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격리조치나 봉쇄조치를 내렸다. 이동제한, 외출금지 혹은 외출자제, 학교휴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실시되고 있다. 식료품, 약국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상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 식당, 커피숍, 이발소 등도 문을 닫았다.
3월 중순 마침 이발하러 가야 할 때였다. 그런데 3월 15일 이발사로부터 아래 문자쪽지가 왔다.
"(코로나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로 3월 16일) 월요일부터 모든 이발소가 문을 닫아요..."
리투아니아는 4월 27일까지 격리조치가 연장되어 이발소를 비롯한 미장원이 다 문을 닫았다.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는 5월 10일까지 봉쇄조치를 연장했다. 갈수록 머리카락이 점점 길어진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지멋대로 헝클어져 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 보기조차 무섭다.
평소 집에 남성용 이발기가 하나 준비되어 있으면 이때 한번 신나게 써먹을 수 있을 텐데 참 아쉽다. 물론 식구들이 삭발이나 반삭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우선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무렵 이웃 나라 폴란드에 사는 현지인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내용인즉 "이발소가 다 문 닫아서 스스로 머리깍기를 시작했다. 어디 (지난 가을에 같이 만났던) 모스크바 교무님(원불교 성직자)하고 비슷해?"
이발기로 시원하게 반삭으로 깎아버린 친구의 머리가 부럽다. 근래에 리투아니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있다.
"요즘 경찰서에 들어오는 가장 많은 문의가 뭔지 알아?"
"몰라. 한번 생각해봐야겠네."
"바로 문을 연 이발소가 어디 있느냐야!"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에는 이발소가 다 문을 닫았기에 유럽 남자들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식구가 해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이 많이 올라온다. 기발하거나 기이한 방법들이 눈길을 끈다. 이중에서 가장 큰 압권은 양목축을 하는 사람의 자가 이발법이다.
아일랜드 농부인 그는 길게 자라서 휘날리는 자신의 백발을 양털을 깎는 커다란 가위로 쓱삭쓱삭 깎아나간다. 그의 영상은 짧은 시간에 수백만 조회수를 올렸다. 평소 양털을 깎는 실력 덕분이 아닐까...
이 영상은 코로나19로 이발소가 문을 닫아서 겪고 있는 유럽 남자들의 고충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저 머리 위 위협적인 양털깎기의 위력으로 하루속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기길 바라고 바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프랑스는 5월 10일까지, 독일은 5월 3일까지 코로나19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조치를 최근 연장했다. 박물관 등 관공명소들도 휴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여러 유명한 박물관들이 코로나 시국에 온라인으로 전시실이나 전시품을 개방에 누구나 쉽게 접근해 문화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10개를 아래에 소개한다[출처].
1. 에르미타주 박물관 (Hermitage Museum)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립 박물관이다. 영국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1764년에 예카테리나 2세가 미술품을 수집한 것이 그 기원이다. 현재 방 1000여개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제로, 라파엘로, 루빈슨, 피카소, 고갱, 고흐, 르노와르, 렘브란트 등의 수많은 명화와 고대 유믈들이 전시되어 있다.
* 관람객들이 붐비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복도다. 박물관은 언제 다시 저런 모습을 되찾을까?
2. 루브르 박물관 (Louvre Museum)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박물관이다. 파리 중심가에 있는 루브르 궁전에 위치해 있다. 12세기 요새로 출발한 루브르 궁전은 1672년 베르사유 궁전에 거주하기로 결정한 루이 14세가 왕실의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한 장소로 쓰도록 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1793년 박물관으로서 첫 문을 열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은 가보길 원하는 곳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솔로몬 로버트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인상파, 후기인상파 그리고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솔로몬 구겐하임은 철강왕으로 알려진 벤저민 구겐하임의 형이다. 벤저민은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고로 사망하고 그의 딸인 페기 구겐하임이 막대한 상속 유산으로 세계의 미술품을 수집했다. 이에 솔로몬 구겐하임이 조카의 수집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건립했다.
더 많은 온라인 박물관이나 미술관 구경은 구글의 예술과 문화 수집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해서 현지에서 직접 이 박물관을 찾아 관람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다. 자가체류하면서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은 온라인으로 관람해보고 갔다온 사람은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보자.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 확산세가 둔화될 줄 모르고 계속 퍼져가고 있다. 유럽이 가장 우려하는 시기가 요즘이다.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해 사람들이 활발히 야외생활을 즐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12월 25일 성탄절과 더불어 유럽 최대 명절 중 하나인 방문이 잦은 부활절 시기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미 봉쇄령이나 외출금지령을 내려 실시하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최근 격리조치 기간을 4월 27일 24시까지 연장했다. 그동안 권장사항이었던 마스크착용이 4월 10일을 기해서 공공장소에서 의무화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부활절 시기 지역간 이동제한령이 실시되고 있다. 4월 10일 20시부터 12일 20식가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거주지역을 벗어날 수가 없다. 격리조치를 위반할 시 개인에게는 500-1000유로, 사업체나 법인체에게는 1500-6000유로 벌금이 부과된다.
빌뉴스 네리스 강변 언덕에 심어진 벚나무들이 이번주에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성질 급한 꽃망울들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평년 같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벚꽃놀이를 즐길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격리조치와 감염위험으로 벚꽃공원은 4월 27일 24시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빌뉴스 시청과 리투아니아 통신회사 텔리아(Telia)가 시민들이 집에서 벚꽃놀이를 할 수 있도록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4k 해상도 카메라가 벚꽃광경을 실시간 유튜브로 내보내고 있다. 이 생방송은 4월 10일부터 벚꽃이 질 때까지 지속된다. 관련글을 읽으면 여기에 벚나무가 심어진 사연을 접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한국, 호주 등에서는 확산세가 이제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 등을 내려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국경봉쇄, 외출금지, 마스크착용, 사회적 격리, 자가체류 등이다.
격리지침 위반에 대한 처벌은 나라마다 여러 가지다. 인도는 봉쇄령을 어기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몽둥이질로 단속하고 있다. 어떤 곳에는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귀잡고 쪼그려 뛰기, 팔굽혀펴기 등 보통 유럽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벌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국민이동제한령을 내리고 위반한 사람에게 최대 3천유로(약 4백만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호주는 위반시 최대 벌금 66,725달러(약 5천1백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자가격리와 자가체류가 권장되고 있다. 오늘은 낮 최고온도가 20도까지 올라가는 날씨다. 이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름철 날씨다. 이런 좋은 봄날씨에 밖에 나가서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갑갑하다.
지난 일요일 일주일만에 숲 속으로 산책을 나갔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중 하나인 서양할미꽃도 보고 맑은 숲공기를 마시면서 모처럼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파트 주차장에서부터 난데없이 딸아이 요가일래가 딸꾹질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무관한 증상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코를 막고 한참 숨을 쉬지 말아봐라"라고 했다.
"그래도 딸꾹질이 안 그친다."
"그러면 빨리 집에 올라가서 차가운 물을 마셔봐라."
"아니야. 아빠 방법 말고 내가 아는 방법을 한번 해볼 거야."
집에 들어오자마자 여전히 딸꾹거리는 요가일래는 부엌 찬장에서 설탕컵을 꺼낸다.
"뭐 하려고?"
"보면 알지."
설탕을 차숟가락에 담더니 입안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침묵이다.
한참 후 입을 열더니 말했다.
"봐, 이제 딸꾹질 안 하잖아!"
"어떻게 했는데?"
"설탕을 혀바닥에 얹고 혀를 입천장에 붙여서 설탕에서 나오는 단물을 빨아먹었지."
"우와~ 내가 처음 알게 된 방법이네. 누가 가르쳐 줬어?"
"합창단 지도 선생님이 알려 줬어. 갑자기 딸꾹질을 하면 노래를 할 수 없을 때 쓰는 방법이라고 했어."
"아빠도 나중에 이 방법을 한번 사용해 봐야겠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설탕을 먹으면 단맛이 신경을 자극해 딸꾹질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좀 더 검색하니 딸꾹질을 멈추는 방법이 너무 다양하다. 90도로 몸을 숙여 물 마시기, 설탕물 마시기, 혀 잡아당기기, 가슴 부위 지그시 누르기, 재치기하기, 신 음식 먹기, 숨 들이쉬기 ,트림하기, 간지럼 참기, 놀라게 하기 등이다.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세계 각국 사람들은 어떻게 딸꾹질을 멈출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회원 2만2천 명이 넘는 국제어 에스페란토(Esperanto)페이스북 그룹에 "평소 어떻게 딸꾹질을 멈춰?"라고 물어봤다.
짧은 시간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다양한 답을 해줬다. 여러 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개인들이 각자 평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해서 아래 소개하고자 한다.
캐나다 Sylvain: "누군가 당신을 놀래켜라."
슬로베니아 Vesna: "물을 마시거나 코를 막고 천천히 20까지 숫자를 세라."
헝가리 Éva: "왼팔을 높이 들거나 물 10방울을 마시거나 설탕 한 숟가락을 먹어라."
미국 Jeremiah: "양쪽 귀 뒤에 아이스크림으로 머리를 눌러라."
핀란드 Kalle: "설탕 한 숟가락을 입안에서 녹이지 말고 그냥 삼켜라."
스웨덴 Bertilo: "긴장을 풀고 규칙적으로 호흡한다."
헝가리 Anna: "호흡을 최대한 멈춘 후 깊게 들이쉰다. 딸꾹질이 그칠 때까지 이를 반복한다."
러시아 Sergeo: "누군가 당신을 갑자기 크게 놀래켜야 한다."
중국 Miao: "찬물을 벌컥 삼킨다."
브라질 Jose: "코를 막고 최대한 호흡을 멈춘다."
중국 Dagez: "갑자기 누가 당신을 때리면 금방 딸꾹질이 그친다."
세르비아 Živanko: "자두술로 (멈춘다)."
헝가리 Csaba: "강하게 집중한다."
미국 Hans: "치아로 연필을 물고 물을 마신다."
이탈리아 Davide: "힘껏 소리 질러라."
러시아 Oleg: "깊게 숨을 들이쉬고 멈춘다."
일반적으로 설탕물을 마시거나 설탕을 입안에서 녹여서 먹어라고 하는데 핀란드인 친구 칼레(Kalle)은 그렇게 하지 말고 삼켜라고 한다. 왜냐하면 "마른" 설탕이 목구멍을 자극함으로써 신경에 영향을 미쳐 딸꾹질이 그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치아로 연필을 물고 물을 마신다는 미국인 한스(Hans)의 방법이 특이하다. 이렇게 하면 산소기포가 횡격막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을 돕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은 넓고 딸꾹질 멈추는 법은 많다.
