자 방에서 잘 준비를 했다.

아침되었다. 자명종은 어김없이 소리를 울렸다. 이 소리를 먼저 들은 사람은 엄마했다. 늦게 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창밖에 있는 온도계를 확인했다. 영하 23도였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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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평소에 자명종 소리를 듣고 일어날 기척을 하는 데 이날은 무슨 일인지 푹 잠에 빠져있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엄마는 깨우지 않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언니 마르티나는 학교에 가야 했다. 엄마는 폭신한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귀찮아 옆방에서 자는 마르티나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자 벌써 학교에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는 잠에 빠졌다.


엄마가 나중에 일어나 우연히 자명종 시계를 보았다. 그런데 7시에 있어야 침이 6시에 놓여 있었다. 누군가 만졌다. 알고보니 어젯밤 자기 전 7시에 놓인 침을 6시로 옮겨놓은 사람은 요가일래였다.  

"왜 그렇게 했는데?"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하려고."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에 일어날 시각까지 조작했건만 혹한으로 가지 못해 요가일래는 몹시 안타까워했다. 잠을 설친 부모에게는 의도한 일이 아니라면서 미안해했다.

* 최근글: 아빠, 라면 끓여놓으세요 - 배 고픈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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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30. 08:56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의 겨울밤은 아직도 길다. 어제 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방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너 지금 그렇게 새카맣게 무엇을 거리니?"
"거미."
"너 거미 무서워하잖아. 왜 그리는데?"
"두고 보면 알아."


1시간이 지난 후 요가일래는 그린 그림을 오려서 거미를 만들어왔다.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지 아주 조용히 말하라고 했다.
"아빠, 여기 거미다."
"개미는 다리가 8개인데."
"그림에는 6개 있어도 돼. 내 마음이야."
"이 거미를 왜 만들었는데?"
"언니를 놀라게 해주려고." (마르티나 언니는 거미를 아주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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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거대한 거미를 마르티나 언니 방문에 살짝 갔다놓았다. 엄마와 요가일래는 숨어서 마르티나가 과연 놀랄 것인지 엿보고 있었다.

"마르티나, 빨리 와. 여기 재미있는 영상을 한번 봐!"라고 불렀다.
방문 여는 소리가 나자마자 복도에서 "으악!" 소리가 진동했다.
놀란 마르니타의 "으악!" 소리에 뜻을 이룬 요가일래의 "하하!" 웃음 소리가 우리집 밤의 적막을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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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동안이나 거미만들기를 하면서 요가일래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내가 만든 거미가 진짜처럼 보일까?", "과연 내 거미에 언니가 놀랄까?" 요가일래의 깜짝 이벤트로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쏟아낸 겨울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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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9. 10:37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연애시절과 결혼 초기에는 그렇게 대화도 많이 하고 재미있었는데 살다보니 말수도 적어지고 무심한 사람으로 변했다고 종종 불평한다. 그럴 때마다 살가움이 부족한 이국인임을 내세워 변명하곤 한다.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우리 부부만은 아닐 것이다. 부부 사이만 이런 것이 아니라 자녀도 점점 자라다보니 서로간 정겹고 살가운 맛이 떨어지고 있다.

언젠가 아내는 식구들을 모아놓고 "가족은 하루에 8번을 서로 껴안아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앞으로 하루에 적어도 8번을 서로 껴안자주자고 제안했다. 그후부터 네 식구는 숫자를 세아리면서 서로 껴안아주었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우리 오늘 몇 번 껴안았지?"
"세 번."

처음에는 하루에 8번 껴안는 일이 아주 쉬워보였는데 차츰차츰 하루의 껴안아주기 수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요즈음은 아내의 이 8번 껴안기 이벤트 덕분에 서로 서로 몇 번이라도 껴안아주고 있다.

이 제안을 가장 잘 지키는 식구는 막내딸 요가일래이다. 여전히 껴안으면서 숫자를 헤아린다.
"아빠, 이번은 다섯 번째이다. 이제 세 번 남았다."

