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10.05.29 피로연에서 고자질한 얄미운 8살 딸아이 2
  2. 2010.05.28 8살 딸이 처음으로 찍은 학급 소풍 사진들
  3. 2010.05.24 엄마는 신중, 딸아이는 말없이 항생제 복용 2
  4. 2010.05.22 딸아이가 생각해낸 아기와 애기의 구별법 3
  5. 2010.05.21 헤비메탈 따라하던 딸, 3년 후 변한 모습 1
  6. 2010.05.17 민속악기 캉클레스 반주에 노래하는 딸아이 7
  7. 2010.05.11 한국어를 가르치고 선물 받을 8살 딸아이 1
  8. 2010.05.11 아빠, 내 눈동자는 꽃술이야
  9. 2010.05.08 친구에게서 돈 빌려 선물 꽃을 산 딸아이 1
  10. 2010.05.07 초등2 숙제가 공룡 이야기 책 만들기 2
  11. 2010.05.06 지렁이가 두 동강 나서 눈물이 나
  12. 2010.05.05 엄마와 딸아이의 흥겨운 피아노 연주 2
  13. 2010.04.30 어머니를 위해 시낭송과 노래하는 딸아이 7
  14. 2010.04.25 8살 딸, 헷갈리는 영어 문장 빨리 말하기 4
  15. 2010.04.22 한국말 욕을 가르쳐달라는 딸아이 어떡해 10
  16. 2010.04.19 딸에게 노래전공 권하고 웃음짓는 우리 부부 6
  17. 2010.04.16 미지인의 한국 소포 선물에 마음 찡한 우리 가족 19
  18. 2010.04.16 "엄마를 사랑해야지"라고 경고하는 딸아이 2
  19. 2010.04.12 가요제 상 타도 피자, 상 안 타도 피자 먹는 딸의 방법 11
  20. 2010.04.07 꾸밈 없음이 제일 예쁘다는 8살 딸아이 9
  21. 2010.04.05 일회용 종이접시로 알파벳 모자를 만든 딸아이 2
  22. 2010.03.28 닌텐도를 놀면서 구걸 행각을 벌인 딸아이 13
  23. 2010.03.26 치과에 간 아빠 소식 깜깜해서 그린 딸의 그림 3
  24. 2010.03.23 애인 생겨 학교가 즐겁다는 초등2 딸아이 7
  25. 2010.03.22 딸이 생일선물한 케익,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2
  26. 2010.03.20 자는 아빠에게 이불을 반복해 덮어준 8살 딸 5
  27. 2010.03.18 학교에서 보내온 딸의 난해한 문자쪽지 6
  28. 2010.03.17 잠꼬대로 노래 한 곡을 다 부른 8살 딸아이 7
  29. 2010.03.16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27
  30. 2010.03.14 언니, 빨리 돌아와! 2
요가일래2010. 5. 29. 07:48

5월 22일 처조카 결혼식 피로연에 다녀왔다. 처조카는 러시아 축구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고 리투아니아 축구 국가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의 대저택을 1박 2일로 빌려 피로연을 열었다. 이날 피로연에 참가한 사람들은 양가의 가까운 친척과 동료 축구 선수들로 5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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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피로연이 열린 대저택 전경

피로연을 위한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는 동안 서먹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사회자가 나섰다. 사회자를 보니 평소 텔레비전에서 보던 유명한 MC였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는 사람마다 한 단어만 사용해 신랑신부에게 축하의 말을 하라고 했다. 만약 두 단어 이상을 말하거나 앞에서 나온 말을 할 경우에는 벌칙이 부여되었다.

처음 몇 사람은 건강, 부, 승리 등등 순조롭게 나아갔다. 그런데 장모님 차례가 되었는데 장모님은 "행복한 삶"이라고 두 단어를 말했다. 노래부르기 벌칙이 따랐다. 리투아니아에서 10여년을 살았지만 노래시키기는 처음 겪어보아 상당히 의외였다. 장모님은 여걸다운 기질이 있는 데 이날은 처음 보는 대중 앞이라 아주 주저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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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신부에게 한 단어로 축원하는 놀이로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축원을 하는 동안 그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무슨 한 단어를 말해야지 궁리했다. 남들이 안 않을 것은 "한국(을 언젠가 방문하기를 바란다)"을 생각했다. 옆에 있던 8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생각한 단어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중 한 단어를 아빠에게 알려주었다.

"아빠, 이 단어를 말해."
"뭔데?"
"gerumo(좋음, 선)."

내 차례가 와서 딸아이가 속삭여준 "gerumo"를 자신있게 외쳤다. 통과되었다. 이어서 옆에 있던 요가일래는 어린이답게 "vaiku(아이들)"을 외쳤다. 결혼해서 많은 아이들을 낳으라는 기원을 전했다. 그런데 사회잔느 이 말은 반복된 말이라고 해서 요가일래를 앞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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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칙 받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벌칙으로) 노래할래? 춤출래?"
"둘 다 못해요."
"반드시 해야 돼. 약속이야."
"그럼, 노래할래요."

▲ 이날 요가일래가 벌칙으로 부른 노래  

많은 박수를 받았고, 요가일래는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얼마 후 요가일래는 부끄러움도 없이 사회자가 있는 쪽으로 가서 무엇인가 귀속말을 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요가일래 모습이었다.

"너, 사회자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했니?"
"아빠가 한 말은 아빠가 혼자 생각한 말이 아니고 내가 알려준 말이라고 말했어. 이제 아빠도 노래를 불려야 한다. 메롱~~~~"
"네가 고자질했네. 아이, 창피해." 황당하고 얄미워서 꾸짖을 말을 잊었다.
"뭐, 어때? 맞자나! 이제 아빠가 벌 받을 차례야."

"야, 그래도 어떻게 아빠를 고자질하니? 아빠가 벌 받는 것이 그렇게 좋아?"라고 아내가 한 마디를 했다.

군계일학이라 시선이 분명 나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약을 위해 노래준비를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내와 요가일래 물어보니 "아리랑" 노래를 권했다. 순간 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란을 피해 잠시 산책하면서 가사를 떠올리기에 애썼다. 막상 준비해 놓으면 기회가 사라지는 법인가?

다행스럽게도 속속 음식이 식탁으로 배달되었고, 본격적으로 먹을 시간이었다.

* 최근글: 차 쌩쌩 교차로 종횡무진한 러시아 사람

아기 때부터 영어 TV 틀어놓으면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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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28. 08:25

수요일 저녁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8살)가 목요일 소풍을 간다고 기뻐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리투아니아 최초의 수도로 알려진 케르나베에 학급소풍을 간다고 했다.  

"아빠, 내일 소풍 가는 데 나 카메라 가져갈 거야."
"뭐라고? 안 돼!"
"아빠 카메라 말고 언니 카메라를 가져갈 거야."
"언니가 빌려준대?"
"응."
"정말?"
"지금 카메라를 충전하고 있어."

그 동안 딸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잡고 찍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가끔씩 찍을 때에는카메라가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가까이에 있거나 반드시 카메라 줄을 목에 걸도록 했다. 그래서 학급 소풍에 처음으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가게 되었다.

"너, 카메라로 찍을 수 있어?"
"알아."
"사람만 찍지 말고 다른 것도 많이 찍어와."