유럽 리투아니아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조치가 3월 16일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교는 휴교 중이고 자가격리와 자가체류가 권장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슈퍼마켓에 가는 날에만 밖으로 나간다.
우리 집 아파트 현관문에서 나와서 계단으로 내려가니 출입문에 묶어져 있는 플라스틱병이 하나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이 플라스틱병은 어느 나라에서는 사재기 등으로 아주 구하기 힘든 손소독제다. 아파트 관리회사가 거주자들이 출입시 손을 소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공공건물 출입문을 여는 습관이 달라졌다. 초기에는 장갑을 낀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하지만 사태가 점점 확산되자 장갑을 낀 손으로도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문을 열까?
어색하지만 팔꿈치나 팔을 사용해 손잡이를 잡고 연다. 그런데 손으로 여는 것보다는 훨씬 불편하다.
역시 사업하는 사람은 기발하다.
리투아니아 한 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우려로 사람들이 손잡이를 이용하는 것을 꺼려할 것이라 판단해 최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팔로 쉽게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보조장치를 고안해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생기기 마련임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기존 손잡이에 끼어넣어서 고정만 시키면 된다.
미국에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1시간에 23회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진다[출처].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감염 위험을 높인다. 특히 이는 겨울철 감기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손잡이를 통해 직원 한 명이 몇 시간 내로 직원 40-60%를 감염시킬 수 있다[출처]. 그러므로 감영증 예방수칙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여러 물체와 접촉이 잦은 손을 비누로 꼼꼼하게 씻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계기로 특히 공공건물 출입문을 여는 습관이 달라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잡고 문을 여는 손잡이는 그다지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손잡이를 자주 소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염병 대유행시에는 이렇게 출입문에 팔잡이 하나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면 참 좋겠다. 누구는 그저 팔꿈치로 문을 여니 불편하다는 생각만 하지만 다른 누구는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어 사업을 하는구나... ㅎㅎㅎ
다음주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코로나바이러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자가격리 내지 자가체류가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동제한령까지는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외출시 마스크 착용과 사람간 일정한 거리유지가 권장되고 있다.
이번 일요일 모처럼 날씨가 맑고 따뜻했다. 점심 식사 후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면서 아내가 빌뉴스 교외에 있는 인적 드문 숲으로 산책할 것을 권했다. 딸까지 이에 동조하니 2:1이 되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게 되었다.
숲 입구 주차장 바로 숲길 옆에 보라색 꽃이 마치 우리를 기다리는 듯하다. 보라색 꽃이 아직 피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난해 떨어진 낙엽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자칫하면 사람들이 무심결에 그냥 밟고 지나갈 수도 있겠다.
어릴 때 한국의 고향 뒷산 무덤가에서 많이 본 할미꽃을 많이 닮았다. 학명은 pulsatilla vulgaris인데 보통할미꽃 혹은 평범할미꽃으로 번역될 수 있겠다. 서양할미꽃이라 불러도 되겠다.
리투아니아어로는 šilagėlė인데 직역하면 숲꽃이다. 유럽에서 30년 동안 살면서 야생 숲에서 흔하지 않게 본 꽃이라 더욱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여름철 하늘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춘삼월 날씬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애궁~~~ 이 일을 어찌 할꼬?!
할미꽃 사진을 찍는 동안 아내와 딸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숲은 쭉쭉 곧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가 대부분이다. 바닥은 빌베리(bilberry) 관목이 온통 덮고 있다.
지난해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다. 푸른색 일색인 숲 속에 햇살에 빛나는 빨간색 열매가 돋보인다. 마치 군계일학을 만난 듯하니 내 전화기 카메라가 가만 있을 리 없다.
노간주나무다. 아내는 벌써 손에 노간주나무 가지를 잡고 있다. 왜 일까? 일전에 우리 가족이 함께 본 기생충 영화의 송광호 대사가 떠오른다.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여보, 역시 당신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이번 일요일은 종려주일(성지주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이다. 리투아니아는 가톨릭 신자가 약 80%다. 남쪽에서 성지로 종려나무 가지를 사용하지만 여기 북쪽에는 종려나무가 자라지 않으므로 자작나무나 버드나무 가지를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 가지를 마른 꽃 등으로 장식하고 이를 베르바(verba)라 부른다. 이와 더불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노간주나무 가지를 이날 성당에서 축성을 받는다.
평년 같으면 아내는 대성당 가는 길에 노간주나무 가지를 길거리 상인들에게서 사서 미사를 본 후 축성을 받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온 식구들을 불러놓고 이 노간주나무 가지로 얼굴, 손, 허리 등을 팍팍 때린다. 순간적으로 엄청 따끔하고 그 통증이 한동안 지속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몸에 있는 악한 기운을 다 내쫓고 앞으로 1년 내내 안녕하길 바라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길거리 상인들도 없고 미사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아내는 우릴 숲으로 데리고 가서 노간주나무 가지를 꺾어서 기원의식을 치렀던 것이다.
이 노간주나무 가지를 집으로 가져와서 내년 이날까지 잘 보관한다. 그리고 지난해 것은 이날 불로 태운다. 한 해의 안녕을 바라면 한 순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전세계 확진자 수가 이미 백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 수가 6만6천 명에 이른다. 미국은 4월 3일 단 하루만에 새로운 확진자 수가 25,185명이다. 이를 두고 분명히 트럼프는 미국의 코로나 진단검사 속도가 세계 최고라고 자화자찬할 수도 있겠다.
프랑스는 4월 3일 하루 새 확진자 수가 5,233명이고 하루 사망자 수가 이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20명이다. 총 확진자가 64,338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휴교령에 이어서 전국민 이동제한령까지 내려졌다. 학교가 닫히자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치러질지가 불투명한 고등학교졸업시험을 앞두고 있는 요가일래
4월 3일(금요일)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올 여름에 치를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줄임말 bac)가 취소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시험은 고등학교 졸업시험으로 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된다. 50% 이상의 점수를 받는 모든 학생에게 프랑스 대학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논술과 철학 시험이 필수인 것으로 유명하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의해 1808년 처음 시작된 시험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취소된 적이 없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시험이다. 드골 정부의 실정과 사회 모순이 초래한 1968년 5월 학생과 노동자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 시험은 치러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가할까?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바칼로레아 대신 학생들은 1년 동안 시험과 숙제로 얻은 점수를 기반으로 평균 점수를 받을 것이다. 이것이 어려운 현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간소하고 안전하고 공정한 해결책이다. 지금의 봉쇄 기간 동안 얻은 점수는 계산에 넣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출처].
현재 살고 있는 나라 리투아니아 졸업시험은 어떻게 될까?
딸 요가일래가 고등학교 졸업반이어서 걱정이 된다. 이 졸업시험은 대학입학시험에 해당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서 계속 휴교 기간이 길어진다면 리투아니아도 프랑스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투아니아도 프랑스처럼 할 수 있을 텐데 너 평소 성적 괜찮아?"
"응, 좋아. 걱정하지마."
"아이엘츠(IELTS) 시험 성적을 2월에 받아 놓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게."
(요가일래는 지난 1월부터 2개월만 학원을 다닌 후 2월 23일 시험을 치러 아주 만족한 점수를 얻었다.)
한편 요즘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숲에는 봄의 전령사 노루귀꽃이 쌓인 낙엽을 뚫고 피어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이맘때 숲에서 만난 귀한 분홍색 노루귀꽃이다. 격리조치 초기에는 산책을 권하더니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가격리를 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자연 속 노루귀꽃을 감상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앞 어린이 놀이터에 있는 개벚나무는 꽃망울을 틔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만 밤새 겨울 내내 오지 않던 눈을 맞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햇살 내리쬐는 날에는 아이들이 뛰는 노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 또한 코로나19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이용금지를 뜻하는 줄이 놀이기구를 감싸고 있다.
아, 빨강색 노란색 줄이 언제 걷힐까?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를 하루빨리 아파트 발코니 창문을 통해 듣고 싶다. 거실에서 온라인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아내도 하루빨리 학교로 정상 출근하면 좋겠다.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에 참가하는 딸도 하루빨리 학교로 등교해서 집에서 나 홀로 마음껏 음량을 높여 여행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싶다. 아, 그날이여! 하루빨리 오소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주요 섬 7개(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먼저 란사로테(Lanzarote)를 방문했다. 푸에르토델카르멘(Puerto del Carmen, 푸에르토 델 카르멘)에서 묵으면서 해변산책, 해수욕 그리고 일광욕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아내에게 관광회사를 통해 전일관광(
우리 숙소 바로 앞까지 관광버스가 온다. 먼저 몇몇 도시를 들러서 예약한 손님들을 태운다. 해변도시를 벗어나 내륙 산악지대로 들어갈 수록 땅은 더욱 척박하다.
종종 이렇게 가꾸어진 푸른 식물들을 만나면 웬지 기분이 상큼해지고 눈이 즐거워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저 화산재 밑에 숨어 있을까...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구경한 첫 번째 장소가 엘골포(El Golfo)다. 작은 어촌이다. 이름 그대로 조그마한 만이 형성되어 있다. 좀 더 왼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녹색 석호가 있다. 단체관광이라 그기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반대쪽 산기슭을 자세히 보면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18세기 화산 분화로 뜨거운 용암이 바다로 흘려들어갈 때 차가운 조류가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작품이다.
다음 행선지는 1895년 시작된 염전(Salinas de Janubio)이다. 석호의 바닷물을 초기엔 풍차, 지금은 전기펌프로 끌어올려 자연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연 2,000-15,000 소금을 생산한다. 검은색 화산석 둘레에 쌓여 있는 소금의 하얀색이 더욱 하얗게 보인다. 여기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염전이다.
오늘 투어의 최고 명소 중 하나인 티만파야(Timanfaya)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여러 색깔의 토양, 크고 작은 분화구, 기암괴석, 완만하게 경사진 산 그리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지형이 지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행성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는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달이나 화성이 아니라 국립공원 박물관 주차장이다. 여기서는 낙타타기 선택관광을 할 수 있다. 두 줄로 쭉 앉아 있는 낙탁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옛날 낙타는 란사로테에서 농사와 운송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가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관광객들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현장에서 지불하면 된다. 낙타타기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마치 산을 넘어가는 대상의 행렬을 보는 듯하다. 우리 가족은 천성적으로 동물을 이용해 하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찾아간 곳은 주차장 가까이에 있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카나리아 제도의 주민들이 어떻게 낙타를 활용했는 지를 잘 전시하고 있다. 단봉낙타등에 여러 도구를 얹어서 때론 교통 수단으로 때론 운송 수단으로 활용했다. 아래 사진 속 초록색 물건은 낙타안장이다. 낙타등 위에 얹어서 양쪽으로 각각 한 명이 탄다.