가끔은 서로 바쁜 일로 잊어버리고 있다가 한번에 몰아서 8번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요가일래와 껴안아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맞닿도록 껴안아야 제대로 껴안는거야."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왜 8번인데?"
"나도 어디서 들은 것 같은 데. 이유는 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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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 요가일래가 그린 '우리 가족'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시 몇 초만이라도 가족임을 서로간 접촉을 통해 따뜻하게 느낄 수는 것에 의미가 있으리라. 이유를 묻는 것이 우스워보였다. 우리 가족의 서로 껴안아주기가 오랫 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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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7. 09:32

월요일 음악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 요가일래는 봉지를 주면서 빨리 해달라고 재촉했다.
봉지를 열어보니 밤이었다. 밤을 먹을 때 종종 요가일래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 어두워지면 오는 밤하고 우리가 먹는 밤이 똑 같다."
"먹는 밤은 길게 말하고, 자는 밤은 짧게 말하지."

(속으로 자는 [겨울] 밤은 기는데 왜 먹는 밤이 길까라고 혼자 생각해본다.)

지난 해 봄 이후 처음으로 사온 밤이었다. 리투아니아에는 밤이 자라지 않는다. 모두 수입품이라서 값이 비싸다. 주위에 밤을 사서 먹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아내에게 물었다.

"비쌀텐데 당신이 어떻게 밤을 다 샀지?"
"요가일래가 자꾸 졸라서 샀지."


어리 시절 집 바로 옆에 밤나무 두 그루가 자랐다. 덜 익은 밤이지만 여름날 먹는 밤알은 참 맛있었다. 딱딱하게 익은 밤알보다 막 익기 시작한 부드러운 밤알이 더 맛이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밤은 추운 겨울날 사랑방 화롯불에서 굽어먹는 군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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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에는 밤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밤은 전부 수입품이다.

리투아니아에서 밤 1kg 값은 10-20리타스(5천원-1만원)이다. 다른 과일에 비해 비싸서 사기가 주저된다. 다른 식구들은 밤에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 요가일래가 이 밤을 먹어보더니 아주 좋아했다. 그후 조금 사오면 요가일래 것을 빼서 먹는 것 같아서 먹고 싶어도 참곤한다. 요가일래는 삶은 밤보다 생밤을 더 좋아한다.  

이날 요가일래가 잠든 후 부엌에서 혼자 밤을 깎고 있었다. 생밤을 도시락에 넣어주면 요가일래가 도시락을 열어보고 깜짝 놀라고 아주 기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부엌에 들어온 아내가 말했다.

"그 밤 요가일래 도시락에 넣어주면 참 좋겠네."
"그럴려고 지금 깎고 있지."


혹시 아이가 잠든 사이에 혼자 밤을 먹으려고 깎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내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내와 마음이 통했다.
 
밤을 다 깎고 밤알을 그대로 넣을 것인가 아니면 쪼갤 것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주위 친구들에게 밤알을 나눠줄 수도 있으니 쪼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먹기 편하게 여러 조각 쪼개서 아내가 만든 샌드위치 밑에 밤알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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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밤을 좋아하는 요가일래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요가일래를 맞으러 갔다. 딸아이는 도시락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나 오늘 도시락 다 먹었어."
"정말?"
"열기 전에 샌드위치 밑에 있는 것이 바나나인 줄 알고 안 먹으려고 했어.
그런데 샌드위치를 다 먹고 밑을 보니 밤이잖아!"
"혼자 먹었니?"
"아니. 옆에 앉는 짝하고 친구에게도 나눠줬어."
"맛있다고 하더니?"
"맛있다도 또 달라고 했는데 부족해서 못 주었어. 다음엔 더 많이 넣어줘. 그리고 정말 고마워."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가일래는 덧붙었다.

"아빠, 밤하고 너도밤하고 아주 닮았다. 그런데 너도밤은 왜 못 먹지?"
"밤은 먹으면 달고, 너도밤은 먹으면 쓰다."
"너도밤을 모르는 사람이 밤이다하고 먹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아빠?"
"물론이지. 그러니 닮아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지."