이렇게 디카를 가지고 소풍을 갔다. 혹시난 카메라를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아니면 부주의로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정말 잘 찍었을까 걱정스럽고 한편으로 궁금했다. 이날 딸아이가 찍어온 사진을 아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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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에 있는 의자 뒷부문이 없으면 어떨까?" - "아빠, 있어야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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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최초 수도인 케르나베의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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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전설에 얽힌 철갑을 두른 늑대. 철갑늑대 조각상뿐만 아니라 설명까지 따로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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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를 찍고 다시 줌을 이용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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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급 남자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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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 머리 윗 부분 공간이 너무 넓다." - "아빠, 내가 찍을 때 친구가 옆에서 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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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게질 하는 할머니를 보고 뜨게질 하는 모습을 연출까지 해서 찍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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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소풍을 다녀온 8살 딸아이 요가일래

딸아이가 찍어온 사진들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이제 요가일래에게 카메라를 사줘도 될 듯하다.

* 최근글: 딸아이가 생각해낸 아기와 애기의 구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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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24. 07:43

5월 13일(목) 딸아이 요가일래(8살)는 음악학교에서 학년말 노래발표회에 참가했다. 행사를 마치고 춥다고 하면서 아빠 품에 안겼다. 집에 와서 체온을 재어보니 38.6도였다. 별다른 증상은 없고 체온만 높았다. 요가일래는 알약 복용을 엄청나게 싫어한다. 그래서 해열제 좌약을 이용한다.

평소대로 좌약 복용을 몇 차례하면 고열증상이 완전히 살아지길 기대했다. 좌약을 넣은 후 6-7시간 후에 다시 체온이 올라갔다. 39.5도까지 올라갔다. 5월 15일 단시 임시적인 해열효과만 있는 좌약 삽입을 중단하고 theraflu를 복용시켰다. 물에서 타서 마시는 약이다. 이 약을 복용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썼다.

"네가 이 약을 마시지 않고, 고온이 계속되면 병원에 가야 돼."
"병원 안 갈래."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약물을 마셨다.

5월 16일, 17일에도 주기적으로 고온증상이 나타났다. 17일 편도선을 살려보니 부어있었다. 아내와 함께 인터넷을 뒤져서 편도선염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고온증상 6일째 되던 18일 약 복용없이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편도선 부기도 조금 가라앉았다. 물론 그 동안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5월 18일 보건소 담당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았다. 아내는 항생제 복용 결정에 매우 신중하다. 하지만 요가일래가 기침을 하고, 또한 편도선에 흰점이 남아있고, 염증 바이러스가 새로운 부위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의사는 항생제 복용을 권했다.  

이날부터 계속 요가일래는 하루 두 번(아침과 저녁 식사 후) 항생제 알약을 복용하고 학교를 가지 않고 있다. 그렇게 알약 복용을 거부하던 요가일래는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즐겁게 복용하고 있다. 항생제 복용을 무척이나 꺼리는 엄마의 신중함을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5월 20일(목) 한 바탕 일이 터졌다. 항생제 알약 복용을 늘 엄마가 담당한다. 우선 밥을 든든하게 먹이고, 그 다음 약을 준다. 그런데 이날 오후 요가일래는 혼자 항생제 알약을 먹고 말았다. 늦은 저녁에 복용해야 하는 데 말이다. 집에 엄마와 아빠가 없었다.

이날 저녁 노래공연이 있었는데 항생제를 먹으면 더 빨리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먹었다고 했다. 약 복용을 싫어하던 요가일래가 약을 즐겁게 먹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부모 허락없이 혼자 먹은 것에 대해 경책했다.
     
"너, 알약 복용을 죽기보다 싫어하더니 잘 먹네."
"빨리 건강해지려고."
"하지만 부모 허락없이 앞으로 절대로 먹으면 안 돼!!!"
"알았어. 엄마가 집에 없으면 아빠에게, 아빠도 없으면 언니에게 물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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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구들이 감기 등에 걸리면 최대한 항생제 복용을 피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는다. 최근 감기와 기침으로 고생한 우리집 식구들이 복용한 약들이다.

* 최근글: 호수 야영에도 진가를 발휘하는 콘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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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22. 09:29

겨울철 내내 방치되어 있던 아파트의 발코니가
요즘 우리집의 여러 가지 부가적인 기능을 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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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네가 있으니 딸아이의 놀이터이다.
다트(dart) 놀이판이 걸려 있으니 아빠의 오락장이다.
햇볕이 빛치는 날에는 일광욕장이다.
상추, 들깨, 파가 자라고 있으니 채소밭이다.
여기에다 가족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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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발코니에서 딸아이 요가일래는 그네는 타고 아빠는 잠시 누워서 쉬고 있었다. (오른쪽 그네 타는 요가일래는 2008년 7월 20일)

"아빠, 멍청이가 뭐지?"
"멍청하다라는 말은 안 똑똑하다, 어리석다와 같은 말이다."
"그럼, 멍청이와 바보는 같은 말이네?"
"맞아."

"아빠, 아기들은 멍청이가 많다. 그렇지?"
"아니지."
"아기들은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멍청이지."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것이 멍청이지. 네가 구구단을 다 알아야 하는 데 모르면 멍청하지."
"아빠, 나는 아직 6까지만 알아. 그 이상은 안 배웠어. 그러니까 멍청이가 아니야."
"아기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아빠도 멍청이일 수도 있지."

대화하다가 그네를 타고 있던 요가일래가 또 물었다.

"아빠, 아기도 있고 애기도 있는데 어떻게 다르지?"
"둘 다 말하는 데 아기가 맞다. 앞으로 아기라고 말해라."
"내가 어떻게 다르는 지 말해볼까?"
"해봐."
"아기는 아기가 '아아아~~~'라고 소리지르니까 아기가 되었고,
애기는 아기가 "애애애~~~'라고 소리지르니까 애기다 되었다."
"재미있는 생각이네."

이렇게 발코니에서 일광욕을 하면서 딸아이와 웃음 속 대화를 할 수 있는 여름철이 좋긴 좋다.  

* 최근글: 김밥 직접 만들어 가져온 유럽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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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21. 08:27

3년 전 어느 날 우리집 식구들은 자동차를 타고 장모님이 살고 있는 시골도시로 향했다. 이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헤비메탈 음악을 듣고 있던 딸아이 요가일래(당시 5살)은 갑자기 마치 기타리스트가 된 듯 기타없이 기타를 치는 흉내를 내었다. 그 장면이 재미있어 영상에 담아보았다.

 
2년 전 요가일래를 음악학교에 보내려고 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무엇을 전공으로 권할까였다. 기타, 바이올린, 플루트, 피아노 등 악기를 권할 것인가, 아니면 노래를 권할 것인가였다.

"너, 뭐 배우고 싶어?"
"몰라."
"바이올린 어때?"
"싫어."
"왜?"
"무거운 바이올린 들고 다니는 것이 싫어."
"그럼, 기타는?"
"싫어."
"왜?"
"엄마한테 배우면 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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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고려 끝에 가벼운 악보만 들고 음악학교에 다닐 수 있는 노래 전공을 선택했다. "아빠, 하지만 나 가수 안 할래"라고 말하면서도 요가일래는 경연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몹시 바란다. 아래는 지난 4월 27일 노래 공연 때의 모습이다. 다섯 살 헤비메탈 기타리스트 흉내쟁이가 이렇게 변했다. 또 3년 후면 어떻게 변할까? 사실 이렇게 눈에 띄게 변화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양육의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요가일래 엄마는 어렸을 때 가졌던 꿈 중 하나가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요가일래가 과연 엄마의 꿈을 대신 이루어줄 지가 궁금하다. 하지만 억지로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배우면서 소수든 다수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만 익힌다면 그것으로써 만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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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17. 07:05

일전에 어머니날을 맞아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최근 그날 공연을 찍은 사진사가 사진을 보내왔다. 리투아니아의 민속옷을 입고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민속악기 캉클레스를 연주하는 사진 모습이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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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클레스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민속 현악기이다. 본체는 단단한 통나무로 만들고, 이를 깎아 그 위에 가문비나무 같은 연한 나무판을 올린다. 그 소리판에 꽃무늬나 별 모양을 내서 구멍을 낸다. 철사나 동물의 내장으로 줄을 만든다. 이 캉클레스 선율에 따라 노래하는 딸아이 요가일래(8살)가 인상적이라 소개한다.