다시 관광버스는 꾸불꾸불한 아스파트길을 따라 이동한다. 특히 아스팔트 길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은 금지다. 용암 위 걷기는 화산 물질에 해를 끼치거나 지의류(화산석에 자라는 유기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밑에 동굴이 있을 수 있는 얇은 용암 표면을 걷는 것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이다.
전일관광의 최고 백미는 티만파야 국립공원 안에 있는 불의 산(Montañas del Fuego)이다. 공원 입장료는 성인 12유로다. 사람들이 빙 둘러 모여 무엇인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무슨 일일까?
공원 직원이 긴 철봉 끝에 나뭇가지 뭉치를 매달아 바위 틈 사이로 밀어넣자 곧 불이 활활 타오른다. 그냥 구덩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불구덩이다.
이제는 직원이 물 한 동이를 쇠구멍에 부어 넣자 조금 후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수증기가 치솟는다. 화산 지열이 아직도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하 13미터 깊이에 온도가 섭시 100-600도이다. 티만파야에서 마지막 화산 분화는 1824년에 일어났다.
이곳에 자리잡은 엘디아블로(El Diablo) 레스토랑의 화덕은 정말 환상적이다. 요리 연료비가 0원이다. 지하 10미터에서 올라는 약 300도의 지열로 음식을 요리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다. 이 또한 란사로테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스페인 예술가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의 작품이다.
개별여행이라면 이 레스토랑에서 꼭 식사를 해보고 싶은데 단체여행이라 미리 정해진 식당이 다른 곳에 있다. 아쉽고 아쉽다. 저 화산지열로 구운 요리를 맛보는 기회가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길 바란다.
동정녀의 망토(Manto de la Virgen)로 불린다. 붉은색이 금방이라도 이글거리는 용암을 뿜어낼 기세다. 이런 신기하고 기이한 형상을 지닌 바위를 여기저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스팔트 길 옆 용암벽이 버스보다 더 높다. 휴, 다행히 식은 용암이다. 그래도 두려움이 검은 용암벽을 따라 눈 안으로 들어온다.
내려다 보이는 것이 엘디아블로 식당이 있는 불의 산 시설물이다.
단체로 먹는 점심식사다. 푸짐하고 맛있다.
만차블랑카(Mancha Blanca)에 있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1730-1736년 화산 분화로 용암이 마을을 향해 흘러내려 왔다. 이때 주민들이 고통의 성모 마리아 상을 이웃 마을 티나조(Tinajo)의 산 로케(San Roque) 성당에서 빌려서 기도 행진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용암이 식어서 멈췄다. 이 자리에 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기적을 일으킨 성모 마리에 감사하기 위해 성당을 건립했다.
이어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란사로테의 주요 포도주 산지인 라게리아(La Geria)다. 란사로테는 아주 특이하게 포도농사를 짓는 곳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화산으로 황폐화된 극한 토양에서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회색빛의 산정상 가까이까지 반원형 돌벽이 빼곡히 쌓여 있다. 1730년대 화산 분화가 있기 전까지 란사로테는 농업이 번성한 섬이었다. 연속으로 일어난 화산 분화로 인해 땅 위에는 재와 자갈의 두꺼운 층이 형성되었다. 처음에 농민들은 이것을 재앙으로 봤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화산 토양이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스펀지같은 성질이 있어 물을 빨리 흡수하고 오랫동안 수분을 보존한다. 재는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해서 비록 공기 온도가 오르내리더라도 토양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화산 분화 후의 란사로테는 포토재배에 아주 적합하게 되었다. 포도는 화산재 토양에서 잘 자라고 완만하게 높아지는 경사면은 포도나무에 이상적이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포도가 필요한 반복적인 냉온 변화를 준다. 낮에는 따뜻하고 거의 늘 맑고, 밤에는 춥다. 온도 차이는 포도가 산도(추운 밤)와 단맛(따뜻하고 맑은 낮) 둘 다 발전시키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주된 문제 하나가 있다. 바로 바람이다. 한결같이 대서양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는 윈드서핑이나 카이트서핑에는 최고다. 하지만 어린 포도나무를 흔들어 넘어뜨리거나 뿌리채 뽑아 버릴 수 있다. 농민들은 그 해결책으로 화산 토양에 넓고 얕은 구멍을 파서 어린 포도나무를 심고 그 주변에 돌을 쌓아 반원형 바람막이 벽을 만들었다. 벽의 높이와 구멍의 깊이가 매우 중요하다. 어린 포도나무가 그림자에 방해받지 않고 그대로 햇빛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한 화산 토양으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얕아야 한다. 포도농장마다 이런 구멍과 벽이 수천 개나 된다. 한 그루마다 바람막이 벽이 필요하니 얼마나 많은 노고와 정성이 깃들어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도주 시음을 한다. 포도주 전문가 아니라 그 맛을 묘시하기가 힘든다. 황폐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특이한 포도재배법을 찾아낸 란사로테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뜻으로 우리도 포도주 2병을 구입한다. 다시 버스는 북쪽을 향해 달린다. 절벽 위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다.
여러 시간 동안 사람을 제외한 움직이는 생물체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땅에 떨어진 마른 나무줄기와 비슷하게 생긴 도마뱀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한다.
싱싱한 초록색 잎과 분홍색 꽃이 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그동안 재빛색 화산석에 찌들어 있는 내 눈을 잠시나마 정화시켜 준다.
저 아래 계곡에 있는 하얀색 도시가 아리아(Haría)다. 발 밑은 급강하 천길 낭떠러지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예민한 사람은 전일관광을 떠나기 전 멀미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는 완전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화산 사막을 벗어나 마치 비옥한 옥토를 지나는 것 같다. 아리아는 "야자수 천 그루 계곡"라 불린다. 이곳에는 카나리아 제도 자생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전일관광의 또 다른 백미다. 세사르 만리케가 심혈을 쏟아 조성한 자메오스델아구아(Jameos del Agua) 화산 동굴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크라운 화산 분화에 의해 생성된 용암 동굴에 있다. 동굴의 총길이는 6킬로미터이고 이중 1.5킬로미터 정도가 해수면 아래에 위치해 있다. 지하소금호수, 레스토랑, 정원, 비취색 연못, 박물관, 관람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1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바닷가재(squat lobster)들의 서식지다.
용암 동굴의 지붕이 무너진 자리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놓았다. 시커먼 용암으로 둘러싸인 하얀색 연못가와 비취색 연못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우리 숙소 앞까지 관광버스가 태워 준다. 돌아오니 아름다운 노을이 반긴다.
포도농장에서 구입해온 포도주를 마시면서 란사로테 일주관광을 되돌아본다."오늘 관광 만족해?"라고 아내에게 묻는다."오늘 당신 말 듣기를 정말 잘 했다. 자, 위하여!"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Lanzarote)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직항이 없어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경유지로 선택한 도시가 바르셀로나다.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볼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일 비행기가 없어 바르셀로나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밤 비행기로 떠나는 일정이다. 저가항공의 대명사 라이언에어(Ryanair)를 이용한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늦은 밤에 도착한다. 다음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있어서 에어비엔비(Airbnb)로 바르셀로나 중심가에 있는 아파트를 숙소로 정한다. 칠이 벗겨진 현관문이 우릴 기다린다. 도심속 오래된 아파트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습관적으로 혹시 누군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지는 않았을까라는 장난 섞인 의심으로 먼저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숙소 침실이다. 커튼 뒤가 창문이다. 나무덮개를 열면 유리창문이 나온다. 나무덮개가 차양막 역할도 한다. 유리를 통해 밖을 보기 위해서는 나무덮개를 열어야 한다. 마치 창문 없는 곳에 갇혀 있는 듯해서 무척 답답함을 느낀다. 1박이기 다행이다.
아침이다. 하지만 중심가 좁은 골목길 동네라 건물 사이로 트인 틈을 통해서만 창공을 바라볼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시내구경에 나선다. 무거운 짐가방은 가까운 곳에서 있는 짐보관소에 맡긴다.
한나절만에 바르셀로나 명소를 다 구경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핵심적인 것만 도보여행으로 둘러보기로 한다. 햇빛이 내리쬐는 골목길이다. 걸어오는 사람이 마치 공연을 하기 위해 조명이 훤하게 켜진 무대로 나오는 배우처럼 보인다.
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깃발이 건물 도처에 걸려 있다. 독립을 향한 카탈루냐 사람들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 선이 4개 있고 파란색 삼각형 안에 하얀색 별이 있는 깃발이다.
이동하다가 가로수에 묶여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띈다. 앞바퀴만 빠져 있다. 누군가가 앞바퀴만 훔쳐 갔을까? 아니면 설치예술가가 의도적으로 전시해 놓은 작품일까?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예술가 피카소와 가우디 등을 배출한 예술의 도시이기 때문에 후자를 생각나게 한다.
자물쇠 줄을 보니 그 굵기가 장난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 자전거라면 뒷바퀴 바람이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뒷바퀴가 멀쩡하다. 간밤에 도둑을 맞은 쪽으로 살짝 생각이 기울기 시작한다. ㅎㅎㅎ
첫 번째 명소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 로마 가톨릭 성가족성당)이다. 가우디 건축의 최고로 꼽힌다. 입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성당 건축이 완전히 완공된 후에 내부입장을 해보자. 언제쯤일까?
1882년 비야르(Villar)가 건립을 시작해서 이듬해 가우디가 이어 받아 고딕과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시켜 설계를 변경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4분의 1만 완공한 채 생을 마감했다. 개인적인 기부금에 의존하므로 건설작업이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가이디 사망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성가족 성당 둘레를 빙 둘러보고 연못이 있는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제 개선문(Arc de Triomf)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보통 개선문은 의미있는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우는데 이 개선문은 1888년 바르셀로나 세계박람회(Expo)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텔레비전 촬영 중이다. 우리도 슬쩍 지나왔는데 어디 좀 나왔을까....
양옆의 야자수가 이국에 와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 시우타데야(Ciutadella) 공원으로 향한다. 세계박람회를 위해 사용되었던 공간에 조성된 공원이다.
점점 다리가 무거워진다. 그 순간 멀리 특이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토레 아그바르(Torre Agbar) 건물이다. 35층 142미터 높이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했다. 콘크리트 심지, 철골, 유리틀 그리고 불규칙하게 배치된 창문 4000개로 이루어져 있다. 40가지 색조로 칠한 표면은 일조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자아낸다. 바르셀로나 건축의 또 하나의 명물이다.