(이렇게 답하고도 매사에 이런 능력을 가지 못한 자신이 안스러워 보였다)   

* 최근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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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5. 07:16

"아빠, 촬영 준비해!"
"왜?"
"내가 무엇을 보여줄께."
"뭔데."
"일단 준비해. 알았지?"

얼마 전에 만 8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이렇게 부탁했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빠 마음에 들면 언제라도 캠코더나 카메라로 촬영했다. 하지만 점점 자라나자 이젠 아빠 마음이 아니라 딸아이 마음이다.

딸아이에게 묻지 않고 찍었다가는 검열받기가 일쑤이다. 보는 앞에서 플래쉬 메모리카드에서 찍은 사진을 당장 삭제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므로 본인이 원할 때 군소리하지 않고 찍어주는 것이 딸아이의 성장 기록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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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요가일래는 혼자 훌라후프를 열심히 돌리더니 난데 없이 하모니카를 가져왔다. 그리고 아빠에게 자기가 생각해낸 묘기(?)를 보여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8살 딸아이의 묘기라기보다는 긴긴 겨울밤 무엇인가 재미난 일을 생각해내고 이를 해보이는 딸아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어서 소개해보았다. 밖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여름철이 빨이 왔으면 좋겠다.  

* 관련글: 훌라후프 돌리면서 노래하는 7살 딸아이
* 최근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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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1. 08:54

이제 만 8살인 요가일래는 그림그리기를 아주 좋아한다. 2009년 4월에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렸다. 우리 집 식구 네 명 모두가 잘 그려져 있어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고 있다. 최근 요가일래는 이 그림을 보더니 좀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림을 다시 그렸다. 어제 액자 속 옛 그림을 새 그림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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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4월에 그린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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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에 그린 '우리 가족'

두 그림을 살펴보니 가장 큰 차이점이 요가일래 키가 훨씬 켜졌다는 것이다. 1년전 그림 속 자신이 너무 작다고 생각한 것이 그림변경의 주된 동기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 덕분에 나머지 식구들도 모두 날씬하게 키가 더 켜졌다. 머리카락도 1년전보다 훨씬 단정해 보인다. 언니와 자기를 부모 사이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뭐니해도 달라진 것은 새 그림 상단 오른쪽에 autorė Jogailė čojūtė(저자: 최 요가일래)가 기록된 것이다. 창작물에 대한 요가일래의 자긍심을 느낄 수가 있다.
 
2년 연속 그린 두 그림을 보면서 앞으로 요가일래에게 매년 '우리 가족'을 그릴 것을 부탁하고 싶다. 이것이 수년 동안 계속 이어진다면 요가일래의 그림 솜씨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변천를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글: 태어난 아이는 언제부터 컴퓨터를 할까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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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1. 06:09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최근 들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컴퓨터 켜기에 바쁘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TV를 켜서 영어만화를 보는 것이었다. 에너지 절역면에서는 컴퓨터하기가 더 좋다. TV를 보려면 TV뿐만 아니라 수신기까지 켜야 한다. 요가일래는 엄마와 공동으로 노트북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전기 절약면에서 컴퓨터하기를 훨씬 권할만 하다.

요즘 요가일래가 컴퓨터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학급 친구과 대화하기 있다. 학교에서 오전 내내 같이 있었으면서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 지...... 둘은 재잘거리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금 아이들은 영하 10도의 매서운 추위에 따뜻한 방에서 서로의 거주공간을 초월해 인터넷 화상으로 대화하고 게임하고 논다. 겨울철 손발에 동상걸리면서까지 밖에서 나놀아다니던 우리들 세대와 비교하니 급격한 시대 변화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태어나서 언제부터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관심을 가지고 사용할까? 물론 집안 사정과 아이 성향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요가일래는 2001년 11월 5일 태어났다. 그 동안 성장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놓았다.  