* 최근글: 김밥 직접 만들어 가져온 유럽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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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11. 14:52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주로 부엌에 있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한다. 어제 스카이프로 학교 반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아빠가 달려왔다.

"아빠, 친구가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해."
"아, 그래? 가르쳐줘."
"그런데 내가 단어 20개를 가르쳐주면 친구 엄마가 선물을 준다고 해."
"무슨 선물?"
"몰라."
"궁금하겠네. 한번 가르쳐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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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으로 돌아가더니 열심히 스카이프로 한국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글을 100% 정확하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옮겨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컴퓨터에는 한글이 네모나게 보여졌다.

"아빠, '으'를 어떻게 쓰지?"
"아빠, '어'를 어떻게 쓰지?"
......

이렇게 딸아이가 단어를 가르치는 동안 옆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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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onni라고 쓰는 데 '온니'가 아니고 '언니'라고 말해. 따라해봐," "gojang-i는 '고야기'가 아니고 '고양이'야. g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라고 요가일래는 열심히 설명하면서 가르쳤다.

"맞아. 아주 정확해!"라고 친구를 격려하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도 가르쳐줄게."

옆에서 지켜보니 요가일래는 몹시 흥이나 있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언어에 대한 친구 엄마의 관심이 돋보인다. 단지 다문화 아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친구나 친구 부모들의 이런 관심이 다문화 아이의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생각한다.

현지 친구들도 이렇게 접한 한국어에 비록 순간적인 관심일지라도 장차 자라나서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만약 한국 학교 어느 교실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베트남 사람인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때 자기 자녀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쳐주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 한국인 부모가 얼마나 될까?

"너, 학교에서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 아니라서 놀림 같은 것을 받니?"
"그런 것 전혀 없어. 내가 여러 나라 말을 할 수 있다고 친구들이 아주 부러워해."

* 최근글: 노란 민들레꽃으로 화관 만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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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11. 06:41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의 아욱쉬타드바리스(Aukštadvaris)라는 작은 도시를 다녀왔다. 이 도시의 인근 숲에는 폭이 210미터, 깊이가 40미터로 된 운석구덩이가 있다. 숲 속에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하얀 꽃들이 여기저기 만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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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을 꺾어 놀고 있던 딸아이 요가일래는 꽃잎을 하나하나 떼어내었다.
"아빠, 사진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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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의 눈동자가 꽃술 눈동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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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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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아내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에게 올해는 각자가 엄마 생일(5월 7일) 선물을 준비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초등학생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방으로 불려 귓속말을 했다.

"내일 아침엔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빠와 함께 학교에 가자."
"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에서 너가 꽃을 정하면 아빠가 돌아올 때 사서 엄마에게 선물할 거야."

요가일래는 보통 7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학교로 간다. 아침 7시 20분경 누군가 아파트 입구 현관문을 열기 위해 숫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른 아침에 우리집을 방문할까? 코드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일 텐데 말이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큰 딸 마르티나였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꽃집에서 가서 꽃을 사가지고 왔다. 엄마에게 생일 축하를 하고 학교로 갔다. 예기치 않게 꽃선물 주기에서 순서를 빼앗긴 요가일래는 입이 토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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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선물한 노란 장미꽃

"엄마, 나 꽃선물 안 할래!"

요가일래와 함께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을 들렀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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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선물한 장미나무 (내년에는 필 꽃으로 대신하니까 지출 절약 ㅋㅋㅋ)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는 길에 장미나무를 사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학교로 향했다.

"아빠, 그런데 장미나무는 아빠가 사고, 나 이름으로 튤립을 사줘. 노란색이 예쁘니까 노란 튤립을 사줘."
"너 엄마에게 꽃선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잖아?"
"그렇지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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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이름으로 선물한 튤립꽃 세 송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장미나무와 노란 튤립꽃 세 송이를 구입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오후 1시에는 혼자 집에 돌아와야 할 요가일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걱정이 되었다. 한 15분 늦어서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손에는 카네이션꽃이 쥐여있었다.

"아침에 벌써 아빠가 너 이름으로 노란 튤립꽃을 선물했는데. 왜 또 샀니?"
"직접 사서 선물하고 싶었어."
"그런데 너 돈이 없었잖아?"
"친구에게 빌려서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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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직접 구입한 카네이션꽃

꽃선물 순위에서 밀려나 꽃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요가일래는 선언했지만, 그래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아빠에게 노란 튤립꽃을 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직접 사서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친구에게서 돈까지 빌려서 카네이션꽃을 사왔다.

학교 수업 내내 꽃선물과 돈을 빌릴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사람은 돈을 빌리는 데 익숙해서는 안 된다는 훈계를 할만도 하겠지만 이날만큼은 요가일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기쁘게 딸아이의 꽃선물을 받았다. 한국의 어버이들이 받는 카네이션꽃을 선택해 더욱 의미를 더해 주었다.

"월요일에 돈 갚는 것을 잊지마."
"알았어." 

* 최근글: 막대기를 이용해 먹이를 꺼내 먹는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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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7. 07:45

며칠 전부터 요가일래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틈틈이 공룡 그림을 오려붙이고 색칠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꾸며나가고 있다.

"너 왜 그렇게 하는데?"
"숙제야."
"숙제가 뭔데?"
"공룡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거야."
"어떤 이야기인데?"
"자기가 지어야 돼. 그리고 공룡이름도 자기가 지어야 돼."
"어렵지 않아?"
"아니. 재미 있어."

요가일래가 어렸을 때 공룡 이야기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이 본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10쪽을 만들어 공룡 그림을 붙이고 옆 장에는 관련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꾸민 이야기 책을 학급 반아이들 앞에서 읽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고 한다.

요가일래가 지어가고 있는 책 제목은 "Liudnas Leris"(슬픈 레리스)이다. 육식공룡 레리스는 육식을 하지 않고 초식을 하자 친구 공룡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완성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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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쓴 것을 읽어봐. 그리고 고쳐줘!"
"야, 이건 사실과 다르잖아."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상상대로 하는 거야."

최종적으로 요가일래가 어떤 이야기로 어떤 책을 만들어낼 지 벌써 궁금해진다. 비록 쪽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초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이런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키우는 숙제를 내주는 학교 선생님이 대단해 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도 이런 숙제를 받을까? 아래 사진은 숙제에 몰두하고 있는 요가일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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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어머니를 위해 시낭송과 노래하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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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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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어머니날(5월 2일)을 맞아 시골도시에 살고 있는 장모님을 다녀왔다. 토요일 5월 1일 일가친척들이 모여 장모님 텃밭에서 감자를 심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감자심기를 마치고 부지런한 장모님은 요가일래와 함께 강남콩을 심었다. 외할머니와 손녀가 정겹게 있는 모습을 카메라를 담고 텃밭내 집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손바닥에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잡고 달려왔다.

"아빠, 이 지렁이가 나왔어. 좋은 자리에 놓아주어야 돼."
"너는 지렁이가 안 무서워?"
"아니."
"안 징그러워?"
"아니, 정말 귀여워."