바르셀로나 해변으로 가기 위해 철길을 넘어서 만난 조형물이다. 이를 보자마자 뭐라고 자세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역시 바르셀로나스러운 작품이다"라고 생각해 본다.
지중해 바르셀로네타 해변(Playa de la Barceloneta)이다. 해수욕과 일광욕 그리고 산책욕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2킬로미터에 이르는 해변산책로나 모래해변을 따라 걷기만 해도 바르셀로나에 온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돛을 단 배 모양을 띤 바르셀로나 W호텔이 저기 보인다. 마치 바람이 불면 지중해 동쪽으로 금방이라도 두둥실 항해할 듯하다.
이제 해변에서 도심으로 회항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Mirador de Colom)의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기 하기 위해 1888년 세계박람회 때 세운 기념비다. 높이가 60미터다.
꼭대기엔 콜럼버스 동상이 있다. 오른손은 항해 출발 방향인 마요르카를 가르키고 왼손은 항해지도를 들고 있다. 기사와 제독 작위, 발견한 땅의 총독 지위, 얻은 총수익의 1/10의 조건을 내건 콜럼버스의 무모한 도전 정신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받아들인 이사벨 1세 여왕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되새겨본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도심 속 산책거리 람블라(Rambla 또는 람블라스 Ramblas)로 접어든다. 1.2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과 콜럼버스 기념비를 연결하고 있다. 선물가게, 커피가게,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관광객들이 신나게 구경하고 소매치기들이 그 방심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노리는 거리다.
여기저기 재미난 무언극 배우들을 만난다. 세계 최고의 거리 무연극 배우들이 이곳에 모여 마치 경연제를 벌이는 듯하다.
이제는 하루 종일 도보에 시달리던 다리를 넉넉하게 쉬게 하면서 출출한 배를 달래야 할 시간이다. 하몽(돼지 뒷다리를 넓게 짤라서 소금에 절인 후 건조시킨 고기)을 얇게 썰은 타파스다.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인 파에야(paella)다. 해물 파에야를 시켰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걸어서 바르셀로나를 둘러보았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카탈루냐 광장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날 이동경로다. 이렇게 걸어서 돌고나니 바르셀로나가 눈에 더 생생하게 각인된다. 이제 조금 맛보기를 했으니 다음 기회에는 여러 날 동안 머물면서 찬찬히 구경해야겠다.
리투아니아는 2월 28일 첫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후 3월 중순부터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리투아니아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하나로 모든 교육기관이 3월 13일부터 기약 없는 임시 휴교다.
음악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도 재택근무한다. 정상근무하듯이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인 요가일래도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을 듣는다. 4월 중순에 있는 첫 졸업시험 과목인 영어 시험도 무기한으로 연기된 상태다.
장보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 식구가 하루 24시간 꼬박 함께 집에 머무른 지 벌써 20일째다. 다행스럽게 평소에 거의 각자가 식사를 알아서 해 먹어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는 식구간 갈등은 없다. 아침은 일어나는 시간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알아서 챙겨 먹는다. 점심도 저녁도 배고픈 시간이 각자 다르니 스스로가 알아서 해 먹는다.
그렇지만 같이 먹을 때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식구를 위해 많이 해서 남겨 둘 때도 종종 있다. 어제 하루는 요가일래와 비슷한 식사 시간이었다.
"아빠, 내가 오늘 렌틸콩 밥을 해서 먹을 건데 해 줄까?"
"좋지. 렌틸콩이 혈당을 낮추는 데도 좋고 심혈관에도 좋다고 하더라."
"내가 손가락을 다쳤으니까 나중에 씻는 데 좀 도와줘."
"알았어."
요가일래가 즐겨 먹는 렌틸콩 밥 요리하기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고구마를 깨끗하게 씻는다.
고구마는 리투아니아에서 자라지 않는다. 주로 스페인에서 재배된 수입농산물이다. 그래서 감자보다 훨씬 비싸다. 보통 1킬로그램당 감자는 0.3유로고 고구마는 2유로다. 6-7배 가격차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2일 코로나19 범유행(팬더믹)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결국 전개되고 말았다. 중국과 한국의 확진자수의 순위가 각각 1위와 2위로 고정되다시피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 국가와 미국의 확진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2월 2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월 30일 전국 확진자수가 491명이고 사망자는 7명이고 완치자는 1명이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확진자수가 230명이다. 현재 빌뉴스 인구는 58만명이다. 빌뉴스의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1392명이다. 인구대비 확진자수 비율은 0.04%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http://delfi.lt
서울은 확진자수가 434명이다. 현재 서울 인구는 970만여명이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만6천명이다. 인구대비 확진자수 비율은 0.0045%다.
빌뉴스와 서울의 인구수와 인구밀도 등을 감안해 확진자수 비율을 비교해보면 한국과 서울이 얼마나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하고 있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세계가 깜짝 놀라고 한국의 모범적 코로나 대처법을 배우고자 할 수밖에 없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3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미 3월 13일부터 모든 교육기관은 임시 휴교다. 식품점 등을 제외한 상점 영업금지, 외출자제, 외출시 마스크 착용, 타인과 2미터 이상 거리 유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 집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슈퍼마켓에 간다.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기회가 없다. 주문할 때마다 주문이 폭주해서 더 이상 주문을 받을 수가 없다는 안내문만 뜬다. 식품점도 가족당 한 사람만 가는 것이 좋다.
* 코로나 시국에 물품들은 뜨거운 물로 비닐봉지를 먼저 씻고 말려 냉장고에 넣는다.
우리 집 식구는 현재 세 명이다. 슈퍼마켓에 갈 때 둘이 나가야 한다. 자가격리를 하다시피 하니 차를 끌고 나갈 일이 없으니 자동차 밧데리가 자연 방전이 되어 약해진다. 그래서 한 사람은 슈퍼마켓에 들어가 물품을 사고 한 사람은 시동을 끄지 않은 차에 남아 있어야 한다.
부엌에서 아내와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식품을 살까?"라고 내가 물었다.
"아니. 내가 여자니까 물품을 고르면서 위생에 더 주의할 수 있어."
"나도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1회용 장갑을 끼고 주의할 수 있어."
"나이가 많을수록 더 위험하다고 하니 조금 어린 내가 들어갈게."
"같은 50대잖아. 내가 들어갈게."
"혈액형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 A형이 O형보다 더 많이 감염되었다고 해."
"그래?"
"당신 혈액형이 뭐야? 난 O형이야."
"난 A형이야."
"그럼 내가 들어갈게. 당신은 차에 그냥 앉아 있어."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딸 요가일래가 자기 방에서 부엌으로 들어왔다.
"내가 들어갈게."
"왜?"
"어린이와 젊은이의 감염률이 상당히 낮다고 해. 내가 우리 집에서 제일 어리잖아."
"안 돼. 너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잖아. 졸업시험도 있잖아. 그냥 집에 있어."
"그러면 아빠가 슈퍼마켓에 들어가지 말고 엄마가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왜?"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검염률과 사망률이 더 높다는 기사를 읽었어. 그리고 아빠는 당뇨가 좀 있고 혈액형도 A형이잖아."
이렇게 해서 이날 슈퍼마켓은 아내가 들어가서 식품을 구입하고 나는 차에서 기다렸다. 가족의 배려하는 마음에서 가족애를 진하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아래 영상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조치 후 빌뉴스 구시가지 모습니다.
종종 비행기를 타고 오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현재 이 비행기가 어디쯤 와 있을까 궁금하다. 이때 들어가서 확인해보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flightrader24.com이다. 실시간으로 항공편 이동경로와 현재위치를 보여준다. 노란색 비행기들이 마치 개미떼들처럼 바삐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범유행은 많은 산업 분야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여행이고 이는 다시 항공으로 이어진다. 뉴스허브(Newhub)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3월 마지막주 항공여행은 55%나 줄었다.
2020년 3월 8일 19시 40분 유럽 비행기 운항 현황이다. 이때만 해도 유럽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 한국, 이란 등에서 코로나가 서서히 확산될 때 유럽이 이를 예견하고 미리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3월 31일 이탈리아 확진자 101,739명, 스페인 확진자 85,195명보다 확진자가 월등히 적었을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초기 확진자들은 주로 북부 이탈리아에서 스키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온 사람들 중에서 나왔다.
20일 후인 3월 28일 19시 40분 유럽 비행기 운항 현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강력한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항공여행 감소를 항공편 추적 레이더를 통해서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여름철 발트 3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면서 살아간다. 하루속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서 전세계가 벗어서 평년의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우리집 창문 넘어 눈앞에 보이는 거리는 평소 낮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인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있어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물론 사진정리, 화분정리, 창문닦기 등 평소 잘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고는 있다.
이런 답답함을 재미나게 풀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위트니 제 눈앞에 보이는 거리는 평소 낮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인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있어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물론 사진정리, 화분정리, 창문닦기 등 평소 잘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고는 있다.
이런 답답함을 재미나게 풀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미국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는 휘트니 제이컵(Whitney Jakub)이다. 그는 자가격리 11일째 새로운 취미를 찾았다면서 자신의 취미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의 글은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공유가 8만 이상이고 댓글이 3천 개 이상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한편에서는 화장지 사재기로 세상 인심이 흉흉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화장지로 기발한 취미를 찾아서 따분한 일상을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예술적 재능이나 감각이 둔하니 이런 취미는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그저 책이나 읽으면서 글이나 쓰면서 정상적인 세상이 하루속히 오길 간절히 소원하는 바이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주요 섬 7개(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먼저 란사로테를 방문한다. 푸에르토델카르멘(푸에르토 델 카르멘 Puerto del Carmen)의 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란사로테는 화산섬이다. 길이는 남북으로 60킬로미터, 동서로 25킬로미터고 면적은 845제곱킬로미터다. 인구는 15만명이고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167명이다. 전체 해안선이 213킬로미터인데 모래가 10킬로미터, 해수욕장이 16.5킬로미터고 나머지는 모두 다 바위다. 기후는 아열대 사막 기후로 강우량이 적고 연중 온도는 섭씨 18-25도다.
란사로테 섬 전체가 화산 전경이다. 현재의 지형은 1730년에서 1736년까지 그리고 1824년에 발생한 티만파야(Timanfaya) 화산 폭발로 이루어졌다. 이런 척박하고 황량한 곳에 사람들은 지형적 조건과 기후적 조건에 맞춰서 주거지, 농경지 그리고 휴양지 등을 일궈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란사로테의 주요 관광도시인 푸에르토델카르멘(Puerto del Carmen)이다. 처음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은 1970년대에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해마다 란사로테를 방문하는 백만명 이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곳을 숙박지로 선택한다. 주로 영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란사로테 공항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길쭉한 황금빛 모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중심 거리가 7킬로미터 뻗어 있고 차도, 인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를 갖추고 있다. 길옆에는 식당, 술집, 선물가게 등이 즐비하다. 우리는 연립주택단지 로카스블랑카스(Roccas Blankas)에서 묵고 있다.