이 기록을 보니 처음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2004년 1월이었다. 이때가 생후 만 2세 2개월이었다. 이후 2004년 9월, 즉 만 2세 10개월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컴퓨터를 해오고 있다. 만 7세까지 주로 인터넷으로 한글 학습사이트를 공부했다. 요가일래의 컴퓨터하기 기록사진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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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9개월 - 2002년 8월 8일 키보드를 가지고 노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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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2세 2개월 - 2004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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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2세 8개월 - 2004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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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2세 10개월 - 200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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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2세 11개월 - 2004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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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 3세 - 2004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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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3세 1개월 - 2004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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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3세 2개월 - 2004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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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8세경 - 2009년 10월 2일

한국의 아이들은 요가일래보다 훨씬 빨리 컴퓨터를 접할 듯하다. 요가일래 경우를 보아 만 3세 전후로 아이는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컴퓨터하기 재미에 빠지는 것 같다. 언제 자기 자녀에게 컴퓨터를 접하게 할까 고민되는 부모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 최근글: 딸아이가 2년 연속 그린 '우리 가족' 그림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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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0. 07:16

아이를 키우다보면 즐겁고, 재미나고, 황당하고, 안타깝고, 화나고, 괴로운 일들의 연속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마음에 속에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다. 어릴 때 자신이 지금 키우는 아이처럼 했더라면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했을까 혹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이렇게 직접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부모님의 은혜가 참으로 한량없음을 뼈조리게 느껴진다. 한편 효를 다하지 못함에 죄스러운 마음이 눈물샘을 건드리곤 한다.  

자기 고집과 욕심을 부리려는 여고 2학년생 마르티나에게 종종 쓰는 말이 있다. 십여년의 요원한 세월 뒤의 일이 당장 딸의 가슴에 와닿지는 않을 것이라는 알지만 "너도 커서 아이를 낳아 키울 때 부모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라고 설득해보곤 한다.

요가일래는 2001년 11월생이다. 특히 만 다섯 살이 되기까지는 잠시라도 아이에게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아주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낮잠을 잘 자지 않았다. 유치원 가기 싫은 최고의 이유가 바로 낮잠자기였다. 점심식사 후 유치원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자야 했기 때문에 요가일래는 이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니 요가일래를 돌봐야 하는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 셈이다.

만 3살이 되기 두 달 전인 2004년 9월 어느 날이었다. 딸아이가 시선에서 사라졌다. 방, 베란다 등에서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심지어 옷장까지 찾아보았다. 욕실에 가려면 문 두 개를 거친다. 이 두 문이 닫혀있으면 욕실에서 나는 소리는 들리지가 않는다. 드디어 마지막 욕실문을 열었다. 찾았다는 것에 기뻐하는라 딸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는 일단 관심이 없었다.

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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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물에 씻고 있었다.

어디에서 이 머리카락이 나왔을까? 고개 든 요가일래의 머리를 보니 머리카락 앞부분이 싹뚝 짤려져 있었다. 세상에 자기 머리카락을 짤라서 물로 감기고 있다니!!! 이런 황당하고 안타까운 일은 이제 요가일래 성장과정의 추억거리가 되었다. 이런 때를 생각하면 아이 키우는 세상 모든 이들이 한층 더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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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19. 07:01