속으로 "이잉~ 많은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지렁이가 귀엽단말이야! 정말 너는 엽기아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렁이는 햇볕을 싫어하니까 얼른 땅 속에 넣어주자."
"아빠, 우리 빨리 도와주자."

이렇게 해서 응달진 곳에 땅을 파고 습기가 있는 곳에 지렁이를 놓아두었다.

요가일래는 다시 강남콩을 심고 있는 외할머니에게 갔고 아빠는 사람들이 모인 집안으로 들어왔다. 벽난로에서 장난을 태우고 있는 데 얼마 후 요가일래가 들어왔다. 요가일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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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와 강남콩을 심고 있는 딸아이 요가일래

"아빠, 눈물이 나."
"왜?"
"지렁이가 두 동강 나서 죽을 거야."

외할머니가 강남콩을 심기 위해 땅을 파는 동안 지렁이가 다쳐서 두 동강 났다.

"지렁이는 둘로 잘려도 다시 재생되어 두 마리가 될 수 있어."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돼?"
"동물세계는 신기한 것이 많아."
"그래도 지렁이가 아프잖아."

거미를 무서워해 소리지르고 달아내는 요가일래가 지렁이를 마치 새끼개를 어루만지듯 하는 것을 보니 징그러운 마음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래도 두러워하지 않고 지렁이를 귀여워하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에 흐뭇하다.

"지렁이는 땅을 좋게 해."
"알아."
"집에 가서 비누로 손을 아주 깨끗이 씻어."
"알았어."    

* 관련글: 어머니를 위해 시낭송과 노래하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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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5. 07:25

이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한 달 후쯤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2009년 9월에서 시작한 학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일반학교를 마치고 다니는 음악학교는 학년을 마치는 다양한 연주회가 열린다.

음악학교 학생들은 전공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배운다. 5월 4일 피아노 비전공 학생들이 연주회를 갖았다. 이날 저학년 학생들은 피아노 선생님이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연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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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청중들 앞에서 피아노를 쳤다. 엄마와 피아노를 치는 딸아이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연주곡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카발레프스키(Dmitry Kabalevsky)의 어릿광대 갤럽이다.
 

갤럽은 4분의 2박자의 약동적인 원무(圓舞)나 그 무곡을 말한다. 요가일래는 이 곡이 신나는 곡이라 지겹지 않다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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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3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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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에서는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이 어머니날이다. 이날을 기해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찾아 고향으로 달려간다.

아버지날은 6월 첫 번째 일요일이지만 어머니날보다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머니날이 일요일이므로 대부분 주말 내내 함께 보낸다.

자녀들은 선물을 하고, 어머니는 자녀들을 대접한다. 날씨가 화창하면 사람들은 텃밭에서 꼬치고기를 구우면서 한 바탕 즐겨운 시간을 보낸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는 어머니날을 맞아 부모님을 초청해 크고 작은 연주회를 개최한다. 장소는 음악학교일 수도 있고, 성당이나 기타 등등이다.

4월 27일 빌뉴스 구시가지 한 성당에서 음악학교의 전통악기과가 학부모를 초청해 연주회를 열였다. 요가일래는 이날 리투아니아 민요 "ak, tu pelėda"(야, 너 올빼미)를 불렀다. 연주하는 악기는 캉클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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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는 요가일래가 "엄마"(violeta palcinskaite의 동시)를 낭독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날 낭송한 시를 번역해보았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는 대부분의 유럽어와는 달리 존칭어가 있다.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서 이 시는 엄마를 '너'로 표현하고 있다.  

              엄마! 엄마! 엄마야!
              소리로 부른다.

              너는 나의 엄마야
              최고로 예쁘지.

              너는 나의 엄마야
              최고로 온화해.

              너의 맑은 미소로
              온 집이 다 밝아.

              첫 풀이 씻고 있어
              따뜻한 햇볕에.

              너는 최고로 좋아
              바로 내 거니까.


엄마의 맑은 미소로 가정뿐만 아니라 세상이 다 밝아지길 기대한다. 어머니날을 맞아 모든 어머니에게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 하소서!

* 관련글: 어머니날 선물 지분 50%를 아빠가 차지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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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25. 08:55

지난 주 우리집 식구들의 혀를 꼬이게 한 영어 문장이 하나 있었다.
이 영어 문장은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가 학교에서 배운 문장이었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
요가일래는 화요일과 목요일 각각 한 시간씩 영어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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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 영어교재. 마치 만화책으로 공부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식구들에게 일일이 따라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누가 가장 빨리 이 문장을 말하는 지 내기를 하자고 했다.
엄마와 언니는 열심히 따라해보았다.

"아빠, 아빠도 해봐!"
"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다."
"애이, 거짓말쟁이! 내가 하는 거 잘 들어봐!"



if two witches were watching two watches, (두 마녀가 시계 두 개를 보고 있었더라면)
which witch would watch which watch? (어느 마녀가 어느 시계를 보았을까?)


"아무리 말하기 연습이라고 하지만 선생님이 너무 어려운 문장을 주었네."
"아니, 재미있잖아."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한 동안 놀았던 문장이 생각났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이처럼 유사한 발음의 단어가 연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빨리 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말하기 기술을 익힐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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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22. 20:25

스캔들로 수개월 동안 잠수했던 타이거 우즈가 최근 골프대회에 출전했다. 4월 9일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한국의 최경주 선수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최경주 선수는 "우즈가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은 물론 한국식 욕도 아는데 그 버릇을 안 고쳤더라."라고 말해 우즈가 골프를 치는 동안 한국어 욕설을 했음을 암시했다.

만약 했다면 우즈가 과연 어떤 한국어 욕설을 했는 지 궁금하다......
2008년 국감장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취재진을 향해 퍼붓은 욕설 수준일까......

이 우즈의 한국어 욕설 소식을 접하면서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와 관련된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딸아이를 등교시키는 길에 딸아이가 졸라대었다.

"아빠, 한국말에는 바보라는 말 말고 다른 욕이 없어?"
"있지."
"그럼, 제발 한국말 욕을 좀 가르쳐줘."
"뭐 하려고?"
"나에게 나쁜 일을 하는 친구에게 한국말로 욕하고 싶어. 그들이 모르니까 참 재미있을 거야."
"네가 욕하면 네 입이 더러워지잖아."
"알았어. 됐어." (딸아이는 훈계를 더 이상 듣기 싫은 지 졸라대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딸아이의 궁금증은 학교에서 돌아온 후에도 계속되었다.

"아빠, 남자 고추는 진짜 한국말로 뭐야? 그리고 여자 조개는 진짜 한국말로 뭐야?"

딸아이가 어렸을 때 남녀 생식기를 고추와 조개로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제 이 생식기의 진짜 이름을 알고싶어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딸아이가 이렇게 알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적지 않은 욕이 바로 남녀 생식기 이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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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말 어휘력을 높이고자 욕을 가르쳐달라는 딸아이의 속셈은 이것을 친구들에게 써먹기 위해서다.

한국말 중 "바보야!"와 "똥이야!"가 욕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딸아이(만 8세)가 이제 점점 욕설 어휘력을 더 키우고 싶어한다. 딸아이는 집에서 늘 아빠하고만 그리고 가끔 한국 교민 친구들을 만날 때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또래아이들과는 달리 다양한 욕설을 접하지 않고 있다.