연립주택단지는 자체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숙소가 1층이고 바로 앞이 수영장이다. 언제든지 편하게 수영장으로 첨벙 뛰어들 수 있다. 높이 솟은 야자수가 이국적인 곳에 와 있음을 더욱 실감시켜 주고 있다.
연립주택은 거실, 방 2개, 욕실로 되어 있다.
대서양 일출을 보기 위해 산책에 나선다. 대체로 북유럽 사람들은 일출에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철에는 일출이 늦고 또한 구름낀 날이 태반이다. 여름철에는 일출이 빠르고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각이다. 대서양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 툇마루에 앉아 자주 보았던 동해의 검붉은 일출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살아 있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휴양객들이지만 건강생활을 꾸준히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푸에르토델카르멘과 이어져 있는 이웃 도시 로스포킬로스(Los Pocillos)의 해수욕장까지 산책을 계속한다. 일광욕 산책을 하는 부부를 보자 나도 윗옷을 벗어 아침 햇살을 맞는다.
때론 잘 정리된 거리를 따라 때론 모래해변을 따라 이날 아침 산책한 거리가 왕복 6킬로미터이다. 우리 식구들은 얼굴 공개를 꺼려 한다. 종종 즐겨 찍는 단체사진 촬영법이 있다. 바로 같이 그림자를 찍는 것이다.
해수욕장대로(Av. de las Playas) 산책로에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가 빽빽히 채워져 있는 쇠줄을 만난다. 역시 스페인의 정열을 느낀다. 자물쇠가 형형색색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북유럽에서 본 이런 자물쇠는 그저 자물쇠색인데 여긴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휴양지에서 대체로 오전은 이렇게 수영장에서 일광욕으로 시작한다.
몸이 뜨거워지면 수영장에 물놀이...그런데 물 속으로 들어갈 때는 코를 막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야자수 사이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끝없는 바다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바로 우리 숙소 앞에서 황금빛 모래 해수욕장이 시작된다. 이곳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잔잔한 바다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람에 부딛히지 않고 편하게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긴다.
화산석이 좋은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
파파가요 (Papagayo) 산맥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라서 일몰 광경을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흑백 사진으로도 찍어 본다. 저 산 너머에는 또 다른 휴양도시 플라야블랑카(Playa Blanca)가 자리잡고 있다.
저녁 시간이다. 낮에 해수욕과 일광욕 또는 섬관광을 즐긴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해수욕장대로(Av. de las Playas)에 이어져 있는 식당, 술집, 가게 등으로 모여든다. 우리 가족은 일명 밤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발트 3국도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등을 방문한 사람들이 감염자로 확진되었으나 이제는 외국을 방문하지 않은 현지인들 중에서도 감염된 자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3월 18일 23시) 확진자는 에스토니아 258명, 라트비아 71명, 리투아니아 33명이고 사망자는 없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보건 위협으로 인해 국가비상사태(전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조치)를 선포해 3월 16일부터 아래와 같이 시행하고 있다.
1.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입국 금지
2. 국경검문소수 축소
3. 리투아니아 국민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급증 국가 방문 금지(한국도 포함됨)
4. 약국, 동물약국, 식품판매점을 제외한 상점 영업 금지
5. 테이크아웃 음식 서비스를 제외한 커피숍과 술집 영업 금지
6. 모든 실내와 실외 공개행사 금지
7. 크루즈선 입항 금지
8. 행정의 비필수적 서비스는 제공 안 됨
9. 의료시설 환자 방문과 구금시설 수감자 방문 금지
10. 치료와 무관한 스파(SPA), 재활 서비스 금지
11. 거리 유지를 위해 시외버스와 기차 승객수 제한
12. 격리 기간 동안 호텔은 숙박자에게 체류를 허용하고 그 비용은 국가가 지불함
13. 교육시설 폐쇄
14. 필요한 의료지원을 제외한 계획된 의료절차 연기, 재활과 치과 서비스 취소
15. 공공 및 민간 부분 근로자 재택 근무 권고
리투아니아 국립공중보건청(NVSC)은 확진자가 확진을 받은 때까지의 날짜별 이동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관련 주소 1, 2].
또한 한국이 최초로 도입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리투아니아도 설치해 18일 빌뉴스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 이미지 출처: http://delfi.lt
한편 그 어느 때보다도 국경통과가 힘드는 이때 밥차를 운영하는 리투아니아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국방지원재단 회원들이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통과 지점인 칼바리야 검문소 인근 도로에서 화물차 운전사들에게 따뜻한 죽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리투아니아 확진자 중 한 명의 동선이다. 3월 8일 오후 14시 40분 빌뉴스 공항에 도착, 이날 18시 공연장 공연 참석, 3월 9일과 10일 직장 출근... 13일 새벽 4시 확진자로 병원 격리.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백화점, 음식점, 상점 등 여러 곳을 다녔다.
휴대폰 위치정보를 활용하면서 빠른 검사, 빠른 추적, 빠른 격리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국의 모범적 코로나바이러스 대처법 덕분에 아내의 재촉은 유럽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 빨리 전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유럽은 지금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3월 22일 보다 강력한 확산 억제책을 발표했다. 2인 이상의 모임 금지, 외부활동시 타인과 1.5-2미터 간격 유지, 식당 커피쇼 술집 폐쇄 등등이다. 총리 자신도 자가격리된 상태이다.
3월 22일 23시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상황이다[출처].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등 연일 새로운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암울한 소식이 유럽을 강타했다. 바로 3월 22일 현지 시각 아침 6시 24분경 5.3-5.5 규모의 강한 지진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자그레브에서 북쪽으로 10 km이고, 진원 깊이는 지하 10km이다. 오후 3시까지 여진이 계속 이어졌다[출처].
6시 24분경 한 건물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아래 영상기록이 생생하게 당시의 지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약 10초 동안 천둥치듯 굉음이 나고 땅이 진동하다. 이어서 주차된 승용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경보음까지 울린다. 인근 슬로베니아와 헝가리까지 진동이 감지되었다.
이번 지진은 지난 140년 동안 크로아티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다. 1880년 11월 9일 아침 7시 33분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1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당했다. 도심의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고 특히 자그레브 대성당의 피해가 컸다. 대성당 복원작업이 무려 26년 동안 지속되었다.
안부를 묻는 쪽지에 자그레브에 살고 있는 친구 젤리카는 "아파트 건물이 엄청나게 흔들렸고 올려져 있던 집안 물건들이 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이 건물 파손은 없었다. 격리조치 기간이 이유 없이 외출할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23일 새벽 2시 현재 시각 크로아티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254명이고 사망자는 1명이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설상가상으로 강한 지진까지 발생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더하게 되었다. 크로아티아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왜 조각상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을까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먼저 북쪽에 위치한 란사로테(Lanzarote) 섬에서 보내다가 푸에르테벤투라 섬으로 옮겼다. 한 번 여행으로 두 섬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다. 플라야블랑카(Playa Blanca)에서 여객선을 타야 한다. 란사로테 섬에서 가장 남쪽 해변에 위치한 이 일대 또한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도시 이름 그대로 해변을 따라 형성된 이 도시는 그야말로 하얀색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배가 출발할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서 해변 산책로를 따라 구경에 나섰다. 선물가게, 식당, 술집, 커피숍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청동상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이다. 카나리아 제도의 기성세대들에게 헌정하는 스페인 조각가 나바로 베탄코르 차노(Navarro Betancor Chano)의 작품이다.
다가가서 보니 얼굴가리개를 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부모, 조부모, 증조모 세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동기부여 덕분에 자녀들이 교육을 받고 나아가 도시가 개발되어 오늘날 발전과 복지를 현재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기 위해서다.
천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기성세대를 구성하는 익명의 누구나를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나 단체에 조그마한 업적이라도 있으면 자의든 타의든 특정 개인의 송덕비나 공덕비나 기념비를 세우려는 세태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플라야블랑카 여객선 선착장이다.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코랄레호 선착장은 여기에서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하루에 합쳐서 총 20회 여객선이 운영되고 있다[
여객선 회사는 모두 세 개다. Fred.Olsen Express (7회 운행, 25분 소요), Naviera Armas(7회 운행, 35분 소요) 그리고 Lineas Maritimas Romero(6회 운행, 45분 소요)다.
휘날리는 국기가 스페인 땅에 와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플라야블랑카와 란사로테가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갑판 위에서 담소를 나누는 우리 가족.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북단에 위치한 코랄레호가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코랄레호에서 우리가 묵을 숙박지는 휴양객들을 위한 연립주택단지다. 깨끗하게 잘 가꾸어진 건물들이 야외수영장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첫 번째 현관문이 있는 집이 우리 숙소다. 복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거실, 부엌, 욕실 그리고 테라스가 있다. 2층에는 침실 2 개와 욕실 그리고 발코니가 있다.
거실 소파는 침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유럽 사람들은 휴양지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호텔방보다 부엌을 갖춘 숙박시설을 선택한다. 하루에 한 두 끼 정도는 직접 해서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인 1실 방이다.
욕실이다.
해수욕장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보통 이런 숙박단지는 자체 야외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수온 조절도 가능하다. 날씨가 해수욕하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혹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수영장은 아주 유용하다.
늦은 오후 무렵이라 수영장은 한산하다.
낮에는 수영장 주변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붐빈다.
햇볕이 내리쬐는 수영장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다.
수영을 할 수 없어도 살 수 있는 수영법이다. 일명 생존 수영법이다. 1. 물에 가라앉아서 죽을 수 있다라는 두려움을 먼저 버린다.2. 가슴과 허리를 펴고 다리를 살짝 뻗어서 몸을 뜨게 한다.3. 팔은 옆으로 혹은 머리 위로 혹은 다리 쪽으로 향하게 한다. 4. 눈은 감거나 하늘을 응시하면서 편하게 호흡한다. 한참 수영을 하다가 지치면 이렇게 해서 쉬는 유럽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걸어서 푸에르테벤투라의 코랄레호를 둘러보다 하루는 머무르고 있는 코랄레호를 도보로 일주해봤다. 이날 걸은 총 거리는 약 7킬로미터였다.
일출 무렵에 숙소를 나선다.
코랄레호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기초가 돌덩이라 바닥은 견고하지만 집짓기는 어렵겠다.