유럽, 특히 북유럽에 살다보면 겨울철 가장 부족한 것이 햇빛이다. 아침 해는 8시가 넘어야 뜨고, 오후 4시경에 벌써 해가 진다. 일조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해가 쨍쨍 뜨는 날이 거의 없다. 대체로 아주 추운 날 해가 쨍쨍 난다. 이런 날은 너무 추워서 산책하기가 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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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햇빛은 중요한 비타민D 자연 제조기다. 우리 몸이 햇빛을 받으면 자동으로 비타민D가 생성된다. 이 비타민D는 골다공증, 치주질환, 관절염, 암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비타민D가 체내에서 결핍되지 않도록 겨울철에 이곳 사람들은 비타민D가 함유된 영양 보충제를 마신다. 주위 사람들은 주로 생선기름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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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견딜만하고 햇빛이 쨍쨍나는 날은 가급적 햇빛에 얼굴이라도 노출되도록 산책하고자 노력한다. 일전에 이런 날이 있었다. 두꺼운 옷과 심지어 장화까지 싣고 산책을 나섰다. 숲 속 산책을 위해 마을 거리를 지나 실개천에 도착했다. 지난 여름에 이 실개천에 다리가 있어 쉽게 건널 수 있었다. 그 동안 내린 눈이 만든 물로 실개천의 수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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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간 데 온 데 없고 물살이 있어 물은 얼지 않았다. 물 온도와 바깥 온도의 차이로 수증기가 발생했다. 마치 온천에 온 듯했다. 이 광경에 빠져 사진을 찍고 있는 데 뒤에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렀다. 어른들이 수증기를 감상하는 사이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개천가에 얼은 얼음이 더 궁금했다. 그래서 주의심 없이 얼음에 발을 딛었는데 그만 얼음이 깨져버렸다. 한 쪽 신발이 물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신발에 물이 들어갔니?"   "아니."
"정말?"   "정말이야."
"산책 더 갈 수 있겠니?"   "갈 수 있어."


이렇게 한 100m를 앞으로 더 갔다.

"아빠, 발이 시러워. 집에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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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햇빛산책을 나섰는데 돌아가자고 하니 속상이 좀 상했다. 하지만 햇빛받기보다는 딸아이의 발건강이 더 중요했다. 아쉽지만 즉각 발길을 돌렸다.

유럽에 살다보니 유럽 사람들이 여름철에 심지어 도심 공원에서조차 왜 훌렁 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지 쉽게 이해가 된다. 일전에 만난 의사는 특히 강한 햇빛을 받고 자란 한국인들은 유럽에서는 훨씬 더 많은 일광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럽에 사는 중년의 한국인들에게 한번쯤 비타민D의 혈중농도를 확인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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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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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늘 바라는 마음은 아이가 건겅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면서 자라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상식이 부모 입장에서 바라는 어른의 시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와 어른의 시각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이 자주 일어난다. (상단 왼쪽 사진: 잡지 "Panele"의 메이크업 평가)

더 폭넓은 지식과 삶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내세우면서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 물론 이에는 나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보다 더 잘 하기를 바라는 욕심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의 엉뚱하고 온당치 못한 작은 행동에 호되게 질책하기도 한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를 잘 못하거나 책을 어늘하게 읽어도 "이것도 제대로 못하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부부간에도 아이교육에 대해 견해차가 현저하게 다를 수도 있다. 종종 아내로부터 아이교육에 너무 방관자자 같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아내의 "어릴 때부터 잘 해야 된다" 주의와 나의 "어릴 때는 좀 못해도 된다" 주의가 충돌하는 데서 비롯된다. 아이에게 정신적 압밥감이나 긴장감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교에서 발표할 내용을 다 준비하지 못해 불안해 하는 딸에에게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몰라도 된다. 모르니까 학교에서 가서 배우는 것이지."라고 안심시켜려고 노력한다.

딸아이의 엉뚱한 화장(메이크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무겁게 자녀교육을 논한 것 같다. 최근 리투아니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있는 한 잡지 "Panele" 사이트가 화장을 한 가장 예쁜 얼굴을 평가하고 있다. 독자들이 자신들의 메이커업 사진이나 이미 나와 있는 사진을 올려 점수로 평가받고 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을 보면서 딸아이가 처음으로 한 눈썹화장 사진이 떠올랐다.

2001년 11월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가 2005년 3월 처음으로 자기 눈썹 화장을 직접 했다. 만 3살이었을 때이다. 그 동안 요가일래는 엄마와 언니가 색연필로 눈썹을 화장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각각 다른 방에서 일하는 데 욕실 화장대 앞에서 한참 동안 요가일래가 놀고 있었다. "혼자 잘 놀고 있네"라면서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후 컴퓨터로 태연하게 공부하고 있는 요가일래의 눈썹을 보자 황당함과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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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빠를 닮아서 비교적 눈썹이 짙은 요가일래는 색연필 화장품으로 떡칠을 해버렸다. 마치 시커먼 테잎을 붙은 놓은 듯했다. 엄마는 비싼 화장품을 망쳐놓았다고 속상해서 야단을 치는 동안 아빠는 기념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단 화살은 곧장 요가일래에서 아빠쪽으로 향했다. "화장품 보관을 잘 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딸아이의 장군 눈썹에 거듭 웃음이 나왔다.