흔히들 욕설은 가장 쉽게 배운다고 한다. 그러니 딸아이가 재촉하더라도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다. 자라서 그 환경 속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관련글: 우리집의 국적불명 욕 '시키마'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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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19. 06:55

4월 10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소재한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실시한 가요제에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참가했다. 그냥 단순한 노래공연이라고 생각하면서 갔으나 가보니 노래전공 교사들 사이에는 꽤 알려진 어린이 청소년 가요제였다. (관련글: 가요제 상 타도 피자, 상 안 타도 피자 먹는 딸의 방법)

이날 4-10세 어린이 가요제에서 요가일래가 상을 받았다. 가장 어리고 재능있는 상에는 5살 아이가 받았는데 이 아이의 아버지가 피아노 반주를 했다. 아내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아버지가 리투아니아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고, 그 아버지도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그런데 아이는 피아노가 아니라 노래를 전공한다. 대를 이어서 피아노를 전공시킬만 한데 하지 않았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아내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또한 상을 탄 요가일래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한 마디했다.
"우리가 요가일래에게 노래전공을 권한 것이 잘한 일이라 확신이 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2년 전 음악학교에 입학시킬 때 고민을 많이 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전공을 권할 것인지 아니면 노래전공을 권할 것인지...... 음악학교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배워야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좀 편하게 음악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래전공을 선택했다. 마침 아내가 근무하는 음악학교에 노래전공이 새롭게 신설되었다.

6개월 수업료는 240리타스(12만원)이다. 음악학교 2학년을 마칠 쯤 통과시험이 있다. 노래전공이지만 더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지를 가리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일주일에 노래 배우는 수업시간이 한 시간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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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노래와 합창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공연을 했다. 이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이젠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아니?"
"안 두려워. 조금씩 재미가 생겨."
"그래 부담없이 노래 배우고 불려."

        ▲ 2010년 4월 16일 독창하는 요가일래  

* 관련글: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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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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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한국 친척으로부터 요가일래는 아름다운 스티커를 많이 받고 아주 행복해 했다. 그런데 한국 스티커를 탐낸 친한 친구로부터 한 순간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사시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요가일래에게 스티커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편지를 했다. 수고스럽게 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성의도 고맙고, 또한 요가일래도 궁금할 것 같아 주소를 알려주었다. (▲ 초코파이도 선물 받은 요가일래) 

* 관련글: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한국 스티커 때문에 폭로협박에 눈물 흘린 딸 

그 후 시간이 흘렸다. 14일 소포가 왔다는 우체국 통지서가 왔다. 한국에서 3월 29일 우체국 소인이 찍혔다. 약 2주만에 항공으로 리투아니아에 소포가 도착했다. 스티커를 보내준다고 해서 조금 큰 편지봉투가 도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우체국에 가니 봉투가 아니라 소포였다. 소포는 커다란 상자였고, 무게가 7.4kg이나 나갔다.

집으로 가져와서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소포를 열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이 있어 외출을 해야 했다. 요가일래에게 "아빠가 돌아오면 같이 열어보자! 그 동안 열지마."라고 말한 후 집을 나섰다. 밖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빠, 지금 엄마와 언니하고 같이 집에 있어. 너무 궁금해. 소포를 열어도 돼? 제발!"
"너에게 온 소포이니 너가 결정해."
"야후~~~, 아빠 최고야! 고마워."

 
얼마 후 요가일래에게 전화했다.
"선물이 많아?"
"아~~~주 많아."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으니 빨리 집으로 와. 알았지?"


아파트 입구문에 들어서자 우리집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요가일래가 몹시 가다렸음을 말해주었다. 요가일래는 "아빠, 눈 꼭 감아. 보면 안 돼."라고 하면서 아빠를 소포 상자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아빠, 자 이제 눈 뜨도 돼."

상자 옆에는 비닐 봉지로 덮여진 선물들이 쫙 깔려 있었다. 요가일래는 하나 하나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학용품, 색종이, 연필통, 지우개, 볼펜, 신발주머니, 귀보호대, 스티커, 초코파이, 자유시간, 사발면, 라면, 김, 미역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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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비닐 봉지로 덮어놓은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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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을 하나하나 꺼내 설명해주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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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커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1열에 하나만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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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커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학용품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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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김, 미역, 심지어 짜장까지 선물을 해주었다.  

전혀 알지 못한 그저 블로그 글과 댓글을 통해서만 알게 사람으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다니 정말 놀랐다. 스티커만 생각했는데 이렇에 온갖 물품, 특히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물건들을 보내주다니 우리 가족 모두는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한국인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베푸는 민족이다."며 몹시 감동했다. 요가일래는 친구들에게 무엇을 나눠줄까 고민하고 있다. 소포를 보내주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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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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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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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니 특히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어제 아침에도 비몽사몽간이었다.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부엌에서 아내가 뭐라고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가일래가 10시 45분 학교 앞 모임에 차질 없도록 도와주어라는 부탁이었다.

아빠보다 먼저 일어난 요가일래에게도 아내는 "너가 만나는 시간을 잘 아니까 아빠한테 데려달라고 해."라고 말한 후 일 때문에 외출했다. 아내가 나간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요가일래는 빨리 학교로 가자고 아빠를 재촉했다. 아내가 말한 시간을 건성으로 듣고 기억한 터라 요가일래가 정확하게 알 것이라고 믿고 시간을 보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요가일래 학교는 4월 15일 고등학교 졸업시험장이라 임시 휴일이었다. 담임 학교 선생님은 학급단체로 보볼링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었다. 요가일래에 따르면 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지금 9시 30분인데 요가일래외에는 아무도 없어.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은 참 바보다. 10시 45분이지, 어떻게 9시 30분이야! 그렇게 여러 번 말했는데 기억을 못하다니!"


이어서 요가일래에게 아빠가 한 소리했다.
"봐! 네가 재촉해 빨리 왔더니 아빠가 엄마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듣게 되잖아! 어떻게 할 거니?"
"여기서 그냥 기다릴 거야.'
"여기서 1시간 15분 동안이나 혼자 기다린다는 말이야!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아침 은행에 갈 일이 있었고, 또 한국에서 소포가 와있다는 우체국 통지서를 가지고 있었다. 두 일을 모두  해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그래도 있을 것이라고 버텼다. 한국에서 온 소포가 아빠 블로그의 어느 독자가 딸에게 보낸 선물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간신히 설득했다.

은행일을 마치고 우체국에서 무게가 7.4kg 소포를 받아들었다. 이 무거운 소포를 들고 학교로 갔다가 집으로 오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집에 갔다놓고 학교로 가기로 했다. 그때 시각이 아침 10시 10분이었다. 소포의 내용물이 궁금했지만 나중에 온 가족이 같이 열어보기로 했다.

다시 학교로 가는 길에 소포 선물로 싱글벙글한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뜻하지 않게 선물까지 받았으니 너가 동요 '노을'을 잘 불러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했다.

마침 반대편에서 키가 크고 얼굴이 잘 생긴 아가씨 한 분이 다가왔다. 그녀는 미소를 지면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런 미소에 무표정으로 답하기는 어색해서 아빠도 미소로 대했다. 아가씨가 막 지나가자 요가일래는 아빠를 향해 들고 있던 신발봉지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아빠, 내가 아빠를 때릴 거야!"
"왜?"
"엄마를 사랑해야지!"(지나가는 여자에게 미소짓는 것만으로 요가일래는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를 사랑해야지?"
"할아버지."
"그리고 또 누구를?"
"할머니."
"그리고?"
"이젠 됐어."
"그럼, 요가일래를 안 사랑해도 돼?"
"아마도."(토라졌네. "아빠가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하지?"라고 평소 물으면 딸은 '나지!"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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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엄마를 사랑해야지!"라고 말한 요가일래

이렇게 요가일래를 학교 앞까지 다시 데려다주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있는 찰나에 아내가 전화를 했다.
"이제 (10시 30분) 요가일래를 데리고 학교에 가도 돼."
"벌써 데려다 주고 왔는데."
"내가 그렇게 여러 번 시간을 말했는데 그것을 기억을 못해?.........." (또 따지네......)