이런 돌뿐인 불모지에 사람들은 집을 짓고 식물을 심어 적합한 주거환경을 만든다.
키다리 홀쭉이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싱싱하게 자라는 푸른 선인장을 보니 '역시 만물은 자기가 살만한 자리에 살아야 잘 살게 되는 구나!'를 새삼 느껴본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는 식물은 절대적으로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무리 건조에 강하도록 진화된 다육식물일지라도 관수용 호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보살핌 덕분에 통통하게 잘 자라는 식물의 모습을 보니 괜히 내 산책 걸음이 가뿐해지는 듯하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약국이나 슈퍼마켓에서는 3월 초순부터 마스크 등이 품절이다. 파스타용 면 종류 등 몇몇 비상용 식품은 일시적으로 슈퍼마켓 판매대에서 찾아볼 수가 없지만 다시 곧 채워지고 있다.
미국, 호주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아직 없다. 며칠 전 다녀온 빌뉴스 슈퍼마켓 화장지 판매대다. 꼭 필요한 만큼만 사 가니 판매대가 화장지로 거의 가득 차 있다.
* 10.99유로 -> 5.49유로
* 2.06유로 -> 1.09유로
할인 가격으로 파는 데도 불구하고 화장지는 넉넉히 남아 있다.
아래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 있는 3월 20일 현재 약국 안내문이다.
* 단체나 쌍이나 가족당 1명
* 약국 내 손님은 두 사람만
* 사람간 1.5미터 거리두기
* 마스크, 장갑, 알콜세정제 품절
- 사진: 김수환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마스크 사용을 꺼려 한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이제는 구입할 수가 없다. 우리 집은 유럽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겨우 작업용 마스크 6개를 구입해 놓았다. 이것이 전부다. 하지만 적어도 외출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시킨다면 유럽에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폭리를 노리고 사재기하는 판매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는 방법 중 하나는 판매자가 얌체 심리를 버리고 양심을 지켜 판매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한 슈퍼마켓의 판매 아이디어가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소비자의 사재기 심리를 한 방에 잠재운다.
즉 1병만 사면 7천2백원인데 2병을 사려면 36만원을 내야 한다. 어느 누가 50배 금액을 주고 2병을 사갈까... 그러니 사람들은 당장 꼭 필요한 한 병만 사니까 판매대에는 물건이 품절되지 않고 다음 손님을 기다릴 수 있다.
있어도 감춰 놓고 값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판매자도 있을텐데...
특히 국가비상사태에 사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이에게는 다시는 그렇게 할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국가비상사태시 관련 물품 판매 등록제를 실시해 생산자, 판매자, 구입자를 투명하게 해서 품귀 현상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판매자와 소비자가 사회적 공동의 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코로나 사태가 하루속히 끝나길 바란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섬북단에 위치한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렀다.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먼저 둘러본 란사로테(Lanzarote)에서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하다. 둘째로 주변에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많이 있다. 세째로 출국시 이용할 공항까지 40킬로미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코랄레호는 1950년대부터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의 관광회사가 투자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휴양관광지로 활발하게 개발되었다. 척박한 모래사장에 솟아 자라고 있는 야자수가 말없이 개발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기서는 사람의 수고가 없으면 이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다. 모래 밑에는 관수용 호스가 심어져 있다. 연평균 강우량이 160mm로 극히 적다. 이런 환경에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겠다. 도심에 있는 식물은 대부분 이렇게 관수용 호스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뭐니해도 코랄레호의 가장 큰 명소는 동쪽에 있는 광활한 모래사막과 길쭉한 모래해변이다. 이곳은 1982년 자연공원(Parque natural)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공원면적은 2700헥타르이고 모래해변은 11킬로미터다. 공원명 안내상 위에 있는 새는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자연을 상징하는 후바라(hubara, houbara)다.
코랄레호 주택지와 맞닿아 있는 공원 입구에서 해변을 향해 조금 걸어가니 눈앞에 대해수욕장(Grandes playas)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송 한 그루도 없고 풀 한 포기도 없는 모래사장에 저 시커먼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까이 가보니 돌로 벽을 쌓아 놓았다. 이유는 이 섬의 이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푸에르테벤투라는 강풍이라는 뜻이다. 특히 강풍이 불 때 모래가 날아다니는 모래사장에서도 편하게 일광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오는 사람이 비어 있는 일광욕 돌벽집의 주인이 된다.
바람이 없음에도 모든 돌벽집은 이미 주인들이 지키고 있다. 우리 일행은 모래해변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들이 북적되지 않아서 좋다. 해변의 모래는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을 거쳐 된 모래라서 정말 곱디곱다.
황금빛 모래색이 그라데이션으로 검푸른 바닷색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해수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하얀 물체가 눈에 확 띈다. 유럽인 식구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갑오징어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집에 비상약으로 갑오징어뼈가 있었다. 상처가 나면 이 갑오징어뼈를 갈아서 그 분말을 상처에 발랐다. 지혈이 쉽게 되고 상처가 빨리 아물었다.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 이 갑오징어뼈를 빌뉴스 집으로 가져왔다.
.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갯벌이 아니고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바닥을 이루고 있다.
어느 구간 돌바닥은 예리한 칼날처럼 쭈빗쭈빗 솟아 있다. 물이 차 있을 때 이곳에서의 해수욕은 조심히 해야겠다.
유럽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광욕이나 해수욕도 즐겨 하고 해변을 따라 걷는 것도 즐겨 한다. 후자일 경우는 대체로 맨발이다. 소금기 있는 젖은 해변의 모래를 밟으면서 걷는 것은 각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코랄레호의 조개껍질 모래는 각질 제거에 탁월하다고 한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들은 모래해변에 세워진 대규모 호텔단지다.
호텔단지를 넘어가니 남쪽 해수욕장과 사막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 해변을 따라 걸어온 거리가 솔찬히 되어서 저 해수욕장은 다음날로 아껴둔다.
코랄레호 자연공원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넓은 사막지대다. 황량한 돌산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사막의 모래빛이 더욱 돋보인다.
다음날에 이 사막을 방문한다. 높은 사구도 물결처럼 반복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모래썰매 놀이에도 제격이다.
사구에서 바라보는 경관이다. 대해수욕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나게 큰 모래벌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와 구름 너머로 보이는 산이 란사로테 섬이다. 이 경관만 보더라도 여기가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 중 하나이다는 말에 쉽게 수긍이 간다.
대해수욕장 중간쯤 있는 호텔단지다. 왜 이런 모래 허허벌판에 호텔이 지어졌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다.
주차장에서 내린 사람들이 연이어서 해변으로 향한다. 일광욕할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코랄레호 대해수욕장 안내판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워낙 해변이 넓고 길쭉하니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와도 그저 한산하다. 선 자리에서 바라보는 북쪽 해변 모습이다.
동쪽 모습이다. 저 바다 건너로 가면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가 나온다.
남쪽 모습이다. 깨끗한 바다, 얕은 수심, 고운 모래를 가진 해수욕장이라서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도 아주 훌룡한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온 이 한 쌍은 일광욕을 겸한 낮잠에 푹 빠져 있다.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롭다.
푸에르테벤투라 코랄레호와 대해수욕장을 아래 영상으로도 담아봤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었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조금 떨어져 있는 엘코틸로(El Cotillo)를 다녀왔다. 코랄레호에서 FV-1, FV-109, FV-10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엘코틸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창호지 문창살을 떠올리게 하는 로케 풍차(Molino del Roque)가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 푸에르테벤투라의 뜻이 강풍이듯이 여기는 연중 내내 무역풍이 분다. 특히 수확 직후인 7-8월에는 자주 강풍이 분다. 그러니 곡물 빻기에는 풍차가 제일 안성맞춤이다. 풍차는 18세기에 이 섬에 도입되었다. 섬 일주를 하다보면 여기저기 솟아 있는 다양한 풍자를 만나게 된다.
엘코틸로는 서쪽 해변에 자리잡고 있다. 17세기 어촌 항구로 시작했지만 1980년대에 휴양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수정 같이 맑은 물과 고운 모래를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해수욕장이 석호따라 이어져 있다. 이날 정한 욕수욕장은 라콘차(La Concha) 해수욕장이다.
서 있는 바위에서 고개를 고요한 석호에서 왼쪽으로 돌리니 저 멀리서 파도가 철썩철썩 암초에 부딪치면서 흰 거품을 뿜어내고 있다.
쭉 뻗어 있는 바닷속 암초가 파고에 따라 드러났다 숨었다를 반복하면서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이 암초 덕분에 석호 안 바닷물은 잔잔하기 그지 없다.
마치 노천에서 온천욕을 하는 듯하다.
아니면 사해에서 둥둥 떠있으면서 일광욕을 즐기는 듯하다.
라콘차 해수욕장 바로 남쪽 있는 로스라고스(Los Lagos) 해수욕장이다.
다시 라콘차 해수욕장 전경이다. 소금냄새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 다채로운 색의 향연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물의 투명함으로 인해 바다와 모래의 경계가 애매하다.
저 시커먼 해변 바위 뒤로 숨어서 거센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서 이렇게 해수욕 바다를 잠잠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암초의 수고를 나부터라도 기억해야겠다.
바닷속에 불순물 하나 없는 맑고 맑은 물이다.
엄마가 손바닥 위 뭔가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있다. 화평스러운 장면이다.
인산인해, 파라솔천국, 잡상인, 호객행위, 바가지요금 등 해수욕장을 통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 여기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엘코틸로 일대 해수욕장에서는 파도를 타는 재미는 없지만 바닷속 고요함과 해변의 한적함을 두루 만끽할 수 있다. 라콘차 해수욕장 전경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구 1만7천여명의 도시이지만 인근에 광활한 모래사막과 길쭉한 모래해변이 있어서 많은 휴양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숙소에서 해수욕장까지는 3-5km 거리다. 늘 걸어다녔다. 길 옆에는 담장도 모래색이고 주택도 모래색인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1970년대 초부터 관광개발이 활발해져 지금은 푸에르테벤투라의 최고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휴양도시답게 자전거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가정용 계량기가 집안이나 집벽이 아니라 담장 외벽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해놓으면 검침원 사칭 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겠다.
큰 거리는 차도, 자전거도로, 인도가 잘 구별되어 있다.
아열대 지대라 가로수가 야자나무다.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비키려다가 찢어진 야자나무 잎사귀에 종종 찔린 뻔한 적도 있다. 조심해야...
키가 큰 야자나무와 밖으로 튀어 나온 발코니가 공존하고 있다. 심술궂은 건축가를 만났더라면 저 야자나무는 분명히 천수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숙소로 향하는 거리를 따라 가는데 열린 문으로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는 꽃들이 보인다.