* 최근글: 모처럼 겨울 햇빛산책을 망쳐놓은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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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16. 20:30

2008년 여름 한국을 방문한 딸아이 요가일래는 "왜 한국에는 안경 쓴 사람이 그렇게 많아?"라고 질문했다. 초유스가 초등학교 다닐 때 반에는 안경 쓴 학생이 딱 한 명이 있었다. 도수가 상당히 높은 안경이었다. 모두가 이 학생을 부러워했고, 한번쯤 그 안경을 껴보고 싶어했다. 그는 인기짱이었다.

물론 여름철에는 거의 다 선글라스를 쓰지만 태어날 때부터 요가일래 주위에는 아빠를 제외하고는 안경 쓴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늘 요가일래와 실랑이를 벌였다. 신기하게 보이는 아빠 안경을 자꾸 쓰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자는 사이 살짝 안경을 쓰기도 하고, 안경을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럴 때면 "너의 눈이 나빠져!"라고 말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드디어 어느 날 만 3살인 요가일래는 자기도 안경을 만들었다면서 자랑했다. 바로 구멍 없는 빵으로 혼자 줄을 묶어 안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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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 안경 쓴 요가일래 (2001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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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6월 요가일래

딸아이의 이 빵 안경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아이의 이런 엉뚱한 행동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수고스러움이 한 방에 날라가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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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13. 07:34

어제 학교에서 수업 받고 있는 큰 딸로부터 급한 휴대전화 쪽지가 왔다.
"빨리 요가일래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가?! 요가일래는 벌써 학교에서 돌아와서 방 안에서 혼자 잘 놀고 있는데"라고 생각하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그래도 쪽지가 왔으니 전화를 해보았다. 요가일래가 집에 왔으니 당연히 어딘가에서 그의 휴대전화에서 소리가 울려야 하는 데 울리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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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실했다가 다시 찾은 요가일래 휴대전화

학교에서는 휴대전화를 늘 진동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그대로 놓아두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호음이 가는 동안 옷, 가방 등에서 전화를 찾아보았다. 얼마 후 누군가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집 어딘가에 있어야 할 전화가 왜 다른 사람이 갖고 있을까?

"마당에서 휴대전화기를 주어서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고 한 여자분이 말했다.

요가일래에게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했다. 요가일래는 아파트 가까이 와서 장갑을 벗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 순간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밑으로 떨어진 것 같다. 쌍인 눈 때문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벌써 수년 된 전화지만 요가일래가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주워서 찾아준다는 착한 사람이 나탔으니 참 다행스러웠다. 아내는 답례로 무슨 선물을 해야 할 지 찾느라 분주했다. 여기 사람들도 남에게 신세지면 꼭 무엇인가를 갚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형제들이 집안일을 도와주어서도 늘  무엇인가를 답례한다. "이번엔 네가 도와주고, 다음번엔 내가 도와주고"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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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인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선물. 원두가루 커피(중앙)는 거의 빠지지 않는 선물이다.

집안에 있는 물건 중 선물로 적합한 것은 커피 원두가루가 담긴 한 봉지였다. 이 커피 원두가루 봉지는 과거 만능 답례품 중 하나였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러 갈 때, 아이의 선생님을 찾아갈 때, 권한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러 갈 때 기타 등등 최고의 답례품이었다.

당시 일반인들은 원두를 직접 가루를 내어서 커피를 타마셨다. 이미 가루로 된 커피를 컵에 넣고 물만 부어서 마시는 아주 편리한 이 제품은 그야말로 사치품에 해당되었다. 아내는 이 커피를 볼 때마다 그 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제 심부름은 아빠가 할 차례였다. 휴대전화를 주운 사람은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적십자사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사무실 계단에 미리 나와 있던 그 분에게 인사했다.