이렇게 따지거나 잔소리가 시작되면 우이독경으로 대하지만 마음 속에는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야지"라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말이 떠오른다.

* 최근글: 미지인의 한국 소포 선물에 울컥한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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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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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내는 4월 10일(토)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냥 노래하는 것이니 부담없이 평소 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부랴부랴 일어났다. 그래도 기념이니 촬영하러 같이 가자고 아내와 딸이 제안했다. 무거운 삼각대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아내가 제지했다.

단순한 노래공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심사위원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음악계에 알려진 사람들 세 사람이 심사위원이었다.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작고한 리투아니아 유명 성악가인 비루테 알모나이티테(Birute Almonaityte) 이름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 가요제였다.

음악학교 노래지도 선생님들 사이에는 권위있는 가요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기 제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선생님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요가일래는 4-10세까지 어린이 부문에 참가했다. 빌뉴스에 소재한 여러 음악학교 대표로 12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두 번째로 노래했다. 요가일래가 노래를 마치자 심사위원들이 웅성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어린이들의 노래솜씨도 대단했다.

모든 참가자의 노래가 끝나자 잠시 휴식 후 수상자 발표가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때서야 단순한 노래공연이 아니라 노래경연임을 알게 되었다.

         ▲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주최한 가요제에서 노래하는 요가일래 (2010년 4월 10일, 빌뉴스)  

여러 날부터 요가일래는 피자타령을 했지만 아내의 절약정책 고수에 빈번히 좌절되었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요가일래에게 한 마디 했다.

"오늘 너가 상을 타면 피자를 사줄게."
"고마워. 그런데 상을 타면 엄마가 피자를 사고, 상을 안 타면 내 용돈에서 피자를 사도 돼?"
"물론이지."


엄마와 딸 사이에 앉아있던 아빠가 거들었다.
"요가일래, 너, 오늘 상 타도 피자 먹고, 상 안 타도 피자 먹게 되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 곧 먹을 피자 생각으로 그 긴장감을 해소했다.

12명 중 수상자는 세 사람이었다. 가장 어린 참가자(5세)에게 주는 상 수상자의 호명이 있었다. 요가일래는 8세이니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어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10세 남자아이가 상을 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수상자는 한 사람이었다.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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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을 받는 장면 (왼쪽);                                      ▲ 노래지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예상하지 못했지만 요가일래였다. 노래지도 선생님이 요가일래 볼에 입맞춤함으로써 축하인증샷을 남겼다. 부모보다도 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데 더 열성이라 무척 고맙다.      

* 최근글: 꾸밈 없음이 제일 예쁘다는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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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7. 09:07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자기 포즈 사진을 찍은 지가 오래 되었고, 사람들에게 최근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2009/07/17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2008/11/20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2007년 당시 요가일래 모습

"머리도 빗고 예쁜 옷도 입어야 되지 않나?"
"괜찮아."
"그래도 사람들이 너를 보는데 좀 꾸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빠, 그냥 있는 그대로가 제일 예쁘다. 자, 빨리 카메라 준비!"
"엄마가 물어봐." (요가일래 사진은 엄마 검열을 거쳐야 인터넷에 올라갈 수 있다. ㅎㅎㅎ)
"아빠, 일단 찍어놓고 엄마에게 보여주자. 알았지?"

이렇게 해서 찍은 사진이다. 딸아이가 머리도 빗지 않고, 집안에서 입는 츄리닝복을 그대로 입은 채 사진을 찍었는데 엄마는 예상과는 달리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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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사진을 일일이 보면서 직접 선택을 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엄마가 소리쳤다.
"벌써 밤 10시 30분이다. 내일 학교에 가려면 빨리 자야지!"

"아빠, 내가 자는 동안 영상으로도 편집해서 아빠 블로그에도 올리고 유튜브에도 꼭 올려줘. 알았지?"
"알았다. 어서 가서 자라."


평소 옷을 입을 때도 아주 까다롭고 성깔을 부리는 데 이날은 꾸밈없음이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요가일래가 의외였다.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 최근글: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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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4. 5. 07:02

며칠 전 밤 초등학교 2학년생 요가일래는 프리터기에서 종이를 여러 장 꺼내 가져갔다.

"종이를 아껴야지!"
"알아."
"뭘 하려고 가져가니?"
"비밀이야!"


얼마 후 부엌에 물을 마시러 가니 식탁에 요가일래는 무엇인가를 만드느라고 분주했다.
종이에 라틴 철자를 쓰고, 색을 칠하고, 짤라서 붙이고 있었다.

일회용 종이접시 밑바닥을 삼각형으로 짤라 위로 세우고 이 삼각형에다가
철자를 붙이고 있었다.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니?"
"철자 모자를 만들고 있어."


재미 있게 놀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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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종이접시로 철자 모자를 만들어 쓰고 있는 딸아이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 최근글: 유럽에서 만난 봄의 전령사 청노루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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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28. 10:41

어제 오후 내내 리투아니아 시각으로 저녁 7시 30분 시작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볼턴 원더러스 경기를 기다렸다.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자명종까지 맞추어놓았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맞대결을 기대하면서 경기를 시청했다. 볼턴의 이청용은 선발로 출장했지만, 박지성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많이 아쉬웠다.

맨유가 볼턴의 자설골로 첫골을 얻자 박지성이가 이청용에게 한 "자살골 부탁해"라는 농담이 떠올랐다. 전반전을 집중해서 시청한 후 휴식시간에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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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누군가 복도에서 우산을 쓰고 앉아있었다. 말할 필요 없이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였다. 큰 마분지 상자를 깔고 있었다. 옆에는 리투아니아어로 "1리타스 여기로 넣으세요. 돈이 없어요."라는 쪽지와 돈통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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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리타스 여기로 넣으세요. 돈이 없어요."

이잉~~~ 딸아이가 구걸 행각을 벌이고 있다니!!!! 그런데 우산 속으로 들어다보니 더 가관이다. 요가일래는 닌텐도 게임을 놀고 있었다.

"야, 걸인이 닌텐도를 가지고 놀면 누가 돈이 없다고 돈을 주겠니?"
"아빠, 그냥 기다리면 너무 심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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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기발한 놀이에 호응하고자 동전을 넣어주었다. 이렇게 요가일래는 별난 놀이로 아주 짧은 시간에 손쉽게 3리타스(약 1500원) 수입을 올렸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행인이 나머지 식구 세 사람인 것이 아쉬운 듯했다. 하지만 이는 아빠의 하루 블로그 수입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아빠보다 더 좋은 수입을 올린 딸아이가 부러웠던 토요일이었다. 다음엔 어떤 놀이를 생각해 용돈을 벌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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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26. 08:01

90년 어느 가을 당시 유고슬라비아(지금은 세르비아)
수보티짜의 한 에스페란토 모임에서 슬라이드 필름을 이용해 한국에 관한 강연을 했다.
강연을 다 마치자 뒷쪽에서 한 중년의 아줌마가 다가와 속삭였다.

"s-ro, vi havas tre belajn dentojn."
(선생님 치아가 너무 예뻐요.)
"애고, 강연 도중 제 치아만 열심히 보셨군요."
라고 마음 속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유럽사람들이 종종 젊은 시절 내 치아를 보고 감탄을 했지만,
중년의 나이가 들어가니 치과를 찾아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어제 아내와 함께 치과를 다녀왔다.
집에는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고등학생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혼자 집에 남았다.