꽃의 환영을 받으면서 마치 투숙객인냥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덩굴식물인 부겐빌레아(bougainvillea)다. 원산지가 브라질이고 꽃말은 정열이다. 꽃말답게 정말 화려한 정열로 유혹하는 듯하다.
그런데 화려한 색은 부겐빌레아꽃이 아니다. 초록색은 나뭇잎이고 빨강색이나 노란색이나 분홍색은 잎이 변해서 된 포엽(苞葉)이다. 진짜 꽃은 하얀색이다. 포엽이 이렇게 선명하고 다채로운 것은 나비나 벌을 진짜 꽃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다. 자연은 참 신비롭구나!
어느 집 담장에 핀 무궁화속의 부상화다. 밝고 산뜻한 붉은색이 강한 인상을 준다.
남쪽에서 FV-1 도로를 따라 길쭉한 단색의 사막언덕과 모래해변 사이로 달리다가 코랄레요로 진입하는 바로 입구에 시선을 강타하는 집을 만날 수 있다. 각양각색의 식물과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라 쓰여 있다. 타바이바(tabaiba)는 선인장 종의 하나로 푸에르테벤투라의 토착 식물이다. 이 집에 누가 살기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꾸며 놓았을까? 필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역시 집주인은 전문가다. 스페인 남서부 도시 세비야(Seville)에서 태어난 건축가, 화가, 사진가, 조각가, 작가, 한마디로 예술가 카를로스 칼데론 이루에가스(Carlos Calderon Yruegas)다.
위에 사진에서 보여준 코랄레요의 일반적인 담장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쪽문이다. 동화 속 마법의 집으로 그냥 빨려 들어가고 싶다. 아쉽게도 닫혀 있다.
수중 물고기궁전에서 나온 인어가 평소 수영으로 야무지게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담장예술과 정원식물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담장 넘어 있는 정원의 경관이 궁금하지만 쉽게 어떤할지가 눈에 그려진다.
구멍 난 철판을 사이에 두고 여인 둘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까?
두상이라 해야 할지 흉상이라 해야 할지...
하나로 봐야 할지 둘로 봐야 할지...
잠시 생각에 빠져 본다.
몰래 마시는 술일까...
술 마실 시간을 알려주는 종일까...
술 마셨다고 동네방네 고자질하는 종일까...
흥나게 술 마시자는 종일까...
언제 조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짝짝이 스타킹의 유행을 예지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365일 늘어지게 일광욕을 하는 여인이다.
조각 하나하나에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멍하니 서서 예술가의 의도를 한번 추측하려고 하니 식구들이 바보 같다면서 나에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집주인은 30년 동안 이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면 개조하거나 새롭게 만든다. 유지하고 보수하고 창작하는 데에 적지 않은 수고와 비용이 들어간다.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공개해서 우리 같은 행인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다. 이맘때인데도 여기는 북유럽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여전히 해수욕을 할 수 정도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래 지도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잠수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25개 장소이다.
하루는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일주해보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에 걸려 있는 카나리아 제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다. 여러 해를 거쳐 이 일곱 개 섬을 다 다녀오려고 한다. 지금껏 세 개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해마다 1천만명 이상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렌트카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임박해서 하거나 당일에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 여행을 결정함과 동시에 렌트카 예약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자, 코랄레호를 떠나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라올리바(La Oliva)를 지나서 가다보면 오른쪽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나 있다. 틴다야(Tindaya) 산이다. 해발 401미터이고 평원에서는 225미터다. 이 산은 300여개의 발모양 고대 암석조각이 있어서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원주민들은 이 산을 신성시했다.
틴디야를 막 벗어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기슭 외딴 곳에 금색 동상이 보인다. 산색깔과 흡사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동상의 주인공은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1864-1936)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20세기 스페인 문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작품들(사랑과 교육, 안개, 아벨 산체스 등)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 1870-1930) 독재에 항거하다가 1924년 살라망카대학교(Salmanca Univ.) 총장직에서 해임되고 푸에르테벤투라로 추방되어 1930년까지 거주했다.
이제 차는 서서히 완만한 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한 전망대는 테구(Tegu) 산 정상에 있는 모로벨로사(Mirador Morro Velosa)다. 란사로테 출신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 1919-1992)가 설계한 이 전망대는 주차장, 정원, 커피숍, 전시관을 두루 갖추고 있다. 휴관일에는 진입로가 막힌다. 휴관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경우 FV-30 도로 거인상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약 1.3km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작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올 때 받은 긴장감을 통유리벽 넘어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서 한순간에 떨쳐 버린다. 확 트인 이국적인 전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해발 650미터에 잡리잡고 있는 모로벨로사 전망대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로 여겨진다. 맑은 날에는 엘코틸로(El Cotillo), 틴다야 산, 코랄레호 사막 그리고 란사로테 섬까지 훤하게 다 보인다.
테구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또 다른 전망대(Mirador Corrales de Guize)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는 베탄쿠리아(Betancuria)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코랄레호 사막과 엘코틸로가 보인다.
이 전망대의 압권은 높이가 4.5미터인 두 거인상이다. 기세(Guize)와 아요세(Ayoze)다. 1402년 노르만인들(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된 민족)이 이 섬을 침략했을 때 기세는 섬 북부를 다스리는 왕이고 아요세는 섬 남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침략자들의 우세한 무력에 얼마 안 가서 이들은 항복하고 각각 루이스(Luis)와 알폰소(Alfonso)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가 당시 남북 왕국의 경계선으로 주장되고 있다.
청동상의 손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일까 땅을 향한 오른손 중지가 벌써 황금색으로 변해 있다. 활짝 편 손으로 행운을 수직으로 곧장 내려주소서...
이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남쪽으로 3킬로미터로 가면 베탄쿠리아가 나온다. 1404년 노르만 원정대의 장 베텐코트(Jean de Béthencourt, 1362–1425)가 이 도시를 세웠다. 현재 인구가 약 800명밖에 안 되지만 한때 카나리아 제도 왕국(1404-1448)의 최초 수도(1404-1425)였고 1863년까지 푸에르테벤투라의 수도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 분지에 위치해 있는 모습에서 왜 여기가 수도로 정해졌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자연적 방어를 갖춘 내륙과 비옥한 계곡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1410년 세워진 푸에르테벤투라 최초의 성당이다. 프랑스 고딕식이다. 1593년 해적의 공격으로 파괴된 후 복원되었다. 종탑은 원형 그대로다.
조그만 시골 동네 같은 역사적 도시 베탄쿠리아를 뒤로 하고 이제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간간히 바람개비 같은 풍차가 눈에 띈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 역할을 한다.
산 중턱에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338미터에 있는 라스페니타스(Las Peñitas) 전망대다. 우뚝 솟은 봉우리는 해발 526미터인 라무다(La Muda)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이 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다. 초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막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다. 지하로 흐르는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19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댐이 만들어졌다. 이날은 황토물이 고여 있다.
저수지를 보고 있는데 전망대 난간 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만 시야에 들어오더니 차츰차츰 바위와 움직이는 것의 색깔이 구별되자 엄청난 숫자로 여기저기에서 몰려온다.
사하라, 모르코, 카나리아 제도 등에 분포되어 있는 바르바리땅다람쥐(Barbary ground squirrel)다. 아열대 또는 열대 지역의 건조 관목, 온대 초원 혹은 암반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몸은 회갈색이나 적갈색을 띠고 꼬리는 검은색과 회색이다. 등에는 흰색 줄무늬가 있다. 굴 속에서 집단으로 모여 산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먹이를 준다. 이에 익숙해진 다람쥐들이 우리가 나타나자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안내문에 충실한 우리가 너무 야속하겠지...
고개를 향해 올라가니 정상에 또 다른 전망대가 우릴 맞이한다. 해발 426미터에 있는 리스코델라스페냐스(Mirador del Risco de las Peñas) 전망대다. 여기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이룬다.
산중턱 흰색 점선이 우리가 조금 전 올라온 도로다. 이 전망대 주위에도 엄청난 수의 다람쥐가 노닐고 있다.
벼랑길 같은 가파란 산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 멀리 높이 솟아 있는 세 봉우리 산이 보인다. 해발 690미터인 카르돈(Cardón) 산이다.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부 지방의 휴양지 코스타칼마(Costa Calma)다. 이름 그대로 "고요한 해변"이다. 한디아(Jandía) 반도의 시작점이다. 1970년대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해수욕장 중 하나인 소타벤토(Sotavento) 해수욕장이 코스타칼마 바로 옆에 있다. 특히 썰물 때 드러나는 황금빛 폭넓은 모래사장과 얕고 큼직한 석호가 소타벤토의 명성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 해수욕장은 남북으로 9킬로미터 뻗어 있고 해변 언덕은 주로 모래사막이다. 우리는
7개 주요 섬으로 이루어진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는 1479년부터 스페인에 속해 있다. 아프리카 모르코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약 100 km 떨어져 있다. 인구가 215만명인데 해마다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주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영국, 독일 등 북쪽에 위치한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카나리아 제도를 이루는 7개 주요 섬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이 섬의 최북단에 위치한 휴양도시가 코랄레호(Corralejo)에서 묵었다. 동쪽 근교에 광활한 사막과 11 km의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있어 많은 휴양객들이 찾아온다. 또한 란사로테(Lanzarote) 섬으로 가는 항구다.
일광욕과 해수욕에 푹 빠진 식구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코랄레호 해변에서 바라보이는 작은 섬이 늘 궁금하다. 머무는 동안 혼자라도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호수 같이 잔잔한 아침 바다에서 낚시하는 배 넘어 보이는 섬이 바로 로보스(isla de lobos) 섬이다. 6000-8000년 전에 형성된 화산섬이다. 코랄레호에서 2 km 거리에 있다. 섬 이름은 Lobos는 늑대라는 뜻이다. 여기서 늑대는 바다늑대 즉 지중해에 서식하고 있는 몽크물범, 수도사물범을 말한다.
로보스 섬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 칼데라(Caldera) 산이다. 해발 127 m다. 얼핏 보니 그 형상이 중절모를 닮은 듯하다. 저 꼭대기에 빨리 올라가 사방을 두루 구경하고 싶다.