"딸아이의 휴대전화기를 찾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여기 선행에 대한 답례입니다."
"뭘 이럴 것을 다 주시고요. 잘 마시겠습니다."

선물 받기를 약간 주저했지만 그 사람의 손제 집어주고 얼른 계단을 내려왔다.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이렇게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여자분의 선행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요가일래가 학교에 가기 전 휴대전화를 찾느라 우리 집은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결국 찾지 못하고 아침부터 온 식구의 기분이 안좋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댓가로 커피 한 봉지는 너무 초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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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7. 08:54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책을 가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내용인즉 오늘 수업시간에 책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가 생각났다. 당시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력을 키우기 위해 한 단원의 내용 줄거리를 발표하게 했다. 논리력이 부족한 탓으로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기보다는 학습참고서인 전과에 있는 줄거리를 달달 외워 발표하곤 했다. 모두가 서로 하고 싶어서 교실 사방에는 "저요! 저요!"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죽지 않으려고 줄거리 외우기를 악착같이 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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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가 눈천사를 만들고 있다.

요가일래의 숙제를 보면서 "외우지 말고 그냥 여러 번 읽고 생각나는 대로 발표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완벽하게 외워서 멋있게 발표하고 요가일래는 어눌하게 단어 이어가기를 한다면 사실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엄마는 요가일래에게 여러 번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외워서 말하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외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책을 들고 살짝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이 페이지를 복사해줘." (집에는 복합기능 프린터기가 있다.)
"왜?"
 "엄마를 놀라게 해주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커닝하겠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커닝은 나쁜 짓이니 하면 안된다고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공부의 동기부여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는 하면 절대 안된다"라고 말한 후 복사를 해주었다. 요가일래는 복사한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짧게 오려서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에게 책을 돌려주면서 이제 외워서 다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은 문 뒤에서 요가일래는 쪽지를 또렷하게 읽어내려갔다. 엄마는 외우기에 성공한 요가일래에게 웃음을 지었고, 요가일래는 엄마를 멋있게 속였다는 것에 깔깔 웃었다.

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다. 요가일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쪽지를 내보이면서 비밀을 털어놓았다. 커닝을 경계하는 엄마는 버럭 화를 내었다. 그리고 추궁했다. 화살은 이제 아빠에게로 돌아왔다. 초2 딸아이가 책을 복사해서 커닝 쪽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할 것이라고 엄마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 발상은 순전히 어른인 아빠가 한 것이고, 아빠는 딸에게 커닝을 가르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퍼붓는 엄마의 질책에 사실을 말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외우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 것은 커닝이 아니라 외우기 놀이이다."라고 말한 후 그냥 침실에서 나와버렸다.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만 다섯 살일 때 직접 만들어 낸 한국어 이야기이다. 요가일래에게는 외워서 발표하기보다는 이렇게 직접 지어서 발표하기가 더 적합할 것 같다.  
 
* 관련글: 한국음식 좋아하는 미스 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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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2. 06:08

겨울인데 한 동안 눈이 없더니 크리스마스 전에 내린 눈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겨울 날씨는 영하 2-3도이다. 그렇게 춥지도 않고, 또한 눈이 녹지 않아 눈싸움이나 눈썰매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8살 딸아이와 함께 인근 소나무 공원에 산책을 갔다. 이날 가장 신나게 한 놀이는 천사를 만드는 일이었다. 한자 '대'자 모습으로 등으로 눈에 누워 팔과 다리를 좌우로 움직여서 노는 일이다.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이것을 '눈 천사 만들기'라 부른다. 눈 천사를 열심히 만드는 요가일래가 눈 천사가 되어 눈에 천사의 도장을 찍는 듯했다. "마음이 천사가 되어야지.... ㅎㅎㅎㅎ"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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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요가일래는 공원에서 우연히 학교 친구와 그 동생을 만났다. 천사 아이 3명을 눈썰매에 태우고 끄는 데 왜 그렇게 힘이 들던지... 훨훨 날아다니는 천사는 도대체 어디에 꼭꼭 숨었나?!