"수도검침원, 경찰, 옆집아저씨 등 누구든지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전화도 안 받을께."


이렇게 오후 한 시에 집을 나섰다. 치과에서 한 30분을 보낸 후 아내와 함께 가구점으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5시경 아내는 집으로 돌와왔고, 나눈 중간에 지인을 만났다.
모처럼 만난지라 저녁식사까지 이어졌다. 밤 9시경에 전화가 왔다.

"아빠, 엄마가 아빠 지금 어디 있는지 물어보래."
"지금 막 집으로 가는 길이야."


밤 9시 30분 집에 도착하자 요가일래가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손에는 반으로 접은 A4 종이를 들고 있었다.

"자, 여기 선물이야."

첫 면은 백지였지만 가운데를 오려내어 세 번째 면이 보이도록 했다.
아빠가 치과의자에 누워 치료를 받는 그림이다. 치약, 칫솔, 치아 등이 그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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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면을 넘기자 두 번째 면에 딸이 쓴 글이 보였다.
"아빠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보고싶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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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치과에 간다고 오후 1시에 나가 오후 9시 30분에 돌아왔다.
아빠가 걱정이 되고 보고 싶어서 이렇게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림을 보면서 중간에 딸아이에게 전화라도 할 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최근글: 도로에서 내모는 소년 vs 공격하는 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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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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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만 8세)를 학교로 데려다 주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화제는 '사랑'이었다.

"아빠, 루카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정말? 지난 번 여자친구가 너가 그를 사랑한다고 폭로하려고 했잖아."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너, 기분 정말 좋겠다."
"물론이지."
"이제 학교 가는 것이 더 즐겁겠다."
"맞아."
"그런데 너가 그를 사랑한다하지 말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때?"
"아빠, 사랑한다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왜 좋아한다고 말해야 돼?"
"사랑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어리잖아."
"괜찮아."

이렇게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빠, 내가 제일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아빠도 어렸을 때 학교에 제일 먼저 가곤 했지."

학교에서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요가일래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전화하는 데 지난 금요일에 이어 어제 월요일에도 전화가 왔다. 요가일래 휴대폰은 수신통화만 가능하다. 첫 번째 신호음이 울린 후 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궁금해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아빠, 왜 전화했어? 아빠 사랑해. 아빠, 아무 일도 아니야. 내가 루카스를 사랑하고 루카스가 나를 사랑해. 나중에 또 전화할께. 알았지. 그럼, 안녕~."

이렇게 요가일래는 속사포처럼 일방적으로 말한 후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요가일래 주위에는 아이들이 있는 듯 시끄러웠다.
 
"너가 먼저 전화 신호를 보냈으니 아빠가 전화를 했지."라고 답했지만 요가일래에게는 우이독경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에게 전화를 한 진짜 이유를 물어보았다.

"너, 왜 엄마에게 전화 안 하고 아빠에게 했는데?"
"루카스와 친구들이 옆에 있었는데 내가 아빠에게 한국말로 빨리 말하면 친구들이 아주 재미있어 해. 그리고 또 듣고 싶다가 다시 말하라고 해."

결국 요가일래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한 남자친구 앞에서 한국말을 잘 한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 전화에는 정말 걱정이 되어서 얼른 답전화를 했지만, 월요일 전화에는 아내와 함께 먼저 웃었다. 이렇게 장난전화인 줄 알았지만, 그래도 딸아이의 머리굴림에 응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전화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 너무 일찍 사랑놀이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덕분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고, 또한 공부도 잘 해야겠다는 마음도 일어나는 것을 보니 좋은 점도 있다.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만 다섯 살 때 한 고양 이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상 말미에 "저는 너무 세상을 사랑해요. 우리 마음들도 사랑하고, 행복한 세상!"라는 구절이 나온다. 요가일래가 자라서 한 남자에 대한 사랑에만 그치지 말고 "세상을 사랑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 최근글: 남편 잠꼬대로 세계를 웃기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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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22. 07:11

한 웹사이트에 공개된 개인신상 정보를 보고 세계 각지에서 여러 친구들이 생일축하를 해온다. 이 날이 바로 2월 16일이다. 이 날은 특히 리투아니아 독립기념일과 겹쳐 사람들이 만나기에 편한 날이다.

2월 16일은 여권상 생일이고, 음력일이다. 그래서 해마다 바뀐다. 태어난 해 2월 16일은 양력으로 3월 21일이다. 리투아니아 초기 생활에 아내 형제들이 가까이 살았을 때 한 해에도 3번이나 생일을 치러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이 셋 중 어느 하나도 챙기지 못한 해도 있다.

2월 16일 어떤 이유로 챙기지 못하면 음력 생일 혹은 양력 생일이 아직 남아있으니 그 때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그 날도 일이 생겨 못하면 뭐 벌써 생일이 지났는데 해서 뭐하겠나라는 심정으로 넘어간다. 생일 3번이니 친척들도 어느 날에 찾아와야 할 지 고민스럽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손님들을 초대하지 않을 경우 거창한 생일잔치는 없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아도 생일에는 가까운 친척은 방문을 하기도 한다. 이 때는 그냥 간단한 음식을 놓고 술을 마신다. 이제 생일은 3월 21일로 자연스럽게 굳어지고 있다.

오는 30일 큰 딸이 만18세 성인을 맞는 날이라 두 생일을 합쳐서 28일 친척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아침에 식구들로부터 생일축하 입맞춤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는 연초에 식구들 생일을 달력에 기록했다. 20일 밤 요가일래는 느닷 없이 아빠에게 와서 물었다.

"아빠, 아빠가 제일 먹고 싶은 과일이 무엇이지?"
"이제 봄이 오고 있으니 빨갛게 익은 딸기가 먹고 싶네. 그런데 왜?"
"그냥. 그럼, 안녕!"


이렇게 하고 딸아이는 밤인사를 하고 헤여졌다. 21일 아침에 일어나 침실로 갔다.

"아빠, 눈 감아!"
"왜? 빨리 감으세요."
"자, 이제 눈 떠!"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아래 그림이었다. 딸아이는 이 날 밤 11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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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먹고 싶은 과일 이름을 딸아이가 물은 이유가 드러났다. 바로 딸기 케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5단 딸기 케익 그림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 듯했고, 햇님이 축하 삐삐를 불러주기까지 하니 마음이 절로 즐거웠다. 아래는 1년 전인 2009년 생일에 딸아이가 그려서 준 생일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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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 최근글: 한국 동요 노을을 외국어로 번역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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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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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15일) 병원에서 퇴원한 지도 여러 날이 지났다. 처음 한 두 일은 가족 모두가 정성껏 보살폈다. 모든 식구들은 내가 회복될 때가지 푹 쉬어도 좋다라는 암묵적 동의를 한 듯 했다. 당분간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신문을 보거나 tv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해도 눈치를 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이 지나감에 따라 스스로 눈치를 보는 것 같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기력이 나도 자동으로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밤 늦게까지 절대로 일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건만, 사방이 조용한 야밤이야말로 참으로 좋은 작업환경이라는 유혹에 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요일은 날밤을 새다시피해서 일을 해버렸다. 금요일 늦은 오후 집에는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와 둘이서 있었다. 평소 딸아이는 혼자서 침실에서 tv 보기를 좋아한다.

"아빠가 자고 싶은 데 같이 침실에 있어도 돼?"
"되지."
"그런데 너는 아빠가 코곤다고 싫어하잖아."
"요즘 아빠 코 안골아. 코골아도 돼."