이 운영되고 있다. 하루 4-5편이 있다. 섬에서의 야영은 금지되어 있다. 코랄레호 출발 시각은 10:00, 11:00, 13:00, 14:00, 15:30이고 로보스에서 돌아오는 시각은 11:15, 14:15, 16:00, 17:00이다. 소요시간은 15분이고 왕복운임은 성인 16유로, 어린이(4-11) 8.50유로다. 선착장에서 로보스로 향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로보스 선착장에서 내리니 주변에는 많은 요트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바닷속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섬으로 들어가자 흉상 하나가 나를 맞이한다. 호세피나 플라(Josefina Pla, 1903-1999)다. 1903년 로보스에서 태어난 파라과이 여류작가다. 인권과 남녀평등을 옹호하는 작품 활동으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2003년 탄생 백주년을 맞아 이곳에 흉상이 세워졌다.
방문객 안내소 앞에 몽크물범 두 마리가 누워서 쉬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만 서식하고 있는 이 물범은 모피 빛깔이 목 부위에서 달라지는 것이 마치 중세시대 유럽 수도사가 쓰는 고깔을 닮아서 몽크물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때 이 섬에서 대량으로 서식하던 몽크물범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사라졌다. 요즘은 이따금 보인다. 사진 속 두 마리는 조각상이다.
면적이 약 5 평방킬로미터인 로보스 섬 전체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식물군과 동물군(특히 조류)을 보호하기 위해 표시된 길로만 사람들이 다닐 수 있다. 칼데라 산정상까지 도보 소요시간은 49분이다.
평평한 산정상으로 그 형상이 확연히 모자를 닮아 보인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자 비취색 석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백사장이 있는 콘차 해수욕장(Playa de la Concha)이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같이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솔찬히 많았다. 그런데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자취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치 무인도에서 혼자된 느낌이다. 멀리 한 가족을 발견하자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듯하다. 혹시 목적지가 같을까...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바람 한점 없다.
드디어 산어귀에 도착했다. 해발 127 m 높이다. 등선미가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올라가보니 가파른 구간도 여러 곳에 있다. 뭐니해도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장난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숲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색색의 야생화가 향기를 뿜어내는 산에서의 등산보다는 훨씬 힘든다.
멀리서 보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산으로 보이지만 직접 와서 보니 돌조각으로 뒤덮인 산에 여러 다육 식물(건조 기후나 모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잎이나 줄기 또는 뿌리에 물을 저장해 자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작은 섬에 130개 이상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마침내 산정상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나를 반기는 듯하다.
이내 갈매기는 "나를 따라 내려와!"를 외치듯 산비탈 아래로 날아간다.
칼데라 산의 서쪽 가파른 비탈이다. 그 아래에 아주 작은 만이 형성되어 있다. 근접성이 쉽지가 않다. 검은 자갈 대신에 하얀 모래가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면 누군가 저기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 법하다.
이 비탈은 다양한 종류의 갈매기들의 집단 서식지이다.
칼데라 산정상으로 올가가는 장면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127 m 산정상 표지석이다.
밭처럼 가꾸어진 곳이 로보스 섬의 염전이다.
로보스 섬의 콘차 해수욕장이다.
바다 건너 보이는 광활한 사막과 기다란 해수욕장이 푸에르테벤투라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바다와 하늘의 다양한 파란색이 홀로 뙤약볕에 힘겹게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관에 산상소원을 빌지 않을 수 없다.
바다 건너편이 묵고 있는 코랄레호다.
이 순간 요트를 타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산정상에서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를 천천히 가로지른 요트를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까?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 강하다. 나무가 없으니 사진으로 이 강풍을 찍을 수가 없다. 하지만 돌벽이 이를 차단해 주고 있다.
돌틈 사이로 바다 건너 란사로테 섬이 보인다.
란사로테는 카네리아 제도를 이루는 또 하나의 주요한 섬다.
로보스 북동 극점에 여전히 활동중인 등대가 있다. 1865년 세워졌다. 1960년대 자동화가 된 후 마지막 등대지기와 그의 가족이 이 섬을 떠났다. 현재 이 섬에는 상주하는 사람은 없다.
아라비아반도에서 사하라와 카나리아 제도까지 분포되어 있는 관목인 유포르비아(euphorbia balsamifera)다. 이 관목은 이웃 섬 란사로테의 식물 상징물이다. 2 m에서 5 m까지 자란다.
테트라에나 포타네시이(tetraena fontanesii)다. 마크로네시아와 북서 아프리카에 분포되어 있다. 팔마 섬을 제외한 모든 카나리아 제도에서 서식하고 있다. 생김새와 색깔이 특이하다. 햇볕에 노출되는 것에 따라 녹색에서부터 황색까지 다양한 색을 띠고 있다. 잎은 만지면 톡 터질 듯한 원통형이다.
여기저기 낮은 오름이 즐비하다. 푸른 잔디 옷을 입고 있었더라면 경주의 신라 고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
바위 덩어리의 형상이 코알라나 아기곰을 떠올리게 한다.
한없이 아늑하고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금빛 모래사장에서 독서하면서 일광욕하다가 이따금 연한 비취색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다보면 세상사 모든 근심이 저절로 사라지겠다. 아쉽게도 코랄레호로 돌아갈 배을 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로보스 섬이 속해 있는 행정구역이 강풍을 뜻하는 푸에르테벤추라다. 그래서 그런지 낮은 건물 모습이 쉽게 이해가 된다.
4시간 동안 약 15 km를 거의 쉴 틈 없이 로보스 섬을 둘러본 후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몸은 몹시 지쳤지만 섬 전체를 도보로 일주하니 마음이 아주 뿌듯하다. 황량한 돌산, 모래색 산책로, 땅색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 식물을 보고온 후라서 그런지 비취색 바다와 파란색 하늘이 더욱 돋보인다.
코랄레호나 인근에서 여러 날 휴양하려는 사람들에게 로보스를 한번 방문하길 권한다. 가급적 첫 배를 타고 와서 섬 도보 일주를 한 후 석호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물과 간식거리를 든든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꽃선물을 하거나 해야 할 때가 이따금 있다. 꽃을 살 때마다 머뭇거린다. 꽃집 앞에 서면 "꽃선물을 반드시 해야 하나?"와 "꽃선물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두 마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꽃은 곧 시들고 마지막으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꽃병 속 꽃보다 자연 속 꽃을 선호하다.
혹시 아래와 같이 꽃을 선물하려는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최근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사진이다. 러시아어다. 내용인즉 "오랫동안 당신에게 꽃을 선물하지 않았어요. 마음껏 가져 가세요"다. 꽃 살 여유가 없거나 꺾인 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의 재치있는 해결책으로 보인다. 물론 꽃가게나 꽃농가도 살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올해는 일요일이었다. 3월 6일 금요일 일이 있어 밖을 나갔는데 마주 오는 여성들 대부분이 손에는 튤립을 들고 있었다. 직장 동료 남성들이 여성 동료들에게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미리 꽃선물을 한 것이다.
우리 집에도 여성이 둘 이도 필요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꽃선물을 기대할 것이다. 그래서 밖에 나온 김에 꽃을 듈립을 사기로 했다. 활짝 핀 꽃도 있고 막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하는 꽃도 있다. 어느 꽃을 살까 고민스러웠다. 활짝 핀 꽃은 받을 때는 좋지만 더 빨리 시들어버린다. 덜 핀 꽃은 줄 때는 좀 주저되지만 더 오래 꽃병에 머물러 있다.
날이 지나감에 따라 꽃이 자쿠 크져 가고 있다. 아내에게 선물한 노란색 튤립이다.
딸에게 선물한 빨간색 튤립이 창틀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구입한 지 3일이 지난 후 튤립꽃 모습이다.
북유럽 리투아니아에서 튤립은 보통 4월 중순에 꽃이 핀다. 창틀 위 꽃병 속 튤립꽃이 봄을 앞당겨 느끼게 해주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꽃을 짝수로 선물하지 않는다. 튤립꽃을 살 때 여러 번 몇 송이인지를 세고 또 세었다. 한 묶음에 11송이가 들어 있었다. 홀수 송이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짝수 송이는 돌아간 사람에게 선물한다.
구입한 지 6일째 되는 날 진한 노랑색과 진한 빨강색을 띠고 있는 싱싱한 튤립꽃을 보더니 딸아이가 말했다.
유럽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아내가 유럽 리투아니아인이다. 여기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서만 밥을 준비해 다른 식구들을 위해 차려주는 일이 많지 않다. 서로 다른 직장출근이나 생활양식으로 인해서 보통 각자가 알아서 자기 음식을 해먹는다. 누가 나를 위해 밥을 차려줄 때까지 특별한 일 없이 가만히 기다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족이 집에 다 있는 주말에는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거들어서 함께 밥을 해먹는다. 우리 집 경우에는 밥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사람은 설거지에서 열외가 된다. 식사 준비 기여도가 제일 낮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솔선수범해서 설거지한다. 하지만 자기가 먹은 식기류 등은 대체로 자기가 씻는다.
며칠 전 아내와 딸이 정말 모처럼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그런데 면이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처음 먹어본 것이라 참으로 신기했다. 집에서 만두류의 음식은 자주 먹지만 스파게티류의 면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이번 스파게티 면은 굵기가 잔치국수의 소면 같았고, 맛이 한국 분식점의 쫄면 같았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했다.
"이제야 면을 제대로 찾았네!"라는 탄성마저 절로 나왔다.
"아직 면 남아 있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찬장에 있어."
"봉지와 같이 있지?"
"그래. 왜?"
"상품 이름을 기억해 놓았다가 다 먹으면 또 사 놓으려고."
이탈리아에서 만든 스파게티 면이다.
듀럼밀(durum wheat)을 부순 밀가루인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들었다. 듀럼밀의 듀럼은 라틴어로 durum인데 이는 딱딱하다라는 뜻이다. 듀럼밀은 밀 종류 중 가장 딱딱하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유량이 다른 종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파스타와 스파게티 면 종류 제조회사 그라노로(granoro)가 생산한 "카펠리니(Capellini) 16번"이다. 제품명도 재미있다. 이탈리아어로 "capellini"는 "가는 머리카락"을 뜻한다. 주말 혼자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생각난 김에 이 면으로 비빔국수를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면은 끓이기도 쉬웠다. 끓는 물에 넣고 약 3분 정도 끓이면 된다.
카펠리니 면 색깔이나 굵기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잔치국수나 비빔국수의 소면을 그대로 닮았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자투리 보라색양배추와 쪽파를 활용했다. 마침 지난해 한국 사람이 선물로 준 고추장양념장이 맛을 더해주었다.
그동안 혼자 해먹을 때에는 거의 대부분이 비빔밥 등과 같은 아주 단순한 일품요리였다. 소면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핑계로 좋아하는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는 아예 내 요리목록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아내가 요리에 사용한 카펠리니 면을 알게 된 덕분에 이제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이 요리 실력을 키워 언젠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대접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