* 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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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2. 29. 07:44

리투아니아인 아내의 조카 아내가 "미스 리투아니아 2002" 출신 바이다이다. 바이다가 우리 집에 온다고 하면 미역국나 된장국을 늘 준비한다. 바이다가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이다는 두 세 그릇은 거뜬히 먹는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먹고 싶어도 더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활발한 성격인 바이다는 주저함없이 "한 그릇 더!"를 외친다.

바이다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대모이기도 하다. 어제 저녁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처음으로 생긴 한국식당 "수라"(Sura)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집에서 하기 힘든 잡채와 갈비찜을 시켰다. 일전에 글을 썼더니 잡채는 요가일래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다. 대모에게 자랑스럽게 잡채먹기를 보여주었다.
[수라 식당 주소: Ozo prekybos centras. Ozas street (Ozo gatve) n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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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를 처음 먹어본 바이다는 "skanu"(맛있다)를 연발했지만, 주문한 것이 요가일래 몫 1일분이라 몹시 아쉬웠다. 갈비찜도 좋아했다. 이렇게 집에서 요리하기 힘든 한국음식을 먹거나 손님대접을 할 수 있는 한국식당이 생겼다는 것이 기쁨을 준다.     

* 관련글: 미스 코리아 겸손, 미스 리투아니아에 물었더니
               역대 미스 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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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2.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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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대뜸 물었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몇 살인지 알아?"
"글쎄. 몇 살이실까?"
"선생님이 420살이라고 해."
"그래, 정말 나이가 많으시네."
"한 친구는 산타 할아버지가 1000살이 넘는데."
"그래? 아뭏든 할아버지는 나이가 참 많구나!"

이렇게 대화하면서 속으로는 "420살이든 1000살이든 태어남이 있으니 돌아가실 날도 있겠네."라고 말하고 싶었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밝혀 말어?)

집 복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자 요가일래는 저녁 내내 산타 할아버지에게 전하는 소원을 적었다. 산타 할아버지만 읽을 수 있는 편지라 열어볼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 지 알게 되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 어린이들 사이엔 스티커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많은 스티커와 이 스티커들을 붙일 수 있는 큰 앨법을 선물해달라고 부탁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치고는 너무 약소한 것이라 요가일래가 더 큰 선물을 부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선물은 어떠한 것이라도 받는 사람이 만족하고 좋아하는 것이 최고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일단 스티커와 앨범을 샀다. 선물예상액보다 10배나 적은 것이라 차마 이 선물만 줄 수 없다고 해서 돈봉투를 추가로 챙기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2월 23일 친구집에 놀려갔다 돌아온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에게 다시 편지를 쓰면 안 돼?"
"벌써 산타 할아버지가 편지를 다 읽었을 거야. 그리고 선물을 준비했을 거야. 왜 다시 쓰려고 하는데?"
"받고 싶은 선물이 변했어. 다른 선물을 부탁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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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트리에 소원을 적은 편지가 걸려있다.

이날 저녁 내내 요가일래는 카드 위에 먼저 자와 연필로 줄을 긋고, 먼저 연필로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위에 만년필로 다시 정성스럽게 글을 썼다. 그리고 12월 25일 아침을 기다렸다.

이날 아침에 일어난 요가일래는 어둠이 깔린 복도라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가왔다. 그리고 기다리던 선물을 받았다. 봐아하니 다시 쓴 편지에는 받고 싶은 선물이 인형이라고 한 것 같았다. 이 인형이 없자 실망하는 눈치였다.

"인형 대신 산타 할아버지가 이렇데 돈을 남겨두었네."라고 엄마가 위로했다.
"맞아. 산타 할아버지가 이집 저집 다니느라 너무 바빴을 것이야."라고 요가일래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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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어린이들 사이에는 스티커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원하는 선물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요가일래는 너무 쉽게 이해버렸다. 그리고 값싼 스티커에 만족하면서 새 앨범에 스티커를 붙이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다른 사람이 바빠서 못 해준 거야"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남을 원망하는 일이 엄청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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