이렇게 해서 tv를 보고 있는 딸아이 옆에서 자게 되었다. 얼마를 잤는 지 모르지만 자꾸 더워서 여러 차례 이불을 걷어내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정성껏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느꼈다. 아빠가 더워서 이불을 걷어내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는 데 수고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매순간마다 이불을 다시 덮어주는 딸아이가 무척 고마웠다.

평소 자다가도 일어나 딸아이의 침대쪽으로 바라본다. 혹시 이불을 걷어내고 자지는 않는 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아니더라도 늘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딸아이가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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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부와 놀부" 한글 필사를 하고 있는 요가일래

* 최근글: 에스토니아 6대 신문, 백지 지면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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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18. 08:17

지난 주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와 여러 차례 휴대폰 문자쪽지를 주고 받았다. 이 덕분에 요가일래는  최근 들어 매일 문자쪽지를 보내고 있다. 어제는 Apa mohe?(아빠, 뭐해?)라는 쪽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아직 학교 수업을 다 마치지 않은 요가일래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내가 문자쪽지를 읽어주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아내로부터 건네받아 직접 읽어보았으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다.

Apa maredzima vilia hante mondzi saranhe mondzi ok?
아파 마레지마 빌리아 한테 몬지 사란해 몬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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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학교에서 보내온 순간적으로 난해했던 문자쪽지

mondzi가 두 번 들어간 것을 보니 제일 중요한 단어인 것 같았다. 아내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지만 mondzi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mondzi가 뭔지였다. 아내에게 요가일래가 돌아오면 무슨 상황에서 이 문자쪽지를 보냈는 지를 물어봐야겠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빌리아가 사랑해가 뭔지 물으면 싫어해라고 답해. 알았지? 아니다. 그냥 영어로 i don't know, 아니면 리투아니아어로 aš nežinau라고 답해."

이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요가일래의 문자쪽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Apa maredzima vilia hante mondzi saranhe mondzi ok? 이 쪽지가
Apa vilia hante saranhega mondzi maredzima ok?라고 했더라면 정확하게 이해했을 것이다.
아빠, 빌리아한테 사랑해가 뭔지 말하지마. ok?

문자쪽지를 보내기 전 상황을 요가일래가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노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루카스를 사랑해!"라고 한국말로 떠들고 다녔다. 그렇더니 여자친구 빌리아가 사랑해가 무슨 뜻인지 캐물었다.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빌리아가 아빠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빌리아는 평소 요가일래와 스카이프로 대화를 할 때 종종 끼어들어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일래가 가르쳐주지 않자 아빠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으럼장을 놓았다. 요가일래는 '사랑해'의 진짜 뜻이 발각될까봐 급히 아빠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던 것이다.

요가일래는 학교 교실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한국말을 이렇게 혼자 즐기고 있다.
"아빠, 내가 한국말로 '바보', '똥' 뭐든지 말해도 친구들이 모르니까 정말 재미있어."
"그러니,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한국말을 아빠하고 공부하자. 알았지?"
"옙, 대장님!"


* 최근글: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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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17. 06:13

7박 8일 동안 병원생활을 한 후 지난 월요일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나 그렇듯이 전신마취를 두 서너 시간한다는 말에 가장 두려움이 앞섰다. 마취 후 의식회복이 걱정이었다. 병원생활을 위해 간단한 짐을 챙겨 집을 나서기 전 다시 건강을 회복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 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방 저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병원입원하기 며칠 전에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심은 파 씨앗이 싹을 돋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발코니에는 튤립이 막 자신의 파란 몸둥아리를 내밀고 있었다.

가족이 모여 집안에 일어난 대소사를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의 압권은 요가일래가 차지했다. 3월 10일 음악학교에서 3월 11일 국가독립선포일 기념 연주회가 열렸다. 이 때 요가일래가 노래 공연을 했다. 이 날 밤 언니 마르티나는 사촌언니와 함께 놀려가 새벽에 돌아왔다. 아내는 이들을 걱정하느라 제대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이때 옆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요가일래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자는 동안 요가일래가 중얼거리거나 말을 하는 경우는 흔하다. 몇 음절로 끝날 것으로 엄마는 생각했는데 요가일래는 노래 한 곡 전체를 다 불러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야, 너 왜 노래해?"

라고 아내는 자는 요가일래에게 말을 걸었다.

"라사 선생님이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노래를 하라고 했어."

라고 요가일래는 자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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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0일 음악학교 연주회에서 노래공연하는 요가일래 (사진촬영: 요가일래 엄마)

잠에서 부른 노래는 바로 전날 저녁 연주회에서 부른 노래였다. 아침에 일어난 엄마는 요가일래에게 밤에 일어난 잠 속의 노래하기를 이야기했다. 둘이서 배꼽을 잡고 한참 동안 웃었다고 한다.

"아빠,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그런데 네가 노래하는 현장 장면이 없어서 생생하지 못할 것 같다."
"아빠, 내가 누워서 자는 척하고 노래를 부를 테니 촬영해."
"그렇게까지 연출할 필요는 없다!"

라고 아내가 끼어들었다.

"엄마, 왜 안돼? 재미있잖아! 아빠, action!"

 


나도 자면서 중얼거리나 헛소리나 횡설수설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요가일래처럼 정확한 문장을 길게 말하거나 노래를 끝까지 부른 적은 없는 것 같다. 딸아이에게 재미난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 비록 재현이지만 영상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 관련글: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 최근글: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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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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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동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느라 집을 비웠다. 어제 월요일 아침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규칙 1 - 집에 오면 무조건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에 걸려 방문까지만 왔다.

얼른 손을 씻고 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로 왔지만 갑상선 수술자국이 최근접 접근을 막고 말았다.

"아빠, 상처를 보니 무서워......"
"그래도 아빠잖아."

고개를 뒤로 돌리고 아빠 가까이에 와서 눈을 감고 볼에 입맞춤으로 환영인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요가일래는 딱 한 차례 방문했지만 아빠와 여러 차례 휴대폰 쪽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휴대폰 기계치로 알려져 있다. 소리변경이나 전화번호 입력도 아내나 딸에게 부탁하곤 한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길고 무료한 시간에 한 동안 휴대폰를 가지고 놀았다. 쪽지 기능에 익숙하게 되어 요가일래와  쪽지 놀이를 했다.

휴대폰에는 한글 기능이 없다. 요가일래는 아직 한글 읽기와 쓰기에 서투르다. 그렇다면 아빠가 보내는 쪽지를 읽고 다 이해할까? 어떻게 한국말을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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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 콤부 오딘지 몰라 구리구 나 손에 피가나 솔수 옵소.

어와 으에 상응하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는 없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이를 오나 우로 표현했다. 위의 쪽지를 고치면 아래와 같다.

아니 나 흥부(와 놀부 책이) 어딘지 몰라. 그리구 나 손에 피가나 쓸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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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하구 노라요 -> 이는 언니하구 놀아요 이다.

이렇게 한글 없는 휴대폰로 딸아이에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한국말 문자쪽지를 보내보았더니, 서로 의사소통이 됨에 흐뭇했다. 이 계기로 아빠하고는 문자로도 한국말을 쓰야 한다는 인식을 요가일래에게 심어주었다. 이제 점점 요가일래를 자연스럽게 한글 읽기와 쓰기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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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14. 04:28

일전에 언니 마르티나가 영국으로 떠나 잠시 집을 비웠다.
처음에 요가일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혼자 잘 놀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언니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언니를 그리워하면서, 요가일래가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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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돌아와!


이어서 언니가 돌아오자마자 체스놀이를 즐겨했다. 둘이서 놀이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니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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